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주최측과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단순 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모(67)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7도8847).
재판부는 "신고된 범위를 현저하게 벗어나 도로교통을 방해한 집회 및 시위에 참가했다고 해서 그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그 참가자가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거나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는 2014년까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고, 집회 당시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대표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조씨가 이 사건 각 집회의 주최자 측과 관련이 있다거나 집회의 신고 범위나 조건, 행진 계획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조씨는 각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으로 보일 뿐, 집회의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조씨는 2015년 3월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개최한 '국민연금 강화·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해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5년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신고된 경로를 이탈해 행진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조씨가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거나 주최자 측과 공모공동정범이 성립될 정도의 순차적·암묵적 의사연락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집회 참가자들은 신고범위를 현저히 벗어나 행진을 함으로써 그 일대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했고, 조씨도 각 집회의 신고범위를 벗어난 차로 점거행위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1심을 뒤집고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