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第1436號
法律新聞社
不法行爲責任과因果關係立證
金亨培
<高麗大 法大敎授 法學博士>
============ 12면 ============
<事件表示>
大法院第2部 77·1·25判決 77다2092 損害賠償請求事件 參照條文 民法第750條
判決要旨
原告는 被告가 경영하는 飼料工場에서 飼料를 買入하여 養鷄에 급식한 바 그3, 4일후부터 닭들이 심한 脫毛現象과 더불어 卵巢가 극히 위축되고 腹腔내에 침전물이 충만되는등 심한 중독현상을 일으키고 鷄舍當 매일 약 80%에 달하던 産卵率이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하여 약 10일이 경과한 무렵부터는 30%이하로 떨어져 養鷄의 경제성이 완전히 상실되어 끝내는 모두 廢鷄處分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비록 위 飼料에 어떠한 불순물이 함유 되어있고 또 그것이 어떤 화학적 영양 내지는 생리적 작용을 하여 이렇게 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 飼料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어 製造過程에 過失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原告가 飼育하던 닭들이 위와 같은 현상을 초래하게된 것이라는 因果關係는 立證되었다 할 것이다.
一.
이 判決은 生産責任者에 관한 大法院의 判決로서 이해되고 있다. 生産者責任이란 缺陷있는 製品이 流通過程에 投入되므로써 消費者에게 人的 또는 物的損害를 발생케 한 경우에 그 物件을 製造한 生産者에 대하여 묻는 責任을 말한다.
本件 事案에 있어서 原告와 被告 사이에는 飼料를 目的物로하는 賣買契約과 飼料의 品質에 대한 保證이 전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被告에게 契約責任 (積極的債權侵害로 인한 責任 또는 保證責任) 을 묻지 아니하고 不法行爲責任을 인정하고 있다. 이와같은 大法院의 태도는 生産者責任에대한外國의判例〈西獨:특히BGHZ51년9월1일(Huehnerpesturteil) :日本 특히 岐阜地裁大垣地判 昭48年12月27日 (判例タイムズ307號87面) 卵豆腐事件) :福岡地判昭52年10月5日 (判例時報866號21面) カミ油事件) 와 그 責任原因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判例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생각된다.
二.
이 判決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因果關係및 過失의 立證責任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製造物인 飼料의 不純物 (缺陷) 로 인하여 原告에게 損害가 발생되었다는 因果關係에 대해서 大法院은 原審의 判決을 그대로 받아들여 情況證據 내지 間接事實에 의존하고 있다. 원래 生産者責任의 因果關係를 따지는데 있어서는 缺陷의 존재, 그 缺陷이 生産者의 支配, 組織領域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二缺陷과 損害와의 因果關係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原審이나 大法院은 다 같이 이에 대한 直接證據없이 情況證據 내지는 間接事實에 의하고 있다.
즉 「飼料에 어떠한 不純物이 함유되어 있고 또 그것이 어떤 化學的 營養學的 내지는 生理的作用을 하여 이를 飼料로 한 닭들이 위와같은 卵巢狹着症을 일으키게되고 産卵率을 급격히 현저하게 저하케 한 것인지는 이사건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鑑定人이 「그간 原告가 보관하고 있던 위 配合飼料와 基礎飼料로서 飼養試驗을한 결과 原告의 養鷄場에서 나타난 바와 똑같은 試驗結果를 보였고 그즈음 같은 養鷄業者인 訴外… 數名도 被告工場으로 부터 購入한 配合飼料와 基礎飼料를 닭들에 給食한 결과 같은 현상을 나타내어 결국 廢鷄處分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아울러 原告의 給食方法이나 鷄舍管理 또는 飼料保管에 어떤 異常이 없었다」는 사실을 因果關係의 기초로 삼고있다. 그러므로 缺陷의 존재, 그 缺陷이 生産者의 組織支配領域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그 결함과 損害와의 因果關係가 모두 情況證據에 의존하고 있다. 大法院은 위와같은 間接事實을 근거로 하여 「적어도 그飼料에 어떤 不純物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어 … 原告가 飼育하던 닭들이 위와같은 현상을 초래하게된 것이라는 이른바 因果關係는 立證되었다 할 것이므로」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大法院은 民法제750조를 적용함에 있어 因果關係의 立證責任이 被害者인 原告側에있다는 原則을 전제로 하면서 原告는 情況證據내지 間接事實에 의하여 因果關係를 立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것 같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原告의 表見證明 (一般的經驗을 토대로 하는 定型的 事實經過) 내지 徵表證明 (高度의 蓋然性證明) 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이 件의 情況證明은 表見證明이라기 보다 徵表證明이라고 하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不純物이 含有된 飼料의 給食과 産卵率의 저하및 卵巢狹着症 사이에는 一般的 經驗則이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꺼꾸로 産卵率의 저하및 卵巢狹着症으로 부터 飼料의 缺陷을 導出한다는 것은 반드시 정당하지 않기때문이다. 「上告理由」 대법원 판결집 제25권1집 1977) P. 26참고). 表見證明이나 徵表證明은 다같이 證據法上의 一般原則에 의하여 立證責任이 있는 자에게 중요사실에 관한 蓋然性이 그에게 有利하게 존재할경우에는 일정한 狀況이 立證된 것으로 봄으로써 그에게 證明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表見證明이나 徵表證明은 어디까지나 蓋然性에 의한 證明이기 때문에 相對方이 그 蓋然性과는 다른 眞實된 구체적 事實을 입증하면 그 證明은 顚覆될 가능성이 있다. 表見證明이나 徵表證明을 인정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立證責任을 轉換 (Beweislastumkehr)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立證責任의 轉換이라함은 원래 立證責任을 부담하는 자의 相對方에게 그 責任이 移轉하는 것을 말하므로 立證責任의 所在가 달라지는것을 의미하며 表見證明이나 徵表證明을 전제로 하는것은 아니다. 예컨대 民法 제756조의 使用者의 免責立證, 第758조의 工作物占有者의 免責立證, 第759條의 動物占有者의 免責立證등이 그것이다.
表見證明 내지 徵表證明, 사실상의 推定, 立證責任의 轉換등은 法律에 明文의 規定이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할것이지만, 立證責任의 基本的인 理念은 衡平에 있으며 立證責任의 配分은 利益較量에 입각하여 행하여지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生産者責任, 醫療過誤責任등에 있어서는 利益較量에 의한 立證責任의 配分이 더욱 진지하게 다루어 지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말하면 一般不法行爲에 있어서는 被害者가 因果關係에 대한 立證責任을 부담한다고 할 수있지만 缺陷있는 製品으로 인하여 第3者 (被害者) 가 損害를 입었을 때에는 表見證明 또는 徵表證明이 인정되거나 立證責任이 轉換된다는 形式的論理構成에 앞서서 立證責任의 配分規準은 實質的 觀點에서 再檢討되지 않으면 안된다.
즉 不法行爲에 있어서 加害行爲의 態樣 또는 종류 여하에 따라 누가 因果關係를 立證해야 할것인가 하는 것은 當事者 사이의 衡平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생각할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立證責任의 所在와 立證責任의 轉換의 論理는 이를 實質的觀點에서 보면 立證責任의 配分規準에 관한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立證責任의 規準이 되는 要素로서는 첫째 證據와의 距離, 둘째 立證의 難易, 셋째, 信義則등이 중요시될 것이다. (石田穰, 民法と 民事訴訟法の交錯, 1979년9월9인.)
獨逸의 判例에 의하면 生産者 責任에 있어서 立證責任의 配分規準으로 危險領域 (Gefahrenbereich) 이라는 要素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BGHZ5I, 91), 危險領域이라 함은 어떤 사람이 자유로 處分할 수 있는 法的 事實的手段에 의하여 사실상 支配可能한 生活領域을 말한다. 危險領域에 의하여 立證責任을 配分하는 根據로는 첫째 被害者가 加害者 (生産者) 의 危險領域내에서 발생된 일을 立證하기 곤란하다는 점, 둘째 이에 반하여 加害者는 자신의 危險領域 내에서 발생된 사건에 대한 證據에 가까이 있으므로 立證이 보다 용이하며, 셋째 加害者로 하여금 자신의 危險領域내에서 발생된 事件을 立證하로록 하는 것이 損害發生의 防止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危險領域의 槪念과 이 規準에 의한 立證責任配分의 範圍에 관하여는 論難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危險領域에 의한 立證責任의 配分은 오늘날 많은 支持를 받고있다.
위 判決은 狀況證據 내지 間接事實에 의하여 「因果關係는 立證되었다 할 것이므로」라고만 말하고 있는데 立證責任의 配分에 관하여 어떠한 입장에 서 있는지는 명확하지가 않다.
즉, 表見證據의 法理, 또는 事實上의 推定法理 (鄭萬朝, 過失에 基한 製造物責任과 그證明問題, 民事判例硏究 (1) 1979, P173참고) 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立證責任이 轉換되므로써 被告가 反證을 통하여 因果關係를 뒤집을수 없는한 이를 확정케 한 이유가 立證責任分配의 規準및 그 根據와 관련해서 설명되고 있지 않은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三.
本件에서 大法院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사료에 어떤 불순물이 함유된 것이 틀림없어 제조과정에 過失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사육하던 닭들이 위와같은 현상을 초래하게 된것이라는 이른바 인과관계는 입증되었다 할것이므로」라고 判示하고 있다. 여기에는 過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이 문제가 되거나 의문이다.
①事實의 時間的經過로 보아서는 被告의 過失있는 行爲가 先行하고 그로 인하여 原告의 損害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할수있으나 不法行爲의 責任要件을 理論的으로 분석하고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우선 因果關係가 확인된 후에 비로서 過失의 存否를 따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②因果關係는 間接事實에 의하여 판단될수 있을지몰라도 過失에 대하여는 被告의 注意義務 (判例는 過失을 行爲者의 注意義務라고 판단하고 있음) 와 관련하여 판단했어야 하지않았나 생각된다. ③被告의 過失은 間接事實에 의하여 推定되었다고 보여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확실하지가 않다.
①②③은 연관된 문제이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전체적으로 간단히 언급한다. 原告가 被告에 의하여 製造된 飼料를 그의 닭들에게 먹일무렵 다른 養鷄業者들도 같은 飼料를 먹여 동일한 損害를 본 事實 또는 原告가 아직 보관중이던 被告製造의 위 飼料로 다른 닭들에게 飼養試驗을 한결과 닭들이 같은 현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因果關係를 인정할수 있는 情況證據는될될수있으나 이러한 情況證據가 곧바로 被告의 過失을 인정하거나 推定할 수 있는 證據가 된다고는 볼수없다 (예컨대 設計上의 缺陷(Konstruktionsfehler)의 경우에는 設計가 잘못됐다는 事實로 부터 過失을 推定할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本件에 있어서 飼料製造와 관련하여 飼料의 成分上의 配合에 잘못이있다는 문제가 審理의 대상이되고있지 않는한 이러한 論議는 행해질수없다). 이와같이 過失의 立證은 因果關係의 立證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過失에 대한 表見證明 또는 推定에 의하여 실질적인 立證責任의 轉換을 정당화하면 별도의 根據가 제시되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飼料製造業은 人 또는 物件 (動物을 포함하여) 에 대하여 損害를 줄 수 있는 危險性이 존재한다는 根據에서 生産者에게는 처음부터 高度의 注意義務가 요청되며 製品에 缺陷이 있을 때에는 生産者의過失이 推定된다거나 또는 製品의 缺陷은 被告 (生産者) 의 危險領域에서발생된 것이므로 이에 대한 過失의 立證은 그 領域에 가까운 피고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등의 根據를 제시하는것이 좋았을 것이다.
四.
이 事件에서 原告와被告 사이에는 직접적인 契約關係가 있으므로 積極的債權侵害로 인한 契約責任을 물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獨逸判例 BGHZ JuS 1972537f. 참고) 不法行爲責任을 인정한 것은 法院이 生産者責任에 대하여 不法行爲法에 의해서 판단하고 있음을 짐작하게된다. 그러나 이와같은 특수한 不法行爲의 類型에 있어서 大法院이 立證責任의 配分에 관한 基本的態度를 명백히 밝히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