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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신분의 공범과 국민의 사법접근권
【판결요지】 1.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말하는 ‘대리’에는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취급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중략)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할 뿐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 2. 원심이 법무사 A가 법무사 아닌 B 등(파산·면책 등 전문브로커들)과 법률사무 취급행위를 하기로 공모한 후 그들에게 법무사 사무실 일부와 법무사 명의를 사용토록 하고 그 대가로 수임 사건당 40만원 또는 수익금 중 30%를 분배받았다는 이유로 법무사 A를 B 등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1. 사실관계 원심인 대구지방법원 2006.6.8. 선고 2006노366 항소심 판결의 내용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단순화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 B 등 3명은 (주)C카드 대구지부에서 채권추심업무를 담당하다가 개인회생·파산업무에 종사해 보려고 2005년1월경 함께 위 회사를 그만두고, 그 무렵 법무사인 A와 사이에 위 법무사 사무실 일부를 사용하면서 위 법무사 명의로 직원을 채용·관리하고 생활정보지 등에 사건수임 광고를 게재하며 수임 및 그 전과정을 전담하여 처리하되, 수임료 중 건당 40만원을 법무사의 명의대여료 내지 사무실사용료 조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법무사 아닌 B 등 3명은 자신들 비용으로 직접 여직원을 채용하고, 광고를 통하여 파산 등 사건을 포괄적으로 수임하면서 위 사건 전체를 한 건으로 하는 수임료를 지급받은 다음, 이에 대한 서류작성부터 종국결정을 받을 때까지 모든 업무를 대행했으나, 법무사 A는 이들 B 등 3명의 업무에 관여하거나 지휘, 감독을 한 바가 전혀 없고, 이들 3인은 파산 등 신청서의 대리인란에 ‘법무사 A’라 기재한 다음, 자신들이 보관하고 있던 A 법무사 인장을 직접 날인하였다. 그 후 B 등 3명은 법무사 A가 자신들의 업무에 관여하려고 한다는 이유로 법무사 A와의 약정을 파기하고, 대신 동일한 방식의 약정을 다른 법무사와 체결하고 2005년11월21일부터 15일간 동일 방법으로 사건 수임 및 처리를 하였다. 2. 소송의 경과 대구지방법원 (2006.1.27. 선고 2005고단7671) 제1심 유죄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항소하였고, 대구지방법원(2006.6.8. 선고 2006노366) 항소심 판결에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법무사 A는 벌금 2,000만원에 추징금 7,800만원, 법무사 아닌 B 등 3명은 각 징역1년 실형에 각 추징금 1억2,300만원을 선고하였다(벌금 등은 대략 금액). 피고인들이 모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07년 6월 28일 상고를 모두 기각하면서 위와 같이 판시하였다. 3. 불법 조각적 소극 신분과 공범의 성립 신분으로 인하여 범죄의 성립이나 형벌이 조각되는 경우를 ‘소극적 신분’이라 한다.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나 범인은닉죄와 증거인멸죄에서 친족·호주·동거친족은 책임 조각적 신분이고,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호주·가족 등 친족상도례(형법 제328조)는 범죄가 성립되지만 형벌만 면제되는 형벌조각신분이다. 이 사건 대상판결의 판시 내용은 일반인에게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의사, 법무사, 변호사 등에게는 특히 허용하는 이른바 ‘불법 조각적 신분’ 또는 ‘불구성적 신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신분관계로 인해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3조(공동정범, 교사범, 종범)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규정(형법 제33조)에 근거하여, 아들과 공모하여 남편을 살해한 아내를 존속살해죄의 공동정범으로 의율하고 있다(대판 1961.8.2. 4294형상284). 치과의사가 환자의 대량유치를 위하여 치과기공사에게 내원환자들의 진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하였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의 교사범에 해당하고(대판 1986.7.8. 86도749), 의료인일지라도 의료인 아닌 자의 의료행위에 공모하여 가공하면 의료법 제25조 제1항이 규정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의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대판 1986.2.11. 85도448)고 판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법무사 아닌 전문브로커들의 변호사법 위반행위에 A 법무사가 분배 약정을 하고 이들에게 가공한 행위를 공모공동정범으로 판시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여러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불법 조각적 소극신분자인 변호사가 변호사 아닌 사건브로커들의 변호사법 위반행위에 같은 방식으로 서로 약정하여 가담한 경우에도,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의 공모공동정범이 되는 동시에, 같은 법 제109조 제2호(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 또는 변호사 명의대여 등 금지) 위반죄와의 상상적 경합이 될 것이다(1호, 2호는 같은 형벌). 따라서 이 사건 대상판결의 판시도, 공범과 신분에 관한 종전의 판례와 기본적으로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의 해석 대상판결이 법무사 아닌 B 등 브로커 3명에게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를 적용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대리’에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취급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할 뿐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하여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해석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타당한 판시이다. 이것 또한 새로운 판결이라기보다 대법원(1999.12.24.선고) 99도219 판결과 대법원(2002.11.13. 선고) 2002도2725 판결에서 이미 같은 내용으로 판시한 바 있다. 5. 국민의 사법접근권과 법무사 사건수임 방식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법무사 A에게 법무사 아닌 B 등 브로커 3명의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고만 판시하였다는 것이다. 국민이 특정 법무사에게 지속적인 법률상담을 받고 사건의 종결에 이르기까지 연속하여 상담과 법원제출 재판 서류의 작성 및 제출 대행을 포괄적으로 맡기는 것을, 마치 대법원이 법무사 업무 범위 초과라고 판시한 것처럼 많은 일간신문이 보도하고 있다. 대법원은 많은 비용을 들여 법무사들에게 파산·면책과 채무자회생절차 사건 처리요령을 교육하였고, 서울중앙지법 파산과는 파산관련 민원인들을 법원 내 법무사 파산상담실로 보내 안내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10일자 각 신문에는 “개인파산 대행업무, 법무사는 할 수 없다”라는 제목으로,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가 파산업무를 대행한 법무사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했으며, 이들 업무는 변호사 고유 업무라는 이유에서라고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오해하여 잘못 보도한 탓이 크지만, 대법원은 마땅히 지속적 법률상담과 포괄적 사건 위임을 무조건 업무 범위 초과라고 본 항소심 판결이유 부분의 잘못을 분명하게 지적하였어야 옳았을 것이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헌법상 중요한 국민의 기본권이다(헌법 제27조). 이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법무사와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권리이다. 판결절차도 아닌 비송사건에까지, 법정구두변론이 아닌 법원제출 서류의 작성 제출까지도 사건 종결시까지 포괄 위임해서는 안 되고, 오직 서류 하나씩만 법무사에게 일일이 반복 위임하도록 국민에게 고통을 가해야 하겠는가(대법원이 인가한 법무사 보수규정에도 특정 사건의 지속적 법률상담료로 월30만원 받는 것을 허용하고, 또 의뢰인의 정서는 한번 보수를 주면 사건 종결시까지 해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법원은 언제까지 특정 공급자의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헌법 제119조 위반)을 두둔할 것인가. 법무사와 변호사 이원제 법률가를 둔 국가에서 법무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어디 있는가. 권위주의 독점시대는 지나갔다. 열린 시민중심사회의 시대정신에 맞게 법률소비자인 시민의 사법접근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장 폐쇄적 독소조항인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는 그 적용범위를 최소화해야 하고, 적어도 인접 법률전문가인 법무사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대법원이 이 사건 상고를 기각하면서, 법무사가 법무사 아닌 자와 공모하여 그들의 변호사법 위반행위(법무사도 아닌 자가 계속 반복하여 신청인 본인 명의로 파산 신청한 것)에 함께 가담하였으므로 공모공동정범 죄책을 면할 수 없지만, 법무사가 파산·면책 등 사건을 종결 때까지 포괄하여 수임 처리하는 것 자체가 법무사 업무 범위를 초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어야 하지 않을까. 변호사 제도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서민층을 위한 법무사 제도의 입법취지를 잘 살려야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2007-07-19
예금자우선변제제도에 대한 위헌결정
I. 서 론 작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는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다수의견6, 반대의견2). 즉 상호저축은행(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 대하여만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금자 우선변제제도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이 파산하는 경우 예금보험공사 등이 투입한 공적자금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였는데, 종래의 이러한 방식의 공적자금회수는 본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에서는 본 결정의 의미와 그로 인한 문제점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헌법재판소 2003 11. 30. 2003헌가 14,15(병합) 1. 사 안 파산자 A상호신용금고는 부실한 운영으로 인하여 1997. 7. 23.부터 금융감독위원회의 경영관리를 받아오다가 1999. 3. 29.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B상호신용금고는 부실상호신용금고의 영업·계약을 양수하여 이를 정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에 의하여 예금보험공사가 전액출자하여 설립된 정리금융기관으로서, A가 파산하기 전인 1998. 11. 30.부터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A의 예금채권자들의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A의 파산절차에서 B는 위와 같이 매입한 예금 및 이자채권 약 49억원을 우선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고, 한편 상호저축은행중앙회(C)는 A에 대한 기존 대여금 등 약 344억을 일반파산채권으로 신고하였는데, A의 파산관재인은 B가 신고한 채권의 우선권을 부인하였다. 그러자 B는 A의 파산관재인을 상대로 하여 서울지방법원에 파산채권확정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B의 일반채권자인 C는 B를 위하여 보조참가를 하였다. 1심법원이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B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우선채권으로 확정한다고 판결하자, C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였다. C는 항소심 재판 계속중, 재판의 전제가 된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위헌제청을 신청하였고 이에 서울고등법원이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건의 사건이 병합되었는바 사안은 거의 동일하다.). 2. 심판대상 법률조항 구 상호신용금고법(1999. 2. 1. 법률 제57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7조의2 (예금자등의 우선변제권) 예금 등을 예탁한 자는 예탁금액의 한도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공탁한 재산을 포함한다)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의 요지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자에게 예탁금의 한도 안에서 상호신용금고의 총재산에 대하여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는 다른 일반채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일반 금융기관의 예금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우선변제권으로써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위 법률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23조 제1항에 위반된다. III. 예금자우선변제제도 1. 의 의 예금자우선변제제도 즉 예금채권에 대한 우선변제권(Depositor Preference)은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금융상품계약자)가 다른 일반채권자에 우선하여 파산재단으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예금자보호장치를 말한다.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제도와 함께 예금자를 보호하는 장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상호저축은행법 제37조의2)에서 상호저축은행 예금자의 우선변제권과, 보험업법 제33조에서 보험계약자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부실한 보험회사의 구조조정과정에서는 기존 보험회사가 부실한 피인수보험회사의 보험계약을 전부 인수해왔기 때문에 보험업법 제33조가 적용된 예가 없었다. 본래 이러한 우선변제권은 예금자의 예금채권을 보호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규정된 것이나, 최근에는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 예금보험공사는 부실한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예금자보호법상 보험금을 예금자들에게 지급하거나, 또는 예금보험공사가 출자하여 설립한 정리금융기관(예금자보호법 제36조의3)이 같은 방식으로 예금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감독위원회의 계약이전결정(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 제14조의2)을 받아 예금채권을 인수한 후,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은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절차에서 예금채권을 파산채권으로 신고하고 배당을 받게 된다. 이때 예금보험공사 또는 정리금융기관이 가진 예금채권은 구 상호신용금고법 제37조의2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게 되므로 일반채권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두텁게 보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2. 외국의 경우 예금자보호장치로서 예금자우선변제권과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여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에는 예금보험제도를 두고 있으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인정하지 않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는 양자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호주의 경우에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예금보험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다만 최근에 예금보험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은 종래의 예금보험제도를 보완하고자 1993년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를 제정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은 예금자보호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예금보험금의 지급으로 인하여 누적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의 손실, 즉 재정적자의 감소를 주목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미국의 예금자우선변제권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J. A. Marino and R. L. Bennett, “The Consequences of National Depositor Preference”, FDIC Banking Review, Vol.12 No.2, 1999). 그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예금보험제도의 시행여부와 무관하게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외국에서는 예금자우선변제권이 대체로 은행(금융기관)전반의 예금채권에서 인정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상호저축은행과 보험회사에 대해서만 특별히 인정해 왔다는 차이가 있다. IV. 검 토 1.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대상결정에서는 상호신용금고의 건전한 경영과 부실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업무 역시 일반 금융기관과 다를 바 없게 된 점과 은행예금과 동일하게 예금자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채권만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대상결정은 제도적 보완 등으로 상호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이 일반 은행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고 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상호저축은행은 여전히 일반 은행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반 은행이 파산한 경우는 없는 반면, 상호저축은행은 최근까지도 부실경영으로 인해 영업이 정지되고 파산하는 예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본 사건 역시 2개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에서 문제된 것인바, 이것 외에도 현재 수건의 부실 상호저축은행 파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상호저축은행이 경영의 건전성과 자산내실화에 있어서 일반 은행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IMF 당시 일반 은행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부실은행의 예금계약이 모두 인수은행으로 이전되는 등 예금채권이 보험업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부 보호되어온 반면,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그러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 그 처리과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금융현실상 일반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사이에는 여전히 많은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대상결정에 의하면 결국,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채권자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통상 상호저축은행의 일반채권자는 대부분 다른 금융기관으로서, 본건 사안에서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가 일반채권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예금채권자들은 상호신용금고연합회와 동일한 순위에서 안분비례에 따른 배당을 받게 될 것인바, 이는 “상호신용금고의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조직되고 기능하는 상호신용금고연합회의 이익을 위해 거꾸로 예금자의 이익을 해하는 모순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대상결정의 반대의견).” 뿐만 아니라 이는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의 성격차이에 비추어 타당하지 못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모두 채권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일반채권자는 채무자인 상호저축은행의 예금자우선변제에 따른 변제능력과 회수가능성, 담보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금전을 대여한 것인 반면, 예금채권자는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인가, 감시·감독을 신뢰하고 금전을 (대여한다기보다) 예치한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보호의 필요성이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대상결정에 의하면, 부실 상호저축은행의 파산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정리금융기관)는 다른 일반채권자와 동일한 순위에서 배당을 받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나 정리금융기관이 취득한 예금채권은 예금자에게 사실상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취득한 권리로서, 예금보험공사로 하여금 부실 상호저축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회수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상호저축은행의 도산이 반복되면 이로 인하여 예금보험공사를 부실화하게 할 수 있다. 결국 그로 인한 재정손실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셈이 된다. 2. 결 론 헌법재판소의 결정(다수의견)은 우리나라의 금융현실을 다소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있다. 여전히 상호저축은행은 그 건전성과 안정성에서 일반 은행과는 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예금자보호의 현실적 필요성이 현저히 다르다. 또한 예금채권과 일반채권은 그 성격이 다를 뿐 아니라 보호의 필요정도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예금보험제도의 보완과 예금보험기구의 부실화방지를 위하여 예금자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호저축은행뿐 아니라 일반 은행의 예금채권에 대한 예금자우선변제권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2007-06-28
유언에 참여할 증인의 자격
1. 글머리에 우리나라 민법은 5가지 유언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그 중 자필증서유언에는 증인이 참여할 필요가 없고, 그 밖의 4가지 유언에는 항상 증인 2명이 참여하여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다만 녹음유언에는 참여증인의 숫자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증인이 2명 이상 이어야 한다는 설과 1명 이상이면 된다는 학설(다수설)이 대립하고 있다. 참여증인제도는 유언이 유효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유언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고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2. 판례의 취지 유언자의 처남이 공증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한 경우, 그 처남은 민법 제1072조 2항 소정의 증인결격자(친족)에 해당하므로, 그 공정증서유언은 무효이다. 이와 배치되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대판 1992.3.10, 91다45509, 공보 1992.5.1(919), 1295면; 1999. 11.26, 97다57733, 공보, 2000.1.1(97), 16면(유언자가 조카를 증인으로 참여시켜 자신의 며느리에게 재산을 유증)]도 있어서 과연 친족은 어떤 경우에 유언참여 증인이 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3. 해설 민법에서 정한 증인결격자는 아래와 같다. (1) 비밀증서·녹음·구수증서 유언의 경우 1) 미성년자(민법 제1072조 1항 1호)는 절대적 증인결격자이다. 따라서 부모, 후견인 기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더라도 증인이 될 수 없다. 다만, 미성년자라도 혼인하여 성년자로 간주된 사람이나 성년 되기 전에 이혼한 미성년자는 증인이 될 수 있다(민법 제826조의 2, 참조). 2) 금치산자·한정치산자(동조항 2호)도 절대적 결격자들이다. 의사능력을 회복하고 있거나(유언능력은 있음), 후견인의 동의를 얻었더라도 증인이 될 수 없다. 3)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그의 배우자와 직계혈족(동조항, 3호)은 상대적 결격자들이다. 예컨대, 유언으로 증여(유증)를 받게 될 수유자(受遺者)와 그 배우자, 직계혈족은 증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후순위상속인·‘유언으로 이익을 잃게 될 사람’·유언집행자, 파산선고를 받은 자 등은 증인이 될 수 있다(대판 1999. 11. 26,97다57733). 예컨대 ‘갑’에게 자식 ‘을’과 동생 ‘병’이 있는데, ‘갑’이 동생 ‘병’을 증인으로 참여시켜 유언한 후, 나중에 자식 ‘을’이 사망하여도‘갑’의 유언은 유효하다. (2) 공정증서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는 사람(민법 제1072조 2항) 1) 공증인법 제33조 3항에 의한 공증참여인 결격자 미성년자(동법 33조 3항 1호), 서명할 수 없는 사람(동조 3항 2호), 촉탁사항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동조 3항 3호)·촉탁사항에 관하여 대리인·보조인이거나 이었던 사람(동조 3항 4호), 공증인이나 촉탁인(유언자) 또는 그 대리인의 배우자·친족·동거호주·동거가족·법정대리인·피용자·동거인(동조 3항 5호)·공증인의 보조자(동조 3항 6호; 예컨대 공증인사무실의 직원 등)는 증인결격자들이다. 다만 이러한 열거는 한정적·제한적 열거라고 해석되므로 여기에 열거되지 아니한 사람, 유언집행자,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 상속인으로부터 유언자의 실종선고심판 사건을 의뢰받아서 수행하던 변호사 등은 증인이 되어 유언에 참여할 수 있다(호주는 2007.12.31.까지 결격자이고, 2008.1.1.부터는 폐지됨). 2) 예외 그러나 “공증촉탁인인 유언자가 어떤 사람(예컨대 친족)을 공증에 참여시킬 것을 청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친족은 증인자격이 생겨 유언에 참여할 수 있다(공증인법 제33조 3항 단서·제29조 2항). 이 조항이 문제이다. 생각건대, 유언자가 미성년자나 금치산자·한정치산자, 기타 서명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증인으로 참여시킬 것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절대적 결격자들이므로 이들이 참여하였다면 그 유언은 무효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평석대상판례와 상반되는 이전 판례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은 공증참여 결격자를 규정하면서 제6호에서 공증촉탁인의 친족을 참여인 결격자의 하나로서 거시하고 같은 조 제3항 단서 및 제29조 제2항에 의하여 공증촉탁인(유언자)이 참여인을 공증에 참여시킬 것을 청구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참여인 결격자 규정인 위 제33조 제3항의 의 적용을 배제시키고 있다. 망 차00은 유언을 함에 있어 그 친족인 조카 차0환을 증인으로 참여하게 하였으므로 결국 위 차0환은 유언자의 친족이라 할지라도 민법 제1072조 제1항에 의한 증인결격자에 해당되지 않을 뿐 아니라 위 공증인법의 예외규정에 따라 공증인법에 의한 공증참여인 결격자도 아니라 할 것이다. 조카를 참여시킨 유언은 유효하다는 취지이다. 다만, 청취능력, 문자해득 능력, 필기능력이 없는 사람, 기명날인이나 서명도 할 수 없는 사람은 유언자의 청구를 받았더라도 참여증인이 될 수 없다(공증인법 제33조 제3항 제3호). 그러나 맹인은 공정증서유언에 참여할 증인으로서 적격을 가진다. 증인결격자가 증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행한 유언은 모두 무효가 된다. 4. 판례평석(판례의 취지에 반대) 문제의 판례는 유언자의 유언에 참여한 사람은 유언자의 처남이므로, 그는 유언자의 친족에 해당되고, 따라서 그를 참여시켜 한 공증유언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처남이 유언자(자형이나 매부)의 부탁(법률상 용어는 ‘청구’)없이 자진하여 참여하였으리라고 인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이 사건을 담당한 대리인(변호사)의 말을 들어보니, 유언자나 참여인(처남)이 모두 사망하고 없어서, 유언자의 청구로 그 처남이 유언에 참여한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부탁도 받지 아니한 처남이 굳이 그 유언에 참여한 데는 필시 유언을 유리하게 받아보려는 의도가 깔려있었는지…. 그 판례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나타나지 아니하여 내막을 알 수 없다. 어떻든 형식적으로 관찰할 때, ‘조카가 증인으로 참여한 유언은 유효(有效)’하고, ‘처남이 증인으로 참여한 유언은 무효(無效)’라는 것이 대법원의 전·후 판례이니 좀 혼란스럽다. 법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법해석의 통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5. 입법론 현행법은 유언의 종류에 따라 증인결격자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즉, 녹음유언, 비밀증서유언, 구수증서유언 등 3가지 유언에 참여할 증인결격자는 민법 제1072조 1항에서 규정하고 있고, 유독 공정증서유언에서만은 공증인법에 의한 결격자를 민법 제1072조 2항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유언에 증인을 참여시키는 근본취지를 고려하여, 민법에서 통일적으로 이를 규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증인법의 참여인결격자나 민법의 증인결격자나 상당부분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이를 표로 나타내 본다.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민법 1072조 1항 2호)와 서명할 수 없는 자(공증인법 33조 3항 3호)는 어느 하나로 통일하여야 하고,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자 등’(민법 1072조 1항 3호)과 ‘유언에 관하여 이해관계가 있는 자’(공증인법 33조 3항 4호)는 마찬가지로 동일한 내용의 것이므로, 따로 따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통일하여 한 개의 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절대적 증인결격자의 경우는 유언자의 청구나 부탁을 받고 유언에 증인으로 참여하더라도 그러한 유언은 무효라고 해석되므로, 공증인법 제33조 제3항 단서 및 제29조 제2항의 예외조항에도 이를 분명하게 규정하여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현행법은 유언의 종류에 따라 참여증인을 달리 규정하고, 특별히 공정증서유언에는 공증인법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엄격하게 시행되어야 할 공증유언에, 공증인법의 예외조항을 적용할 경우, 증인결격자들은 모두 증인적격자로 등장할 수 있으므로, 이는 오히려 공증유언제도를 무의미하게 할 우려가 있다. 결론적으로 유언에 관한 일반법인 민법 제1072조에 일반조항으로 아래와 같이 규정함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여기에 공증인법을 굳이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제1072조(증인의 결격사유) 다음 각호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유언(자필증서유언 제외)에 증인으로 참여할 수 없다. 1. 미성년자 2. 금치산자·한정치산자, 기타 기명날인이나 서명날인을 할 수 없는 사람 3.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그 배우자와 직계혈족 기타 이해관계인 4. 유언자의 상속인, 친족 이 정도의 규정만으로도 유언의 공정성이나 진실성은 충분히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증유언의 경우 유언자의 부탁을 받고 참여한 친족의 증인적격여부 문제는 원천적으로 봉쇄될 수 있을 것이다.
2007-02-12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의 가부
[사실관계] 김씨는 돈을 꾸거나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생계를 꾸려오다 대출금을 갚지 못할 처지가 되자 속칭 ‘카드 돌려막기’와 ‘카드깡’으로 이자를 변제해 왔으나, 그 후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가 축소되면서 파산하였다. 또한 김씨는 아파트 보증금을 빼내 다른 채권자들 모르게 처제에게 꿨던 500만원을 변제하기도 하였다. 한편 김씨는 만성적인 신장질환 및 당뇨증상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치료비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질병 악화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 제2호의 규정에 의한 수급자로서 2명의 어린 자녀를 부양하는 처지에 있다. [원심결정(전주지방법원 2006. 5. 26.자 2004라123 결정)의 내용] 위 김씨의 각 행위가 구 파산법(2006. 4. 1. 법률 제7428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파산법’이라 한다) 제346조 제1호, 제367조 제1호 내지 제3호 소정의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김씨와 그의 어머니의 치료비가 많이 지출된 점, 신용카드 사용액의 상당 부분을 현금서비스에 대한 이자 변제에 사용한 점, 김씨가 질병의 악화 등으로 인하여 직장을 구하지 못하여 파산에 이르게 된 점, 항고인의 수입과 생활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면책결정 확정시의 원금·이자·지연손해금의 합계액 중에서 이자·지연손해금 전액과 원금의 70%에 해당하는 돈과 그 나머지 원금 30%에 대하여 면책결정 확정일 다음날부터 3년을 경과하는 날까지의 지연손해금에 한하여 면책을 허가한 제1심 결정을 정당하다고 보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에 대하여 김씨는 채무의 일부만을 면책하고, 나머지에 대한 면책을 허가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재항고하였다. [대법원 결정 내용] 구 파산법 제346조의 해석상, 법원은 같은 조의 각 호에서 정하는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 경우라도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면책을 허가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그와 같은 재량면책을 하기로 결정함에 있어서 그 불허가사유의 경중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채무액의 일부만을 면책하는 소위 일부면책을 할 수는 있을 것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을 도모하려는 것이 개인파산제도의 근본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일부면책이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재항고인은 위 사실관계와 같은 처지에 있는바, 사정이 그와 같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항고인은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쉽게 예측하기도 어렵고, 따라서 판시 잔존채무를 남겨둘 경우 다시 파탄에 빠지는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잔존채무에 대하여 면책을 허용하지 아니한 원심결정에는 재량면책의 허용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결정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평석] Ⅰ. 대상 결정의 의의 면책(discharge)은 파산절차상의 배당에서 변제되지 않은 채무자의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에 관하여 특정한 요건(면책불허가사유의 부존재)하에서, 한편 특정한 채권(비면책채권)을 제외하고, 재판에 의하여 채무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면책의 목적은 채무자에 대하여 경제적 새출발(fresh start)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러한 면책에 대하여 하급심 단계에서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에 관한 판단은 다수 있었지만, 위 대상 결정은 대법원 단계에서의 재량면책 및 일부면책에 관한 최초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Ⅱ. 재량면책의 가부 법원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면책불허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구 파산법 제346조). 그리하여 법원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여야 한다(구 파산법 제346조에 대응하는 새로 시행되고 있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신법’이라 한다) 제564조 제1항 참조). 참고로 보면, 현재 신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구 파산법에 의하여 파산신청을 한 사건은 경과조치에 의하여 구 파산법에 의하므로(신법 부칙 제3조) 위 사건은 구 파산법에 의한다. 한편 형식적으로는 불허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법원은 반드시 면책불허가의 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량에 의하여 면책을 허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보통 재량면책이라고 한다. 구 파산법은 이러한 재량면책에 대한 명문의 근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해석상 이를 인정하였고, 실무상으로도 재량면책을 허용한 하급심 재판례가 다수 있었다(서울지방법원 2002. 1. 11.자 2001라4634 결정 등). 이번 신법 제564조 제2항에서는 직접 그 허용성을 위와 같이 규정하여 명문화하였다. 생각건대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되는 사실이 경미한지 여부, 채무를 부담하게 된 경위와 목적, 채무가 증가하게 된 경위, 채무변제를 위하여 실제 기울인 노력, 파산채권자 측의 사정과 채권추심 상황, 채무자의 친족 등의 채무변제에 대한 협조 그 밖의 채무자의 재기에 대한 의욕과 가망성의 유무, 채권자의 이의신청 유무 등 파산선고 후의 사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재량에 의한 면책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면책을 채무자의 경제적 새출발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면책불허가사유에 해당되는 사실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넓게 재량에 의한 면책을 인정하여야 하므로 위 대상결정이 재량면책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타당하다. Ⅲ. 일부면책의 가부 불허가사유의 존재의 유무를 심사하여 불허가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권리)면책이 허가되고, 한편 불허가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 이를 전제로 재량에 의한 (전부)면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여, 면책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전부)면책이 허가되지 않는 반사적 결과로 면책불허가의 결론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재량면책에서 나아가 잔존채무의 일부에 대하여만 (일부)면책할 수 있는가하는 일부면책의 문제가 등장한다(이에 대하여 자세히는 전병서, ‘파산에 있어서 일부면책’, 민사소송(Ⅱ)(1999), 605면 이하 참조). 실무상으로 종래 일부면책을 허용한 하급심 재판례가 다수 있었고(서울지방법원 1998. 12. 8.자 98파6079(98하35) 결정 등), 위 대상 결정에서도 재량면책을 하기로 결정함에 있어서 그 불허가사유의 경중이나 채무자의 경제적 여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일부면책을 할 수는 있다고 하면서, 나아가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일부면책이 허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언급하여 일부면책의 기준 내지는 요건으로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물론 사안의 재항고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심이 일부만을 면책결정한 점은 잘못이라고 대상 결정은 설시하고 있는데,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대상 결정의 그러한 판단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면책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나아가 그 전제로 일부면책의 기준 내지 요건으로 밝힌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에 대하여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이번 신법의 입법과정에서 일부면책에 대한 법률상 명문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 바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의견이 나뉘었다. 결국 신법에서는 최종적으로 일부면책에 대한 규정을 신설하지는 않았다. 물론 명문의 규정을 신설하지 않은 것이 일부면책의 여지를 전혀 남겨두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을 수 있지만, 한편 구 파산법 제349조(마찬가지의 규정인 신법 제566조)에서 면책의 효력은 채무의 전부에 관하여 그 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등에 비추어 일부면책을 인정하는 입장은 무리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재량에 의한 (전부)면책을 허가하는 것이 상당하지 않은 경우에 그 결과로 면책불허가로 결론짓게 되는 과정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해결방법으로서 일부면책의 의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아무래도 일부면책의 기준이나 요건이 애매하고, 한편 2004년 9월부터 개인채무자회생법상 개인회생절차가 마련되었으므로(그 내용은 신법에서는 제4편에서 규율) 면책불허가사유가 있지만(개인회생절차에서는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한 경우 등은 면책불허가사유가 아니다) 일정한 수입이 있어서 채무의 일부를 변제할 수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는 일부면책보다는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여(변제계획에 따른 채무변경이 일부면책과 마찬가지 기능을 한다) 경제적 새출발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적당하므로 일부면책을 인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최근의 미국 파산법의 추세는,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관련하여 파산남용방지의 입장에서, 장래 수입이 있으리라고 보여서 채무자가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절차를 신청하지 않고 파산절차를 신청하는 경우에 대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Ⅳ. 마치며 재량면책에 대하여 그 허용성을 밝힌 점은 타당하다. 나아가 사안에서 원심은 일부만 면책하였는데 면책하지 않은 나머지 30% 금액이 얼마인지 나타나 있지 않지만 그 금액이 상당히 크다면 실질적으로 면책불허가와 다름없는 상황인바, 사실관계에 비추어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일부만 면책한 점은 잘못이라고 원심을 파기환송한 것은(사안에서는 결국 전부면책을 하여야 한다는 취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면책은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잔존채무로 인하여 다시 파탄에 빠지지 않으리라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설시 부분에 대하여는 완전히 찬성할 수 없다. 채무자가 일정한 수입을 계속적으로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일부면책보다는 개인회생절차 쪽으로 채무자를 유도해 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부면책이 아니라,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과 관련하여 사정에 비추어 전부면책을 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생각건대 2004년 9월부터 개인회생절차가 창설되었고, 이러한 입법의 흐름에 비추어 개인회생절차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참고할 것은 이번 신법 제309조 제2항에서, 법원은 파산신청이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심문을 거쳐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규정 및 신법 제559조 제1항 제2호에서, 파산절차의 신청이 기각된 때에는 면책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하였다는 점이다.
2006-10-19
금융기관의 파산절차상 상계권 행사와 남용
1. 사안의 개요 신용협동조합의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1999. 4. 7. 경부터 같은 달 16.까지 대구태평신용협동조합(이하 "태평신협"이라 함)의 재산에 대한 실사를 하였으며, 같은 달 24. 자로 태평신협의 부실대출액이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피고 조합에 대하여 경영지도를 실시, 예금등 지급정지를 명하였고, 결국 태평신협은 1999. 6. 경 파산신청을 하여 1999. 7. 9.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태평신협은 금융감독원의 자산실사가 있기 하루 전인 1999. 4. 6. 금 500,000,000원을, 그 후 같은 달 13. 금 169,000,000원을 대구은행에서 인출하여 예탁금상환준비금 명목으로 합계 금 669,000,000원을 피고 신용협동조합중앙회(이하 "피고 신협중앙회"라 함)에게 예탁하였고, 피고 신협중앙회는 1999. 5. 11. 자신이 태평신협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대출금 채권 금 46억원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위 예탁원리금과 기존의 예탁원리금을 합한 반환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대등액에서 상계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태평신협의 파산관재인인 원고의 상계주장에 대하여 신용협동조합법 및 동법 시행령 등에 상환준비금으로 예탁된 채권에 대하여 상계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신용협동조합법 제43조 제2항에 의하여 금융감독위원회가 상환준비금의 운용 및 운용수익의 처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상호금융감독규정 제6조의3 제1항제1호에 의하여 중앙회에 예치한 상환준비금을 조합에 대한 대출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등을 종합하면, 상환준비금으로 예탁된 채권에 대하여 중앙회가 당해 조합에 대한 대출채권으로 상계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연구] I. 破産과 相計 1. 상계의 담보적 기능과 파산채권의 개별행사 금지의 원칙 상계라 함은 채무소멸의 한 원인으로써 쌍방이 서로 상대방에 대하여 동종을 목적으로 한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를현실로 변제함이 없이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할 수 있다(민법 제492조). 상계제도는 마치 상대방의 채권에 유치권이나 질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이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담보물권과는 달리 그 존재를 공시하는 방법이 없고 그 실행방법도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계권자가 아닌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힐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파산채권자와 상계권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즉,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써 상계권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2. 파산절차상 상계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파산채권을 행사할 수 없음(파산법 제15조)에도 파산법 제89조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당시에 파산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때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상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 파산채권자가 파산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경우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상계를 할 수 있다. 파산절차가 진행 중인 동안에도 상계권 행사가 가능하고, 파산관재인에 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의 의사표시로 할 수 있다. 또한, 회사정리법(동 법 제162조 제1항)과는 달리 파산법상 별도의 제한은 없으므로 파산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언제나 허용된다고 해석된다. 즉, 상계의 담보적 기능이 가장 잘 발휘되는 것이 바로 채무자가 파산한 경우라고 할 수있다. II. 금융기관의 파산과 상계권 남용 현행 파산법은 파산채권의 개별행사금지원칙의 예외로써 일정한 경우 상계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편, 오늘날 상계는 주로 금융거래에서 대출채권의 담보로서 대출채권을 회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예가 가장 많다. 그런데,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이라 함) 및 예금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부보금융기관들이 파산절차에서 상계를 하는 경우, 단순히 파산절차상 문제 뿐 아니라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과 같이 금융산업구조개선법 및 예금자보호법의 목적도 아울러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본다. 이와 관련하여상계권 행사 남용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1. 예금자보호법 : 예금자보호제도 금융은 미래에 약속한 현금흐름을 지급한다는 계약 성격 및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특성을 담보하기 위한 예금자보호법상 대지급제도는 예금자보호와 금융안정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예금자보호법(과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제정된 다른 법들 포함)에 의하여 부보금융기관들은 일정 비율의 보험료를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고, 특정 부보금융기관이 파산 또는 계약이전을 하는 경우에 예금자들에게 대지급을 하게 된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사업 일부를 계약이전 시키고 나머지에 대하여 파산시키는 경우,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되면 그에 상당하는 정도로 자금지원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파산하여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상계권 남용의 문제를 좀더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금융산업구조개선법 : 계약이전과 상계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 부실금융기관 사업의 일부가 다른 금융기관에 계약이전 되고 부실금융기관은 파산되는 경우,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채권자의 대출금 채무가 계약이전 인수 금융기관에 양도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부실금융기관의 파산선고 전에 부실금융기관의 채권자들이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과 인수 금융기관으로 양도된 대출금 채무와 상계가 가능한지 문제가 된다. 즉, 현행 민법 체계상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채무자는 양도인에 대한 채권으로 양수인과 상계가 가능한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학설의 경우 ① 양도의 통지가 있었을 당시에이미 상계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그 당시에는 상계적상에 있지 않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입장(다수설)과, ② 법의 명문이 없이 상계항변을 허용하면서 그 범위를 너무 확대하여 채무자를 보호하게 되는반면, 채권을 양수받은 양수인의 이익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불합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채무자의 상계항변을 부정하는 것이 옳다고 해석하는 입장의 대립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례는 없으나 채무자가 채권양도의 승낙을 한 경우에 관하여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은 "채무자가 양도인에게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다는 사정이 없거나 또는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하였더라도 양수인이 악의 또는 중과실의 경우에 해당하는 한, 승낙 당시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에는 아직 상계적상에 있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위의 판례의 취지 및 다수설의 입장을 정리하여 보면 채권양도의 통지가 있었을 당시에 이미 상계를 할 수 있는 원인이 있었던 경우 채권양도 통지 시에는 상계적상에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상계적상이 생기면 채무자는 양수인에 대하여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이와 같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의 일환인 계약이전으로 인하여 채권의 양도가 일어나고 상계권자가 상계권을 행사하는 경우, 결국 상계권 행사에 상응하여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상계권 행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4. 상계권 남용의 판단 파산법 제95조의 상계금지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계권 행사에 관하여는 그 행사의 남용 여부가 문제된다. 상계권 남용과 관련하여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은 "당사자가 상계의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채무를 취득하게 된 목적과 경위, 상계권을 행사함에 이른 구체적 개별적 사정에 비추어,그것이 위와 같은 상계 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하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그 상계권의 행사는 신의칙에 반하거나 상계에 관한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함이 상당하고, 상계권 행사를 제한하는 위와 같은 근거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권리 남용의 경우에 요구되는 주관적 요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고 있다. 상계는 우선 간이 변제수단으로서의 기능과 담보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이러한 상계의 담보기능(우선변제적 기능)은 당사자들이 대립하는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통상적으로 상대방의 자력 여하에 상관없이 서로 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신뢰(소위 "상계기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근거한다. 하지만, 상계의 위와 같은 담보적 기능은 상계자에게 사적인 강제집행이 허용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바, 특히 제3채무자의 반대채권은 공시되지도 않으므로 이해관계인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불이익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상계의 담보적 기능은 간이 변제수단 기능에 부수적인 것으로서 이를 무한정 인정할 것은 아니며, 압류채권자를 포함하는 다른 채권자들이나 채권양수인 등 이해관계인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여 이에 적절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II. 맺음말 : 대상판결에서 고려해야 할 점 본건 대상판결은 피고 신협중앙회가 상계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달리 제한할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 신협중앙회의 상계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첫째, 대상판결은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상계자에게 사적인 강제집행을 허용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파산절차에 얽힌 다른 이해관계인들의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는 측면을 소홀하게 여겼다고 볼 수 있다. 둘째, 대상판결은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제도적 측면을 간과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금융기관이 파산하는 경우, 파산채권자들이 상계권 행사를 되면 그에 상당하는 정도로 (공적)자금이 더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인하여 상계권 행사를 하는 경우 단순히 파산법상 상계권 제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측면 및 기타 구체적 · 개별적 사정들을 고려하여 상계권 남용 여부를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하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강조하여 파산채권자들의 상계권 행사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는 경우, 결국은 파산재단의 감소를 초래하게 됨에 따라 다른 파산채권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 즉,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있음 원칙이라는 점 및 상계의 담보적 기능은 간이 변제수단 기능에 부수적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파산채권자들의 상계권 행사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005-01-27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의 성격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 보험회사의 영업소 소장으로 근무하던 甲은 보험가입자들에게 실제로는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 후 1년 만에 해약할 경우 고율의 이자를 붙여 해약환급금을 지급하는 상품이 없음에도 “원고의 보험상품 중 가입일로부터 1년 후에 해약을 하더라도 납입한 보험료에 연 15퍼센트 내지 17퍼센트의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해약환급금으로 지급받게 되는 복지상해보험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25명의 보험가입자들(이하 피해자들로 약칭함)로부터 보험료 명목으로 합계 16억 원 정도를 받아 원고에게는 전혀 입금하지 아니한 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원고를 상대로 주위적 청구로는 보험계약 해지환급금을 예비적 청구로는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담당재판부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피해자들의 과실을 30퍼센트로 인정한 뒤 원고로 하여금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강제조정결정을 하여 원고는 최종적으로 합계 금14억 7천만 원 정도를 피해자들에게 보상하였다. 한편 원고는 사건 당시 피고가 판매한 금융기관종합보험(Bankers Blanket Bond, 약칭하여 실무상으로는 BBB라고 함)에 가입되어 있었고 위 보험은 금융기관 종업원의 비행행위로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보상하여 주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피고는 위 손해배상금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로 본 건 보험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 결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BBB)은 비행담보보험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 상당인과관계가 되는 손해가 전부 포함되는 것이 아니어서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 - 연 구 요 지 -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 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서 쟁점은 원고의 피용자인 甲의 사기에 의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甲의 사용자로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한 것이 본건 금융기관종합보험의 담보대상이 되는가 여부이었다. 원고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보상에는 원고의 물질적 피해 및 유가증권을 포함한 모든 재산상의 피해가 포함되며 재산상 손실에는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잘못으로 부담하게 되는 손해배상책임도 포함되므로(결국 책임보험적 성격을 갖고 있다) 피고는 원고가 피해자들에게 보상한 금전적 손실에 대하여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피고는 반대로 위 보험약관상 담보대상은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범죄행위로 인한 손실만을 보상하는 것으로서 본 건과 같이 피용자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그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는 것은 간접적ㆍ부차적 손해에 불과하므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이 아니어서 면책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 및 항소심은 금융기관종합보험약관 제1조에 의하여 위 보험이 담보하는 대상은 “피보험자의 고용인이 피보험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기가 재정적 이득을 얻을 명백한 의도로 부정직한 행위 또는 사기적 행위로부터 전적으로 또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의 손해(Loss resulting solely and directly from dishonest or fraudulent acts by Employees of the Assured committed with the manifest intent to make and which results in improper financial gain for themselves...)”를 규정하고 있고 한편 위 보험의 면책약관 제18조는 “피보험자가 법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모든 형태의 손해-징벌적 징계적 성격의 손해배상을 포함한다- 단 이 증권이 담보하는 직접적인 재정적 손실에 대한 배상을 의미하는 손해는 제외한다(Any and all damages of any type(whether punitive, exemplary or other) for which the Assured is legally liable, except damages representing reimbursement for direct financial loss covered by this Policy)"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함께 살펴보면 본 건 원고의 손해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보험자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에는 곤란하고 또한 위 면책약관 18조상의 본문에는 해당하나 같은 조 단서의 담보조항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은 비행담보보험(fidelity bond)의 일종으로서 책임보험이 아니고 담보조항 제1조에서 말하는 피용자의 사기적 행위 등으로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발생된 피보험자와 그의 재산손해에는 간접적인 손해는 포함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용자가 재3자의 재물을 사기적인 방법으로 가져간 경우 그로인한 직접적 손해를 본 사람은 바로 그 제3자이지 피보험자가 아니며 제3자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용자 책임을 묻는 소송의 결과 피보험자이자 사용자인 원고가 지출한 손해배상금은 간접적ㆍ결과적 손해에 속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 보험에서 보상하는 직접 손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기각하였다. Ⅱ. 금융기관종합보험의 성격 1. 보험탄생과 도입경위 금융기관종합보험은 1887년 영국 로이드(보험자의 조합에 가까움)의 한 보험자에 의해서 범죄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여 주기 위하여 강도보험증권을 만들면서 그 기초를 제공하였고 정식명칭인 Bankers Blanket Bond 의 약관은 1907년 미국은행협회의 주도하에 처음 만들어졌으며 그 후 1933년경 경제대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에서 연방예금공사가 동 공사로부터 보험의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해당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금융기관종합보험 가입을 강제한 때부터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보험상품으로 상업적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그 후 약관의 정비를 거쳐 현재 사용되는 보험약관은 1981년 영국 로이드의 보험자인 K.F Alder에 의해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위 보험의 영문약관을 그대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위 보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게 된 경위는 1995년 2월 233년의 역사를 가진 영국 최고(最古) 베어링 은행의 싱가포르 지점에서 근무하던 주식거래담당직원 닉 리슨이 일본니케이지수 선물거래행위의 실패로 인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고 결국 위 은행자체가 파산에 이르게 되자 금융기관이 단 한 사람의 종업원의 부정에 의하여도 파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었고 이에 대비책을 찾던 금융기관들이 위 보험에 적극적으로 가입하였다고 한다. 한편 국내에 위 보험약관의 국문 번역본은 있으나 약관조항의 해석에 있어 영문약관과 차이가 있을 경우 위 영문약관을 해석의 원칙으로 삼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2. 책임보험의 성격유무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금융기관종합보험은 고객이 맡긴 금전 및 유가증권을 다루는 금융기관은 자연스럽게 금전 등을 노린 금융기관 내부 및 외부로부터 각종 범죄행위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탄생한 보험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담보대상은 사업장내에서의 절도ㆍ강도행위(이는 강도보험에서 유래한 것이다)로 인하여 금융기관이 피해를 입은 경우와 금융기관 종업원의 횡령 및 사기행위로 금융기관이 직접피해를 입는 경우 이를 담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 보험의 탄생시 금융기관 직원의 잘못으로 회사가 그 손해를 대신해서 배상하는 책임을 지는 경우(직원이 고객을 구타하거나 직원의 사업장내 관리소홀로 고객이 부상을 당한 경우 등)를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이며 이는 후자와 같은 경우까지도 위 보험의 담보대상으로 한다면 그 사고의 발생태양의 다양성과 발생빈도 및 발생 손해액의 예측자체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Ⅲ. 판결에 대한 입장 1. 보험의 성격 먼저 금융기관종합보험이 종업원의 부정행위로 인한 금융기관의 직접적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비행행위보험(fidelity bond)이고 금융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보험(liability insurance)이 아니라고 본 판례의 취지에 동의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그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사용자책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배상책임보험가입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2. 사건의 법률구성과 특이점 본건의 경우 원고의 직원인 甲이 보험가입자들로부터 금원을 받은 뒤 이를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피해를 전부 보험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지 여부가 달려 있었다. 즉 원고가 종전소송에서 보험가입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하여 보험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하고 해약환급금에 일정이자를 합쳐서 지급하였다면 이는 위 甲이 원고에게 정상적으로 입금된 보험료를 횡령한 행위로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이는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담보하는 “피용자의 전적이고도 직접적인 행위로 인한 손실”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원고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종전소송에서 보험계약의 성립을 부정하였고 결국 피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피해자들의 과실참작으로 30퍼센트 정도의 손해배상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원고의 이러한 손실감경이 결국 본 건 소송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되어 원고가 받을 수도 있었던 거액의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된 것이 특이하다고 보인다.
2004-03-22
손해배상청구사건
일본민법 505조에 의하면, 쌍방이 서로 동종의 목적을 가지는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 쌍방의 채무가 변제기에 있을 때 각 채무자는 그 대등액에 관하여 상계에 의해 그 채무를 면할 수 있고, 다만 채무의 성질이 이것을 허용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고, 우리 민법 492조 역시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다. 양국의 민법에서는 채무의 성질이 상계를 허용하지 아니하여 상계할 수 없는 때가 어떤 경우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동경고등재판소에서 금융채는 회사채의 일종으로서 위 예외조항에 해당하여 상계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판시를 하여 금융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었으나, 최고재판소에서 그 판시 내용을 파기한 사건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장기신용은행인 피고 Y는 A증권으로부터 은행거래약정서를 작성 받은 후 A와의 사이에서 어음대부·증서대부 등의 거래를 행하였고, 한편, A는 Y가 발행하는 금융채를 구입하여 왔다. 그런데, A가 회사갱생절차 신청을 함에 따라 위 은행거래약정서상의 기한의 이익상실조항 및 상계조항에 의하여, Y는 A에 대하여 가지는 대금채권 및 보증채무이행청구권의 합계 168억 엔의 일부와 A가 회사채 채권자로서 등록을 받았던 이건 금융채의 상환원금 및 기 발생한 미지불 이자의 합계 약 7억엔을 대등액의 범위 내에서 상계한다는 뜻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파산한 A의 파산관재인으로서 원고인 X는 Y에 대해 위 상계는 위법이고, 그 결과 이건 금융채를 환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금융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 인정 日 최고재판소, “회사채 일종으로 상계할 수 없다”는 동경高裁 판결 깨 1심인 동경지방재판소는 Y가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시점에서는 A가 회사갱생절차 신청을 하고 있었으므로 은행거래약정에 의하여 양 채권은 상계에 적합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이 상계는 적법하다는 이유로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X는 동경고등재판소에 항소하였고, 이건 금융채의 원리금 상환청구권을 주위적 청구로 하여 추가하고(원심 계속 중에 이건 금융채의 상환기한이 도래한 사정이 있다), 불법행위에 의한 종전의 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하였다. 동경고등재판소에서는 X의 주위적 청구를 인정하여 Y에 대하여 이건 금융채의 상환원리금 합계의 지급을 명하면서, 그 이유로서 “금융채는 회사채의 일종인 바, 회사채에 대하여 상계가 가능한 것으로 하면, 상계의 항변이 부착된 회사채는 다른 회사채와 다른 개성을 가지는 것으로 되어 대량성, 집단성 및 공중성이라고 하는 회사채의 본래의 성질에 위반하는 것이 되며, 나아가서는 회사채 채권자의 단체적 보호를 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회사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의사표시는 상환기한의 전후를 묻지 않고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은행거래약정의 상계조항 중 대상채권에 회사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한다면, 그러한 취지의 약정은 공공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해 Y가 상고를 하게 되었는데, 최고재판소는 이 건 사건에서 상고를 수리한 후에 원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에서 추가된 이건 금융채의 상환청구인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또한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것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정당하였던 것으로 하여 X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본 판결에서는 특별한 설명 없이 “상계의 수동채권이 금융채의 상환청구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상계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할 이유는 없고, Y발행의 금융채의 상환청구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은행거래 약정이 공공질서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으며, 그 밖에 이건의 상계를 무효로 하여야 할 사정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건의 원판결 선고 직후인 2001년12월18일에 최고재판소는 타사건에서, 장기신용은행이 대부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대부처가 보유하는 자기은행이 발행한 금융채를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함에 있어 당해 금융채권의 점유를 요하지 않는다고 하여 상계를 유효한 것으로 하였다. 위 최고재판소 판결은 직접적으로는 금융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경우 채권 점유의 여부에 대하여 판단한 것이지만, 금융채를 대상으로 하는 상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어서, 상환기한의 전후를 묻지 않고, 회사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원판결의 입장과 다름을 명백히 알 수 있다. 한편, 실제 발행되는 회사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기명 회사채에 대해서는 상계가 시행된 후에 당해 회사채가 양도된 경우나 상계의 항변이 부착된 회사채가 양도된 경우라 하더라도 적어도 선의의 취득자는 보호되는 것이므로 회사채의 거래 안전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할 수 없고, 회사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인정됨으로써 시장에 있어서의 회사채의 거래가 저해되는 일도 별로 없을 것이다. 또한, 상계제도 역시 현재의 경제 구조 하에서 거래 조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에 의해 보호되는 당사자의 지위는 가능한 한 존중해야 하는 것이어서 명문의 근거 없이 손쉽게 이것을 부정하면 안 된다. 더욱이 원심에서는 Y가 X에 대하여 이건 금융채의 상환기한 도래 전에 은행거래약정에 의하여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것을 문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발행회사와 회사채 채권자가 개별로 회사채에 대한 상환기한 전에 상계할 수 있도록 한 사전 약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상환기한 전의 상계 의사표시를 한 Y에게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고재판소의 결론은 적정한 것으로 보여 지고, 금융채를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가 인정된다는 점을 명백히 한 본 판결은 앞으로의 실무 등에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법무·특허법인 다래 대표변호사〉
2003-12-18
채권적 청구권과 제 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
[사실] 중국 정부가 전액 출자하여 설립한 중국회사 X는, 한국 회사 A와의 사이에 중국제품의 판매를 내용으로 하는 문화대전 행사를 개최하기로 약정하였다. X가 위 약정에 따라 문화대전 행사에 제공한 물품 중 이 사건 물품은, 중국 정부 산하의 옥기공장 등으로부터 X가 전시 목적으로 빌려 국내로 반입한 것들로서, 문화대전에서의 전시가 끝난 뒤에는 옥기공장 등에게 반환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A의 채권자인 Y가 1999.11.12. A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이 사건 물품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고 같은 달 15. 이를 집행하였다. 이에 대해 X는, 이 사건 물품은 X가 소유자인 중국 정부로부터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무역경영권에 기하여 A에게 전시용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Y의 가압류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서울고등법원2002.2.6, 200나64245)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X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X가 중국 정부로부터 대외무역경영권을 비준 받아 각종 상품 및 기술적 수출업무의 대리, 해외에서의 비무역성 사업 등을 경영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X가 중국 정부(국가 자체)로부터 무역에 관하여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X의 청구는 A가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X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내렸다. - 판결요지 -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집행채무자와 사이의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집행에 의한 양도나 인도를 막을 이익이 있으므로 그 채권적 청구권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 [판지]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중국이 1980. 6. 3. 공표한 ‘수출허가제도에 관한 수출입관리위원회·대외무역부의 잠정판법(暫定辦法)’ 제2조는 “대외무역부 소속의 수출입총공사와 분공사 및 수출입관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수출업무를 경영하는 공사는 승인받은 범위 내에서 수출업무를 경영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그 ‘수출업무를 경영할 권리’의 내용에 관하여 더 이상의 자료가 없는 이상 그 권리가 중국의 국가적 소유에 속하는 수출품에 대하여 소유권을 위탁받아 대위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은 소유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집행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이면 족하며,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집행채무자와 사이의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제3자는 집행에 의한 양도나 인도를 막을 이익이 있으므로 그 채권적 청구권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X는, 이 사건 물품은 중국 정부의 소유로서 X가 중국 정부로부터 비준 받은 무역경영권에 기하여 이를 A에게 전시용으로 대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X가 주장하는 이와 같은 권리는 비록 우리나라 민법이 정하는 소유권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A와의 약정에 기한 반환채권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바,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X와 A 사이의 거래에 따라 A가 이 사건 물품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한 것인지와 X가 A에 대하여 이 사건 물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채권자의 지위에 있는지를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X의 청구에 대한 당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X가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만으로 X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 평석요지 - 소유권이 아니라도 채권적인 반환청구권이 존재한다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음을 판시하며, 그러한 채권의 존재를 심리하기 위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으로, 채권적 청구권이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으로서 매우 의의가 있다 [연구] 1. 본판결의 의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압류된) 재산(책임재산)에 대해, 일정한 권리(소유권 또는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는 제3자는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소를 집행채권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고, 이를 제3자이의의 소라 한다(민사집행법48조1항). 이때 이의권자인 제3자는 당해 재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가져야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 원심은, 판지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이의원인이 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음에 대해, 본판결에서는 소유권이 아니라도 채권적인 반환청구권이 존재한다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음을 판시하며, 그러한 채권의 존재를 심리하기 위해 파기환송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판시는 채권적 청구권이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한 대법원의 최초의 판단으로서 매우 의의 있다. 이하 본평석에서는 기존의 판례와 학설을 참조하며 본판결이 갖는 의의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2. 제3자이의의 소 개관 제3자이의의 소는 판지에서도 언급하듯이 또한 민사집행법의 조문에도 나와 있듯이 집행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가 이의원인이 된다. 이 점에 관한 선례는 대판 1965.3.16, 65다70이다. 여기서는, “제3자 이의의 소는 이미 개시된 집행의 목적물에 대하여 소유 기타 목적물의 양도나 인도를 저지하는 권리를 주장하므로서 그에 대한 집행의 배제를 구하는 것이니만큼 그 소의 원인이 되는 권리는 집행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해석된다.”고 하면서, 법이 정부에 매상된 농지에 대한 受分配期待權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당해 수분배기대권은 강제집행에 대한 제3자 이의의 소에서 청구의 원인으로 할 수 있는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리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본판결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는, 이 선례에서 보듯이 집행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고, 이 점은 또한 본판지가 말하는 해석원리의 적용상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양도나 인도를 막을 수 있는 권리는, 압류가 있는 당시 벌써 제3자에게 귀속되어 있는 동시에 사실심의 최종변론종결시까지 존재하여야 한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Ⅰ](2003)292면). 또한 제3자이의의 소는 강제집행을 전제로 하는데, 강제집행에 준하는 가압류나 가처분명령에 기한 집행절차에서도 제기할 수 있다. 제3자이의의 소는, 집행대상이 부동산이나 동산뿐만 아니라 채권인 경우에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채권(가)압류에 대한 진정한 채권자의 제3자이의의 소로서, “제3자이의의 소는 등기청구권을 포함하여 모든 재산권을 대상으로 하는 집행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등기청구권에 대하여 압류명령이 있은 경우에 집행채무자 아닌 제3자가 자신이 진정한 등기청구권의 귀속자로서 자신의 등기청구권의 행사에 있어 위 압류로 인하여 장애를 받는 경우에는 그 등기청구권이 자기에게 귀속함을 주장하여 집행채권자에 대하여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대판 1997.8.26, 97다4401. 이 따름 판례로서 대판 1999.6.11, 98다52995[이 평석으로 문일봉, 제3자에게 귀속하는 채권에 대한 압류와 제3자이의의 소, 판례월보347호(1999)17면 이하]가 있다). 3. 채권적 청구권과 이의원인 본판지는 채권적 청구권이라도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에 속하지 아니하면, 이의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반대의 해석이라면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소유에 속한 경우에는 이의원인이 될 수 없는 것이 되는데, 이 점은 이미 대판 1980.1.29, 79다1223에서 판단되었다 즉 여기서는 앞서 본 선례의 견해를 따르면서, 부동산의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받기 전에 당해 부동산에 대해 개시된 강제집행에서, 집행채무자가 매수인에 대하여 집행목적물인 당해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은 집행채무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수인이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판시된 점이다. 또한 집행의 목적물이 채무자에게 속하지 아니하고 제3자가 그 목적물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파산법 제79조에 규정한 일반 환취권자와 같이 집행에 의한 양도 또는 인도를 저지할 이익이 있고, 제3자의 권리가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므로, 전대인(민법630조), 재임차인 등 목적물의 소유자가 아니라도 환취권은 있으므로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석되고 있었다(김창엽, 제3자 이의의 소에 관한 실무상 문제점, 재판자료35집(1987)249면 이하. 기타 동일한 견해로 박동섭, 제3자 이의의 소의 당사자 적격, 법조45권10호 (1996) 21면이 있고 이러한 해석은 통설의 입장이다). 이러한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바탕으로 전게 실무제요 민사집행[Ⅰ]293면 이하에서는, “집행목적물이 집행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관계에 의거하여 채무자에 대해 목적물의 반환을 구하는 채권적 청구권은 이의원인이 되지만,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는 경우에는 제3자가 계약 등에 기하여 채무자에게 인도나 이전등기를 구하는 채권적 청구권은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이의원인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본판결은 기존의 판례와 학설에 충실한 해석으로 매우 타당한 판단이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일본의 통설(岩野외編, 注解强制執行法(1)(1974)511면[鈴木]; 菊井維大, 强制執行法(總論)(1976)278면 이하; 鈴木=三ヶ月編, 注解民事執行法(1)(1984)678면 이하[鈴木]; 香川監修, 注釋民事執行法[2](1985)526면[宇佐見]; 中野貞一郞, 民事執行法[신정4판](2000)292면 이하 참조)이기도 하다. 나아가 해석상 중요한 또 한 가지 점은, 일본의 민사집행법의 권위인 中野貞一郞(나까노떼이이치로)교수가 지적(中野, 전게서293면)하듯이, 집행채권자에게의 대항력의 유무이므로, 집행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아도 제3자이의의 소의 이의원인이 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이 예로는 목적물이 채무자의 재산에 속하지 않아도 그 인도만을 구할 수 있는 채권적 청구권을 갖는 제3자는, 소유권에 기해 집행관보관가처분의 집행을 한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으므로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가 그것이다. 기타의 예로는, 집행목적물은 채무자인 창고회사가 소외인으로부터 임치를 받은 것이고 그 倉庫證券이 순차로 돌고 돌아 그 교부를 받은 자가 제3자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일본 最高裁判所判決1969.7.4判例時報565호57면 참조). 물론 본판결의 사례는 임차인 A에게 갖고 있는 임대차에 기한 반환청구권을 이의원인으로 한 것이라 말할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지 않음은 명확하다.
2003-09-15
골프회원예탁금 반환청구사건
우리 변호사법 112조 1항에는 타인의 권리를 양수하거나 양수를 가장하여 소송·조정 또는 화해 기타의 방법으로 그 권리를 실행함을 업으로 한 자는 형사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일본 변호사법 73조에서는 아무나 타인의 권리를 양수받아 소송, 조정, 화해 기타의 수단에 의해 그 권리의 실행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할 수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양국에서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타인의 채권을 양수하여 업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많은 예외가 인정되고 있는데,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2조에 의하면 상거래시 발생한 불량채권에 대해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채무자로부터 변제금수령 등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권을 행사하는 업무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은행이 합병하여 신은행을 설립하는데 있어 채권회수목적으로 채권을 별개의 회사에게 이전한 경우, 또는 기업의 외상매출채권을 일괄하여 계속적으로 매입하고 금융을 제공하는 팩토링거래의 경우 또는 주식회사 공동채권매입기구에 의한 불량채권의 매입, 불량채권의 대량일괄매각(벌크 세일), 파산절차에서의 채권의 일괄매각 경우 등에도 적법한 채권 양도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골프회원권 매매 등을 업으로 하는 자가 회원권을 구입, 예탁금반환을 청구 구하는 경우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었다해도 법적으로 보호할 수 밖에 없다 골프회원예탁금반환청구권의 양수행위가 일본 변호사법 73조에 위반되는지에 관련된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사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A는 골프클럽을 경영하는 Y(피고)와의 사이에 골프클럽에 입회계약을 체결하고, 예탁금을 지불하여 개인 회원권을 취득하였다. 위 골프클럽의 회칙에는 회원권의 양도 시에는 클럽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고, 예탁금은 골프장 개장일로부터 10년간 Y가 보관하며, 그 후 회원이 탈퇴 시에 예탁금을 반환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A는 10년이 경과한 후 회원권을 골프회원권업자 B에게 양도하면서, A의 서명날인이 있는 탈퇴서 및 골프회원권 양도통지서를 포함하는 서류 일체를 교부하였다. A는 회원권의 최종양수인에 대하여 A를 대신해 위 탈퇴서와 양도통지서를 제출할 권한을 부여하였다. 위 회원권은 동일한 방법으로 양도되어 최종적으로 회원권업자인 X(원고)에게 양도되었다. X는 A를 대신하여 Y에게 탈퇴서를 제출한 뒤 양도통지서를 송부하고, Y에 대해 위 예탁금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항소심은 “이사회의 승인 없이 X가 양수인으로서 예탁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고, 골프회원권으로부터 예탁금반환청구권을 분리하여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X는 골프회원권업자로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예탁금의 액수를 밑도는 가격으로 골프회원권을 양수 받아 골프장 경영회사를 피고로 하여 예탁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행위를 반복계속의 의사 하에 행하고 있었고, 이 건 양수행위도 동일한 행위의 일환이므로 X의 권리취득행위는 변호사법 73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상고심인 본 판결은 “회원이 탈회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는 탈회에 의해 회원계약이 종료하고, 탈회한 회원이 취득한 예탁금반환청구권을 양도할 시에는 이사회의 승인은 불필요하므로 X가 A명의의 탈퇴서를 同人을 대신하여 Y에게 제출함으로써 이건 회원계약은 종료하여 예탁금반환청구권이 발생하였으며, 이 청구권은 위 양도계약에 의해 A로부터 X에게 순차적으로 양도되고 위 양도통지에 의해 Y에게 통지된 것이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X는 예탁금반환청구권의 취득을 Y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변호사법 73조의 취지는 주로 변호사가 아닌 자가 권리의 양도를 받음으로써 함부로 소송을 유발하거나 분의를 조장하는 것 외에도 동법 72조 본문의 금지를 잠탈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법률생활상의 이익에 대한 폐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식적으로는 타인의 권리를 양수받아 소송 등의 수단에 의해 그 권리의 실행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고, 사회적·경제적으로 정당한 업무의 범위내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동법 73조에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면서 항소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일본 최고재판소의 위와 같은 판시 이유의 언저리에는 골프회원권시장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시장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그 시장에서 다수의 회원권 매매가 일상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 것을 직시하여, 골프회원권 매매 등을 업으로 하는 자가 업으로서 위 시장으로부터 통상의 방법과 가격으로 회원권을 구입한 후에 골프장 경영회사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한 방법으로 예탁금의 반환을 청구한 경우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회원권을 구입하였다 할지라도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론이 깔려 있다 할 것이다. 〈법무·특허법인 다래 대표변호사〉
2003-08-28
예탁금반환청구 항소사건
우리 나라 골프회원수는 97년 10만명을 돌파한 이래 99년에 이미 11만명을 넘어섰고, 골프회원권의 거래량 또한 99년 기준 2만3천건 이상에 달하고 있는데다가 무엇보다도 골프회원권 가격이 상당히 고가인 탓에 이와 관련한 분쟁 또한 적지 않은 실정이다. 또 골프회원권의 성질이나 내용·취득·명의개서·예탁금반환 등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몇 차례 나온 바 있으나 이번에 소개하는 일본 판례와 유사한 사안은 찾아 보기 힘들어 소개하기로 한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항소인) X는 B사가 경영하고 있던 골프장의 법인 정회원인 A사의 파산관재인으로, B사로부터 1996. 3. 12. 본건 골프장의 영업을 양수받은 Y사(피고·피항고인)에 대하여 주위적으로는 예탁금 및 이에 대한 상사법정이율 연 6분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불을, 예비적으로는 Y사가 경영하는 본건 골프장의 회원권을 가진다는 것의 확인을 요구한 사안이다. B사는 이 사건 영업양도 직후인 1996. 5.말경 골프장 회원들에게 발송한 「인사의 말씀」이라는 문서를 통해 Y사에 골프장 영업을 양도한다는 뜻을 통지하였고, 그 후 Y사는 1998. 4.경까지 골프장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A사에 대하여 연회비의 지불을 청구하는 동시에 멤버요금으로 이 사건 골프장을 우선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고 있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본건 영업양도는 피항소인이 B사와의 합의에 의하여 B사가 가지고 있었던 예탁금반환채무를 포함한 본건 회원계약상의 지위를 승계하고, 그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인수받은 것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한 유효라고 볼 수 없는 바, 피항소인은 본건 영업양도에 의하여 B사가 가지고 있었던 회원들에 대한 연회비 청구채권을 인수받고, 또한 동 회원들이 피항소인이 경영하는 본건 골프장시설을 우선적으로 싼 요금으로 이용하는 것을 용인하고, 말하자면 피항소인의 경영하에서도 회원으로서 취급하고, 회원들의 지위의 승계를 유효로 하고 있는 것이고, 또한 B사도 항소인에 대해 예탁금 반환채무를 지는 것임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피항소인은 예탁금 반환채무를 포함한 본건 회원계약상의 지위를 B사로부터 승계하고, 그 권리의무를 포괄적이고 중첩(重疊)적으로 인수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피항소인의 주된 항변 중의 하나는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의 대상인 ‘자산’에는 예탁금반환채무와 같은 채무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일응 판결문에서도 이 사건 영업양도행위가 상법 소정의 ‘영업양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고 있는 듯 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Y사에게 예탁금반환채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B사가 Y사에게 영업을 양도한 것이 상법 소정의 「영업양도」임을 전제로 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사건의 핵심적인 쟁점은 과연 예탁금제 골프회원권의 권리·의무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있다고 본다. 소위 골프회원권의 분해와 관련하여 학설은, 회원권은 시설이용권 기타의 권리 혹은 의무가 서로 대가적인 관계로서 일체화된 것이므로 이를 분해하는 것은 회원권의 본질에 반하며 분해를 허용하면 불필요하게 복잡한 권리관계가 발생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원권의 분해를 부정하는 설과 골프회원권에 의한 지위를 일반 계약상의 지위로부터 발생하는 권리·의무관계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며 실제로도 이와 같은 분해는 흔히 있는 일이므로 거래상 혼란을 초래할 우려도 없음을 근거로 긍정하는 설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결국, 이 사건 판례는 위 쟁점에 관하여 “골프회원계약은 그 성질상 그것에 포함되는 권리의무관계를 분리하여 남에게 양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권리의무관계의 일부를 분리양도하기 위해서는 회원과 양도인과 양수인의 3자에 의한 경개(更改)적 계약에 의한 것 이외에는 할 수 없다”고 함으로써 원칙적으로 골프회원계약에 기한 지위를 분해하여 타인에게 양도하는 것에 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 <다래 법률·국제특허 대표변호사>
200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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