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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발행일 기재 없는 어음의 효력
1. 사실관계 청구인 K는 J1이 발행한 액면금 1,500만원, 지급일 1995.10.10. 지급지 서울, 지급장소 한일은행 퇴계로지점, 발행지 서울시 성북구 안암동 1가 69, 발행일란 및 수취인란이 각 백지로된 약속어음 1매를 J2로부터 지급거절증서작성의무가 면제된 채로 배서양도받았다. K는 이 약속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서 지급기일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지급거절당하자 약속어음의 발행인인 J1과 배서인인 J2를 상대로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약속어음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96가단 11576). 이에 대해 배서인인 J2는 이 약속어음이 필요적 기재사항인 발행일란과 수취인란이 백지인 채 지급제시되어 무효이므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항변을 하였다. 이에 K는 같은 법원에 약속어음의 효력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어음법 제76조 제1항 전문, 제75조 제5호 및 제75조 제6호중 ‘발행일’부분이, 발행일과 수취인 기재가 누락된 어음소지인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과잉입법으로서 위헌이라고 주장하여, 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7카기157)을 하였으나, 동법원이 이를 1997.6.11. 기각하자 1997.6.30. 그 기각결정정본을 송달받고 1997.7.7. 위 어음법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과 헌법 제37조 제2항 및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쟁 점 어음법 제75조 제5호에서 “지급을 받을 자 또는 지급을 받을 자를 지시할 자의 명칭”(수취인)을, 그리고 제75조 제6호에서 “발행일”을 각각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제76조 제1항에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의 어음거래에 있어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되지 아니한 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되어 널리 유통되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일 및 수취인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일 및 수취인이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지급·결제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부도가 되어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어음소지인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하며(어음법 제38조 제1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적법한 지급제시는 원칙으로 제시기간내에 완성된 어음을 제시하는 것이고, 완성된 어음이란 어음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는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흠결없이 모두 갖춘 자를 말한다. 그 중 하나라도 흠결하면 완성된 어음이 아니며, 그런 어음을 제시하는 것은 적법한 제시가 아니다. 특히 배서인에 대해 소구책임을 묻기 위하여는 만기일 또는 만기일에 이은 2거래일 이내에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여야 한다(어음법 제53조 제1항, 제38조 제1항). 그런데 이 기간은 매우 짧아서 수취인 및 발행일이 흠결된 어음이 부도처리되어 반환된 경우에는 이미 이 기간을 경과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법률상의 쟁점은 실제에는 약속어음소지인이 수취인이나 발행일의 기재가 흠결된 어음을 지급제시할 경우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이 상실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3. 외국의 입법례 제네바에서 체결한 1930년의 어음법통일조약의 내용에 따라 제정된 통일법계어음법들에서는 발행일 및 수취인은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법은 발행일을 어음의 필요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14조 제1항). 미국법은 종전에는 수취인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없는 증권은 흠결증권으로 하여 증권상의 권리가 상실되는 것으로 하였으나, 1994년 법개정을 하여 수취인을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그 기재가 누락된 경우에는 소지인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미국통일상법전 제3장 제109조(a)(2)항). 영국법은 발행일을 임의적 기재요건으로 규정(영국환어음법 제3조(4)(a)항)하고 있는 반면에 수취인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영국환어음법 제6조(1)항). 그 밖에 198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환어음, 국제약속어음에 관한 UN협약’안에서는 발행일은 필요적 기재요건으로 규정하였으나, 수취인은 임의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4. 헌법재판소의 판단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일반적으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다. 그렇지만 입법형성권을 통하여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서는 아니되고 사회적 기속성을 함께 고려하여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하는 등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입법자가 어음법을 입법하고 이 사건의 법률조항들을 형성함에 있어서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한 입법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가) 입법자는 어음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어음면상에 기재할 어음요건들을 특히 엄격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전과 원활한 유통을 보장해야 하며, 이러한 입법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취인과 발행일 역시 다른 어음요건과 함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하여 어음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이다. 국제간의 어음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독일 등 국가와 보조를 맞추어 제네바 통일조약의 내용들을 수용하여 수취인과 발행일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였다. (나) 발행일은 발행일자후 정기출급어음의 만기를 정하는 표준이 되고(어음법 제36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원칙으로 일람출급어음의 지급을 위한 제시기간을 정하는 표준이 된다(어음법 제34조 제1항). (다) 수취인을 기재하지 아니한 어음은 ‘소지인출급식 어음’이 되어 수표와 다를 바 없게 된다. 입법자가 입법목적에 비추어 어음관계자의 이해와 공익적 필요 등을 비교형량하고 조정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발행일과 수취인을 어음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함과 동시에 그 기재를 흠결하는 경우 어음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더라도 그것은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이지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조항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기본권제한의 한계를 정한 헌법 제37조 제2항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어음제도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포함한 어음법은 사유재산권을 부인한 것이 아니며, 헌법 제23조 제1항 제2문에 의거 어음상의 권리의 득실·변경·행사 등에 관한 내용과 한계를 법률로서 정하여 형성한 것이다. 그결과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규정한 수취인과 발행일의 기재를 누락하여 소지인이 어음요건흠결로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한다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을 정한 규정이라 할 수 없다. 5. 평 석 종래 대법원은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대법원 전원합의체 1998.4.23. 선고, 95다36466판결)(이 판결에 대하여 반대하는 평석으로는 이기수,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법률신문 1998년 5월 18일, 14쪽; 최기원, 발행지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6월 1일, 14, 15쪽이 있고, 찬성하는 평석으로는 정찬형,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법률신문 1998년 5월 11일(제2692호), 14, 15면이 있다) 및 발행지기재 없는 수표의 효력(대법원 전원합의체 1999.8.19. 선고, 99다23383 판결)에 대한 판결에서 어음과 수표에서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될 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발행지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도 어음·수표로서의 효력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 이전의 판단을 번복한 바가 있다. 어음은 엄격한 요식증권으로서 법에서 규정하는 요건을 다 구비하여야 하고 그 요건가운데 일부라도 흠결되면 특히 법에서 구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한 증권으로서 효력이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5쪽 아래). 그런데 어음(수표)요건으로서 발행지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수취인(수표의 경우에는 수취인의 기재는 필요적 사항이 아니다), 발행일을 차별취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는 특히 환영하여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은 제네바 어음법통일조약, 수표법통일조약에 근거하여 제정되었고 어음은 엄격한 요식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실정법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부 실무계에서의 관행을 고려하여 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법률의 명문규정에 반하는 판결을 선고한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국민의 법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문제가 심각하다. 종래 발행일, 수취인(발행지도 마찬가지이다) 미기재의 어음·수표(수표에서 수취인의 기재는 예외)에 대하여 일부 지급이 이루어졌던 것은 은행실무가들의 법의 규정의 취지의 무지로 요건흠결의 증권에 대하여 지급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은 결코 현행법하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위의 대법원판례는 그러한 잘못된 법위반행위를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발행일과 수취인에 대하여 어음의 엄격한 요식성을 들어 그 기재없는 어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결정을 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대법원보다는 한 수 위임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하면서 크게 환영한다. 종래 우리의 법제도의 정비·운용의 실상을 보면 입법부는 지키기 어려운 법을 치밀한 준비없이 제정하는 경우가 있었고 또 법을 집행하는 기관인 행정기관이나 사법부가 위법을 초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사법부의 최고의 위치에 있는 대법원이 실정법을 저버리고 판례의 법형성(Rechtsfortbildung)의 한계를 일탈하는 판단을 내렸었는데 이번에 헌법재판소는 그래도 명백한 실정법을 준수하는 쪽으로 판단을 하여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는 정확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법개정을 통하여 합리적인 내용의 법률규정을 마련하고 그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관건이다. 이 때에도 우리의 어음법·수표법이 서 있는 토양 내지 뿌리의 인식과 제외국 가운데 특히 그러한 같은 토양위에 서 있는 국가들의 논의 및 법개정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현단계에서는 발행지, 수취인(수표의 경우 예외), 발행일은 명백한 어음요건으로서 이를 기재하지 않은 채 지급제시한 경우는 소구요건을 흠결하여 배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결국 어음·수표의 엄격한 요식성, 우리법의 성립토양, 근대국가의 삼권분립의 원리 및 국민의 실정법파악과 그의 준수의식 등에 비추어 이번의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2000-03-20
신용장개설의뢰인의 서류조사 · 하자통지의무 인정여부
I. 事實槪要 피고 한국외환은행은 원고 대한민국(국방부)이 프랑스의 회사로부터 무기를 수입하면서 신용장 개설을 의뢰받고, 1990. 11. 26.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였고, 원고는 그 대금의 결제에 사용할 금액을 피고에게 예치하였다. 1992. 12. 16. 피고는 통지은행인 피고의 파리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 따른 선하증권등 선적서류가 첨부된 환어음을 매입하였다는 통지를 받고, 같은 달 21. 위 파리지점에 위 신용장대금을 (서류상 선적기간이 도과한 것을 이유로 지체상금을 공제하고) 수익자에게 지급하도록 지시하였고, 원고로부터 예치받은 금액으로써 신용장대금 결제를 완료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피고로부터 같은 달 29.경 송부받은 선적서류에는 선적통지, 도착항, 수하인과 관련하여 신용장조건과 문면상 불일치하는 하자가 있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선하증권은 위조된 것이며, 국방부가 주문한 물건은 전혀 선적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선적서류를 인수한지 7-8개월이 지나서야 선적서류불일치를 이유로 피고에게 신용장대금예치금의 반환을 구하므로, 피고가 이를 거절하여 訴에 이르게 되었다. II. 大法院判決 要旨 이 사건은 우리 국방부가 무기도입과정에서 외국 회사에게 사기를 당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유명한 사건의 일부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여러 건의 訴가 제기되었는데, 그 중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이 바로 이 사건 판결이다. 첫번째 판결(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16114 판결)에서는 원고는 대한민국으로서 같고 피고는 주택은행인데 주택은행이 승소하였고, 세번째 판결(대법원 1998. 7. 10. 선고. 97 다31304 판결)에서는 피고 상업은행이 승소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선적서류가 文面上 신용장조건과 불일치(discrepancy)하는 하자가 매우 심하여, 어느 누가 보아도 대금지급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신용장은 서류의 거래이고 그 서류는 신용장 조건과 엄격히 일치하여야 한다(엄격일치의 원칙: the doctrine of strict compliance). 따라서 이 점만 본다면 이와 같은 하자를 무시하고 대금을 미리 지급한 피고의 과실이 막중하다. 그러나 원고로서도 불일치가 심각한 위 서류를 인수하고도 7-8개월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서류상 선적기간이 도과한 것만을 문제삼아 遲滯償金만을 공제하고 대금을 지급하도록 피고에게 지시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장기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선적서류와 신용장조건의 불일치라는 하자를 추인하였거나 피고은행의 상환청구를 거절할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문제이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취지로 판시하였다. ① 신용장통일규칙(1984년 제4차개정 제16조 (b)항 내지 (e)항)상 신용장 개설은행은 수익자에 대한 신속한 하자통지의무가 있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더 이상 클레임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원고 국방부는 신속히 하자를 발견하여 피고 은행으로 수익자인 에피코사에게 통지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은 원고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피고의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개설은행의 서류조사 및 하자통지의무에 관한 위 신용장통일규칙의 규정은 신용장대금이 결제되기 전에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이다(第1論點). ② 나아가 위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b)항 내지 (e)항은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에만 적용되는 것인데 이것을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에 적용시킬 근거가 없다.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는 개설은행과 수익자간의 신용장거래와는 본질을 달리하는 별개의 계약일 뿐 아니라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신용장거래는 원칙적으로 개설의뢰인과 수익자 간의 원인관계로부터는 물론이고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로부터도 독립하여 규율되고 있는 것이므로, 위 규정을 개설의뢰인과 개설은행 간의 관계에, 그것도 개설은행이 미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다음 사후에 개설의뢰인에게 선적서류를 송부한 경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第2論點). III. 硏 究1. 第1論點 위 제1논점에 대하여 본다. 대법원은 신용장통일규칙상 신용장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신속한 하자통지의무와 그 위반시의 권리상실에 관한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b)항 내지 (e)항의 규정은 신용장대금이 결제되기 전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판단한 다음, 이 사건에서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짐작컨대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신용장 개설은행인 피고가 미리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조사하지도 않고 미리 신용장대금을 지급한 것은 신용장 개설은행의 수익자에 대한 신속한 하자통지의무를 이미 위반한 것이고, 그 위반에 대하여 원고가 언제 다투든 상관이 없다는 것이 된다. 이 사건에서처럼 7-8개월은 물론이요, 그 의무위반이 불법행위 내지 계약불이행을 구성한다고 보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3년 또는 10년)까지는 국방부는 피고의 이러한 의무위반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필자는 이와 같은 대법원의 견해에 찬성할 수 없다. ① 신용장 대금이 매입은행에게 미리 결제되었든 아니든 신용장 거래의 본질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보통의 경우 신용장 대금은 현실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외환거래가 빈번한 은행 간에는 일종의 상호계산계좌를 가지고 있어서 계좌상 대금의 借記가 이루어진다. 또한 이들 은행간에는 신용장 개설은행이 매입은행에 대금을 지급한 후에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서류인수를 거부하면 환어음을 재매입한다는 약정을 해 두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매입은행은 외환은행 파리지점으로서, 본지점간에 환어음 재매입은 문제가 없다. 또한 신용장 매입은행도 선적서류를 매입(이른바 nego)하면서 즉시 수익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만, 대개의 경우 서류상 하자가 발견되어 개설의뢰인이 서류인수를 거부하면 수익자로부터 예치받은 담보를 집행하여 기 지급한 신용장 대금을 환수한다. 요컨대 대금의 결제는 기술적 요청에 따라 먼저할 수도 있고 나중에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이것과 신용장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② 신용장 개설은행의 선적서류의 조사 및 하자통지의무는 대금지급 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금지급에 臨하여(즈음하여 또는 관련하여) 존재한다. 대금을 이미 지급하였다고하여 모든 것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4차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UCP 400이라 한다) 제16조 (d)항은 『개설은행은 (서류의 하자를 이유로 서류를 거절할 경우) 서류송부은행에 이미 상환한 금액을 그 지급일로부터 환급일까지의 이자를 붙여서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1993년에 개정된 제5차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하 UCP 500이라 한다) 제14조 (d)항 제ⅲ호 참조]. 즉, 이미 지급이 이루어 진 후에 선적서류를 조사하고 하자를 발견하였다면, 그 시점에서 그 하자를 통지하고 이미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③ 신용장 개설은행이 「선적서류의 조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은 개설은행이 수익자에게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의무를 위반하고 신용장 대금을 미리 지급하였든 말았든 개설은행의 사정이다. 원고 국방부는 상당한 기간 내에 별도로 자신이 인수한 선적서류상의 하자 여부를 검토하여 하자가 발견되면 개설은행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여야 한다. 요컨대 개설은행의 「선적서류의 조사 및 하자통지의무」를 다하였는가의 여부는 개설은행과 수익자 간의 문제로서, 개설의뢰인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며, 따라서 이 의무를 대금 지급 전에 이행하였는지, 아니면 대금지급 후에 이행하였는지는 신용장개설의뢰인인 원고로서는 관여할 바가 아니다. 2. 第2論點 다음, 제2논점을 본다. 개설은행의 「하자통지의무 및 권리상실」에 관한 규정은 제4차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6조 (b)항에 규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이 반드시 신용장 개설은행과 서류송부은행(또는 수익자) 간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대법원의 견해는 무역관습을 무시한 견해로서 찬성할 수 없다. 이 점은 UCP 500 제14조를 참조하면 명백해진다. UCP 500 제14조는 UCP 400의 제16조를 개정한 것이다. UCP 500 제14조 (c)항은 신설된 조항으로서, 「서류가 문면상 신용장 조건과 불일치한 때에는 개설은행은 그 독자적인 판단으로 그 하자에 관한 권리포기여부를 개설의뢰인과 교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하여 제13조 (b)항에서 언급된 기간이 연장되지는 아니한다」는 뜻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제13조 (b)항에서 언급된 기간 내에 신용장개설은행과 개설의뢰인이 서류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접수할 것인가, 아니면 대금지급을 거절할 것인가를 협의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UCP 500 이전에도 통용되었던 전 세계적인 상관습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신용장통일규칙은 신용장 거래에 관한 실무계의 관행·관습을 정립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부터 개설은행은 개설의뢰인과 협의하에 신용장상의 하자에 관한 권리포기를 널리 인정하여 왔었으므로, 이것이 1993년 통일규칙 개정에 즈음하여 UCP 500에서 성문화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선적서류의 인수를 거부할 의사가 있었다면 제13조 (b)항에서 언급한 기간 내에 피고와 협의하였어야 한다. 「제13조 (b)항에서 언급된 기간」이란 제7은행영업일 내(seven banking days)를 의미한다. 이 기간은 서류심사기간이라 하는데 이 기간은 UCP 400 제16조 (c)항에 의하면 「상당한 기간」(reasonable time)으로 규정되어 있던 것이다. 이것이 UCP 500 제13조 (b)에서 「제7은행영업일 내」로 명시된 것이다. 「상당한 기간」에 대한 통설·판례는 제3은행영업일이라는 것이고, 우리 나라의 은행실무에서는 서류의 접수일로부터 대략 1주일로 보았었다. 결국 피고외환은행은 제7은행영업일 내에 서류를 심사하여 국방부와 협의, 하자보완이나 권리포기를 결정하거나 그 하자를 서류송부은행 또는(수익자가 직접 서류를 송부한 경우) 수익자에게 통지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관계를 보면 원고는 선적서류 인수 후 7-8개월 후에야 피고 은행에 신용장 대금을 상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는 선적서류와 신용장조건의 불일치라는 하자를 추인하였거나 피고의 상환청구를 거절할 권리를 포기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IV. 結 語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와 선적서류불일치에 관하여 협의하였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敗因)이 되었지만, 위 대법원의 판단은 실무계의 관행 내지 관습을 무시한 것이고, 신용장통일규칙의 관계규정을 오해한 것이다. 계약법은 시장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지 질서정연하게 배열된 규칙을 추구하는 법률가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The law of contracts serves the marketplace. It does not exist to satisfy lawyers' desires for neat rules).
1998-08-31
발행지 기재의 흠결과 어음의 효력
【事實關係】 소외 주식회사 Y가 1993년7월15일에 약속어음 5매(액면합계액은 2억 2천만원)를 소외 P에게 발행하였고, P는 이를 피고 R에게 背書讓渡하였는데, R은 그 중 4매를 원심공동피고 B에게, 나머지 1매를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위 B는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 X에게 배서양도하여 원고 X가 각 어음의 最終所持人으로 발행지의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년10월30일에 支給場所에 지급제시하였으나 無去來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어, 원고는 背書人에 대하여 溯求權을 행사하였다. 【大法院 判決要旨】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國內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發行地의 記載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같이 유통결제되는 거래의 실정등에 비추어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1. 多數意見 (1) 어음에 있어서 發行地의 記載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國土를 달리하거나 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國際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에 있어서 중요한 解釋基準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國內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 (2) 國內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 여부는 어음면상의 發行地와 支給地가 국내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支給地와 支給場所, 發行人과 受取人, 지급할 어음金額을 표시하는 貨幣, 어음文句를 표기한 文字, 어음交換所의 名稱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發行地를 白地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도 불구하고 국내 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 (3)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交換所와 銀行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當事者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그 어음면상 發行地의 記載가 없는 경우라도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 2. 反對意見 (1) 發行地와 發行人의 명칭에 부기한 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은 그 효력이 없고 적법한 지급제시가 될 수 없다. (2) 법규가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에 의하여 그 法規의 適用範圍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國會의 立法作用에 의한 改正을 기다려야 할 것인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안된다. (3) 제네바 統一어음法은 어음요건에 관하여 아무런 留保條項도 두지 아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法的 根據도 없이 어음을 국내어음과 국제어음으로 구분한 다음, 國內어음의 경우에는 영미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보아 유효하다고 하고 國際어음에 대하여는 제네바 통일법계에 속하는 국가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한다면, 이는 우리나라만의 獨自的인 法運用으로서 국제적인 신뢰를 손상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크다. (4) 지금까지 大法院은 발행지의 기재를 요건으로 하는 명문의 규정을 무시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가능한 한 유효하게 해석하려는 견해를 최근까지 유지하여 왔는데, 특별한 상황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强行法規的 性格의 법규이며 效力規定인 어음요건에 관한 명문규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부당하다. 【評 釋】 본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내에서 이용되는 어음에 관하여는 어음요건 중에 發行地의 要件性을 부정한 것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례라고 할 수 있다. 이 판결의 다수 의견에 의하면 發行地의 記載는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 행위의 중요한 해석 기준이 되지만,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發行地이 記載가 없어도 유효한 국내어음의 판단기준을 열거하고 있다. 그 判斷基準을 보면 지급지나 지급 장소가 국내이고 발행인과 수취인이 한국인이고 어음 금액이 원화로 표시되고 있으며 어음 문구가 한글 또는 한자를 혼용하여 기재한 것이어야 하고 어음교환소의 명칭이 국내인 경우 등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기준이 모두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점은 의문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國內어음은 約束어음의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급인이나 인수인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어음법이 어음금액은 일정하기만 하면 어떠한 국가의 통화라도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같은 國際化 時代에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貨幣를 기준으로 어음의 유·무효가 좌우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어음상의 기재사항도 아닌 어음交換所의 名稱이 국내어음의 기준이 된다고 한 것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英美에서는 어음이 부도가 된 경우에 拒絶證書의 作成이 면제되는 국내어음(inland bill)의 기준을, 國內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이거나 內國人이 발행한 어음이라고 하고 있다(英어 4조 1항). 그리고 다수의견은 일반의 거래에 있어서 發行地가 記載되지 아니한 어음도 발행자가 기재된 어음과 같이 취급되고 있음이 慣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발행지는 물론이고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장소의 기재도 없는 어음의 유통이 바람직한 관행인가 하는 것은 검토의 여지가 있다. 그러한 관행을 상관습으로 인정한다 하여도 강행법규에 반하는 경우에는 구속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고 어음을 유통시키는 관행이 商慣習法으로 확립되었을 때에만 强行法規의 變更力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발행의 관행을 상관습법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러한 慣行이 實定法에 상응하는 法的 確信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또한 다수의견에서는 그 근거의 하나로, 1988년에 채택된 國際어음 UN協約에서 發行地의 記載는 어음요건의 하나가 아니라고 한 점을 들고 있다. 동협약 제3조의 어음요건에는 환어음과 약속어음 모두에 발행지는 제외되고 있다. 그러나 제2조의 協約의 適用要件에서는 환어음의 경우는 발행지와 지급지 중 하나는 어음상에 기재하여야 하고, 약속어음의 경우도 발행지, 발행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수취인의 서명에 부기한 지, 지급지 중 2개 이상의 장소를 어음에 기재하여야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음요건에 관한 규정만 보고 발행지는 필요적 기재사항이 아니라고 단정한 것은 주의를 결여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어음법統一條約에 기하여 제정한 법률의 强行法規를 판결에 의하여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는 法律의 改正에 의하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고 하는 것은 이 판례의 태도와 같이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즉 국제통일조약에는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留保條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12월6일에 개정된 어음법에서 종래의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한 것은 統一條約에 더욱 접근한 것이고, 종래에 조약상의 서명을 記名捺印으로 법정한 것도 統一條約의 議事錄에 의하여 서명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른 방식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다. 지난 1995년에 기명날인을 記名捺印 또는 署名으로 개정할 때도 일부에서는 어음 요건에서 發行地를 削除하여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어음법이 통일법계에 속한다는 점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판례의 보충의견에서는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하여 법률로 규정하지 않았거나 불충분하게 규정된 경우에는 法院의 法形成的 活動이 개입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이번 판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 발행지의 어음요건성은 법률로 충분하고 완전하게 규정하여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충의견에서는 법률에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필요한 한도내에서 그 규정의 의미를 확대해석하거나 축소 제한 해석을 함으로써 실질적인 법형성적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종래의 발행지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은 國際法과 法律에 반하는(contra legem) 法形成的 解釋이라고 할 것이다. 어음법은 통일조약에 留保條項이 없는 규정이라도 무엇이든 법률개정절차에 따라서는 개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모든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기술한 바와 같이 국제조약에 기한 법률은 조약이 허용하지 않는 규정을 개정한 때에는 통일법계의 어음법으로서의 순수성을 파괴하여 국적없는 어음법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46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國會議員들이 2001년8월부터 約束어음制度를 廢止하는 것을 골자로 한 어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시점에 大法院 判決이 지각없는 발상에 名分을 주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발행지의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이나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어음거래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음용지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교부한 것이다. 만약에 최근의 일부 약관에서 발행지는 미리 한국으로 인쇄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같이 모든 金融機關의 어음用紙에 發行地를 韓國으로 인쇄하여 교부한다면 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발행지의 기재뿐만 아니라 발행지의 기재가 없으면 이를 보충해주는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도 기재하지 않은 어음의 발행을 유효한 어음발행의 관행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의문이다.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는 發行地와 支給地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도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기능을 하는 것인데, 그 기재마저도 없는 어음을 무효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타당성을 결여한다. 발행지는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에는 지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여 어음의 무효를 구제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보아도(어 76조3항), 어음요건은 각기 어음의 형성을 위한 버팀목과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인데 發行地의 機能만을 들어 그 기재가 무의미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發行地의 記載와 특히 약속어음의 경우 主債務者인 發行人의 名稱에 부기한 지도 없는 어음의 유·무효를 가리기 위하여 法的 根據도 없는 모호한 기준을 설정하여 어음을 國內어음과 國際어음으로 구별하는 것은, 엄격한 요식증권성을 전제로 고도의 유통성을 보장하는 어음거래의 원활과 안전을 해하게 될 것이다.
1998-06-01
기한이익상실약관과 소멸시효의 기산점
I. 事件의 槪要 원고는 피고에게 訴外 A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거나 장차 부담하게 될 일정범위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신 소유의 부동산 위에 根抵當權을 설정해 주었다. 그 뒤 1989.4. 경 A는 피고와의 사이에서, 訴外 C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고 있던 物品代金 債務 가운데 일정액을 訴外 B와 連帶하여 辨濟하겠다고 약정하였다. 그리고 이 辨濟約定에서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를 장차 일정기간 간격으로 分割하여 辨濟하되(最終分割辨濟期日: 1992.4.30.) 위 분할변제기한을 1回라도 遲滯하였을 때는 期限의 利益을 잃는다는 취지의 特約을 피고와의 사이에서 체결하였다. 아울러 A는 자신이 부담하게 된 채무액과 동일한 금액을 최고한도로 하여 어음금액을 백지로 하고 그 지급기일을 위 연대변제약정상의 최종분할변제기일에 맞춘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 뒤 A가 분할변제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위의 근저당권에 기초하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대해 任意競賣申請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1995.1.27.자 競賣開始決定의 記入登記가 같은 해 2.2. 경료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이미 時效消滅하였음을 이유로 하여 이 사건 根抵當權設定登記抹消訴訟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물품대금채권으로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리는 바, 위 연대변제약정시로부터 起算하면 이미 그 기간이 경과하였으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은 時效消滅하였다고 판단하였다(청구인용). II. 大法院 判決의 要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判示하며 원심판결을 破棄 還送하였다. 1.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은 그 내용에 의하여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 등을 요함이 없이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 채권자의 의사행위를 기다려 비로소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으로 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 喪失의 特約)의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고, 後者의 경우에는 그 특약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한 것으로서 기한이익의 상실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나머지 全額을 一時에 請求할 것인가 또는 종래대로 割賦辨濟를 請求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選擇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기한이익 상실의 특약이 있는 할부채무에 있어서는 1回의 不履行이 있더라도 各 割賦金에 대해 그 各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하고, 債權者가 특히 殘存 債務 全額의 辨濟를 구하는 취지의 意思를 表示한 경우에 한하여 全額에 대하여 그때로부터 消滅時效가 진행한다. 2. 債權者가 物上保證人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실행으로서 任意競賣를 申請하여 경매법원이 競賣開始決定을 하고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의 債務者에게 그 決定이 送達되거나 또는 競賣期日이 通知된 경우에는 時效의 利益을 받는 債務者는 민법 제176조에 의하여 당해 피담보채권의 消滅時效 中斷의 효과를 받는다. III. 評 釋1. 머리말 (1) 먼저 위의 판결요지 가운데 2. 부분은 종래 대법원이 1987.12.8. 선고 87다카1605판결 이후 일련의 판결(1990.1.12. 선고 89다카4946 판결,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 1994.1.11. 선고 93다21477 판결, 1994.11.25. 선고 94다26097 판결 등)을 통해 취해 온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은 別論으로 하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이에 관한 종래의 대법원의 입장을 부연하면, 競賣開始決定의 송달이나 競賣期日의 통지가 채무자에게 交付送達의 방법으로 송달된 경우에만 時效中斷의 효력을 인정하고 郵便(發送)送達이나 公示送達의 경우에는 이를 부정함이 우리 대법원의 기본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판결에서는 이 점에 관한 언급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대법원이 종래의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2) 반면 위 판결요지 가운데 1.부분과 관련하여 이 판결은 이른바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어 있는 채무의 消滅時效의 起算點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일부 교과서에서 이 문제와 관련을 맺고 있는 판결로 소개되고 있는 대법원 1978.3.28. 선고 77다2463 판결은 繼續的 去來關係로부터 발생한 채권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판결로서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로서 소개되고 있는 1987.6.23. 선고 86다카2865 판결 역시 期限利益喪失約款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채무의 소멸시효의 기산점 문제를 다루고 있는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종래 학설상의 논의를 우선 살펴 본 다음, 이 사건 판결을 검토하기로 한다. 2.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務의 消滅時效의 起算點 (1) 債權者意思說 이 說은 애당초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에게 그 선택에 따라 期限의 利益을 상실시킬 수 있는 權利(일종의 形成權)를 부여하는 것일 뿐이므로, 債務者가 1回의 割賦債務의 履行을 遲滯함으로써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경우에도 즉시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時效가 進行하지는 않고, 債權者가 約款을 원용하여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한 경우에 비로소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가 進行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입장에 의하면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는 한 各割賦債務는 그 辨濟期가 도래할 때마다 각자 그 때부터 順次로 消滅時效가 진행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소수설이라고 할 수 있다. (2) 卽時進行說 이 說에 의하면 約款上의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함으로 인해 債權者가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을 喪失시킬 것인가 아니면 割賦辨濟를 繼續시킬 것인가를 選擇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에도 이러한 債權者의 選擇은 債務者의 遲滯責任의 成立과 관계가 있을 뿐이며, 殘存債務 全額의 消滅時效는 債權者의 全額請求가 없더라도 그 事由가 발생한 때부터 즉시 진행한다고 한다. 요컨대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에 의해 債權者는 그 사유가 발생한 이후에는 언제든지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그러한 權利行使가 可能한 時點인 期限利益喪失事由의 發生時부터 殘存債務全額의 消滅時效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다수의 학자들이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3) 二元說 이 입장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의 청구가 없어도 당연히 기한의 이익이 상실되어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후에도 채권자의 통지나 청구 등의 의사행위가 있어야 비로서 履行期가 도래하는 것(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나눈 다음, 前者의 경우에는 위의 卽時進行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고, 後者의 경우에는 위의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한다. 바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따르고 있는 입장이며, 일본의 경우에도 1940.3.13. 大審院 連合部 판결 이후 판례는 이 입장으로 통일되었다고 한다. (4) 학설에 대한 검토 위의 학설들 가운데 먼저 債權者意思說은 원래 期限利益喪失約款이란 債權者의 利益을 위해 두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約款上의 事由가 발생하더라도 債權者가 반드시 殘存債務 全額을 請求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說이 債權者의 請求가 없는 한 殘額債務 全額에 대한 消滅時效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우선 이와 유사한 다른 경우들과 균형이 맞지 않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예컨대 形成權의 行使를 통해 성립하는 債權의 消滅時效는 그 形成權의 除斥期間과 일치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또 同時履行의 抗辯權이 붙어 있는 債權의 경우처럼 그 權利行使에 法律上의 障碍가 있더라도 그 障碍를 債權者 자신의 意思에 따라 除去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障碍는 消滅時效의 進行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봄이 통설의 입장인 바, 이러한 경우들과 위 債權者意思說의 결론은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이 說은 「消滅時效는 權利를 行使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민법 166조1항의 法文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二元說에 대해 살펴보면, 우선 이 說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을 그 내용에 따라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두 가지로 大別할 수 있다고 하고 있으나, 어떤 기준에 의해 그런 區別이 가능하며 또 區別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期限利益喪失約款은 어느 쪽으로 解釋해야 하는가라는 매우 어려운 問題가 제기되게 된다. 나아가 설사 당사자들의 意思解釋에 의해 그 구별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 說이 이른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의 경우와 관련하여 債權者意思說과 같은 결론을 취하는 데 대해서는 위에서 행한 債權者意思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卽時進行說의 입장이 가장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說을 따를 경우 債權者의 利益에 중대한 侵害가 발생한다는 反論에 대해서는, 우선 債權者는 債務者의 期限의 利益喪失을 통해 나름대로 利益을 얻고 있으므로 그 대신 즉시 消滅時效가 진행된다고 하여 특히 債權者에게 不當한 결론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債權者가 遲滯後의 割賦給付를 受領하는 등 期限利益喪失事由가 발생한 후 다시 期限을 猶豫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例外를 인정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는 債權者의 利益을 考慮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이 사건 판결에 대한 검토 이 사건 판결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한이익상실약관이 붙은 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위의 학설들 가운데서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에 대해서는 우선 위에서 한 二元說에 대한 批判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판결은 설사 二元說이 妥當하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問題點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1) 區別基準의 문제 이 사건 판결은 이 사건의 경우에 이른바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아니라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두어져 있다고 보는 근거로서 우선 「당사자 사이의 거래관계 및 위 연대변제약정을 하게 된 경위」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二元說을 따를 경우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 두 종류의 約款의 區別基準으로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은 당사자 사이에서 굳이 停止條件附 期限利益喪失約款으로 한다는 明示的인 表示가 없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期限利益喪失約款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形成權的인 것으로 해석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 사건 판결은 이 점에 있어서 형식적으로는 二元說의 입장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債權者意思說을 따르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2) 二元說과 消滅時效의 起算點 二元說을 따르고 또 이 사건의 경우에는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 特約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판결이 이 사건의 경우 殘存債務의 消滅時效는 各 割賦金의 辨濟期의 도래시마다 그때로부터 각기 順次的으로 진행하지 않고 最終分割辨濟期日로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판결은 分割辨濟約定과 아울러 最終分割辨濟期日을 支給期日로 하는 어음이 발행 교부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통해 債權者가 殘存債務 全額에 대한 債權의 行使를 分割辨濟約定上의 最終辨濟期日까지 留保한다는 意思를 表示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分割辨濟約定이 맺어진 이후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라면 몰라도 이 사건의 경우처럼 分割辨濟約定이 체결됨과 同時에 그러한 어음이 발행된 경우까지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판단은, 이 사건처럼 旣存債務의 擔保를 위해 어음이 발행된 경우에는 原因債權과 어음債權은 법률상 別個의 債權으로서 竝存하고 그 辨濟期도 각기 다를 수 있다고 보는 통설·판례의 입장(대법원 1990.6.26. 선고 89다카32606 판결참조)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생각한다. 4. 맺음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이 사건 판결은 期限利益喪失約款이 붙은 債權의 消滅時效에 관한 最初의 判例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따르고 있는 二元說의 입장은 타당치 못하다고 여겨지며, 비록 形成權的 期限利益喪失의 特約이 締結된 경우라 할지라도 消滅時效의 起算點조차 債權者의 選擇에 좌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債權者에게 치우친 해석이므로, 이 경우에도 消滅時效는 特約上의 事由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消滅時效制度의 存在理由를 權利者의 權利不行使에 대한 義務者의 信賴保護로부터 도출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더욱 강하게 뒷받침될 수 있을 것이다.
1998-05-28
어음요건으로서의 발행지
1. 사실관계 주식회사 유성경금속은 1993.7.15. 약속어음 5매(액면 합계 금 220,000,000원)를 박재헌에게 발행하였다. 박재헌은 이를 윤진호(피고)에게 배서·양도하였는데, 피고는 그 중 4매를 박상근(원심공동피고)에게, 나머지 1매를 서석재(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박상근은 다시 4매의 어음을 원고에게 배서·양도하였다. 원고가 이러한 어음의 최종소지인으로 발행지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10.30. 지급장소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거절되었다. 2. 쟁 점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제시한 경우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여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는가 하는 점이 쟁점이다. 3. 법원의 판단 1) 판결내용 『어음의 발행지란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장소가 아니라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음의 발행지에 관련된 어음법 제37조, 제77조 제1항 제2호, 제41조 제4항, 제77조 제1항 제3호, 제76조 제3항 등과 섭외사법의 관련규정 들을 살펴보면, 어음에 있어서의 발행지의 기재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세력(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의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기준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여부는 어음면상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내인지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 발행인과 수취인, 지급할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화폐, 어음문구를 표기한 문자, 어음교환소의 명칭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발행지를 백지로 발행한 것인지 여부에 불구하고 국내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양도 등의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나아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 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 결제되고 있는 거래의 실정 등에 비추어,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 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이 교부한 용지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지급지는 양산군, 지급장소는 부산은행 양산지점으로 되어 있으며, 그 발행인과 수취인은 국내의 법인과 자연인이고, 어음금액은 원화로 표시되어 있으며, 어음문구 등 어음면상의 문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음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부산」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국내어음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여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어음에 대한 지급제시가 비록 발행지의 기재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이돈희, 신성택, 이용훈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다. 2) 반대의견 위의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윤관,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 김형선, 이임수 대법관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어음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또는 합헌해석의 요청에 의하여 그 법규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수의견과 같이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하는 점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모름지기 국회의 입법작용에 의한 개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지 명문의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법원의 법률해석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다. 4. 평 석 1) 약속어음요건 어음은 당연히 서면형식을 요한다. 그리고 법률은 기본적으로 약속어음의 경우 다음과 같은 형식요건을 요구한다(어음법 제75조) i) 어음임을 표시하는 문자(어음문구) ii)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뜻의 무조건의 약속 iii) 만기의 표시 iv) 지급지 v) 수취인 vi) 발행일, 발행지 vii) 발행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이상의 법정기재사항이 기재된 어음을 기본어음이라 하지만, 이 중에서 다음의 사항은 기재하지 않아도 무효로 되지 않는다. 즉 만기의 기재가 없으면 그 어음은 일람출급어음으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2항). 또한 장소에 관한 사항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체될 수 있다. 즉 지급지나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지급인에 부기된 장소를 지급지, 발행인에 부기된 장소를 발행지로 본다(어음법 제76조 제4항)(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96, 406∼407쪽). 2) 학 설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견해가 나뉘어진다. (1) 무효로 보는 견해 어음법상 발행지를 어음요건으로 규정하고 이의 흠결시에는 어음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규정(어음법 제2조 제1항, 제76조 제1항, 수표법 제2조 제1항)에서 보면 「발행지」및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地」(어음법 제2조 제4항, 제76조 제4항)의 기재없는 어음은 당연히 무효가 되고 설사 백지어음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의 보충없이 한 지급 제시는 위의 경우와 같이 효력이 없다(최기원, 어음·수표법, 신정증보판, 1993, 252쪽; 강위두, 어음·수표법, 1996, 308쪽; 이철송, 어음·수표법, 1995, 221쪽)(이에 대하여 발행지를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로는 정동윤, 어음·수표법, 제4정판, 1996, 378∼379쪽 참조). (2) 유효로 보는 견해 발행지는 어음상의 권리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다만 준거법을 정하는데 일응 추정력을 가지는 데 불과한 점에 비추어 보아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을 유효어음으로 보아 이의 효력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견해가 있다(양승규, 어음법·수표법, 1994, 258쪽; 김교창, 발행지의 기재없는 어음, 사법행정 1986.7., 22쪽 아래; 정찬형, 어음·수표법강의, 제2개정판, 1998, 320쪽). 3) 은행의 발행지백지어음의 보충촉구의무 백지어음이 실제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중에는 발행일백지의 확정일출급어음 및 수취인백지의 어음이 많다. 이러한 백지어음은 타점권이고 미보충인 채로도 보통예금구좌, 당좌예금구좌에 입금되기도 하고, 은행이 대금추심을 인수하기도 하며, 그대로 어음교환소에 교부된 경우에도 지급은행은 백지어음에 대하여 지급한다. 대금추심거래의 경우나 어음에 의한 예금구좌에의 입금이 있을 때에는 은행과 고객사이에 어음의 추심위임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에 의하면 "증권 중 백지의 보충, 배서 또는 영수란의 기재가 필요한 것은 꼭 그 절차를 밟아주십시오, 저희은행은 백지보충의 의무를 아니 집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당좌예금약관 제3조 제2항과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것은 동약관 제11조 제1항인데 이에는 『수표·어음을 발행하거나 환어음을 인수하실 때에는 수표요건·어음요건을되도록 빠짐없이 기재하여 주십시오. 만일 수표 또는 만기의 기재가 있는 어음으로서 발행일의 기재없는 것 또는 어음으로서 수취인의 기재가 없는 것이 지급제시된 때에는 연락을 아니하고 지급할 수 있기로 합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규정이 은행실무에서 백지어음을 보충하지 않고도 지급을 받을 수 있다는 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제1항의 처리로 말미암아 손해가 생겨도 저희 은행은 책임을 아니 지기로 합니다』(제11조 제2항)라고 하여 은행의 면책까지 규정하고 있다. 만기일 기재있는 어음의 발행일과 어음의 수취인의 기재가 어음의 요건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백지어음은 미완성인 어음이며, 백지미보충인 채로는 유통에 관한 취득자의 보호(어음법 제10조)의 측면을 제외하고는 본래 어음상의 효력을 결하여, 백지어음으로서는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없고 또 이 백지어음에 의한 지급제시는 무효이며, 백지어음에 의해서는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보전할 수 없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 1998, 128쪽). 은행 자신의 직접적인 백지보충의무는 인정하기 어렵다. 이는 은행에 있어 불측의 손실을 부담시킬 위험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은행은 항상 고객이 추심을 위임한 어음에 관하여 백지를 보충하여 형식상 완전어음을 만들도록 재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며, 이 의무를 위의 약관조항에 의해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무의 배제는 은행의 어음법 거래전반에 관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전제로 하는 이상 은행과 고객과의 사이에 존재하는 거래관계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위의 의무에 위반하고서 백지인채로 교환제시하여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면 은행은 고객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은행이 백지보충을 재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스스로 보충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충불요의 의사가 표명되어 있지 않은 한에서 은행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백지보충의 위임이 행하여져 은행은 추심의 인수에 의하여 백지보충도 인수한 것으로 보게 된다(이기수, 어음법·수표법학, 제4판,1998, 134쪽). 4) 사 견 우리나라는 실정법을 중시하는 대륙법계의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 영미법과는 달리 발행지의 기재를 실정법에서 명시적으로 어음요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또 발행지를 기재하지 않은 증권은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가 없는 한 「약속어음의 효력이 없다」(어음법 제2조, 제76조)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법률의 명문규정이 있고 그 의미 내용도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이에 대하여는 Zollner, Wertpapierrecht, 14.Aufl., 1987, S.73; Hueck/Canaris, Recht der Wertpapiere, 12.Aufl., 1986, S.66; Baumbach/Hefermehl, Wechselgesetz und Scheckgesetz, 17.Aufl., 1990, S.106; Muller-Christmann/Schnauder, Wertpapierrecht, 1992, S.50 참조) 이 판결은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효력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제한 해석한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유추해석이나 목적론적 해석이 인정되더라도 법률의 문리해석에 명백하게 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법률의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어음요건에서 발행지의 기재를 제외할 만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은행으로서도 발행지미보충의 어음을 받은 경우 그의 보충을 촉구하여야 하며 백지인 채로 지급하는 것을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국내어음」에 한하여 그러한 해석을 한다는 것은 우리 어음법이 1930년 어음법통일조약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수긍할 수 없다. 어음·수표는 국제성이 강한 유가증권으로서 국내증권과 국제증권을 달리 취급하여서는 아니된다. 즉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지가 국내인 어음이라도 국외에서도 유통되는 경우를 예정할 수 있다. 따라서 발행지가 단순히 준거법의 표준이 되는 이외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이 판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번의 대법원판결은 우리법이 서 있는 토양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것이며 어음의 절대적 요식증권성에 반하여 부당하다. 또한 성문법주의 국가에서 강행법규이며 효력규정인 명문의 규정을 무시함으로써 사법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파기되어야 한다. 다만 입법론으로서 어음법을 개정하여 발행지를 어음요건에서 배제하자는 논의는 별개의 문제이다.
1998-05-18
발행지의 기재없는 약속어음의 지급제시의 효력
【事實關係】 주식회사 A는 1993. 7. 15. 발행지 및 발행인의 주소 (발행인의 명칭에 부가한 지)를 기재하지 않고 약속어음 5매 액면 합계 금220,000,000원을 B에게 발행하고, B는 이를 Y (피고) 에게 배서.양도하였는데, Y는 그 중 4매를 C (원심공동피고)에게, 나머지 1매를 X에게 각 배서.양도하였고, 위 C는 다시 위 4매의 어음을 X에게 배서.양도하여 X가 위 각 어음의 최종소지인이 되었다. X는 발행지 기재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1993. 10. 30 지급장소에 지급제시하였으나 무거래를 이유로 지급 거절되어 Y에게 소구권을 행사하였다. 그런데 Y는 X가 (지급제시기간 내에) 위 각 어음의 발행지를 보충하지 아니한 채 지급제시하였으므로 그 지급제시는 부적법하여 배서인인 Y에 대한 소구권을 상실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약속어음의 발행지 기재가 없더라도 어음면의 기재에 의하여 국내에서 발행 유통되는 어음임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어음면의 기재에 의하여 발행지를 추단할 수 있는 사정이 엿보이는 한 발행지의 기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어음의 우측 상단에 「부산」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또한 위 각 어음의 지급지가 양산군이고 그 지급장소도 주식회사 부산은행 양산지점인 점, 위 각 어음의 발행지가 국내회사인 주식회사 A인 점 등에 비추어보면 위 각 어음은 발행지의 기재가 있는 것으로 못 볼 바 없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위 각 어음의 발행지란이 백지인 채로 지급제시되었다 하더라도 그 지급제시는 적법하고, 따라서 X의 Y에 대한 이 사건 소구권 행사 역시 적법한 지급제시에 의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Y가 상고한 것이다. 【大法院判決 (전원합의체판결) 의 要旨】 어음법은 발행지를 어음요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어 1조 7호, 75조 6호), 발행지를 기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어음은 효력이 없으나, 다만 발행인의 명칭에 부기한 지가 있는 때에는 그 곳을 발행지로 보며 (어 2조 1항.4항, 76조 1항.4항), 지급지의 기재가 없는 때에는 발행지를 지급지로 본다 (어 2조 3항, 76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음의 발행지란 실제로 발행행위를 한 장소가 아니라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의욕하는 장소를 말하는 것으로서, 어음의 발행지에 관련된 어음법 제37조, 제77조 1항 2호, 제41조 4항, 제77조 1항 3호, 제76조 3항 등과 섭외사법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어음에 있어서 발행지의 기재는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토를 달리하거나 歲曆을 달리하는 어음 기타 국제어음에 있어서는 어음행위의 중요한 해석 기준이 되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이른바 국내어음에 있어서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어음이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므로 국내어음인지 여부는 어음면상의 발행지와 지급지가 국내인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지만, 어음면상에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어음면에 기재된 지급지와 지급장소, 발행인과 수취인, 지급할 어음금액을 표시하는 화폐, 어음문구를 표기한 문자, 어음교환소의 명칭 등에 의하여 그 어음이 국내에서 어음상의 효과를 발생시키기 위하여 발행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에는 발행지를 백지로 한 것인지 여부에 불구하고 국내어음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일반의 어음거래에 있어서 발행지가 기재되지 아니한 국내어음도 어음요건을 갖춘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간에 발행.양도 등의 유통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음교환소와 은행 등을 통한 결제과정에서도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는 이유로 지급거절됨이 없이 발행지가 기재된 어음과 마찬가지로 취급되고 있음은 관행에 이른 정도이고, 나아가 이러한 점에 비추어보아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유통에 관여한 당사자들은 완전한 어음에 의한 것과 같은 유효한 어음행위를 하려고 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음면의 기재 자체로 보아 국내어음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발행지의 기재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고,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도 완전한 어음과 마찬가지로 유통 결제되고 있는 거래의 실정 등에 비추어,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일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 1967.9.5.선고 67다1471판결, 1976.11.23.선고 76다214판결, 1979.8.14.선고 79다1189판결, 1985.8.13.선고 85다카123판결, 1988.8.9.선고 86다카1858판결, 1991.4.23.선고 90다카7958판결, 1992.10.27선고 91다24724판결, 1995.9.15.선고 95다23071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종래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이 사건의 경우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금융기관인 부산은행이 교부한 용지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 지급지는 양산군, 지급장소는 부산은행 양산지점으로 되어 있으며, 어음문구 등 어음면상의 문자가 국한문 혼용으로 표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어음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 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부산」이라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은 국내에서 발행되고 지급되는 국내어음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그 어음면상 발행지의 기재가 없다고하여 이를 무효의 어음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위 각 어음에 대한 지급제시가 비록 발행지의 기재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적법하게 지급제시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설시한 법리와는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 각 약속어음의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상태로 한 지급제시가 적법하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시 세 분의 대법관의 보충의견이 있고,발행지의 보충이 없는 어음의 지급제시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아니고 또한 이 어음의 표면 우측 상단의 「부산」이라는 표시는 어음교환소명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발행지의 기재로 볼 수 없어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하고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취지의 여섯 분의 대법관의 반대의견이 있다. 【평 석】1. 序 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하여 위와 같이 변경된 大法院判決은 필자가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하여 왔던 내용과 일치하는 것으로 전폭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拙稿, 『어음.手票要件으로서의 「發行地」의 再檢討, 「民事判例硏究(VII)」, 143∼148면; 同, 『發行地의 記載가 欠缺된 어음』,「法律新聞」, 제2070호 (1991.10.21), 15면; 拙著, 「事例硏究 어음.手票法」, 法文社, 1987, 217∼220면; 同, 「第2改訂版 어음.手票法 講義」, 弘文社, 320면 外). 이와 같이 변경된 판결에 의하여 앞으로 많은 선량한 어음소지인 (어음상의 권리자)이 보호받고 어음의 엄격한 要式證券性을 악용하거나 또는 자기의 어음채무를 면탈하는 구실로 삼는 어음채무자를 규제할 수 있게 되어 한없이 기쁘게 생각하면서, 이러한 大法院判決이 이제야 나오게 된 것에 대하여 만시지탄의 감을 금할 수 없다. 위의 大法院判決에 대한 원심은 본건 어음의 표면 우측 상단에 어음용지를 교부한 은행 점포를 관할하는 어음교환소명으로 기재된 「부산」을 발행지로 보아 X의 본건 어음의 지급제시는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는데, 이와 같이 어음면상의 다른 기재에서 억지로 발행지를 의제하는 것도 무리라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이러한 기재를 발행지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大法院判決의 多數意見과 少數意見은 모두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多數意見은 위의 기재를 발행지로 볼 수 없어 발행지가 없는 어음이라도 국내어음인 경우에는 有效어음으로 본 것이고 少數意見은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이 白紙어음으로 추정되는 경우에도 이의 보충이 없는 지급제시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본건 大法院判決에서 多數意見에 대한 세 분의 대법관의 보충의견은 필자가 그동안 주장하여 왔던 이유와 대부분 일치하므로 다시 多數意見이 타당한 이유를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어, 少數意見에 대하여 필자가 견해를 달리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추가하고자 한다. 2. 少數意見에 대한 평석 (1) 少數意見은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법규가 있고 그 의미내용 역시 명확하여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여야 한다는 정의의 요청 또는 합헌적인 해석의 요청에 의하여 그 법규의 적용범위를 예외적으로 제한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설사 명문의 규정이 거래의 관행과 조화되지 아니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모름지기 국회의 입법작용에 의한 개정을 기다려야 할 것이지 명문의 규정의 적용범위를 무리하게 벗어나거나 제한하는 해석을 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원은 문제가 있고 또한 실제 생활과 괴리되어 계속적.반복적으로 선량한 어음소지인에게 피해를 주고 오히려 어음채무자에게 어음채무를 면탈하는 구실만을 주는 조항을 法條文에만 얽매이고 또 이를 文理解釋하여 부당한 결론을 내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사회정의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또 多數意見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사회현실에 맞고 또 당사자간의 본래의 의사에도 맞는 해석이며, 이것이 法的 安定性을 해하거나 또는 社會秩序에 반하는 해석도 아니라고 본다. (2)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입법정책상의 문제 또는 사실인정의 문제를 법률해석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 어음법이 1995년12월6일 법 제5009호로 개정되어 어음요건에서 종전의 「기명날인」에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으로 바꾼 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당시 발행지의 요건에 대하여 이를 존치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를 하였고 또 이를 제외할만한 사회 경제적 여건의 변화나 국내.외 상거래관행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존치시킨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즉 그 당시 법개정의 과정에서 이에 관한 충분한 논의 및 관련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빠짐없이 수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필자도 그와 같이 어음법이 변경된 사실을 신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또한 국내어음의 발행지가 외국환관리법상 당국의 허가 등 일정한 제한 하에서 외국에 수출하는 경우 등에 의미가 있다는 것은, 거의 발생하지도 않는 극히 예외적인 현상을 국내에서만 유통된 사실이 명백한 국내어음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외국에 수출되는 국내어음이 발행지가 기재되어야 하는 점 때문에 당사자간에 발행지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유통되고 또 그 어음이 국내(한국)에서 발행된 것이 당사자간에 자명한데 그 어음상에 「한국」이라고 기재되지 않았다고하여 위의 외국에 수출되는 어음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요컨대 법원이 거래관행과 당사자의 의사에 맞게 법률을 해석하는 것을 가지고 형식논리를 내세워 입법정책의 문제라거나 사실인정의 문제로 돌려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결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국민의 사법부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3)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우리 어음법의 운용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키고, 어음이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경제실정에도 맞지 아니한다고 한다. 우리 어음법이 제네바통일법계에 속하는 입법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것이 국제조약이나 국제법은 결코 아니다. 제네바통일조약 제1부속서 (어음법안) 및 제2부속서 (유보조항)를 참고하여 제정한 국내법이다. 따라서 이를 우리 실정과 관행에 맞게 입법하거나 해석하는 것이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킨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우리의 관행을 이해하고자 하고 또한 당사자간의 의사에 합치하는 해석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신뢰감을 주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은 미국에서 통일상법전 (Uniform Commercial Code)이 각 주에서 채택될 때 그대로 채택되기도 하나 변경되어 채택될 수도 있고 또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점과도 유사하다고 본다. 또한 다수의견은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국내어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이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경제실정에도 맞지 아니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만일 우리나라가 1988년에 제정된 「국제환어음.국제약속어음에 관한 유엔협약」을 비준하고 또한 同협약이 발효하게 되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어음에도 同협약이 적용되어, 국내에서 유통되는 어음에는 현행 어음법이 적용될 것이고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어음에는 위 협약이 적용되어 어음법이 二元化가 될 것이다. (4) 少數意見은 다수의견이 어음의 절대적 요식증권성을 무시한 견해이며 또한 지금까지 일관되게 발행지의 기재를 어음요건으로 하는 대법원의 견해를 특별한 상황의 변화도 없이 갑자기 성문법주의 법체제하에서 어음요건에 관한 명문규정을 정면으로 거슬리는 결론을 끌어 내려는 것으로 부당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음.수표에서 발행지에 대한 요건에 대하여는 발행지의 존재 의의와 관련하여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어음.수표의 경우)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고 (鄭熙喆, 「商法學(下), 博英社, 1990, 141면; 鄭東潤, 「어음.手票法(四訂版)」, 法文社, 1996, 378∼379면)」, 발행지의 기재가 없는 어음을 有效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필자외에도 있었다 (梁承圭, 「商法事例硏究 (增補版)」, 三英社, 1983, 239∼240면; 金敎昌, 「發行地의 기재없는 어음」, 「司法行政」, 1986. 7, 22면 이하; 朴鍾衍, 『發行地.受取人 등의 기재가 누락된 경우 약속어음.수표所持者의 救濟方法』, 「法律新聞」, 제2061호 (1991년9월26일) . 제2062호 (1991년9월19일)). 우리 大法院에서도 발행지의 기재없는 手票에 대하여 전원합의체판결에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하여 부정수표단속법상의 수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大判 1983년5월10일, 83도340〕. 이와 같이 국내에서만 유통되는 어음.수표요건으로 존치시킬 필요가 있는가에 대하여 學說.判例에서는 과거부터 많은 고심을 한 것이 역력한데, 이를 절대적 요식증권성에만 얽매여 불합리한 결과의 판결만을 반복할 것인가는 극히 의문이다. 이번 大法院의 多數意見과 같이 불합리한 성문법의 강행규정을 시정하는 판결을 내고 이러한 判決의 반복에 의하여 하나의 (商)慣習法이 형성되면 이는 (商)慣習法의 變更的 效力에 의한 成文法의 변경의 면에서도 수긍될 수 있다고 본다. 3.結 語 위에서 본 바와 같이 少數意見은 너무나 法條文의 文理解釋에 집착한 해석이며 또한 현실을 너무나 무시한 소극적 해석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多數意見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이러한 大法院의 多數意見에 따른 변경된 判例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국내어음의 경우 이제는 어음소지인이 發行地를 보충하지 않고 약속어음의 발행인 (주채무자)에게 지급제시하여도 발행인은 어음요건흠결을 이유로 지급거절을 할 수 없고, 어음소지인이 지급제시기간내에 발행지를 보충하지 않고 지급제시한 경우에도 이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되어 所求權이 保全된다고 본다. 그러나 어음소지인은 發行地를 보충하여 지급제시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이러한 大法院의 變更判例는 약속어음의 발행지에 관한 것이나, 換어음 및 手票의 발행지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해석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98-05-11
상법상의 단기제소기간 제811조 이 해상운송인의 운송물인도와 관련한 불법행위채무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사실의 개요】 서진무역을 경영하던 제1심 공동피고 고용국은 1992.12경 홍콩에 소재한 소외 모글림 엔터프라이즈 컴퍼니(Mogleam Enterprise Co., 이하 모글림이라고만한다)와 사이에, 휴대용 가스버너13,000개(이하 이 사건 화물이라고한다)를 대금 159,500달러에 홍콩으로 수출하기로 하는 내용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대금은 신용장에 의해 결제받기로 약정하였다. 모글림은 위수입계약의 대금결제를 위하여,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시 소재 냇웨스트 오스트레일리아 뱅크리미티드(Natwest Australia Bank Limited, 이하 소외 은행이라고 한다)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은행은 위 서진무역을 수익자로 한 취소불능화한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위 수출계약에 따라, 고용국은 1993. 6. 28 피고회사 월드프레이트와 사이에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한 다음 부산항에서 피고회사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고, 이에 피고회사는 위 화물을 선박 「프레스 타일러(Pres Tyler) V-133W」호에 선적한 다음 송하인을 위 서진무역으로, 수하인을 단순지시식으로, 통지처를 위 모글림으로 하는 선하증권(이하 이 사건 선하증권이라고 한다)을 작성하여 고용국에게 교부하였다. 원고 중소기업은행은 고용국과 사이의 수출거래약정에 따라 같은 날 위 신용장을 화환어음 및 이 사건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와 함께 매입하면서, 고용국에게 이 사건 화물의 수출대금 미화 159,500달러를 당시의 전신환매입율로 환산한 금 127,552,15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가 소외은행에 위 신용장을 이 사건 선하증권등 선적서류와 함께 송부하면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자, 소외 은행은 같은 해 7. 5. 제시된 서류가 신용장의 조건과 불일치하고, 신용장 개설의뢰인이 선적서류의 인수를 거절한다는 이유로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거절하였고, 같은 달 26.경 위 선하증권 등 선적서류를 원고에게 반송하였다. 한편 피고회사는 이 사건 화물을 해상운송하여 1993. 7초경 홍콩에 도착시킨 후 양륙하였고, 피고회사의 홍콩내 선박대리점인 소외 프레이트 링크스 익스프레스사에게 위 화물을 보관하게 하였다. 그런데 위 프레이트 링크스는 1993. 7. 10경 이 사건 화물을 선하증권을 교부받지 않고서 위 모글림에게 위 화물을 인도하였다. 【소송의 경과】 원심(서울고등법원 1996. 8. 27. 선고 96나14694 판결) 원심은 원고가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운송인인 피고에 대하여 운송물의 멸실 등 불법행위로 인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화물이 인도되어야 할 날 즉 운송물이 목적항에 도착한 후 선하증권 소지인이 증권을 제시하면 통상 운송물을 수령할 수 있었던 날인 1993. 7. 10. 경부터 상법 제811조 소정의 제척기간인 1년이 경과한 후인 1995. 4. 29.에 제기되었으므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판결요지】 상법 제811조은「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잇는 바, 해상운송계약에 따른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 그 선하증권의 정당한 소지인은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한다. 원고는 피고가 서진무역을 송하인으로하여 단순지시식으로 발행한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고, 그 이면에는 위 서진무역의 대표자인 고용국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선하증권 이면에 기재된 서진무역의 서명은 민법 제513조제1항 소정의 약식배서로서 유효한 것이므로, 위와같은 약식배서에 의하여 이 사건 선하증권을 취득한 원고는 그 정당한 소지인으로 추정되어 상법 제811조 소정의 「수하인」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가사 원고가 이 사건선하증권을 담보의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수하인으로서의 지위에 무슨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 제789조의3제1항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운송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하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811조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운송인의 수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채무에 대하여 적용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운송인의 악의로 인한 불법행위채무 역시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 한다고 보아야 한다. 【평 석】1. 운송인의 책임과 권리의 소멸 (1) 상법 제811조의 제척기간으로의 변경 상법 제811조는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구 상법(1991. 12. 31. 법률 제44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11조 및 제812조에서 운송인의 송하인 등에 대한 채권 및 책임에 대하여 「…1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라고 개정하여 제척기간으로 변경하되 당사자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2)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에 대하여 또한 구상법 812조, 제146조제1항, 제2항에 의하면, 운송인 또는 그 사용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단기소멸시효규정인 위 구상법 제811조가 적용되지 않도록 되어 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었을 뿐 아니라 현행 상법 제811조는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어구를 추가하여 운송인이 심지어 악의인 경우에도 그의 수하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1년이 지나면 모두 소멸 한다고 해석한 위와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본 사건의 원심인 고등법원은 운송계약에 있어서는 증거의 보존이 곤란하다는 점과 각 항해의 계산관계를 신속하게 하게 종료시키기 위해 이러한 단기의 제척기간이 법정된 이유라고 한다. 2. 국제조약 및 외국의 입법 (1) 1924년 선하증권조약(헤이그 규칙) 헤이그 규칙하에 송하인이나 수하인의 운송인에 대한 소송은 1년내에 제기되어야 한다. 그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손실과 훼손에 관하여 운송물의 인도 또는 운송물이 인도되었어야 할 날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않으면 모든 책임을 면한다. (2) 1968년 선하증권조약 개정의정서(비스비 규칙) 새로운 비스비 규칙 제3조6항은 다음과 같다. 「…운송인과 선박은, 소송이 운송물이 인도된 날 또는 인도되었어야 할 날로부터 1년내에 소송이 제기되지 않으면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면한다. 그러나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3. 상법 제811조가 화물소유권 자체의 인도상의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는 지의 여부 이상과 같이 헤이그 규칙 제3조6항은 「(운송물의)손실과 훼손에 관한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킨다고 규정하므로 소송제기에 있어서의 지연이 인도상의 문서(예를 들면 선하증권)와 상환하지 않고 무권리자에게 운송물을 잘못 인도하여 준 Improper delivery와 같은 경우에 운송인을 보호하지는 않는다.(이점은 헤이그 규칙만을 채택한 미국법원의 동조해석에 있어서 일관된다.) 그러나 새로운 비스비규칙 제3조 6항은 운송인을 「운송물에 관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모든 책임에 관하여 운송인을 면책시키므로 단지 화물자체와 관련한 훼손 또는 멸실의 경우뿐만 아니라 화물인도와 관련된 책임의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해석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우리 상법은 구상법상 제146조1항의 「운송물에…훼손 또는 일부멸실이 있는 경우에」와 제146조2항의 「악의인 경우에는」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1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지않도록 되어있었으나 현행 상법에서는 위 조항이 삭제되고 제811조에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문구가 삽입되어 헤이그조약상로부터 비스비조약의로의 어구변화를 그대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스비조약과 같은 훨씬 더 큰 범위를 포함하는 어구상의 변화로 1년의 제척기간이 운송물자체의 인도와 불인도상의 책임에도 이제 적용된다는 논의가 있는 한편, 이러한 정도의 애매한 어구의 개정이 선하증권상의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해석론도 만만치 않다. 개정상법이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란 용어를 사용한 것은 구상법상 운송인의 책임이 비계약적 청구에 관하여는 적용되지 않던 것을 제789조의3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에도 적용되도록한 것과 보조를 맞추어 계약적인 청구뿐만 아니라 비계약적 청구에도 적용된다는 의미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라는 용어를 사용 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운송인이 악의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악의라 함은 운송인이 운송물의 일부멸실 또는 훼손사실을 알면서 이를 수하인에게 알리지 않고 인도하는 것과 같은 경우(87. 6. 23. 86 다카 2107)에 한정되어야지 선하증권과 관련한 운송물의 소유권자체와 관련된 문제에까지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문이 제기되어왔다. 또한 상법 제811조상의 1년제척기간이 그 규정상의 당사자간의 합의라는 예외만 인정되고 그 이외의 운송인의 어떠한 악의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면 운송인이 음모나 사기에 의해 청구인이 잘못된 당사자에게 소송을 제기하게 하거나 제척기간이 도과하도록 유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모순된 결과에 봉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상법 제811조상의 1년의 제척기간이 화물인도상의 책임에도 적용된다는 해석은 위의 대법원판결에 의해 일단 확인된 것이다. 4.결 론 이상의 대법원 판결은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않고 두권리자에게 화물을 인도한 경우에도 상법 제811조가 운송인에 대한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적용된다고 하여 소가 각하되었다. 이에따라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상의 단기제소기간은 운송물자체의 손실 또는 멸실뿐만 아니라 인도와 관련한 본 사건의 경우에도 적용되었으나 그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서는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8-04-20
해의없는 어음취득자에 대한 인적 항변의 주장
I. 事 實 우리는 인적 항변의 경우 어음의 취득자에게 害意가 있으면 그 취득자에 대하여도 인적 항변으로써 대항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최근에 어음취득자에게 害意가 없더라도 인적 항변으로써 대항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례가 나와서 그 판결례에 대하여 의문을 갖게 되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 주식회사 봉명산업은 액면 175,628,500원인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할인을 부탁하면서 이를 소외 동창물산 주식회사에게 교부하였다. 원고 주식회사 조흥은행 을지로지점 당좌담당 과정인 소외 盧某는 위 동창물산의 대표이사 李某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위 李某로부터 위 어음이 할인 목적으로 보관 중인 사실을 알았으나 개의치 아니하고 李某가 원고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의 담보로써 동 어음을 배서양도 받았다. 현재 이 어음의 수취인과 제1배서인은 동창물산, 피배서인은 원고 조흥은행으로 되어 있다. 어음의 만기에 이르러 원고는 피고에게 지급을 구하였으나, 피고는 일단 피사취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다음, 원고가 융통어음임을 알고서도 어음을 취득하였으므로 어음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II. 大法院判決要旨 제1심(서울민사지방법원 1994.1.18. 선고, 92가단149789판결)에서는 피고가 패소하였으나, 항소심(서울지법 1995.11.30. 선고, 94나9480 판결)과 대법원에서는 원고가 패소하였다. 따라서 조흥은행은 지급을 받을 수 없었다. 대법원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융통어음이라 함은 타인으로 하여금 어음에 의하여 제3자로부터 금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융통어음에 관한 항변을 그 어음을 양수한 제3자에 대하여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대항할 수 없는 것이므로 어떠한 어음이 위에서 말하는 융통어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사자의 주장만에 의할 것은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어음의 발행인이 할인을 의뢰하면서 어음을 교부한 경우, 이는 원인관계 없이 교부된 어음에 불과할 뿐이고, 악의의 항변에 의한 대항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이른바 융통어음이라고 할 수 없다. ② 이른바 악의의 항변이라 함은 항변사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기가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항변이 절단되고 채무자가 害를 입는다는 사실까지도 알아야 한다. ③ 甲이 乙에게 할인의 목적으로 어음을 교부하고 丙이 그 사실을 알면서 乙의 어음할인 부탁에 따라 그 어음을 취득한 후 乙의 대출금채무에 대한 담보로 처리한 경우, 그 어음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丙에게 교부된 것이므로 甲으로서는 이러한 원인관계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丙에게 대항할 수 있다. III. 硏 究1. 論 點 이 사건에는 다음 3가지의 논점이 있다. ① 이 사건의 어음은 융통어음인가? (논점 1) ② 이 사건에서 조흥은행의 害意를 인정할 수 있는가? (논점 2) ③ 봉명산업은 인적 항변으로써 조흥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가? (논점 3) 대법원은 이 사건의 어음은 융통어음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 조흥은행에 害意가 없다고 하였으나, 봉명산업은 원인관계부존재의 인적 항변으로써 조흥은행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하였다. 2. 融通어음의 意義와 그 抗辯 (논점 1) 융통어음의 의미는 광의·협의 두가지 의미가 있다. 광의의 융통어음이란 어음수수당사자 사이에 어음수수 이외에 어음을 수수하게 되는 원인이 되는 별도의 상거래가 없는 모든 어음을 말한다. 이는 어음발행과 원인행위와의 관계에 의한 분류이다. 협의의 융통어음이라 함은 광의의 융통어음 중에서도 상대방에게 신용을 공여하고 상대방이 이를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제공되는 어음만을 말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융통어음이라 함은 바로 협의의 융통어음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대법원은 융통어음이라 함은 타인으로 하여금 어음에 의하여 제3자로부터 금융을 얻게할 목적으로 수수되는 어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어음만이 취득자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대항할 수 없는 융통어음이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해석은 대법원 1988.1.19. 선고, 86다카1954 판결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이번 판결은 이를 재확인 하였다. 이 사건의 어음은 이른바 협의의 융통어음은 아니다. 본래 「융통어음이라는 항변은 그 어음을 양수한 제3자에 대하여는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대항할 수 없다.」즉, 융통어음이라는 항변은 그 성질상 악의의 항변이 성립될 여지가 없다. 왜냐하면 융통어음의 어음행위의 목적이 자금융통에 있으므로 비록 제3취득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고 취득하였더라도 그러한 취득행위는 오히려 융통어음 본래의 목적달성에 유익한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B의 부탁으로 A가 융통어음인 약속어음을 발행·교부한 경우, B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C로부터 이 어음의 할인을 받아야만 한다. 이 때 C가 융통어음임을 알고서 적극적으로 자금의 융통에 협조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그러나 융통어음이라고 하더라도 예컨대 특약한 융통어음 이용기간을 도과하거나 객관적으로 할인불능으로 확정되어 만기전에 융통의 목적이 상실되어 어음의 반환의무를 발생케 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 이러한 사정을 숙지하면서도 어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는 어음법 제17조 단서에 의한 해의의 항변이 인정된다. 대법원도 1995.1.20. 선고, 94다50489 판결에서 「피융통자가 융통어음과 교환하여 그 액면금과 같은 금액의 약속어음을 융통자에게 담보로 교부한 경우에 있어서는 융통어음을 양수한 제3자가 양수 당시 그 어음이 융통어음으로 발행되었고 이와 교환으로 교부된 담보어음이 지급거절되었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다면, 융통어음의 발행자는 그 제3자에 대하여도 융통어음의 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하였다. 3. 惡意의 抗辯 (논점 2)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악의의 항변의 정의에 관하여, 「이른바 악의의 항변이라 함은 항변사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기가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항변이 절단되고 채무자가 해를 입는다는 사실까지도 알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것은 어음법 제17조 단서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에 관한 해석에 있어 이른바 「二重認識說(또는 害意說)」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우리 어음법의 이른바 이중인식설에 의한 해석은 허구에 가깝다고 본다. 害意와 악의는 일반적으로 구별되지 아니하며 「이중의 인식」을 입증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음채무자(A)에게 배서인(B)에 대한 인적 항변사유가 존재함을 알면서도 어음소지인(C)이 구태여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음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日本大審院, 1941.1.27. 판결; 同 1944.6.23. 판결; 同 1955.5.3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의 害意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의 악의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이 점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4. 人的 抗辯의 主張 (논점 3)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의 害意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의 악의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피고가 원인관계부존재의 인적 항변을 가지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甲이 乙에게 할인의 목적으로 어음을 교부하고 丙이 그 사실을 알면서 乙의 어음할인 부탁에 따라 그 어음을 취득한 후 乙의 대출금채무에 대한 담보로 처리한 경우, 그 어음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丙에게 교부된 것이므로 甲으로서는 이러한 원인관계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 丙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음채무자에게 害意의 항변에 의한 대항은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원인관계부존재의 인적 항변에 의한 대항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매우 독특한 견해이다. 우리 나라의 통설에 의하면 어음채무자가 인적 항변을 가지고 어음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경우는 대체로 네가지로 나눈다. 어음취득자가 ① 상속, 합병, 경매, 전부명령 등 어음법적 유통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 ② 기한후배서, 숨은추심위임배서, 환배서 등 특수한 배서에 의하여 어음을 취득한 경우, ③ 고유의 경제적 이익을 가지지 아니한 경우 및 ④ 어음채무자에게 악의의 항변이 존재하는 경우 등이다. 어음채무자에게 이른바 악의의 항변이 존재하는 경우란, 위 害意說(이중인식설)에 따라 소지인에게 害意가 있는 경우이다. 그리고 害意란 위 논점 2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가) 항변사유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 자기가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항변이 절단되고 채무자가 해를 입는다는 사실까지도 알아야 한다」는 이른바 이중의 인식을 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하에서는 원고가 피고를 害할 것을 알고 이건 어음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하여 소지인의 害意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자연스러운 결론은 「피고의 惡意의 抗辯은 성립하지 아니하고…피고는 지급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아무런 원인관계 없이 현 소지인(원고, 조흥은행)에게 교부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약속어음의 발행인(피고, 소외 봉명산업)으로서는 이러한 원인관계에 대한 인적 항변으로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인적 항변사유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반대로 말하면 害意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종래의 학설과 전혀 맞지 아니하는 독특한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경우 취득자의 악의의 항변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취득자에게 害意가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이와 같은 독특한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사건에서 판결의 전체적인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나, 취득자의 害意를 인정하면 모든 이론적 문제는 매우 순조롭게 해결된다. 즉, 이중인식설의 해석에 있어, 피해자를 해할 의사 여부를 묻지 말고, 악의가 있으면 害意는 추정하여야 할 것이다. V. 結 言 원인관계부존재의 항변은 전형적인 어음법 제17조에 해당하는 인적 항변이다. 인적 항변으로서 제3취득자에게 대항하려면 제3취득자에게 害意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어음취득자에게 害意가 없어도 인적 항변으로써 대항할 수 있다고 하는 매우 독특한 견해를 보였다.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나, 오히려 원심인 서울민사지방법원 합의부 판결은 「이 사건 어음은 실질적인 원인관계 없이 자금융통을 위하여 발행된 어음이라는 점에서 이른바 융통어음이기는 하나, 이는 피융통자의 자금융통을 위하여 발행되는 통상의 융통어음과는 달리 발행인인 봉명산업 주식회사가 그 스스로의 자금융통을 위하여…」라고하여 이 건 어음이 광의의 융통어음이기는 하나, 협의의 융통어음은 아님을 시사하고 있고, 나아가 「발행인의 당초기대와는 달리 그 할인부탁을 받은 사람이 이를 자신의 채무에 대한 담보목적으로 교부하는 등 하여 결과적으로 발행인의 신뢰에 반하여 어음을 유통시켰고, 그 어음취득자가 이같은 사정을 알고도 어음을 취득하였다면 발행인은 이른바 악의의 항변으로서 그 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의 판결내용보다는 원심법원(판사 현순도, 김종필, 김성수)의 위와 같은 판결 내용이 이론적으로나 구체적 정의의 실현과 관련하여서나 훨씬 타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1997-12-08
경영권의 양도와 표견대표이사의 성부
法律新聞 第2607號 法律新聞社 經營權의 讓渡와 表見代表理事의 成否 金敎昌 〈辯護士〉 ============ 14면 ============ 대법원 1994년12월2일선고, 94다7591판결 ●판례요지 주식회사가 대표이사 경영권을 양도하면서 양수인에게 회사대표권한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과 거래한 제3자가 그 양수인에게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회사는 제3자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판례평석 이 사건에서 양수인은 대표이사로부터 대표권을 양수했을 뿐이지 주총서 이사로 선임되는 등 적법한 선임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대표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이를 제3자가 알지 못한데 중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제3자를 보호하는 것이 금반언내지 외관보호의 법리에 비추어 타당, 表見代表理事성립을 인정한 대법원판시에 찬성한다 【判決要旨】 株式會社의 代表理事가 經營權을 讓渡하면서 그 讓受人에게 會社를 代表할 權限을 부여한 경우에는, 그 讓受人과 거래한 제3자가 그 讓受人에게 代表權이 없음을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 제3자에 대하여 會社는 책임을 져야 한다. 【評 釋】 1. 사건의 개요 이 事案은 原告들이 被告會社와 차량운행권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代金을 지급하였다가, 被告會社에게 歸責事由가 있음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그 代金의 반환을 청구한 事案이다. 被告會社는 運輸業을 경영하는 會社로서 그 代表理事는 甲(실제상 1人株主임)인데,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甲이 아니라 乙이다. 被告會社가 乙의 代表權을 다투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 與否가 이 事案의 爭點으로 되었다. 甲은 위 매매계약의 체결 전에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그의 柱式 전부를 乙에게 양도하고 중도금을 수령한 상태에서 會社의 經營權마저 乙에게 讓渡하였다. 그래서 乙이 被告會社를 代表하여 原告들과 위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뒤 乙이 甲에게 양수한 柱式의 잔대금을 내지 아니하여 甲과 乙간의 위 양수도계약이 해제되고 甲이 다시 經營權을 맡게 되었다. 그러자 甲이 乙에게 代表權이 없다는 이유로 原告들과 乙간의 거래는 會社에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다투어 이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乙은 被告會社의 代表理事는 물론 理事로 선임된 바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經營權의 讓受에 따라 代表權을 넘겨받은 것만으로는 아직 적법하게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原判決(서울고법 1993년12월10일 선고 93나13201판결)은 이렇게 乙에게 代表權이 없고, 原告들이 이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原告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1審(서울지법남부지원 1992년12월30일 선고 91가합25544판결)은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는데, 이를 취소하고 그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위의 讓渡時에 甲은 乙에게 全權을 위임한다는 내용의 委任狀을 작성하여 주고, 代表理事의 印鑑과 고무인도 인도하였으며, 사무실도 넘겨 주었다. 그리하여 그 이후 乙이 실제상 代表理事로서 被告會社를 경영하였다. 그 예로써 Y를 副社長으로 임명하여 乙의 경영을 돕도록 한 것, 노사분규를 수습한 것, 原告들과의 매매계약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종류의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들을 들 수 있다. 原告들과의 계약시에는 被告會社의 불이행으로 인한 대금반환채무의 담보로 原告들에게 被告會社의 차량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기까지 하였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判決要旨와 같이 表見代表理事의 成立을 인정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한 原判決을 破棄하였다. 還送後 법원(서울고법 1995년6월16일 선고 94나44332 판결)은 대법원의 判示에 따라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인정하여 原告들의 청구를 認容하였다. 2. 正代表理事와 副代表理事 代表理事는 株式會社의 필요기관으로서 理事가운데에서 理事會의 決議 또는 株主總會의 決議로(商法 389조1항 본문과 동 단서) 選任된다. 代表理事는 會社의 營業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 즉 代表權을 가진다(商法 389조3항, 208조). 법률상으로 株式會社의 대표기관은 代表理事 뿐이다.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법률상으로 代表理事 이외에는 會社의 代表權을 가지는 자는 없다. 그런데 오로지 代表理事만이 會社를 대표하여 상대방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하여서는 거래의 폭이 좁아진다. 그래서 거래의 폭을 넓히려고 실제로 대부분의 會社들은 代表理事 이외의 사람에게도 전반적 또는 부분적으로 代表權을 授與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도록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와 거래하는 상대방들도 이에 상응하여 실제로 반드시 代表理事와 상대하여 거래를 하지 않고, 代表理事 이외의 代表權者와 상대하여 거래를 한다. 이에 법률상으로 代表權을 가진 기관인 代表理事를 正代表理事라 부르고, 代表理事 아닌 사람으로서 실제로 代表權을 가진 대표기관을 副代表理事라고 부르기로 한다. 副代表理事의 설치 근거는 定款, 規程 등에 의하기도 하고, 理事會의 決議나 代表理事의 授權에 의하기도 한다. 副代表理事의 지위는 대체로 代表理事 이외의 理事들이 차지한다. 하지만 반드시 理事이어야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자체가 실제상의 것이므로 어디에도 그런 제한은 없다. 理事아닌 사람이라도 위 설치 근거에 의하여 代表權을 부여받으면 얼마든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副代表理事의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흔히 社長, 副社長, 專務, 常務 기타 會社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을 사용한다. 이들중 專務, 常務의 경우 이들이 理事이면 專務理事, 常務理事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理事가 아니면 그저 專務, 常務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 副代表理事들이 가지는 代表權의 범위는 일정하지 아니하다. 그 범위는 正代表理事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전반적인 代表權으로부터, 그 폭이 넓거나 좁은 부분적인 代表權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이 있다. 이들 正·副代表理事가 그 권한내에서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바로 회사 자체의 행위로 되고(鄭東潤 會社法 388면), 따라서 당연히 會社에 그 법률효과가 미친다. 3. 正·副代表理事와 表見代表理事 법률상으로 正代表理事는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지만, 會社내에서 그 권한에 제한을 가하여 실제로는 그 권한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그가 이런 제한을 어기고 법률행위를 하면, 그 행위의 효과는 원칙으로 회사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내부적인 제한을 모르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이에 法은 會社로 하여금 이런 제한을 가지고는 善意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하였다(제389조제3항, 제209조제2항). 그 결과 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副代表理事들은 어차피 전반적인 代表權을 가지고 있지 아니하다. 이들이 그 권한 밖의 代表權을 행사하면 그 행위의 효과가 원칙으로 會社에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런 外觀을 信賴하고 거래한 상대방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會社가 그 理事의 代表權을 다툴 때에 상대방더러 그 권한의 존재를 立證하라고 하면 그 立證이 어렵다. 그러면 그런 理事들과 상대방이 거래를 꺼리어 거래의 폭이 좁게 된다. 이에 法은 상대방의 보호라는 이유로 그런 名稱의 사용을 허용한 會社로 하여금 責任을 지도록 하였다. 그 理事가 代表權을 가지지 아니한 경우에도 善意의 제3자에 대하여는 責任을 지도록 하면서, 이런 理事를 表見代表理事라고 부른다(제395조). 그 결과 이런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그 행위의 효과가 會社에 미치게 된다. 실제로는 어느 범위에서 代表權을 가진 副代表理事가 그 범위내에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라도 會社가 그 代表權을 다투면 상대방이 그 범위내의 법률행위임을 立證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도 상대방은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주장하여 會社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다. 판례는 이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두가지 경우에 확대하여 적용한다. 그 하나는 公同代表理事 1人의 행위에 대한 것이고(대법원 1992년10월27일 선고 92다19033 판결, 동 1993년12월28일 선고 93다47653 판결), 또 하나는 理事아닌 사람으로서 副代表理事로 인정할 만한 名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대법원 1985년6월11일 선고 84다카197 판결, 朴俊傭 「表見代表理事制度」 司法硏究資料 6권 172면, 鄭東潤 「表見代表理事」 鄭熙喆華 甲紀念 商法論集 83면 이하, 朴吉俊 「表見代表理事」, 徐燉珏 停年紀念 商事法論集 189면 이하), 이 事案은 그 중 後者에 해당하는 예이다. 4. 表見代表理事의 法理 이 法理는 表現代理(民 제125조, 126조, 129조), 表現支配人(商14조)의 法理와 함께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은 첫째로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의 사용이다. 그러한 名稱으로 法이 위에 들고 있는 것은 例示이다. 그 밖에 會長, 副社長, 理事長, 副理事長, 代表理事代行者(鄭東潤 會社法 394면), 總裁, 副總裁, 銀行長(崔基元 「表見代表理事의 行爲와 會社의 責任」崔基元華甲記念 商事判例硏究〔1〕 567면이하) 등도 그런 名稱에 해당한다. 表見代表理事가 自己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眞正한 代表理事의 명칭으로 거래하든 그것은 상관없다(대법원 1979년2월13일 선고 77다2436 판결, 鄭東潤 會社法 395면, 拙稿 「表見代表理事의 行爲」商事法의 硏究 186면이하). 그 요건은 둘째로 會社의 歸責事由로서 이에 대한 會社의 許容 내지 默認이다. 代表理事 1인 또는 理事과반수가 그런 명칭의 사용을 許容 내지 默認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년9월22일 선고 91다5365 판결, 朴吉俊 전게, 崔基元 전게, 鄭東潤 전게「表見代表理事」). 그 요건은 셋째로 제3자의 善意, 無重過失이다(대법원 1973년2월28일 선고 92다1907 판결, 鄭東潤 전게 397면). 이 法理는 非營利法人에도 유추적용되고 있다(대법원 1989년3월28일 선고 87다카2152, 2153 판결). 非營利法人 중에는 代表機關인 理事長 또는 會長을 非常勤의 명예직으로 두고 있는 法人이 적지 않다. 이런 法人의 일상업무는 대부분 常勤副社長(또는 專務, 常務, 事務總長…이하 같다)이 처리한다. 이에 상대방은 그 副社長이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믿고 그들과 거래한다. 이 판례의 事案은 바로 그런 法人의 副社長 겸 事務總長(甲)이 理事長의 명의로 어음에 背書를 한 事案이다. 이 事案에서 대법원은 그 法人에게 어음상의 責任을 지웠다. 甲이 法人을 대리할 權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어음을 受取한 사람에게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여 表見代理의 法理를 가지고 그 法人에게 責任을 지운 것이다. 甲이 사용한 名稱은 株式會社의 경우에 代表權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名稱이다. 대법원이 직접으로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유추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名稱이 계기가 되어 法人에게 責任이 지워졌다는 점에서 간접적으로 이 法理가 유추적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5. 이 事案의 表見代表理事 이 事案의 乙은 代表理事인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사람이다. 그 뿐이지 乙은 株主總會에서 理事로 選任된 바는 물론 理事長 또는 株主總會에서 代表理事로 選任된 바(이하 적법한 選任이라 함) 없다. 代表理事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한 것만으로는 이 事案의 原判決判示와 같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 못한다. 적법 ============ 15면 ============ 한 選任을 받아야 법률상의 代表權을 가진다. 이 事案의 原告들은 乙이 甲으로부터 代表權을 讓受하였을 뿐이지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그래서 原判決은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을 否定하였다. 이 事案의 乙은 甲으로부터 經營權을 讓受하여 실제로 전반적인 代表權을 행사하였다. 이러한 경우는 비록 乙이 적법한 選任을 받은 바 없어 법률상 代表權을 가지지는 못하지만, 甲으로부터 代表할 權限을 부여받았으므로 原告들과의 거래가 어쩌면 그 권한내의 거래일른지도 모른다. 그러나 甲이 이를 다투어 原告들로서는 表見代表理事의 法理를 援用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다. 表見代表理事의 성립요건중 會社의 歸責事由로는 代表理事 1人에 의한 許容 내지 默認으로 족하다. 이 事案은 바로 그런 例의 하나이다. 乙은 甲으로부터 그런 名稱을 부여받고 代表權을 행사하였으므로 그를 실제상 代表權을 가지는 者라고는 믿을만 하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지의 與否는 법률문제인데, 이를 原告들이 알지 못한데에 重過失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甲이 乙에게 代表權을 수여하면서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하였는지는 더욱 제3자가 알기 어렵다. 乙에게 代表權이 있는 것으로 믿은 原告들을 보호하는 것이 禁反言 내지 外觀保護의 法理에 비추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렇게 믿은 原告들에게 重過失이 없다고 判示하였다. 대법원의 判示에 贊意를 표,한다.
1997-06-16
타점권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
法律新聞 2601호 법률신문사 他店券入金의 경우 預金契約의 成立時期 일자:1990.2.23, 1995.6.16 번호:88다카33657, 88다카33664, 95다9754, 95다9761 최준선 成均館大法大敎授 法學博士 ============ 15면 ============ I. 사건개요와 대법원 판결요지 〈사건I〉 피고(반소원고, 피상고인)김태주는 발행인 임용덕, 액면 금6천4백65만원, 지급인 경남은행 (주)(원고, 반소피고, 상고인)으로 되어 있는 당좌수표를 부산은행 충무로지점의 자신의 보통예금구좌에 입금하였다. 이 수표는 발행인의 예금부족으로 부도 되었으나, 경남은행이 사무착오로 부산은행에 어음교환소규약에 따른 부도통보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피고는 부산은행으로부터 정상적으로 수표금 상당액을 인출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한 사건이다. 〈대법원의 판결요지〉 피고로부터 소지인출급식 수표의 예입을 받은 소외은행이 원고은행에 교환을 의뢰하여 위 수표가 발행인의 예금부족으로 지급거절되었음에도 원고은행 직원의 착오로 수표의 미결제통보를 받지 못한 소외은행으로부터 피고가 수표금상당액을 지급받은 경우에 위 소표의 인도로 인하여 소외은행은 위 수표상의 권리를 양도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그 수표상의 권리자로서 발행인에 대하여 수표금상환청구를 할 수 있으니 부도된 수표가 피고에게 반환되지 아니한 이상 피고가 위 금액을 지급 받았다 하더라도 피고가 지급받은 수표금 상당액이 법률상 원인없는 이득이라 할 수 없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되지 아니한다. 〈사건 2〉 원고 오해순은 동양신약(주)이 발행한 액면 금5천만원, 지급인 피고 한일은행(주) 원효로지점으로 된 당좌수표 1장을 피고은행 대구 성당동지점에 개설되어 있는 저축예금구좌에 입금하였다. 성당동지점은 동은행 장충동지점을 거쳐 어음교환을 통하여 원효로지점에 지급제시를 하였다. 원효로지점은 동 수표가 부도수표임을 확인하고 장충동지점에 부도통지를 하였으나 장충동지점 담당직원의 사무착오로 성당동지점에 부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고, 성당동지점은 당좌수표가 정상적으로 결제된 것으로 입금처리 하였으며, 원고는 현금6백만원과 4천4백만원 상당의 자기앞수표 2매로 인출하였다. 이후 성당동지점은 수표의 부도를 이유로 입금처리를 취소하고, 원고가 인출한 자기앞수표 2장에 대하여 사고계를 접수시켰다. 후에 원고가 위 자기앞수표에 대한 지급을 구하자 은행은 지급을 거절하므로 訴를 제기하였다. 한편 은행은 착오에 의한 예금입금행위를 취소와 동시에 反訴(부당이득금반환 등)로서 원고가 인출한 현금과 자기앞수표 2매의 반환을 구하였다. 〈대법원 판결요지〉 예금자가 추심을 의뢰한 당좌수표의 지급지 점포에서는 부도통지를 하였는데 그 도중에 중개점포 담당직원의 실수로 추심을 의뢰한 점포에 부도사실이 통지되지 아니함으로써 추심을 의뢰한 점포가 부도된 사실을 모른 채 위 당좌수표가 정상적으로 추심된 것으로 알고 그 액면금 상당의 입금이 이루어진 것으로 처리하고 이를 인출하여 준 경우, 이는 추심절차상의 사무착오로 인하여 입금되지 않은 금액을 입금된 것으로 잘못 알고 그 금액을 인출하여 준 것에 불과하고 이로써 추심결제를 확인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 증권에 의하여 추심할 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II. 연 구 1. 문제의 소재 위 두 사건에서는 타점권인 어음·수표를 입금한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는 언제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현재 금융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은행예금거래기본약관」(이는「은행수신거래기본약관」이 1995년에 개칭된 것이다)이 규율하고 있다. 위 사건은 동 약관조항의 해석과 적용 및 어음교환규약상 부도반환시한을 위반하였을 경우의 효과에 관한 판결이다. 2. 예금계약의 성립시기 은행수신거래기본약관(이하 약관이라 한다)은 그 내용이 크게 문제되지 아니하는 한 고객과 은행간의 예금관계를 규율하는 기본적인 계약내용이 된다. 이에 의하면 예금계약의 성립시기는 다음과 같다. (1) 현금입금의 경우 현금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이 성립하면 즉시 계약의 효력도 발생한다.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는 ① 예금자와 은행사이의 의사의 합치만으로 성립한다고 보는 낙성계약설과 ② 의사의 합치 외에 금전의 인도·확인까지 종료되어야 한다고 보는 요물계약설로 견해가 나뉜다. 현재의 통설·판례(대법원 1996년1월26일 선고, 95다26919 판결등 참조)는 요물계약설을 취하고 있다. 약관 제7조 제1항 제1호에도「현금으로 입금했을 때 은행이 이를 확인했을 때 예금이 된다」고 규정하여 이와 같은 취지를 정하고 있다. (2) 어음·수표를 입금한 경우 (가) 자점권의 경우 약관 제7조 제1항 제3호에 의하면 개설점에서 지급해야 할 증권은 그날 안에 결제를 확인하였을 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자점권을 수령한 때가 아니라 발행인의 잔고에 대한 은행의 확인이 종료된 때에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결과가 된다. (나) 타점권의 경우 은행이 타점권을 수령한 경우에 관하여는 증권의 교부를 현금의 교부와 동일시 하여 ① 증권을 교부받은 즉시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효력도 발생하되 부도가 나면(해제조건) 처음부터 무효가 된다고 보는 견해와(양도설: 이 견해를 취하는 판례로는 위 〈사건 1〉판결을 비롯하여, 대법원 1966년2월22일 선고, 65다2505 판결; 대법원 1970년4월14일 선고, 69도2461 판결; 대법원 1987년5월26일 선고, 86다카1559 판결; 대법원 1990년5월8일 선고, 88다카5560 판결등 참조), ② 은행이 증권을 수령한 것은 은행이 추심위임을 받은 것이므로 증권을 수령한 때 예금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하고 부도가 나지 아니한 것이 확인되면 그때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된다(이른바 정지조건)고 보는 견해(추심위임설)가 있다. 일본의 판결은 한결같이 추심위임설을 취하고 있다(仙臺高裁 1965년8월30일 판결, 東京高裁 1966년4월22일 판결, 東京地裁 1968년12월21일 판결, 最高裁 1971년7월1일 판결; 最高裁 1971년5월20일 판결등 참조). 「은행예금거래기본약관」은 추심위임설에 의한 것과 동일한 취지를 규정한다. 즉, 동약관 제7조(예금이 되는 시기) 제1항 제3호는 증권으로 입금·계좌송금 했을 때, 은행이 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반환시간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했을 경우에 예금이 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다. 약관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 한 양도설과 추심위임설의 논쟁은 무의미해졌다. (다) 어음교환제도 타점권을 입금한 경우에는 어음교환제도를 이용하여 추심을 하게 된다. 위 약관에서는 타점권 입금의 경우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하여「그 증권을 교환에 돌려 부도반환시간이 지나고 결제를 확인했을 경우」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부도반환시한이 예금계약의 성립여부에 중요한 관건이 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서울어음교환소규약(1996-1-02) 제68조 제2항에 의하면,「…교환어음 지급은행은 수취한 어음중 결제가 되지 아니한 어음에 대하여는 일정시각(평상일일 경우에는 교환일 영업시간 종료 2시간 전까지)제시은행 앞으로 위 사실을 통보하여야 하며 이러한 통보를 하지 아니한 어음은 부도어음으로 반환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위의 두 사건에서도 은행직원의 실수로「부도반환시한」까지 부도의 통보를 하지 아니하였다. 이 경우에는 사후에 부도가 되더라도 그 부도어음을 반환할 수 없다. 그러나 어음교환소규약상의「부도반환시한」은 어음교환에 참여하는 은행사이의 내부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교환업무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제정된 자치규약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금계약의 성립여부나 은행과 예금자 사이의 대외적인 법률관계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어음교환소규약이 법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이에 비하여 위 약관은 은행과 고객간에 합의된 계약서이다. 따라서 이 약관이 어음교환소규약보다 우선하여 적용됨은 당연한 것이다. III. 결 언 대법원 판결은「타점권이 입금된 경우 어음교환을 통해 지급지 점포에서 타점권의 추심이 이루어진 때에 비로소 예금계약이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였다. 이는「예금거래기본약관」제7조 제1항 제3호를 해석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다. 이로써 예금계약은 현금입금이든, 증권입금이든 모두 은행의 확인절차가 끝나야 성립되는 것으로 된다. 사건의 개요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사안의 사실관계는 매우 유사하다. 그럼에도 결론은 정반대이다. 부도된 당좌수표에 대하여 〈사건 1〉에서는 예금계약의 성립시기에 관한「양도설」을 취하여 은행이 손실을 부담하였으나, 〈사건 2〉에서는「추심위임설」을 취하여 소지인이 이를 부담하게 되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건 1〉의 판결은 실무를 무시한 판결이고, 〈사건 2〉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法院만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사건 1〉에서는 은행측 변호사가 부당이득의 반환을 주장하였고, 〈사건 2〉에서는 예금계약 자체의 불성립을 주장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건 2〉의 판결은 정당한 결론이지만 종래의 판결을 파기할 때에는 법적 안정성의 관점에서 합의체판결이 필요하지 아니하였나 생각된다. 그간 법률이 달라지거나, 은행약관의 내용이 크게 개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199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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