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신화의 창조자'로 불리던 삼성의 무선단말기 개발팀장이 경쟁사인 팬택사의 사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는 '전직금지'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양동관·梁東冠 부장판사)는 12일 삼성전자가 이모씨를 상대로 낸 전업금지등 가처분신청(☞2002라313)에서 항고기각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씨가 팬택으로 가면서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한 문서나 컴퓨터 파일, 자기테이프, 필름 등의 유체물을 전혀 가지고 가지 않았고 현재까지 팬택에 근무하며 삼성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어떠한 소명도 없는 점, 무선단말기 제조기술은 급변하는데 이씨가 현업을 떠나 1년동안 미국연수를 받은 과정으로 전직금지기간을 넘긴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퇴직후의 영업비밀유지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할 경우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쟁의 제한에 부당한 독점상태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며 "삼성이 그 임직원들에 대한 전직금지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는 이상 영업비밀 사용 또는 공개 금지기간도 1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의 이동통신 단말기 개발팀장이었던 이씨는 상사와의 갈등으로 2000년3월29일 사표를 내고 6월1일 팬택 사장으로 갔다가 삼성의 소송으로 복귀합의를 한 후 미국 스탠포드대학 객원연구원으로 1년가량 연수를 받은 후 2001년8월1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9월1일 다시 팬택으로 전직했다.
무선단말기 사장의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팽팽했던 양측의 대결은 법무법인 광장이 삼성전자를, 법무법인 KCL, 김&장이 팬택을 맡아 관심을 모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