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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행정사건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조건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원고는 주식회사 B와 건물관리도급계약을 맺고 건물관리유지보수업무를 하는 자로, C에게 이 사건 건물의 외벽청소를 의뢰하였고, C는 E를 보냈다. E는 이 사건 건물 외벽청소를 하던 중 5층에서 추락하여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함)하였고, 이에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를 E의 사업주로 보아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산재보상업무를 처리하였는데, 그러자 원고는 E의 사업주는 C이므로 산재보험적용 사업장을 원고에서 C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나. 위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13년 5월 21일 외벽청소업무는 원고의 업무범위 중 일부를 위임·위탁한 것으로서 C에게 도급을 준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고는 원고소속 직원이 작업범위를 지정하여 청소작업이 진행되던 중 발생하였으므로 E의 사업주는 원고라는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함)를 하자 원고는 이 사건 통지가 산재보험적용사업장변경신청에 대한 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성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함이 없이 바로 본안으로 들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증거에 의하면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E를 C의 근로자라고 보지도 아니함)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하여 먼저 판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등 관계법령상 사업주에게 보험관계의 사업주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E에 대한 요양승인처분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E를 원고 소속 근로자로 취급하여 그에 따른 보험료부과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불복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어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조리상 신청권을 특별히 인정해야 할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시 대법원은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청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는데(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등 참조), 본 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은 사업주가 이미 발생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당시 재해근로자의 사용자가 자신이 아니라 제3자임을 근거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규상으로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 피고 공단의 결정에 따라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 변경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신청을 거부하였더라도 원고회사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위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이 없는 경우에는 설령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 등 참조). 본 사안도 이러한 종래의 대법원 입장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이렇게 엄격하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약간 의문이다. 특히 법령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법령해석상 이를 무조건 확대해석 할 수는 없겠으나 조리상 신청권의 존부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본 사안에서 원심과 대법원은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 제7조 제2호 등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고 한다)의 보험가입자가 되는데, 산재보험에 있어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두2201판결 참조), 피고의 결정에 의하여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② 피고는 재해근로자의 요양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업주를 특정하게 되나, 이는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러한 판단 자체가 사업주의 구체적인 권리ㆍ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점, ③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1조 등에 의하면, 특정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사업주로 지목된 자는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될 수 있고, 만약 산재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게을리 한 상태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처럼 사업주로 하여금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나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경우 이러한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보면 매우 우회적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에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산재보험료가 증액되지 아니할 수도 있고,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사업주가 징수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는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구할 신청권(적어도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사업주의 권리구제에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피재근로자가 사업주의 소속사업장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심리를 통하여 확정할 것이지, 신청권 자체를 대상판결처럼 좁게 해석하여 이 사건 신청자체를 각하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1심판결이 본 건에서 증거에 의하여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음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행정소송에 있어서 소의 이익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므로,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종래 판례입장만을 답습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하겠다.
행정청
항고소송
행정처분
김재춘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07-24
민사일반
준거법의 범위와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 대상판결: 대법원 2016.3.24. 선고 2013다81514 판결 - I. 대상판결의 요지 당사자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 당사자는 어느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거나 그중 특정 조항이 당해 계약에 적용된다는 합의를 할 수 있고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송절차에서 비로소 당해 사건에 적용할 규범에 관하여 쌍방 당사자가 일치하는 의견을 진술하였다고 해서 이를 준거법 등에 관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II. 국제협약이 준거법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의 당사자가 국제협약을 준거법으로 하는 합의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서는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상인법(lex mercatoria 또는 law merchant)과 같은 국제적 관습, UNIDROIT 국제상사계약규칙(UNIDROIT Principles of International Commercial Contracts 1980)과 같은 법원칙 또는 국제물품매매협약(UN Convention on the International Sale of Goods)과 같은 국제협약 등 비국가적 규범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2. 논의의 실효성 비국가적 규범이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있다면 이는 ‘저촉법적 지정’이 되지만, 만일 준거법으로서 지정될 수 없다면 당사자의 합의는 그러한 비국적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실질법적 지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저촉법적 지정은 준거법의 지정이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적용은 배제되고 국제적 강행규정만이 적용된다. 그러나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규범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법정지의 단순한 강행규정의 경우에도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계약이 체결된 후에 법이 개정되었다면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개정되기 전의 법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그 적용이 배제된다. 또한 저촉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법원이 규범의 내용을 직권으로 조사해야 하지만, 실질법적 지정의 경우에는 편입된 법규가 계약의 내용이 되므로 당사자가 편입된 법규의 내용에 대하여 주장하고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준거법은 특정국가의 법에 한정된다고 본다. 국제사법의 전반에서 언급하고 있는 ‘법’의 전통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는 특정국가의 법이고, 제5조에서 ‘법원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외국법’이라고 규정하고 제7조나 제33조 등에서 ‘대한민국법’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 종합하여 보면 준거법은 외국법이거나 대한민국법으로서 특정국가의 법이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준거법의 분열의 한계와 관련하여서 문제가 발생한다. ‘준거법의 분열’이란 하나의 법률관계의 실체적 내용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적용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국제사법 제25조 제2항에서는 “당사자는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도 준거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준거법의 분열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5194 판결에서는 당사자가 계약의 일부에 관하여만 준거법을 선택한 경우, 선택된 준거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영역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에 따라 지정된 소위 객관적 준거법이 적용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국가적 규범만을 준거법으로 지정하고 있거나 비국가적 규범과 특정국가의 법을 모두 지정하는 경우 모두 준거법의 분열이 발생한다. 그러나 준거법의 분열이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법의 내용에 차이가 있고, 한 국가의 국내법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사안에 대하여 여러 국가의 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적용되는 법률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거나, 생소한 다른 국가의 제도를 국내의 제도에 맞춰야 하는 복잡한 적응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정된 복수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다른 부분과 분리가능하여 상호 모순저촉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한계 내에서만 준거법의 분열이 허용된다. 그런데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면 위와 같은 한계를 완전히 무시하고서 준거법의 분열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부당하다. 대상판결에서 국제협약이 준거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점에 비추어 보건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깊은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저촉법적 지정은 할 수 없다고 본다. 참고로 우리의 국제사법의 바탕이 된 유럽공동체(EC)의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협약’(‘로마협약’) 에서는 당사자가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법이 특정 국가의 법이라고 해석되어 왔다. 그런데 위 로마협약을 개정한 ‘계약상 채무의 준거법에 관한 규칙’을 제정되는 과정에서 비국가적 규범을 준거법으로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준거법은 특정 국가의 법으로부터만 도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아니하였다. III. 준거법의 합의가 주요사실인지 여부 1. 쟁점 대상판결에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변론주의가 적용되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는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그러한 사실이 주요사실이란 점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준거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본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주장 및 증명해야 비로소 법원이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뿐이고, 당사자의 주장이 없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주요사실의 의미에 따른 비판 주요사실이라 함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말한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다카1489 전원합의체 판결).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실체법적 효력을 가져오는 요건사실이 주요사실에 해당한다.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지만 ‘절차법-실체법’과 ‘저촉법-실질법’이 대비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저촉법인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구분과 그 영역을 달리한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 법문사, 2013, 4쪽). 그런데 국제사법을 소송법으로 보던지 저촉법으로 보던지 상관없이 국제사법이 실체법이 아니란 점은 명백하므로 국제사법 제25조에 따른 준거법의 지정의 합의를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2) 적용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 국제사법은 법선택을 위한 법으로서 국제적 분쟁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이를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사법에 따르면 계약에 적용되는 준거법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지정한 국가의 법이 되고(제25조 제1항),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2차적으로 그 계약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된다(제26조). 따라서 법원은 직권으로 계약의 1차적 준거법인 당사자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대상판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적용할 법률의 발견은 법원의 전권사항이고,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는 적용할 법률을 결정하는 합의이므로, 법원은 준거법의 합의의 존재를 조사하는데 있어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받지 아니한다. 덧붙여 대상판결은 당사자가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는 계약의 내용이 되고 계약의 내용은 주요사실이라는 이유로 준거법에 관한 당사자의 합의를 주요사실로서 자백의 대상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라고 하더라도 모두 주요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판례에서는 소송상 합의인 부제소의 합의를 채권계약으로 보고 있으면서도(대법원 2004. 12. 23. 선고 2002다73821 판결), 이러한 부제소의 합의가 소송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이유로 이를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따라서 당사자의 합의라는 이유만으로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까지 주요사실로 보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IV. 결론 이상으로 대상판결과 달리, 사견에 따르면 국제협약을 포함한 비국가적 규범은 준거법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준거법을 지정하는 합의의 존재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으로서 자백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편 대상판결 중 문제된 판시내용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이유를 설시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결론에 이른 아쉬움이 있다. 적지 않은 국제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더 많은 국제사법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국제협약
준거법
국제사법
2017-02-20
민사일반
공개된 개인정보를 영리목적으로 수집, 제공한 행위의 적법여부
-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 1. 사실 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OO대학교(1984년 공립대학교로 전환되었다가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됨)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는 종합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사이 '로앤비' 를 운영하는 회사로서, 주식회사 법률신문사로부터 제공받은 법조인 데이터베이스상의 개인정보와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국내 법과대학 교수들의 개인정보를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유료(개인정보만 따로 떼어내어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고 로앤비가 제공하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요금을 받는 방식임)로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로앤비는 2010. 12. 17. 무렵 원고의 사진, 성명, 성별, 출생연도, 직업, 직장, 학력, 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 사건 사이트 '법조인' 항목에 올린 다음 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여 오다가, 2012. 6. 18.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송달받자 2012. 7. 30.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이 사건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였다. 이 사건 개인정보 중 출생연도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OO대학교 학과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되어 있고, 출생연도는 1992학년도 사립대학 교원명부와 1999학년도 OO대학교 교수요람에 게재되어 있으며, 피고 로앤비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하여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다. 나머지 피고들은 피고 로앤비와 유사한 방법으로 수집하거나 다른 피고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의 개인정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원고의 개인정보가 담긴 웹페이지가 포털사이트에 노출되게 하였다. 원심은 피고 로앤비에 대한 청구만 일부 인용(위자료 50만 원 및 지연손해금)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 모두 기각(피고 로앤비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청구 기각)하였으며, 이에 원고와 피고 로앤비가 각 상고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상훈)은 2016년 8월 17일 "이 사건 개인정보는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국민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 공개된 개인정보로서 그 내용 또한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공립대학교 교수로서의 공적인 존재인 원고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하여,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 등이 영리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에 대하여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파기 환송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그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목적으로 수집·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보처리행위로 침해될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과 그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처리자 등의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게 된다. 이때에는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 정보처리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그 정보처리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해야 하고, 단지 정보처리자에게 영리목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 로앤비 등이 영리 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로앤비 등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2011년 3월 29일 법률 제10465호로 제정되어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제15조)과 제3자 제공(제17조)에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를 공개된 것과 공개되지 아니한 것으로 나누어 달리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그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처리할 때에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그 정보제공으로 인하여 공개의 대상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그 정보 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과 대상 판결의 의의 기본권의 충돌이란 상이한 복수의 기본권주체가 서로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국가에 대하여 서로 대립되는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가 다른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를 제한 또는 희생시킨다는데 특징이 있다(헌재 2005. 11. 24. 2002헌바95 등).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그 해결 방법으로는 기본권의 서열이론, 법익형량의 원리, 실제적 조화의 원리(=규범조화적 해석) 등을 들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 관하여 충돌하는 기본권의 성격과 태양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해결방법을 선택, 종합하여 이를 해결해 왔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7조 위헌사건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의 관계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고,(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3항 등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동법 소정의 정정보도청구권(반론권)과 보도기관의 언론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심사를 한 바 있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권리라는 기본권이 상호 충돌하고 있는 이 사건 개인정보보호법의 조항의 경우에도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되(규범조화적 해석), 법익형량의 원리, 입법에 의한 선택적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심사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 없이 수집, 제공하는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지의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시라는 점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 권리라는 기본권의 충돌 상황에서 공인의 경우에는 알권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여 법원에 의해 법률조항의 규범조화적 해석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이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정해진 사유 이외에도 적법하게 수집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법의 흠결을 명백히 보충하게 되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가족이나 친지 사이,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계약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 등 일정한 법률관계가 형성된 사이에는 제3자라 할지라도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처리할 권리가 있다는 필자의 견해도 널리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로앤비
법조인
개인정보
2016-09-08
행정사건
수익적 행정처분에서 경원관계에 있는 자의 원고적격 요건
-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두27517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피고는 2012. 4. 3. 부산 강서구 봉림동 봉림지하차도와 김해시 장유면 화목교(시 경계) 사이에 주유소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안 주유소배치계획을 변경한 후 이를 공고하였고, 같은 날 주유소 운영사업자를 모집하는 모집공고(이하 '이 사건 모집공고')를 하였는데,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은 "1)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1971. 12. 29.) 해당 구역안에 거주하고 있던 자로서 개발제한구역에 주택 또는 토지를 소유하고(지정당시거주자), 2) 생업을 위하여 3년 내의 기간 동안 개발제한구역 밖에 거주하였던 자를 포함하되 세대주 또는 직계비속 등의 취학을 위하여 개발제한구역 밖에서 거주한 기간은 개발제한구역 안에서 거주한 기간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나. 같은 날 원고, 소외인 등은 피고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신청을 하였고, 피고는 2012. 8. 22. 원고에게는 '개발제한구역 밖으로 전출한 사실이 있어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조건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주유소 운영사업자 불선정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는 대신, 경원자인 소외인에게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부산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하였으나 2012. 12. 11. 청구가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소가 소위 '경원자소송'으로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채 곧바로 본안판단으로 들어가,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18조 제2항 제3호의 '지정당시거주자'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뿐만 아니라, 허가신청일 당시까지도 개발제한구역 안에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고 해석되는바(대법원 2005. 7. 8. 선고 2005두3165 판결 참조), 위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적인 기록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 할 것이나 주민등록표 기재와 다른 내용의 거주사실 등이 인정된다면 그에 따라 요건구비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원고의 경우는 자녀들이 종전 학교에 개근한 사실, 원고가 종전 주소지 통장으로 재직한 사실 등을 들어 이 사건 첫 번째와 두 번째 전출 기간 동안 실제로는 이 사건 주소지에 거주하면서 주민등록상 주소지만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모집공고의 신청자격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직권으로 이 사건 소의 적법여부에 관하여 살펴본 다음,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여러 사람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될 수밖에 없는 때에는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있고,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처분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허가 등의 처분을 받지 못한 불이익이 회복된다고 볼 수 없을 때에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8. 9. 8. 선고 98두6272판결 등 참조)고 할 것인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 라고 하여 본안에 관하여는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위법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위법한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ㆍ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그 취소판결로 인한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에만 소의 이익이 인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의 직접 상대방으로서 원칙적으로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여, 이 사건을 파기환송 하여 다시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경원자관계에서의 원고적격(소의 이익) 여부 경원자관계란 인허가 등의 수익적 행정처분을 신청한 수인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서 일방에 대한 허가 등의 처분이 타방에 대한 불허가 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원관계에 있는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제기하는 항고소송을 경원자소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경원자소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제기될 수 있다. 즉, 경원자가 자신에게 내려진 거부처분을 곧바로 다투는 형태와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을 다투는 형태이다. 종전 판례는 후자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 자신의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는 경우만 아니라면, 경원관계에서 탈락한 자는 비록 경원자에 대하여 이루어진 허가 등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 적격이 있다'(대판 2009. 12. 10. 2009구8359 판결)고 하여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사안은 전자에 관한 것으로, 이러한 소송은 비록 동 소송에서 원고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곧바로 인허가처분이 내려진다거나 경원자에게 내려진 인허가처분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과연 이러한 청구에 소의 이익을 인정할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원심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2012. 8. 22.자)이 취소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하여 각하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판결의 직접적인 효과로 경원자에 대한 허가 등 처분이 취소되거나 그 효력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행정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그 판결에서 확인된 위법사유를 배제한 상태에서 취소판결의 원고와 경원자의 각 신청에 관하여 처분요건의 구비 여부와 우열을 다시 심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후, 그 재심사 결과 경원자에 대한 수익적 처분이 직권취소 되고 취소판결의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원관계에서 허가 등 처분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종전 학문적으로 본 사안과 같은 경우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지 않는 한 원고적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상판결의 태도에 대하여는 원심판단처럼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경원자 관계에 있는 소외인에 대한 주유소 운영사업자 선정처분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가 바로 주유소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수 없음을 들어 무의미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소송에 있어서 원고적격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라 할 것인 바,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판단을 받아볼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5. 결 어 결국 이러한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른다면, 앞으로 본 사안과 같은 형태의 경원자소송에서 쟁점은 본안으로 들어가 원고에게 수익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될 것이고, 원고적격 단계에서는 명백한 법적 장애로 인하여 처음부터 수익적 처분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아예 배제되어 있지만 않다면 원고에게 소의 이익은 인정되는 것으로 정리될 것으로 여겨진다.
개발제한구역
경원자소송
원고적격
행정소송
2016-05-30
이혼·남녀문제
한쪽에만 너무 불리한 '이혼 전 재산분할포기각서'는 무효
- 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 협의이혼 전제 재산분할 포기, '실질적 협의' 없으면 '재산분할청구권 사전포기'로 '무효' 1. 재산분할제도 및 재산분할청구권의 본질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청산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고,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와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 4. 9. 선고 98다58016 판결). 2. 추상적 권리(추상적 지위)의 사전포기 금지 가. 대법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인 권리(추상적인 지위)는 사전포기가 허용되지 않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확인하였다. 나. 유류분과 상속 사전포기 금지 :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한 유류분 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다8334 판결). 다. 양육비채권 사전포기 금지 : 이혼한 부부 사이에서 자(子)에 대한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양육비채권)는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의 분담액을 구할 권리를 가진다'라는 추상적인 청구권에 불과하고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이 당해 양육비의 범위 등을 재량적ㆍ형성적으로 정하는 심판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인 액수만큼의 지급청구권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되기 전에는 그 내용이 극히 불확정하여 상계할 수 없지만,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의 내용과 범위가 확정된 후의 양육비채권 중 이미 이행기에 도달한 후의 양육비채권은 완전한 재산권으로서 친족법상의 신분으로부터 독립하여 처분이 가능하고, 권리자의 의사에 따라 포기, 양도 또는 상계의 자동채권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06. 7. 4. 선고 2006므751 판결). 3.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의 법적 성질 가.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3. 3. 25. 선고 2002므1787 판결). 나. 협의이혼을 조건으로 한 재산분할 협의(조건부 의사표시) : 민법 제839조의2에서 말하는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는 혼인 중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분할에 관하여 이미 이혼을 마친 당사자 또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 사이에 행하여지는 협의를 가리키는 것인바, 그 중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차 당사자 사이에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여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협의 후 당사자가 약정한대로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그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지,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혼인관계가 존속하게 되거나 당사자 일방이 제기한 이혼청구의 소에 의하여 재판상이혼(화해 또는 조정에 의한 이혼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위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대법원 1995. 10. 12. 선고 95다23156 판결). 4. 대상판결(대법원 2016. 1. 25.자 2015스451 결정) 가. 사실관계 : 청구인(A녀)은 중국인으로 2001. 6. 7. 상대방(B남)과 혼인신고를 마치고 생활하다가 2013. 9. 6. B남과 이혼하기로 하면서 B남의 요구에 따라 'A녀는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A녀와 B남은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하고 2013. 10. 14. 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한 후 2013. 11. 초경 A녀는 변호사를 통해 수 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B남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하였고, B남은 A녀가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후 A녀는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나. 판시내용 :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 쉽사리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보아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였다. 다. 사안에 적용 : 위 사안에 대하여는 A녀와 B남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A녀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의 의의 가. 대상 판결은 재산분할의 본질을 설시하면서,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2002므1787 판결)는 종전 대법원 판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직 이혼하지 않은 당사자가 장차 협의상 이혼할 것을 약정하면서 이를 전제로 하여 위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를 하는 경우(95다23156 판결) 효력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하려는 의로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 이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민법 110조) 또는 궁박?경솔?무경험(104조) 등으로 상대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배우자 일방이 사실상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를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궁박?경솔?무경험으로 불공정한 법률행위 등이라는 점을 청구인이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하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앞서 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실질화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전체 이혼 건수의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협의이혼 절차를 가사비송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1990년 도입된 (형식적) 재산분할청구권이 실질적 재산분할청구권으로 강화되었다고 평가할만 하다.
이혼
재산분할
재산분할청구권
2016-02-12
원천징수처분취소소송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
Ⅰ. 사실관계 미국의 사모투자회사인 A의 미국 내 계열사인 B등은, 내국법인인 甲은행의 주식 9999만9916주(이하 '이 사건 주식')의 인수를 위하여 이 사건 주식의 인수에 투자할 펀드투자자를 모집하였고,그 결과 2000. 1. 14.경 영국령인 케이만 군도에 유한파트너십(Limited Partnership, 이하"LP")인 C가 설립되었다. C는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 D의 주식을 100% 인수한 다음, D로 하여금 말레이시아라부안에 설립된 E의 주식을 100% 인수하게 하였고, 최종적으로 말레이시아 법인인 E를 통하여 우리나라 법인이 발행한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였다. 한편 E는 2005. 4. 15. 원고에게 이 사건 주식을 1651억1475만6621원에 양도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을 얻었는데,원고는 한?말레이시아조세조약제13조 제4항에 의하여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E에 이 사건 주식 양도대금을 지급하면서 그에 대한 법인세를 전혀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이에 피고(과세관청)는 2006. 12. 18. E는 조세회피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하고,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는C의 투자자 281명이므로, 이들 중 대한민국과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소득에 대하여 원천지국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에 거주하는 총 8개국 40명의 투자자가 얻은 양도소득에 대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 430억1071만7520원을납세고지하는 처분을 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진행경과 및 판시내용 1.제1심판결 내지 상고심 판결의 판시내용 당초 대상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E인지(원고의 주장),아니면 C의 투자자인지(피고의 주장) 여부였다.이에 관하여제1심 및 항소심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를C의 투자자로 보고 그들을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원고에게 원천징수분 소득세를 납세고지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09. 12. 30. 선고 2008구합17110 판결 및 서울고등법원 2010. 8. 25. 선고 2010누3826 판결). 그러나상고심은,E가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E와 C의 투자자 사이에 있는) C가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되어 이 사건 주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는 명목상의 영리단체에 불과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이하 "상고심 판결").즉, 상고심 판결은 C의 설립지인 케이만 군도의 법령 내용과 단체의 실질에 비추어 C를 법인세법상 외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 사건 양도소득에 대하여 C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법인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C의 투자자를 원천납세의무자로 하여 소득세를 과세하여야 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여, 사실상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0두20966 판결). 2.파기환송심판결 및 대상 판결의 판시내용 이러한경위로 인하여,파기환송심에서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C의 투자자가 아닌 C라는 점 자체에 관하여는 원?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대신피고는상고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당초 이 사건 처분에서 이 사건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 즉,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로 보았다가,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하였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피고의 이와 같은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가 새롭게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파기환송심 판결은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해당하므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에 관한 처분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처분의 근거 세목을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3누23272 판결).이에 대하여 피고가 재상고하였는데,대상 판결은 파기환송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세목은 부과처분에서는 물론 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봄이 상당하므로,당초의 징수처분에서와 다른 세목으로 처분사유를 변경하는 것은 처분의 동일성이 유지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의 재상고를기각하였다(대법원 2014. 9. 5. 선고 2014두3068 판결). Ⅲ. 대상판결의평석 1.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허용범위(='처분의 동일성'='납세의무의 단위')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변론종결시까지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할 수 있다(대법원 1989. 12. 22. 선고 88누7255 판결).여기서 '처분의 동일성'이란 과세단위또는 납세의무의 단위(이하 통틀어 '납세의무의 단위')를 말하고(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누10695 판결), 이는 원천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다(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여기서 '납세의무의 단위'란,일반적인 행정소송에서 처분의 동일성의 한계로 논의되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과 구분되는 세법 특유의 개념으로,강학상으로는 개인단위, 부부단위, 가족단위 등 인적 요소가 결합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물적 요소로서 조세채무의 확정에 있어서 세목, 과세기간, 과세대상에 따라 다른 것과 구분되는 기본적 단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관련하여 대법원은 ①자산소득의 합산과세를 규정한 구 소득세법의 취지에 관하여 세대단위로 담세력을관념하는 것이 개인단위별 과세보다 생활실태에도 합당하다고 판시하여 납세의무의 단위를 인적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고(대법원 1983. 4. 26. 선고 83누44 판결 등), ②재산세 등의 과세대상인 주택은 1구를 과세단위로 하여 과세대상으로서 구분된다고 하여(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누7425 판결) 이를 물적 요소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③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일정한 기간을 과세단위로 하는 세목이라고 판시하여(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누12057 판결) 이를 시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동안 이 사건 처분과 같은 원천징수처분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가 무엇인지, 특히 과세관청이 소송에서 처분 당시와 비교하여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명시적으로 판단한 바는 없었다. 2.원천징수처분에서의 '처분의 동일성' 범위에 관한 판단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사건상고심 판결과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 2011두7311 판결은(이하 '비교판결')원천징수처분의 취소소송에서 원천납세의무자를 달리하는 내용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처분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였다.즉,비교판결은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서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가 누구인지는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다'는 전제에서, "원천징수하는 법인세에 대한 징수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관청이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수령자(=원천납세의무자)를 변경하여주장하더라도그로인하여소득금액또는수입금액지급의기초사실이달라지는것이아니라면처분의동일성이유지되는범위내의처분사유변경으로서허용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은 강학상 완납적 원천징수의 대상이 되는 소득으로서 원천징수법률관계는원천징수의무자와과세관청사이에만존재하고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점(대법원 1984. 2. 14. 선고 82누177 판결 등),원천징수하는 소득세 또는 법인세는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을 지급하는 때에 이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동시에 확정되기 때문에(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1호 및 제22조 제2항 제3호)'실질적인귀속자'로서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애당초 확정된 세액의 기초사실을 판단하는 요소에 포함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론적으로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대상판결의 문제점 (1) 쟁점 비교판결의 판시내용을 대상판결에서도일관하면, 일응피고가 원천납세의무자를 종전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이 허용된다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다만 이 사건과 비교판결 사이에 존재하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의 법리가 이 사건 처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즉, 비교판결과 이 사건은 과세관청이 케이만 군도에 설립된외국법인(LP)와 그 투자자 중투자자를 주식양도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하였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비교판결에서는 과세관청이 당초 투자자를'법인'으로 보아 법인(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 투자자를'개인'으로 보아 소득(원천)세를 원천징수처분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비교판결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의 투자자'에서 'LP'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더라도, 세목이 여전히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법인(원천)세]과 일치한다. 반면 이 사건 처분에서는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 추가?변경을 하게 되면 세목이 법인(원천)세가 되어 기존 납세고지서상 세목[=소득(원천)세]과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천납세의무자가 원천징수처분의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고,법인세나 소득세나 동일한 소득과세의 일환인 이상 , 그 소득의 실질 귀속자에 대한 판단이 달라져 그에 따라 처분사유를 변경함에 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형식에 따라 자동적으로 뒤따를 뿐인 세목 또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원고는 종전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12. 24. 선고 98두16347 판결 및 대법원 2001. 8. 24. 선고 2000두4873 판결)를 들어, 세목은 엄연히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아무리 원천징수처분이라고 하더라도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이 허용될 수 없다고 반박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에서는 비교판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천징수처분의 경우'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2) 일반적으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학설 중에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 통상 과세기간, 장소, 소득구분 등을 열거하면서 본세와가산세는 별개라는 점을 예로 들어(대법원 1992. 5. 26. 91누9596 판결) 세목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고하거나 ,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로서 세목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견해가 있다 .우리나라 세법 중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세목인 소득세 및 법인세를 생각해보면, 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법인인지 여부에 따라 세목이 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달라지고, 이에 따라 각각 소득세법 또는 법인세법이 적용되어 과세표준의 산정방법, 세율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직접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처분에 있어서 세목은 일응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라는 점에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국가-원천징수의무자-원천납세의무자] 3자 간의 법률관계가 문제되는 원천징수처분에서도이러한 논리가 그대로 관철될 수 있는지는 이와 구분하여 깊이따져볼 필요가 있다.앞에서도 언급하였다시피,원천징수처분에서는 부과처분과는 달리 애당초 "원천납세의무자"와 과세관청 사이에는직접적인 법률관계가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원천징수처분에서의"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인가? 대상판결은 "세목"이 부과처분에서뿐만 아니라 원천징수처분에서도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라고 판시하면서도 따로구체적인 설명을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은 이론적인 측면에서나 실무적인 관점에서나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이론적인 측면에서 보면,이 사건에서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인 "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 즉, 원고가 E로부터 2005. 4. 15. 이 사건 주식을 매수하고 그 대가로 1,651,104,756,621원을 지급한 사실 그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또한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이나 모두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이 내국법인의 주식을 양도하여 얻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표준은 지급금액으로, 세율은 10%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소득세법 제156조 제1항 제5호 및 법인세법 제98조 제1항 제5호),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세목이 소득세에서 법인세로 달라지더라도 그 세액은 종전과 동일하다. 요컨대,이 사건에서는처분사유의 추가?변경에 따라 원천납세의무자가 C의 투자자에서 C로 달라지더라도 (법원에 의하여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확정된 원천납세의무자 및 그에 따른 세목을 제외하고는)원천징수의무를 발생시키는 이 사건 양도소득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납세자(원천징수의무자),과세표준,세율,세액 중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이 점이 바로 납세의무자가 달라지면 납세자, 과세표준, 세율,세액이 모두 달라지는 부과처분과 확연히 구분되는 원천징수처분만의 특징이다. 또한 대법원이 발간한판례해설에 따르면, 일반 행정소송에서는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보는 반면, 조세소송에서는 '납세의무의 단위'를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한계로 설정함으로써 납세자의 소송상 방어권 보장보다는 분쟁의 일회적 해결을 더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은'납세의무의 단위'가'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는 그 범위가 더 넓은 개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대상판결과 같이 보게 되면 오히려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보다 '납세의무의 단위'를 더 좁게 보는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과세관청의 처분사유 추가?변경으로 인하여 '기본적 사실관계'즉,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지급에 관한 기초사실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음에도불구하고 '납세의무의 단위'의 동일성은 부인함으로써,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는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시한 결과를 초래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국제조세법률관계에서 분쟁의 일회적 해결보다 납세자의 방어권 보장을 우선할 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면, 조세조약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도 실질과세의 원칙이 적용되는 이상(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두11948 판결), 과세관청이 원천징수처분을 하면서 일응소득금액 또는 수입금액의 최종적인 귀속자라고 보아 지목한 원천납세의무자는,대법원이 실질과세의 원칙을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누구인지 확정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여 언제든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즉,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는 투자관계에 대하여 과세하는 국제조세에서는 국내원천소득의 '실질적인귀속자'를 찾는 과정이기본적으로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대법원 스스로도 비교판결에서법원에 의하여 사후적으로 확정되는 원천납세의무자는 원천징수처분에서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하여 처분사유 추가?변경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돌이켜 보면, 세목은 원천납세의무자의 법적 성격에 따라 기계적?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요소일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의 변경가능성이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그에 따른 세목 또한 얼마든지 변경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한편으로는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하면서, 다시 '세목'이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된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모순으로, 이는 모처럼 심도 깊은 이론적?실무적 검토 끝에 선고한 비교판결의 적용범위를 크게 훼손?잠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입장에서 볼 때 비교판결 및 대상판결에서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LP가 아닌 LP의 투자자로 보아 원천징수처분을 한 것은 똑같이 위법한처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대법원이,비교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법인으로 보아 당초 법인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허용하고,대상판결과 같이 C의 투자자를 개인으로 보아 당초 소득세로 원천징수처분을 한 경우에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불허하는 것은,원천징수처분 당시 (궁극적으로 원천납세의무자도 아닌) C의 투자자들의 법적 성격이 무엇이었냐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천징수처분의 위법성을가르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더군다나 과세실무상 현실적으로 사모펀드의 최종투자자의 지분비율, 국적까지는 알 수 있어도 그 법적 성격이 개인인지 아니면 법인인지 여부까지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과 같이 법인과 개인의 세목을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실질적인귀속자를새로 지정하여 과세할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과세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서 비교법적으로나 조세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Ⅳ.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천징수처분에서 원천납세의무자에 따라 자동적으로 정하여지는 세목은 납세의무의 단위를 구분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취지에 따라 과세관청이 원천납세의무자를 C로 달리하는 처분사유의 추가?변경을 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부과처분과 구별되는 원천징수처분 법률관계의 특성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 없이, 스스로 선고한 비교판결의 의의를 크게 훼손하면서 부과처분에서의 논의를 원천징수처분에 기계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측면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또한국제조세에서 원천납세의무자는 사후적으로 얼마든지 변경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이 사건은 E가 국내에서 이 사건 주식을 양도함으로써 국내원천소득이 발생하여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존재한다는 점 자체에는 의문이 없는 사안임에도, 대상판결이 단지 세목이라는 과세처분의 형식만을 이유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과세권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세수전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요즘, 다른 나라의 법원이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내렸을까?
2015-04-07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조망이익과 조망이익 침해에 대한 수인한도 판단 기준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 중 조망침해에 관한 사실관계만 살펴본다. 이 사건 피해아파트 부지와 이 사건 신축아파트 부지는 모두 용도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서 피고는 위 신축아파트를 건축함에 있어서 인접한 토지의 경계선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건축법령의 관련 규정 등 제반 공법상 규정을 준수하였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와 이 사건 각 피해세대 사이의 이격거리는 최소 33.34m, 최대 46.29m, 위 신축아파트의 높이는 약 40.7m에 이르게 되었는데, 위 각 피해세대가 속한 이 사건 피해아파트 105동과 그 북쪽 방향에 있는 위 피해아파트 103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54m이면서 위 105동의 높이는 54.3m이고, 위 103동과 그 북쪽 방향에 있는 이 사건 피해아파트 101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58.8m이면서 위 103동의 높이는 54.3m이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 103동과 그 남쪽 방향에 있는 위 신축아파트 104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28.43m 또는 30.15m이면서 위 104동의 높이는 27.45m 또는 30.1m이고, 이 사건 신축아파트 105동과 그 남쪽 방향에 있는 위 신축아파트 106동 사이의 이격거리는 40.8m이면서 위 106동의 높이는 40.7m이다. 이 사건 신축아파트로 인하여 일조가 침해된 피해아파트 세대에서의 조망침해율은 55.39% 내지 91.66% 증가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인접 토지에 건물 등이 건축되어 발생하는 시야 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 등의 생활이익의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소송에서 침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를 넘어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인지 여부는, 피해 건물의 거실이나 창문의 안쪽으로 일정 거리 떨어져서 거실 등의 창문을 통하여 외부를 보았을 때 창문의 전체 면적 중 가해 건물 외에 하늘이 보이는 면적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천공률이나 그 중 가해 건물이 외부 조망을 차단하는 면적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조망침해율 뿐만 아니라,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 창과 거실 등의 위치와 크기 및 방향 등 건물 개구부 현황을 포함한 피해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 건축법령상의 이격거리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나아가 피해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건조물의 전체적 상황 등의 사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지역성, 가해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와 손해회피의 가능성,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 유무 및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신축아파트와 피해아파트의 피해세대 사이의 이격거리와 신축아파트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의 비율 등 가해건물과 피해건물 사이의 배치관계가 그 지역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이른바 조망침해율의 증가만을 이유로 피고의 신축아파트 신축으로 원고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한 시야차단으로 폐쇄감이나 압박감이 발생하였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시야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의 수인한도에 관한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 Ⅲ. 종전 대법원 판결(2004. 9. 13. 선고 2003다64602 등)에서의 조망이익 침해 판단 기준 1. 조망이익의 인정 요건 어느 토지나 건물의 소유자가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그에게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된다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바, 이와 같은 조망이익은 원칙적으로 특정의 장소가 그 장소로부터 외부를 조망함에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그와 같은 조망이익의 향유를 하나의 중요한 목적으로 하여 그 장소에 건물이 건축된 경우와 같이 당해 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비로소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된다. 그와 같은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조망이익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 조망이익 침해가 위법하기 위한 요건 조망이익이 법적인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조망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하고, 그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조망의 대상이 되는 경관의 내용과 피해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있어서 건조물의 전체적 상황 등의 사정을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지역성, 피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상황, 특히 조망과의 관계에서의 건물의 건축?사용목적 등 피해건물의 상황, 주관적 성격이 강한 것인지 여부와 여관?식당 등의 영업과 같이 경제적 이익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는지 여부 등 당해 조망이익의 내용, 가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방해의 상황 및 건축?사용목적 등 가해건물의 상황, 가해건물 건축의 경위, 조망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의 유무, 조망방해에 관하여 가해자측이 해의를 가졌는지의 유무, 조망이익이 피해이익으로서 보호가 필요한 정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결론 종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조망이익의 침해가 인정되려면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즉, 먼저 피해건물의 소유자나 점유자가 그 건물로부터 향유하는 조망이익이 사회통념상 독자의 이익으로 승인되어야 할 정도로 중요성을 갖아야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인정되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 조망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피해건물 앞에 신축건물의 건축으로 발생하는 시야 차단으로 천공률이나 조망률이 감소하여 폐쇄감이나 압박감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조망이익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고, 신축건물이 건축되기 이전에 향유하고 있던 조망이 아름다운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여 미적 만족감이나 정신적 휴식을 향수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조망적 이익 내지 환경적 이익 등의 생활이익의 침해가 있어야 조망이익의 침해가 있다고 인정된다. 즉, 단지 개방감이 상실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한강 조망, 북한산 조망, 역사적?문화적 조형물 등에 대한 조망에 대한 침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망이익의 침해가 위법하려면 그 침해정도가 수인한도를 초과하여야 한다. 수인한도를 초과하였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아래 대상판결의 검토에서 살펴본다. Ⅳ. 대상판결의 검토 1. 대상판결에서 조망이익 인정여부 판단에 대하여 대상판결에서는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망이익이 법적 보호대상이 될 정도인지에 대하여는 판단이 없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단순히 조망률과 천공률이 적절히 확보된 것만으로는 조망이익이 있다고 보지 않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있어서도 피해아파트가 얻고 있었던 조망이익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이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인정하는 법적으로 보호대상이 될 만한 조망이익이었는지 에 대하여 판단하였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심판결(서울고법 2009. 4. 23. 선고 2008나78387), 제1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08. 7. 22. 선고 2006가합14229)이 신축건물의 건축으로 침해되는 조망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판시한 바가 없다. 신축건물과 피해건물의 용도지역이 모두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 조망이익으로 인정하는 조건인 아름다운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에 대한 조망이 없어 당사자들이 조망률과 천공률만을 쟁점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의 원심 판결은 개방감 자체를 하나의 조망이익으로 보면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다23850)을 근거로 들고 있으나, 그 대법원 판결은 주로 일조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 대한 것으로 시야차단으로 인한 압박감으로 인한 생활이익의 침해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법에 대한 판시이지, 개방감 자체를 조망이익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종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류적인 판례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대상판결에서 추가된 수인한도에 대한 판단기준 대상 판결은 종전 대법원 판결에서의 조망침해가 위법하게 되기 위한 수인한도의 판단기준, 즉 ①당해 조망이익의 내용(조망의 대상이 되는 경관의 내용과 지역성, 조망과의 관계에서의 건물의 건축?사용목적 등 피해 건물의 상황, 영상 경제적 이익과의 결부 등), ②가해 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방해의 상황 및 건축?사용목적 등 가해 건물의 상황, ③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④조망방해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의 유무, ⑤조망방해에 관하여 가해자 측이 해의를 가졌는지의 유무 이외에 추가로 ⑥천공률이나 조망침해율와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도 함께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단지 천공률이나 조망률이 침해된 것만이 수인한도 침해의 판단기준이 될 수 없고 가해건물의 높이에 비하여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가 상당한 정도 떨어졌다면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의미 하급심 판결에서는 종종 개방감 즉, '시야가 차단됨으로 인한 시각적인 폐쇄감이나 정신적인 압박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일정한 범위나 거리에 이르는 개방된 공간까지 시야가 미치는 상태'를 조망이익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하급심 판결이 개방감도 조망이익의 하나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인한도를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한 천공률, 조망침해율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피해건물과 가해건물 사이의 이격거리와 가해 건물의 높이 및 이격거리와 높이 사이의 비율 등으로 나타나는 침해의 정도와 성질, 창과 거실 등의 위치와 크기 및 방향 등 건물 개구부 현황을 포함한 피해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 등을 고려하여 수인한도를 침해하였는지 판단하도록 그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는 종전의 대법원 판결에서 말하는 '피해건물의 위치 및 구조와 조망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개방감 자체를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본다 하더라도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그 의미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개방감 자체도 법적 보호대상이 될 수 있는 조망이익으로 인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유보하고 수인한도에 대하여만 판단을 하여 개방감만을 법적 보호대상인 조망이익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Ⅴ. 사견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는 인구의 과밀화로 인하여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필요하여 건물의 고층화?과밀화 현상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에 따라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의 소유자가 공동생활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조망, 일조 등의 침해가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천공률, 조망률로 표시되는 개방감만으로는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하여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것처럼 법적으로 보호되는 조망이익에 '자연적, 역사적 또는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여 미적 만족감이나 정신적 휴식을 향수 할 수 있는 조망적 이익 내지 환경적 이익'만이 포함된다면 조망이익을 보호하는 범위가 너무 좁아질 것이다. 이에 필자는 주거용 건물의 조망이익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따라 도시지역은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으로 용도가 지정되어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주거지역은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녹지지역은 보전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와 같이 피해건물 앞 토지에 지정된 용도에 따라 향후 그곳에 어느 정도 높이의 건물이 건축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피해건물 앞 토지의 용도상 법적으로 어느 정도 높이의 건물이 건축될 수 있는지가 조망이익 및 수인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즉, 피해건물 앞쪽 토지의 용도상 고층건물이 건축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용도가 변경되어 고층건물이 지어질 경우에는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는 것인지 여부를 떠나 개방감 자체를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으로 보아야 하고, 그 수인한도는 매우 낮아야 한다.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여 건물을 건축함으로 인하여 얻는 개발이익의 상당한 정도는 조망이익의 침해를 당한 피해건물의 소유자에게 손해를 보전하는데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의 용도를 변경하여 고층건물을 건축함으로 인하여 수인한도 침해가 과다할 경우에는 공사중지가처분이 인용되어야 하는 보전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토지의 용도상 언제라도 고층 건물이 건축될 것이 예상된다면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풍물을 조망하는 것이어서 법적 보호대상이 되는 조망이익이라 하더라도 그 수인한도는 매우 높아져야 한다. 이와 같은 기준을 조망이익 및 수인한도의 판단기준으로 한다면 대도시에서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피해건물의 이익 보호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4-11-17
양립 가능한 여러 개 청구의 객관적 예비적 병합의 가부
Ⅰ. 사안의 개요 및 판단 1. 사안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였다가 제1심 변론 과정에서 이를 주위적 청구로 변경하고, 예비적으로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인 대여금 청구는 '원고가 피고에게 1억 원을 대여하였다'는 취지이고, 이 사건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 청구는 '원고가 피고한테 기망당하여 1억 원을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는 기본적으로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이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이 사건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는 한편, 이 사건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피고만이 항소한 이상, 심판대상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마저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가 항소의 대상으로 삼은 이 사건 예비적 청구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두 청구 모두를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판단하였어야 하는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이 사건 예비적 청구 부분만을 심판대상으로 삼아 청구를 기각한 것은 항소심의 심판대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파기환송). Ⅱ. 여러 개의 청구가 양립하는 경우의 예비적 병합의 가부 대상판결은 논리적으로 양립하여 본래 선택적 병합 관계에 있는 양 청구에 관하여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으로 순위를 붙여 청구한 경우(이른바 不眞正 예비적 병합이라고 한다)에 그 병합 형태의 가부(취급)가 문제된 것이다. 종전 판례의 입장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그 명칭은 필자가 임의로 명명한 것이다). (1) 긍정설(당사자 의사설) 병합청구의 성질과 상관없이 원고의 의사만으로 예비적 병합이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1966. 7. 26. 선고 66다933 판결은, 선택적 청구에 속하지만, 원고가 내세운 취지에 따라(즉, 원고의 의사에 따라) 예비적 청구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대법원 2002. 9. 4. 선고 98다17145 판결도, 이른바 부진정 예비적 병합도 허용되어 당사자가 심판의 순서와 범위를 한정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예비적 청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한적 긍정설(합리적 필요성설) 청구한 것들이 양립 가능한 경우에도 필요성과 합리성에 비추어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는 입장이다. 판례 가운데, 대법원 2002. 2. 8. 선고 2001다17633 판결은,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붙인 순위에 따라서 심리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앞 (1)에서 언급한 원고의 의사를 전제로 하면서도 합리적 필요성을 기준으로 추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23598 판결도, 원고의 의사를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의사를 석명하여야 한다는 점까지도 언급하고 있다. (3) 부정설(병합청구 성질설) 청구의 예비적 병합이 인정되는 것은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이다.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에서 나타난 당사자가 심판의 순위를 붙여 청구를 할 합리적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과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여러 개의 청구가 서로 양립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청구의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경직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양 청구가 서로 '양립한다' 또는 '양립하지 않는다'는 논리 관계 내지는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병합 형태가 자동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처분권주의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원고의 의사가 병합 형태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분권주의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의 자치(自治)도 무제한인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예비적 병합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에 어느 정도의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원고에게 실질적으로 이중패소를 회피할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이외에도 예비적 병합을 인정할 합리성이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본다. 가령, 불법행위채권만이 상계 제한에 걸린다든지, 과실상계의 문제, 피고가 파산하는 경우 우선 비면책채권의 집행권원을 받기를 원한다든지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순위를 정하여 예비적으로 청구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긍정하고자 할 때, 그 필요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는 경우가 그 기준이 된다고 본다(한편, 동일한 급부 또는 형성적 효과를 구하는 청구권 경합의 경우에 한정하는 것은 너무 좁은 기준이라고 본다). 물론 양 청구가 전혀 관계가 없는 경우는 처분권주의의 기초를 이루는 당사자 자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서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제한적으로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원고가 주위적 청구로 대여를 주장하며 그 지급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기망 당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사기)를 원인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피고에 대하여 1억 원(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로 양 청구가 법률적 또는 경제적으로 동일한 또는 같은 종류의 목적에 향하고 있어 위 기준에 해당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판시와 같이 병합청구의 성질에 의해 엄격하게 예비적 병합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청구의 경우에 한정된다는 입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상판결의 사안은 특이하게 주위적 청구기각, 예비적 청구인용 판결의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만이 항소한 경우로, 항소심이 제1심 판결과 달리 예비적 청구가 이유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항소심의 심판범위가 예비적 청구를 인용한 제1심 판결의 당부에 그치고, 원고의 부대항소(민사소송법 제403조)가 없는 한, (가령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인용할 수 있는 경우라도) 주위적 청구가 심판대상이 될 수 없고(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그리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 예비적 청구 모두 기각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사안에서 원고의 부대항소마저도 없기 때문에 청구를 병합청구의 성질에 따라 선택적 병합으로 보아 두 청구 모두를 항소심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으로 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고자 한 판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경우의 타당성 있는 해결을 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원고가 주위적 청구기각판결에 대하여 형식적인 불복신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실질적인 불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실질적 불복에 기하여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도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자 하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이는 종래의 판례(위 94다31624 판결)·통설과 다른 반대입장이다). 그렇지만 이 반대입장에서와 같이 원고가 스스로 항소도 부대항소도 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결(가령 인용판결)을 하여야 한다고 하면, 피고만의 항소에 있어서 제1심 판결을 피고의 불이익으로 변경하는 것이 되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되고, 또한 불복 신청을 하지 않은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하여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 생기는 구체적 문제는 결국 항소심이 석명권(釋明權)(민사소송법 제136조)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에게 부대항소를 촉구하는 것에 의하여 시정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당사자의 자치를 고려하면서 소통을 중시하고자 하는 법원 실무로서는(대상판결의 사안은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였지만, 원고에게는 소송대리인이 없는 경우이다), 서로 양립하는 청구라도 당사자의 의사를 바탕으로 그 필요성과 합리성의 기준에 따라 예비적 병합을 인정하면서, 위 항소심에서와 같은 특별한 문제 상황은 당사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원고로부터 부대항소 등을 이끌어 내어 풀어나가는 것(따라서 예비적 병합에 관한 법리를 전제로 하면서 그에 따른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14-08-18
헤이그 규칙상 금화조항의 해석
I. 쟁점사항 및 대상판결의 의의 물품운송계약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조약인 1924년의 헤이그규칙(The Hague Rules contained in the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relating to Bill of Lading, dated Brussels 25 Aug 1924)에는 그 동안 실무에서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어 왔던 일명 '금화조항(Gold Clause)'이 있다. 즉,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은 해상운송인의 책임을 포장당 100파운드(내지 이와 동등한 가치의 다른 통화)로 제한하고 있는데(100 pounds sterling per package or unit) 그와 동시에 제9조 제1문에서는 '이 협약에서의 통화단위는 금화(gold value)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규칙을 따를 때 포장당 책임제한액 100파운드가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영화(英貨)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금화 파운드(gold value pound)를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하였던 것이다. 만약 위 규칙에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을 영국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포장당 운송인의 책임을 미화 170달러 정도만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화주는 지극히 적은 금액만 배상받게 되고, 금화 100파운드로 해석한다면 이는 영국 주화법(Coinage Act)에 의거하여 환산할 때 포장당 미화 21,000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므로 화주가 배상받을 수 있는 한도액은 상당히 커지게 되어, 실제 국제해상운송계약관계에 있어 위 조항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져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최초로 명확한 판시를 함으로써(법률신문 7월14일자 5면 참조), 금화조항의 해석에 대한 잘못된 하급심의 판결들을 일거에 정리하고 해상업계에 명확한 지침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I. 사실관계 원고는 인도네시아의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해상운송인이다. 소외 A는 해당 화물을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수출하기로 하고, 피고와 사이에 해상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위 운송계약에 따라 선적항 대한민국 부산항, 양하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기재된 선하증권(이하 '본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발행하였고 해당 화물은 약정된 경로에 따라 운송되었는데, 그 운송과정에서 피고의 과실로 화물 4포장이 손상되었다. 이에 원고는 적하보험자로서 화주인 A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한편,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지상약관; paramount clause)에 따르면, 선적지국가나 도착지국가에서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은 경우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해당 운송계약에 관하여 헤이그규칙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는 모두 헤이그규칙을 입법화하지 않았다. III. 원심판결의 내용 (서울중앙지방법원 2012. 10. 19. 선고 2012나20825 판결) 이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 모두 본건 선하증권 이면약관 제2조에 규정된 바에 따라 이 사건 운송계약에 있어서 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헤이그규칙에 따라 정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었고 원, 피고 역시 준거약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다. 그러나 헤이그규칙상 운송인의 책임제한액이 영국화 100파운드인지 아니면 금화 100파운드인지에 관하여, 원심은 이전까지의 하급심 판결들(서울지방법원 2003. 1. 16. 선고 2001가합25714 판결, 서울고등법원 1998. 12. 18. 선고 98나1647 판결 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운송인인 피고의 책임을 포장당 영국화 100파운드로 제한하는 판시를 하였다. IV. 대법원 판단의 요지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채택한 논거들을 비판하고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관한 외국 판례들의 태도를 수용하면서, "1.헤이그규칙이 제정되었을 당시의 사정 및 그 이후의 pound sterling 가치의 변천 취지를 고려할 때, 헤이그규칙상의 '100 pounds sterling'을 금화 100파운드에 들어있는 금의 가치라고 보는 이상 이를 현재 영국의 명목상 화폐단위인 100파운드의 가치와 동일시 할 수는 없고, 2.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이 금조항에서 벗어나 고정된 가치를 가진 계산단위로서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 이하 'SDR'이라 한다)을 창설하였던 취지 및 헤이그-비스비규칙과의 관계를 살펴볼 때,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에서 해상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으로 정하고 있는 '100파운드(100 pounds sterling)'는 금화 100파운드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V. 평석 대법원의 해당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국제적인 해상운송업계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타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1. 영국 법원은 1988년 'The Rosa S'사건에서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의 '100 pounds sterling'은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였고,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항소심 법원(1989년), 싱가포르 고등법원(1992년), 프랑스 고등법원(1992년), 미국 등 각국의 법원에서 이와 동일한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또한, 최근 2004년 5월 20일경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위와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판결을 함으로써,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에 대한 해석은 공신력 있는 각국 사법기관의 판단에 의하여 국제적으로 이미 종결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6월 대법원의 해당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합리적 근거 없이 위 외국 판례들에 전면적으로 반하는 내용의 판시를 계속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된 태도를 취해왔는바, 외국과의 해상운송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무역행태를 고려할 때 해당 판결은 운송업계에 국제적인 통일성을 부여하는 매우 의미 깊은 판결로 보인다. 2. 위와 같이 헤이그규칙상 금화조항이 금화 100파운드를 의미한다는 해석론이 국제적으로 정립된 이상, 선하증권 이면약관 등에 의해 헤이그규칙이 해상운송계약에 편입된 경우 선하증권을 교부받은 화주로써는 금화 100파운드의 한도 내에서 자신이 입은 전체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익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운송계약 당사자들은 헤이그규칙을 선하증권에 편입시킴으로써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 100파운드로 한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화주가 입은 손해를 최대한 배상받도록 하겠다는 의사합치를 이룬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이 인정하는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상법은 해상운송에 관한 법률관계를 간명하게 하여 배상액에 관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책임제한액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어서 그러한 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가중시키는 합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상법 제799조 제1항은 상법이 정하고 있는 운송인의 책임제한액보다 운송인의 책임을 감경하는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선하증권에 편입된 헤이그규칙에 의하여 운송인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이 금화 100파운드라고 보는 것은 상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적자치 원칙 및 실질적 형평에도 부합한다. 3. 나아가, 만약 운송계약 당사자들이 헤이그규칙의 포장당 책임제한액을 금화가 아닌 영국화 100파운드로 정할 의사로써 위 규칙을 선하증권에 삽입한 경우에는, 본 사건에서와 같이 선하증권의 지상약관(paramount clause)으로써 위 규칙 전체를 계약에 편입할 것이 아니라 위 규칙의 제4조 제5항 내용만을 구체적으로 선하증권 이면약관에 기재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위와 같은 의사를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다. 즉, 영국 추밀원(Privy Council)이 2004년 판시한 'The Tasman Discoverer사건에서 해당 당사자들은 선하증권 약관에 헤이그규칙 제4조 제5항만을 명시해 삽입하였는데, 추밀원은 이러한 경우 포장당 책임제한액은 영국화 100파운드라고 할 것이고 당사자들의 의사는 해당 운송계약에서 헤이그규칙 제9조의 금화조항을 변경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헤이그규칙의 금화조항을 금화 100파운드라고 해석한 해당 판결은 국제적 통일성에 부합하는 의미 있는 판결로서 앞으로의 분쟁에 명확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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