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때문에 휴직했다가 복직한 소방공무원이 병이 재발해 동료를 살해한 경우 복직을 명한 임용권자, 즉 지자체에 손배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안영률 부장판사)는 정신분열증이 재발한 동료소방관에 의해 살해된 A씨의 유가족들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06가합79730)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신분열증 가운데 망상형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일부 환자는 폭력성향을 보인다"면서 "B씨에 대한 임용권자나 관리, 감독자는 이같은 질병의 특성이나 정도 등을 감안해 복직여부를 신중히 판단했어야 하고, 복직시켰더라도 스트레스가 덜한 업무에 배치하거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통해 정신분열증상의 재발여부를 면밀히 관찰해야하며 재발한 것으로 판명된 경우 휴직을 명하거나 근로를 금지, 제한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사전에 B씨의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도 증상을 알려 이상증세를 보이면 즉시 보고하게 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거나 귀가시키는 등 b씨를 다른 동료들과 격리한다거나 다른 동료들도 B씨가 휘두르는 폭력에 대비해 사전에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할 관리, 감독상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복직 이후 B씨에 대한 건강관리등 정신분열증의 재발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직속상관들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복직 전 앓았던 정신질환의 종류와 특성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A씨가 B씨의 폭력으로부터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게 한 관리, 감독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서울시는 B씨에 대한 인사나 관리, 감독을 담당하는 자로서 망인 및 망인의 유족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부소방소 소속 공무원인 A씨는 2003년6월말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은 병력이 있는 동료 B씨와 같이 상황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병이 재발한 B씨에 의해 11차례나 칼에 찔려 사망했다. 그 후 A씨의 유족들은 서울북부보훈지청에 순직군경유족등록을 신청했으나 업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에 유족들은 법원에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기각됐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사망은 B씨의 범행위험 상태에서 동료직원들을 구조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순직군경으로 인정하고 거분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후 유족들은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