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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退職金 差等制度의 禁止에서 말하는 差別의 基準
I.判決要旨 [다수의견]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고 다만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따름이며,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 바, 기존 근로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이 종전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을 초과하는 한 기득이익의 침해가 없으므로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급여체계의 변경으로 변경된 퇴직금규정 중 그 부칙의 경과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었다고 하여 위 경과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그 본문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같이 개정 퇴직금규정의 본문이나 부칙의 경과규정 모두 현행의 법규적 효력이 있는 퇴직금규정이고, 부칙의 경과규정이 기존 근로자에게 유ㆍ불리를 떠나 언제나 적용되는 것이라면, 개정 퇴직금규정은 기존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본문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와 기존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부칙의 경과규정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를 둠으로써 결국 근로자들이 입사일자에 따라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적용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개정 퇴직금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바, 따라서 개정 퇴직금규정이 정한 퇴직금제도는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만이고, 부칙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법규적 효력을 갖는 퇴직금규정은 개정된 퇴직금규정 본문뿐이고, 부칙은 기존의 근로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규정으로서 그 한도 안에서, 즉 개정 전ㆍ후의 퇴직금규정을 비교하여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여 위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 쪽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나, 퇴직금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새로운 퇴직금제도를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어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판 결 요 지 - 퇴직금제도를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 규정이 변경되기 전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연 구 요 지 -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고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변경시점을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 규정에 해당되지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II. 評 釋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지역농협이고, 원고는 그 직원이다. 피고 지역농협은 1981. 7. 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이 퇴직금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직원들의 동의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개정전에는 퇴직당시 근속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하였고(단수제 퇴직금), 개정하면서 퇴직금을 누진제로 변경하였는데, 퇴직당시의 기준급여(본봉, 직책수당, 상여금, 연월차휴가수당 등이 포함되나 평균임금보다 약간 적은 금액임)에 근속연수에 따라 누진되는 지급률을 곱하여 퇴직금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퇴직금규정을 개정하면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1981. 6. 30.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종전규정에 의하고, 그 다음날부터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개정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 퇴직금규정(부칙 포함)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한 결과 규정개정 후 3년 내에 퇴직하는 경우는 종전규정보다 직원들에게 불리하고, 그 이후는 직원들에게 유리하였다. 원고는 위 퇴직금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입사하여 2000년에 퇴사하였다. 원고는 퇴직시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정 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경과규정을 제외한 개정 퇴직금규정(즉 본문규정)에 따라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기수령 퇴직금보다 많으므로 그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부칙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두 개의 퇴직금제도가 인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차등퇴직금제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개정된 퇴직금규정이라고 하는 것은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념이고, 그 결과 입사시기에 따라 같은 근속연수라 하더라도 퇴금금액이 다를 수 있고, 이를 두고 차등퇴직금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선례로서의 대법원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33823판결이 그것이다. 이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은 이른바 미공간판결이다. 그 사안은 이렇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81. 4. 1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에서는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이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이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농협중앙회의 급여체계가 변화되면서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이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된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상회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과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개정규정으로 계산한 퇴직금과 이미 수령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제2심에서는 근무한 시기가 다르면 동일한 근속기간에 대하여 다른 퇴직금지급기준이 적용되는 결과가 되어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이 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전체 근속기간에 대하여 개정 퇴직금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은 위 제2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대법원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심리에서는 이 사건이 위 대법원판결과 사안에서 같은가 다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는데, 이 사건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이 사건 사안이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과 다르다고 판단한데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이 두 사안이 동일함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위 99다33823 판결을 폐기하였다. III. 판례의 정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하여 동의를 얻는다면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퇴직금규정(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하지는 못한다. 위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권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다. 다만 이 경우에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가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이유로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차등퇴직금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 포괄승계후의 새로운 퇴직금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업 내에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기준법이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41659 판결).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국내직원과 해외기능공에 대해 상이한 퇴직금제도를 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 직위, 업종별 또는 성별 등 어떠한 내용 또는 이유로도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고, 그에 비추어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금지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퇴직금규정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개정하면서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 퇴직금규정과 개정 퇴직금규정 중 근로자에게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개정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명문으로 둔 취업규칙에 대하여 대법원은 차등퇴직금제도라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변경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고 변경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는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을 둔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정 퇴직금규정의 부칙 경과규정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를 괄호로 부연설명하면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것을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한다면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아래 퇴직금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종전 근무기간에 대하여는 종전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더라도 이것이 퇴직금차등제도금지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런 결과는 부당함이 명백하다’는 취지를 보였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4934 판결). 이 판례는 그 사안에서 앞서 든 99다33823 판결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상충되는 판례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IV.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점이다. 이것은 법해석학에서 아주 기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당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우리 판례가 위와 같은 견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것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변경을 하든 불이익한 쪽으로 변경을 하든 개정시를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이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규정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2004-05-13
拒否處分取消訴訟의 올바른 判決
Ⅰ. 事件의 槪要 (1)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약칭한다) 국적을 가진 여자로서 1995. 11. 1. 중국 흑룡강성에서 대한민국국적의 이00와 혼인함으로써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는데, 그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하여 같은 법 제12조 제7호에 따라 대한민국국적을 상실하였다. (2) 원고는 2003. 3. 26. 피고(법무부장관)에게 국적회복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4. 4. 3. 원고가 불법체류자로서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국적회복허가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서류를 반송하여 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被告의 主張 원고는 중국에서 혼인한 후 중국여권으로 체류기간 60일의 입국사증을 받아 1995. 12. 27.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그 후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아니하여 1996. 2. 16.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가사 원고가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동안의 체류를 불법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1996. 5. 2.부터는 불법체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판 결 요 지- 한국인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한국국적을 상실하였고 적법한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체류하고 있지만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지도 않아 국적법 제9조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처분은 위법하다 -연 구 요 지- 이 사건은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이다. 즉 원고가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만일 이 사건에서 법원이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 회복허가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세웠다고 하게 되면 원고의 소는 각하 됐을 것이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Ⅲ. 法院의 判斷(요지) (1) 국적회복허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에게 다시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처분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귀화에 비해 현저히 그 실체적 요건이 완화되어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호(① 국가 또는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자, ②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 ③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④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2) 위와 같은 규정은 일단 외국인이 된 자를 다시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드리기 위하여는 국가 및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중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란 단순히 범법행위를 한 자를 의미하기 보다는 성별 · 연령 · 직업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차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품성과 행동을 보이는 자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01. 6. 21.선고 2000누12913 판결).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1995. 11. 1.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앞서 본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함으로써 1996. 5. 1.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게 되고, 방문동거를 목적으로 입국할 때의 적법한 체류기간도 그 이전에 이미 지났음으로써 1996. 5. 2. 이후 현재까지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다. (4) 그러나, 원고가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법체류자라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장차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자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 호에 해당된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 (5) 그렇다면 원고의 위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허가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評 釋 1. 旣存 判例와의 差異點 먼저 이 사건이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임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즉, 국적법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제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종래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에 있어서, 법원은 행정청에 의한 “거부”가 “처분”의 성질을 가지는가를 심리함에 있어, “원고에게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신청권”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다음이 그 예이다. ①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신청을 받고서 한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근거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95. 4. 28, 95누627). ②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우선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주택개량재개발사업계획의 변경에 관하여는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변경신청을 할 수 있는 법규상의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개발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재개발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 변경신청에 대한 불허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판 1999. 8. 24, 97누7004) ③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만 한다](대판 2003. 9. 23, 2001두10936). 2. 行政法院 2003구합18439判決의 秀越性 만일에 이 사건에서 법원이 - 기존의 판례에서와 같이 -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회복허가를 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 세웠다고 하게 되면, 原告의 訴는 却下됬을 것이 틀림없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사이, 거부처분취소소송에 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 - 처분성의 문제와 원고적격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음을 이유로 - 비판적 입장을 취하여 왔다(법률신문 1999. 12. 13 등). 앞으로는 이 사건에서의 판결이 典範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4-04-26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건축물의 무단 용도변경과 개정건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원심판결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1995년 8월경 근린생활시설의 일부를 관리사무실로 용도를 무단 변경하여 사용한 행위는 구 건축법(1997. 12. 13. 법률 제54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4조에 의하면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 제250조, 제249조 제1항 제5호, 형법 제50조에 의하여 공소시효가 3년임을 알 수 있고, 건축법상의 허가 없이 용도변경하는 죄는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시점에서 범죄가 성립, 완성되는 卽時犯으로서 공소시효도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공소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한 2000. 5. 31. 제기되었음이 명백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에 해당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판결요지]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의 용도변경행위(1999. 2. 8. 법률 제5895호로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건축물의 용도변경에 관하여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었다)는 유형적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며, 이와 같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繼續犯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계속 사용하는 한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용도변경행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繼續犯의 경우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부칙에서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 전의 법을,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을 각각 적용하여야 한다. 繼續犯의 성질을 갖는 건축법상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의 공소사실을, 그 행위기간 사이의 건축법에 대한 위헌결정 및 건축법 개정에 기인한 처벌규정의 효력상실과 경과규정 등으로 인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하여 적용 법률을 특정하고 그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I. 논 점 이 사안의 논점은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어느 시점에 종료되었다고 볼 것인가와 실행행위 도중에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변경된 법률의 부칙에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다면 구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의 견해가 대립될 수 있다. 우선 이 판결 원심의 입장으로서, ①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을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하는 행위이고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되고 완성되는 卽時犯으로 본다면 행위시법인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한다. 공소시효도 용도변경행위를 한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 특히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개정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처벌의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서 ② 건축물을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고 있는 한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면, 즉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본다면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에 유효한 법률인 신법(행위시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가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계속되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고, 공소시효도 이 때부터 진행된다. 또한 이 판결에서의 대법원의 입장처럼 ③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보면서 계속적 범죄행위의 도중에 법령이 변경되고(예컨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종전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 전후의 행위를 분리하여 변경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법을 적용하고 변경 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의 성격을 卽時犯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繼續犯으로 볼 것인지와 繼續犯으로 보더라도 繼續犯의 행위도중에 법이 변경되고 종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 包括一罪인 繼續犯의 행위를 법개정 전후의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분리하여 법적용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가 있더라도 繼續犯의 행위종료시에 유효한 신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II.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의 성격: 계속범 여부 용도변경 행위에는 건축법시행령에 정하여진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예컨대 무단 용도변경된 건물을 인수하여 아무런 변경 없이 변경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경우)까지도 포함되는 것이고 그 변경에 반드시 유형적인 변경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형적 변경도 무방하다(大判 1995.12.22, 94도2148; 1995.8.25, 95도1351). 건축법상 용도변경행위는 용도변경과 변경된 용도로의 사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속범의 성격을 갖는다. 계속범이란 가벌적인 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위법한 상태의 지속이 행위자의 의사에 달려있는 범죄유형을 말하며, 위법상태의 유지를 위하여 위법행위가 어느 정도 끊임없이 새로이 행해져야 한다. 계속범은 포괄일죄로서 행위 자체는 수개지만 犯意의 단일성, 침해방법과 침해법익의 동일성, 범행사이의 시간적 연속성 등 행위단일성이 인정되어 실체법상 一罪로 평가된다. 계속범의 행위종료시점은 최후의 행위 종료시이다. 따라서 실행행위 도중에 형의 변경이 있을 때에는 신·구법의 법정형에 대한 경중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종료시의 법인 신법을 적용하여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한다(大判 1986.7.22, 86도1012; 1998.2.24, 97도183). 계속범과 즉시범의 구별실익은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공소시효의 기산점, 공범의 성립여부 등에 있다. 이 사안에서 논란이 되는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에 관해서 계속범의 경우에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법익침해가 회복되는 시점에 유효한 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조 제2항의 의미의 신법이 아니라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III. 건축법개정 전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에 대한 신법의 적용여부1. 무단 용도변경을 계속범으로 보는 입장: 신법적용설 무단 용도변경죄는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한 용도변경행위가 계속되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범죄행위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종료되거나 원래 용도로 원상회복시키는 시점에 종료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유효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더라도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변경된 신법에 신법시행전의 벌칙적용에는 구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계속범은 실체법상 一罪이기 때문에 행위가 신법시행 전후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이에 의하면 이 평석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무단 용도변경사용의 실행행위가 계속되었으므로 개정 전이나 개정 후의 행위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제기의 효력은 계속범인 一罪의 전부에 미치며 구법적용의 부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종료시의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2.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유무에 따라 구별하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더라도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의 취지를 고려하여 구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법령이 변경되어 형이 폐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 구법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뿐만 아니라 가벌적이었고, 또 법령변경 전에 기소되었다면 마땅히 처벌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처벌불균형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의 필요성이 경과규정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경과규정에 따라 신법의 시행 전에 대한 벌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다. 3. 무단 용도변경을 즉시범으로 보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즉시범으로 보아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하지만 형법 제1조 제2항의 범죄 후의 법률의 변경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구법적용의 벌칙에 대한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다. IV. 결 론 개정건축법 부칙 제14조의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에서 ‘이 법’은 개정된 신법을 말하고 ‘종전의 규정’은 구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의 하나는 행위시법(구법)과 재판시법(신법)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단 용도변경죄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행위시법과 재판시법은 동일하게 신법이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할 시점부터 법률이 변경되고 시행된 시점을 거쳐 원심판결시점까지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인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계속되었고 원심판결시점(또는 원상 회복된 시점)에 비로소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면 개정건축법 부칙의 경과조치는 적용될 수 없다(예컨대 수질오염배출행위에 대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에 관계없이 행위종료시법인 신법을 적용한 大判 1992.12.8, 92도407 참조). 계속범은 실체법 및 소송법상으로 一罪로 인정되는 포괄일죄이다. 따라서 可分的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기소가 가능하지 않고,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그 공소의 효력은 범죄사실의 전부에 미치기 때문에 법원의 심판범위는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까지의 행위에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계속범의 행위를 개정 전후로 분리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한 대법원 판결은 계속범의 성격을 오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2-04-29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 가맹점주의 판매대금 임의소비에 관한 법적문제
Ⅰ. 사건개요 가맹점주 갑과 을회사사이에 체결된 미니스톱 가맹점계약은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촵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그 중요한 내용으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하며, 가맹점계약종료시 가맹점내에 존재하는 상품은 가맹점의 소유로 하되 본사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본사 또는 본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양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계약에 의하여 가맹점주 갑이 가맹점을 운영하던 중 가맹점에서 판매된 물품판매대금을 갑이 을회사와 체결한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라서 물품판매대금을 을회사로 송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의로 소비하였다. Ⅱ. 대법원판결요지 대법원은 가맹점주 갑이 행한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임의소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법원의 판결(인천지법 1997. 11. 13 선고 97 노 1835 판결)의 판단을 지지하면서 이 사안에서 갑이 본사와 맺은 가맹점계약은 독립된 상인간에 일방이 타방의 상호, 상표등의 영업표지를 이용하고 그 영업에 관하여 일정한 통제를 받으며 이에 대한 대가를 타방에 지급하기로 하는 특수한 계약형태인 이른바 ‘프랜차이즈계약’으로서 그 기본적인 성격은 각각 독립된 상인으로서의 본사 및 가맹점주간의 계약기간동안의 계속적인 물품공급계약이고, 본사의 경우 실제로는 가맹점의 영업활동에 관여함이 없이 경영기술지도, 상품대여의 대가로 결과적으로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보장받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본사와 가맹점이 독립하여 공동경영하고, 그사이에 손익분배가 공동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가맹점계약을 동업계약의 관계로는 볼 수 없고, 따라서 가맹점주인 갑이 판매하여 보관중인 물품판매대금은 갑의 소유라고 할 수 있고,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프랜차이즈계약상의 채무불이행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이와 동일한 판결로 대판 1996. 2. 23, 95 도 2608이 있다.) Ⅲ. 판례평석 1. 프랜차이즈계약의 의의와 법적 성격 프랜차이즈계약이란 프랜차이즈제공자·설정자(Franchiesegeber)가 프랜차이즈이용자(Franchiesenehmer)에 대하여 자기의 상호·상표 또는 영업표지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게 하고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자기의 영업에 관하여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 일정한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프랜차이즈계약은 계약의 특성상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하는 계속적 계약의 형태로 행하여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법적규제의 내용이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가 1995년 상법개정으로 동법 제46조 20호 즉, “상호·상표 등의 사용허락에 의한 영업에 관한 행위”로서 상행위의 하나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프랜차이즈계약이 행하여지는 경제적 여건으로 프랜차이즈설정자로서는 직접투자 내지 자금·인원의 추가부담없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으며 경영의 결과에 따른 추가적인 위험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이에 대하여 프랜차이즈이용자로서는 적은 자본촵정보등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사업의 경영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지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사업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영상의 지시와 통제의 내용으로 점포의 위치·상품의 종류·가격·경영방침등이며 심지어 간판이나 종업원의 의복등 많은 점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종류로는 생산자·도매상·소매상사이의 프랜차이즈처럼 계약당사자사이의 분류에 따라 나누어 질 수 있고 계약의 대상에 따라서 상품프랜차이즈와 용역·영업형프랜차이즈로 나뉘어진다. 프랜차이즈계약이 실제 경제계에서 상당히 널리 행하져지고 있는데 프랜차이즈계약을 둘러싸고 상당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법적 분쟁은 프랜차이즈계약의 법적 성격에 따라서 해결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프랜차이즈계약은 하나의 일의적인 성격을 가진 계약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지닌 혼합적 성격을 가진 혼합계약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에는 프랜차이즈설정자의 상호촵상표 등을 프랜차이즈이용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하는 점에서 명의대여계약적 요소가 있으며 경영의 지도 내지 통제를 하는 점에서 노무제공의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도급이나 위임의 요소가 있다. 특히 상품내지 설비의 소유권을 프랜차이즈설정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임대차적 요소가 있다. 따라서 프랜차이즈계약이 어떠한 내용의 성질을 지닌 계약인 여부는 실제로 체결되어지는 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나 상품프랜차이즈의 경우에 매매계약으로서의 성질이 강하고 용역프랜차이즈계약의 경우 노무제공계약 즉, 도급이나 위임계약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손주찬, 상법(상), 박영사, 2000, 421면; 정찬형, 상법강의(상), 박영사, 1999, 390면). 프랜차이즈계약이 이러한 성격을 지닌다고 하여도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상호 대리인이나 피용자등 종속적인 관계가 아닌 독립된 성격을 지닌 상인이다(최기원, 상법학신론(상), 박영사, 2000, 398면). 즉,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는 각자 자신의 명의와 계산으로 영업을 행한다. 프랜차이즈이용자는 상법상의 대리인도 상업사용인도 아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계약에 의한 상호사용의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는 명칭과 형식을 불문하지만 계약의 당사자가 상호독립성을 가지므로 임금 내지 그 유사의 형태는 아니다. 2. 문제사안의 경우 문제된 사안에서 갑과 을회사가 행한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에서 편의점운영 및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 및 판매용 설비와 집기비품을 가맹점에게 공급하고, 가맹점주는 이를 활용하여 가맹점의 운영을 책임지되 가맹점의 경영은 본사의 경영지도를 기초로 하여 가맹점의 독자적인 책임과 판단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따라서 가맹점은 점포운영의 사업주로서 점포운영에 필요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점에서 갑과 을회사는 가맹점경영에서 서로 독립된 경영자 내지 상인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가맹점은 본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함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의 승인이 있으면 본사이외의 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그 상품대금의 지불은 본사에 위탁하는 것으로 하며, 판매가격은 본사가 추천하는 가격으로 하되, 판매대금은 매일 본사에 송금하여야 하고,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을 1개월단위로 정산하여 매출총이익의 30%(영업시간이 1일 24시간인 경우) 내지 33%(영업시간이 1일 24시간미만인 경우)는 본사에 귀속하고, 그 나머지는 가맹점에 귀속한다는 점에서 을회사의 경영에 관한 기술과 상표등을 가맹점주인 갑이 사용한다는 점과 가맹점의 물품판매대금의 일정액을 본사가 지급받는 것으로 인하여 이는 프랜차이즈계약의 일종이며 특히 상품프랜차이즈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법률적으로 가장 쟁점이 되는 문제점은 가맹점의 영업의 결과 취득한 물품판대대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 가라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프랜차이즈계약에 있어서 발생하는 민사상촵형사상 법률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첫째,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이 사례에서는 을회사)에게 있다면 프랜차이즈이용자(이 사례에서는 갑)가 취득한 대금은 이용자인 갑으로서는 원소유자인 설정자인 을회사에게 반환하여야 하는 대금이다. 이러한 경우는 사실상 이용자는 을의 대리인이거나 상법상 위탁판매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갑이 을에게 대금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경우 을은 갑에게 민사상 물품판매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고 형사상 갑은 타인의 소유인 대금을 을에게 반환하지 아니하고 임의로 소비한 경우는 갑이 을에 대하여 대금의 보관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와 반대로 물품판매대금이 가맹점주인 갑의 소유라고 한다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로서는 단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이용료만 청구할 수 있을 뿐 대금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이유로 대금에 대하여 반환청구하지 못한다. 미판매된 물품의 소유권도 원칙적으로 이용자인 갑의 소유이다. 물품판매대금이 이용자인 갑에게 있으므로 갑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단순한 채무불이행이고 이용자인 갑 자신이 소유촵점유하는 금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프래차이즈계약의 성격과 계약당사자인 프랜차이즈설정자와 이용자의 지위 및 물품판매대금의 소유권귀속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미 위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과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과의 법률관계는 프랜차이즈계약이라는 채권계약이고 설정자인 을이 이용자인 갑에게 물품을 대여촵공여한 것은 프랜차이즈계약에 따른 물품공급계약이며 물품의 대금처리는 일반적으로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물품구입할 때 가맹점의 본사에 대한 외상구입금으로 처리하고 사후 본사의 구좌로 입금된 가맹점의 매출대금으로 상품대금을 우선 충당한다는 점에서 매매유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설정자와 이용자가 독립된 상인이며 가맹점운영은 전적으로 이용자인 갑이 관리하므로 가맹점관리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인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이며 프랜차이즈이용자인 갑에게 속한다고 하여야 한다. 프랜차이즈설정자인 을이 하는 업무는 상표나 운영방법등을 이용케 하고 사용료를 받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계약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가맹점주 갑이 행한 물품판매로 인한 대금은 가맹점주 갑에게 귀속하고 대금을 갑이 임의로 소비하여 설정자인 을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라고 보아야 하며 역시 형사상 횡령죄의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고 하여야 한다.
2000-09-18
신용장에 있어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
1. 머리말 대법원은 최근 신용장의 이른바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의 유효성에 대해서 주목할 만한 판결들을 선고하였는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과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이 그것이다. 위 두 판결은 거의 같은 취지의 것이므로, 여기서는 선례가 되는 대법원 2000. 5. 30. 선고 98다47443 판결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2. 사안 가. 미국 회사인 웨어훼브 인코퍼레이티드(웨어훼브)는 국내 회사인 주식회사 코드(코드)와 사이에, 직물류를 미국으로 수입하되 그 대금결제를 위하여 미국 회사인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 아메리카에게 요청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은 1992. 4. 9.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에 신용장개설을 의뢰하였고, 피고 은행 뉴욕지점은 1992. 4. 11. 수익자를 코드로 한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는데, 그 특수조건(Special Conditions) ⑸항은,”최종매수인이 선하증권의 선적일로부터 75일 내에 신용장에 언급된 상품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인수된 어음과 서류들은 만기일에 지급되지 않는다 (In case final buyer fails to pay merchandise referred to under this letter of credit within 75 days from the on board date of the B/L, the draft and documents accepted shall not be paid on maturity date)로 규정되어 있고, 한편 위 신용장에는 특별히 명시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신용장은 국제상업회의소의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에 따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 대구은행 남일동 지점은 위 수출입계약에 따라 직물류를 선적한 위 코드로부터 위 선적분에 대한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모두 매입하고 이를 모두 피고 은행 뉴욕지점에 송부하여 위 뉴욕지점은 원고 은행에 이들의 인수(acceptance)사실 및 그에 따른 만기일을 통보하고, 그 신용장대금 중 곧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의 신용장대금 8건에 대하여는 위 특수조건 ⑸항에 기하여 그 만기가 각 연장되어 총 44건 중 30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이 원고 은행에 지급되었으나, 나머지 14건에 대한 신용장대금에 대해서는 최종매수인인 위 웨어훼브가 물품대금을 피고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여 위 특수조건 ⑸항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대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3. 판결요지 위 특수조건 (5)항은 비록 신용장 첨부서류에 의하여 조건의 성취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하고 명료하다고 할 것이고, 수익자를 포함한 이 사건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합의가 성립되어 있으며, 나아가 비록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인 코드가 위 특수조건 (5)항 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책임이 있거나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드는 신용장 개설시부터 그러한 사정을 알고 이를 용인하면서 이 사건 수출 거래나 신용장 거래에 임하여 온 사정을 알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용장 개설 및 비서류적 특수조건이 삽입된 경위, 비서류적 특수조건의 내용, 수익자가 그 비서류적 특수조건을 응락하였는지의 여부, 그 특수조건의 성취에 관하여 수익자가 관여할 수 없는 사정을 용인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신용장에 부가된 이와 같은 비서류적 특수조건은 신용장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이를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일단 그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가. 비서류적 조건의 의의 은행은 제시된 신용장의 요구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일치하는 지의 여부를 심사하여 일치하는 경우에는 신용장대금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므로 신용장의 조건은 의당 은행이 심사하여야 할 서류를 명시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장에 있어서 서류의 지정 없이 조건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비서류적 조건(Non-Documentary Conditions) 또는 서류 없는 조건(Documentless Conditions)이라고 한다. 예컨대 신용장의 조건이 「수익자는 선적 후 선적통지를 하여야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을 뿐 구체적으로 그것을 표시하는 서류(shipping advice)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때에는 위 조건을 비서류적 조건이라 한다. 이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1983년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400)에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었으나, 이는 신용장의 독립·추상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계속되던 중 1993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 제13조 c항은, “신용장에 제시되어져야 할 서류에 관하여는 명시하지 않은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그러한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나. 비서류적 조건의 취급례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 여부 및 그 취급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의가 있으나(상세는 서울지방법원 발행 국제거래·상사소송의 실무 58-60쪽 참조), 여기서는 국제상업회의소와 그 동안의 우리 하급심 법원들의 실무례를 살펴본다. 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 (ICC Banking Commission)의 입장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신용장에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준수문구가 기재되고, “이 신용장 대금은 수출신용장에 따라 의류가 전량 수출되고 그 대금이 회수되는 경우에 지급된다(payment against subject L/C will be made as and when full quantity of garments under export L/C. … dated, is exported and proceeds repatriated)”라는 특수조건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러한 신용장의 대금지급을 거절당한 인도 회사가 보낸 질의에 대한 유권해석에서, ‘그와 같은 신용장은 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신용장을 수락한 것은 선하증권상 수하인이 신용장개설은행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설은행의 개설의뢰인에 대한 물품인도를 허락한 것을 의미한다. 위 사건은 신용장의 문구 및 그 실제 의미가 면밀히 검토되지 않은 사안으로서, 위 신용장은 수익자에게 아무런 담보(security)를 제공하지 못하고, 이 신용장을 사용함으로써 수익자는 물품과 대금의 손실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고(ICC Publication NO. 494, Opinions of the ICC Banking Commission 1989-1991, Case R 179.),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UCP 500)이 시행된 이후에도 유사한 질의에 대하여 위 상환조건조항에 대한 종전의 해석을 다시 원용하고 있다(Case Studies on Documentary Credits under UCP 500-Charles del Busto p 104-105.). ⑵ 하급심의 실무례 그 동안 우리 하급심 판결들은 대체로 비서류적 조건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여 무시하거나,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한 개설은행에게 불리하게 신용장을 해석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그러한 조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이 되게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8. 19.선고 95나39313 판결을 비롯하여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5. 8. 24. 선고 93가합85407 판결과 위 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35037 판결의 원심 판결인 서울고법 1998. 6. 12. 선고 97나42160판결과 그 제1심 판결인 서울지법 1997. 7. 31. 선고 96가합4126 판결 등이 그것이다. 반면에 같은 특수조건이 붙은 유사한 사안에서{원고 중소기업은행, 피고 (주)한일은행, 피고 보조참가인 효성아메리카인코포레이티드}, 서울지법 항소부 1999. 12. 10. 선고 95나54180판결은 결론을 달리 하여, 위 조건은 비서류적 조건에 해당하지만 그 뜻이 완전하고 명료한 이상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론을 달리하였다. 결국 상급심의 최종판결이 주목되던 중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미 ⑴ 대법원 판결의 의의 비서류적 조건의 허용범위를 명백히 한 점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의의가 있다. ㈎ 즉 비서류적 조건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사적자치의 원칙상 그 내용이 신용장 기재의 문언 자체에 의하여 완전·명료하고, 수익자를 포함한 신용장 개설 당사자 사이에 그 조건에 따르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비서류적 조건의 내용이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좌우될 여지가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그 사유만 가지고 그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익자는 그 비서류적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관여할 수 없는 경우라 할 지라도 수익자가 그러한 사정을 용인하면 역시 유효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의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은 앞서 본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의 입장과도 일치된다 할 것이다. ㈏ 그리고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 일단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한 그 이후에 그와 같은 조건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던 신용장 매입은행에게도 그 특수조건의 효력은 미친다는 것이다. 즉 매입은행은 신용장 개설 당사자는 아니지만 비서류적 조건의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제3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그가 특수조건의 성립에 합의를 하였는지 여부 또는 그 조건의 성취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매입은행은 스스로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용인하고 신용장 요구서류를 매입한 것인 만큼 나중에 비서류적 조건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⑵ 문제점 ㈎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이 서류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용장제도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 신용장의 개설은행은 피고 한일은행 뉴욕지점인 만큼 그 준거법은 미국법 내지 미국뉴욕주법이 되므로 최소한 위 준거법 하에서 비서류적 조건이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언급도 있었어야 할 것이다. ㈏ 한편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제13조 c항을 신설하여 비서류적 조건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통일규칙의 명문규정을 준수한다고 보아야 할 매입은행이 비서류적 조건이 명시되어 있는 신용장을 취득했다는 점만 가지고 바로 매입은행이 그러한 비서류적 조건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고, 더욱이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이 신설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는 신용장에 비서류적 조건을 삽입하는 전적으로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the specific purpose of eradicating the totally wrong practice of incorporating nondocumenttary condition(s) into documentary credits)을 가진 것이고,… 따라서 은행은 다른 신용장 조건에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받았을 때에는 적법한 것으로 접수하여야 한다. …’ 는 지침을 내리고 있으므로(The 3rd ICC Position Paper of September 1, 1994.),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 내려진 이 사건 대법원의 판단이 과연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타당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국제상업회의소 은행위원회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하에서도 비서류적 조건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질의회답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의 신설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라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만약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은행위원회의 입장을 수용하는 취지라면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상의 위 신설규정의 의미는 반감된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00-09-14
보험약관설명의무의 범위 및 무면허운전
【사 실】 소외 홍인의는 1997.3.3 피고회사와의 사이에 자신이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구입하여 피고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고회사의 업무수행을 위한 廢엔진오일 운반용 차량으로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의 지급, 보험계약의 체결, 차량관리 등에 관한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피고회사는 홍인의에게 이 사건 화물자동차의 운송물량에 따른 운송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차량운용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홍인의는 피고회사명의로 1997.4.14 피고회사를 기명피보험자로 하여 원고와 이 사건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원고회사 소속 보험모집인 소외 정창화가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보험계약의 성질에 대하여 정확히 설명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지하였으며,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렇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정당한 보험계약으로 인정하는 등의 잘못을 범하였다. 홍인의가 고용한 운전사 정명화가 제1종 보통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본건 사고를 내었다. 원고인 보험회사가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을 근거로 보험금지급채무의 부존재에 관한 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한데 대하여, 피고는 1. 보험모집인 정창화 및 원고회사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가 잘못을 범하였다는 이유로 원고회사에게 신의칙상 또는 보험계약상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2. 정창화의 잘못된 고지로 인하여 피고회사가 이 사건 피보험자동차를 제1종 보통운전면허 소지자가 운전하는 것이 무면허운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신의성실의 원칙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2호, 제3호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가 되며, 3. 본건 무면허운전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승낙이 없으므로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항변하였다. 【판 지】 1. 상법 제638조의3 제1항 및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 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2. 자동차종합보험 보통약관상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시에 무면허운전중이었다는 법규위반 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으로서,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 3. 자동차보험에 있어서 피보험자의 명시적·묵시적 승인하에서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하였을 때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지배 또는 관리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서,…무면허운전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와 무면허운전자의 관계, 평소 차량의 운전 및 관리 상황, 당해 무면허운전이 가능하게 된 경위와 그 운행 목적, 평소 무면허운전자의 운전에 관하여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취해 온 태도 등의 제반 사정을 함께 참작하여 인정하여야 한다. 기명피보험자의 승낙을 받아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로 취급되는 자(이른바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이 있다고 할 수 없어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회사 명의로 차량을 등록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그 업무수행을 위해 차량을 제공하되 운전사의 고용 및 급여 지급 등 일체의 사항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기로 약정한 자동차 소유자의 승낙 하에 그 피용자가 무면허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해 설】 서론 : 본 판결에는 피보험자의 승낙과 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의 관계에 관하여 대체로 3가지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아래에 판시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기로 한다. 1. 보험약관명시설명의무의 범위 보험자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하여 체결한 보험계약도 약관을 보험단체의 법규범으로 보아 유효하다는 주장도 있다(법규범설). 상법 제638조의3 제2항이 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계약이 성립한 날부터 1월내에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데 그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는 약관 일반에 관한 규정인데 대하여 상법 제638조의3은 보험계약의 약관에 관한 특별법이라고 보는 것이 법체계상 온당하므로 이 견해도 현행법의 해석으로서 논리에는 맞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약관을 규제하여 특히 보호해야할 보험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에 기하여 이에 위반한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정된 판례이다(대법원 1998.6.23.선고 98다14191판결 ; 대법원 1998.11.27.선고 98다32564판결 ; 대법원 1999.3.9.선고 98다43342, 43359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이 어떤 면허를 가지고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여야 무면허운전이 되지 않는지는 보험자의 약관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에는 의문이 있다. 이 판결의 태도에는 상술한 법규범설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 판시에 따르면 어떤 것이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의 범위에 포함될까. 무면허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것은 약관의 명시는 될 수 있더라도 약관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약관의 명시 설명의무는 약관이 당사자간의 계약내용이므로 이 계약에 의해서 어떤 권리의무가 발생하는지를 당사자가 알고 동의하도록 하기 위해서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그런데 보험자측의 보험모집인과 보험자의 울산지점의 영업소장이나 울산지점 심사담당자조차도 그 내용을 잘못 알고 있었다. 보험자측 스스로도 알지 못한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계약에 당사자가 내용을 알고 합의했다고 볼 수 있을까. 무면허운전에 대한 처벌은 법률의 규정(도로교통법 제109조)에 의한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는 것은 당사자가 합의한 보험계약의 조항에 따른 것이다. “보통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진 약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험계약당사자사이에서 계약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라는 대법원의 지론(대판 1985.11.26, 84다카2543 ; 동 1986.11.26, 84다카122 ; 동 1989.11.14, 88다카29177 등 다수)에 따른다면, 이러한 약관은 보험계약의 일부로서 당사자를 구속할 수 없을 것이다. 대판 1992.7.28, 91다5624는 은행거래약관을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였다 하여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 판결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약관을 작성한 사업자측도 그 내용을 잘못 이해한 본 판결의 사안과는 역시 다른 경우이었다. 2. 무면허운전의 인식 이 면책약관이 유효하다고 전제한다면, 운전자가 그 무면허운전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면책약관상의 무면허운전에 해당된다는 것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대법원 1991.12.24.선고 90다카23899전원합의체판결 ; 대법원 1993.3.9.선고 92다38928판결 ; 대법원 1997.9.12.선고 97다19298판결 ; 대법원 1998.3.27.선고 97다6308 판결 참조). 그러나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은 사고 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에 무면허운전 중이었다는 법규위반상황을 중시하여 이를 보험자의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는 사유로 규정한 것”이라는 설명은 부당하다.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이 사고발생의 원인이 무면허운전에 있음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원인에 의한 보험사고의 위험을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배제하였다면 보험자는 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해줄 의무가 없다. 대판 1993.11.23, 93다41549에 의하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관리자 내지 운전자의 사용자로서 그에게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운전자의 무면허사실을 알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면책약관은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보험자의 면책을 피보험자에 대한 제재로 보는 태도로서 무면허운전을 보험금지급의무에서 제외한 보험자측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사법이론과 조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보험자는 보험계약자에게 제재를 가할 지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3. 승낙피보험자의 승낙에 의한 무면허운전 무면허운전 면책조항을 아무런 제한 없이 적용한다면 무단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자동차보유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면서도 자기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못하는 무단운전자의 운전면허소지의 여부에 따라 보험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어 피보험자에게 너무 가혹하여 불합리하므로 피보험자의 명시적 묵시적 승인 하에 피보험자동차의 운전자가 무면허운전을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하며, 기명피보험자의 직접적인 승낙이 없고 이로부터 운전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묵시적인 승인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설시도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판 1993.12.21, 91다36420와 1994.1.25, 93다37991에 의하면, “승낙피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자나 기명피보험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제3자로 하여금 당해 자동차를 사용, 운전하게 승인할 권한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양승규 교수는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례“라고 비판한다(보험법 제3판, 412면 주19). 그러나 이 판례는 그후에도 이어졌다(대법원 1994.5.24.선고 94다11019판결 ; 대법원1995.9.15.선고 94다17888판결 ; 대법원 1996.2.23.선고 95다49776 ; 대법원 1996.10.20.선고 96다29847판결 ; 대법원 1997.6.10.선고 97다6827 ; 대법원 2000.2.25.선고 99다40548판결 참조). 그러나 본 판결의 사안에서는 기명피보험자인 피고회사가 홍인의에게 운전자의 고용을 인정한 이상 운전자에 대한 운전승인권도 부여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1993.1.19, 92다32111에서도 “기명피보험자와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과의 사이에 밀접한 인간관계나 특별한 거래관계가 있어 전대를 제한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추인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전대의 추정적 승낙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이 판결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이 적용되는가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기명피보험자의 간접적 승인을 받은 자의 사고에 대하여도 보험자는 보상의무가 있는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위의 대판 2000.2.25, 99다40548에서는 무면허운전면책조항에 관하여 “기명피보험자인 이글렌터카의 영업소장인 김태영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상 피보험자동차를 운행한 자격이 없는 만 21세 미만자인 김승우 또는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는 최보국을 임차인으로 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대여하고 21세 미만자인 김승우에게 이 사건 차량을 현실적으로 인도해 주었다는 것이므로, 이는 김태영이 그 대여 당시 21세 미만의 자가 김승우 또는 최보국으로부터 지시 또는 승낙을 받아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승인할 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는 직접적 또는 간접적 표현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이웅의 이 사건 자동차의 운전은 승낙피보험자의 승인만이 아니라 기명피보험자의 묵시적 승인도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위의 97다6827판결에서는 “지입차주의 승낙 아래 무면허로 화물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무면허 면책조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고를 낸 무면허운전자가 지입차주의 우발적 승인을 받고 운전한 자가 아니고 이 화물자동차를 상시 운전하는 자였다면 기명피보험자인 지입회사의 양해가 있었다고 보아 면책조항의 적용을 인정한 판지는 타당하다. 그리고 홍인의가 실질적으로 본건 화물자동차의 차주이고 피보험자임을 기준으로 하면 그가 고용한 운전자 정명화는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반대로 형식을 기준으로 피고회사가 차주이고 피보험자라고 한다면 피고회사소유의 본건 화물자동차를 상시로 운전하는 정명화는 적어도 그의 묵시적 승낙을 받은 승낙피보험자가 될 것이다. 본 판결도 제시하고 있는 묵시적 승인 하에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기준들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회사의 묵시적 승낙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 아닐까. 결어 : 본 판결은 보험자의 약관명시 설명의무 위반을 부당하게 부인하고 나서, 그 결과를 승낙피보험자의 개념에 의하여 무리하게 시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이 결론은 2중의 이론상 오류에 의하여 도달한 것이다.
2000-09-04
판결확정후 그 범행수단인 행위의 추가기소와 확정판결의 기판력
I.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은 종전에 판결이 확정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 일부에 대한 범행수단으로서, 그 공소사실에 그 범행수단 및 태양으로 설시되어 있기는 하나, 종전사건의 공소장 등에 비추어 종전사건에서 검사가 이를 기소하지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는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하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여도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아니한다. II. 판례평석 (1) 처음의 기소대상에서 누락된 사실을 검사가 판결이 확정된 후 추가로 기소하는 경우 소송법상으로는 크게 두가지 점이 문제된다. 첫째는 ‘검사의 公訴權 濫用與否’이다. 우선 검사의 누락기소에 대해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 즉 피고인이 범죄를 부인했기 때문에 검사에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기소가 누락된 경우에는, 누락기소를 검사의 직무태만이나 위법한 부작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모든 사실을 자백하였고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검사가 사실의 일부를 누락기소하고 판결확정후 추가 기소하는 것은 ‘병합심리에 의한 양형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피고인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공소권의 남용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비록 검사가 관련사건을 수사할 당시 이 사건 범죄사실이 확인된 경우 이를 입건하여 관련사건과 함께 기소하는 것이 상당하기는 하나 이를 간과하였다고 하여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판 1998.7.10, 98도1273)고 하여 공소권남용을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따르거나 검사에게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동시소추의 의무는 없다고 보는 입장에 서면,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검사가 피고인을 ‘사기죄’로 기소하면서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누락했다가 차후에 추가 기소했다 할지라도 공소권남용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2) 두 번째로 범죄사실의 누락기소와 확정판결 후의 추가기소는 ‘確定判決의 旣判力’ 및 ‘一事不再理의 原則’을 침해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대법원 판례는 이 점에 대해 심판하고 있다. 재판이 형식적으로 확정되면 그 판결의 의사표시도 확정되는데 이를 재판의 내용적 확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有·無罪의 실체재판이나 免訴判決의 경우 내용적 확정이 있게 되면 사실관계를 둘러싼 형벌권의 존부와 범위가 확정되는데 이후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再訴가 금지되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確定判決의 旣判力 또는 一事不再理效果라고 한다. 有·無罪 또는 免訴判決이 확정된 후 동일사건에 대해 再訴를 금지하는 이유는 1) 동일범죄에 대한 형사절차의 반복이 시민들에게 가져다줄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방지하고(二重危險禁止), 2)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및 비용의 효율성을 높이며(訴訟經濟), 3)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성을 도모하며, 4) 동일사건에 대해 전후 모순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형사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 있다. 그런데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해 판례와 다수설은 법원의 현실적 심판대상인 공소사실은 물론 그 공소사실과 單一하고 同一한 관계에 있는 사실의 전부(잠재적 심판범위)에 대해 그 효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법원의 심판범위에 대한 二元說의 입장). 이처럼 公訴事實의 同一性이 인정되는 범위까지 기판력이 미치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1) 공소제기의 효력은 공소사실뿐만 아니라 그와 동일성이 있는 범죄사실 전부에 대해서 미치고(형사소송법 제247조 2항 참조), 2) 피고인의 법적 지위의 안정과 피고인보호를 위해 二重危險을 금지하고자 하는 一事不再理原則의 취지에 비추어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위험이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3) 헌법 제13조 1항의 “동일한 범죄”는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죄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확정판결의 기판력 또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형사소송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소장의 변경이 허용되는 범위와 일치하게 되며 그 구체적인 범위는 결국 ‘公訴事實의 同一性’에 관한 학설에 의해 정해질 수밖에 없다.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건에서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판결의 기판력이 사기죄의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에게까지 미치는냐도 결국은 ‘사기죄’와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3) ‘公訴事實의 同一性’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현재 다수설은 ‘基本的 事實同一說’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기본적 사실동일설’은 비교되는 양 범죄사실을 각각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그러한 사실들이 다소간의 차이점을 보이더라도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양자간에 동일성을 인정하는 견해이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자연적·전법률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하나의 사건으로 평가되는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범죄사실들에 대해서 동일성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도 역시 종래에는 기본적 사실동일설의 입장에 서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에 관한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판 1994.3.22, 93도2080; 1996.6.28, 95도1270; 1998.6.26, 97도3297)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즉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자연적·사실적 관계 외에 피해법익과 죄질 등의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라 대법원은 앞의 93도2080 판결에서 ‘강도상해죄’와 ‘장물취득죄’ 사이에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변화는 사건개념의 해석에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피고인이 경한 범죄사실(장물취득죄)로 심판을 받고 판결이 확정된 후 중한 범죄사실(강도상해죄)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양 범죄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고,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에 중한 범죄사실인 강도상해죄에 대한 죄책을 물을 수 없다면 이는 정의관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범적 관점이 언제나 명쾌한 판단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은 아닐뿐더러, 이런 방법으로 사회의 처벌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補正訴訟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피고인의 법적 지위를 안정시키고 두 번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를 몰각시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설정하는 ‘公訴事實의 同一性’은 다수설과 같이 基本的 事實同一說에 의해 전법률적·자연적·사실적 관계에 의해서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4) ‘기본적 사실동일설’에 의할 경우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각각의 범죄사실을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로 환원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그리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들을 법률적 개념으로 구체화하는 데는 다음의 두 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1) 수개의 범죄사실이 하나의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때 그 범죄사실들은 소송법상으로 ‘하나의 사건’이다. 예컨대 수뢰와 공갈의 범죄사실은 동일인이 동일인으로부터 동일한 일시에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재물을 교부받았다는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된다면 하나의 사건이다. 절도와 장물보관의 범죄사실에서는 동일인이 다른 동일인 소유의 재물을 절취하여 그 재물을 운반·보관한 일련의 행위 전체를 1개의 범죄행위로 본다면 재물의 절취와 보관은 1개의 범죄행위의 부분적 행위이므로 결국 양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단일성이 인정되어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고의살인과 과실치사의 범죄사실도 하나의 행위(사건)를 놓고 법적 평가만 다른 경우이므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된다. 2) 다음으로 수 개의 범죄사실이 각각 별개의 행위이면서 별개의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수 개의 사건이 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경우에도 ①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포괄일죄 또는 과형상 일죄의 관계가 성립하거나, ②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연결효과에 의한 상상적 경합(대판 1983.7.26, 83도1378 참조)이 인정되는 경우, 그리고 ③ 수 개의 범죄사실이 ‘목적과 수단’의 관계에 놓여 있는 경우에는 소송법상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하여야 한다(배종대/이상돈, 형사소송법, 제3판, 402면 참조). 이런 경우에는 수 개의 범죄사실 사이에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이 침해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5) 본 평석의 대상이 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와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 사이에는 행위의 다수성이 인정되고 각각 별개의 구성요건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실체적경합범의 관계에 있을 뿐, 포괄일죄나 과형상 일죄의 관계에 있지 아니함이 인정된다. 그러나 양 범죄사실 사이에는 목적과 수단의 관계가 인정된다. 즉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은 사기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양 범죄사실은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생활경험상 ‘하나의 사건’, 즉 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사기죄의 범죄사실과 동일성이 인정되는, 즉 ‘하나의 사건’(=동일한 사건)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범죄사실에도 당연히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특경법상 사기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후에 그 수단이 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의 점을 추가 기소하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면소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사기의 범죄사실로 유죄의 형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에게 또 다시 사기범죄의 ‘部分’행위로 인해 형사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상 피고인의 이중위험을 금지한 일사부재리원칙의 기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
2000-06-12
수취인·발행일 기재 없는 어음의 효력
1. 사실관계 청구인 K는 J1이 발행한 액면금 1,500만원, 지급일 1995.10.10. 지급지 서울, 지급장소 한일은행 퇴계로지점, 발행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1가 69,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된 약속어음 1매를 J2로부터 지급거절증서작성의무가 면제된 채로 배서양도받았다. K는 이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당하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J1과 배서인인 J2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96가단 11576). 이에 대해 배서인인 J2는 이 약속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K는 같은 법원에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 및 제75조 제6호중 ‘발행일’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7카기157)을 하였으나, 동법원이 이를 1997.6.11. 기각하자 1997.6.30.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1997.7.7. 위 어음법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과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어음법 제75조 제5호에서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수취인)을, 그리고 제75조 제6호에서 “발행일”을 각각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제76조 제1항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의 어음거래에 있어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부도가 되어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음소지인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하며(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적법한 지급제시는 원칙으로 제시기간내에 완성된 어음을 제시하는 것이고, 완성된 어음이란 어음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흠결없이 모두 갖춘 자를 말한다. 그 중 하나라도 흠결하면 완성된 어음이 아니며, 그런 어음을 제시하는 것은 적법한 제시가 아니다. 특히 배서인에 대해 소구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그런데 이 기간은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은 실제에는 약속어음소지인이 수취인이나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외국의 입법례 제네바에서 체결한 1930년의 어음법통일조약의 내용에 따라 제정된 통일법계어음법들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은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법은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14조 제1항). 미국법은 종전에는 수취인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없는 증권은 흠결증권으로 하여 증권상의 권리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으나, 1994년 법개정을 하여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09조(a)(2)항). 영국법은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요건으로 규정(영국환어음법 제3조(4)(a)항)하고 있는 반면에 수취인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영국환어음법 제6조(1)항). 그 밖에 198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환어음, 국제약속어음에 관한 UN협약’안에서는 발행일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였으나, 수취인은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그렇지만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어음법을 입법하고 이 사건의 법률조항들을 형성함에 있어서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입법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특히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간의 어음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독일 등 국가와 보조를 맞추어 제네바 통일조약의 내용들을 수용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나) 발행일은 발행일자후 정기출급어음의 만기를 정하는 표준이 되고(어음법 제36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원칙으로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을 위한 제시기간을 정하는 표준이 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다) 수취인을 기재하지 아니한 어음은 ‘소지인출급식 어음’이 되어 수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포함한 어음법은 사유재산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서 정하여 형성한 것이다. 그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규정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를 누락하여 소지인이 어음요건흠결로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을 정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5. 평 석 종래 대법원은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4.23. 선고, 95다36466판결)(이 판결에 대하여 반대하는 평석으로는 이기수,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법률신문 1998년 5월 18일, 14쪽; 최기원, 발행지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6월 1일, 14, 15쪽이 있고, 찬성하는 평석으로는 정찬형,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5월 11일(제2692호), 14, 15면이 있다) 및 발행지기재 없는 수표의 효력(대법원 전원합의체 1999.8.19. 선고, 99다23383 판결)에 대한 판결에서 어음과 수표에서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행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어음·수표로서의 효력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이전의 판단을 번복한 바가 있다. 어음은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다 구비하여야 하고 그 요건가운데 일부라도 흠결되면 특히 법에서 구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한 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5쪽 아래). 그런데 어음(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수취인(수표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기재는 필요적 사항이 아니다), 발행일을 차별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특히 환영하여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은 제네바 어음법통일조약, 수표법통일조약에 근거하여 제정되었고 어음은 엄격한 요식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부 실무계에서의 관행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국민의 법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문제가 심각하다. 종래 발행일, 수취인(발행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기재의 어음·수표(수표에서 수취인의 기재는 예외)에 대하여 일부 지급이 이루어졌던 것은 은행실무가들의 법의 규정의 취지의 무지로 요건흠결의 증권에 대하여 지급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은 결코 현행법하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위의 대법원판례는 그러한 잘못된 법위반행위를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발행일과 수취인에 대하여 어음의 엄격한 요식성을 들어 그 기재없는 어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는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종래 우리의 법제도의 정비·운용의 실상을 보면 입법부는 지키기 어려운 법을 치밀한 준비없이 제정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행정기관이나 사법부가 위법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법원이 실정법을 저버리고 판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의 한계를 일탈하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그래도 명백한 실정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하여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법개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내용의 법률규정을 마련하고 그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다. 이 때에도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이 서 있는 토양 내지 뿌리의 인식과 제외국 가운데 특히 그러한 같은 토양위에 서 있는 국가들의 논의 및 법개정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발행지, 수취인(수표의 경우 예외), 발행일은 명백한 어음요건으로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채 지급제시한 경우는 소구요건을 흠결하여 배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국 어음·수표의 엄격한 요식성, 우리법의 성립토양, 근대국가의 삼권분립의 원리 및 국민의 실정법파악과 그의 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이번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200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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