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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판단의 원칙상 배임죄의 고의와 그 제한
Ⅰ. 판결요지 기업의 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하고 있어서 경영자가 아무런 개인적인 이익을 취할 의도없이 선의에 기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그 예측이 빗나가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미필적 인식을 포함)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하는 엄격한 해석기준은 유지돼야 할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없는데 단순히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거나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Ⅱ. 경영판단의 원칙의 인정 근거(이상돈, 경영실패와 경영진의 형사책임, 법조, 2003년 5월호 88쪽~92쪽 참조)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기업의 경영자가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이해관계없이, 그리고 성실히 회사의 이익에 합치한다는 믿음을 갖고 회사의 경영에 관한 판단을 한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회사에 대해 손해를 초래했더라도 그러한 판단을 한 기업의 경영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경영판단 원칙의 인정 근거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지만 결국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법적 판단과 기업 경영자의 경영판단은 상이하다는 데 있다. 우선 경영판단은 합리적 경영과 비합리적 경영의 구분이 법적 판단에서의 합법과 불법의 차이만큼 뚜렷하지 않다. 즉, 아무리 충실하게 정보를 수집해 경영에 관한 판단을 내리더라도 실패할 수 있는 반면, 부실한 경영판단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평균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기업 경영자가 비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더라도 그것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경우 그 기업 경영자의 결정을 비합리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창의성과 도전정신은 경영인의 중요한 덕목으로 권장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법적 판단은 평균적인 행위자의 입장에서 합법과 불법의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영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은 자칫 경영 성패에 따라 그 결론을 달리 할 위험을 안고 있다. 다음으로 경영판단에는 ‘위험감수원칙’이 적용되는 데에 반해 법적 판단에는 ‘위험회피원칙’이 적용된다는 점 역시 경영판단의 중요한 특성이다. 현대사회에서 법은 개인들에게 법익침해의 위험을 회피하도록 요구한다. 위험을 창출하거나 증대시키는 것 혹은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법적 책임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경영판단은 장래에 대한 예측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에서는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고,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말처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감수할 것까지 요구된다. Ⅲ. 업무상 배임죄의 가벌성 확대와 제한의 필요성 1. 업무상 배임죄의 가벌성 확대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기업의 경영자들이 업무상 배임의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해야 한다. 그런데 판례는 업무상 배임의 구성요건을 완화해 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업무상 배임죄의 처벌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아래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이 같은 판례에 따를 때 기업 경영자들은 경영상의 결정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가. 임무위배 개념의 불명확성과 손해개념의 확장 현재 통설 및 판례는 신의칙에 의한 사실상의 신임관계를 위배하는 경우까지 업무상 배임죄의 임무위배 행위에 포함시키고 있고, 이는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의 신임관계라는 개념은 그 한계를 명백히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태도에 의할 경우 법률관계가 신속하게 변화하고 그 내용이 복잡다기한 상거래 분야에서는 기업의 경영자로 하여금 어떠한 행위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인지 예측할 수 없게 하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한편, 형법 제355조 제2항은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여 손해개념을 확장하면서 자금 유동성의 장애까지 손해로 파악하고 있다(대판 1989. 11. 28. 선고 89도1309, 대판 2001. 11. 13. 선고 2001도3531). 그런데 경영상의 결정은 장래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항상 손해 발생의 위험이 수반된다. 따라서 손해발생의 위험까지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개념에 포함시키게 되면 결국 거의 모든 경영상의 결정이 업무상 배임죄의 적용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대법원에 의한 고의의 인정 범위 확대 고의란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인식하고, 구성요건을 실현하려는 의사이다. 그리고 고의에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된다. 따라서 업무상 배임의 경우에도, 본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손해발생의 위험을 감수하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린 경우에는 업무상 배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배임의 범의는 배임행위의 결과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판시해 결과발생의 가능성 혹은 위험에 대한 인식만 있으면 고의가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판 2004. 7. 9. 선고 2004도810). 대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고의의 두 가지 요소인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 중 의지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인식있는 과실을 모두 미필적 고의에 포함시키게 되고, 결국 미필적 고의의 인정범위를 기존의 판례보다 더욱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를 경우 기업경영인들에게는 사실상 자동적으로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 2. 업무상 배임의 처벌범위 제한의 필요성 위에서 본 것처럼 현재의 대법원의 태도에 따를 경우, 기업의 경영인은 업무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요소 중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본인의 재산상 손해’, ‘고의’라는 요건을 이미 충족한 상태에서 기업 경영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임무위배행위’라는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경영인의 경영상의 실패에 대한 처벌이 강력하게 요구될 경우,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임무위배’가 손쉽게 인정될 위험이 있다. 결국 기업 경영인의 경영판단에 업무상 배임죄에 관한 대법원의 태도를 그대로 관철시킨다면, 기업 경영인의 경우 업무상 배임죄의 처벌범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게 된다. 게다가 기업 경영인에 대해 업무상 배임이 문제되는 것은 주로 그의 경영이 실패했을 경우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영상 결정의 성공여부에 따라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여부가 달라질 우려가 있다. 이는 사실상 기업 경영인에게 책임주의에 반하는 결과책임을 묻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업무상 배임죄에 대한 대법원의 태도는 기업 경영인의 경영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을 때에는 어떻게든 수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형법의 보충성의 원칙을 고려할 때 기업 경영인의 경영실패의 책임은 먼저 사법적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형법에 의한 처벌은 엄격하게 제한돼야 한다. 3. 미필적 고의와 경영상 ‘위험감수원칙’의 충돌 이렇게 기업 경영에 있어서 업무상 배임의 처벌범위가 극도로 확대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미필적 고의와 경영상 위험감수의 요구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즉, 미필적 고의에 대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외에 의지적 요소로서 결과발생의 위험을 감수할 것까지 요하는 통설의 견해에 따르더라도 기업 경영자에게는 대부분 업무상 배임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에는 항상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업의 경영자들 중에서 자신의 경영상 결정으로 회사가 손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경영자는 이윤추구를 위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의 감수는 자유경쟁과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지향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당연히 요구되는 자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감수’는 형법적으로 업무상 배임의 미필적 고의를 의미하고, 이는 업무상 배임이 문제된 기업 경영인에게 대부분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왜냐하면 형법은 법익침해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경영인에게는 위험을 감수하라는 경영상의 요구와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요구가 충돌하게 된다. Ⅳ. 경영판단 원칙에 의한 미필적 고의의 배제 결국 경영상 판단에 적용되는 ‘위험감수원칙’과 미필적 고의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둘 중의 어느 한쪽을 제한해야만 한다. 그런데 만약 기업 경영에서 미필적 고의의 개념을 관철한다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업 경영인들에게 자동적으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기업 경영자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적게는 한 기업의 몰락, 크게는 국가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에,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해 업무상 배임의 미필적 고의를 배제하는 것은 형법의 보충성에도 부합하며업무상 배임죄의 처벌 범위 확대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경영인에게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미필적 고의 이상의 의도적 고의가 필요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법원 역시 본 판결에서 “이러한 경우에까지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해 업무상 배임죄의 형사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영업이익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돼 당해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하여 미필적 고의를 경영판단에까지 관철하는 경우 발생하는 위와 같은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연구대상 판결에서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진 경영판단에 대해서 업무상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도적 고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하면서 미필적 고의를 배제하였다. 그리고 그 요건으로 ‘첫째,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을 것. 둘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집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 셋째, 선의에 기하여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Ⅴ. 맺음말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해 그동안 상법학계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대법원 역시 2002. 6. 14. 선고 2001다52407판결에서 이 원칙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법학계와는 달리 형법학계에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중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최초로 형사법에서도 경영판단 원칙을 정면으로 인정하면서 위 원칙의 도입의 필요성 및 그 요건 등을 상세하게 설시하고 있고,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본 판결을 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형법학에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2006-06-19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2006-04-24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근로자에 대한 배치전환명령과 그 한계
1. 서설 가. 최근에 근로자의 전보명령과 관련하여 또다시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 필자는 마침 이 부분에 대한 대학원 과제물을 준비하고 있었던 까닭에 매우 흥미롭게 위 판결문을 읽게 되었다. 사실 일반 사기업체의 근로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조차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곤 하는 전보(배치전환)명령은 노동법분야와 행정법분야를 아우르는 쟁점을 포함하고 있어 이에 관한 학계나 실무의 논의가 보다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 서울행정법원 제23부는 최근 2005구합760 사건에서 “이 사건 전보 당시 원고회사에게 배치전환을 실시할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는 반면, 전보 조치된 장모씨는 전보로 인해 작업내용에 질적 변화가 생기는 등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보다 전보로 인해 장씨가 입게 될 생활상의 불이익이 훨씬 크므로 원고는 전보를 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장씨와 협의를 하는 등의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라고 밝혔다. 다. 위 최근의 하급심 판례는 과거 대법원 1991. 9. 23. 선고, 90다12366 판결을 그 모태로 삼되 그보다 한 걸음 발전한 판례라고 생각되는바, 이 기회에 위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변경 전 제27조)의 내용인 근로자의 배치전환명령(전보명령 내지 전근명령과 유사 의미)의 근거와 그 한계 및 나아가 바람직한 심사판단 기준까지를 간략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 대법원 90다12366판결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피고 쌍용양회공업 주식회사가 경영하는 동해시 소재 동양공장에서 환경안전관리 실사원(직급상 4급)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회사는 피고회사의 창립자 동상을 건립하여 회사 창립 기념일인 1988. 5. 14. 제장식을 갖기로 하고 사원 중 원고를 포함한 18명을 안내요원으로 선발하였다. 나. 한편, 원고는 1988. 5. 14 강릉에서 실시하는 고압안전관리자 정기교육에 참석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는데 원고의 직속상관인 소외 김용남이 같은 달 12일 원고에게 동상제장식 요원으로 선발되었으니 고압 안정관리자 정기교육을 연기하고, 그 다음 날의 동상제장식 예행연습에 참석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원고는 위 정기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환경안전관리실 차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후 위 정기교육에 참석하고, 예행연습 및 동상제장식에 불참하였다. 원고는 같은 달 16일 원고의 불참을 나무라는 위 김용남에게 정기교육 참석여부를 결정한 결재권이 있느냐고 따지면서 폭언을 하였다. 다. 피고회사가 원고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는 원고가 ① 직속상관인 위 김용남의 동상제장식 및 예행연습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무시하고 차상급자인 안전 관리실 차장을 상대로 하여 조직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무시하였고, ② 직속상사의 정당한 명령에 불복종하고 폭언, 협박 등의 불손한 언동으로 위계질서를 문란케 함은 물론 근무분위기를 해쳤다는 점 등을 비위사실로 들어 원고에 대하여 견책조치로 다른 공장으로의 전출을 결의한 다음 원고에 대하여 견책처분을 함과 동시에 군산 분공장으로의 전출을 명령하였다가 노동조합에서 위 전출명령이 너무 가혹하다고 반발하자 이를 취소하고 같은 달 29일자로 북평 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 원고가 위 전출명령에 불응하자 피고회사는 원고를 다시 인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인사위원회에서는 원고를 면직하도록 징계의결하고 동해공장장은 위 인사위원회의 품의에 따라 같은 달 26일 원고를 징계면직하고 같은 달 29일 해고 하였다. 3. 각 심급별 판결 가. 1심 ; 서울 민사지방법원 1989. 12. 28. 선고, 88가합 54331 판결 1심법원은 전출명령은 근로계약의 내용의 변경하는 행위이므로 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고,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전출의 권한을 위임하기로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그 전출 명령권을 무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령 및 근로계약의 내용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전출명령이 당해 근로자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행사되어야 하고, 그 범위를 넘은 전출명령은 그 권능의 남용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전제하고, 설사 원고에게 비위사실이 있어 징계의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피고회사로서는 조업규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조업규칙에 정한 내용의 징계만을 할 수 있을 뿐이며, 사원의 이동은 사원이 능력과 사업상의 필요성 및 그 이동이 근로자의 생활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에게 고통을 주어 징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원을 전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징계의 일환으로 한 피고회사의 원고에 대한 전출명령은 그 징계사유가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이 전출명령권의 한계를 벗어난 전출명령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라고 하여 무효인 전출명령에 대한 불응을 사유로 한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나. 2심 : 서울고등법원 1990. 9. 28 선고 90나 70456 판결 2심법원은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이 사건 당시는 개정전 제27조 1항)에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전직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고, 근로자에 대한 전직은 피용자가 제공하여야할 근로의 동료와 내용 또는 장소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고용자, 즉 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고,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 사건의 경우 ① 원고에게 피고회사 동해공장에 근무하지 아니하면 아니될 만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원고가 피고회사에 조업함에 있어서 근무지를 동해공장으로 한정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고, ② 피고회사는 원고가 그의 직속상사인 위 김용남의 지시를 무시한 채 동상제장식과 그 예행연습에 참석하지 아니 하고, 나아가 이를 추궁하는 위 김용남에 대하여 상사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고 폭언까지 하여 피고회사 내의 인화와 근무 분위기를 크게 훼손하였고 동해공장의 다른 부서에서도 원고를 받아들이려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회사 내의 질서 유지와 근무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부득이 군산분공장으로의 전출명령을 하였다가 이것이 가혹하다는 노동조합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거리상으로 보아 불편함이 없는 부평공장으로의 전보명령을 하게 된 것이므로 부정기이동의 요건인 인사관리상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아니할 수 없으며, ③ 원고가 북평공장에 전출을 가더라도 이사를 하여야 한다거나 출근함에 있어서 불편이 있는 등 생활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⑤ 원고에 대한 인사권자인 동해공장장 등은 위 전출명령을 함에 있어서 관계 공장장과 협의를 하는 등 피고회사의 인사규정에 정한 절차를 모두 거쳤으므로 결국 동해공장장들이 원고를 북평공장으로 전출시킨 명령은 재량권의 범위내 행위로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규정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원고가 피고회사의 정당한 전출명령에 불응하였음을 사유로 한 이사건 면직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1) 근로자에 대한 면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 의 권한에 속하여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것이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재량이 없는 한 당연 무효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2) 원고에 대한 해고에 이르기까지의 경위에 관한 원심의 사실인정은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어긴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전출명령이 무효라거나 원고가 이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근로자에 대한 전출명령이 무효가 아니라면 원고는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할 것 이며 원고가 전출명령에 따른 부임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이를 이유로 피고 회사의 조업규칙이나 이사규정에 따라 원고를 해고한 것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4. 평석 가. 들어가는 말 (1) 최근의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거나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등 다양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상태를 변경하기 위한 인사이동을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 관례로 되고 있다. 인사이동은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근로자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있다. (2) 이와 같이 배치전환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유용한 것이나 반면 근로자의 입장에 서보면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고에 못지않은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인데 직장에서 직무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그러한 노력이 좌절될 수도 있다. (3) 또한 작금에는 부당한 해고가 금지되고 해고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확립됨에 따라 이와 같이 배치전환을 통한 탈법적 형태가 보다 심해지는 것으로 보이는바, 우리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에서 해고 및 징계에 대한 실체적 제한규정과 함께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전직’을 금지함으로써 사용자의 자의에 의한 부당한 배치전환을 금지하는 예외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 시간 배치전환령의 자의적 발동을 제한하기 위한 법리문제는 근로계약의 성립, 변동, 소멸을 주된 대상로 하는 노동사법 및 행정공법의 분야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나. 위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위 평석대상 판결은 배치전환명령의 성질에 관하여 이른바 포괄적합의설을 천명한 것으로 현재 주류적인 대법원판결과 그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1) 이 사건 사안에서는 직장의 상사가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한다는 것이 다른 공장으로 배치 전환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나 이곳 에서는 배치전환의 근거, 배치전환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의 해석, 배치전환의 한계, 그리고 일반론으로서의 배치전환문제에 대한 시각과 사실인정의 문제를 다루어 보기로 한다. (2) 배치전환(전보)명령의 의의 배치전환(전보)이라고 함은 동일 기업 내에 있어서 근로자의 직종, 직무내용, 직급, 근무장소 중 어느 하나를 장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전업내의 인사이동의 하나이다. 근무장소의 변경없이 직무내용만이 변경되는 협의의 배치전환과 근무 장소가 변경되는 전근(또는 전직, 전출)을 합쳐 광의의 배치전환이라고 한다. (3) 배치전환(전보)명령권의 근거 (가) 포괄적 합의설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개개의 구체적 노동의 일부를 약정하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의 사용을 포괄적으로 사용자에게 위임하는 것이므로 노동의 종류, 방법, 태도 또는 장소에 관하여 특히 합의가 없는 한 그 개별적 결정의 권한이 사용자에게 위임되어 있다고 해석하는 견해로 근로계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아니한 노동의 종류, 방법, 태양 또는 장소 등 노동의 종류를 상세하게 결정 또는 변경하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지시명령권)을 근로계약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사용자의 기본적 권리라고 하고, 다만 인사권이 형식적이라고 하여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고, 당해 인사권의 행사는 전업 운영상의 합리성, 필요성에 근거하여야 할 뿐 아니라, 대상이 된 관여자의 생활상의 이익에 관하여도 적절한 배려를 하여야 하며, 인사권의 행사과정에서도 성실한 절차를 가질 것을 필요조건으로 하고, 그 중 하나라도 결하는 경우에는 권리남용으로 된다고 하기도 한다. (나) 계약설(개별적합의설) 사용자의 배치전환명령은 근로계약에 의하여 약정된 노동의 종류 내지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가지고 사용자가 근로자를 배치전환하여 종전과 다른 근로의 제공을 가지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로 하고, 미리 특약으로 직부내용, 근무 장소 등의 결정, 변경권이 근로자로부터 사용자에 대하여 부여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사용자는 매번 근로자의 동의 얻지 않으면 배치전환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견해를 따로 개별적합의설이라고 하기도 한다. (다) 검토 1) 포괄적합의설의 입장에서도 예외적으로 노동의 종류 또는 장소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특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러한 견해는 원칙과 판례가 뒤바뀌어 결과적으로 입증책임을 뒤집어버린 잘못이 있다고 생각된다. 2) 근로계약설의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해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 된다. 예컨대 전국에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에 적용된 대학졸업자의 경우 근로계약상의 근무 장소는 본점 및 전국의 모든 지점 또는 영업소이고 처음 배속된 근무 장소만이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석하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배치 전환하는 것은 계약의 사안의 변경이 아니라 단순히 계약의 이행과정에 불과하고 배치전환명령은 단순한 노무지정권 행사로서 사실행위가 된다. 3) 배치전환은 경영포기 또는 공장이전 등의 경우에 해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많아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바, 정리해고의 요건의 충당하기 위하여 정리 해고를 하기 전에 다른 사업장으로 배치 전환할 수 있을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근로자의 구제 부분에 상당한 배려를 한 절충적 견해) (5) 근로기준법 제30조와 배치전환명령의 한계 (가) 근로기준법 제30조 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 유직, 정직, 전직, 면봉 기타 처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직’은 근무 장소의 변경을 수반하는 배치전환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 위 규정은 해고에 대한 일반적, 실체적 제한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의 “정당한 이유”는 독일의 해고제한법이 해고의 실체적 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일신상의 사유, 근로자의 행태상의 사유, 명백한 경영상의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사유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다) 배치전환은 경영상황의 변화에 따라 노동력의 배치를 효율적으로 변경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이나 성질이 해고 또는 징계와 전혀 다르고, 실체적 제한 개념인 “정당한 이유”를 통일적으로 해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라) 그 입법 취지는 현실적으로 전근이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또는 징계에 못지않은 불이행처분이 될 수 있고, 전근을 가장한 징계 또는 전근을 통한 해직의 강요의 예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고 및 징계의 제한규정이 실효성을 갖게 할 의도에서 전근의 제한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마) 따라서 배치전환의 근거와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감안하면 배치전환문제에 관하여 다수 견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1) 먼저 당해 배치전환명령이 근로계약의 범위 내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 범위를 면탈한 것인지의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2) 다음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한 정당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아니면 경영상의 필요성을 포장한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의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3) 결과적으로 당해 배치전환명령에 대하여 정당한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당해 배치 전환명령으로 인하여 근로자 개인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형량 하여 후자가 부당히 크다면 신의칙 위반 또는 권리남용이다. 5. 맺는말 법은 자유롭고 대등한 당사자가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서있다. 그러나 경제적 강자인 사용자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 사이의 고용계약의 현실은 대등한 당사자라고 전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근로관계 법률을 통하여 많은 강제규정을 두어 근로자의 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근로기준법 제3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최근의 위 하급심 판결을 기화로 앞으로의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3조의 입법목적에 좀 더 접근하여 근로자를 사용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판결을 선고하는 전향적인 자세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2005-06-20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의 효력
1. 사실관계 및 문제의 소재 가. 사실관계의 개요 실제 사실관계는 복잡하지만 편의상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원고)는 B에게 양돈용 사료를 공급하다가 3억원의 사료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B와 사이에 당시 B가 B 소유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전체의 소유권을 매매대금 3억원으로 정하여 A에게 양도하되 B가 이를 점유, 관리하면서 항상 3,000두를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양도담보설정자인 B가 A의 허락 없이 3,000두에 이르는 돼지 전체를 C에게 3억원에 매도하면서 농장도 임대하였고, C는 다시 이 중 2,000두를 타 농장 경영자인 D에게 매도하고, 나머지 1,000두 만을 사육하다가 E(피고)에게 매도하면서 농장도 임대하였다. E는 농장을 운영하다가 외부에서 2,000두를 구입하여 반입함으로써 다시 위 농장에는 3,000두의 돼지가 사육되었는데, A는 E에게 자신의 양도담보권을 주장하며 3,000두의 인도를 청구하였다. 나. 문제의 소재 위와 같은 사안에서 원고 A가 피고 E에게 청구할 수 있는 돼지의 두수가 3,000두인지, 아니면 1,000두에 한정되는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즉, 유동집합물 양도담보의 효력이 반입 사유를 불문하고 농장 내 존재하는 돼지 전체에 미치는지 아니면 피고가 새로이 반입한 돼지에는 미치지 아니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 공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2. 판결요지 가. 원심 판결요지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양도담보권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시 존재하는 집합물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하면 그 후 새로이 반입되는 개개의 물건에 대하여 그 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계약을 맺지 아니하더라도 하나의 집합물로서의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게 되므로, 담보설정자인 B로부터 C에게로, C로부터 E에게로 순차로 양도된 돼지들은 각 양도시마다 그 수량에 증감변동이 있었다 하여도 원고의 양도담보권의 대상이 된다. 나. 대법원 판결 요지 위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은 이 사건 돼지 중 피고가 애초에 양수한 농장 내 돼지들 및 통상적인 양돈방식에 따라 그 돼지들을 사육하면서 돼지를 출하하여 얻은 수익으로 새로 구입하거나 그 돼지와 교환한 돼지, 또는 그 돼지로부터 출산시켜 얻은 새끼돼지에 한하여 미치는 것이지, 피고 E가 별도의 자금을 투입하여 반입한 돼지가 있다면 그 돼지에는 미치지 아니한다(파기환송). 3.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의 효력범위 개별동산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되면 양도담보의 효력이 개별동산에 미치므로 양도담보설정자가 제3자에게 해당 동산을 처분한 경우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양도담보 목적물을 취득한 제3자는 선의취득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는 한 그 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법리라 할 것이나, 본 사안처럼 수시로 증감변동하는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경우는 법률관계가 보다 복잡해진다. 즉,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은 양도담보설정자가 집합물을 이루는 개별동산에 대하여 수시로 반입, 반출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반입, 반출된 개별동산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의 추급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본 사안은 반입된 개별동산에 대한 양도담보의 효력 범위에 관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경우를 나누어 검토해보기로 한다. 가. 양도담보설정자가 반입한 경우 (1) 원칙적으로 추급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뱀장어 양식장 내의 뱀장어 전체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 이루어지면 그 집합물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건이 변동되거나 변형되더라도 한 개의 물건으로서 동일성을 잃지 아니하므로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는 것”이라며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되면 그 후 양도담보설정자가 그 집합물을 이루는 개개의 물건을 반입하였다 하더라도 그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권 설정계약을 맺지 않아도 양도담보권이 미친다”고 설시한 이래(대법원 1990. 12. 26, 88다카20224 판결) 본 사건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으며 이는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2) 다만 반입된 동산의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특정 사육장 내의 유동집합물 숫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시의 숫자보다 현저히 많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론이 항상 유지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필자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대법원도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친다고 하는 근거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수량을 지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양만장 내 뱀장어 전체를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하기로 하는 데 있다’는 당사자 간의 의사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위 88다카20224 판결 참조), 당사자의 의사 해석상 반입된 동산의 숫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사자가 예정하였던 숫자를 현저히 초과한 경우까지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라 할 것이다. 나. 제3자가 반입한 경우 (1) 양도담보설정자가 반입한 동산의 경우와 달리 본 사안처럼 양도담보설정자 혹은 그의 계약상 지위를 인수한 자가 아니라 양도담보권의 제한을 승인하지 아니한 제3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반입한 동산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제3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동산이 이러저러한 연유로 외관상 집합물 안으로 반입된 경우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양도담보설정자 소유의 동산과 제3자 소유의 동산이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지, 하나의 집합물로 존재하여 그 전체가 양도담보권자의 처분권 하에 놓이게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2)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양도담보계약에서 지정된 장소에 존재하는 현재의 집합물에 양도담보권이 미치는 근거는 계약당사자가 그러한 합의를 하였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합의를 하지 아니한 제3자가 새로이 소유권을 취득하여 외부에서 반입한 개별동산에까지 양도담보권이 미친다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며, 이는 민법의 3대원칙 중 하나인 소유권 존중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결론이다. 4. 본 판결의 의의 (1) 원심은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권자의 권리와 거래 안전의 조화를 위하여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목적인 집합물이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그 양도담보권의 부담을 받는 채로 집합물을 양수한 것이 되나, 다만 양수인이 양수 당시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한 목적물에 대하여 양도담보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 때에는 양수한 목적물이나 그 후 새로 구입한 동산에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칠 여지가 없게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원심의 논리는 양수인이 통상적인 양돈방식에 따라 그 돼지들을 사육하면서 돼지를 출하하여 얻은 수익으로 새로 구입하거나 그 돼지와 교환한 돼지, 또는 그 돼지로부터 출산시켜 얻은 새끼돼지에 한하여 적용되는 논리이며, 양수인이 별도의 자금으로 투입한 돼지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다만, 당사자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자금으로 투입한 돼지의 두수에 대하여는 양수인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였다). 이는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현실적 필요성에 의하여 양도담보의 효력 범위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제한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제어한 판결로 평가된다. 5. 여론: 집합물로부터 반출된 동산에 대한 추급효 문제 본 판결 내용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양도담보설정자가 수시로 반출하는 동산에 대한 추급효 문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법원의 논리로 일관한다면 이러한 경우 수시로 반출되는 동산은 현재의 집합물에서 벗어났으므로 추급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이고 학설 상으로도 이러한 견해가 유력한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란은 어디까지나 양도담보설정자가 통상적인 사육 방식에 따른 사육의 결과로 반출하는 동산에 한정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본 사안처럼 B가 원고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반출한 경우에는 추급력을 인정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도 걸맞는 결론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원고가 2,000두를 매수한 D를 상대로 돼지 인도 청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D가 선의취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것임은 물론이다.
2005-01-24
채무자 소유 아닌 부동산에 대한 경매와 담보책임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파악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 건물 및 그 대지는 A 회사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 있었는데, 그 회사에 대한 채권자의 신청으로 이들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실시되었다. 원고는 거기서 이들을 경락받아 경락대금을 완납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피고는 이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로서 9억원을 배당받을 것이었지만, 그에 관한 이의가 제기됨에 따라 그 금액은 공탁되었다. 그런데 그 후 제3자 甲이 이 사건 건물은 애초 A 회사가 아니라 甲의 소유로서 A 회사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물론 원고의 위 소유권이전등기도 무효라는 이유로 원고를 상대로 위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위 공탁된 배당금에 대한 피고의 출급청구권은 피고가 원인 없이 이득한 것이라고 하여 그 양도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그 후 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원고승계참가인에게 양도하였다. 原審(大邱高判 2003.9.25, 2002나9203)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 이유는 “이 사건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절차는 그 개시 당시부터 채무자 소유가 아닌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이므로, 강제경매절차에서 배당받은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공탁된 배당금 중 이 사건 건물에 관한 8억9천여만원의 청구권을 양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判決趣旨]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21640 판결, 1993. 5. 25. 선고 92다15574 판결 등 참조).” [評釋] 對象判決은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명문에 반하고, 또한 종전의 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여겨지므로, 찬성할 수 없다. 1. 이 사건은 채무자 앞으로 소유권등기가 된 부동산에 대하여 경매가 행하여져서 경락인이 경락대금을 납부하고 그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았으나 원래 그 경매목적물이 채무자가 아닌 제3자의 소유이어서 경락인이 그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정된 事案에 대한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원심판결이 정면에서 설시하는 대로 경매의 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한 경우로서 채무자가 이를 취득하여 경락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 우선 위의 사실관계가 경매의 목적물이 애초 채무자 아닌 타인에게 속하는 것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大判 76.4.27, 75다2322(要集 민 I-2, 940); 大判 82.12.28, 80다2750(集 30-4, 171) 등 판례는 타인 소유의 부동산이 매매된 경우에 진정한 소유자가 매수인 또는 매도인을 상대로 그 명의의 소유권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그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민법 제570조에서 정하는 “매도인이 그 권리를 취득하여 매수인에게 이전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우선 民法注解[IX], 282면 이하(梁彰洙 집필) 참조). 다른 한편 민법 제578조 제1항은 “競賣와 賣渡人의 擔保責任”이라는 표제 아래 “競賣의 境遇에는 競落人은 前8條의 規定에 의하여 債務者에게 契約의 解除 또는 代金減額의 請求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거기서 정하는 ?전8조의 규정? 중에 제570조가 포함됨은 그야말로 계산상으로도 명백하다. 따라서 위의 사실관계에서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문제되어야 함은 논의의 여지가 없다. 대상판결이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라고 설시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타인의 소유에 속한 경우와는 별개임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2. 對象判決이 들고 있는 두 개의 참조판결은 대상판결과 사실관계를 달리하여서, 구속력 있는 선례가 될 수 없다. (1) 우선 大判 91.10.11, 91다21640(集 39-4, 27)은, 강제경매의 채무명의가 된 약속어음공정증서가 위조된 것이어서 그 절차에서의 경락인 앞으로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명하는 판결이 확정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경락인이 경매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음은 물론인데, 이러한 경우는 제578조 및 제570조 내지 제577조에서 정하고 있는 담보책임의 발생요건의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 원고를 위한 구제수단은 담보책임 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편 대상판결과의 관련에서 의미 있는 것은, 그 판결이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서의 담보책임은 매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매절차는 유효하게 이루어졌으나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등의 하자로 경락인이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거나 이를 잃게 되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고, 경매절차 자체가 무효인 경우에는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고 설시하여서, 명확하게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에서 정하는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는 점이다. 물론 이 판시도 경매의 무효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고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역시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책임이 인정된다고 설시하는 것을 중시하여야 할 것이다. 또 그렇게 보면 이 판결에서 '경매절차 자체'의 무효를 운운하는 것은, 그 사실관계에서 문제된 대로 그 절차를 시동시키는 출발점이 되는 채무명의가 무효인 경우와 같이 경매의 절차적 추행과 관련된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것이고,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것과 같이 말하자면 경매에 '공신적 효과'가 없다는 그 실체적 효력과 관련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되지 못할 바 없다. (2) 또한 大判 93.5.25, 92다15574(공보 1386)은, 근저당권의 설정자가 목적물인 건물을 헐고 새로 건물을 지었는데 이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하지 않고 있던 중 원래의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그에 기하여 新建物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목적물을 경락받고 경락대금을 납부한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경우 피고의 근저당권은 동일성을 상실한 신건물에는 효력이 없고, 무효인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은 물론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도 민법의 규정 어디를 보아도 그로부터 담보책임이 발생한다는 정함을 찾을 수 없다. 한편 이 大判 93.5.25.도 앞의 (1)에서 인용한 大判 91.10.11.의 설시를 그대로 반복하여, '경매의 목적이 된 권리의 전부가 타인에게 속하는 하자로 경락인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확인하고 있다. 3. 이와 같이 대상판결이 참조판결로 인용하는 종전의 재판례들은 오히려 대상판결과는 반대로 경매목적물이 강제경매의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속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578조의 담보책임이 인정된다는 태도를 밝혔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이해일 것이다. 이들 외에도 위와 같은 경우에 담보책임을 긍정한다고 보아야 할 재판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大判 88.4.12, 87다카2641(集 36-1, 153)이 중요하다. 이 판결은, 甲 소유의 부동산이 甲 앞으로 등기되어 있었는데 乙이 서류를 위조하여 자기 앞으로 소유권등기를 이전하고 다시 피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는데, 피고가 丙을 위하여 원고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바, 위 근저당권에 기하여 행하여진 임의경매에서 원고가 경락을 받은 사안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결국 경매목적물을 취득하지 못한 원고는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계약해제에 따르는 원상회복으로서 경락대금 상당액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쟁점은 오히려, 피고와 같은 物上保證人이 민법 제578조 제1항에서 1차적으로 담보책임을 진다고 정하여진 '채무자'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면서 물상보증인이 동조상의 채무자에 해당함을 긍정하고, “경락인이 그에게 계약해제권을 행사하였으면 물상보증인은 경락인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를 진다”고 판시하였던 것이다(이에 대한 찬성평석으로 梁彰洙, “他人 所有 物件의 競賣와 物上保證人의 擔保責任”, 판례월보 216호(1988.9), 38면 이하(同, 民法硏究, 제2권(1991), 231면 이하에 再錄) 참조).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언필칭 “경매가 무효”라고 하여서 경락인은 경매채권자에 대하여 그가 배당받은 금액의 반환을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서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민법 제578조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면, 위의 大判 88.4.12.와 같이 물상보증인, 즉 민법 제578조 제1항의 법문으로 말하면 ?경매채무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은 결코 나올 수 없는 것이다. 4. 경매목적물이 채무자 아닌 제3자의 소유에 속하는 경우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사건의 해결로서는 대상판결의 결론과 같이 배당채권자에 대하여 일반부당이득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1차적인 담보책임자로서의 '채무자'는 특히 그에 대하여 강제경매절차가 진행된 상황이라면 이미 무자력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제578조 제2항에 의하여 '대금의 배당을 받은 채권자'로부터 그가 배당받은 금전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이나 對象判決과 같은 태도에 찬성하기 어렵다. 혹 문제의 핵심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착잡하게 뒤엉키는 '경매의 무효'(사실 그 의미도 명확한 것은 아니다)의 다양한 경우들에 있어서 이를 간명하고 형평에 맡게 처리할 방도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있다고 한다면, 이는 보다 근원적인 論究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하여 절차의 안정성을 중시하여 경매절차의 효력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입장(최근의 예를 들면 閔日榮, “競賣와 擔保責任의 法理 ―임차주택의 경매를 중심으로”, 法曹 568호(2004.1), 5면 이하)에서도 경매목적물이 타인에게 속하는 경우에 민법 제578조, 제570조의 담보책임이 아예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어떠한 입장을 취하든 명문의 규정에 반하는 해석은 쉽사리 취할 것이 아니며, 또 민법 제578조가 立法論的으로 크게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그 法意에 대하여는 우선 위의 梁彰洙, 民法硏究, 제2권, 238면 이하 참조).
2004-09-06
국회의원 선거 기탁금제도의 합헌성
I. 문제의 제기 정치개혁의 의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상정되어 있다. 집권세력의 정략적인 의도나 특정 정당 내에서의 정파들 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기되던 이전의 이른바 ‘정풍운동’등과는 그 맥락과 성격이 사뭇 다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약함)가 그동안 정치법제와 관련하여 많은 결정을 내려왔지만, 특히 이런 상황에서의 정치제도와 관련된 결정은 정치개혁논의에 대한 준거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하 ‘선거법’으로 약함)상의 기탁금제도와 관련된 헌재의 결정이 더욱 주목되거니와,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결정의 내용보다는 설시를 통해 드러난 국회의원선거에 대한 헌재의 기본적인 시각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의민주정치의 성패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선거법제에 달려 있고, 선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시각은 대의민주주의관을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추상성과 개방성이 두드러지고, 그렇기 때문에 해석을 통한 법형성의 기능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정치헌법’의 경우 헌법에 대한 최고의 유권해석기관인 헌재의 ‘관점’(topos)은 정치법제의 형성과 운용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침과 한계로 작용된다.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한 헌재의 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과 현상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평가의 폭을 감안 할 때 하나의 가능한 ‘관점’에 따른 학리해석론으로서는 수긍될 수 있는 점이 없지 아니하지만, 최고의 유권헌법해석기관인 헌재의 해석론으로서는 그 ‘관점’의 타당성에 대하여 의문이 없지 아니하여 이의를 제기한다. - 결 정 요 지 -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제도의 시행여부와 기탁금 액수 및 반환의 기준 등은 과잉 금지의 헌법적 한계내에서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 액수와 반환기준은 과다하거나 자의적인 기준이라 할 수 없다 II. 결정요지 헌재는 국회의원선거 기탁금제도의 시행 여부와 기탁금의 액수 및 반환의 기준 등은 과잉금지의 헌법적 한계 내에서 선거 및 정치문화와 풍토, 국민경제적 여건, 국민의 법감정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본다. 다만 현행 ‘선거법’상의 기탁금의 액수와 반환기준은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에 따른 현실적인 필요성을 감안할 때 과다하거나 자의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 기탁금제도 자체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헌재는 입후보자수의 ‘적정한 제한’을 핵심논거로 제시한다. 정치세력간의 세력구도를 결정하는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적 정당성에 상응하는 대의기관의 구성과 그에 따른 정국안정의 요청이 그 요체인데, 일정한 범위 이상으로 입후보자가 난립하여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게 되면 선거의 제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바, 우리의 정치문화나 선거풍토 등의 현실과 경제적 부담 등을 감안할 때 기탁금제도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500만원의 기탁금 수준(‘선거법’ 제56조)은 천만원 내지 2천만원의 기탁금이 요구되는 경우 후보자의 수가 4∼5명 정도로 고정되고 있는 경향과 함께 그것이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의 약 3∼6개월분에 해당되는 수준임을 감안 할 때 과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유효투표총수를 후보자수로 나눈 수(이하 n분의 1로 기술함) 또는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이상’으로 정해진 반환기준(동 법 제57조)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거제시 없이 그 자의성을 부인한다. - 평 석 요 지 - 선거법상의 기탁금 액수와 그 반환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헌재의 긍정적인 판단은 의문이며, 특히 반환기준에 관해 헌법적 한계를 제시하는 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III. 평석 헌재는 기탁금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핵심논거로 후보자수의 ‘적정한 제한’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는바, 대의기관인 국회구성의 기능적 관점에서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없지 아니하다. 국회가 민주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구성되고, 책임정치에 부응하는 정책결정기관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뜻’이 난립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리·집적되어서 표출되고, 그에 따라 안정적이고 계속적인 세력구도가 형성되어야만 하고, 이는 ‘국민의 뜻’을 형성하고 확인하는 절차인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이 담보되는 경우에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특히 국회의원선거는 단순히 대의공직자의 선출이나 대의기관구성의 방법으로서만 그 정치적 의미와 기능이 이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국회의원선거는 후보자들 개인에 대한 선택인 동시에 정치 및 정책운용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고 배분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절차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심판절차는 공식적으로 장래 국가운영의 방향과 중요한 정책방안들이 의제로 상정되고 논의되는 제도화된 국민토론장이다. 오늘날 정치현실에서 선거는 시민들이 사실상의 결정력을 갖는 정치적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함께 생각하는 시민’과 능력 있는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치교육의 장이다. 이와 같은 정치적 심판, 토론과 정치교육의 장 등으로서 선거의 복합적인 민주정치적 순기능은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속에서만 살아날 수 있다. 선거의 진지성과 함께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후보자로서, 유권자로서 같이 참여하는 한 마당의 축제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축제성을 담보하는 제1의 조건은 가능한 한 부담은 줄이고, ‘함께 하는 즐거움’에 대한 충분한 기대치를 약속하여 최대한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격과 내용은 선거제도와 방식에 의해서 상당 부분 결정된다. 기탁금제도도 일견 하나의 미시적인 차원의 기술적인 제도인 듯 보이지만, 적어도 참여정치와 선거의 축제성의 관점에서는 거시적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본질을 규정하는 매우 중대한 역기능이 우려되는 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치선진국들은 기탁금제도를 두지 않거나 또는 명목상의 상징적인 소액 수준으로 운용하고 있고, 이러한 외국입법례에 대해서는 기탁금제도가 ‘구시대의 역사적인 유물’이라는 판단과 함께 이미 헌재가 조사·검토하여 설시에 담은 바 있다(1989.9.8, 88헌가6, 판례집 제1권, 240면 이하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선거법’상의 기탁금액수와 그 반환기준의 적정성에 대한 헌재의 긍정적인 판단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헌재가 제시하는 바와 같이 기탁금 1,500만원이 도시근로자 평균임금의 3~6개월분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이는 가구당 평균저축률을 30%로 가정하는 경우에(통계청이 발행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할 때 민간저축률은 25% 내외이고,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 흑자율은 30%를 넘지 아니한다) 실제로는 6개월에서 1년 반 이상을 저축해야만 마련할 수 있는 금액으로 그 부담은 결코 가벼운 것으로 평가되지 아니한다. 특히 취업초기에 있는 청년층이나 빈곤층에게 이 정도의 부담은 그 자체로서 이미 입후보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유력한 정당 등 기존의 정치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정견을 내세우는 정치신인들의 경우, 기탁금을 반환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한 번의 축제참가비 또는 메가폰 사용료로서 1,500만원은 과다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반환기준에 관해서, 헌재는 ‘진지하게 입후보를 고려하는 자가 입후보를 포기할 정도로 높은 기준’은 안된다는 헌법적 한계를 제시하는 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유효투표총수의 n분의 1 또는 15% 이상으로 정해진 기준을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입법사적으로 볼 때, 1963년에 폐지되었던 기탁금제도가 1972년(12.30. 법률 제 2404호)에 부활된 이래 그 반환기준은 대체로 유효투표총수의 2n분의 1(1991년 개정) 또는 3분의 1(1972년-1981년 개정선거법 까지)이상 내지는 유효투표총수의 n분의 1 또는 20%(1998.4.30, 법률 제 5537호) 이상으로 정해져 왔었는바, 현행 ‘선거법’상의 반환기준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상대적인 낮음이 적정성을 뒷받침한다고 보기에는 절대기준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 전술한바, 헌재의 설시에 포함된 조사에 따르면 소액의 명목상 기탁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우에도 그 반환기준은 당선자득표수의 4분의 1 내지 5분의 이상(뉴질랜드, 호주 하원선거)에서부터 유효투표수의 10분의 1 내지 100분의 1이상 등 매우 경미한 수준에서 정해져 있다.(판례집 제1권, 241면 참조) 이렇게 경미한 수준에서 반환기준을 정한 것이 최소한의 선거의 진지성과 함께 최대한의 참여를 필수조건으로 선거의 민주정치적 기능을 각별하게 고려한 입법정책적 의도가 반영된 것임은 물론이다. 이러한 입법례를 떠나서 또는 기탁금액수의 과다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하게 판단하는 경우에도 n분의 1 또는 15% 이상의 반환기준이 우리 헌법과 선거법체계에 적합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현행 ‘선거법’(제189조)은 비례대표선거제도의 의석배분과 관련, 원칙적으로 전체유효투표총수의 5%, 예외적으로는 3%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저지규정’을 두고 있는 바, 이 제도가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고,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임은 재론을 요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 선거법의 체계논리상 적어도 유효투표총수의 3-5%정도의 득표를 한 후보자와 그 후보자가 낸 목소리를 선거의 진지성과 신뢰성을 해친 난립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더구나 이러한 ‘저지규정’의 기준이 전국단위의 비례대표의 의석배분과 관련하여 정당득표수를 기준으로 한 것인 점을 고려하면, 인적인 신임의 요소가 크게 작용되고, 따라서 정치신인에게 가능한 한 진입문턱을 낮추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지역구선거에서의 유의미한 득표에 대한 판단기준은 적어도 ‘저지규정’의 기준보다는 더 낮은 수준에서 정해져야 할 것이다. IV. 맺는말 이미 전술한 1989년의 기탁금제도에 관한 결정에서 헌재는 기탁금제도를 ‘구시대의 역사적인 유물’로 단정하면서 ‘민주정치와 선거제도의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참여확대와 기회균등의 요청을 강조한 바 있다. 그 후 여러 차례 기탁금의 액수와 반환기준과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는 헌재가 2003년의 시점에서 제시한 민주정치와 선거제도의 관계에 대한 ‘관점’과 기탁금제도에 판단은 무려 14년 전의 그것에 비해 크게 퇴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헌재가 고려한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풍토’가 14년 전에 비해서 더 악화된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그렇지 않다면 헌재의 결정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반환기준이 높게 설정된 고액의 기탁금제도가 필요불가결한 수준으로 보는 헌재의 인식이 정확한 것인지 또한 1,500만원의 기탁금 때문에 입후보자수가 4-5명으로 고정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인지 의문이 없지 아니하다면 차라리 기탁금제도 없이 또는 경미한 수준의 기탁금액과 예컨대 유효투표총수의 3% 정도의 낮은 반환기준으로 국회의원선거를 한번 실험해보는 것이 가장 간명하고 확실한 검증수단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2003-12-08
Qiu Tam소송 -미국소송사례탐방-
작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세계 40위로서 OECD 국가중 최하위라고 발표했다. 핀란드가 1위, 미국은 16위, 일본은 20위, 우리와 정서적으로 비슷한 이태리는 31위를 차지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지만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Qui Tam소송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Qui Tam소송은 미 정부에 허위 또는 기타 위법한 방법으로 손해를 끼친 사실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자(whistle-blower)가 법무성과 공동 또는 독자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Qui Tam소송에서 승소하면 양심선언자는 법무성과 공동 소송수행의 경우에는 판결이냐 화해냐에 따라 승소액의 15 내지 25%, 독자소송수행의 경우에는 25 내지 30%의 보상을 받게 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태까지 63억8500만 달러가 회수되고 이중 총 9억878만 달러가 양심선언자에게 지급되었다. Qui Tam 이란 “qui tam pro domino rege quam pro sic ipso in hoc parte sequitur” (이 사안에 관하여 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소를 제기하는 자)를 줄인 말이다. Qui Tam 소송은 링컨대통령의 업적중 하나다. 링컨대통령은 당시 군납계약자들의 군수물품 제작과 납품가격 책정에 사기가 있음이 드러나 1863년 부당청구금지법(False Claims Act)을 제정하였다. 그후 1986년 포상액의 상향조정, 변호사비용의 패소피고부담, 주정부에 대한 위법청구포함, 미필적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부당청구도 포함시키는 대폭개정을 했다. Qui Tam소송은 군납, 의료보험, 정부지원연구사업, 불법환경투기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Qui Tam소송의 최근 사례로 2002년 6월 3일 화해로 종결된 Eckerd Corporation 사건이 있다. (United States and State of Florida, ex rel. Louis H. Mueller v. Eckerd Corporation, Case No. 8:95-CV-2030-T-17EAJ). 약국 체인인 Eckerd Corporation은 재고불충분으로 처방전의 일부밖에 조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 전부를 조제한 것처럼 건강보험료를 부당 과다 청구한 것이 문제되었던 사건이다. 이 체인의 전직 약사였던 Mueller가 미정부를 대신하여 Eckerd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Eckerd사는 미정부에 대하여 부당청구금 5,866,751.70불을 지불하는 것에 합의했고, Mueller는 880,012.76불을 지급받았다. 1994년에는 유타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정부지원 연구에서 국립보건연구원(NIH)에 허위연구결과를 보고한 데 대하여 각기 95만불과 16만5천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1996년 M/G Transport Services Inc. 사는 테네시밸리에 석탄을 바지선으로 수송하면서 기름 및 쓰레기를 하천에 방류하였음이 드러나 460만불에 화해했고, 140만불이 양심선언자에게 지급되었다. 1995년 Rubbermaid가 총무처에 납품하면서 대정부 할인율이 일반 상거래 할인율에 비해 높은 점을 계약 협상시 알리지 않은 점이 밝혀져 88만7천불에 화해했다. 또한 1996년 Philips가 노동위원회 등에 사무용품 판매계약 체결당시 미국내 공장폐쇄에 관한 내용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백만불에 합의했고, 2000년 Toshiba는 결함있는 노트북컴퓨터 납품이 드러나 335만불에 합의했다. 2001년 제정된 우리의 부패방지법은 보상심의위원회가 2억원의 한도에서 보상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공직자의 경우에는 감액 또는 아예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액과 지급여부가 위원회 재량에 좌우되어 투명성 제고에 목적을 두는 법이 오히려 불투명하다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양심선언자로 하여금 직접 소송의 원고가 되게 하고 보상금도 투명하게 결정되는 Qui Tam소송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03-05-01
支出費用의 賠償과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
[사실관계] 원고(건설회사)는 피고(사찰)가 1988년5월17일 소외인 A에게 사건 토지를 임대보증금 3,000만원, 임대기간 19년으로 정하여 임대하여 A가 위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 사찰 주변이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자 그 일대에 스포츠타운 및 오피스텔을 건축하고자 피고에게 요청하여 사건 토지를 임대하게 되었다. 피고는 선행 임차인인 A를 상대로 사건 토지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2년6월25일 패소한 후 원고는 그와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1992년12월10일경 당초 의도했던 대로 사건 토지 위에 스포츠타운 등을 건축하기 위한 공사에 착수하여 대지조성 및 지하굴토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1992년11월9일 A에게 사건 토지를 3억5,000만원에 매도하였고 결국 1994년10월18일 A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원고는 A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이를 알면서도 스포츠타운 등의 공사를 계속하다가 A로부터 토지인도 및 시설물 철거를 요구받게 되어 결국 1995년4월25일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전액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묻는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1.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하여: 원고가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입게 된 손해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존속을 믿고 임차대지상에 스포츠타운 등 시설공사를 위하여 지출한 공사비용 상당액이다. 2. 과실상계에 대하여 :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임차하더라도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충분히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포츠타운 등 공사를 위한 비용을 지출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도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직권으로 손해배상의 책임 및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 [評釋] I. 債務不履行의 可能性과 信賴投資의 賠償문제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의 계약이행 즉 임대차의 목적토지를 지장없이 사용·수익케 할 것으로 믿고 계약의 진행중에 목적토지에 대해 비용을 투자하였다. 이러한 투자비용 이른바 ‘신뢰투자’는 손해배상의 범위에 들어가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와 아울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그 계약이행으로 인하여 채권자가 얻을 이익 즉 이행이익의 배상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에 갈음하여 그 계약이 이행되리라고 믿고 채권자가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의 배상을 구할 수도 있다’(大判 2002년6월11일, 2002다2539)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진행중인 계약관계에서 채무불이행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채권자의 신뢰투자는 보호되는가? 참고로 개정독일민법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채권자의 지출비용의 배상을 인정하는 규정(동법 제284조)을 신설하였는데 요건으로 비용지출의 ‘정당성’(Billigkeit)을 요구하고 있다. 정당성이 인정되는 기준은 채권자가 비용지출시 채무자가 급부를 이행하리라는데 대해 의심을 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가이다. 예컨대 채무자의 이행의 곤란성이 예견된다거나 계약의 유효성이 다투어지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에게 문제들이 해결될때까지 비용의 지출을 중단할 것이 요구된다고 한다. 대상판결에서는 ‘이행불능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라고 표현하여 이행불능의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채권자의 지출은 배상범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경우 채권자의 지출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이 사안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법리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을 신뢰하여 지출한 신뢰투자에 대하여는 비용의 지출시에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이 일어날 가능성을 알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배상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래 판례가 해온 채권자의 지출이 ‘통상적인 지출비용의 범위내에 속하는가’ 라는 지출비용의 통상성의 판단에 있어 하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II. 債權者의 損害輕減義務의 법리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고를 ‘손해가 발생되지 않거나 발생되더라도 최소한에 그치도록 필요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을 지출했으며 이는 원고에게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발생 내지 확대에 관하여 과실이 있다고 비난하고 이를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데 마땅히 참작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채권자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회피하거나 경감할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는가가 이론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비교법적으로도 이러한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는 영미법에서는 이른바 손해경감(mitigation)의 법리로 발전하였으며 유엔매매법(제77조)이나 최근의 유럽계약법(Art. 9:505)등에서 규정되어 있고 독일민법도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Schadensminderungspflicht)를 정하고 있다(동법 제254조 제2항). 이미 우리 판례도 다양한 유형에서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를 방지할 의무를 채권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채무자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예컨대 매도인이나 수급인이 하자있는 물건이나 완성물을 인도한 경우에 매수인이나 도급인이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하자를 보수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하자가 확산된 경우 등에 매수인의 이러한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범위를 제한한 다수의 사례들이 있다(大判 1993년11월23일, 92다38980, 大判 1990년3월9일, 88다카31886). 또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공사중단시 즉시 해제하고 제3자와의 잔여공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함에도 이를 지체한 경우에 지체기간에 상응하여 지체상금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였다(大判 1999년10월12일, 99다14846 등). 또는 채무자의 불이행시에 채권자는 잔여재료나 유휴노동력을 적절히 처분 또는 활용하여 손해를 줄여야 하며 채권자가 태만이나 과실로 인하여 얻지 못한 소득은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공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大判 2002년5월10일, 2000다37296). 사안에서도 법원은 채권자에게 손해의 확대에 대하여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감액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는데, 이를 위해 기존의 판례들과 같이 과실상계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채권자의 행태를 일괄하여 채권자의 과실로서 파악하는 것은 이에 관한 실제적인 법리의 발전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 첫째로 채권자의 손해경감은 이미 발생한 불이행에 대해 그로 인한 손해를 감소시키는 합리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데 비해, 과실상계의 법리는 채무불이행의 발생 자체에 채권자의 부주의가 기여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손해의 확대에 관하여는 채권자의 과실의 법리보다는 손해배상의 범위의 제한의 문제로 다루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사안처럼 채무불이행의 가능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채권자의 행위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가게 되면 채권자의 과실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부적절해진다. 행위주체에게 어떠한 행위의무가 부과되지 않고 단지 자신에게 돌아올 손익을 계산하여 손해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를 과실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기 쉽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과실상계의 법리를 제한없이 계약상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과실상계이론을 적용하여 법원이 적절하게 채무자의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법원에게 계약당사자간에 합의된 위험의 분배를 변경하는 권한을 허용하고 계약책임의 예측가능성을 해하는 면이 있다. 계약상의 채무의 이행여부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결과의 달성여부 또는 계약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채무자가 다하였는지 등 채무자의 행태를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인데, 채권자측의 행태를 이와 동가치의 의미를 갖는 과실로서 파악하여 법원이 그것을 불이행책임의 여부와 금액을 정하는데 채무자의 항변도 필요없이 임의로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계약책임에 있어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민법상 채권자의 손해경감의무의 법리를 인정한다면 이는 어디에 근거지울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된다. 그것은 제393조의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즉 통설은 제393조를 상당인과관계설에 입각하여 해석하면서 인과관계의 상당성의 판단기준으로서 개연성 이외에 규범목적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수용함으로써 상당성의 내용을 풍성하게 할 것을 제안한다(이은영, 채권총론 289면). 바로 이러한 상당성의 내용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서 채권자에게 손해를 경감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될 수 있었는가 즉 손해의 회피가능성이 또 하나의 요소로서 추가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한 판례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영업손실 상당의 손해는 원고가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아니한 탓에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大判 2002년5월24일, 2000다42540)고 한 것은 흥미롭다. 결국 채무불이행에 있어 과실상계가 적용되는 경우는 불이행 자체의 발생에 대하여 채권자가 공동의 원인제공자인 경우에 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채무불이행의 발생후에 채권자가 불이행의 결과를 악화시키거나 또는 손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적극·소극의 합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는 이를 ‘회피할 수 있었던 손해’로 보아 인과관계의 상당성이 부인되어 제393조 상의 손해배상의 범위안에 들지 않는다고 구성하는 것이 좀 더 명쾌한 이론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2002-12-23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
헌법재판소는 2002. 4. 25.에 선고한 2002헌사129 결정에서 軍行刑法施行令 제43조 제2항 본문 중 前段 부분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준용되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의 執行停止規定과 민사소송법 제714조의 假處分規定에 의하면, 법령의 위헌확인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가처분은 위헌이라고 다투어지는 법령의 효력을 그대로 유지시킬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가처분에 의하여 임시로 그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아니하면 안될 필요가 있을 때에 허용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은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가처분이 가능한가 하는 헌법소송법 문제 외에도, 우리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구제절차를 담당하는 권한이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간에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1. 事件의 槪要 이 사건 신청인들은 차기전투기 사업(F-X 사업) 시험평가단 부단장에 근무하다가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특수전사령부 유치장에 구속된 조아무개 공군대령과 그의 부인 문아무개씨이다. 신청인들은 군인의 신분이거나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의 면회 횟수를 주 2회로 제한하는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이 규정의 효력을 本案事件의 결정 선고시까지 임시로 정지할 것을 구하는 假處分申請을 하였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認容한 것이다. 심판의 대상이 된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의 全文은 다음과 같다.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다만, 변호인과의 면회는 그 횟수를 제한하지 아니한다” 2. 憲法裁判所法上 假處分條項의 類推適用 우리 헌법 제111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은 이 모든 심판절차에 적용되는 가처분에 관한 일반조항을 두지 않고 정당해산심판과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만 假處分規定(제57조 및 제65조)을 두고, 헌법소원심판에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 없다. 한편 법원의 제청에 의한 위헌법률심판의 경우에는 裁判停止規定(제42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權限行使停止規定(제50조)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00. 4. 18. 제기된 舊 司法試驗令(2001. 3. 31. 대통령령 제17181호로 폐지된 것) 제4조 제3항 본문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2000헌마262)을 본안으로 한 가처분신청사건(2000헌사471)에서, 2000. 12. 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헌법소원심판절차에 있어서도 가처분의 필요성은 있을 수 있고, 달리 가처분을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가처분이 허용된다”고 판시하면서 위 사법시험령 조항의 효력을 본안의 終局決定 선고시까지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하였고, 이번에 또다시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에 대하여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위 결정들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가처분을 헌법소원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 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서 論理的 飛躍이 있다고 생각된다. 제도신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모든 문제점을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立法者가 수행하여야 할 역할이다.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에 없는 가처분을 하는 것은 재판기관의 권한을 초월한 것이다. ‘필요’하고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法官에 의한 法創造 또는 法獲得의 근거로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3. 行政訴訟法 및 民事訴訟法 規定의 準用 이 사건 결정에서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 준용한다고 한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행정소송의 대상인 行政處分의 執行停止에 관한 규정이고, 민사소송법 제714조는 係爭物에 관한 가처분과 臨時의 地位를 정하는 가처분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들은 원래 당해 사건 당사자의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우에 법원이 임시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일반적 효력정지까지 예상하고 있는 규정은 아니다.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가처분규정을 근거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킴으로써 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위 법률들에 규정된 假處分制度의 原趣旨를 벗어나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행정소송법의 집행정지규정이나 민사소송법의 가처분규정에는 없는 내용(법령에 대한 효력정지)을 준용한다고 한 결과가 되어, 헌법재판소가 법률상 근거 없는 헌법소원심판에서의 법령의 효력정지 가처분제도를 창설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만에 하나 이러한 法創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려면, 이것이 명백한 立法의 不備이고, 통상의 입법절차를 기다리지 않고 재판기관이 이를 보완하지 않으면 제도 본래의 目的을 도저히 달성할 수 없거나 제도의 實效性을 보장할 수 없는 등의 모순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4. 違憲決定 效力의 先取效果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면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은 원칙적으로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위헌법률의 효력을 제정 당시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래에 향하여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헌법적합성의 문제라기보다는 입법자가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인데, 우리 입법자는 후자의 입법정책을 채택한 것으로서 이는 헌법에 합치한다(헌법재판소 1993. 5. 13. 선고 92헌가10 결정).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시부터 장래를 향하여만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규범통제제도 하에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종국결정을 하기 전에 가처분으로 당해 법률의 시행 또는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獨逸의 경우에는 위헌결정에 一般的 遡及效가 인정되므로 위헌결정 전에 기존의 법상태에 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미리 관여할 여지가 있다. 그러므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법의 가처분규정(제32조, 제93조의d 제2항)에 따라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종국결정 전에 법률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하더라도 제도모순의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한편 우리 나라와 같이 법령의 위헌결정에 將來效만 인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절차에서 가처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헌법재판소는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VfSlg 13706, 1994). 우리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가처분을 허용한다면 법률의 효력상실이라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가처분이라는 별도의 제도로 선취하는 결과가 될 것인데, 이는 우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과 조화될 수 없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의 장래무효원칙에 대하여 법원의 판례로 비교적 광범위한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제도상 모순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 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하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에 위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미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3. 1. 15. 선고 91누5747 판결, 2000. 2. 25. 선고 99다54332 판결 등). 그러나 이 판례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하여 일반적인 소급효를 인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 스스로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상 요청되는 바”라고 한다(1994. 10. 25. 선고 93다42740 판결). 헌법재판소도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반면에 소급효를 인정하여도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없고 나아가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기득권자의 이득이 해쳐질 사안이 아닌 경우로서 소급효의 부인이 오히려 정의와 평등 등 헌법적 이념에 심히 배치되는 때에도 소급효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위 92헌가10 결정). 요컨대 위헌결정의 소급효가 인정되는 범위는 具體的 規範統制의 實效性 보장을 위하여 이미 제소된 사건에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거나, 아직 제소기간이 渡過하지 않은 사건 중에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구체적 타당성의 요청이 현저한 경우에 예외적·부분적으로 인정되는 것으로서 가처분에 의한 법령효력정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법률의 효력정지제도를 위헌결정의 장래효 원칙에 대한 하나의 예외적 제도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점은 근본적으로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할 것이며, 입법자의 명시적 수권 없이 법률의 위헌결정 전에 그 효력을 정지시키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5. 憲法訴願의 補充性(前審節次 履行要件) 우리 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전에 다른 법률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도록 하는 보충성의 원칙(또는 전심절차 이행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68조 제1항 단서). 獨逸에서 보충성원칙은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경감과, 기초사실 및 일반법원의 법률적 견해의 전달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기능은 법원이 충분한 심리를 하고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널리 헌법소원이 행해지는 것이 전제된다. 그러나 우리 헌법소원제도는 독일의 제도와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제도적 의의와 기능도 전혀 다르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우리 법제(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하에서 보충성원칙의 실제적인 의의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관할권에 속하는 사항을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심판관할권에서 배제하는 데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의 보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법원의 不適法却下 판례가 確立된 事案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헌법소원이 空洞化할 우려가 있다. 그 반면에 보충성원칙의 예외인정범위가 바로 헌법소원의 심판범위를 확보하는 기능, 즉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배분하는 기능을 하므로 예외인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령 자체에 의한 기본권침해가 문제될 때에는 일반법원에 법령 자체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訴訟物로 하여 제소하여 구제를 구할 수 있는 절차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헌법소원을 내야 하는 제약이 따르지 않는 이른바 보충성의 예외적인 경우”라고 일관하여 판시하고 있다(88헌마1 결정 이래 확립된 판례). 그러나 법령의 위헌성을 직접 소송물로 하여 일반법원에 제소할 길이 없다는 것이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의하여야 한다. 침해의 직접성이란 법령의 “집행행위가 없어도 직접 침해될 수 있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지, 당해 법령의 “집행행위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성이 있는 법령에 대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은, 보충성원칙의 예외가 인정된다면 바로 그 법령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도 있고, 집행행위를 기다리거나 집행행위를 촉구한 후에 그 집행행위에 대하여 구제절차를 밟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나아가 독일의 최근 판례와 같이 헌법소원의 보충성원칙을 단순히 전심절차 이행요건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기본권침해를 저지하기 위하여 청구인에게 허용되어 있는 모든 가능한 방법들을 전부 시도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BVerfGE 74, 102(113) 및 기타 다수의 판결), 구제절차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이면 되지 공권력 행사를 소송물로 하여 다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요컨대 법원에 의한 권리구제를 반드시 거치도록 요구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허용할 것인가(보충성원칙의 예외 인정) 여부의 궁극적 기준은 구체적 사건의 본질이 憲法解釋에 가까운가 아니면 事實認定 및 法律解釋에 가까운가 그리고 어느 재판기관이 이를 담당하는 것이 憲法政策上 바람직한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6. 結 論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법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의 적용이 문제된 재판이 사실상 전부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부도 그 법령에 따른 행정처분을 전혀 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재판업무와 행정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어차피 위헌으로 결정될 법령이라면 위와 같이 법정책적·법이론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효력정지의 가처분을 선고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위헌결정을 하는 편이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舊 司法試驗令 사건의 경우, 본안결정을 기다리면 한번의 응시기회를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으나, 긴급한 구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본안사건을 신속하게 심리하였으면 되었을 것이다. 2000. 4. 18. 제기된 본안사건은 젖혀두고, 2000.12.8.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서 2001년 실시될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응시기회를 논하는 것은 너무나 옹색한 논리이다. 구 사법시험령 조항에 대한 일반적 효력정지가처분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위헌여부에 관한 본안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규범통제제도의 정상적 운영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인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은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는 매주 2회로 하되”라고 규정하여 일견 별도의 집행행위 없이도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항 본문 중 후단부분은 “참모총장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여 면회 횟수에 대한 행정청의 재량여지를 인정한다. 조문 전체의 취지로 볼 때 면회 횟수를 주 2회만으로 직접 제한하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은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却下되어야 마땅하다. 설령 군행형법시행령 제43조 제2항 본문 중 전단부분이 직접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인정하여도,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인(헌법소원 본안사건의 청구인)들이 먼저 면회를 신청한 후 면회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절차에서 위 군행형법시행령 조항의 위헌·위법 여부가 재판의 전제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2항에 따라 이를 심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헌법소원 본안사건의 본질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 보장 필요성과 군행형상의 제한필요성을 개별·구체적으로 비교형량하는 데 있으므로, 이와 같이 個別·具體的인 利益의 比較衡量이 관건인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할 때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機能分擔을 고려하여야 하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법원의 권리구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한 것으로서 不適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건에서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하는 가처분까지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법령의 효력정지를 명하는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만한 사건이 못된다. 이 사건 헌법재판소 결정은 무리한 준용이론을 전개하면서 사실상 입법을 하고 있고, 법원의 관할권과 중첩되는 문제도 야기하였다. 국가권력에 의한 개인의 권리침해를 구제하여야 할 기본적 권한과 책임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이 나누어서 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 가처분제도를 도입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입법정책판단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가처분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으나, 이 제도를 채택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법령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제도는 그 파장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여 입법자가 그 채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가처분에 의하여 법령의 효력을 일반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처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 있는지 재판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검토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또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분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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