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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
Ⅰ. 사실관계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개혁추진위원회는 직업윤리관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2005. 5.16.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였다. 이 법안은 관계부처와의 협의 및 대학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2005.10.경 국회에 제출되고 2007. 7.3. 의결되어 2007. 9.28.부터 시행되었다. 피고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에 입각하여 2007. 10.5. 로스쿨의 설치인가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한 법학교육위원회를 구성하였다(법 제10조 및 제11조). 여기에는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 4인'이라는 법의 규정에 따라 이른바 교수위원들도 위촉되었는데 로스쿨설치인가를 신청한 이화여대, 서울대, 경북대, 전남대의 법과대학 소속교수들이 각 1인(이하 '교수위원')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들 교수위원들이 소속한 대학들과 로스쿨 인가를 받기 위하여 서로 경쟁관계에 있던 자로서 예비인가를 받지 못하자 피고의 예비인가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 원고는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의가 법학교육위원회의 법학교수 위원을 추천하겠다는 제안을 피고가 거부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설립인가를 신청한 대학 소속 교수들을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한 것이 법 제13조의 제척사유 규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원고의 주장내용은 다기에 이르나 이곳에서는 그 가운데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상의 위법성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함). Ⅱ. 판결요지 1심은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에서 규정하는 '당해 심의'란 교수위원의 '자기 소속 대학에 대한 심의'만을 의미하며 '자기 소속대학과 경원관계에 있는 대학에 대한 심의'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법 제13조에 대한 위반은 없다고 보았다. 2심의 해석도 이와 같다. 그런데 2심에서는 위 교수위원이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회의에서 자신의 소속대학의 로스쿨 예비인가대학의 선정과 정원결정에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어 해당 교수위원 소속대학에 대한 예비인가처분은 법 제13조에 저촉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그 위법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지 아니하므로 취소사유에 불과한데, 이를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정판결에 의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Ⅲ. 평석 1. 쟁점의 정리 이 사건을 포함하여 로스쿨 인가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들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쟁점 중의 하나가 제척제도에 관한 것이다. 로스쿨제도는 정원 2,000명이라는 한정된 파이를 나누어 차지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한쪽이 인가되면 다른 쪽이 인가되지 아니할 수 있고, 또 한 쪽이 많은 정원을 가져가면 다른 쪽이 입학정원에 손해를 보는 관계, 이른바 경쟁관계 내지는 경원관계에 있다. 따라서 이들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해당하는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자가 법학교육위원회의 위원으로 심의에 관여하게 되면 (i) 필연적으로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대학에게 불리하게 심의하거나 또는 (ii)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대학에게 유리하게 심의할 수 있으므로 공정한 심의를 저해하게 되고 절차상의 하자를 띠어 위법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입법자가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법 제13조를 두어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인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규정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사안을 다루어야 할 법학교육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이해관계 있는 자를 배제하여 철저히 공정한 심사가 가능하게 하기를 기도하며 제정되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법이 소위 '경원관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사건 원심판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사건 판결도 로스쿨 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간에 경원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지만 경원관계에 있기 때문에 타 신청대학에 대해서만 내려진 예비인가결정에 대해서만도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관점, 즉 원고적격의 존부판단에 있어서만 경원관계를 고려하고 있을 뿐 법 제13조의 제척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은 법 제13조에서 규정하는 제척규정의 문리적 해석상 내려진 것이지 제척제도의 본질 내지 본래의 취지와 관련하여 내려진 판단은 아니다. 원심판결은 "일반적으로 제척제도의 기본적 취지는, 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대해서만 이해관계 있는 위원이 관여하면 회의 분위기를 선도하거나 오도하여 심의 및 의결에 부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데다 외부적으로도 그 의결 결과에 대해서만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아예 이해관계 있는 위원의 관여를 봉쇄함으로써 심의의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함에 있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 제13조는 경원관계는 고려하지 아니한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를 규정하였을 뿐이고, 이를 그 입법취지와 문언대로 해석하는 이상 법원은 "(교수위원이) 자신이 소속되지 아니한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로스쿨예비인가 신청대학의 심사에 관여하는 것"을 법 제13조에 위반한다고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원관계인 점이 깊이 고려되지 않아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자기 소속대학뿐만 아니라 자기 소속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신청대학에 대한 심의까지 확대해석을 할 수 없는 것이라면 법 제13조가 이른바 제척제도의 본질이나 자연적 정의, 적법절차원칙 등에 반하는 위법 내지 위헌적인 규정은 아닐까 하는 점이 검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2. 제척제도의 본질 제척제도는 말할 것도 없이 판단의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영미법상의 자연적 정의의 사상이 배어있다. 제척제도가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분야는 소송에서이다. 재판에서 소송당사자와 일정한 관계에 있는 법관을 소송에서 배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한 기반이 된다. 민사소송의 경우를 예로 보면, 법관은 제척원인의 하나에 해당하면 직무집행에서 제척된다(민사소송법 제40조). 제척원인이 있는 한 법률상 당연히 그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이므로 법관이나 당사자가 제척원인을 알고 있지 못하더라도 제척된다. 따라서 제척의 효과는 제척재판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발생하고, 제척재판이 내려진다고 해도 그것은 확인적 의미만을 갖는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법관이 제척사유가 있든 기피사유가 있든 그 여부에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할 것이 예정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 있어서 공정하고 적정한 재판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다. 법관도 사회인이자 자연인이므로 사건당사자가 될 수 있고 사건당사자와의 특수한 신분관계로 인하여 공정한 재판을 기하기가 곤란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분쟁을 공평무사한 재판으로 정직하게 해결하여 주리라는 추상적인 신뢰감과 아울러 개개의 소송사건에 있어서 당사자로 하여금 편파적인 취급을 받지 않도록 구체적인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여기에 법관이 조금이라도 공정을 의심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사건의 심리와 판결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구체적인 보장방법으로서 법관의 제척·기피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판 등에서 제척의 원인이 확정되면 그 법관이 한 소송행위는 당연히 무효로 된다. 3.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 행정관련법규에 행정위원회의 심의나 그 구성과 관련하여 마련되어 있는 제척제도와 위의 민사소송법 등 재판제도상의 제척제도는 상이한 제도인지가 의문이다. 왜냐하면 주로 정책결정 등과 관련된 행정위원회 등에서의 심의 등이 이해관계 있는 당사자들의 첨예한 다툼을 해결하기 위한 법원에서의 재판 등과 견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는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는 사법(司法)분야에서의 제척제도와는 다소 상이하며,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법관이나 당사자들이 제척원인을 알고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법률상 당연히 당해 사건에 관한 직무수행에서 배제되고, 제척원인 있는 자가 한 재판은 원칙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으로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공익 일반을 추구하는 행정작용 분야에서 제척제도를 그와 같이 엄격하게 구축하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원심판결이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취지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실정법에서 마련한 제척제도를 충족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로스쿨관련 소송들을 다룬 각급 법원들이 법 제13조와의 관계에서 제척원인 있는 교수위원이 관여할 수 없는 '당해 심의'를 로스쿨선정에 관한 모든 심의가 아닌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대한 심의로 한정하여 해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며, 해당 조항의 입법취지(입법자의 의도)나 법문에 비추어 보아도 틀림이 없다. 그러나 법원은 동 조항에 따른 심의대상이 상호 경쟁관계 내지 경원관계에 있는 첨예한 이해관계 당사자들 간의 심의라고 하는 점을 최소한 경시한 상태에서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행정작용 분야에서의 제척제도의 경우라도 그 심의 내지 판단대상이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당사자들 간의 경쟁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면, 이를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의 경우에서처럼 관대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고 하는 점이다. 다소 논리의 비약이 될 수도 있으나 로스쿨인가 관련 법학교육위원회와 로스쿨 인가신청 대학들 간의 관계는 마치 민사소송 등에서의 법관과 소송당사자 간의 관계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법관이 소송에 있어서 일방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타방 당사자는 필연적으로 패하게 되는 것이 소송의 구조이다.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지는 관계로 되어 있다. 이는 이 사건 로스쿨인가와 관련해서 법학교육위원회가 한쪽 대학을 인가(선정)하면 다른 쪽 대학이 인가(선정)를 받을 수 없는 경원관계에 있는 것과 그 구조가 다르지 않다. 법학교육위원회는 법관에 해당하고, 인가신청대학들은 소송에서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이 사건 로스쿨인가에 있어서는 제척제도가 행정작용분야 일반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와는 달리 재판에서의 제척제도에 상응하는 정도로 엄격하게 구축되고 운영될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경원관계 있는 대학 소속의 법학교수위원을 위촉은 하되 자신의 소속대학에 대한 심의(즉 '당해 심의')에만 관여하지 않으면 충분하다고 하는 법 제13조의 규정은 경원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매우 안일하게 제정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제척제도가 재판에서의 그것에서처럼 엄격하게 적용된다면(또는 되어야 한다면) 당사자가 그 제척원인의 존재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제척원인 있는 자가 관여한 인가결정은 그 효력까지도 무효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법 제13조의 규정 자체에, 즉 법이 입각한 제척제도 자체가 문제가 있는 입법결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일 이와 같이 결함 있는 입법임에도 불구하고 제척제도의 본질과 경원관계에 있어서의 제척제도에 대한 보다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이 사건에서 법 제13조의 '당해 심의'를 단순히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심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기에 더하여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학의 심의'로까지 확대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해석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확대해석한다면 법학교수위원들은 실제에 있어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 되므로, 해촉규정은 없어 해촉되지는 않는다고 하여도 심의에는 모두 관여할 수 없어 유명무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난점에 대해서만는 달리 도리가 없다. 아울러 위와 같은 확대해석이 불가능하다면, 법 제13조는 예비인가신청대학들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다고 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못한 불완전한 제척규정이 아닐 수 없고, 이는 헌법 제37조의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그와 같은 불완전한 제척규정으로 인하여 예비인가심사과정에 있어서 경쟁대학과의 관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원고 대학과 그 밖의 로스쿨인가신청대학들은 로스쿨교육에 참여할 기회를 부당하게 차별 당하게 되는 점에서 직업선택의 자유나 평등권의 침해마저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4. 결론 로스쿨 예비인가처분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지금까지 수 건이 제기되었고 그 중 일부는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사건에서 법은 공정한 심사를 목적으로 제척조항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였으나, 사안이 상호 경원관계에 있는 자간의 선정문제라는 점을 입법자는 깊이 고려함이 없었다. 여기에 주어진 입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법원으로서는 입법자가 고려하지 아니한 경원관계까지 감안하여 법조문을 해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법 제13조가 규정하는 '당해 심의'는 교수위원이 자기가 소속된 대학의 심의에만 배제되면 충분한 것으로 보았다. 법원은 이러한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척제도에 대한 추가적인 논리도 제시하였다. 원심이 말한 "제척사유를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적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의사결정 대상의 중대성과 공공성, 의사결정 관여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나 자질, 의사결정이 가지는 법률적 효과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법률에 적용 대상이나 요건을 조금씩 달리하는 다양한 형태의 제척조항이 존재하는 것인 바, 개개의 제척조항을 구체적으로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당해 법률의 입법취지, 제척조항의 문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대목이 그러하다. 원심법원의 제척조항에 관한 탄력적인 이해는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경우에 강도 높은 제척규정이 요구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심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의 사안이 과연 완화된 형태의 제척제도만으로 충분한 중대하지 아니한 사안일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서로 다투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는 사안이고, 한쪽이 기회를 얻으면 필연적으로 다른 쪽이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관계에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아니한 제척조항은 그 규정 자체에 입법상의 결함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원관계에 있어서는 자신의 사항만을 심의하는 것이 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경원관계에 있는 타인의 사항에 대한 심의도 곧 '자신의 사항'에 대해서만 심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설령 덕망 있고 신뢰받는 학자가 교수위원에 위촉되었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 그가 특정 신청인에게 의도적으로 불리한 또는 유리한 심의를 할 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역시 제척되어야 한다. 제척제도는 제척사유 있는 자, 즉 공정한 심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자를 사전에 형식적으로 해당 심의에서 배제하는 것에 본질이 있으며 실제에 있어 그 자가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척제도는 합리적인 한도에서 일정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지 '실제로 발생할 불공정'을 제거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 사안에서 법 제13조에 대해서만 입법취지 등을 이유로 확장해석 내지 제척조항의 강화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면, 그 한도에서 법 제13조는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이나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2010-06-07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의 효력
Ⅰ. 사안의 개요 1. 사실관계 A는 인접하고 있는 1, 2, 3 토지의 소유자였는데 1998년 10월15일 피고 1 주식회사에게 3 토지를 매도하고 같은 해 11월11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A는 같은 해 12월14일 원고로부터 돈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원리금에 대한 담보를 위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제1, 2토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금 1억 5,000만원으로 하는 근저당권과,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1998년 12월12일부터 30년간으로 하는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 후 A는 1999년 1월11일 피고 2(김해시)에게 1 토지를 기부채납하여 같은 해 2월24일 위 토지에 관하여 위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피고 1은 3 토지상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2000년 10월경 제1토지상에 폭 8m, 연장 89.50m의 아스팔트포장도로를 개설하고 위 토지와 이 사건 제2토지의 경계선상에 길이 89.50m, 높이 2~6m의 콘크리트옹벽을 설치하여 같은 해 11월3일 피고 김해시에게 포장부분과 옹벽을 기부채납하였다. 원고는 2001년 3월경 1, 2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8월30일 원고가 위 임의경매신청을 취하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1, 2를 상대로 하여 저당권 침해 및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저당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였으나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채무자 또는 물상보증인 소유의 토지에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토지에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는 지상권을 취득하면서 채무자 등으로 하여금 그 토지를 계속하여 점유, 사용토록 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그 경우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목적 토지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권 및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금융기관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 저당부동산에 대한 소유자 또는 제3자의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 Ⅱ. 評釋 1.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저당권과 그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 성립한 후에 저당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종래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저당권 실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주장되기도 하였으나 대상판결은 大判 2005. 4.29, 2005다3243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목적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킨 경우에도 저당권의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大判 2006. 1.27, 2003다58454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에게 저당권 실현 방해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대상 판결은 이를 명백히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우선 의미를 가진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는 지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부정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2. 판례의 동향 大決 2004. 3.29, 2003마1753은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지상권자로서는 제3자에 대하여 목적 토지 위에 건물을 축조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하였고 이 판결 이후에 선고된 大判 2008. 2.15, 2005다47205도 같은 취지이다. 이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설정된 지상권도 유효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판례에 대한 의문 그런데 과연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상권을 설정하는 것(이를 병존지상권 또는 담보지상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가능한가? 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물권이다(민법 279조). 따라서 이처럼 지상권의 대상인 토지 위에 지상물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의 본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건축물(Bauwerk)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상권(世襲建築權, Erbaurecht)의 본질적이고 강행법적인 내용이므로 건축물이 아닌 것을 위한 지상권은 성립할 수 없고, 건축물의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상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불능으로 된다고 한다(MunchKomm/von Oefele, 5. Aufl., ErbbauVO §1 Rdnr. 8; Staudinger/Ring, Bearbeitung 1994, §1 ErbbauVO Rdnr. 2). 그러므로 지상물을 소유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은 민법이 예정하고 있는 지상권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말로 한다면 위와 같은 내용의 지상권은 物權法定主義(민법 제185조)에 어긋난다. 법률이 인정하는 물권이라도 법률과는 다른 내용의 물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물권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것이다. 大判 2009. 3.26, 2009다228, 235는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에 속하는 사용·수익의 권능이 소유자에 의하여 대세적으로 유효하게 포기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결국 처분권능만이 남는 민법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의 소유권을 창출하는 것으로서, 물권법의 체계를 현저히 교란하게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저당권의 담보가치만을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한다면 이는 사용권은 없고 다만 방해배제만을 청구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지상권으로서 우리 민법이 알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이처럼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 확보인데 반하여 겉으로 드러난 계약 내용이나 그에 따른 지상권의 등기는 지상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 현실로 토지사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경솔히 허위표시라고 볼 것은 아니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상권설정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신청서에 지상권 설정의 목적을 기재해야 하는데(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이 때에는 소유의 대상인 공작물 또는 수목을 기재해야 하고 등기부에도 그러한 목적이 기재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 확보를 목적으로 하면서 신청서에는 공작물 또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허위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종래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던 것은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위 大判 2005. 4.29, 2005다3243이나 2006. 1.27, 2003다58454는 저당권 그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으므로 실제로도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을 인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4. 일본의 倂用賃借權 논의 이 문제에 관하여는 일본의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3년 개정 전의 일본 민법 395조는 단기임대차는 저당권의 등기 후에 등기되었더라도 저당권에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규정을 악용하여 저당권의 실행을 방해하기 위하여 단기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많았으므로, 저당권자는 저당권의 설정과 함께 저당권자를 예약권리자로 하여 채무불이행이 있으면 예약완결권을 행사하거나 또는 이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기한 임차권설정청구권 가등기를 한 다음 나중에 임차권의 본등기를 함으로써 사후에 설정된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日最判 1989(平元) 6.5.(民集 43-6-355)는 이러한 경우 예약완결권을 행사하여 임차권의 본등기를 마치더라도, 임차권으로서의 실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대항요건을 구비한 후순위의 단기임차권을 배제하는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다고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 비판하는 견해에서는 저당권 자체에 기하여 방해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병용임차권에 의한 단기임차권의 배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를 긍정하는 견해에서는 위와 같은 병용임차권의 설정은 탈법행위이거나 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하면서, 저당권의 보호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는 방법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후 最判(大) 1999(平成 11). 11.24.(民集 53-8-1899) 및 그 후의 판례가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를 인정함으로써 병용임차권에 관한 논의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2003년 개정 일본 민법은 위와 같은 단기임대차 제도 자체를 폐지하여 버렸다. 5.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고 지상권의 목적 토지를 점유, 사용함으로써 임료 상당의 이익이나 기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는 이 사건 지상권의 내용에는 토지를 점유·사용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방해배제청구권만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상권은 지상물의 소유를 위하여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지상권과는 다른 내용의 지상권을 창설하는 결과가 된다. 大判 1974. 11.12, 74다1150 판결은 지상권이 설정된 대지의 소유자는 그 소유권 행사에 제한을 받아 그 대지를 사용·수익할 수 없으므로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차임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와 지상권자 모두 불법점유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될 것이다. 위 판결에서도 지상권자가 은행이었던 점에 비추어 마찬가지로 저당목적물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지상권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사견으로서도 이 사건에서 원고가 지상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만, 그 이유는 대법원과는 달리 원고의 지상권 취득 자체가 무효라고 하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6. 결론 종래 판례는 법이 인정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의 물권을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판례는 당사자가 주로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전세권을 설정하였고, 그 설정과 동시에 목적물을 인도하지 아니한 경우라 하더라도 장차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전세권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하고(大判 1995. 2.10, 94다18508), 등기부상 채권자는 원래의 채권자 아닌 제3자로, 채무자는 실제의 채권자로 한 근저당권 설정등기도 유효하다고 한다(大判(全) 2001. 3.15, 99다48948). 그러나 물권은 제3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효력을 가지고 있고, 등기에 의한 공시도 이 때문에 요구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편의에 따라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목적으로 물권을 변칙적으로 설정하는 것을 만연히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이것이 물권법정주의의 정신이기도 하다.
2010-05-17
경원자관계에서의 제척사유해석, 재량권판단과 위임입법 한계
Ⅰ. 문제의 제기 2007. 7.7.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원고법인 산하 ○○대(이하 '원고'라고 함) 등 전국 41개 대학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로 약칭)예비인가신청을 했고 피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하 '피고'라 함)은 2008. 2.15. 25개 대학에 대해 예비인가를 하였다.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원고가 서울행정법원에 예비인가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 패소 후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이 사정판결로 항소기각하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파기환송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에 대한 로스쿨 인가거부처분의 위법여부에 관한 것이지만 전국 41개 신청대학간은 물론 원고와 같은 서울권역 소속 24개 대학도 상호경쟁관계이므로 실질상 경원자(競願者)소송이다. 경원자소송이란 다수인의 신청을 받아 그 일부에 대해서만 인·허가 등 수익적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 인·허가 등을 받지 못한 자가 인·허가처분에 대하여 다투는 항고소송이다. 우리 판례도 제3자효 행정행위에 대한 취소소송의 한 형태로 이를 인정하며 이 건에서와 같이 경원자관계에 있는 경우 각 경원자에 대한 인·허가 등이 배타적 관계에 있으므로 자신의 권익을 구제하기 위하여 타인에 대한 인·허가 등을 취소청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다(이 건은 타인에 대한 인·허가 취소청구는 아니었다). 이 판결은 로스쿨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 제10조의 당해심의와 관련하여 제13조 제척사유의 해석문제, 위임입법의 범위·한계의 일탈로 인한 위헌여부 및 지방균형발전을 고려한 인가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인한 위법여부 등에 관해 판단하고 있는 바, 실질상 경원자소송에서의 법적 판단의 적법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Ⅱ. 사실관계 원고는 2007. 10.30. 피고에게 입학정원 80명의 로스쿨 설치인가신청을 하였고 원고가 속한 서울권역(서울·경기·인천·강원)에서는 원고를 비롯한 24개 대학이 설치인가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인가처분에 앞서 전국을 고등법원 관할구역단위로 서울권, 대전권, 대구권, 부산권, 광주권으로 나누고 로스쿨 인가신청시 공고했던 인가심사기준(교육목표, 입학전형, 교육과정, 교원, 학생, 교육시설, 재정, 관련학위과정, 대학경쟁력 및 사회적 책무성 등 9개 영역, 66개 항목, 132개 세부항목, 총점 1,000점)에 의해 이화여대 ○○○, 서울대 ○○○, 경북대 ○○○, 전남대 ○○○ 교수 등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 4인 등 13명으로 구성된 법학교육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그 심의결과에 기해 2008. 2.4. 서울권은 서울의 ○○대 등 12개 대학, 경기도의 ○○대, 인천시의 ○○대, 강원도의 ○○대 등 15개 대학, 지방은 부산권 등 4개 권역 10개 대학에 총정원 2,000명을 배분, 40명 내지 150명의 로스쿨 예비인가처분를 하였고 원고 등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대학에게는 별도로 통지하지 않았다. Ⅲ. 대법원 판결요지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이고 원고의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는 바, 핵심적인 아래 쟁점에 대해서만 살펴본다. 1. 법 제13조(법학교육위원회 위원의 제척사유)는 "위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 1.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 제척규정에 따라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이 된 법학교수 또는 부교수(이하 '교수위원'이라 함)가 교수위원이 소속한 대학을 비롯한 신청대학 전부를 대상으로 예비인가대학과 그 정원을 심의·의결한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법학교육위원회 회의에 관여한 것은 자기가 속한 대학에 대한 관계에서 위 제척규정이 금지한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에 해당하여 위 제척규정에 위반되지만, 교수위원들의 소속대학이 아닌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제척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제15차 회의에 따라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제척사유가 있는 위원이 관여한 위법한 처분이 아니다. 2. 로스쿨의 설치인가 등에 있어서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인력의 양성을 위하여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 시행령 제5조가 위임입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며 3. 피고가 이 사건처분을 함에 있어 원고보다 평가점수가 불과 0.7점이 낮은 서울권역의 ○○대와 (34.9점이 부족한) ○○대에 대해 지역균형을 고려하여 인가를 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Ⅳ. 법률적 쟁점 1. 경원자관계에서의 제척사유의 엄격 해석 문제 이미 19세기에 영국에서는 보통법(Common Law)상 행정절차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심판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배제의 원칙과 '양 당사자에게서 들으라'는 쌍방청문의 원칙이 자연적 정의의 원칙(Principle of Natural Justice)으로서 법원에 의해 확립되었다(김도창, 일반행정법론(상), 1990, 489쪽).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이 원칙은 우리의 각종 절차법이나 심의위원회구성에 관한 자치규범에서 제척규정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우리 판례가 '제척원인이 있는 이해관계자는 당해 직무집행으로부터 제외되어야 하므로 제척원인이 있는 이해관계자가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징계심의는 절차에 있어서의 정의에 반하여 무효이다'라고 판시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대법원 1995. 4.28. 선고 94다 59882판결 등 참조). 법 제13조 제1호는 로스쿨 인가에 관련된 심사 및 평가기준을 만들고 그 심사기준에 의거해 인가신청대학에 대한 사실조사기능(서면심사 및 현지조사)을 하는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에 대해 "본인 또는 그 배우자가 심의대상 대학 또는 대학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재직하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심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인가심사 및 평가의 공정성·객관성을 담보하고 있다. 위 규정은 로스쿨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위원을 인가심사 및 평가업무 즉 '당해심의 관여'에서 배제케 하는 강행규정이다. 위 규정의 '당해심의'에 대해서는 법 제10조(법학교육위원회의 기능)가 '1.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에 관한 사항 2. 법학전문대학원의 폐지 및 변경인가에 관한 사항 3. 개별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에 관한 사항 4.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의 세부기준에 관한 사항 5. 그 밖에 법조인의 양성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법학교육에 관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부의하는 사항' 등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척사유있는 교수위원은 법 제10조에 열거한 '당해심의'의 직무집행에서 당연히 제척된다. 법 제10조와 제13조의 입법취지는 부득이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가 법학교육위원으로 위촉된 경우라도 소속 대학이 관련된 제10조 소정의 당해심의에서 제척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위반하여 당해심의에 관여하면 절차적(자연적) 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법규정 위반으로 위법하다. 피고는 당초 행정절차상 인가신청대학 소속 교수를 법학교육위원으로 위촉하지 말아야 했다(신청준비대학을 파악할 수 있었고 위촉위원의 전공·경력 등 면면을 보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교수위원 소속 대학에 대해 심판자가 되기 때문이다. 부득이 위원으로 위촉했다하더라도 법 제10조에 열거된 '당해심의'는 교수위원을 제척시키고 나머지 9명 위원들로 하게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교수위원 4명이 포함된 위원회에서 인가기준 등(법 제10조 제4호 위반)을 정하고 제15차 회의에서 예비인가 대학 25개를 선정하고(법 제10조 제1호 위반) 각 대학의 정원을 정하도록 했으며(동조 제3호 위반) 이에 기해 원고에게 이 건 처분을 하였다. 대법원은 교수위원들이 소속한 대학을 비롯한 신청대학 전부를 대상으로 예비인가대학선정과 그 정원을 심의·의결한 법학교육위원회 제15차 법학교육위원회 회의에 관여한 것은 자기가 속한 대학에 대한 관계에서 위 제척규정이 금지한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에 해당하여 위 제척규정에 위반되지만,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해심사에 관여한 것이 아니므로'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런 이유로 위 교수위원들이 인가를 위한 평가 및 심의에 관여한 것은 위 법상 제척사유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한 원심판단이 잘못되었다며 파기 환송하였다. 그러나 인가여부와 정원이 배정된 제15차 회의가 교수위원 소속대학에 대한 심의와 경원자관계인 원고 등 나머지 대학에 대한 심의가 분리되어 행해지지 않은 이상 교수위원이 소속대학과 원고가 대상인 '당해심의'에 관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법원은 교수위원 소속대학과 원고를 포함하여 이루어진 '당해심의'관여에 관한 제척사유에 대한 판단시 당해심의가 분리,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이를 분리시켜 교수위원들의 소속대학이 아닌 원고에 대한 심의는 위 제척규정에 위배하지 않았다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판단은 사회통념, 경험칙·논리칙에 반하며 실질상 경원자관계에서 제척사유의 엄격판단결여로 법리오해가 아닐 수 없다. 경원자관계는 이해상반관계로 상호 경쟁적·배제적이다. 교수위원들은 자기나 동료의 소속대학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하고 그 외 대학에 대해서는 박하게 평가할 개연성이 높다. 이 건과 같이 실질상 경원자소송에서 제척사유를 판단함에 있어 교수위원들이 원고소속 교수가 아니므로 원고에 대해서는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극히 좁게 판단할 이유가 없다. 대법원은 교수위원 소속대학이 대상이 된 '당해심의' 관여가 원고에 대해서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형식논리에 기한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해석은 법 제10조와 제13조의 연계적 문리해석상 문제가 있으며 경원자관계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척사유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해 온 기존판례에도 반한다. 2. 위임입법의 한계 및 재량권 일탈·남용부 등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명령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위임명령의 한계를 정한 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이미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재결 1999. 1.28. 97헌가8, 1998. 4.30. 96헌바70 등 참조). 로스쿨법 시행령 제5조는 "교육과학부장관은 법 제5조 및 제6조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 등에 있어서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규정은 대법원이 위임근거로 본 법 제5조와 제6조의 어디에서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새로 규정한 것으로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위헌적 규정이다. 대법원은 지역균형발전의 근거로 헌법 제120조 제2항과 제122조를 들고 있으나, 동규정들은 교육·인재양성과는 관계없는 국토와 자연자원(Natural Resources) 등 물적 자원의 균형개발·이용에 관한 경제질서규정이다(홍성방, 헌법학 3판, 984쪽). 또한 법 제1조, 제2조, 제6조를 지역균형발전을 규정한 시행령 제5조의 상위 근거규정으로 들고 있으나 법제정목적, 교육이념과 인가기준에 관한 것일 뿐 지역균형에 대해 '구체적으로 위임한 규정'이 아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법적용과 해석은 위임입법의 한계에 관해 엄격한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의 기존판결에도 배치된다. 2) 대법원은 상위법의 구체적 위임이 없음에도 '지역균형을 고려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을 인가하도록 규정한' 법시행령 제5조는 위헌이 아니고 동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았으며 지역균형을 이유로 원고와 경원자관계임에도 점수가 낮은 서울권역내 소외 ○○대, ○○대에 대한 인가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규정 및 위임입법에 관한 기존 판결과 실질상 경원자관계인 이 건에서 재량권행사의 범위가 매우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행정법관계의 법해석원리에도 반한다. Ⅴ. 결론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법리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로스쿨 총정원의 고정 등 정책적 문제로 인해 법리적 판단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개원한 판결시점에서 피고의 로스쿨 인가처분 전체를 무효화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공익적 이유에서 내린 원심의 사정판결의 당부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파기받은 원심과 이후의 상고심에서 충분히 검토되기를 기대해 본다.
2010-05-10
국제항공운송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과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
Ⅰ. 사안의 개요 피고(중국국제항공공사)는 한국에도 영업소를 둔 중국 법인으로 이 사건 항공기의 운송인이고, 한국인인 망 A, 그 자녀들인 망 B와 C('망인들')는 출발지를 베이징, 도착지를 부산으로 하는 항공운송계약을 피고와 체결하고 항공기에 탑승했다. 항공기는 2002. 4.15. 베이징을 출발하여 김해공항에 착륙 시도 중, 항공기의 꼬리부분에서 부는 바람(배풍)의 강도가 커서 선회비행 시 활주로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으면 즉시 이를 중단하고 고도를 높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선회비행을 계속하다가 김해공항 부근 돗대산 중턱에 부딪혀 추락했다. 망 A의 모이자 망 B와 C의 외조모인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망인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단독 상속인으로서 손해배상을 청구함과 동시에, 유족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각급 법원의 판단 1. 1심판결 1심판결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은 한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하여 항공여객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므로 국제사법(제32조)에 의하여 한국법이 적용된다. 또한 한국은 1967년 1월 '1929. 10.12.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바르샤바협약')을 개정하기 위한 의정서'('헤이그의정서')에 가입했으므로 바르샤바협약은 헤이그의정서에 의하여 개정된 내용대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개정협약'),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일반법인 민법에 대한 특별법으로 우선 적용되는데 중국도 바르샤바협약에 미가입한 채 헤이그의정서의 체약국이 되었고, 이 사건 항공운송계약은 헤이그의정서가 적용되는 국제항공운송이므로 이 사건에는 개정협약이 적용된다. 피고는 자신 및 그 고용인 또는 대리인들이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망인들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는, 개정협약(제22조 제1항)에 따른 책임제한(승객당 250,000 프랑스 골드프랑)을 주장하나, 사고경위에 비추어 기장 등의 행위는 '무모하게 그리고 손해가 아마 발생할 것이라는 인식으로써 행하여진 것'이므로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권리가 없다(제25조). 2. 원심판결 원심판결도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보았으나 개정협약은 언급하지 않았다. 3. 대법원판결 대법원판결은 준거법을 논의하지 않았다. 대법원판결은 항공기사고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 통상의 교통사고와 달리 위자료 산정에 있어 참작할 특수한 사정이 있음을 강조하고, 사실심 법원은 그 사정도 함께 참작하여 직권에 속하는 재량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해야 하는데, 원심은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 중 위자료에 관한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했다. 이는 원고의 청구를 불법행위로 성질결정하고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본 것이다. 준거법이 중국법이면 위자료 산정도 중국법에 의하는데 중국 최고법원의 해석에 따르면 사망자 본인의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서울고등법원 2009. 6.19. 선고 2006나30787 판결).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모두 한국법을 적용하여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이 결론은 정당화될 여지도 있지만 논거는 의문이다(논거가 없는 대법원판결 제외). 이하 ① 청구원인 ② 개정협약의 적용근거와 ③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위자료 등)와 범위의 준거법을 살펴본다. 2. 청구원인에 관한 논점 가. 청구원인 항공운송사고에서 피해자(또는 그 상속인)는 청구원인으로서 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선택적으로 주장할 수 있다. 다만 판결문상으로는 청구원인이 애매하다. 왜냐하면 1심판결과 원심판결은 "이 사건은 … 항공여객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사건"이라고 판시하고, 나아가 "… 피고는 위 운송계약상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 망인들 및 원고가 입은 손해를 …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으며, 원심판결은 결론에서 '불법행위일'이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다만 1심판결과 원심판결이 불법행위의 연결원칙을 정한 국제사법 제32조만을 언급하므로 불법행위책임을 다룬 것으로 보이고, '항공기사고로 인한 불법행위의 경우'라는 설시를 보면 대법원판결도 같다. 계약관계가 없는 원고가 유족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근거는 불법행위책임이다. 나. 청구원인과 준거법 국제사법상 청구원인은 준거법 결정 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32조에 의해, 계약의 준거법은 제25조에 의해 결정된다. 양자의 준거법이 다르면 청구권경합 여부의 판단이 어렵다. 1심판결과 원심판결이 채무불이행책임에도 제32조가 적용되는 듯이 설시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책임을 묻든 이는 개정협약이 정한 조건 및 제한 하에서만 허용되므로(제24조 제1항. 대법원 1986. 7.22. 선고 82다카1372 판결), 준거법 결정의 실익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개정협약이 손해배상책임의 모든 측면을 규율하는 것은 아니고, 아래에서 보듯이 승객의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을 규율하지 않으므로 그의 준거법 결정은 실익이 있는데 이는 계약책임인가 불법행위책임인가에 따라 다르다(개정협약 제17조는 독자적 청구기초를 창설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3. 개정협약 적용의 근거 조약의 적용범위를 정한 규정은 조약의 적용범위를 정함과 동시에, 법정지 국제사법에 대한 특칙이다. 그 한도 내에서는 조약이 국제사법에 우선한다. 즉 어떤 항공운송계약이 개정협약이 규율하는 국제항공운송계약에 해당되면 우리 국제사법의 연결원칙에 우선하여 개정협약이 적용된다. 이 사건에 개정협약이 적용되는 것은 그 요건이 구비되기 때문이지 불법행위(또는 계약)의 준거법이 한국법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1심판결(원심판결과 대법원판결은 아님)은 준거법이 한국법이라고 본 뒤 이어서 개정협약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혹시 준거법이 한국법이면 한국이 가입한 조약이 적용되고, 준거법이 외국법이면 그 외국이 가입한 조약이 적용된다고 본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이 사건에서 한중 모두 개정협약의 당사국이므로 실익은 없다). 왜냐하면 과거 개정협약에 가입한 한국과 바르샤바협약에 가입한 미국 간 국제항공운송에 개정협약을 적용한 대법원 판례(위 대법원 82다카1372 판결 등)의 이론적 근거로서 그런 견해가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한국법이 준거법인 경우 한국이 가입한 조약이 국내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적용되자면 그것이 조약의 적용범위에 속할 것이 전제되기 때문이다(다만 이는 1999년 3월 미국에서 몬트리올 추가의정서(No. 4)의 발효로 해소되었다). 4. 항공운송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 국제사법(제32조)상 불법행위의 준거법은 불법행위의 요건과 효과를 규율한다. 그에는 불법행위능력, 위법성, 인과관계, 귀책사유, 손해배상청구권자, 청구권의 양도가능성과 상속가능성, 손해배상의 방법, 종류, 범위, 금액과 금지청구권 등이 포함된다. 가. 개정협약의 규정 바르샤바협약은(개정협약도) 국제항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모든 측면을 규율하지는 않는다(제21조, 제22조 제1항, 제25조과 제28조 제2항은 법정지법에 의할 사항을 명시한다). 다만 제24조 제2항의 해석은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제18조 및 제19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는, 책임에 관한 소는 명의의 여하를 불문하고 본 협약에 정하여진 조건 및 제한 하에서만 제기할 수 있고"(제24조 제1항), "전항의 규정은 제17조에 정하여진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소를 제기하는 권리를 가진 자의 결정 및 이러한 자가 각자 가지는 권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제2항) 때문이다. 즉 바르샤바협약은(개정협약도)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상해로 인한 손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자와 손해배상의 종류, 범위 등을 규율하지 않는데, 이는 항공사에 대해 누가, 어떤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지는지는 규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규정한 이유는 1929년 당시 많은 국가에서, 특히 영미법계국가에서 승객 사망 시 손해배상규칙이 발전하지 못했고 있더라도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나. 개정협약상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의 준거법 따라서 개정협약상 승객의 사망 또는 신체상해를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를 하는 경우 위 사항들(이 사건에서 망인들과 원고의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의 준거법이 문제된다. 그것이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은 널리 승인되나 법정지법이 국제사법인지 실질법(민법 등)인지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있다. ①설(법정지 국제사법설): 이는 법정지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협약이 없었더라면 적용되었을 준거법에 의한다. 법정지가 한국이면 불법행위의 연결원칙을 정한 국제사법(제32조)에 의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지도적인 Zicherman v. Korean Air Lines 사건 판결(516 U.S. 217, 229 (1996))은 이를 명시했고 동경지재 1997. 7.16. 판결도 같다(양자는 결국 자국법을 적용했다). 양자는 1983. 9.1. 자행된 구 소련의 야만적인 KAL 007기 격추에 기초한 사건이었다. 그 논거는 개정협약은 일부규칙만의 통일을 의도하는 점과,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은 실무상 중요하므로 ②설을 취할 의도라면 제24조 제2항에서 그를 명시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다. ②설을 따르면 법정지와 사건 간의 관련성이 희박할 수 있고 법정지쇼핑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②설(법정지 실질법설): ②설의 논거는, 국제항공운송계약에 대해 국제사법에 의해 결정된 준거법을 적용하는 데 따른 법적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국제적 통일규범을 제정하려는 바르샤바협약의 근본목적에 있다(Mankiewicz). 이는 제24조 제2항이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을 묵시적으로 법정지법에 회부했다고 본다(독일은 바르샤바협약시행법률(DGWB) 제1조에서 독일 항공운송법을 적용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했고 영국도 같다). 이는 법적용이 쉽고, 동일 법정지에 제소된 사건에 동일한 실질법을 적용하는 장점이 있다. 별 논의는 없지만 한국에도 ②설이 있고(김두환, 김종복), 1989년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부근 KAL기 추락사고에서 서울민사지법 1993. 1. 15. 선고 91가합55778 판결도 ②설을 취한 것 같다. 생각건대 개정협약의 취지상 ②설이 옳아야겠지만 문언상 ①설이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개정협약이 연결원칙을 두지 않으면 일반원칙에 의해야 한다. 문제는 ①설의 경우 망인들(원고는 아님)의 손해배상청구를 계약책임에 종속적으로 연결할지(국제사법 제32조 제3항) 여부이다. 특정국가의 법이 운송계약의 준거법이면 종속적 연결을 하겠지만, 계약이 분열되어 일부는 특정국가의 법에, 다른 일부는 조약에 따를 경우 긍정설(①-1)과 부정설(①-2)이 가능하다. ①설의 경우 준거법이 외국법이면 반정(renvoi)이 문제되나 종속적 연결 시 이는 배제된다. 이 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준거법을 다투지 않았다면 준거법의 사후적 합의(국제사법 제33조)를 인정할 수도 있다. 입법론으로는 독일식 해결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피해자가 계약책임을 묻는다면 손해배상청구권자와 그 권리의 내용은 계약의 준거법에 의한다. 2007년 12월 한국에서 발효된 1999년 몬트리올협약(제29조)은 개정협약(제24조)을 수정하여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에 몬트리올협약이 적용되고 제24조 제2항의 예외가 수화물 및 화물손해에도 적용됨을 명시하고, 징벌배상을 배제하나(개정협약상 징벌배상을 배제하는 견해가 유력하다), 위 쟁점은 몬트리올협약에서도 여전히 문제된다. 어느 견해든 법정지가 중요하므로 국제재판관할을 정한 개정협약(제28조 제1항)을 주목해야 하는데 몬트리올협약(제33조)은 제5관할을 추가했다. 다. 대상판결의 태도 대상판결은 모두 한국법을 적용하였으므로 결론은 ②설과 같다. 하지만 대상판결(대법원판결 제외)은 불법행위지법으로서 한국법을 적용했으므로 ②설은 아니고, 오히려 우리 국제사법을 적용한 점에서 ①설처럼 보이나 종속적 연결을 외면한 점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대상판결의 결론은 ①설을 따르면서 국제조약이 적용되는 사안에서 종속적 연결을 배척하고 행위지법원칙을 적용한 것(①-2)과 같지만 대상판결이 이런 논리에 입각한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이런 태도는 위 서울민사지법 1993년 판결과는 다르다. 만일 종속적 연결을 긍정하면(①-1) 운송계약의 준거법과 불법행위의 준거법도 중국법일 수도 있다. 5. 맺음말 1심판결은 불법행위의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본 뒤 개정협약을 적용했고, 대상판결은 모두 제24조 제2항을 외면했다. 그러나 개정협약을 적용한 뒤, 제24조 제2항의 해석상 손해배상청구권자, 손해배상의 종류와 범위에 대해 불법행위지법(아니면 법정지 실질법)인 한국법을 적용하되, 전자라면 종속적 연결을 검토했어야 한다(계약책임을 물었다면 그 준거법에 따랐어야 한다). 제24조 제2항의 의미는 우리 법원이 벌써 정리했어야 마땅한 쟁점이다. 1983년 KAL 007기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지도적 판결과 일본의 하급심판결이 나왔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하급심판결(서울고등법원 1998. 8. 27. 선고 96나37321 판결 등)은 있었지만 위 쟁점은 무시되었다. 이는 우리 법률가의 국제조약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국제사법적 사고의 빈곤에 기인한다. 우리 항공사들은 세계 유수의 항공사로 성장했건만 우리 법률가는 대부분 여전히 국내법에 매몰되어 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2010-02-08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멕시코 소재 A회사로부터 '코로나 엑스트라' 및 '네그라 모델로' 상표가 부착된 맥주를 수입하면서 이 사건 상표에 대한 사용권자인 싱가포르 소재 B회사와 상표에 대한 사용계약을 체결하였는 바, 상표사용 로열티를 수입액에 비례하여 B회사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2001. 8.14.부터 2003. 5.22.까지 이 사건 상표가 부탁된 맥주를 수입하면서 수원세관장에게 총 217건의 수입신고를 하여 수리되었는데, 서울세관장은 2004. 8.20. 원고가 B회사에 지급한 로열티를 누락한 채 수입가격을 신고함으로써 그에 대한 관세를 포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를 형사 고발함과 아울러 수원세관장에게 세액경정의뢰를 하였다. 위 세액경정의뢰에 따라 수원세관장은 2004. 8.27. 원고에게 합계 3,628,838,430원을 경정고지할 예정이라는 취지의 과세전 통지를 하였으며, 원고는 2004. 8.30.에서 2004. 9.1.에 걸쳐 합계 3,326,439,160원을 수원세관장에게 수정신고하고 납부하였다. 2. 원고에 대한 관세법위반 형사사건과 관련하여 1심 법원은 "원고가 지급한 로열티가 수입물품과 관련되는 것이라거나 그 거래조건으로 지급되는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1심법원의 판단은 항소심 및 상고심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다(大判 2006. 4.28, 2005도7559). 3. 한편 원고는 2005. 2.14. 이 사건 수정신고 중 로열티 지급 관련 부분 1,303,430,440원이 착오로 납부되었음을 이유로 수원세관장에게 세액감액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거부되었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제기한 국세심판에서 국세심판원은 2007. 4.16. ① 원고가 수입신고한 217건 중 19건의 수입신고에 대해서는 위 대법원판결에 따라 로열티가 과세가격에 포함되지 않음을 이유로 경정청구 거부처분을 취소하였으나, ② 경정청구기간이 경과한 나머지 198건의 수입신고에 대해서는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수원세관장은 2007. 5.25. 국세심판원의 위 경정청구 거부처분 일부 취소결정에 따라 원고의 수입신고 중 19건에 대하여 관세 등 합계 175,856,160원을 경정하였고 경정처분에 대한 후속조치로 2007. 6.4. 원고에게 합계 198,900,670원을 환급하였다. 4. 원고는 위 경정청구와는 별도로 2005. 10.27. 로열티 관련 세액을 착오로 납부하였음을 이유로 수원세관장에게 세액환급을 신청하였는데 수원세관장은 2005. 10.28. 원고에게 환급청구권이 없음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5. 12.8. 위 과오납금 환급 거부처분에 대하여 국세심판을 청구하였으나 국세심판원은 2007. 4.16. 수입신고 중 198건에 대하여 오납 및 과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과오납한 1,127,574,280원 및 이에 대한 환급가산금으로서 2004. 8,3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소송경과 일심법원은 원고의 이 사건 수정신고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이 사건 수정신고에 따라 원고가 납부한 3,326,439,160원 중 로열티 관련 납부액인 1,303,430,440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위 금원 중 피고가 환급하지 않은 잔액 1,127,574,280원 및 그 중 2004. 8.31.까지 수정신고·납부된 합계 1,116,027,790원에 대해서는 2004. 8.31.부터, 2004. 9.1. 수정·신고납부된 11,546,490원에 대해서는 2004. 9.1.부터, 각 소장송달일인 2007. 7.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수정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무효라는 1심법원의 판결을 유지하였다. 한편 항소심에서 피고는 관세 및 주세 등 내국세의 각 환급기산일은 관세법 및 국세기본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과오납한 날의 다음날일 2004. 9.2. 이고, 환급이자의 이자율 역시 관세법과 국세기본법이 정한 이자율에 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항소심은 국세기본법 또는 관세법 소정의 국세환급금 및 국세가산금결정에 관한 규정은 단순한 내부적 사무처리절차에 관한 규정으로(大判 1989. 6.15, 88누6436) 사법상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하였는 바, 대법원은 이 사건 원고의 수정신고가 당연무효에 해당한다는 원심법원의 판결에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환급가산금의 기산일 및 환금가삼금의 이자율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Ⅲ. 大法院判決의 要旨 조세환급금은 조세채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거나 그 후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 성질을 가진다. 이 때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대한 세법상의 규정은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748조에 대하여 특칙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으므로 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규정에서 정한 기간일과 비율에 의하여 확정된다. 관련 법령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2004. 9.1. 이 사건 환급대상인 국세 및 관세를 납부하고, 2005. 10.27. 그 환급신청을 한 사실, 국세 및 관세의 환급가산금 기산일은 각 납부일 다음날이며, 위 신청일까지의 가산금률은 관세의 경우 2004. 9.2부터 위 2005. 10.27.까지의 기간에 관해서는 1일 0.012%이고, 국세의 경우 2004. 9.2.부터 2004. 10.14.까지는 1일 0.012 %, 2004. 10.15일부터 2005. 10.27.까지는 1일 0. 01 %인 것을 알 수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환급금에 대하여 이 사건 법정 이자기간동안에 대해서는 위 각 가산금률을 적용한 가산금을, 그 다음날 부터는 원고의 선택에 따라 가산금 또는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고는 법적 성격을 명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환급금에 대한 부대청구로 2004. 8.31.부터 소장부분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전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정이자기간에 대하여 구하는 위 5%의 비율은 위에서 인정된 그 기간 동안의 가산금(1일 0.012% = 연 약 4. 38%, 1일 0. 01% = 연 약 3. 65%)을 초과함이 계산상 명백한 바, 그렇다면 원고의 위 부대청구는 이 사건 법정이자기간에 대해서는 세법상의 환급가산금을 구하는 취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또한 그 다음날부터는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취지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결국 원심인 이 사건 법정이자 기산일전인 2004. 8.31. 또는 2004. 9.1.부터 이 사건 법정이자만료일인 2005. 10.27.일까지 연 5%의 금전지급을 명한 원심은 환급가산금 또는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評釋 위 사건에서는 첫째, 원고의 수정신고가 무효에 해당하여 원고가 납부한 세액 중 로열티 지급과 관련된 부분 전부가 부당이득이 되어 환급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둘째, 환급가산금의 기산일 및 환급이자율은 민법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같이 원고가 신고·납부한 날 및 민법 379조에 의한 법정이자율을 따라야 할 것인지가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 1. 원고의 수정신고가 무효인지 여부 私人의 공법행위인 신고에 대하여 행정행위의 하자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으나 신고납부방식의 조세의 경우 원칙적으로 신고행위에 의하여 납세의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납세의무의 이행으로 하기 때문에 납세자의 신고행위는 과세부과처분에 유사한 것으로 보아 행정행위의 하자의 법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大判 2009. 4.23, 2009다5001 ; 2006. 9.8. 2005두14394).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심 및 원심법원의 판결과 같이 ① 서울세관장의 형사고발 및 수원세관장의 과세전 통지를 받고 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행하여진 점, ② 원고가 이 사건 수정신고 후 각종 구제절차에서 수정신고의 하자를 적극적으로 주장한 점, ③ 수정신고의 하자에 관하여 달리 원고를 구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정신고는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지배적인 중대·명백설에 비추어 볼 때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조세환급가산금의 기산일과 이자율에 있어서 민법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국가가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부당이득에 해당하고 환급가산금은 그 부당이득에 대한 법정이자로서 성질을 가진다고 판시하고, 이 때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관한 세법상의 규정은 부당이득에 관한 민법 748조에 대한 특칙으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세법규정에서 정한 기간일과 비율에 의하여 확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입장은 국세기본법상 국세환급금 및 국세가산금결정에 관한 규정을 단순한 내부적 사무처리절차로 본 종전 입장(大判 1989. 6.15. 88누6436)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지금까지 다수설에서 주장하여 온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구별되는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에 대한 재고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종래 다수설은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적인 성격을 강조하고 동 청구권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그 성립요건과 반환범위에서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고, 그 소송절차도 당사자소송으로 할 것을 주장하여 왔다.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한 법규정은 법질서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원칙의 표현에 해당하며, 이러한 법원칙은 공법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근거가 된다(H. Weber, JuS 1986. S. 29). 그러나 실무에서는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을 부인하고, 일관되게 행정법관계에서 발생되는 부당이득을 민법상의 부당이득으로 다루고 그 소송절차도 민사소송으로 처리하여 왔다. 비록 위 판결에서도 환급가산금의 내용에 대하여 민법 748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세법상의 규정들을 적용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들 규정들이 민법 748조의 특칙이라는 입장에 근거한 것이지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고유성에 입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칙규정이 없는 타의 공과금(예 : 과징금 및 기타 부담금 등)에 있어서 이들이 법적 근거없이 징수된 경우에는 민법 748조가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는가? 또한 개인이 국가로부터 부당이득(예 : 연금 및 보조금 등의 과오수령 등)을 취한 경우에도 민법 748조가 적용되어야 하는가? 만일 공법상의 부당이득청구권의 독자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그 성립요건은 민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3.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독자성이 주장되는 가장 중요한 논거는 행정법관계는 사익상호간의 이익을 조정하는 사법관계와는 달리 공익이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그 성립요건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국가가 위법한 공과금부과처분에 의하여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경우에 공과금부과처분이 중대·명백한 하자로 무효가 아닌 한 공정력에 의하여 행정청이나 법원에 의하여 취소되기 전까지는 법률상 원인이 되기 때문에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개인이 국가로부터 위법한 보조금지급결정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 있어서도 현저한 차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국가가 개인으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하는 경우에 민법 748조의 직접적 또는 유추적용은 학설에 의하여 부인되어 왔다(鄭夏重, 行政法槪論, 586면). 국가 등 행정주체는 행정의 법률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엄격한 재정법의 기속에 따라 재정을 관리해야 하며, 잉여금은 채무의 변제 및 여타의 재정수요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하여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재정적 지위를 갖고 있는 행정주체가 제748조를 유추적용하여 善意의 수익자임을 주장한다면 원상회복적 정의를 목적으로 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의미는 전적으로 상실되고 말 것이다. 이에 따라 위 대법원 판결에서 국세징수에 의한 조세환급가산금의 산정에 있어서 국가의 악의·선의를 불문하고 관련법령에서 정한 이자율로 계산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과징금이나 여타의 공과금에 있어서 부당이득의 반환범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악의·선의에 불문하고 민법 379조에 의한 법정이자율에 의하여 가산금을 산정하여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수익자가 개인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민법 제748조가 유추 또는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 학설은 이와 관련하여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신뢰보호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鄭夏重, 行政法槪論, 586면). 구체적인 경우에 개인이 국가의 수익처분의 적법성과 존속을 신뢰하고 이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수익처분에 의하여 획득한 이득을 소비한 경우에는 국가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배제된다. 즉 국가의 위법한 보조금지급결정이나 연금결정에 의하여 수익을 얻은 개인이 이들 결정의 적법성과 존속을 신뢰한 경우에는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의 제한의 법리에 의하여 행정주체의 결정은 계속 존속하여 개인의 수익에 대한 법률상 원인이 되는 것이다. 비록 개인의 이득이 현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이에 대하여 신뢰를 하고 기대가능하지 않은 손실없이는 더 이상 반환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분을 한 경우에는 그러한 이득은 반환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면 수익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보호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이득이 성립되어 법정이자율에 의한 이자를 붙여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무부 행정소송법안에는 명문으로 공법상 부당이득반한청구권을 당사자소송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사법상 부당이득청구권과 구별되는 고유한 제도로서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조세환급가산금은 수익자인 국가의 선의·악의에 불문하고 그 가산금에 관한 각 규정에서 정한 기산일과 비율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대법원판례는 이들 규정이 단순히 민법 748조의 특칙으로 보는 것을 넘어서서 고유한 공법상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인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10-01-07
계약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서 의무이행지와 실질적 관련
Ⅰ. 사안의 개요 한국 회사인 원고가 일본 회사인 피고에게 러시아에서 선적한 냉동청어를 중국에서 인도하기로 하고, 대금은 선적 당시의 임시검품 결과에 따라 임시로 정하여 지급하되 인도지에서 최종검품을 하여 최종가격을 정한 후 임시가격과의 차액을 정산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피고가 정산금을 미지급하자 원고는 정산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적정 매매대금을 초과하여 지급했으므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이에 앞서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중국에서 제소했으나 소가 각하되었다. Ⅱ. 원심판결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2006. 10.11. 선고 2006나2049(본소), 2006나2056(반소) 판결)은 과거 대법원판결의 추상적 법률론을 따라 “… 국내의 재판관할을 인정할지 여부는 …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결국 …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고, …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위 규정에 의한 재판적이 국내에 있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재판관할권이 있다”는 취지로 설시하고, 원고인 한국회사의 주소지가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라고 보아 민사소송법 제8조를 근거로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했다. 놀랍게도 원심판결과 1심판결은 국제사법의 개정을 몰랐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중국에서 이 사건 청어에 대하여 최종검품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및 그 결과가 무엇인지가 주로 문제되므로 분쟁이 된 사안과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로서 최종 검품 예정지였던 중국 법원이나 …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제기한 소가 각하된 점, 청어에 포함된 성자(成子)의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인 청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가 청어를 인도받고 처분한 시점으로부터 약 5년이 경과하여 이제 와서 한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부정한다면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도외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점, 피고가 반소를 제기했으므로 원·피고 사이의 분쟁을 종국적으로 일거에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점, 원고가 한국에서 관련 서류를 팩스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한국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에도 당사자 또는 분쟁이 된 사안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는 근거로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민사소송법 제8조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이행지의 관할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설시는 하지 않았다. Ⅳ. 연구 1. 문제의 제기 섭외사법 하의 과거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청구의 기초가 되는 의무, 즉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인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도메인이름에 관한 대법원 2005. 1.27. 선고 2002다59788 판결을 인용하면서, 계약사건의 의무이행지관할에 관한 별다른 설시 없이 실질적 관련을 기초로 위와 같이 판시했다. 대상판결은 판례공보에 게재되지 않았는데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에 대해 간단히 논평한다. 2. 국제사법 하의 국제재판관할규칙 섭외사법 하에서 국제재판관할의 배분에 관하여는 逆推知說, 관할배분설과 수정역추지설 등이 있었으나 2001년 7월 개정 국제사법이 시행됨으로써 학설 대립은 의미를 상실했고, 이제는 국제사법에 따라 精緻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 한다. 국제사법은 소송원인인 분쟁이 된 사안 또는 당사자가 법정지인 한국과 ‘실질적 관련’을 가지는 경우 우리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고, 국제재판관할 배분의 이념과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실질적 관련의 유무를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한다(제2조 제1항). 실질적 관련은 국제재판관할을 결정하는 궁극적 잣대로서 기능하는 매우 탄력적인 개념이다. 국제재판관할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원은 민사소송법의 토지관할규정 등 국내법의 관할규정을 참작해야 하나, 재판적에 관한 규정은 국내적 관점에서 제정된 것이므로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제2조 제2항). 따라서 과거 판례가 발전시킨, 토지관할규칙을 기초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하는 접근방법은 상당부분 유지될 수 있으나, 일단 「국제재판관할규칙=토지관할규정」이라고 보고 그 결론이 부당한 경우 특별한 사정을 근거로 결론을 뒤집을 것이 아니라 국제재판관할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올바른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토지관할규칙을 ①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없는 것, ② 곧바로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있는 것과 ③ 적절히 수정함으로써 국제재판관할규칙으로 삼을 수 있는 것으로 분류하고, ③의 유형을 어떻게 수정할지를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④ 토지관할규칙이 망라적이지 않으므로 그 밖의 국제재판관할의 근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물론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3.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지에 기초한 국제재판관할-종래의 논의 특별재판적을 정한 민사소송법 제8조에 따르면 재산권에 관한 소는 의무이행지의 법원에 제기할 수 있다. 대법원 1972. 4.20. 선고 72다248 판결은 섭외사법을 적용하여 문제된 국제계약의 객관적 준거법을 일본법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의무이행지를 결정한 뒤 구 민사소송법 제6조(민사소송법 제8조에 상응)를 적용하여 의무이행지인 한국의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했다. 문면상으로는 ‘재산권에 관한 소’에 법정채권에 관한 소도 포함되나, 그 경우까지 의무이행지관할을 인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학설은 이를 채권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채무에 한정한다. 요컨대 제8조는 위 ③의 유형에 속하는 토지관할규칙인데 이를 국제재판관할규칙화함에 있어서는 적절한 수정이 필요하다. 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 종래 학설은 제8조의 의무는 계약관계를 특징지우는 의무가 아니라 ‘청구의 기초가 된 계약상 의무’라고 본다. 이에 따르면 의무이행지에 관한 합의가 없는 한, 누가 어느 의무에 기하여 제소하는가에 따라 관할법원이 다르게 되어 한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분쟁의 관할을 집중할 수 없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브뤼셀Ⅰ규정(제5조 제1호)은 특징적 급부의무에 착안하여, 물품매매계약과 용역제공계약의 경우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에 관계없이 통일적인 이행지를 규정하나, 다른 유형의 계약에 관하여는 여전히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에 착안한다. 나아가 1999년 헤이그 예비초안(제6조)은 브뤼셀Ⅰ규정과 유사하나 매매계약, 용역제공계약과 양자의 혼합계약에 관하여만 의무이행지관할을 인정한다. 나. 이행지의 결정 민사소송법 제8조를 참작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정하자면 의무의 ‘이행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당사자가 이행지를 합의하지 않은 경우인데, 이행지를 결정함에 있어서 종래 ① ‘저촉법을 통한 우회공식’을 따르는 견해와 ② 국제민사소송법 독자의 관점에서 이행지를 결정하는 견해가 있다. 전자는 국제사법에 의하여 결정되는 준거실체법상의 의무이행지에 착안하고, 후자는 절차법적 이익에 봉사하는 통일된 절차법적 이행지 개념을 도입한다. 위 대법원 1972년 판결은 우리 섭외사법에 따라 지정된 계약의 준거법을 정하고 그에 의하여 채무의 이행지를 결정함으로써 ①설을 따랐으나 학설은 ②설이 유력하다. ②설의 문제점은 절차법적 이행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첫째, 대상판결은 종래 학설 및 1972년 대법원판결과 같은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의 이행지에 착안하는 형태의 의무이행지관할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둘째, 대상판결은 가장 실질적 관련이 있는 법원은 청어의 인도지이자 최종 검품 예정지인 중국 법원이라고 보았는데, 이는 청구의 기초가 된 정산금지급의무가 아니라 계약의 특징적 급부의무를 중시한 점에서 종래 학설 및 1972년 대법원판결과 다르고, 결과적으로 브뤼셀Ⅰ규정 및 헤이그 예비초안과 유사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특징적 급부의무에 착안한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 관련의 판단과정에서 그런 결론에 이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셋째, 대상판결이 의무이행지관할규칙과 결별하고 실질적 관련만에 기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인지도 애매하다. 대상판결이 원고가 정산금을 송금받기로 한 곳이 한국임을 언급하므로 청구의 기초가 된 의무이행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타 제사정도 고려하면서 실질적 관련에 기하여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였다. 의무이행지관할의 정당성에 대하여는 비판이 있고, 미국에서는 계약사건에서 의무이행지라는 이유만으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하는 대신 적법절차의 맥락에서 법정지와의 어떤 접촉이 특별관할권을 정당화하는가에 관하여 다양한 판결이 있는데(Born/ Rutledge, International Civil Litigation in United States Courts (2006), p.151 이하), 대상판결은 여러 접촉(contacts)을 고려한 점에서 미국 판결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국제사법 제2조 하에서 우리가 미국식 접근방법을 따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실 국내관할규정에 대한 고려없이 실질적 관련을 근거로 국제재판관할을 인정한 것은 도메인이름에 관한 위 2005년 대법원판결에서 비롯되었으나, 필자는 그것은 도메인이름의 특수성과, 결과발생지 결정의 어려움에 기인한 것으로 선해했다. 하지만 전형적인 계약사건인 이 사건에서 대상판결의 설시는 수긍하기 어렵다. 브뤼셀Ⅰ규정(제5조 제1호)과 일본 국제재판관할연구회의 2009년 7월 중간시안(제2의 1)은 의무이행지관할규칙을 유지하는데, 대상판결이 이를 배척할 의도라면 그 취지와 근거를 밝혀야 했다. 대상판결은 제사정을 열거하고 한국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는 결론만을 내렸을 뿐이고, 1972년 대법원판결 및 국제사법 제2조(특히 제2항)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어떤 논리적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제시하지 않는데 이는 유감이다. 국제사법상 법원은 국내관할규정을 참작해야 하므로 대상판결이 실질적 관련을 판단함에 있어서 대금지급의무의 이행지에 좀더 비중을 두고, 기타 사정을 부수적으로 설시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대법원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아직 입장이 정리된 것 같지는 않다. 섭외사법 하에서 토지관할규칙에 지나치게 구속되었던 대법원이 이제는 거꾸로 토지관할규칙을 과도하게 무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국제사법 제2조가 개방적인 일반조항이지만, 법원이 이것을 恣意的 判斷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남용해서는 아니 된다. 법원은 제2조에 따라 우선 토지관할규칙 등 국내관할규정을 참작하여 精緻한 국제재판관할규칙을 정립해야지, 단지 다양한 사정을 열거하고 법원이 원하는 결론을 내리는 것, 즉 실질적 관련을 법원의 恣意的 結論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제2조에도 반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앞으로는 아무쪼록 대법원이 제2조에 충실한 접근방법을 취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2009-11-12
이익소각계약의 해제시 원상회복 방법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의 2대주주인 을, 병은 을의 지분을 이익소각하는 방식으로 을의 출자를 환급하여 주기로 합의하고 갑 주식회사, 을, 병 및 그 관계회사들이 당사자가 되어 이익소각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위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갑 주식회사는 이익소각절차를 밟았고 을은 자신의 지분 중 60% 가량을 소각하였다. 다. 그러나 갑 주식회사는 위 소각에 대한 소각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던 중 그 이행을 지체하였고 을은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위 소각대금잔금의 지급을 최고한 후 위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하고 원상회복으로서 소각된 주식의 재발행(신주발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요지 가. 을이 소로써 구하는 신주발행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갑 주식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함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을에게 원상회복 방법으로 위와 같이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갑 주식회사 정관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나. 을은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신주를 발행한다고 하여 실질적으로 신주인수권이 침해되는 주주가 없다고 주장하나, 주주 의결권 행사의 자유, 주식 양도 자유와 그 행사 가능성을 고려하면 을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나머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주식회사의 실질을 가지지 못할 정도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 을이 청구하는 신주발행의 취지를 갑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이를 을에게 이전하는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자기주식취득 역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의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을의 위 주장도 이유없다. 3. 사건의 경과 을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9. 3.12. 대상 판결을 확정하는 내용의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10399 판결). 4. 평석 가. 문제의 소재 대상 판결에서는 ① 이 사건 이익소각계약을 해제할 경우 이미 소각된 주식의 원상회복방법은 무엇인지 여부와 ② 만일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다면 이는 상법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이익소각계약 해제시의 원상회복방법 대상 판결은 이익소각계약에 따라 이익소각이 이루어진 뒤에 위 계약이 해제된 경우의 원상회복방법으로서 신주의 발행과 자기주식의 취득을 검토하고 있다. 신주의 발행은 을이 청구취지로서 주장하였던 것이고, 자기주식의 취득은 을이 청구취지에 추가하기 위하여 변론재개를 신청하였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사유로서 대상 판결은 청구취지에 자기주식의 취득에 의한 원상회복주장도 포함된 것으로 볼 경우의 판단도 덧붙이고 있다. 다. 원상회복을 위한 신주인수권 부여 대상 판결에서 을에 대한 원상회복을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한다면 이는 제3자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문제가 된다. 상법 제418조는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적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상법 제418조는 강행규정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상법 제418조에 의하면 주식회사는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으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이어야 한다.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을 ‘경영상 목적’에 포섭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이다. 아직까지 ‘경영상 목적’의 범위에 관하여 판시한 판례는 발견하기 어려우나 학설상으로는 외국자본의 도입, 전후방 연계시장의 확보 등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고 주주배정에 의해서는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들고 있다(이철송, 「회사법강의」, 제15판, 박영사, 2008, 709면). 대상 판결의 경우 이익소각계약의 목적이 본래 주주간의 지분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이 문제로 된 것이므로 이를 위하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행위를 ‘경영상 목적’에 기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또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기 위하여는 이에 관한 사항이 정관에 규정되어 있어야 하지만 대상 판결의 경우 정관의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을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418조에 반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라.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 대상 판결은 원상회복을 위한 자기주식취득과 관련하여서도 상법 제341조에 규정된 자기주식취득의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시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를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을에 대한 의무이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의 계산이란 주식의 취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즉 손익이 자기에게 귀속된다는 의미인데 주식취득을 위한 비용은 갑이 지출해야 할 것이므로 손실이 갑에게 귀속됨은 분명하다. 따라서 갑이 원상회복을 위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한다면 이는 자기의 계산에 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강행법규인 상법 제341조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마.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의 관계 그러나, 대상 판결의 경우 각각의 개별규정을 떠나서 좀더 넓은 시야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을 이외의 주주들 대부분이 갑 주식회사 또는 병과 특수관계에 있으며 동시에 이익소각계약상의 원상회복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신주인수권 부여를 거부하는 갑 주식회사의 행위는 신의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어느 것을 우선하여야 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독일연방대법원은 강행법규에 위반하여 무효인 계약이라 할지라도 그 무효주장이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무효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BGHZ 85, 39), 일본의 최고재판소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영업양도계약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그 양수인이 이미 이행지체에 빠진 자신의 나머지 채무이행을 거절하기 위하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최고재판소 1986. 9. 11. 선고 판결). 한편, 우리나라의 대법원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주 전원이 영업양도 약정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회사측에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의 흠결을 이유로 재산양도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03. 3.28. 선고, 2001다14085 판결). 결국 어느 경우에 신의칙이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만이 남는다고 할 것인 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으나 비교법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이익형량이 일응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강행법규와 신의칙 위반의 관계에 비추어 보면 대상 판결의 경우 갑이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의무위반을 거부하는 행위는 신의칙에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 점에 관하여 보다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바. 법인격부인론과의 관계 대상 판결은 법인격부인론과 관련하여서도 흥미로운 언급을 하고 있다. 즉, 대상 판결은 상법 제418조, 제341조의 강행법규성을 설시하면서 만일 갑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있다면 위 규정들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대상 판결에서 갑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주식회사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형해화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는 다른 사건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법리라고 생각된다.
2009-10-15
국제물품매매협약 다룬 최초 우리 판결의 항소심판결
Ⅰ. 사안의 개요 중국 회사인 매도인(원고)과 한국 회사인 매수인(피고)은 2005. 6.11.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오리털을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다. 피고는 제3자에게 오리털을 전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원고도 계약 체결시 그 사실을 알았다. 원고는 일정 기간에 걸쳐 피고에게 오리털을 공급했으나 그 중 일부는 선박운항회사의 실수로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항에 묶이고 도착 예정일이 지나도록 공급되지 않았다. 이를 이유로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고 대금의 지급을 거부했다. 원고는 미지급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피고는 ① 원고가 일부 공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했다고 주장하면서, ② 소송 중에 가사 원고의 미지급대금채권이 있더라도 피고가 원고에 대해 가지는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상계한다는 항변을 제출했다. 위 판결은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Ⅱ.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이하 ‘협약’)이 발효했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는 협약이 적용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물품을 공급했으므로 피고는 미지급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나 원고는 물품 일부의 공급을 지연했으므로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피고에게 잔액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대상판결은 지연손해금의 이율의 준거법을 중국법이라고 보아 상계적상일 익일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22%,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11.52%의 비율을 적용했다. 대상판결은 상계의 준거법을 중국법이라고 보고 合同法상 상계에 해당하는 抵銷(저소)의 법리에 따라 피고의 상계항변을 받아들였다. 한편 계약 해제에 관하여는, 대상판결은 원고가 미얀마 양곤에서 공급하기로 한 오리털이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를 양곤으로 운송해 달라는 피고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것과 그 후 원고가 2005. 9.29. 작성된 구매계약서에 따른 오리털을 공급하지 아니한 것은, 모두 본질적 계약위반임과 아울러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아 당해 분할인도부분과 장래 분할인도부분은 해제되었다고 보았다. 이 결론은, 원고의 일부 오리털에 관한 납기부준수만으로 본질적 계약위반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1심판결과 정반대이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1980년 국제연합에서 채택된 협약은 2005. 3.1.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발효되었다. 대상판결의 1심판결, 즉 서울동부지법 2007. 11.16. 선고 2006가합6384 판결(이하 ‘1심판결’)은 필자가 아는 한 협약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우리 판결이었다. 그 밖에도 2008년에 하급심 판결이 모두 4개가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1심판결에 대해 간단한 평석을 발표했는데(법률신문 제3754호(2009. 6.15. 15면) 대상판결은 필자가 지적한 논점 전부에 대해 견해를 표명하고 보다 충실히 판단했다. 필자의 평석에 관심을 보여준 담당재판부에 경의를 표하면서 대상판결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 2. 계약의 해제 이 사건 계약은 여러 차례에 걸쳐 물품을 인도할 의무를 부과하므로 이는 협약(제73조)이 말하는 ‘분할인도계약(instalment contracts)’인데, 원고는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이행지체에 빠졌으므로 피고의 계약해제는 협약(제7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분할인도부분의 계약해제이다. 필자는 1심판결이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는데 대상판결은 이를 정면으로 인정했다. 나아가 1심판결은 협약상 부가기간의 설정에 의한 계약해제가 가능함을 언급하면서도 이 사건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에 대해 필자는 원고가 인도기일을 맞출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오리털의 재생산과 항공편에 의한 인도 및 도착지의 변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불응했다면 피고의 부가기간 설정과 원고의 이행거절이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좀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양곤에서 공급하기로 한 오리털이 환적되지 않아 싱가포르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이를 양곤으로 운송해 달라는 피고의 요구에 불응한 것과 그 후 원고가 2005. 9.29. 작성된 구매계약서에 따른 오리털을 공급하지 아니한 것은, 모두 본질적 계약위반임과 아울러 장래의 분할부분에 대한 본질적 계약위반의 발생을 추단하는 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아 당해 분할인도부분과 장래 분할인도부분이 해제되었다고 보았다. 이는 대체로 사실인정의 문제이나 문제된 분할인도부분에 관한 원고의 지체를 이유로 본질적 계약위반을 인정한 것은 의문이다. 다만 피고의 부가기간 설정과 원고의 불이행이 있었다고 본다면 계약의 해제를 인정한 결론은 정당화될 수 있다. 3. 상계 1심판결은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미지급대금채권은 피고의 상계에 의하여 대등액 범위에서 소멸했다고 보았다. 원고와 피고의 채권은 모두 이 사건 계약으로부터 발생했는데, 협약은 상계를 규율하지 않으므로 상계의 준거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1심판결이 상계의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보았다면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우리 국제사법(제26조)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은 중국법일 개연성이 크므로 상계적상의 존부는 중국법에 의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대상판결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이 사건 계약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제26조에 의하여 중국법이므로 상계의 준거법도 중국법이라고 보고 중국 합동법(合同法)상 상계에 해당하는 ‘抵銷’의 법리에 따라 피고의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대금채권은 상계적상에 있었으므로 원고의 채권은 상계적상일에 소급하여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1심판결에 대해 협약상(또는 중국법상)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의 통화가 미달러화인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종통화간에도 피고의 대용급부청구권이 인정되어 상계적상이 인정되는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상판결이 이 점을 판단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4. 외화채권과 채권자의 대용급부청구권 원고의 대금채권은 미달러화채권인데 원고는 원화지급을 청구했다. 1심판결은 민법 제378조의 해석상 채권자인 원고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진다고 보아 원화지급을 명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① 협약의 해석상 채권자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지는지, ② 만일 부정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378조가 이 사건 계약에 적용되는 근거를 밝혔어야 한다는 점과 그 맥락에서 의무이행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대용급부는 채무의 내용의 구체적인 이행방법에 관한 것이고 환산의 시기 및 환산율은 채무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대금채권이 실제로 이행되는 장소 혹은 그 이행을 구하는 소가 제기된 장소인 한국 법이 준거법이라 보고 대용급부청구권을 긍정했다. 대상판결이 논거를 제시한 점은 높이 평가하나, 우선 환산의 기준시기 및 환율은 채무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치고(1심은 미화 1달러 당 916.6원으로, 항소심은 1236.7원으로 각 환산했다), 국제사법상 채무이행의 방법에 대해 이행지법을 적용할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민법 제378조의 ‘이행지’는 법률(또는 계약)상 이행지인지, 사실상 이행지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우리 법원이 지급을 명하면 이행지가 한국이 되는지 나아가 한국에서 제소되었다는 이유로 한국법을 적용할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5. 손해배상의 범위 협약(제74조)에 따르면 손해배상액은 이익의 상실을 포함하여 위반의 결과 상대방이 입은 손실과 동등한 금액이나, 그 범위는 위반 당사자의 예견가능성에 의하여 제한된다. 대상판결은 협약 제74조와 제75조를 기초로 ① 피고가 다른 곳에서 대체물품을 구하느라 지급한 대금과 이 사건 계약상 대금의 차액, ② 대체물품의 항공운송비용, ③ 피고가 전매수인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 중 일부의 합계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이는 1심판결과 같다. 대상판결은 1심판결과 달리 이 사건 계약의 해제를 긍정하였으므로 협약 제74조를 적용한 것은 자연스럽다. 6. 지연손해금의 비율 1심판결은 피고에게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 소정의 연 6%, 그 익일부터 완제시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했다. 필자는 그에 대해 첫째, 연 6%의 지급을 명한 것은 우리 상법을 적용한 것으로 짐작되나 협약이 적용되고 보충적으로 중국법이 적용될 개연성이 큰 이 사건에서 상법을 적용할 근거가 없고 둘째, 연 20%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한 것도 지연손해금은 준거법에 따라 판단할 사항이라고 보는 대법원판례에 위반됨을 지적했다. 대상판결은 원고의 대금채권에 관한 지연손해금의 준거법은 중국법이라고 판단하고 중국의 합동법(제207조), 민사소송법(제229조),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중국 민사소송법의 적용에 관한 약간의 문제점에 관한 의견’(제293 및 제294) 등을 적용하여 상계적상일의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중국인민은행의 금융기관대출 최고이율인 연 5.22%, 그 익일부터 완제일까지는 그 기간에 대한 위와 같은 최고이율인 연 5.76%의 2배인 연 11.52%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의 설시는 필자의 지적을 전면 반영한 것이다. 7. 맺음말 대상판결이 1심판결에 대하여 필자가 제기한 거의 모든 논점에 대해 판단하고 설시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중국법상 피고의 손해배상채권의 통화와 중국법상 채권자가 대용급부청구권을 가지는지를 판단하지 않은 점은 아쉽고, 이 사건에서 본질적 계약위반을 인정한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리고 원고의 대용급부청구권을 긍정한 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지난 8월1일자로 협약은 일본에서도 발효되었으므로 이제 한중, 한일 및 중일기업간에도 협약이 적용되는 사안이 증가할 것이다. 상계의 준거법, 대용급부(청구)권, 지연손해금의 준거법과 특례법의 적용 여부는 협약의 주요 쟁점은 아니지만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 나아가 채권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 통상 제기되는 기초적 쟁점인데 앞으로 법원이 그에 대해 만연히 한국법을 적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사건처럼 우리 법원이 중국법을 적용할 사건이 점증하고 있으므로 중국법에 대한 연구역량을 제고할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필요시 한중민사사법공조조약(제26조)에 의한 법정보공조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09-09-28
허가의 승계,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
Ⅰ. 事實關係 원고는 수원지방법원 임의경매사건에서 하○○ 소유의 잡종지 4필지와 그 지상 건물 1동 및 같은 곳에 설치된 주유소 시설을 경락받아 2001. 3.2. 그 대금을 완납하고, 같은 달 10일 피고에게 석유판매업자 지위승계신청을 하여 같은 달 14일자로 수리되었다. 그런데 하○○는 2001. 3.2. 유사석유제품 판매로 적발되었고, 피고는 원고가 하○○의 석유판매업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날 30일 원고에게 위 유사석유제품판매에 대한 과징금 7,500만원을 부과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대해 수원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기각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각판결을 받았다. Ⅱ. 大法院 判決의 要旨 [1] 석유사업법 제9조 제3항 및 그 시행령이 규정하는 석유판매업의 적극적 등록요건과 제5조가 규정하는 소극적 결격사유 및 제7조가 석유판매업자의 영업양도, 사망, 합병의 경우뿐만 아니라 경매 등의 절차에 따라 단순히 석유판매시설만의 인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석유판매업자의 지위승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업 등록은 원칙적으로 대물적 허가의 성격을 갖고 또 석유판매업자가 같은 법 제26조의 유사석유제품 판매금지를 위반함으로써 같은 법 제13조에 따라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은 사업자 개인의 자격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사업의 전부나 일부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지위승계에는 종전 석유판매업자가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받게 되는 사업정지 등 제재처분의 승계가 포함되어 그 지위를 승계한 자에 대해 사업정지 등의 제재처분을 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같은 법 제14조 제1항 소정의 과징금은 해당 사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어 행정상의 제재 및 감독의 효과를 달성함과 동시에 그 사업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일반 국민의 불편을 해소시켜 준다는 취지에서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되는 것일 뿐이므로, 지위승계의 효과에 있어서 과징금부과처분을 사업정지처분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 [2] 석유사업법 제26조는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엄중하게 방지한다는 취지에서 규정된 것으로서 그 위반에 따른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점, 지위승계 사유의 하나인 경매는 석유판매시설에 대해만 이루어질 뿐이고 경매로 말미암아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가 강제되는 것은 아닌 점, 석유판매업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는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의 위반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는 점, 위 과징금은 사업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될 뿐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석유판매사업자의 지위승계 및 과징금부과처분에 관한 위와 같은 해석은 특히 경매에 의한 지위승계에 있어서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의 보장 또는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Ⅲ. 評釋 대상판결은 허가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된 이후에 원 사업자의 위법사유를 들어 승계인(경락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룬 판결이다. 비록 대상판결이 나온지 이미 수년이 지났으나, 주제와 관련하여서는 가장 최근의 판결이라는 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와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문제가 학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고시의 행정법문제(2009 제53회 행정고시)로도 출제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평석의 대상으로 하였다. 이 글에서는 허가의 개념과 승계가능성을 다룬 후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와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문제를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검토하고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기로 한다. 1. 許可의 槪念과 承繼可能性 일반적으로 강학상의 허가라 함은 공익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에 의하여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자연적 자유를 법으로 금지시켰다가 개인이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그 금지를 해제시키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예방적 금지 또는 허가유보하에 금지라고 불리우는 이러한 허가제도는 실무상으로 개인의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행사와 직접적이고도 불가분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건축 및 영업활동을 위하여 법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여 허가를 취득한 이후에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이러한 활동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 허가를 양도하거나 상속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설의 일반적 견해는 허가의 종류에 따라 구별하고 있다. 허가의 요건이 물건이나 시설의 안전 및 상태에 집중되는 대물적 허가(예 : 건축허가, 식품위생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그 승계가 가능한 반면, 허가요건이 사람의 지식·기술·경험 등 주관적 사정에 제한되는 대인적 허가(의사면허, 운전면허 등)의 경우에는 승계가 불가능하며, 허가요건이 사람의 주관적 사정과 물건의 객관적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는 이른바 혼합적 허가(예: 액화석유가스충전 사업허가 등)의 경우에는 인적 요소의 변경에는 새로운 허가를 요하고 물적 요소의 변경에는 신고를 요한다고 한다. 대물적 허가의 경우에도 승계가능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승계는 관련 개인의 기본권행사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법률의 근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허가관련 법률들 역시 “영업자가 영업을 양도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법인이 합병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상속인 또는 합병에 따라 설립되는 법인은 그 영업자의 지위를 승계한다”라는 전형적인 형태의 승계규정을 두고 있다(예: 식품위생법 제39조 1항). 또한 허가영업의 양도·양수 등의 경우에는 관할 행정청에 지위승계에 대한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2. 制裁的 處分事由의 承繼 허가관련 법률들은 예외 없이 공익확보를 위하여 허가를 받은 사업자들이 준수해야 할 다양한 공법상의 의무들을 규정하고 있고,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영업의 정지 및 허가의 취소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허가취득자들이 영업 등의 활동 중에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아직 제재적 행정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게 허가영업을 양도하는 경우에 행정청은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이유로 양수인(경매의 경우에는 경락인)에 대해 영업의 정지 등 제재적 행정처분을 발할 수 있는가이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대물적 허가에 있어서 제재적 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 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를 인정하여 양수인에 대해 발하여진 제재적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여 왔다(大判 1986. 7.22. 선고 86누203 ; 2001. 6.29. 선고 2001두1611). 예를 들어 대법원 1986. 7.22. 선고 86누203 판결은 양도인의 부정휘발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발하여진 석유판매업허가취소처분을 대물적 처분이라고 보아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으며 대상판결에서도 양도인의 유사석유판매라는 위법사유에 근거하여 양수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며 이에 따라 이를 갈음하는 과징금부과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은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한다. 과연 대물적 허가가 승계되기 때문에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도 자동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가? 또한 이러한 영업정지 및 허가취소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이 과연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가? 이러한 제재적 처분사유의 승계문제는 행정법이론상 이른바 公法上 義務의 승계문제에 속하고 있다. 3. 公法上 義務의 承繼論 전통적으로 公義務는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계약에 의하여 이전되거나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점차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다. 무엇보다도 실무상으로 발생되는 절차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적되었다. 예를 들어 위법건축물에 대한 철거의무의 승계가능성이 부인될 경우에 위법건축물의 소유주는 자신의 철거의무를 피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소유권을 이전시킬 수 있으며, 행정청은 또 다시 새로운 소유자에게 철거명령을 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소유자는 구 소유자에 대한 철거명령이 불가쟁력이 발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오늘날 지배적인 견해는 公義務의 승계가능성 여부를 의무의 성격에 따라 구분하고 있다. 公義務가 의무자의 개인적인 성격과 능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단지 그에 의하여만 이행될 수 있는, 즉 일신전속적인 의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승계가능성을 부인하는 반면, 원래의 의무자 개인과 독립하여 이행될 수 있는 의무에 대해는 그 승계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승계가 가능한 의무로는 대물적 하명에 의하여 부과된 의무나 타인에 의하여 이행될 수 있는, 즉 이행이 대체가능한 의무가 열거되고 있다. 그러나 승계가능성이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승계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특정화 되어야 한다. 행정청의 상대방이 법률에 의하여 규정된 추상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단지 행정청에 의한 구체적인 의무부과의 가능성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승계문제가 제기되지 못한다(Mutius/ Nolte, DOV 2000, S. 1), 또한 행정청의 처분에 의하여 구체화된 의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타인에게 승계되기 위해서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법률의 근거를 요한다는 것이 오늘날 다수설의 견해이다(鄭夏重, 行政法槪論, 90면). 이와 같은 公義務의 승계론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에서 양도인은 유사석유판매를 금지시키는 구 석유판매업법 제26조를 위반하였는 바, 이는 법률에 규정된 추상적 의무의 위반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추상적 의무위반(제재적 처분사유)에 근거하여 행정청은 영업정지처분 등 행정처분을 내림으로써 사업자 개인에게 구체적인 공법상 의무(영업정지의무 등)를 부과하게 된다. 사실관계에서 원사업자 하○○의 추상적 의무위반이 있었을 뿐, 그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제재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승계될 어떠한 구체적인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원사업자가 위반한 법령상의 유사석유판매업금지의무는 사업주 자신만이 이행할 수 있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승계가능성 자체도 없는 의무이다. 한편 대상판결은 허가가 대물적 허가라는 이유 이외에도 제재적 행정처분이 대물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는 이유로 어떤 위법행위도 저지르지 않은 경락인에게 행한 영업정지처분의 적법성을 인정을 하였다. 그러나 사업자의 위법사유에 대해 부과되는 영업정지처분은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 영업정지처분은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부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바, 이러한 부작위의무는 타인이 대신 이행할 수 없는 일신전속적인 의무로서 그 승계가 당연히 부인되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양수인에게 전혀 어떠한 위법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를 승계시켜 양수인에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은 그의 영업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 아니라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에 반하는 위법한 처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유사석유제품의 유통을 방지하고 그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경락인에 대한 제재처분을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이러한 제재처분은 위법행위를 한 원사업자에게 내려져야 하지 지위승계인인 경락인에게 행해져서는 안된다. 경락인이 받는 불이익에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종전의 석유판매업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서울고법 2002누13101) 과도한 채무로 인하여 토지 등의 재산권이 경매에 넘어간 종전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는 행정청의 업무해태행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양수인에게 전가시키는 비윤리적인 발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허가영업자의 지위승계는 허가의 효과를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종전의 사업자가 행한 제재적 사유까지 승계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양도인의 영업활동 당시에 시설 등이 법령에 위반되고 그러한 위반상태가 양수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행정청은 이를 사유로 양수인에게 시정명령 등 제재적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바 이는 새로운 처분으로서 의무의 승계문제와는 무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에서 원사업자의 위법사유로 인하여 자신에게 내려진 영업정지처분이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4. 制裁的 處分의 效果의 承繼 양도인의 위법사유를 양수인에게 승계시켜 양수인에게 제재적 행정처분을 부과하여온 실무관행은 심각한 민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일부 법률들은 영업허가의 승계규정에 추가하여 제재적 처분효과의 승계규정을 두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78조 및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제8조 등에서는 “영업자의 지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영업자에게 행한 행정제재처분의 효과는 그 처분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간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며, 행정제재처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양수인 또는 존속하는 법인에 대해 행정제재처분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양수인이나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 양수하거나 합병할 때에 그 처분 또는 위반사실을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 대해도 법치국가적 관점에서 이의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양도인에게 발한 시설상의 하자를 이유로 내려진 시설개선명령은 대물적 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의무이행이 대체가 가능하여 승계가 가능하지만, 영업정지명령 등의 제재적 행정처분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신전속적 의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승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신전속적인 의무에 대해 법률이 승계를 인정한 이유는 행정실무상의 문제점, 즉 양도인은 자신에 대해 내려진 제재적 처분의 효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영업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명의만을 타인에게 양도하고 실제로는 양도인이 계속 영업을 하는 경우도 종 종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업양도·양수의 신고에 있어서 불수리처분을 하거나 사후단속을 통하여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법률들은 제재적 처분의 효과의 승계로 인하여 발생되는 원고의 기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의의 양수인을 보호하는 단서규정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그 입증책임을 양수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법규정들은 영업정지 등 일신전속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제재적 행정처분의 효과의 승계를 부인하되 담합에 의하여 양도·양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그 승계를 인정하도록 변경하는 것이 법치주의 관점에서 바람직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담합의 입증책임은 행정청이 부담하도록 규정해야 할 것이다.
2009-08-27
위증죄에서 기대가능성과 진술거부권
Ⅰ. 사실관계 피고인은 2004. 4.7. 부산고등법원에서 강도상해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004. 4.16. 그 판결이 확정된 사람으로서 사실은 2002. 9.27. 새벽 부산 동래구 온천 3동에 있는 황제룸주점 앞길에서 술에 취해 귀가하는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치며 시비를 걸어 동인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으로 동인의 지갑을 강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5. 1.14. 16:00경 부산지방법원 제301호 법정에서, 위 강도상해사건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공범으로 기소된 자에 대한 강도상해피고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후 선서하고 증언함에 있어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친 후 멱살을 잡고 시비한 사실이 있는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함으로써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단 피고인에게 적법행위를 기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서는 행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하에 행위자 대신에 사회적 평균인을 두고 이 평균인의 관점에서 그 기대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결코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취지는 아니며,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다시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는 바, 이는 사실대로의 진술 즉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공범의 형사사건에서 그 범행에 대한 증언을 거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실대로 증언해야 하고, 설사 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사건에서 시종일관 그 범행을 부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위증죄에 관한 양형참작사유로 볼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이유로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강도상해 범행을 일관되게 부인하였으나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이 별건으로 기소된 공범의 형사사건에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한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사실대로 진술할 기대가능성이 있으므로 위증죄가 성립한다. Ⅲ. 원심: 부산지방법원 2005. 12.14. 선고 2005노3276 판결 공범이 공동피고인으로 함께 재판을 받는 경우, 그 공동피고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증인선서를 한 공동피고인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허위의 진술을 한 이상 위증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지만(대법원 1987. 7.7. 선고 86도172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공범이기는 하나 강도상해죄로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상태이어서 공동피고인의 경우와는 달리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형사소송법 제148조에 규정하고 있는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 피고인으로서는 공범으로 별건 기소된 자의 피고사건에 증인으로 채택되어 소환된 이상 증언을 거부할 수는 없는 바,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피고인에게 그동안의 일관된 진술을 뒤엎고 확정된 유죄판결에서 판시하고 있는 자신의 범죄사실(이 사건의 경우는 피고인이 공범과 공모하였는가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피해자와 어깨를 부딪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을 시인하는 증언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의 범행사실을 부인하는 증언을 한 피고인의 판시 행위는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 Ⅳ. 평석 1. 증언거부권과의 관계 대상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가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그가 사실대로 진술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내고 있다.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무고(無辜)함을 주장하려는 피고인의 심리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인지 확정된 후인지를 불문하고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아직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시인할 가능성 즉 적법행위에의 기대가능성이 없고,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에는 그러한 기대가능성이 있으므로 피고인이 위증을 한 경우에는 위증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상판결의 논리는 기존 대법원판례의 입장과도 상충된다. 즉 대법원 1987. 7.7. 선고 86도1724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위증을 한 후라도 재판이나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필요적으로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형법 제153조)증인에게 사실대로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증언거부권을 인정하여 (형사소송법 제148조) 증언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피고인과 같은 처지의 증인에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여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선서한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허위의 진술을 한 이상 위증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자기에게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 헌법 제11조 제2항)는 결코 적극적으로 허위의 진술을 할 권리를 보장한 취지는 아닌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기대가능성의 문제와 관련해서 보면 대상판결은 이 전원합의체판결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원합의체판결에서는 증언거부권제도가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가 사실진술에의 기대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 원심판결에서는 피고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인하여 그에게는 위증죄로부터의 탈출구가 없어지므로 사실진술에의 기대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보고 있다. 즉 대상판결과 그 원심판결은 증언거부권제도가 갖는 의미를 이해함에 있어서 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서 원심판결이 오히려 전원합의체판결과 부합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자백강요의 위헌성 대상판결에 있어서 “이미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 다시 처벌되지 아니하므로 증언을 거부할 수 없는 바”라는 언급은 피고인이 사실대로 증언을 한다고 해서 그 범죄사실에 대해 다시 처벌받는 것은 아니므로 형사소송법 제148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피고인은 증언을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우에는 피고인은 “사실대로 증언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 바, 이는 곧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면 그로써 범죄사실은 ‘사실’, 즉 ‘진실’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서 사법판단에 대한 과신이 드러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유죄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도 재심과 같은 불복의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만큼 이 점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시는 곧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확정된 대로 유죄를 시인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 이는 또 위증죄에 있어서 진술의 ‘허위’의 판단기준에 관한 주관설을 부정하고 객관설을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무고함을 믿는 사람에게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과 후에 따라 법적 책임을 달리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이는 형벌로써 판결의 권위를 확보하려는 무리한 사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죄가 ‘확정’되었다는 것은 통상의 소송절차에서는 더 이상 그 결과에 대하여 법적으로 다툴 수 없다고 함으로써 국가의 공형벌권의 집행을 일단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법적 장치인 데 그치는 것이고, 확정된 범죄사실이 진실임을 담보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에 반하여 무죄의 ‘추정’은 사실인정, 진실발견과 관련된 개념인 만큼 양자는 같은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무죄추정은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행해진다고 하더라도(헌법 제37조 제4항 참조) 피고인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은 확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가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다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였다고 해서 위증죄로 처벌하는 것은 그 공판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 바꾸어 말해서, 수인의 공범이 따로 기소되어 그 중 한 명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그 유죄판결이 확정된 공범은 자백을 하도록 위증죄의 형벌로 강요하는 것은 법원-국가의 ‘강요에 의한 자백’으로 임의성이 문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단 한 명의 공범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검찰 측으로는 다른 공범에 대한 공판에서 자백을 확보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송상 유죄의 도미노가 야기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어쨌든 자백은 비록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라 하더라도 그에게 유리한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헌법상 불리진술강요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12조 제2항 후문에 대하여 판결로써 새로운 제한을 부과하는 위헌적 해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3. 결어 원심판결에서 올바로 파악하고 있는 기대가능성의 법리에 대해 대상판결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밖에 자백강요에 의한 임의성문제도 야기할뿐더러, 더 근본적으로는 불리진술강요금지에 관한 헌법규정에 위배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판단된다.
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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