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며 실수로 잘못 판결했더라도 부당한 목적이 있지 않은 이상 위법성있는 불법행위가 아니어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鄭長吾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주)국민은행이 국가 등을 상대로 "경매담당판사가 원고의 근저당권을 빼놓고 배당하고 배당기일도 잘못 알려줘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0가합46073)에서 "담당 판사의 실수는 인정하나 위법성이 없다"며 국가에 대한 청구를 기각하고 나머지 채권자들에 대해서만 "잘못 배당된 2천8백여만원을 국민은행에 돌려주라"는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의경매절차에서 배당표를 작성·확정하는 것은 경매법원 담당판사 고유의 재판작용으로 부당한 목적을 갖고 배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성이 없어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담당판사를 보조하는 법원주사보가 배당기일을 잘못 알려줘 국민은행이 기일에 출석하지 못한 것은 인정되나 국민은행이 출석해 이의를 제기하더라도 담당 판사가 국민은행의 주장대로 배당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배당기일소환장 송달의 하자와 손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하지만 "나머지 채권자들은 국민은행보다 후순위 채권자인데도 배당을 받은 악의의 부당이득자로서 국민은행에게 2천8백여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올 4월 채무자 배모씨에게 1억1천만원을 빌려주며 배씨의 부동산 3건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뒀는데 경매법원 담당판사가 임의경매를 실시하며 부동산 2건에 대한 국민은행의 근저당권을 빼고 배당표를 작성하고 배당기일 소환장을 각각 다른 날로 2번 보내 기일을 착각하게 만들어 제대로 배당받지 못하자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