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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Toxic mold소송
얼마전 TV 뉴스시간에 무너져 내린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천정속에 곰팡이가 가득 슬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벽, 천정, 환기Duct 등에 생긴 곰팡이를 Mold라고 한다. 집안 곰팡이 때문에 질병 ... 보험사에게 3천2백만불 배상 평결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mold제거지침 제정.. Mold는 10만여종이 있는데 이중 Stachybotrys라는 곰팡이의 포자는 myc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뿜어내서 이를 흡입한 사람에게 발열, 두통, 복통, 피부병, 천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폐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까지 한다. 이와 같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Stachybotrys와 Memnoniell라는 곰팡이를 Toxic Mol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아픈 경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집안에 Mold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하며, 환자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당장 이사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같이 Toxic Mold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은 Toxic Mold 때문에 질병을 얻게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유명한 Toxic Mold 소송은 75만불 상당의 저택 소유자가 Fire Insurance Exchange보험사를 상대로 주택보험증권상 수리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주택소유자인 Ballard부부는 동파된 파이프에 의한 누수 피해로 여러차례 집을 수리하고 주택손해배상에 기하여 보상청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중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실내공기질컨설턴트(indoor air quality consultant)인 Holder씨로부터 주택에 Mold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공기샘플을 취하여 세균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이를 실시한 결과 Stachbotry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Holder씨는 Ballard부부에게 즉시 이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Ballard부부는 세간을 몽땅 그대로 놔둔채 집을 나와 새로이 임대한 집으로 이사한 후 소송을 제기 하였다. 2001. 5. 7. 배심원들은 주택교체비용 등 실제손해배상으로 620만불, 위자료로 500만불,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200만불, 변호사 비용으로 890만불을 평결하였다. (Ballard v. Fire Insurance Exchange, No.99-05252 Travis Co., Texas, Dist. Ct.) 이에 FIE보험사는 항소하였고 텍사스주 항소법원은 실제손해액 400만불정도만을 인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과 위자료는 파기하였다.(Ronald Allison/Fire Insurance Exchange v. Fire Insurance Exchange/Mary Melinda Ballard and Ronald Allison, 98S.W.3d 227) 판결액이 3,200만불에 달하는 위 Ballard평결이후 거의 만여건에 달하는 Toxic Mold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상당수의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Delaware주 대법원은 아파트 임차인이 누수 및 Mold로 인하여 천식 등 질병을 얻게 된 경우에 내려진 104만불 손해배상판결을 확정하였고(New Haverford Partnership v. Stroot, 772 A.2d 792), 미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동부지원은 Mold로 인한 피해를 수리해 주지 않은 보험회사에 대하여 1,800만불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을 감액하여 300만불을 선고하였다.(Anderson v. Allstate Insurance Co., 2000 U.S. Dist. Lexis 22171, 20848) 화해사례로는 쟈니카슨쇼의 공동진행자였던 Ed McMahon이 파이프 파열수리를 게을리한 보험사로부터 700만불의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최근 공개되었다.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건물의 Mold제거지침(Mold Remediation in Schools and Commercial Buildings)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환풍Duct를 청소하도록 권고하는 지침(Should You Have The Air Ducts in Your Home Cleaned)을 배포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를 본받아 속히 Toxic Mold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기질 검사와 Mold제거공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높여주기 바란다.
2003-06-05
화의(和議)제도의 운영방법 개선 (하)
따라서 이제 우리는 제대로 된 화의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나 화의결정을 한 법원의 권위와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화의조건 불이행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화의를 취소하여, 법원과 그들이 무관해졌다는 것을 공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고, 이로써 화의취소에 따른 본래적 효과를 달성할 수가 있는 것이다.{앞서 본 바와 같이 파산선고가 화의취소의 이론적 귀결이 아니고 단순한 정책상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화의법이, 파산절차 진행을 위한 보완 규정도 없이, 화의취소에 따른 파산선고를 임의적인 것으로 하지 않고 필요적인 것으로 정해 둠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파산선고에 따른 비용(공고 및 파산관재인 선임 등에 따른 비용은 상당한 액수이다)을 마련치 못해 파산선고를 해야 함에도 채권자의 파산신청이 있을 때까지 파산선고를 미루는가 하면, 화의취소만 하고 파산선고는 안 해도 될 기업에 대해서는 아예 화의취소조차 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화의제도 운영이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 등기·등록의 촉탁에 관하여 화의법 8조는, 파산등기 등록의 촉탁에 관한 파산법 109조, 110조, 112조, 114조의 규정을 화의개시 또는 화의개시결정취소의 결정이 있은 경우와 화의폐지, 화의인부 또는 화의취소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회사정리절차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의신청에 따른 보전처분시부터 화의종결시까지 일일이 알고 있는 화의채무자의 재산에 관한 등기 등록의 촉탁을 행하고 있고, 나아가 화의인가등기에 관하여는 화의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그 등기 후 화의채무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신청이 있거나, 3개월이 지나면 법원이 직권으로 그 말소등기의 촉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정리절차와는 달리 화의개시결정이 있더라도 화의채무자는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상실하지 않으므로 그 소유 재산에 대한 법률행위의 효력이 제한되지 않을 뿐더러, 당초 발령된 보전처분은 화의가 종료되는 화의인가결정의 확정시까지 그 효력이 유지되므로 재산이 산일 은닉될 우려도 없는 화의제도 하에서 각 절차마다 등기 등록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즉, 화의채무자가 법인인 경우라면 법인등기부에 화의개시 등의 등기를 마침으로써 그 공시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므로, 굳이 개개 재산에 관하여서까지 각 절차마다 등기 등록을 마칠 까닭은 없고(개인사업자인 경우에도 각 재산에 대한 공시의 필요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화의인가결정이 확정되면 이를 원인으로 하여 보전처분의 말소등기를 촉탁함으로써 화의절차를 종료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더라도 화의폐지, 화의불인가 또는 화의취소시에 직권으로 하게 되는 파산선고에 따른 파산등기 등록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아. 화의취소시 항고보증과 기타 비용예납에 관하여 화의법 70조, 57조에 의하면 화의취소결정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한 경우 항고보증을 제공하게 할 수 있다는 조항이 2000. 1. 12. 신설되었는데, 그 시행일이 공포 후 3월이 경과한 날이고, 그 시행 전에 화의개시를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기존 화의사건에 대하여는 항고의 남용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개정 법률에 소급효를 두는 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겠지만, 화의는 절차법적 규정이고 또 장기간 그 이행을 기다려 보아야 하는 특성이 있는 데다가, 항고의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기존 사건에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소급입법이 된다고 볼 수도 없는 만큼, 기존 화의사건에도 항고보증을 적용하도록 개정함이 어떨까 한다. 뿐만 아니라 화의취소에 의무적으로 파산선고를 하도록 한 현 제도하에는 파산절차비용의 마련을 위해서도 항고보증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화의취소와 관련한 비용예납에 관하여도, 화의법상 법원은 화의채무자의 보고를 받는 방법 외에 화의기업의 업무내용을 알아볼 방법이 없으므로 화의채무자가 화의조건의 이행 여부를 과연 진정으로 보고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전제로서 감사인을 선임하고 그 비용을 예납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명시적으로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자. 화의종결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화의절차는 화의 인가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종료된다. 그 후 화의조건의 이행과정과 법원의 감독권행사는 화의절차의 일부가 아니다. 따라서 화의절차에서 회사정리절차를 유추해 화의조건 이행이 끝나야 화의가 종료된다고 관념해서는 안되고, 다만 화의가 끝나긴 했으나 화의조건에 법원이 관여했기 때문에 화의의 사후 절차로서 법원에 감독권을 주고 있는 것이라 이해하면 충분할 것이다. 따라서 법원은 그 사후감독권도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즉, 화의를 받은 기업이 아무리 화의조건 이행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 예상되어도 법이 정한 화의채무자의 계산보고의무를 면제해 주어서는 안된다. 화의채무자의 이 계산보고의무는 불이행시 형벌이 부과되는 공법상 의무이어서 법원이 법적인 근거 없이 그 의무를 면제해 줄 수가 없는 데다가, 만약 이 보고의무를 면제해 주면 법원이 갖고 있는 유일한 감독권한을 포기하는 셈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화의조건을 전부 다 이행한 기업에 대해서는 선언적 의미에서 화의조건 이행이 끝났으니 보고의무가 없어졌다는 통지를 해 주는 것은 당사자를 위해서도 유익하리라 본다. 그러나 이 점도 입법으로 명백히 근거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우리 재판부의 화의제도 운용의 현실적 방안 이상을 종합해 우리는 앞으로 화의신청에 대한 대응방향과 이미 화의를 받은 기업이 그 조건을 불이행하고 있는 데에 대한 대책을 다음과 같이 세워 보았다. (일부는 이미 시행했다) 기업에 생긴 병이 화의 채권채무의 조정만으로 나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기업 전체가 병이 들어 있는데도 화의신청을 해 오면 일단 회사정리 신청으로 바꾸도록 유도한다. 그래도 굳이 화의신청을 고집한다면 원칙적으로 보전처분은 안 해주고, 꼭 보전처분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소명이 있으면 화의채권채무의 발생과 소멸 및 그에 필요 불가결한 범위 내에서만 보전처분을 해 준다. 제공하는 화의조건의 내용에 대해서는 법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화의채무를 벗어나지 않는 한 간섭을 하지 않으며, 그 조건의 이행가능성 판단에 있어서도 명백히 불가능한 것이 아닌 한 채권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직권제동을 삼가 한다. 따라서 채권자 집회에서 가결되면 바로 인가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제대로 된 감독을 하기 위해 화의조건 내용 중 변제에 착수하는 시기가 변제 공백기 없이 화의인가 연도부터 개시되도록 지도함으로써 (일시에 거액의 변제기가 도래한다면 곤란하므로 금액을 점차 늘려 가는 방식을 취하면 됨) 화의 직후부터 매년 그 기업의 화의조건 이행여부와 그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인가 후에는 계산서류 보고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그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화의조건 이행을 못할 때에는 단 1차에 한해 3개월 내에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그래도 불이행했을 때에는 과감하게 화의를 취소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법원에서 인가해 준 화의기업 27개 중 현재 화의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었는데(앞서 화의조건의 임의 변경이란 인가된 화의조건의 불이행과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 기업 모두에 대해 화의취소를 한다면 지역경제에 너무 악영향이 생길 것 같고, 화의제도를 이와 같이 잘못 이용되게 한 데에는 법원에도 감독권 불행사의 허물이 있다고 생각되어 앞으로 생길 화의기업에 대해서는 위 방침대로 하되, 이미 잘못 진행되어 온 화의기업에 대해서는 화의조건 불이행의 정도에 따라 융통성을 갖고 처리하기로 했다. 실제로 화의조건 불이행 정도가 심한(25% 내외의 이행율을 보임) 기업 셋과 M&A로 사실상 청산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서는 화의를 취소했는 바 여기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대단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6. 맺는 말 앞서 화의제도의 본질과 그 운영실태 및 제도운용상의 문제점 등을 살펴 본 결과 우리는 이제 화의제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우리가 화의법을 법대로 운용해 감독을 철저히 하면 화의제도는 이용 고객이 사라지게 되어 사실상 쓸모 없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탈법적으로 운용되는 지금의 방식에 안주하자면 사회기강이나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오히려 정당한 제도인 회사정리제도가 그 효용성을 상당부분 잃게 되어 부당해진다. 그러니 우리도 화의법을 폐지하고 새로 특별법을 제정해(일본은 민사재생법이란 특별법을 제정했다) 소규모 법인이나 개인에 대해 적용될 회사정리법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소기업정리법쯤의 새로운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 입법이 될 때까지는 우리는 화의법에 충실하게 화의제도를 운용해 나가야 할 것이고, 그리함으로써 화의 이용자가 스스로 쓸모 없는 제도인 것을 인식토록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만 우리는 지금과 같이 화의기업의 수가 정리기업의 2, 3배나 되는 기현상에서 벗어나 기업윤리를 세우고 사회정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새 입법론의 방향 : 전신에 병이 들어 종합병원에서 장기간 입원하여 종합치료를 받지 않으면 살아날 수 없는 환자가, 그 병 때문에 넘어져 팔을 다쳐 놓고는 외과의원에 와서 간단히 팔만 치료받겠다고 고집할 때, 우리는 그 환자가 죽는 것을 지켜보겠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다면 강제로라도 종합병원으로 전원시켜 치료케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2001-05-14
고엽제 후유증환자의 보상기준일
Ⅰ. 사건개요 및 판단요지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등에 관한 법률’(2000.2.3 개정, 법률 제6264호)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고엽제후유증환자로 결정 등록되더라도 ‘국가유공자예우등에관한법률’ 제4조 제1항 제4호 및 제9조 본문을 적용하여 일반 전상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상수급권은 ‘등록신청을 한 날이 속하는 달’부터 발생된다. 그런데 고엽제후유증은 1991년경까지는 질병의 원인이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못하였고 또한 1993년 3월에야 뒤늦게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진료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전상자 등록신청조차 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고엽제환자들은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이 전혀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재 국가에 대한 손실보상금청구와는 별도로 1만7천여명의 고엽제후유증환자, 월남전 참전 2세 등이 다우케미칼컴퍼니, 몬산토컴터니 등 미국의 고엽제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서울지방법원 99가합84147, 84123, 84130)이 가처분신청에 대한 심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중이다. 이러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고엽제후유증환자와 일반 전상자들을 같게 취급하여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의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환자를 포함한 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특별한 희생에 대한 국가보상 내지 국가보훈과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이해하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입법정책적인 재량결정사항으로 보는 입장에서 자의성심사를 하였다. 그 결론은 예산수립과 행정기술적인 문제점 또한 국가재정상의 어려움 등과 함께 특히 전상의 원인과 경과가 불명확한 일반 전상자들도 등록시 부터만 보상을 받게 되는 점을 고려할 때 고엽제후유증환자에 대하여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자의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II. 평석1. 사실관계 및 배경검토 우선 사실관계를 주목하면 병의 원인에 대한 명백한 확인은 몰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지역에 근무하였던 월남전 참전용사집단과 그 2세들에게 원인불명의 특정한 질병이 발생하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입법조치가 있기 이전에도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1991년에 가서야 고엽제가 병인임이 밝혀졌다고 하나 사실상 고엽제의 인체유해성에 관한 논란은 훨씬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그렇다면 의학적인 역학조사에 따른 판단결과를 떠나서 그 논란 자체가 이미 특별한 보상을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관건은 적극적으로 정확한 병인을 밝히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월남전에 참여해서 고엽제에 노출된 공통점 외에는 다른 어떠한 역학적인 공통점을 갖지 않은 특정한 다수집단에 공통된 증상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한 규범적 판단, 즉 보상법리상 충분한 정도의 개연성에 대한 판단이다. 말하자면 설령 고엽제후유증에 관한 역학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혹은 고엽제가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일지라도 그 원인불명에 따른 위험책임의 부담은 일차적으로 국가의 몫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입법조치가 있기 이전에도 국가배상법리에 따라 손해배상책임 혹은 수용유사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원인불명의 사유 외에도 소멸시효가 만료되기까지 현실적으로 당시의 정치 사회상황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고 또한 과실요건과 관련하여 위험책임이론이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였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설령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청구인용의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였다. 더욱이 1972년에 이른바 ‘유신헌법’에 ‘이중배상금지’조항이 추가되면서 국가배상청구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봉쇄된 사정도 주목하여야 한다. 2. 입법형성의 한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는 경우에 1991년경에 와서야 질병의 원인이 확인되었다는 판단에 이의를 달지 않더라도 그에 따라 취해진 뒤늦은 입법조치의 내용, 특히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등록신청을 한 날이 속한 달부터’만 인정한 것은 현실적·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보상수급권을 국가보상 내지 국가보훈적 성격과 사회보장적인 성격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나 발생시기 등은 보상대상자의 규모나 전체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체계와 수준, 국가의 경제적인 수준, 특히 재정능력 등에 따르는 재원확보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입법재량사항으로 본다.(헌재 1995.7.21.93헌가14) 이러한 기본전제하에 보상수급권을 소급해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유를 검토하였다. 즉 예산의 수립 집행상 기술적인 문제점과 인과관계확인의 어려움 또한 보상자 수의 대폭 증가에 따른 재정부담 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전상군경 대부분이 구 군사원호보상법(1961.11.1, 법률 제758호)등의 예에 따라 등록신청 이후부터만 보상수급권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보상의 국가배상적 성격에 관해서는 앞에서 논의한바 있거니와, 다만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따르는 경우에도 제시된 사유들이 보상수급권의 소급부인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예산집행과 행정기술상의 난점이나 재정부담은 그것이 보상지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거나 혹은 재원조달의 기대가능성을 넘어서는 예외적인 것이 아닌 한 적어도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헌법재판소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고엽제후유증은 발생시기와 진행속도가 환자와 질병의 종류에 따라 다르고 장기간에 걸쳐 완만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발병한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 발병시기와 상이등급에 관한 진단의 정확성, 신뢰성, 보상대상자의 검진체계와 보상금지급체계에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고엽제후유증의 특성은 행정기술상 어려움과 연결하기 이전에 우선 오히려 고엽제후유증환자에 대한 각별한 취급의 관점에서 주목되어야 할 단서이다. 법적 요청의 필요성과 당위성의 크기에 따라서는 행정기술적인 문제는 말 그대로 기술적인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일 뿐이다. 말하자면 현실정합성이 유지되는 한 일정한 정도까지의 기술적인 문제점과 미흡함은 감수하면서라도 법적 요청에 부응하여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사고에 따라 행정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당위의 요청을 원천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극히 입법 혹은 행정편의주의적인 것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재정부담의 문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만으로는 입법형성의 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자의성판단의 논거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3. 평등의 원칙 - 자의성심사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의 특성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보상수급권의 발생시기를 등록신청을 한 때부터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과 함께 일반 전상군경의 경우에도 일반 상이군경의 경우에도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아서 등록신청을 할 수 없다가 후에 그 원인이 확인된 경우에는 소급지급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고엽제후유증의 경우에만 소급보상을 인정하게 되면 일반상이군경과의 사이에 불균형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게 밝혀지지 못하는 공통점을 가지는 일반전상군경과 고엽제후유증환자를 같게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반한다거나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은 ‘절대적인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여야 하는 ‘상대적 평등’을 내용으로 하고, 이러한 내용의 평등의 원칙은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된다. 다만 ‘자의금지원칙’의 명제는 순수한 형식적 원칙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갖지 못한다. 실질적인 정당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같고 다른 것에 대한 판단과 다른 취급의 정도는 원칙적으로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맡겨져 있고,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사법심사는 명백하게 같게 혹은 다르게 취급해야 할 사항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다르게 혹은 같게 취급하였는지 여부, 즉 ‘자의성심사’에 국한된다. 평등의 원칙을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되고, 그에 따라 평등성심사가 ‘불합리성’이 아닌 ‘몰합리성’, 말하자면 명백한 불합리성에 대한 한계통제를 내용으로 하는 자의성통제에 국한되는 것은 우선 평등의 문제가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될 수 없는 정당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교집단의 유형화와 차별취급의 내용과 정도의 정당성은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있을 수 없는 주관적이고 윤리적인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객관적인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법의식상 정당한 것으로 느껴지는가의 문제, 즉 궁극적으로는 시대정신만이 기준으로 판단기준으로 제시되는 문제이다. 이처럼 평등의 원칙을 ‘자의금지원칙’으로 이해하고,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평등개념의 본질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권한배분의 결과이다. 민주적 정당성과 함께 기능적 정당성, 즉 조직의 구성과 체계, 의사결정의 형식과 절차의 관점에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의 크기를 결정권한배분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이른바 ‘기능적합적 기관구조’(funktionsgerechte Organstruktur)의 논리형식에 따르는 경우에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못하는 정당성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결정은 일차적으로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갖는 입법자의 몫이고, 헌법재판소가 그에 대한 예외적인 자의성통제권한을 갖게 된다. 정당성이념의 다원성이 전제되는 다원적 민주국가에서 시대정신은 헌법에 담겨져 있고, 그것을 확인하고 형성해나가는 구현작업은 일차적으로 대의기관인 의회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고엽제후유증환자의 보상수급권을 등록한 때부터 인정하는 것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판단의 이유로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하지 않은 일반 전상군경에도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술한 바와 같이 예우법상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한 일반적인 전상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같게 취급하여 소급보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로 예산집행이나 행정기술상의 문제점과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들고 있다. 우선 행정실무상의 어려움이 과연 소급보상을 전면 부인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기술한 바 있다. 적어도 국가보훈적 성격과 사회보장적 성격뿐만 아니라 혹은 이보다 우선해서 손해배상적 성격을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면 기술적인 어려움이나 재정부담의 사유가 ‘전무’의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당한 기간 동안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확하지 못해서 등록신청을 못하다 그것이 명백히 밝혀진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소급보상이 배려되어야 한다. 적어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한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여 원인불명에 따른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전상자에게만 납득하기 어렵다. 4. 국가유공자예우 이는 헌법재판소가(헌재 1995. 7.21.93헌가14)가 제시하고 있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선적예우의 이념’에 비추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및 전몰군경의 유가족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근로기회를 보장하는 헌법 제32조 제 6항이나, 병역의무이행으로 인한 불이익처우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 39조 제 2항을 들지 않더라도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의 문제는 국가의 존재유지와 통합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상유공자를 예우하지 않는 국가는 운명공동체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우는 심정적인 敬意와 실질적인 생활배려를 내용으로 한다. 이 경의와 배려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고, 그 예우의 정도는 바로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가장 근본적인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 신뢰보호의 원칙의 내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상자에 대한 보상은 실정법 체계상 그 배상적 성격을 부인하고 보상 내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도 그 수준은 단순히 시혜적인 시각이나 상징적인 차원에서 결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재정부담이나 기타 행정기술적인 어려움 등의 편의주의적인 이유에 의해 그 내용과 수준이 규정될 수는 없다. 배상이든 보상이든 그 예우의 눈높이는 최소한 전상을 입지 않았다면 유지되었을 원상회복 이상의 수준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부연한다면 헌법 제34조 제1항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내용을 ‘건강하고도 문화적인 생활’의 보호로 이해한다면 적어도 이 수준에 합리적인 재원조달가능성의 범위 내에서 상당한 정도의 플러스 알파가 더해지는 정도를 입법지침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III. 결론 헌법재판소가 자의성심사를 하면서 우선 주목하였어야 할 것은 고엽제후유증환자집단과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지 않은 전상자집단에 대한 같은 취급보다는 상이의 원인이 명백한 일반 전상자와 고엽제후유증환자를 포함하는 그렇지 않은 집단간의 비교였다. 설령 원인이 불명확한 일반 전상자의 경우에 앞에서 제시된 이유들 때문에 소급보상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고엽제후유증환자와 일반적인 전상자들간의 차별취급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추가검토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상이의 원인과 경과가 명백하게 밝혀지지는 않은 점은 공통되지만 차별취급의 본질적인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는 인과관계에 대한 개연성의 크기와 후유증의 정도와 양상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0-09-25
팀 의료(醫療) 관여자의 형사책임
I. 판결요지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수혈을 담당하는 의사로서, 수혈을 하기에 앞서 그 혈액봉지가 피해자의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다른 환자의 혈액봉지를 잘못 수혈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위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는 바,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와 崔某 두 명의 환자에 대한 수혈을 동시에 담당한 관계로 그들에게 수혈할 혈액봉지를 같은 장소에 구분 없이 준비해 둔 경우라면, 피고인으로서는 혈액봉지가 바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피해자의 혈액봉지를 교체하거나, 간호사에게 혈액봉지의 교체를 맡기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사정을 주지시켜 간호사로 하여금 교체하는 혈액봉지를 반드시 확인하게 하고, 스스로 사후점검을 하여 혈액봉지가 바뀜으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와 최모의 혈액봉지를 구분 없이 함께 놓아두고서도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간호사에게 혈액봉지의 교체를 맡긴 후 현장을 떠나 간호사가 추가로 2개의 혈액봉지를 교체하여 마지막 혈액봉지의 혈액이 피해자에게 상당량 수혈될 때까지 돌아오지 아니함으로써, 간호사가 혈액봉지가 피해자의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피고인도 피해자의 혈액봉지가 잘못 교체된 것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피고인에게 그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인턴의 수가 부족하여 수혈의 경우 두번째 이후의 혈액봉지는 인턴 대신 간호사가 교체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혈액봉지가 바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함이 없이 간호사에게 혈액봉지의 교체를 일임한 것이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고, 간호사가 혈액봉지를 교체한 것이 주치의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주치의로부터 피해자에 대한 수혈임무를 부여받은 이상 위와 같은 조치를 소홀히 함으로써 혈액봉지가 바뀐 데 대한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II. 논 점 이 판결은 간경화 등으로 대학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의 치료에 관여한 주치의, 인턴, 간호사 등이 수혈과실로 그 환자를 사망케 한 사건에 관한 것으로서, 여기서는 담당인턴과 간호사 사이의 책임분배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과실의 법적 책임에 관한 판단은 의료행위의 제반 특수성 때문에 많은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오늘날 의료행위의 많은 경우는 다수의 의료인의 관여하에 이른바 팀(team)醫療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며, 그 관여자들의 분업적 협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응급환자의 처치나 외과수술에 있어서는 그런 점이 특히 두드러진 바, 그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의 귀속을 판단하는 문제가 크게 대두하고 있는데, 형법상의 과실범규정들로부터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관한 아무런 시사도 얻을 수가 없는 실정이므로, 일반적인 과실범이론을 분업적 의료행위에 적용할 경우의 그 적용범위와 개개 관여자의 책임의 범위에 관한 해결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게 된다. 의료과실에 관한 분석을 위해서도 형법상의 일반적인 과실이론이 토대가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인 바, 의사 등 의료인의 주의의무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의료관행 등의 醫學的 基準도 고려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法的 基準에 입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의료행위 자체의 고도의 전문성과 의술의 수준에 기하여 의사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소신껏 의료행위를 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법적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診療忌避(萎縮醫療)의 현상을 막아 의료의 본래 목적을 도모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의료행위는 의사에 의하여 개인적으로 수행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팀워크(teamwork)에 의한 분업적 의료행위에 있어서는 관여된 개개의 의료인들에게 특수한 의무가 더 부과되는 바, 동료의료인의 선택이나 감독, 그들과의 협력, 정보교환 등의 의무가 그것이다. III. 分業的 팀醫療行爲와 신뢰의 원칙 오늘날의 거의 모든 의료행위는 상호 영향을 미치는 수 많은 개별적 행위의 연속이고, 더구나 여기에서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문제되고 있으므로 제때에 적절한 조치가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술 등의 분업적 의료행위의 경우에는 보통 개개의 의료행위를 통할하는 책임자가 있게 되고, 그 밑에서 각 참여자는 상호신뢰에 기초하여 자기가 맡은 직무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 경우 의료행위의 긴급성이나 위험성에 비추어 일부의 사소한 실수가 전체적인 영향을 미쳐 법익침해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醫療過失 특히 수술 등의 분업적 의료행위의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한편으로는 의료행위의 사회적 중요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 행위에 내재하는 위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공동행위로 수행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확정과 객관적 귀속의 판단이 곤란하다는 점, 공동행위로 인한 상호신뢰 및 그에 따른 위험의 증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의료사고에는 보통 다수인이 개입되어 과실의 경합으로 인하여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료관계자 상호간에 있어서는 서로 상대방의 사려 깊은 적절한 행위를 기대·신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위험의 분배가 고려될 수 있다고 보지만, 의사에 대해서는 그 감독하에 있는 다른 의사나 간호사들에 대해 항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指導와 助言을 할 의무가 인정된다 하겠다. 공동의료행위의 공동작업자 상호간의 신뢰의 범위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수술 중의 의사는 수술 자체에만 전념하여야 할 것이므로 다른 보조자들을 신뢰하는 범위도 자연히 넓게 인정된다고 보겠다. 그리고 의사의 간호사에 대한 신뢰보다는 간호사가 의사를 신뢰하는 것이 더 넓게 허용되어야 함도 당연한 이치이다. 예컨대 注射는 의사 스스로 놓아야 하고 부득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주사케 하는 경우에도 주사할 위치와 방법 등에 관한 적절하고 상세한 지시를 함과 함께 스스로 그 장소에 입회하여 施注過程에서의 환자의 징후 등을 계속 주시하면서 주사가 잘못 없이 끝나도록 조치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대판 1990.5.22, 90도579). 분업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그에 따른 위험의 분배는 관여자들 상호간의 관계에 따라 달리 해결된다. 오늘날 종합병원의 임상현실에 있어서는 의료전문인들이 팀을 이루어 각자가 자신의 전문영역에 속하는 의료활동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分業은 이미 하나의 規範的 原理로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업에는 예를 들어 분만수술에 함께 참여하는 마취과전문의와 산부인과전문의의 관계와 같은 水平的 分業과 전문의와 수련의 또는 의사와 간호사 등의 관계와 같은 垂直的 分業의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엔 관여자들이 동등한 진료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반면에 후자의 경우엔 업무의 위임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지시와 복종의 관계에 토대하여 上位의 의료인에게는 危險源管理義務가 그리고 下位의 의료인에게는 患者經過觀察義務가 부과된다. 우리 사회에선 환자들이 1,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아야 할 질병의 경우에도 바로 3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3차 의료기관의 의사들의 업무가 과중하여 의사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간호사에게로 이양됨으로써 수직적 분업이 많이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위 판례에서도 의사와 보조자인 간호사간의 위험분배가 문제되고 있다. 의사 혼자서 의료행위의 전과정을 맡는 경우보다는 다수의 참가에 의한 분업적 의료행위에 있어서 위험발생의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일반적이다. 의사는 보조자의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그 의무의 정도는 보조자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상호의존관계 및 각자의 업무의 중요성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간호사 또는 임상병리사와 같은 熟練補助者와의 관계에 있어서 의사는 자격을 갖춘 보조자를 채용하고 또 치료시에는 의사 자신의 의견과 의료관례를 주지시키고, 특히 위험한 업무를 위임할 경우에는 의사 자신의 지시내용을 정확히 준수할 것을 주지시킬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판례(대판1994.12.22,93도3030;대판1994.4.26,92도3283)상으로도 의사와 간호사, 조수 등의 보조자 사이의 수직적 분업에서는 의사의 특별한 조치가 존재하지 않는 한은 기본적으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IV. 평 석 평석대상판결사건의 원심(고등군사법원 1997.9.2, 97노315)에서는 간호사가 피해자에게 수혈할 당시에 피고인은 회진에 대비하여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관계로 간호사로부터 수혈한다는 보고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간호사를 현장에서 지도·감독할 수 없었고 또 그 수혈 당시 간호사는 주치의에게 직접 알리고 그의 지시에 의해 관행에 따라 수혈하였으므로 피고인의 과실은 인정되기 어렵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하지만 피고인이 간호사로부터 수혈한다는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피고인은 그 수혈에 관하여 시종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이 두번째 혈액봉지를 교체해준 후 다른 환자(최모)에게 수혈할 봉지를 간호처치대에 놓아두고 다른 일을 보러 가면서 간호사에게 그 봉지는 피해자가 아니라 최모에게 수혈할 것임을 주지시키지 않았음은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이고 또 회진에 대비하여 다른 업무를 본 점에 있어서도 회진은 (끝난 시간은 불확실하지만) 13:30경부터 시작되었는데 사고를 낸 네번째 혈액봉지는 14:40경 간호사에 의해 교체되었으므로 피고인이 회진에 대비하여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수혈업무를 인수한 이상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수혈업무를 항시 염두에 두고 있었어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과실의 인정 소지는 크다 하겠다. 또 간호사에게 수혈을 맡길 때 수혈환자가 두명 있다는 점 등을 주지시켜 주의를 환기시켰어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점이다. 피고인이 다른 업무를 보고 있던 상황에 관한 상세한 언급은 없지만, 판시내용에 따라서만 본다면 그 과실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 대법원판결의 判旨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판결에서의 문제는 의사와 간호사의 책임배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도 특히 인턴 등의 초심의사와 노련한 간호사 사이에서 문제가 생겨날 소지가 크다고 하겠는데, 기본적으로 간호사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보조자에 그친다고 할 것이다. 병원의 크기나 의사·간호사의 수효가 천차만별한 의료현실에 있어서 현실적 관행에 의존하여 법적 책임의 소재를 달리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신뢰의 원칙은 팀의료의 관여자가 기울여야 할 주의의 量을 감경시키는 것은 아니다. 의사에게 과실이 인정되는지의 여부는 궁극적으로 그 의사가 법적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상의 주의의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느냐의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며, 팀의 다른 관여자가 개입하는 경우엔 그 의사의 주의의무의 내용이 변경될 뿐이지 그의 업무상 주의의무가 감경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인간의 본래적인 注意能力의 有限性에 비추어 볼 때 신뢰의 원칙의 등장은 당연한 필연적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이 원칙이 우리 판례에서도 차츰 그 적용범위를 넓혀가고는 있지만, 의료행위의 경우에는 그 업무의 중요성이나 전문성에 비추어 그 원칙의 만연한 확대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며, 대법원이 의료사고에 관한 판례에서 이 신뢰의 원칙과 관련하여 신중하고도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000-02-21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法律新聞 第2531號 法律新聞社 진짜 강간이냐, 가짜 강간이냐 金日秀 〈高大法大學長 法學博士〉 ============ 14면 ============ 大法院 96년6월11일 宣告, 96도791判決 Ⅰ, 事件의 槪要 이 사건 피해자 X는 남성의 성기구조를 갖춘 남자로 태어나 남자중학교까지 졸업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여성에 귀속감을 느껴 수년간 여장남자로서 행세하여 왔다. 그러다가 결국 1991년과 1992년경 일본에서 자신의 음경과 고환을 제거하고 그곳에 질(膣)을 만들어 넣는 방법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 질구조를 갖추고 유방이 발달하는등 외관상으로는 여성의 신체구조를 갖추었으며 보통 여자와 같이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적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 X는 그후 남자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여 생계를 영위하는등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은 없기 때문에 임신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편 이 사건 피고인 A는 같은 피고인 B 및 공소외 C와 함께 부녀자를 납치하여 강간하기로 공모하고 대상자를 물색하던중 1995년4월24일00시30분경 서울용산구한남동에 있는 하얏트호텔부근에서 마침 피해자 X가 혼자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같이 놀자는 식으로 꾀여 X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후 강제로 서울중구장충동소재 한국자유총연맹 건물부근으로 데리고 와, 위 피고인등과 합동하여 『사람살려』하고 소리치면서 도망치려는 피해자 X의 입을 틀어막고 머리채와 팔을 잡고 위 승용차 뒷좌석으로 밀어 넣어 항거불능케한 다음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전부 벗게 하여 차례로 성기를 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약 1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타박상 등을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Ⅱ, 大法院의 判決要旨 무릇 남자, 여자라는 성의 분화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태아의 형성초기에 성염색체의 구성(정상적인 경우 남성은 XY,여성은 XX)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발생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생식기인 고환 또는 난소 등의 해당 성선이 형성되고, 이어서 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음경 또는 질, 음순 등의 외부성기가 발달하며, 출생후에는 타고난 성선과 외부성기 및 교육등에 의하여 심리적, 정신적인 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법 제297조에서 말하는 부녀, 즉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발생학적 성인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위 피해자는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관상 여성적인 신체구조를 갖추게 되어 보통여자처럼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고 성쾌감까지 느끼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본래 남성일 뿐, 달리 여성의 성염색체구조를 갖추고 있다거나 성염색체는 남자이면서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과 난소를 겸비한 진성반음양 또는 고환이나 난소의 발육이 불완전한 가성반음양이라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위 성전환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 내·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후에도 여성으로서 생식능력이 없는 점, 그리고 이에대한 사회일반인의 평가와 태도등 여러가지 요소를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를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Ⅲ, 法律의 適用 이 사건에 대해 애당초 검사는 主位的 公訴事實로 강간치상을 내세워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1항, 형법 제297조(강간)의 적용을 구하였다. 또한 예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치상을 들어 성폭력특별법 제9조,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적용을 구하였다. 그밖에 체포·감금의 점에 관하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2항, 제1항, 형법 제276조1항을 구하였다. 이에 대해 제1심(서울지방법원 제21형사부)은 본건 피해자가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과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으므로 형이 더 무거운 성폭력특별법위반으로 처벌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다. 피해자는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자의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제1심과 같은 입장에서 본 건 피해자가 부녀자가 아니라 남성에 불과하다고 보아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치상의 점을 무죄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강제추행치상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은 여성의 포함될 수 없다는 이유때문이다. 제2심판결에 대해 검사는 역시 법리오해를 이유로 상고하였다.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성행위를 할 성적 자기결정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었을 경우 이를 보호해 주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법원은 원심과 같은 입장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시켰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개념에는 적어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여성으로 성전환수술한 경우까지 확대될 수 없다는 관점을 견지한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2항, 형법 제298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Ⅳ, 論 評 1, 强姦罪의 客體 강간죄의 객체는 부녀이다. 通說은 여기에서 부녀라 함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고 여자를 지칭한다. 본건 대법원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성으로 개조된 자까지 포함하는가에 관해 제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법원은 일관하여 이를 원칙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原審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 부녀의 개념은 최초 출생시 정상적인 염색체구조와 난소, 자궁, 질 등과 같은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만을 의미하는 개념」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이보다 광의로 「약간의 염색체이상 또는 호르몬분비의 이상은 있으나 염색체성, 성선성, 표현형성, 정신적성과 같은 4가지 남녀의 구별기준을 가지고 전체적으로 고찰하여 여성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여자까지 만을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에는 ①성염색체는 정상이나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이나 난소를 겸비하고 외부성기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기 애매한 경우, 이른바 中性인 경우(진성반음양), ②성호르몬분비의 이상으로 성선은 난소이면서 외부성기는 남성화를 보이는 여성 또는 성선은 고환이면서 외부성기가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남성화 내지 완전한 여성화로 되어 있는 남성의 경우(가성반음양)로서 환자의 성자아, 성역할에 따라 여성으로 성을 결정하여 주고 그 결정된 성에 맞도록 수술 및 성호르몬투약 등의 방법으로 내분비학적 치료를 끝낸 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상적인 남성이었던 자가 인위적인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으로서의 활동과 생활을 한다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구별 개념은 대법원판결도 그대로 원용하였다. 이 사건 피해자 X는 정상적인 남성이었으나 여성으로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비록 X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정서적으로 여성으로 생활한다 할지라도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대법원판결의 입장은 성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치우친 반면, 성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무시했기 때문에 목적론적 해석의 관점에서 수긍하기 곤란하다. 부녀의 물리적 해석의 의미는 당연히 정상적인 내·외부성기를 갖추고 태어난 여자를 뜻한다. 그러나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부녀의 성적의사결정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그와같은 부녀의 성적자유는 최초 염색체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생물학적 성만이 아니라 부녀로서 현실적인 성생활을 영위하는 사회적성까지 포함한다고 확대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확대해석은 이를테면 게이를 여성으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금지된 유추적용이 아니라 사회적 생활사실과 부녀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라는 목적론적 관점으로부터 문언의 가능한 語義의 최대한을 천착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사회생활과 역할을 수행하는 자 모두 성의학적인 정신질환자일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는 위장된 남성에 머물도록 강요받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이야 말로 개인의 생활세계에 대한 법적 억압일 수 있고 생활과 동떨어진 법개념의 유희일 수 있다. 그러므로 성전환수술에 의해 여성으로 일정한 생활세계를 영위하는 자는 법적 의미에서 여성으로 대하여야 하며, 강간죄의 객체속에 포함시켜도 좋다고 생각한다. 2, 法律適用의 誤謬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 X가 부녀자인 줄 알았고, 부녀자로서 대상을 삼아 윤간을 저질렀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합동강간을 의도하여 부녀자를 ============ 15면 ============ 체포·감금하여 강간을 실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상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가짜강간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합동강제추행으로 단정했다. 진짜강간에서 강제추행으로 관점의 변화는 물론 검찰이 강간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강제추행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한데 기인한다. 그러나 법원이 적정한 법률적용의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진짜강간기수의 점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주위적 공소사실을 강간미수로 변경하도록 촉구하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 이 사안에서 피고인들은 강간죄를 범하려는 의사로 부녀인 줄 알고 X를 강간했으나 만약 법원의 견해대로 X가 남성이었다면 대상의 착오로 인한 강간기수의 불능일뿐 강간죄 故意의 성립에는 지정이 없다. 그렇다면 막바로 예비적 공소사실대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간죄의 不能未遂에 해당한다. 또한 합동강간은 미수에 그쳤으나 그로인해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으므로 이 경우 强姦致傷未遂에 해당한다. 종래 우리형법상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인정되지 않았으나 성폭력특별법 제12조를 필두로 개정형법 제324조의 5, 제342조에도 결과적가중범의 미수처벌규정이 등장했다. 따라서 대법원의 견해처럼 본건 피해자 X가 강간죄의 객체가 될 수 없는 남성이라 치더라도 적절한 법률의 적용은 성폭력특별법 제9조1항, 제6조1항, 제12조, 형법 제297조(강간) 제27조(不能未遂)등이 고려되었어야 옳다. 사안자체가 성폭력특별법상의 합동강간치상미수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검찰과 법원 모두 성전환수술의 점에 눈이 팔려 불능미수의 논점을 놓친 것은 법적판단의 중대한 오류라고 지적하고 싶다.
1996-09-02
성전환과 호적정정
法律新聞 2492호 법률신문사 性轉換과 戶籍訂正 홍춘의 전북대교수 ============ 14면 ============ 【事實關係】 본 사건의 항고인 겸 본인인 X는 아버지인 망 A와 어머니인 B 사이에서 1963년3월24일 출생하여 항고인의 父인 A가 출생신고를 함에 있어 X의 성별을 「남」으로 신고함에 따라 戶籍상 남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X는 성장하면서 10세 무렵부터 자신을 무의식상태에서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확신하여 여성으로서의 행동양식을 보이는 이른바 性轉換症의 증후군 증상을 보이다가 16세무려부터 여성호르몬제를 정기적으로 투여 받음에 따라 외모와 음성 등에서 여성으로서의 성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그후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에도 性轉換症이 계속됨에 따라 1993년4월8일에 이르러 남성으로서의 성기를 모두 제거하고 여성으로서의 외부성기와 내부성기의 일부인 질 등을 만들어 주는 소위 性轉換手術을 받아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여 왔다. X는 1995년에 이르러 戶籍上 性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그 기재를 「남」에서 「여」로 정정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인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1995년4월8일자 95파453결정으로 이 신청은 이유없다고 하면서 신청을 기각하였다. 신청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고하였다. 【判決要旨】 『인간의 性을 결정하는 基準으로는 여러 가지의 요인이 고려될 수 있으나 인간의 사회생활을 규율하기 위한 戶籍制度下에 있어서의 性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發生學的 性인 性染色體의 構成이 가장 중요한 基準이 되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性染色體의 構成에 따라 결정되는 性과 다른 性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인 바, 비록 항고인이 출생당시 확인된 性인 남성으로서의 외형적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적으로서의 성격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영위해가고 있을지라도 항고인이 性染色體의 구성에 있어 정상적인 남성의 性染色體構成을 갖추고 있는 이상 항고인의 위와같은 증상이나 사유는 정신의학적으로 성적동일화의 이상인 변성증이란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데 불과하고 위와같은 증상이나 사유만 가지고 바로 法的인 性을 결정하는 戶籍上의 性을 「여」라 할 수는 없다.』 【判例硏究】 I. 머리말 性에 관하여는 법률상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쪽의 性에 속하고 이러한 남녀 양성의 불가변성은 현대법질서의 기초로 되어 왔다. 우리나라의 법질서도 남녀 양성의 구별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性轉換의 문제는 인간이 남녀 택일적으로 어느 쪽이든 불가변적으로 편입된다는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현행 법질서에 광범위하게 관련되는 법률문제이다. 먼저 刑事法的으로는 性轉換手術이 정당한 治療行爲로써 허용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로 될 것이다. 그러나 性轉換이 특히 문제로 되는 것은 민법의 영역이다. 민법의 영역중에서도 性轉換의 문제는 친족관계, 혼인법, 친자법등 가족법의 핵심에 관련되어 있다. 本 件 決定은 이 중에서도 民事上의 身分과 관련된 戶籍訂正이 쟁점으로 된 사례이다. 따라서 本 판례연구에서도 이를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II. 외국법의 상황 1. 프랑스법 1) 신분증서 프랑스에는 우리나라의 戶籍과 같은 가족관계 공시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프랑스 민법 제1편 제2항에 출생, 혼인, 사망의 신분증서에 대하여 규정하고 이를 통하여 사항별로 신분을 공시하고 있다. 民事身分으로서의 性은 프랑스 민법 제57조에 의하면 출생일지, 출생장소, 성명, 부모의 성명·연령·직업·주소 등과 함께 출생증서에 기재된다. 또 제99조는 신분증서에 기재된 사항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 정정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명령에 의하여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戶籍訂正에 관한 判例의 動向 프랑스에서는 1970년대 후반이래 性轉換의 문제가 제기되어 下級審判例가 등장하고 학설상으로도 논의가 이루어 졌다. 下級審判例들은 일반적으로 신분증서상의 性別을 變更하고 이에 수반하여 이름을 變更하는 것에 긍정적이었고 학설도 호의적이어다. 이에 대하여 破毁院의 태도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1990년5월21일 判決에서 性轉換을 이유로 한 신분증서의 變更을 각하함으로서 性轉換에 수반되는 民事身分上의 性變更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를 취하였다. 이 判決에서 破毁院은 「性轉換은 그것이 醫學的으로 인정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眞實의 性의 轉換이라고는 인정될 수 없다. 性轉換症者는 처음의 性에 수반되는 특징의 일부를 상실하여도 反對性의 특징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外科手術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성으로의 신체적동일성은 갖는 것이라고 한 控訴院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이와같은 프랑스 법원의 태도는 유럽인권재판소의 1992년3월25일의 결정에 의하여 유럽인권조약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규정인 제8조에 위반된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 決定의 사안은 性轉換症者인 男性이 女性으로 性轉換을 하고 男性과 결혼하려고 하였지만 프랑스 행정청이 그 전제인 신분증서의 變更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프랑스 국내법원에 구제를 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인권재판소에 제소한 사건이다. 이에 대하여 인권재판소는 「原告는 私生活의 尊重과 양립하기 어려운 전체적인 상황중에 일상적으로 놓여있다. 따라서 각국의 재량범위를 고려해 넣는다고 하더라도 一般利益과 個人의 利益 사이에 있어서 조정되어야 할 균형의 파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8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유럽 인권재판소의 決定이 나오고 난 후에 프랑스 破毁院은 1992년12월11일 判決로서 判例를 變更하였다. 破毁院은 프랑스 민법 제9조, 제57조, 유럽인권조약 제8조를 참조 조문으로 들고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治療目的에 의하여 이루어진 內科的·外科的인 處置의 결과 性轉換症狀을 가진 사람이 드디어 그의 처음의 性에 수반되는 특징을 전부 가지지 않고, 그의 사회적 행동과 일치하는 反對의 性에 근접하는 신체적 외관을 가지는데 이른 때에는 私生活 尊重의 원칙에 의하여 그 사람의 民事身分이 이후로는 그의 외관을 가지는 性을 가리키는 것은 정당하다. 身分의 不可處分性의 原則은 이 變更에 장애로 되지 않는다」 학설상으로는 판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강하다. 2. 독일법 1) 戶籍簿 독일법상 身分關係의 公示는 戶籍法에 의하여 戶籍簿에 등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戶籍簿는 出生登錄簿, 死亡登錄簿, 婚姻登錄簿, 家族登錄簿로 나누어 지며 각각에 출생, 사망, 혼인, 가족의 현상이 등록된다. 출생후 1주일 내에 婚姻上의 父, 助産員, 醫師, 기타 出生의 證人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母는 신고가 가능할 때 즉시 신고할 의무가 있다. 출생등록부에는 출생의 장소·날짜·시간, 性, 이름 이외에도 性, 직업, 학력, 주소, 종교(동의가 있는 경우)등이 등록된다. 후에 身分, 性, 특히 父子關係確認, 適法性, 入養등이 여백에 추가 등록된다. 2) 性轉換症法 制定前의 判例 性轉換症者의 戶籍訂正에 대하여 초기의 독일 판례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였다. 그 이유로는 인간의 성별은 출생시 외부적·신체적 형상에 의하여 정하여 지는 것으로 정신적 태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性轉換手術은 災害나 戰傷 또는 去勢에 의한 상실과 동일한 것으로 反對의 性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이 들어졌다. 그러나 1970년9월8일의 베를린 高等法院의 決定은 신체적 변화를 수반하는 경우에는 心理的 要因이 性別變更에 대하여 고려된다고 하면서 性轉換症者를 心理的半陰陽으로 취급하여 身分法上의 訂正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 대하여 聯邦法院은 1972년9월21일 결정에서 性轉換手術을 받은 성전환증자가 신분을 정정하는 것은 승인할 만한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종류의 性轉換은 남녀의 택일적 범주에 인간이 일의적이고 불가변적으로 들어가는 원리에 기초하고 있는 法秩序에 대하여 넓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관에 의한 法形成에 의할 수 없고 立法者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하면서 소극적 입장을 취하였다. 한편 聯邦憲法裁判所는 1979년에 역전시킬 수 없는 性轉換症者의 性變更을 인정하였다. 3) 性轉換症法 독일에서는 판례의 태도에 자극을 받아 1980년에 「특별한 경우에 있어서 이름의 變更 및 性의 確認에 관한 1980년9월10일 法律」을 제정하여 性전환의 문제를 立法에 의하여 해결하여다. 이 法은 性轉換症의 경우에만 적용되고 半陽陰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法律은 전4장18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同法은 性의 變更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性의 確認에 대하여 규정하고 法院에 의하여 反對의 性에 속하는 것으로 재판이 확정되면 법률적으로 새로운 性에 속하게 된다. III. 法的 性의 決定基準과 變更要件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말 이후로 의료계에서 상당수의 性轉換手術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性轉換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판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학설상으로는 性轉換에 관하여 언급한 문헌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外國法을 참조하여 性轉換症者의 法的 性의 決定基準과 變更要件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1. 法的 性의 決定基準 人間의 性은 生物學的 要素인 遺傳的 性(發生學的性=染色體的性), 性線의 性, 內分泌學的 性, 表現의 性과 精神·心理學的性이 일치되어 결정되고 그에 맞는 性役割(社會學的 性)을 하게 된다. 따라서 法的 性의 決定에 있어서는 이들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大島敎授는 생물학적으로는 發生學的性 또는 生殖線(性線)의 性도 중요하지만 그러나 法的 性의 결정에 있어서는 반드시 이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社會通念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法的 性의 判斷基準으로 外部性器의 형태에 의한 性(表現의 性), 제2차 性徵, 心理學的, 社會學的 性을 들고 있다. 최근에 의학계에서 性轉換症者의 治療方法으로서 性轉換手術이 인정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일응 타당한 견해로 생각된다. 인간의 성의 결정에 대하여는 멘델이래 생물학적으로는 염색체의 결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法制度는 인간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제도로서 法的 判斷에 있어서는 한 사회의 一般觀念을 중요한 요소로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프랑스와 독일 판례에 나타난 바와 같이 民事身分의 不可處分性도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性의 變更은 부부관계, 친자관계 등 법률관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 판단은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2. 法的 性의 變更要件 法的 性의 變更에 있어서는 다음의 요소들이 요건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1) 性轉換症者이어야 한다. 즉 精神·心理學的 性이 출생시에 확인된 生物學的 性과 다르고 그로 인하여 2년 이상 反對 性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性轉換症 여부는 醫學界에서 확립된 원칙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물론 정신과 의사의 감정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의 판례와 독일법 제8조1항도 이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2) 性的外觀이 反對의 性으로 變更되어야 한다. 외과적 수술 등을 받고 表現의 性 및 제2차 性徵이 出生時에 確認된 性과 反對의 性으로 변하여야 한다. 성적외관의 판단에 있어서는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의사의 감정에 의하여야 한다. 이 요건에 대하여 독일법 제8조1항4호는 구체적으로 性의 외관상의 특징을 變更하는 외과적수술을 받고 그에 의하여 反對 性에 외관상 명백히 근접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판례도 性的外觀의 變更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3) 將來에 再轉換의 可能性이 극히 낮아야 한다. 이 요건에 관하여 독일법 제1조1항2호(제8조1항1호에서 준용)는 다른 性에 속하는 사실이 이제는 전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이 고도의 개연성에 의하여 추측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生殖能力이 없어야 한다. 性轉換手術에는 예를 들어 남성의 경우 음경절제, 고환적출, 요도성형, 외음문성형 등이 포함되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생식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독일법도 이 요건에 관하여 제8조1항3호에서 규정하고 있다. 5) 身分上으로는 內國人으로서 20세 이상의 行爲能力者이어야 한다. 현재까지 性轉換手術을 받은 사례들에서 환자들의 연령은 20세에서 30세에 걸치고 그중 대부분은 20대 후반이다. 이 점을 고려해 본다면 性을 變更하기 위해서는 성년에 도달되어야 할 것이다. 성년자라고 하더라도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의 경우에는 性變更을 인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IV. 本件 決定의 檢討 本 件 決定은 먼저 性의 決定基準에 관하여 「戶籍制度下에 있어서의 性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發生學的 性인 性染色體의 구성이 가장 중요한 基準이 되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性染色體의 구성에 따라 결정되는 性과 다른 性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입장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핀 바와같이 性을 決定하는 要素는 다양하고 따라서 法的인 性을 決定함에 있어서는 이들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특히 法的 性의 결정은 法的 次元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發生學的인 要素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 또는 사회학적 요소도 고려하여 社會一般의 通念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本 件 決定은 性의 決定은 染色體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는 性決定의 基準을 제시하고 계속하여 「출생당시 確認된 性인 남성으로서의 외형적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상실하여 외견상 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여성으로서의 사회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을지라도…性染色體 구성에 있어서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정상적인 남성이 性染色體를 갖추고 있는 이상 항고인의 위와같은 증상이나 사유는 …性轉換症이란 증후군의 증상을 보이는데 불과하고 위와같은 증상이나 사유만을 가지고 바로 法的인 性을 결정하는 戶籍上의 性을 「女」라 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결론에는 찬동할 수 없다. 본 결정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관계를 검토해 보면 앞에서 논한 性 變更의 요건들을 대부분 충족시키고 있다. 혼인여부는 사실관계에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지만 미혼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性의 變更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된다. 생각컨대 법원의 태도는 민사신분으로서의 性이 不可處分性·不可變性의 原則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 判例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현대의 시점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예외없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보여진다. 물론 性의 變更에 있어서는 公序良俗의 유지라는 公益과 충돌하는 장면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性轉換手術까지 받고 反對의 性으로 생활하고 있는 당사자의 人權(幸福追求權)을 고려한다면 性變更의 필요성은 크다고 생각된다. 다만 性變更은 당사자의 법률관계와 법질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性變更으로부터 야기되는 모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1996-04-04
아미노필린 주사사고의 과실판단요소
法律新聞 1969호 법률신문사 아미노필린 注射事故의 過失判斷要素 일자:1986.10.28 번호:84다카1881 石熙泰 京畿大法大副敎授 法學博士 ============ 11면 ============ [事實및 鑑定結果槪要] 被告 崔某는 某市성모병원의 修鍊醫로서 1982년11월9일0시30분 현재 응급실 당직을 하던 중 訴外 亡李某(60세) 측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호흡곤란의 치료를 요구받고 이를 專門醫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이후 同日 1시30분경 위 李某가 직접 來院하여 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므로 被告는 혈압측정 (160/110)·問診·聽診을 거쳐 對症療法으로서 아미노필린주사를 처방하게 되었다. 被告는 診斷·處方후 자리를 떠났으며 施注는 간호원이 담당하였다. 간호원이 亡人에게 절반가량의 주사액을 注入하였을 무렵 亡人은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스러워하고 극심한 호흡곤란을 보였으며, 이에 간호원은 施注를 중단하고 산소호흡기로 산소공급을 하였다. 그러던 중 同日 2시경 被告가 응급실로 돌아와 곧 진정제인 바륨 5mg의 施注·기관지 管·强心劑인 에피네프린 施注·人工呼吸·심장맛사지등 蘇生術을 실행하였으나 결국 同日 2시50분경 李某는 사망하고 말았다. 李某는 아미노필린의 부작용으로 心筋梗塞을 일으켜 사망하였음이 밝혀졌는데, 본래 아미노필린은 心筋刺戟作用이 있어 일반적으로 및 특히 心臟疾患者에게는 心筋梗塞으로 인한 突然死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李某는 평소 心臟冠狀動脈硬化및 협착증의 持病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原審및 大法院 判決要旨] 原審은 위와같은 認定事實에 입각하여, 被告는 먼저 호흡곤란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했어야 하고, 대증요법으로서 호흡촉진제아미노필린을 주사하려면 사전에 心電圖檢査 등을 통해 心臟疾患有無를 면밀히 확인했어야하며, 그러한 檢査없이 위 藥劑를 주사하게 되는 경우에는 위험발생에 대비하여 施注中患者의 반응을 주시하고 긴급사태시 적절한 事後措置를 취했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李某에게 앞에서와 같은 心臟疾患이 있음을 진단치 못한 채 위 藥劑를 施注케 하였으며 또한 그 주사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난 被告에게는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서울高法1984년7월10일선고, 83나4128 판결). 한편 大法院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原審判決을 破棄·還送하였다. 즉, 大法案은 이事件 주사와 사망사이에 因果關係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다음과 같이 과실의 존재에 관하여는 부정적판단을 내렸다. 첫째, 對症療法의 선택에 관하여는, 被告가 한밤중에 修鍊醫로서 홀로 당직근무를 하다가 극심한 호흡곤란만을 호소할 뿐 問診에 대하여 심장질환은 없다고 하는 환자를 진료함에 임하여, 被告가 자신의 醫學知識에 따라 心電圖檢査나 X線촬영 등을 할 겨를도 없이 우선 호흡곤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대증요법을 원용한 것은 정당하며, 어떤 檢診을 하는 등 대증요법이 아닌 다른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할만한 資料는 없다고 하였다. 둘째, 藥劑 아미노필린의 선택에 관하여는 먼저 被告는 修鍊醫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에 의하여 그 대증요법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주사약제를 선택하였다고 전제한 뒤에, 이 약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진술과 약제설명서가 있는 반면, 또한 전문가진술에 따르면 心電圖檢査를 하더라도 전문의가 아니면 심장의 病的 症勢가 곧 문제의 心臟冠狀動脈硬化症이라고 정확히 알지 못하고 더우기 환자에게 외관상 감기증세가 있었다면 醫師로서 주의를 하지 않을수도 있다고 하면서 결론적으로,「위 증거들만으로는 아미노필린이 심장관상동맥경화 또는 협착증에 미치는 약리작용 및 그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정도등에 관한 실례나 연구결과 그리고 의료계의 사용관행등에 대하여 합리적인 근거로 삼을수 없고 또 위와 같은 근거나 일반적으로 대증요법에 사용되는 약제가 무엇들인지를 밝히지 않고서는 피고가 이사건과 같은 상황하에서 대증요법으로 아미노필린을 선택하는 과정에 어떤 과실이 있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세째, 事後處置에 관하여는, 특히 被告가 주사처방 후 자리를 떠난 것의 평가에서, 그것이 과실이라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가 환자를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면 그 부작용을 간호원보다 더 빨리 알 수 있고 더 빨리 알았으면 사망치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事實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와같은 豫見可能性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기록상 어디에도 없다고 하였다. 요컨대 大法院은 위 세가지 요소에 관하여 審理未盡이 있었다고 하였다. [評 釋] 1. 判例의 論理와 問題點 (1)아미노필린주사요법 선택의 문제 大法院 判例는 먼저「치료방법의 선택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환자의 상태(피고의 問診結果및 환자자신의 호소)와 被告醫師의 의학지식에 따라, 어떤方法의 檢診을 하고 그에따른 어떤 조치를 취함이 없이 바로 대증요법을 시행한 점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있다. 그리고나서「약제의 선택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아미노필린 주사제의 위험성 및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관한 전문가진술과 心臟冠狀動脈硬化症 진단의 어려움에 관한 전문가진술을 인용하면서 문득, 이러한 증거들만으로서는 아미노필린 약제선택에 과실이 있다고 속단할 수 없다고 하고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우선 중요한 사항은 대증요법의 선택 자체의 타당성 여부가 아니라 그 대증요법의 구체적 방법으로서의 주사요법, 그것도 아미노필린주사요법의 當否라고 할 것이다. 대증요법으로는 주사외에 이경우 산소호흡기에 의한 호흡촉진요법이 있을 수 있고, 나아가서 주사약제로는 아미노필린외에 그보다 효능이 약하나 위험성이 덜한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증요법=주사요법이라는 전제아래 判例는 후자의 當否判斷을 건너뛴채 약제선택의 당부판단에 바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被告가 전문의가 아니라 수련의인 점과 관행을 쫓은 점을 강조하므로써, 그것이 피고의 무과실판단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영향에 관한 理論的 根據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藥理作用및 그 인식정도등에 관한 판단의 合理的 根據로 삼을 수 없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아미노필린의 위험성 및 그 인식실태에 관한 자료를 擧示한 것은 다소간의 論理齟齬를 느끼게 한다. (2)事故發生 對應의 문제 大法院 判例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사후처치에 관하여」라는 題下에서, 단지 주사과정에 被告가 자리를 뜬것과 사고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존부에 관해서만 판단하고 있는바, 그 존재를 부정하고있는데 이 결론은 被告의 의학지식이 강조되는 文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非專門醫性」에 강한 영향을 받은 듯이 보인다. 이에 관해서도 上述한 바와 같이 理論的 根據가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2. 다루어져야할 爭點 이 事案에서 피고醫師의 과실유무를 탐구하기 위하여 다루어져야할 쟁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미노필린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醫師의 인식가능성에 관한 原審의 법적판단은 정당한가? 둘째, 醫師는 일반적으로 호흡곤란의 증세를 통해 심장질환의 존재를 豫見할 수 있는가? 세째, 일반적으로 대증요법의 구체적 방법을 선택할 때, 각 방법의 효능이나 위험성에 관한 판단은 불문에 붙인채 그것은 醫師의 裁量에 맡겨져 있는 것인가? 네째, 對症療=注射療法=아미노필린注射療法의 처방은 과연 관행이며, 그 관행의 추종은 적법한가? 다섯째, 이 事件의 情況은 비록 위험이 수반될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劇的 果發生을 꾀해야 할만큼 긴급한 것이었는가? 여섯째, 아미노필린주사 결단시 그 예견되는 위험성에 관한 被告醫師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는 어느정도까지여야 하는가? 일곱째, 주사실행시 약제혼합·외부적 감염방지·施注速度調節등에 관해 기울여야할 注意의 정도는 어떠한가? 여덟째, 일반적으로 專門醫가 아닌 수련의의 경우는 사실판단(危險性·病因·裁量範圍·慣行適法性·긴급성·설명범위등의 판단)에 관한 주의의무가 경감되는가? 3. 結 論 위에서 살핀바와 같이 大法院 判例는 그 논리전개에서 몇가지 중요한 論點을 간과하였으며, 또한 어떤 論點에서의 法理適用에서는 모호한 혹은 부당한 판단을 함으로써 결국 부당한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것으로 짐작된다. 생각컨대, 첫째 아미노필린의 일반적인 위험성과 그 인식가능성에 관한 原審의 판단은 오늘날 醫療界의 認識實態(보통「劇藥」으로 인식되어 있음)와 그 藥劑의 설명서내용(보통「劇」으로 표시되어 있고 위험성이 비교적 詳記되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正當하였다고 하겠다. 둘째, 일반의사로서 호흡곤란의 원인이 心臟疾患일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고, 한편 만약 心電圖檢査를 실시한다면 구체적 病名의 診定은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어떤 心臟異狀이 있다는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세째, 구체적 療法의 선택에서 醫師의 裁量權은 制限的이다. 위험성이 높은 療法이나 藥劑의 선택은 裁量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며, 다만 그 療法의 선택에 의한 극적 효과를 추구할 긴급사정이 있을때에만 그 선택이 허용될 뿐이다. 이사건 환자와 같은 경우에는 산소호흡기에 의한 호흡촉진등 다른 對症療法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네째, 의료관행의 무비판적 추종은 그 관행 자체가 醫學原則에 적합하지 않은한, 적법성을 획득할 수 없다. 다섯째, 이사건의 정황은 原審의 事實認定結果에 입각하여 판단해 볼 때 (처음 전화로 호흡곤란을 호소한때로부터 상당시간이 지난 후 환자 자신이 來院하여 또 진료를 요구한 사실등에 비추어)일응 이 藥劑를 처방해야 할만큼 긴급한 사정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요법으로써 필요한 처치를 하면서 專門醫의 초빙·전문의에게로의 轉送 혹은 가능한 限의 원인규명등을 실시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여섯째, 긴급사정 아래에서 아미노필린과 같은 위험성이 상당한 藥劑를 處方하여 治療하는 경우에는 그 위험에 관하여 적절한 설명이 醫師로부터 있어야 하고, 그뒤 환자의 가족등으로부터 診療同意가 있어야 한다. 그 범위는 긴급성의 정도에 의존한다. 설명과 동의를 결여한 진료는 그 자체 醫學原則에 적합하다고 하여도, 醫師는 일정한 責任을 면할 수 없게된다 (다만 설명과 동의의 有無에 관하여는 原審에도 나타나 있지 않아서 여기서는 구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일곱째, 주사실행시 醫師는 긴급성의 정도에 따른 적절한 技術上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이에 관하여도 判決에는 나타나 있지 않아서 구체적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여덟째, 일반적으로 과실판단의 기준이 되는 醫師는 일반 보통의 專門醫이므로, 수련의라 할지라도 어떤 事實判斷에 관한 注意義務를 경감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 判例에서 수련의라는 이유로 義務가 경감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은 타당치 못하다.
199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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