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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의 기회를 대가로 볼 수 있는가?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수입이 없어 생활비가 필요하여 인터넷으로 여러 군데 대출상담을 받았지만 대부분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대출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팀장은 "대출을 받으려면 심사를 받아야 하고, 대출심사를 통해 대출을 받으려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서 신용한도를 높여야 하며, 대출이자를 자동이체할 수 있는 계좌도 필요하므로 주민등록 등본, 통장 사본, 신분증 사본,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를 통해 보내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바로 그날 피고인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등을 송부하였다. 피고인은 다음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신 명의 은행 계좌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입출금 거래내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금원으로, 범죄조직이 입금 즉시 출금한 것이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팀장에게서 거래실적을 늘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듣자 별다른 이의 없이 대출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후 팀장에게서 더 이상 연락을 받지 못한 채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계좌가 거래 정지되었고, 피고인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소사실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① 피고인이 대출과정에서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팀장이라는 사람의 거짓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이 팀장이라는 사람에게서 "피고인의 계좌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가공의 입출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피고인의 계좌에 대한 자유로운 사용권한을 넘겨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제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판결이유 전자금융거래법은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제1조)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제6조 제3항 제2호), 이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제49조 제4항 제2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요구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6도8957 판결 참조),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 피고인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었고,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은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Ⅲ. 평석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성 보이스피싱범죄는 철저히 고도화된 분업으로 완성되는 범죄다. 국내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할 대포통장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모집하여, 계좌가 준비되면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둔 해외총책이 피해자들을 전화로 기망, 협박하여 대포통장 계좌로 금원을 이체하도록 한다. 이들은 계좌의 돈을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 인출 수단을 이용해 ATM기에서 인출하여 현금으로 만든 후 허공으로 사라진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줄도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처벌받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범죄 조직들은 보이스피싱으로 편취, 탈취한 금원을 수중에 넣기 위한 계좌를 확보하기 위해 구직자나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대출회수 업무나 대출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계좌와 인출수단을 받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고 흔적을 남기지 않아 총책의 검거에 실패하면, 체크카드와 계좌를 넘긴 사람들만 검거되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중하게 처벌된다. 대상판결 역시 범죄조직에 기망 당해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교부한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대상판결에 대한 반박 전자거래금융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는 대가를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전자거래금융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구성요건의 일부를 이루는 ‘대가관계의 존재’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상판결은 ‘대가’를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의 기회’를 재산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을 어떻게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다. 여기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난점이 있다. 어떤 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든지, 아니면 그 반대급부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판례 상으로는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였는데 상대방이 그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사기죄를 인정하면서,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나 그 행위의 대가가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반대급부로 주장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에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출의 기회’의 가치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출의 기회에 대한 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은 직접적인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인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이 무상 또는 낮은 이율 등으로 금전을 대여하여 손해를 부담한 경우 시가와 대가와의 차이를 법인세법상 인정되는 익금에 산입하는데, 적정 시가를 법인부담차입금의 가중평균차입이자율로 하고 있다. 가중평균차입이자율을 기업의 시장이자율의 대체적 평가방법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자율로 대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제학적 해결방법을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대출의 가치는 얼마인가? 경제학은 대출의 가치를 0으로 정의한다. 경제학에서는 금전소비대차 역시 재화,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본다. 대출은 미래 현금 유출을 대가로 현재의 소비를 하려는 자(자금 수요)와, 미래 현금 유입을 위해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는 자(자금 공급) 간의 거래이다. 수없이 많은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들의 수요와 공급이 모여 시장이자율이 결정된다. 이들이 공정한 거래를 한다면, 자금 공급자는 미래 유입될 현금을 공정하게 결정된 시장이자율로 할인한 값만큼만 대출하여 주므로 미래 유입될 현금의 가치와 현재 유출되는 현금의 가치가 동일하다. 즉, 대출을 받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므로, 대출의 가치는 0이며, 이러한 대출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지불할 가치도 0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감사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대출의 기회를 얻었다면, 이를 재산적 가치 있는 어떠한 대가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견지 하에 위와 같은 결론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담 스미스의 통찰로 반박을 갈음하고자 한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업자, 빵 굽는 사람들의 호의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설사 자금의 수요자가 급전이 필요하여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었더라도, 이는 더 높은 이자율에 합의하는 대출 조건에 고려될 것이므로 여전히 대출의 가치와, 그러한 대출을 얻기 위한 기회의 가치는 0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대출자는 공정한 계약에 수반되는 체크카드 교부행위를 절차로서 인식하게 된다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할 때에도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교부하지만, 대출자는 이를 대가가 아닌 절차로서 인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출의 기회를 얻은 것을 ‘대가’로 보는 판례의 결론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대출의 기회가 양의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점에 대한 합리적 의심 없는 정도의 엄격한 증명은 검사들의 난제로 남을 것이다.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대포통장
전자금융거래법
접근매체
대여
대가
수수료
전두영 변호사 (법무법인 창과방패)
2019-08-19
지식재산권
방법발명 특허에 대한 권리소진
Ⅰ. 판결의 요지 甲(원고)는 ‘마찰이동 용접방법’이라는 방법발명(A)의 특허권자이다. 해당 발명의 특징은, 접합할 부재들의 결합선 위에서 프로브에 강한 압력을 주면서 회전, 이동시킴으로써 마찰열로 부재를 녹였다가 굳혀 용접을 수행하는 데 있다. 甲은 乙(보조참가인)에게 A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 (마찰교반 용접기)를 제조·판매해도 좋다는 실시허락을 하였고, 그 뒤 丙(피고)은 乙로부터 乙이 제조한 마찰교반 용접기를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甲은 丙을 상대로 자신의 방법발명(A)에 대한 특허침해 소송(손해배상청구)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①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그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양수인이나 전득자가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② 사안에서, ㉠ 丙이 사용한 용접기는 방법발명(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이고 그 기술사상의 핵심 구성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A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며, ㉡ 乙이 丙에게 마찰교반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인 甲의 허락 아래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이다. ㉢ 이처럼 丙이 적법하게 용접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상 甲의 A 특허는 소진되어 丙의 용접기 사용행위는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평 석 대상판결은 특허권의 소진에 관한 것이다. 종래 특허권 소진 문제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언급된 판례들은 있었으나, 소진의 근거와 성립요건, 방법발명에의 적용 가능성 등을 정면으로 설시한 대법원 판례는 대상판결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을 구현한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의 사용행위는 권리소진으로 인해 적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1. 방법 특허권의 소진 법리 특허된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적법하게 유통된 경우, 그 물건을 통해 해당 방법에 대해서도 특허권의 소진이 일어나고, 특허권자가 이후의 거래 당사자에게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물건과 방법 간 발명의 실질에 차이가 없는 예가 많고, 방법발명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소진을 부정하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권리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어 부당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이미 미국{Quanta Computer, Inc. v. LG Electronics, Inc., 553 U.S. 617 (2008)}, 일본{知財高判 平成18年 1月31日 平成17年(ネ) 第10021號 判決}, 독일(BGH GRUR 2007, 773, 776-Rohrschweißverfahren) 등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인되어 있다. 문제는 소진을 인정하는 근거와 그 범위이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 입장이 있다. ① 소유권설: 대상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 특허권에 우선한다는 점에서 권리소진의 근거를 찾으며, 적법한 소유물의 사용·수익·처분에 저촉되는 특허권 행사는 저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넘어 특허 물건의 ‘생산’에 이르게 되면 권리소진은 작동할 여지가 없다. ② 묵시적 계약설: 특허권자가 특허물건을 양도하거나 방법의 실시를 허락하는 행위에는 그 이후에 적법한 경로로 이루어지는 물건이나 방법에 대한 제3자의 실시행위에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허락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영미(英美)에서 권리소진은 특허권자의 최초판매 행위에 포함된 묵시적 허락에서 근거를 찾는 것이 보통이다. ③ 신의칙 위반 내지 권리남용설: 특허물건이나 방법을 둘러싼 거래안전, 특허권자가 최초의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회수할 기회를 가진 점 등을 감안하여, 특허권 행사와 관련된 신의칙 위반 혹은 권리남용을 정형화한 것이 권리소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에서의 통설·판례로 평가되고 있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소유권설을 기본 입장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권리소진의 주장 주체를 “양수인이나 전득자”라고 전제하는 점, 사안에서 丙이 방법발명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으므로 권리소진이 성립한다고 하는 점 등에 비추어 그러하다(실제로 원심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주된 근거가 양수인 등의 소유권 취득 때문이라거나, 권리소진은 특허권과 소유권의 접촉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 설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특허권 소진의 근거로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과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의 실시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는 위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제(機制)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으면 권리소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부당하다. 예컨대 사안에서 乙이 방법 A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용접기를 생산하여 丙에게 ‘대여’한 경우라도 丙은 이를 양수한 경우와 똑같이 甲에게 권리소진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방법발명의 실시에 사용되는 물건 가운데 규모가 큰 설비(플랜트)처럼 생산·판매 대신 ‘대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많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특허권의 소진은 소유권 취득보다는 ‘신의칙 위반’ 또는 ‘묵시적 계약’에서 근거를 찾는 편이 합당하다. (2) 다음으로,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일으키는 물건의 범위가 문제 된다. 대상판결은 이를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고 표현한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특허권은 그 방법으로 생산된 물건의 양도·대여에도 미친다(특허법 제2조 제3호 다목, 제94조). 따라서 그 물건의 유통이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이루어진 이상, 방법특허에 권리소진을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이라는 표현이 여기에는 꼭 들어맞는다. 한편, 해당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유통에 놓인 경우는 검토를 요한다. 그 방법특허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이 간접침해를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특허법 제127조 제2호), 전용물이 방법특허 전체의 실시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특허권자가 전용물의 유통을 양해했다는 것이 곧 해당 방법 전체에 대한 권리소진을 낳는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례는 '㉠ 해당 물건이 방법발명의 전용품인지, ㉡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핵심적 기술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지, ㉢ 그 물건을 사용하는 공정이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너무 모호하고 우회적이다. 차라리 방법발명과 물건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반영하여, '①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인 경우, ② 해당 물건에 다른 용도도 있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 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 ③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라고 설시하는 편이 합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상판결의 설시 중 ㉠은 ①상황을, ㉡은 ②상황을, ㉢은 ③상황을 의미하거나 전제로 한다. 그 결과, ①, ②의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해도 무리가 없고, ③의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파악되는 특허권자의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물건에는 방법발명의 내용이 100% 구현되어 있는 반면, 후자의 물건에는 그렇지 않아서 물건의 유통을 승낙한 특허권자의 의사를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Ⅲ. 결 어 대상판결은 특허권 소진의 인정근거, 성립요건 및 범위, 방법발명에의 적용 등을 정면으로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권리소진의 근거를 소유권에서 찾은 점은 ‘양도’ 이외에 ‘대여’라는 형태의 유통을 제외시킨다는 점에서 부적절해 보인다. 특허권 소진은 거래안전이나 특허권자의 이중이득 방지를 위해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모습(신의칙의 구체화)으로 파악하는 한편, 사안에 따라 특허권자의 묵시적 이용허락 등 의사해석을 가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상판결은 방법발명의 권리소진을 성립시키는 물건을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물건의 생산방법 특허를 실시하여 생산된 물건’에는 적합한 표현이지만 그 밖의 경우에 대한 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모호하다. 따라서 ⅰ) 해당 물건의 사용이 곧 해당 발명의 실시를 의미할 정도로 완전한 전용품 관계이거나, 다른 용도도 존재하지만 그 물건의 사용은 언제나 해당발명의 실시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의사에 기해 물건이 유통에 놓인 이상 방법발명에 권리소진을 인정하고, ⅱ) 해당 물건의 사용만으로는 방법발명의 실시가 완성되지 않지만 여전히 그에 불가결한 요소인 경우에는 특허권자의 객관적 의사와 신의칙을 감안하여 개별적으로 권리소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특허권
권리소진
조영선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19-07-15
민사일반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 검토
1. 이 사건 쟁점 책임보험계약이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중의 사고로 인하여 제3자에게 배상책임을 질 경우에 그로 인한 손해의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상법 제719조). 그러므로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이란 변호사의 업무상 과실로 고객 또는 제3자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경우 법률상 손해배상금액 및 사고처리에 드는 제반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을 말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두 개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는데, 2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고지의무 위반과 이에 따른 보험계약의 취소가 직접청구권과 관련하여 유효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피보험자인 변호사의 위임계약의 불이행과 관련해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만약 인정된다면 이 경우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당해 변호사에게 등기업무를 위탁한 아파트 입주자들이고(그들은 직접청구권을 행사하여 원고가 되었다), 피고는 보험자인 현대해상화재보험(주)이다. 2. 사실관계 등기 사무장이 변호사를 대리하여 2011년 3월 28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당시 사무장은 종전의 횡령행위로 인하여 지급능력을 훨씬 초과한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고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로부터 등기비용이 변호사의 계좌에 입금되자 그 일부를 종전 횡령행위 보상에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횡령행위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가 알았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사무장은 신의칙상 이를 고지할 의무가 있고(2차 보험계약을 말한다), 그럼에도 사무장은 피고 보험회사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위 기망사실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취소하였다. 피고는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에 기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변호사의 직원인 사무장은 변호사의 명의로 등기 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받고, 변호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체결한 다음,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 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소지하고 이 사건 아파트 등기비용이 입금된 변호사 명의의 계좌를 관리하던 중, 위 등기비용을 마음대로 인출하여 횡령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인 이 사건 아파트 등기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이 부분은 1차 보험계약과 관련한 쟁점이다). 3. 판결의 요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된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서 중대한 과실이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 보험회사가 변호사를 피보험자로 하여 변호사가 제공하는 등기업무 등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업무수행 불가, 실수, 태만, 과실 등 때문에 발생한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등기사무장은 등기위임인인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받은 등기비용을 횡령하여 변호사가 위임받은 등기업무를 처리하지 못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원고가 되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사무장이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고 그 상태가 원인이 되어 보험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 4. 판례평석 2차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자인 피고가 종전 횡령행위등의 사실을 알았다면 그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 명백함으로, 기망 사실을 이유로 또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자가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및 민법 제110조 제3항의 선의의 제3자와 제3자의 직접청구권의 관계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나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였고, 1차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원심은 당해 변호사에게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불이행에 관하여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이나 직원인 사무장에 대한 선임 감독상 잘못이 인정되더라도, 변호사가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로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야기한 것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등기사무장을 고용하면서 변호사 명의로 독자적으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고 등기업무에 필요한 변호사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사본, 사업자등록증 사본, 변호사등록증 사본, 통장, 보안카드, 인증서 등을 주고, 사무장으로부터 그 대가로 매월 500만원씩을 받기로 약정한 사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사무장이 자신의 명의로 등기사건을 수임하여 처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아니하였고, 등기비용이 입금되는 자신 명의의 은행계좌에 대하여도 전혀 통제하지 아니한 채 방치한 사실, 사무장은 등기 위임계약의 위임자들이 변호사의 계좌로 입금한 등기비용을 횡령하였고, 이로 인하여 원고들의 등기 위임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사실, 사무장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한 행위, 변호사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자에게 자기의 명의를 이용하게 한 행위로 인하여 변호사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고, 변호사가 사무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무장에게 등기사무에 관하여 자신의 변호사 명의를 사용하게 하는 변호사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함으로써 무자격자인 사무장으로 하여금 등기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그 등기비용에 대한 사무장의 횡령행위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변호사가 이 사건 등기 위임계약의 이행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변호사가 약간의 주의만을 기울였다면 손쉽게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예견하여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과정에서 사무장의 횡령행위를 간과한 것이므로, 변호사는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국 이러한 상태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책임은 상법 제659조 제1항에 따라 면책되었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원심의 경우, 너무나도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증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판사들에게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는 너무 자유스러워서 문제이다. 입법기술상 적절한 한계를 법으로 규정해서 설정할 수 없는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조자룡이 헌 칼 쓰듯이 이것을 남용하고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부득불 민사소송법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험칙 위반과 이에 따른 심리미진, 이유불비를 들어 상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여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인감도장 등 모든 관련 서류를 맡겨놓고 지휘 감독도 하지 않으면서 방치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돈을 횡령한 사무장은 실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한 자이고 변호사는 실세 사무장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단지 명의만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실세 사무장들은 소위 말하는 새끼 사무장들을 다수 고용하여 사건을 무작정 싹쓸이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법조비리의 적나라한 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전관예우와 법조 브로커 문제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최대의 비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판결은 일부 변호사들의 비정상적인 업무수행 행태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변호사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보험회사는 추가로 보험료를 지급하면 직원 횡령도 추가 특약 가입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이런 특약에 가입되어있었더라면 원고들은 승소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등기업무
명의대여료
변호사책임보험
입주자대표회의
상법 제659조 1항
현대해상화재보험
보따리사무장
유중원 변호사 (서울회)
2019-07-01
민사일반
강제징용 소송과 청구권협정 검토
Ⅰ. 대상 판결 원고들은 구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1년 3월 27일 청구기각 판결을, 2003년 10월 9일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각 받았다. 원고들은 2005년 2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2심에서 패소하였으나,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호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원고승소 판결하였다. Ⅱ. 역사적 검토 이 사건에서는 국제 재판관할권, 일본판결의 승인, 피고의 법적 동일성, 소멸시효 등 다양한 쟁점들이 있으나, 논의의 방향을 청구권협정으로 모으고, 청구권협정의 탄생 배경, 역사적 평가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조선의 멸망 과정, 일제의 억압과 수탈, 친일파 청산의 좌절, 박정희 정권과 친일파의 역사 등에 대해서는 먼저 역사책을 보기 바란다. 사실 매국노와 친일파를 빼놓고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구권협정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정확한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이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 자본을 도입하기 위하여 한일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반대 시위를 진압한 후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청구권협정 포함)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18일 발효되었다. 조약 내용은 “일본 정부가 박정희 정부에 무상 3억불, 유상 2억불을 제공하는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하지 않고, 한국과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은 모두 포기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포항제철, 소양강댐 등 국가 기반시설의 확충에 사용했다. 한일 기본조약은 공개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월 1월에서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청구권협정 원문은 찾아보기 바란다. 살펴보면, 친일파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교육 등 각 분야를 주도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청구권협정도 그들의 주도로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다음과 같이 비판을 받는다. ①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 청산’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였는데, 한일회담은 청구권 교섭에 밀려 식민지배 청산이라는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였다. ② 청구권 문제, 어업 및 문화재 문제 등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매우 굴욕적이었다. ③ 국가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약임에도, 그 내용 및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④ 일제의 식민지배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박정희 정부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피해를 배상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과 권리를 억압하였다. Ⅲ. 법률적 검토 1.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가. 불포함설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설, 대법원 판례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2)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3)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한일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 대한민국이 요구한 12억 2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도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나. 포함설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견해로서 소수설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은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피징용 청구권’도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위 피징용 청구권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도 포함한 것이고, 청구권협정 제1조에서 정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서 정한 권리관계의 해결에 대한 대가 내지 보상으로서의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3) 양국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배상’도 당연히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4)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후 장기간 그에 따른 보상 등 후속 조치를 취하였다. 다. 검토 조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문언뿐만 아니라 체결 당사국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일본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일체의 청구권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완전히 최종적으로 종결하고자 했다. 박정희 정부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발과 그 자금 마련이 절실히 필요했던 점, 박정희와 정일권 등 집권자들의 친일 성향과 청구권협정의 체결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의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약 문언, 당사자의 의사, 후속 조치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이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즉 청구권협정 체결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알려진 바 없었고, 전혀 논의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점,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 제2조 (g)항에서 말하는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불포함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가능설, 불가능설로 견해가 나뉜다. 가. 가능설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 (2) 청구권협정에서 양국 정부의 의사는 개인청구권은 포기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정부 간에만 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하자는 것, 즉 ‘외교적 보호권에 한정하여 포기하자’는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청구권협정을 이탈리아와 서독 사이의 조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불가능설 소송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양국의 진정한 의사가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기로 했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권협정은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 (3)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규정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 검토 청구권협정의 문언과 해석, 양국 정부의 의사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2015. 12. 28. 박근혜 정부는 한일 외교부 장관 사이의 합의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위 합의 문언상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명확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Ⅳ. 결론 대상 판결은 역사적·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에 대한 최고 법관들의 법적 판단이 두루 담겨 있는 귀중한 판결이다. 논거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대상 판결의 결론도 지극히 타당하다.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그 논거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만 피해를 당한 국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하기 어렵다. 나라가 망하여 피해를 보았고, 과거 정부가 잘못하여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하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 비극과 치욕적인 역사를 부디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전원합의체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2019-05-14
노동·근로
행정사건
학습지교사의 근로자성 판단
-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병합) 판결 - I. 사건경위 학습지 개발 등의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 甲은 학습지교사들인 乙 등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학습지회원에 대한 관리, 모집, 교육을 하여 왔다. 위탁사업 수행의 대가로 甲은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위탁사업계약은 매1년 단위로 연장되어 왔는데, 이후 甲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하자 乙 등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명령을 신청하였다. II.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노동법상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나 명칭에 상관없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래 판례법리를 재확인하고, 이 사건 乙 등 학습지교사에 대해 어느 정도 甲의 지휘·감독이 있었지만, 근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乙 등 학습지 교사에 대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I. 평석 1. 학습지 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 (1) 인격적 종속관계와 근기법상 근로자 근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항 제1호). 이때 근로계약은, 독일 민법 제611a조에서 보듯 (i) 인격체인 인간의 노동력을 편입시켜 (ii) ‘도구’로 삼아 ‘사용’하는 것을 급부의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관계는 지시와 복종으로 구체화된다. 근로지시를 통해 근로자의 '행동(Taetigkeit)'은 장소, 시간, 방식 등에서 일일이 통제된다. 복종은 인사나 제재에 의해 담보된다. 이처럼 인격체인 사람을 도구로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근로계약은 ‘인격적 종속관계’를 초래한다. 근기법은 인격적 종속관계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범이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은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 “사용자의 업무내용 지정 여부와 업무수행과정에서의 상당한 지휘·감독 여부, 그리고 근무시간과 근로 장소의 지정 여부 등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학습지 회원에의 교육에 있어 그 시·종료시간은 물론 장소 등도 학습지교사와 회원 간의 협의로 정해질 뿐 甲사의 개입이 없으며, (ii) 위탁업무 수행 이후에는 자유로이 업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시·복종관계에서는 나타날 수 없는 사실들이다. (iii)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승진과 징계 등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편입이 없고, 지시에의 복종을 실현하는 장치도 없다는 의미다. (iv) 학습지도방식의 결정도 중요하다. 학습지도방식이 학습지교사의 자율과 능력에 맡겨져 있다는 것은 곧 업무수행에 따른 경영위험을 교사 스스로 부담한다는 뜻이다. 근로자는 도구로서 지시에 따를 뿐이므로 경영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 乙 등 학습지교사들에 대하여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다. 2. 학습지교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1) 경제적 종속관계와 노조법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법 제2조 제1호). (i) 노무제공자가 그 대가로 얻어지는 금품에 주로 의존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ii) 당사자 간 힘의 대등성이 결여되면 이른바 경제적 종속관계(대상판결에서는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가 발생한다. 노조법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한다. 근로이든, 위임이든 노무제공형식은 상관없다. 이에 착안하여 대법원도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2) 평가 대상판결은, (i) 회사로부터 수령하는 수수료가 학습지교사들의 ‘주된’ 수입원이며, (ii) 사실상 당사자 관계가 전속적이면서도 지속적이고 (iii) 보수 등 위탁사업계약의 내용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점 등에 비추어 학습지교사가 경제적 종속관계 하에 있음을 적절히 확인하고,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 3.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의 근로자성 판단 (1) 방법론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방법론이 보다 명확해졌다.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을 위해서는 (i) 경제적 종속관계를 넘어 (ii) 노무제공(=급부목적)의 실질을 살펴 인격적 종속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 회색적 노무제공관계 오늘날 회사 등 단체와 개인사업자 사이의 위탁사무계약관계에는 대부분 근로적 요소와 그 이외의 요소(위임, 도급, 무명계약 등)가 혼재되어 있다. 대상판결에서도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이 있고, 표준필수업무가 시달되었으며, 관리구역도 회사가 배정하는 점 외에도 주3회 오전에 조회도 하고, 2-3개월에 한번씩 학습지교사들을 대상으로 집필시험을 치르도록 한 사실 등이 있었다. 이로 인해 방송연기자나 보험설계사, 채권추심인 등 다양한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근로자성이 다투어졌거나, 다투어지고 있다. (3) 경제적 종속관계와 위임지시의 결부 회색적 노무제공관계에서 지휘·감독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근로계약상 지시는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근로자의 행동을 일일이 제어하는 수단이다. 위임지시는 다르다. 위임계약에서 확정된 사무의 세부내용과 수행방식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제시하는 수단이다. 양자는 개념상 명확히 구별된다. 문제는 위임지시가 경제적 종속관계와 결부될 때다. 위임지시가 ‘경제적 약자’에게 행해지면 일견 근로 지시처럼 비춰질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학습지교사에 대한 업무처리지침, 표준필수업무 시달, 오전 조회, 집필시험 실시 등의 사실 등이 그런 예다. 미리 정해진 위탁업무의 내용과 방식 그리고 당사자 적격성에 관한 것이지만, 학습지교사와 회사 간 경제적 종속관계가 맞물리면서 모호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간 경제적 종속성 판단과 노무제공의 실질에 대한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이라고 해서 곧 ‘근로의 제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잘 포착하고 있다. 경제적 종속성과 결부되어 단지 근로와 유사하게 보이는 사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있다고 하면서, 학습지교사의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최근 방송연기자 사례(대법원 2018.10.12.선고2015두38092 판결)도 마찬가지다. ‘연기’는 연기자의 일정한 재량과 능력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것인 바, 그 속성상 근로로 볼 수 없다. 이때 방송연기자가 경제적 약자로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에 놓인 탓으로,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의 배역을 지정하고, 연출감독자가 연기 시간과 장소 등을 정한 사실 등이 마치 근로지시처럼 보일 뿐 그 실질을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방송연기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은 인정하면서도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한 이유다. (4) 경제적 약자의 노무제공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 방식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의 경제적 종속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급부목적이 근로의 제공인지 여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대상판결도 경제적 종속관계에 있는 노무제공자의 보호를 위해 집단적 단결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임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학습지교사, 텔레마케터, 보험설계사, 생명보험사 지점장에 이르기까지 대다수 수탁개인사업자들이 회사와의 관계에서 경제적 종속관계 아래 놓여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는 사뭇 크다. 한편 근기법상 근로자성 판단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종속관계와 인격적 종속관계를 준별하면서, 제공되는 노무의 실질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 종속관계에 결부되어 외형상으로만 근로로 보이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계약상 급부목적인 업무의 속성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를 통해 위탁업무가 수행되도록 하는 것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거나 오히려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어서다. 또한 계약사항에 대한 제재나 불이익의 결부 여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인사 제재나 불이익이 결부되지 않으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평가하기 어렵다.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인격적 지배관계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노무 제공방식을 지향할 수도 있다. 이를 간과할 경우 자칫 계약의 실질은 물론이고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근로자
학습지교사
근로자성
위탁계약
권혁 교수 (부산대 로스쿨)
2019-04-15
민사소송·집행
신의칙 및 형평의 관념에 의한 변호사 보수금의 감액 여부
1. 판결요지 가. [다수의견]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나. [대법관 김신, 대법관 조희대의 별개의견] 신의칙과 관련하여서는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할 뿐 이를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민법 제2조의 신의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 등 일반 원칙에 의해 개별 약정의 효력을 제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시장경제질서 등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2. 사건의 개요 가. 원고는 변호사로서 전국교수공제회 직원인 소외인의 500억 원이 넘는 횡령과 그로 인한 공제회의 파산으로 퇴직금 등을 불입했던 피고들(교수들) 367명이 손해를 입은 것과 관련하여 피고들을 대리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공제회 등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나. 원고는 위 소송의 1인당 청구금액을 100만원으로 정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3억 6700만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청구하고, 1인당 착수금을 10만원으로 정하여 총 착수금을 3670만원으로 정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들 367명으로부터 소송위임을 받아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소송을 수행하였는데, 결국 각하 또는 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라. 원고가 제기한 소송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직무유기를 다투는 것으로서 쟁점이 단순하거나 쉬운 것이 아니었고, 소송기간도 1년 5개월이 걸렸고, 준비서면을 7회 제출하였고, 서증을 5회 제출하였으며, 9회의 사실조회를 신청하였다. 마. 원고는 피고들에 대하여 착수금 3850만원(착수금에다가 부가가치세 포함)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2000만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185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3. 소송 경과 가. 원심은, 원고와 피고들이 소송위임계약에서 약정한 변호사 보수(착수보수금과 부가가치세) 3850만원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변호사 보수를 2000만원으로 감액한 다음, 감액된 변호사 보수 채권이 모두 변제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대법원은,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파기환송 판결을 하고, 결국 원고는 착수금 전액에 대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다. 4. 대법원 판결의 이유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라고 전제한 다음 가. 이 사건 소송위임계약에서 약정한 착수보수금은 1인당 10만원으로서 과다한 금액이 아니다. 나. 원고 제기 소송에서 원고는 결과적으로 패소판결을 받았으나, 다른 변호사들도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아서, 특별히 원고의 소송수행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 착수보수금은 소송결과와는 무관하게 소송위임사무를 완료한 경우 전부 청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다. 라. 따라서 원심이 제시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변호사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5. 김신·조희대 대법관의 별개의견 가. 다수의견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근거하여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감액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계약을 지키지 않겠다는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어 우리 민법의 기본 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법원 즉 국가에 계약을 수정할 권한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를 천명한 헌법 원리에 어긋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나.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고,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에 의해서는 당사자가 계약으로 정한 변호사보수금을 감액할 수 없음을 밝힌다. (1)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하여 시장경제질서를 기본 이념으로 선언하고 있다. 사적자치의 원칙은 시장경제질서의 기초가 되는 헌법상의 원리이다. 이러한 사적자치의 원칙이 법률행위의 영역에서 나타난 형태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의 체결 여부, 계약의 상대방, 계약의 방식과 내용 등을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자유를 말한다. (2) 물론 사적자치의 원칙 또는 계약자유의 원칙은 무제한의 절대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과 관련하여서는 민법 제2조 제1항에서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할 뿐 이를 법률행위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민법 제2조의 신의칙 또는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형평의 관념은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선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 (3)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법원의 사명이다. 개인은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동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귀속시키거나 전가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이를 감수하여야 한다. (4) 또한 다수의견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이란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서 도대체 어느 정도의 보수가 적정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6. 평석 이 사건은 민사사건에 관하여 착수금을 적정한 범위 내에서 감액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적정한 금액으로 착수금을 감액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약정된 착수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판결이므로 판결요지와 판결결과가 일치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다. 위 사건은 민사사건의 착수금에 관한 판결이지만 민사성공보수금에 대하여서도 같은 원리로 감액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성공보수금은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었을 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지급하기로 한 착수금에 비하여 의뢰인이 불리한 위치에서 보수약정을 하였을 가능성이 많아 민사 성공보수금에 대하여는 사적자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더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의 요지는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형사사건에서 착수금 약정이 무효라는 판례는 보이지 않지만, 과다하다면 위와 같은 판례취지에 비추어 무효는 아니더라도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민·형사를 막론하고 착수금 약정이나 성공보수금 약정은 모두 당사자 사이에서 사적자치에 의하여 체결된 계약이다. 그런데 이러한 약정이 사회질서 위반,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 등 불확정 개념에 의하여 사적자치의 원칙이 침해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별개의견이 더 법리적으로 합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현호 변호사 (대구회)
변호사
보수
소송위임
약정
황현호 변호사 (대구회)
2019-01-2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한 경우 사채상환 손실의 손금산입 여부
- 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5두46239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6년 9월 26일 및 2007년 3월 30일 전환가액을 ‘1주당 13만 원’, 전환청구기간을 ‘사채발행일에서 35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사채의 상환일 전날까지’로 정하여 2, 3차 외화표시 전환사채(이하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고, 원고의 특수관계자가 아닌 일본법인 A홀딩스(이하 ’소외 회사’)가 이를 모두 인수하였다. 원고는 2008년 8월 29일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특별결의 및 이 사건 전환사채의 가액 등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을 거친 후 소외 회사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이 사건 전환사채를 당시 기준환율에 따른 188억2900만원으로 평가하여 현물출자하고, 원고의 주식 14만4838주(1주당 액면가액 5000원, 1주당 발행가액 13만원)를 교부받기로 하는 현물출자 계약(이하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2008년 9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인가를 받고, 2008년 9월 23일 증자등기를 마쳤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부채로 계상된 전환사채가 소멸하고 자본항목인 자본금 및 주식발행초과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하였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 188억2900만원과 장부가액 135억2600만2338원(= 액면가액 152억3040만원 - 전환권조정잔액 9억3427만7983원 - 사채할인발행차금 7억7011만9679원)의 차액인 53억299만7662원(이하 ’쟁점 금원’)을 2008 사업연도 법인세와 관련된 손금에 산입하여야 한다고 경정청구하였다. 피고는 이를 받아들여 쟁점 금원을 손금산입하고, 2010년 8월 10일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3억원 및 환급가산금 약 4860만원의 지급을 통지하였다. 그런데 감사원은 2011년 6월경 쟁점 금원을 세무상 손금으로 인정하여 법인세를 환급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피고에게 환급결정된 법인세를 징수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1년 7월 1일 원고에게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및 환급가산금을 다시 부과하였다. 2. 제1심 및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가 현물출자 계약과 관련하여 전환사채의 전환과 같이 회계처리를 한 점, 당초 전환조건에서 정한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산정하였고 전환권의 행사시기만 앞당겼을 뿐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 내용과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그 실질이 사채권자의 전환권 행사와 동일하여 세무조정을 통하여 손익을 인식할 수 없다. 3. 대상판결의 요지 위 사실관계와 더불어 기록상 알 수 있는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을 법령 규정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쟁점 금원은 전부가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4. 평석 가. 관련규정 구 법인세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5항은 ‘내국법인이 상환받거나 상환하는 외환채권·채무의 원화금액과 원화기장액의 차익 또는 차손은 당해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이를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72조 제1항 제3호는 ‘현물출자에 의하여 취득한 자산은 장부에 계상한 출자가액 또는 승계가액’을 ‘자산의 취득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실질과세원칙의 취지 및 적용요건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2항이 규정한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 등). 다만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다. 이 사건 전환사채를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한 경우 전환권행사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전환사채는 외화표시 전환사채로서 원/엔 환율변동에 따라 전환으로 인하여 발행될 주식 수나 전환사채의 원화상환액이 변동되는 특징이 있는데, 전환사채 발행 당시 환율은 약 800원 정도였지만 현물출자 당시 약 990원에 달했다. 현물출자는 금전 이외의 재산으로 하는 출자로서 전환사채도 그 목적물이 될 수 있어, 원고와 소외 회사로서는 아직 전환권 행사기간이 도래하지 않아 전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 사건 전환사채를 원고에게 현물출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은 특수관계 없는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체결된 것으로서, 특히 원고로서는 당시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향후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그로 인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전환사채를 조기에 현물출자받은 것으로 보인다. 원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에 관한 이사회 결의 등을 거치고, 그 가액 등에 관하여 감정인의 감정결과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는 등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모두 갖추었다. 이 사건 전환사채에 앞서 원고가 소외 회사에게 발행한 1차 외화표시 전환사채는 현금으로 조기 상환되는 등 전환권 행사없이 변제되었고, 이 사건 전환사채 역시 당시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거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비록 이 사건 현물출자 계약에서 정한 주식의 발행가액이 당초 전환가액과 동일하다거나 원고가 현물출자 당시 회계처리를 제대로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시기만을 앞당긴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 라. 이 사건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을 전부 손금산입할 수 있는지 여부 현물출자 방식의 채무의 출자전환은 주식의 발행으로 자본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거래이나 기존채무가 상환된다는 측면에서 손익거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법인세법 기본통칙 19-19… 38 제2항은 매입소각할 목적으로 자기사채를 취득하는 경우 발행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액(사채할인발행차금 미상각액 포함)은 취득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71조 제3항은 사채할인발행차금은 손금항목에 해당된다. 원고가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현물출자받음으로써 위 전환사채를 취득하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한 이상 위 전환사채의 현물출자가액(취득가액)과 장부가액(발행가액)의 차액인 쟁점 금원은 전부가 순자산 감소액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다. 쟁점 금원(53억299만7662원) 중 이미 세무조정을 통해 손금산입이 이루어진 전환권조정잔액(9억3427만7983원)을 제외한 나머지 43억6871만9679원과 관련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엔 환율상승으로 소멸한 부채에 비해 더 많은 자본이 증가하여 원고의 순자산은 그 차액 상당액이 감소함으로써 사채상환손실이 발생하였다. 즉, 위 43억6871만9679원은 발행일과 현물출자일의 환율변동에 따른 외환차손(△35억9860만원), 사채할인발행차금(7억7011만9679원)이고, 이는 모두 손금항목으로서 회계상 이를 손금으로 인식하였는지에 상관없이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5. 결론 대상판결은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환율상승에 따른 손해방지를 위해 전환권 행사기간 전에 현물출자 받은 경우 그 거래의 내용이나 형식, 당사자의 의사, 현물출자의 목적과 경위 등 거래의 전체 과정에 비추어 이를 전환권 행사가 아니라 현물출자로 인정함으로써 단체법 관계에 있어서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쉽게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또한 외화표시 전환사채를 현물출자 받은 경우 사채상환손실은 손금인정이 가능하다고 처음으로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환사채
법인세
현물출자
손금산입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1-19
노동·근로
방송연기자도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인가
-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이하 ‘대상판결’이라 한다)은 “방송연기자는 방송사가 방송연기자와 체결하는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점, 방송연기자의 노무제공(방송연기)이 방송사업의 필수적 요소이면서 방송사업을 통해서만 방송연기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점, 방송연기자의 업무가 방송사의 역할과 대본 등으로 결정되고, 연출감독 등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진행되는 점, 출연료는 기본적으로 방송연기라는 노무 제공의 대가인 점 등을 이유로 설령 방송연기자 중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것으로 보기 어렵거나 그 소득이 방송사로부터 받는 출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더라도 방송연기자와 방송사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보면, 방송연기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므로, 방송연기자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임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준별하는 종래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 요건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 사건의 경위 대상판결은 교섭단위분리의 자격인정 여부에 관한 것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연기자 노동조합’이라 한다)은 1988. 1. 21. 설립신고를 마쳤으며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무술연기자 등 4개 지부를 설치하여 조합원 약 4380명이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편 본 건 방송사에는 방송사에 전속된 근로자가 설립한 5개의 노동조합이 존재한다.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2. 4. 9.부터 방송사와 출연료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자 방송사가 창구단일화 등 법적 쟁점사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였다. 이에 연기자 노동조합은 2013년 1월 1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하였다. 교섭단위분리신청의 전제로 신청 주체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임이 인정되어야 하므로 방송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인지가 문제되었다. 서울행정법원은 방송연기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들로 구성된 연기자 노동조합은 신청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연기자 노동조합에게 신청적격이 있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이를 지지하였다. 3. 근로자의 준별 가.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은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등 여러 가지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이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그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5다64385 판결 등). 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이해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은 특정의 사용자와 근로자의 현실적인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반면, 노동조합법은 현실적인 근로관계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자주적인 단결권 등의 보장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단지 근로자 보호를 위한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양자의 실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견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를 구별하고 있다. 다만 그 논거에 따라 (i) 노동조합법은 노동 3권의 보장을 위한 법률이므로 그 대상을 현실적인 취업자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 (ii) 노동조합법은 노무제공관계의 형성에서 종속성에 주목하는 것이므로 종속성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견해, (iii) 노동 의사를 중시하여 고용될 의사를 가진 자 또는 이에 준하여 생활하고 있거나 그렇게 할 의사를 가진 자들이 단결하여 그 노동·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은 열어 줄 필요가 있다고 하는 견해로 나뉜다. 다. 대법원은 레미콘 차주 겸 운송기사의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위 2005다64385 판결)에서 노동조합법 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의미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별개로 골프장 캐디 사건(대법원 1993. 5. 25. 선고 90누1731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과 학습지교사 사건(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뚜렷하게 구분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4.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학습지교사 사건에서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를 준별한 판례의 연장선상에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을 통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입장이 확고함을 보여주었다.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 종래 제시한 6가지 요소 즉,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 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재차 확인하면서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도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감독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정도는 ‘상당한’ 지휘·감독보다 완화된 ‘어느 정도’의 지휘·감독이 존재하면 충분하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방송연기자가 연기 과정에서 일정한 재량(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 재량은 방송사가 지정한 역할과 대본, 연출감독자가 지정한 시간과 장소, 연출감독자가 요구하는 연기의 적합성이나 완성도에 의하여 제한 받거나 수정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방법과 달리 6가지 판단기준을 종합하여 검토하되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은 취업자격이 없고 기존 근로계약의 존속도 보장되지 않으며 장래 근로관계의 설정 역시 어려운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하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에서 나타난 바 있다(대법원 2015. 6. 25. 선고 2007두4995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도 위와 같은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방송연기자는 특정 방송사에 전속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일시적, 간헐적으로 출연계약을 맺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인 6개의 주요 요소 중 소득의존성 요소(①항)나 사용자 전속성 요소(④항)가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연기자들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해 방송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여기에는 종래 연기자 노동조합과 방송사가 여러 차례 단체교섭을 하면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왔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서로 이의가 없었던 사정이 참작되었다고 보인다) 등을 고려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5. 대상판결의 의의 노동현장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존재하고,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무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방안으로 산업재해 및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 노동회의소 설립, 표준계약서 마련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일부는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개별 인정기준 중 일부를 충족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도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노동조합
방송연기자
교섭단위분리재심
진창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2018-11-08
조세·부담금
세법상 증여의 개념과 증여에 관한 완전포괄주의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본 건은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주식회사가 3차례에 걸쳐 발행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가 주식으로 전환 내지 취득한 부분에 대하여 증여세가 부과된 사안으로서 총 3회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있었으나, 지면 관계상 그 중 하나만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갑 주식회사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회사이고, 원고 을은 갑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임. 갑은 2005년 12월 6일 A 주식회사와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2005년 12월 9일 A에게 전환사채를 발행(사채이율, 전환가격 등 인수계약의 내용은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이고, 갑·을 모두 A에게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용임). 을은 2006년 12월 29일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A로부터 위 전환사채 중 권면총액 3억5000만원 상당을 3억5000만원에 양수하였고, 2008년 11월 18일 3억5000만원 전부에 관한 전환권을 행사하여 11만2903주의 우선주를 수령하였으며, 2008년 11월 20일에는 이를 보통주 29만1289주로 전환·취득함. 피고는 ‘을이 2008년 11월 20일 취득한 위 보통주 중 을의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인수·취득한 부분에 대하여 당시 주가 1675원과 전환가액 1201원의 차액 상당을 증여받았다’는 이유로 을에게 증여세 3459만8920원을 결정·고지하는 처분을 함. 2. 관련 법조항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항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에 의하여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인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제3항의 규정을 적용한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갑은 제품생산과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거래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업체들에 대출을 요청하였으나 그때까지 매출액 규모가 미미한 중소기업이고 사업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거절당하였고, 결국 그 전에 갑에게 투자하였던 A만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건과 계약서 초안 작성을 모두 자신이 한다는 조건으로 대출의사를 밝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은 그 자체로 사업상 목적이 있는 거래이다. 이 사건 전환사채 인수계약의 조기상환권은 다른 계약 내용과 마찬가지로 A의 주도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투자 상황 등 제반 여건과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부여될 수 있는 조건이라 할 수 있다. A로서는 조기상환권 부여를 통하여 연 복리 10%의 이자수익을 확보하면서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갑, 을로서도 시설 투자를 위한 단기자금을 확보하고 전환사채 인수계약에 따른 경영상의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실제로 갑은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 시점부터 조기상환권 행사 시점까지 1년 남짓 동안 A의 자금을 회사 운영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이에 비추어 보아도 조세회피목적 외에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부터 원고의 조기상환권 및 전환권 행사에 따른 갑 신주취득까지 약 2년 11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별다른 사업상 목적이 없이 증여세를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실질이 갑의 대주주인 원고에게 그 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신주를 저가로 인수하도록 하여 시가와 전환가액의 차액 상당을 증여한 것과 동일한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이에 대하여 구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Ⅱ. 문제의 제기 증여세에 관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상속세및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원고의 주관적 의도(조세회피목적외의 사업상 목적) 존재 여부에 불구하고, 원고에게 실현된 이익에 관한 증여세가 부과되어야 한다 생각한다. 원심 역시 이와 유사한 취지의 판시를 한바 있는데, 대상 판결은 상증세법과 민법의 상이한 증여 개념을 간과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한편 대상판결의 적용 법조인 구 상증세법(2010. 1. 1. 법률 제99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4항은 후술한 바와 같이 제4조의 2로 조항의 위치가 변경된 후 2015년 12월 15일의 개정으로 삭제되었으나,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고 하여 위 구 상증세법 제4조의 2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바, 대상판결의 검토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하겠다. Ⅲ. 세법상 증여의 개념 및 증여에 관한 완전포괄주의의 도입 1. 민법상 증여와 상증세법상 증여의 개념의 차이 민법상의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게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민법 제554조 참조), 무상·편무·낙성·불요식의 계약’이나, 상증세법상의 증여란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移轉)(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서 ‘유증과 사인증여는 제외한다’(상증세법 제2조 제6호 참조). 사법(私法)에서 증여에 해당하는지 즉, 일정한 급부가 무상인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를 기준으로 무상성에 관한 당사자간의 의사합치가 있어야 하나, 상증세법상의 증여 개념은 당사자의 주관이 아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였는지 여부 즉 거래의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양 개념은 차이가 있다. 2. 관련 상증세법 조항의 주요 개정 경위 2013년 12월 30일의 상증세법 개정 이전엔 증여세는 이른바 유형별 포괄주의를 따랐고, 상증세법상 ‘증여’에 관한 개념 정의가 없어 민법상 증여 개념을 차용하였다. 동 개정으로 증여세에 관한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가 도입되고, 그 취지에 부합하는 상증세법의 ‘증여’에 관한 정의 조항이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종전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은 일반적인 증여와 증여로 의제하는 14개 증여의제유형이 있었으나 증여의제규정으로 열거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으므로, 앞으로는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의 내용을 보완하여 증여재산가액의 계산에 관한 예시규정으로 전환하고 예시되지 아니한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분 등에 대하여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도록 포괄규정을 마련되었다(법 제32조 내지 제42조). Ⅳ. 완전포괄주의와 상증세법상의 증여 개념에 입각한 원심 판결의 소개 위 규정은 ‘최대주주 등이 전환사채 등을 자기소유주식비율을 초과하여 인수·취득하는 목적이나 원인’을 묻지 않고 과세하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전환사채 발행 당시 갑이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에 있었고, 원고에게 갑의 주가변동을 예상하고 전환차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의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에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A로부터 이 사건 전환사채를 취득한 2006년 12월 29일 당시, 갑이 현금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차용한 금원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될 것을 고려해 보더라도,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중 70%를 취득하는 비용이 액면금 3억5000만원과 이에 대한 조기상환 이자 상당액인 반면에 2006년 12월 31일 기준 갑의 현금 보유액이 약 55억원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갑이 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갑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갑은 2006년 12월 29일 당시 조기상환권의 행사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단독으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여 이 사건 전환사채 중 70%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Ⅴ. 결론 원심의 판단이 상당하다 생각한다. 상증세법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증여의 개념에서 당사자의 주관적 요소를 배제한 이상, 경제적 실질에서 수증자의 직·간접적인 이익이 있다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고, 조세회피목적 유·무는 문제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조세회피목적이 없는 사업상 목적' 이 있는 경우에 대한 배려는 상증세법상 비과세규정 신설 등을 통하여 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조장곤 변호사(포에스 법률사무소)
세법
전환사채
조기상환권
조장곤 변호사(포에스 법률사무소)
2018-10-15
민사일반
법인의 물적분할시 적격분할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해석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두40986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2008년 5월 1일 A공장의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이하 ‘이 사건 분할’)하여 D회사를 설립하고 2008년 5월 6일 분할등기를 마쳤다. 원고는 이 사건 분할이 구 법인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7조 제1항의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신고 시 분할로 인한 자산양도차익 약 7485억원을 손금산입하였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을 통상적인 비용으로 손금처리하였다. 피고는 2013년 8월 22일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분할이 적격분할에 해당하지 않고, 폐석회처리 등 공사비용이 토지의 자본적 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자산양도차익과 공사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2008사업연도 법인세 약 3000억원(가산세 포함)을 경정고지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물적분할은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하는 것으로서,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등기일이 속하는 사업연도 종료일까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분할법인이 받은 분할대가 전액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인 경우 과세이연 규정이 적용된다.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의 요건{법 시행령(2009. 2. 4. 대통령령 제2130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1호}은 기능적 관점에서 분할 이후 기존의 사업활동을 독립하여 영위할 수 있는 사업부문이 분할되어야 함을 뜻한다. 개별 자산만 이전하여 사실상 양도차익을 실현한 경우와 구별하기 위한 것으로, 독립적으로 사업이 가능하면 단일 사업부문의 일부 분할도 가능하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의 요건(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은 독립된 사업부문 요건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해당 사업활동에 필요한 자산·부채가 분할신설법인에 한꺼번에 이전되어야 함을 뜻한다. 다른 사업부문에 공동 사용되는 자산·부채 등 분할하기 어려운 것은 승계되지 않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다.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의 요건(법 제46조 제1항 제3호, 시행령 제83조 제4항, 제80조 제3항)은 분할 전후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처분 또는 직접 사용 여부는 입법 취지와 해당 사업내용을 고려하여 실제의 사용관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요건(법 제47조 제1항 괄호 안, 제46조 제1항 제2호)은 분할법인이 분할되는 사업부문의 자산·부채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이전하는 대가로 분할신설법인 주식만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것으로서, 지분관계의 계속성을 규정한 것이다. 이 사건 분할은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실질적인 동일성은 계속 유지되어 구 법인세법령에 정한 과세이연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규정의 취지 및 해석원칙 법인의 물적분할 시 분할로 발생한 자산양도차익에 대하여는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 원칙이나 법 제46조 제1항, 제47조,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83조, 법 시행규칙(2010. 6. 30. 기획재정부령 제1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는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적격분할 요건을 갖춘 경우 주식의 가액 중 물적분할로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 상당의 금액에 대하여 과세이연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과세이연 규정은 1998년 12월 28일 법인세법 개정으로 합병·분할 등 기업조직재편 세제 도입 시 마련된 것으로서, 그 취지는 회사가 기존 사업의 일부를 별도의 완전 자회사로 분리하는 조직형태의 변화가 있었으나 지분관계를 비롯한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변동이 없는 때에는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한 것인지 ‘독립된 사업부문’의 분할은 그 문언상 분할대상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이기만 하면 되고, 분할 당시 분할신설법인에 무엇이 승계되는지, 분할신설법인이 분할 이후 어떠한 방식 또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지는 위 요건과 무관하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은 그 사업부문이 분할법인에 존재하던 동종의 사업부문 전체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과 도시개발 사업부문은 기존의 다른 사업무문에서 독립하여 사업활동 영위가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고, 이들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상 D회사가 고용 일부를 승계하지 않고, 화학제품 제조를 원고에게 위탁하여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판매하더라도 분할 전 사업부문을 해체한 것이라 볼 수 없다. 다.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인지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필수적인 자산 또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자산이 승계되었다면 ‘자산이 포괄적으로 승계’된 것이고,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전부가 승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분할계약서상 원고의 폐석회처리 협약에 의한 의무, 폐석회 매립공사 관련 채무, 지하폐석회 처리 관련 채무는 A공장 부지와 관련된 채무로서 모두 D회사에 승계되었다. 현금은 법인 계좌로 입금되는 순간 A사업부문 매출이건, A사업부문 자산을 담보로 차입한 것이건 다른 현금과 혼화되어 A사업부문만의 현금이라 볼 수 없다. 원고가 이 사건 분할을 앞두고 회사채 상환, 법인세 납부 등 일반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A공장 부지를 담보로 차입한 차입금 채무는 원고의 다른 사업부문에도 공통적으로 관련된 것으로서 그 중 회사채 상환 등으로 사용될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만 D회사에 승계시킨 것은 요건 불비로 보기 어렵다. 분할신설법인에 승계시키는 현금이 얼마인지에 따라 자산양도차익은 달라지지 않고, 상법 제530조의9 제2항은 분할시 분할신설법인과 분할법인의 연대책임을 배제할 수 있으므로, 차입금 중 일부만 승계되었다거나 원고의 연대책임을 배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시행령 제82조 제3항 제2호는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인력 또는 직원의 포괄적 승계를 요건으로 하지 않으며, 이 사건 분할 시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의 직원들이 D회사로의 승계를 반대하였는데 당시 선고된 판결들에 따라 직원들에게 승계를 강제할 수 없었다. D회사가 원고의 인력을 대부분 승계하지 않아 적격분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할 수 없다. 라. 분할신설법인이 ‘승계한 고정자산가액의 1/2 이상을 승계한 당해 사업에 직접 사용’한 것인지 D회사는 원고로부터 A공장 화학제품제조 사업부문을 분할받은 후 자신의 비용으로 원재료를 구입하여 자신의 사업장에서 설비를 갖추고 자신의 명의로 화학제품을 제조하였고, 원고로부터 도시개발사업 대상토지인 A공장 부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여 시행자로 지정받음으로써 승계한 고정자산을 실제 사용하였다. D회사가 그 사용방식에 있어 업무위탁을 하였다고 달리 볼 수 없다. D회사가 승계받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금융기관 대출채무의 담보를 위해 신탁등기를 설정하였더라도 승계사업의 폐지로 간주되는 고정자산의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마.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분할대가의 전액이 주식’인지 원고는 분할계약에 따라 분할대가로 D회사로부터 주식만을 받았고, 원고가 분할 직전 대출받은 차입금 중 일부가 D회사에 승계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자산·부채의 포괄적 승계요건과 관련된 것일 뿐 분할대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4. 결론 법인세법상 분할제도가 도입된 이래 적격분할 요건에 관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실무상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물적분할 시 과세이연 제도의 취지가 기업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의 변동이 없는 때 과세의 계기로 삼지 않음으로써 회사분할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취지 및 사업부문의 내용과 기능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적격분할의 요건인 ‘독립된 사업부문’, ‘포괄적 승계’, ‘직접 사용’, ‘분할대가 전액이 주식’의 의미에 관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판단기준을 최초로 정립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분할법인
지분
법인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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