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낸 돈으로 구입한 즉석복권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러 사람이 나누어 긁은 경우 그 당첨금은 누구의 몫일까? 대법원이 내놓은 정답은 같이 있던 사람들의 공유라는 것이다.
직업이 없던 신모씨(42)는 지난해 10월 평소 자주 드나들던 서울 입정동의 한 다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김 모씨에게 2천원을 주며 5백원짜리 즉석복권 4장을 사오도록 해 이를 다방주인 윤 모씨와 또다른 종업원인 안 모씨등 4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함께 긁었다. 처음엔 복권 두장이 1천원씩에 당첨됐을 뿐이었지만 이어 교환해온 복권을 긁은 주인 윤씨와 종업원 김씨는 각각 2천만원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하지만 신씨는 당첨된 복권을 현금으로 바꿔준다며 복권을 가져가 은행에서 세금을 제하고 3천1백20만원을 찾은 다음 "최초 복권구입비를 내가 댔지만 함께 복권을 긁은 점을 감안하겠다"며 윤씨에게 6백만원을, 김씨와 안씨에게 각각 1백만원씩을 나눠줬다. 하지만 김씨는 자기 몫은 1천5백60만원이라며 수령을 거절하고 신씨를 검찰에 고소, 신씨는 결국 횡령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판단 역시 제 각각이었다.
1심 법원은 지난 6월 "신씨가 처음에 자기 돈으로 복권을 구입해 고소인 김씨 등에게 나눠준 만큼 복권을 신씨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유죄를 인정,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신씨가 자신의 돈으로 산 복권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김씨 등에게 양도 또는 증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宋鎭勳 대법관)는 지난 10일 "당첨금은 신씨와 김씨를 포함한 4명의 공유인 만큼 신씨는 유죄"라고 판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2000도4335).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첫 번째 복권 당첨금으로 교환해온 복권을 한 장씩 골라잡아 당첨여부를 확인한 점 등에 비춰보면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당첨 복권의 확인자가 누구인지 따질 것 없이 당첨금 전액이 4명의 공유인 만큼 신씨는 김씨에게 당첨금의 4분의 1인 7백8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