2012년 2월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던 대법원이 26일 다시 한번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특히 이번엔 진정한 도급계약과 근로자 파견계약(위장 도급계약)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던 김모씨 등 7명이 "우리를 현대차 근로자로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2010다106436)에서 원고 중 2년 넘게 협력업체 근무를 했던 김씨 등 4명에 대해 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재판부는 도급인(현대차)이 수급인(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 명령을 내리는지, 도급인 소속 근로자와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함께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지, 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근무를 누가 관리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진정한 도급과 위장 도급을 구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현대차가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지시를 했는지, 근로자들이 현대차의 업무에 실제로 편입돼 있었는지, 협력업체가 근무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근로자의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었는지 등을 바탕으로 현대차의 사내 하청을 불법으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협력업체에서 해고를 당하자 "현대차와 묵시적 근로관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2005년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특히 2년 넘게 근무한 4명은 현대차와 협력업체가 진정한 도급계약이 아닌 근로자 파견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법을 보면 사업주는 2년을 초과 근무한 파견근로자를 고용해야 한다.
2007년 6월 1심은 "김씨 등 4명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 2년 이상 파견근로자로 일했기 때문에 현대차의 근로자로 전환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현대차 소속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업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2월 현대차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다 해고된 최병승(39)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에서 현대차의 사내 하청이 불법 파견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