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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경력의 불고지와 혼인 취소 사유
Ⅰ. 사실관계 피고는 베트남 소수민족 출신의 여성으로, 만 13세 무렵 옆 마을 남성들에 의해 납치당한 다음 A에게 감금, 강간당하여 약탈혼에 이르렀고 아이를 출산하였다. A의 사망 후 A의 부모가 아이를 데려갔고, 피고는 고향을 떠나 아이와 연락 등 일체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피고는 20세 무렵 국제결혼 중개업자들을 통하여 원고와 혼인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베트남 중개업자에게는 자신의 출산경력을 알렸으나 원고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혼인 후 피고는 원고의 계부로부터 수차례 강제추행 및 강간을 당하였고, 결국 집을 나와 고소하여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형사공판 과정에서 피고의 과거 출산경력이 드러나자, 원고는 피고에게 사기에 의한 혼인 취소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Ⅱ. 판결의 요지 1심과 항소심법원은 피고의 출산경력은 원고의 혼인의사 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피고가 이를 고지하지 않았고 원고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와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면서, 혼인 취소 청구 및 위자료 청구 일부를 인용하였다. 상고심법원은 불고지의 경우에는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바, 아동 성폭력 범죄에 의하여 출산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었다면, 그 출산경력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여 그 불고지를 혼인 취소 원인이 되는 위법한 기망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그러나 환송 후 원심판결은 증거조사를 통하여 새롭게 인정된 사실을 토대로, 피고가 성폭력으로 인해 바로 임신한 것이 아니라 그 후 혼인 생활을 하다가 임신·출산하였는바, 이러한 출산경력이 피고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통상 상대방의 출산경력은 혼인에 의한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라는 등의 이유로, 다시 원고의 취소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는 재상고하였으나 재상고심 판결은 이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원고의 혼인취소청구 인용에 따라 피고는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른 결혼이민 자격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Ⅲ.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 사기로 인하여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장래를 향하여 혼인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법적 효과는 이혼과 같지만, 대상사건과 같이 혼인관계 파탄에 있어 일방의 취소 사유와 상대방의 이혼 사유가 모두 존재하는 경우 취소 인정 여부에 따라 법 적용 결과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혼인 취소의 제척기간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로서 총칙상 사기 취소와는 달리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기간 제한이 없다. 혼인 기간이 오래되었더라도 사기를 안 지 3개월 내에 취소를 청구하면, 실제 혼인 파탄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더라도 상대방의 과거 기망을 이유로 혼인관계를 해소시키고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고, 이혼사유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자신의 위자료 지급 의무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이에 혼인 취소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이다. 혼인의 성립을 희망한 나머지 사실을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거짓약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어야 하고 직업, 수입 등을 허위로 이야기하였더라도 다소 과장에 불과하다면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서울가정법원 2004. 1. 16. 선고 2002드단69092 판결 등).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기망이 있었는지 여부는 개별적 사안마다 판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기망 내용이 혼인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어서 당사자들의 혼인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당면의 혼인생활의 유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는지, 해당 사항이 과거의 지나간 일에 불과한지 아니면 현재 또는 장래에 영향을 주는 사항인지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Ⅳ. 출산경력의 고지 의무 피고는 자신의 출산경력에 관하여 원고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부작위를 기망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에게 고지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위 상고심판결은 고지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항이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인 부분에 해당하는지를 가려 사회 통념상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 불고지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아동기 성폭력 범죄 피해로 인해 출산에 이르렀으나 그 후 자녀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향후 양육이나 교류의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이를 불고지하였다고 하여 위법한 기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피기망자의 의사결정의 자유 뿐만 아니라 기망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아동성폭력 피해자에게 그 범죄의 경험은 단순한 정신적 고통을 넘어선 공포이자 내밀한 영역의 수치스러움이 될 수 있는바, 이러한 경우에도 고지의무를 인정한다면 그 여성은 범죄의 피해자일 뿐인데도 혼인하고자 할 때 혼인이 무산되고 자신의 비밀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을 각오하고 사전에 자신의 출산경력을 상대방에게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것이 싫다면 평생 혼인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범죄 피해자의 인간의 존엄성이나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상고심 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출산경력을 불고지한 경우라면 어떠한가? 기존 판례의 입장은 명확하지 않은데, 혼인 취소를 인정한 판결도 있고, 아닌 판결도 있다. 그런데 인정한 판결의 경우 불고지자가 법률혼을 하여 자녀를 두었던 경우로서 출산 경력뿐만 아니라 혼인 경력에 관해서도 불고지한 사안이었고(서울가정법원 2006. 8. 31. 선고 2005드합2103 판결 등), 이와 달리 법률혼 없이 자녀 2명을 출산한 경력을 불고지한 경우 혼인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배우자의 과거의 이성 관계나 학력, 경제적 사정 등에 관하여 혼인 전에 속이거나 묵비하였다는 이유로 손쉽게 혼인의 취소사유로 인정한다면 가정평화와 친족상조의 미풍양속을 유지 향상하기 위한 가사관계법의 기초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근거였다(부산지방법원 가정지원 2008. 8. 22. 선고 2007드단30719 판결). 검토컨대 양육책임 등을 제외하고 오로지 '과거에 아이를 낳은 적이 있는지'만을 문제 삼는 출산경력에 관한 묵비 또는 기망은 위와 같은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에 관한 중대한 기망이 되지 않아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된다. 통상적으로 출산경력이 혼인 의사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는 하나 이는 결국 가부장적 관습 하에서 과거 출산 경험을 가진 여성에 대한 윤리적 평가절하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관념을 법이 정당한 것으로 승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출산경력을 불고지함으로 인해 당면에 있어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질서에 합치되는 혼인생활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혼인 후 사정 변경으로 예기치 않게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갈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그 혼인은 이혼으로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Ⅴ. 판결에 대한 검토 위와 같이 상고심법원이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지만, 이를 환송받은 원심법원은 부족의 관습 및 피고 부모의 동의에 따라 혼인생활을 하다가 임신·출산한 이상 그러한 출산경위가 알려진다고 하여 피고의 명예 또는 사생활의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다시 원고의 혼인 취소 청구와 위자료 청구 일부를 인용하였다. 불법적이고 야만적인 풍습일지라도 어쨌든 피고가 속하였던 소수민족 사회의 풍습에 의하여 혼인하여 생활한 이상 이를 '범죄에 의한 피해' 또는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피고는 재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재상고를 기각하여 혼인 취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미성년의 여성이 당한 범죄 피해의 의미를 부당하게 축소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미성년자 납치 및 강간의 불법적인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처벌하지 않는, 약탈혼 풍습이 있는 소수민족 출신이었다고 하여, 그 범죄 피해자에게 범죄가 가지는 가벌성이나 피해의 의미를 제3자인 법원이 함부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그러한 출신이라고 하여 야만적인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범죄 피해자로서 느끼는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이 적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 피고의 부모는 딸이 순결을 잃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혼에 동의하였지만 이를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고 본인의 진정한 의사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재상고심 판결은 환송 후 원심법원이 파기 환송 전 원심법원과 같은 결론을 내렸음에도 이유조차 설시하지 않고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위와 같은 결론을 확정시켰다. 유감스러운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김유진 변호사 (서울보증보험)
출산경력
혼인취소
기망
김유진 변호사 (서울보증보험)
2021-09-16
민사소송·집행
부속부분의 존재로 인한 목적건물 중 일부에 대한 인도집행
1. 사안의 개요 ㉮ 甲은 제소전 화해조서를 근거로 A가 점유하는 지상 2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인도집행을 집행관에게 위임하였다. ㉯ 1층(97.11㎡)은 필로티구조로서 휴게공간(2층과 연결된 계단 포함)과 식품저장고로 구성되고 있고, 2층(332㎡)은 음식점으로 이용되고 있다. ㉰ 1층의 휴게공간과 식품저장고는 서로 벽면으로 구별되어 있고, 식품저장고의 출입구 앞에는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이하 '부속부분')가 서로 연결된 채 설치되어 있다. ㉱ 집행관은 이 사건 건물의 현황과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가 상이하다(즉, 이 사건 건물에 독립적인 조립식 주방과 창고가 설치, 부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인도집행을 실시하지 않았다. ㉲ 甲은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2. 원심결정의 요지 : 전부불능 그동안 실무는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즉,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에는 목적물의 현황이 집행권원의 부동산 표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그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원심(수원지법 2020타기100108)도 이러한 실무가 정당하다고 보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증축부분 내지 부속부분이 독립적인 효용이 있고 목적건물에 부합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집행의 목적물이 집행권원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불능사유에 해당하고, 집행채권자로서는 집행권원에 대한 경정결정을 받거나 별도의 집행권원을 취득하는 방법 등으로 다시 집행신청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甲 특별항고). 3. 대상결정의 요지 : 일부집행 대상결정은 "집행관이 집행권원에 따라 집행행위를 하는 경우, 집행권원에 구체적·개별적으로 특정된 목적물을 조사하여 현황이 동일하고 집행하는 데 특별한 장애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집행에 나아가야 한다. ① 집행의 목적물인 건물에 집행권원에는 표시되지 않은 증축 또는 부속부분이 있는 경우 목적물에 부합되어 있거나 또는 주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종물로 인정되는 때에는 집행권원에 표시된 당해 건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② 반면 증축부분이나 부속부분이 당해건물의 부합물이나 종물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건물만이 집행의 대상이 된다. ③ 한편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에는, 채권자가 그 일부 목적물에 대하여만 집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이 가능한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하여야 하고 전체 목적물에 대하여 집행위임을 거부할 수 없다(대법원 2020. 4. 17.자 2018그692 결정 참조)"고 판시하였다(파기환송). 4. 평석 가. 내용 (1)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①, ②'는 목적물에 목적 외 물건(독립성이 없어 민법상의 물건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 포함)이 있는 경우, 그것이 목적물의 부합물 또는 종물인 때에는 목적물과 함께 집행의 대상이 되고, 부합물·종물이 아닌 때에는 목적물만 집행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민법의 부합·종물이론을 설시한 것이다. (2) 목적물 중 일부만 집행 가능한 경우 집행의 범위 위 '③'은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법리(이하 '일부집행의 법리')를 선언한 것이다. 일부집행의 법리에 관한 선구적 판례를 살펴본다. 첫째, 대법원 1977. 6. 30.자 77마59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토지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토지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사안에서 "위 시설물을 사용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의 (중략) 대지부분에 대하여서까지 그 집행을 하여 버렸음은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한 집행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목적물(토지)에 독립적인 시설물이 존재하는 경우 집행이 가능한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둘째, 위 2018그692 결정은 시설물철거 및 건물인도를 명한 판결에 근거하여 그 집행을 위임한 사안에서 일부집행의 법리를 최초로 선언하면서, 철거목적물(총 13개 층의 건물 중 4개 층에 존재하는 시설물) 중 3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그 현황이 수권결정의 표시와 불일치하므로 집행을 실시할 수 없으나, 그러한 사정이 없는 1개 층의 시설물에 대하여는 집행이 가능하므로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일부 파기환송). 나. 일부집행을 위한 집행관의 판단과 한계 대상결정은 목적물에 그 부합물·종물이 아닌 독립한 물건이 있고 그로 인하여 목적물 중 일부만 인도집행이 가능한 경우 그 일부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직접적으로 선언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이다. 목적 외 물건이 있는 경우 집행관은 ㉠ 목적 외 물건이 독립한 물건인지(부합 여부), 누구의 소유인지(특히 철거집행의 경우), 종물에 해당하는지, ㉡ 목적물 중 집행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는 경우 어느 부분이 물리적으로 다른 부분과 구별할 수 있고 독립된 효용을 갖추어 집행할 수 있는지{실무제요[Ⅳ], 사법연수원(2020), 699 참조} 등을 조사·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위 판단에 기하여 ⓐ 목적물 및 목적 외 물건 전부, ⓑ 목적물 전부 또는 ⓒ 목적물 중 일부에 대하여 집행하거나, ⓓ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위 'ⓐ,ⓑ,ⓒ,ⓓ')를 결정하기 위하여 집행관이 실체관계, 즉 부합·종물관계(위 '㉠')나 일부집행의 대상적격(위 '㉡') 등을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에는 시간이나 방법 또는 절차 등에서 한계가 있다. 집행관은 실체관계에 관하여 확신이 없는 경우 목적 외 동산을 독립한 물건으로 보고 집행의 가부·범위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우 당사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하고 실체관계를 증명함으로써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집행을 도모할 수 있다. 다. 집행의 범위 甲이 부동산의 인도만을 명한 집행권원 또는 부동산의 인도와 목적 외 물건의 철거를 함께 명한 집행권원에 기하여 부동산의 인도집행만을 위임한 경우, 집행관은 그 집행을 실시할 수 있는가? 실시할 수 있다면 어느 범위에서 실시할 수 있는가? (1) 부합물·종물인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목적물의 부합물·종물인 경우에는 목적물과 함께 목적 외 물건도 집행의 대상이 된다(위 '①'). (2)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 목적 외 물건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부합물·종물임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포함) 그동안 실무는 대체로 甲의 의사와 상관없이 목적물 전부에 대하여 집행불능으로 처리하여 왔다(다만, 부합물·종물이 아닌 일반적인 동산이라면 목적물을 甲에게 인도하고 목적 외 동산은 민사집행법 제258조에 따라 A에게 인도하거나 보관해야 함). 그러나 대상결정은 이러한 실무의 경향이 정당하지 않다고 선언하였다. 즉, 부속건물이 부합물·종물이 아닌 경우(A 소유의 독립한 건물 또는 공작물인 경우)에는 이 사건 건물만 집행의 대상이 되는데(위 '②'), 이 사건 건물 중 식품저장고와 부속부분의 연결 정도 등을 살펴 부속부분과 이 사건 건물 중 집행이 가능한 부분(식품저장고 등을 제외한 부분)에 대하여는 집행을 실시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시하였다(위 '③'). 라. 일부집행 법리의 적용범위 첫째, 대상결정의 일부집행의 법리는 인도집행(대상결정)은 물론 철거집행(2018그692)의 경우에도 적용되며, 인도·철거단행가처분이나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일부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하게 된 사유는 목적물의 물리적 상태(대상결정, 2018그692)에 관한 것은 물론 그 점유자 또는 소유자(철거집행의 경우)의 동일성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목적물이 수개의 물건인 경우 일부의 물건에 대하여만 집행이 가능한 때에도 적용된다(2018그692). 마. 바람직한 소제기와 집행위임 목적물(토지)에 정착한 지상물에 관하여 위 '㉠,㉡'과 같은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면, 甲은 ① 주위적으로 토지·지상물 인도를, ② 예비적으로 지상물 철거, 토지 인도를 각 청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 '①'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토지·지상물 인도집행을, 위 '②'의 청구가 인용된다면 지상물 철거와 토지 인도의 집행을 각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집행관이 목적 외 물건의 실체관계가 명백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행의 가부 또는 범위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경우에 대비하여, 甲은 집행신청서에 실체관계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하여도 좋을 것이다. 바. 전망 전부 집행불능으로 처리하는 경향을 보여 온 실무는 향후 일부 집행실시로 전환·통일되고, 강제집행은 보다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실체관계의 조사·판단에 관한 집행관의 한계는 적절한 집행신청 또는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 등을 통하여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석 집행관 (수원지법 안양지원)
일부집행
강제집행
집행목적물
이재석 집행관 (안양지원·한국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2021-09-02
선거·정치
인터넷
헌법사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와 기능
Ⅰ. 사건의 개요 헌법재판소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2018헌가16, 2018헌마456, 2020헌마406의 3개 사건을 병합한 것으로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법인 또는 유권자 개인에 대하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이 선거운동기간 중의 실명인증을 요구한 것, 그리고 그 위반에 대하여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주장에 따라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 및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건들이다. Ⅱ.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인 제82조의6 제1항 등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나,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하였다. 심판대상조항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판단이다. Ⅲ. 선거운동의 본질과 기능 민주적 선거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며,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의 부여, 선출되지 못한 후보자 및 정당에 대한 통제, 그리고 선거에의 참여를 통해 국민들의 민주의식과 주권의식, 나아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는 통합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선거의 민주적 기능이 올바르게 발현되기 위한 전제가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소통, 민의의 수렴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후보자들의 상호 견제를 통해 허위 또는 과장된 학력이나 경력 등을 밝혀내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운동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 실현이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며, 선거의 승리를 위해 자신에 관한 정보를 부풀리거나 상대 후보자의 정보를 왜곡하는 일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유권자들이 왜곡된 정보에 근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공정성은 항상 맞물려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는 결코 자기목적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정성을 깨뜨리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의 민주적 기능을 침해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Ⅳ. 인터넷 선거운동의 확대와 그 장단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운동의 방식이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21세기의 정보통신사회에서는 인터넷 및 SNS 등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운동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TV토론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의 확대에 대해서도 찬반이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매체 및 이를 이용한 정보소통의 명(明)과 암(暗)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선입견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갖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 그 장점으로는 대중적인 접근성 및 편의성,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효율성, 저비용 고효율 선거운동의 가능성, 활발한 대화와 토론의 가능성 등이 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가짜뉴스의 전파 위험성과 검증의 어려움, 왜곡된 정보로 확인된 이후에도 통제하기 어려움, 고비용 선거운동이 될 가능성, 활발한 대화·토론의 현실적 한계 등이 지적된다. Ⅴ.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의 의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헌재 2012. 8. 23. 선고 2010헌마47 등 결정)으로 인하여 포괄적인 인터넷 실명제는 무산되었으나, 제한적·예외적 실명제는 인정되었고, 그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이다. 2004년 3월 12일 개정을 통해 구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에서 제82조의6을 신설함으로써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는 인터넷게시판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과열·불공정한 선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며, 2008년 2월 29일의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에 한정하여 인터넷게시판 실명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0. 2. 25. 선고 2008헌마324 등 결정, 헌재 2015. 7. 30. 2012헌마734 등 결정에서 이 조항의 합헌성을 인정하였다. 그 주된 논거는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각종 흑색선전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성의 확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그 대상을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었다.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에서는 이러한 과거의 판례를 뒤집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4 제2항 등에 따른 본인확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헌성이 인정되고 있다(헌재 2019. 9. 26. 선고 2017헌마1209 결정). 차명휴대전화의 생성을 억제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범행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방지함으로써 잠재적 범죄 피해 방지 및 통신망 질서 유지 등을 위해서는 실명확인이 가능한데,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에서 강조되고 있는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닐뿐더러, 그 오남용에 대한 합리적 통제는 필요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 제시한 근거는 과거의 헌법재판소 판례 및 이 결정의 반대의견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다. 더욱이 법정의견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아니라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부분적인 제한이 아닌, 익명표현의 자유 전체를 부정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Ⅵ.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 폐지의 파급효과 포괄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된 이후에도 공직선거법에서 제한된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있었던 것은 선거의 특성, 특히 선거의 민주적 기능 및 그 전제로서 선거의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런데 헌재 2021. 1. 28. 선고 2018헌마456 등 결정은 사실상 익명표현의 무제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불법적 선거운동을 은폐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일 뿐이다. 익명표현의 자유가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이며, 기본권으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익명표현의 자유는 공익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으며, 선거의 공정성은 그러한 공익적 필요의 하나로 인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익명표현이라는 이름 하에 허위사실의 유포까지도 보호되어야 한다면, 최근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죄를 합헌으로 판단한 것(헌재 2021. 2. 25. 선고 2018헌바223 결정)과 모순되지 않는가? 실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처벌되고, 익명표현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괜찮은 것인가? Ⅶ. 결론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이 의사소통의 자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익명의 그늘 하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여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는 물론, 각종 신상털기, 스토킹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및 각종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의 폐해는 그 파급효가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 확인조차 어렵다. 더욱이 인터넷 선거운동에서의 익명성은 당선을 위해 무슨 일도 마다하지 않는 공직선거 후보자들 및 그 지지세력들에 의해 흑색선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미 지난 두 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국정원의 댓글조작사건, 민주당의 여론조작사건(이른바 '드루킹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그 위험성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게시판 실명제에 대해 위헌이라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익명표현
실명인증
선거운동
장영수 교수 (고려대 로스쿨)
2021-08-26
기업법무
상사일반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에 관한 소고
[사실관계] 피고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원고와 3년간의 시내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체사용료는 3개월 단위로 선납하기로 하였다. 원고는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3개월분의 매체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행보증금으로 예치하고, 계약 해지시 잔여계약기간에 관계없이 이행보증금은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였다. 이후 원고가 매체사용료 선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원고는 오히려 자신이 적법하게 해지 통지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의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 및 손해배상을 구하는 한편, 예비적으로 이행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감액된 금액에서만 보증보험금 지급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하였다. 피고는 이행보증금은 위약벌에 해당하여 감액될 수 없다고 하면서, 추가로 계약해지일 이후 원고가 얻은 이익을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하였다. [법원의 판단] 이 사안에서는 계약의 해지 사유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이 중 특히 후자와 관련하여 법원은 입찰공고의 내용이나 계약 조항 등을 종합하면 "당사자들의 의사는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 계약에서 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였다. 나아가 "이행보증금은 낙찰자의 사정이나 귀책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에 발생할 모든 손해를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피고의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평석] 1. 계약이행보증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대상판결에서는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 간에 채무자의 계속적인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 약정이 부가되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실제 거래계에서는 다양한 명칭과 형태의 보증금이 교부된다. 특히 공사도급계약이나 대규모 인수합병과 같이 계약의 체결과 이행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인 간극이 있거나 이행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 상당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보증금 약정이 빈번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계약이행보증금의 법적인 성격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초기 상당수 판례들은 계약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으나, 현재 판례는 대체로 보증금을 일종의 위약금으로 보아 그 법적인 성격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중 하나로 이해한다. 그 구별 실익은 주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적용되는지, 즉 법원에 의한 감액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 그런데 계약이행보증금을 통상의 위약금과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한가? 당사자들이 단순히 계약 불이행시 손해배상액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보증금을 사전에 교부하고 이를 몰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면, 그 현실적인 필요성이나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다 진지하게 탐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면에서 교부되는 보증금을 통일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개별 사안에서의 보증금 약정을 검토하는 것이 용이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히 계속적 계약에서 교부된 계약이행보증금이 문제되었다. 이는 장기간 상호 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들의 계약 관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대상판결은 그 외에도 계속적 계약의 해지 사유들을 다루었고 이 또한 흥미로운 주제이나, 이번 글에서는 보증금 약정을 위주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다. 2.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의 의미와 기능 계속적 계약에서 당사자들은 장기간 계약을 유지하면서 해당 거래와 관련된 협력을 거듭하고, 이를 통하여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는 아직까지 이러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에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시험기간을 두는 등의 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계약이행에 대한 물적, 인적 보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상판결에서의 보증금 약정도 장기간 채무자의 급부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계약이행보증금은 채무자가 보증금을 채권자에게 미리 지급하고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기간 내에 자신이 이행하기로 한 의무를 불이행하면 해당 금원이 채권자에게 귀속되는 구조이므로,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비해 계약 이행에 대한 심리적 강제가 한층 강화된다. 특히 보증금이 상당한 금액으로 책정되었다면, 계약기간 동안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것을 담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토대로 당사자들은 거래비용이 높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위한 추가 투자에 나아갈 수도 있다. 채권자와 거래 경험이 없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가 상호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으로만 경쟁해야 한다면, 경쟁에서 불리한 구도에 놓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때 채무자는 보증금을 교부함으로써 자신이 계약이행에 대하여 진지한 의지와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은 경쟁을 촉진하는 면이 있다. 3. 계약이행보증금의 감액과 추가 청구 대상판결에서는 계약이행보증금과 관련하여 감액과 추가 청구 가능성이 문제되었다. 우선 판례는 보증금을 일반적인 위약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는데,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고 직권감액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보증금 약정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 계약이행보증금이 계속적 급부를 담보하고 채무자에 대한 신뢰를 보완하여 계약을 유지하는 기능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위약금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원이 당사자가 예정한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것은 그 액수가 과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적 계약에서의 보증금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달리 계약불이행시 예상되는 손해액과 비례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계속적 계약에서는 잔여기간이나 기대수익을 예측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또한 비례성만을 중시하여 보증금을 정하면 채무자에게는 계약을 이행하는 것과 보증금이 몰취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계약이행을 선택할 유인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호 이해관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당사자들이 정한 보증금 액수는 가급적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원의 개입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쉽게 감액하면, 당사자들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져 거래 비용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보증금 금액보다 실손해가 더 큰 경우 추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한지 여부도 일반적인 위약금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보증금 약정을 하는 주된 이유가 장기간 계약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이행보증금만 몰취하면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거나, 계약이행보증금만 포기하면 언제든지 계약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인 경우는 드물 것이다. 추가 청구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약정 액수를 넘어서는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의사해석에 부합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계약 해지시 이행보증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이행보증금을 통하여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한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계약 공고의 내용이나 계속적 계약의 특성을 고려하면 추가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적어도 보증금만큼은 실제 손해액과 무관하게 몰취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예정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실제로 보증금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피어 추가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면 이중배상의 결과가 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였을 것이다. 4. 결어 장기간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이행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일반적인 위약금 법리에 따라 해결하기보다는 해당 계속적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위와 관행, 계약의 존속기간 동안 급부의 이행과 당사자들의 신뢰관계 및 제반사정의 변화, 계약의 종료와 그 이후의 법률관계의 청산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판결의 최종 결론에는 반대하지 않으나,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더욱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계속적 계약과 여러 보증금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그 성과가 거래 실무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매체사용료
보증보험금
이행보증금
장보은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2021-08-19
의료사고
병원 침대 낙상사고와 의료기관의 손해배상책임
1. 사실관계 ① A는 2017년 12월 7일 급성담낭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경피적 담도배액술 및 도관 삽입술을 시행 받았는데, 피고 병원은 낙상위험도 평가도구 매뉴얼에 따라 A를 낙상 고위험관리군 환자로 평가하여 낙상 방지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② A는 2017년 12월 11일 오전 4시경 중환자실에서 침대에서 떨어져 뇌손상을 입는 이 사건 낙상사고를 당하였다. ③ 피고 병원의 중환자실은 침대 매트리스 및 신체손상 여부 등의 확인을 위해 간호사를 2인 또는 3인 1조로 배치하고 있는데, 이 사건 낙상사고 발생 당시에도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환자 3명을 보살피고 있었다. 2. 항소심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①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여도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이 사건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 ② A는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수면 중인 상태로 보이고 달리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볼 자료가 없다. ③ A가 낙상 고위험군 환자였음에도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는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A가 낙상의 위험이 큰 환자였음에도 낙상사고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이 피고 병원에 있다고 보아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에게 발생한 나쁜 결과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 피고 병원이 A가 낙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취하였던 당시의 여러 조치들은 현재의 의료행위 수준에 비추어 그다지 부족함이 없었다고 볼 여지가 있을뿐더러, 피고 병원의 간호사가 중환자실에서 A의 상태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불과 약 15분 후에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한 것을 가지고 낙상 방지 조치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여부를 피고 병원 측이 충분히 살피지 아니하거나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낙상사고 당시 A의 침대 근처에 낙상에 대비한 안전예방매트가 설치되지 아니한 것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 논거 중의 하나로 삼고 있으나, 원심으로서는 이와 같이 단정하기에 앞서 낙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 나아가 피고 병원이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지 아니한 것이 의료행위의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는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였어야 한다. 나아가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낙상사고 당시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지게 된 것인지 자체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병원 측에서는 당시 낙상 방지를 위한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을 뿐 아니라 침상 난간 안전벨트를 채운 상태에서도 환자가 스스로 침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 병원의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에 앞서 이 사건 낙상사고의 발생에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인지 등을 보다 충실히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위반 및 그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4. 검토(본 대법원 판결의 의의) 1) 의료과오소송에서 피해자인 환자 측은 비전문가이고, 증거방법은 의사가 거의 독점하고 있음에도(증거의 구조적 편재), 감정인이나 감정증인인 의사나 의료기관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정결과나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소송현실을 감안하면 피해자에게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제도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가능하면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가 용이하도록 하는 일반 증명책임원칙에 대한 수정법리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수정법리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의 논의가 있으나, 의사가 침습적 의료행위에 착수하기 전에 환자나 그 가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설명의무를 부과하고, 사후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환자 측의 증명책임을 경감하여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일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정도로 증명의 부담을 의사 쪽에 전이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법리적 검토가 진행되어 왔다. 2) 대법원은 의사의 손해배상책임 판단의 전제가 되는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불법행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여부 판단의 기준을 규범적인 수준에 맞추고자 하는 것은 상당인과관계론의 기계적 적용으로 인한 폐단의 시정에 그 목적이 있다(지원림, 민법강의, 제18판, 1110면 참조). 의사의 의료행위 과정에서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피해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부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법 규범의 존재 목적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적 공공재인 점에서 각종 공공영조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를 의료과오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에 드는 비용이나 위험방지조치를 함으로써 희생되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2017다14895 판결) 법경제학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건에서 낙상사고 예방을 위하여 안전예방매트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현가능하고 또 타당한 조치인지여부를 규범적으로 평가하도록 판시한 것은 이러한 입장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3) 본 대법원 판결은 일반 의료사고 소송과 침대낙상사고의 경우는 간접사실의 원용을 통한 입증방식을 취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를 달리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다. 본 건 사실심 변론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할 때, A가 어떠한 경과로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일어난 것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고, A가 자력으로 안전벨트를 벗어나 낙상에 이르는 행위를 한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인 증거도 없으며 그 가능성을 담보하는 간접사실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일반 의료사고라면 이 정도의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이 이루어졌다면 의사(의료기관) 측의 과실을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항소심법원의 판단과 달리 사실상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본 건 사고가 의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2002다48443 판결). 본 판결은 침대낙상사고를 일반 불법행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 간접사실에 대한 입증을 위주로 하는 피해자의 입증책임 경감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이 사건의 경우에 '담당 간호사가 부주의하게 침대안전벨트를 채우지 아니하였고, 그로 인하여 A가 낙상사고를 당하였다'는 사실에 관하여 고도의 개연성 있는 확신을 법관으로 하여금 가지도록 할 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것이 본 판례의 입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입장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사고 장소가 일반인과 환자 가족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병원 중환자실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를 수정 없이 적용한다는 것은 증명책임론의 기본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형평의 이념(무기 평등의 원칙)상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낙상사고
의료사고
입증책임
권혁재 상임조정위원(부산법원조정센터)
2021-06-07
헌법사건
남성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자유
헌법재판소는 2020년 9월 24일 2016헌마889 결정('대상결정')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남성복수국적자에게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까지 국적이탈을 허용하지 않는 국적법조항('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잠정적용 헌법불합치). 반면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국적이탈 신고자에게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하여 제출하도록 하는 국적법시행규칙조항('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은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기각). Ⅰ. 대상결정 1. 사건의 개요와 심판대상 청구인은 1999년 5월 15일 미국 국적의 부와 대한민국 국적의 모 사이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아직 대한민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자이다.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면 남성복수국적자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만 18세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병역의무 해소 전까지 국적이탈을 허용하지 않고,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하면 국적이탈 신고자는 '가족관계기록사항에 관한 증명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실무상 출생신고를 한 자가 발급받을 수 있는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한다. 대한민국국적의 이탈을 원하는 청구인은,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하여 국적이탈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고,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하여 2017년 3월 31일이 지나면 병역의무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적이탈이 제한된다. 이에 청구인은 이들 규정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10월 13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의 요지 (1) 심판대상 법률조항 법정의견은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 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 데 대하여 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병역의무이행의 공평성확보라는 입법목적을 훼손하지 않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면 국적선택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국적이탈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복수국적자의 부모 중 어느 일방 또는 쌍방은 대한민국 국적자이거나 대한민국 국적자이었던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한민국의 재외공관에서는 국적이탈제도에 대하여 여러 방법을 통해 꾸준히 안내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그의 법률의 부지를 정당화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 법정의견은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국적이탈신고자에게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국적이탈자 본인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부와 모의 기본증명서 등을 제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청구인이 국적이탈신고 시에 비로소 출생신고를 하여야 하는 부담은 청구인의 부 또는 모가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출생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고, 국내에서 발급받은 증명서와 같이 국적이탈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신뢰성 있는 다른 유형의 서류를 상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반대의견은 청구인과 같이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출생신고를 한 사실이 없는 복수국적자는 출생신고 절차를 거친 후 국내 친지나 재외공관을 통하여 기본증명서 등을 발급받아 이를 국적이탈 신고서에 첨부하는 국적이탈절차를 이해하고 진행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서 국적이탈을 포기할 수 있고, 외국에서 발급된 서류를 제출받는 방법을 통하여 출생신고절차를 반드시 거치지 않더라도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이유로 심판대상 시행규칙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였다. Ⅱ. 결정에 대한 평석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논증의 핵심은 청구인과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는 남성복수국적자가 국적선택기간 이내에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사실상의 사정에 대해 법적 의미를 부여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그러한 사실상의 사정을 국적선택기간에 고려하지 않은 부분을 과잉금지원칙심사에서 적절히 원용하는 것이다. 법정의견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사실상의 사정을 국적선택기간 이내에 국적선택을 하지 못한 정당한 이유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최소침해성심사에서 대체수단에 관한 논증을 하면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부분은 법익균형심사를 할 때에도 '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심판대상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를 평가할 때 반드시 서술되어야 하는 핵심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법익균형성심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이 부분에 관한 논증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와 같은 복수국적자의 사실상의 사정을 (최소침해성심사에서 나마) 고려하여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논증한 법정의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심판대상 시행규칙의 경우는 (기각결정을 내린) 법정의견과는 달리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법정의견이 심판대상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논증할 때에는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 신고기간 내에 국적을 선택하기 어려운 사실상의 사정을 주된 논거로 활용하면서도 심판대상 시행규칙의 위헌성을 논증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절차를 밟기 어려운 사정에 관한 논증을 완전히 배제하고 출생신고절차 및 기본증명서를 발급받는 형식적인 절차적 문제로만 파악하여 논증하는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 심판대상 시행규칙은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의 제한을 가중시키는 절차적 요건이므로 그로 인한 사실적인 기본권제한을 함께 고려하면서 그 위헌성을 논증해야 한다. 예컨대 외국에 주된 생활근거를 두고 있는 미성년자인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 우선 국내에서 출생신고절차를 거친 후 국내 거주 친지나 재외공관을 통해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아 국적이탈 신고서에 첨부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그가 처한 사실적 사정에 따라 국적이탈신고절차를 밟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특히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부 또는 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만약 그 복수국적자가 부 또는 모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절차를 밟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적 사정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출생신고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위와 같은 사정에 처한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복수국적자의 부 또는 모가 출생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국적자가 심판대상 시행규칙에 의해 출생신고의 부담을 지는 것이라면 복수국적자에게 그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하여 가중된 절차적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한편, 외국 공공기관이 발급한 여권, 출생증명서 등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현행 법제도를 고려할 때 복수국적자 본인의 출생 및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외국 공문서가 유독 국적이탈절차의 경우에만 본인 신원확인과 가족관계를 확인하는데 충분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심판대상 시행규칙도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Ⅲ. 입법적 개선방안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 신고기간 내에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못한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여 국적이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적이탈신청권자의 범위의 경우 신청권자의 범위를 좁게 한정해서는 안 되고 주된 생활근거를 외국에 두고 일정 기간 이상 외국에 거주한 자에 대하여는 국적이탈신청자격을 주어 국적이탈미신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둘째, 국적이탈신청사유의 경우 신청인이 국적이탈신고기간에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대한민국과의 생활밀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에 있으므로 신청자가 국적이탈 미신고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절차를 두어야 한다. 셋째, 법무부장관이 국적이탈허가를 결정하기 전에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국적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되 그 설치근거 및 핵심내용은 법률에 근거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심판대상 시행규칙이 헌법에 합치되기 위해서는 외국에 생활근거를 둔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절차를 밟을 때 국내법에 따라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자가 새롭게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서도 외국의 공문서를 통해 국적이탈신고를 하는 본인의 신분과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공진성 교수 (전남대 로스쿨)
병역준비역
국적법
병역의무
복수국적자
공진성 교수 (전남대 로스쿨)
2021-05-24
지식재산권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서 선택의 곤란성
1. 사실관계 가. 갑 주식회사 등이 명칭을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 을 외국회사를 상대로 특허발명이 선택발명으로서 진보성 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였다. 나. 특허법원은 심결취소소송에서 특허발명의 청구범위 제1항 발명을 선택발명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제1항 발명과 선행발명의 구조를 비교하면 선행발명에서 제1항 발명인 아픽사반을 배제하는 부정적 교시 또는 시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선행발명 명세서에는 치환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픽사반의 모든 선택요소의 구체적인 명칭이 직접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시예에서 각 치환기를 포함하는 화합물을 구체적으로 도시하고 치환기들이 모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까지도 특정되어 있다. 이런 점 등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으로 일반화하여 제1항 발명의 아픽사반과 같은 하위개념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경우는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에 있어 엄격한 특허요건이 완화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다. 또 특허발명 명세서에 제1항 발명이 선행발명에 비해 약동학적 특성 및 병용투여 효과 개선이라는 이질적 효과나 인자 Ⅹa 친화력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명확한 기재가 있다고 볼 수 없어 제1항 발명이 위와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1항 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그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복수의 구성을 분해한 후 각각 분해된 개별 구성요소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만을 따져서는 아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아야 하며 이 때 결합된 전체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진보성 판단기준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상위개념이 기재되어 있고 위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만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등은 '이른바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기 위해서는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선행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고, 이때 선택발명의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는 선행발명에 비하여 위와 같은 효과가 있음을 명확히 기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므로 선행발명에 특허발명의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 보지도 아니한 채 효과의 현저성 유무만으로 진보성을 판단하여서는 아니 된다. 3. 평석 가. 기존 대법원 판결 선택발명의 경우 공지기술로부터 실험적으로 최적(最適) 또는 호적(好適)한 것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상의 기술자의 통상의 창작능력의 발휘에 해당하여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선택발명이 인용발명에 비하여 더 나은 효과를 가질 경우 즉 선택발명에 포함되는 하위개념들 모두가 인용발명이 갖는 효과와 질적으로 다른 효과를 갖고 있거나 질적인 차이가 없더라도 양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판례기준에 의하여 선택발명에 대한 진보성 판단은 거의 대부분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대한 드문 예외가 올란자핀 판결(대법원 2012. 8. 23. 선고 2010후3424 판결)이다. 정신병 치료 효과면에서 올란자핀이 에틸올란자핀에 비하여 현저히 우수한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콜레스테롤 증가 부작용 감소라는 이질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인정되므로 위 특허발명은 비교대상발명 1에 의하여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나. 우리 법원 판결과 일본 법원의 판결 우리 법원이 선택발명이라는 범주에 포함되면 효과를 봐서 이질적인 효과가 있거나 동질적인 효과라면 현저한 효과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는 원류(源流)는 일본법원의 판시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이에 대한 상세는 최승재,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으로서의 선택의 곤란성', 대법원 특별법연구 (2020), 465-470면 참조). 일본법원은 선택발명은 중복발명으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산업상의 필요에 의해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서 특허를 인정하여야 할 필요는 있으므로 선택발명은 효과만을 엄격하게 보고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일본 법원의 판단이었다. 다만 2018년 일본 지재고재(知的財産高等裁判所平成30年4月13日判決平成28年(行ケ)第10182)는 피리미딘 유도체 사건에서 "당해간행물에 화합물이 일반식의 형식으로 기재되고, 당해 일반식이 선택지가 다수 있고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적극적 또는 우선적인 선택을 하여야 할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간행물의 기재로부터 당해 특정한 선택지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술적 사상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여 이런 태도변화의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 내지 선택의 의미와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 1) 특허법은 선택발명이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서로 특유의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선택발명이라는 발명의 특성상 구성 내지 선택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신규성 판단에서 이런 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최승재, '선택발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규성 판단기준에 대한 연구', 창작과 발명 73호 (2013) 참조). 그런데 진보성 판단에서 선택발명이라고 해서 발명의 구성은 보지 않고 효과만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일본의 독특한 사고구조, 즉 원래는 특허를 주지 않아야 할 발명이라는 전제를 하지 않으면 도출할 수 없는 논증방식이다. 선택발명에서의 구성의 곤란성은 선택의 곤란성으로 귀결되고, 이는 미국 특허청의 심사기준(MPEP)에서 진보성 판단기준의 하나로 논의되는 시도자명(obvious to try) 법리의 적용을 통해서 선택의 곤란성이 있는지 여부가 판단될 수 있다(최승재, 특별법연구 458, 472-475면).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적절히 설시한 바와 같이 ① 선행발명에는 위와 같은 락탐 고리가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지도 않다. ② 선행발명의 '보다 더더욱 바람직한 실시태양'으로 기재된 총 107개의 구체적 화합물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제1항 발명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치환기 B로서 락탐 고리를 갖는 화합물을 찾아볼 수 없다. ③ 우수한 약리 효과를 가지는 화합물을 실험 없이 화학 구조에만 기초하여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신규 화합물을 개발하는 통상의 기술자는 이미 알려진 생물학적 활성을 가진 화합물을 기초로 구조적으로 유사한 화합물이나 유도체를 설계하고 합성한 후 그 약효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개선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게 되고 보다 우수한 약효를 가지는 화합물을 찾을 때까지 이러한 작업을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선행발명과 이 사건 제1항 발명은 주목하고 있는 화합물 및 그 구조가 다르고,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구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이나, 동기 또는 암시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기술적 가치가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 이 사건 제1항 발명에 도달하기까지는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라. 대법원 판결의 시사점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왜곡되어 있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을 당연한 지점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판결로 이 판결을 한 것은 판시에서도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기존의 판결들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이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선언한 것이지 선택발명은 다른 발명의 범주와 다르기 때문에 효과만을 봐서 판단하라는 취지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이런 좋은 판결은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아서 쉽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해서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기 어렵게 된 것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구성 내지 선택의 곤란성은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특허발명
진보성
선택발명
최승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우리)
2021-04-1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구별기준
I. 서론 대상판결에서는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프트웨어 대가의 법적성격'이 무엇인지 문제되었다. 이는 최근 납세자와 과세관청 간 다툼이 첨예하게 발생하는 쟁점이다. 대법원은 2000. 1. 21. 선고 97누11065 판결 등을 통해 그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대상판결은 그 판단기준을 적용한 최근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미국 PTC 그룹의 자회사로서 PTC와 소프트웨어 배급계약을 체결한 다음 PTC에 PTC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이하 '쟁점 소프트웨어'라 한다)의 국내 판매 및 유지보수 용역 수입에 대하여 소프트웨어 도입대가 및 라이선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였다(이하 '쟁점 지급금'이라 한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원고는 쟁점 지급금이 범용화된 것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판매되는 '상품'의 수입대가라고 주장하였다. 이 경우 PTC의 사업소득이 되어 PTC의 고정사업장이 없는 국내에서는 과세권이 없게 된다. 반면 피고는 소프트웨어에 포함된 '노하우'에 대한 도입대가로 보고 원고에게 원천징수세액 및 그 가산세를 부과하는 과세처분을 하였다. 이 경우 PTC의 국내원천 사용료소득이 되므로 국내에서 15%의 세율로 원천징수 되기 때문이다. 제1심 판결은 쟁점 소프트웨어 도입이 노하우를 도입한 것이므로 피고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제1심판결의 결론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하였다. Ⅲ. 평석 1. 소프트웨어 도입대가의 소득 구분 기준 가. 관련 법리 법인세법 제93조 제8호 나목에서는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으로 '산업상·상업상·과학상의 지식·경험에 관한 정보 또는 노하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통상 '노하우'라 일컫는 발명, 기술, 제조방법, 경영방법 등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를 사용하는 대가를 말하므로 내국법인이 외국법인으로부터 도입한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도입 가격, 특약 내용 기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그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히 상품을 수입한 것이 아니라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을 도입한 것이라면 그 도입대가는 그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인 사용료소득에 해당하여 법인세법 제98조에 정한 원천징수의무자인 내국법인에 대하여 법인세를 징수할 수 있다(대법원 97누11065 판결 등). 나. 구체적인 판단기준 1) 핵심적 판단기준 가장 핵심적인 판단기준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도입자가 노하우를 '전수'받아 사용하여야 한다(조인호, 대법원판례해설 제34호, 594쪽 참조). 사용료소득은 '노하우 전수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해당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노하우란 '공개되지 아니한 고도의 기술적 정보'를 의미하므로 다른 업체가 통상적으로 보유하는 전문적 지식, 특별한 기능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사용료소득이 아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누212 판결 등). 소프트웨어에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위해서는 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불가능한지 여부가 '일응'의 기준이 되지만 그러한 이유만으로 노하우 전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고도의 기술로써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수입하는 자가 '상품'으로 사용하는 데 그친다면 노하우의 전수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소프트웨어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느 것이나 제작자의 노하우가 반영되어 있게 마련이므로 단순히 제품을 정하여진 용법에 따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앞의 판례해설 594, 595쪽 참조). 따라서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공개된 기능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상품의 수입'으로 보아야 하고 소프트웨어 제작기법 또는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은 산업상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도입자가 공급자와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여 공개된 기능 그대로의 소프트웨어를 수입하여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판매한 정도에 그친 경우에는 노하우의 전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누2986 판결 참조). 판매대리점은 수입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므로 그 과정에서 비공개 기술정보 등 노하우가 전수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비공개원시코드 자체의 이전이 이루어져 해당 소프트웨어의 제작기법이 전수되는 경우에는 노하우 전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특정 고객의 특수한 요구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작하여 수입하는 경우 노하우 전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개별적으로 전수되었을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수입대가가 사용료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려면 과세관청으로서는 먼저 해당 소프트웨어에 '어떤 노하우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밝히고 그 노하우가 수입자에게 '전수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2) 부수적 고려사항 소프트웨어 대가가 고가라는 이유만으로 노하우 도입의 근거로 볼 것은 아니다(앞의 판례해설, 595쪽). 소프트웨어가 단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경우에도 고가인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준수의무 존재만으로는 노하우 전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97누2986 판결 참조). 소프트웨어 제품 거래계약에 비밀준수의무 등을 포함시키는 이유는 노하우 도입과 무관하게 불법복제 또는 역전환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공급자 입장에서 구매자의 권리를 제한하는데 그 취지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앞의 판례해설, 595, 596쪽). 교육, 유지보수, 컨설팅 용역이 제공되었다는 사정 역시 소프트웨어를 상품으로서 수입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노하우 도입의 독자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 교육 용역은 사용방법이 복잡한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고객의 필요에 따라 제공될 수 있다. 유지보수 용역 또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데이트, 패치, 오류시정 등을 위한 목적에서 제공되는 것이므로 상품으로 수입되는 경우에도 제공될 수 있다. 컨설팅 용역은 고객의 컴퓨터 환경을 점검하여 필요한 환경설정 등을 해주는 것으로서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기능을 활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는 상품 수입 시에도 가능하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은 ① 노하우 전수에 관한 입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어렵다는 이유로 '어떤 노하우 도입이 있었는지'에 관한 입증책임을 전도하고 ② 상품 수입 시에도 나타날 수 있는 부수적·지엽적 사정들만을 이유로 노하우 도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의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쟁점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단순한 상품의 수입과는 구별되는 노하우 또는 그 기술의 도입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장·증명하면 충분하고 해당 노하우 또는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그와 같이 노하우 또는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일반적으로 영업비밀로 분류되어 과세관청이 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각 소프트웨어별로 어떠한 노하우가 '포함'되어 '전수'되었는지 여부를 입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이다. 만약 이러한 입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상품 수입시에도 나타나는 사정들만 존재한다면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한 과세관청을 패소시켜야 하고 영업비밀에 해당하여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그 입증책임을 면책시켜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한, 대법원 판례법리에서 과세관청에게 입증을 요구하는 '노하우의 포함 및 전수'는 결코 납세자의 영업비밀까지 침해하라는 것이 아니다. 과세관청으로서는 지사와 본사 사이에서 '어떠한 노하우가 전수'되었는지 입증하면 충분하고 이는 영업비밀과 무관하다. 뿐만 아니라 대상판결이 노하우 도입으로 본 논거를 살펴보면 모두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거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해 보인다. 대상판결이 주된 근거로 든 국내에서의 개발·공급이 힘들다는 사정, 교육·유지보수·컨설팅 용역이 제공된 사정, 비밀유지약정이 존재하는 사정 등은 노하우 도입 시에만 나타나는 사정이 아니고 상품 수입 시에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 오히려 쟁점 소프트웨어는 사전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공개된 기능 그대로 판매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용료소득의 개념에 해당하는 산업상 노하우에 관한 '비공개' 기술정보가 전수되었다고 볼 수 없다. Ⅳ. 결론 최근 해당 쟁점과 관련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동일한 쟁점임에도 사실관계 또는 어떤 판단기준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그 판단이 엇갈리는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시법리가 워낙 간략한 탓에 기인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판단기준들을 중심으로 한 대법원의 새로운 법리(세부법리) 판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법인세
노하우
사용료소득
임한솔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2021-04-12
엔터테인먼트
형사일반
미술품거래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
Ⅰ. 공소사실의 요지 검사는 '유명가수인 피고인 甲은 화투를 응용한 그림을 직접 그리다가 2009년부터 2015년 4월경까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직업화가 A에게 그리고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경까지는 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생 B에게 자신의 이전 작품과 같이 그려오게 하거나 작품아이디어를 얘기하여 그에 따른 그림을 그려오게 한 뒤 일부 그림의 경우 자신이 배경 덧칠작업 등을 하였고 모든 그림에 자신의 서명을 하여 자신이 직접 그린 작품인 것처럼 전시한 후 2011년 9월경부터 2016년 4월경까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총 20명의 구매자(피해자)에게 작품을 판매하여 총합계 1억8000만원 상당을 편취하였다'고 하면서 甲을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다. Ⅱ. 소송경과 및 판결요지 1. 1심법원과 2심법원 1심법원은 "회화에 있어서는 창작적 표현작업을 주로 한 자를 작가로 보아야 하기에 A와 B를 단순히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들을 '작가'로 보아야 하고 미술품거래에서 '친작인지 여부'는 구매 여부의 판단이나 가격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설명가치 있는 정보에 해당되기에 이를 고지하지 않고 판매한 것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구매자들을 부작위에 의하여 기망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사기죄 유죄판결을 하고 경합범 가중을 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7. 10. 18. 선고 2016고단5112 판결). 이에 반해 2심법원은 "미술작품의 컨셉트와 소재를 피고인이 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피고인을 작가(저작자)로 보아야 하고 A와 B는 보조자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많은 구매자들의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팬이라서 甲의 그림을 갖고 싶었고 미술계에서 보조 조수가 있다는 것을 몇 십년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는 구매자 X1의 진술 그리고 '작품경향이 독특하고 甲의 작품의 경우 수집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매한 것이다. 당해 사안과 같은 경우 누구를 작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미술계에서 확립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구매자 X2(미술관 큐레이터)의 진술을 근거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미술작품에 관한 피해자들의 착오를 제거해 주어야 할 보증인적 지위에 있다거나 보조자 사용 사실에 관하여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함으로써 재물을 편취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모든 구매자들과의 관계에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18. 8. 17. 선고 2017노3965 판결). 2. 대법원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검사는 ①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권은 대작화가인 공소외 1 등에게 귀속되고 피고인 1은 저작자로 볼 수 없으므로 항소심판결에는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② 항소심이 피고인 1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친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에는 고지의무 위반 외에도 이른바 묵시적 기망행위에 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판단을 유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하면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기여하지 아니한 자는 비록 저작물의 작성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소재 또는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관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저작물의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미술저작물의 저작자 아닌 자가 마치 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 미술품을 판매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일반원칙을 설시하면서도 ①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항소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②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기망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그 미술작품에 위작 여부나 저작권에 관한 다툼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미술작품의 가치 평가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법자제 원칙을 지켜야 한다. ③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는 사기죄에서의 법률상 고지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도13696 판결). Ⅲ. 평석 1. 사안의 쟁점 당해 사건에서 검사는 甲을 상습사기죄로 기소하지 않고 일반사기죄로 기소하였기에 일관된 판례태도에 의하면 당해 사안의 경우 각 구매자에 대한 범행 간에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범행방법의 동일성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구매자)가 다르기에 연속범(행) 또는 접속범(행)으로(학계에서는 연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고 판례는 접속범이라고 지칭하고 있음) 인한 사기죄의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없고 수개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된다. 따라서 당해 사안의 경우 검사는 원칙적으로 개개 구매자에 대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입증해야 하고 법원 또한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당해 사안을 '설명가치를 가지는 묵시적 기망행위를 통한 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할지 아니면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차치하고 1심법원과 2심법원의 태도에 따라 당해 사안을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 성립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으로 검토하면 핵심쟁점은 '미술품거래에서 누가 작가(저작자)인지가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인지',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은 甲을 미술품의 저작자로 볼 수 있는가'이다. 왜냐하면 甲이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았을지라도 미술품의 (단독)저작자로 인정된다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음을 구매자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 단독저작자인 것처럼 행세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판단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이 사건에서는 사기죄의 실체적 경합이 문제되기에 개개 거래행위별로 사기죄 성립여부가 입증·판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1심법원은 대부분의 구매자들이 '甲이 직접 그리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거나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일괄적으로 검토하여 전부유죄판결을 하였고 반대로 2심법원은 다른 일부 구매자(X1과 X2)의 진술을 근거로 그 구매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만 무죄판결을 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모든 구매자(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사기죄의 성립요건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전부무죄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A와 B를 저작자(또는 공동저작자)로 보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설시하고 '누가 저작자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하면서도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기에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미술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정면으로 문제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제 와서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누가 저작자인지에 관한 논란은 미학적인 평가 또는 작가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문제로 보아 예술 영역에서의 비평과 담론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이에 대한 사법판단은 그 논란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여 저작권 문제가 정면으로 쟁점이 된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누가 저작자인지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항소심판결에서 나타나는 일괄적 검토의 오류에 대해서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상고기각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누구를 저작자로 보아야 하는가'는 사기죄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핵심쟁점이었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심판대상에 관한 것이고 심판대상이 된 행위 및 범죄에서 그 범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느 쟁점과 관련하여 법질서의 통일성을 위해 다른 법률상의 법리를 참조하여 판단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 아니다.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법적 평가의 문제라고 밝힌 '누가 저작자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당해 사안에서는 저작권법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해 사안에서 대법원은 '누가 저작자인가'에 대한 판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적절하게 불고불리의 원칙과 사법자제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당해 사건에서 대법원이 최상급 법원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기
조영남
대작
박경규 부연구위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21-02-08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Ⅰ. 들어가며 고정사업장은 외국법인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권 행사 여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원천지국에 외국법인의 고정사업장이 없다면 그 사업소득을 과세할 수 없도록 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대법원 2020. 6. 28. 선고 2017두72935 판결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이윤에 관하여 과세실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리를 제시하였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다. 자세한 논증은 졸고 '카지노 국외모객용역과 고정사업장 판단', 국제조세연구 제1집(2020. 11. 20.)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Ⅱ.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지 필리핀 법인인 원고는 외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A 카지노'라고 한다)과의 사이에서 원고가 A 카지노에 방문할 외국인 고객을 모집하여 주고 해당 고객이 A 카지노에서 잃은 돈의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받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국외에서 외국인 고객들을 모집해 A 카지노로 유치하였으며 고객들의 게임자금을 A 카지노의 계좌로 송금하였고 고객들이 자금대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비하여 담보 등을 설정하거나 정산업무와 고객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한편 원고는 국내에서 A 카지노의 영업장 내 사무실(이하 '쟁점 사무실'이라 한다)에 직원들을 두고 원고가 모집한 고객들에게 칩을 제공하거나 롤링게임에서 발생한 매출액을 확인하기도 하였고 고객들의 항공권 예약 및 안내 업무, 호텔과 식당의 예약 및 안내 업무 등(이하 '편의제공 업무')을 수행하였다. 쟁점 사무실에는 책상, 컴퓨터, 금고, 캐비넷, 출근카드 체크기 등이 있었고 원고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었다. 한편 원고는 A 카지노로부터 수취한 대가에 관한 세금을 국내에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쟁점 사무실을 원고의 국내 고정사업장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으로 보았고 이에 피고 세무서장은 원고에게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결정·고지하였다. 2. 고정사업장 관련 원고 측의 쟁점별 주장 원고는 쟁점 사무실 공간이 임시 제공된 것으로서 원고는 그에 대한 처분권한이 없었던 점, 원고가 국내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또한 예비적·보조적 활동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쟁점 사무실은 고정사업장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원고는 설령 고정사업장이 존재하더라도 A 카지노에 제공하는 용역의 주된 내용은 원고가 외국에서 카지노 고객을 모집하는 것이므로 방문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한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은 미미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A 카지노와 원고 사이의 약정에 따른 모객용역 자체는 원고의 본점에서 제공한 것이므로 원고가 A 카지노로부터 수수한 수수료 전액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의 판단 1) 파기환송 전 2심의 판단 파기환송 전 2심은 원고의 고정사업장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에 대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하였다. 즉 쟁점 사무실은 원고가 처분권한을 가지는 사업상 고정된 장소이지만 원고의 거의 모든 핵심 업무가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 비용도 대부분 해외에서 지출되고 있으며 편의제공 업무도 반드시 원고의 직원 또는 그 지시를 받는 자가 이행하여야 하는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심의 판단 상고심은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가 원고가 수행한 모객사업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라고 보아 원고 고정사업장의 존재를 인정하였고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의 판단 파기환송 후 2심 및 재상고심은 원고 본사와 별도로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수입금액을 특정하여 법인세를 과세해야 하고 마찬가지로 원고 고정사업장이 원고의 국내 수입금액 전부에 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후 정당세액을 산출할 수 없음을 들어 피고의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하였다. Ⅲ. 평석 1. 고정사업장 성립 쟁점 기본 고정사업장 성립 요건으로는 물적 시설의 고정적 존재(객관적 요건), 물적 시설 사용권한의 보유 또는 지배(주관적 요건), 물적 시설을 통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업활동의 수행(기능적 요건)이 요구된다. 이 사건에서는 기능적 요건이 주로 문제되었는데 편의제공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고객들이 A 카지노에 방문할 유인이 감소하여 모객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 A 카지노의 도박수입 및 그에 연동되는 원고의 모객수수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평가는 카지노 산업의 특수성, 원고와 A 카지노간 계약 내용에 터잡은 것이므로 곧바로 다른 사례들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2. 고정사업장 귀속 쟁점 1) 원고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구분 대부분의 조세조약은 국내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에 한하여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독립기업의 원칙에 따라 정상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OECD 모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15 내지 17은 외국법인 전체의 수행기능, 귀속되는 자산 및 위험 등을 고려하여 고정사업장이 수행하는 비중을 구분한 후 그에 상응하는 소득을 귀속시키도록 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정사업장에 부과될 정당한 법인세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단계로서 원고의 국내원천소득 중 원고 본사에 귀속될 소득과 원고 고정사업장에 귀속될 소득을 구분하여 산정하고 둘째 단계로서 원고 고정사업장에서 지출된 비용(필요경비 등)을 산정하여 이를 원고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서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가 국외 비용의 증빙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준경비율을 적용하여 추계로 법인세를 과세하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재상고심은 "원고의 필리핀 본점에 귀속되어야 할 수입금액이 있음이 명백하고 그 액수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이다. 2) 용역의 공급자 및 공급장소의 검토 부가가치세법은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사업장으로 정의하면서 그 사업장 소재지별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업장별 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다(부가가치세법 제6조 제1항, 제2항). 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사업장을 가진 경우라면 어떤 사업장이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자 또는 공급받는 자인지 검토하여야 하는 것처럼 원고 고정사업장이 성립되더라도 외국법인 본점과 해당 사업장 중 어느 사업장이 용역의 공급자인지는 따져보아야 한다. 공급장소 측면에서 보면 단일한 역무는 그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 물리적으로 어디에서 수행되었는지를 기준으로 그 공급장소가 결정되는데 재상고심은 원고가 국외에서 수행한 부분이 '보다 본질적이고 핵심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전체 용역의 공급장소를 국내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원고의 편의제공 업무는 고정사업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나 원고가 해외에서 수행하는 고객과의 계약체결, 자금대여 및 정산 업무 등에 비하면 모객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재상고심은 원고가 A 카지노에 제공한 용역이 하나의 단일한 것이고 그 중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이 국외에서 수행된 것이어서 국내에서 부가가치세를 아예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국내 고정사업장 수행 역무와 국외 본점 수행 역무를 단일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전자만 구분해내야 한다고 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3) 고정사업장 귀속 소득의 증명책임 통설 및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 사실의 존재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에서 재상고심은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주장·증명해야 하는 것임을 최초로 밝혔다. 실제로 과세관청은 세법상 질문·조사권에 기하여 거래상대방들로부터 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거나 그 직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점, OECD 모델조세조약 제7조에 대한 주석 문단 25 및 26은 고정사업장 조사라는 이유만으로 특수관계거래 적용 기준과 비교할 때 추가로 서류제출 부담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점, 과세관청은 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납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최근 관련 규정을 더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재상고심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본다. Ⅳ. 결어 재상고심은 외국법인 고정사업장의 과세표준에 관한 증명책임이 과세관청에게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고 고정사업장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수취한 대가 전체에 대한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현행 과세실무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정사업장
카지노
법인세
사업소득
이은총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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