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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건
국민의 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조건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4두47426 판결 - 1. 사안의 정리 가. 원고는 주식회사 B와 건물관리도급계약을 맺고 건물관리유지보수업무를 하는 자로, C에게 이 사건 건물의 외벽청소를 의뢰하였고, C는 E를 보냈다. E는 이 사건 건물 외벽청소를 하던 중 5층에서 추락하여 사망(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함)하였고, 이에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를 E의 사업주로 보아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산재보상업무를 처리하였는데, 그러자 원고는 E의 사업주는 C이므로 산재보험적용 사업장을 원고에서 C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을 하였다. 나. 위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13년 5월 21일 외벽청소업무는 원고의 업무범위 중 일부를 위임·위탁한 것으로서 C에게 도급을 준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고는 원고소속 직원이 작업범위를 지정하여 청소작업이 진행되던 중 발생하였으므로 E의 사업주는 원고라는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함)를 하자 원고는 이 사건 통지가 산재보험적용사업장변경신청에 대한 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거부처분’이라 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1심 및 원심의 판단 1심은 이 사건 거부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성을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함이 없이 바로 본안으로 들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증거에 의하면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E를 C의 근로자라고 보지도 아니함)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하여 먼저 판단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보험료징수등에관한법률 등 관계법령상 사업주에게 보험관계의 사업주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E에 대한 요양승인처분이 불복기간의 경과로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E를 원고 소속 근로자로 취급하여 그에 따른 보험료부과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불복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어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조리상 신청권을 특별히 인정해야 할 사정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대상판결의 판시 대법원은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청권이 없음에도 이루어진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한 경우 거부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할 수 없는데(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등 참조), 본 건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은 사업주가 이미 발생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당시 재해근로자의 사용자가 자신이 아니라 제3자임을 근거로 사업주 변경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법규상으로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 피고 공단의 결정에 따라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하면, 사업주 변경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신청을 거부하였더라도 원고회사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위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에게 행정청의 행위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신청권이 없는 경우에는 설령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4두11626판결,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두22966판결 등 참조). 본 사안도 이러한 종래의 대법원 입장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이렇게 엄격하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약간 의문이다. 특히 법령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법령해석상 이를 무조건 확대해석 할 수는 없겠으나 조리상 신청권의 존부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이를 확대해석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2)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본 사안에서 원심과 대법원은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 제7조 제2호 등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당연히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고 한다)의 보험가입자가 되는데, 산재보험에 있어서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보험급여를 받을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사실의 실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일 뿐이고(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두2201판결 참조), 피고의 결정에 의하여 보험가입자(당연가입자) 지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점, ② 피고는 재해근로자의 요양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사업주를 특정하게 되나, 이는 요양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중간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내부적인 판단에 불과할 뿐이어서, 그러한 판단 자체가 사업주의 구체적인 권리ㆍ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점, ③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 제26조 제1항 제1호, 제11조 등에 의하면, 특정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사업주로 지목된 자는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될 수 있고, 만약 산재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게을리 한 상태에서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가능성이 있으나,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신청과 같은 내용의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판시처럼 사업주로 하여금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나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징수당할 경우 이러한 보험료 부과처분이나 보험급여액 징수처분을 항고소송으로 다투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구제 측면에서 보면 매우 우회적이다. 우선 대상판결에서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향후 산재보험료가 증액된 경우에 이를 다툴 수 있다고 하나 경우에 따라서는 산재보험료가 증액되지 아니할 수도 있고, 근로자에게 지급된 보험급여액 중 일부를 사업주가 징수당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는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을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피재근로자가 자신의 소속사업장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을 구할 신청권(적어도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것이 사업주의 권리구제에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피재근로자가 사업주의 소속사업장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심리를 통하여 확정할 것이지, 신청권 자체를 대상판결처럼 좁게 해석하여 이 사건 신청자체를 각하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건 1심판결이 본 건에서 증거에 의하여 E는 C의 소개로 이 사건 건물외벽 청소를 독자적으로 수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E가 원고의 근로자임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음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 행정소송에 있어서 소의 이익이라 함은 구체적 사안에서 계쟁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지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므로, 지나치게 소의 이익을 좁게 해석하여 처음부터 본안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종래 판례입장만을 답습한 대상판결의 태도는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하겠다.
행정청
항고소송
행정처분
김재춘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07-24
부동산·건축
집합건물 대규모점포관리자의 미납 관리비 청구권
-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4다46570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소재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의 판매시설, 교육연구 및 복지시설, 운동시설의 집합건물인 유경데파트(이하 ‘이 사건 상가’라고 한다)의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된 관리단이고, 피고들은 이 사건 상가점포에 입점하여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원고가 2012년 8월 23일 피고들에게 미납관리비의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들은 체납한 관리비를 임의로 산출한 다음, 원고의 수령 거절을 이유로 같은 해 9월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이를 공탁하였다. 한편 주식회사 파라다이스시티(피고 보조참가인)는 이 사건 상가의 입점상인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 2013년 10월 30일 설립되어 같은 해 11월 1일 노원구청에 대규모점포관리자로 신고를 하였고, 같은 해 12월 30일 노원구청장으로부터 이 사건 상가의 대규모점포관리자 확인서를 교부받았다. 2013년 3월경 기준으로 피고 등이 원고에게 납부하지 아니한 각 관리비에서 피고들이 공탁한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미납 관리비를 청구한 사건이다. 2. 대법원의 판단(2016. 3. 10. 선고 2014다46570 판결)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1항 제3호는 대규모점포개설자가 수행하는 업무로서 ‘그 밖에 대규모점포 등을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제4항은 “매장이 분양된 대규모점포에서는 제1항 각 호의 업무 중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에 대하여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규모점포관리자의 업무에서 제외되는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란 대규모점포의 유지·관리 업무 중 업무를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허용하면 점포소유자들의 소유권 행사와 충돌되거나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대규모점포관리자가 대규모점포의 구분소유자들이나 그들에게서 임차하여 대규모점포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을 상대로 대규모점포의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인 관리비를 부과·징수하는 업무는 점포소유자들의 소유권 행사와 충돌되거나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라기보다는 대규모점포의 운영 및 공동시설의 사용을 통한 상거래질서의 확립, 소비자의 보호와 편익증진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대규모점포 본래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대규모점포관리자의 권한에 속한다. 대규모점포의 효율적이고 통일적인 유지·관리를 통하여 상거래질서 확립, 소비자 보호 등을 도모하려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집합건물인 대규모점포에 관하여 관리단이 관리비 부과·징수 업무를 포함한 건물의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여 오던 중 대규모점포관리자가 적법하게 설립되어 신고절차를 마치는 등으로 새로이 관리비 부과·징수권한을 가지게 된 경우에는 그때부터 대규모점포관리자의 권한에 속하게 된 범위에서 관리단이 가지던 관리비 부과·징수권한은 상실된다. 그러나 이전에 보유한 관리인의 관리비징수권은 계속 보유한다. 3. 평석 가. 관리비징수권의 소재 관리인의 관리비징수권이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이전되는 근거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4항에서 대규모점포관리자의 업무 중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에 따르는데 여기서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라 함은 대규모점포의 유지·관리 업무 중 업무를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허용하면 점포소유자들의 소유권 행사와 충돌되거나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라고 해석되는데, 관리비를 부과·징수하는 업무는 점포소유자들의 소유권 행사와 충돌되거나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라기보다는 대규모점포의 운영 및 공동시설의 사용을 통한 상거래질서의 확립, 소비자의 보호와 편익증진에 관련된 사항으로서 대규모점포 본래의 유지·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대규모점포관리자의 권한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는 2011. 10. 13. 선고 2007다83427 판결에서 최초로 설시되었는데 이 이후에 모든 판결들이 위 논거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 관리비의 성격 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에 의하면 관리인의 업무 중 공용부분의 보존 관리 및 변경을 위한 행위가 있고 이러한 관리단의 사무집행을 위한 비용을 청구 수령하는 행위를 관리인의 업무로 열거하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점포관리자도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1항에서 대규모점포를 유지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업무 중 중요한 업무가 이에 따른 비용을 징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관리인이 공용부분의 보존 관리 및 변경을 위해 징수하는 비용과 대규모점포관리자가 대규모점포의 유지 관리를 위해 징수하는 비용이 상가현장에서 모두 관리비라는 명칭으로 징수한다는 점이다. 즉 상가의 실제현장에서 징수하는 관리비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공용부분의 보존 관리 및 변경과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사무집행비용이 있고 대규모점포의 유지 관리를 위한 비용이 있는데 대부분의 상가들은 이러한 비용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관리비라는 명칭으로 상인들로부터 징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관리인이 징수하는 관리비의 최종부담자는 구분소유자이고, 대규모점포관리자가 징수하는 관리비는 최종부담자가 임차인 즉 상인이다. 관리인이 징수하는 관리비를 대부분 상인들로부터 징수하나 이것은 구분소유자와 상인간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편의상 상인들로부터 징수하는 것이고 만일 상인이 관리비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에는 구분소유자가 부담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관리비의 최종부담자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은 이러한 관리비의 성격을 세세히 살피지 아니하고 마냥 관리비징수권을 관리인을 배제하고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 위 판결에서 관리비징수권이 관리인에게 있지 않고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있다는 논거로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 을 해석함에 있어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여 규모점포의 유지·관리 업무 중 업무를 대규모점포관리자에게 허용하면 점포소유자들의 소유권 행사와 충돌되거나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이라고 해석하고 관리비징수업무는 구분소유자들의 소유권행사와 충돌하거나 구분소유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사항이 아니므로 관리비징수권은 집합건물법에 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4항의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을 너무나도 협소하게 해석한 나머지 집합건물법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고 있다. 관리인이 공용부분의 보존 관리 변경을 위하여 관리비를 징수하는 업무가 무엇 때문에 구분소유와 관련이 없는 행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구분소유자가 상가를 구입하는 이유는 오로지 상가의 가격을 올려 이를 매각하거나 임대료를 높게 받아 돈을 벌려는 것이다. 예컨대 엘리베이터는 상가의 공용부분인데 엘리베이터의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을 징수하는 업무는 구분소유자로서는 엘리베이터의 유지 보수를 잘하여 상가의 값어치를 올려 상가를 입점하는 상인이나 상가를 매입하려는 사람으로부터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것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즉 관리비를 징수하여 엘리베이터를 유지 보수를 잘하는 것이 구분소유자의 구분소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선 현장에서 징수하는 관리비는 대부분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고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말하는 대규모점포를 유지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도 구분소유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를 비용의 성격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이를 따로 따로 상인들로부터 징수하는 경우에는 불편할 뿐만 아니라 2중으로 비용을 납부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일선 현장에서는 편의적으로 이를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상인들로부터 징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위 판결에서는 이러한 관리비징수업무가 구분소유와 관련된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대규모점포관리자의 권한으로 규정지은 것은 잘못된 판시라고 본다. 라. 결 어 대법원에서 위와 같이 관리비의 내용을 세심히 살피지 아니하고 관리인의 권한으로부터 배제함으로써 일선 현장에서도 매우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관리인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하고 거의 전부인 업무가 관리비징수업무인데(관리비가 있어야 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관리인은 구분소유자의 대표자이고 대규모점포관리자는 임차인들의 대표라고 볼 때 매매는 임대차를 깨뜨린다는 법언이 있듯이 관리비징수권한은 구분소유자들의 대표인 관리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타당하고 실제로 관리비징수업무는 구분소유자의 구분소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다. 상인들의 대표인 대규모점포관리자가 상인이 납부하지 않은 관리비를 구분소유자의 대표인 관리인을 배제하고 구분소유자에게 관리비청구소송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관리비징수권한을 관리인에게 부여하는 것이 법률 해석상 타당하고 구분소유자들의 위상을 바로잡는 길이다. 따라서 위 판결은 변경되어야 한다.
관리비징수권
대규모점포
관리비
김용태 태원 종합법률사무소
2017-06-27
민사일반
상속 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 여부
-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4두43653 판결 - 1. 사실관계 A그룹 회장이자 원고의 부(父)인 B는 1975년 12월 27일경부터 A그룹 부회장인 C 등 23명에게 A산업 주식회사의 주식 13만3265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명의신탁하였다. B가 1996년 11월 2일 사망함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주식을 상속하였으나 원고 앞으로 명의개서하지 않았다. 피고들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2. 12. 18. 법률 제6780호로 개정된 것, 이하 ‘구 상증세법’) 제41조의2 제1항(이하 ‘이 사건 규정’), 부칙 제9조를 적용하여 원고가 2005년 1월 1일 명의수탁자인 C 등 23명에 대하여 증여한 것으로 의제하여 위 C 등 23명에게 각 증여세를 부과하고, 명의신탁자인 원고에게도 연대납세의무자로서 각 증여세(이하 ‘이 사건 각 처분’)를 부과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규정 중 두 번째 괄호 안에 ‘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요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의 다음날을 말한다’고 한 부분(이하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명의신탁의 합의가 없더라도 증여의제 대상이 되도록 한 예외적인 규정으로서 주식을 취득한 자에게 명의개서를 할 특별한 의무가 부여되었다고 명확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하는데, 주식이 명의신탁되어 명의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가 된 후에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평석 가.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신설 경위 및 해석 원칙 (1) 신설 경위 2002년 12월 18일 법률 제6780호로 이 사건 규정이 개정되기 전에는 ‘주식 등 부동산 이외의 재산의 소유명의를 실제소유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주주명부 등에 등재한 경우’, 즉 본래적 의미의 명의신탁만이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이었고, 대법원은 이 경우 ‘실질소유자와 명의자가 명의신탁 합의를 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누13531 판결 등 다수). 그런데 주주가 주식을 양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과세당국이 주식 등 변동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고,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 그 실질이 명의를 신탁한 경우와 같으므로, 이러한 명의개서해태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비록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제하여 과세를 강화하기 위하여 2002년 12월 18일 이 사건 규정의 두 번째 괄호 안으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신설되었다. 다만 선의의 양도자를 보호하기 위해 양도자가 양도소득세 또는 증권거래세의 과세표준 등과 소유권변경내역을 과세관청에 신고하는 경우 조세회피목적의 추정이 번복되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였다(구 상증세법 제41조의2 제2항 단서). (2) 해석 원칙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취득의 상대방이 주식취득자와 명의신탁 합의를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귀책사유가 적은 경우에도 명의신탁 합의를 한 명의수탁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특별규정이라는 점에서 이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은 엄격하게 절제되어야 한다. 나.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상속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1) 의의 당초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은 주식을 양수한 자가 장기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고 주식 양도인 명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신설된 규정이므로, 그 입법취지상 이미 명의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가 된 후에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입법취지 등을 고려한 해석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입안한 기획재정부에서 작성한 2002 간추린 개정세법을 보면, 그 입법취지를 “매매에 의하여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였음에도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실질이 명의를 신탁한 경우와 같으므로 이를 명의신탁으로 의제하여 과세를 강화하되, 선의의 양도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또는 증권거래세를 신고하는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여 ‘매매’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를 적용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세청이 2011년 5월 20일 신설한 상증세법 기본통칙 45조의2~4도 “그 소유권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까지 실제 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하고 종전소유자의 명의로 둔 경우에는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연도 말일의 다음날에 종전소유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취득자가 종전소유자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아 적용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또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입법 당시 선행 입법례인 부동산의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10조 및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2조 제1항이 3년간 장기 미등기시 명의신탁과 동일하게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점이 고려되었는데, 부동산 장기미등기로 인한 과징금의 경우 소유권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자에 한하여 부과되고 상속으로 인한 취득의 경우는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제외되는 점과의 균형상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도 상속으로 인한 취득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3) 상속 시 적용된다고 볼 경우의 문제점 만약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상속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경우 다음과 같은 법리적 모순 및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로, 기존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신탁자가 사망하면 상속인과 기존 명의수탁자 사이에도 위 명의신탁 관계가 그대로 승계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다2809 판결 등 다수)인데, 만약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상속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본다면 상속인이 실명전환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존 명의신탁 관계가 그대로 존속함에도 불구하고 상속인과 기존 명의수탁자 사이에 재차 새로운 명의신탁이 성립한 것으로 의제되는 모순된 결과가 초래된다. 둘째로, 기존 명의수탁자는 최초 명의신탁 시 이미 1차례의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재차 증여세를 부담하게 된다면, 이는 단일한 행위(최초 명의신탁)에 대하여 추가로 담세력을 인정할 여지가 없음에도 중복된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이중과세에 해당한다. 특히 여러 차례의 상속이 일어난 경우를 가정하면 명의수탁자로서는 증여세를 3차례 혹은 그 이상 부담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데, 현재 이러한 경우를 예정한 감면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셋째로, 구 상증세법 제41조의2 제2항 단서는 ‘선의의 양도자’의 경우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는데 반해 기존 명의신탁 관계가 상속으로 승계된 경우에 대해서는 그러한 배제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상속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볼 경우 기존 명의수탁자에게는 명의신탁자의 상속인으로 하여금 상속인 명의로 명의개서를 할 것을 강제할 어떠한 권원도 없음에도, 상속인이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증여세를 재차 부담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여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 넷째로, 2015년 12월 15일 법률 제7010호로 개정된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은 명의개서해태 시에도 조세회피목적이 추정되지 않아 과세가 배제되는 경우로서 기존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양도’ 외에 일정한 요건을 갖춘 ‘상속’의 경우도 추가로 신설했고, 위 개정법 시행 이후 신고하는 분부터 적용되는데(부칙 제3조 제2항), 이는 창설적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경우 명의신탁 합의가 없더라도 증여의제 대상이 되도록 한 예외적인 규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따라서 주식을 취득한 자에게 명의개서를 할 특별한 의무가 부여되었다고 명확하게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하는데, 주식이 명의신탁되어 명의수탁자 앞으로 명의개서가 된 후 명의신탁자가 사망하여 주식이 상속된 경우에는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려는 대법원의 입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연대납세의무
명의수탁자
상솟세및증여세법
명의신탁
상속
2017-03-27
민사일반
공개된 개인정보를 영리목적으로 수집, 제공한 행위의 적법여부
- 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 1. 사실 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는 1990년부터 현재까지 OO대학교(1984년 공립대학교로 전환되었다가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됨)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는 종합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는 사이 '로앤비' 를 운영하는 회사로서, 주식회사 법률신문사로부터 제공받은 법조인 데이터베이스상의 개인정보와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국내 법과대학 교수들의 개인정보를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유료(개인정보만 따로 떼어내어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고 로앤비가 제공하는 다른 콘텐츠와 결합하여 전체적으로 요금을 받는 방식임)로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로앤비는 2010. 12. 17. 무렵 원고의 사진, 성명, 성별, 출생연도, 직업, 직장, 학력, 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 사건 사이트 '법조인' 항목에 올린 다음 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여 오다가, 2012. 6. 18. 이 사건 소장 부본을 송달받자 2012. 7. 30. 이 사건 사이트 내의 '법조인' 항목에서 이 사건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였다. 이 사건 개인정보 중 출생연도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OO대학교 학과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되어 있고, 출생연도는 1992학년도 사립대학 교원명부와 1999학년도 OO대학교 교수요람에 게재되어 있으며, 피고 로앤비는 이러한 자료들을 통하여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다. 나머지 피고들은 피고 로앤비와 유사한 방법으로 수집하거나 다른 피고들로부터 제공받은 원고의 개인정보를 유료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원고의 개인정보가 담긴 웹페이지가 포털사이트에 노출되게 하였다. 원심은 피고 로앤비에 대한 청구만 일부 인용(위자료 50만 원 및 지연손해금)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 모두 기각(피고 로앤비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 등으로 청구 기각)하였으며, 이에 원고와 피고 로앤비가 각 상고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상훈)은 2016년 8월 17일 "이 사건 개인정보는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국민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 공개된 개인정보로서 그 내용 또한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공립대학교 교수로서의 공적인 존재인 원고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하여,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 등이 영리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들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 중 피고 주식회사 로앤비에 대하여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을 파기 환송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제한한다고 주장되는 행위의 내용이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를 그의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목적으로 수집·제공하였다는 것인 경우에는, 그와 같은 정보처리행위로 침해될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과 그 행위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처리자 등의 법적 이익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하게 된다. 이때에는 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그 정보처리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그 정보처리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해야 하고, 단지 정보처리자에게 영리목적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피고 로앤비 등이 영리 목적으로 이 사건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 즉 정보처리자의 '알 권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정보수용자의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 정보처리자의 영업의 자유, 사회 전체의 경제적 효율성 등이 그와 같은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로앤비 등의 행위를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로 평가할 수는 없다. 2011년 3월 29일 법률 제10465호로 제정되어 2011년 9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처리자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제15조)과 제3자 제공(제17조)에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를 공개된 것과 공개되지 아니한 것으로 나누어 달리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그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개인정보 수집이나 제3자 제공 등의 처리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객관적으로 보아 정보주체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그 동의의 범위가 외부에 표시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한다면 이는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도 부합하지 않고, 정보주체나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무의미한 동의절차를 위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처리할 때에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인지는 공개된 개인정보의 성격, 공개의 형태와 대상범위, 그로부터 추단되는 정보주체의 공개의도 내지 목적뿐만 아니라, 정보처리자의 정보제공 등 처리의 형태와 그 정보제공으로 인하여 공개의 대상범위가 원래의 것과 달라졌는지, 그 정보 제공이 정보주체의 원래의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3.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과 대상 판결의 의의 기본권의 충돌이란 상이한 복수의 기본권주체가 서로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의 동일한 사건에서 국가에 대하여 서로 대립되는 기본권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가 다른 기본권주체의 기본권행사를 제한 또는 희생시킨다는데 특징이 있다(헌재 2005. 11. 24. 2002헌바95 등).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 그 해결 방법으로는 기본권의 서열이론, 법익형량의 원리, 실제적 조화의 원리(=규범조화적 해석) 등을 들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충돌의 문제에 관하여 충돌하는 기본권의 성격과 태양에 따라 그때그때마다 적절한 해결방법을 선택, 종합하여 이를 해결해 왔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7조 위헌사건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의 관계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아 흡연권은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고,(헌재 2004. 8. 26. 2003헌마457)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3항 등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동법 소정의 정정보도청구권(반론권)과 보도기관의 언론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화로운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심사를 한 바 있다(헌재 1991. 9. 16. 89헌마165).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권리라는 기본권이 상호 충돌하고 있는 이 사건 개인정보보호법의 조항의 경우에도 헌법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상충하는 기본권 모두가 최대한으로 그 기능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하되(규범조화적 해석), 법익형량의 원리, 입법에 의한 선택적 재량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심사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 없이 수집, 제공하는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지의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시라는 점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알 권리라는 기본권의 충돌 상황에서 공인의 경우에는 알권리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고 판시하여 법원에 의해 법률조항의 규범조화적 해석이 이루어졌다는 점과, 이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 또한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되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정해진 사유 이외에도 적법하게 수집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법의 흠결을 명백히 보충하게 되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가족이나 친지 사이,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계약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 등 일정한 법률관계가 형성된 사이에는 제3자라 할지라도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처리할 권리가 있다는 필자의 견해도 널리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로앤비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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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8
파산·회생
공익채권에 대하여도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연대책임을 면제할 수 있는지 여부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4다31806 판결 - I.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원고를 포함한 공동설계단이 2010. 4. 23. A(A가 분할되어 B와 C를 설립하였다. 분할존속회사인 A에 대하여 분할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A라 한다)를 포함한 공동수급체와 빌딩건축공사에 관하여 설계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설계용역을 제공하던 중인 2011. 8. 10. A에 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설계용역에는 기본설계용역과 실시설계용역이 포함되었고, 용역 및 건축공사의 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는 A의 회생절차 개시 전에 기본설계도서와 실시설계도서의 납품을 완료하였으나 A로부터 이에 대한 용역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회생절차 개시 당시 도서변경, 사용승인, 건축물관리대장용 도서 납품, 인증 등의 용역이 남아 있었다. A는 2011. 12. 9. 회생계획 인가결정을 받았다. A는 회생계획(이하 '이 사건 회생계획'이라 한다)에 따른 회사분할을 통하여 B와 C를 설립하였고, A의 건설업 중 일부를 B에게 이전시키고, 자동차판매사업을 C에게 이전시켰다. 이 사건 회생계획은 사업관련성에 따라 공익채권을 이전하면서, 각 회사에게 이전된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119조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인데, A의 관리인이 이 사건 계약에 대하여 이행을 선택하였으므로, (A의 회생절차개시 전에 발생한 용역대금을 포함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용역대금 전부가 공익채권이라고 주장하였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원고는 연대책임을 면제한 이 사건 회생계획은 공익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미지급 용역대금 전부를 지급하라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용역이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지만,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채권이라고 판단한 기본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40%)은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다만,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총계약금액의 60%)은 공익채권이라고 판단한 후, 회생절차 개시 전에 발생한 대금을 포함하여 실시설계용역대금 전부(착수금, 중도금, 잔금)에 대하여 청구를 인용하고, 회생계획의 연대책임 면제조항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연대하여 이를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원고와 피고들이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6. 2. 18. 원고와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은 회생계획에 의하여 주식회사인 채무자가 분할되는 경우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 없이도 분할되는 회사와 승계회사가 분할 전의 회사 채무에 관하여 연대책임을 지지 않도록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이러한 특례규정을 둔 것은 회생절차에서 채권자는 회사분할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에 대한 관계인집회에서의 결의절차를 통하여 회사분할이 채권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고, 법원도 인가요건에 대한 심리를 통하여 채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심사하게 되므로 별도의 상법상 채권자보호절차는 불필요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 대하여는 위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위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한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III. 대상판결에 대한 평석 1. 쌍방미이행 쌍무계약과 공익채권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i) 이행을 선택하였거나 (ii) 제2회 관계인집회(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전까지 선택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간주된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공익채권이 된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이행이 선택된 것으로 간주된 경우 포함, 이하 같다), 이행 선택된 계약에 따라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 하지만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도 공익채권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계약 및 채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채무자에 대하여 개시결정이 내려질 당시 진행 중이던 미완성 공사나 용역 등이 있고, 그 원인이 되는 도급계약이나 용역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 당해 공사나 용역이 전체적으로 보아 불가분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성격을 갖는다면, 개시결정 전의 기성고에 따른 공사대금이나 용역대금채권까지도 전부 공익채권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1. 9. 18. 선고 2001다9304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다3512 3529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3. 27. 선고 2013나31696 판결). 반면에, 기본거래계약, 임대차계약 등과 같이 가분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 성격의 계약에 대하여 이행이 선택된 경우에는, 개시결정 이후에 발생한 채권만 공익채권이고, 개시결정 이전에 발생한 채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원심은 이 사건 계약이 용역진행 단계에 따라 각 용역의 착수금,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각 중간 공정별로 가분적이지는 않다고 보았지만, 하나의 계약서로 하나의 건축공사에 관하여 체결된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설계용역부분과 실시설계용역부분은 가분적이라고 판단한 후, 실시설계용역대금 지급청구 부분만 공익채권으로 인정한 것이다. 2. 회생절차에 의한 회사분할과 공익채권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은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권리가 변경되므로(채무자회생법 제252조), 회생계획이 정하는 바에 따라 채무가 분할되어 귀속되고, 채권자보호절차 없이 회생계획으로 분할신설회사와 분할존속회사의 연대책임을 면제시킬 수 있다는데 의문이 없다(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 상법 제530조의9 제4항). 그리고 분할신설회사의 설립등기에 의하여 분할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새로이 발생한 공익채무는, 분할로 인하여 법인격이 분리되고 의무부담주체가 명확하게 구분된 이후에 발생한 분할 후 채무이므로, 그 채무를 발생시킨 회사가 단독으로 변제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하여도 큰 의문이 없을 것이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 결국 회생계획에 의한 연대책임의 제한의 효력이 문제되는 것은 분할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발생한 공익채무에 대해서이다. 공익채권자는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 받을 수 있고(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 회생계획안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의결권이 없는데(채무자회생법 제188조), 인가된 회생계획에 의하여 공익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회생채권자와 달리 회생계획안에 관한 결의절차에 참여할 수 없는 공익채권자에게는 채무자회생법 제272조 제1항, 제4항의 특례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그 특례규정을 이유로 회생계획에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3. 대상판결에 대한 의견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변제한다는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의 규정이나, 회생계획으로 공익채권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규정을 정할 수는 없고, 공익채권자도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해 다툴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 20.자 2005그60 결정, 대법원 2006. 3. 29.자 2005그57 결정,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0349판결 등)에 비추어 공익채권에 대하여 회생계획에 연대책임 면제조항을 둘 수 없다는 대상판결의 태도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런데 대상판결의 입장을 관철하게 되면, 공익채권자는 보호되겠지만, 회생절차를 통해 회사분할을 하고, 분할신설회사나 분할존속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 M&A를 진행하는 데에는 장애가 될 위험이 있다. 대상판결과 같이 회생계획안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의 공익채권에 대하여 연대채무를 부담한다고 보게 되면, 인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고, 이를 이유로 인수를 단념하거나 인수금액을 낮추려고 들 수 있다. 이는 회생절차 M&A의 성패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고, 채무자와 회생채권자들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공익채권자를 보호하면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공익채권
회생
용역대금
회생채권
2016-08-22
지식재산권
반제품 수출의 특허권 간접침해 여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I. 사실관계 이 사건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특허발명의 특허권자인 甲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생산·수출한 乙 주식회사를 상대로 乙 회사의 제품이 甲의 특허권의 보호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였던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우선 피고의 행위가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보면,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명칭을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하는 이 사건 특허발명(특허등록번호 생략)의 청구범위 제1항(이하 '이 사건 제1항 발명'이라고 한다)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제2항 발명'이라고 한다)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4. 5. 29. 선고 2013나70790판결) 과 대법원의 대상판결은 모두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피고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되었다.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심은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반제품의 수출행위가 특허권의 간접침해인지 여부에 대해서 대법원은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는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이른바 간접침해 규정에 관하여 이는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에 있는 행위를 하였더라도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특허권의 침해로 간주하려는 취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동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서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아니하고 가공·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N95와 N96의 각 반제품은 모두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이 사건 제1항 및 제2항 발명의 각 특허권에 대하여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정한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원심과 동일한 취지로 판결하였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전용품 생산의 장소적 제한이 국내로 한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법리적으로 중요한 설시를 하였다. 간접침해를 구성하는 행위태양으로서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적인 제한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이런 법리에 따라서 대법원은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III. 평석 1.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가 매우 협소한 상황임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이른바 간접침해에 관하여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특허법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여 전용물 침해('-에만' 요건)를 요구하고 있어서 간접침해의 인정범위가 좁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태도는 일본의 구법과 같은 태도(소위 'のみ' 요건)이다. 일본에서도 전용물침해만 인정하던 상황에서 간접침해가 판례상 드물게 인정되고 있었다. 우리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이에 대한 필자의 선행연구로 미국법상 주관적 요건의 의미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성립여부와 주관적 요건의 판단', 정보법학 제15권 제2호, 한국정보법학회, 2011 및 우리 특허법상 전용물침해에 대해서 최승재, '특허간접침해의 판단과 상업적, 경제적 용도의 의미', 특허법원 특허소송실무연구 2014 참조). 최소한 우리 특허법도 일본이 2002년, 2006년 등 법 개정을 통해서 규정한 현행 제101조(침해로 보는 행위) 규정 정도로의 간접침해인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2 판결의 의의 및 입법의 필요성 이 판결은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쟁점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모두 문제가 되었던 쟁점으로 미국에서는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해석을 통한 문제 해결을 긍정하지 않음으로써 입법론적인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그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 역시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일본 하급심 판결례와 같은 태도이다. 일본 동경지방재판소는 2007년 2월 27일 선고 판결(判タ 1253?241頁)에서 법문상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되는 물건(1호)에서 말하는 '생산'은 일본국내에서의 생산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바 있다. 한편 이 쟁점에 대해서 미국은 특허법 제271조(f)를 개정하여 침해로 의제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비교법적으로 향후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입법상황을 고려하여 특허법 개정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특허법이 외국의 다른 법률과 달리 특허침해자의 주관적 요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내용으로 특허권의 간접침해를 규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특허침해 유형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서 법리로 해결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사건 판결을 한 이상, 우리 법원은 미국 대법원이 특허법 제271조(f) 입법 전의 법문의 해석으로는 해외에서 직접침해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부분만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를 우리 특허법 제127조에 의한 간접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이제 입법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향후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과 관련된 입법논의가 이 사건 판결과 관련하여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방향의 특허법 개정은 특허권자의 특허권 보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사정과 정황을 토대로 특허침해를 구성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될 것이다. 다만 일본, 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되 이러한 국가에서도 많은 논쟁이 있는 특허 침해 혐의자의 주관적 인식의 범위를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허권
간접침해
2016-03-03
흑자법인에 재산 증여한 경우 그 주주에 대한 증여세 과세의 적법 여부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4283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들의 조부인 A가 2007. 10. 흑자법인인 주식회사 甲에게 자신이 보유하던 주식회사 乙 발행주식 488만5110주(이하 '이 사건 주식')를 증여하였다(이하 '이 사건 증여'). 증여 당시 원고 B는 甲 발행주식 1만250주, 원고 C는 甲 발행주식 1만500주를 각 보유하고 있었다. 甲은 이 사건 주식을 증여받은 데 대하여 자산수증이익을 익금에 산입하여 2007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A의 甲에 대한 이 사건 증여로 원고들이 그 소유 주식 가치증가분 상당의 이익을 증여받은 것이어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7. 12. 31. 법률 제88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사업양수도 등에 의하여 가액이 변동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들에게 증여세를 각 부과하였다. 2. 판결 요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일정한 거래만을 과세대상으로 한정하여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 법 제41조 제1항이 결손법인의 경우 결손금을 한도로 증여이익을 산정하도록 한 것은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인한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흑자법인과의 거래로 주주가 얻는 이익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규정이 없는 이상,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고,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해당할 뿐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의 사업양수도 등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3. 평석 가. 과세의 배경 2003. 12. 30. 법을 개정하면서 제2조 제3항에서'재산의 직접·간접적인 무상이전'과 '타인의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의 증가'를 포함하는 포괄적 증여 개념을 규정하고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게 되자, 과세관청은 개별 가액산정규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흑자법인의 주주 등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이 독립적 과세요건규정이 된다는 이유로 과세하기 시작함으로써 법 제2조 제3항의 법적 성격과 법 제41조 등과의 상호 관계가 문제되었다. 나. 법 제41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 제41조의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그 요건을 흠결한 거래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⑴ 종전의 증여의제규정을 증여재산가액의 계산 규정으로 바꾸기는 하였지만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일정한 유형의 거래를 대상으로 하여 거래 당사자 간에 특수관계를 요구하기도 하고, 또한 과세대상 등에 관한 사항이 개정되기도 하였는바,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과세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고,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두11559 판결도 법 제41조의3 제1항의 '최대주주 등'을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개별 가액산정규정을 단순한 예시적 규정으로는 보지 않았다. ⑵ 법 제4조 제4항 단서는 증여자의 증여세 연대납부의무 면제 대상으로 법 제41조와 달리 법 제2조 제3항은 열거하지 않고 있는바, 만약 법 제41조의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과세 가능하다면 법 제41조보다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의 경우 증여자의 연대납부의무 면제 필요성이 더 클 것임에도 그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 ⑶ 2014. 1. 1.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가 개정되면서 흑자법인에 증여하는 경우도 과세대상으로 추가되었지만 그 부칙 제2조에 의하여 위 법 시행 후 증여받는 분부터 적용하게 되는데, 법 제2조 제3항에 의하여 흑자법인의 주주에 대해서도 과세가 가능하다고 본다면 2014. 1. 1. 개정된 규정이 소급 적용되는 결과에 이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이 개별 가액산정규정에서 증여세 과세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그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거래는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 법 제33조 내지 법 제42조가 규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가 법 제2조 제3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바, 이 판시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는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⑴ 법 제2조 제3항의 입법 취지는 세법 고유의 증여 개념을 마련하는 데 있었고, 조문 또한 제1장 총칙 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규정 형식 역시 "이 법에서 '증여'란 -말한다"고 증여 개념을 정의하는 식으로 되어 있을 뿐이다. ⑵ 증여의제규정을 가액산정규정으로 전환하면서도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과세대상 등의 제한내용을 그대로 남겨둔 것인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를 법 제2조 제3항으로 과세하게 되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게 되고,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한 유형이라도 요건을 흠결하면 과세를 못하게 되는데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지도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⑶ 법 제33조 이하의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은 각각의 규정이 정한 증여 그 자체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2조 제3항의 증여에 대하여 법 제33조 이하의 규정을 준용하여 계산하기는 어렵다. ⑷ 2013. 1. 1.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개정 법') 제32조 제3호는 증여재산가액 계산방법으로 나목에서 '타인의 기여에 의하여 재산가치가 증가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 후단에 대한 증여가액 계산방법이 동일하여 법 제42조가 예정하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도 법 제2조 제3항에 의한 과세가 가능함을 전제로 개정 법 제32조 제3호 나목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법 제42조의 요건을 흠결한 증여에도 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라. 법 제41조가 규정한 유형에 속하는 거래를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대상판결이 이 사건 주식의 증여는 단순한 주식의 증여에 불과하여 법 제42조 제1항 제3호의 '사업 양수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지극히 타당하다고 보인다. ⑴ 법 제43조는 법 제41조와 법 제42조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을 예정하고 않지 않고, 법 제42조 제1항은'제41조에 따른 증여 외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 제42조보다 먼저 법 제41조 해당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⑵ 주식 증여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주체가 변경되는 등의 사정도 없으므로, '사업 양수도 등'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⑶ 법 제41조가 규정한 거래 유형에는 해당하지만 과세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과세대상이 아닌 것을 함부로 법 제42조의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아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심히 침해하게 된다. 4. 결론 대상판결은 법 제41조가 정한 과세대상과 한계를 벗어난 증여에 대해서 법 제2조 제3항 또는 법 제42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최초의 판결 중의 하나로서 그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나, 대상판결에 근거하여 개별 가액산정규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변칙적 증여에 대해서도 법 제2조 제3항을 근거로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리라 본다.
2015-11-19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후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 임차인의 보호
1. 사안의 개요 논의와 관계되는 범위에서 대상판결의 사안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甲이 주택(이하 '이 사건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지위에 있던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주택을 인도받아 전입신고를 마치고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았는데, 다음날 乙이 매각대금을 완납하고 丙 주식회사에 이 사건 주택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2. 대상판결의 요지 (1)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가 임차인과 주택의 소유자인 임대인 사이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경우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 주택에 관하여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이 요구된다(이하 '판시①'). (2) 甲이 최고가매수신고인에 불과한 乙로부터 이 사건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 및 확정일자를 갖추었다는 것만으로 그 다음날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므로 파기한다(이하 '판시②'). 3. 검토 가. 판시①에 대한 검토 (1) 판시①은 이미 여러 판결에서 설시가 되어 왔기 때문에 판례의 위치를 차지했다고 보이지만, 그 문언 자체에서 '적법하게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이하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실제 사례들을 통하여 적법한 임대권한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전세권자가 전세권의 범위 내에서 임대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므로 소유권 외에도 전세권 등 주택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포함하는 물권(이하 '소유권 등'이라 하고 소유권 등을 가지는 자를 '소유자 등'이라 한다)이 여기의 적법한 임대권한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38908 등 판결은 매매목적물을 인도받은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일정한 범위 내에서는 소유자 등에 대한 채권을 가지는 데 불과한 임대인으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될 수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대상판결은 위 판결의 연장선상에서, 주택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이라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으나, 주택에 관한 채권적 권리만을 가지고 있는 자로부터 임차한 자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의 대항력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2)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대항력이 생기는 민법의 기본 원칙(제621조)의 예외로 인도와 주민등록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채권인 임차권에 대항력을 부여한 것이다{민일영, 주택경매에 있어서 임차인보호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2004년) 23면 참조}. 그렇다면 임대인은 임차권 등기를 해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이 전제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임대인으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대항력을 인정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3) 보다 근본적으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해당 주택을 임차한 자가 대세적인 권리를 취득한다는 것은 임대인이 자기 권리 이상을 처분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처럼 권리의 이전에 관한 일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소유자 등이 아닌 자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소유자 등으로 하여금 타인(임대인)이 자기 권리를 처분하는 것을 용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가 지켜져야 하나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임차인은 어디까지나 임대인의 권리를 전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보호되면 충분하고, 임대인의 권리와 관계없이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는 것은 임차인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4) 따라서 판시①은 "주택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주택의 사용수익에 관한 물권을 가지는 임대인과 사이에, 그 임대인의 권리 범위 내에서 체결된 임대차계약도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에 포함된다"라고 제한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 2007다38908 등 판결이 미등기 매수인으로부터 임차한 자에게 대항력을 인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나. 판시②에 대한 검토 임차인의 보호에 기울어 있다고 생각되는 판시①과 달리 판시②는 오히려 임차인의 보호에 너무 소홀하다는 느낌을 준다. (1) 판시②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다소 주의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은 甲이 인도 및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를 마친 다음날부터 우선변제권을 취득하였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甲이 丙보다 앞서 우선변제권 요건을 갖추었다고 보았다면 원심 판결을 파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해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전혀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 甲은 乙이 추후 소유권을 취득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정당한 임대권한이 없는 자로부터 임차한 경우에는 이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임대권한을 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그 다음날 대항력이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丙이 乙의 소유권 취득 당일 근저당권을 취득한 이상 甲은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2) ㉠과 같이 보는 것은 가령 丙이 없는 경우를 가정해 보면 타당하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고, 기존의 판결례들과도 배치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판시②는 ㉡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나아가 ㉡의 입장을 취할 때에도 甲이 丙보다 후순위라도 우선변제권을 갖기는 하는지 여부가 추가로 문제될 수 있는데, 긍정하는 것이 옳다고 보이나 대상판결에 대한 필자의 결론에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상세는 생략한다). ㉡과 같이 이해하는 것은, 가령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9306 판결 등이, 소유권자가 타인에게 주택을 매도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임차하여 계속 거주하기로 약정한 후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사안에서, '주민등록은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 된 날로부터 임대차를 공시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매도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는 것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익일부터'라고 본 것과 일관되는 면이 있다. 입법론적인 측면에서는, 대항요건을 갖추는 시점과 대항력 발생 시점 사이에 시간적 간격을 둠으로써 임차인의 보호에 의도적인 공백을 두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인도 및 주민등록 시에 대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유사한 취지로 민일영, 전게 논문 97면 등 참조). 이렇게 개정이 되면 甲이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보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도 甲은 乙의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인도 및 주민등록이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가지는 것은 이들 요건과 제3자 명의의 등기가 같은 날 행하여질 경우 그 선후 결정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대비한 것이다(민일영, 전게논문 96면 및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7다2239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취지를 고려하면, 대항력 발생 시기에 관한 규정은 인도 및 주민등록 시점의 불명확성이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용되면 충분하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에 따른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후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경우 대항력 발생 시기는 인도 및 주민등록이 있은 날의 다음날 0시와 임대인의 소유권 등 취득 시점 중 나중에 오는 시점으로 보면 되지, 더 나아가 '임대인이 소유권 등을 취득한 날에 새로이 인도와 주민등록이 있는 것처럼 보아 그 다음날을 기준으로 다른 등기와의 선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입법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38361 등 판결 및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58026 등 판결은 임차인이 인도 및 주민등록을 갖춘 후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사안에서 임대인이 소유권을 취득한 '즉시'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는데, 이들 판결도 이러한 관점에서 통일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위 99다59306 판결 등에서도 기존의 소유자였던 임차인은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에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취득한다고 보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甲은 인도 및 주민등록을 마치고 임대차계약상 확정일자를 받은 날의 다음날 0시 이후로서, 乙이 이 사건 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한 시점에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취득하므로, 그 후에 근저당권을 취득한 丙보다 선순위 우선변제권을 가진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2015-08-10
영국법이 적용되는 채권에 대한 상계의 준거법
I. 사실관계 및 판결의 요지 1. 사실관계 채무자 선우상선 주식회사(이하 '채무자'라고 한다)의 채권자 주식회사 한진해운(이하 '채권자'라고 한다)은 2010. 3. 31. 채무자가 제3채무자 주식회사 삼선로직스(이하 '제3채무자'라고 한다)에 대하여 갖고 있는 금전채권(이하 '피압류채권'이라고 한다)을 가압류하였다. 한편, 제3채무자도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채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채권은 채권자가 위와 같이 가압류하기 전에 이미 변제기가 도래하였고, 이에 따라서 제3채무자는 2011. 12. 15. 채무자에게 이 채권을 가지고 위 피압류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그 후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후에 위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이하고 추심명령을 받아서 제3채무자를 상대로 하여 추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3채무자는 피압류채권이 상계에 의하여 소멸되었으므로 채권자인 원고의 청구가 배척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제3채무자의 위 주장이 한국법상 타당하지만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르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의 요지 가. 영국의 보통법상 상계는 소송상 항변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어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영국 보통법상 상계 역시 상계권의 행사에 의하여 양 채권이 대등액에서 소멸한다는 점에서는 실체법적인 성격도 아울러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하여 준거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나.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한 법률관계가 상계의 준거법에 따라 해석·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에 의하여 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 및 추심명령을 받아 채권집행을 한 경우에, 채권가압류명령 또는 채권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 또는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는 집행절차인 채권가압류나 채권압류의 효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한민국의 민사집행법이 적용된다. II. 판결의 의미와 쟁점사항 필자는 위 사건의 피고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위 사실관계에서 피고의 상계가 효력이 있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에 전문가의견서를 제출하였고, 이 전문가의견서를 바탕으로 하여 '저스티스'(통권 제142호 2014년 6월호)에 '영국법상 상계제도와 영국법이 적용되는 채권의 상계와 관련한 국내법상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위 사건에서의 쟁점은 ①영국법상 상계와 ②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의 가능성의 문제가 절차법인지 실체법인지에 달려 있다. 위 두 쟁점들을 절차법으로 본다면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forum regit processum)는 원칙에 의하여 법정지법인 한국법이 적용될 것이고, 대법원 2012.2.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수동채권의 압류명령에 따라서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 대한 지급금지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동채권이 압류될 당시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의 그것과 동시에 또는 그보다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제3채무자는 자동채권에 의한 상계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결국 위 사안에서 제3채무자인 피고의 상계가 유효하기 때문이다. III. 영국법상 상계의 종류와 성격 1. 영국법상 상계의 종류 영국법에는 크게 보통법상 상계(Legal set-off)와 형평법상 상계(Equitable set-off)가 있다. 영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점을 이유로 하여 보통법상 상계를 절차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보통법상 상계는 원고가 제기한 금전지급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소송상 항변권으로만 행사할 수 있다. 둘째, 보통법상 상계는 상계적상이 발생한 때에 소급하여 상계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상계의 항변이 이루어진 소송절차에서 판결이 선고된 때에 발생한다. 그러나 보통법상의 상계에 의하더라도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이 소멸하는 실체법적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보통법상 상계도 실체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보통법상 상계와 달리 형평법상 상계는 소송절차와 관계없이 소송 외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에서는 형평법상 상계를 실체법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위 두 가지 상계 중 어느 상계를 행사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에 달린 것이 아니라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의 관계에 달려 있다. 형평법상의 상계는 자동채권이 수동채권을 발생시킨 거래와 동일한 거래로부터 발생하거나 그러한 거래와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반하여, 보통법상 상계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관련성이 요구되지 아니한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자동채권과 수동채권은 동리한 거래에서 발생된 것도 아니고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3채무자의 상계가 보통법상의 상계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하여 다툼이 없었다. 2. 보통법상 상계의 법적 성격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통법상 상계는 절차법적 성격과 실체법적 성격을 중첩적으로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민사소송법 제99조의 소송비용에 관한 규정, 민사소송법 제215조의 가집행선고가 실효된 경우의 배상책임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런데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상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 위와 같은 규정들의 성격이 절차법과 실체법 중 어느 쪽에 속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민사소송'(제16권 2호)에 '법정지법의 적용에 있어서 절차와 실체의 구분'이란 제목으로 그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이 중첩된 경우에 이를 절차법으로 처리하게 되면 원래의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닌 법정지법인 한국법이 적용되어 이미 발생된 실체적 권리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법정지가 달라지더라도 실체적 권리관계에 영향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인정되고 있는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에 반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절차법과 실체법의 성격이 중첩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실체법으로 처리하여 준거법인 외국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0249 판결에서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지연손해금이 절차법적 성격과 실체법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고 보면서도 이를 실체법으로 분류하여 준거법인 일본법인 사건에서 그 적용을 거부한 바 있다. 결국 영국의 보통법상의 상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체법으로 분류되므로 사안에서 제3채무자의 상계에는 영국의 보통법상 상계의 요건과 효과가 적용된다. IV. 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가능성의 준거법 수동채권이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이루어졌다면 수동채권의 압류의 효력은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결정되고, 이 법은 절차법이므로 준거법이 외국법인 사건에서도 여전히 적용된다. 만일 제3채무자가 자신의 자동채권을 가지고 상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상계가능성의 문제도 압류의 효력의 문제로 본다면, 상계가능성은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니라 한국법인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먼저 결론부터 언급한다면 상계가능성은 압류의 효력에 관한 문제로서 상계의 준거법인 외국법이 아니라 한국법인 민사집행법에 따라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결론에는 다음과 같은 근거가 제시될 수 있다. 첫째, 채권압류는 강제집행의 개시에 해당하므로 강제집행의 대상인 피압류채권이 강제집행 이외의 방법으로 처분될 수 있는지는 압류의 효력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고, 피압류채권의 상계는 강제집행 이외의 방법에 의한 채권의 처분에 해당한다. 결국 압류된 수동채권에 대한 상계가능성도 압류의 효력에 해당하므로 이 문제는 법정지법인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둘째, 채권이 압류된 후에 제3채무자가 상계를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영국법의 내용은 영국법에 따른 압류의 효력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이루어진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위 영국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적용의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수동채권을 압류한 채권자인 원고는 그 수동채권의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수동채권의 준거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이다. 이러한 압류채권자가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서 채권을 압류한 후에, 느닷없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영국법상의 압류의 효력을 주장하거나 그러한 적용을 받게 되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 V. 결론 대상판결은 상계의 준거법과 수동채권이 가압류된 경우에 상계가능성의 준거법을 구분하여, 사건의 준거법이 영국법인 경우에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대하여는 준거법인 영국법을 적용하되 수동채권의 가압류에 따른 상계가능성은 한국법이자 절차법인 민사집행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이 '절차법은 법정지법에 따른다'는 원칙을 적용하여 위와 같이 준거법을 구분한 점에 대하여 환영하는 바이다.
2015-06-22
私人의 방제보조작업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의 문제점
Ⅰ. 사안의 개요 2007.12.7.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갑 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하여 1만2000㎘로 추정되는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였다. 유출 원유는 충청도 해안 전역, 심지어 전남과 제주도까지 흘러들어가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양오염사고이어서, 국가는 피해예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고처리를 위해 조직적으로 사고처리에 나섰는데, 유조선 선박 주식회사의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여겨 해상방제업체인 을 회사에 대해 방제작업을 보조하도록 요청하였다. 이에 을 회사는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하였다. Ⅱ. 판결요지 [1] 사무관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무가 타인의 사무이고 타인을 위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의사, 즉 관리의 사실상 이익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나아가 사무의 처리가 본인에게 불리하거나 본인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 명백하지 아니할 것을 요한다. 다만 타인의 사무가 국가의 사무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인이 법령상 근거 없이 국가의 사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이 처리한 국가의 사무가 사인이 국가를 대신하여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서, 사무 처리의 긴급성 등 국가의 사무에 대한 사인의 개입이 정당화되는 경우에 한하여 사무관리가 성립하고, 사인은 그 범위 내에서 국가에 대하여 국가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지출된 필요비 내지 유익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2] 갑 주식회사 소유의 유조선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상 방제업 등을 영위하는 을 주식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아 방제작업을 보조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조치만으로는 원유 유출사고에 따른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할 정도로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위 방제작업은 을 회사가 국가를 위해 처리할 수 있는 국가의 의무 영역과 이익 영역에 속하는 사무이며, 을 회사가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추어 을 회사는 국가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을 회사는 사무관리에 근거하여 국가에 방제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Ⅲ.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을 회사)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하고 원고가 이에 응해 방제보조작업을 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도급계약에 따른 작업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설사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피고는 이 사건 유출사고의 긴급방제조치 의무자로서 원고의 방제보조작업으로 인해 법률상 원인 없이 그 비용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손해를 가했으므로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거나, 원고가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해 피고의 긴급방제조치 사무를 관리한 것이므로 그 비용을 상환해야 한다. 피고(국가)의 주장: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의 방제보조작업 비용 상당의 부당이득을 한 자는 긴급방제조치 비용 부담자인 허베이호 선주이며, 이 사건 해양오염의 방제사무는 오염야기자인 선주 측의 사무이지 보충적 지위에 있는 피고의 사무라 할 수 없고, 원고 또한 선주 측의 사무를 처리한다는 의사로 방제작업을 한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도급계약, 부당이득, 사무관리를 근거로 원고에게 방제보조작업 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Ⅳ. 문제의 제기 구 해양오염방지법(2007.1.19. 법률 제8260호 해양환경관리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하면, 해양에 기름 등 폐기물이 배출되는 경우 배출된 기름 등 폐기물이 적재되어 있거나 적재되어 있던 선박의 소유자는 배출되는 기름 등 폐기물을 신속히 수거·처리하는 등 필요한 방제조치를 즉시 취하여야 하고, 선박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그 조치만으로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또는 긴급방제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해양경찰청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상판결은 이 사건 유출사고 처리를 위한 방제작업이 긴급방제 등 필요한 조치로서 국가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전통적으로 상호부조설(Theorie der Menschenhilfe)에 바탕을 둔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나름의 의의를 갖지만,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한 데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Ⅴ.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민사상의 사무관리로 접근한 것의 문제점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징표를 갖는 공법상의 법관계가 공법상의 사무관리이다. 협조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임의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데에 따른 법제도인 민법상의 사무관리는 사적 자치와 행동의 자유에서 비롯되었다. 반면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경우,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공임무를 수행한 것을 법치국가원리의 차원에서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의 문제가 관건이다. 대상판결이 정당히 판시한 대로 긴급사태나 비상사태와 같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민사상의 사무관리와 공법상의 그것은 구별되어야 하고, 구별의 결과로 후자의 경우에는 민법의 사무관리 규정이 '준용'되어야 하고, 쟁송방식 역시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이 강구되어야 한다. 사안에 대한 사무관리적 접근을 근거지우기 위해, 판례는 국가가 최종적으로 방제조치를 취할 법률상의 의무와 국민의 생명, 건강, 재산을 보호하고 영토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는 점에 의거하여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임무에 속한다고 논증하였다. 사안에서의 방제작업이 국가의 긴급방제조치의 일환이어서 분명히 공법적 성격을 지닌다. 공법상의 사무관리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판례는 당사자소송의 대상을 확대해 온 최근의 경향에 어울리지 않게 사안을 전적으로 '민사상'의 사무관리의 차원에서 접근하였다. 2. 사무관리의 성립요건상의 문제점 사무관리의 핵심은 법적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사무처리 하는 사람이 원래 사무처리 해야 할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런 활동권한을 가지지 않아야만 한다. 타인이 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타인의 사무를 처리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구 해양오염방지법 제48조 제2항, 제50조 제1항 등에 의한 긴급방제조치는 발생한 경찰상의 장애를 제거하는 일종의 경찰권발동이다. 따라서 해양경찰이 긴급방제조치의 차원에서 을 회사에 대해 방제보조작업을 지시하거나 요청한 것은, 일종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을 회사는 긴급방제조치에 따른 일종의 행정보조인적 지위를 갖는다. 을 회사가 방제작업의 보조에 나선 것이 해양경찰청장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방제작업을 하면서 해양경찰의 지시·통제를 받았다면, 과연 을 회사가 의무 없이 즉, 위임 없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Ⅵ. 맺으면서-민관협력의 수단으로서의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 사무관리 제도에는 상호부조의 고귀한 동기가 배어 있다. 하지만 행정이 당사자가 되는 공법상의 그것의 경우 완전히 다르다. 공법상의 사무관리는 법률유보의 원칙 및 관할법정주의 등 공법질서의 차원에서 그 허용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독일의 경우 많은 행정법문헌이 공법상의 사무관리에 관한 판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대표적으로 Schoch, DV 38(2005), 91ff.]. 아쉽게도 대상판결에서 대상사무의 공임무에 따른 공법상의 사무관리 및 행정보조로서의 그것의 수행이 충분히 논구되지 않았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의 차원에서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손실보상규정의 결여가 문제되어, 비용 상환에 관한 민법 제739조의 준용여부와는 별도로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손실보상의 문제가 정면으로 부각되었을 것이다. 대상판결을 계기로 차후 세월호와 관련한 비슷한 상황에서 민사상의 사무관리가 별 의문 없이 그대로 수용될 우려가 있다. 세월호사태가 보여주듯이, 사고와 재난은 발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문제이다. 경찰비책임자에 대한 경찰권발동은 재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의 수단이기도 하다.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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