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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박정희정권 시절 옥고' 한승헌 前 감사원장, 국가 배상 항소심도 승소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한승헌 전 감사원장이 박정희정권 시절 연루됐던 시국사건으로 치른 옥고에 대해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44년만의 일이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한 전 원장과 부인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나2050575)에서 최근 1심과 같이 "국가는 3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한 전 원장은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 당한 고(故) 김규남 의원을 애도하는 수필 '어떤 조사'를 1972년 여성동아에 발표하고, 2년 뒤 이 글을 자신의 저서에 실었다. 3년 뒤 그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1975년 구속 기소됐다. 한 변호사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고, 2심을 거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292일간 구치소에 수감됐고, 8년 5개월간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2017년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한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한 전 원장을 불법으로 가두고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며 "보편적 자유와 기본적 인권을 조직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전 원장은 가혹행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수년간 생업을 이어갈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40여년간 억울한 누명을 쓰는 사회적 불이익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1983년 사면 받은 이후에도 가족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승헌
박정희정권
시국사건
손해배상
유럽간첩단사건
손현수 기자
2019-02-08
형사일반
[판결](단독) “특정 구청장 후보지지” 글 올린 블로거에 금품… 벌금 300만원
지방선거에서 특정 구청장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달라고 하고 해당 블로거에 돈을 준 20대 회사원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모(23)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2018고합1162). SNS 마케팅업에 종사하던 윤씨는 지난해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부산 A구청장 후보자 B씨를 홍보하기 위해 C홍보업체 운영자 D씨에게 "건당 8만원을 줄테니 블로그에 B씨를 홍보해달라"고 의뢰했다. D씨는 전문 블로그인 E씨 등 2명에게 B씨를 홍보하는 글을 전달하며 블로그에 게시하도록 한 다음 두 사람에 1만5000원씩을 줬다. 윤씨는 D씨가 두 블로거를 통해 B씨 홍보글을 게시한 것을 확인한 다음 16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은 공정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선거운동의 과열을 막고 선거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보장하고자 선거운동 기간과 방법 및 선거운동과 관련한 금품 제공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윤씨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선거운동의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실제로 제공한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윤씨는 또 부산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의 조사가 시작되자 먼저 지도과 소속 한모씨에게 전화해 '조사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따지거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타인의 계좌를 사용한 경위 등에 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금품 액수가 비교적 경미하며 20대 초반 청년의 초범이라는 점은 감안해 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문자·음성·화상·동영상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게시하거나 전자우편·문자메시지로 전송하게 하고 그 대가로 금품, 그밖에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공직선거법
금품제공
지방선거
박수연
2019-02-07
형사일반
[판결] 세월호 사고 때 해경이 '가만있으라' 허위 유포… 항소심 무죄
세월호 사고 당시 해양경찰이 승객들에게 '가만있으라'고 방송을 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5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부 이성복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형을 내린 1심을 취소하고 무죄를 선고했다(2016노3207). A씨는 2014년 5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경악할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 '가만있으라'는 방송은 선장이나 선원이 한 것이 아니라 해경이 선장과 선원을 구조한 후에 조타실을 장악하여 승객들을 죽일 작정으로 한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건은 검찰이 2014년 9월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응하기로 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전담팀을 꾸린 뒤 기소한 첫 사례다. 앞서 1심은 "A씨가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에 관해 정당한 문제 제기 수준을 넘어 허위사실을 적시해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해경이 선내 방송을 했다는 소명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점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가 해당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글을 올렸다고 보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많은 의혹을 낳았고 진상 조사에도 불구하고 '가만 있으라'는 방송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며 "해경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검사가 해야 하고 사실 입증 책임을 A씨에게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관련 기사를 링크하거나 사진을 첨부하는 등 자신의 주장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나름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었다"며 "설사 해당 게시글이 허위라 해도 진씨로서는 의혹을 제기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만약 해경이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형사처벌을 굴레 삼아 어떤 문제 제기나 의혹 제기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나 문제 제기마저 틀어막는 결과가 된다"며 "건전한 토론을 통해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손현수 기자
2018-12-26
군사·병역
[판결] 대법원 전합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정당한 사유' 해당"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이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공식 인정되게 됐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지만, 14년만에 이를 바꿔 '비(非)범죄화'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0912).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병역법 제88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사정이 대다수의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불가결한 전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양심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며 양심에 따라 결정을 하는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면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사람의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그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함으로써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한 모습으로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그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다운로드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하고,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설령 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헌재는 지난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며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같이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같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는 의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수와 현실적으로 그들을 병력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결정에 따라 조만간 대체복무제도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 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며 "따라서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 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대법관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는 특정한 입영기일에 입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즉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재는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하고,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만 외부적 자유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고 이같은 법리는 유지돼야 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처벌규정 등 제재가 갖는 규범적 타당성에 비춰볼 때 다수의견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마치 위헌·위법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도 없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전에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급효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론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양심의 자유 본질의 관점에서 보호되는 경우를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1050255907_14305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양심적병역거부
병역법
종교적신념
박수연 기자
2018-11-01
민사일반
[판결] 이정희에 '종북' 표현 논란 변희재… 대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국회의원 등 공인에게 '종북·주사파'라는 표현을 쓴 것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이정희(49·사법연수원 29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인 심재환(60·28기) 변호사가 변희재 주간미디어 워치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4다61654)에서 "변씨는 이 전 대표 부부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며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 '종북', '주사파' 등의 표현행위는 의견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원고들(이 전 대표 부부)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적인물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5명의 대법관은 "변씨 등이 주사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맥락과 글 전체의 취지를 보면, 이 전 대표 부부가 '주사파 또는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음으로써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며 "특히 부부인 원고들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이데올로그인 심 변호사가 이 전 대표를 조종하고 이용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평가한 부분은 여성 비하적인 관점을 전제로 이 전 대표가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사고 능력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으로서 이 전 대표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판결문 다운로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0892042160_183402.pdf)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변씨는 2012년 3월 12일부터 24일까지 자신의 SNS에 이 전 대표와 심 변호사를 비판하면서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 등의 표현을 썼다. 이 전 대표 부부는 이같은 글을 올린 변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변씨의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변씨에게 1500만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한편 변씨는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태블릿PC 관련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가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지난 5월 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전원합의체
종북
이정희
명예훼손
이세현 기자
2018-10-30
선거·정치
형사일반
[판결] '국민의당 제보조작' 이준서 前 최고위원, 징역 8개월 확정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특혜 의혹 제보를 조작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0447). 재판부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 하에서의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고 공직선거에 있어 후보자의 공직담당적격을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근거가 박약한 의혹의 제기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경우 임박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오도하는 중대한 결과가 야기돼 오히려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의혹이 진실인 것으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선대위 2030희망위원회 위원장이던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대선 기간 당원인 이유미씨에게 준용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뒷받침할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수차례 요구한 뒤 조작된 자료를 공명선거추진단에 넘겨 공개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최고위원의 지시를 받은 이씨는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특혜 의혹에 관한 육성증언 파일과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허위로 만들어내 제보했고 이 자료는 국민의당 당직자들에 의해 그대로 공개됐다. 1,2심은 "선거 과정의 의혹 제기는 후보자 명예훼손은 물론 유권자 선택이 오도되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무제한 허용돼선 안 되고 진실로 믿을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야 한다"며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2심은 재판 중 보석으로 석방된 이 전 위원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통보받는대로 이 전 위원에 대한 형 집행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12일 구속된 이 전 위원은 7개월 27일 동안 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아 남은 형기가 3일에 불과한 상태다. 대법원은 이날 조작된 제보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5월 5일과 7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준용씨 관련 내용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에게도 각각 벌금 10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직접 제보 내용을 조작한 이유미씨는 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은 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문준용
취업특혜
공직선거법위반
조작
유포
이세현 기자
2018-09-28
선거·정치
[판결]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이제영 검사 모두 실형
2013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74)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23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남 전 원장에게 징역을 선고하며 함께 기소된 장호중(51·사법연수원 21기) 전 부산지검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이제영(44·30기) 검사에게는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2017고합1162). 또 서천호(58) 전 국정원 2차장에게 징역 2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김진홍(58)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 징역 2년을, 문정욱(59) 전 국익정보국장에게 징역 2년에 자격정지 1년을, 고일현(56) 전 종합분석국장에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을, 하경준(62) 전 국정원 대변인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날 실형 선고에 따라 구속기간 만료로 지난 15일 석방됐던 김 전 단장과 문 전 국장은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통해 국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관여했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며 "남 전 원장 등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수사와 재판에 협조했다면 국정원이 과오를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만 전모가 밝혀질 경우 발생할 불이익이나 새 정부가 받을 부담 등을 빌미로 조직적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은 사법 정의의 초석이기에 이를 방해하는 범죄는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목적이 무엇이었든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남 원장 등은 2013년 4월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이 수사가 본격화되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위장 사무실과 허위·조작된 서류를 만드는 등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국정원 직원 8명에게 '심리전단 사이버 활동은 정당한 대북 심리전 활동이고, 직원들이 작성한 글은 개인적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는 TF 대응 기조에 따라 검찰 수사와 법원에 나가 실체와 다른 진술을 하도록 지침을 내린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서울중앙지검2차장)은 지난해 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국정원법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남 전 원장과 하 전 국정원 대변인을 기소했다. 검찰은 남 전 원장 등을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한 서 전 국정원 2차장 등 국정원 관계자와 장 검사장 등 국정원 파견 전·현직 검찰 간부 등 관련자 6명과 공범으로 지목했다.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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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집행방해
이순규 기자
2018-05-23
노동·근로
[판결] '민중총궐기'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징역 3년 확정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불법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상균(55·구속기소)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2016노2071)을 31일 확정했다(2016도21077). 재판부는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집시법은 국회의사당 인근 옥외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하면서 별도의 해산 요건을 정하지 않고 있다"며 "경찰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개최된 옥외집회·시위에 대해 곧바로 해산을 명할 수 있어 이에 불응한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위원장의 경찰관 A씨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업무상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사실만 인정될뿐 별다른 치료 없이 그대로 복귀해 정상 생활을 영위했다는 점을 볼 때 상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에 대해서도 "건설노조 조합원 등이 경찰버스에 밧줄을 묶어 잡아당긴 시간과 한 위원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에 차이가 있다"며 "건설노조 조합원이 밧줄을 당겨 차벽트럭이 손상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 위원장은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옥외집회·시위가 금지된 국회의사당 인근 등에서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민주노총 회원 등 수만 명이 모였던 당시 집회에서 140여명이 다치고 51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그는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범국민 추모행동'을 비롯해 2012년부터 2015년 9월까지 크고 작은 집회 12건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일반교통방해 등)도 받았다. 1심은 "한 위원장이 불법행위를 지도하고 선동해 큰 책임이 인정된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경찰의 일부 조치가 시위대를 자극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며 사회 각계 인사들의 탄원 등을 고려해 징역 3년과 벌금 50만원으로 감형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출신으로 민주노총 첫 직선제 위원장인 한 위원장의 실형이 확정되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촛불 민주주의 혁명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사법부의 판결기준은 청산해야 할 과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 선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정권이 민중총궐기 등 각종 집회에서 사용한 차벽과 물대포 자체가 위헌이자 불법적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샤란 버로우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은 전날인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64·사법연수원 12기) 대통령을 만나 한 위원장의 석방을 공식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로우 총장은 같은날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한국노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한 위원장 석방과 최저임금 인상,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87호와 98호 비준 등도 요구했다. ILO 협약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는 교사·공무원·해직자 등 군인·경찰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시위
집회
민주노동조합
강한 기자
2017-05-31
[판결](단독) “노조 재정서류 조합원에 열람허가 해야”
노동조합의 재정과 관련한 서류에 대해 조합원이 열람을 요청하면 조합은 열람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확정됐다. 노조의 재무 서류에 대해 조합원이 열람청구권을 가지는지 학설의 대립이 있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주목된다. 노조의 재정비리를 막고 노조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선모씨 등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한일고속지부 소속 근로자 등 2명이 "조합의 경리장부와 직무수당 등 재정관련 서류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허용해 달라"며 노조지부를 상대로 낸 문서 열람등 허가 청구소송(2016다264037)에서 "피고는 서류의 열람을 허용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선씨 등 2명은 2015년 조합의 재정관련 서류에 대한 열람과 등사를 조합에 요청했지만 조합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2년 넘게 이어진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조합원이 조합의 회계장부와 증빙자료 등을 열람·등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 여부였다. 노동조합법 제26조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을 공표하여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 제14조는 '노동조합은 조합설립일부터 30일이내에 조합원 명부와 규약,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작성해 그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고 3년간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씨 등은 이 규정들이 조합원의 열람등사청구권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 규정들은 결산결과와 노동조합의 운영상황을 열람하게 할 의무를 부과할 뿐 회계장부 및 그 증빙자료 등의 열람 및 등사를 해줄 의무까지 인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조합은 해당 서류들을 열람하게 하라"며 선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2015나2054842). 재판부는 "비록 노동조합법 제14조가 서류의 '비치', '보존'만 규정하고 '열람'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이 규정의 취지는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직 유지를 위해 노동조합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고, 조합의 재정적 기반이 주로 조합원들이 내는 조합비로 이뤄지므로 그 운영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조합민주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법 제26조의 '공표'는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림'의 의미여서 열람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에서 열람대상은 공표물뿐만 아니라 공표물의 결산결과와 운영상황에 대해 조합이 보관중인 자료까지 포함한다"면서 "노동조합이 자신의 재정집행을 조합원에 기밀로 두어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들은 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재정서류의 등본을 만들어 외부로 반출할 권리까지 보장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등사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노조 측의 상고를 기각해 그대로 확정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합원의 열람청구권은 조합원과 노동조합 사이의 권리·의무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어서 노동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었다"며 "이번 판결은 조합원에게 열람청구권만 있고 등사청구권은 없다는 점을 명백히 선언하였고,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원심판결을 유지해 해당 쟁점을 정리한 것으로써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노조법이 노조운영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두고 있는 장치가 '공표'와 '비치'이므로 이를 열람하는 것은 구성원들의 정당한 권한"이라며 "이번 판결은 노조 내부 운영에 대한 민주주의, 운영의 투명성이라는 원칙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환춘(44·변시5회)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노동조합 재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의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만 열람을 통해 위법, 부정이 발견되면 조합원 총회 등을 통해 문제제기 혹은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면서 등사는 허용하지 않았는데, 회계서류의 부정은 조합원 개인이 열람만으로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현 기자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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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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