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및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시위를 도운 것에 불과하다면 학교장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H고교 학부모 전모(55)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7124)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30일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며, 폭력·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며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을 요하지는 않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세력을 의미하며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동기, 목적,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을 비롯한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충청남도교육청 앞에서 고교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를 파견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시위를 한 것 자체는 그 장소, 동기, 목적 등에 비춰 충청남도교육청에 대한 업무방해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H고교 교장의 학사운영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을 시위현장으로 인솔해주고 식사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의 집단적인 수업거부행위에 있어 기능적 행위지배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H고교의 학부모인 전씨는 지난 2006년6월께 기숙사공사비를 빼돌리고 재단출연금을 유용하는 등의 학교장비리가 드러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충청남도교육청 앞에서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는 등의 천막시위를 벌이자 버스를 대절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협조를 해 업무방해죄로 기소됐지만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업무방해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되, 교장의 비리가 심각한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