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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결] 지카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 브라질에 공급한 국내 업체… ‘766억 가격조작 혐의 등’ 무죄
2016년 유행했던 '지카바이러스' 신속 진단키트를 개발해 브라질 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던 국내 기업이 수출 대금을 부풀려 받고 766억 원 상당의 수출 가격을 조작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의 공급 계약상 특수한 계약 조건은 거래 당사자 간 자유롭고 정상적인 교섭의 결과라는 취지다. 인천지법 형사15부(당시 재판장 이규훈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6일 관세법 위반(가격 조작),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사와 창업자이자 전 대표이사인 B 씨(변호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조성권, 김상동, 류창범, 이종은 변호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2021고합924).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ZIKV)는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최초로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최근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경 브라질에서는 지카, 뎅기, 치쿤구니아 바이러스가 유행했다. 그 중 지카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었고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전세계에 전파될 우려가 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A 사는 2016년 1월 세계 최초로 지카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했다. 이 진단키트는 소량의 혈액을 이용해 약 10~15분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 사는 같은 해 10월 경 지카바이러스 신속진단키트 등 수천만 개를 브라질 주립 제약회사인 C 사에 독점 판매하는 내용으로 대규모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C 사는 브라질 보건복지부를 통해 브라질 국민에게 공급할 키트를 A 사로부터 납품받았다. A 사가 제조할 진단키트의 교차반응을 제거하면 효능을 더욱 상승시킬 수 있었는데, 공급계약서에는 이 과정에서 필요한 특수한 바이러스 단백질 재조합 원료물질(특수블로커)을 C 사가 지정하는 업체로부터 구입해 투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C 사와의 대규모 진단키트 공급 계약 체결 후 A 사의 주가는 급등했고, 국내 투자전문회사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검찰은 A 사가 C 사로 하여금 브라질 선거자금 등 비자금을 조성하게 할 목적으로, 수출가격을 진단키트의 거래가격을 부풀려 수출했고, 수출가격을 조작해 신고했다고 봤다. 또 부풀려진 매출실적을 홍보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코스닥 상장 등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봤다. 검찰은 A 사가 제조한 진단키트에 투입된 특수 블로커는 아무런 효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입해 물품대금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A 사와 전 대표이사인 B 씨를 관세법 위반(가격조작, 부정수입, 허위신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A 사와 C 사간 공급 계약상 원재료 조달에 관한 특수한 계약 조건은 거래 당사자 사이의 자유롭고 정상적인 교섭의 결과로, 이와 같이 거래 당사자의 고유한 거래상 필요를 반영해 체결된 계약의 내용은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2016년 무렵 지카 바이러스 등이 동시 유행하던 브라질의 상황, 범용 블로커와 특수 블로커의 차이점 등을 종합해보면 (양 사의 공급계약에 등장하는) 이 사건 블로커는 특수 블로커로서의 효능 내지 가치가 있어 A 사의 진단키트 제조에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기존 물질에 비해 가격이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그 수입가격의 책정이 부당하거나 조작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으로 참여한 조성권(56·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최근 검찰에서는 국내기업의 해외수출과 관련해 수출입 가격조작 등 관세법 위반 외에도 조세법 위반, 국외재산도피, 사기 등 다수 범죄를 통합적으로 기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는 관세팀과 조세팀을 비롯해 형사송무팀, 헬스케어팀이 합심해 A 사의 신속진단키트 구조 등을 재판부에 설명하고 과학적 검증, 전문가 증언 등을 통해 입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도 대기업만큼 큰 규모의 형사 사건이 발생하고 있고, 이 사건처럼 신산업의 국제 거래관계에 있어 발생하는 법률 이슈에 대해 통합 기소되는 경우가 많아 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수출
진단키트
가격조작
한수현 기자
2023-04-23
군사·병역
행정사건
[판결] 위법한 파면·정직 징계로 9년간 현역 복무 못하고 정년으로 전역… "연령정년 연장돼야"
[대법원 판결] 위법한 파면·정직 등 징계처분과 현역복무 부적합 전역명령 등으로 약 9년 동안 복무의 기회를 박탈 당한 후 정년 전역명령을 받게 된 경우, 복무하지 못한 기간만큼 기존 계급의 연령정년이 연장된다는 대법원 판결.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여전히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 다만 대법원은 진급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그를 전제로 진급된 지위에서의 현역 지위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 대법원 특별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 2020두53545(2023년 3월 16일 판결) [판결 결과]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현역의 지위 확인 등 청구의 소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중 예비적청구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 [쟁점] 군인사법상의 계급별 연령정년이 예외적으로 연장되는 경우 및 그 경우 연장되는 기간의 범위 [사실관계와 1,2심] 2000년 제14회 군법무관임용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의 수료 후 2003년 4월부터 군법무관으로 재직해 2008년 10월 당시 소령이었던 A 씨는 같은해 7월 국방부가 일부 도서를 불온서적이라고 정한 데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 씨 등은 2009년 3월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내 군 기강을 문란케 했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받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A 씨는 파면처분을 받고 제적 및 보충역 편입됐다. 이후 다음달께 A 씨는 파면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 8월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됐다. 다음달 복직한 A 씨에게 육군참모총장은 그해 10월 판결 결과를 반영해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 씨는 해당 정직 처분 등을 이유로 현역복무부적합자조사위원회에 회부돼 같은해 12월 부적합자임이 의결됐다. 국방부장관은 이듬해 1월 전역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A 씨에 대해 전역 명령을 했고, A 씨는 국방부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정직 처분과 최초 전역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에서 정당한 징계사유에 의한 처분이 아니라 위법하다며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에서 두 처분 모두를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돼 2018년 8월 확정됐다. A 씨의 최초 전역 명령이 취소되자 국방부장관은 약 20일 뒤 'A 씨가 2015년 7월 22일 군인사법 제8조의 소령 계급 연령정년인 45세에 도달했다'는 이유로 2015년 8월 31일자 정년 전역 및 퇴직 명령을 했다. A 씨는 "위법한 파면처분과 전역 명령으로 중령 진급기회를 상실했는데,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을 도과했다는 이유로 국방부장관의 정년 전역과 퇴역 명령은 위법해 취소돼야 하며 △그 효력이 없는 이상 국가를 상대로 현역 지위 확인을 구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1심은 A 씨가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지만 정년전역 및 퇴역명령 취소에 대한 청구는 각하했다. 2심은 A 씨가 2심에서 추가한 주위적 청구인 중령 지위확인 청구 및 현역 지위확인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판단(요지)] △주위적 청구(정년 전역 명령을 받을 당시 소령 계급이었던 A 씨가 현역 중령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함) "군인사법에 따른 진급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은 A 씨가 현역 중령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정상적인 직무수행의 기회가 제공됐다면 당연히 중령으로 진급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인정하기 어려워 주위적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에 잘못이 없다." △예비적 청구(현역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함) "대법원은 구 국가정보원직원법 제22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계급정년이 문제된 사안(2005두7273)에서 '계급정년의 적용을 받는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이 직권면직처분에 의해 면직됐다가 직권면직처분이 무효임이 확인되거나 취소돼 복귀한 경우, 직권면직처분 때문에 사실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었던 기간 동안 승진 심사를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직권면직기간은 계급정년기간에 포함될 것이나, 직권면직처분이 법령상의 직권면직사유 없이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고 그러한 직권면직처분으로 인해 줄어든 직무수행기간 때문에 당해 공무원이 상위 계급으로 승진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까지 직권면직기간을 계급정년기간에 포함한다면 헌법 제7조 제2항 소정의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므로예외적으로 직권면직기간이 계급정년기간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군인이 임용권자로부터 파면 등 징계, 전역명령 등 신분상 불이익처분을 받았으나 그것이 확정판결에 의해 위법한 것으로 확인돼 복귀하는 과정에서 연령정년의 경과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로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군기를 중시하고 집단적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군대의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신분상 불이익처분이 법령상 정당한 근거 없이 임명권자의 일방적이고 중대한 귀책사유에 기한 것이고 △그 불이익처분으로 인해 해당 계급에서 상위 계급으로 진급함에 필요한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실질적으로 침해·제한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며 △이를 용인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까지 이르러 일반 불법행위의 법리에 의한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그 위법성을 도저히 치유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앞선 대법원 판결의 법리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때 '연령'이라는 기준의 불가역적인 성질에 비춰 이러한 경위로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봐야 한다. A 씨는 파면처분 등에 관한 재판 결과로 중대·명백하고 위헌적인 부당함이 거듭 확인된 신분상 불이익처분으로 인해 상당 기간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에 처했다. 이처럼 줄어든 직무수행기간 때문에 진급심사를 받을 기회를 실질적으로 상실했고 그 결과 해당 계급이 예정한 정상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급별 연령정년에 이르러 결국 진급할 수 없게 됐다. 앞선 재판 결과에서 확인된 임용권자의 거듭된 불이익처분의 위법성과 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춰 A 씨의 귀책 없이 초래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도래한 계급별 연령정년을 A 씨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군인사법상 계급별 연령정년의 입법취지는 물론 헌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공무원의 신분보장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소령 계급의 연령정년이 연장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에 A 씨는 군인사법에 따른 공식적인 정년 전역 및 퇴역 처리에도 불구하고 진급심사에 필요한 실질적인 직무수행의 기회를 상실한 기간만큼 여전히 현역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 "계급정년이 연장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대법원 판결(2005두7273)의 법리가 군인사법상의 계급별 연령정년에 관하여도 적용 가능한 경우가 있다는 점 및 예외적으로 계급별 연령정년이 연장되기 위한 요건과 그 연장 기간의 범위에 관하여 밝힌 최초의 사례이다."
군법무관
파면처분
연령정년
박수연 기자
2023-04-06
교통사고
형사일반
[판결] '음주운전 혐의' 배우 김새론, 1심서 벌금 2000만 원
<사진=연합뉴스>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배우 김새론 씨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5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2022고단6646). 김 씨는 2022년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로수와 변압기를 여러 차례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로 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음주 운전은 타인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범죄로 엄벌할 필요가 있다.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높았고 운전 거리도 짧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피해의 대부분을 회복했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 이상인 상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김 씨에게 벌금 2000만 원을 구형했다. 당시 김 씨 측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는데, 이후 대형 법무법인의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허위 생활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김 씨의 변호인인 민기호(53·사법연수원 29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가 지난달 10일 법률신문에 "김 씨는 그간 벌었던 돈을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데 써왔고, 이번 사건 이후로 광고 등의 위약금을 물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라며 "수임료도 보통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김 씨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생활고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생활고를 제가 호소한 것은 아니다"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피해 보상과 위약금이 많이 나온 것도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선고 직후에는 "죄송하다. 음주 운전을 한 사실 자체는 잘못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외의 것들은 사실이 아닌 것들도 너무 많이 기사가 나와서 뭐라고 해명을 못 하겠다. 무서워서"라고 덧붙였다.
김새론
음주운전
이용경 기자
2023-04-05
헌법사건
헌재 "검수완박 입법 무효로 보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의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지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또 법무부와 검찰이 검수완박법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는 당사자 적격이 없고, 권한침해가능성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 등과 달리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수인 5명 이상의 찬성으로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번에 헌재가 선고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2건 모두 재판관 5대 4로 의견이 갈렸다. ◇ 국회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은 = 헌재는 23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사건(2022헌라2)에서 재판관 5(인용)대 4(기각) 의견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22년 4월 27일 전체회의에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국민의힘 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권한침해 확인청구는 재판관 5(기각)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도 5(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에 대해 인용의견을 낸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법사위 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의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6항, 제58조를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역시 인용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미리 가결의 조건이 충족되도록 조정위원을 선임하여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와 토론 등의 절차를 생략했다"며 "이로 인해 조정위원회 조정안 의결에는 국회법 제57조의2 제4항 및 제6항, 제57조의2 제10항, 제57조 제8항 및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고, 법사위 전체회의 표결절차에는 국회법 제58조 제1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원장에 대한 무효확인청구'에 대해 기각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제로 한다"며 "권한침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고 했다. 기각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도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인정되나, 그 정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전면 차단되어 의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회의 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으므로 국회의 형성권 존중하여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 한편 '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침해확인청구 및 무효확인청구'에 대해 기각의견을 낸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의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짧은 회기라고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고, 적법하게 결정된 회기가 종료되어 무제한토론이 종결되었으므로 무제한토론권한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수정안은 법사위에서 실제 논의되었던 사항이 포함된 것이므로 원안과의 직접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적법한 수정동의여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행위에 헌법 및 국회법 위반이 없어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권한침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기각의견을 낸 이미선 재판관도 "위 전부기각의견과 동일한 이유로 권한침해청구 및 무효확인청구를 기각한다"면서도 "다만, 법사위에서 청구인들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된 이상 법사위에서의 절차상 하자만으로 본회의에서도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사건은 = 법무부와 검찰도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2022헌라4)을 청구했지만 재판관 5(각하)대 4(인용) 의견으로 각하됐다.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법무부장관에 대해 "법안은 검사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으므로 수사권·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에 대해서도 "법률개정행위는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헌법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적법하다"며 "법률개정행위는 검사들의 헌법상 소추권과 수사권,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각각 침해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 이른바 '검수완박'은 =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지난해 4~5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9월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6대 중요범죄'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2대 중요범죄'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도 크게 제한했다. 한 장관과 검사 6명은 지난해 6월 검수완박 법안 내용은 물론 입법절차가 모두 위헌이라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 같은해 4월엔 유상범·전주혜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 및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 선임, 법안 강행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를 청구했다. ◇ 선고 후 반응은 = 이날 선고 결과에 따라 양측 대리인 등의 반응도 엇갈렸다. 국회 측을 대리한 노희범(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소송 수행 대리인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헌재 결정은 결정 그 자체로서 효력이 발생하므로 소송행위 이후에 어떤 행위를 한다거나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혜(57·21기)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저희가 더 다툴 방법은 없다"라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은 목적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국회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에 대해 한동훈(50·27기) 법무부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하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헌법적 질문에 대해 실질적 답을 듣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4명의 재판관들이 위헌성을 인정해서 검수완박의 필요성을 전적으로 부정한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도 이날 입장을 내 "국회 입법행위의 절차에 있어 위헌, 위법성이 있음을 헌재에서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하여 5대 4로 각하한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 검찰은 어떠한 법률과 제도 아래에서도 범죄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연·이용경 기자 sypark·yklee@lawtimes.co.kr
검수완박
검찰청법
검찰
박수연 기자
2023-03-24
형사일반
[판결] '택시기사 폭행 혐의' 이용구 前 법무부 차관, 2심도 징역형
<사진=연합뉴스> 술에 취해 택시 기사를 폭행하고 블랙박스 증거 영상의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59·사법연수원 28기)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원범 부장판사, 한기수·남우현 고법판사)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운전자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22노2284). 이 전 차관을 부실 수사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특수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함께 기소된 전직 서초경찰서 경찰관 A 씨에 대해서도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 판단에 대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에 대한 이 전 차관 측과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6일 밤 목적지인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 도착해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던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차관은 사건 직후 피해자인 택시 기사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송금하면서 당시 폭행 장면이 담긴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당시 이 전 차관에게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죄를 적용하고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후 이 전 차관은 2021년 5월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1심은 이 전 차관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멈춘 택시 안에서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택시 기사를 폭행한 범행은 교통사고를 유발해 제3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범행이기 때문에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그런데도 이 전 차관은 범행에 대한 형사 처벌을 면하거나 경감받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해 형사사법 결정의 위험성까지 야기해 사안이 중해졌고 죄질도 더욱 불량해졌다"고 밝혔다.
택시기사
폭행
한수현 기자
2023-03-09
형사일반
[판결] "면세점에 '따이공' 연결해주고 상위여행사가 받은 송객수수료… 실제 송객용역 제공 대가로 봐야"
하위 여행사를 통해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을 모집해 면세점에 송객한 최상위여행사가 면세점으로부터 받은 송객수수료도 실제 면세점에 송객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이공들을 면세점에 송객하는 사업을 SG(Special Guest)사업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업 구조 내에서 유사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어 관련 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당시 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고합559). 2017년 3월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제한하면서,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공 대상 영업을 강화했다. 면세점들은 따이공들의 구매 금액 중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반환했는데, 이 인센티브는 따이공들에게 직접 반환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사를 통해 지급됐다. B 여행사 등 여러 여행사 그룹 회장을 지내면서 따이공을 면세점에 송객하고, 면세점으로부터 따이공이 구입한 가격의 일정 비율만큼을 송객수수료로 받는 여행업을 영위했다. 이처럼 따이공들을 면세점에 송객하는 사업을 단체관광객 송객사업과 구분해 'SG사업'이라고 하는데, SG사업에서 송객수수료율은 모집한 따이공 수가 많을수록 증가하게 돼 여행사들은 위 여행사를 통해 따이공을 모집한 뒤 최상위 여행사를 통해 면세점에 송객했다. B 여행사는 D 면세점과 송객계약을 체결했고, D 면세점은 B 여행사가 따이공을 송객하면 그 따이공들의 매출액에 비례해 지급하는 송객수수료에 따이공들의 인센티브를 포함해 지불해줬다. 이러한 SG사업 구조 안에서 B 여행사는 따이공을 직접 모집하지 않고, C 여행사 등 하위 여행사들이 순차 모집한 따이공들을 모아 면세점에 송객했다. 그런데 검찰은 2021년 A 씨가 실제 용역을 제공하지 않고, 면세점으로부터 수수료를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돌려받으면서 과세당국 등에 노출하지 않고 임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하위 여행사들을 통해 총 공급가액 합계 7660억 원 가량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했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용역 공급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세금계산서를 수취한 상대방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과세관청은 D 면세점에 C 여행사 등으로부터 실물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는 혐의에 관해 무혐의 결정을 했다"면서 "해당 공소사실은 영리 목적을 요건으로 하는데,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으로 A 씨에게 어떠한 영리 목적이 있었다는 것인지 전혀 특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SG사업에서 최상위 여행사 아래 여러 단계 여행사들이 복잡한 거래구조를 형성했고, 그중 일부 업체가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공업체에 해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더라도 이 사건 여행사들과 같이 상위 여행사를 거쳐 모집된 구매대행업자를 최종적으로 면세점에 송객하는 최상위 여행사가 존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상·하위 여행사 등을 통해 모집된 구매대행업자들을 실제로 계열 여행사를 통해 면세점 등에 송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영장에 따른 압수물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A 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A 씨를 변호한 조성권(56·사법연수원 23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SG사업과 관련해 문제된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이 무려 7660억 원에 이르는 사건으로, SG사업의 구조와 B 여행사의 역할 및 기능을 고려했을 때 실제 면세점에게 송객용역을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는 점 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SG사업구조에서 최상위 여행사가 실제로 면세점에 송객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함에 따라 현재 허위 세금계산서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유사 사례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선례"라고 말했다.
보따리상
여행사
면세점
한수현 기자
2023-02-27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판결] 준공된 아파트 등기절차 이행지체로 미등기 상태 유지됐다면
준공 완료된 아파트에 이미 입주했는데 소유권이전등기 절차가 늦어졌다면, 수분양자들이 등기된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발생한 손해 등을 조합이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송경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0일 A 씨 등(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향 강호석, 박건호 변호사)이 장위1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금청구소송(2020가합685)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1재정비촉진구역에 위치한 B아파트 시행을 위해 설립된 조합은 2019년 6월 성북구청장으로부터 아파트 준공 인가 전 사용검사를 받은 다음 수분양자들에게 입주 지정기간을 그 다음날부터 같은해 말까지로 정하고 입주 전까지 잔금을 포함한 분양대금을 모두 납부하라는 내용의 입주안내문을 보냈다. 이에 B아파트에 대해 분양계약을 체결했거나 수분양자로부터 그 지위를 승계받은 A 씨 등은 해당 기간 내 모든 분양대금을 납부하고 각 세대에 입주했다. 한편, 서울시장은 B아파트의 입주지정기간 중이던 2019년 7월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변경지정 및 재정비촉진계획 변경결정을 하면서 해당 정비구역의 택지 중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을 확대·추가하고, 조합에게 구역 외 기반시설로 신한천로를 개설토록 하는 기반시설의 비용분담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된 고시를 했다. 이후 성북구청장은 2020년 7월 정비사업과 관련해 정비구역 택지 중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은 확대하되 해당 면적에 대해선 별도 사업계획승인이 예정돼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고시를 했다. 조합은 2021년 5월 성북구청장으로부터 유지되는 면적을 포함해 신한천로 개설 재정비촉진계획변경 결정 시 정비계획변경을 이행하는 것 등을 조건으로 아파트에 해당하는 일부 획지에 대해 부분준공 인가를 받았고, 이후 이전고시를 거쳐 같은해 8월 A 씨 등을 포함한 수분양자들에게 60일 이내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경료할 것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발송한 다음,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이에 A 씨 등은 "해당 아파트가 완공돼 이미 입주했고 남은 절차는 준공인가와 이전고시 절차뿐인 점 등에 비춰 입주지정기간의 말일부터 약 1년이 경과한 2020년 7월 말경엔 이행기가 도래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후부터 조합은 이행지체에 빠졌다고 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A 씨 등은 △이행지체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 발생하는 손해(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의 차이) △등기된 아파트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 △미등기로 인해 원하는 시기에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각종 세재 혜택 등 손해를 고려해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조합 측은 행정청이 신한천로 개설을 부담시켜 상당한 공사기간이 필요했던 점 등을 주장하지만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른 기반시설 설치와 그에 따른 준공인가 및 이전고시는 사업시행자인 조합의 책임 영역에 속하고, A 씨 등의 입주 전부터 신한천로 개설에 대해 인지하고 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신한천로 개설 문제로 인한 조합의 등기절차 이행지체에 조합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판단 과정에서 총회 개최가 지연된 사유가 오로지 코로나19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도시형생활주택 및 상가의 면적에 대한 성북구청의 사업계획 승인까지 4개월 정도만 소요된 점 등에 비춰보면 입주지정기간 말일부터 2년 가량이 경과하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A 씨 등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는 조합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 등의 아파트 취득 목적과 사용용도, 활용계획 등에 따라 그 불이익의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어 각각의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곤란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를 적용해 손해액을 산정하기로 한다"고 판시했다. A 씨 등을 대리한 강호석(39·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는 "최근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관련해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로 조합 내부의 갈등이 많은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일반분양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입히는 것에 명백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고,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서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직권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는 규정이 적용돼 손해액을 산정한 것은 상당한 의의가 있다"며 "피고 측에서는 코로나19로 총회 개최가 어려웠고 이러한 사유로 행정청의 보완 요구가 있었으므로 이는 불가항력으로 계약상 면책 규정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총회는 온라인으로도 개최할 수 있고 보완요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면책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명시했다는 점에서 현재 재건축 사업이 예정됐거나 진행 중인 사업주체 등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판결"이라고 말했다.
주택재개발
등기
재건축조합
한수현 기자
2023-02-23
형사일반
[판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 이광철, 차규근 1심서 무죄
<사진=연합뉴스> 김학의(67·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출금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철(52·36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차규근(55·24기)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이규원(46·36기) 춘천지검 부부장검사에게는 징역 4개월의 선고가 유예됐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 조치한 행위가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비서관과 차 전 본부장, 이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고합307). 다만 이 검사에게는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의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려 하자 불법으로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한 혐의로 2021년 4월 기소됐다.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 검사는 피내사자 신분으로 긴급 출국금지 대상이 아니었던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 출금을 강행하며 신청서에 과거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기재하고, 이후 출금 승인요청서에는 서울동부지검의 가짜 사건번호를 적어 넣은 혐의를 받았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요청을 한 사정을 알면서도 출금 요청을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또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들을 통해 177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이름, 생년월일, 출입국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 받은 혐의도 받는다. 당시 청와대에 재직하고 있던 이 전 비서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과정에서 당시 차 본부장과 이 검사 등을 통해 상황을 보고 받는 등 전반적인 출국금지 상황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원의 장기간에 걸친 심리와 법률 검토 끝에 밝혀진 사후적인 판단일 뿐"이라며 "이러한 사법적 심사에 의해 사후적으로 위법·부당한 것으로 판명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직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을 비롯해 법무부나 대검 관계자들은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 전부터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수사가 진행될 것을 예상했고, 아직 정식으로 입건되지 않은 김 전 차관의 경우에도 그 재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은 자로 보고 일반 출국금지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김 전 차관 사건의 재수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수사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김 전 차관의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해당 사건의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검찰 과거사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또 "김 전 차관은 그 혐의의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릇된 선택이 됐지만,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선 일반 출국금지가 충분히 가능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어떠한 방법으로도 출국금지를 할 수 없었던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한 경우와는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에게 직권 남용의 고의가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며 "긴급 출국금지는 축적된 법리나 판례가 거의 없어 검사들에게도 생소한 제도였고, 법무부와 대검도 수사가 개시되기 전까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가 적법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여러 법조인들이 긴급 출국금지의 법률상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힐 정도로 법률적인 판단이 쉽지 않은 사안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국금지를 실행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직권의 남용' 또는 '직권남용의 고의'를 추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하지 않은 이상, 이 전 비서관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적용된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로 인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검사가 당시 서울동부지검장 또는 출국금지 요청의 전결권자인 차장검사의 승인 없이 서울동부지검장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해 긴급 출국금지 승인요청서를 작성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자격모용공문서작성, 자격모용작성공문서행사, 공용서류은닉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학의
직권남용
출국금지
이용경 기자
2023-02-15
기업법무
상사일반
[판결](단독) 대법원 이어 파기환송심도 “기업 담합행위에 대표이사 책임 인정”… 준법경영 책임 주목
지난 2021년 11월 기업 담합행위에 대한 대표이사의 감시의무 위반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2017다222368)이 난 이후 해당 사건의 파기환송심도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따라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민달기·김용민 고법판사)는 10일 소수주주 오모씨가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상대로 낸 회사에 관한 소송의 파기환송심(2021나2043409)에서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원고의 항소 일부를 인용한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앞서 2021년 11월 대법원은 회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업 성격 및 관련 법령 규정 등에 비춰 가격담합행위의 높은 법적 위험이 있음에도 이와 관련된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지속적·조직적으로 발생한 담합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장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담합행위와 관련해 임직원들에 대한 감시·감독을 게을리했을 뿐 아니라,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같은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으로 감시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은 비단 회계의 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회계관리제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업운영상 준수해야 하는 제반 법규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그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위반사실을 발견한 경우 즉시 신고 또는 보고해 시정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돼야 한다"며 "동국제강은 높은 법적 위험이 있는 가격담합 등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장 회장이 이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담합이라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표이사인 장 회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미연에 방지하거나 발생 즉시 시정 조치를 할 수 없었다면, 이는 회사의 업무집행과정에서 중대한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거나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이를 이용해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감독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제조·가공업체인 유니온스틸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등의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3차례에 걸쳐 319억여 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동국제강 계열사였던 유니온스틸은 2015년 1월 동국제강에 흡수합병돼 해산됐다. 2014년 4월 유니온스틸 주식을 취득했던 오씨는 흡수합병으로 동국제강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오씨는 2014년 11월 유니온스틸 감사위원들에게 '유니온스틸의 담합행위가 있었던 2004년부터 2010년 사이 재임했던 이사들 중 장 회장 등에 대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는 청구서를 발송했지만, 유니온스틸이 거부하자 2014년 12월 "장 회장 등은 회사에 319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장 회장은 2004년 3월부터 2011년 3월 유니온스틸 대표도 지냈다. 1심은 "장 회장 등이 담합행위에 관여했거나 위법행위임을 알면서 감시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후 오씨는 피고 범위를 좁혀 장 회장만을 상대로 항소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2심은 "장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담합행위와 관련해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임직원들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니온스틸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았거나 내부통제시스템을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이 장 회장이 담합행위를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지만, 담합행위에 대한 장 회장의 감시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대법원은 "회사 업무의 전반을 총괄해 다른 이사의 업무집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는 대표이사가 회사의 목적이나 규모, 영업의 성격, 법령의 규제 등에 비추어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임에도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거나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감시·감독의무의 이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 다른 이사 등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방지하지 못했다면 대표이사로서 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시의무를 게을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 회장이 담합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임원들의 행위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책임을 면할 수 없고, 대표이사로서의 감시의무를 지속적으로 게을리한 결과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면 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5월 대표이사 뿐만 아니라 사내·외 등기 이사들도 준법감시 의무가 있으므로 이를 게을리하면 주주들에게 배상책임을 진다는 판결도 확정했다(2021다279347). 안성포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대표이사 등에 대한 소극적인 감시의무가 아닌 적극적인 감시의무의 필요성을 강조한 판결"이라며 "이전엔 내부통제 시스템만 갖춰도 감시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봤는데, 앞으로는 준법감시인이나 사외이사, 대표이사 등이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감시의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근(48·사법연수원 33기) 한국사내변호사회 ESG 위원장은 "대표이사가 리스크 관리를 위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종 책임자라는 취지를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며 "감시의무를 다하려면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바꿔야 해서 이번 판결로 인해 단 번에 바뀔 순 없겠지만,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이번 판결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lawtimes.co.kr
내부통제
대표이사
감시의무
담합
박수연 기자, 한수현 기자
2023-02-13
기업법무
상사일반
파산·회생
[판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도산해제조항 효력 없어” 첫 판시
회생절차 개시를 계약 해제·해지권의 발생 원인으로 정하거나 계약의 당연 해제·해지 사유로 정하는 특약(도산해제조항)을 둔 경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나 개시 당시 쌍방미이행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규정이 없는 한 도산해제(해지)조항에 의한 해제·해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첫 고법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진 기업 간 계약을 체결할 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아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계약이 해지되는 셈이기 때문에 회생 신청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파산보다 기업 회생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민달기·김용민 고법판사)는 지난 1월 13일 서울보증보험이 A 씨 측을 상대로 낸 채권조사확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2021나2024972)에서 1심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 사건 내용은 = 서울보증보험은 2018년 6월 B 사와 보증보험한도거래약정을 체결했고, A 씨는 해당 약정에 관해 B사가 부담하는 채무를 연대보증했다. 이후 B 사는 2019년 1월 비씨카드와 'AI분석 지원 솔루션 라이선스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는 B 사가 압류, 가압류, 가처분, 경매, 파산, 회사정리 절차가 진행된 경우 등에는 본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계약보증금 전액인 2600여만 원을 비씨카드에 귀속시키고, B 사는 계약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정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B 사와 한도거래약정에 기초해 피보험자 비씨카드, 보험가입금액, 주계약 AI분석 지원 솔루션 라이센스 도입계약으로 정한 이행보증보증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던 중 B 사는 2019년 1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신청을 했고, 이틀 뒤 자산 등에 대한 보전처분결정을 받았으며 같은해 2월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고 회생계획 인가 후 2019년 8월 회생절차종결결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B 사는 비씨카드에 회생신청을 통해 자산 등에 대한 보전처분결정을 받았고, 임시적으로 비씨카드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됐다고 통지했다. 그러자 비씨카드는 곧바로 회사정리 절차 진행이라는 주계약의 해제 사유를 근거로 해제 통지를 했고, 4개월 뒤 B 사의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서울보증보험에 계약이행보증금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보증보험은 비씨카드에 보험금 2600여만 원을 지급했다. 서울보증보험은 A 씨를 상대로 "B 사와 체결한 이행보증계약 및 한도거래약정에 따라 보험금 2600여만 원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을 갖게 됐다"며 일부 변제받았다고 자인하는 금액을 제외한 보험금에 대해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재판부 판시는 = 재판부는 "계약의 당사자들 사이에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이나 회생절차의 개시 그 자체를 당해 계약의 해제·해지권의 발생원인으로 정하거나 또는 계약의 당연 해제·해지사유로 정하는 특약(도산해제조항)을 두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쌍무계약으로서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이나 회생절차의 개시 당시 쌍방미이행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서 별도의 법률규정이 없는 한 도산해제조항에 의한 해제·해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회생절차 진행 중에 계약을 존속시키는 것이 계약상대방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회생채무자의 회생을 위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도산해제조항에 의한 해제·해지가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산해제조항의 경우 채권자들이 경쟁적으로 강제집행에 나서는 것을 중지시키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공정하게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회생절차에서 특정 채권자가 부당하게 우선권을 관철시키는 것이고, 회생채무자가 계약을 이행함으로써 영업을 계속해 그 수익으로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의도로 회생신청을 했다고 해도 회생신청 그 자체를 해제·해지의 사유로 삼는 것이어서 채무자회생법 제1조, 제119조 제1항, 민법 제2조 및 제103조를 위반해 무효라고 봐야 한다"며 "도산해제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더라도 계약의 상대방은 회생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해지권을 행사해 회생채무자와의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판결 의미는 = 앞서 2007년 대법원은 "쌍방 미이행의 쌍무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에 관한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회사정리법 제103조의 취지에 비춰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봐야 한다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리절차개시 이후 종료시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지조항의 적용 내지는 그에 따른 해지권의 행사가 제한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2005다38263)"이라고 판시해 적어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지조항을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결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도산법 전문가인 최효종(49·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도산해제(해지)조항 유효성에 관한 법리상 논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는 진작부터 무효로 보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법률 또는 판례로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도산해제(해지)조항이 무효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계속적인 상거래계약에서는 회생, 파산절차의 신청과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실제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만을 계약해제 사유로 정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계약서 작성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연·한수현 기자 sypark·shhan@lawtimes.co.kr
기업회생
도산해제조항
연대보증
박수연 기자, 한수현 기자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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