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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일반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차등강사료지급의 법적 문제점
Ⅰ. 사실관계 갑은 A국립대학교의 예술체육대학 음악과 시간강사로서, 2014년 2월 A국립대 총장과 시간강사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2014학년도 1학기에 매주 2시간, 매월 8시간의 강의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면, 강의료는 직위와 강의시수에 따라 지급하는데, 2014학년도 1학기 강의료의 단가는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의 기준에 의하였다. 한편 갑은 학교에 자신이 전업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하였고, 이에 따라 학교는 갑에게 전업 시간강사 단가를 기준으로 2014년 3월분 강사료로 64만원을 지급하였다. 2014년 4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갑이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 지역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 학교는 갑에게, 이미 지급한 2014년 3월분 전업시간강사료 64만원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 40만원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하였고, 아울러 전업 시간강사료보다 40만원을 감액하여, 2014년 4월분과 5월분 비전업 시간강사료를 지급하였다(통칭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고 한다). Ⅱ. 원심의 태도 원심(대구고법 2015. 6. 19. 선고 2015누4144 판결)은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의 개선을 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하여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여 시간당 강의료 단가에 차등을 두되, 그 취지에 맞추어 전업강사의 강의료 단가를 대폭 인상하여 시간당 8만원으로 정한 것이므로, 시간강사의 경우에만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별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거나 시간당 강의료의 지급차가 지나치게 과다하여 부당한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은 어느 것이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립대학의 장으로서 행정청의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 대학 측이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의도로 강사료 단가를 인상하고자 하였으나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 전업 여부에 따라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용자 측의 재정 상황은 시간제 근로자인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보아야 한다. 피고는 국립대학교의 장으로서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를 하여서는 안 되는 지위에 있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전부 유효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각 처분 역시 위법하다. 원심의 판단에는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 등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Ⅳ. 문제의 제기 원심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비전업 강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없어서 그 차등지급을 용인될 수 있는 합리적 차별로 본 데 대해서 대상판결은 정반대로 보았다. 대상판결의 이 사건근로계약의 무효를 바탕으로 이 사건 각처분의 위법성을 도출하였다. 평등권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헌법재판소는 이원적 심사기준에 의거한다. 즉, 자의금지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구별해서 적용하는데, 전자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는 데 대해서, 후자는 차별대우를 정당화할 정도로 차별대우가 비중이 있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심사한다(헌재 2001. 2. 22. 2000헌마25 결정 참조). 헌법재판소의 이원적 심사기조와는 별개로, 대상판결은 근로계약에 초점을 두고서 사안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의 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하여 접근하였다. 그런데 근로계약상의 강사료 차등지급은 강의료의 단가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는데, 대상판결은 강의료의 단가책정의 위법성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하에선 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고자 한다. Ⅴ. 책정된 강의료단가의 법적 성질 사안의 근로계약의 위법성은 기실 위법한 강의료단가에서 비롯되었다. 구 기획예산처가 2002년 및 2003년 세출예산집행지침을 통해 시간강사를 다른 직업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전업강사와 비전업강사로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도록 정하였고, 이에 A국립대는 시간강사들에게 '전업·비전업 확인서'를 제출하게 하여 전업·비전업 여부를 확인한 다음 강사료를 지급하였다. 2005년 기획예산처가 강의료 지급단가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변경한 후에도, A국립대는 종전과 같은 기준으로 강의료 지급단가를 결정하였다. 현재 각 대학교는 나름의 학교규정으로 '강사료지급규정'을 두고 있는데, 통상 총장이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를 당해연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따로 정한다(경북대 강사료지급규정 제3조 제1항 참조). 여기서 총장이 책정하는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는 비록 정액이지만, 향후 개별적인 강사료지급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마치 법집행의 근거가 되는 규범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강사료지급규정'이 사무처리준칙으로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기에, 책정된 시간강사료의 지급단가 역시 행정규칙의 성질을 갖는다. 조문형식의 행정규칙에 익숙하여서 이런 지적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판례가 법률보충적 접근을 통해 구 계엄법 제13조상의 계엄사령관의 특별한 조치로 행한 '일체의 집회·시위 기타 단체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계엄포고를 법규명령으로 봄으로써(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397 판결; 2018. 11. 29. 선고 2016도14781 판결) 공인된 점을 고려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Ⅵ. 위법한 강의료단가에 대한 사법통제 문제 책정된 강의료단가를 내부규정으로 행정규칙으로 보면, 그것의 위법성은 궁극적으로 행정규칙에 대한 사법통제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규성이 인정되지 않는 행정규칙이 문제될 때, 법원에 의한 부수적 구체적 규범통제의 차원에서는 두 가지의 방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행정규칙의 비구속성을 내세워 즉, 재판규범성을 부인하면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상위 법령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방법과 근거규정인 행정규칙의 하자여부에 연동시켜 집행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판례는 전자의 방법을 취하여 벗어난 부분에 대해 법규명령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식으로 대처하는데,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두40248 판결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전자의 방법에 의하면, 행정규칙에 대해 법규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법통제가 배제되는 이상한 결과가 빚어진다. 또한 자칫 상위법령에 의해 집행행위가 부당하게 정당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본질성이론에 비추어 후자의 방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인 규범통제에 이바지한다(김중권, 행정법, 제3판, 2019, 443면). 한편 오래 전에 대법원 1980. 12. 23. 선고 79누382 판결은 상위법령에 근거가 없음을 들어 행정규칙의 무효를 논증한 다음, 그 집행행위의 하자 역시 중대명백하다고 하여 그것을 무효로 판시하였다. Ⅶ. 맺으면서 - 대상판결의 나비효과 대상판결의 결과는 소송당사자인 원고만이 아니라, 이 사건 근로계약과 비슷하게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전업 시간강사에 대해 미칠 수 있다. 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주문되었기에, 대상판결은 비단 국립대만이 아니라 사립대에도 엄청난 파고를 미칠 수 있다. 자칫 미증유의 나비효과가 생길 수 있다. 비전업 시간강사에 도움을 주기 위한 우대조치가 도리어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마치 빵을 준다는 것이 자칫 돌을 준 것과 같은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개인적 이익은 매우 다양하다. 민주화 이후에 민주주의는 더욱더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정책적 선의만으로 법적 문제점을 해소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비록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우대적 조치라 하더라도 헌법적 가치와 민주적 법치국가원리에 충실하지 않으면 도리어 아니한 것보다 못할 수 있는 심각한 역효과가 빚어진다는 좋은 사례이다.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평등원칙
전업
차등지급
강사료
시간강사
김중권 교수 (중앙대 로스쿨)
2019-11-21
가사·상속
민사일반
친생추정의 적용과 예외
I. 사건의 개요 1. 사실관계 무정자증인 원고(남편)와 A(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원고와 A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AID방식)을 통해 자녀를 갖기로 하여 1993년 피고 1이 출생하였다. 이후 A는 혼외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다.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 이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원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소송의 경과 제1심과 항소심은 그 근거는 다르지만 모두 원고가 제기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부적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결 요지 가. 다수의견(상고기각) 1)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2)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 1) 인공수정 자녀의 친자관계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의 합치된 의사와 시술에 대한 동의를 근거로 인정되어야 한다. 혼인 중인 남편과 아내가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에 관하여 의사가 합치되어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에 동의함으로써 자녀가 출생하였다면 그 자녀는 부부의 친생자로 보아야 한다(상고기각). 2) 친자법의 이념과 친생추정 및 친생부인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그들 사이에 사회적 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파탄된 경우에는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어야 한다(상고기각). 다. 민유숙 대법관의 별개의견 및 반대의견 1) 모든 인공수정이 아니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 제공 정자'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 한정하여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피고 1. 부분 별개의견, 상고기각). 2)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 현실과 변화된 제도에 비추어 볼 때 친생추정의 예외를 종래 대법원이 채택한 '동거의 결여'뿐 아니라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었던 것이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도 포함하여 인정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야 한다(피고 2. 부분 반대의견, 파기환송). II. 친생추정과 그 범위 제한의 필요성 친생추정의 입법취지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비록 최근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가능하게 되었지만 출생과 동시에 자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특히 친자관계에 대하여 다툼이 없는 대다수의 경우 친자관계를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친생추정제도는 자의 복리를 위하여 계속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친생추정을 받는 자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가 제소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이미 혼인과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하고 당사자들도 친생자관계의 법률적 규율에서 벗어나고자 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였던 법적 이익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친생부인의 소로써만 이를 번복하도록 하면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법원은 종래 외관설을 채택하여 친생추정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입법자도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을 친생부인의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으로 확대하였으며, 제소권자에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추가하였다. 이에 친생추정으로 인한 불합리함이 제거되었으므로, 친생추정 범위를 제한하는 논거로 사용한 외관설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개진되었다. 하지만 가족제도를 둘러싼 분쟁의 현실에 비추어 개선입법만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생모와 그 남편이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행방이 불명인데, 생부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 친생부인의 소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에 생모와 남편이 이혼을 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친생자관계에서 해방될 것을 원하거나 자녀가 학대받을 때가 대표적이다. 전자의 경우 생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다수의견도 비록 인공수정 자녀의 경우이지만, 자녀의 복리를 지속적으로 책임지는 부모에게 자녀와의 신분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후자의 경우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제소기간이 주어졌음에도 본인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였다는 이유로 생모나 그 남편이 다시 친생자관계를 부인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명쾌하지만 이런 결과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복리라는 친생추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 원고 적격에 생부나 자녀 본인이 포함되어 있는 다수의 입법례가 있고, 민유숙 대법관의 반대의견처럼 하급심은 친생추정 규정이 외형상 적용되는 다수의 사안에서 자녀나 생부에 의해서 제기되는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하고,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고 있다. 나아가 권순일·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의 별개의견처럼 가족관계가 반드시 혈연관계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지만(이 점에서 남편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객관적·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 등에는 언제나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혈연설에 반대한다) 이혼 및 재혼의 급격한 증가, 이혼 및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달로 과학적 친자감정이 어렵지 않게 된 점과 함께 오늘날 국민의 고양된 권리의식 및 양성평등의 관념, 가족의 형태도 매우 다양해진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에 대한 신분법적 규율은 무엇보다 자의 복리향상에 그 목적을 두어야 하고, 친자관계 당사자의 자율적 결정을 가능한 한 존중하여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헌법재판소 2015. 3. 26. 선고 2012헌바357 결정 등 참조). 친생추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 상황을 수용하여 자녀의 복리를 우선하는 친생추정의 예외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III.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 추정 1.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 여부 민법 제정 당시 인공수정으로 자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없었고, 외국처럼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의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재형 대법관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 제정 당시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고 현재 그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률이 없다고 하여 모두 법형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은 문언상 임신하게 된 구체적 경위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 인공수정과 친자관계를 규율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친생추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혼인 중 출생한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2. 인공수정 동의와 친생부인의 소 허부 대상 판결은 일치하여 남편이 인공수정에 동의하였다가 나중에 이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이 동의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하였고, 나아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의 출생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실질적인 친자관계를 유지해 오는 것은 남편이 인공수정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승인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그 후 남편이 친생부인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 제852조의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제소기간 2년과 무관하게 친생부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IV. 대상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의 다수의견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에 대해서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한편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은 여전히 미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종래 외관설을 폐기하지는 않았다. 종전의 외관설보다 외연이 확대된 친생추정의 제한 법리가 채택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결국 입법으로 친생부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 현재와 같은 하급심 실무례가 운영될 수밖에 없다. 사실심 재판부가 지혜롭게 구체적 정의를 구현하길 기대한다.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친생추정
인공수정
친생부인의소
배인구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2019-11-14
조세·부담금
행정사건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과 외국납부세액공제
1. 쟁점의 정리 지방세법 제103조의19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은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 제13조는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과세표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각 사업연도의 소득'이라는 말의 의미는 법인세법 제14조제1항에서, '각 사업연도에 속하는 익금 총액에서 손금 총액을 뺀 금액'으로 규정한다. 법인세법 제15조에서, '익금'이라는 말의 의미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해당 법인의 순자산을 증가시키는 거래로 인한 수입을 익금으로 보되 몇 가지 경우를 특별히 익금가산 항목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익금가산 항목 중에서 법인세법 제15조제3항제2호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에 상당하는 금액은 세액공제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익금에 넣는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적용으로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가 그 소득의 원천지국에 납부한 외국법인세액에 대하여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의 규정에 따라 내국법인이 법인세 세액공제(이른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을 경우 법인세 과세표준에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 부분이 가산된다. 이렇게 계산된 법인세 과세표준이 바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된 금액'으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이다. 여기에다가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지방세법 제103조의20제1항)을 곱하여 법인지방소득세액이 산출된다. 여기서 납세자들은 지방세법상 법인지방소득세 단계에서 법인세법 제57조제4항과 같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도 법인세법상 과세표준을 동일하게 가져와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내국법인의 해외자회사의 외국법인세액이 가산되도록 함은 이중과세 등의 문제가 있어 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법인지방소득세 감액경정을 구하였고 이를 거부한 과세관청의 처분에 불복하여 다투는 사건이 여러 건 진행중이다. 대상판결의 사안도 그러하다. 2. 대상판결의 판단 이에 대하여 1심 법원은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조세법규의 해석은 법문대로 해석할 것인데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상 법인세법에 따른 의제익금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수원지법 2017. 12. 20. 선고 2017구합68067 판결). 반면, 대상판결은 1심과 달리 아래 요지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시 익금산입된 외국납부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서 배제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고 이 판결은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두50000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 ①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인세법 제57조는 동일한 소득에 대한 국가 간의 중복과세를 방지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감경하려는 취지가 있고, 법인세법 제15조제2항제2호는 이러한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규정인바 법인세법 제57조제4항에 따른 외국법인세액을 익금으로 보는 데에는 이에 대한 세액공제가 뒤따름이 당연히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② 만일 법인지방소득세에서 외국법인세액이 세액공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익금에 포함시킨다면 오히려 법인세법 제57조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내국법인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액공제를 전제로 의제되는 익금에 대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응능부담의 원칙에도 반하게 된다. ③ 지방세법 제103조의19의 문언은 그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뜻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④ 원고는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이 사건 외국법인세액을 법인세액에서 공제받을지 손금에 산입할지 선택할 수 있었으나,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신고할 때에는 위와 같은 선택 권한이 없었다. 3. 평석 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문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에 관하여 대상판결은 이를 '과세표준 계산방법을 법인세법에 따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법인세 과세표준과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위 규정의 문언은 그 자체 의미가 분명한 것으로, 법인세법 제13조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으로 그대로 가져온다는 것이지 법인세법 제13조의 '방법에 따라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별도로 계산하라는 뜻이 아니다. 설령 후자에 의한다 해도,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가 적용되었다면, 법인세법 제13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란 공제된 간접외국납부세액이 과세표준에 가산되는 금액이라고 보아야 한다(대상판결의 해석은 이 지점에서 여전히 논란을 남긴다). 결국 대상판결의 해석론이란 법문언의 자연스런 문언해석이라고 보기 어렵고 '특정 방향의 결론을 바라고서'문언에도 없는 의미를 부가해야만 나오는 소위 '목적론적' 해석일 뿐이다. 당초 법문언의 의미가 애매하지 않은데도 목적론적 해석을 동원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조화되기 어렵다. 나.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의 입법의도 대상판결도 법규정의 문언상 의미가 대상판결의 결론과 조화되지 않음을 의식한 듯, '입법취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정작 처분 근거법령인 지방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를 외면하고 법인세법 규정의 입법취지만 강조하고 있어 문제이다. 처분의 근거규정인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은 2014년 1월 1일 법률 제12153호로 개정되어 들어왔다. 당시 입법자료와 정부의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법개정의 배경과 취지를 알 수 있다(상세한 내용은 拙稿, '법인지방소득세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 적용 가부', 조세법연구, 25-2, 2019.8.,143쪽 이하). 쟁점 관련 부분만 요약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정부의 전월세 대책에 의한 취득세율 인하로 초래되는 지방세수 감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② 그래서 개인지방소득세와 법인지방소득세를 종전의 부가세에서 독립세로 전환시키되 과세표준은 소득세, 법인세의 과세표준을 그대로 공유한다. ③ 개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종래 소득세법 단계에서 적용되던 공제, 감면 규정을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지방소득세의 경우 이러한 공제, 감면 규정을 폐지하여 지방세수 확보를 도모한다. 근거규정의 입법의도는, 법인세법상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받더라도 지방세법상 이를 고려하지 않고 법인세 과세표준을 그대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으로 가져오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대상판결의 해석은 입법자의 입법의도와 어긋난다. 다. 대상판결은 왜 그러한 결론에 이르렀을까 대상판결은 판결이유에서 응능부담의 원칙, 국제적 이중과세방지의 문제, 납세자의 선택권 침해를 거론한다. 이로 보건대 법원은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할 때 초래될지 모를 불합리를 우려하여 그런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법인세에 대하여도 정책상 필요에 따라 순자산 증감과 무관한 익금산입, 익금불산입, 손금산입, 손금불산입이 적용된다. 예컨대 접대비, 기부금, 부당행위계산부인 등이 그것이다. 순자산의 증감과 과세표준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 등은 법인세법상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받은 경우를 전제로 하여 법인지방소득세에서의 과세표준을 실제 소득보다도 늘려 잡겠다는 것이어서 반드시 법인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늘려 잡는데 아무런 정당성의 근거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법인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0% 내지 25%, 법인세법 제55조)이 법인지방소득세의 세율(과세표준의 1% 내지 2.5%, 지방세법 제103조의20)보다도 훨씬 높으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에서 과세표준이 증가되더라도 법인세에서 받은 세액공제 혜택에 비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외국납부세액공제제도의 혜택이 법인세법과 지방세법의 개별법 단위에서 각각 관철되어야만 한다는 헌법적 근거가 없고, 입법재량이 그러한 한계 내에 묶여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오히려 납세자는 법인세법 제13조의 규정과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법인세 및 지방세의 궁극적 부담을 고려하여 법인세 단계에서 세액공제와 손금산입 중 최종 세부담의 차원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기회가 있다. 지방세법 개정은 납세자가 종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택권의 의미를 변경하여 최종적 외국납부세액공제의 혜택을 줄인 것일 뿐이다. 납세자의 선택권 축소를 문제시하면서 지방세법 제103조의19 규정을 문언과 달리 해석하는 것은 법논리로서는 설득력이 없다. 그런 논리를 연장하면 세부담이 증대되는 모든 법개정은 일단 잘못이라고 보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설령 법문언에 따른 결론이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이는 법개정이나 위헌법률심판 절차에서 논의될 내용이지 근거 규정의 문언을 함부로 어의와 달리 해석해서는 아니된다. 기본적으로 조세부담 증대 혹은 감소의 입법이 정당한지 여부는 정책의 문제이고 이는 입법부가 담당할 영역이지 사법부의 영역이 아니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반대한다.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이창 변호사 (법무법인 남산)
2019-10-31
헌법사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재판관 7대2의 결정으로 형법상 자기낙태죄 조항(제269조 제1항)과 업무상승낙낙태죄 조항(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2017헌바127, 이하 '대상결정'). 다만, 위헌의견 7인 중 4인이 ‘헌법불합치 및 계속적용’을 주장하여 결국 주문(主文)은 '헌법불합치 및 2020년 12월 31일까지 계속적용'이 선택되었다. 낙태죄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7년 전에 합헌으로 판단한 바 있었고(2012. 8. 23. 2010헌바402, 이하 '종전결정'), 당시에는 합헌의견과 위헌의견이 4대4로 나누어졌었다. 대상결정에 대해서는 앞으로 여러 관점에서 상세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지겠지만, 여기서는 우선,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몇 가지 쟁점들에 대해 그 의미와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1. '기본권의 충돌'에 대한 이해의 변화(?)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종종 '기본권의 충돌'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권충돌이 문제되는 상황과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기본권충돌은 충돌하는 기본권의 조정을 위한 입법단계에서 혹은 입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일반법원의 재판이나 재판소원) 충돌하는 두 기본권을 조정하는 원리이고, 일단 입법이 이루어진 후 그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하는 단계에서는 대립하는 기본권이 이미 공익(입법목적)으로 전환되어 과잉금지원칙(또는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만이 문제될 뿐 기본권충돌 논의는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었다(한수웅, 헌법학, 법문사(제5판), 516-517면).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을 언급하면서도 사안을 과잉금지원칙에 의해 심사하였고, 기본권충돌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실제적 조화의 원리’도 결국 과잉금지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함으로써(2013. 6. 27. 2012헌바37, 판례집 25-1, 506, 512), 법률의 위헌심사에서 기본권충돌 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결정의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심사기준' 항목에서 '이 사안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확정적으로 만들어 놓은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자기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간과한 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직접적인 충돌을 해결해야 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앞에서 본 학설의 비판을 수용하는 듯한 설시를 하였다. 다만, 법률의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 논의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바(과잉금지원칙은 자유권 행사가 공익침해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간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어서, 자유권 행사가 직접적으로 대립당사자의 자유를 훼손하는 기본권충돌의 경우에는 문제되는 충돌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므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에서도 기본권충돌은 의미가 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김하열, '자유권 제한입법에 대한 위헌심사', 동아법학 제56호, 1-35면), 기본권충돌 논의가 부적절한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이 보다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시할 필요는 있었다. 이 부분은 기본권충돌에 관한 종래 헌법재판소 입장과 명백히 구별되는 것으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2. '자기결정권'인가, '자기운명결정권'인가? 헌법재판소는 간통죄(2011헌가31등), 성매매(2013헌가2), 혼인빙자간음죄(2008헌바58등), 연명치료중단(2008헌마385) 등의 사건에서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한 바 있고, 낙태죄에 대한 종전결정에서도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대상결정에서는 청구인이 '자기운명결정권'을 주장했음에도 위헌의견과 합헌의견 모두 '자기결정권'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완전히 호환가능한 개념인가? 두 표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것인가? 자기결정권과 자기운명결정권은 의미도 다르고 보호영역도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결정권의 보호영역은 자기운명결정권보다 훨씬 넓다. 자기결정권에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이 모두 포함될 수 있어서, 그 자유박탈의 의미가 매우 추상적이다. 반면, 자기운명결정권의 경우 그 제한의 의미는 무겁고 심각하게 느껴진다. 헌법재판소가 성적자기결정권이 문제된 사건들을 자기운명결정권으로 표현하고 낙태가 문제된 사건에서 자기결정권으로 표현한 것은 어딘지 기이하다. 하나의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 그의 부모가 되는 것, 그와 함께 한평생을 살아가는 것, 아니면 그 모든 가능성들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결정만큼 운명적인 결정이 또 있겠는가? 자기운명결정권이란 표현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경우가 아닐까? 3. 위헌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헌법불합치의견)은 낙태죄 조항이 입법목적 정당성과 수단적합성은 인정되지만 침해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였는데, 그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출산 여부를 결정할 권리도 포함된다. (2)인간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를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3)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가 보호의 정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4)태아의 착상시부터 독자적 생존가능시기까지는('결정가능기간')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해 낙태갈등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에게 낙태를 허용하여야 한다. (5)낙태죄 조항이 모든 낙태에 대해 예외없이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태아는 생존을 위해 모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독자적 생존가능시기를 기준으로 태아의 생명권 제한에 규범적 판단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한 입론으로 보인다. 다만,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 이유 또는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대해 예시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일정한 규율영역으로 확정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입법자에게 명확한 입법지침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단순위헌의견은 위에서 본 다수의견 논거들에 동의하면서, 더 나아가 임신 전체 기간을 3분기(trimester)로 나누어 제1분기(마지막 생리기간의 첫날부터 14주) 동안에는 아무런 제한없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기간에 자유로운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 수술이 가능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임신기간을 3분기로 나누는 것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낙태가 허용되어야 하는 사유로 안전한 낙태를 드는 것은 '1분기에는 왜 태아의 생명침해가 정당화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임신여성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4. 합헌의견에 대하여 합헌의견은 태아는 그 시기를 불문하고 생명보호 필요성에 있어 출생한 사람과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므로 위헌의견에서 말하는 결정가능기간이나 3분기에 의한 구분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리고 임신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은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중대한 공익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본다. 다만, 합헌의견은 대상결정의 사안을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충돌'이라고 하였으나, '낙태의 자유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근본적으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명시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본권의 충돌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5. 주문의 문제점 대상결정이 자기낙태죄가 위헌으로 판단되면 논리적으로 위헌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을 굳이 '의사' 부분으로만 심판대상을 한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입법개선이 필요한 헌법불합치 주문을 내면서 형법 제270조 제1항 전부가 아닌 '의사' 부분만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대상결정은 형벌조항에 대해 계속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데, 위헌으로 판단된 형벌조항의 계속적용을 명하는 것은 법치주의원리에 위반되고, 형벌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이 상실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의 명문규정에도 반한다(제47조 제3항). 위헌인 형벌조항을 계속적용하는 도중에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경우 그 개선입법이 당연히 소급하는지, 소급한다면 그 시기는 어디까지인지도 문제되는데,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제시하지 않는다. 개선입법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 그 개선입법의 위헌 여부가 다시 문제될 수 있고 개선입법이 재차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그 소급효의 범위 또한 다시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법적공백의 방지를 명분으로 헌법불합치 주문을 선택하지만 헌법불합치결정과 개선입법 사이에, 혹은 그 이후까지 법적 규율의 불확정으로 인해 법적안정성이 위협받는다. 무엇보다도 대상결정의 헌법불합치의견은 스스로 낙태죄 조항의 실효성을 부인하고 그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 하였음에도, 단순위헌결정으로는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긴다고 한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이 위헌결정의 효력에 관한 명시적인 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이른바 법률의 흠결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예외적인 주문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검토 없이 헌법불합치 주문을 남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상결정에서는 위헌의 영역을 특정하여(예컨대, 독자적 생존가능시기) 한정위헌을 선고하거나, 위헌 영역을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면 단순위헌을 선고했어야 할 것이다.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형법
의사낙태죄
낙태
전상현 교수 (서울대 로스쿨)
2019-06-17
민사일반
강제징용 소송과 청구권협정 검토
Ⅰ. 대상 판결 원고들은 구 일본제철이 운영하는 제철소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하였다. 원고들은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01년 3월 27일 청구기각 판결을, 2003년 10월 9일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을 각 받았다. 원고들은 2005년 2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1심과 2심에서 패소하였으나,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68620호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2018년 10월 30일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하여 원고승소 판결하였다. Ⅱ. 역사적 검토 이 사건에서는 국제 재판관할권, 일본판결의 승인, 피고의 법적 동일성, 소멸시효 등 다양한 쟁점들이 있으나, 논의의 방향을 청구권협정으로 모으고, 청구권협정의 탄생 배경, 역사적 평가 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조선의 멸망 과정, 일제의 억압과 수탈, 친일파 청산의 좌절, 박정희 정권과 친일파의 역사 등에 대해서는 먼저 역사책을 보기 바란다. 사실 매국노와 친일파를 빼놓고 우리 현대사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청구권협정도 마찬가지이다.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정확한 법적 판단이 가능하다.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이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했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 자본을 도입하기 위하여 한일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반대 시위를 진압한 후 1965년 6월 22일 한일 기본조약(청구권협정 포함)을 체결했고, 그해 12월 18일 발효되었다. 조약 내용은 “일본 정부가 박정희 정부에 무상 3억불, 유상 2억불을 제공하는데,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하지 않고, 한국과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청구권은 모두 포기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대부분을 포항제철, 소양강댐 등 국가 기반시설의 확충에 사용했다. 한일 기본조약은 공개되지 않았다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월 1월에서야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청구권협정 원문은 찾아보기 바란다. 살펴보면, 친일파들은 해방 후 대한민국의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언론·교육 등 각 분야를 주도한 지배세력이 되었다. 청구권협정도 그들의 주도로 탄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은 다음과 같이 비판을 받는다. ① 박정희 정부는 ‘식민지배 청산’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하였는데, 한일회담은 청구권 교섭에 밀려 식민지배 청산이라는 본질을 추구하지 못하였다. ② 청구권 문제, 어업 및 문화재 문제 등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양보함으로써 매우 굴욕적이었다. ③ 국가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약임에도, 그 내용 및 일본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④ 일제의 식민지배로 수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보았는데도, 박정희 정부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피해를 배상하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과 권리를 억압하였다. Ⅲ. 법률적 검토 1.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가. 불포함설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설, 대법원 판례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인다. (2)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이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3) 일본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한일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4) 대한민국이 요구한 12억 20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3억 달러만 받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도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나. 포함설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하는 견해로서 소수설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은 청구권협정상 청구권의 대상에 ‘피징용 청구권’도 포함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2) 위 피징용 청구권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도 포함한 것이고, 청구권협정 제1조에서 정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서 정한 권리관계의 해결에 대한 대가 내지 보상으로서의 성질을 포함하고 있다. (3) 양국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배상’도 당연히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상호 인식하고 있었다. (4) 대한민국은 청구권협정에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후 장기간 그에 따른 보상 등 후속 조치를 취하였다. 다. 검토 조약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문언뿐만 아니라 체결 당사국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일본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를 포함한 일체의 청구권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완전히 최종적으로 종결하고자 했다. 박정희 정부는 쿠데타로 잡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개발과 그 자금 마련이 절실히 필요했던 점, 박정희와 정일권 등 집권자들의 친일 성향과 청구권협정의 체결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의사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조약 문언, 당사자의 의사, 후속 조치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은 이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즉 청구권협정 체결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알려진 바 없었고, 전혀 논의대상이 되지도 않았던 점, 청구권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 제2조 (g)항에서 말하는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위안부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불포함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2.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는 경우에도 가능설, 불가능설로 견해가 나뉜다. 가. 가능설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청구권협정에는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만큼 충분하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 (2) 청구권협정에서 양국 정부의 의사는 개인청구권은 포기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정부 간에만 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하자는 것, 즉 ‘외교적 보호권에 한정하여 포기하자’는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청구권협정을 이탈리아와 서독 사이의 조약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나. 불가능설 소송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양국의 진정한 의사가 외교적 보호권만 포기하기로 했다고 볼 수 없다. (2) 청구권협정은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일괄처리협정에 해당한다. (3)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규정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이나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언의 의미는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 검토 청구권협정의 문언과 해석, 양국 정부의 의사 등을 종합해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2015. 12. 28. 박근혜 정부는 한일 외교부 장관 사이의 합의로써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였다. 위 합의 문언상 개인청구권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없고, 양국 정부의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볼 명확한 근거도 없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Ⅳ. 결론 대상 판결은 역사적·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에 대한 최고 법관들의 법적 판단이 두루 담겨 있는 귀중한 판결이다. 논거의 차이는 있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한 대상 판결의 결론도 지극히 타당하다. 다수의견이든 소수의견이든 그 논거는 모두 설득력이 있다. 다만 피해를 당한 국민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외면하기 어렵다. 나라가 망하여 피해를 보았고, 과거 정부가 잘못하여 피해를 배상받지도 못하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 비극과 치욕적인 역사를 부디 잊지 말고 교훈으로 삼기를 바란다.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전원합의체
허용구 부장판사 (대구지방법원)
2019-05-14
형사일반
망인의 생전의사에 부합하는 처분의 횡령죄 성립여부
1. 사실관계 A는 2004년 12월 경부터 B와 동거하면서 그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B는 2015년 1월 암 진단을 받았다. B는 2016년 3월 간암으로 부산대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자 그 무렵 A에게 “트랙터 등 차량 2대를 팔아 내가 죽고 나면 생활비로 사용하라”고 말하는 한편, 차량매매상인 C에게 전화하여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A를 통해 차량의 매도위임장과 신분증 등 서류를 전달해주었다. B는 그 직후인 2016년 4월 사망하였다. B의 사망 다음날 C는 위 차량 3대를 4200만원에 매도하였고, 그 대금은 A의 통장으로 입금되었으며, A는 위 돈을 생활비 등으로 소비하였다. 한편, B의 상속인으로 딸 D가 있었는데 B는 암 진단을 받고 딸 D에게 간 이식 절차를 요청하였으나 D는 이를 거절하였다. D는 B의 병문안을 오지 않았으며 장례식장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A는 D의 상속재산인 차량 매매대금을 보관 중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한 혐의로 공소 제기되었다. 위 사건에서 1심은 횡령혐의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은 유죄를 선고하였는데, 대법원은 다시 무죄의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1심 판결(무죄) 망인(B)이 생전에 C에게 차량의 매도를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C의 차량 매도와 그 대금의 처분행위는 유효한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피고인(A)이 망인으로부터 위 차량 대금을 증여받은 것이거나 사인증여받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므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횡령행위나 불법영득의사의 존재를 단정하기 어렵다. 나. 2심 판결(유죄) 이 사건 차량 매도에 관한 망인의 위임이 있었다거나 위 차량 매도가 망인의 생전 의사에 합치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위임은 민법 제690조에 의하여 망인의 사망으로 종료되고, 위 차량을 포함한 망인의 재산은 상속인인 피해자에게 상속됨으로써 C 내지 피고인은 더 이상 이 사건 차량을 매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 사건 차량에 대한 매도대금을 송금받아 보관 중이던 피고인이 상속인에게 이를 반환하지 아니하고 위 돈을 인출한 것은 상속인에 대한 횡령행위가 된다. 다. 대법원(무죄) (1) 불법영득의 의사의 판단기준과 증명의 정도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과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데, 이는 내심의 의사에 속한다.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에,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도7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처분행위의 법적 성격 망인이 이 사건 차량 또는 처분대금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피고인 또한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무렵 망인과 피고인 사이에 증여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에게는 이 사건 각 차량이나 그 처분대금에 관한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의무가 발생하였고, 망인이 2016년 4월 사망함에 따라 망인의 상속인인 D가 이사건 차량의 소유권을 취득하기는 하였지만, 이와 동시에 D는 이 사건 증여계약에 따라 망인이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의무도 함께 승계하였다. 3. 평석 가. 판결의 쟁점 이 사건 판결은 언뜻 보면 망인의 사망 다음 날 이루어진 차량 매매행위가 법적으로 위임행위인지 증여의 이행인지 여부가 쟁점인 듯 보인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따라 매매대금이 피고인 자신의 돈인지 아니면 상속인을 위한 보관금인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임에 해당한다면 보관금을 횡령한 것이 되고 증여에 해당한다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본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1심과 대법원 판결은 이 부분을 분명히 하지 않고 오히려 불법영득 의사의 존부와 형사판결에서 입증의 정도를 언급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법리적으로 증여에 해당한다면 그것으로 횡령이 성립하지 않음이 충분하고,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A가 차량의 매매대금을 수령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인인 D에게 망인으로부터의 증여를 원인으로 대금지급 청구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하였다면 법원에서 이를 과연 증여로 인정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다. 민사소송에서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는데 이 사안은 증여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매도위임장과 차량매매업자 C의 진술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정도의 증거로 민사소송에서 증여사실을 인정받기는 어렵다. 항소심 판결은 아마도 이를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런 점을 형사재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사사건은 권리의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범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그리고 범죄사실의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를 요구한다. 즉 “차량을 매도하여 대금을 A에게 주라”는 말의 의미는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을 수 있다. 나.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은 제출된 증거자료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망인으로부터 이 사건 차량 또는 그 매매대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횡령 혐의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가 되어야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결은 형사재판에서의 증명력과 내심의 의사에 대한 평범하지만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고 생각된다.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는 피고인이 망인과 10여년간 사실혼 배우자로 생활한 점, 망인이 딸에게 간이식을 요청하였으나 딸이 거절한 점, 사망 당시 망인의 곁에는 피고인만이 남아 있었던 점 등의 정황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4. 결어 어떤 사건이 민사냐 형사냐에 따라 그 결론이 달라지는 것은 사건의 구조적 일체성에 반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결국 하나의 사실관계에서 도출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그 목적과 취지가 전혀 다른 별개의 절차이고,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그 모순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피고인의 이익과 재판제도의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 판결은 형사재판의 정의(正義)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횡령
사실혼
증여계약
이현곤 변호사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2019-01-14
민사일반
사립대학교 신입생 모집실적, 교수연봉에 반영 적법한가
-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다207854 판결 - 1.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 민사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윤모씨가 A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재임용거부처분 무효확인소송(2018다207854)에서 "A법인은 윤씨에게 799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파기해 사건을 최근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헌법 제31조 4항은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여기서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것으로, 연구와 교육의 내용,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및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며 이는 교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므로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내지 판단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해 성과급적 연봉제의 기준으로 삼는 평가항목과 기준이 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해 재량권의 남용·일탈로 평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등록금이나 수업료 수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충원과 재학생 규모 유지가 대학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학교 측이 이를 교원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았더라도 관련 법령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 사건의 경위 윤 교수는 2016년 2월 연구실적 미달로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학교를 상대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위법한 교원연봉 계약제 시행으로 삭감된 보수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학교의 재임용 거부는 적법하다면서도 "가족수당 등 일부 봉급이 부당하게 삭감된 점이 인정된다"며 "학교는 유 교수에게 551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교원연봉 계약제가 위법인지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신입생 모집인원 또는 충원율을 교원 실적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교원연봉 계약제는 교원의 임무를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규정한 고등교육법과 그에 따른 이 학교 정관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에 따라 덜 지급된 봉급 248만원을 포함한 7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립대학은 신입생 모집실적을 성과로 평가하는 교원연봉 계약제를 둘 수 있고 이를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다. 3. 대상판결의 검토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그 자격을 국공립학교의 교원과 동일하게 요구하고(사립학교법 제52조), 복무에 관하여도 국공립학교의 교원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으며(사립학교법 제55조), 일반 근로자에 비하여 강화된 신분보장 및 사회보장이 적용되고 있으나(사립학교법 제4장 제2절), 그 지위의 근본적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는 대상판결이 다소 냉소적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관계가 사법상의 고용계약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흥미롭게도 헌법 제31조 제4항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이 사건의 원심과 같이 사립학교 교원의 법률관계, 보수의 내용에 관한 분쟁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하나인 법원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는 사법 자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대상판결은 사립학교 법인과 그 교원이 일단 성과급적 연봉제 형태의 임용계약에 합의한 이상, 보수 지급에 관한 구체적 기준과 방법, 나아가 그 적용은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를 결정, 실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즉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하여 재량권의 남용, 일탈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그 이유에서 인용하는 헌법재판소 2013. 11. 28. 선고 2011헌마282, 763(병합) 결정과도 맥이 닿아 있다. 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하여 국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교원들의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법상의 고용계약을 기초로 한 사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부인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단 위와 같이 성과급적 연봉제의 유효성이 인정되고 나면 그 성과의 평가대상과 기준, 평가방법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교원의 신입생 모집실적이다. 대상판결이 이유 중에 설시하고 있는 것처럼 전반적인 학령인구의 감소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기조에 따라 신입생을 충원하기가 어려운 사립학교가 적지 않고, 그에 따라 교원들에 대하여 신입생 모집 등 입학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학교법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원심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원심은 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에서 ‘학생을 교육, 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것을 교원 본연의 임무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위와 같은 신입생 모집 활동을 보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교원의 실적,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고등교육법 등 강행법규나 학교 정관에 위반되어 전면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사립학교가 처한 위와 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였다. 즉 “신입생을 충원하거나 재학생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사립대학의 유지, 존립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신입생 충원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학과의 폐지나 통폐합에 귀결될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로는 사립학교 교원의 지위나 신분보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대학의 유지, 존립을 위해서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신입생 모집 등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거나 교원이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여 입학홍보 업무에 참여하는 것은 교원 본연의 임무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부수적인 업무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학교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다만 대상판결이 학교법인이 처한 현실을 원칙적으로 긍정하고 대학의 자율성, 사적 자치의 원리를 토대로 한 학교법인의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사법심사를 전면적으로 포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판단을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신입생 모집실적이 교원의 실적평가에 따른 보수등급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거나’, ‘교원이 신입생 모집실적을 올리기에 급급하여 교원으로서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방해를 받을 정도’가 되면 교원실적의 평가항목과 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볼 여지도 남겨둔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4.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을 지배하는 사적 자치의 원리를 근거로 사립학교 교원의 보수 지급 기준에 관한 사법 자제의 태도를 선언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사립대학이 현실적으로 처한 입학생 모집의 어려움에서 이러한 사법 자제의 타당성을 끌어내고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원심이 학교법인이 마련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보수기준에 대해서 너무 쉽게 그 효력을 부인하였다면, 대상판결은 사법 자제라는 명목으로 그와 정반대 방향의 극단적 신호를 하급심과 다른 학교법인들에게 준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대상판결이 사립대학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규범적 차원에서까지 정당화시키는 논거로 삼음으로써 이미 시작된 일부 사립대학들의 일탈을 가속화시키고 이에 대한 실질적 사법심사라는 제동장치까지 제거하여 더 많은 사립대학과 교원들이 교육기관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대학 구조조정의 과정까지도 왜곡시키는 데 일조를 하게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교원임용계약
사립학교
재임용거부처분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12-24
행정사건
취득세 신고·납부 후 매매대금 감액 시 경정청구가 가능한지
[ 판결 요지 ] 유통세라는 취득세의 성격에 비추어보면 적법하게 취득하여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상 매매계약에서 정한 조건이 사후에 성취되어 대금감액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사후 대금감액의 경우 구 지방세기본법에 따른 통상의 경정청구나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 평석 요지] 대상 판결은 ① 취득세와 마찬가지로 유통세의 일종인 부가가치세나 증권거래세 등 국세에 있어서 대금감액은 통상의 경정청구사유가 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라는 점, ② 조정에 의해 대금이 감액된 경우 취득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된다는 대법원 2014두39272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점, ③ 매도인인 건설회사는 매매대금의 감액으로 당초 신고한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액에 대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데, 동일한 거래로 취득가액이 감소된 원고들에 대한 취득세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으므로,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조속히 변경될 필요가 있다. 1. 사실관계 원고들은 건설회사와 분양대금의 10%를 납부유예하면서 입주지정 만료일로부터 2년이 되는 시점에 시세가 분양가액보다 하락하는 경우 분양대금의 10% 범위 내에서 감액하는 조건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취득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 후 위 조건과 같이 아파트의 시세가 하락하자, 원고들은 건설회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잔금납부유예분을 시세하락분과 상계처리하였고, 대금감액을 이유로 피고에게 경정청구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를 거부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취득세는 본래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으로 취득자가 재화를 사용·수익·처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착하여 부과하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부동산 취득세는 부동산의 취득행위를 과세객체로 하는 행위세이므로, 그에 대한 조세채권은 그 취득행위라는 과세요건 사실이 존재함으로써 당연히 발생하고, 일단 적법하게 취득한 이상 그 이후에 계약이 합의해제되거나 해제조건의 성취 또는 해제권의 행사 등에 의하여 소급적으로 실효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 이러한 취득세의 성격과 본질 등에 비추어보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 매매계약에서 정한 조건이 사후에 성취되어 대금감액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당초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한 적법한 취득행위가 존재하는 이상 위와 같은 사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득행위 당시의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고, 따라서 위와 같은 사유만을 이유로 구 지방세기본법에 따른 통상의 경정청구나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없다. 3. 평석 이 사건의 쟁점은 취득세를 신고·납부한 이후 대금 감액을 이유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가. 국세와 지방세의 경정청구제도 경정청구제도는 국세에 먼저 도입된 후 지방세로 확대되어 왔다. 국세의 경우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두고 있다.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 한편, 지방세의 경우 2010년 3월 31일 지방세법이 전면 개정되기 이전의 구 지방세법에는 경정청구제도가 없었고, 구 지방세법 제71조에 수정신고제도만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0년 3월 31일 제정된 지방세기본법 제50조에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와 거의 유사한 내용의 경정청구제도를 명문으로 도입하였다. 나. 유통세(또는 거래세)의 경정청구 가능 여부 소득세인 법인세 등이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의한 경정청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아무런 의문이 없고, 유통세에 대해서도 국세의 경우 경정청구가 허용된다는 점에는 논란이 없다. 즉, 부가가치세는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하여 부과하는 유통세의 일종인데(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 판결), 대법원은 이동통신사업자가 대리점 사업자에게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출고가격 전액을 공급가액으로 하여 부가가치세를 신고ㆍ납부하였다가,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부가가치세 감액 및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자 과세관청이 이를 거부한 사안에서, 경정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하였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두19615 판결). 또한 증권거래세도 이익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되는 유통세의 일종인데(대법원2009. 9. 10. 선고 2007두14695 판결), 대법원은 양도인이 주식을 양도하면서 약정된 매매대금에 기초하여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법정신고기한까지 신고하였으나 사후에 당사자 간의 합의로 매매대금이 감액되어 주식의 매매대금이 감액된 사안에서, “증권거래세의 경우에도 신고 이후에 매매대금이 감액되면, 당초의 신고는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은 대금감액을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여 당초의 신고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5두36003 판결). 이와 같이 유통세인 국세에 대해 경정청구가 허용된다는 점에는 아무런 의문이 없다. 다. 지방세의 경우 대법원은 매수인이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분필 절차가 지연되자 계약의 해제를 통지하였고, 이에 매도인이 잔금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감액하는 조정이 성립되었고, 이에 매수인이 당초 신고·납부한 취득세 등에 대해 감액경정청구를 하자 과세관청이 이를 거부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조정에서 부동산의 매매대금이 감액된 것은 구 지방세기본법 제51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4두39272 판결). 한편, 통상의 경정청구기간 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1740 판결).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각호 및 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2항 각호에서 보듯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는 모두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감액하는 사유들이다. 따라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는 그 내용상 통상의 경정청구사유에도 해당된다. 위 2014두39272 판결은 매매대금의 감액으로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이 감소되었으므로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감액할 경정사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았고, 위 2014두39272 판결의 취지에 따르면 매매대금 감액이 통상의 경정청구기간 내에 발생하였다면 당연히 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통상의 경정청구가 허용된다는 결론이 된다. 라. 대상 판결의 문제점 대상 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으로 조속히 변경될 필요가 있다. 첫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취득세와 마찬가지로 유통세의 일종인 부가가치세나 증권거래세 등 국세에 있어서 대금감액은 통상의 경정청구사유가 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 한편, 취득물건을 등기·등록하면 취득일부터 60일 이내에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취득세 과세대상이 되지만(지방세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제2항), 계약해제 이외의 경정청구사유에 대해서는 법률상 제한이 없다. 또한 증액경정으로 인하여 증가된 과세표준 및 세액에 대하여는 해당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경정청구 또는 불복을 하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지방세기본법 제50조 제1항). 그러나 위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세관계법에 경정청구를 제한하는 다른 규정은 없다. 따라서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 이후라고 하더라도 위 두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통상의 경정청구기간 내에 당초 신고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감액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경정청구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 대상 판결은 취득세의 성격과 본질에 비추어 조건성취에 의한 매매대금의 사후감액은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유통세인 부가가치세, 증권거래세에 대해서도 경정청구가 허용된다는 확립된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취득세의 성격이 유통세라는 점은 경정청구를 부인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 경정청구에 관하여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세기본법 제50조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지방세를 국세와 달리 취급할 근거는 없다는 점,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이라고 하더라도 계약해제나 증액경정처분과 같이 법률에서 명문으로 경정청구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 외에는 경정청구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 판결은 문제가 있다. 둘째, 대상 판결은 조정에 의해 매매대금이 감액된 경우 취득세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된다는 위 2014두39272 판결에도 반한다. 위 2014두39272 판결 취지에 따르면, 매매대금의 감액은 과세표준과 세액을 감액하는 사유로서 통상의 경정청구대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 판결은 위 2014두39272 판결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한다는 경정청구제도의 취지에도 반하는 부당한 판결이다. 셋째,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건설회사는 매매대금의 감액으로 당초 신고한 법인세 과세표준과 세액이 정당한 과세표준과 세액을 초과하므로 당연히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따른 경정청구를 할 수 있고, 과세관청이 이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 동일한 거래로 취득가액이 감소된 거래상대방인 원고들에 대한 취득세 과세표준과 세액의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분양대금
취득세
하락분
원금보전특약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2018-12-17
가사·상속
민사일반
공동상속인 중 1인의 상속재산처분과 민법 제1014조
-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8다1049 판결 -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 소외 1(母)은 소외 2와 혼인하여 피고 1을 출산한 다음, 소외 2와 이혼하고 소외 3과 사실혼관계를 유지하며 원고 등을 출산하였다. 소외 1이 2015년 1월 27일 사망하자, 피고 1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자신만 자녀로 등록되어 있음을 기화로 단독 상속등기를 마치고 2015년 6월 25일 소외 1의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피고 2에게 매도하고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후 원고 등이 2016년 2월 12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16년 7월 1일 인용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 등은 피고 1 명의의 상속등기 및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 중 원고 등 법정상속분 상당의 말소등기를 구하였다. 2. 소송의 경과 (1) 이에 대하여 원심(창원지방법원 2017. 2. 17. 선고 2017나2155 판결)은 ① 상속개시 후 친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상속인으로 판명된 자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860조 단서를 적용하여야 하는바 위 처분이 이에 해당하므로 ② 원고 등은 민법 제1014조의 ‘상속개시 후의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한다면서, 피고 1을 상대로 매매대금 상당의 가액지급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피고 2에게 소유권이 확정적으로 귀속된 부동산의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는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 등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긴다”면서,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지 아니하며,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였다. 3. 검토 (1) 공유자 중 일부만이 한 공유물분할은 무효이고, 일부만이 한 공유물처분도 처분자의 지분을 넘는 범위에서 무효이다. 이는 공동상속으로 인한 공유에서도 타당하고, 원심과 대법원도 전제하는 바이다. 원심과 대법원이 갈린 것은 사안에 민법 제860조 단서와 제1014조가 적용 내지 유추되고, 그 결과 결론이 달라지는지 여부였다.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었을 때 결론이 달라짐은 분명하다. 이 규정은 인지의 소급효로 제3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게 하고 있으므로,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존재(로 인한 무효)를 다른 공동상속인의 분할·처분으로 권리를 취득한 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자관계는 출산사실만으로 당연히 성립하고, 모(母)의 자(子) 인지에는 확인적 의미밖에 없다. 민법 제860조 단서는 인지에 소급효가 있음을 전제로 그로 인한 법적 불안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 범위의 제3자에 대하여 소급효를 제한하는 규정이고, 때문에 제3자의 선·악의도 묻지 아니한다. 모자관계에서 인지에는 소급적 형성력이 없으므로 이 규정을 모자관계에 유추할 수는 없다. 이 점에서는 대법원이 옳다. 그런데 원심과 대법원은 모두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내지 유추되어야 제1014조가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한 것처럼 보인다. 민법 제1014조를 제860조의 소급효 제한과 관련시켜 이해하는 것은 종래 대법원의 접근이기도 하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다83796 판결 등, 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제2판, 181~182). 그러나 민법 제1014조에는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 외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도 포함되어 있는데, 위 설명은 적어도 뒤의 경우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사안에서 문제는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모자관계가 ‘확정’된 경우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인지, 만일 그렇다면 아직 그 지위가 ‘확정’되지 아니한 공동상속인을 제외한 협의분할도 유효한 것인지에 있다. (2) 민법 제1014조는 1947년 개정 일본민법 제910조를 따랐다. 그런데 일본민법이 분할·처분 후 피인지자에 한하여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민법 제1014조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에 대하여도 가액지급청구권을 인정한다. 이에 대하여 민법안심의록(1957, 603-604)은 일본민법 제910조와 같은 취지라고 할 뿐이다. 공동상속에서는 일반 공유와 달리, 공동상속인이 분명하지 아니한 예가 많다. 이때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에 따라 공동상속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한 분할·처분이 사후 다른 공동상속인이 있었음이 드러나 무효가 된다면 거래안전에 해가 된다. 부자관계에서 인지는 - 인지 전에는 상속권이 없다가 인지의 소급효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 그 특수한 예에 해당한다. 일본민법 제910조는 이 경우 나머지 공동상속인이 한 분할·처분을 유효로 하고{위 규정은 ‘가액만(のみ)에 의한 지급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 이를 명확히 한다}, 그 대신 누락된 공동상속인에게 가액지급청구권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필요가 인지에 한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공동상속인 여부가 불분명한 다른 경우에 제910조를 유추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이 되었다{新版注釋民法(27), 407-409(川井健)}. 최고재판소는 명문 규정이 없음을 들어 모자관계에 대한 위 규정의 유추를 거부하였으나, 대신 제94조 제2항(대체로 민법 제108조 제2항에 해당한다)의 유추에 의한 구제를 시사하고 있다(日最判 1979. 3. 23, 判時923, 70). 명문 규정이 없는 프랑스에서는 표현상속인론(theorie de l’heritier apparent)이, 독일에서는 선의취득과 등기부의 공신력(MunchKommBGB/Ann, § 2042 Rn. 41)이 활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우리 민법에는 특히 부동산에 관하여 일반적인 거래안전보호가 없는 대신 민법 제1014조에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상속인이 된 자’가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母)의 혼인 외의 자가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 해당하는가.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지 아니하였으나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경우로는 부(父)의 자녀 인지 이외에 친생추정(혼인한 여자가 자녀를 출산하고 그 자녀를 등록부에 남의 자녀로 등록한 경우), 모의 출산, 협의상이혼무효·취소, 협의상파양무효·취소 정도를 생각할 수 있다. 위 상황에서 상속관계를 등록부에 반영시키려면 등록부의 부 또는 모란이 공란이어서 부 또는 모가 인지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 이외에는 대체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이혼무효·취소, 파양무효·취소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중 친생추정, 출산, 이혼무효 및 파양무효에서 판결은 확인적이므로 엄밀히는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이혼취소, 파양취소처럼 현실적으로 잘 문제되지 아니하는 소수의 형성판결만을 포섭하기 위하여 이처럼 포괄적인 문언을 채택하였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입법자의 의사는 위 모든 경우에 분할·처분은 유효로 하고 가액지급청구권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반대로 이때 판결에 형성판결만 포섭하거나 나아가 인지만 포섭한다면 ‘재판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에는 매우 좁은, 현실적인 의미가 거의 없는, 적용영역만 남게 되는데, 이는 입법의도를 한정할 단서나 입법적 과오라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한 취할 바라 할 수 없다. 부동산의 경우 등록부상 상속관계가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인지 이외에는 재판을 거치지 아니하고 상속등기를 할 방법이 없어 분할 기타 처분을 하거나 그에 관여할 방법도 없으므로, 사실상 형성/확인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아니하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종래 통설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임이 ‘분명해진’ 사람을 제외한 채 한 분할도 유효라고 보았다(윤진수, 앞의 책, 428, 442). 민법 제1014조는 분할과 처분을 같이 취급한다. 모의 혼외자를 제외하고 한 상속재산 처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그의 상속권은 가액지급청구로 보호된다고 봄이 옳다. 누락된 공동상속인의 이의 여부나 처분 당사자의 선·악의 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무효로 할 수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3)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와 반대되는 결론을 채택하였다. 민법 제1014조를 대법원처럼 이해할 때 우리 입법자가 의식적으로 끼워 넣은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 부분에 어떤 의미가 부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유감스러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이 어떠한 검토를 행하였고 어떠한 논리로 그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는지가 판결에 전혀 나타나있지 아니하다는 점이다.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부동산
상속
친생자관계
민법제860조
혼외자인지
이부형제
이동진 교수(서울대 로스쿨)
2018-07-25
금융·보험
조세·부담금
보험업에서 발생한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이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에 해당하는지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두647693 판결- 1. 신계약비의 개념 및 다툼의 배경 가. 신계약비의 개념 보험업에서 ‘신계약비’란 신규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요된 비용으로 보험모집인의 제 경비, 영업소의 인건비, 물건비, 진단비, 계약조달비 등으로 지출한 금액을 말하며, 신규 계약을 체결할 때에 확정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보험료수입은 보험료 기간에 나누어 실현되므로, 신계약비를 일시에 비용으로 처리하면 수익·비용 대응원칙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험업회계처리준칙(1998. 12. 10. 제정) 제31조(이하 ‘신계약비 준칙’)는 신계약비를 기타 자산으로 보아 해당 계약의 유지기간(7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7년)에 걸쳐 균등하게 상각하여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였고, 1999. 3. 12. 개정된 보험업감독규정(금융감독위원회 고시) 제68조 또한 유사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신계약비가 발생한 시점에 전액 손금산입하는 것을 전제로 과세하였다.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들은 초기에 막대한 신계약비를 지출하는데, 위와 같이 과세하는 경우 신계약비를 지출한 연도에 거액의 손금이 발생함에도 이월결손금공제기간(5년)이 경과하면 손금산입이 불가능하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하였다. 이를 받아들여 법인세법 기본통칙(2003. 5. 10. 개정된 것) 40-71…23은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 각 사업연도에 지출한 사업비 중 장기보험계약으로 인하여 발생한 신계약비(모집수당, 점포운영비 등)는 그 보험계약에 의한 보험료 납입기간(그 기간이 7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7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한다’라고 규정하게 되었다(이하 ‘신계약비 통칙’). 나. 다투어진 사실관계 및 처분의 내용 L 보험회사는 신계약비 통칙에 따라 2003 사업연도 ~ 2004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수정)신고하였으며, 다른 보험회사들도 2003년 5월 이후에는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여 왔다. 이 사건 원고들은2005년 3월 L 보험회사의 주식을 1주당 10원에 양수하였는데, 과세관청은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양수하였다는 이유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의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계산한 순손익액 등을 기초로 위 주식의 가액을 1주당 2898원으로 산정하여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원고들은 신계약비는 그 지급이 실현되는 사업연도에 일시에 지출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그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고, 그에 따르면 주식의 가치는 0원이라고 주장하면서 위 처분을 다투었고, 과세관청은 법인세법은 신계약비의 손금산입시기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이하 ‘공정한 회계관행’)에 따라야 하는데, 신계약비 준칙 등은 그러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법원 판결 가. 원심의 판단 신계약비는 그 귀속시기가 명확하므로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의 손익확정주의에 따라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 손금에 산입되어야 하며, 그 예외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없고, 이를 이연하도록 규정한 보험업회계처리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법원의 판단 신계약비 준칙 및 같은 취지의 통칙조항의 경위 등을 종합하면, 법인세법 제43조에 따라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계산에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평석 가. 법인세법상 손익확정과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법인세법 제40조 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 손익의 귀속은 그 손익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하도록 선언하고, 같은 조 제2항의 위임에 따른 법인세법 시행령(제68조 ~ 제71조)은 거래의 유형 또는 대금의 지급방법 등에 따라 손익의귀속시기를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납세자의 자의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법인세법 제43조는 당해 법인이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공정한 회계관행을 계속적으로 적용하여 온 경우에는 ‘이 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서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손익의 귀속에 관하여 세법이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 기업회계의 결과를 존중하라는 것이다. 대상판결 또한 법인세법 제40조의 거래유형에 따른 세법상 손익귀속에 관한 규정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든 거래유형을 예측하여 그 자체로서 완결적으로 손익의 귀속을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위 규정만으로는 손익의 귀속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한 회계관행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손익의 귀속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나. 신계약비와 기업회계존중의 원칙 신계약비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세법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신계약비 준칙은 신계약비를 보험료 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관행을 존중하여 신계약비 통칙 또한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었으며, 그에 따른 처리가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반한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권리의무확정주의는 과세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과세공평을 도모하고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신계약비를 보험료납입기간에 안분하여 산입하여도 과세공평이 저해되거나 납세자의 자의적인 회계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계약비의 회계관행을 부정한 견해(원심판결)는 법인세법 제40조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여 이를 보충할 필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신계약비는 그 지출된 당시에 확정·실현된다는 점이 명백하고, 그 귀속시기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으며, 신계약비 통칙은 과세관청 내부에서 세법의 해석 및 집행기준을 시달한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손익의 귀속시기가 불명확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므로 신계약비가 지출된 사업연도에 전액을 손금으로 산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적절하게 밝혔듯이, 보험업은 보험계약자의 이익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업종으로 회계처리준칙을 준수할 필요성이 큰데, 보험업감독규정은 신계약비 준칙과 유사한 조항을 두어 보험회사들의 회계처리를 규율하고 있는 점, 보험업계의 요청에 따라 신계약비 통칙이 신설되어 신계약비의 균등상각은 과세실무상 확고한 관행으로 자리잡아 운용되고 있는 점, 보험료는 실제로 수입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귀속되므로 그에 대응하여 손금을 안분하는 회계준칙이 수익비용대응 원칙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신계약비 준칙은 공정한 회계관행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론 신계약비의 균등상각 처리가 회계관행으로 인정된 2003 사업연도 이후 모든 보험회사를 이를 전제로 과세소득을 신고하였고, 과세관청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였으므로 새삼스럽게 다투어질 쟁점은 아니었다. 이 사건에서도 회계관행 여부를 다툰 당사자는 이를 지출한 해당 보험회사가 아니라 그 주주들이고, 이를 굳이 다툰 이유는 이들이 취득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당시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처리하면 보험회사의 순손익가치가 줄어들어 주식가치가 0원이 되기 때문이다.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은 부당하거나 잘못된 세법의 적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의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었으며, 주주들의 주장에 따라 신계약비를 일시 상각하여야 한다면 오히려 해당 보험회사를 포함하여 모든 보험회사는 그동안의 신계약비 균등상각을 일시상각으로 수정하여야 하고,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잘못된 신고에 따른 세금을 추징당할 수도 있었다. 나아가 신계약비와 유사한 회계처리 사안에서도 개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회계관행을 부인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회계에 기초한 법인세 행정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법인세법의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야 하므로 불필요한 분쟁만을 양산할 우려 또한 컸다. 이러한 점에서 신계약비 준칙 및 관련 통칙을 공정한 회계관행으로 인정한 대상판결의 결론은 그와 같은 혼란을 방지하고 법인세법상 손익확정주의와 기업회계존중원칙에 관한 법리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향후 유사한 분쟁에서 이정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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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 변호사 (정무법무공단)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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