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되지도 않은 피고인의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산입하고, 항소제기일을 착각해 미결구금일수를 잘못 산입하는등 어처구니 없는 법원의 실수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세심한 기록검토등 보다 신중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제1부(주심 柳志潭 대법관)는 지난달18일 정모씨에 대한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위반 상고심(99도4388)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미결구금일수를 본형에 산입한 서울지법의 판결을 파기, '정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자판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단계에서부터 원심판결 선고에 이르기까지 전혀 구속된 흔적이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있지도 아니한 항소심 미결구금일수 76일을 본형에 산입하였는바, 이는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질렀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항소심에서 항소제기일을 착각, 미결구금일수 40일을 잘못 계산한 사실이 대법원 판결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대법원제1부(주심 申性澤 대법관)는 특가법위반(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99도1778)에서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제기일을 99년1월12일로 보아 항소후의 미결구금일수를 80일만 제1심판결에 산입했으나 기록에 의하면 항소제기일은 98년12월7일임이 명백하다"며 "원심 구금일수중 1백20일을 제1심 판결의 형에 산입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실수에 대해 법원관계자는 "법관이 판결문을 작성하면서 이미 컴퓨터에 입력해둔 형식의 삭제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지우지 않거나, 기록을 보면서 착각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은 사소한 실수라고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은 하루가 아쉬운 실정"이라며, "보다 신중한 재판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과중한 업무량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무량 경감 없이는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대법원이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관을 증원하고, 신속 보다는 정확에 주안점을 두도록 하는등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