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가 사랑의교회에 공로를 사실상 영구 점유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구민들이 주민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방자치법 제17조 1항은 지자체의 공금 지출이나 재산의 취득·관리·처분에 관한 사항, 지자체가 당사자인 매매·임차·도급 계약 등의 체결·이행에 관한 사항 등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지자체의 위법한 예산집행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납세자 소송'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7일 황일근(45) 전 구의원 등 서초구 주민 6명이 구청을 상대로 "사랑의교회에 내준 도로점용과 건축허가를 취소하라"며 낸 도로점용허가처분 무효확인소송(2014두8490)에서 도로점용허가에 관한 주위적, 예비적 청구 및 도로점용허가와 관련한 손해배상요구에 관한 청구에 대해 각하 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에따라 서울행정법원은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 허가가 정당한 것인지 등을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야 한다.
재판부는 "도로 등 공용물을 특정 개인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점용허가가 본래의 기능이나 목적과 무관하게 이뤄진 경우에는 주민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랑의교회가 취득한 점용허가는 특정 종교단체로 하여금 지하에 건설되는 종교시설 부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어서 그 용도가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랑의교회에 내준 도로점용허가는 지하부분을 제3자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임대와 유사하고, 지하공간을 원상회복 하는 것이 불가능해 실질적으로 영구 점용을 허가한 것인데도 주민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자체 소유 도로의 지하부분을 특정 종교단체가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한 행위는 지자체 재산을 임대한 행위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공익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본 판결"이라며 "지자체들이 공공이 이용해야 할 도로를 특정인에게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도록 특혜를 주는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2010년 신축 중인 사랑의교회 건물의 일부와 교회 소유의 도로 일부를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서초역 일대 참나리길 지하공간 1077.98㎡를 쓰도록 도로점용과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이에 황 의원과 주민들은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해 "구청의 허가는 위법·부당하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하지만 서초구가 감사 결과에 불복하자 주민소송을 냈다.
1,2심은 "도로점용 허가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물건 또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도로점용 허가는 주민소송 대상이 아니다"라며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