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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판결] ‘주5일제 도입하며 연월차 휴일수 축소’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일제가 도입되자 현대자동차가 간부사원의 연월차휴가 일수를 줄이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정한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 변경이 아닐 뿐만 아니라 설령 불이익 변경이라고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17년 동일한 쟁점에 대해 서울고법이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최형표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현대자동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2017가합42260)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현대차는 2004년 7월 1일 일반직 과장, 연구직 선임 연구원, 생산직 기장 이상 간부사원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만들어 시행했다. 또 2004년 8월 16일 전체 간부사원 6683명 가운데 89%(5958명)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 변경 신고도 했다. 현대차 간부인 A씨는 2017년 12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통해 연월차휴가일수를 축소한 것은 근로조건에 대한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불이익 변경 시에는 간부사원 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도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무효"라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이전의 취업규칙에 따라 계산한 연월차휴가수당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2003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더라도 토요일을 유급화할지 무급으로 할지는 노사의 선택에 맡겨져 있었는데 현대차는 토요일을 유급으로 정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했고, 연월차휴가수당 감소분이 2005년 연봉조정으로 보전됐을 뿐만 아니라, 연봉은 누적식으로 산정되므로 연봉조정의 효과가 일회성으로 그친다고 볼 수 없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연월차 휴가수당 감소분 연봉조정으로 보전했고 전체 근로자 동의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 있어 재판부는 또 설령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비간부사원을 포함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변경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므로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월차유급휴가 제도가 폐지되고 연차유급휴가일수가 연간 최대 25일로 제한되기는 했지만 금전적 손실을 2005년 연봉인상 조치로 보전 받았고 토요일이 유급휴일로 지정돼 연간 유급휴가일수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또 2003년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이 노사에 취업규칙 개정 의무를 부여했으며, 당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연월차휴가 조정과 주 40시간제 도입이 함께 논의됐는데 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노사 간 분담할 필요성이 전제됐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취업규칙 적용대상인 간부사원의 89%의 동의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과 달리 판결해 상급심 주목 현대차를 대리한 이광선(46·사법연수원 35기) 지평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이나 내용 등이 근로자의 불이익을 고려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2009다32362) 취지에 따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서울고법은 이 취업규칙을 문제 삼아 현대차 간부사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2015나31898)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당시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따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것은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의 당연한 효과이므로 불이익 변경 여부 판단에서 고려할 요소가 아니고, 연월차휴가수당 감소분을 연봉인상으로 보전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연봉인상은 1회적인 것에 그치므로 모든 불이익이 보전된 것은 아니며, 간부사원 취업규칙 변경시 비간부사원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근로기준법
현대자동차
주5일제
연차
월차
박수연 기자
2019-11-25
민사일반
[판결] 이승만·박정희 비판 다큐 '백년전쟁'… 대법원 "방통위 제재 부당"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제재한 조치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방통위 제재가 내려진 지 6년 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청자 제작 전문 TV채널 시민방송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 취소소송(2015두4947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들은 방송법상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심의대상이 보도프로그램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는 전원 동의했지만, '백년전쟁'이 공정성·객관성 및 사자(死者) 명예존중 의무를 지켰는지에 대해선 7대 6으로 의견이 갈렸다. 재판부는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심사할 땐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해 심사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백년전쟁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하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으로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인물 평가는 각자 가치관·역사관에 따라 때로는 상반되게 나타나고, 역사적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며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되는 공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됐어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문 다운로드 그러면서 "방송내용은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기사 등의 자료에 근거한 것으로, 표현 방식이 다소 거칠고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나, 방송 전체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볼 때 그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백년전쟁은 제작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취사선택해 내용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고, 제작의도와 상반된 의견은 전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하지만 과반수를 넘지 못해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이들 재판관들은 "방송이 근거로 내세운 자료들은 역사적 인물인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들 중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선별된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제작 의도에 부합하지 아니하는 내용은 누락하거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부 내용만을 발췌·편집해 마치 그것만이 유일한 사실인 것처럼 꾸몄을 뿐만 아니라, 사용된 표현 역시 저속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점철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모욕적 표현으로 사자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다수의견을 따를 경우 선별·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방송을 해도 '역사 다큐' 형식만 취하면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방송은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다큐멘터리에는 이 전 대통령 사생활과 독립운동 성금 횡령 의혹,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발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해당 프로그램이 특정 자료만을 근거로 편향된 내용을 방송했거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심의 규정상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징계 및 경고 조치 등 제재를 가했고, 시민방송은 재심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특정 자료와 특정 관점에만 기인한 역사적 사실과 위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며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
박정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시민방송
이승만
손현수 기자
2019-11-21
민사일반
[판결](단독) 이사 자기거래시 ‘공정성’ 요건 위배… “신주 발행 무효” 첫 판결
이사가 회생채권으로의 전환이 임박해 경제적 가치가 없는 채권을 회사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취득한 양도금채권을 이용해 주식을 취득한 행위는 불공정 행위로 무효이며 그에 따른 신주발행도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상법 제398조가 개정돼 이사의 자기거래 사건에서 '공정성' 요건이 추가된 이후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주목된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재판장 신원일 지원장)는 회생채무자 A리조트의 공동관리인이 B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 확인의 소(2018가합200456)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리조트와 B사는 모두 C회장이 실제 사주인 곳으로 C회장의 아내 D씨는 B사의 과반수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이사였다. 2016년 A리조트가 영업실적 악화로 회생절차가 임박하자 D씨는 A리조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채권을 B사에 양도했다. 이후 A리조트는 2017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B사는 2018년 신주발행했고 D씨는 주식을 받기 위한 대금(주금납입대금)을 B사에 대한 채권양도대금과 상계처리해 주식을 인수했다. 이에 B사의 주주인 A리조트의 공동관리인이 "A리조트는 회생절차 중이어서 신주인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신주를 발행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신주발행을 사후에 무효로 하는 경우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할 우려가 있어 그 무효 원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다만 신주발행이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거나 기존 주주들의 이익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거래의 안전, 주주와 이해관계인의 이익 등을 고려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속초지원, 신주발행 무효확인 소송‘ 원고승소 판결 이어 "C회장 일가는 A리조트와 B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고 회생계획에 의하면 A리조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해 D씨의 A리조트에 대한 채권은 모두 회생채권으로서 소멸할 예정이었다"며 "D씨가 B사에 채권을 양도할 당시 A리조트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D씨는 실질적으로 가치가 전혀 없는 채권을 B사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양도대금 채권을 취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채권양도는 D씨가 오로지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자기 계산으로 거래한 것으로, 상법 제398조에 위반되는 '현저하게 불공정한 이사의 거래 행위'에 해당돼 효력이 없다"며 "아울러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신주발행은 B사에 심각한 자본부실을 초래하고 지배구조에도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상법 제398조 ‘이사의 자기거래’의 요건 중 하나인 ‘공정성’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그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정성 요건은 이익충돌거래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면서 거래안전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하다가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새로 들어오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된 후 공정성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나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회사의 이사가 사익을 위해 회생채권으로 전환이 임박한 경제적 가치가 없는 채권을 회사에 양도하고 그 대가로 회사로부터 온전한 양도대금 채권을 취득한 거래가 공정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그 정도가 현저해 무효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생채권
신주발행
불공정행위
주식
남가언 기자
2019-11-18
민사일반
[판결](단독) 특정주식 존부에 관한 다툼을 본안으로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 내렸다면
특정 주식의 존부에 대한 다툼을 본안으로 의결권행사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이 내려졌다면 해당 주식은 상법 제371조 1항을 유추적용해 발행주식총수에 산입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A씨(소송대리인 황규경 변호사)가 C사 임원인 B씨 등 7명을 상대로 낸 이사 등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사건(2019카합21290)에서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B씨 등은 C사의 사내이사·감사로서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비료 제조·판매업체인 C사에는 A씨를 비롯해 B씨 등 7명이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C사의 총 주식 수는 자기주식을 포함해 40만3999주로, 이 가운데 A씨가 보유한 주식은 49.72%(20만858주)에 달했다. C사는 지난해 7월 이사회를 개최해 보통주식 60만주에 대한 신주발행결의를 한 뒤 이를 공고했다. 그러자 A씨는 C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신주발행 유지(留止)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은 신주 발행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지만, C사는 그대로 신주발행절차를 진행해 2만5100주를 더 발행했고 A씨의 지분율은 46.81%로 낮아졌다. 이에 A씨는 C사를 상대로 신주발행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4월 1심에서 일부승소 판결을 받은 뒤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이다. 한편 B씨는 지난 5월 C사를 사건 본인으로해 서울중앙지법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신청했다. 법원은 올 7월 이를 받아들여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허가했다. 그런데 주주총회 개최에 앞서 A씨가 낸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심리하고 있던 항소심 법원은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신주발행으로 발행된 신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C사는 A씨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주주총회를 열었고 B씨 등은 의결권 행사가 금지된 주식(2만5100주)을 발행주식총수에 포함시켜 발행주식총수를 42만9099주로, 출석한 주주의 주식수를 21만1203주로 성원 보고한 뒤 집중투표 방식으로 B씨 등을 이사와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임시주총의 이사선임 결의, 의사정족수 미달로 무효” 이에 A씨는 "C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와 감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발생주식총수의 과반수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가 출석해야 하는데, 선행 가처분결정에 의해 의결권행사가 금지된 신주와 자기주식(1만5303주)을 제외하면 주식총수는 38만8696주이기 때문에 내가 출석하지 않으면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이처럼 중대한 하자가 있는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의해 이사와 감사로 선임된 B씨 등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이번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임시주주총회 결의가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법 제368조 1항에 따라 보통결의 요건을 정관에서 달리 정할 수 있으므로 정관에서 특정 안건에 관해 의사정족수를 별도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또 집중투표에 관한 상법 조항이 정관에 규정된 의사정족수 규정을 배제한다고 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 방법으로 하는 경우에도 정관에 규정된 의사정족수는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처럼 특정 주식의 존부 자체에 관한 다툼을 본안으로 해 의결권 행사의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는 해당 주식에도 상법 제371조 1항을 유추적용해 발행주식총수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신주발행 무효의 소와 같이 주식의 존부 자체에 관한 다툼이 있는 경우 의결권행사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 채권자는 해당 신주발행 전 상태를 보전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해당 주식을 발행주식총수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현상유지라는 가처분 목적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A씨를 대리한 황 변호사는 "기존에는 주식 자체는 유효하게 발행됐지만 주식의 이전 등으로 당사자 간에 주식의 귀속에 관해 분쟁이 발생해 진실의 주주라고 주장하는 자가 명의상의 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받았을 경우, 그 명의상의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나 그가 가진 주식 수는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규정한 구 상법(1995. 12. 29. 법률 제50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8조 1항 소정의 정족수 계산의 기초가 되는 '발행주식총수'에는 산입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라는 판례(97다50619)만 있어 논란이 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명시적인 결정이 내려졌다"며 "무효인 신주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려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상법
주식
의결권행사
박수연 기자
2019-11-04
노동·근로
[판결] 정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 한 고령자고용법 시행 전이라면
근로자의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한 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이모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8두4108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1986년 5월 A사에 입사했다. 당시 인사기록카드에 이씨의 생년월일은 1957년 12월 14일이었고, A사 근로자 정년은 58세였다. 사측은 2015년 9월 인사규정을 개정하면서 '직원의 정년기산은 입사 당시 작성된 인사기록카드에 기재된 출생연월일을 기준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근로자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의 동의도 받았다. A사는 새 인사규정이 담긴 취업규칙 등에 따라 2015년 12월 31일 이씨에게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냈다. 이에 이씨는 "2015년 6월 법원에서 생년월일을 1958년 2월로 정정하는 결정을 받았으므로, 이를 기준으로 정년을 계산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는 개정 고령자고용법 제19조 등이 쟁점이 됐다. 이 조항은 2013년 5월 22일 개정돼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7년 1월 1일부터 확대 적용)됐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 등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시행된 이후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이 되도록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은 이 규정에 위반되는 범위에서 무효로 봐야 하고, 이때 정년은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인사기록카드 기준 퇴직처리 적법" 원심파기환송 이어 "그러나 고령자고용법 제19조가 시행되기 전에는 개별 사업장마다 정년 제도의 설정 여부나 기준 등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으므로,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는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하거나 정년의 기산일을 실제 생년월일과 달리 정했더라도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씨의 정년 기산일을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해야하므로 A사가 이씨에게 정년퇴직 인사발령을 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며 노조의 동의를 받는 등 절차적 유효요건을 갖춘데다,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 전이므로 적용대상도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사측이 정년기산 규정을 변경하며 노조 등 직원의 동의를 얻었다하더라도, 이는 이미 확정된 이씨의 정년에 대한 기득권에 관련된 것이므로 본인의 동의 없이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면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정년
고령자고용법
연령차별금지및고령자고용촉진에관한법률
이세현 기자
2018-12-12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전합,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최종 확정(종합)
1941년~1943년 일본 제철소 강제노역에 동원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접수한지 5년만, 2005년 처음 1심 법원에 소송이 접수된지 13년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2013다61381)에서 신일철주금의 상고를 기각하고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에 책임이 없다고 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기속력이 없고, 신일철주금이 구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채무를 승계한다고 판단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으므로, 신일철주금 측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별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최종 결론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일본 법원 판결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보고 구 일본제철에 대한 손배청구권이 신일철주금에 승계됐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에서도 이번 소송과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지만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철주금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원고패소 취지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신일철주금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단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전원합의체 구성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내려졌다. 핵심 쟁점이었던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렸지만, 다수 대법관들의 의견에 따라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개최된 제1차 한일회담에서 이른바 '8개 항목'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무관계에 관한 것이고, 이 8개 항목 중 제5항에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근거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정부가 대한민국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이 제2조의 양국 및 양국 국민간 청구권 등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의 발표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대한민국정부의 입장도, 정부가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전원합의체 구성원 과반수 이상인 7명이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쟁점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혀 이 의견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됐다. 이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한·일 청구권협정의 문맥, 청구권협정의 목적 등에 비추어 청구권협정의 문언에 나타난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할 경우, 청구권협정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과 그 포기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은데도 명시적 근거 없이 이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2012년 5월 24일 선고된 환송판결에서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그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재상고심인 이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상고 기각이라는 결론은 같으나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이다.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는 포함되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들은 피고(신일철주금)를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역시 다수의견과 상고 기각이라는 결론은 같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이다. 반면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피해자들에게는 우리 정부가 보상을 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가지는 개인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되었으므로, 피해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국내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로써 행사하는 것 역시 제한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청구권협정이 헌법이나 국제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이 좋든 싫든 그 문언과 내용에 따라 지켜야 한다"며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는 지금이라도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다른 상고이유 주장도 배척함으로써, 피고가 원고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원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0892085928_18344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는 이 사건 소송을 낸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4)옹이 참석했다. 그는 판결 이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혼자 남아 선고를 듣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사건은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제기됐다. 1,2심 법원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고패소판결을 했지만, 사건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취지로 파기환송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 민사1부(당시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판결의 국내 기판력을 우리 법원이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인정한 첫 사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된 이들 사건에 대해 "헌법 규정에 비춰볼 때 일제강점기는 규범적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천명했다. 이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 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협정에 의해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비춰보면 이씨 등의 손해배상청구권 등 개인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면책 근거로 들었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성격도 명확히 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서울고법은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일본 기업이 재상고해 사건이 대법원으로 다시 올라왔다. 판결문 다운로드 그런데 이 판결이 나오기 불과 2주전 대법원 다른 소부 재판부는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사실이 최근 뒤늦게 확인됐다. 2주 상간에 대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선고됐던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판결이다. 2012년 5월 10일 대법원 민사2부(당시 주심 이상훈 전 대법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2012다12863). 법원은 김능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판결 이전에는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개별적인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일 청구권협정과 같은 일괄처리협정(lump sum agreements)은 국제분쟁의 해결·예방을 위하여 국제적으로 흔히 채택되는 방식이며, 한일협정은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서 비롯된 미해결 문제를 일괄타결의 방법으로 청산하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통한 외교행위였으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된 국내에서의 법리적 논란을 모두 일단락되게 됐지만, 이번 판결 선고 결과가 한·일 외교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정부는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자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항의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의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도 담화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는 것"이라며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하길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노 외무상은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ICJ 제소 등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승소가 확정됐지만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집행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다른 피해자들의 줄소송도 예상되지만, 피고인 일본기업들이 배상금 지급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일본기업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강제집행이 불가피한데 사실상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데다 일본 법원에서 이미 피해자들에게 패소 확정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피고인 일본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강제집행만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전원합의체
이세현 기자
2018-10-30
헌법사건
‘경찰의 집회참가자 촬영행위’ 간신히 위헌 면해
세월호 집회에 참가한 로스쿨생들이 경찰의 집회 참가자 채증 촬영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기각됐다. 과반수의 재판관들은 이 같은 채증 촬영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지만 위헌정족수인 6명에는 1명이 모자랐다. 헌재는 김모씨 등 4명이 "경찰의 집회 참가자 촬영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사건(2014헌마843)에서 재판관 4대 5의 의견으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집회 참가자 촬영의 근거인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 자체가 기본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제정된 경찰청 내부의 행정규칙에 불과하고, 청구인들은 구체적인 촬영행위에 의해 비로소 기본권을 제한받게 되므로 채증규칙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채증규칙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은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그러나 경찰의 집회 참가자 촬영행위에 대해서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헌재는 "미신고 옥외집회·시위 또는 신고범위를 넘는 집회·시위에서 주최자에 대한 집시법 위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수집된 자료는 주최자의 집시법 위반에 대한 증거와 양형자료가 될 수 있고, 집회·시위 과정에서 새롭게 옥외집회·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경찰이 집시법을 위반한 사람을 발견·확보하고 증거를 수집·보전하기 위해서는 미신고 옥외집회·시위 또는 신고범위를 넘는 집회·시위의 단순 참자자들에 대해서도 촬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진성 소장과 김이수·강일원·이선애·유남석 재판관은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촬영행위는 개인의 집회의 자유 등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가 진행 중에 있거나 그 직후에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며 "해당 집회는 평화적이었으므로 미신고 집회로 변해 집회주최자의 불법행위가 성립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김씨 등은 2014년 8월 자신들이 다니던 학교 앞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까지 행진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집회에 참가했다. 집회는 원래 서울 중구의 한 신문사 앞까지만 진행하는 것으로 신고가 돼 있었지만 집회참가자들은 이보다 100m 정도 더 지난 지점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이 신고된 지점을 지나자 경찰은 불법행진이라며 경고하고 참가자들을 촬영했다. 김씨 등은 "경찰의 촬영행위와 그 근거가 되는 채증활동규칙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4년 10월 헌법소원을 냈다.
촬영행위
집회
로스쿨생
세월호
이세현 기자
2018-09-05
노동·근로
[판결](단독) “관행 무시한 일방적 정년퇴직처리 무효”
정년을 맞은 근로자의 퇴직일을 '그해 12월 31일'로 보는 사내 관행이 있는데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만 나이가 도래하는 날' 근로자를 정년 퇴직시킨 것은 부당 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 구성원들이 관행을 규범적인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사실상 그 같은 취업규칙이 존재하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이에 비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고칠 때는 동의를 얻는 등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등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38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반도체업체인 A사에 다니다 정년을 맞은 해의 12월 31일 전에 퇴직 처리된 구모씨 등 3명(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2017나2041895)에서 최근 1심과 같이 원고승소 판결했다. A사 안산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구씨 등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사이에 각자 만 57세가 되던 날 정년 퇴직 처리됐다. 2009년 개정된 A사의 취업규칙에는 정년퇴직과 관련해 '정년 57세가 됐을 경우 퇴직한다'는 내용만 있었다. 그러나 구씨 등 소송을 낸 3명을 제외하고 1995년부터 2017년까지 A사에서 정년 퇴직한 근로자 12명 가운데 노조위원장 임기만료일에 퇴직한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만 57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에 퇴직했다. A사는 2013년 11월 갑자기 전 직원을 상대로 '취업규칙 적용 관련 휴가 등 사용 안내' 문건을 보내 정년퇴직 시점은 '만 57세 도달시'라는 내용을 공지했었다. 재판부는 "A사의 취업규칙은 '정년 57세가 됐을 경우 퇴직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정년퇴직 일자는 특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A사 내부에서는 그 의미가 '정년이 됐을 경우 그 해 말일에 퇴직한다'는 것으로 해석·적용돼 왔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내부에 근로자가 57세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 그 해의 말일을 퇴직일로 보는 취업규칙이 존재했음에도 회사가 2013년 11월 '만 57세 도달 시에 퇴직 조치한다'고 공지함으로써 취업규칙 중 정년퇴직에 관한 조항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은 기존의 정년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하는데 A사는 일방적으로 변경한 취업규칙을 적용해 구씨 등을 퇴직 처리했으므로 이는 부당한 해고에 해당돼 무효"라고 했다. 또 "근로관계는 해고 이후에도 근로관계 종료사유 발생일(정년을 맞은 그해 12월 31일)까지 유효하고 회사의 귀책사유로 구씨 등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므로 회사는 구씨 등에게 계속 근무했더라면 지급했을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2016년 1월 퇴직한 구씨에게는 2300여만원, 2015년 4월 퇴직한 김씨에게는 2000여만원, 2016년 5월 퇴직 후 사망한 이씨의 경우에는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근로기준법
취업규칙
퇴직
근로 자
손현수 기자
2018-04-05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결] "저성과자 일방적 연봉 감액·인사 무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업무 저성과자의 연봉을 감액하고 이들을 개별 관리·감독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근로자가 이 같은 불법적인 프로그램에 따른 인사발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 역시 위법하다는 취지다. 근로기준법 제94조 1항 등은 사측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때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하나저축은행 직원 박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7구합68080)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2016년 7월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정한 것으로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며 "이는 최초 편입시 직전 연도 총연봉의 10%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고 개인별 목표달성률이 70% 미만이면 경고하고 직전 총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을 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을 새롭게 정하고 있으므로 명백히 근로조건이 근로자에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은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근로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은 사실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며 "따라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박씨에게 효력이 없고 그에 따른 인사발령도 무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과 인사발령 자체가 무효이므로 박씨가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영업추진역으로 업무수행을 거부한 것을 정당한 징계사유로 볼 수 없다"며 "박씨에 대한 면직 처분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2012년 경력직 차장으로 입사했다. 하나저축은행은 2015년 7월 저성과자로 분류되는 근로자에게 정상적 업무역량 및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내용의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박씨 등을 영업추진역으로 발령냈으나 실제 프로그램 내용 등은 정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영업추진역으로 편입된 근로자의 연봉을 감액하고 섭외활동기록부를 매일 작성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에 반발한 박씨는 프로그램 동의서 작성 및 개인여신목표 설정, 섭외활동기록부 작성 등을 거부했고, 사측은 2016년 8월 박씨에게 두 차례 서면경고를 한 뒤 같은 달 면직 처분했다. 박씨는 2016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데 이어 2017년 중앙노동위원회에 낸 재심신청마저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취업규칙
연봉
근로자
해고
근로기준법
손현수 기자
2018-03-26
민사일반
[판결] "아파트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하려면 입주민 80% 동의 있어야"
아파트에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입주민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입주자 38명이 강서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무효확인소송(2016나2061083)에서 최근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A아파트는 2016년 무인 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경비원 44명을 모두 해고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앞서 2015년 8월 무인 경비시스템을 설치하는 안건이 포함된 장기수선계획안을 의결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후 총 660세대 중 316세대만이 무인시스템 도입을 찬성해 과반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도, 2016년 2월 회의를 열어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안을 재의결해 가결시켰다. 이에 반발한 김씨 등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이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의는 묵시적으로 경비실에 경비원들이 더 이상 근무하지 않거나 일부 라인에서만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이 같은 결의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주택법에 따른 경비실이 위치한 동의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관할 관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결의 전후로 동의를 받았거나 허가를 받았다는 것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구 주택법 제42조 2항과 주택법 시행령 제47조는 '부대시설 및 입주자 공유인 복리시설을 용도폐지하기 위해서는 입주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지방자치단체 장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항소심도 김씨 등에게 승소 판결했지만 이유는 조금 달랐다. 무인 경비시스템 설치는 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입주민의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인 경비시스템 설치로 공용부분이 변경되고 일부 부대시설이 용도폐지가 되는 등 구분소유자들의 아파트에 관한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된다"며 "무인 경비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및 공동주택관리법의 특별규정에 의한 완화된 결의요건이 아닌 집합건물법의 규정에 의한 원칙적 결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무인경비 시스템 설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리단 집회에서 입주민의 4분의 3 이상의 결의나, 입주민의 5분의 4 이상이 합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A아파트에서는)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을 위한 관리단 집회의 결의나 그에 갈음하는 구분소유자 등의 합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무인 경비시스템 도입 안건에 집합건물법이 아니라 주택법 또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적용되더라도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자 등에게서 받았다고 주장하는 서면동의는 절차적 하자가 있고 과반수 요건도 갖추지 못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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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회의
주택법
이장호 기자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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