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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iu Tam소송 -미국소송사례탐방-
작년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세계 40위로서 OECD 국가중 최하위라고 발표했다. 핀란드가 1위, 미국은 16위, 일본은 20위, 우리와 정서적으로 비슷한 이태리는 31위를 차지했다.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지만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Qui Tam소송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Qui Tam소송은 미 정부에 허위 또는 기타 위법한 방법으로 손해를 끼친 사실을 폭로하는 양심선언자(whistle-blower)가 법무성과 공동 또는 독자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Qui Tam소송에서 승소하면 양심선언자는 법무성과 공동 소송수행의 경우에는 판결이냐 화해냐에 따라 승소액의 15 내지 25%, 독자소송수행의 경우에는 25 내지 30%의 보상을 받게 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여태까지 63억8500만 달러가 회수되고 이중 총 9억878만 달러가 양심선언자에게 지급되었다. Qui Tam 이란 “qui tam pro domino rege quam pro sic ipso in hoc parte sequitur” (이 사안에 관하여 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소를 제기하는 자)를 줄인 말이다. Qui Tam 소송은 링컨대통령의 업적중 하나다. 링컨대통령은 당시 군납계약자들의 군수물품 제작과 납품가격 책정에 사기가 있음이 드러나 1863년 부당청구금지법(False Claims Act)을 제정하였다. 그후 1986년 포상액의 상향조정, 변호사비용의 패소피고부담, 주정부에 대한 위법청구포함, 미필적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부당청구도 포함시키는 대폭개정을 했다. Qui Tam소송은 군납, 의료보험, 정부지원연구사업, 불법환경투기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Qui Tam소송의 최근 사례로 2002년 6월 3일 화해로 종결된 Eckerd Corporation 사건이 있다. (United States and State of Florida, ex rel. Louis H. Mueller v. Eckerd Corporation, Case No. 8:95-CV-2030-T-17EAJ). 약국 체인인 Eckerd Corporation은 재고불충분으로 처방전의 일부밖에 조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 전부를 조제한 것처럼 건강보험료를 부당 과다 청구한 것이 문제되었던 사건이다. 이 체인의 전직 약사였던 Mueller가 미정부를 대신하여 Eckerd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고, Eckerd사는 미정부에 대하여 부당청구금 5,866,751.70불을 지불하는 것에 합의했고, Mueller는 880,012.76불을 지급받았다. 1994년에는 유타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정부지원 연구에서 국립보건연구원(NIH)에 허위연구결과를 보고한 데 대하여 각기 95만불과 16만5천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 1996년 M/G Transport Services Inc. 사는 테네시밸리에 석탄을 바지선으로 수송하면서 기름 및 쓰레기를 하천에 방류하였음이 드러나 460만불에 화해했고, 140만불이 양심선언자에게 지급되었다. 1995년 Rubbermaid가 총무처에 납품하면서 대정부 할인율이 일반 상거래 할인율에 비해 높은 점을 계약 협상시 알리지 않은 점이 밝혀져 88만7천불에 화해했다. 또한 1996년 Philips가 노동위원회 등에 사무용품 판매계약 체결당시 미국내 공장폐쇄에 관한 내용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 백만불에 합의했고, 2000년 Toshiba는 결함있는 노트북컴퓨터 납품이 드러나 335만불에 합의했다. 2001년 제정된 우리의 부패방지법은 보상심의위원회가 2억원의 한도에서 보상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공직자의 경우에는 감액 또는 아예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액과 지급여부가 위원회 재량에 좌우되어 투명성 제고에 목적을 두는 법이 오히려 불투명하다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양심선언자로 하여금 직접 소송의 원고가 되게 하고 보상금도 투명하게 결정되는 Qui Tam소송을 도입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03-05-01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판결확정후 그 범행수단인 행위의 추가기소와 확정판결의 기판력
I.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은 종전에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일부에 대한 범행수단으로서, 그 공소사실에 그 범행수단 및 태양으로 설시되어 있기는 하나, 종전사건의 공소장 등에 비추어 종전사건에서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는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여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II. 판례평석 (1) 처음의 기소대상에서 누락된 사실을 검사가 판결이 확정된 후 추가로 기소하는 경우 소송법상으로는 크게 두가지 점이 문제된다. 첫째는 ‘검사의 公訴權 濫用與否’이다. 우선 검사의 누락기소에 대해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즉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했기 때문에 검사에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기소가 누락된 경우에는, 누락기소를 검사의 직무태만이나 위법한 부작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자백하였고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검사가 사실의 일부를 누락기소하고 판결확정후 추가 기소하는 것은 ‘병합심리에 의한 양형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고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소권의 남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비록 검사가 관련사건을 수사할 당시 이 사건 범죄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입건하여 관련사건과 함께 기소하는 것이 상당하기는 하나 이를 간과하였다고 하여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1998.7.10, 98도1273)고 하여 공소권남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따르거나 검사에게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동시소추의 의무는 없다고 보는 입장에 서면,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사기죄’로 기소하면서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누락했다가 차후에 추가 기소했다 할지라도 공소권남용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두 번째로 범죄사실의 누락기소와 확정판결 후의 추가기소는 ‘確定判決의 旣判力’ 및 ‘一事不再理의 原則’을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 판례는 이 점에 대해 심판하고 있다. 재판이 형식적으로 확정되면 그 판결의 의사표시도 확정되는데 이를 재판의 내용적 확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有·無罪의 실체재판이나 免訴判決의 경우 내용적 확정이 있게 되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형벌권의 존부와 범위가 확정되는데 이후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再訴가 금지되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確定判決의 旣判力 또는 一事不再理效果라고 한다. 有·無罪 또는 免訴判決이 확정된 후 동일사건에 대해 再訴를 금지하는 이유는 1) 동일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의 반복이 시민들에게 가져다줄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방지하고(二重危險禁止), 2)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며(訴訟經濟), 3)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성을 도모하며, 4) 동일사건에 대해 전후 모순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형사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있다. 그런데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판례와 다수설은 법원의 현실적 심판대상인 공소사실은 물론 그 공소사실과 單一하고 同一한 관계에 있는 사실의 전부(잠재적 심판범위)에 대해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법원의 심판범위에 대한 二元說의 입장). 이처럼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까지 기판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성이 있는 범죄사실 전부에 대해서 미치고(형사소송법 제247조 2항 참조), 2) 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과 피고인보호를 위해 二重危險을 금지하고자 하는 一事不再理原則의 취지에 비추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위험이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3) 헌법 제13조 1항의 “동일한 범죄”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형사소송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소장의 변경이 허용되는 범위와 일치하게 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결국 ‘公訴事實의 同一性’에 관한 학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판결의 기판력이 사기죄의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에게까지 미치는냐도 결국은 ‘사기죄’와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3)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현재 다수설은 ‘基本的 事實同一說’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비교되는 양 범죄사실을 각각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그러한 사실들이 다소간의 차이점을 보이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양자간에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자연적·전법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는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범죄사실들에 대해서 동일성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도 역시 종래에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판 1994.3.22, 93도2080; 1996.6.28, 95도1270; 1998.6.26, 97도3297)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자연적·사실적 관계 외에 피해법익과 죄질 등의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대법원은 앞의 93도2080 판결에서 ‘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사건개념의 해석에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피고인이 경한 범죄사실(장물취득죄)로 심판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후 중한 범죄사실(강도상해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양 범죄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중한 범죄사실인 강도상해죄에 대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정의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 관점이 언제나 명쾌한 판단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뿐더러, 이런 방법으로 사회의 처벌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補正訴訟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키고 두 번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은 다수설과 같이 基本的 事實同一說에 의해 전법률적·자연적·사실적 관계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할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각각의 범죄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리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들을 법률적 개념으로 구체화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1) 수개의 범죄사실이 하나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때 그 범죄사실들은 소송법상으로 ‘하나의 사건’이다. 예컨대 수뢰와 공갈의 범죄사실은 동일인이 동일인으로부터 동일한 일시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재물을 교부받았다는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사건이다. 절도와 장물보관의 범죄사실에서는 동일인이 다른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한 일련의 행위 전체를 1개의 범죄행위로 본다면 재물의 절취와 보관은 1개의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 결국 양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고의살인과 과실치사의 범죄사실도 하나의 행위(사건)를 놓고 법적 평가만 다른 경우이므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2) 다음으로 수 개의 범죄사실이 각각 별개의 행위이면서 별개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수 개의 사건이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경우에도 ①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포괄일죄 또는 과형상 일죄의 관계가 성립하거나, ②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연결효과에 의한 상상적 경합(대판 1983.7.26, 83도1378 참조)이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③ 수 개의 범죄사실이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한다(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3판, 402면 참조). 이런 경우에는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5)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 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함이 인정된다. 그러나 양 범죄사실 사이에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인정된다. 즉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은 사기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양 범죄사실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상 ‘하나의 사건’, 즉 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사기죄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즉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에도 당연히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특경법상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사기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또 다시 사기범죄의 ‘部分’행위로 인해 형사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상 피고인의 이중위험을 금지한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00-06-12
소송사기의 불능과 불능미수
●판례요지 소송사기를 하려는 자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제소했다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평석요지 이 사건 피고인은 死者를 상대로 제소했지만 법원을 기망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시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고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러도 효력이 발생할 수는 없지만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평온의 파괴에 이를만큼 구체적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히 있어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봐야 I. 事件槪要 피고인은 1990년3월16일경 고소인 박종철로부터 서울중구신당동203의8 대지 66평방미터중 5분의 2지분을 피고인의 처 전선희 명의로 매수하고 그해 3월17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1991년10월경 피고인은 위 대지위에 건물을 신축하기위한 토지측량을 하면서 그와 이웃하여 있는 같은동 202의 1 밭 7평(이것은 문제가 된 이 사건 부동산이다)이 고소인 김허존의 조부인 亡 김흥길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되어 있으나 김흥길의 사망후 상속등기등 공부상정리가 되어 있지않고 그 후손들에 의하여 관리되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매계약서를 위조하여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이어서 1992년10월23일경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원고 전선희, 피고 김흥길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인은 실제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사건 소장에서「이 사건 부동산은 서울 중구신당동200의8 대지와 공부상으로는 두 필지이지만 실제로는 한 필지로서 공소외 박종철의 부친인 박규희가 1942년1월20일경 亡 김흥길로부터 매수한 뒤 위 박규희의 사망으로 위 박종철이 상속하였으며, 피고인이 1990년3월16일경 위 박종철로부터 위 신당동200의8 대지와 함께 이 사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니 위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한다」는 허위내용을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여기에 위조된 부동산매매계약서까지 제출하여 이에 속은 담당재판부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 하였으나 재판과정에서 위 김흥길이 1945년1월7일에 벌써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자 공소외 亡 김윤제가 위 김흥길을 단독상속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의 표시를 위 김윤제로 정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위 김윤제도 1969년10월8일에 이미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자 피고인은 1993년2월23일 스스로 소를 취하하였다. Ⅱ. 判決要旨 피고인의 제소가 사망한 자를 상대로 한 것이라면 그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여 상속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고 따라서 사기죄를 구성할 수 없다. Ⅲ. 評 釋1. 詐欺罪實行의 着手 널리 알려진 바대로 사기죄는 일련의 연속된 객관적 구성요건 표지에 의해 실현된다. 즉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④피해자의 재산상의 손해→⑤행위자의 재산적 이익취득 등이 그것이다. 대법원은 사기죄 미수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 등을 짚어 보지 않은채 사기죄불성립으로 단정한 것은 미수범규정과 미수이론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다. 예비와 미수를 구별하는 時點이 실행의 착수시기이다. 이것은 구성요건실현의 직접적 개시를 말한다. 더 이상의 중간절차를 거치지 않고 구성요건의 실현에 곧장 이르게 된 어떤 행태를 취한 것을 뜻한다. 실행의 착수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불가벌인 예비와 가벌인 미수사이를 시간적으로 구별하는데 종래 客觀說과 主觀說의 대립이 있었으나 오늘날 절충설인 個別的 客觀說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르면 행위자의 주관적인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주관적 기준), 범죄의사의 분명한 표명이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개개 구성요건의 보호법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에 이르렀을 때(객관적 기준) 실행의 착수가 있다. 물론 개별범죄의 구체적인 실행의 착수시기는 원칙적으로 형법각칙상 구성요건의 실행행위에 대한 해석으로써 정해진다. 이것은 판례의 중요한 몫이기도 하다. 개별적 객관설의 구체적인 적용에는 첫째, 直接性(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직접적인 개시), 둘째 危殆化(공격대상을 향하여 법익을 위태화시키는 관계), 셋째 범인의 전체적 범행계획(계획된 범행의 진행과정에서 이미 행한 범인의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 등의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기죄 실행의 착수시기는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연속된 일련의 구성요건실현과정 중 행위자가 실현한 제1단계 행위인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물론 기수시기는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때이다. 따라서 실행의 착수이후 기수에 이르기 전의 모든 단계는 미수에 해당한다. 물론 행위자의 기망행위로부터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까지가 편취행위의 성립요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편취행위는 ①행위자의 기망행위→②피기망자의 착오유발→③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라는 일련의 과정이 인과관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성립하는 까닭에 편취행위의 직접적인 개시시점도 역시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다. 그렇다면 소송사기의 경우에도 실행의 착수시기는 행위자가 기망행위를 개시한 때이고, 이 시기는 행위자가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때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실행의 착수시기를 판단하는 첫번째 기준인 직접성은 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을 요하지 않으며 단지 범행의 전체계획에 비추어 구성요건의 실현을 위해 다른 중간단계의 행위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어떤 행위만 취하면 충족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 피고인은 비록 死者를 피고로 하여 법원에 제소한 것이지만, 법원을 기망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하려는 전체계획을 직접적으로 개신한 것이므로 사기죄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따라서 설령 판결의 효력이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사정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불능미수의 성립여부의 대상일 뿐, 사기죄 불성립의 경우라고 속단할 일이 아니다. 2. 不能未遂냐 不能犯이냐 불능미수란 행위자의 故意에 의해 예견된 전체범행계획이 애당초 실현될 수 없기 때문에 결과발생은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해야 할 경우를 말한다. 첫째,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행위수단이나 객체가 애당초 불능 또는 흠결이기 때무에 객관적으로 기수에 이를 수 없지만 행위자가 주관적으로는 자신의 행위로 구성요건적 불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상정한 경우이다. 결과발생의 불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은 바로 실행의 착수시기인 실행행위의 직접적 개시점을 기준으로 해야한다. 둘째, 위험성은 비록 구체적인 행위상황에서 직접 일반인의 법적 안정감을 교란시키지는 않았지만 행위자가 장래 비슷한 갈등상황에서 동일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일반인의 法的 安定感이 교란됨을 말한다. 불능미수의 위험성은 이처럼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이 아니라 개별법익에 대한 잠재적인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法敵對性을 反證시켜 주는 행위자의 위험성을 의미한다. 그 판단의 시점을 舊客觀說(절대적 불능·상대적 불능구별설)은 객관적 사후진단의 방법에 따라 재판시를 기준으로 하나, 新客觀說(구체적 위험설)은 객관적 사후예측의 방법에 따라 범행개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판단의 자료와 기준에 관하여서도 구객관설은 법관을 판단자로 상정하여 행위객체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고, 신객관설은 통찰력있는 인간 및 행위자의 관점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공격받는 법익에 대한 행위의 구체적인 위험성을 판단자료로 삼는다. 추상적 위험설(법질서에 대한 위험설)은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을 기초로 공격된 법익에 대한 추상적 위험성, 즉 법질서에 대한 위험이 있었는가를 일반인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한 印象說(行爲者의 危險說)은 구성요건실현을 직접개시한 행위자의 위험성, 즉 행위자가 법적대적의사실행을 통해 법익평온상태에 가한 교란을 위험성판단자료로 삼고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을 판단기준으로 삼을 것이라 한다. 인상설은 통찰력있는 평균인의 입장에서 잠재적이지만 구체적인 개별법익에 대한 관련성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추상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의 성립범위가 좁다. 반면 행위자의 法敵對性에 치중하여 행위자가 실제 인식한 사정만을 판단자료로 삼는 점에서 구체적 위험설보다 불능미수성립 범위가 넓다. 이 사건에서 행위자는 死者를 상대로 법원에 제소하여 부동산을 편취하려 한 것이므로 실행수단의 착오 내지 흠결(실제 소송기술의 미숙에 해당)의 경우이다. 비록 확정판결에 이르렀을지라도 효력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시적인 불능의 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소가 질적으로 법적 평온의 파괴에 이를 만큼 구체적인 법익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 내지 행위자의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시켜 줄만한 것이므로 사기죄의 불능미수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불능미수의 불법은 가벌적 불법의 최저한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불가벌적 예비와 가벌적 미수의 구별이나 불가벌적 불능범과 가벌적 불능미수의 구별은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 사건 범행자가 사기죄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음이 인정된 상황에서 그의 실행수단의 착오가 행위자의 위험성을 배제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3. 處分行爲(交付行爲)의 부존재 여부 대법원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판결부터 이 사건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송사기에서 피기망자인 법원의 재판은 피해자의 처분행위에 갈음하는 내용과 효력이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死者에 대한 판결은 그 내용에 따르는 효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이어서 착오에 의한 재물교부행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기죄성립 자체를 부인하여 왔다. 부동산도 사기죄의 객체중 재물에 해당하며 부동산소유권 이전도 교부로 보는 것이 우리나라 다수설의 입장이나 부동산사기는 결국 소유권이전등기의 경료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때의 부동산은 재물이 아니라 사기죄의 또 다른 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으로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기죄에서 피해자의 재산처분행위중 작위에 의한 처분행위는 재산상의 지위 또는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사실상의 행위를 포함한다. 반드시 유효한 법률행위일 필요도 없고 무효인 법률행위는 물론 순전히 사실적인 행위라도 충분히 처분행위가 될 수 있다. 처분행위의 결과 재산의 감소가 일어나야 하지만 이것은 사기죄의 결과로서 일어나야 하는 재산상의 손해발생과는 다르다. 재산처분의 결과는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의 야기만 있으면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 이렇게 본다면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제소로 법원이 착오에 빠져 소유권이전등기이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내렸을 때 비록 판결자체의 효력은 없을지라도 법적·사실적 처분행위 자체는 존재하는 것이며 또한 재산감소의 법률적·사실적 원인으로도 충분하다. 따라서 死者를 상대로 한 사기소송은 재산적 처분행위의 부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사기죄의 구성요건결과인 재산상 손해의 부존재로 보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추구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大判 1992년9월14일, 91도2994; 1995년3월24일, 95도203) 결과범인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성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Ⅳ. 結 論 이 사건 범죄사실은 사기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 대법원이 아예 사기죄 성립자체를 부인한 것은 중간에 소를 취하한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그렇지 않은 1986년10월28일 선고 84도2386 및 1987년12월22일 선고 87도852 판결과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그러나 올바른 법률의 적용은 현실적인 범죄사실에 대한 법리적인 분석없이는 불가능하다. 사기죄의 범죄성립요건에 대한 분석 그리고 미수의 각 종류와 그 요건에 대해 대법원이 적어도 기본적인 교과서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검토했더라면 결론은 달라졌을 것이다.
1997-12-15
국제재판관할합의에 있어 내국관련성 문제 상 -대법원 1997년9월9일선고 96다20093 판결을 중심으로-
I. 序 論1. 判示 事案의 槪要 原告(被上告人)는 운송회사인 被告(上告人)에게 직물운송을 의뢰하였는 바, 同 被告는 인도지를 미국 텍사스브라운스빌, 送荷人은 原告, 受荷人은 信用狀 發行銀行의 指示人으로 하는 複合運送證券을 발행하였다. 그런데 위 물품은 물품인도장소인 텍사스주 브라운스빌까지 운송되었으나 피고의 미국내 대리점으로부터 보관을 의뢰받은 보세창고업자 안젤로 인터내셔날이 물건을 保管하던 중 運送證券을 所持하지 않은 제3자에게 위 物品을 인도함으로써 運送物 滅失된 事故가 발생하였다. 同 船荷證券 裏面 約款 第24條에는 이 證券에 기한 訴는 미국 뉴욕시 法院에 提起하여야 한다는 專屬的 管轄合意 條項이 있었다. 原告는 이러한 專屬的 管轄合意 條項이 있었음에도 運送人인 被告의 不法行爲 내지 契約上의 責任(選擇的으로 請求하였음)을 물어 서울지방법원에 이 사건 訴를 提起하였다. 이 사건에서 被告는 原告의 訴 提起는 適法한 管轄合意를 違反하여 提起한 것이므로 마땅히 不適法 却下되어야 한다는 本案 前 抗辯을 제기하였는 바(本 論稿에서는 同 事件의 判示 事案中 이러한 被告의 管轄違反의 抗辯에 대해서만 考察한다), 原審(서울고등法院 1996.4.18. 선고 95나37447호 判決)은 이 사건 管轄合意는 合理性을 缺如하여 無效라고 判示하였고 大法院 역시 專屬的 國際裁判管轄合意의 경우 管轄合意된 法院과 事件과의 「合理的 關聯性」이 없으면 그 管轄合意는 無效라고 判示하였다. 2. 判決의 要旨 및 問題의 提起 가. 大法院은 當事者間의 國際裁判管轄合意가 有效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3가지 要件이 필요하다고 설시하고 있는 바, 첫째, 당해 사건이 대한민국 法院의 專屬管轄에 속하지 않을 것. 둘째, 指定된 外國法院이 그 外國法上 당해 사건에 대하여 管轄權을 가질 것(이상의 두가지는 一般的으로 要求되고 있는 要件事項이다. 李時潤, 民事訴訟法, 110-111면 참조). 셋째, 당해 사건이 그 外國法院에 대하여 合理的인 關聯性을 가질 것 등이다. 그런데 大法院은 合理的인 關聯性을 管轄合意의 有效要件으로서 論하면서 判示 事案과 각 법원간의 關聯性의 정도를 比較衡量(主된 事務所 所在地, 行爲地등) 아울러 이 事件에서는 證據方法의 所在나 調査의 便宜 등을 考慮할 때 管轄合意된 뉴욕시 法院이 被告에게 유리할 것도 없으며 오히려 불편하다고 하면서 訴價가 크지 않다는 점까지 擧論을 하고 있다. 나. 우리 나라에서는 國際裁判管轄 문제에 있어 民事訴訟法이 이를 규율할 수 있는 규정을 明示的으로 두고 있지 않아 과연 어떤 根據에 기해 裁判管轄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論議의 초점이 맞추어졌고 이러한 根本的인 問題에 얽매어 있어서인지 우리나라 大法院은 國際裁判管轄合意 문제에 있어서도 정면으로 管轄合意의 有效性 여부에 대하여 言及을 한 判決은 없었다. 단지 1992.1.21. 선고 91다14994호 判決(공보 916호-879면)에서 船荷證券上의 管轄合意를이유로 被告가 本案前 抗辯을 함에 대하여 大法院은 原告의 請求가 不法行爲 請求權에 基礎한 것이므로 船荷證券上의 管轄合意가 適用될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裁判節次의 便宜와 執行의 實效라는 면에서 外國法院에서 裁判하는 것이 不合理하다고 하였다(論考의 對象인 이 事件 判決의 原審判決은 이러한 便宜와 實效, 不合理性이라는 觀點에서 管轄合意를 考察한 듯하다) 다. 그런데 이 사건 大法院 判決은 國內 法人들이 國內法院을 排除하고 外國法院을 專屬的으로 合意한 사건에서 그 有效性에 대해 一應의 基準을 提示한 점에서 意義가 있다 할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은 경우 外國에서는 管轄合意의 方式問題, 즉 船荷證券上의 裏面約款에 기한 管轄合意의 效力 問題로 接近하는 것이 一般的인데 우리 大法院은 이러한 方式 問題를 넘어 合意된 法院과 事件과의 關聯性을 焦點으로 하고 있다. 本稿에서는 國際裁判管轄合意의 一般的 有效要件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內國關聯性 문제를 獨逸과 日本의 類似判例 및 大陸法 體系와는 다른 接近方式을 취하고 있는 英美의 類似判例와 理論들을 比較 考察하여 大法院 判決의 問題點을 指摘하고자 한다. II. 本 論1. 國際裁判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 가. 序 言 當事者 또는 訴訟物이 管轄法院으로 合意된 法院이 속하는 國家와 어느 정도의 內國關聯(Inlandsbeziehungen)이 있어야 하는가의 內國關聯性 문제는 國際裁判管轄 一般에 共通하는 基本問題이지만 특히 管轄合意의 경우 管轄契約의 許容性의 基本的 要件으로 論해지고 있기에 더욱 문제가 된다(秋原佐一郞, 「國際民事訴訟法論」, 141면). 더욱이 合意裁判籍은 다른 土地管轄(普通裁判籍 및 特別裁判籍)과는 相異하게 內國關聯性이 考慮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獨逸의 學說과 判例 및 日本과 美國의 現況을 檢討하고자 한다. 나. 獨逸의 判例와 學說 1) 獨逸의 判例와 이에 對立되는 通說的 見解 獨逸의 함부르크 高等法院(OLG) 判決(OLG Hamburg RIW/AWD 1976, 228)은 提起된 事件이 獨逸과 充分한 內國關聯性(ausreichende Inlandbeziehung)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를 管轄合意의 一般的 適法要件(allgemeine Zul ssigkeits voraus setzung)으로 取扱하고 있다. 獨逸聯邦大法院(BGH)은 EuGH 第17條의 管轄合意, 要件을 解釋함에 있어서도 管轄合意가 반드시 2개의 協約 締約國과 關聯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BGH RIW 1992, 142.) 스위스 國際私法에 의하면 管轄合意의 一方 當事者가 合意된 法院의 州(Kanton)안에 그의 住所, 常居所, 또는 營業所를 가지고 있는 경우(同法 第5條 第3項a.) 및 위 法律에 따라 訴訟物에 대하여 스위스法이 適用되어야 하는 경우(同法 第5條 第3項b.) 등에는 合意된 法院은 그의 管轄을 거절하지 못한다라고 規定하고 있는 데(李好珽, 「스위스의 改正國際私法典」, 「서울대학교 法學」, 通卷 83, 84號, 12면 이하 참조) 內國關聯을 要求하는 立場이라 할 것이다.(石光現, 「스위스 國際私法(IPRG)」, 「法曹」, 通卷 477號, 101面에 의하면 스위스 國際私法(Bundesgesetz ber das Internationale Privatrecht)의 主要連結 原則의 하나는 (明示的이지는 않으나) 모든 事情과 利益을 考慮하여 原則的으로 事案과 가장 密接한 關聯을 가지는 法을 準據法으로 定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獨逸에 있어 이러한 判例의 見解를 지지하는 學者 少數이며 독일의 지배적 견해는 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 여부는 獨立의 適法要件이 될 수 없다고 한다(Max Pagenstecher, H.Nagel, Winfried Kralik, R.Zller/M.Vollkommer, H.Linke, A.Jakobs, W.J.Habscheid, G.H.Roth등) 즉 當事者는 國內와 關聯이 없는 中立的인 第3國의 法院을 管轄法院으로 合意할 수 있고 合意된 法院이 當事者 혹은 請求와 전혀 關聯性이 없는 法院이어도 무방하다고 한다(H.Linke, IZP, Rn. 183, S.70.) 즉, 當該 事件과 內, 外國과의 關聯性을 요구하지 않는 立場이다.(A.Jakobs, W.J.Habscheid, G.H.Roth등) 獨逸民事訴訟法(ZPO) 第38條 明文의 規定을 보더라도 立法者는 當事者의 意思나 적어도 當事者 一方이 外國에 거주하는 것만을 요구하였으므로 그 이상의 특별한 要件은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獨逸의 경우는 우리 나라나 日本의 경우와는 달리 獨逸民事訴訟法(ZPO) 規定의 改正을 통해 어느 정도는 國際裁判管轄合意의 要件을 類型化하고 있어 이와 같은 通說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 Jochen Schr der의 折衷的 見解 國際裁判管轄合意에 관한 明文의 規定이 없는 우리 나라의 경우 獨逸民事訴訟法(ZPO) 改正이전의 Schr der의 견해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Jochen Schr der, Internationale Zust ndigkeit, S.460). 同人의 견해에 의하면 關聯性을 適法要件으로 하여야 하는가의 論議는 거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즉 管轄合意는 그 자체로 인해 連結素로 되는 것이 아니고 兩國間에 걸치는 裁判籍을 創設하는 合理性을 이유로 連結素가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中立的인 法官을 選擇한다고 하는 希望은 中立的인 準據法 選擇의 希望과 同一하게 正當한 것이고 當事者간에 있어서는 管轄의 平等(Zust ndigkeitsgleichheit)이라는 利益으로부터 同一한 距離에 있으므로써 國家的인 利己心으로부터 자유로운 法院에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J.Schr der, a.a.O., S.460ff.). 그러나 管轄合意에 의해 選擇된 法院은 forum non conveniens原則에 의해 受理를 거부할 수가 있다고 한다(예를 들면 동일한 內國人끼리 순전히 國內事件에 대하여 國際的인 裁判管轄合意를 한 경우 등이다). 이점에서 同 敎授의 입장은 傳統的인 通說의 입장과는 약간 相異한 바, 이는 獨逸民事訴訟法 改正 이전에 나온 이론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英美法上의 不便宜 法廷地理論과의 接木을 試圖하는 점에서 注目된다.(a.a.O.). 다. 日本의 判例와 學說 日本의 경우 內國關聯性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判例는 보이지 않으나 國際裁判管轄의 代表的 事例라고 할 수 있는 最高裁判所 判決(소위 찌사다네號 判決― 日最判 1975.11.28., 民輯 29卷 10號 1554面.)의 傍論에서 어느 정도 이를 밝히고 있는 바, 國際裁判管轄合意에 있어 內國關聯性이 要求되는지 여부에 대한 觀點에서 (위 判決은 船荷證券의 裏面 約款의 有效性에 대해 重點的으로 다루고 있다) 위 判決의 不當性을 指摘하는 見解가 있어(石黑一憲, 「現代 國際私法 上」, 152面) 우리 나라의 判示 內容을 理解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이를 소개한다. 즉, 最高裁 判決은 船荷證券의 裏面에 기재된 암스테르담 法院을 專屬管轄法院으로 하는 裁判管轄合意 約款을 有效하다고 하였으나 同 事案의 경우 貨物의 目的地 및 損害의 發生地, 被告인 運送人의 營業所, 貨物事故의 調査 및 損害의 査定이 각 日本에서 있었고 相談과 去來 交涉 역시 日本에서 進行되었을뿐 아니라 訴訟역시 日本에서 提起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被告 運送人은 네덜란드의 管轄 約款을 무기로 日本의 裁判權을 다투었지만 그가 진실로 네덜란드에서 訴訟 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더욱이 原告인 保險會社가 事故에 대해 請求하는 損害賠償額은 少額이고 네덜란드에서 提訴하려면 訴訟費用이 多額이기에 네덜란드에서의 訴提起는 단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제반의 사정에 비추어 아무런 密接 關聯性이 없는 法院을 合意한 管轄合意의 適法性을 認定한 것은 不當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同 事案의 경우 管轄合意된 法院이 속하는 네덜란드와는 現實的으로 아무런 關聯性도 없는 管轄合意이기에 無效인 管轄約款이라고 論하고 있다(石黑一憲, 「現代 國際私法 上」, 152-153面; 川上太郞, 「判例タイムズ」No, 256, 29面). 이러한 立場은 우리 나라의 大法院이 취한 見解와 類似하다.
1997-11-20
건축허가서의 사법상 효력
I. 序 說 1. 大法院은 1997년3월28일에 建築許可書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建築許可는 行政官廳이 건축행정상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受許可者에게 일반적으로 행정관청의 許可없이는 건축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相對的 禁止를 關係法規에 적합한 일정한 경우에 解除하여 줌으로써 일정한 건축행위를 하여도 좋다는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行政處分일뿐 受許可者에게 어떤 새로운 權利나 能力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建築許可書는 허가된 건물에 관한 실제적 권리의 得失變更의 公示方法이 아니며 推定力도 없으므로 建築許可書에 建築主로 기재된 者가 건물의 所有權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96다10638)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바 있다. 원래 이 판결에는 이러한 쟁점 이외에도 占有取得時效가 완성된 자에 대한 不動産 所有名義者의 義務範圍와 不法行爲에 대한 損害賠償으로 原狀回復請求를 할 수 있는지의 與否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建築許可書의 사법상의 효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2. 行政官廳의 處分行爲중의 하나인 建築許可는 相對的 禁止를 해제하여 자연적 自由權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서 許可를 받은 개인에게 許可權이 어떠한 법적 성질을 지니고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우선 公法的인 차원에서 현재 판례와 통설적인 견해는 허가를 公法上의 權利가 아닌 反射的 利益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반해 私法上으로는 許可가 어떠한 효력을 지니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예컨대 許可權이 때로는 讓渡되기도 하고, 때로는 제3자에 의해 침해되기도 하는데, 이 때의 법적 성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판례는 새로운 권리의 창설은 물론, 어떠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더 나아가 권리를 변동하는 공시방법도 아니며, 추정력도 인정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허가의 사법상의 효력에 대한 문제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행정법상 허가제도의 意義와 法的 性質 그리고 效果에 대해 槪觀해 보고, 이어서 본 판결에 대한 필자의 斷想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구태여 사실관계를 적시하지 않은 것은 지면관계 뿐만 아니라 이 판결에서 보여주고 있는 사법상의 효력 부분은 사실관계의 여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이미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일관된 견해를 보여 주고 있기(大判 1989년5월9일, 88다카6754) 때문이다. II. 許可의 法的 性質과 效果1. 許可의 意義 許可란 法令에 의해 개인의 자연적 자유가 일반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경우에 그 금지를 解除하여 자연의 자유를 適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회복시켜 주는 行政行爲를 말한다. 許可는 허가를 유보한 相對的 禁止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解除될 수 없는 절대적 금지에 대하여는 허가할 수 없다. 2. 許可의 法的 性質 許可의 법적 성질과 관련하여 두가지 문제가 제기된다. 하나는 許可가 命令的 行爲인가 形成的 行爲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속行爲인가 裁量行爲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는 첫 번째 문제만 살펴본다. 원래 許可는 상대방에게 금지를 해제하여 자연적 자유를 회복시켜 주는 행위이므로 下命이나 免除와 함께 命令的 行爲에 속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金南辰, 行政法 1,237면).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許可는 私人이 어떤 행동을 사실상 하고 안하고를 규율할 뿐 그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는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法的 地位나 法律關係를 창설하는 形成的 行爲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반대하여 『許可도 단순한 자유회복 이상으로 적법하게 어떤 權利·利益을 향유할 수 있는 지위의 설정으로 보는 견해』나(金道昶, 一般行政法論(上), 371면) 『許可도 法令 또는 行政行爲에 의하여 일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權利(自由權的 權利)가 제한되고 있는 경우에 그 제한을 해제하여 적법한 권리행사를 가능하게 하여 주는 행위이므로 命令的 行爲라기 보다는 形成的 行爲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나타났다(朴윤흔, 最高行政法講義(上), 344면). 許可가 特許와 같은 形成的 行爲와 똑같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단순한 자연적 자유의 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制限을 解除하여 적법한 權利行使를 가능케 해 주며 때로는 새로운 법적지위를 향유하거나 새로운 법률관계를 창설할 수도 있는 행위이므로 형성적 행위의 성질을 가질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같은 견해로 洪井善, 行政法原論, 285면; 金東熙, 行政法I, 232∼233면). 그러나 판례는 유기장영업허가와 관련한 사건에서 『유기장영업허가는 유기장경영권을 설정하는 설권행위가 아니고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는 영업자유의 회복이라 할 것이므로 그 영업상의 이익은 反射的 利益에 불과하다』라고 판시하여(大判 1986년2월8일, 84누369) 命令的 行爲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3. 許可의 效果 1) 禁止의 解除 許可의 效果는 일반적 금지를 해제함에 그치고 배타적 독점적 권리 또는 능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허가의 결과 상대방이 사실상 어떤 사업의 독점 혹은 기타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부수적 反射的 效果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大判 1963년8월22일, 63누97; 1971년6월29일, 69누91). 그러나 許可가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특정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금지된 자연적인 권리가 회복됨으로써 일정한 자유를 누릴수 있는 지위가 부여되고, 이러한 지위를 법률이 보호해 주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즉 이것은 사실상의 이익이 아닌 법률상의 이익인 것이다. 판례도 주류제조면허와 관련하여 『주류제조면허는 재정허가의 일종으로서 일반적 금지의 해제로 자유의 회복일뿐 새로운 권리의 설정은 아니지만 일단 이 주류제조업의 면허를 얻은 자의 이익은 단순한 사실상의 반사적 이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주세법의 규정에 따라 보호되는 이익』이라고 판시하여(大判 1989년12월22일, 89누46), 免許權이 가지는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허가의 효과와 관련하여 국민의 권리구제의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차원에서 공권의 성립요소를 완화하여 단순한 反射的 利益이 아니라 法律上 利益 내지는 公權으로 인정될 수 있는 폭의 확장이 요구되고 있다. 2) 許可의 承繼 許可의 效果가 승계되는지의 여부는 일반적으로 그것이 對人的 許可인가, 對物的 許可인가 兩者를 혼합한 혼합허가인가에 따라 다르다. 대인적 허가는 承繼가 불가능하며, 대물적 허가는 그의 承繼가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反해 혼합허가의 경우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 관해서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요소의 변경에 관해서는 신고를 요하는 등 제한이 따르는 것이다. 건축허가는 대물적인 허가로서 그의 승계가 인정되고 있다. 3) 許可主變更의 訴의 利益 건축중의 건축물을 양수한 자는 건축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장차 건축주 명의로 허가에 갈음하는 신고(건축법 제5조 제2항)를 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고, 중간검사(동법 제7조의2)를 신청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공사를 완료한 날로부터 7일이내에 준공신고(동법 제7조)를 하여야 하고, 이에 위반할 때에는 처벌을 받게되어 있으므로 건축공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건축주의 명의를 변경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하여 건축주 명의의 변경을 구하는 소이외에 달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때, 또한 건축중인 건축물을 양도한 자가 건축주 명의변경에 동의하지 아니한 때에는 양수인은 그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판결을 받을 필요가 있고 이 때에는 그 訴의 利益이 있음을 否認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大判 1989년5월9일, 88다카6754). III. 本判決에 대한 斷想 1. 本判決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건축허가는 명령적인 행정처분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권리나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고 실체적 권리의 득실변경의 공시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추정력이나 허가서에 기재된 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건축허가를 그 성질상 행정법상의 명령적 처분으로 이해하는 통설적인 견해에 의하면 異論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허가는 反射的 效力만이 아니라 법률상 보호해야 할 이익이 있는 것으로 때로는 새로운 法的地位도 지니게 된다. 이 때 공법상의 이익 이외에 사법상의 어떠한 새로운 法的地位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2. 本判決의 결론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찬동한다. 따라서 건축허가서의 사법상의 효력이 본판결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어떤 새로운 권리」를 창설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실제 건축을 담당하지 않은 제3자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건축한 경우 허가받은 자의 이름으로 보존등기를 했다고 해서 소유권자로 인정될 수 없는 것에서 이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판례는 보존등기의 추정력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大判 1996년7월30일, 95다30734). 그러나 새로운 권리를 창설해 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점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우선 공법상의 권리와 관련하여 오늘날 학계에서는 철저한 命令的處分으로 이해하는 견해는 거의 없고, 허가에 權利 形成的인 요소가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사법상의 차원에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許可主變更의 訴에서 訴의 利益을 인정하고 있다. 또 건축할 수 없는 도로예정지상에 행정관청의 착오로 건축허가를 내줌으로 인하여 건물을 준공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건물전체를 철거해야만 하는 사건에서 행정관청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權을 인정하였다(大判 1980년3월11일, 79다1687). 즉 허가로 인하여 재산적인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행정관청의 職權取消에 의한 損失報償이 아니라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를 건축주에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주이면서 許可權을 보유하고 있는 者가 許可權을 讓渡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許可가 건축허가와 같은 대물적인 경우에는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許可權의 讓渡나, 不法行爲로 인한 損害賠償請求權등은 모두 건축허가로부터 야기되는 것으로 이러한 경우에 사법상의 효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지금까지 대법원은 이러한 효력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許可가 자연적인 권리의 회복으로 이해되는데, 이러한 회복이 때로는 사법상 중요한 財産權의 객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許可 역시 財産權의 客體로서 그의 법적지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論究가 있어야 할 것이다.
1997-07-14
타점권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
法律新聞 2601호 법률신문사 他店券入金의 경우 預金契約의 成立時期 일자:1990.2.23, 1995.6.16 번호:88다카33657, 88다카33664, 95다9754, 95다9761 최준선 成均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I. 사건개요와 대법원 판결요지 〈사건I〉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김태주는 발행인 임용덕, 액면 금6천4백65만원, 지급인 경남은행 (주)(원고, 반소피고, 상고인)으로 되어 있는 당좌수표를 부산은행 충무로지점의 자신의 보통예금구좌에 입금하였다. 이 수표는 발행인의 예금부족으로 부도 되었으나, 경남은행이 사무착오로 부산은행에 어음교환소규약에 따른 부도통보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는 부산은행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수표금 상당액을 인출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건이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피고로부터 소지인출급식 수표의 예입을 받은 소외은행이 원고은행에 교환을 의뢰하여 위 수표가 발행인의 예금부족으로 지급거절되었음에도 원고은행 직원의 착오로 수표의 미결제통보를 받지 못한 소외은행으로부터 피고가 수표금상당액을 지급받은 경우에 위 소표의 인도로 인하여 소외은행은 위 수표상의 권리를 양도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수표상의 권리자로서 발행인에 대하여 수표금상환청구를 할 수 있으니 부도된 수표가 피고에게 반환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가 위 금액을 지급 받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지급받은 수표금 상당액이 법률상 원인없는 이득이라 할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되지 아니한다. 〈사건 2〉 원고 오해순은 동양신약(주)이 발행한 액면 금5천만원, 지급인 피고 한일은행(주) 원효로지점으로 된 당좌수표 1장을 피고은행 대구 성당동지점에 개설되어 있는 저축예금구좌에 입금하였다. 성당동지점은 동은행 장충동지점을 거쳐 어음교환을 통하여 원효로지점에 지급제시를 하였다. 원효로지점은 동 수표가 부도수표임을 확인하고 장충동지점에 부도통지를 하였으나 장충동지점 담당직원의 사무착오로 성당동지점에 부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고, 성당동지점은 당좌수표가 정상적으로 결제된 것으로 입금처리 하였으며, 원고는 현금6백만원과 4천4백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2매로 인출하였다. 이후 성당동지점은 수표의 부도를 이유로 입금처리를 취소하고, 원고가 인출한 자기앞수표 2장에 대하여 사고계를 접수시켰다. 후에 원고가 위 자기앞수표에 대한 지급을 구하자 은행은 지급을 거절하므로 訴를 제기하였다. 한편 은행은 착오에 의한 예금입금행위를 취소와 동시에 反訴(부당이득금반환 등)로서 원고가 인출한 현금과 자기앞수표 2매의 반환을 구하였다. 〈대법원 판결요지〉 예금자가 추심을 의뢰한 당좌수표의 지급지 점포에서는 부도통지를 하였는데 그 도중에 중개점포 담당직원의 실수로 추심을 의뢰한 점포에 부도사실이 통지되지 아니함으로써 추심을 의뢰한 점포가 부도된 사실을 모른 채 위 당좌수표가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으로 알고 그 액면금 상당의 입금이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하고 이를 인출하여 준 경우, 이는 추심절차상의 사무착오로 인하여 입금되지 않은 금액을 입금된 것으로 잘못 알고 그 금액을 인출하여 준 것에 불과하고 이로써 추심결제를 확인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증권에 의하여 추심할 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II. 연 구 1. 문제의 소재 위 두 사건에서는 타점권인 어음·수표를 입금한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는 언제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현재 금융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은행예금거래기본약관」(이는「은행수신거래기본약관」이 1995년에 개칭된 것이다)이 규율하고 있다. 위 사건은 동 약관조항의 해석과 적용 및 어음교환규약상 부도반환시한을 위반하였을 경우의 효과에 관한 판결이다. 2. 예금계약의 성립시기 은행수신거래기본약관(이하 약관이라 한다)은 그 내용이 크게 문제되지 아니하는 한 고객과 은행간의 예금관계를 규율하는 기본적인 계약내용이 된다. 이에 의하면 예금계약의 성립시기는 다음과 같다. (1) 현금입금의 경우 현금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이 성립하면 즉시 계약의 효력도 발생한다.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는 ① 예금자와 은행사이의 의사의 합치만으로 성립한다고 보는 낙성계약설과 ② 의사의 합치 외에 금전의 인도·확인까지 종료되어야 한다고 보는 요물계약설로 견해가 나뉜다. 현재의 통설·판례(대법원 1996년1월26일 선고, 95다26919 판결등 참조)는 요물계약설을 취하고 있다. 약관 제7조 제1항 제1호에도「현금으로 입금했을 때 은행이 이를 확인했을 때 예금이 된다」고 규정하여 이와 같은 취지를 정하고 있다. (2) 어음·수표를 입금한 경우 (가) 자점권의 경우 약관 제7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개설점에서 지급해야 할 증권은 그날 안에 결제를 확인하였을 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자점권을 수령한 때가 아니라 발행인의 잔고에 대한 은행의 확인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결과가 된다. (나) 타점권의 경우 은행이 타점권을 수령한 경우에 관하여는 증권의 교부를 현금의 교부와 동일시 하여 ① 증권을 교부받은 즉시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효력도 발생하되 부도가 나면(해제조건) 처음부터 무효가 된다고 보는 견해와(양도설: 이 견해를 취하는 판례로는 위 〈사건 1〉판결을 비롯하여, 대법원 1966년2월22일 선고, 65다2505 판결; 대법원 1970년4월14일 선고, 69도2461 판결; 대법원 1987년5월26일 선고, 86다카1559 판결; 대법원 1990년5월8일 선고, 88다카5560 판결등 참조), ② 은행이 증권을 수령한 것은 은행이 추심위임을 받은 것이므로 증권을 수령한 때 예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고 부도가 나지 아니한 것이 확인되면 그때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된다(이른바 정지조건)고 보는 견해(추심위임설)가 있다. 일본의 판결은 한결같이 추심위임설을 취하고 있다(仙臺高裁 1965년8월30일 판결, 東京高裁 1966년4월22일 판결, 東京地裁 1968년12월21일 판결, 最高裁 1971년7월1일 판결; 最高裁 1971년5월20일 판결등 참조). 「은행예금거래기본약관」은 추심위임설에 의한 것과 동일한 취지를 규정한다. 즉, 동약관 제7조(예금이 되는 시기) 제1항 제3호는 증권으로 입금·계좌송금 했을 때, 은행이 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반환시간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했을 경우에 예금이 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약관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한 양도설과 추심위임설의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다) 어음교환제도 타점권을 입금한 경우에는 어음교환제도를 이용하여 추심을 하게 된다. 위 약관에서는 타점권 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반환시간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했을 경우」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부도반환시한이 예금계약의 성립여부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울어음교환소규약(1996-1-02) 제68조 제2항에 의하면,「…교환어음 지급은행은 수취한 어음중 결제가 되지 아니한 어음에 대하여는 일정시각(평상일일 경우에는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2시간 전까지)제시은행 앞으로 위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며 이러한 통보를 하지 아니한 어음은 부도어음으로 반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위의 두 사건에서도 은행직원의 실수로「부도반환시한」까지 부도의 통보를 하지 아니하였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부도가 되더라도 그 부도어음을 반환할 수 없다. 그러나 어음교환소규약상의「부도반환시한」은 어음교환에 참여하는 은행사이의 내부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교환업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제정된 자치규약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금계약의 성립여부나 은행과 예금자 사이의 대외적인 법률관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어음교환소규약이 법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위 약관은 은행과 고객간에 합의된 계약서이다. 따라서 이 약관이 어음교환소규약보다 우선하여 적용됨은 당연한 것이다. III. 결 언 대법원 판결은「타점권이 입금된 경우 어음교환을 통해 지급지 점포에서 타점권의 추심이 이루어진 때에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이는「예금거래기본약관」제7조 제1항 제3호를 해석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다. 이로써 예금계약은 현금입금이든, 증권입금이든 모두 은행의 확인절차가 끝나야 성립되는 것으로 된다. 사건의 개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사안의 사실관계는 매우 유사하다. 그럼에도 결론은 정반대이다. 부도된 당좌수표에 대하여 〈사건 1〉에서는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한「양도설」을 취하여 은행이 손실을 부담하였으나, 〈사건 2〉에서는「추심위임설」을 취하여 소지인이 이를 부담하게 되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건 1〉의 판결은 실무를 무시한 판결이고, 〈사건 2〉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法院만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사건 1〉에서는 은행측 변호사가 부당이득의 반환을 주장하였고, 〈사건 2〉에서는 예금계약 자체의 불성립을 주장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건 2〉의 판결은 정당한 결론이지만 종래의 판결을 파기할 때에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합의체판결이 필요하지 아니하였나 생각된다. 그간 법률이 달라지거나, 은행약관의 내용이 크게 개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997-05-26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과 그 면제
法律新聞 第2599號 法律新聞社 監事의 會社에 대한 損害賠償責任의 法的 性質과 그 免除 姜渭斗 〈釜山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4면 ============ 대법원 1996년4월9일선고, 95다56316판결 ●판례요지 원고 신용금고의 1인주주의 지시에 따른 피고(원고의 감사)의 부당대출로 원고가 손해를 입은 경우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므로 사실상 1인주주라 하더라도 감사의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은 면제할 수 없다 ●판례평석 상법 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이 아니라 법정특별책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1인주주의 위법대출지시는 피고의 회사에 대한 손배책임의 면제를 위한 총주주의 묵시적 동의로 볼수는 있으나 이는 장차 발생하지 모르는 것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의 회사에 대한 손배책임 면제의 동의로 되지 않는다 Ⅰ. 事件槪要 소외 김환일은 원고 (주)송탄상호신용금고의 사실상의 1인주주이면서 동시에 (주)대옥주택과 (주)태림화학에도 사실상의 1인 주주로 되어 있었고, 피고 김성진은 원고회사의 감사로 있으면서 위 김환일의 지시에 따라 원고회사의 업무 전반을 관장하였다. 위 김환일은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하면서 (주)대옥주택의 사원들을 사업자로 가장하거나 대출 받을 자로 가장하여 원고회사에 대출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위 김환일의 지시에 따라 원고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이종옥 및 다른 이사인 소외 안병헌 등과 공모하여 원고회사로 하여금 담보를 제공받지 않거나 부실한 담보를 제공받고 또 상호신용금고법상의 동일인에 대한 대출제한과 출자자에 대한 대출제한에 위반되지 않은 것처럼 가장하여 위 (주)대옥주택과 (주)태림화학에 대출하게 하였다. 그러나 위 김환일과 위 회사들의 변제자력의 부족으로 원고회사가 그 대출금 중 약2백25억원을 변제받지 못하게 되어 손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원고회사는 피고의 이러한 행위가 不法行爲로 되므로 피고를 상대로 不法行爲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 주주인 위 김환일이 피고에게 위와 같은 부당·위법한 대출을 하도록 지시한 것은 묵시적으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 것이므로 원고회사는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Ⅱ. 大法院 判決의 要旨 이 건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은 「상법 제415조·제400조에 의하여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므로, 사실상의 1인주주라 하더라도 감사의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은 면제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아니고 불법행위책임이므로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할 수 없다고 하였다. Ⅲ. 評 釋 (1) 序 說 이 건은 피고가 원고회사의 감사로 있으면서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주주의 소외 김환일의 지시에 따라 원고회사로 하여금 소외회사들에게 부당·위법한 대출을 하게 하여 원고회사가 손해를 입게 한 것이다. 이 건의 피고의 행위는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주주인 위 김환일의 지시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상법 제415와 제400조에 의하여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될 수 있는 損害賠償責任은 상법 제414조1항의 손해배상책임이므로, 여기에서는 상법 제414조1항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요체이고, 이에 따라 이 건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상법 제414조1항의 손해배상책임으로서 상법 제415조와 제400조에 의하여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될 수 있는가의 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여기에서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총주주의 동의가 사전의 默示的 同意라도 무방한가 하는 문제도 함께 고찰하여야 한다. (2) 監事의 會社에 대한 損害賠償責任의 法的 性質 가. 學說의 傾向 상법 제414조1항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는 法定特別責任說과 債務不履行責任說이 대립해 있다. 法定特別責任說은 감사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따라 委任契約의 不履行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나, 상법은 감사의 지위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감사에게 엄격한 책임을 지우기 위하여 민법상의 채무불이행책임이나 불법행위책임과 다른 특별한 책임을 규정한 것이라고 한다(鄭東潤, 會社法, 439면;鄭熙喆·鄭燦亭, 商法原論(上), 741면;李泰魯·李哲松, 會社法請義, 659면). 그러나 債務不履行責任說은 감사와 회사는 기본적으로 委任關係에 있어 감사는 회사에 대하여 受任人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므로, 상법 제414조1항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債務不履行責任이라고 한다(李炳泰, 商法(上), 683면;蔡利植, 商法請義(上), 563면)(대판 1985년6월25일 84다카1954). 나) 檢 討 이 건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에 서는 「총주주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는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위임관계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이지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債務不履行責任說을 취하였다. 그러나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連帶責任이고 특히 상법 제399조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경우에(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과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이 동일함) 그 행위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것이 때에는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연대책임은 지고 더욱이 그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는 자는 그 결의에 찬성 한 것으로 추정하여(商399조2항·3항)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는 債務不履行責任이라고 볼 수 없다.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상법이 특별히 會社財産의 保全을 위하여 엄격하게 규정한 法定特別責任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損害賠償責任의 競合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한 債務不履行責任說의 입장에서는 감사의 손해배상책임의 경합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법적 성질을 法定特別責任이라고 보면, 이는 감사의 過失에 대한 입증책임이 채권자인 회사에 있고 감사의 책임이 連帶責任인 점에서 債務不履行責任과 다르고, 그리고 그 책임의 범위가 직접손해 뿐만 아니라 간접손해도 포함되고 소멸시효기간이 단기의 3년이 아니고 10년이며 이행기가 임무해태를 한 때가 아니고 이행청구를 한때라는 점에서 不法行爲責任과 다르다. 이와 같이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채무불이행책임 및 불법행위책임의 각 성립요건과 책임범위가 다르므로 이러한 감사의 회사에 대한 각 책임이 경합할 수 있고, 이 경우 회사는 감사에 대하여 경합하는 각 청구권 중에서 임의로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 (4) 監査의 會社에 대한 損害賠償責任의 要件 감사가 그 任務를 해태한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商414조1항). 여기에서 감사의 任務解怠는 감사가 그 義務를 위반하거나 그 權限行使를 게을리하는 것이다. 이 건의 피고가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주주의 소외 김환일의 지시에 따라 원고회사의 대표이사 및 다른 이사와 공모하여 원고 ============ 15면 ============ 회사로 하여금 소외회사들에게 부당·위법한 대출을 하게 한 것은 감사로서 그 의무위반 내지 권한행사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그 任務를 해태한 것이고 또 이로 인하여 원고회사가 그 대출금중 약2백24억원을 변제받지 못하여 손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회사에 대하여 상법 제414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5) 監査의 會社에 대한 損害賠償責任의 免除 상법 제415조와 제400조에 의하여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총주주의 동의가 있는 때에는 면제된다. 여기에서 총주주의 동의는 반드시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개별적인 동의에 의하여도 무방하며, 또 책임면제의 의사가 분명한 이상 명시적 동의이든 묵시적 동의이든 무방하다. 그리고 면제의 대상인 책임은 이미 발생한 具體的·個別的인 손해배상책임이어야 하고, 장차 발생할지 모르는 손해배상책임은 면제할 수 없다. 이 건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주주인 위 김환일이 피고에게 부당·위법한 대출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원고회사의 총주주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이 면제의 동의는 피고의 원고 회사에 대한 이미 발생한 구체적·개별적인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것이 아니고 사전에 장차 발생할지도 모르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는 동의로 되지 않는다. (6) 結 論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債務不履行責任說과 法定特別責任說이 대립해 있고 이 건의 판결에서는 債務不履行責任說을 취하고 있으나, 이는 會社財産의 保全을 위하여 상법이 특별히 엄격하게 규정한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건의 대법원의 판결에서는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債務不履行責任說을 취하고 있어 감사의 손해배상책임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법적 성질을 法定特別責任이라고 보면,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채무불이행책임 및 불법행위책임이 경합될 수 있고, 이 경우 회사는 감사에 대하여 경합하는 각 청구권 중에서 임의로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다. 이 건의 피고가 위 김환일의 지시에 따라 원고회사의 대표이사 및 다른 이사와 공모하여 원고회사로 하여금 소외 회사들에게 대출하게 한 것은 감사로서 그 의무위반 내지 권한행사를 게을리한 것으로서, 그 任務懈怠를 한 것으로서, 원고회사에 대하여 상법 제414조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그리고 피고의 이러한 행위는 불법행위로 되므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상법 제414조의 손해배상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경합된다. 상법 제414조의 감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상법 제415조와 제400조에 의하여 총주주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면제되나, 그 면제의 대상인 손해배상책임은 감사의 회사에 대한 이미 발생한 구체적·개별적인 손해배상책임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 건의 위 김환일이 피고에게 원고회사의 대표이사 및 다른 이사와 공모하여 부당·위법한 대출을 하도록 지시한 것이 피고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면제를 위한 총주주의 묵시적 동의로 된다고 보더라도, 이는 장차 발생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것이므로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면제의 동의로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으나, 이것은 이 건의 대법원 판결에서와 같이 피고의 원고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불법행위책임이어서 상법 제415조와 제400조가 준용되지 않기 때문이 아니고, 그 손해배상책임은 상법 제414조의 손해배상책임으로서 이에 상법 제415조와 제400조가 준용될 수 있으나 원고회사의 사실상의 1인주주인 위 김환일의 대출지시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면제의 동의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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