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 수출사기극을 펼친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한국수출입은행 전직 간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박홍석 모뉴엘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고 모뉴엘의 여신한도를 9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려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전 수출입은행 부장 이모(56)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6도644).
재판부는 "이씨는 모뉴엘 측에서 받은 돈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지만, 차용증에 이자에 대한 기록이 없고 모뉴엘도 사실상 돈을 받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를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밝혔다.
이씨는 수출입은행에서 중소기업금융팀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11~12월 모뉴엘의 여신한도를 9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려줬다. 이씨는 그 대가로 박 대표로부터 50만원권 기프트카드 10장을 받고, 이듬해 1월 1억원을 송금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계좌송금 방식을 사용하고 차용증을 작성하는 등 거래흔적을 남기면서 1억원이라는 거액을 뇌물로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1억원은 빌린 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수사 착수 이후인 2014년 12월 이씨가 1억원을 공탁할 때까지 법정이율 5%를 적용한 이자 957만원과 기프트카드 500만원 등 1457만원만 뇌물로 인정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연 3%의 이자를 주기로 약정했다면서도 차용증에는 기록이 없는 점, 모뉴엘 측도 돈을 사실상 포기한 점 등을 근거로 1억원 전체를 뇌물로 판단해 징역 5년과 벌금 1억5000만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