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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 후 처분된 부동산 신권리자의 채권자가 신청한 경매와 가압류 말소
1. 사실관계 1) 소외인 외 43인(=가압류채권자, 이하 ‘소외 1 등’)은 1995년2월22일 우경건설(주)(=구 소유자) 소유의 부산 서구 암남동 614-5 대 1,564㎡ 중 1,509/ 1,564 지분(이하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가압류(=이 사건 가압류)하였다. 2) 그 후 우경건설은 그 지상에 집합건물을 신축하여 1995년 3월2일 각 세대별로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를 하였고, 각 세대의 등기부상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 부분에는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별도 등기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3) 위 집합건물 중 305호, 1501호, 2001호(이하 ‘계쟁세대’)에 관하여 제3자(=신 소유자)들이 분양을 받아 각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원고들은 위 제3자들의 각 채권자에 의한 강제 및 임의경매절차(이하 ‘이전 각 경매절차’)에서 계쟁세대를 직접 낙찰받거나 낙찰자들로부터 전득하였다. 4) 이전 각 경매절차에서 소외 1 등은 배당을 받을 채권자로 인정되지 아니하여 배당절차에서 배제되었고, 또한 위 각 집행법원은 계쟁세대 각 건물 및 대지권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와 경매절차에 의하여 소멸되는 권리들에 대한 말소등기를 촉탁하면서 이 사건 가압류등기에 대해서는 말소촉탁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하였다. 5) 그 후, 가압류채권자인 소외 1 등이 신청한 강제경매절차(이하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피고가 2001년 7월20일 계쟁세대 각 대지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대지 중 50,948/1,564,000 중 4,222/ 8,700 지분을 낙찰받아 같은 해 8월2일 지분이전등기를 마쳤고, 이에 따라 계쟁세대의 각 대지권은 말소되었다. 6) 이러한 사실관계 하에서, 원고들(=신 소유자들의 채권자가 신청한 경매절차에서 계쟁세대를 낙찰받은 자)은 피고(=이 사건 대지의 가압류채권자인 소외 1 등이 신청한 경매절차에서 계쟁세대 각 대지지분을 포함한 대지지분을 낙찰받은 자)를 상대로 피고 명의의 지분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것이다. 2. 원심법원의 판단 집합건물 중 개별 구분건물에 대하여 진행된 경매절차에서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 전체에 대하여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되어 있는 경우, 낙찰자에게 선순위 부담을 인수하도록 하는 특별매각조건을 정한 바 없다면 선순위가압류등기는 낙찰자가 인수하지 않는 부동산의 부담이 되고, 그 경매절차에서 매수대금이 지급되면 가압류채권자가 실제 배당을 받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선순위가압류등기 중 해당 구분건물의 대지권 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은 말소되어야 하는 바, 말소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가압류채권 등에 의하여 진행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피고가 원고들의 각 대지지분을 포함한 대지를 경락받고 지분이전등기를 마쳤다면 이 중 원고들의 대지지분에 관한 부분은 효력이 없다(=원고들의 말소청구 인용). 3. 대상판결의 요지 부동산에 대한 선순위가압류등기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되고 그 후 제3취득자의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하여 매각된 경우, 가압류채권자는 그 매각절차에서 당해 가압류목적물의 매각대금 중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을 한도로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종전 소유자를 채무자로 한 가압류등기는 말소촉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집행법원이 종전 소유자를 채무자로 하는 가압류등기의 부담을 매수인이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 가압류채권자를 배당절차에서 배제하고 매각절차를 진행시킬 수도 있으며, 이와 같이 매수인이 위 가압류등기의 부담을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매각절차를 진행시킨 경우에는 위 가압류의 효력이 소멸하지 아니하므로 집행법원의 말소촉탁이 될 수 없다(=파기환송). 4. 검토의견 1) 생각건대 위 사안을 소제주의냐 인수주의냐의 문제로 보는 것(이규진, 부동산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한 경우 선순위가압류등기가 말소촉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 판례해설 제67호)은 부적절하다 할 것이다. 오히려 위 사안은 집합건물법 제20조 제1항의 종속적 일체불가분성, 제2항의 분리처분금지적 일체불가분성의 적용범위에 관한 문제 또는 가압류의 개별상대효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즉, 이전 각 경매절차에서 대지권까지 포함하여 감정평가를 실시한 다음 이를 기초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 하더라도(이규진, 전게논문 제726면에 의하면 증거로 제출된 계쟁세대 낙찰허가결정에 의하면 ‘부동산의 표시’란에 전유부분 및 해당 대지권이 모두 표시된 상태로 낙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경매절차에서 대지권의 가격까지 포함하여 경매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유로써 선행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고, 이는 가압류의 개별상대효의 해석상 당연한 것이다. 3) 먼저 민사집행법을 본다. 민사집행법 제91조는 매각으로 소멸되는 저당권 등에 대항할 수 없는 지상권 등은 매각으로 소멸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소제주의의 입장에 서 있다. 가압류등기는 어느 경우에나 항상 말소의 대상이 되는 바 압류채권자에 우선하는 가압류등기는 매각대금으로부터 공탁에 의한 배당을 받을 수 있으므로 소멸하고(동법 제148조 제3호), 압류의 효력 발생 후의 가압류등기는 낙찰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소멸한다(이규진, 전게논문 731면). 4)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에 관하여 종전 법원실무제요는 낙찰자가 가압류의 부담을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신판 법원실무제요는 말소긍정·배당설의 입장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종전 실무에서도 말소긍정·배당설에 따라 처리하는 예가 많았고,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경매절차를 간명하게 하는 것이 되어 실무상 우세한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한다. 5) 대상판결의 참조판례로 소개되고 있는 대법원 2006년 7월28일 선고 2006다19986 판결은 말소긍정·배당설의 입장에서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집행 후 가압류목적물의 소유권이 제3자에게 이전된 경우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것은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의 한도 안에서 가압류목적물의 교환가치이고, 위와 같은 처분금지적 효력은 가압류채권자와 제3취득자 사이에서만 있는 것이므로 제3취득자의 채권자가 신청한 경매절차에서 매각 및 경락인이 취득하게 되는 대상은 가압류목적물 전체라고 할 것이지만,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매각대금 부분은 가압류채권자가 우선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제3취득자의 채권자들은 이를 수인하여야 하므로, 가압류채권자는 그 매각절차에서 당해 가압류목적물의 매각대금에서 가압류결정 당시의 청구금액을 한도로 하여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제3취득자의 채권자는 위 매각대금 중 가압류의 처분금지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의 금액에 대해서는 배당을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6) 요컨대, 가압류집행 후 소유권의 변동이 있더라도 말소긍정·배당설에 따라 가압류는 언제나 말소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면 족하다 할 것이다. 다만, 이렇게 보더라도 다른 이유로 선행가압류가 말소되지 않을 수는 있다고 해야 한다. 본건의 경우와 같이 선행가압류의 개별상대효의 해석상 부득이한 경우가 그러하다 할 것이다. 7)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계쟁세대를 경매로 취득한 ‘이전 각 경매절차’에서, 경매법원 및 경매에 참여한 당사자들은 각 계쟁세대의 전유부분과 그 대지권을 경매의 목적물로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의 입장에서는,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개시결정과 압류의 효력이 당연히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사용권에도 미치고(대법원 1997. 6.10.자 97마814 결정),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 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할 것(대법원 2001. 9.4. 선고 2001다22604 판결)으로 기대하면서 경매절차에 임하였을 것이다. 8) 그러나, 이러한 당사자들의 처분행위는 선행가압류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개별상대효의 결론이다. 즉, 선행가압류는 1995년 2월22일에 이루어진 반면, 이 사건 각 세대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는 1995년 3월2일에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각 세대의 등기부상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표시’ 부분에는 ‘이 사건 대지에 관하여 별도 등기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계쟁세대를 경락받으려는 자로서는 대지권의 목적인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함으로써 선행가압류가 집행된 사실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그에게 불측의 손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경매법원이 선행 이 사건 계쟁세대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대지에 관한 가압류를 말소하지 아니한 것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9) 문제는 애초에 분양자(또는 이 사건 집합건물의 건축주)가 각 세대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 및 대지권등기를 할 무렵, 집합건물이 존재하는 지상토지에 대한 가압류 또는 근저당권 등을 해소하지 아니한 데 있다. 분양자는 수분양자들로부터 받은 분양대금을 토지매입대금 및 건축공사대금의 변제에 사용하여야 하는 것인데, 어떠한 사유로 토지에 대한 가압류 또는 담보물권 등을 풀지 못한 채 분양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후 토지에 대한 가압류권자 또는 저당권자가 경매에 나아가게 되면 수분양자는 이른바 ‘대지사용권을 가지지 아니한 구분소유자’로 전락할 수 있다. 5. 결론 1) 대상판결의 사안은 부동산에 대한 선행가압류 이후 소유권 변동이 있는 경우에 신소유자의 채권자가 신청한 경매절차에서 그 가압류가 말소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라기보다는 가압류의 개별상대효의 문제라고 보면 간명하다고 생각된다. 2) 이와 관련, 대법원 2008년 3월13일 선고 2005다15048 판결은 집합건물의 경매로써 대지권 성립 전부터 토지만에 관하여 별도등기로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이 소멸한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는 본건 대상판결의 논리와 배치될 뿐 아니라 근저당권이 소멸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 할 것이다.
2009-06-22
통일도메인분쟁해결정책의 구속력 인정의 한계
Ⅰ. 사실관계 1. 피고와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의 서비스표 피고는 프랑스에 660여개의 지점을 두고 개인 및 기업금융, 투자은행업, 자산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인바,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전세계 여러 나라에 ‘CCF’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다수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도 1989. 8. 31. ‘CCF’ 표장을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소외 에이치에스비씨홀딩스피엘씨(HSBC Holdings Plc., 이하 ‘소외 회사’)는 HSBC 금융그룹의 지주회사로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약 7,000개의 지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HSBC’는 지주회사인 소외 회사와 소외 회사의 계열사를 표창하는 상호 및 영업표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소외 회사는 ‘HSBC’와 관련된 상표 내지 서비스표를 전 세계 수십여 개 국가에 등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1998. 12. 4. 서비스표로 등록하였다. 2. 소외 회사의 피고 인수와 원고의 도메인이름 등록 소외 회사가 피고를 인수하기로 하였다는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협정이 2000. 4. 1. 발표되었고, 이러한 사실은 그 다음날인 2000. 4. 2. 국내의 주요 일간신문에도 보도되자 원고의 남편인 A는 위 보도당일인 2000. 4. 2. 인터넷 도메인 이름 ‘ccfhsbc.com’과 ‘hsbcccf.com’을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이하 ‘ICANN’)로부터 ‘.com’등으로 끝나는 일반최상위 도메인(gTLD) 이름의 국내 등록기관으로 인증받은 한강시스템 주식회사에 등록하였고, 이후 A는 원고에게 위 각 도메인이름의 명의를 이전하였다. 피고는 2000. 7.경 소외 회사의 피고 주식 인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피고가 HSBC 그룹의 계열사가 되었다는 발표를 하였고, 2001. 3. 5.에는 소외 회사로부터 ‘HSBC’ 표장의 프랑스 내 사용권을 정식으로 허여받았다. 피고와 소외 회사는 그 통합 이전부터 ‘ccf.com’, ‘hsbc.com’을 비롯하여, ‘ccf’와 ‘hsbc’를 포함하는 다수의 도메인 이름을 각 등록하여 사용하여 왔으며, 앞서 본 2000. 4. 1.자 기업인수 발표 이후로 ccf와 hsbc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ccfhsbc.com.fr’, ‘hsbcccf.com.fr’, ‘ccf-hsbc.com’, ‘hsbc-ccf.com’ 등의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여 두고 있다. 3.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방침(UDRP) 가. ICANN은 인터넷 도메인 이름의 등록과 사용에 관한 분쟁의 신속하고 저렴한 해결을 위하여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방침(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및 동 규칙(Rules for Uniform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Policy, 이하 ‘UDRP 규칙’)을 마련하고, 등록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채택하도록 하였으며, 이에 따라 한강시스템도 도메인이름등록약관 제1조에 위 약관에 동의한 도메인 이름 등록인은 UDRP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는 한편 위 UDRP의 한국어 번역문을 한강시스템의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는데, A와 원고는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 및 이전등록하는 과정에서 한강시스템이 마련한 위 도메인이름등록약관에 각 동의하였다. 나. 이 사건과 관련된 UDRP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UDRP 제3조(등록취소, 이전 및 변경) 등록기관은 당해 사건에 대하여 적법한 관할권이 있는 법원 또는 중재기관으로부터 명령이 있는 경우(b항), 또는 ICANN이 채택한 UDRP에 따라 진행되고 등록인이 당사자가 된 의무적 행정절차(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에서 도메인 이름의 등록취소, 이전 또는 변경 결정이 있는 경우(c항)에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취소, 이전 또는 변경한다. (2) UDRP 제4조(의무적 행정절차, Mandatory Administrative Proceeding) a항 (적용대상분쟁) :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제3자(이하 ‘신청인’이라고 한다)가 분쟁조정기관에 대하여 UDRP 규칙에 따라 다음에 열거된 사항을 이유로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에 의무적 행정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 절차에서 신청인은 다음 각 호의 세 가지 요건을 입증하여야 한다. ⅰ) 도메인 이름이 신청인에게 권리가 있는 상표 또는 서비스표와 동일하거나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 ⅱ)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이 당해 도메인 이름에 관하여 권리나 정당한 이익이 없다는 것. ⅲ) 도메인 이름이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 및 사용되고 있다는 것. 4.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둘러싼 분쟁경과 피고와 소외 회사는 2001. 7. 27. 및 8. 14. 원고에게 ‘ccfhsbc. com’과 ‘hsbcccf.com’을 이전하여 달라는 취지의 서신을 보냈으나, 원고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피고는 2001. 12. 3.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에 대한 의무적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할 권한을 부여받아, 2002. 1. 29. UDRP 및 동 규칙에 따라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의 등록자인 원고를 상대로 하여 WIPO 중재조정센터에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도록 명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의무적인 행정절차 개시신청을 하였고, 중재조정센터는 2002. 2. 27. 원고에게 피고의 신청내용과 행정절차개시의 통지를 발송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와 같은 중재조정센터의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자 이에 중재조정센터 담당 행정패널은 2002. 4. 30. 원고는 피고와 소외 회사가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위 각 도메인 이름을 등록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등록 및 사용에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 한강시스템은 위 결정 이후 2002. 5. 27. 원고에게 10일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제소하지 않으면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을 피고에게 이전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2. 6. 4.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고를 상대로 인터넷도메인사용금지 등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기각되자 이에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원심은 이 사건의 쟁점을 피고가 UDRP 제4조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이전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로 보고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등록 및 사용은 UDRP 제4조 a항 ⅰ) 내지 ⅲ)호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도메인 이름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상고를 제기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Ⅱ. 대법원의 판결의 요지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의 법적 성격 및 위 방침이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ICANN이 마련한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정책(UDRP)은 도메인이름 등록기관과 도메인이름 등록인 사이에 합의된 등록약관의 내용에 편입되어,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가진 자(제3자) 사이에 도메인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그 등록의 유지·취소·이전 등에 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려 등록행정의 적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등록기관의 행정절차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에서는 위 분쟁해결방침이 상표 등에 관한 권리와 도메인이름의 등록·사용등에 관한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므로, 제3자는 의무적 행정절차를 벗어나서 위 분쟁해결방침이 정한 요건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사용금지를 도메인이름 등록인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는 실체적 권리가 없다. 따라서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 하는 법원은 위 분쟁해결방침에 의할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판단 하여야 한다. Ⅲ. 통일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절차(UDRP)의 법원에 대한 구속력 1. 견해의 대립 먼저 ‘구속력인정설’은 UDRP를 법원의 판단에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 UDRP는 기본적으로 등록기관과 등록인 사이의 약관으로서 제3자와 등록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내용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도메인이름을 둘러싼 관계자들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등록인은 제3자와의 분쟁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UDRP를 적용할 것을 사전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제3자는 UDRP를 이용한 분쟁해결을 원하여 신청을 하면 UDRP의 적용을 승낙한 것으로 볼 수 있어, UDRP은 단지 분쟁해결절차 안에서 뿐만 아니라 법원의 심리에도 규범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 ‘구속력배제설’은 UDRP을 법원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인데, UDRP는 위 기준을 분쟁해결절차 내에서만 규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당사자가 따라야 할 분쟁해결준칙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도메인 이름 등록인으로서는 자신의 방어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있지 않아 제도적으로 불리한 UDRP 규정을 강제적 행정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을 넘어서 법원의 재판기준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소송의 상대방인 분쟁해결절차 신청인도 UDRP를 소송에 있어서 사법적 판단의 준거로 수용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일 법원이 UDRP 규정에 구속된다면 특정국가의 법원심리가 국제적인 절차인 UDRP 판정의 항소심 내지 재심의 형태가 될 수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국제사법에 따른 준거법에 의하여 도메인이름의 등록으로 인해 분쟁해결신청인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하급심 판례의 혼란 지금까지 다수의 하급심 판례는 대상판결의 원심처럼 당사자들이 다툼 없이 해당 도메인이름이 UDRP 제4조 a항 각 호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한 사안에서 UDRP의 요건충족여부를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UDRP의 구속력을 인정하여 왔다. 반면 일부 하급심판결(startv.co.kr에 관한 서울지방법원 2003.12.26. 선고 2002가합79664 판결, imbc.co.kr에 관한 서울북부지방법원 2004. 11. 11. 선고 2004가합2018, 3363 판결 등)은 비적용설의 입장에서 분쟁조정규정의 적용을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라고 바로 상표법 내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만을 판단하여 하급심의 판단기준에 일치되지 않았다. 3. 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분쟁해결정책(UDRP)은 상표권자인 피고와 도메인이름 등록인 원고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규율하는 구속력이 없으므로, 법원의 심리·판단의 대상은 위 도메인이름 등록이 위 분쟁해결방침의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위 금융회사가 자신의 상표권에 터 잡아 위 도메인이름 등록인의 도메인이름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구속력배제설의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도메인이름 등록인과 제3자 사이의 도메인이름에 관한 소송을 심리·판단하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쟁해결정책(UDRP)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적용 가능한 법률에 의하여 심리·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hpweb.com에 관한 서울고등법원 2005. 11. 8. 선고 2005나23049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판결(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5다75071 판결)에서도 거듭 확인되고 있다. Ⅳ.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도메인이름 관련 소송은 통상 ① 상표권자 등이 등록인을 상대로 등록말소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 ②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과 상관없이 상표권자 등을 상대로 등록말소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 ③ 등록인이 UDRP 판정이나 조정결정에 대응하기 위하여 분쟁해결신청인을 상대로 금지청구권의 부존재확인이나 도메인이름 이전청구를 구하는 소송 등을 상정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①과 ②의 경우 법원은 UDRP를 분쟁해결의 준거로 사용할 수 없을 것인데, ③의 경우 UDRP에 의한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앞의 유형들과 차이가 없으므로 관련 법률에 의거하여 당해 사건을 심리하는 것이 법원의 판단기준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도메인이름 관련소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UDRP이 아닌 우리나라의 상표법, 부정경쟁방지법, 인터넷주소자원에관한법률의 적용 결과에 따라 그 당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2008-09-01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
1. 머리말 헌법재판소는 2005헌라8 권한쟁의 사건에 대해서 2007년 7월 26일 재판관 7 : 1의 의견으로 권한쟁의심판에 있어서 ‘제3자 소송담당’이 허용되지 아니하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없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1인의 별개의견은 심판의 대상도 부존재하여 각하) 결정(이하 ‘위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2007년 8월13일자 법률신문의 기고에서 이덕연 교수는 ‘논증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정에 대한 학문적 비판은 헌법재판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다. 그런데 위 기고에는 헌법소송 실무에 대한 오해가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되어 그 점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펜을 들게 되었다. 2. 위 결정의 내용 (1) 대한민국 정부가 2004년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위하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사이에 쌀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국인 미국, 인도, 이집트와 사이에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대가로 위 나라들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내용의 이 사건 합의문을 작성하고도 국회의 비준동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자,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동 합의문을 국회의 동의 없이 체결·비준한 행위는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 동의권과 청구인들의 조약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2)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이 제3자 소송담당자의 지위에서 국회의 조약 체결·비준동의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하여는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과 이를 긍정해야 한다는 1인의 반대의견을 냈고,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이를 부정하였는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 부분에 대한 결정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대내적인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인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없는 것이므로,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와 같이 국회 내부적으로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발생시킬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과 사이에서는 권한침해의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청구인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 없이 조약을 체결·비준하였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3. 검 토 이덕연 교수는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에 있어 국회의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해 온 일관된 선례를 변경하는 절차 없이 당해 사건 청구인들의 청구인적격을 부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고하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이는 통상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소송법상의 능력으로서 구체적 사건과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정하여지는 점에서, 특정한 청구와 그 본안결정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인 ‘당사자적격’ 내지 ‘청구인적격’과 구별된다)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간 여러 선례, 예를 들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혹은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사건(헌재 1997. 7. 16. 96헌라2 결정, 헌재 2000. 2. 24. 99헌라1 결정; 헌재 2003. 10. 30. 2002헌라1 결정)에서 계속 인정되었으므로 국회의원의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능력을 위 결정에서 재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 결정의 쟁점은 국회의장과 같은 국회 내부기관이 아니라 국회 외부의 다른 국가기관에 의하여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과연 침해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위 결정은 국회의원의 당사자능력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에게 당사자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국회 내부관계에서 국회의원에게 인정되는 심의·표결권의 주로서의 당사자 적격이 국회 외부기관과의 쟁송에서조차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통령과 같은 대외 기관과의 쟁송에서의 그러한 당사자 적격 문제에 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아직 선례가 존재하지 아니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비로소 그에 대한 판단을 하였던 것이다. 이 문제, 즉 국회 외부의 국가기관에 의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의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다만 당해사건의 참고인들(이덕연 교수, 정태호 교수)이 서로 다른 견해를 취하였다. 국회의 조약에 대한 동의권은 비록 국회 내에서 개별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거쳐 이루어지지만, 양 권한은 그 권한의 귀속주체가 다르고, 심의·표결권의 행사는 국회의 의사를 형성하기 위한 국회 내부의 행위로서 구체적인 의안 처리와 관련하여 각 국회의원에게 부여되는데 비해, 국회의 동의권 행사는 국회가 그 의결을 통하여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의사표시로서 행해지며 대외적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권이 침해되었다고 해서 동시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 결국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은 국회의 내부 관계에서 행사되고 침해될 수 있을 뿐 다른 국가기관과의 대외적 관계에서는 침해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심의·표결권 침해를 이유로 대통령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권한침해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교수께서는 자유위임의 법리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는 헌법규정에 근거하여 조약에 대한 국회의원의 통제권을 권한쟁의의 방법으로 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한 헌법적 열정과 사법적극주의적 관점은 경청할만한 것이나, 소송법적으로 어떤 경우에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지 않은 ‘소권(訴權)’을 판례로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은 그러한 헌법규범의 해석만으로 바로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과 법률이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하며, 나름대로의 사법적극주의만으로 청구인적격 판단을 함부로 행할 수 없다. 국회의 다수의사와 배치될 수 있고, 헌법재판소와 또 다른 권력분립의 한 축에 있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제3자의 소송담당’ 역시 헌법과 법률의 명문 규정이 없이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적극적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이 위 결정의 취지라고 생각한다.
2007-08-27
空선하증권의 효력
I. 사실관계 가. 원고는 소외 甲으로부터 甲과 브라질 소재 乙과의 섬유원단 수출거래에 대한 수출신용보증의 인수를 요청받고 이를 승낙하여 2000. 1. 4. 신용보증서를 발급하였다. 나. 甲은 사실상 乙과의 사이에 섬유원단수출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음에도 乙에게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선하증권 등의 선적서류들을 구비한 후 2000. 6. 10. 丙은행에 수출환어음의 매입을 신청하였고 위 은행은 원고가 발행한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환어음과 선적서류를 매입함으로써 甲에게 미화 98,430달러를 대출하였다. 다. 한편 피고는 甲과 해상운송주선계약을 맺고 甲으로부터 원단이 적입되었다는 봉인 컨테이너를 수령한 뒤 2000. 6. 9. 甲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다음의 화물이 실렸다고 들었음(said to contain)”이라고 하는 소위 부지문언이 부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피고가 甲으로부터 수령한 컨테이너에는 이 사건 원단이 적입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위 컨테이너가 2000. 6. 9. 산토스(Santos)호에 선적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위 컨테이너는 실제로는 2000. 6. 24. 라 보니타(La Bonita)호에 선적되었다. 라. 한편 丙은행은 위와 같이 매입한 환어음을 추심하고자 하였으나 乙로부터 섬유원단수출계약이 체결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서류를 반송받자 2000. 9. 23. 신용보증서에 기해 원고에게 위 미화 98,430달러의 상환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丙은행에 위 금원 중 일부를 지급한 뒤 동 은행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II. 소송의 경과 및 대법원 판결 요지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에 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 없는 경우에 부지문언을 부기하여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은 허위의 선하증권을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항소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법원의 판시 이유를 그대로 원용하는 외에 추가로, 선하증권 상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이 실제의 선적일자와 선박 이름과 달라 피고가 발행한 선하증권이 허위의 선하증권이라고 하더라도 乙이 환어음의 지급을 거절한 것은 乙과 甲과의 사이에 계약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피고의 허위 선하증권 발행과 원고의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 판결에 대해 원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1) 선하증권은 운송물의 인도청구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인바, 이는 운송계약에 기하여 작성되는 유인증권으로 상법은 운송인이 송하인으로부터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고 있는 것을 유효한 선하증권 성립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으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는데도 발행된 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의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 선하증권의 소지인은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丙은행이 비록 수출환어음과 함께 선하증권을 매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선하증권이 운송물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으로 무효인 경우, 은행이 선하증권의 소지인으로서 입은 손해는 반드시 그 수출환어음의 지급거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선하증권이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됨으로써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은 운송품을 수령하지 않고 발행된 선하증권을 취득한 소지인의 손해에 관해서도 더 심리겿풔洑臼㈍?할 것인데도 이 점에 관하여 심리겿풔洑舊?아니한 채 이 사건 선하증권의 사실과 다른 선적일과 선박명의 기재는 丙은행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위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다. III. 평석 1. 문제의 제기 1991년 개정 전의 우리 舊상법은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화물상환증의 문언증권성에 관한 상법 제131조를 준용하고 있었다(舊상법 제820조). 이러한 舊상법하에서의 空선하증권의 효력과 관련하여 空화물상환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요인증권성설), 문언증권성을 강조하는 견해(문언증권성설), 그리고 절충설의 대립이 있었으며 판례는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공선하증권이 무효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2. 9. 14. 80다1325판결). 그런데 1991년 해상법을 개정하면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에 관하여 상법 제131조의 준용규정을 폐지하고 헤이그 비스비 규칙의 내용을 수용하여 제814조의 2를 신설하였다. 이러한 현행 상법하에서 선하증권의 채권적 효력이 舊상법 시대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으며 현행 상법하에서 空선하증권이 어떠한 효력을 가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 점을 다룬 최초의 판결이다. 2. 현행 상법의 해석론 가. 선하증권 기재의 추정적 효력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제814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서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운송인이 그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추정적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운송인이 선하증권에 기재된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운송물의 외관 상태이다. 따라서 운송인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도 알 수 없는 운송물의 품질이나 밀봉된 컨테이너 내부의 운송물의 상세에 관하여는 추정적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또한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에 운송물을 수령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운송인은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 선하증권 기재의 확정적 효력 한편 현행 상법 제814조의 2 단서는 “그러나 운송인은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므로 운송인은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에 대하여 반대의 증거를 들어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였음을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선하증권의 기재가 확정적 효력을 갖는다. 통설은 현행 상법이 舊상법에 비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한 것으로 본다(소수설 있음). 이러한 통설에 의할 때 空선하증권의 경우에도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에 따라 운송인은 선의의 선하증권 소지인에 대하여 空선하증권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물을 인도할 채무를 부담하며 이를 이행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한편 현행 상법상 운송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 선의의 소지인 측에서 선하증권의 기재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경우 선의의 소지인은 空선하증권임을 들어 동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송인에게 空선하증권을 발행한 데 대해 귀책사유가 있으면 소지인은 운송인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상법상 운송인은 불법행위책임에 관하여도 채무불이행 책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상법 제789조의 3 제1항), 소지인으로서는 구태여 운송인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실익이 없다할 것이다. 3. 대법원 판례의 검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하지 아니하고 발행된 空선하증권은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목적물에 흠결이 있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설시는 舊상법 시대에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하여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1982. 9. 14. 선고 80다1325 판결과 동일한 취지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현행 상법은 제814조의 2 본문에서 선하증권의 추정적 효력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악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일응 空선하증권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효력을 가지며 운송인이 운송물이 수령 또는 선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여야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는 것이다. 또한 운송인은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는 대항하지 못하므로 空선하증권의 경우 비록 선하증권으로서의 원인과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의의 제3자가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이 사건에서 空선하증권의 소지인의 권리를 대위하는 원고가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따른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원고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은 만연히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에 비추어 볼 때 空선하증권이 무효이고 이러한 경우 소지인은 운송인에 대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할 것이 아니라, 현행 상법의 입장을 반영하여 空선하증권은 원칙적으로 선의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 유효이나 선의의 제3자 측에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한 뒤 이 사건에서는 선의의 제3자인 원고가 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空선하증권이 무효로 된다고 판시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더구나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설시하는 판시내용이 舊상법 시대의 요인증권성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의 판시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치 대법원이 현행 상법하에서도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도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닌가하고 오해할 여지를 만든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IV. 맺음말 현행 상법은 헤이그 비스비 규칙에 따라 선하증권 기재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규정을 개정하였다.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수용한 영국과 일본에서는 선의의 소지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인은 空선하증권이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 상법의 해석으로도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空선하증권의 효력을 둘러싸고 발생했던 舊상법 시대의 학설 대립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空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舊상법 시대의 대법원 판례도 현행 상법 하에서는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현행 상법의 규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선하증권의 요인증권성을 강조하며 空선하증권이 무효라고 판시한 것은 마치 대법원이 舊상법 시대와 마찬가지로 요인증권성설에 따라 空선하증권이 당연히 무효라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다. 따라서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현행 상법 제814조의 2에 의할 때 원칙적으로 空선하증권은 유효이나 이 사건의 경우 소지인 측에서 空선하증권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선하증권이 무효로 되었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한국해법학회지 제29권 제1호(2007. 4.)에 실린 필자의 “공선하증권의 효력”이라는 논문 중 일부를 발췌해 정리한 것임.
2007-07-09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건물공사 중 건축주가 변경된 경우 건물 소유권의 원시취득 시기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2007-02-22
목적 토지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시효취득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
1. 사실관계 1) 원고가 피고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1995년 2월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그 후 1996년 2월에 피고는 자신이 A(농업협동조합)에 대해 현재 및 장차 부담하는 채무의 담보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A 앞으로 채권최고액 6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2) A가 2000년 11월 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2001년 9월에 낙찰허가결정이 있었다. 원고는 이 결정에 즉시항고하면서 A를 피공탁자로 하여 5,200여만 원을 변제공탁하였다. 그 후 원고는 다시 A에게 500여만 원을 지급했고, 그러자 A는 2002년 3월 임의경매신청을 취소하고, 나아가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했다. 3) 원고는 이 사건에서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위와 같이 A에 대한 피고의 채무금 합계 5,700여만 원을 대위변제했다는 이유로 그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다(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그 목적물상의 근저당권 등 물적 부담도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므로 원고가 A에게 변제한 것은 피고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어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2. 판결취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소유자는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기까지는 소유자로서 그 토지에 관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 이 경우 시효취득자로서는 원소유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이 이루어진 그 토지의 사실상 혹은 법률상 현상 그대로의 상태에서 등기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따라서 시효취득자가 원소유자에 의하여 그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시효취득자가 용인하여야 할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할 것이니, 그 변제액 상당에 대하여 원소유자에게 대위변제를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점선은 인용자가 생략한 부분을 가리킨다). 3. 평석 1)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위 판결취지에 찬성할 수 없다. 시효취득자가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설정된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문제되나, 통상의 저당권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겠다)에 대하여 그 부담을 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물적 부담의 차원에서 그러할 뿐이다. 시효취득자 또는 소유권 취득 전의 시효완성점유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원래의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2) 취득시효(이하에서는 부동산소유권의 장기취득시효, 즉 민법 제245조 제1항에서 정하는 취득시효만을 문제 삼기로 한다)가 완성되었으나 아직 그 점유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이하에서 등기라고 하면 소유권이전등기만을 말한다)가 경료 되지 않은 상태, 즉 점유자가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그러한 상태의 점유자를 이하에서는 시효완성점유자라고 한다)에서,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목적물에 대한 저당권의 설정 기타 부담설정행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나중에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은 시효취득자는 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상태로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시효취득자는 등기가 행해진 때 목적물을 취득하므로(민법 제245조 제1항), 취득시효로 인한 권리변동이 원시취득이라고 하는 통상적인 설명을 밀고 나간다면, 등기 당시에 목적물에 존재하던 부담은 모두 소멸한다고 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고한 판례준칙에 의하면, 취득시효의 완성 전에 소유권 양도가 있었던 경우와는 달리, 취득시효 완성 후 원래의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양도하였으면 그 양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시효완성점유자는 이제 그 적법한 양수인에 대하여 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함은 주지하는 대로이다. 그렇다면 이때 소유자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라 저당권의 설정과 같은 부담설정의 처분행위(이하에서는 저당권 설정의 경우만을 논의한다)를 했으면 어떤가? 위와 같은 판례준칙을 전제로 하는 한, 역시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에 좇아 그 저당권 설정은 유효하고, 시효취득자는 저당권의 부담이 있는 채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미 大判 91.2.26, 90누5375(集 39-1, 특503)가 시효완성 후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가 행해진 경우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를 밝힌 바 있고, 大判 99.7.9, 97다53632(공보 하, 1567)도 시효완성 후 목적물이 소유자에 의하여 사실적으로 변경된 경우(한편 이와 관련하여 大判 2005.3.25, 2004다23899등(공보 상, 662)이 시효완성점유자가 점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는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음은 주의를 요한다)에 대해서도 동일한 뜻으로 판시했다. 물론 민법 제247조 제1항은 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한다고 정하지만, 이는 시효취득자의 점유가 소급하여 적법한 것이 된다는 등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시효완성 후 종래의 소유자가 한 처분의 효력을 반드시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 3) 그러나 이상은 어디까지나 물적인 부담에 관한 것이고, 그와 관련되는 채권적 법률관계까지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즉 시효취득자에게 소유권 취득이라는 물적 관계에 부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지울지언정, 그 피담보채무의 인적 관계까지 그에게 돌릴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저당권의 부담과 그 피담보채무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귀속하는 예를 무엇보다도 물상보증의 경우 또는 담보물의 제3취득자의 경우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종래의 소유자가 시효완성 후 등기가 넘어가기 전에 -자기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다른 제3자의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시효취득자는 물상보증 등에서와 같이 단지 물적 부담만을 지는 것이고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므로 시효취득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했다면, 이는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채무자에 대하여 당연히 구상할 수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4) 대상판결도 시효취득자 또는 시효완성점유자가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된다고는 말하지 않으며, 다만 시효취득자의 변제가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구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의 변제를 한 사람이 타인에게 그 출연에 관하여 구상할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는 실질적인 관점에서 그 채무가 종국적으로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에 달려 있고, 그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타인과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그 타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위탁받은 사람이 그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 그 변제는 자신의 위임사무처리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그는 위임인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민법 제688조). 또 연대채무자 중 1인이 변제를 하는 것은 자신의 연대채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고, 보증인의 변제는 자신의 보증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서, 각기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경우에 그 변제로 인한 구상권이 발생함은 법에 명문으로 정하여져 있는 바이다(민법 제425조, 제441조 이하).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사무관리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사무관리가 구상권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닌 것이다. 5) 다른 한편 “자기 소유의 물건에 존재하는 물적 부담을 제거하고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자는 구상권을 가진다. 앞의 4)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도 구상권이 인정되거늘, 하물며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구상권이 발생함에는 이론이 없는 바이다(물론 그 발생원인은 다양하고, 또 증여의 의사로 변제한 경우는 예외이다). 우선 민법 제341조가 질권과 관련하여 물상보증인의 구상권을 명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민법 제370조에 의하여 저당권에 준용된다. 나아가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담보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에도 의문이 없다. 물론 민법 제341조가 제3취득자에게 준용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그것은 그 구상권의 내용을 同條에서 말하는 대로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일 뿐, 구상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효취득자가 2)에서 본 바와 같이 저당권의 부담을 안게 된 경우를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그 전에 우연히 제3자에 의하여 시효취득되었고 그 피담보채무의 변제가 시효취득자에 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해서 채무자가 구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무런 出捐 없이 자신의 채무로부터 해방되는 불의의 이득을 얻게 되어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6)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아직 등기를 얻지 아니한 상태의 원고가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구상권의 문제에 관한 한 시효완성점유자가 장차 취득할 목적물에 존재하는 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를 시효취득자가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두 경우 모두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점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효취득자와 마찬가지로 시효완성점유자도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같이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타인의 채무를 그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도 변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469조 참조).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 변제로써 저당권이라는 물적 부담, 특히 그 실행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한편 대상판결은 참조판결로 大判 91.2.26, 90누5375; 大判 95.7.11, 94다4509, 大判 99.7.9, 97다53632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 판례는 모두 시효완성점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법률적·사실적 처분 그 자체의 효력 유무 또는 그 처분으로 그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것이다(그들 중 大判 91.2.26.와 大判 99.7.9.에 대해서는 앞의 2)에서 살펴본 바 있다). 이들은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던 채권적 법률관계의 귀추에 대한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시효 완성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시효취득점유자에 의하여 변제된 사안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제 판례는 이 사건에서 사건 해결의 결론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쟁점에 대하여 선례적 의미가 없다.
2006-07-10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1. 사실관계 가. 시설대여(리스)회사인 A리스 주식회사(이하 ‘A리스’라고 한다, 1999. 11. 6. 원고 회사에 합병됨)는 소외 B자동차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구매하여 1995. 8. 25. 소외 주식회사 해당(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에 대여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A리스와 소외 회사는 위 1995. 8. 25.자 계약체결시 대여시설이용자인 소외 회사는 자기의 책임과 비용으로 관련 법령에 의거 자동차를 등록하고, 관할관청의 검사 등 행정지시를 철저히 이행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자동차가 항상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지ㆍ관리하여야 하고, 위 자동차에 대한 소유권은 그 등록명의가 소외 회사일 경우에도 A리스에게 있다고 약정하였다. 다. A리스는 1995. 8. 31. 소유자 명의를 소외 회사로 하여 이 사건자동차에 관한 등록을 하였다. 라. 한편, 피고는 소외 회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 98카합4878호로 자동차가압류결정을 받아 그결정정본에 기하여 1998. 5. 19. 이 사건 자동차에 관하여 가압류집행을 하였다. 2. 대법원 판례의 요지 특정 물건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게 남겨두고 시설이용자에게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담보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설대여(리스)의 특성과 시설대여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의 입법취지를 염두에 두고 같은 법 제13조의2 제1항, 제13조의3 제1항, 제13조의4, 자동차관리법 제6조, 제8조 제1항, 자동차등록령 제18조의 각 조항들을 종합해 보면, 차량의 시설대여의 경우에도 대여 차량의 소유권은 시설대여회사에 유보돼 있음을 전제로 하고, 다만 현실적경제적 필요에 따라 차량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행정상의 의무와 사고발생시의 손해배상책임은 시설대여이용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면서 그 편의를 위해 차량등록을 소유자인 시설대여회사 아닌 시설대여이용자 명의로 할 수 있도록 자동차관리법에 대한 특례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구 시설대여업법(1997. 8. 28. 법률 제5374호 여신전문금융업법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3조의2에 의하여 시설대여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대내적으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시설대여회사에게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3. 종전의 판례 가. 이 사건 원심판결 원심은,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1998. 1. 1. 위 법률이 폐지되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에 위조항과 같은 내용이 규정됨)은 시설대여회사가 차량의 시설대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여시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같은 법 제13조의3 제1항, 자동차관리법 제8조 제1항, 제11조 제1항, 제12조 제1항과 종합하여 볼 때,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의 규정형식상 자동차관리법의 특정조항(원고 주장대로 한다면 적용이 배제돼야 할 자동차관리법 제6조)이 명시적으로 적시돼 있지 않은 점, 또한 위 규정은 위와 같은 등록방식을 허용하는 허용규정일 뿐 강제규정이 아닌 점, 앞서 본 약정 등 이 사건 자동차를 소외 회사 명의로 등록하게 된 경위, 등록명의를 신뢰한 자에 대한 거래의 안전보호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관리법상 차량의 등록은 그 관리의 목적과 사고발생시 손해배상책임문제 등을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 원칙적으로 그 소유자의 명의로 하도록 돼 있으나, 시설대여 등의 경우 비록 차량의 법적 소유권자는 시설대여회사이지만 실제 차량의 점유사용자는 대여시설 이용자이고, 또한 대여시설 이용자가 시설대여기간 동안 당사자가 돼 차량의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검사 등 그 물건의 유지관리에 관한 각종 의무를 이행하거나 공과금 통지서의 수령 등에 있어 그 편의상 대여시설 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구 시설대여업법 제13조의2 제1항과 같이 차량의 이용자의 명의로 신탁하여 등록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경우 자동차관리법 제6조에 따라 차량에 대한 소유권은 등록명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며, 따라서 이 사건 자동차는 비록 원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원고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소외 회사의 소유라고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집행채권자로서 대외관계에 있는 피고에 대해 내부적인 소유권으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부산고등법원 2000. 6. 28. 선고2000나4159 판결). 나. 세무서가 체납처분후 수령한 배당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판결 리스계약체결후 리스이용자를 소유자로 등록하고 리스회사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고, 세무서가 동 리스물건을 경매해 경락대금에서 체납액을 우선 배당금으로 수령하자, 리스회사는 세무서를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소송과 리스물건가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첫번째 소송(소유권확인소송)의 담당재판부는 등록원부상의 등록명의에도 불구하고 리스물건은 리스회사의 소유라 판시하고 소유권확인청구를 인용하였으나(광주지방법원 1988. 5. 25. 선고 88가합1177 판결), 두번째 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의 담당재판부는 중기관리법제3조 제1항, 제2항과 자동차관리법 제4조 및 제5조 등록규정에 의거하여 중기 및 자동차의 적법한 소유권을 취득하려면 상기 법규에 따라 등록을 마쳐야 할 것인바, 리스회사가 비록 리스물건에 대한 소유권확인 승소판결을 받았더라도 소정의 절차에 따른 등록을 마치지 아니한 이상 소유권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적법한 소유자임을 전제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기각한다고 판시하였다(광주지방법원 1989. 11. 2. 선고 89가합3603 판결). 4. 판례 평석 가. 대상판결의 검토 대법원 판결은 금융리스의 물적 금융으로서의 특성을 고려한 판결로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 리스물건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거래의 관념인 점, 소유명의가 리스이용자에게 있음을 기화로 무단양도하는 경우에 있어서 리스회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리스이용자가 리스물건을 제3자에게 임의로 매각하더라도 등기 및 등록에 대한 공신력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되는 동산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보아 선의취득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므로, 제3자가 리스물건이 리스이용자 명의로 등록돼 있음을 신뢰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을 하더라도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건설기계등록원부 및 건설기계등록증에 소유자가 리스이용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된 사실 없이 제3자 명의로 최초 등록되었다 하더라도 등록의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한다. 임의매각된 리스차량에 대한 회수방법으로는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 인도단행가처분, 근저당권 실행을 통한 강제경매개시결정 및 인도명령, 원인무효인 제3자 명의 등록말소청구 등이 있다. 나. 운용리스의 소유권 귀속 금융리스의 경우 등록명의와 관계없이 대내외적 소유권은 리스회사에 귀속하나, 운용리스의 경우 소유권을 리스이용자의 명의로 등록한 경우에 대한 판례가 없어 이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시설대여에 포함되어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등록상의 특례가 적용된다는 견해와 민법상 임대차 규정이 적용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검토하건대, 운용리스와 실질이 유사한 임대차(렌트카)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불가능하고 ‘허’자 번호판을 사용하므로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없고 렌트회사의 물건에 대한 소유권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 실질이 유사한 운용리스와 임대차(렌트카) 사이의 소유권 귀속 측면에서의 형평성을 고려하여야 하는 점, 여전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규정이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를 구별하고 있지 아니한 점, 운용리스의 경우 이용자 명의로 소유권 등록이 가능하여 무단양도의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리스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아니할 경우 리스회사는 소유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운용리스의 경우에도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를 적용하여 리스회사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본다. 다. 미등록 리스물건의 소유권 귀속 판례는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에 대한 선의취득이 인정됨을 전제로 하여, 고가의 기계로서 중소기업에서는 리스 내지 소유권유보부 할부매매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인 점, 취득자가 중고기계전문취급상으로 이러한 실태를 잘 알고 있는 점, 시가의 1/5 정도의 가격으로 수차례 전매된 점, 원고는 매도인의 소유권에 대하여 동 물건의 설치경위 및 제작회사와 매도인간의 매매계약서, 영수증, 매매대금의 완납 여부 등을 제작회사에 조회하는 등의 방법으로 조사할 의무가 있음에도 단순히 매매계약서만 확인하였으므로 매수인에게 과실이 있는 점을 이유로 선의취득을 부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1990. 4. 13. 선고 89나44536 판결). 검토하건대, 여신전문금융업법 제33조의 특례규정은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것이므로, 등기 또는 등록의 대상이 아닌 리스물건의 경우 선의취득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2006-04-24
선임결의가 취소되는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의 보호
I. 사실관계 X주식회사의 대표이사 A는 1996. 3. 8.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들에 의하여 대표이사로 선임되어 등기된 자이다. A는 1996. 3. 19. B와 X회사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근저당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그 후 B는 이 부동산을 임의경매신청하였고, Y가 낙찰받아 1997. 6. 30.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X회사의 주주 C가 이사를 선임한 임시주주총회에 대한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해, 1998. 4. 10. 승소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X회사는 Y에 대하여, 대표권이 없는 A와 B 사이에 체결된 근저당설정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등기말소와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II. 판결요지 이사 선임의 주주총회결의에 대한 취소판결이 확정되어 그 결의가 소급하여 무효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 선임 결의가 취소되는 대표이사와 거래한 상대방은 상법 제39조의 적용 내지 유추적용에 의하여 보호될 수 있으며, 주식회사의 법인등기의 경우 회사는 대표자를 통하여 등기를 신청하지만 등기신청권자는 회사 자체이므로 취소되는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이사로 선임된 대표이사가 마친 이사 선임 등기는 상법 제39조의 부실등기에 해당된다. III. 평석 1. 문제의 소재 대상판결은 이사를 선임한 주주총회결의에 대해 취소판결이 내려진 경우, 그 이사들이 선임한 대표이사 역시 소급하여 대표이사의 자격을 상실하고 따라서 그 대표이사가 행한 모든 대외적 거래가 전부 무효가 되는 것이지만, 그 등기된 대표이사를 신뢰한 거래상대방은 부실등기의 대항력을 제한한 상법 제39조의 원용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한 것이다. 즉 대표이사의 무자격에 관한 회사의 주장을 상법 제39조를 가지고 차단함으로써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상법 제39조를 적용 내지 유추적용할 것을 주장하면서도, 그 규정의 구성요건에 대하여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본 글에서는 학설과 종래의 판례에 의한 상법 제39조의 법리를 살펴보고, 대법원 판단의 타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상업등기와 외관주의 상업등기의 일반적 효력은 등기할 사항이 존재하고 그 기재사항 자체가 적법한 경우에만 등기법상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사실관계와 합치하지 않는 상업등기는 아무런 효력도 가지지 않는다. 즉 상업등기는 사실을 확보하는 효력을 가지는데 불과하므로 사실상의 추정력을 가진다고는 할 수 있으나, 법률상의 추정력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다카331 판결). 그러나 이러한 원칙을 관철한다면 등기를 신뢰한 자가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즉, 일반대중은 반드시 등기에 신뢰를 둘 수가 없게 되고, 거래상 중요한 등기사항의 경우에 그와 같은 사실이 존재하는지 일일이 조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것은 상업등기제도의 효용성을 감퇴시킬 것이다. 여기서 가령 등기한 사항이 진실의 실체관계에 합치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그 등기를 신뢰한 자를 보호하여 상업등기제도의 기능을 촉진하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상법 제39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사실과 상위한 사항을 등기한 자는 그 상위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등기사항과 사실의 일치를 전제로 하는 것을 무시하고 허위사실이라도 등기한 경우에 상업등기의 일반적 효력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 또는 과실로 사실과 상위한 사항을 등기한 자의 경우는 등기와 관련하여 이해를 갖는 자의 공평유지의 한계를 넘어선 자로 보고 이러한 자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즉, 부진정한 외관(등기)을 창출한 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다수설은 상법 제39조가 상업등기의 공신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이해한다. 결국 등기와 사실의 일치여부를 반드시 조사하지 않았더라도 외관적 사실을 신뢰하여 거래한 자는 보호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외관법리에 의한 공시주의의 상대적 후퇴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3. 상법 제39조의 적용요건 (1) 사실과 상위한 사항의 등기 상업등기부에 등재된 사항과 실제의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등기부에 표시되는 사항이면 어떠한 사항이든지 본조의 적용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관계와 등기내용이 불일치하는 기준시점은 등기시점으로 본다. 따라서 등기할 시점에는 사실에 부합하였으나, 그 후의 사정변경으로 등기와 사실관계가 서로 달라지게 된 때에는 본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본조는 부실등기를 한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 사안처럼, 취소된 결의에 의하여 이사로 선임된 자들에 의하여 구성된 이사회에서 선정된 대표이사 A가 소급하여 그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 결과적으로 사후의 사정으로 등기와 사실이 상위하게 된 것이므로 본조가 적용될 사항이라고 볼 수 없게 된다. 또한 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는 형성의 소(Gestaltungsklage)이므로, 결의는 판결에 의해 취소되기 전에는 유효한 것으로 다루어진다. 따라서 대표이사 A의 등기가 등기시점에서는 사실과 일치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등기한 자의 고의 또는 과실 ‘등기한 자’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스스로 사실과 상위한 사항을 등기한 자이므로 부실등기의 신청권자 즉, 등기의무자를 말한다. 주식회사의 법인등기의 경우 회사는 대표이사를 통하여 등기신청을 하지만 등기신청권자는 주식회사 자체이다. 본 사안에서 대표이사 A가 마친 이사 선임 등기는 X주식회사가 한 등기에 해당되므로, X주식회사는 여기에서 말하는 ‘등기한 자’이다. 등기신청인이 회사인 경우 고의ㆍ과실의 유무는 그 대표기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대법원 1971. 2. 23. 선고 70다1361, 1362 판결; 대법원 1981. 1. 27. 선고 79다1618, 1619 판결). 본 사안에서는 대표이사 A가 고의ㆍ과실의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법문상의 ‘등기한 자’라는 표현은 부실등기라는 외관이 등기신청인의 적극적인 신청에 의할 것을 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설은 그러한 적극적인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데 일치하고 있다. 나아가 등기신청인이 부실한 등기를 알면서도 그 시정조치를 게을리한 부작위의 경우에 본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이다. 판례도 같은 취지에서 제3자에 의해 허위의 등기가 이루어진 후 이를 알고 방치한 것이 아니라면 부실등기 상태를 발견하여 시정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본조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75. 5. 27. 선고 74다1366 판결). 결론적으로 다수설과 판례는 부실의 등기를 알고 방치한 때에는 본조가 적용된다고 보지만, 과실로 방치한 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수설과 판례가 본조의 적용을 인정하는 범주에서, X주식회사 대표이사 A가 ‘부실등기를 알면서도 그 시정조치를 게을리한 부작위’가 있었는지 검토해보자. 주총결의의 취소판결로 확인하게 되는 것은, 소급하여 이사의 자격이 상실된다는 것이므로 확정판결의 순간에 이사의 등기가 부실등기임을 대표이사A가 인지하게 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고, 시정조치라고 하는 것은 그 판결에 의하여 이사를 새로이 선임하거나, 변경등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을리한 부작위의 판단시점 역시 취소판결 이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사의 등기가 무효라는 것은 취소판결에 의하여 확인되므로 본 사안에 상법 제39조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게 된다. 다수설과 판례가 적용되는 예를 들면, X회사가 취소판결 이후에도 계속하여 부실등기를 방치하고 있던 중에, 대표이사 A가 B와 근저당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될 것이다. 이 때에 제3자인 Y의 보호를 위해 상법 제39조가 적용될 것이고, 과실로 방치한 것이라면 상법 제39조는 적용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본 사안의 경우는, B와 체결된 근저당설정계약과 설정등기는 주총결의취소판결이전에 경료된 것이고, 하자있는 주총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의 등기를 부실등기로 보고, 그것을 장기간 방치한 것이 다툼의 원인이 된 것이므로, 상법 제39조를 적용하려면, 사실과 다른 등기가 존재하게 된 데 또는 방치한 것에 고의ㆍ과실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대법원이 이 부분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고, 본 사안에 바로 상법 제39조를 적용하려 하는 것은 동조의 법리에 대한 심리미진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3) 제3자의 선의 제3자는 거래의 직접 상대방뿐 아니라 등기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자를 의미한다. 제3자는 등기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알지 못하여야 한다. 4. 사견 이와 같이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게 되면, 거래 당시에는 외관상 A의 대표권에 전혀 이상이 없는데 이를 믿고 거래한 Y에게 너무 가혹하게 된다. 여기서 등기의 소극적 공시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 제37조 제1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 규정에 의하면, “등기할 사항은 등기하지 아니하면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규정을 본 사안에 적용해보면, X회사는 하자없는 이사를 선임하고 등기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이사와 대표이사를 등기하지 않았던 X회사는, 등기하지 않은 사항을 가지고 선의의 제3자 Y에게 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등기할 사항은 취소판결에 의하여 확정되므로 등기신청자인 X회사의 하자있는 이사선임과 등기에 대한 고의ㆍ과실 여부는 상법 제37조를 적용하는데 고려사항이 아니다. 여기서 ‘선의’란 문제된 등기할 사항의 존재를 알지 못함을 말하며, 등기 여부를 알지 못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선의ㆍ악의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그 입증책임은 제3자의 악의를 주장하는 자가 진다. 따라서 제3자인 Y는 X에 대하여 A의 무자격을 부인하고 그를 대표이사로 볼 수 있지만, X회사는 A가 대표권이 없음을 근거로 B와 체결한 근저당설정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 상법 제39조가 등기의무자의 고의ㆍ과실로 인한 부실등기에 대해서 책임을 지우는 것에 비해, 상법 제37조 제1항은 등기의무자의 귀책사유 여하를 불문하는데 차이가 있다. 본 사안에서 X회사에 상법 제39조의 부실등기책임을 지우기 위해서 규명되어야 하는 부실등기여부와 귀책사유문제가 상법 제37조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래상대방인 Y를 보호한다는 면에서 상법 제37조의 적용결과는 상법 제39조를 적용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본 사안은 부진정한 외관(등기)를 창출한 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상업등기부상 창출된 법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는 상법 제37조 제1항의 문제이다.
2005-04-25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의 효력
1. 사실관계 및 문제의 소재 가. 사실관계의 개요 실제 사실관계는 복잡하지만 편의상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원고)는 B에게 양돈용 사료를 공급하다가 3억원의 사료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B와 사이에 당시 B가 B 소유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던 돼지 전체의 소유권을 매매대금 3억원으로 정하여 A에게 양도하되 B가 이를 점유, 관리하면서 항상 3,000두를 유지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도담보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양도담보설정자인 B가 A의 허락 없이 3,000두에 이르는 돼지 전체를 C에게 3억원에 매도하면서 농장도 임대하였고, C는 다시 이 중 2,000두를 타 농장 경영자인 D에게 매도하고, 나머지 1,000두 만을 사육하다가 E(피고)에게 매도하면서 농장도 임대하였다. E는 농장을 운영하다가 외부에서 2,000두를 구입하여 반입함으로써 다시 위 농장에는 3,000두의 돼지가 사육되었는데, A는 E에게 자신의 양도담보권을 주장하며 3,000두의 인도를 청구하였다. 나. 문제의 소재 위와 같은 사안에서 원고 A가 피고 E에게 청구할 수 있는 돼지의 두수가 3,000두인지, 아니면 1,000두에 한정되는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즉, 유동집합물 양도담보의 효력이 반입 사유를 불문하고 농장 내 존재하는 돼지 전체에 미치는지 아니면 피고가 새로이 반입한 돼지에는 미치지 아니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 공방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2. 판결요지 가. 원심 판결요지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에 의하여 양도담보권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시 존재하는 집합물에 대하여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를 취득하면 그 후 새로이 반입되는 개개의 물건에 대하여 그 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계약을 맺지 아니하더라도 하나의 집합물로서의 동일성을 잃지 아니한 채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게 되므로, 담보설정자인 B로부터 C에게로, C로부터 E에게로 순차로 양도된 돼지들은 각 양도시마다 그 수량에 증감변동이 있었다 하여도 원고의 양도담보권의 대상이 된다. 나. 대법원 판결 요지 위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은 이 사건 돼지 중 피고가 애초에 양수한 농장 내 돼지들 및 통상적인 양돈방식에 따라 그 돼지들을 사육하면서 돼지를 출하하여 얻은 수익으로 새로 구입하거나 그 돼지와 교환한 돼지, 또는 그 돼지로부터 출산시켜 얻은 새끼돼지에 한하여 미치는 것이지, 피고 E가 별도의 자금을 투입하여 반입한 돼지가 있다면 그 돼지에는 미치지 아니한다(파기환송). 3.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의 효력범위 개별동산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되면 양도담보의 효력이 개별동산에 미치므로 양도담보설정자가 제3자에게 해당 동산을 처분한 경우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양도담보 목적물을 취득한 제3자는 선의취득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는 한 그 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법리라 할 것이나, 본 사안처럼 수시로 증감변동하는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경우는 법률관계가 보다 복잡해진다. 즉,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계약은 양도담보설정자가 집합물을 이루는 개별동산에 대하여 수시로 반입, 반출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 경우 반입, 반출된 개별동산에 대하여 양도담보권의 추급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본 사안은 반입된 개별동산에 대한 양도담보의 효력 범위에 관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경우를 나누어 검토해보기로 한다. 가. 양도담보설정자가 반입한 경우 (1) 원칙적으로 추급력이 미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도 뱀장어 양식장 내의 뱀장어 전체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안에서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권설정계약이 이루어지면 그 집합물을 구성하는 개개의 물건이 변동되거나 변형되더라도 한 개의 물건으로서 동일성을 잃지 아니하므로 양도담보권의 효력은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치는 것”이라며 “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계약이 체결되면 그 후 양도담보설정자가 그 집합물을 이루는 개개의 물건을 반입하였다 하더라도 그때마다 별도의 양도담보권 설정계약을 맺지 않아도 양도담보권이 미친다”고 설시한 이래(대법원 1990. 12. 26, 88다카20224 판결) 본 사건에서도 이러한 논리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으며 이는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2) 다만 반입된 동산의 숫자가 엄청나게 증가하여 특정 사육장 내의 유동집합물 숫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시의 숫자보다 현저히 많을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론이 항상 유지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필자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대법원도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항상 현재의 집합물 위에 미친다고 하는 근거를 ‘계약당사자의 의사가 수량을 지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양만장 내 뱀장어 전체를 양도담보의 목적물로 하기로 하는 데 있다’는 당사자 간의 의사에서 찾고 있기 때문에(위 88다카20224 판결 참조), 당사자의 의사 해석상 반입된 동산의 숫자가 양도담보계약 당사자가 예정하였던 숫자를 현저히 초과한 경우까지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라 할 것이다. 나. 제3자가 반입한 경우 (1) 양도담보설정자가 반입한 동산의 경우와 달리 본 사안처럼 양도담보설정자 혹은 그의 계약상 지위를 인수한 자가 아니라 양도담보권의 제한을 승인하지 아니한 제3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반입한 동산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제3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동산이 이러저러한 연유로 외관상 집합물 안으로 반입된 경우에는 기존에 존재하던 양도담보설정자 소유의 동산과 제3자 소유의 동산이 같은 장소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지, 하나의 집합물로 존재하여 그 전체가 양도담보권자의 처분권 하에 놓이게 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2)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양도담보계약에서 지정된 장소에 존재하는 현재의 집합물에 양도담보권이 미치는 근거는 계약당사자가 그러한 합의를 하였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합의를 하지 아니한 제3자가 새로이 소유권을 취득하여 외부에서 반입한 개별동산에까지 양도담보권이 미친다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며, 이는 민법의 3대원칙 중 하나인 소유권 존중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결론이다. 4. 본 판결의 의의 (1) 원심은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권자의 권리와 거래 안전의 조화를 위하여 ‘유동집합물에 대한 양도담보의 목적인 집합물이 양도담보설정자로부터 제3자에게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그 양도담보권의 부담을 받는 채로 집합물을 양수한 것이 되나, 다만 양수인이 양수 당시 선의취득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한 목적물에 대하여 양도담보의 부담이 없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 이 때에는 양수한 목적물이나 그 후 새로 구입한 동산에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미칠 여지가 없게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였다. (2)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을 통하여, 위와 같은 원심의 논리는 양수인이 통상적인 양돈방식에 따라 그 돼지들을 사육하면서 돼지를 출하하여 얻은 수익으로 새로 구입하거나 그 돼지와 교환한 돼지, 또는 그 돼지로부터 출산시켜 얻은 새끼돼지에 한하여 적용되는 논리이며, 양수인이 별도의 자금으로 투입한 돼지에 대하여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다만, 당사자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자금으로 투입한 돼지의 두수에 대하여는 양수인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였다). 이는 유동집합물 양도담보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현실적 필요성에 의하여 양도담보의 효력 범위가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제한적으로 확장되는 것을 제어한 판결로 평가된다. 5. 여론: 집합물로부터 반출된 동산에 대한 추급효 문제 본 판결 내용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양도담보설정자가 수시로 반출하는 동산에 대한 추급효 문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법원의 논리로 일관한다면 이러한 경우 수시로 반출되는 동산은 현재의 집합물에서 벗어났으므로 추급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이고 학설 상으로도 이러한 견해가 유력한 듯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란은 어디까지나 양도담보설정자가 통상적인 사육 방식에 따른 사육의 결과로 반출하는 동산에 한정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본 사안처럼 B가 원고의 양도담보권을 침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반출한 경우에는 추급력을 인정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도 걸맞는 결론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원고가 2,000두를 매수한 D를 상대로 돼지 인도 청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D가 선의취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것임은 물론이다.
2005-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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