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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발명의 양도에 따른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부담
I. 서언 발명진흥법 제15조 제1항은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에 관하여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은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계약이나 근무규정에 따라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승계하게 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발명진흥법 규정에 의하면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당해 직무발명을 한 종업원, 법인의 임원 또는 공무원이 되고, 이들에게 직무발명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직무발명에 대하여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나 특허권 등을 승계받은 사용자·법인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그런데 최근 많은 기업들이 외부적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및 전략적 우위 확보 등의 목적으로 자산양도 내지 영업양도 등을 통해 직무발명을 양도·양수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회사가 종업원으로부터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한 후 다른 회사에 그 직무발명을 양도하고,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 경우, 종업원의 입장에서 직무발명을 양수한 회사에 대해 그 회사가 얻고 있는 이익을 근거로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II. 종래 하급심 판결례의 입장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에 관해 그 동안 하급심에서는 직무발명이 양도된 이후 양도인에 대해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실시보상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직무발명을 실시하지 않는 자에 대해 실시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서울고등법원 2009. 6. 3. 선고 2008나79632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7. 15. 선고 2009가합99476 판결), 반대로 직무발명의 양도에 따라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가 중첩적으로 양도되었다는 전제 하에 양도인에 대해서도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이익을 기초로 산정한 보상금의 지급을 명한 사례도 있어(서울고등법원 2008. 4. 10. 선고 2007나15716 판결) 입장이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종업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의 산정 방법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제3자에게 양도한 이후에는 더 이상 그 발명으로 인하여 얻을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은 양수인이 처한 우연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양수인의 이익액까지 사용자가 지급해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의 산정에 참작하는 것은 불합리하므로,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양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양도대금을 포함하여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양도인인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지급해야 할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직무발명이 양도된 경우 종업원에게 인정될 수 있는 직무발명 보상금의 범위를 확인하였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26769 판결, 이하 '대상 판결'). 다만 종래 대법원은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한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7나15716 판결)에 대해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다36480 판결), 심리불속행 판결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사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보아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일 뿐이지 그 자체가 대법원의 법률적 견해를 명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다61435 판결은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대법원 판결은 심리불속행 판결로서 대법원이 법률적 견해를 표명한 바가 없으므로 원심판결의 결론이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판결과 다르다고 하여 대법원 판례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대상 판결이 종래 대법원 판결의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III. 대상 판결의 검토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의 본질은 특허발명을 독점함으로써 얻은 수익에 대한 대가인 것인바, 따라서 직무발명의 실시에 대한 보상금은 실제로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자가 그 지급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합당한 귀결이다. 즉 '특허권 향유로 인하여 발생한 이익금의 분배'라는 직무발명 보상금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당해 직무발명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은 바 없다면, 그와 같은 사용자에 대해서는 양수인의 직무발명 실시에 따른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와 달리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양도한 이후에 이루어진 직무발명의 실시에 따른 직무발명 보상금 채무를 부담한다고 본다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는 직무발명의 실시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전혀 향유하지 못하면서도 직무발명의 독점으로 인한 수익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반면, 실제로 직무발명을 독점적으로 향유하면서 이익을 얻고 있는 양수인은 그에 대하여 아무런 대가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되어 부당하다. 또한 사용자가 종업원의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한 후에는 그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상실하여 처분으로 인한 이익 외에는 더 이상 종업원의 직무발명으로 얻을 이익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의 실시에 따른 이익은 실시 주체의 역량이나 실시 방법 및 환경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서, 특히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의 양도 시점에는 당해 직무발명의 시장가치나 성공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위험부담은 양도인이 부담하게 되는바,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가 양도된 이후에 당해 직무발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익은 양수인이 처한 우연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것인데도 양도인에게 당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의 전전양도에 따른 실적보상채무를 계속해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양도인에 대해 지나친 부담을 안겨주는 결과가 된다. 아울러 실제로는 많은 기업들이 취업규칙 등에서 직무발명의 승계에 관해 규정하면서, 직무발명 보상금을 출원보상·등록보상·실적보상·처분보상 등으로 나누어 지급한다고 정하는 등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따로 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바, 이와 같이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와 방법을 따로 정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종업원에게 특히 불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유효성을 긍정하여 취업규칙 등에 정해진 시기에 종업원의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실무례이다. 이처럼 직무발명 보상금의 지급 시기에 관해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근거한 보상금 지급 채무가 직무발명의 양도 당시까지 발생할 여지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양수인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은 이익에 근거한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 양도인에게는 직무발명의 양도 이후에 이루어진 실시에 따른 이익에 상응하는 실시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상 판결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수긍할 만하다(대상 판결에 따를 때 종업원이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를 상대로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한 직무발명 보상금을 소송상 청구하는 경우 그 청구는 기각되어야 할 것이지만, 수소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청구 중에 직무발명의 평가금액 등을 다투면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구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석명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상 판결은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마치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여야 하는 것처럼 판시하고 있다. 그런데 직무발명 보상금은 사용자가 실제로 '얻은' 이익액이 아니라 향후에 '얻을' 이익을 기준으로 하여 산정된 '정당한 보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발명진흥법 제15조 제3항, 구 특허법(2006.3.3 법률 제78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2항도 같은 취지} 대상 판결의 위와 같은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상 판결에 따르면, 만일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지나치게 낮은 금액으로 양도한 경우 종업원으로서는 (직무발명 양수인과의 사이에서 종업원 지위가 유지되지 않는 한) 직무발명의 실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에 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길이 봉쇄되는 바, 직무발명을 양도함에 있어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단순히 명목상의 '장부가액'으로만 평가하여 양도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빈번한 현실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대상 판결의 태도는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보호에 지나치게 소홀한 점이 있다고 보인다. 즉 직무발명의 양도 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 등에는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으로 하여금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를 상대로 직무발명의 평가금액 등을 다투면서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을 것이므로,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지급해야 하는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단지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도록 한정할 것이 아니라,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지급하여야 할 '정당한 보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직무발명의 양도 대가가 제대로 산정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함에 있어서 '양수인이 당해 직무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얻고 있거나 얻을 수 있는 이익'도 함께 참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인바, 이 점에서 대상 판결의 판시는 아쉬운 점이 있다. IV. 결어 대상 판결은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에 대해 직무발명 양수인의 실시 이익에 따른 보상금 지급 의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직무발명이 양도된 경우 종업원에게 인정될 수 있는 직무발명 보상금의 범위를 명확히 확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직무발명을 양도한 사용자가 종업원에게 지급하여야 할 '정당한 보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단지 사용자가 '직무발명의 양도시까지 실제로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얻을 수 있었던 이익액이 어느 정도인지까지도 참작하여야 하는바(이러한 한도 내에서는 직무발명의 양수인이 당해 직무발명을 실시하여 얻은 이익액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정당한 보상' 여부의 판단을 위한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양도시까지 사용자가 얻은 이익액만을 참작하여' 직무발명 보상금을 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대상 판결은 발명진흥법의 규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이익을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향후 직무발명의 활성화와 직무발명자인 종업원의 이익 보호 차원에서 대법원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 본다.
2011-11-24
최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합리성의 원칙
1. 사실관계 제약회사인 원고는 도매상들과 도매거래약정을 하면서, 약정서에 원고가 생산하는 보험의약품을 보험약가로 출하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과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원고가 약정을 해지하고 손해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두었으며, 실제 도매상들의 보험약가 준수 감시와 위반 시 거래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자 원고는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경재제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대법원은 아래 판결요지와 같은 이유를 밝히면서도,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제29조 제1항 등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당해 상표 내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 할지라도, 시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그 행위가 관련 상품시장에서의 상표 간 경쟁을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소비자후생을 증대하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관련시장에서 상표 간 경쟁이 활성화되어 있는지 여부, 그 행위로 인하여 유통업자들의 소비자에 대한 가격 이외의 서비스 경쟁이 촉진되는지 여부, 소비자의 상품 선택이 다양화되는지 여부, 신규사업자로 하여금 유통망을 원활히 확보함으로써 관련 상품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관련 규정의 취지상 사업자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평석 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외국의 규제 입장 (1)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한 규제는 수직적 합의에 따른 가격제한의 일종이므로 수평적 가격담합과 마찬가지로 셔먼법 제1조가 적용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11년 Dr. Miles Medical Co. v. John D. Park & Sons Co. 판결에서 당연위법의 원칙을 적용한 후 이를 유지하여 오다가, 2007년 6월 29일 Leegin 판결(Leegin Creative Leather Products, Inc. v. PSKS, Inc.)을 통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당연위법(per se illegal)의 법리에 따라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경쟁제한적 측면과 경쟁촉진적 측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여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Leegin 판결이 선고된 직후 미국 내 여러 주에서는 위 판결을 비판하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법률을 제정하였고(멜린랜드주, 뉴욕주, 뉴저지주 등), 상원의회는 2007년 10월경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였으며, 하원의회는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당연위법으로 규정하여 위 판결을 사실상 폐기하는 H. R. 3190 Discount Pricing Consumer Protection Act 2009 법안을 발의 하여 심사 중이다. 따라서 Leegin 판결 이후에도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규제 방향은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2) EU의 경우 EU 경쟁위원회는 최저가격유지행위를 경성 제한행위로 분류하여 매우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이는 Leegin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0년 4월에 제정되고 2010년 6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EU 위원회 규정 330/2010호(2010)' 및 '수직적 제한행위에 대한 가이드라인(2010)'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손금주·한상욱,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대한 합리성과 원칙 적용 가능성, 경쟁저널 2010년 7월호, 한국공정경쟁연합회, 35~37면). 나. 국내 학설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태도 현행법 해석상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이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취급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이라는 견해(임영철, 공정거래법, 법문사, 2007, 417면), ㈁법 제29조 제1항의 문리해석상 불공정거래행위와 같이 '부당성' 또는 경쟁제한성' 등을 별도의 성립요건으로 인정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견해(이호영, 독점규제법, 개정판, 홍문사, 2010, 417면), ㈂합리성 원칙에 따라 위법성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것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당해 행위를 한 사업자의 몫이라는 견해(정호열, 경제법, 제2판, 박영사, 2008, 437, 438면) 등이 있다.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 8. 12.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68호인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에서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되면 유통단계에서의 가격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경쟁 제한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당연위법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 위 판결 선고 전의 하급심 판례 하급심 판례를 모두 파악할 수는 없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0. 4. 21. 선고 2009누5482 한국캘러웨이골프 유한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본문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있으면 경쟁제한성을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별도로 당해 행위의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함이 없이 위법한 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하여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부당하지 않다는 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였으며, 2010. 9. 16. 선고 2010누5433 코카콜라음료 주식회사의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 사건에서, "미 연방대법원의 '07년 Leegin 판결의 취지를 곧바로 받아들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있어서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제한효과와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공정거래법 제29조 본문은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등과 같은 위법성 요건을 따로 요구하지 있지 않은 점, 공정거래법 제29조 단서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여 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라고 판시하여,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라. 판결에 대한 검토 공정거래법은 2001. 1. 16. 제6371호 공정거래법 법률개정을 통하여 최저가격유지행위를 최고가격유지행위와 명백하게 구별하여 규정하였다(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 공정거래법 제29조의 2001. 1. 16. 개정 전후 비교 개 정 전(이하 '개정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상품을 생산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현 행(이하 '현행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제한) ①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1.1.16.> 위 개정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당연위법으로 다루었던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합리성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State Oil Co. v. Khan 판결 및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쟁촉진적 개연성을 강조한 국내외 많은 이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다(이호영, 같은 책, 411면 참조). 2001. 1. 16. 공정거래법 법률개정 당시 입법자는 그 당시까지 논의되던 최신의 학설과 외국 판례를 참조하여,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미국 판례법상의 당연위법과 동일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았던 공정거래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구별하고,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여전히 이를 허용할 예외를 인정하지 않되,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대하여는 사업자가 그 정당성을 입증하여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입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같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허용되고, 이에 대한 증명책임을 사업자가 지게 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입법자가 공정거래법 제29조를 본문과 단서의 형식으로써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달리 규율하였음에도, 법률 해석을 통하여 이러한 입법자의 의사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규율 차이가 법률 해석을 통하여 없어지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 이후 선고된 2010. 12. 23. 선고 2008두22815 판결에서도,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은 경쟁을 촉진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데에도 있고, 제29조 제1항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도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거래가격을 미리 정하여 거래함으로써 유통단계에서의 가격경쟁을 제한하여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는 내용을 추가로 밝히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비추어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도 허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이와 같은 해석이 공정거래법의 입법 목적과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있음을 더욱 명확하게 밝혔다. 공정거래법의 추상적인 입법목적 등을 통하여 경쟁제한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점은, 기존에 계속적으로 이어지던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11841 제주도 관광협회사건 판결 등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위 판결에 관한 자세한 비판에 대하여는 이봉의, 공정거래관련 주요 판례연구, 2006년 연구용역보고서, 공정거래위원회, 5~9면 참조). 그러나 이와 같이 추상적인 공정거래법의 목적조항 및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취지에 근거하여 최고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규정 체제와 내용이 다른 최저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도 합리성의 원칙을 적용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입법론으로는 몰라도 공정거래법 제29조와 같은 규율형태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미국에서도 Leegin 판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011-04-04
약관규제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가
Ⅰ. 사안의 개요 ⑴ 원고는 전자제품의 도소매 등을 영위하는 한국회사, 피고1은 반도체제품의 제조·판매 등을 영위하는 캐나다 회사이며 다른 피고들은 피고1의 자회사들이다. ⑵ 원고는 2003. 8. 1. 피고들과간에 온타리오주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배급·판매대리계약을 체결했다("이 사건 계약"). 위 계약상 원고는 한국내에서 주문을 받아 피고들 제품판매를 대리하고 피고들 제품을 구매하여 한국내에서 배급할 수 있는 비독점적 권한을 가진다. ⑶ 제21조에 따르면 일방당사자는 편의상 언제든지 60일 전 사전 통보로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시 어떤 당사자도 상대방의 손해에 대해 책임이 없다. 피고들은 2007. 3. 원고에게 제21조에 따라 통지일로부터 60일 후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 ⑷ 원고는 피고들의 부당계약파기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면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은 약관인 바 피고1은 해지조항에 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제21조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상 계약내용으로 편입될 수 없고 또한 제21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들의 계약해지는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서울고등법원 2010. 2. 11. 선고 2009나31323 판결 요지 첫째, 원심법원은 위 계약이 약관이라고 보았으나 그 준거법은 온타리오주법이고, 우리 국제사법(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목적을 볼 때, 약관규제법이 국제적 강행규정이라고 볼 근거가 없으므로 동법은 위 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피고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하였다거나, 위 계약에 온타리오주법이 적용됨으로써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첫째, 준거법을 온타리오주법으로 정함으로써 원고에게 현저하게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볼 근거가 없어 준거법약정은 유효하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둘째, 국제사법 제27조에서 소비자보호를 위해 준거법 지정과 관련하여 소비자계약에 관한 강행규정을 별도로 마련해 두는 점이나 약관규제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체결된 모든 계약에 관하여 당연히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약관은 국제거래에서도 널리 이용되므로 법률가들은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약관의 경우 ① 준거법지정이 유효한지, ② 그렇다면 준거법이 외국법이어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가진다. 이를 해소하고자 필자는 2003년 한국국제사법학회지에 "國際去來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의 적용"이라는 글을 썼다. 당시 이 쟁점을 다룬 대법원 판결은 없었다. 대상판결은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한 최초의 대법원판결이라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실무상 및 이론상 큰 의미가 있는 쟁점을 소홀히 취급한 탓에 뒷맛은 씁쓸하다(대상판결이 공보에 공간된 것은 다행이다). 이는 국제사법의 중요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대상판결 직후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9다105383 판결은 대상판결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하 첫째, 약관에 의한 준거법지정의 유효요건과, 둘째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셋째 9월 판결의 취지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약관규제법의 행정적 규제를 언급한다. 2. 약관에 의한 준거법 지정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1997. 9. 9. 선고 96다20093 판결은, 한국법원의 관할을 배제하고 외국법원을 관할법원으로 하는 전속적 국제재판관할합의는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가 되어 무효라고 판시했다. 필자는 이를 원용하여 준거법합의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경우 공서양속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원심판결은 이 법리를 따른 것이고 대상판결도 그 결론을 수용하였다. 3.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이 외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의 적용 여부 약관에 의한 계약 준거법이 외국법인 데도 약관규제법이 적용되려면 동법이 당사자가 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국내적 강행규정일 뿐 아니라, 준거법이 외국법이더라도 그 적용이 관철되는 국제적 강행규정이어야 한다.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자면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어야 하나 동법상 이를 간취할 수 없다. 특히 국제사법(제27조)이 소비자계약의 경우에도 준거법합의를 인정하면서 소비자 상거소지법의 보호를 관철하는 데 그치므로 약관규제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긍정하는 것은 균형에 반한다. 가사 이를 긍정하더라도 약관이 사용되는 모든 국제거래에 약관규제법을 적용할 수는 없으므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기준(내국관련성 등)이 필요한데, 동법의 해석상 기준을 도출하기 어렵다. 서울고등법원 2007. 10. 12. 선고 2007나16900 판결도 강행규정은 그 법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 법체계와 사회질서 및 거래안전 등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한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거나, 법규정 자체에서 준거법과 관계없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국제적 또는 영토적 적용범위를 스스로 규율하고 있는 경우 등을 의미하는데, 약관규제법 제3조의 명시·설명의무 규정이 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동법의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부정하였다. 국제적 강행규정에는 ① 초개인적인 국가적·경제정책적인 공적 이익에 봉사하는 간섭규범과, ② 계약당사자들간의 유형적인 불균형상태의 조정, 즉 약자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사법이 포함된다. 간섭규범의 개념은 로마Ⅰ규정(제9조)에 반영되었다. 어떤 법규가 명시적으로 인적 또는 장소적 적용범위를 명시하는 경우 그로부터 국제적 강행규정성을 도출할 수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으면, 법원이 당해 법규의 의미와 목적을 조사하여 입법자의 적용의지가 표현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떤 법규가 간섭규범인가는 법규의 성질결정의 문제인데, 이를 위하여는 법규의 목적과 그의 언명을 우선 특정하고 분석해야 하며, 이 경우 문제된 규범의 언명을 개별적으로 검토해야지 하나의 법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당해 법규가 행정법적 절차내에서 전속적 관할을 가지는 관청을 통한 정규적 집행을 규정한다면 이는 비교적 확실한 간섭규범의 징표가 된다. 의문이 있으면 일반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간섭규범이 아니라고 추정해야 한다. 특별사법인 국제적 강행규정의 경우도 국제적 강행규정성은 법의 문언 또는 목적으로부터 도출된다. 예컨대 과거 독일 약관규제법(AGBG)(제12조)은 외국법이 준거법으로 지정되더라도 당해 계약이 독일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경우 동법은 '고려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결과 동법은 국제적 강행규정인 특별사법으로 이해되었다. 영국의 1977년 불공정계약조건법(제27조 제2항)도 같다. 4. 대법원 2010년 9월 판결의 취지 9월 판결의 사안에서 리스이용자인 한국회사는 한국보험회사와 (한국선적의) 국내용 선박에 대해 보험계약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지정했다. 그 사건에서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의 존부가 다투어졌는데 대법원은 이를 긍정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으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필자는 위 보험계약은 준거법지정 외에는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이어서 국제사법(제25조 제4항)에 따라 국내적 강행규정인 약관규제법이 적용된다고 보므로 9월 판결의 결론은 옳다. 하지만 대법원은 그런 법리를 채용한 적이 없으므로 9월 판결이 약관규제법을 적용한 근거는 이해할 수 없다(이정원, 저스티스 통권 제122호 평석 참조). 판결문을 읽어도 논거를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좌절한다. 5. 약관규제법과 행정적 규제 외국법이 약관에 의한 계약의 준거법으로 유효하게 지정될 경우 약관규제법의 司法的 統制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면,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적 규제도 동일한 법리에 따르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그 경우 약관규제법은 적용되지 않지만, 국제사법은 약관규제법이 한국에 상거소를 둔 소비자(자연인)에게 부여하는 보호를 관철하므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에 대한 행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행정적 통제는 사법적 통제와 다르다는 것이나 이 경우 그 기준이 모호하다. 필자는 해석론으로는 전자를 지지한다. 6. 맺음말 대상판결의 결론은 사견과 같은 것으로서 타당하다. 종래 약관에 의해 불이익을 입은 당사자의 변호사들은 계약의 준거법을 불문하고 약관규제법에 의해 약관이 무효라고 주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쟁점의 해결을 피해 왔던 대법원이 모처럼의 기회를 맞이해서도 깊이 논의하지 않은 채 결론만을 던진 것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원심판결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대법원이 대상판결 선고 직후 상충되는 듯한 판결을 선고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필자는 양자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보나 종래 대법원판결을 보면 상충된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앞으로는 대법원이 國際私法 爭點을 좀더 충실하게 다루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2011-03-2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과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I. 인정된 사실관계 이 사건은 근로자 갑(甲)(=피고)이 을(乙) 회사(=원고)를 퇴사한 후 그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개무역회사를 설립·운영하자 을(乙) 회사 측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이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이다. 이 사안의 을(乙) 회사는 한국에서 A 제품의 생산과 관련하여 매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점하고 있던 기업으로서 이 회사는 국내 생산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일부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여 중국 하청업체와 주문생산자와의 계약에 의해서 생산을 하고 이를 다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미국의 배셋사 등의 수요처에 판매를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갑(甲)은 을(乙) 회사에 근무하면서, 위와 같은 해외 생산거점에 대한 정보 및 수요처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퇴직 후 경업금지약정에도 불구하고, 위 정보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위 생산거점과 수요처를 연결하여 판매하는 방식의 중개무역업을 함으로써 을(乙)의 시장점유율은 저가공세에 밀려 현저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을(乙)은 갑(甲)의 행위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로서 그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여 배상을 구하게 된 것이다. II.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피고가 납품한 제품이 원고의 제품과 동일하거나 이를 모방한 제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고가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가 2004.3.15. 미국의 배셋사로부터 손톱깎이 등의 샘플 검사결과 통지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그와 같은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에서 퇴직하기 전에 미국 배셋사에 샘플검사를 의뢰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가 퇴직 전에 미국 배셋사 관계자와 접촉하여 그와 같은 샘플검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당시는 이미 피고가 퇴직의사를 밝힌 뒤 퇴사가 임박한 시기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실에 비추어보면, 을(乙)에게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민법 제103조에 위반된 약정으로 무효라고 보았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상고기각) III. 평석 1. 경업금지약정의 효력 (1) 퇴사한 직원의 경업금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을(乙)의 행위는 퇴사한 직원의 행위로서 재직 중인 직원의 행위와 동치하여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재직중인 직원의 경우에는 재직시의 경업금지를 법령이나 계약에 의해서 요구받음과 동시에 이에 대한 보상을 급여 등의 방법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재직중인 경우의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의 판단에는 이러한 사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퇴사한 직원의 경우에는 경업금지를 요구하는 것이 바로 전직의 자유를 한 내용으로 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당해 근로자의 생존권의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경업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것이 아니라, 회사근무중에 지득한 정보로서 당해 근로자의 노하우로 체화되어 해당 근로자와 분리할 수 없게 된 것이 아닌 그 이외의 정보를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대법원이 피고가 원고를 퇴직한 후 자신의 중개 무역업을 영위함에 있어 원고의 이익을 위하여 위와 같은 정보나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등을 이용하지 아니할 임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이와 같이 재직중인 근로자와 퇴사한 근로자의 차이를 인식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 대법원이 반출한 자료에 중점을 두어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하여 그 반출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퇴사시에 그 영업비밀 등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음에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아니하였다면,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같은 취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2) 약정의 효력 여부의 판단요소 경업금지에 관한 명확한 합의가 존재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경업금지에 대한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재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때 사용자의 정당한 이익의 존부의 판단을 위해서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되는 근로자의 지위와 직무 내용, 경업금지기간 및 대상이나 지역 등이 합리적인지, 경업을 제한하기 위해서 일정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였는지 등의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거나 그 보호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 경업금지약정이 퇴사한 근로자의 이러한 사용자의 보호가치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까지 보호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경업금지 약정이 무효라면, 이를 위반한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없으므로 약정 위반을 원인으로 하여 손해배상청구 역시도 기각될 수밖에 없다. (3) 기간의 제한 이러한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그 보호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인정되어야 한다.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유리한 출발(headstart)' 내지 '시간절약(lead time)'이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시간적 범위 내에서 기술의 급속한 발달상황 및 변론에 나타난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등을 고려하여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상당한 기간 동안으로 제한하여야 하고, 영구적인 금지는 제재적인 성격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을 조장하고 종업원들이 그들의 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려는 공공의 이익과 상치되어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16605 판결, 대법원 1998.2.13. 선고 97다24528 판결). 다만 경업금지기간은 해당 정보의 특성을 감안하여, 장기간 상업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정보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누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장기인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만일 상업적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만으로 한정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판단 (1) 영업비밀 여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이란, 비공지성, 경제성, 비밀유지성이 구비된 생산방법·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고,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고 함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대법원 2004.9.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등). 따라서 영업비밀침해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거래처에 대한 정보는 갑(甲)이 고용기간 중에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사용하여 영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는 이미 동종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설령 일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수하는 데 그다지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을(乙) 회사가 다른 업체의 진입을 막고 거래를 독점할 권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그러한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는 무역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측면이 강하므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 할 것이다. (2)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업무상배임죄의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 따라서 대법원이 이미 공지되었거나 다른 경쟁업체가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로 보이는 이 사건에서의 거래처 정보는 을(乙) 회사의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을(乙)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보호할 가치 있는 정보 내지 영업상 중요한 자산인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다만 거래처 정보도 주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거래처{소위 벤더(vendor)}, 상품의 수요처, 핵심적인 용역을 제공하는 거래처 등이 해당 업계에서 쉽게 알 수 있거나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며(=공지성의 결여),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영업비밀로 보아 기존에 대법원이 인정하였던 선발자의 이익(first mover advantage)과 시간절약(lead time)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9.3.16. 자 2008마1087 결정) 따라서 거래처 정보라는 것만으로 일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산업내에 종사하는 관련 업계의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정보를 취득하는 것과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의 존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2010-12-09
회사분할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과 원고적격
1. 사실관계 공정거래위원회는 A 주식회사(이하 'A')에 대하여 주식회사 B(이하 'B')에 대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을 이유로 2008.2.19.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C 주식회사(이하 '원고')는 A의 여수조선사업부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되었고, 2008.3.24. 이 사건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및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피고')는 정부법무공단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위 사건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고, 위 사건의 상고심인 대법원은 위 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8두23092 판결). 2. 판결요지 [1] 회사가 분할된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사건에 있어서도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내려지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2] 원고는,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원고가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을 들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에게는 이 사건 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3.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자신이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실질적인 상대방으로서, A의 여수조선사업부의 사업과 관련하여 내려진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와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주장함. 4. 평석 가. 회사분할 시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에 관한 판례의 입장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대법원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것은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와 의무라 할 것인바,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단순한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그 과징금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에게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과징금부과처분의 상대방은 분할계획서 또는 분할합병 계약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취지의 서울고등법원 2006.10.26. 선고 2006누3454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후에도 대법원 2009.6.25. 선고 2008두17035 판결을 통하여 같은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참고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되는 회사, ②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③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지며(제55조의5 제1항),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인 사업자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해산되는 경우 그 과징금은 ①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 ② 분할되는 회사의 일부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여 그 다른 회사가 존속하는 경우의 그 다른 회사가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나(제55조의5 제2항), 회사가 분할 후에 과징금부과처분이 있는 경우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하도급법과 마찬가지로 이에 관한 판단은 판례 등의 입장에 따라 처리되어야 한다. 나. 신설회사가 과징금납부의무를 승계하는지 여부 상법은 회사 분할 시에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는 분할하는 회사의 권리·의무를 분할계획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서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530조의10), 회사분할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가 승계하는 권리·의무는 회사분할 당시 성립해 있는 권리·의무에 한정된다. 원고가 2008.1.11. 회사분할로 설립될 당시에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하도급법을 위반하였다는 사실행위만 존재할 뿐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인 A에 승계의 대상이 되는 어떠한 의무도 성립하기 전이다. 따라서 신설회사인 원고에게도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다고 할 것이다. 다. 신설회사에게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여부 행정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도 당해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으나, 이 경우 법률상의 이익이란 근거 법률에 의하여 직접 보호되는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므로, 제3자가 단지 간접적이 사실상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대법원 2002.8. 23. 선고 2002추61 판결 등 참조). 원고는 자신이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인 소외 A의 여수 조선사업부에 관한 일체의 권리·의무를 분할하여 2008.1.11. 설립된 회사로서, 상법 제530조의10에 따라 위 A의 여수 조선사업부의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를 승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앞서 검토한 것과 같이 원고가 A로부터 분할된 것은 아직 이 사건 처분이 있기 전이므로, 원고가 A로부터 승계할 어떠한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령 원고가 A와의 관계에서 이 사건 처분을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B가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원고가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사실상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며,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하여 분할하는 회사, 즉 분할 전 회사인 A에 대하여 승계하여 책임질 어떠한 의무도 없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으므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라. 결론 대상판결에 적극 찬성한다. 대상판결은 회사가 분할하는 경우 신설회사에 대하여 분할하는 회사의 분할 전 법 위반행위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7.11.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이후에, 이러한 이유에서 과징금부과처분이 회사분할 후의 존속회사에 대하여 이루어졌다면 신설회사는 존속회사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되는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2010-11-15
사기에 의해 획득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Ⅰ. 사안의 개요 동해펄프 주식회사("동해". 정리절차 개시 전의 피고이나 혼용한다)는 원고(MWI)에게 자회사를 매각하면서, 우드칩 독점공급권을 원고에게 주는 대가로 우드칩 공급가격을 할인받기로 하는 독점공급계약("이 사건 계약")을 1994년1월 체결했다. 당사자들은 시차를 두고 한글계약서와 영문계약서를 체결했는데 후자에는 동해의 책임제한조항이 삭제되었다. 원고는 1996년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으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ICC 중재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다. 중재인은 중재지인 홍콩에서 중재절차를 진행했고 당사자들은 충분히 다투었다. 중재인은 1998년1월 영문계약서를 기초로 동해의 계약위반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중재판정("이 사건 중재판정")을 내렸다. 동해는 1998년8월 회사정리절차개시 결정을 받았고 원고는 정리채권 신고기간 내에 정리채권을 신고했으나 관리인이 이의하자 관리인을 상대로 정리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하급심판결 제1심인 울산지방법원 2003.7.31. 선고 98가합8505 판결은 이 사건 중재판정을 승인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피고는 중재판정의 편취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원심(부산고등법원 2006.2.16. 선고 2003나12311 판결)은, 독자적으로 증거를 종합하여 전면적으로 사실인정을 하고 법률적 판단을 한 뒤, 원고는 허위의 주장과 증거를 제출하여 중재판정을 편취했으므로 1958년 외국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뉴욕협약")상 공서위반이라는 승인거부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은 승인의 문제이므로 승인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1]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어 기판력이 있으므로, 정리채권확정소송의 관할 법원은 뉴욕협약(제5조)의 승인거부사유가 없는 한 외국중재판정에 따라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 [2] 뉴욕협약의 공서위반의 취지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이 승인국의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과 사회질서를 해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를 보호하는 데 있으므로, 국내적 사정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질서의 안정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외국중재판정을 인정한 구체적 결과가 승인국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 한하여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3] 승인국 법원은 뉴욕협약의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본안에서 판단된 사항에 관하여도 독자적으로 심리·판단할 수 있고, 공서위반에는 중재판정이 사기적 방법에 의해 편취된 경우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승인국 법원이 외국중재판정의 편취 여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중재인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한 후 외국중재판정이 편취되었다고 보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신청하는 당사자가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 반대당사자가 과실 없이 신청당사자의 사기적 행위를 알지 못하여 중재절차에서 그에 대해 공격방어를 할 수 없었으며, 사기적 행위가 중재판정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다는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 법원이 정리채권을 확정하는 판결을 함에 있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에 구속되는가이다. 구체적으로 ① 외국중재판정은 우리 법원의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지는지, ②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과 ③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편취가 승인거부사유가 되기 위한 요건이다. 사기에 의하여 편취된("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을 다룬 대법원 2004.10.28. 선고 2002다74213 판결("2004년 판결")이 있으므로 양자의 異同도 관심의 대상이다.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오영준 판사의 해설(판례해설 79호)과 정선주 교수의 평석(민사재판의 제문제 제18권)이 있다. 필자의 상세 평석은 서울지방변호사회 판례연구에 게재될 예정이다. 2. 외국중재판정의 효력과 승인판결의 요부 외국판결은 민사소송법(제217조)의 승인요건이 구비되는 한 우리 법원의 재판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되나(자동승인제), 외국도산절차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리 법원의 승인결정에 의하여 승인된다(결정승인제). 그런데 중재법(제37조 제1항)이 중재판정의 승인은 법원의 승인판결에 따른다고 규정하므로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그런 견해가 있다. 그러나 외국판결과, 뉴욕협약이 적용되지 않는 중재판정의 승인에 관한 우리 법제를 보면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중재판정의 경우에만 승인판결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뉴욕협약이 적용되는 외국중재판정도 승인요건이 구비되면 자동승인된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이를 분명히 한 판결로서 의의가 있다. 승인의 결과 외국중재판정은 한국에서 효력(특히 기판력)을 가지는데 문제는 그 기준이다. 외국판결 승인의 경우처럼 외국중재판정 승인의 경우에도 효력확장설(즉 중재지국법설), 승인국법설과 절충설이 가능하다. 대상판결이 외국중재판정은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할 뿐, 그것이 한국 법원의 확정판결인지와 그 근거를 밝히지 않는 점은 아쉽다. 3.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국제적 공서위반 뉴욕협약(제5조)은 승인거부사유를 규정하는데 여기에서 문제는 공서위반이다. 공서는 승인국의 본질적인 법원칙, 즉 기본적인 도덕적 신념 또는 근본적인 가치관념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외국중재판정의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국내법질서를 보존하는 방어적 기능을 가지므로 이는 좁게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뉴욕협약상의 공서는 민법(제103조)이 정한 국내적 공서와 구별되는 '국제적 공서'라고 본다. 대상판결이 그런 취지로 판시한 것은 판례를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 다만 승인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 마치 집행이 문제되는 것처럼 설시한 것은 아쉽다. 4.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과 공서위반 가.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예외 뉴욕협약상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이 타당하므로 승인국 법원은 원칙적으로 실질재심사를 할 수 없지만, 승인거부사유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실질재심사를 할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는 중재인의 사실인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다만 그 경우에도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실질재심사가 허용된다. 여기에서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과 승인거부사유, 특히 공서위반의 심사 간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대상판결은 종래의 판례를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나. 사기가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 외국판결 승인의 맥락에서 전통적으로 영미에서는 사기를 공서위반이 아닌 독립한 승인거부사유로 본다. 미국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FMJRA)도 같다. 미국에서는 외재적 사기와 내재적 사기를 구분하는데, 전자는 외국 소송절차 외의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의 절차 참가가 박탈된 경우이고, 후자는 위조증거의 사용처럼 원고가 외국 소송절차 내에서 행위한 경우이다. 승인거부사유는 외재적 사기에 한정되고, 내재적 사기의 주장은 실질재심사를 요구하므로 허용되지 않으며 이는 판결국에 제출해야 한다. UFMJRA를 개정한 2005년 통일외국국가금전판결승인법(UFCMJRA)은 승인거부사유가 외재적 사기에 한정됨을 명시한다. 한편 2004년 판결은, "… 외국판결의 성립절차에서 공서에 어긋나는 경우도 승인·집행의 거부사유에 포함되나, 민사집행법이 실질재심사금지의 원칙을 규정할 뿐만 아니라, 사기적 방법으로 편취한 판결인지를 심리한다는 명목으로 실질재심사하는 것은 외국판결에 대하여 별도의 집행판결제도를 둔 취지에도 반하므로, 사기적 방법으로 외국판결을 얻었다는 사유는 원칙적으로 승인·집행의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다만 재심사유에 관한 민사소송법 …에 비추어 볼 때 ① 피고가 판결국 법정에서 사기적 사유를 주장할 수 없었고, ② 처벌받을 사기적 행위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승인·집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유죄의 판결과 같은 고도의 증명" 이라는 생소하고 애매한 개념을 사용한 점과, 재심의 법리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을 비판했다. 필자는, 사기에 의한 외국판결의 승인거부에 관한 법리가 사기에 의한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에도 원칙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영국의 태도는 특이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취소에 관한 미국법이다. 연방중재법(제10조(a))에 따르면, 법원은 ① 취소 신청인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에 의해 사기를 입증하고(the movant must establish the fraud by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 ② 상대방이 정당한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중재 이전에 그 사기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③ 사기가 중재의 쟁점과 중요한 관련이 있는 경우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대체로 타당하다. 다만 판결문 중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명백히 인정되고"라는 부분은 미국의 '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라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이는 미국에서 민사소송에서 통상 요구되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보다 높은 증명의 정도를 요구하는 개념이다. 우리 민사소송법상 증명은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을 요구하는 것으로 '증거의 우월'보다 훨씬 높은 증명도를 필요로 하므로, 차라리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증명될 것"을 요구하는 편이 낫다. 2004년 판결에서 "고도의 증명"을 요구한 대법원이 대상판결에서는 달리 설시하는데, 이것이 판결과 중재판정의 차이에 기인하는지, 좀더 정치하게 진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5. 맺음말 대상판결은, 외국중재판정은 승인판결 없이 한국에서 기판력을 가진다고 본 점, 외국중재판정의 승인거부사유인 공서위반의 의미 및 판단 방법에 관한 종전 판례를 재확인한 점과, 사기에 의한 중재판정의 승인이 공서위반이 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제시한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처럼 외국중재판정에 대한 실질재심사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우리 법관들에게 확산될 때 국제상사중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2004년 판결과 달리 설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점, 미국 판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민사증거법상 부적절한 설시를 한 점과, 미국 판례법리를 차용하면서도 전거를 밝히지 않은 점은 유감이다. 필자는 2004년 판결에 대한 평석을 2006년 초 발표했고 뉴욕협약에 관해 2007년 책에서 상세한 글을 썼으나, 이는 개인적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고 법학비전공자의 글보다 못하게도 대법원과 재판연구관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아 몹시 부끄럽다.
2010-10-14
진정상품의 병행수입과 부정경쟁행위
I. 들어가기 진정상품의 병행수입이란 "상표권자가 국내와 국외에서 동일한 상표를 각 국내법에 따라 등록한 경우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 없이 외국에서 그 국내법에 따라 적법하게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된 상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동일한 상표를 부착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각 국에서의 판매가격이 다르므로 값이 싼 국가에서 수입하여 값이 비싼 국가에서 판매한다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행수입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영역은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다. 본 평석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련된 부분이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모두에 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 후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정당한지 논하고자 한다. II.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2.9.24.선고 99다42322, 대법원 2009.1.30. 선고 2008도7462)의 요지 1. 상표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상표는 기본적으로 당해 상표가 부착된 상품의 출처가 특정한 영업주체임을 나타내는 상품출처표시기능과 이에 수반되는 품질보증기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병행수입업자가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위와 같은 상표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없고 국내 일반 수요자들에게 상품의 출처나 품질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없다면, 이러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상표권자는 상표권에 기하여 그 침해의 금지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한 판결의 요지 병행수입업자가 적극적으로 상표권자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선전행위를 한 것이 실질적으로 상표권 침해의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태양 등에 비추어 영업표지로써의 기능을 갖는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사용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 소정의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되어 허용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2002년도 버버리 제품의 병행수입에 관한 판결에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및 쇼핑백, 선전광고물은 영업표지로 볼 수 없거나 병행수입업자의 매장이 마치 대리점인 것처럼 오인하게 할 염려가 없어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되는 반면에, 사무소·영업소·매장의 외부 간판 및 명함은 영업표지로 사용한 것이어서 상품의 표장의 사용이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2009년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사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판매점의 외부에 설치된 현수막 등에 국내에 널리 인식된 나이키의 표장을 사용하여 영업한 것은 위 표장의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부여받아 영업을 하는 주식회사 나이키스포츠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III. 판례평석 1.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에 관한 다양한 견해들 가. 일본학설 일본에서는 병행수입한 상품의 광고의 허용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의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첫째, 진정상품에 대하여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진정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해하지 않으므로 허용된다는 견해. 둘째, 진정상품과 관계없이 상표를 사용한다든가, 판매점 간판에 표시하는 행위와 같이 상표권자의 대리점 또는 라이선스판매가 있다고 오해가 생기는 경우에는 부정경쟁행위로써 금지되어야 한다는 견해. 셋째, 병행수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범위에서 상표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 나. 유럽연합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의 입장 유럽연합법원(사건번호 C-63/97)은 '상표와 관련한 회원국가의 법을 수렴시키기 위한 지침(First Directive 89/104/EEC of the Council, of 21 December 1988, to Approximate the Laws of the Member States Relating to Trade Marks)' 제7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병행수입한 상품의 판매자와 상표권자 간에 어떤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인상, 특히 판매자의 영업이 상표권자의 공급망의 일부 또는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인상을 준 경우에는 위 지침 제7조 제2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광고는 상표권자의 경쟁자가 상표의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하여 상표권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상표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판시하여 우리 대법원의 입장과 유사하다. 참고로 위 지침 제7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표의 권리소진을 부인하고 상표권자가 제3자의 상표사용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 사견 가. 상품주체혼동과 영업주체혼동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나.목에서는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타인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쌓은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데 있다. 그런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에서 상품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품주체혼동행위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언어적으로 구별이 가능하지만 구체적 사실에서는 분명한 기준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예들 들어 나이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결과 나이키상품을 다른 상품과 구별시키는 기능과 함께 나이키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을 표시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영업의 출처를 표시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나이키라는 이름을 사용하여 광고를 하게 되면 상품의 출처와 영업의 출처를 동시에 표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를 발생시키는 광고가 모두 영업주체혼동행위에 해당하여 금지된다는 것은 병행수입의 적법성을 고려할 때 문제가 있다. 나. 대법원 해법과 그 문제점 위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대법원은 외부간판이나 현수막과 같이 매장외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일반 수요자들로 하여금 병행수입업자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 등으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하면서도 매장내부 또는 포장지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그러한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영업주체혼동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매장내부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는 영업주체혼동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품주체의 혼동을 유발하지 않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광고에 대하여 기존의 영업주체혼동행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이러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매장외부 광고와 매장내부 광고가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는데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병행수입업자가 매장에서 하나의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한다면 매장외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매장내부에 표장을 사용하거나 관계없이 구매자로서는 영업주체를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 새로운 해법의 제시 원점으로 돌아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영업주체혼동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는 타인의 영업을 자신의 영업인 것처럼 표시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영업주체혼동이 발생하더라도 이러한 혼동으로부터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없었고 실제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없다면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예를 들어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판매점의 영업주체가 상표권자의 한국 내 지점 또는 지사이든 아니면 상표권자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서 독점수입판매를 하는 한국회사이든 관심이 없다. 구매자의 관심은 유명상표의 의류제품의 품질이 좋다거나 제품의 명성이 높다는 등 상품의 출처에 집중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제품에서 상표권자가 병행수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영역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 목의 '상품주체혼동'이지 나. 목의 '영업주체혼동'이 아니다. 따라서 사견으로는 대법원이 버버리 제품이나 나이키 제품의 병행수입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주체혼동'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반면에 전자제품의 경우에서는 구매자는 상품의 품질이나 명성에도 관심을 갖지만 애프터서비스에도 높은 관심을 갖기 때문에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프터서비스는 상품과 독립된 무형의 서비스 영역이므로 상품판매와 별도로 독립된 영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행수입업자가 애프터서비스영업의 주체에 대하여 혼동을 유발하여 자신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애프터서비스의 제공자인 것처럼 구매자를 오인시켰다면 부정경쟁행위가 될 것이다. 이때 외부간판이나 현수막에 의한 광고는 금지되지만 매장내부의 광고는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구매자에게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병행수입된 제품의 광고의 한계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판결처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병행수입된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매자를 기준으로 볼 때 상표권자가 영업주체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하여 이익을 갖고 있는지를 살핀 후, 만일 그러한 이익이 존재한다면 구체적인 광고방법이 영업주체혼동을 유발하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2010-09-02
가압류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전과 개별상대효
1. 문제의 제기 민사집행법 제92조는 부동산의 권리를 취득한 제3자가 권리를 취득할 때에 압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에는 압류에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압류의 처분금지효를 규정하고 있고, 가압류의 경우 동법 제291조에서 본압류에 관한 규정을 준용함으로써 가압류의 경우에도 처분금지효가 인정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구 소유자의 채권자 또는 신 소유자의 채권자가 배당에 참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고, 이는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에 관하여 개별상대효를 취하느냐 절차상대효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된다. 문제는 대법원이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까지 인정하고 있는 바, 이는 가압류채권자의 본래적 지위와 일치하지 않고 개별상대효를 지나치게 과장하여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가압류채권의 배당순위는 가압류에 의하여 보전된 피보전권리의 성질에 따라 그 피보전권리가 우선변제권이 있으면 배당절차에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것이나, 이하에서는 편의상 우선변제적 효력이 없는 일반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부동산가압류가 집행되고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에 배당참가자 및 배당방법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 변동과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자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다. 가압류 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그 강제집행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인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는 집행채무자인 가압류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이므로, 제3취득자에 대한 채권자는 당해 가압류목적물의 매각대금 중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의 금액에 대하여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다(대법원 1998. 11.10. 선고 98다43441 판결).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집행권원을 얻어 제3취득자가 아닌 가압류채무자를 집행채무자로 하여 그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강제집행을 실행할 수 있으나, 이 경우 그 강제집행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인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만 집행채무자인 가압류채무자의 책임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라 할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제3취득자의 재산에 대한 매각절차라 할 것이므로, 제3취득자에 대한 채권자는 그 매각절차에서 제3취득자의 재산 매각대금 부분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있다(대법원 2005. 7.29. 선고 2003다40637 판결, 이우재, 대법원판례해설 제57호(2005하), 523면). 절차상대효설은 가압류와 저촉되는 처분행위는 당해 집행절차 전체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해석하여, 가압류채권자뿐 아니라 저촉처분 후 집행에 참가한 자도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을 원용하여 저촉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보고, 환가 후 잉여금이 있으면 이를 '구 소유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가압류 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된 경우,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가압류채권자가 집행권원을 얻어 집행하는 절차에 편승하여 배당에 참가할 수 있는 반면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대상판결은 개별상대효에 충실하다. 부동산소유권 변동은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만 구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이고, 나머지 부분은 신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라는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원고(=가압류채권자)는 1995년 10월18일 소외 갑(=구 소유자)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청구금액 15,500,000원의 가압류결정을 받고, 같은 달 19일 그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1996년 1월12일 위 부동산의 소유권은 소외 을(=신 소유자)에게 이전되었고, 같은 해 3월25일 소외 병은 채권최고액 450,000,000원의 근저당권을 취득하였다. 1996년 1월24일 피고는 신 소유자인 을과의 사이에 보증금 55,000,000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2월29일 전입신고, 3월5일 확정일자를 받았다. 원고는 갑을 상대로 한 본안소송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 이를 집행권원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했다. 경매법원은 원고의 채권, 피고의 보증금반환채권, 근저당권자 병의 채권이 동일한 순위에 있는 것으로 보아 안분배당한 후 피고와 병 사이에서는 피고의 채권 전액에 달할 때까지 병의 배당액을 흡수시켰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기 전에 가압류집행을 마쳤으므로, 먼저 원고의 청구금액을 배당한 다음 나머지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피고에게 배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4. 검토의견 생각건대,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론은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인 바, 이는 가압류채권자의 본래적 지위와 일치하지 아니하고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배당순위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할 것이다. 현재 문헌상으로는 배당에 참가할 자 또는 배당참가 방법(즉 부동산집행으로서 배당에 참가할지 아니면 신소유자가 받게 될 잉여금에 대한 채권집행의 방법으로 참가할지)에 관한 논의가 있을 뿐, 이러한 우선배당의 결과는 개별상대효의 해석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황진효, 가압류가 본압류로 전이되기까지 사이에 가압류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된 경우의 배당참가권자, 판례연구 11집(2000. 1.) 및 이우재 전게논문). 이러한 입장에 대해, 가압류에 처분금지효력을 인정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가압류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변동되었을 경우 가압류채권자의 지위가 강화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따라서 가압류채권자는 신 소유자에 대한 담보물권자와 평등한 지위에서 배당을 받아야 하고, 신 소유자의 소액임차인 등은 가압류채권자에 우선하여 배당받아야 한다는 이론이 있다(송인권, 가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에 관한 몇 가지 문제, 법조 55권 12호(2006. 12.)). 필자의 소견 역시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첫째,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배당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후순위 조세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자신의 배당액을 흡수당하는 지위에 있는 자이다. 예컨대, ① 가압류 ② 근저당 ③ 조세채권의 압류 순으로 된 경우의 배당에 관하여, 안분 후 흡수설에 의하면 근저당권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양자는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보아 일단 각 채권액에 비례하여 안분배당한 후, 조세채권자는 가압류채권자에 우선하므로 안분액에서 청구채권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한하여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액으로부터 흡수할 수 있다. 이처럼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절차상 지위는 견고하지 못하다. 둘째,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이 변동되고 목적부동산이 강제집행에 나아간 경우, 그 부동산의 매각절차는 제3취득자(=신 소유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매각절차이고, 다만 가압류의 처분금지 효력이 미치는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 가압류를 수인하여야 하는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면 족하다(이우재, 전게논문 534면). 즉, 하나의 물건을 가액으로 나누어 가압류청구금액 범위 내에서는 구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로, 나머지 금액은 신 소유자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로 나누어 소유권 귀속을 따질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목적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진 경우, 소유권 변동을 고려할 필요 없이 등기부상 나타난 권리관계의 순위 및 우선변제권 있는 채권자의 배당요구에 따라 배당을 실시하면 족하다 할 것이고, 여기에 가압류채권자의 우선변제적 효력까지 인정하는 것은 개별상대효를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 할 것이다. 셋째, 이러한 해석론에 의하면 가압류채권자의 지위가 구 소유자도 아닌 신 소유자의 채권자에 의해 침식당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가압류채권자의 배당절차상 지위가 애초에 그러하다. 즉, 소유권의 변동이 없는 경우에도, 가압류채권자는 가압류 후 설정된 근저당권자와는 동등한 지위에 있으므로 안분배당을 받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청구채권이 침식당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자신보다 나중에 압류한 조세채권자로부터는 자신의 안분배당액을 흡수당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이다. 이러한 결과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변제권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이고, 개별상대효와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 할 것이다. 넷째,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목적물이 양도되지 않았더라면 그 목적물이 일반채권자의 공동담보로서 다른 채권자의 배당가입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지위에 있고, 가압류는 그 상태에 있어서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목적물이 양도된 경우 독점적으로 변제를 받아 양도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커다란 이익을 향유하게 되고, 이와 같은 가압류채권자는 본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우선변제를 받는 셈이 되고, 법률이 가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처분행위를 부인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취지를 넘어 가압류채권자에게 필요 이상의 이익을 주게 된다(일최고재 소화 6. 12.8. 판결, 황진효 전게논문 564면에서 인용함)"는 점이다. 위 판시는 절차상대효설의 입장에서 '구 소유자의 채권자'가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는 논거로서 제시된 것이나, 개별상대효의 입장을 취하더라도 위 판시부분은 그대로 타당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다섯째, 하나의 물건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를 소유자별로 나누어 살피는 것은 모순된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① 가압류 ② 주택임차인 ③ 소유권이전의 순으로 권리관계가 변동되었다고 가정할 때, 판례이론에 의하면 가압류채권자는 소유권 변동 이전에는 주택임차인과 동등한 지위에서 배당을 받게 되나, 소유권 변동 후에는 우선배당의 효과를 누리게 된다. 즉, 주택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갖춘 후 임차주택의 소유권이 양도되어 그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경우에는, 보증금반환채무도 부동산의 소유권과 결합하여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이므로 양도인의 임대인으로서의 지위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한다(대법원 1996. 2.27. 선고 95다35616 판결, 전부명령이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대법원 2005. 9.9. 선고 2005다23773 판결)는 것인바,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소유권 이전 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주택임차인은 신 소유자의 채권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판례이론에 의하면 주택임차인은 가압류채권자가 우선 배당받고 남은 금원에 한하여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고 해석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가압류 이후 소유권 이전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배당관계가 달라진다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가압류 후 담보물권자의 배당참가가 부정되는 것은 오히려 절차상대설의 결론(황진효, 전게논문 561면)이라는 점에서 개별상대효의 입장에 충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 결론 가압류 집행 후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고 위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진 경우, 개별상대효는 '구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없고, '신 소유자의 채권자'는 배당에 참가할 수 있다는데 그쳐야 한다. 위 부동산의 경매절차는 어디까지나 신 소유자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절차이고, 다만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가압류를 수인하여야 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압류채권자에 대한 우선배당의 효과는 인정될 수 없고, 가압류채권자는 신 소유자에 대한 채권자들과 함께 배당에 참가하여 그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게 된다. 그 결과 가압류채권자의 청구채권이 침식당할 수 있으나, 이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우선변제적 효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득이한 결과라 할 것이다.
2010-07-12
입찰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기준
1. 들어가며 2001년부터 약 9년간 계속되었던 군용 유류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얼마 전 선고되었다.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 손해와 가장 가까운 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많은 자료와 공방이 오고갔다. 필자는 국가측의 항소심 소송수행자로서 위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정리하여 향후 유사사례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본 판례평석을 기고하게 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들인 주식회사 A,B,C,D,E는 국가인 원고에게 군용유류를 납품하는 정유 업체이다. 군용유류 구매절차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계법'이라 한다), 같은 법 시행령(이하 '국계령'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데,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에 의한다. 원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피고들과 입찰을 통하여 75건 금액 합계 약 712,845,810,000원(1998년 약 320,303,582,000원, 1999년 약200,132,950,000원, 2000년 약 192,409,278,000원)의 군용유류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피고들이 위 기간 동안 입찰물량을 나누어 낙찰받기로 한 후, 유종별 낙찰예정업체, 낙찰단가, 들러리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그 합의된 내용대로 응찰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 규제법'이라 한다.)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피고들 합계 약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이후 피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결과적으로 납부한 과징금은 총 936억 1000만원이다.) 이와 더불어 피고들 및 피고들의 경영이사들은 독점규제법위반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판결은 확정되었다. 원고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피고들에게 165,967,357,805원(그 중 82,857,611,115원은 98년분, 66,596,222,979원은 99년분, 8,965,745,626원은 2000년분)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였다. 3. 사건의 쟁점 및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가. 사건의 쟁점 피고들의 담합행위 여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심결 및 관련 판결에 의해 확정된 이상 피고들의 위법한 담합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그 책임 범위는 '피고들의 담합행위로 인하여 형성된 가격'(낙찰가격)과 '피고들이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으리라고 인정되는 가격'(경쟁가격)과의 차액이 될 것인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의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을 추정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 나. 손해액 산정의 방법론 1) 표준시장 비교 방법(원고측 제시) 표준시장 비교 방법(yarkstick method)은 입찰 담합이 없었던 시장을 표준으로 삼아서 그 시장에서의 가격과 입찰 담합이 있었던 시장에서의 가격을 비교함으로써 담합으로 인한 가격 인상분을 파악하여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원고는 피고들에 의하여 과점되고 있는 국내 유류시장의 특성상 유류 시장 전체에 걸친 가격 담합이 존재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국내 유류 시장을 기준으로 경쟁 시장 가격을 산정할 수는 없고, 아시아 최대의 유류 완제품 국제 시장인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유류를 구입하여 국내에서 원고에게 공급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형성된 거래가인 MOPS 가격에 운임보험료, 신용장 개설료, 통관료, 국내운반비, 저유비, 품관비, 첨가제가격, 일반관리비, 이윤, 석유기금, 관세 등의 부대비용을 더하여 가상의 경쟁시장 가격을 추정하였다.(이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라 한다) 2)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감정인단 및 피고들 제시) 감정인단 및 피고들은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적용한 계량경제학적 분석방법,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을 변수로 설정하고 중회귀분석(multiple regression analysis)이라는 통계학적 추론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담합이 가격에 미친 영향과 담합 이외의 경제적 요인들이 가격에 미친 영향을 분리하여,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but for price)을 추정해 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4. 1심 및 대상 판결의 요지 가. 1심 판결의 요지(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1. 23. 선고 2001가합10682 판결) 1심은 ① 완전경쟁시장(싱가포르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하게 되면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담합이 없었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이 아닌 '완전경쟁시장에서 형성되었을 가격과 실제 구매가격과의 차액 전체'를 피고들에게 부담시키는 결과가 되며, ②군납 유류시장과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특수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변수들의 효과를 적절히 감안하지 아니한 채 두 시장을 단순히 비교하는 표준 시장 비교 방법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낙찰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을 도입한 중회귀분석 모형을 설정한 다음 이중차분법에 따라 담합의 효과를 추정해내는 방법, 즉 '중회귀분석을 통한 이중차분법'에 의하여 손해액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따라 1심 법원은 감정인단의 결과를 원용하되, ①추정모형으로는 통상 최소자승법(ordinary least squares method)을 채택하고, ②담합효과는 1998년과 1999년은 동일하게, 2000년은 이와 다르게 설정하는 모형을 채택하며, ③유찰수의계약 자료는 모두 모형에서 제외하는 변형을 가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80,997,385,398원으로 계산하여 판결하였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항소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변경하였다. 즉, 계량경제학상의 중회귀 분석을 통한 손해액 산정 방법이 그 자체로서 매우 합리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①경제적 논증에 대한 규범적 통제의 어려움, ②이 사건 각 모형에 의하여 추정된 각 손해액의 편차가 5.5배를 초과할 정도로 매우 큰 점, ③우리의 손해배상제도가 3배 배상의 원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계량경제학적 손해액 산정 방법을 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불확실성의 혜택(benefit of doubt)이 피고들에게 돌아가 과소 배상의 위험이 있어 이 사건 손해액의 산정 방법으로 위 방법을 채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대하여는 ①원고의 산정 방식의 현실 적합성에 대하여 9년에 걸친 비교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는바, 담합이 없었던 2001년 내지 2009년까지의 유종별 실제 낙찰 평균가는 MOPS 가격 비교 방법에 따른 경쟁가격 평균가의 94.39% 내지 103.72%사이에서 결정되어 그 정확도가 매우 높고, ②국내의 대량수요처 및 원고도 예정 가격 결정시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기초 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③분석자의 가치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현실에서의 적합성을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을 담합 기간의 가상 경쟁 가격을 추정하는 일응의 기준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판시를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이에 따라 원고의 산식을 기준으로 통계적 편차를 반영하여 최종적인 손해액을 130,992,430,066원(1998년은 73,994,790,469원, 1999년은 60,657,670,018원, 2000년은 6,657,089,641원)으로 확정하였다. 5. 평석 가. 판결 이유 분석 불법행위 손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차액설). 이러한 대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피고들은 담합행위(이 사건에서의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가상 경쟁가격을 각자 다른 방식에 의해 추정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 경쟁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은 손해액 산정에 다소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지만, 위 손해액 산정은 이론적 근거와 자료의 뒷받침 아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정당하게 추정되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법리의 이면(裏面)에는 피고들의 잘못된 행동이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지 못하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손해액 입증책임(burden of proving)은 그만큼 경감되어야 하고, 그만큼의 부정확성은 잘못한 행동을 한 자가 감수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참고로 이러한 측면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추정 법리가 발달한 미국법원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고전적인 원칙(ancient principle)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은 원고의 MOPS 가격 비교 방법이 위에서 보았던 이유에 따라 현실을 개연성 있게 반영할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신뢰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한편, 법원은 계량경제학적 방법이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을 추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훌륭함을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계량경제학적 방법은 그 자체로 방법적·현실적 한계가 있다. 즉, 이 사건에서 유류가격 형성에 미치는 변수는 연구진 마다 15개에서 20개가 제시되었으며, 분석자의 가치관에 따른 변수선택으로 모델 구성이 달라져 그 결과는 5.5배가량의 차이를 낳았다.(18,841,570,000원에서 112,008,785,163원의 스펙트럼이 존재하였다) 여기서 법원은 어느 모델이 정답이라고 평가하기 곤란하며, 모델을 선택한 후 그 변수를 변경하는 것(1심 법원)은 합리적인 규범 판단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본 것이다. [변론 과정에서 미국의 유사 사례로서, 법원은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에서 다양한 변수의 통제가 어렵다면 계량 경제학적 방식을 채택하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시가 제시된 바 있다.(Miller v. Holzmann, 563 F.Supp.2d 54,109)] 나. 평가 본 판례는 담합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방법에 관하여 일종의 표준시장 비교 방법을 채택한 선진적인 사례이다. 법원은 계량 경제학적 방식의 그 자체의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의 현실적 적용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표준시장 비교 방법의 합리성과 현실적합성을 실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였다. 또한 본 사건은 전문 감정에 대해서 법원의 규범적 평가의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판시하였는바, 전문·기술적 소송이 점차 증가하는 요즘의 추세에서 전문·기술적 감정을 어떻게 통제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2010-02-01
영업권 양도와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문제
1. 서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영업권의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당사자 간에 합의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과세관청의 입장에서는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 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다. 조사 결과 그 가격이 과세관청이 계산한 것과 비교하여 차이가 있으면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매입하거나,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도한 경우”(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과세관청은 거래가격을 부인하고 법인세를 추징한다. 한편 영업권 양도거래는 시가로 인정할 만한 “해당 거래와 유사한 상황에서 해당 법인이 특수관계자 외의 불특정다수인과 계속적으로 거래한 가격 또는 특수관계자가 아닌 제3자간에 일반적으로 거래된 가격”(법인세법시행령 제89조 제1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므로 과세관청과 사이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는 분야이다. 대상판결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고, 거래 당시에도 순손실이 나는 기업의 영업권 평가에 관한 문제를 다룬 것으로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2.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언론사가 계열사로부터 잡지사의 영업권을 9억원에 양수한 계약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① 이 잡지는 10여년 전에 창간된 이래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고 유효 독자비율이 80%에 이르러 다른 주간지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② 원고가 영업권을 인수한 이후 계속하여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 있다, ③ 영업권 평가를 내부손익자료에 기초한 관리회계방식에 따랐다고 하여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④ 만일 장부상의 순자산가치만을 기준으로 청산대금을 산정했더라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관계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지적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 ⑤ 법원이 시행한 감정결과상 감정가액도 이 사건 거래가액을 상회한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상표권이 포함된 이 사건 영업권의 가치를 9억원으로 산정하여 인수한 것은 고가매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은 상속세및증여세법상의 영업권 평가액이 0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거래대상이 경제주간지로서 매주 3만부 이상 발간되는 경쟁력 있는 영업권이라는 특수성, 거래시 회사내부손익자료를 바탕으로 영업권 가액을 산정한 경위, 영업권 인수 이후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실제 영업실적, 재판과정에서 의뢰한 영업권에 대한 감정결과가 거래가액보다 높게 평가되는 점을 종합하여 영업권을 9억원으로 한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영업권의 의미와 평가방법 영업권은 “그 기업의 전통, 사회적 신용, 그 입지조건, 특수한 제조기술 또는 특수거래관계의 존재 등을 비롯하여 제조판매의 독점성 등으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말한다”(대법원 1985. 4.23. 선고 84누281 판결 등). 따라서 영업권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거래도 빈번하다. 통상 영업권의 평가는 회계법인이 한다. 이 사건에서도 1심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회계법인이 잡지사에 대한 영업권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영업권 가액은 12억원이었다. 영업권 평가방법은 일반적으로 초과이익환원법과 현금흐름할인법이 많이 이용된다. 초과이익환원법은 장래의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현재가치로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고, 현금흐름할인법은 기업의 장래 영업활동에 의한 추정현금흐름을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현재가치로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한 다음 여기에서 당해 기업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차감하여 영업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이 사건에서는 초과이익환원법이 적용되었다. 즉 영업권의 가치=[예상평균순이익-(순자산×정상이익률)]÷초과이익환원율의 공식이다. 판례도 초과이익환원법 적용이 적법하다는 전제하에,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합병하여 그 영업상 기능 내지 특성을 흡수함으로써 합병 전의 통상수익보다 높은 초과수익을 갖게 된다면 합병 후 높은 수익률을 가져올 수 있는 피흡수회사의 무형적 가치는 영업권이라 보아 무방하다”(대법원 1986. 2.11. 선고 85누592 판결)고 함으로써 영업권 평가시점 이후에 발생할 수익을 초과수익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법리와 실무 부당행위계산부인이란 “법인이 특수관계에 있는 자와의 거래에 있어 정상적인 경제인의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인세법시행령에서 정한 여러 거래형태를 빙자하여 남용함으로써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회피하거나 경감시켰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과세권자가 이를 부인하고 법령에 정하는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이는 소득이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제도”이다. 이는 경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거래형식을 취함으로 인하여 경제적 합리성을 무시하였다고 인정될 때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 유무에 대한 판단인데, 판례는 “거래행위의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과연 그 거래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경제적 합리성을 결한 비정상적인 것인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되 비특수관계자 간의 거래가격, 거래 당시의 특별한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7. 12.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등). 이러한 법리는 확립된 판례의 입장이고,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 사건의 특수성에 대한 해명과 그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는 과세관청의 주장이 교차된다. 다.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의 처리 특수관계자 간에 거래가 발생하였으나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되는가? 법인세법령상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감정평가법인이 감정한 가액에 의하고, 그마저도 없는 경우에는 상증세법에 의한 평가가액에 의한다. 과세관청은 거래가액을 감정가액이나 평가가액과 비교하여 차이가 발생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령에서 시가를 산정하는 방법을 규정한다고 하여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경제적 합리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바, 이에 대한 판단 없이 평가가액과 거래가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만으로 문제 삼는 것은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를 둔 취지와 맞지 않고 확립된 판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과세관청의 이러한 논리는 시가는 어떤 특정한 절대수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과세처분 당시에는 감정가액이 존재하지 않았고 상증세법으로 영업권을 평가하면 0원으로 평가되는데 당사자들이 영업권을 9억원으로 평가하여 거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과세관청은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당기 순손실이 수년간 발생하고 있었고,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하였으나 이러한 판단은 영업권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즉 과세관청으로서는 이 사건 거래가 경제적 합리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영업권 인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인 검토를 했어야 했음에도 평가시점을 기준으로 한 검토에 그친 잘못이 있다. 라. 당기순손실 발생과 영업권 가치 영업권의 본질이 다른 기업이 올리는 수익보다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초과수익력이라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면 점을 고려하면 수년간 당기순손실을 본다고 하여 곧바로 영업권 가치가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회사는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화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특정기간에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장래 그 회사의 전망을 고려하지 않은 채 특정시점을 기준으로 나타난 결과만으로 영업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영업권의 특성에도 맞지 않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영업권을 평가해야 할 것이고 거래 이후 실제로 발생한 영업실적도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를 할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외부 감정기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지 상증법상의 평가가액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바로 과세할 것은 아니다. 마. 다른 법령에 대한 종합적 고려 부당행위계산부인의 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조세법적인 측면 이외에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령의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이 특정한 거래를 하면 그 거래효과는 특정한 법률이나 특정한 정부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이 고가매입이라고 보는 경우에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다른 기관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가기관간에 특정 기관의 평가가액을 다른 기관이 존중해 준다는 법령상 근거가 없는 이상 거래가액 산정에 대한 위험을 회사에 부담시키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대상판결도 과세관청 주장대로 거래하였더라면 오히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특수관계자를 부당하게 지원하였다는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잡지사를 영업권 0원으로 양수하는 경우에 거래의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당해 거래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지 못하고 과세처분이라는 일면에서 본 잘못이 있다. 바. 소송시 유의점 처분 당시에는 시가로 볼 만한 거래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없는 경우라도 소송과정에서 이러한 가격을 찾을 수 있다. 판례는 소송 중에 소급 감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감정신청을 통하여 새로운 가액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 감정신청을 할 경우에는 대상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은 제반 사정을 주장하여 이를 감정결과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된 최근 판례를 소개한다. 조세를 부과함에 있어 과세관청이 시가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의하여 평가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과세처분 취소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시가가 입증된 때에는, 그 시가에 의한 정당한 세액을 산출한 다음 과세처분의 세액이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과세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여기에서 시가라 함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평가한 가액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격도 시가로 볼 수 있고, 그 가액이 소급감정에 의한 것이라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다(대법원 2008. 2.1. 선고 2004두1834 판결). 4. 결론 대상판결은 영업권이 무형의 재산적 가치라는 성질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부인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과 이 경우 부당행위계산부인에서는 거래 이후의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제적 합리성이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판결의 이유와 결론에 모두 찬성한다. 법치주의 확립 및 납세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 생각한다.
20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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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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