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창구·李昌求 부장판사)는 21일 지난 99년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사유로 직권면직된 김모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직권면직취소송(☞2001누15551)에서 1심판결을 깨고 원고 승소판결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권면직의 근거 자료가 된 국가정보원 감찰기록에 의하면 상사의 업무지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검찰담당자로부터도 직무태만 및 근무분위기 저해 직원으로 평가돼 있지만 국가정보원 내부에서 일방적으로 작성된 첩보보고서로서 보고자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데다가 그 내용 또한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기재되어 있어 증거로서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명령불복종과 직무태만이 국가정보원직원법에 징계사유에 해당됨에도 김씨의 인사기록에 아무런 징계 받은 흔적이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면서 "설혹 감찰기록을 인정하더라도 원고의 국가정보원 신분을 박탈할 만큼 직무수행능력이나 근무태도가 현저히 부족하거나 지극히 불량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974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직원에 임용돼 정보사무관으로 근무해오다가 98년 감축인원에 포함돼 총무관리국으로 전보된 후 약1년 정도 보직을 받지 못한 상태로 근무하다가 99년 직권면직처분을 받았다.
국정원은 1998년2월 4급 이상 간부 5백22명, 5·6급 직원 61명을 총무국으로 전보 발령해 무보직으로 근무하게 하면서 약 1년간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의 방법으로 자진 사직을 유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