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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청구권을 중심으로 한 혼동과 상속포기의 우열
1. 대상판결의 내용 검토 가. 대상판결의 내용 어머니가 자신의 승용차에 미혼인 아들을 태우고 가던 중 전방주시 소홀로 교통사고를 유발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 아들이 사망하였다. 그 후 아들이 보험회사로부터 받게 될 손해배상금에 대하여 어머니가 아들의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를 하였고, 단독상속인이 된 아버지가 아들의 보험금 전액을 청구하였다. 나. 원심판결의 태도 원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동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혼동으로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가해자인 어머니가 상속받은 부분은 상속개시 당시 어머니가 아들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손해배상의무와 혼동으로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어머니의 상속포기는 그 목적물이 없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 상속포기는 상속분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의칙에도 반하여 역시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상속지분이 귀속된 2분의 1 지분에 관한 청구부분을 배척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 중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한 부분에 대하여 수긍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록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상속에 의하여 동일인에게 귀속되더라도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혼동으로 소멸하고 그 결과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도 소멸한다고 하면서, 이 경우에도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개시시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되므로 그 소급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직접청구권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고, 그 결과 위에서 본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게 되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따라서 상속을 포기한 어머니의 상속지분을 다른 상속인인 아버지가 망인의 보험금청구권을 모두 상속받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라. 대상판결의 대법원에서의 쟁점 (1) 직접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혼동의 법리에 의해 가해자의 상속권은 소멸하므로 보험회사에 대한 피해자의 직접청구권은 소멸한다. (2) 다만 예외적으로 직접 가해자가 법정기간 내에 상속을 포기하면 그 효과는 피상속인(피해자)의 사망시로 소급하여 소멸하므로, 직접 가해자가 상속받을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비율대로 상속되며, 이러한 직접가해자의 상속포기는 신의칙에 반하지 않으므로 다른 상속인들이 보험금 전액을 상속받을 수 있다. 2. 비교판례의 내용 검토 가. 첫 번째 비교판례(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8373 판결, 원심판결 광주고법 2003. 6. 27. 선고 2003나2092ㆍ2108 판결) (1) 사실관계 : 미혼의 딸이 두 명의 언니(그 중 하나는 혼인)를 태우고 운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유발하여 이로 인하여 세 명이 모두 사망하였다. 사망한 언니들의 상속인인 부모와 결혼한 언니의 남편이 운전자인 미혼의 딸이 가입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직접 행사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상속인 중 어느 누구도 상속을 포기한 바 없다. (2) 대법원의 태도 : 비록 부모가 가해자인 딸(미혼)의 손해배상채무를 상속받아 피해자인 다른 딸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지만, 상속인인 부모와 남편은 위 교통사고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므로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보험회사는 손해배상을 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3) 쟁점사항 : 직접 가해자가 아닌 상속인은 설령 상속채무를 동시에 부담하는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상속인의 지위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즉 직접 가해자에 한하여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을 뿐이다. 나. 두 번째 비교판례(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41653ㆍ41660 판결, 원심판결 부산고법 2000. 7. 5. 선고 2000나2184(본소), 2191(반소) 판결) (1) 사실관계 : 보험계약자인 어머니가 아들을 태우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아들을 사망케 하였다. 직접 가해자인 어머니는 상속 지분에 대한 포기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직접 가해자가 아닌 망인(아들)의 상속인인 아버지가 손해배상액 전액을 상속받았다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2) 원심법원의 태도 : 직접 가해자인 어머니의 상속지분은 가해자로서 손해배상의무도 부담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혼동의 법리에 의해 그의 상속지분은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나머지 상속인인 아버지에게 보험금 전액이 상속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회사는 아버지에게 손해배상금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3) 대법원의 태도 : 직접 가해자인 어머니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것은 혼동의 법리에 의하여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회사는 아버지의 상속지분인 2분의 1에 해당하는 보험금만 지급하면 된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다. 세 번째 비교판례(日本最高裁判所 1989(平成 元年). 4. 20. 판결(民集 43권 4호 234면) (1) 사실관계 :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 자신의 처와 딸을 태우고 가다가 바다에 빠져 전원이 사망하였는데, 운전자의 전처 소생의 딸(운전자의 상속인)들이 운전자와 자동차 손해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에 대하여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2) 원심 및 일본최고재판소의 태도 : 일본최고재판소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보유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및 보유자의 피해자에 대한 소유배상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된 때에는 동법 제16조 제1항에 기한 피해자의 보험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액의 지급청구권도 소멸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저 동법 제3조의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도 민법 제520조(混同) 본문이 적용되므로, 위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었을 때에는 混同에 의하여 위 채권은 소멸하게 된다.”고 하여 직접 가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배상채무자의 지위와 혼동되어 소멸하였으므로 상속인들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3. 대상판례 및 비교판례의 검토 가. 혼동의 법리 성립 여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자가 교통사고를 유발하여 가해자가 된 경우, 그가 피해자의 상속인의 지위에 동시에 놓이게 되는 경우에 대하여 혼동긍정설, 혼동부정설, 절충설 등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혼동긍정설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받은 경우에는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었으므로 혼동의 법리에 의하여 가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상속권도 동시에 소멸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혼동부정설은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는 보험료를 수령하는 대가로 교통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보험계약이라는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담하게 되는 제3자의 채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설령 가해자가 상속인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만일 이의 지급을 거절하게 되면 보험회사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절충설은 상속인이 직접 가해자인 경우(보험가입자가 직접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경우)에는 가해 후 보험금을 상속받게 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혼동의 법리에 의하여 소멸하지만, 직접 가해자가 아닌 경우, 예를 들어 보험가입자가 따로 있는데 그의 가족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내었고 이로 인하여 보험가입자가 보험금에 대한 상속인이 된 경우에는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상속인으로서 당연인 자신의 상속 지분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판례의 비교 검토 (1) 비교판례 첫 번째 경우는 절충설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부모 및 남편은 직접 가해자가 아니므로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금 전액을 상속받는다고 하였다 (2) 비교판례 두 번째 경우는 직접 가해자인 어머니의 보험금에 대한 상속권은 혼동의 법리에 의해 소멸하지만, 직접 가해자가 아닌 아버지는 설령 손해배상채무를 상속받은 지위에 있다 하더라도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는 보험금에 대한 자신의 상속지분(2분의1)에 대하여는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3) 비교판례 세 번째 경우는 혼동긍정설의 입장에서 상속인이 직접 가해자가 아닌 경우에도 가해자가 보험금청구권이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라면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고, 언제나 보험금에 대하여 청구할 수 없다고 한다. (4) 대상판례는 절충설의 입장을 취하여 직접 가해자인 어머니의 상속지분은 혼동의 법리에 의하여 소멸하지만, 예외적으로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그 효력이 사망개시시에 소급하므로 혼동이 생길 여유가 없는 상태로 되므로, 모든 상속권은 나머지 상속인들(위 사례에서는 아버지 단독 상속)에게 상속지분에 따라 배분되고, 따라서 그 상속인들이 보험금 전액을 상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4. 대상판결의 부당성 가. 상속포기 여부에 의한 책임범위의 불평등 대상판례와 비교판례 두 번째의 사실관계는 동일한데도 직접 가해자인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했느냐 여부에 따라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는 여부가 결정되어 결과가 달라지게 되어 사법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 나. 혼동의 법리 적용의 일관성 상실 상속인이 직접 가해자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기도 하고 적용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은 혼동의 법리에 일반조항인 신의칙을 적용하여 심히 부당하다. 다. 책임보험의 대가성 책임보험은 일정한 보험료에 대한 대가로서 일종의 3자를 위한 채무라고 할 수 있는데 우연히 상속인이 직접 가해자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면제받으면 이는 보험회사에 부당이득이 된다고 할 것이다. 라. 사회정책적 고려에 대한 배치 책임보험은 가해자가 무자력인 경우 피해자를 구제하고자 하는 제도인데 온 가족이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을 것이 예상되는 위와 같은 사례에서 피해자 가족을 보험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책임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다. 5. 결론 위 대상판례와 비교판례들은 모두 동일한 구조를 이루는 보험금에 대한 상속문제이다. 그런데도 혼동긍정설(세 번째 비교판례)을 취한 경우도 있고, 혼동부정설(대상판결처럼 직접 가해자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절충설(첫 번째 비교판례와 두 번째 비교판례처럼 직접가해자에 대하여 혼동의 법리를 적용하고 직접가해자가 아닌 경우에는 혼동의 법리 적용 배제)을 취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바 혼동부정설의 입장에서 직접 가해자인 경우에도 상속포기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 보험금에 대한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2005-09-12
책임보험과 혼동 문제
Ⅰ. 사건의 개요 1. 당사자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이 사건 가해차량과 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피고(반소원고), 상고인 : 이 사건 피해자인 소외 망 이○○의 아버지 2. 사고 발생 1) 가해 차량 : 광주33러○○○○ 승용차 운전자 김○○(망인의 어머니) 2) 피해자 : 이○○ (사고당시 23세 10개월의 미혼인 남자) 3) 사고 일시 : 2002. 2. 12. 15:05경 사고 장소 : 광주 북구 화암동에 있는 기사식당 앞 도로 4) 사고내용 ① 가해차량 운전자는 산장방면에서 제4수원지 방면으로 주행하다가 ② 안전운전부주의로 우측 도로 노견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원격검필기를 충격하여 ③ 동승자인 피해자를 사망케 하였음. 3. 2002. 3. 29. 소외 김○○의 상속포기신고 4. 피고의 반소청구 위 김○○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피고가 망인의 단독상속인이 되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에 기한 책임보험금의 한도액인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반소청구 Ⅱ. 항소심의 판단 1. 손해배상청구권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 혼동으로 소멸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특별한 경우에는 상속에 의한 혼동을 부정하여 손해배상채권을 존속시켜야 할 특별한 경제적 의미를 인정할 수 없는 바,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는 혼동으로 소멸하게 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41653, 41660 판결 등 참조).” 2.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목적물이 없고 신의칙에 위배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에 의한 망인의 김○○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중 위 김○○가 상속받은 부분은, 상속개시 당시 김○○가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루어진 위 김○○의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그 의사표시의 목적물이 없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없다(나아가 살피건대, 위 김○○의 상속포기의 의사표시는 가해자인 위 김○○가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권 중 자신의 상속분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거나 신의칙에 반하여 이를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위 의사표시는 신의칙에도 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대법원의 판단 1. 상속포기의 소급효 “상속포기는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상속의 효력을 상속개시시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시키는 제도로서(민법 제1019조 제1항, 제1042조 등) 피해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함으로써 위의 법리에 따라 그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하면 그 소급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직접청구권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고 그 결과 위에서 본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음 “그리고 상속포기는 상속의 효과로서 당연승계제도를 채택한 우리 민법하에서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로서 상속포기로 인하여 당해 상속인에게 발생하였던 포괄적인 권리의무를 승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결과 만약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혼동으로 소멸하였을 개별적인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상속포기로 인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이유로 신의칙 등 일반 조항을 들어 전체적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는 점, 나아가 이 사건에서 김○○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그녀의 상속지분은 피고에게 귀속되었는데 피고는 원래의 공동상속인 중 하나로서 피해자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피고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혜택을 부여하여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상속포기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Ⅳ. 검토 1. 문제의 제기 1) 민법 제507조 혼동 민법 제507조는 권리의무관계를 간소화하기 위해 “채권과 채무가 동일한 주체에 귀속한 때에는 채권은 소멸한다. 그러나 그 채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책임보험과 혼동의 문제 그 동안 실무에서는 부모가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으로 자녀에게 손해배상해 주어야 하는 채무자의 지위에 놓이기 되는 이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 그가 피해자의 상속인임을 내세워 책임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혼동의 법리를 적용하여 배척하였다. 또한 이에 가해자가 상속포기를 하여 나머지 상속인에게 자신의 상속지분을 귀속시키는 경우에도 혼동의 법리가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판례의 명확한 입장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어 왔다. 2. 혼동과 상속포기 1) 상속포기의 대상 소멸문제 이에 대해 보험사는 항소심 판결처럼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과 가해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동시에 존재하여 혼동으로 인하여 소멸되게 되므로 상속포기로 인하여 소급하여 상속의 효력이 부인되는 경우라도 이미 소멸한 것에 대한 법률적인 효력부인 문제에 불과하게 되어 상속포기가 혼동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즉 포기의 대상이 이미 소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혼동은 그 성질이 일종의 사건에 불과하나, 상속포기는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의무의 승계를 부인하고 처음부터 상속이 아니었던 효력을 생기게 하려는 단독의 의사표시로서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행하는 법률행위이다. 따라서 혼동이 상속의 포기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고, 상속 포기라는 제도를 우리 민법상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이상 상속포기의 소급효를 혼동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제한할 수도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상속포기의 효과와 혼동에 의한 권리소멸과의 관계를 분명히 정립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2) 상속포기가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인지 여부 또한 보험회사는 상속포기로 인하여 다른 상속인에게 상속의 집중이 일어나 보험금을 다른 상속인에게 모두 받게 하는 것은 권리남용 또는 신의칙에 반하는 무효의 행위에 해당하고 이는 가해자를 대신해 채무를 지는 보험회사를 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입법론상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있는 제도로서 설사 그로 인하여 반사적인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하여 상속포기라는 제도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또한 보험회사는 원래 자신이 부담해야 할 배상액을 그대로 부담하기만 하면 되므로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는 상속에 의한 채권?채무의 혼동 그 자체와는 무관한 제3자일뿐 아니라, 이미 자신의 보상의무에 대한 대가인 보험료까지 받고 있는 처지여서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에 의한 혼동이 생긴다는 우연한 사정에 의하여 자기의 보상책임을 면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혼동으로 소멸하였을 개별적인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상속포기로 인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이유로 신의칙 등 일반 조항을 들어 전체적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고 한 점은 타당하다. 3. 책임보험과 혼동 1) 책임보험금 청구권이 혼동으로 소멸하는 문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상속포기의 효과와 혼동에 의한 권리소멸관계, 혼동문제를 피하기 위해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이 아닌지에 관하여 명확한 해석을 하여 앞으로 보상실무의 방향을 제시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상속인인 가해자가 상속포기를 한 것이 아닌 경우 그가 피해자의 상속인임을 내세워 책임보험금을 달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혼동의 법리가 적용되어 인정되지 않는다는 항소심의 견해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2) 이에 대한 비판 상속인인 운전자가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과 자배법에 의한 책임보험은 그 성질을 달리한다. 이 경우 보험회사가 책임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시 운전자에게 그 만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가해자의 채무와 상속권은 서로 혼동되어 소멸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은 피보험자가 납입한 보험료에 따른 결과이기에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과는 전혀 별개이다. 아울러 상속인인 가해자와 피상속인인 피해자가 동시에 사망한 경우라면 피해자의 상속권은 나머지 상속인이 상속하게 될 것이고, 이 사건처럼 어머니가 상속권을 포기하거나 상속권에 대해 아버지가 모든 상속권을 갖도록 협의분할 경우 아버지는 어머니의 상속지분을 제외함이 없이 전액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해자인 상속인과 피해자인 피상속인이 동시사망이거나 가해자의 상속권포기 등과 같은 우연한 사유에 의해 법률관계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순이다. 4. 결론 이번 대법원 판결은 위에서 언급한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동안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이 소멸한다고 보아 일률적으로 배척하였던 것에 대해 상속포기의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2005-03-21
검찰조서에 있어 성립의 진정
I. 사실관계 (1)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여 입원하였다가 퇴원한 피고인 A는 의사인 피고인 C에게 부탁하여 피고인 C로 하여금 피고인 A에 관한 허위진단서(허위의 교통사고후유진단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를 행사하여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사취)한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되었으며 피고인 C는 피고인 A와 공모하여 피고인 A에 관한 허위진단서(허위의 후유장애진단서)를 작성, 이를 피고인 A에게 교부하여 피고인 A로 하여금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되었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A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 A가 피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 C가 피의자 A의 부탁에 의해서 피의자 A에 관한 허위진단서를 발급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검사가 작성한 D(보험회사 직원)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공판기일의 증거조사단계에서 피고인 A는 검사작성 피고인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D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였으며 피고인 C는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서명·날인·간인의 진정)과 자신에 관한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기재내용의 진정(실질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면서 피의자 A의 부탁에 의해서 허위의 후유장애진단서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의 진술기재는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기재부분에 관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였고 D는 공판기일의 증인신문단계에서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면서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진술기재부분은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기재부분에 관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였다. (4) 원심법원(항소법원)이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D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 피고인 A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 A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위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 중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진술기재부분은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피고인 A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II. 대법원판례의 요지 (1)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에서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한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은 추정되지 아니한다. 이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면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된다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변경되었다. (3)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진술조서, 피해자진술조서의 경우 원진술자인 피의자, 참고인,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형식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서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는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요지이다. 대법원판례는 공판중심주의를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4)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의 공범자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서 뿐 아니라 피고인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서도 적용된다. III. 형소법 제312조제1항의 성립의 진정 1. 성립의 진정의 의미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의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 즉 서명·날인·간인의 진정과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 즉 조서의 기재내용이 진술자(피의자, 참고인,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통설, 판례의 견해이다. 대법원판례는 조서의 기재와 진술의 일치를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있으나 조서의 기재와 진술이 일치한다는 것, 즉 진술한 대로 조서에 기재하였다는 것은 조서의 실질(實質)의 문제가 아니고 조서의 내용(內容)의 문제라는 점,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일치한 경우를 조서의 실질이 진정하게 성립된 겅우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보다는 내용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63면; 동저 알기쉬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5년 338면). 형식적 성립의 진정,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형식적 진정성립, 실질적 진정성립이라고도 한다. 2.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과의 관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면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되는가에 관해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가 있으나(임동규, 형소 477면; 정웅석 형소 800면) 이를 부정하는 견해(백형구 강의 663면; 이재상 형소 517면; 신양균 형소 727면; 백형구 알기쉬운 형사소송법 338면)가 타당하다고 본다.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서명·날인·간인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의자의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불일치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3. 성립의 진정의 인정방법 (1) 원진술자가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형식적 성립,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다고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형소법 312조1항 본문)에 해당한다. (2) 원진술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서명·날인·간인)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필적·인영·무인 등의 감정에 의해서 그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함이 입증되면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백형구 등 4인공저, 주석형사소송법 개정판, 1996년, 법원사, 478면). 필적·인영·무인의 감정에 의해서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함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고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작성자의 진술(증언),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진술(증언),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 등에 의해서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은 「…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는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나 ①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② 형사소송법 제318조제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는 경우에도 그 서류 또는 물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 ③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이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위 조항의 문리해석에 반하며 반대해석의 법리에 위배된다는 점 ④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조서작성자의 증언,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에 의해서 입증됨에도 불구하고 원진술자가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대법원판례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특히 피의자의 검사에 대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고 검사의 피의자신문절차가 적법하며 피의자가 진술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IV. 판례평석 (1)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보다는 내용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진술조서의 경우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서만 인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조서의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부정된다는 대법원판례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판기일의 증거조사를 거쳐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005-03-14
검면조서등의‘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
Ⅰ. 사안 D1은 D3(병원장)와 공모하여 ‘사기·허위진단서작성·동행사죄의 공범’을 범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 중 사기의 혐의사실은 “1999년 4월경 D1이 D3에게 ‘기존 질병인 허리디스크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 것처럼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하여 D3 로부터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17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죄 혐의가 중심이다. D1은 수사절차와 공판절차에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D3에게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하였는데 검사가 D1의 유죄증거로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는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자백)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 참고인=피의자 아닌 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무죄를 주장하는 D1은 전문증거인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다. 이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법 제312조 제1항의 요건(‘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이 구비되어야 한다. 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각각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였지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자신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의 間印·署名은 인정하면서도 ‘D1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를 근거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징역 8월과 벌금 3백만원)를 선고하였다. D1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이 쟁점이 되었다. Ⅱ. 재판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의) ㉮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2112 판결, 1990. 10. 16. 선고 90도1474 판결 등 다수). ㉯ 그리고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다].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4111 판결, 2003. 10. 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Ⅲ. 평석 1. 본 판결의 내용분석 본 판결의 ㉮ 부분은 종래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고 ㉯ 부분이 새로운 것이다. 본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를 認容하여 “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종래의 판례[특히 대법원 1984.6.26. 선고 84도748 판결(공1984, 1378)]를 폐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의 내용 분석에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종래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해석 문제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그런데 본 판결은 이 문제를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검사 면전에서 작성된 조서 일반(예를 들어 참고인 진술조서=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과 ‘검찰조사단계에서 작성된 진술서’에 대하여 까지 확장시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법 제312조 제1항의 문리에 합치되는 해석이므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둘째,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본 판결의 새로운 해석은 ‘성립의 진정’이 문제되는 다른 문맥(예를 들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 제313조 제1항의 진술서등, 제313조 제2항의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예측된다. 2.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본 판결은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시(㉰ 부분)하고 있다. 이하에서 이 판시의 의미를 천착하여 보자. 현행법과 법실무상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는 대단히 취약하다. 그 이유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넓게 인정되고 있고 법실무상 조서의 증명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정자(법원)가 ‘자유심증주의’를 근거로 하여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이 활발히 작동하면 그만큼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본 판결의 판례사안을 예로 들어보자. 제1심 공판정에서 D1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D3, W의 공판정 진술·증언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증언이었다.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제1심과 항소심이 D1의 유죄증거로 사용한 증거는 공범자로 기소된 공동피고인 D3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공판정 진술·증언’과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이 상치되고 있는 정황인데 제1심과 항소심은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을 신뢰하여 D1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더구나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본 사안은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D1)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도 부인하고 공판정에서도 부인하였는데 오직 ‘공범피의자(D3)의 검사 면전 피신조서’에 불이익 진술(D3가 ‘D1과 함께 범행을 수행하였다’는 자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공범피의자(D3)는 ‘조서의 기재내용이 자신의 원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에서 법 제312조 제1항이 종래의 판례이론처럼 해석되어도 오판의 위험성이 있는데 하물며 본 판례사안과 같은 경우의 오판의 위험성은 대단히 높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므로 본 판결은 ‘조서재판을 극복’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조서재판 해체의 결정적 계기 ‘조서재판의 극복’을 문제 삼을 때 ‘조서재판이 왜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반문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재판의 신속·효율적인 진행’을 이유로 조서재판의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이다. 그런 분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재반론하고 싶다. 그럴 바에야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 체제‘로 돌아가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하고 전문법칙을 폐지하고 모든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겠는가? 독일법계의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은 모두 조서재판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발상에서 출현한 근대적 원리이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검면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2조 본문은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과의 단절을 의미하는가’가 문제된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던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단절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성립의 진정’의 의미를 협소하게 책정할수록 연속의 측면이 생기거나 증가하게 된다. 독일 형사소송법이 ‘자백이 포함되어 있는 피신조서’는 검면피신조서이든 사경피신조서이든 예외 없이 증거능력을 박탈하고 있는 점을 부가하여 검토하면 법 제312조 본문은 대단히 후진적인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전문법칙의 핵심은 ‘조서에 관한 증거법’에 있지 않고 ‘전문진술에 관한 증거법’에 있다. 영미식 가치관에 입각하면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은 재판으로서의 품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었고 현행법의 혁신성도 그다지 크게 평가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54년 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직접주의의 바탕 위에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을 받아 들여 공판중심주의의 철저를 기하였다”고 높게 평가[헌법재판소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하고 대법원[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와 제310조의2의 입법취지를 헌재와 거의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매우 修辭的인 평가’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誇張된 평가’이다. 1954년 법이든 현행 형사소송법이든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본 판결로 말미암아 조서재판이 약화되고 공판중심주의는 강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본 판결은 ‘조서재판의 점진적 해체’와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최근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2005-01-13
자기신체사고보험 규정과 약관설명의무
Ⅰ.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요약 원고는 2000. 6. 30. 피고와 원고 소유의 승용차에 대하여 피보험자를 원고, 보험기간을 2000. 7. 9.부터 2001. 7. 9.까지, 담보내용을 ①책임보험(대인배상I)-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시행령에서 정한 금액, ②대인배상 II-무한, ③대물배상-한 사고당 30,000,000원, ④자기신체사고-피해자 1인당 사망, 후유장애 30,000,000원, ⑤자기차량손해-1,740,000원, ⑥무보험차상해-최고 200,000,000원으로 하는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2000. 11. 13. 경 소외 A가 운전하는 화물차가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원고가 운전하는 위 승용차를 충격하여 동승한 원고의 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사망한 딸의 상속인들로서 피고를 상대로 그 상속지분의 한도 내에서 자기신체사고 보험금 30,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 및 항소심은 원고들의 청구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35조(이하 이 사건 약관 조항이라고 함) 제3항이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을 포함)의 대인배상 I , II 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제1항에서 지급될 수 있는 사망보험금액에서 대인배상 I, II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기하여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더 지급할 책임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이 사건 약관 조항에 대한 피고의 약관설명의무위반 등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Ⅱ. 대법원의 판결요지 대법원은 “자동차종합보험약관 중 자기신체사고보험의 보험금에 관하여 ‘타 차량과의 사고로 상대 차량이 가입한 자동차보험(공제계약을 포함)의 대인배상 I 및 대인배상 II 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약정 보험금액에서 대인배상 I 및 대인배상 II 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을 공제한 액수만을 지급한다.’고 한 규정은 자기신체사고보험에 있어서 구체적인 보험금 산정방식에 관한 사항이 아니라 다른 차량과의 보험사고에 있어서 보험금의 지급 여부 및 지급 내용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다른 차량의 대인배상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약정 보험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실제 손해액이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항은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이고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보험자가 보험계약체결시에 이러한 약관 조항에 관하여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보험자로서는 약관 조항에 의한 보험금의 공제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Ⅲ. 판결의 연구 1. 사건의 쟁점 자기신체사고보험금에 관한 이 사건 약관 조항에 의하면 타 차량과의 사고시 그 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받는 대인배상 보험금에 따라 피보험자가 받을 자기신체사고보상금의 존부 및 금액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러한 약관 조항이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가 특히, 보험계약의 체결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인지와 관련하여 문제된다. 2. 자기신체사고보험의 취지 자기신체사고보험이 개발된 취지는 원래 피보험자가 피보험차량을 운행하던 중 자기의 단독사고 또는 무보험차량과의 충돌사고 등으로 인하여 보험혜택을 받지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타 차량과의 충돌사고에 있어서 그 타 차량이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어 그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에 이에 더하여 중복하여 보상을 하거나 다른 차량이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으로도 전보받지 못한 나머지 손해를 보상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3. 약관설명의무의 대상 여부 가. 의의 및 입법취지 상법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자는 청약자에게 보험약관을 교부하고 그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638조의 3 제1항). 이는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보험계약이 성립되는 경우에 자신에게 적용될 내용을 미리 알고 보험계약의 청약을 하게 하여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3다15556 판결 등) 나. 판단기준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란 ①일반적으로 보험료 금액과 그 지급 방법, 보험금액, 보험기간, 보험사고의 내용, 보험계약의 해제사유, 보험자의 면책사유, 고객의 책임 가중, 부제소의 합의, 급부의 변경 등 고객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으로서 ②사회통념상 그 사항의 지·부지가 계약체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말한다. 다만, ③보험계약자 등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④법령에 의하여 정하여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2001다23978 판결, 2001. 9. 18. 선고 2001다14917,14924 판결 등). 다. 대상판결의 검토 (1)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조항은 다른 차량과의 보험사고에 있어서 보험금의 지급 여부 및 지급 내용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다른 차량의 대인배상에서 지급받을 수 있는 보상금이 약정 보험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실제 손해액이 잔존하고 있는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①보험계약의 체결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되는 사항이란 점, ②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2)이 사건 약관 조항은 타 차량과의 사고시 피보험자가 받을 자기신체사고보상금의 존부 및 금액에 관한 규정이므로 피보험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금액에 관련되어 있어 일응 보험계약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①자기신체사고보험의 취지가 피보험자가 피보험차량을 운행하던 중 자기의 단독사고 또는 무보험차량과의 충돌사고 등으로 인하여 보험혜택을 받지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에 있는 것이라는 점, ②자기신체사고보험의 취지가 그러하다면 자기신체사고보험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주된 계약인 대인배상 및 대물배상을 체결할 때 이에 추가하여 체결하는 부수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대인배상 등과 같은 전형적인 자동차보험과는 그 성격상 다른 면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 ③결국 이와 같이 자기신체사고보험이 주된 계약에 대하여 추가된 부수적인 것이라면, 사회통념상 비록 보험계약체결시에 원고가 이 사건 약관 조항의 내용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 약관 조항을 이유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 ④약관설명의무의 입법취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한다면 이 사건 약관조항은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4. 결론 및 판결 이후의 상황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조항을 약관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판단하였는 바, 이는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보험계약의 체결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인지와 관련하여 문제점이 있다고 할 것이다. 여하튼 이 사건 약관 조항이 적용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고가 발생한 보험계약자들 가운데 보험계약체결시에 보험자측으로부터 이 사건 약관 조항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받지 못했고 보험사고 후 2년이 넘지 않은 보험계약자들은 이 사건 판결을 근거로 그들 소유의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자기신체사고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5-01-06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상특약의 법적 성격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화물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책임보험에만 가입한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하여 충돌하는 사고(이하 교통사고라고 약칭한다)로 인하여 좌·우측슬관절장해와 머리와 가슴 등에 흉을 남기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런데 원고는 위 교통사고 이전 피고 보험사에 자동차종합보험을 가입하였는데 그 중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상특약’(이하 특약이라고 약칭한다)에도 가입하였다. 원고는 소외인의 책임보험사로부터 위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보험금으로 받을 금액이 현저히 저액이라는 사실을 알고 피고에 대하여 위 특약에 의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2. 사건의 쟁점(원·피고간 주장내용) 원고는, 위 특약은 원고가 무보험자동차(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책임보험에만 가입하였거나 이에도 가입하지 아니하여 책임보험금에 해당하는 정부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사업 부담분을 공제한 추가적 보험계약 등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동차)에 의한 교통사고를 당하였을 때 일반적인 손해배상(즉 피해자의 실 손해를 모두 배상하는 대인배상Ⅱ의 보험방식에 의한 손해배상)을 담보하는 특약이라고 주장하면서 원고가 입은 모든 손해에서 책임보험금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손해에 대하여 피고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특약은 대인배상Ⅱ와 같이 피해자가 입은 모든 실 손해를 무한배상하는 책임을 인수한 “배상책임보험”이 아니고 보험계약자와 보험자간에 위와 같은 무보험차 상해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약관에 규정한 바에 의하여 이미 정해진 정액의 보험금(아래에서 살피는 바와 같이 그 계산방식은 위 배상책임보험과 상당히 유사하다)을 지급하는 ‘상해보험’이므로 원고의 실손배상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위 특약에 의한 약관규정에 의하면 “①상해보험금지급 최고한도는 2억원이고 ②세법에 의한 증빙서류가 없는 경우 일용근로자 임금을 기준으로 일실수입액을 산정하고 ③일실수입의 현가계산시 중간이자 공제방식으로 라이프니쯔계수를 사용하며 ④위자료는 장해급수별로 정액으로 지급하며 ⑤개호비는 노동능력을 100% 상실한 식물인간의 경우에만 지급한다”는 등의 규정이 있다. 3.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항소심은 보험계약자로서는 위 특약의 체결시 무보험자동차의 상해에 대한 보상이라는 보험명칭이나 문구에서 일응 대인배상Ⅱ와 같이 무한의 배상책임을 보험자가 인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데 피고는 이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체결시 위 특약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한도, 계산상의 특징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피고가 이러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이러한 약관을 주장할 수 없고 대인배상Ⅱ와 같은 방식의 실손보상을 담보하는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일반적인 자동차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산정방식에 의하여 계산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보험자는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및 보험청약서상 개재사항의 변동사항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 고 전제한 뒤 “이러한 명시·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데 그 근거가 있으므로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 등은 보험자에게 명시·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전제하면서 “위 특약에 따른 ①보험료는 대인배상Ⅱ에 비하여 현저히 저액으로 책정되어 있고 ②문제가 된 사항은 보험금산정기준에 불과하여 위 설명의무에 포함되는 중요사항이라고 보기 어렵고 ③위와 같은 사항을 보험계약체결시 알렸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특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고 ④위 특약은 모든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일반인들이 보험자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어서 보험자의 명시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다”이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상특약의 성격 1. 자동차종합보험의 구성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종합보험은 책임보험(대인배상Ⅰ), 무한책임보험(대인배상 Ⅱ), 대물배상보험, 자기신체사고보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 자기차량손해보험 등 크게 6가지의 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대인배상Ⅰ, 대인배상 Ⅱ, 대물배상은 피보험자 등이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신체나 물건에 대하여 손해를 가함으로서 피보험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보험자가 그 배상책임을 인수하는 성격의 보험인 배상책임보험이다. 이와 달리 자기신체사고보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 자기차량손해보험은 피보험자 등이 교통사고 등으로 인하여 자신이 신체적 물질적 피해를 입은 경우 그 피해를 보험자가 보상하여주는 상해보험 및 손실보험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보험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손해액을 산정하여 배상하는 대인배상 Ⅱ와 본 건의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상특약은 보험의 성격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2. 대법원판결에 대한 의견 대법원이 위 특약에 대하여 보험자가 명시 설명하여야 할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위 특약이 보험계약자에게 불측의 위험이 없거나 약관의 중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인다. 자동차보험약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위 특약에 의한 보험금지급기준은 대인배상과 같은 편에 같은 항목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보험사의 자동차보험약관에 의하면 대인보험 Ⅱ의 지급기준이나 위 특약에 의한 보상기준이 똑같은 것이다.(앞부분의 특약상 구체적 조항 참조) 결국 대인보험Ⅱ와 위 특약이 다른 점은 대인보험의 경우 최종적으로는 법원의 판결에 의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것이고 위 특약에 따른 보상한도가 금2억원에 한정된다는 정도 밖에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위 특약을 설명한다고 해도 대인보험의 보상기준과 다를 게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위 특약상의 보상기준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고 해석된다(원심에서도 위 특약상 보상한도가 2억원이라는 점은 원고도 알고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3. 판결 후의 문제점 본 대법원 판결로 무보험자동차상해보상의 경우에는 보험약관에 따라 ①일실수입의 현가를 계산하면서 중간이자 공제방식으로 라이프니쯔계수를 사용하게 되고②위자료에 대하여도 대폭감액이 이루어지지게 되었다. 물론 본 건 판결이 기존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대인배상의 판결에 영향을 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그 동안 보험금 산정과 관련하여 논의되었던 두 가지 정도의 문제에 대하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먼저 중간이자공제방식으로 호프만지수를 계속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장래에 벌어들일 수입을 현재의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 복리로 그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호프만지수의 사용에 있어 그 지수를 240에 한정한다거나 공제방법 등을 두고 여러 대법원판례가 만들어진 것도 결국 그 근본적인 이유를 살펴보면 호프만지수가 중간이자공제방식으로는 태생적 부적합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라이프니쯔계수를 사용한다고 하여도 실제로는 평균 약10퍼센트 정도 현가가 줄어들 뿐이다(가동기간이 200개월에서 300개월 정도를 산정한다) 이러한 정도의 손해배상액의 산정은 다음에서 거론하는 위자료의 현실화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현재 법원에서 인정하는 위자료의 현실화문제이다. 교통사고 사망 건에 있어서 법원은 대략 5,000만원에서 6,000만원정도의 위자료를 한도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신체와 권리에 대하여 그 보호의식이 점점 강해지는 현실에서 사망사고의 경우 위와 같은 적은 금액의 위자료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뿐만 아니라 위자료라는 것이 손해배상액의 합리적인 산정에 있어 재판관에서 부여된 일정한도의 재량이라는 점을 참작하면 그 한도를 1억 원 정도로 상향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이와 같이 상향된 한도 내에서 피해자의 가정형편은 어떤지, 피해자가 가정을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인지, 부양가족은 몇인지, 피해자 이외에 남은 가족 중 달리 가족을 부양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일단 주요사유로 참작하고 이와 함께 일실수입이 현저히 적은 피해자에게는 좀더 많은 위자료를 인정하고 일실수입이 이미 상당한 액수에 이른 피해자에게는 이를 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적용을 한다면 소위 “관뚜껑 아래에서의 불평등”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4-07-19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의 성격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 보험회사의 영업소 소장으로 근무하던 甲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실제로는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 후 1년 만에 해약할 경우 고율의 이자를 붙여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없음에도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일로부터 1년 후에 해약을 하더라도 납입한 보험료에 연 15퍼센트 내지 17퍼센트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해약환급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복지상해보험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25명의 보험가입자들(이하 피해자들로 약칭함)로부터 보험료 명목으로 합계 16억 원 정도를 받아 원고에게는 전혀 입금하지 아니한 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원고를 상대로 주위적 청구로는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을 예비적 청구로는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담당재판부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과실을 30퍼센트로 인정한 뒤 원고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강제조정결정을 하여 원고는 최종적으로 합계 금14억 7천만 원 정도를 피해자들에게 보상하였다. 한편 원고는 사건 당시 피고가 판매한 금융기관종합보험(Bankers Blanket Bond, 약칭하여 실무상으로는 BBB라고 함)에 가입되어 있었고 위 보험은 금융기관 종업원의 비행행위로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보상하여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손해배상금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본 건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 결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은 비행담보보험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 상당인과관계가 되는 손해가 전부 포함되는 것이 아니어서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서 쟁점은 원고의 피용자인 甲의 사기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한 것이 본건 금융기관종합보험의 담보대상이 되는가 여부이었다. 원고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보상에는 원고의 물질적 피해 및 유가증권을 포함한 모든 재산상의 피해가 포함되며 재산상 손실에는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잘못으로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도 포함되므로(결국 책임보험적 성격을 갖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금전적 손실에 대하여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반대로 위 보험약관상 담보대상은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만을 보상하는 것으로서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그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는 것은 간접적ㆍ부차적 손해에 불과하므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이 아니어서 면책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 및 항소심은 금융기관종합보험약관 제1조에 의하여 위 보험이 담보하는 대상은 “피보험자의 고용인이 피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기가 재정적 이득을 얻을 명백한 의도로 부정직한 행위 또는 사기적 행위로부터 전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의 손해(Loss resulting solely and directly from dishonest or fraudulent acts by Employees of the Assured committed with the manifest intent to make and which results in improper financial gain for themselves...)”를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보험의 면책약관 제18조는 “피보험자가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모든 형태의 손해-징벌적 징계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포함한다- 단 이 증권이 담보하는 직접적인 재정적 손실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손해는 제외한다(Any and all damages of any type(whether punitive, exemplary or other) for which the Assured is legally liable, except damages representing reimbursement for direct financial loss covered by this Policy)"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함께 살펴보면 본 건 원고의 손해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에는 곤란하고 또한 위 면책약관 18조상의 본문에는 해당하나 같은 조 단서의 담보조항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은 비행담보보험(fidelity bond)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는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용자가 재3자의 재물을 사기적인 방법으로 가져간 경우 그로인한 직접적 손해를 본 사람은 바로 그 제3자이지 피보험자가 아니며 제3자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자 책임을 묻는 소송의 결과 피보험자이자 사용자인 원고가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간접적ㆍ결과적 손해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에서 보상하는 직접 손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기각하였다. Ⅱ. 금융기관종합보험의 성격 1. 보험탄생과 도입경위 금융기관종합보험은 1887년 영국 로이드(보험자의 조합에 가까움)의 한 보험자에 의해서 범죄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 위하여 강도보험증권을 만들면서 그 기초를 제공하였고 정식명칭인 Bankers Blanket Bond 의 약관은 1907년 미국은행협회의 주도하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그 후 1933년경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에서 연방예금공사가 동 공사로부터 보험의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해당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종합보험 가입을 강제한 때부터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보험상품으로 상업적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그 후 약관의 정비를 거쳐 현재 사용되는 보험약관은 1981년 영국 로이드의 보험자인 K.F Alder에 의해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위 보험의 영문약관을 그대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게 된 경위는 1995년 2월 233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최고(最古) 베어링 은행의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하던 주식거래담당직원 닉 리슨이 일본니케이지수 선물거래행위의 실패로 인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고 결국 위 은행자체가 파산에 이르게 되자 금융기관이 단 한 사람의 종업원의 부정에 의하여도 파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고 이에 대비책을 찾던 금융기관들이 위 보험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였다고 한다. 한편 국내에 위 보험약관의 국문 번역본은 있으나 약관조항의 해석에 있어 영문약관과 차이가 있을 경우 위 영문약관을 해석의 원칙으로 삼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2. 책임보험의 성격유무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금융기관종합보험은 고객이 맡긴 금전 및 유가증권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자연스럽게 금전 등을 노린 금융기관 내부 및 외부로부터 각종 범죄행위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탄생한 보험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은 사업장내에서의 절도ㆍ강도행위(이는 강도보험에서 유래한 것이다)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와 금융기관 종업원의 횡령 및 사기행위로 금융기관이 직접피해를 입는 경우 이를 담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탄생시 금융기관 직원의 잘못으로 회사가 그 손해를 대신해서 배상하는 책임을 지는 경우(직원이 고객을 구타하거나 직원의 사업장내 관리소홀로 고객이 부상을 당한 경우 등)를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이는 후자와 같은 경우까지도 위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한다면 그 사고의 발생태양의 다양성과 발생빈도 및 발생 손해액의 예측자체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Ⅲ. 판결에 대한 입장 1. 보험의 성격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fidelity bond)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liability insurance)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사건의 법률구성과 특이점 본건의 경우 원고의 직원인 甲이 보험가입자들로부터 금원을 받은 뒤 이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피해를 전부 보험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지 여부가 달려 있었다. 즉 원고가 종전소송에서 보험가입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고 해약환급금에 일정이자를 합쳐서 지급하였다면 이는 위 甲이 원고에게 정상적으로 입금된 보험료를 횡령한 행위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행위로 인한 손실”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원고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종전소송에서 보험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고 결국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피해자들의 과실참작으로 30퍼센트 정도의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이러한 손실감경이 결국 본 건 소송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되어 원고가 받을 수도 있었던 거액의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 특이하다고 보인다.
2004-03-22
확정판결과 한정위헌결정 문제
1. 머리말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소위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사건에서 선고된 한정위헌결정은 제75조 제7항 소정의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정된 소송사건에 대한 재심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그런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 12. 18.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093호로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1항에 관한 2002헌바1 사건에서 “제41조 제1항의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반된다” 라고 하는 한정위헌결정을 8:1로 선고하였다. 이하에서는, ①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 부분(이하에서는, “이 사건 심판대상”이라 한다)의 위헌성 문제, ②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및 ③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 판 결 요 지 - "구 의료보험법 제41조 1항 '범죄행위'에 고의와 중과실에 의한 범죄 이외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정위헌 결정 2. 관련법률조항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① 보험자는 보험급여를 받을 자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하거나 또는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켰을 때에는 당해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청구인은 1999. 11. 6. 혈중 알콜농도 0.131%의 음주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자신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고로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았으나, 그것이 이 사건 심판대상 소정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0. 5. 4.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금을 환수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청구인은 일단 위 금액을 반납한 다음 자신의 행위가 고의에 의한 것임을 부인하면서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그 계속 중 위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심판대상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한편 청구인은 제1심에서 패소하여(울산지방법원 2001. 12. 19. 선고 2001구2303 판결)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판결을 선고받고(부산고등법원 2002. 12. 6. 선고 2002누417 판결) 상고하지 아니하여 확정되었다. - 평 석 요 지 -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4. 이 사건 심판대상의 위헌성 문제 가. 다수의견의 논거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하더라도 이는 의료보험의 공공성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에 대하여까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하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균형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 경우에 해당한다. 경과실의 범죄로 인하여 우연하게 발생한 사고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로 인한 위험으로부터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하고, 의료보험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수 국민의 우연한 위험에 대하여 그 보호를 거절하는 것이 되어 사회보장의 증진에 노력할 국가의 책임에 역행하는 것이므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게 된다. 나. 검토 (1) 재산권 침해여부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과잉금지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을 그 요소로 판시하고 있으나, 기본권의 보호정도는 그 종류와 내용에 따라서 동일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기본권의 종류와 내용에 따라 과잉금지의 원칙은 탄력적으로 적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보험제도는 피보험자인 국민이 납부하는 보험료와 국고부담을 재원으로 하여 전 국민의 기본적인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이다. 의료보험수급권은 법률에 의하여 비로소 형성된 재산권으로서 사회적 기본권의 성질도 아울러 갖고 있고, 그 내용은 보험재정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제한에 관하여는 피해의 최소성 원칙 및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를 완화하여 적용함으로써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형성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심판대상이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급여를 제한한 것은, 의료보험급여 대상자인 자가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빈발하여 보험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대법원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경우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자기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라고 해석하여(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1994. 9. 27. 선고 94누9214 판결) "범죄행위"의 범위를 좁히고 있다. 따라서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인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 있는 것으로서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사회적 기본권 침해여부 중과실에 의한 사고 역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마찬가지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므로, 경과실에 의한 사고와 중과실에 의한 사고를 구분하여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 한하여 의료보험의 본질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사회적 기본권은 국가의 재정형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법원이 "범죄행위" 부분이 적용되는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고 있으므로, 국가의 사회보장증진의 책임을 들어 건전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보험공동체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자에 경과실에 의한 경우를 포함하여 그 책임을 묻는 이 사건 심판대상을 사회적 기본권인 의료보험수급권의 본질을 침해하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3) 결어 이 사건 결정의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의 문제점 중의 하나로 중과실과 경과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만, 그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합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5.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문제 가. 견해의 대립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에 의하여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문언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그 적용범위를 정하는 법률해석에 불과하고,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으로서 전적으로 법원에 전속하므로,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은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에 대한 존중과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자제를 위한 것이고,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하여도 기속력이 인정되듯이 헌법재판소결정의 효과로서의 법률문언의 변화와 헌법재판소결정의 기속력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정위헌결정도 위헌심사의 한 유형으로서 기속력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1997. 12. 24. 96헌마172?173 결정 참조). 이와 같은 견해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현행 헌법조문과 부속법령에서 추론되는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이념적으로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있는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중시할 것인가 하는 점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나. 검토 (1)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배 현행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모두 최고헌법기관으로서 상호 독립적이고 대등한 지위에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헌법 제107조 제1항, 제111조 제1항 제1호), 법원에 계속된 사건에 따른 명령?규칙?처분의 위헌여부에 관련된 헌법해석권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헌법 제107조 제2항). 이처럼 최종적인 헌법해석권한이 양분되어 있으나, 그로 인하여 헌법해석내용이 상이한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현행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 이와 같이 헌법 해석적용의 통일성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헌법해석권한을 양분한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는 무엇일까. 이는 양기관이 상호 경쟁?견제를 통하여 헌법을 보장하고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함과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종래의 심급제도를 넘어 초상고심화하여 법원의 사법권에 간섭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재판을 제외한 것도 바로 위와 같은 헌법제정권자의 입법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2) 법원의 법률해석권 헌법 제101조에 의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하는 사법권의 본질은 구체적 분쟁사건을 재판함에 있어 법령의 의미와 내용 및 적용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즉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이다.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판을 하기에 앞서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관하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이는 위헌법률심판에 부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의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 확인된 법률해석의 위헌성 확인에 기속력이 인정되면 이는 법원의 구체적 법률의 해석적용권한을 제한하게 되어 사법권이 헌법재판소의 통제를 받는 결과가 되므로, 그 기속력의 인정여부는 헌법정책의 문제이다. 헌법 제107조 제1항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에 위헌심판제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5조도 헌법재판소는 “위헌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47조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니라 법률의 “위헌결정”에 대한 기속력과 효력상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등한 지위를 갖는 우리 헌법하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여 효력이 상실된 법률만이 기속력을 갖는다고 하는 헌법정책을 확인하는 규정들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결정은 그로 인하여 일정한 기간의 경과나 법률의 개정으로 효력의 상실, 즉 법률 문언이 변경되는 점에서 한정위헌결정과는 그 의미를 달리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헌법불합치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이를 굳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현행 헌법상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3) 국회의 입법형성권과 법적 안정성 문제 만약 한정위헌결정에 기속력을 인정하여 위헌으로 해석되는 부분의 제거효를 인정하게 된다면, 추후에 그 법률해석 기준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도 이를 시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상황이 변하여 국회가 새로운 입법을 하는 경우에도 입법정책적인 재량권이 제한되어 국회의 입법형성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침해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과 사법적 자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6.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현실적 문제점 가. 법적 불안정의 야기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이 과음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발생한 사안이므로 청구인에게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여져서 결과적으로 청구인이 구제받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이 재심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합헌으로 결정하였어야 할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실현시키지도 못하면서 법적 불안정만 야기하는 결과가 되었다. 나.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만약 한정위헌결정도 확정된 당해사건에 대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게 된다면, 당사자로 하여금 통상적인 불복절차에 따라 상급심에서 교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회피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법률해석에 대한 심사를 받으려는 시도를 방임하거나 조장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의 구제는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하는 심급제도에 의하여 보장되는 현재의 사법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입법자의 입법형성권 침해 구 국민의료보험법과 의료보험법을 통합하여 2000. 7. 1.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경과실에 의한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의료보험재정이 과거보다 건실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의료보험재정 상태는 변경될 수 있는 것이고,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게 되면 장래 의료보험재정이 악화되어 의료보험수급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입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하여,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입법형성권의 존중에 오히려 역행할 우려가 있다.
2004-02-12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의미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보험회사로서 오토바이 소유자인 소외 J와 그 오토바이에 대하여 자동차책임보험(대인보험 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8. 초순경 J는 오토바이를 자신의 주거지 앞 골목길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세워 놓은 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러던 중 오토바이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 바람이 빠졌고 J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한편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같은 달 19. 저녁 위 골목길에서 놀던 세살된 여자아이 H가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에 깔려 H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함).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의 아버지인 피고는 반소로서 원고에게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 대하여 제1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의미는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 고유의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동차에 의하여 작출된 위험성이 종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자동차의 운행이라 볼 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가 터진 상태로 지면에 거의 수직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작은 충격에도 넘어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주택가로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곳이므로 주차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의 경우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곳이므로 위와 같이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은 것은 오토바이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한 위험이 종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운행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J가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H가 주차중인 오토바이에 올라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의 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피보험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J가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J가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운행’이란 개념의 해석 1. 운행의 개념에 관한 학설 등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행’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 네 가지 학설이 있는 데 ① 당해장치인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원동기설 ② 당해장치를 반드시 원동기에 한하지 아니하고 조향, 제동, 기관, 기타 주행과 관련된 주행장치를 포함한다는 주행장치설 ③ 당해장치를 고정장치로 보는 것으로 원동기 및 주행장치 이외에 자동차의 고정장치인 문이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의 측문 혹은 후문, 크레인차의 크레인 등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이라고 보는 고유장치설 ④ 주·정차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차고를 출발하여 다시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의 일련의 운전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차고출입설 등이 있다. 위 학설중 ④번으로 갈수록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학설 모두 차량의 외부적·객관적 상황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함께 차량운행자의 주관적 운행의사 또한 운행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2. 운행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검토 먼저 운행과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③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대법원은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당해 장치란 운전자나 동승자의 화물과는 구별되는 당해 자동차 고유의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각종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1988. 9. 27. 선고 86다카2270판결, 1980. 8. 12. 선고 80다904 판결 등 다수)라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화물하차작업 중 화물고정용 밧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고정용 밧줄은 물건을 운송할 때 일반적·계속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고 적재함과 일체가 되어 설비된 고유장치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19232 판결), “트레일러로 견인되는 적재함에 부착되어 있는 쇠파이프를 철거하는 수리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중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으로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입은 상해를 입은 경우 위 발판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례들은 대법원의 기본적 시각이 고유장치설에 의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결에서는 차고출입설에 입각한 듯한 판결도 보이는데 “자동차는 운전사가 이를 교통에 쓰기 위하여 도로에 두어 그것에 의하여 작출되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운행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도로로부터 끌어내어 차고 내지는 도로 이외의 장소에 둘 때 비로서 운행은 차단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 바…레미콘트럭으로 시멘트를 운반하다가 이를 일시 도로변에 주차하였고 위 트럭의 주차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는 트럭의 운행 중에 생긴 사고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84. 5. 16. 선고 83가합4449 판결)이라는 취지는 차고출입설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주차와 관련된 사례에 있어서는 “트럭이 미등 및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도로가에 주차하여 둠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트럭운전사의 트럭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대법원 1993. 2. 9. 92다31101 판결)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차량이 일반의 교통에 제공되는 도로에 주차된 경우에는 대체로 운행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Ⅲ. 본 사안에 있어 ‘운행’의 해당여부 앞에서 살핀 이 사건 사고가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는 위 학설 및 판례 외에 오토바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시적 주차, 차량의 방기 또는 차고지 해당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위 오토바이가 운행상태에 있었는지 아니면 운행을 종료한 상태인지가 의문이다. J는 오토바이를 차량통행이 적은 골목길의 건물 맞은 편에 세워 놓은 뒤 보름가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일상적인 차량관리를 하지 아니하여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였다. 그렇다면 비록 J가 정기적으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위 오토바이는 운행을 종료한 상태가 아닌지 또 추후 운행할 의사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아가 위 오토바이가 차고지에 입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오토바이의 속성상 특별한 차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토바이는 자신의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집안에 또는 집 주변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으면 결국 차고지에 입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J의 주거지를 좀 더 정밀히 조사하여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곳을 일응 차고지로 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운행은 종료한 것으로 보았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 정상적인 운행가능여부와 운행의사의 존재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오토바이는 차량의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J가 오토바이를 다시 운행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근처의 오토바이 수리업자에게 끌고 가거나 수리업자를 불러 위 오토바이의 양 바퀴의 구멍난 곳을 모두 때우고 바람을 채운 후에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J의 주관적 의사나 객관적인 상황 모두 오토바이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사고에 대한 가치평가 본 사안에 있어 위 오토바이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행이 종료되었고 또한 장래 정상적인 운행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는 마치 골목길에 세운 가구나 전자제품이 쓰러져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보험에서 예정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한 고유의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는 없고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3-12-22
생명보험 계약상 보험금 삭감규정에 대한 해석
Ⅰ. 판결의 검토 1. 2002다63312 보험금 판결(대법원 2003. 6. 10. 선고)의 요지 피보험자의 직업이나 직종에 따라 보험금 가입한도에 차등이 있는 생명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직업이나 직종을 변경하는 경우에 그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면서 그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의 직업 또는 직종이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한 부분에 관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해지에 관하여는 상법 제65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여전히 적용되어야 한다. 2. 사안의 요약 망인 N씨는 1999. 1. 25. 피고 S화재에 “무배당 장기상해 뉴플랜보험”과 통합된 “무배당 장기상해 777 운전자보험”에 보험기간을 3년으로 하여 가입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1. 16. 중형화물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 한편 위 보험약관에 따르면 보험자인 피고는 보험계약자가 ①일반상해로 인한 사망시 금1,000만원 ②교통상용구 탑승시 상해사망의 경우 금1,000만원 ③교통사고 사망시 금1,000만원의 각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N씨의 유족은 위 보험계약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3,0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N씨가 계약당시에는 방앗간 운영자로서 자가용운전자이었는데 사고 당시에는 개별화물운송업을 영위하면서 사고가 난 화물자동차를 영업용으로 운행하고 있었고 이러한 사실을 피고에게 통지하지 아니하였는데 위 각 보험의 약관규정에 의하면 “①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할 때(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는 경우, 이륜자동차 운전을 하게 된 경우)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지체 없이 서면으로 회사에 알리고 보험증권에 확인을 받아야 함 ②항 (생략) ③제1항의 통지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경우 회사의 청구에 대해 계약자가 그 지불을 태만히 했을 때 회사는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지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변경전 요율)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변경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여 지급함. 다만 변경된 직업 또는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함. ④항 (생략)”라고 규정되어 있고 망인은 위 약관상의 보험금 감액지급사유에 해당하므로 해당 보험요율 차이에 의한 보험금이 감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3. 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건에 대하여 1심은 위 보험금 삭감을 규정한 약관을 유효한 것으로 전제(또한 망인이 위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약관의 기본적 사항의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도 아울러 인정)하여 “보험개발원이 책정한 직업위험등급표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1급이고 화물운송업의 경우는 3급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일반 사망위험률의 경우 3급 직종이 1급에 비하여 2.51배 정도 높고 자동차 운행 중 사망률은 3급 직종이 1급에 비하여 1.15배 정도 높으므로 피고는 그 비율만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망인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 직업을 변경하고 화물자동차를 영업용으로 운전하여 보험사고의 위험이 증대된 것은 인정하였으나 위 보험약관상 보험금 삭감 지급규정에 대하여는 “피보험자의 직업 및 직무에 대한 위험변경증가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을 경우 보험자는 언제든지 초과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하여 보험자는 기간의 제한없이 보험계약의 일부를 해지하는 효과를 누릴 수가 있게 되는 부당함이 초래되는 점...(이하 중략)...보험료 증액이나 계약해지의 요건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이라는 시간적 제한을 두고 있고 상법 제663조에서는 위 규정을 보험계약자 측에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점...(이하 중략)...보험금 감액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가 직업이나 직무의 변경으로 인한 위험 증가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내에 보험계약을 해지하여야 함이 명백하다.”고 판시하면서 1심을 파기한 뒤 망인의 유족들인 원고에게 지연이자율부분을 제외한 전부 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판결요지> 생보계약에서 피보험자가 직업이나 직종을 변경한 후 그 통지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보험금을 삭감 지급하는 것은 약정된 보험금 중에서 삭감 한 부분에 관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해지에 관하여는 상법 제653조의 해지기간 등에 관한 규정이 적용돼야 한다 4. 대법원의 판결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결취지를 그대로 인정하여 약관상 보험금 감액규정을 보험계약의 일부 해지로 보고 해지에 따른 기간제한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취지로 판결하면서 생명보험에 관한 판례이었던 2000. 11. 24 선고 99다42653판결의 요지를 인용하여 보험회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판결이유에서 본 건 보험계약이 생명보험계약이라고 하였으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손해보험사는 보험업법에 의하여 인보험사업과 손해보험사업을 겸영할 수 없으므로(보험업법 제10조) 순수한 생명보험상품을 취급할 수는 없고 본 건 보험은 어디까지나 손해보험사가 취급할 수 있는 상해보험상품의 일종으로서 상해로 인한 사망 및 후유장애 발생시 그에 대하여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한 상해보험상품의 일종이다. 아래에서는 위 약관을 둘러싼 대법원의 해석과 그 해석상 문제점 등을 차례대로 상술하고자 한다. <평석요지> 보험금 감액지급규정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상법상 보험계약의 해 지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으로, 이 규정을 보험계약 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하다고 보는 법원의 견해에 반대하며 보험 자의 설명사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Ⅱ. 약관규정의 해석 1. 위험의 변경에 대하여 보험은 다수의 동질적인 위험을 가진 집단이 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만든 수단이다. 다수의 동질적인 위험을 충족하게 되면 보험회사는 대수의 법칙을 이용하여 위험으로 인한 손실의 규모와 발생수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보험료산출도 정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위험의 동질성이 같지 아니한 개인이나 집단이 있는 경우에는 그 위험으로 인한 손실의 규모와 발생수의 예측이 틀려지게 되고 이에 따른 보험료의 산출도 달라진다. 본 건에 돌아와 살펴보면 망인은 가입당시 방앗간이라는 자영업을 하면서 자가용을 운전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 보험개발원이 산출한 사망위험율이 가장 낮은 1급에 해당하게 되고 그에 따라 손해보험사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원고는 가입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업종을 화물운송업으로 바꾸고 화물자동차를 구입 영업용으로 운전하였는데 이 경우 보험개발원에서 산출한 사망위험율이 가장 높은 단계인 3급에 해당하게 되었다. 한편 위험 1급 직군의 위험사망율은 0.000406이고 3급 직군의 일반사망율은 0.001023으로서 무려 2.51배의 차이가 있으며 자동차 운행 중 사망 위험율의 경우에는 1급의 경우 0.000282, 3급의 경우 0.000326으로서 1.15배 정도의 차이가 있으므로 결국 망인에 대한 보험료는 상당한 정도로 할증되어야 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2. 통지의무에 대하여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에는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상법 제652조 제1항)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고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때에는 보험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월내에 보험료의 증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3조) 보험사업자는 보험계약체결시에 평가된 위험을 전제로 보험기간 중의 위험을 인수한다. 이러한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에게 부담시키는 까닭은 보험제도가 우연한 사고의 발생을 전제로 한 일종의 사행계약이므로 가입자측이 임의로 가입 당시의 위험을 변경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요청을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며 위험의 현저한 변경 증가란 보험계약의 체결당시에 변경 증가된 위험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자가 계약체결을 거부하였거나 적어도 더 많은 보험료를 받고서만 계약을 체결하였으리라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고 해석하고 있다. 판례상 위험이 현저히 변경된 경우로 “근로자들이 회사의 폐업신고에 항의하면서 화재보험의 목적인 공장건물을 상당기간 점거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농성하는 행위(대법원 1992. 7. 10. 선고 92다13301, 13318 판결)”을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보험분쟁사례의 경우 “계약체결시 자동차를 회사의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피보험자가 학원을 인수, 경영하면서 위 차를 학원생들의 통학에 사용한 경우 위험이 증가된 경우(업무용자동차보험)”라는 것이 있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현지작업장에서 외선전공으로 근무한 것은 계약당시의 영위직종인 전기재료판매상보다 상해사고의 발생위험이 현저히 변경 또는 증가된 것으로 볼 수 있음(가계종합보험).”라고 결정한 사례가 있었다. 본 건에 돌아와 살펴보면 망인이 자영업을 영위하다 화물운송업으로 직업을 변경한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직군별 사망위험율에 커다란 변경을 주는 것으로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감액규정의 유효성 손해보험사업자들은 위와 같은상해보험을 비롯한 장기보험상품(보험기간이 1년을 넘는 상품들을 말함) 대부분에 대하여 본건과 같은“보험금감액 지급규정”을 두고 있다. 보험사업자로서는 보험계약자등이 위험변경 사실에 대하여 통지하지 아니한 상황에서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법 및 약관규정에 의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해약환급금만 환불한 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수 있다.그러나 이 경우 보험계약자에게는 비교적 단순한 자신의 의무위반에 비하여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커다란 손실을 입게 되고 보험자로서도 적어도 기존 보험료에 상응하는 위험의 부담을약속했던 점을 고려하여 보험을해지하지 아니하면서 보험금을감액지급 하고자 하는 일종의 타협안으로서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아 약관에 포함시킨 것이다.본 사건에 대한 법원의 태도를보면 일단 위 보험금감액 지급규정의 유효성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4. 보험계약의 일부해지 해당여부법원은 위 보험금 감액 지급규정이 실질상 보험계약의 일부해지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보험계약체결시 보통약관이외에 담보사항을 추가한 특별약관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경우 각 선택항목이 있는데 위 각 담보항목에 대하여 항목별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단일 담보에 대하여 이미 체결한 보험계약의 일부 만에대해서 해지를 한다는 것은 법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원은 보험계약체결이후 위험담보의 범위나 수령할 보험금의감액을 조건으로 보험계약자가 납입할 보험료를 낮추는 계약조건의수정을 보험계약의 일부해지와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계약조건의 변경으로 인한 보험료의 감액은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쌍방의 동의에 의하여 기존계약의일부를 수정하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문제인 것이다. 보험료의 감액이나 증액은 보험계약의 양 당사자가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어떠한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없고 상호동의에 이르지 못하는 한 양 당사자에게는 기존 보험계약 전체에대하여 각종 의무의반 등을 문제삼아 이를 해지할 수 있는 권리만남게 되는 것이다. 법원은 또한“위험변경증가의통지의무위반이 있을 경우 보험자는 언제든지 초과보험금의 지급을거절할 수 있게 되고 기간의 제한없이 보험계약의 일부를 해지하는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부당함이 있다.”라는 사유를 들어 위 감액지급규정에 대하여도 일정한 제한이 있어야 된다고 하고 있다.그러나 보험금 감액지급규정이 적용되는 경우는“보험계약자가 사고 발생 전까지 위험변경 등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되는규정이므로 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은 옳지 않다. 보험자 측에서보험사고 전에 피보험자가 위험이 다른 직업이나 직무로 변경을한 것을 안 경우에는 위 상법규정및 약관에 따라 보험료의 증액을요구하거나 보험계약의 해지를할 수 있는 것이고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없는 것이다. Ⅲ. 결어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본 건보험금 감액지급규정을 둔 것은보험계약자가 스스로 위험을 변경함으로써 보험계약시 부과된통지의무를 이행하여야 함에도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자 측에서 상법규정에 따라 보험계약을일방적으로 해지한다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양 당사자간의 피해를 고려하여 일종의 타협적 규정으로 약관에 포함된 것이고 그 규정방식을 보더라도 양측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 법원이 위 규정의유효성은 인정하면서도 상법상보험계약의 해지규정이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지나친 해석이며 궁극적으로 보험계약자에게 손실이 될 수도 있는 해석이라고도 보인다. 왜냐하면 보험자는 지금까지는 보험사고 발생시 사고를 조사하여 보험계약자 측에 위와 같은 통지의무위반이 있는 경우 우선 보험금 감액규정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지급하지 보험계약을 해지하지는아니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의 태도와 같이 이러한 경우에도 해지절차와 똑같은 절차를 밟게 한다면 보험자로서는 같은 절차를 밟으면서 보험금을 감액할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고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것이 더 이득일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러한 보험금 감액규정이 보험계약자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규정이라고 보는 법원의 견해에는 반대하며 보험자의 설명사항으로 볼 것인가 하는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생각한다.
20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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