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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서에 있어 성립의 진정
I. 사실관계 (1)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여 입원하였다가 퇴원한 피고인 A는 의사인 피고인 C에게 부탁하여 피고인 C로 하여금 피고인 A에 관한 허위진단서(허위의 교통사고후유진단서)를 작성하게 한 후 이를 행사하여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사취)한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되었으며 피고인 C는 피고인 A와 공모하여 피고인 A에 관한 허위진단서(허위의 후유장애진단서)를 작성, 이를 피고인 A에게 교부하여 피고인 A로 하여금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편취하게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공소제기 되었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A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 A가 피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 C가 피의자 A의 부탁에 의해서 피의자 A에 관한 허위진단서를 발급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으며 검사가 작성한 D(보험회사 직원)에 대한 진술조서에는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3) 공판기일의 증거조사단계에서 피고인 A는 검사작성 피고인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D에 대한 진술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不同意)하였으며 피고인 C는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서명·날인·간인의 진정)과 자신에 관한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기재내용의 진정(실질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면서 피의자 A의 부탁에 의해서 허위의 후유장애진단서를 작성하였다는 내용의 진술기재는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기재부분에 관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였고 D는 공판기일의 증인신문단계에서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면서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진술기재부분은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하여 그 진술기재부분에 관한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였다. (4) 원심법원(항소법원)이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D에 대한 진술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여 피고인 A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자 피고인 A는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위 피의자신문조서와 진술조서 중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진술기재부분은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피고인 A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5)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피고인 A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면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II. 대법원판례의 요지 (1)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에서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한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은 추정되지 아니한다. 이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면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된다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는 변경되었다. (3)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진술조서, 피해자진술조서의 경우 원진술자인 피의자, 참고인,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형식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서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자신의 검사에 대한 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는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요지이다. 대법원판례는 공판중심주의를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4) 대법원판례는 피고인의 공범자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서 뿐 아니라 피고인 자신에 대한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관해서도 적용된다. III. 형소법 제312조제1항의 성립의 진정 1. 성립의 진정의 의미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의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 즉 서명·날인·간인의 진정과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 즉 조서의 기재내용이 진술자(피의자, 참고인,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이는 통설, 판례의 견해이다. 대법원판례는 조서의 기재와 진술의 일치를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동조하는 학자들이 있으나 조서의 기재와 진술이 일치한다는 것, 즉 진술한 대로 조서에 기재하였다는 것은 조서의 실질(實質)의 문제가 아니고 조서의 내용(內容)의 문제라는 점,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일치한 경우를 조서의 실질이 진정하게 성립된 겅우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표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보다는 내용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본다(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663면; 동저 알기쉬운 형사소송법 제3판 2005년 338면). 형식적 성립의 진정,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형식적 진정성립, 실질적 진정성립이라고도 한다. 2.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과의 관계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면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되는가에 관해서 이를 긍정하는 견해가 있으나(임동규, 형소 477면; 정웅석 형소 800면) 이를 부정하는 견해(백형구 강의 663면; 이재상 형소 517면; 신양균 형소 727면; 백형구 알기쉬운 형사소송법 338면)가 타당하다고 본다.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서명·날인·간인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의자의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불일치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3. 성립의 진정의 인정방법 (1) 원진술자가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형식적 성립,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인정한다고 진술을 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형소법 312조1항 본문)에 해당한다. (2) 원진술자가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서명·날인·간인)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필적·인영·무인 등의 감정에 의해서 그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함이 입증되면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백형구 등 4인공저, 주석형사소송법 개정판, 1996년, 법원사, 478면). 필적·인영·무인의 감정에 의해서 서명·날인·간인의 진정함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그 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진술조서, 참고인진술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고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작성자의 진술(증언),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의 진술(증언),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 등에 의해서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은 「…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는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견해이나 ①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② 형사소송법 제318조제1항은 ‘검사와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을 동의한 서류 또는 물건은…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는 경우에도 그 서류 또는 물건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 ③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본문이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한다는 것은 위 조항의 문리해석에 반하며 반대해석의 법리에 위배된다는 점 ④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조서작성자의 증언, 녹음테이프, 비디오테이프에 의해서 입증됨에도 불구하고 원진술자가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면 그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대법원판례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특히 피의자의 검사에 대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고 검사의 피의자신문절차가 적법하며 피의자가 진술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도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IV. 판례평석 (1)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있어 형식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추정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보다는 내용적 성립의 진정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2)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진술조서의 경우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서만 인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조서의 원진술자가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의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부정된다는 대법원판례에 대해서는 찬성할 수 없다.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유죄자불벌(有罪者不罰)의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판기일의 증거조사를 거쳐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공판중심주의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005-03-14
검면조서등의‘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
Ⅰ. 사안 D1은 D3(병원장)와 공모하여 ‘사기·허위진단서작성·동행사죄의 공범’을 범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 중 사기의 혐의사실은 “1999년 4월경 D1이 D3에게 ‘기존 질병인 허리디스크를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인 것처럼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하여 D3 로부터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후 보험회사를 기망하여 1700만원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편취”한 보험사기죄 혐의가 중심이다. D1은 수사절차와 공판절차에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D3에게 허위의 후유장해진단서 발급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하였는데 검사가 D1의 유죄증거로 제출한 결정적인 증거는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자백)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 참고인=피의자 아닌 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무죄를 주장하는 D1은 전문증거인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를 증거로 함에 부동의 하였다. 이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으려면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법 제312조 제1항의 요건(‘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이 구비되어야 한다. 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각각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형식적 성립의 진정’은 인정하였지만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부인(D3와 W는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자신들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들의 間印·署名은 인정하면서도 ‘D1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제1심과 항소심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를 근거로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을 인정하여 유죄(징역 8월과 벌금 3백만원)를 선고하였다. D1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상고하였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와 인정방법이 쟁점이 되었다. Ⅱ. 재판요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본문의) ㉮ ‘성립의 진정’이라 함은 간인·서명·날인 등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과 그 조서의 내용이 원진술자가 진술한 대로 기재된 것이라는 실질적인 진정성립을 모두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도2112 판결, 1990. 10. 16. 선고 90도1474 판결 등 다수). ㉯ 그리고 위 법문의 문언상 성립의 진정은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실질적 진정성립도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서만 인정될 수 있[다]. 위 법문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하여 작성한 조서의 경우도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어야 증거로 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만일 원진술자가 그 진술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그 ‘기재내용이 진술내용과 다르다’고 하여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조서의 진정성립은 인정되지 아니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4111 판결, 2003. 10. 24. 선고 2002도4572 판결 등). ㉰ 그와 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Ⅲ. 평석 1. 본 판결의 내용분석 본 판결의 ㉮ 부분은 종래의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고 ㉯ 부분이 새로운 것이다. 본 판결은 피고인의 상고를 認容하여 “원진술자가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형식적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된다”는 종래의 판례[특히 대법원 1984.6.26. 선고 84도748 판결(공1984, 1378)]를 폐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이란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구술로 형식적 성립의 진정과 실질적 성립의 진정을 모두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의 내용 분석에서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종래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의 ‘성립의 진정’의 의미해석 문제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었다. 그런데 본 판결은 이 문제를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검사 면전에서 작성된 조서 일반(예를 들어 참고인 진술조서=검사가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진술조서)’과 ‘검찰조사단계에서 작성된 진술서’에 대하여 까지 확장시켜 이해하고 있다. 이것은 법 제312조 제1항의 문리에 합치되는 해석이므로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둘째,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본 판결의 새로운 해석은 ‘성립의 진정’이 문제되는 다른 문맥(예를 들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 제313조 제1항의 진술서등, 제313조 제2항의 감정의 경과와 결과를 기재한 서류)에서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예측된다. 2.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 본 판결은 ‘성립의 진정’의 의미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시(㉰ 부분)하고 있다. 이하에서 이 판시의 의미를 천착하여 보자. 현행법과 법실무상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는 대단히 취약하다. 그 이유는 조서의 증거능력이 넓게 인정되고 있고 법실무상 조서의 증명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인정자(법원)가 ‘자유심증주의’를 근거로 하여 ‘소송관계인의 공판정에서의 진술’ 이외에 ‘각종의 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재판현실’을 개탄하는 취지의 용어가 ‘조서재판’(調書裁判)이다. ‘조서재판’이 활발히 작동하면 그만큼 직접심리주의·구두변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본 판결의 판례사안을 예로 들어보자. 제1심 공판정에서 D1은 공소사실을 부인하였고, D3, W의 공판정 진술·증언도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증언이었다.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제1심과 항소심이 D1의 유죄증거로 사용한 증거는 공범자로 기소된 공동피고인 D3의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D3의 검사면전 피의자신문조서·진술조서와 ‘W(보험회사 직원)의 검사면전 진술서·진술조서’였다. ‘공판정 진술·증언’과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이 상치되고 있는 정황인데 제1심과 항소심은 ‘수사절차상 작성된 조서의 기재내용’을 신뢰하여 D1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더구나 ‘D1의 형사사건’에 초점을 맞출 때 본 사안은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D1)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이 아니라 검사 앞에서도 부인하고 공판정에서도 부인하였는데 오직 ‘공범피의자(D3)의 검사 면전 피신조서’에 불이익 진술(D3가 ‘D1과 함께 범행을 수행하였다’는 자백)이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그나마도 공범피의자(D3)는 ‘조서의 기재내용이 자신의 원진술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안이다. 검사 앞에서 자백한 자가 공판정에서 번복한 사안에서 법 제312조 제1항이 종래의 판례이론처럼 해석되어도 오판의 위험성이 있는데 하물며 본 판례사안과 같은 경우의 오판의 위험성은 대단히 높다. ‘조서재판의 극복’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 논의의 핵심화두이므로 본 판결은 ‘조서재판을 극복’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조서재판 해체의 결정적 계기 ‘조서재판의 극복’을 문제 삼을 때 ‘조서재판이 왜 문제인가’ 하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반문은 ‘실체적 진실발견과 재판의 신속·효율적인 진행’을 이유로 조서재판의 정당성이나 불가피성을 변호하려는 논증이다. 그런 분들에게 필자는 다음과 같이 재반론하고 싶다. 그럴 바에야 ‘일제강점기의 조선형사령 체제‘로 돌아가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에게 예심판사에 버금가는 강제처분권을 부여하고 전문법칙을 폐지하고 모든 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편이 더 편리하지 않겠는가? 독일법계의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은 모두 조서재판을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발상에서 출현한 근대적 원리이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면 검면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2조 본문은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과의 단절을 의미하는가’가 문제된다. 공판정에서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을 인정하는가 여부와 상관없이 무제한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었던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비교하면 단절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성립의 진정’의 의미를 협소하게 책정할수록 연속의 측면이 생기거나 증가하게 된다. 독일 형사소송법이 ‘자백이 포함되어 있는 피신조서’는 검면피신조서이든 사경피신조서이든 예외 없이 증거능력을 박탈하고 있는 점을 부가하여 검토하면 법 제312조 본문은 대단히 후진적인 조항임을 알 수 있다. 전문법칙의 핵심은 ‘조서에 관한 증거법’에 있지 않고 ‘전문진술에 관한 증거법’에 있다. 영미식 가치관에 입각하면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은 재판으로서의 품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었고 현행법의 혁신성도 그다지 크게 평가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1954년 법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이 “직접주의의 바탕 위에 영미법계의 전문법칙을 받아 들여 공판중심주의의 철저를 기하였다”고 높게 평가[헌법재판소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하고 대법원[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도1550 판결(공2001, 2296)]도 형사소송법 제161조의2와 제310조의2의 입법취지를 헌재와 거의 동일하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매우 修辭的인 평가’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誇張된 평가’이다. 1954년 법이든 현행 형사소송법이든 일제강점기의 조서재판으로부터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본 판결로 말미암아 조서재판이 약화되고 공판중심주의는 강화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본 판결은 ‘조서재판의 점진적 해체’와 ‘공판중심주의 강화’라는 최근의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2005-01-13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기소휴직자가 공소기각된 경우 봉급 차액 지급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1) 원고 A는 의무부사관으로 임관된 이후 여러 군부대, 병원 등에서 근무하다가 원사로서 1996. 6년경부터 1998. 12.경까지 국군창동병원에서 외래과 담당관으로 일하였고 2000. 11. 21. 뇌물공여혐의(이른바 병역비리)로 구속되어 같은 해 12. 8. 피고산하 국방부보통군사법원 2000고45호 뇌물공여사건(후에 2001고13호 뇌물공여사건이 병합됨, 이하 형사사건이라 한다)으로 기소되었다. 2) 그러나 위 각 기소당시 각 공소장 기재 범죄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였던 군의관 이○○과 성△△은 2001. 3. 28. 13:00경 열린 위 군사법원 제2차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진술함에 있어, 위 원고로부터 뇌물을 받은 바 없고 이와 다른 내용의 종전 진술은 모두 허위였다는 취지로 각 진술하였다. 당시 공소유지검찰관 소외 이□□는 그 자리에서 원고 A에 대한 위 각 공소를 취소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위 원고에 대하여 검사의 공소취소를 이유로 한 위 형사사건의 공소기각결정을 고지하였으며 이에 따라 위 원고는 당일 석방되고 자동복직되었다가 2001. 6. 30. 군인사법 제41조 제1호에 따라 전역하였다. 3) 원고 A는 구속이후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에 따라 기소휴직되면서 봉급의 1/2를 수령하게 되었고 형사사건 종료 후에 전역이전인 2001. 5.경까지 지급이 유보된 임금 및 수당의 합계 금 6,880,270원을 청구하자 국방부는 원고 A가 무죄선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A는 급여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2. 1심, 항소심, 대법원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군인사법 제48조 제2항은, ‘장교 · 준사관 및 하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약식명령이 청구된 경우를 제외한다)에는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제4항은 ‘…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한다. 다만, 제2항의 규정에 해당되어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휴직명령을 받아 봉급의 반액을 지급받은 자는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 그 차액을 소급하여 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 제28조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에 따른 형사보상법은 단순히 무죄선고 뿐만 아니라 면소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받은 경우에도 그와 같은 재판을 할 만한 이유가 없었더라면 무죄의 재판을 받을 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때에는 국가에 대하여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형사보상법 제25조 참조)하여 그 보상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헌법상 인정되는 인간의 존엄권 및 기본적 인권 보장, 평등권, 무죄 추정의 법리 등 헌법이념에 비추어 보면, 위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은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한계내의 합헌적 법률해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라고 판시하였다. 2) 제1심(서울지방법원 2003. 8. 28. 선고 2002가단256464판결)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4. 4. 14. 선고 2003나61452판결)도 대법원과 같이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라 함은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기소휴직제 1. 의의 기소휴직이란 임용권자가 장교·준사관·부사관에 대하여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일정한 기간 동안 휴직을 명하는 것을 말한다(군인사법 제48조). 공법상 휴직제도는 일정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본인의 신청 또는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직무수행의무만을 해제하는 것을 말한다. 직업공무원제도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신분보장제도의 일종이다(졸저, 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710면) 휴직은 공무원의 신분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직무에는 종사하지 않는 점에서 직위해제 · 정직처분과 같으나 본인의 원에 의하여 휴직할 수도 있고 제재적인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와 구별되고 징계처분과 휴직은 그 목적 및 성격이 다를 뿐만아니라 징계사유가 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휴직과 징계와는 구별된다. 특히 정직처분은 징계처분의 일종으로 징계절차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2. 제도의 취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공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공무나 행정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방지하고, 한편 피고인인 군인에게도 공무담당의 의무를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소송당사자로서 공판과정에서 변론준비 등 충분히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해당 군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2조의2, 지방공무원법 제65조의2에서는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를 직위해제 사유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제79조에서는 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기소휴직제도의 취지·목적은 일반적으로 기소된 직원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것에 의해 직무의 수행, 직장규율내지 질서유지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나아가서 관직 전체의 신용을 추락시킬 우려가 있고, 또한 기소된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판기일에 출두할 의무를 지는 등으로 공무의 정상적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기소되어 장차 실직할지도 모를 불안정한 지위에 있는 자를 계속 직무에 종사시키는 것으로 공무의 능률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당직원을 그 신분을 보유시키면서 일시적으로 직무에 종사시키지 않는 것으로 하여, 이로 인해 직장규율내지 질서를 유지하고 직원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나아가서는 관직 전체의 신용을 보지(保持)하고, 더욱이 공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것을 의도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東京高 昭45.4.27.判, 行裁集 21권4호 741면), 3. 요건 및 효과 1) 휴직권자는 임용권자가 되며, 휴직기준은 “장교·준사관·부사관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때”에 휴직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기소휴직의 요건으로는「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만으로 족하고, 범죄의 성부나 신체의 구속 유무를 묻지 않는다(東京地 昭32.10.4.判, 行裁集 8권10호 1858면). 다만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제외된다. 휴직기간은「당해 사건의 계속기간」동안이다. 2) 휴직중인 군인은 직무에 종사하지는 않으나 군인신분은 계속 유지된다. 따라서 군인의 의무 중 그 신분상 당연히 지게 되는 의무(비밀엄수 · 품위유지등)는 부담하게 되나 직무에는 종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직무상 의무(직장이탈금지 등)는 원칙적으로 부담하지 않는다. 휴직기간에는 봉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다만, 휴직된 자가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에는 그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한다(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Ⅲ. 판결의 쟁점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형식상 무죄뿐만아니라 내용상의 무죄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그 동안 국방부 실무는 공소기각과 면소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와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급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지 않았다(국법무810-98(1972. 2. 5)). 일반직공무원의 경우 공소기각 판결은 인사관계법령에서 정한 유 · 무죄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보수의 차액을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었다. 본 사안에 있어서 원고는 처음부터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었고, 군의관들의 허위 진술, 또한 원고와 군의관들 사이의 금품수수내역을 입증할 만한 다른 정황증거는 없었던 사실 등의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검찰관의 공소취소가 없었더라면 원고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어 무죄판결을 선고받을 수 있었다. 군인사법은 휴직된 자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휴직으로 인한 각종 불이익을 회복시켜주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공소기각이나 면소판결을 받은 경우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었다(졸고, 군인사법상의 기소휴직제, 저스티스(통권 제79호), 2004/6. 146면). Ⅳ. 대상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군인사법 제48조 제4항 후단의 ‘무죄의 선고를 받은 때’를 헌법이념에 합치되게 해석하여, 형식상 무죄판결 뿐 아니라 공소기각재판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공소기각의 사유가 없었더라면 무죄가 선고될 현저한 사유가 있는 이른바 내용상 무죄재판의 경우까지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군인의 권익보호에 크게 기여한 판결로 보여진다. 이 판결은 개인의 권익에 관계된 조문에 있어서 법률의 문의적(文義的) 합헌적 법률해석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다. 행정실무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문의 규정이 없이 내용상 무죄재판까지 확대 해석하여 봉급의 차액을 지급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이해가 가나, 위 판결은 앞으로 행정해석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2004-11-11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진술서의 증거능력
Ⅰ. 判例要旨 1. 사안의 내용 (1) 검사 A는 피의자 B를 뇌물공여의 범죄사실로 수사하면서 검찰주사 C와 검찰주사보 D에게 피의자B에 대한 조사(신문)를 지시하였다. C와 D는 검사 A가 임석하지 아니한 사무실에서 피의자B를 번갈아 가며 신문한 끝에 피의자 B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고 피의자 B의 자백을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하였으며 검사 A는 검찰주사 C가 가져온 피의자신문조서를 대충 살펴본 후 피의자 B가 조사를 받고 있는 사무실로 가서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손에든 채 피의자 B에게 “이것이 모두 사실이냐”는 취지로 개괄적으로 질문한 사실이 있을뿐 피의사실에 관하여 피의자 B를 직접 개별적으로 신문하지 아니하였다.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모두에는 검사 A가 검찰주사 C를 참여시키고 피의자 B를 신문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며 검사 A와 검찰주사 C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말미에 각 서명 · 날인을 하였다. (2) 한편 피의자 B는 검찰주사 C와 검찰주사보 D의 요구에 의해서 진술서를 작성하였으며 그 진술서에는 뇌물공여의 범죄사실을 자백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3) 뇌물공여의 범죄사실로 공소제기된 피고인 B는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위 피의자신문조서와 피의자진술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 2. 판례의 요지 (1) 被疑者訊問調書의 證據能力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제2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피고인 B가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2) 被疑者陳述書의 證據能力 피의자 B가 작성한 진술서는 검찰주사와 검찰주사보가 피의자 B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의하며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됨이 마땅한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진술서의 형식으로 피의자로 하여금 작성하여 제출케 한 서류이므로 그 증거능력 유무 역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마찬가지 기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 B가 공판기일에 그 진술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진술서는 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Ⅱ. 判例評釋 1. 被疑者訊問調書의 證據能力 (1) 종전의 대법원판례 1990년9월28일에 선고한 대법원판결은 검찰주사가 검사의 지시에 따라 검사가 참석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신문하면서 검사를 작성자로 하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검사는 검찰주사가 피의자를 신문한 직후에 피의자에게 개괄적으로 질문한 사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검사의 서명 · 날인이 되어 있다하더라도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 소정의 ‘검사가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견해를 취하였다(법원공보 884호 2250~2251면). 이 대법원판례는 위 피의자신문조서가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의 ‘검사가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으나 위 피의자신문조서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론구성은 논리의 비약에 해당한다.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이고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기 때문에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이론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학설 검찰주사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의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하는 학자가 있다(배종대 · 이상돈 형사소송법 제5판 2004년 592면). 그러나 이 견해에 대해서는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검찰주사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피의자 B의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검찰주사 C가 피의자 B를 신문할 때 검사 A가 관여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검찰주사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무효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학자가 있다(앞책 592면). 그러나 검찰청법 제47조는 검찰주사 · 검찰주사보 등은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신문의 권한이 있다는 점(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 약칭한다> 제200조제1항), 검찰주사 C가 피의자 B를 신문하고 피의자신문조서의 말미에 서명 · 날인을 하였다는 점, 피고인 B가 공판기일에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동의를 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점(법 제318조제1항) 등을 고려할 때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사법경찰관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해당하므로 유효하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검찰주사 C가 검사 A의 참여없이 피의자 B를 신문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 위반이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학자가 있으나 검찰 주사 C가 검사 A의 참여없이 피의자 B를 신문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243조의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검사 A가 검찰주사 C를 참여시키지 아니하고 피의자 B를 신문하는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243조의 위반에 해당한다. 검찰주사 C가 검사 A의 참여없이 피의자 B를 신문하면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의자 B의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다고(법 제312조제1항 단서) 인정할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학자(앞책 592면)가 있으나 그 이론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검찰주사 C가 검사 A의 참여없이 피의자 B를 신문하여 자백을 받아냈다고 하여 피의자 B의 자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지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3) 大法院判例의 支持 피의자 B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검사 A가 조서작성자로서 서명 · 날인을 하였다 할지라도 검찰주사 C와 검찰주사보 D가 피의자 B를 신문할 때 검사 A는 그 신문장소에 있지 아니하였으며 검사 A는 피의자 B를 구제적으로 직접 신문한 사실이 없으므로 피의자 B의 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가 피의자 B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법 제312조제1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의자 B의 자백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검찰주사 또는 검찰주사보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처리할 권한이 있으며(검찰청법 제47조) 피의자신문은 사법경찰관의 직무에 해당하고 검찰주사 C는 피의자신문조거의 말미에 서명 · 날인을 하였으므로 검찰주사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법 제312조제2항)에 해당한다. 따라서 검찰주사 C가 피의자 B를 신문하면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제2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그런데 피고인 B가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위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므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 B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검찰주사 C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관한 대법원판례는 타당하다고 본다. 이 대법원 판례는 처음 나온 대법원판례로서 검찰의 피의자신문에 관한 잘못된 실무관행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종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 被疑者陳述書의 證據能力 (1) 학설 · 판례 사법경찰관리의 요구에 의해서 피의자가 작성한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해서는 313조설과 312조설이 대립되고 있다. 313조설은 그 피의자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3조제1항이 적용된다는 견해로서 피의자가 작성한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13조제1항의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에 해당한다는 점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으며 312조설은 그 피의자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제2항이 적용된다는 견해로서 사법경찰관리의 요구에 의해서 작성된 피의자진술서는 형식적으로는 피의자가 작성한 진술서이나 실질적으로는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하다는 점, 313조설을 취하게되면 사법경찰관리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대신에 피의자에게 진술서의 작성 · 제출을 요구 내지 강요하게 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12조제2항이 유명무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백형구 알기쉬운 형사소송법 제2판, 2004년 340면). 312조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312설이 통설이다. 대법원판례는 종래 313조설을 취하다가 김시훈 사건을 계기로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312조설로 판례를 변경하였으며 그 후 대법원판례로 확립되었다. (2) 대법원판례의 지지 사법경찰관인 검찰주사 C와 검찰주사보 D의 요구에 의해서 피의자 B가 작성한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312조설을 취한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244조에 의하여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됨이 마땅한 피의자의 진술내용을 진술서의 형식으로 피의자로 하여금 제출케 한 서류이므로’ 그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제2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론구성(판결이유)은 이를 ‘실질적으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하므로, 그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이론구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게 진술서의 작성 ·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적법하기 때문이다.
2004-03-15
기소전 체포·구속적부심사단계에서의 수사기록열람·등사청구권
I. 사건 개요 및 판결 요지 사기죄로 구속된 청구외 김○억의 변호인으로서 그로부터 구속적부심사청구의 의뢰를 받은 청구인이 피청구인인 인천서부경찰서장에게 위 김○억에 대한 수사기록 중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의 열람 및 등사를 신청하였다. 피청구인은 위 서류들이 형사소송법 제47조 소정의 소송에 관한 서류로서 공판개정전의 공개가 금지되는 것이고, 이는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 제7조 제1항 제1호소정의 이른바 다른 법률에 의하여 비공개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비공개결정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이유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2003년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요지의 결정을 내린다. 즉, (1) 형사피의사건의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의 변호를 맡은 청구인으로서는 피구속자에 대한 고소장과 경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여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구속적부심절차에서 피구속자를 충분히 조력할 수 없으므로, 위 서류들의 열람·등사는 변호인인 청구인에게 그 열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 권리로서 청구인의 기본권이며, 또한 이는 변호인의 알 권리에 속한다; (2) 고소장과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열람이 헌법상 변호인의 변호권 내지 알 권리로 보호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제한이 가능하지만, 이 사안에서는 이 권리를 제한해야 할 사정이 없다; (3) 피청구인은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라는 형사소송법 제47조를 근거로 하여 열람·등사를 거부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동조의 입법목적은 형사소송에 있어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을 받아야 할 피의자가 수사단계에서의 수사서류 공개로 말미암아 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는 것이지, 구속적부심사를 포함하는 형사소송절차에서 피의자의 방어권행사를 제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 결 정 요 지 - 변호사가 구속적부심 절차에서 피구속자에 대한 고소장과 경찰의 신문조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피구속자를 충분히 변호할 수 없으므로 수사기록 열람·등사는 변호인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적 권리로서 변호인의 기본권이며 또한 변호인의 알 권리에 속한다 II. 논의의 전제―소송기록열람·등사권과 공소장일본주의의 긴장 형사소송법 제35조는 “변호인은 소송계속중의 관계서류 또는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의 기록열람·등사권은 변호인이 피고인의 혐의 내용, 수사결과 및 증거를 파악하여 검사의 공격을 대비하여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권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열람·등사권은 피고인의 권리이기도 하다(법 제55조 1항, 제292조 2항, 규칙 제30조 1항). 근래까지 이러한 소송기록열람·등사권은 ‘공소장일본주의’(규칙 제118조 2항)와의 관련 속에서 볼 때, 공소제기후 증거제출 전까지의 기간 동안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서류에 대하여도 인정되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많은 논쟁이 있었다. 특히 검찰측은 ‘공소장일본주의’의 취지를 강조하며 열람·등사권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1997년 헌법재판소는 공소장일본주의는 “어디까지나 법원에 대한 예단 배제의 한도 내에서 운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소송기록열람·등사권열람·등사권가 헌법상 보호되는 권리임을 분명히 하였다(헌법재판소 1997.11.27. 선고, 94헌마60 결정). 공소제기후 증거제출전 단계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 등사권을 규정한 명문의 법률규정이 없는 입법의 미비상황에서, 헌법재판소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기초로 수사기록 열람·등사권을 도출하였던 것이다. 이후 검찰도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1997년 대검예규를 개정한 바 있다. - 평 석 요 지 - 1977년 결정이 공소제기 후 증거제출 전 검사 수중에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여 '실질적 당사자주의'를 강화시켰다면 2003년 결정은 이 권리를 일정한 조건하에서 기소 전 단계로 확대시켰다. 현시점에서 두개의 결정과 대검예규의 내용을 취합하여 형사소송법에 열람·등사청구권의 허용범위, 예외, 절차, 구제방법 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III. 대상판결 분석 대상판결인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은 기본적으로 1997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입장에 서 있다. 2003년 결정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청구권이 “피구속자를 조력할 변호인의 권리”이자 “변호인의 알 권리”임을 명시적으로 재확인하였고,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 의거한 피청구인의 수사기록공개거부에 대해서도 1997년 결정에서 제시한 열람·등사의 제한사유에 기초하여 그 정당성을 판단하고 있다. 또한 1997년 결정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이유로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고 밝힌 것처럼, 2003년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47조가 피고인의 방어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3년 결정에서 심판청구 자체의 적법성 판단 문제가 선결적으로 검토되지만 이 점에 대한 검토는 생략하고, 이하에서는 본안 결정의 의미를 1997년 결정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평석하기로 한다. 1. 열람·등사권의 공소제기 이전 단계로의 ‘부분적 확장’ 상술한 1997년 결정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는 “피고인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고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 한하여 허용되며, “공소제기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도 열람·등사를 허용한다면 수사기밀의 누설 등으로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 판시내용을 반대해석하면 공소제기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될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대상판결인 2003년 결정은―구속적부심사청구를 의뢰받은 경우에 한하지만―기소전에 구속된 피의자의 변호인에게도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권을 인정함으로써, 수사기관에 대한 증거개시청구권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렇게 수사기록의 열람·등사권이 인정되는 시간대를 기소전의 단계로 앞당긴 것은, 향후 헌법재판소가 구속적부심사청구라는 조건이 없는 상황에서도 피의자의 변호인에 대하여 수사기록에 열람·등사권의 인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는데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2. 열람·등사의 대상―고소장에 대한 열람·등사의 허용 확인 1997년 결정은 열람·등사의 대상에 대하여 상세한 지침을 제시하면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에 대해서는 “제한없이” 열람·등사가 허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97년 결정은 고소장의 허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3년 결정에서는 구속적부심사건 피의자의 변호인이 고소장을 열람·등사할 권리가 있느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송인준 재판관은 자신의 반대의견에서, 고소장에는 사실관계 외에도 주요한 증거방법까지 기재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고소장의 열람 및 등사를 피의자나 그 변호인에게 허용하게 되면 수사기관이 아직 조사하지 아니한 증거방법까지 피의자측에 미리 알려주게 되는 결과가 되고, 그로 인하여 주요 참고인이 소재불명이 된다거나 기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인멸할 경우 실체적 진실발견이 어려워지고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현저히 방해받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수사 초기단계에서 피청구인이 고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이러한 우려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고소장에 증거방법이 나열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나열되어 있다 하여도 이를 제외하고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며, 증거방법에 대한 불법적 작용은 변호사의 윤리와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인데 변호사와 같은 고도의 윤리적 주체가 범죄적 행위에까지 나아갈 것을 전제로 하여 제도를 설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위에서 본 우려는 고소장을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취급할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라고 파악하여, 고소장에 대한 열람 및 등사를 거부한 피청구인의 정보비공개결정은 청구인의 피구속자를 조력할 권리 및 알 권리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고소장에 열거된 증거방법이 공개되면 변호인측에 의한 증거인멸 등의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 하더라도, 고소장 내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구속적부를 심사하는 수사의 초기단계에 피고인을 충분히 조력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상되는 부작용은 다수의견이 지적하였듯이 문제가 되는 증거방법을 제외하고 공개함으로써 극복해야지, 고소장 자체의 열람·등사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1997년 결정은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하여 증인에 대한 신분이 사전에 노출됨으로써 증거인멸, 증인협박 또는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명시하였던 바, 고소장을 ‘참고인 진술조서’에 준하여 허용할 수 있다고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게다가 1999년 대검예규 제296호가 “피고소인·피고발인 또는 변호인은 필요한 사유를 소명하고 고소장 또는 고발장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담당 검사는 청구인에게 그 요지를 고지함으로써 열람에 갈음할 수 있다”(제3조 제3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마당에, 헌법재판소가 고소장의 열람·등사를 막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할 것이다. IV. 맺음말 1997년 결정은 공소제기후 증거제출전 검사의 수중에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여 ‘실질적 당사자주의’를 강화시켰다면, 2003년 결정은 이 권리를 일정한 조건 하에서 기소전 단계로 확대시켰다. 한편 현 시점에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두 개의 결정과 대검예규의 내용을 취합하여 형사소송법에 열람·등사청구권의 허용범위, 예외, 절차, 구제방법 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헌법적 권리로 인정된 수시기록열람·등사권이 대법원규칙이나 대검예규에 의하여 제약되고 있어 헌법 제12조 제1항 위반이 문제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2004-02-20
피의사실 공표를 중심으로한 명예훼손
<판결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할것이다. <연구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판지에 찬동하나 간첩죄인 이 건에 있어 피의자에 대한 명예 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5백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촉 상향 조정돼야 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부산지방경찰청과 안기부 부산지부(이하 ‘부산지방경찰청 등’ 이라 한다)가 1996. 6. 이후부터 약 1년 이상의 내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원고 지은주는 대학재학시 일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있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고, 원고 지은주가 근무하는 일본어학원에서 1997. 3. 일본 오사카로 팩스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그 상대방이 조총련 관련 인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 지은주가 조총련의 지시를 받아 학생운동을 배후 조정한 것으로 함부로 단정하고,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이하 ‘원고 서봉만 등 5명’이라 한다)에 대한 간첩 혐의 부분의 수사를 개시하였다. 그리하여, 부산지방경찰청은 위 서봉만 등 5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여, 1997. 9. 28.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 받아, 본격적으로 조사하였으나, 위 각 원고들로부터 각 그들을 기소하기에 필요한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게 되자 초조한 나머지 검찰 송치 시점까지의 조사 과정에서 그들의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에게 폭행·협박 등을 행사하였다. 그 결과 위 서봉만 등 5명은 부산지방경찰청 등에서 결국 혐의 사실을 전부 시인하자, 1997. 9. 30.경 각 국가보안법 등의 죄명을 붙여 각 기소의견으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하였다. 나. 한편,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의 검찰 송치를 전후한 1997. 9. 29.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 부분에 관한 수사발표를 같은 날 13:00에 할 예정으로 그 발표문을 연합통신 부산지부에 주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간첩인 원고 배윤주, 같은 지은주가 동아대학교에 재학시 자주대오에서 활동하다가 졸업후 도일하여 조총련에 포섭되어 노동당에 가입하고 조총련으로부터 경남지역 학생운동권을 포섭하고, 정치·노동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지시를 받고 활동자금을 교부받아 국내에 잠입한 후 후배들인 서봉만, 엄주영, 도경훈 등을 포섭하여 노동당에 가입하게 하고 그들을 통해 학생운동의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조총련에 보고하였으며, 자주대오의 배후를 조종하였다는 등의 내용이었고, 연합통신 부산지부 기자 신정훈은 같은날 12:15 위 발표문을 토대로 연합통신기사 기재와 같은 기사 내용을 본사에 송고하였고, 그후 국내 주요 일간신문사들이 위 연합통신의 기사를 토대로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사실을 그 발행신문들에 일제히 기사화하였다. 다. (1) 그후 원고들은 위와 같이 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음에 있어 간첩부분은 일관하여 부인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1998. 2. 16.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부분을 포함한 공소 사실 전부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위 원고들은 위 1심 판결에 간첩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불복 항소하여 부산고등법원 98노 156호의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음에 있어 특히 간첩부분에 관하여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극력 부인하였던 바, 같은 법원은 1998. 7. 2.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서 위 원고들의 간첩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적법한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위 원고들의 위 항소논지를 받아들여 나머지 항소이유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원고들에 대한 1심 판결을 전부파기한 후 간첩죄에 대하여는 각 무죄를 선고함으로서 위 원고들이 전부 석방되었고, 이에 대하여 검찰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1999. 1. 26. 대법원 98도 2320호로 모두 기각됨으로서 위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그러자, 위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은 1999. 6.경 자신들이 원고가 되어,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부산지방법원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로 피고인들 자신에게는 각 금 3,000만원, 가족들에게는 각 금 1,000만원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0. 9. 19. 위 법원 99가합 9571호로 피고인들에게 각 금 500만원, 가족들에게 각 금 100만원을 인용하는 판결을 각 선고 받았다. 그후, 쌍방이 각 항소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00나 12570호로 각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건 상고에 이른 것이다. 2. 판시 내용의 분석. 가. 첫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내사 결과 확인한 사실은 겨우 위 원고 지은주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 등 지엽적인 문제점이 있을 뿐인데,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함부로 수사를 개시한 것은 결국, 위 서봉만 등 5명으로부터 우격다짐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그 진실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숨겨진 의도를 갖고 행하여진 것으로, 그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한 것인지 여부. 둘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수사개시후 그 수사과정에서 위 서봉만 등 5명에 대하여 폭행·협박 및 부당한 회유 등을 하여 간첩혐의 부분에 대한 자백을 받아 내었는 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이다. 그 결과, 그것이 임의성없는 자백이었음이 판결에 의하여 드러난 이상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그 자백의 취득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구체적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이상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을 검찰송치를 전후하여 언론기관에 유출시켜 보도되게 함으로써 위 형법 제126조를 위반하였다. 그리고, 그 후 법원의 확정 판결에 의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이 진실하지 않다고 판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명예가 심히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하여 그들의 부모들인 해당 원고들도 적지 아니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위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피고(대한민국)는 그 산하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02. 9. 24. 선고, 2001다 49692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첫째,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의하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사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에 의하여 얼마든지 개시할 수 있으나 다만,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정도의 제한만을 받는다. 그런데,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원고 서봉만 등 5명에 대한 간첩 부분 수사는 판시와 같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었고, 그에 관하여 1심의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이상 그 개시 자체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반대 되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둘째,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위법성 조각여부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판시내용 중 본고에서는 편의상 세 번째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3. 피의사실 공표와 불법행위. 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므로, 익명 등을 사용함이 바람직하고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에 관하여도 함부로 유죄로 오인될 수 있는 그 어떤 발표도 기소되기까지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 18389호 판결은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제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또 피고인이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확신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있는 것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이 있음에 대한 증거가 없는 본건에 있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진실성을 오신한데 대하여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입증이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면책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 33828호 판결 역시 신문 등 언론매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기사 등 보도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그 입증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성의 오신의 판단 기준인 상당성은 진실성의 공공성에서와 같이 보도의 신속성 및 객관적 진실 파악의 곤란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5. 28. 94다 33828호는 일간신문사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방법이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못하여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다른 근거 없이 만연히 기사를 작성한 경우,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언론매체에게 그 기사의 취재과정에서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나. 한편, 오늘날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이 가장 문제로 되는 것은 신문·텔레비젼·라디오 등 대중보도매체, 즉 매스컴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이다. 위와 같은 보도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할 의무가 있고, 이와 관련하여 사실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할 사이도 없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보도할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게 된다. 또, 이러한 매체들은 영리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구속 사유에 관한 것을 영장청구 단계에서부터 즐겨 보도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어, 이러한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보도는 보도기관의 발달로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게 된다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은 경우, 즉 구속영장을 발부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소된 범죄 사실보다 훨씬 무거운 범죄 사실을 기재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실무상 자주 있는 바, 지금까지는 대부분 그 불법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사실이 언론기관에 의하여 보도된 경우에는 그 불법성을 오히려 더욱 크게 문제 삼아야 한다. 다. 명예훼손죄와의 관계 참고로, 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의 결과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동시에 발생되는 것으로 형법상 위 두가지 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학설·판례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의 주된 보호법익이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억제하는데 있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위법성 조각과 관련하여, 예컨대 피의자가 도주 피신하여 수사에 곤란을 겪고 있을 때에 시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라디오·텔레비젼·신문 등을 통하여 광고하는 경우라든가, 포악한 범인이 도주하여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경우에 매스컴을 이용하여 경고하는 경우 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사활동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어 본죄의 성립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설은 피의사실의 공표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표의 이익에 관한 때에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이건 판시 내용에 직접 언급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판례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 어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의 경우, 종전과 달리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 당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차츰 증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간첩죄인 이건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금 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폭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서부터 기소하지 않을 범죄사실을 함부로 부풀려 기재하여 언론기관에 의해 보도되지 않도록 인권옹호에 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언론기관은 보도 경쟁이나 독자의 흥미를 끌어 내어 그 발행 부수를 확장 시키려는 목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피의자의 신원 등을 알 수 있도록 실명을 게재 하거나, 피의자의 변명이나 견해를 보도하지 아니하여 유죄임을 함부로 단정될 수 있도록 함부로 보도하는 사례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특히, 스포츠 기사의 경우(장관이나 국회의원의 경우 K장관 R의원 등으로 표현하면서) 선수의 이름만 막바로 적시하여, “믿었던 000가 부진하여 패배 또는 000의 결정적 실책으로 결승점 헌납” 등으로 특정 선수의 명예를 함부로 마구 훼손하는 현재의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건 판결은 수사기관의 피의 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판지에 찬동한다.
2003-05-19
불법한 긴급체포 중 작성된 피의자신문 조서 및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I. 사실의 개요 검사는 현직 군수인 피고인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B 및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한 후 A를 소환·조사하기 위하여 군수실로 갔으나 만나지 못하고, A가 자택 근처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사관이 오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는 도시행정계장의 말을 듣고 행정계장과 함께 A가 기다리고 있던 장소로 가서 A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로 긴급체포하였다.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까지 A를 유치하면서, 검사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는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검찰진술을 한 후 사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검사로부터 보석허가의견까지 받았다. B는 검찰에서는 뇌물공여를 인정하였으나, 법정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검찰에서의 자백은 허위진술이라고 증언하였다. 대법원은 A의 검찰피의자신문조서는 불법한 긴급체포상태에서 작성된 것이기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라고 파악하고, B의 진술의 경우는 그 임의성은 인정되지만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A의 뇌물수수와 B의 뇌물공여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II. 불법한 긴급체포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배제 1. 불법한 긴급체포와 자백배제 긴급체포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받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피의자에 대하여 법관의 사전 체포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 경우 허용되는 무영장 체포를 뜻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A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뇌물) 위반의 혐의를 받고 있었던 바, ‘범죄의 중대성’ 요건은 충족된다. 그러나 체포의 ‘필요성’과 ‘긴급성’ 요건은 충족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검찰수사관이 피고인을 체포할 당시 피고인은 우연히 발견한 것도 아니고, 피고인은 스스로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할 태세를 갖추고 자신의 거처를 일러주도록 미리 지시해두었다. 그리고 수사관이 체포장소에 도착하였을 때도 도망하려거나 소환에 불응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점을 직시하자면 긴급체포를 실행한 검사 등의 판단은 현저히 합리성을 잃었다고 보이며, 따라서 긴급체포의 요건이 흠결되었음에도 수사기관이 체포영장 없이 긴급체포형식으로 피의자를 체포·구금한 것은 영장주의에 위반한 위법한 구금에 해당한다. 불법한 신체구속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이러한 불법한 신체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로부터 획득한 자백이나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영장주의는 형태화되고 만다. 불법한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법으로 그 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완전히 법원과 의견을 같이 한다. 근래까지 대법원이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동원하여 임의성이 있는 자백을 배제한 것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접견권이 침해된 경우에 제한되어 있었던 바, 대상판결은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을 불법한 체포 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에 대해서도 적용한 획기적 판결이다. 이는 불법한 체포상태에서 획득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일련의 판결, 예컨대 1975년의 ‘Brown v. Illinois 판결’[422 U.S. 590 (1975)], 1979년의 ‘Dunaway v. New York 판결’[442 U.S. 200 (1979)] 및 1982년 ‘Taylor v. Alabama 판결’[457 U.S. 687 (1982)] 등에 비유될 만하다. 2. 배제의 근거 그런데 법원이 취하는 배제의 근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9조를 ‘자백의 임의성 법칙’으로 파악하고, 이를 자백의 위법배제법칙과 구별하여 이해하고 있다. 즉, 고문에 의한 자백같이 자백의 임의성이 없는 경우와 자백의 임의성을 의심할 수 없으나 그 획득의 절차와 방법이 위법한 경우 사이의 질적 차이에 주목하고, 전자는 자백배제법칙으로, 후자의 경우 자백의 임의성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배제의 근거는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실정법화된 자백배제법칙이어야 한다. 연혁적으로 볼 때 자백배제법칙이 ‘임의성’ 기준과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음은 사실이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문언에 ‘임의성’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절차의 위법은 있으나 임의성이 인정되는 자백을 예상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해석과 일치하지 않는다. 임의성에 의심 있는 불공정하게 획득된 자백은 이미 임의성 있는 자백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는 위법수집자백배제에 대한 하위 실정법규가 없기에 헌법에서 바로 위법수집자백의 증거능력배제를 도출하였다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09조가 증거배제의 근거로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자백배제의 일차적 근거로 해석하는 것이 해석방법론으로 옳을 것이다. 요컨대 피고인 A에 대한 불법체포에 따른 불법구금상태에서의 진술획득은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로 인한 자백’ 획득에 해당하므로, 자백의 임의성과 상관없이 구속의 위법 때문에 자백의 증거능력이 배제되어야 한다. III. ‘약속’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임의성 결여인가, 신빙성 결여인가? 대법원은 B의 검찰진술의 임의성은 인정하지만 신빙성을 부정하여 증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상판례의 사실관계를 검토해보면, 검사는 별건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받고 있던 B가 A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진술을 하면 사기의 점에 대해서는 무혐의처분을 하고, 사안이 가벼운 사문서위조 부분에 대해서만 분리기소하기로 약속하고 B의 자백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따르면, 검사가 B에 대하여 불기소처분을 내린 이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가 사실오인, 수사미진, 이유불비 등을 이유로 재기수사명령을 하였는데도 불기소처분을 내린 검사는 항소법원에 불기소처분의 정당성을 극렬 주장하였고, 제1심 법원에서 B의 보석에 관한 의견조회에 대하여 이례적으로 보석허가의견까지 제출하였으며, B가 석방된 뒤에도 계속 불러 진술번복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였고, 검찰주사보가 B를 수 차례 유흥주점에 데려가 음주·유흥케 하였고, B가 진술을 번복하여 보석취소결정으로 재수감된 후에도 제1심 선고판결 선고 전까지 무려 12회에 걸쳐 진술을 재번복하라고 회유하였다. 이상의 점에서 볼 때 검사와 피고인 B 사이에는 B의 자백을 하는 대가로 하는 일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보이며, 이 경우 B의 자백은 그 신빙성은 물론이고 임의성도 의심스럽다고 할 것이다. B가 당시 거액의 사기범행으로 중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고, 건강악화, 아들의 수술 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점등을 고려하자면 검사의 사기의 점에 대한 불기소처분 약속은 B의 의사결정에 아주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일정한 증거가 발견되면 피의자가 자백하겠다고 한 약속이 검사의 강요나 위계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던가 또는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위와 같은 자백의 약속 하에 된 자백이라 하여 곧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대판 1983. 9. 13, 83도712]라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를 반대해석하면 불기소나 경한 죄의 소추 등 이익과 교환조건으로 이루어진 자백은 임의성이 의심스러운 자백임을 밝힌 것이다. 요컨대, B의 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논할 필요도 없이 형사소송법 제309조의 ‘기타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 이유가 있는’ 절차위법이 존재하였으므로 그 자백의 증거능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IV. 맺음말 대상판례에서 법원이 불법한 긴급체포 상태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는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영장주의의 대원칙을 지키고 불법수사를 억지하는데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바 상찬(賞讚)받아 마땅하다. 다만 우리는 그 자백배제의 근거가 초실정법적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9조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차이가 있다. 그리고 피고인 B의 검찰자백은 ‘약속’에 의한 자백으로 그 신빙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임의성에 의심이 있기에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따라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2002-10-28
법정증언을 번복하는 내용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Ⅰ. 사안 피고인 K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호사가 아니면서 W의 대출사기로 인한 형사사건에 관하여 청탁교제비 명목으로 W로부터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사는 W에 대하여 작성한 1998. 10. 9.자 진술조서(이하 ‘이 사건 진술조서’라고 한다)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 사건 진술조서’는 W가 1998. 8. 25. 제1심의 제4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검사의 주신문과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거쳐 피고인의 변소(辨疎)내용에 일부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이하 ‘제1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마친 다음 검사의 소환에 따라 검찰청에 다시 출두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검사는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의 증언 내용을 다시 추궁하여 W로부터 그 증언 내용 중 ‘피고인의 변소에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진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번복 진술을 받아냈다. 검사가 이 사건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자 피고인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그 후 검사의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 W는 1998. 10. 27. 제1심의 제8회 공판기일에 다시 증언(이하 ‘제2차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면서 이 사건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제1차증언을 번복하여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증인 W는 이 때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에 응하였다. 제1심은 제2차증언과 이 사건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유죄 증거의 하나로 명시하고, 항소심이 이를 유지하였다. 피고인이 ‘이 증거를 유죄증거로 삼은 것은 위법하다’며 상고하였다. Ⅱ. 쟁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을 검사가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단순히 법정에서 소환한 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Ⅲ. 재판요지(상고기각) 〔다수의견〕 “㉮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이미 증언을 마친 증인(W)을 검사가 소환한 후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필자 첨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그 증언 내용을 추궁하여 이를 일방적으로 번복시키는 방식으로 작성한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는 것은 당사자주의·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소송구조에 어긋나는 것일 뿐만 아니라, ㉯ 헌법 제27조가 보장하는 기본권, 즉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실질적으로’ 부여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 이러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증언 자체를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위와 같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론은 달리할 것이 아니다. 이와는 달리 그 후의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증언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면 위와 같은 진술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1555 판결 및 위와 같은 진술조서도 증거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한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1632 판결, 1984. 11. 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 4. 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각 견해는 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Ⅳ. 평석 1. 이 판결의 사정(射程)범위(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첫째, 이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법정증언을 번복(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의 검사작성의 참고인(참고인이지만 통상의 수사절차상의 참고인이 아니라 이미 법정증언을 한 바 있는 참고인이다) 진술조서’(이하 ‘번복진술조서’로 약칭한다)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에 관하여 다소 불분명했고 엇갈리기도 했던 종래의 판결들을 전원합의체 판결로 분명히 하는 한편 종래의 판결을 변경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주목을 요한다. 종래의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에 대하여 경우에 따라 신빙성을 부인할 수 있다고 한 판례(대법원 1983.8.23. 선고 83도1632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살인특수강도 집31(4)형119, 공 1983,1462; 대법원 1984.11.27. 선고 84도1376 판결; 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 배임수재 횡령)가 있었는가 하면 번복진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진술조서라도 그 후에 법정에서 피고인측에게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를 부여하였다면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대법원 1992. 8.18. 선고 92도1555 판결)는 판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본 판결에서 종래의 엇갈렸던 판례를 증거능력의 문제로 통일시키고 번복진술조서는 “그 후 원진술자인 종전 증인이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을 하면서 그 진술조서의 성립의 진정함을 인정하고 피고인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둘째, 이 판결은 번복진술조서의 증거능력(피고인이 증거로 할 수 있음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그 증거능력이 없다, 재판요지 ㉰항 참조)을 문제삼고 있지만 번복진술조서 중에서도 검사가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는 절차 없이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만을 문제삼고 있다. 이 판결을 반대해석하면 검사가 법정증인 W를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정식의 피의자신문절차에서 W를 추궁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는 문제가 없다(증거로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셋째, 본 판결은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인의 1차증언 후 수사기관(본 사안에서는 검사가 작성하였지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에 의해 작성된 법정증인의 번복(공소사실에 부합)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였지만 그 증인이 2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번복증언’(이하 ‘번복증언’으로 약칭한다)을 하고 피고인측의 반대신문을 경유하였다면 이 번복증언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2차증언의 실시는 당사자주의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의 어떤 견지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이 부분의 판시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본 판례는 어떤 법리를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은 판결을 하였는가? 2. 이 판결의 법리적 논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재판요지 ㉮ 항과 ㉯ 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런데 ㉯ 부분의 판시는 헌법재판소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후단의 적법절차조항과 헌법 제27조 제1항 및 제3항을 근거로 이끌어 낸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선언(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합헌 형사소송법 제314조 위헌소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본 판례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법리는 이렇듯 가깝게는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이고 멀리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원리임을 알 수 있다. 본 판례는 당사자주의와 적법절차와 같은 ‘기저적(基底的)인 구조원리’가 공판중심주의·직접주의와 같은 ‘하위수준의 구조원리’개념을 매개로 ‘형사실무의 최전방말단에 자리하고 있는 각론적 쟁점의 해석문제에 깊숙히 침투해 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실증해 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판례이다. 3.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의 우려 반대의견(대법관 지창권, 이임수, 서 성, 조무제, 유지담)은 다수의견에 대하여 “다수의견의 주장에 따르면,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증인에 대하여 검사가 후에 다시 진술조서를 받은 경우, 그 진술조서를 새로 받게된 이유나 절차가 어떠하였던가, 그 증언내용과 그 진술조서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가, 그리고 그 후에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취득하기 위하여 검사가 어떠한 소송상의 절차를 진행하였는가를 가리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그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마는 결과로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 판례의 사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극히 이례적인 사안이다. 본 판례사안에서는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1차증언에서 공소사실에 배치되는 증언을 한 증인이 2차증언에서 번복증언을 하면 두 개의 증언 중 어느 한 개의 증언은 위증임에 틀림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 증인이 위증죄로 기소될 위험을 감수하고 2차증언에서 1차증언과 배치되는 증언을 감행하리하고 예측되지 않는다(1993.4.27. 선고 92도2171 판결의 판례사안에서의 증인은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하지 않았다. 오관석, [형사소송에 있어서 증인신문후 당해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작성의 조서의 증거능력 및 증명력], {사법행정}, 1993.9, 60-64쪽 참조). 증인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해 주기를 원하는 검사는 증언번복을 주저하는 증인에게 불기소의 약속이나 암시를 고려해야 한다. 본 판례사안에서도 검사는 증인 W를 위증죄로 입건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본 판례의 다수의견은 ‘번복진술조서를 증거로 하고 싶으면 검사는 법정증인을 별도의 위증 사건 피의자로 입건하여 신문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위증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증인이 합리적 인간이라면 2차증언에서 1차증언을 번복할 리가 없다. 따라서 반대의견의 우려는 다수의견의 실무적 의의에 대한 ‘일리있는 합리적 예측’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태에 봉착한 검사는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4. 검사의 향후 대응책 검사는 종래와 같이 ‘위증죄 기소 혹은 불기소’를 무기로 법정증인의 번복진술조서를 받아 내려는 발상을 포기하고 반대신문의 기술을 발전시켜 제1차증인신문에서부터 송곳같은 반대신문으로 위증을 기도하는 증인을 무력화시키고 이에 실패하면 제2, 제3차의 증인신문에서 위증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 당분간 ‘실질적으로 유죄이지만 재판상 무죄’를 선고받는 피고인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적법절차,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주의 등의 구조원리는 ‘더 큰 공익(bigger public interest)’을 위하여 ‘보다 작은 공익(smaller public interest)’을 기꺼이 희생시키는 원리이므로 다수의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2000-07-27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Ⅰ. 사 안 1. 공소사실(가스분사기를 허가없이 소지한 범죄사실, 이하 ‘후행사실’로 약칭함)과 본건 공소사실이 기소된 경위 : 피고인 J는 1997. 12. 24. 06:00경 불심검문을 당하여 ‘수회에 걸친 절도행위와 공기호부정사용죄의 혐의’로 긴급체포되어 같은 날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그런데 검사가 위 구속영장기재의 범죄사실(이하 ‘선행사실’이라 부른다)로 피고인을 신문할 당시(1998. 1. 5.), 여죄(餘罪)로 ‘후행사실’도 자백하였고 압수물까지 있었음에도 검사는 후행사건은 포함시키지 않은 채 선행사건만을 먼저 기소하였다(1998. 1. 8.). 그 후 곧이어 후행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어 같은 검사에게 배당되었다(1998. 1. 12.). 검사가 후행사건의 기소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도중에 선행사건의 판결이 확정(1998. 3. 11.)되었다. J는 1998. 3. 11. 대전지방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습절도)죄와 형법위반(공기호부정사용)(이하 ‘선행(범죄)사실’로 약칭함)으로 ‘징역 1년6월 및 보호감호’를 선고 받고 청송교도소에서 그 형의 집행이 개시되었다. 검사는 후행사건을 송치받은 후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아니하다가 후행사건 송치일로부터 2개월 8일 후이며, 선행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인 1998. 3. 20.에야 비로소 피고인에 대한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이 때 피고인은 ‘가스분사기소지를 포함한 수회에 걸친 절도사실 등’을 자백하였다. 검사는 같은 달 21. 선행기소에 대한 판결확정사실을 확인하고, 같은 달 26. 피고인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후행사실만 재차 확인하고, 같은 달 29. 대전지방법원에 본건 공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한다. 피고인이 선행기소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바이므로, 후행범죄사실 중 상습절도 부분은 선행기소에 대한 유죄판결선고전에 범한 것으로서 면소의 대상이어서 검사가 추가기소를 하지 못하고 후행범죄사실 중 소지부분만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청송교도소로 이감됨에 따라 후행사건도 의성지원으로 이송되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은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재판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된 데에는 후행사건에 8건의 절도죄 여죄가 병합되어 있어 ‘경찰에서 그 여죄 부분의 수사관계로 선행사건과 분리하여 뒤늦게 따로이 송치’한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 제1심(의성지원 1998.11.7. 선고 98고단200 판결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위반 하집 1998-2, 687쪽 이하)재판(관여법관 김수일.{법률신문}, 제2747호) : 제1심은 “ ‘피고인이 자신의 판결확정전에 범하여진 일련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함으로써 두번의 형을 선고받게 된 것’이, 검사가 피의자가 범한 일련의 범죄행위 중 일부에 대하여 이미 구속기속된 사실을 ‘알면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나머지 범죄행위에 대하여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행사를 하지 아니한 것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헌법 제12조 제2항의 ‘피고인의 진술거부권제도’에 비추어 ‘중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에는(대법원 1996. 2. 13. 선고 94도2685 판결참조), ㉰ 이시추가소추권 행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본건의 경우 “㈎ (중략) 선행사건과 후행사건을 함께 담당하였던 검사가 후행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을 시 이미 피고인이 선행기소 사건으로 구속되어 기소된 상태임을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점, 후행사건 송치 이후 검사가 한 수사로서는 후행공소사실 등의 재확인, 선행기소와 그 판결확정 확인 등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본건기소는 정당한 이유없이 신속한 수사 및 소추권 행사를 게을리한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기인’하며 ㈏ 피고인이 최초 체포 당시부터 경찰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였고 그 증거물인 가스분사기마저 압수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범죄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소추권 행사 및 재판절차 등에 정통하지 못한 일반인인 피고인으로서는 위 선행기소 사건에 대한 재판 당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별도의 조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할 것이어서 ‘위 재판의 변론기일의 속행이나 선고연기’를 신청할 필요성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중략) 후행공소사실에 대하여 선행기소 사실과 병합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항소하였다. 항소심은 거의 제1심판결을 지지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Ⅱ. 쟁 점 공소권의 남용으로 공소제기의 효력이 부인되는 ‘검사의 자의적인 공소권행사’의 의미. Ⅲ. 재판요지(파기환송) 검사가 ‘ⓐ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여지는 경우에 이를 ⓒ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이고,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볼 것이다.(중략) 원심은 ㉠ 검사의 이 사건 기소에 다른 어떤 의도가 있는지에 관하여 더 심리함이 없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 곧 이 사건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여기에는 ㉡ 기소편의주의와 공소권의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대법관 이용훈(재판장) 김형선 조무제 이용우(주심)). Ⅳ. N&C(평석) 1. 현재까지 한국에서 공소권 남용 여부가 가장 많이 다투어진 사안유형은 ‘경합범관계에 있는 피고인의 일련의 범죄사실들’이 한꺼번에 기소되지 않고 그 중의 일부만 먼저 기소(이를 ‘선행기소’로 약칭함)되어 유죄판결이 선고된 후 선행기소에서 누락된 범죄사실을 검사가 별도의 공판절차로 기소(이를 ‘후행기소’로 약칭함)하여 결과적으로 피고인이 ‘경합범 조항’(형법 제37조)과 ‘관련사건의 병합관할조항’(형소법 제11조 제1호)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이익이 박탈되는 경우였다. 이런 유형의 사안에 대하여 가장 넓게 공소권 남용을 긍정하려 했던 입장은 대법원 1996.2.13. 선고, 94도2658 판결(공문서위조 공 1996,1017, 이하 ‘96년 판결’로 약칭함)의 원심판결이었던 부산고법 1994.9.7.선고 93노1497 판결이었고 그 다음으로 넓게 긍정하려 했던 입장이 바로 본판결의 제1심(대구지방법원 의성지원)과 항소심(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 판결이다. 2. 본판결은 96년 판결이 전제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요건(검사의 후행기소가 ㉮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공소권 행사에 기인한 것이고, ㉯ 또한 동시에 재판을 받지 못한 점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중 ㉮의 요건을 축소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본판결의 재판요지 ⓓ 항이 그 점을 보여주고 있다. 본판결은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라 함은 검사가 선행사실과 후행사실을 한꺼번에 기소하지 못한 것이 ‘ⓓ 단순히 검사의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하여 ‘96년 판결의 공소권남용요건’을 축소시키고 있다. 3. 대법원 1990.9.25. 선고, 90도1613 판결(국가보안법위반 공 884,2236)은 “원심이 특정사건에 대한 공소의 제기가 공소권남용으로서 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그 공소의 제기가 ‘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고 판시한 것은 그 설시가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시하여 한국의 대법원은 일본최고재판소가 취하고 있는 공소권남용의 인정기준(검사의 직무상 범죄를 구성할 정도의 극한적인 경우에 한한다) 보다는 다소 넓게 긍정하겠다는 설시를 보여 주었었는데 본 판결에서 90년 판결과 96년 판결의 입장을 일보 후퇴시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하급심 법관들은 공소권남용을 넓게 인정하려고 하고 대법원은 좁게 인정하려고 하는가? 이 의문의 해답은 ‘사법정책적 관점의 상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하급심 판사들은 공판사건이 날로 급증하고 있어 ‘검사의 남기소’를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한국의 하급심이 공소권남용론에 적극성을 보이는 물적 토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한국의 사법경찰관과 검사는 업무부담이 과중한데다 또한 구속기간제한에 쫓겨 본의 아니게 이런 유형의 후행기소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한편에서 하급심 법원의 ‘실무적 감각’과 ‘피고인의 이익고려’, 그리고 다른 한편 ‘사법경찰관과 검사의 실무적 고충’을 조화시키려고 위와같은 미묘한 ‘사법정책적 동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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