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27일(토)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보험
검색한 결과
161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조세·부담금
파산·회생
세법상 가산금의 파산절차 내에서의 지위
- 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5다216444 판결 - Ⅰ. 판례의 소개 1.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 대한민국은 A회사가 국세를 체납하자 2010년 9월 10일 A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체납처분에 의한 압류를 하였다. A회사는 2010년 11월 23일 파산선고를 받았다. 같은 날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된 원고는 2012년 7월 2일 원고보조참가인에게 위 부동산을 매도한 다음 2013년 4월 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고, 같은 날 피고는 원고에게 체납세액에 관한 교부청구를 하였다. 원고는 2013년 4월 15일 체납세액 중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세금을 모두 변제한 다음 이를 이유로 위 압류를 해제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체납액이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가 원고가 2013년 12월 5일 나머지 세금을 모두 납부하자 위 압류를 해제하였다. 원고는 뒤에 납부한 세금 중 일부는 파산선고일 이후에 발생한 가산금으로서 재단채권이 아닌 후순위파산채권이므로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나머지 세금에 대한 주장은 본 평석의 범위에서 제외되므로 생략한다) 피고를 상대로 뒤에 납부한 세금의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가 직무상 재단채권에 해당하는 파산 선고일 이전에 발생한 세금을 수시로 변제할 의무를 파산선고 후에 지체하여 생긴 위 세금에 대한 가산금채권 역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입법 취지, 국세징수법상 가산금의 법적 성질,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국세나 지방세에 기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가산금은 후순위파산채권인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 괄호 안에 있는 규정에 따라 재단채권에서 제외된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파기 후 환송심은 화해권고결정으로 확정되었다). II. 쟁점 및 논의의 실익 기본적으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파산절차 수행 과정에서 생기는 채권인 재단채권은 파산재단 전체로부터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고,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채권의 범위에 관한 규정인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에는 공익적 목적 등 정책적 이유에서 파산선고 전에 발생한 채권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같은 조 제2호는 조세채권의 확보를 위하여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국세징수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는 청구권으로서 그 징수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을 포함하며, 제446조의 규정에 의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다). 다만,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은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도 재단채권에 포함된다. 파산절차는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적 채권추심절차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을 원칙적으로 회생채권으로 취급하는 회생절차보다 조세채권의 확보라는 이념이 강하게 관철된다. 이에 반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인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여서만 그리고 다른 채권자와 평등하게 배당받아야 한다. 파산채권은 배당순위에 따라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 일반 파산채권,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나뉜다. 채무자회생법 제446조는 파산선고 후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및 위약금 등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우선권 있는 파산채권과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파산채권들은 모두 일반 파산채권이 된다. 이 중 후순위파산채권은 일반 파산채권에 대하여 배당을 통한 변제가 모두 이루어진 후에야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후순위파산채권까지 배당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리하면 그 성립이 파산선고 전후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원칙적으로 조세채권은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가산금도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전까지의 가산금은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에 따라, 파산선고 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 중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2호 단서에 따라, 파산재단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닌 것에 대한 가산금은 제3호 또는 제4호에 따라 각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 역시 재단채권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어왔고, 대상판결은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 III. 그동안의 논의 1. 견해의 대립 이에 관해서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와 재단채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의 대립이 있었고, 헌법재판소는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후단에 따른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의 연체료 채권과 관련하여 이를 재단채권으로 보는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본 반면(2003헌가6 결정), 구 파산법 제2호 본문 전단과 관련하여서는 가산금을 재단채권에 포함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보았다(2006헌가6 결정). 2. 실무의 태도 구 파산법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가산금이 재단채권이라는 입장을 취하였고(2009다95539), 당시 실무례는 엇갈리기도 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 시행 이후에는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실무연구회, 법인파산실무, 제4판, 박영사, 제349~350면). IV. 검토 1. 가산금의 성격 가산금은 본세가 납부기한까지 납부되지 않는 경우 미납분에 관한 지연배상금의 의미로 부과되는 부대세의 일종이다(90누2833 판결 등). 2.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제4호의 관계 조문의 괄호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파산선고 이전의 원인으로 생긴 조세채권에 대한 파산선고 이후의 가산금도 일단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같은 조 제4호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에는 파산관재인이 직무와 관련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불이행도 포함되므로(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가산금 채권은 여기의 재단채권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구 파산법과 달리 제2호에서는 같은 호의 재단채권에서 후순위파산채권을 제외함을 명문화한 반면, 제4호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구분할 실익이 생긴다. 제2호는 공익적 성격의 채권인 조세채권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인한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재단채권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고 본래적 의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제4호보다는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가산금은 제2호의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 본문의 분석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이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가산금이 지연손해금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입법 당시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열거하려다가 실패하였고, 후순위파산채권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2호의 재단채권의 범위에서 제외하게 된 것이 주로 과태료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구 파산법 조문과 달리 채무자회생법 제473조의 재단채권 중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만 후순위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우선시하여 이를 제외한다는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양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별도의 규정을 삽입한 입법자의 의사는 위 제2호의 재단채권에 대하여는 그것이 후순위파산채권에도 해당할 수 있다면 이를 재단채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손해배상액의 성질을 띠고 있는 가산금은 위 제2호 본문 괄호에 따라 재단채권이 아닌 채무자회생법 제446조 제1항 제2호의 후순위파산채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미국의 경우 가산금의 개념을 따로 인정하지 않고 이자(interest)의 개념 속에 넣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고율인 지연이자에 불과함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가산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다른 지연이자와 분리하여 도산절차 내에서도 별도로 취급하여 우대함은 부당하다(국제적으로는 조세채권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실제 이를 폐지 내지 축소한 입법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본래 후순위파산채권에서 ‘후순위’라 함은 파산채권 간의 우선 관계를 말하는 것일 뿐 재단채권과의 관계를 규율하려는 것이 아닌데 위와 같이 후순위파산채권을 재단채권에서 제외한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에 비추어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V. 결론 결론적으로 위 가산금 채권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해석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 입법론으로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가산금’을 후순위파산채권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다.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파산채권
재단채권
회생
세금
이주헌 판사 (서울회생법원)
2018-06-04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보험업에서 발생한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이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두647693 판결- 1. 신계약비의 개념 및 다툼의 배경 가. 신계약비의 개념 보험업에서 ‘신계약비’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요된 비용으로 보험모집인의 제 경비, 영업소의 인건비, 물건비, 진단비, 계약조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말하며,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보험료수입은 보험료 기간에 나누어 실현되므로, 신계약비를 일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수익·비용 대응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험업회계처리준칙(1998. 12. 10. 제정) 제31조(이하 ‘신계약비 준칙’)는 신계약비를 기타 자산으로 보아 해당 계약의 유지기간(7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7년)에 걸쳐 균등하게 상각하여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고, 1999. 3. 12.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금융감독위원회 고시) 제68조 또한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신계약비가 발생한 시점에 전액 손금산입하는 것을 전제로 과세하였다.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들은 초기에 막대한 신계약비를 지출하는데, 위와 같이 과세하는 경우 신계약비를 지출한 연도에 거액의 손금이 발생함에도 이월결손금공제기간(5년)이 경과하면 손금산입이 불가능하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를 받아들여 법인세법 기본통칙(2003. 5. 10. 개정된 것) 40-71…23은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사업비 중 장기보험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신계약비(모집수당, 점포운영비 등)는 그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료 납입기간(그 기간이 7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7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이하 ‘신계약비 통칙’). 나. 다투어진 사실관계 및 처분의 내용 L 보험회사는 신계약비 통칙에 따라 2003 사업연도 ~ 2004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수정)신고하였으며, 다른 보험회사들도 2003년 5월 이후에는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여 왔다. 이 사건 원고들은2005년 3월 L 보험회사의 주식을 1주당 10원에 양수하였는데, 과세관청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계산한 순손익액 등을 기초로 위 주식의 가액을 1주당 2898원으로 산정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원고들은 신계약비는 그 지급이 실현되는 사업연도에 일시에 지출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그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르면 주식의 가치는 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처분을 다투었고, 과세관청은 법인세법은 신계약비의 손금산입시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이하 ‘공정한 회계관행’)에 따라야 하는데, 신계약비 준칙 등은 그러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 판결 가. 원심의 판단 신계약비는 그 귀속시기가 명확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의 손익확정주의에 따라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며,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이를 이연하도록 규정한 보험업회계처리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계약비 준칙 및 같은 취지의 통칙조항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계산에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법인세법상 손익확정과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손익의 귀속은 그 손익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하도록 선언하고,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법인세법 시행령(제68조 ~ 제71조)은 거래의 유형 또는 대금의 지급방법 등에 따라 손익의귀속시기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법인세법 제43조는 당해 법인이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공정한 회계관행을 계속적으로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 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세법이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기업회계의 결과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대상판결 또한 법인세법 제40조의 거래유형에 따른 세법상 손익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든 거래유형을 예측하여 그 자체로서 완결적으로 손익의 귀속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만으로는 손익의 귀속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손익의 귀속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나. 신계약비와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신계약비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세법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신계약비 준칙은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관행을 존중하여 신계약비 통칙 또한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었으며, 그에 따른 처리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권리의무확정주의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공평을 도모하고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신계약비를 보험료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산입하여도 과세공평이 저해되거나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계약비의 회계관행을 부정한 견해(원심판결)는 법인세법 제40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여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신계약비는 그 지출된 당시에 확정·실현된다는 점이 명백하고, 그 귀속시기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으며, 신계약비 통칙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세법의 해석 및 집행기준을 시달한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신계약비가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을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밝혔듯이, 보험업은 보험계약자의 이익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업종으로 회계처리준칙을 준수할 필요성이 큰데, 보험업감독규정은 신계약비 준칙과 유사한 조항을 두어 보험회사들의 회계처리를 규율하고 있는 점,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신계약비 통칙이 신설되어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은 과세실무상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아 운용되고 있는 점, 보험료는 실제로 수입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되므로 그에 대응하여 손금을 안분하는 회계준칙이 수익비용대응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계약비 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신계약비의 균등상각 처리가 회계관행으로 인정된 2003 사업연도 이후 모든 보험회사를 이를 전제로 과세소득을 신고하였고, 과세관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으므로 새삼스럽게 다투어질 쟁점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도 회계관행 여부를 다툰 당사자는 이를 지출한 해당 보험회사가 아니라 그 주주들이고, 이를 굳이 다툰 이유는 이들이 취득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당시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처리하면 보험회사의 순손익가치가 줄어들어 주식가치가 0원이 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부당하거나 잘못된 세법의 적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주주들의 주장에 따라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하여야 한다면 오히려 해당 보험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보험회사는 그동안의 신계약비 균등상각을 일시상각으로 수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잘못된 신고에 따른 세금을 추징당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신계약비와 유사한 회계처리 사안에서도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관행을 부인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회계에 기초한 법인세 행정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법인세법의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불필요한 분쟁만을 양산할 우려 또한 컸다. 이러한 점에서 신계약비 준칙 및 관련 통칙을 공정한 회계관행으로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그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 법인세법상 손익확정주의와 기업회계존중원칙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신계약비
보험
회계관행
법인세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2018-03-19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액화LNG 운송도중 자연발생적으로 기화되어 선박연료로 사용된 BOG가 운임인지 여부
- 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두47321 판결 - 1. 사실관계 원고는 카타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수출자로부터 FOB(본선인도)조건으로 천연가스(이하 ‘LNG’) 도입계약을 체결하여 수입하면서, 국내 운항선사와 LNG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여 운임을 지급하였고, 각 도입계약에 따른 물품대금에 운항선사에게 지급한 운임 등을 가산한 금액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였다. 원고는 예를 들어, 수출자로부터 액화LNG 100M/T을 FOB조건으로 톤당 10CU로 산정된 가격인 1000CU에 수입하면 그 운송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기화되는 1M/T의 기화LNG(Boil Off Gas, 이하 ‘BOG’)가 발생하였고, 수입항 도착 후 회항 시 선박 내 저장탱크의 냉각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잔존가스(HEEL) 1M/T만 남겨두고 98M/T을 하역하였다. 이때 운행과정에서 자연발생하는 BOG 및 HEEL 중 일부 BOG를 포집하여 연료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원고는 하역된 98M/T을 수입신고하면서 그 수입가격을 1000CU로 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원고가 국내 운항선사에게 BOG를 연료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현물로 운임을 지급한 것이므로 관세 등 신고당시 BOG 가액 상당의 운임을 누락하였다고 보아 관세, 부가가치세 및 가산세 합계 820여억원을 추가로 경정·고지(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관세법상 운임은 화주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운송계약에서 운송인에게 운송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보수로서, 화주가 운송인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금전뿐만 아니라 금전적 가치를 가지는 현물도 포함하나, 과세관청이 운송계약에서 정하거나 운임명세서 등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데도 이를 운임으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가산하여 조정하려면 과세관청이 그러한 운임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금액을 증명하여야 한다.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를 받아 운송과정에서 액화LNG 중 일부가 기화하여 발생하는 BOG를 선박의 안전을 위하여 수송선박의 연료로 무상사용함으로써 운송원가가 낮아지는 경제적 이익을 얻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운송계약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운송인이 운송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데 부수적으로 이익을 누린 것에 불과하지 운송의 대가로 금전 대신 현물을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위 BOG 가액을 운임으로 볼 수 없다. 3. 평석 가. 관세법령상 운임 관련 규정 관세법 제30조 제1항 본문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해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수입항(輸入港)까지의 운임·보험료와 그 밖에 운송관련 비용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 금액(제6호 본문)을 더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관세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2항은 위 운임은 ‘운임명세서 또는 이를 갈음하는 서류에 의하여 산출하되, 운임명세서 등에 의하여 산출할 수 없는 때에는 운송거리·운송방법 등을 참작하여 관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LNG 운송계약상 운임 관련 내용 및 BOG 발생의 불가피성 (1) 원고는 카타르 등의 수출자로부터 액화LNG를 FOB조건으로 수입하면서 에스케이해운(주) 등 국내 운항선사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운임은 자본비, 선박경비, 운항비, 이윤으로 구성되는데, 운항비 중 연료비는 보증된 1일 평균 연료소비량을 한도로 실제 사용한 연료량에 따르고, 이윤은 선박경비와 운항비의 합계액에 연동하도록 하였다. 원고는 운항선사에게 위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작성·청구된 운임명세서상의 금액을 운임으로 지급하였다. (2) LNG는 해상운송 시 약 -162℃로 냉각하여 액화상태로 수입되는데, 운송과정에서 온도와 압력 차이 등으로 액화LNG 중 1일 0.15%가 BOG로 다시 변환되는 특성이 있고, BOG는 저장탱크에 그대로 두면 압력상승으로 폭발할 위험이 있는 반면, 외부로 방출시 화재 및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는 등 선박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이에 국내 운항선사의 수송선은 처음부터 BOG를 이중연료(dual fuel) 엔진구조를 통해 소각하여 선박의 연료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설계·건조되어 있었다. 다만 2007년도에 이르러 재 액화 시설이 개발되었으나 국내 수송선에는 장착된 적이 없다. (3)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 체결 시 국내 운항선사가 운송과정에서 발생하는 BOG를 선박연료로 사용하더라도 해당 액화LNG 대금을 운임에 포함시키지 않고 1일 BOG 허용발생량 0.15%를 한도로 무상사용할 수 있되, 0.15% 초과 시 운항선사는 원고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다. BOG 가액이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고와 국내 운항선사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자본비, 선박경비, 운항비, 이윤 등을 감안하여 운임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BOG는 운임의 요소로 삼지 않았다. 그런데도 과세관청이 이를 운임으로 보아야 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 없이 과세가격에 가산하는 것은 관세법상 운임산정의 기준에 반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 대금을 모두 지급하였고, 운임명세서 역시 그에 따라 작성·교부되었다. 그리고 약정운임은 실제 연료소비량에 연동하므로 국내 운항선사가 BOG를 사용했다고 해서 금전적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다. (3) 액화LNG 운송과정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BOG는 안전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고, 국내 수송선 구조에 의하면 액화LNG의 물량 감소와 BOG의 연료 사용이 운송의 당연한 전제로서 불가피하게 예정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고가의 액화LNG가 소실되는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4) 관세법 제30조 제1항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가산되는 조정요소의 하나로 ‘수입항까지의 운임’을 들고 있는데, 여기서 운임은 화주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운송계약에서 운송인에게 운송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보수로서, 화주가 운송인에게 실제로 지급하는 금전뿐만 아니라 금전적 가치를 가지는 현물도 포함된다. 이때 운임명세서 등에 운임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위 규정상 운임으로 보아야 하지만, 단지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종량세) 및 LNG요금 산정을 위해 시행하는 하역물량 검정보고서를 현물지급 운임명세서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5) 관세청장이 운송거리나 운송방법 등을 고려하여 운임을 정하는 것은 운송계약과 운임명세서 등으로 운임을 산출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정된다. 따라서 운송계약이나 운임명세서 등에 없는데도 운임이라고 인정하고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가산하여 조정하려면 과세관청이 그러한 운임이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금액을 증명하여야 한다. (6) 수입물품의 운송과정에서 수입물품 고유의 특성으로 운송수단인 선박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선박의 엔진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화주에게는 해당 물품이 일부 소실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운송인이 화주의 동의를 받아 소실될 물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더라도, 이러한 이익은 운송계약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운송인이 해당 물품의 운송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수행하는 데 부수적으로 이익을 누린 것에 불과하고 운송의 대가로 금전 대신 현물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수입물품을 운반하면서 소실될 물품을 운송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물품에 해당하는 가액을 운임의 일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 규정에서 정한 운임명세서 등에 의하여 운임을 산출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7) 원고의 수입물품인 액화LNG를 운송과정에서 BOG를 그 수송선의 연료로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운송원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하였지만, BOG 발생의 불가피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점만으로는 원고가 운임의 일부를 금전을 대신하여 현물로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결론 대상판결은 관세법상 운임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운송계약에서 정하거나 운임명세서 등에 기재되어야 하고 BOG와 같이 액화LNG가 운송도중 자연발생적으로 기화되어 불가피하게 선박연료로 사용되는 경우 비록 실질적으로 운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엄격해석의 원칙에 따라 최초로 해석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부가가치세
운임
관세
조성권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2017-10-23
행정사건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조건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원고는 주식회사 B와 건물관리도급계약을 맺고 건물관리유지보수업무를 하는 자로, C에게 이 사건 건물의 외벽청소를 의뢰하였고, C는 E를 보냈다. E는 이 사건 건물 외벽청소를 하던 중 5층에서 추락하여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함)하였고, 이에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를 E의 사업주로 보아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산재보상업무를 처리하였는데, 그러자 원고는 E의 사업주는 C이므로 산재보험적용 사업장을 원고에서 C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나. 위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13년 5월 21일 외벽청소업무는 원고의 업무범위 중 일부를 위임·위탁한 것으로서 C에게 도급을 준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고는 원고소속 직원이 작업범위를 지정하여 청소작업이 진행되던 중 발생하였으므로 E의 사업주는 원고라는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함)를 하자 원고는 이 사건 통지가 산재보험적용사업장변경신청에 대한 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성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함이 없이 바로 본안으로 들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증거에 의하면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E를 C의 근로자라고 보지도 아니함)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하여 먼저 판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등 관계법령상 사업주에게 보험관계의 사업주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E에 대한 요양승인처분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E를 원고 소속 근로자로 취급하여 그에 따른 보험료부과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불복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어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조리상 신청권을 특별히 인정해야 할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시 대법원은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청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는데(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등 참조), 본 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은 사업주가 이미 발생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당시 재해근로자의 사용자가 자신이 아니라 제3자임을 근거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규상으로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 피고 공단의 결정에 따라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 변경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신청을 거부하였더라도 원고회사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위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이 없는 경우에는 설령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 등 참조). 본 사안도 이러한 종래의 대법원 입장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이렇게 엄격하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약간 의문이다. 특히 법령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법령해석상 이를 무조건 확대해석 할 수는 없겠으나 조리상 신청권의 존부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본 사안에서 원심과 대법원은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 제7조 제2호 등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고 한다)의 보험가입자가 되는데, 산재보험에 있어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두2201판결 참조), 피고의 결정에 의하여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② 피고는 재해근로자의 요양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업주를 특정하게 되나, 이는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러한 판단 자체가 사업주의 구체적인 권리ㆍ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점, ③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1조 등에 의하면, 특정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사업주로 지목된 자는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될 수 있고, 만약 산재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게을리 한 상태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처럼 사업주로 하여금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나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경우 이러한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보면 매우 우회적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에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산재보험료가 증액되지 아니할 수도 있고,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사업주가 징수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는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구할 신청권(적어도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사업주의 권리구제에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피재근로자가 사업주의 소속사업장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심리를 통하여 확정할 것이지, 신청권 자체를 대상판결처럼 좁게 해석하여 이 사건 신청자체를 각하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1심판결이 본 건에서 증거에 의하여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음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행정소송에 있어서 소의 이익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므로,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종래 판례입장만을 답습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하겠다.
행정청
항고소송
행정처분
김재춘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07-24
조세·부담금
연구원에 지급한 퇴직연금보험료가 세액 공제 대상 인가
-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6두63200 판결 - 119153.jpg 1. 대상판결의 쟁점 구 조세특례제한법(2010. 12. 27. 법률 제10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조 제1항에서 연구 및 인력개발을 위한 비용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용이 있는 경우에는 법인세에서 공제(이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별표6에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비용 중 하나로 기술개발을 위한 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인건비’를 들고 있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원고가 그 소속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지급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의 보험료(이하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원고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에 기초하여 과세연도 및 대상 근로자별로 연구소 근속 여부에 따라 실제로 지출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그 지출 사업연도의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위 보험료 상당의 금원은 각 연구원들에게 확정적으로 귀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여 연구원별로 실제 지출된 비용이므로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그 성격을 달리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제1항이 정한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3. 평석 가. 과세관청의 주장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대하여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명칭여하에 불구하고 근로의 제공으로 인하여 지급하는 비용이라 정의하면서 소득세법상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전입액은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퇴직금은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때에야 비로소 그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으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없고, 퇴직급여충당금은 법인세법상 해당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정한 기간손익의 계산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그 비용액을 추산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반드시 정책적 목적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인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2147 판결). 따라서 이 사건 퇴직연금보험료는 퇴직급여충당금과 마찬가지로 후불적 임금을 지급하기 위하여 금액을 배분하여 미리 부담하는 비용이므로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 및 인력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인건비로 볼 수 없다. 나.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으로서 ‘인건비’의 범위에 관한 체계적 해석 우선 ‘인건비’에 대한 관련 법령 및 문언적 의미 등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특례제한법령은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조세특례제한법 제2조는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않은 용어에 대하여는 특별히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 관련 법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예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와 관련된 법령인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에서도 ‘인건비’에 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인건비’의 사전적인 의미는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로서 임금, 상여, 제수당, 퇴직금 등과 종업원의 관리 및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하여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 후생비 등으로 회계학상 노무비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법인세법 제26조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43조, 제44조, 제44조의2의 규정에 의하면, 위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퇴직급여 및 퇴직보험료 등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로 ‘인건비’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법인세법 제43조는 손익 귀속사업연도와 자산?부채의 취득 및 평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법인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기업회계기준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및 일반기업회계기준도 위 사전적 의미와 다르지 않다.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의 입법자도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인건비’라는 용어를 사용함에 있어 ‘인건비’의 내용 안에는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까지 당연히 포함됨을 전제로 예외적으로 이를 제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에 대한 제외 규정을 두는 방식으로 입법을 하고 있다(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6조의2 제1항, 제26조의3 제1항, 별표6). 이상의 관련 법령, 문언의 사전적 의미, 입법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일응 사전적 의미와 동일하게 종업원에게 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일체의 경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이를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연구 개발 전담부서에서 연구개발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 있는 경우 기업의 연구개발을 장려하려는 목적에서 그 지출한 비용의 일정 금액을 해당 과세연도의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인건비 측면에서 보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는 연구개발을 위하여 종업원을 전담부서의 연구원으로 투입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에 대하여 일정 금액을 세액 공제 형식으로 보조해 줌으로써 연구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회사가 지출하는 금액을 연구원이 언제 수령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회사에서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담부서에 투입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직접 지급되는 임금 등의 비용뿐만 아니라 그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해당 과세연도에 그 연구원을 위하여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료 등도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지 않은 기간까지 포함하여 계산된 퇴직금이라든가, 연구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전담부서에서 근무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출이라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 해당 과세연도에 회사의 실제 지출이 일어나지 않는 퇴직급여충당금은 해당 과세연도의 연구개발에 투자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1993년 4월 1일 이래로 조세특례제한법 기본통칙에서 퇴직소득과 퇴직급여충당금 부분을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입법취지에 다소 부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점, 이 부분을 제한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기본통칙에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크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위 대법원 2013두22147 판결은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을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입법취지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통하여 그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는 ①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연구개발에 직접적으로 대응되는 연구원에게 ②노무에 대한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지급되는 경비로서 ③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실제 지출되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에 적용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외부의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해당 과세연도에 기술인력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을 위하여 그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고, 회사는 더 이상 그 금원을 운용할 수 없으며, 그 금원 운용으로 인한 수익도 확정적으로 연구원에게 귀속된다. 그에 따라 그 지출 과세연도에 회사의 비용으로 인정된다. 이는 연구원의 복리후생을 위하여 해당 과세연도에 확정적으로 지출되는 국민연금 등과 그 성질이 다르지 않다. 단순히 적정한 기간손익 계산을 위하여 추산된 금액이 적립될 뿐 실제적인 지출이 없는 퇴직급여충당금이나 해당 과세연도의 기술인력개발을 위해서 지출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중간정산퇴직금과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는 회사가 연구개발 전담부서에 근무하는 연구원에게 해당 과세연도의 노무의 대가 또는 노무와 관련하여 실제 지출되는 비용이고, 그 금원이 해당 과세연도에 연구원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되므로,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에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도 퇴직급여제도의 하나이지만, 대법원이 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여 퇴직금이나 퇴직급여충당금과는 달리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를 세액공제 대상 ‘인건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이번 판결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인건비’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 기준을 분명히 하면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보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그 이의가 있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상 인건비가 세액공제 대상이 되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 등에도 원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원
인건비
2017-07-03
지식재산권
헌법사건
한의사의 초음파골밀도 측정기 사용 허용 가능성에 대한 소고
- 헌법재판소 2013. 2. 28. 자 2011헌바398 결정 - Ⅰ. 사안의 개요 한의사가 초음파골밀도측정기(‘osteoimager plus’)를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성장판 검사 등을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한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사례가 의료법위반으로 고발이 되는 경우 검찰은 대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으로 의율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내리고 있다. 대상결정은 이처럼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한의사는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에 불복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면서, 한의사의 골밀도측정기 사용은 한의사면허범위 내의 행위이고 해당 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헌법상 요구되는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하였으나 기각된 사례이다. Ⅱ.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의료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의사는 ‘의료행위’, 한의사는 ‘한방의료행위’만을 할 수 있는데,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와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 규정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 없다. [2] (중략)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Ⅲ. 대상결정의 평석 가. 중국의 경우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의학을 바탕으로 한 한의사와 유사한 중의사 제도를 두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없고, 초음파골밀도측정기 뿐만 아니라 CT(컴퓨터단층촬영기기), MRI(자기공명영사기기), 엑스레이 등 모든 종류의 의료기기를 이용해 환자를 진찰하고 있으며, 중의사들은 골밀도측정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를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를 논문으로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국의 한의학인 중의학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육성함으로써 노벨수상자를 배출하거나 신약을 개발하여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등 학문적 측면에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는 모두 중의사들이 의료기기를 활용하여 질병의 변화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일이다. 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의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사용현황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국 각 지사 건강측정실에 의사의 상주 없이 이 사건과 동일한 초음파 골밀도측정기를 설치하고 민원인들이 비전문가인 상담원들의 상담만 받고서 자가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일반인들의 자가 검사를 목적으로 골밀도측정기를 비치한 것이므로, 의료인이 환자를 대상으로 면허받은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초음파골밀도측정기가 의료인의 도움 없이 자가 검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의료기기임이 인정된 것인데, 역설적으로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러한 기기를 활용하여 진료할 수 없고 환자도 의료인인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매우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의료기의 사용이 결국은 국민의 보건과 질병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한 의료기를 한의사는 사용할 수 없고 일반인은 사용가능하다는 입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다. 참고되는 위헌의견 대상결정과 동일한 사례인 헌법재판소 2012. 2. 23.자 2010헌마109결정 및 2012. 2. 23.자 2009헌마623결정에는 위헌의견이 소수의견으로 개진된 바 있다. “청구인을 처벌하는 근거규정인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와 같은 법률규정만으로는 한의사 면허로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어떤 의료용 진단기기의 사용은 허용되고 어떤 기기의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중략)…‘한방의료행위’에 관한 불명확한 해석을 전제로 청구인의 이 사건 초음파 기기의 사용이 막연히 면허의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라고 함으로써 청구인을 처벌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에서 직접 한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는 무엇이라고 명확히 규정한 다음, 그 법률조항을 근거로 청구인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해석만으로 한의사를 처벌한다면 결과적으로 법률규정이 아닌 법률의 해석으로써 구성요건을 창설하여 한의사를 처벌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중략)…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라.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태도 변화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이 의료법위반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이 사건 기기들은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기기들로서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한의사인 청구인이 이 사건 기기들을 사용하여 한 진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층 진일보한 결정을 내린바 있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자 2012헌마551 결정). 위 의료기기들도 이 사건 의료기기와 안전성이나 사용의 전문성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헌재의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마. 초음파골밀도측정기의 특성 대상결정은 “영상의학과는 의료법상 서양의학의 전형적인 전문 진료과목으로서 초음파검사의 경우 영상의학과 의사나 초음파검사경험이 많은 해당과의 전문의사가 시행하여야 하고, 이론적 기초와 의료기술이 다른 한의사에게 이를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초음파골밀도측정기는 측정결과가 자동으로 수치화되어 도출되는 기기로서 별도의 영상판독작업이 수반되지 않으며, 그 사용에 있어서 영상의학과의 전문분야와 관련성이 없을 정도로 자동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상결정이 반드시 이 사건 의료기기를 영상의학과나 초음파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시행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를 일반적인 초음파의료기기와 약간의 혼선을 빚은 것이거나, 한의사가 첨단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혈액분석기, 소변검사기, 혈압측정기, 안압측정기,자동안굴절검사기,세극등현미경,자동시야측정장비,청력검사기 등의 수많은 의료기기들은 측정결과를 자동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시대적 변화에 따라 순차적으로 한의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변화와 사회통념을 고려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입장이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Ⅳ. 결 어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가 무엇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의 목적(제1조)이 중심이 되어야 하므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스스로 건강보험공단 각 지사에 비치된 골밀도측정기를 통해 자가 검사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의료인인 한의사에게도 이러한 현대적 의료기기를 진료의 보조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국민 건강의 보호 · 증진’과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보장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하게 된 입법연혁의 기본취지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 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리도록 하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한의사들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하여 이제는 보다 전향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할 것이고 대상결정의 논지는 더 이상 찬성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의료환경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그에 맞는 입법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의사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의료기기
2017-06-02
부동산·건축
(15) 이행소송과 추심소송은 중복소송인가
-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3다202120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실 및 쟁점 가) 1) 소외 A는 2010년 11월 10일 피고 보증보험회사에 대하여, 자신은갑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고 갑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2억여원을 납부하였는데 위 아파트 신축공사가 중단되는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갑과 체결한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른 계약금 및 중도금 반환채권에 기초한 환급이행보증금으로 위 금액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여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법원의 심리결과, A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는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현재 상고심에 계속 중이다. 2) 한편 원고는 A에 대하여 별개의 이행청구를 제기하여 승소하였고, 그 승소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A를 채무자, 피고를 제3채무자로 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여 2011년 7월 6일A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환급이행금청구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그 추심명령은 피고에게 송달되었는데, 원고는 이 추심명령을 근거로 2011년 11월 25일 제3채무자인 피고를 상대로 제1심법원에 추심의 소(후소)를 제기하였다. 나) A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가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데 압류채권자인 원고가 제기한 추심의 소(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위배되는가. 2. 대법원 판결이유의 요지 [다수의견] (가)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의 본안에 관하여 심리·판단한다고 하여, 제3채무자에게 불합리하게 과도한 이중 응소의 부담을 지우고 본안 심리가 중복되어 당사자와 법원의 소송경제에 반한다거나 판결의 모순·저촉의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없다. (나)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제81조, 제79조에 따라 승계참가할 수도 있으나, 채무자의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승계인의 소송참가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압류채권자의 소송참가가 언제나 가능하지는 않으며, 또 압류채권자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참가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는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에 대한 관계에서 중복된 소제기 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가)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는 소송의 계속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소제기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설령 이미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전소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적법한 소라고 하더라도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 계속이 소멸하지 않는 한 그 소송 계속 중에 다시 제기된 후소는 중복된 소제기의 금지에 저촉된다. (나)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먼저 제기한 이행의 소와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나중에 제기한 추심의 소는 비록 당사자는 다를지라도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으로서 후소는 중복된 소에 해당한다. (다) 압류채권자에게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에 소송 참가할 수 있으므로 압류채권자에게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와 별도로 추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할 것은 아니다. 다만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이행의 소가 상고심에 계속 중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압류채권자가 상고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이때에도 상고심은 전소에서 압류 및 추심명령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당사자적격을 상실한 사정을 직권으로 조사하여 전소에 관한 판결을파기하여야 하므로, 압류채권자는 파기환송심에서 승계인으로서 소송참가를 하면 된다. 3. 논점의 전개 가) 문제의 소재 이 사건은 A가 피고를 상대로 환급이행금 청구의 소(전소)를 제기하여 소송계속 중에 A의 피고에 대한 위 환급이행금 청구권의 추심권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추심권을 행사하여 환급이행금의 이행을 구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한 것이 중복된 소제기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느냐의 문제이다. 그런데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고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전소는 원칙적으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할 것인데 법률심인 상고심에 계속 중이어서 문제되었다. 나) 추심명령, 추심의 소 집행법원이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을 추심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명령을 추심명령이라 한다(민집 제232조). 추심명령은 국가가 압류채권자에게 피압류채권의 추심권을 수권한 것이므로 추심권의 재판상 행사방법인 추심의 소(민집 제238조, 제249조)는 본질적으로 재판상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와 같다. 따라서 이 사건과 달리 먼저 추심의 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이후의 이행의 소는 당사자적격의 흠 또는 중복제소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되어야할 것이다. 다) 채권자대위권행사의 경우 가.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된 후에 채무자가 같은 내용으로 별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기판력의 모순, 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판례(대판 1995. 4. 14. 94다29256)이다.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의 계속 중에 채무자가 제기한 같은 내용의 소송은 물론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소송 중에 제기된 채권자의 대위소송(대판 1981. 7. 7. 80다2751) 등도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된다고 판시한다. 나.추심의 소와 채권자대위소송의 차이점은, 추심의 소는 국가가 채권자에게 부여한 추심권에 기초한 이행의 소인데 대하여 채권자대위소송은 채권자가 민법제404조의 채권자대위권에 기초하여 제기된 이행의 소라는 데 있다. 그 결과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하므로 제3채무자에 대한 추심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는데(대판 2004. 4. 11. 99다23888 등 참조)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은 채권자의 채권자대위소송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추심권이나 채권자대위권은 추심의 소나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적격에 불과하고, 추심의 소의 목적이나 채권자대위소송의 피대위채권은 소송목적을 같이 하는 이행소송이다. 따라서 당사자 적격의 차이로 인하여 소송목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소송 중에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시윤, 288면 : 한충수, 236면 참조). 4.결론 가. 채권자대위소송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이행소송(전소)이 선행하면 채권자대위소송(후소)은허용할 수 없지만 전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이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추심소송의 경우에는 선행하는 채무자의 소송(전소)은 후행하는 압류채권자의 추심소송(후소)에 의하여 채무자의 소송수행권 상실로 당사사 적격에 흠이 생긴다는 재판운영상의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추심명령이 있으면 채무자는 소송수행권을 잃게 되어 채무자가 제기한 이행의 소(전소)를 부적법 각하하여야 하는데, 다시 추심의 소(후소)도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부적법 각하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제 27조1항의 재판청구권 보장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바꾸어 말하면 추심명령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소송수행권을 상실하여 부적법 각하될 운명에 있는 채무자의 선행소송이 아직 부적법 각하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에 제기된 추심의 소를 중복제소라고 하여 각하하여 버리면 법원이 전소와 후소를 모두 부적법 각하함으로써 ‘환급이행금 청구권’이라는 소송목적에 대하여 실체 판단을 거부하는 결과로 된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압류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의 소를 중복된 소제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하하는 이유로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는 때에 민사집행법 제238조, 제249조 제1항과 대법원판례에 의하여 압류채권자에게 보장되는 추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와 그에 관한 실체 판단을, 바로 그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하여 금지되는 채무자의 이행의 소를 이유로 거부하는 셈이어서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라 하겠다. 나. 다수의견은, 소수의견을 따르면 전소는 소송수행권 상실로 각하, 후소는 중복제소라는 이유로 역시 각하되어서 추심채권자는 다시 추심의 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고 제3채무자인 피고도 3번 응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헌 제27조 1항) 행사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는 중복제소금지의 원칙을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 하겠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이와 같이 헌법 제27조 1항과 관련된 것이라면 중복제소금지에 관한 법 이론을 떠나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추심명령
채권압류
환급이행금청구의소
중도금
계약금
보증보험회사
2017-02-27
자살면책제한조항에 의한 ‘보험사고’의 확장?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의 射程範圍 - 1.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이하 '대상판결')은 그 판시사항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보험사고'로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및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친 경우' 등을 제외한 약관조항이,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를 전제로 보험자의 면책사유를 규정한 취지가 아니라 원칙적으로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고의에 의한 자살 등을 예외적으로 위 단서 요건에 해당하면 특별히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라고 해석한 사례이다. 2. 대상판결과 같이 원칙적으로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에 대하여도 특히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자살한 경우(이하 '자살면책제한조항'이라 하고,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는 논외로 한다. 공제계약도 같이 취급한다)에는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태도가 수긍할 만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적지 않다. 대상판결에서는 주계약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특수재해사망보험인데, 그 주계약에 부가하여 일반의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일반재해사망특약이 행하여졌다. 그리고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주계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일반재해사망특약에서 준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계약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의 자살에 대하여 위 특약상의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가가 다투어졌다. 그러나 보험금지급사유에 관한 조항, 재해분류표 등 재해사망특약 약관 전체의 목적과 체계 등에 비추어 보면, 당사자들의 합리적 의사는 애초 '재해'로 인한 사망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었지 그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까지 그것이 일정한 기간 후에 행하여지면 보험사고가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자살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산출·납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또 그렇게 보는 것이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 나아가 자살과 관련한 일반 공공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단지 자살면책제한조항의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는 문언에 보험법리상 허용될 수 없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계약 전체의 합리적 해석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편 위와 같은 해석은 '고객에 유리한 해석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는지 모르나, 그것은 합리적인 해석이 두 개 이상 있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는 보충적 해석원칙이므로 위와 같이 하나의 합리적 해석만이 도출되는 경우에는 적용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타당 여부의 점에 대하여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아니한다. 단지 그 후에 나온 일련의 대법원 판결들이 대상판결로써는 쉽사리 설명될 수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대상판결의 견해는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보거나, 아니라고 하여도 최소한 그 적용범위가 현저히 제한된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3. 대상판결 이후 유사한 문제를 다룬 판결로는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81633 판결(이하 '2009년 판결')이 있다. 이 판결은 주계약이 일반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데, 이에 부가되어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일반재해사망특약이 행하여진 사안이다. 대상판결과 마찬가지로 주계약에서는 자살이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하면서 단서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두었다. 그리고 일반재해사망특약 약관에서 "이 특약에서 정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계약 약관을 준용한다"고 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쟁점이 된 것은 계약일로부터 4년이 경과한 후에 피보험자가 자살하였는데 이때 위 특약에 기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주계약의 자살면책제한조항에 기하여 일반사망보험금은 지급되었다). 대상판결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위 사안도 대상판결과 별로 다를 바 없는 것으로서 대상판결의 해석을 그대로 살려 원심판결과 같이 그 청구를 인용하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은 놀랍게도 파기하여 원심에 환송하였고, 물론 이는 앞의 2.에서 본 대로 타당하다. 그 이유의 핵심은 '평균적인 고객으로서는… 이 사건 각 특약의 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은 이 사건 각 특약에 의하여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위 각 특약 체결 시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던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도 '평균적인 고객'이라면 그 특약의 약관에서 정하는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 자살이 보험사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고 할 것이 아닐까? 그런데 2009년 판결은 원심이 인용하였던 대상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사실관계상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고 설시하여 이른바 '구별(distinguish)'을 행한다. 즉 "원심이 인용한 대상판결은 이 사건과는 달리 주된 보험계약이 '재해'에 속할 수 있는 '교통재해' 등을 보험사고로 정하고 있고, 특약은 그 교통재해가 포함될 수 있는 '재해'를 보험사고로 정하고 있는 관계로, 전자 '교통재해'에 관하여 보험사고의 범위를 확장한 규정이 후자 '재해'에 관하여도 준용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인 보험약관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여 보면,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주계약이 재해의 한 종류에 불과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고 특약이 교통사고를 포함한 재해 일반을 보험사고로 하는 것이므로, 부분에 대하여 보험사고의 범위를 확장한 것을 그대로 전부에 대하여도 통하도록 한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4. 그로부터 1년 반 후에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다45777 판결(이하 '2010년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앞서 본 판결들과는 달리 판례공보에도 실렸다. 이 사건에서는 주계약/특약이 아니라 하나의 공제계약에서 각기 '재해로 인한 사망 및 1급 장해'와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사망 및 1급 장해'가 공제사고로 정하여져 전자의 경우 장해연금(1000만원씩 10회)과 유족위로금을, 후자의 경우 유족위로금(500만원)만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다른 한편 공제약관은 자살이나 자해로 인한 1급 장해를 원칙적으로 공제사고에서 제외하면서도 자살 등이 계약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에 발생한 때는 그 면책을 제한하였다. 이 사건의 피공제자는 공제계약일로부터 약 5년 후에 자살을 시도함으로써 1급 장해가 되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에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들어 장해연금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그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일반적 해석원칙으로 "개개의 계약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앞세운 다음, 장해연금 및 유족위로금의 액수 등 여러 사정을 내세워 위의 자살면책제한조항은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공제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것일 뿐이고, '재해로 인한 공제사고'의 범위까지 확장하려는 규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대법원판결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생각된다(그 후 대상판결과 동일하게 재해로 인한 사고만을 보험사고로 하면서 자살면책제한조항을 둔 약관에 대한 대법원 2014. 4. 30. 선고 2014다201735 판결도 2010년 판결과 같은 태도를 취한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였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관심에서 보면, 앞의 3.에서 든 대법원의 2009년 판결이 대상판결의 사안이 2009년 판결의 사안과는 앞서 본 바와 같이 '구별'된다는 것을 내세우는 데에 대하여 다시금 의문을 품게 된다. 2010년 판결은 자살면책제한조항이 공제사고를 '재해 외의 원인'으로 인한 것에 확장하는 것을 재해로 인한 것에는 인정되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판결에서와 같이 대상판결을 부분(교통재해)에 보험사고 범위를 확장한 것을 전부(일반재해)에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사안에 대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여기 2010년 판결의 사안에서는 역(逆)으로 범위가 훨씬 넓은 '재해 외의 원인'에 관한 보험사고 확장을 '재해로 인한 것'에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다. 그럼에도 2010년 판결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의 결론을 취하였던 것이다. 5. 이상의 대법원판결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한다면, 대상판결의 태도는 ―아마도 그 부당성으로 인하여― 그 후의 판결들에 의하여 '사실상 폐기'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라고 하여도 그것은 그 사안의 계약 양상 및 사고 내용과 엄격하게 일치하는 것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2015-10-19
사전수뢰죄의 주체
1.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가 2011년 4월13일부터 2011년 4월25일경까지 실시한 한국도로공사 사장직 공모에 지원하여 2011년 6월16일 사장에 취임하였는데, 취임하기 전인 2011년 4월19일경 피고인이 사실상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을 알고 있는 갑 회사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후인 2011년 4월25일 사장 지원서를 제출한 사안이다. 2. 원심(제1심 포함) 및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은 ① 한국도로공사법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된 2011년 한국도로공사의 사장 임명 절차에 비추어 보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에 의하여 비로소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되는 것이므로, 그 전의 일련의 절차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각 단계에 따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돈을 받을 당시 공모에 지원하였는지 여부는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될 개연성'을 판단하는 데에 있어 결정인 관건이 될 수 없는 점, ② 피고인이 사장 공모 당시 자신이 사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사장 공모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피고인이 지원하기만 하면 사장이 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며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도, 원심의 사실인정을 수긍하면서 설령 피고인이 당시 다른 직책을 희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원 마감일까지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돈을 교부받을 당시는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서를 내기 며칠 전이었지만 증뢰자 측 관계자들을 포함하여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돈을 교부받을 당시 피고인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임명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사전수뢰죄의 주체 (1) 학설 형법 제129조 제2항에서는 사전수뢰죄의 주체로 장래에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적으로, 단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되기로 확정된 자이거나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거나 일반적으로 기대될 수 있는 자 또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최소한의 개연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 대기 중인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나, 공무원이 되기 위하여 단지 채용원서를 제출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응시 중에 있는 자는 그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 국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 선거직 공무원의 입후보자와 관련해서는 견해의 대립이 있는데, 당선 확정 전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견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는 본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견해, 이러한 입후보자는 이익집단에 의한 보험성 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본죄의 주체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2) 판례 판례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된 자가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에 시공사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안에서, 형법 제129조 제2항에 정한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자'란 공무원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발령을 대기하고 있는 자 또는 선거에 의해 당선이 확정된 자 등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자뿐만 아니라 공직취임의 가능성이 확실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갖춘 자를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함으로써 공무원이 될 '개연성'을 요구하고 있다(대판 2010. 5. 13. 2009도7040). (3) 검토 사전수뢰죄의 입법취지가 취임 전의 비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취임 후의 직무와 관련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하는 경우에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사전수뢰죄는 공무원이 되기 전에 수뢰하더라도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할 수 있게 되는데, '공무원이 된 때'는 객관적 처벌조건이다. 따라서 판례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 뇌물을 받더라도 후에 실제로 공무원이 된 때에 처벌하게 되므로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나. 본 사안의 경우 한국도로공사 사장 임명절차는 사장 공모,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심사 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피고인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사장 공모절차에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고, 돈을 받은 후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사장에 임명된 사안이다. 따라서 적어도 돈을 받을 당시에는 형식상으로는 피고인이 지원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원이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공무원이 될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었는데, 추측건대 그 이유가 돈을 받을 당시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전이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돈을 받는 시점에서 공모절차에 지원하지도 않은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임명 절차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기 전의 일련의 절차는 '개연성'이라는 관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고 공모에 지원하기 전후 여부, 후보자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되었는지 여부 등의 각 단계만을 놓고 '개연성'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의 판시를 수긍하며 피고인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돈을 준 증뢰자 측에서도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던 점을 적시하고 있다. 즉 원심 및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공무원이 될 개연성' 여부의 판단은, 임용절차에서 객관적으로 공모에 지원하는 등으로 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형식적인 면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지원이나 응모 등을 하였는지 여부는 상관없이 실제로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었느냐 하는 점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의 판시에 의하면, 돈을 수수할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피고인이 사장에 지원할 의사가 있었던 점과 증뢰자 측도 피고인이 지원할 의사가 있고 지원하면 임명될 수 있었다는 점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사건에서 돈을 받은 시점이 지원서를 제출한 후라고 한다면, 이 경우 사전수뢰죄의 주체성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될 개연성'의 판단방법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할 것이다. 다. 채용시험을 거치거나 선거직의 경우 본 사안은 공모 절차를 거쳐 임명되는 경우인데, 만약 채용시험을 거쳐 임용되는 경우라고 가정하면, 피고인이 설사 채용원서를 제출한 후에 수뢰하였다 하더라도 학설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채용가능성이 현저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채용원서를 제출하기 전에 수뢰한 경우는 더더욱 주체로 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선거직의 경우를 보면(위 대판 2010. 5. 13. 2009도7040), 이 사안은 피고인들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도시개발사업조합의 임원인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되기 전인 2004년 4월29일경 시공사측으로부터 수뢰한 후 2004년 5월2일 개최되는 창립총회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사안이다. 즉 위 사건은 선거의 방법으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로 된 경우인데, 위 사건에서 임원으로 선출된 자가 수뢰 당시 후보자 등록을 한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원심 판결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판례는 조합장 또는 상무이사로 선출될 상당한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판시하고서 사전수뢰죄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라. 결 어 요컨대, 사전수뢰죄의 주체인 '공무원이 될 자'는 임용절차상 지원 또는 응모로 임용절차에 편입되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사실상 공무원이 될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취지로 보이고, 이와 같은 입장은 사전수뢰죄의 보호법익과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015-02-26
안전띠 미착용이 보험사고 원인인가
1. 사실관계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그 소유의 옵티마 승용차에 관하여 피고와 개인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증증권에 기재된 사망보험가입금액, 각 상해등급별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실제 치료비(부상보험금)와 장해등급별 보험금액(후유장해보험금)을 보상하기로 하는 내용의 자기신체사고특약을 체결하였으며, 그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이하 '이 사건 감액약관'이라 한다)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추돌당하여 상해를 입었다." 2. 대법원의 이 사건 감액약관의 효력에 관한 판단 "상법 제732조의2, 제739조, 제663조의 규정에 의하면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보험사고가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중대한 과실에 의하여 생긴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위 조항들의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피보험자의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사고 발생의 원인에 피보험자에게 과실이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험사고 발생 시의 상황에 있어 피보험자에게 안전띠 미착용 등 법령위반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를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약관에 정한 경우에도 그러한 법령위반행위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위 상법 규정들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3. 자동차보험이 손해보험인가 인보험인가 대법원은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人保險)에 관하여는 ---" 이라고 함으로써,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상해를 입는 사실이 보험사고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라고 보았으나, 이 사건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는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의 발생"이라고 할 것이다.따라서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상법 제3장 제727조)이 아니고 자동차보험인 '손해보험'(상법 제2장 제665조 제726조의2)이다. 즉 이사건 보험은 자기소유 자동차의 차체(車體)위 손상만을 보험사고로 하는 물건보험(物件保險)이 아니고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자동차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손해보험)이라고 할 것이다. 단순히 사망이나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은 아니라고 본다. 자동차사고와 관련 없이 도봉산 등산하다 실족해 부상당하는 경우와 같은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인보험)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이사건 보험은 자동차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면 그 손해를 보상한다는 보험이지, 단순히 상해를 입으면 일정한 금액을 지불키로 하는 보험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사건 보험에서 '죽거나 다친 때에는' 보험금을 어떻게 지급한다는 '자기신체사고특약'은 손해보험에 있어서 보상할 손해의 범위(대물보상, 대인보상)또는 보험금액 산정요인과 그 한도를 규정한 특약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대인보상도 한다는 그 특약이 손해보험과는 독립한 별개의 인보험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는 것은 이 사건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가 아니고 이 사건 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자동차사고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사고나면 차체손상뿐 아니라 신체 부상에 대하여도 보상한다는 것과 자해(自害)가 아닌 이상 상해 입으면 일정액의 보험금을 준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안전띠의 착용여부는 보험사고의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는 술에 취한 상태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도로 오른쪽 옹벽과 중앙선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에 정차해있던 중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의하여 충돌 당하는 자동차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이 이른바 보험사고이므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은 교통사고 발생원인, 즉 보험사고 발생원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4. 보험사고의 발생과 안전띠 착용여부 대법원은 안전띠 미착용을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으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하는 한 --- " 이라고 함으로써 안전띠 미착용을 자동차사고인 보험사고의 발생원인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에서의 보험사고는 교통사고 또는 자동차사고인데 안전띠 미착용이 그러한 보험사고의의 발생원인일수는 없다. 보험은 사람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우연한 사고를 전제로 성립하는 것이므로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보험사고의 내용은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손해보험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우연한 사고로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고, '인보험' 에서의 보험사고의 내용은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다. 5. 과실상계와 배상액의 예정 이 사건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사고 당시 탑승 중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기신체사고보상액에서 운전석 또는 그 옆 좌석은 20%, 뒷좌석은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공제한다."고 규정한 안전띠 미착용 감액조항 즉 '이 사건 감액약관'은 과실상계에 관하여 이를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형식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즉 보험사고 발생당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면 과실상계에 있어서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이를 미리 정해 놓음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이하자는 취지이다. 과실상계 문제는 이 사건 보험인 손해보험에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와 이 사건 사고 때 "뒤따라오던 승용차"인 가해차량 측에서 피해차량 측에게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는 그 맥락이 같은 것이므로 안전띠 미착용을 사유로 하는 과실상계 역시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라고 본다. 6. 맺는 말 이 사건 보험은 '인보험'이 아니고 '손해보험'인 자동차보험이다. 보험사고 즉 교통사고는 안전띠 착용여부와는 관계없이 우연히 발생하는 것인데, 안전띠를 착용한 경우는 경상일 것이라도 안전띠 미착용인 경우는 중상을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이다. 상해가 중상이면 경상인 경우보다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더 많을 것인데 이는 안전띠를 착용하지 아니한 피보험자의 잘못(과실) 때문이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참작(과실상계)되어야 한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상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전띠 미착용에 관해서는 이론이 없으나 그 과실상계비율에 관해서는 분쟁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하여 '배상액의 예정'이라는 법리에 따라 그 비율을 미리 정해놓은 것이 이른바 보험금의 '감액약관'이므로 이는 무효가 아니고 그 타당성이 수긍된다고 할 것이다.
2014-10-16
1
2
3
4
5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사기노동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