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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해설 - 기간제계약을 수 차례 갱신한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 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 1.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서는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을 2년으로 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게 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2년의 범위 내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판례는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기간을 정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해고로 보아 왔다. 그리고 기간제근로계약은 2년 기간 내에 1-2회 정도 갱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런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다른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 왔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 10. 20. 선고 2015구합71068 판결, 이하 '대상판결')은 23개월 동안 단기간(2주~6개월)의 기간제근로계약을 총 14회나 갱신(총 15회 계약체결)을 한 사안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아래에서는 대상판결을 일반화할 수 있는지, 대상판결의 쟁점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원고(현대자동차)는 휴직, 파견, 정직 등의 사유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해당 직원이 복귀하기 전까지 촉탁계약직을 임시로 채용하여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였다. 참가인은 2013. 2. 25.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1개월로 하는 촉탁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 2주일에서 최대 6개월 단위로 총 14회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자동차의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15번째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종료하고 계약갱신을 거절하자,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한 것이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행정법원에 재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1)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 등의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의 발생을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본 사안의 경우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대상판결은 ①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 ② 참가인과 같은 촉탁계약직은 당초 업무공백 사유(전출, 사직, 휴직 등)가 해소되는 경우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는 점, ③ 촉탁계약직의 업무(자동차 쇼바ㆍ배터리ㆍ백시트 장착)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해당하지만, 당해 업무는 정규직원의 일시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점, ④ 모집공고문에 '필요시 근로계약 연장 가능'이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채용을 위한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아니고 근로계약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재계약의무를 부담지운 것은 아니라는 점, ⑤ 촉탁계약직의 경우 근태관리만 하였을 뿐 인사평가가 실시되거나 그러한 결과가 계약갱신에 반영된 적도 없다는 점, ⑥ 촉탁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가 한 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 역시 촉탁계약직의 최대 갱신기간이 2년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3. 검토 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 관련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고, 다수의 판례들 역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일부 판결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하여,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간제근로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기간제법 시행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부정된다면 기간제법 입법목적에 반한다는 점, 갱신기대권 이론은 기간제법과는 달리 기간제근로자의 신분은 유지하면서 사용자에게 갱신의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견해가 많다. 나.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판례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와 관련하여 "①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거 판결에서도 2-3회 정도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었으나, 대상판결과 같이 단기간의 계약을 총 14회나 갱신한 경우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상판결은 비록 갱신의 횟수는 많았으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서 계약갱신에 대한 내용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취업규칙에서 계약기간 만료시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 업무가 상시적이고 계속적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업무의 객관적 내용 뿐 아니라 당해 업무에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한시적인지 여부도 함께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다만, 참가인이 피고 관리자로부터 열심히 일하면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한 점, 사원 모집공고에서도 '근로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둔 점, 명시적으로 촉탁계약직과의 총 사용기간이 2년 이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은 점, 촉탁계약직의 업무 자체가 상시적ㆍ계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 갱신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는 요소도 상당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항소심에서의 판결이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상판결에서는 촉탁계약직에 대해 계속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하는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갱신기대권 부정의 이유로 보았으나, 인사평가제도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갱신기대권 인정과는 관련성을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이러한 평가도 없이 단순 계약기간 종료만으로 계약을 거절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대상판결만을 신뢰하여 2년 범위 내에서 단기간의 기간제 계약을 반복 갱신하는 것은 법적 리스크가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대상판결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 방법을 설시한 바와 같이, 사용자는 최초 근로계약이나 재계약에서 갱신사유, 갱신횟수, 갱신한도(총 사용기간의 상한)을 명시함으로써 근로자와의 관계에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노무
2016-11-14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1. 사실관계 지방공기업인 피고는 2013. 3. 4. 토지판매촉진 관련 업무를 담당할 마케팅 전문가 채용공고를 내면서, 계약기간 1년이고 실적이 우수한 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근로조건을 기재하였다. 원고들은 다른 회사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위 채용공고를 보고 마케팅 전문가로 입사지원을 했고, 2013. 3. 25. 피고와 계약기간이 2013. 3. 25.부터 2014. 3. 24.까지인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원고들은 기존 직장을 퇴사한 후 피고 마케팅실에서 일하며 피고의 부채를 크게 감소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피고의 여러 임직원들은 이들의 실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마케팅실에서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는 내부문건을 작성한 적도 수차례 있었다. 원·피고는 2014. 3. 24. 위 계약을 2015. 3. 24.까지 1회 연장 갱신하였다. 그런데, 위 갱신기간의 만료를 앞둔 2015. 3. 19.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계약직 마케팅 전문가 7명에게 채용공고와 달리'사무지원원 직종전환신청'을 안내하였다. 안내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직종전환신청을 하여 무기계약직인 사무지원원이 되었다. 그러나, 원고들은 "피고가 채용공고를 따르지 않고 자신들을 다른 직종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하였다. 피고가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5. 3. 24. 원고들에게 근로계약 만료를 통지하자,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의 확인 등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원심판결의 요지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계속 있음을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원·피고는 실적이 우수한 마케팅 전문가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둘째,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할 경우 피고가 원고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채용공고에 기재된 문언은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확정적 의사표시가 아니고, 근로계약서에도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이 없으며, 피고 마케팅실에서 인사팀으로 보낸 무기계약직 전환요청 공문은 내부적 업무처리과정에서 작성된 것에 불과하고, 실제 합의가 있었다면 왜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계약기간만 1년 연장했겠느냐며, 원·피고 사이에 무기계약직 전환의 합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원심판결은 이 사건의 원고들에게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① 근로계약서에는 피고에게 무기계약전환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없고, ②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채용공고 문언만으로 원·피고 간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도 없으며, ③ 일정 요건이 갖추어지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관행도 없었고, ④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다른 직종으로의 무기계약직 전환신청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3. 대상판결의 요지 그런데, 항소심인 대상판결은 위 두 번째 논거에 있어 원심이 밝힌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전혀 반대의 견론을 내렸다. 원고들에게는 '실적이 우수하다면, 피고가 나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 피고가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절함으로써 위 기대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상판결은 ① 채용공고 당시 피고에게는 실적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확정적인 의사가 존재했고, 피고 스스로 근로계약 체결 이후 채용공고의 문구에 법적 구속력이 있음을 인식하였다는 여러 정황이 보이는 점 ② 애초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어 채용공고를 냈던 것이니, 피고는 당연히 성과우수자 평가기준을 만들 의무가 있고 피고의 의무불이행을 원고의 불이익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 ③ 피고 측 임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우수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신뢰를 보였고, 피고가 단기계약직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전례가 있었던 점 ④ 다른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던 원고들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열심히 일해 성과를 얻은 이유는 피고가 성과우수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리라 신뢰했기 때문인바, 이러한 신뢰는 피고가 적극적·지속적으로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특별히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이 피고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만 피고는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이다. 4. 판례해설 원심판결 및 대상판결은 기본적으로 같은 법리를 따른다. 원심판결은 2011년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가 밝힌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의 법리 즉,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만료로 당연퇴직 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계약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근거규정이 있거나 근로관계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 기대권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법리를 무기계약직 전환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하였고, 대상판결은 위 법리의 유추적용에 동의하되, 신뢰관계의 형성에 대하여는"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가 사용자의 지속적이면서 적극적인 행위에 의하여 유도되었고, 근로자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용자에 의하여 유도된 방향으로 상당 기간 일정한 행위를 하였다면, 위와 같은 근로자의 기대 또는 신뢰는 특별히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부수적인 법리를 새롭게 밝혔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권리(權利)라는 것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기 위하여 법에서 인정한 힘인데, 노동관계법규 어디에도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부여한다는 명문규정은 없다. 다만, 판례는 일정한 요건 하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가 현실에서 관철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노동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2016-11-03
금융·보험
행정사건
판례해설 - 서울고등법원 “복수개설금지 규정 위반 의료기관도 요양급여비용 받을 여지 있어”
- 서울고등법원 2016. 9. 23. 선고 2014누69442 판결 - 이 사건은 의료법상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금지 규정에 위반되어 설립된 네트워크병원 모지점(이 사건 병원)의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신이 개설자로 되어 있던 기간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사건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심인 서울행정법원(2014구합11526)은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상 중복개설금지 규정에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며, 한편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병원은 위법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위 요양기관에 해당할 수 없으므로, 결국 위 병원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 환수처분은 민사상 부당이득반환과 성질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원심과 달리 서울고등법원(2014누69442)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가능한 '요양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에 의료기관이 받은 개설허가에 일부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연 무효가 아닌 한(처분의 공정력) 해당 의료기관은 건보법상의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보아, 요양기관의 개설과 관련하여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까지 건보법상 환수사유인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해당 요양기관에서 시행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동 법원은 건보법상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부당이득반환의 특칙에 해당하는바 법률상 원인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요구되며, 국민건강보험제도하의 요양급여 제공은 진료계약이라는 사법관계와 요양기관이 보험자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는 공법관계가 양립하고 있는바, 만일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징수당하더라도 피보험자인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유효하므로 진료보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까지 보험자가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른바 네트워크 병원, 사무장 병원 등 의료법을 위반하여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한 경우 또는 의료법을 위반한 건강보험요양급여를 행위가 있는 경우에 공단부담금(및 환자본인부담금)이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공단이 환자에게 환자본인부담금을 돌려주는 방법은 어떠한지, 의료기관이 환자본인부담금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는지 등이 문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까지 대체로 이 사건 원심과 같은 취지에서 의료법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요양급여 비용은 환수처분의 대상이 된다는 전제에서 처분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은 "의료법위반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위반행위가 반사회적이거나 그에 준할 정도로 보호가치가 없는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보험체계를 교란시키는 정도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와 같이 판시함으로써 위와 같은 일률적인 환수처분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생각건대 국민건강보험법이 채택하고 있는 당연요양기관지정제의 취지,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법의 목정, 제재방식의 차이, 반사회성이 크지 않은 의료법 위법이 있었으나 유효한 진료행위가 실제 있었던 경우에 까지 공단이 환자본인부담금 부분을 환수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관계의 3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복잡하고 분쟁을 양산하게 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료법 위반의 요양급여 행위 중 환수처분의 대상을 구분하여 판단하는 태도가 법적안정성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다만 그 위반행위의 반사회성의 정도 판단을 위한 기준은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2016. 10. 20. 상고를 제기한바,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다.
요양급여
건강보험급여
네트워크병원
2016-10-24
행정사건
헌법사건
판례해설 - ‘틱’장애를 배제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의 위헌성
서울고등법원 2016. 8. 19. 선고 2015누70883 판결[반려처분취소청구] '틱 장애'는 투렛증후군(Tourette's Disorder)으로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틱(motor tic)과 이상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vocal tic) 증상을 모두 1년 이상 보유한 것을 말한다(동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초등학교 때부터 십여년간 틱 장애로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아 왔는데, 장애인등록신청을 하였으나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을 정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별표1]이 틱 장애를 제외하고 있어 반려되자 그 취소를 구하였다. 장애인복지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의 종류 및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제1심판결이 '한정된 재원을 가진 국가'가 '일정한 종류와 기준에 해당하는 장애인'만 장애인복지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것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평등원칙'을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위 고등법원 판결은 [별표1]을 헌법상 평등원칙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원고가 [별표1]에 규정된 일부 장애보다 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제약적인 장애를 지니는데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장애인으로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정하고, 반려처분을 취소하였다. 동 판결은 헌법상 '신체장애자의 보호'(제34조 제5항)를 실질화 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의 보호에 법원이 앞장 선 좋은 판결이라고 본다. 이런 판결은 정형화된 문구가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이유를 전개하므로, 사건부담이 과중한 상태에서 쓰기 쉽지 않을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하므로(헌법 제103조), 동 판결과 같이, 헌법도 법원의 재판규범으로서 실효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의 원인은 법률이나 처분이 아니라 대통령령 때문이다. 헌법은 법원이 대통령령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으며, 이 사안에서 모법의 위임은 합헌이라 보이지만, 시행령은 그 위임범위 내라 하더라도 여전히 '헌법상 평등원칙'을 따로 준수하여야 했다. 이 사건 처분은 시행령에 따른 것이므로 그 위법성을 따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전형적인 '명령·규칙의 위헌성 심사' 사안이다. 따라서 [별표1]이 '틱 장애'를 배제한 입법 그 자체가 '평등원칙' 위반으로서 '위헌'이라고 선언되어야 마땅한데 동 판결은 다소 애매하다. 그러한 위헌선언이 있더라도 이는, 헌법재판소 위헌결정과 달리, [별표1]의 효력 자체를 폐지시키는 효력은 없고 당해 사건에서 적용배제이므로, 법적 혼란이 크거나 공백이 초래되지 않으며(이 점에서 대법원 2011두6264 판결은 규범통제를 지나치게 자제), 추후 개선입법의 강력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규범통제기능은 오늘날 '규범의 홍수'에서 법원이 지니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본다.
틱장애
장애인
2016-08-29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휴직공무원과 대체근로자의 급여차별 시정
1. 사실관계 육군사관학교는, 도서관 사서인 8급 군무원 A가 육아로 휴직하게 되자, 2013. 11. 25. '군무원 육아휴직 대체인력 모집공고'를 냈다. B는 위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한 사람이며, 육군사관학교와 2014. 2. 12.부터 2015. 5. 12.까지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8급 군무원 1호봉 상당의 급여 및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기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B는 위 기간 동안 A가 사서로 근무했더라면 받았을 명절휴가비, 성과상여금, 사서수당,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를 받지 못했다. B는 2015. 6. 3.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자신이 A와 비교해 위 제(諸)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은 차별적 처우라고 주장하면서 그 시정을 신청하였는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직급보조비를 제외한 다른 수당에 대하여는 A의 주장이 옳다고 판정하고 미지급 수당에 상당하는 약 632만원의 금전보상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고 대한민국은 2015. 8. 31.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 당했고, 결국 2016. 1. 18. 서울행정법원에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는 기간제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동법 제2조 제3호는 "차별적 처우"란"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차별적 처우의 위법을 범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① 비교대상 근로자의 선정, ② 당해 근로자가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는지 여부, ③ 차별대우에 정당성 즉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된다. 이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라'는 헌법상 평등권 위반여부의 판단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위 규정을 위반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았고,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원 판정에 동의하였다. 반면, 원고가 위 재심판정이 위법함을 주장하는 논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A는 B의 근무기간 중 육아휴직으로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았으므로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없다. 둘째, 군무원인 A와 군무원이 아닌 B의 주된 업무 내용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셋째, 군무원인 A는 국가가 정한 법령에 따라 제(諸) 수당을 받은 것이므로 군무원이 아닌 일용직인 B에게 법령이 정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중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의미는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기간 동안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실제로 같이 근무한 근로자를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일시적으로 전임자(A)가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유지한 채 휴직하는 등 사유로 기간제근로자(B)가 대체인력으로 휴직기간 동안 동일한 내용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전임자(A)를 기간제근로자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보아 차별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반박하였다. 두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사실인정을 통해 A와 B의 주된 업무는 도서관 사서 업무로서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였다고 인정하면서, "군무원인 A만 국가공무원법·군무원인사법·군인복무규율·군형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는 사정은 업무의 동종·유사성 판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중대한 요소가 아니"라고 배척했다. 세 번째 논거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육군 제수당 지급지시 등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군인, 군무원)으로 정하고 있는 것은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일 뿐이고, 이 사건 각 수당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사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위 법령이 이 사건 각 수당의 지급대상을 국가공무원으로 정하였다는 사정은 B를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상판결은 원고 대한민국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가 항소하지 않아 당해 판결은 확정됐다. 3. 판례해설 대상판결에서 다룬 논거는 앞서 살펴본 세 가지이나, 그 중 업무가 동일·유사하냐는 두 번째 논거는 사실인정의 문제에 다름 아니므로, 결국 대상판결의 쟁점은 ①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는가, ② 사법(私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대체근로자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등 그 적용대상을 공무원으로 한정하는 법령상의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위 두 쟁점은 이미 다른 선행의 판결에서 다뤄진 바 있다. 예컨대,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판결에서 첫 번째 쟁점 즉, 실제 같이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대상 근로자로 선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부수적으로 다룬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군 교육사령부 부설식당에서 민간조리원으로 근무한 C가 조리직렬 군무원만 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을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발생하였고, 기간제법 제8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결에 관하여 대한민국이 취소소송을 제기해 시작되었다. 인정사실에 따르면, 민간조리원 C가 근무한 대부분의 기간 중 위 부설식당에는 별도의 조리직렬 군무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C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조리직렬 군무원을 선정해 업무의 동종·유사 여부를 판단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1. 1. 27. 선고 2010누21794 판결 [차별시정판정등취소] 참조), 원고 대한민국이 제기한 상고심 또한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2014년 판결에서 차별에서"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라 함은 기간제 근로자를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문제 된 불리한 처우의 내용 및 사용자가 불리한 처우의 사유로 삼은 사정을 기준으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형태, 업무의 내용과 범위·권한·책임,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일반론을 밝힌 뒤, 두 번째 쟁점 즉, 관계 법령에 비(非)공무원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하라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지급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성이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원고가 민간조리원에게 이들 수당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면서 이를 배척하였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두5391 판결[차별시정판정등취소]). 다시 말해 비교대상 근로자가 공무원이든 아니든 당해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면 같은 수당을 지급하도록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기간제법상 차별적 처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다른 하급기관에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대상판결의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선행판결 및 대상판결이 행정기관의 기간제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선례로 자리 잡아, 안 그래도 불안한 지위에 놓여있는 기간제 근로자들이 적절한 보수를 받기를, 그리고 향후 동종·유사한 사건의 소송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휴직공무원
대체근로자
차별적처우
2016-08-16
행정사건
판례해설 - 조례의 효력과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
- 대법원 2016. 6. 10. 선고 2013두1638 판결 - 1. 기초사실 원고는 먹는 샘물 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개발공사')는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과 제주특별자치도 공사 설치 조례에 따라 제주도가 100% 출자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원고는 2007. 12. 15. 개발공사와 제주삼다수 판매협약(이하 '이 사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공사는 제품의 제조행위 일체를 담당하고, 원고는 판매행위를 전담하기로 하는 협약이다. 협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3년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협약에 따른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될 경우 매년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했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구매계획물량을 미리 정해 놓았고, 그 이후 구매물량은 매년 10월말까지 상호 협의하여 정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는 2011. 11. 28. 도의회 의결을 거쳐, 2011. 12. 7. 제주특별자치도조례 제809호 개정 조례(이하 '개정 조례')를 공포했다. 개정 조례는, 개발공사는 먹는 샘물 사업운영을 통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ㆍ유통에 대하여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경우 민간위탁 사업자 '선정'은 '일반입찰'에 의하여야 한다고 정했다(제20조 제3항). 그러면서 "이 조례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2조). 개발공사는, 경과규정 적용이 만료되는 2012. 3. 15.자로 원고에게 이 사건 협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했다. 이에 원고는, 종전에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2. 판결 요지 원심은 개정 조례가 무효임을 확인했다. 개정 조례 시행 이전에 이미 체결된 협약에 따른 기간 '연장'은 협약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일 뿐 사업자를 새로 '선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입찰을 거치지 않고 원고와 협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정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에 대하여는,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의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부칙을 제정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런 연유에서, 실현할 수 없는 내용을 담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만일 개정 조례를 이 사건 협약에도 적용할 경우 협약상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면 매년 협약 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원고의 재산상 이익을 제한하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에 해당하는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조례의 성질을 묻지 않고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법리(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를 들면서, 개정 조례의 근거법인 지방자치법, 지방공기업법 등에서 달리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발견할 수도 없어서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위법이 중대하고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협약이 자동연장되기 위한 조건으로 구매계획물량이 이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원고와 개발공사가 2012년 구매계획물량이 협의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에까지 이 사건 협약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대한상사중재원이, 2012. 12. 17.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이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중재판정을 내린 점을 거론했다. 이런 사유로 원고가 이 사건 협약에 의한 먹는 샘물 판매업자 지위를 상실하였다면, 그 원인이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원고가 개정 조례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먹는 샘물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3. 판결의 의미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원고가 소의 대상으로 삼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이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행정처분은 행정청이 공권력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행위의 주체, 내용, 형식, 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과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당해 행위에 관련한 행정청 및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제1심과 원심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처분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을 했다. 대법원은 개정 조례가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지에 대해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2011. 12. 7. 시행되는 개정 조례 이전의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는 2012. 3. 14.까지 이 조례에 따른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이 부칙에 대해서는, 집행행위의 개입 없이 원고의 종전 사업자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원고의 판매사업자 지위가 소멸하게 된 원인은 개정 조례가 아니라 개발공사의 협약 해지라는 뜻이다. 부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면, 2012. 3. 14.까지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그 이후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2. 3. 14.자 이후 원고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형식적인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사건 개정 조례의 처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반입찰로 판매사업자를 선정하도록 조례를 개정하면서 부칙에서 유예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는 바로 원고다. 원고를 정면으로 겨냥한 조항이다. 부칙의 반대해석상 2012. 3. 15. 이후에는 원고가 먹는 샘물 국내판매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판매사업자를 '일반입찰'로 정하도록 한 개정 조례에 저촉되는 듯한 외관이 형성되었다. 실제 개발공사는 개정 조례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로,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정한 2012. 3. 14.의 다음 날인 2012. 3. 15.자로 이 사건 협약 해지통지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개정 조례 부칙은 원고를 대상으로 하여 2012. 3. 14.까지만 종전 사업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 지위를 상실시켜 원고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처분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쟁점은 조례의 무효여부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인지 특히 문제된다. 헌법 제117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더 구체화하여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와 같은 조례에 대한 위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포괄위임으로 족하다고 한다. 조례의 제정권자인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지역의 민주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주민 대표기관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포괄적인 자치권을 보장하고 있는 취지에 비춰 볼 때 조례제정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법규명령에 대한 법률의 위임과 같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인 것으로 족하다고 본다(헌법재판소 1995. 4. 20. 선고 92헌마264결정 등). 조례에 대한 위임은 포괄위임으로 충분하다고 하여 법률의 위임이 불요하다는 의미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며(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그러한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것이 확고한 판례다(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6추52 판결 등 참조). 조례가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는 조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포괄위임으로 족한 경우에는 법률의 명시적 위임이 없어도 관련 관련 법령을 종합해 위임의 근거가 발견된다고 하여 근거가 비교적 쉽게 인정된다. 반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에 대해서는 보다 까다롭게 법률의 위임여부가 판단된다. 권리제한 혹은 의무부과로 판명되는 조례라면,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될 여지가 많다. 결국 조례의 실질적인 내용에 따라 법률의 위임을 받았는지가 달라지게 되는 셈이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의 위임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그럼에도 지방의회가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고 개정 조례 부칙을 제정한 이유를 추측해보면, 이 사건 개정 조례 부칙 제2조는 원고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부여하는 시혜적인 내용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정 조례가 시행됨으로써 수의계약으로 얻은 종래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예외적으로 그 지위를 더 연장하는 유예조치를 취하였다는 인식일 수 있다. 이처럼 경과조치를 수익처분으로 생각하는 배경에는 수범자의 신뢰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회 인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특정 규율에 의해 발생한 법률관계는 어디까지나 그 규율에 따라 파악되고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 즉 과거의 사실관계가 그 뒤에 생긴 새로운 법령에 따라 판단되지 않는다는 신뢰보호원칙은 법치국가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는 헌법상 원칙임에도 쉽게 간과된다. 물론 모든 수범자의 기대 내지 신뢰가 권리로서 보호되지는 않지만, 규율의 변경은 종전 신뢰에 터잡은 이익과 권리를 제한한다는 속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례와 같은 자치입법을 제정 변경할 때 원고와 같은 기득권자가 이미 누리고 있는 신뢰이익이 쉽게 무시되곤 한다. 이 사건에서도 개정 조례 부칙조항이 효력을 부인당하지 않으려면, 원고와 같은 종전 판매사업자가 종래 누리고 있는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더 정교한 설계가 필요했다.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와 같이 특정 날짜를 기준으로 종전 법적 지위를 곧바로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종전 지위를 유지하거나 잃게 되는 요건을 심사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과도기적 단계를 마련하는 방법이 더 적절할 것이다. 마지막 쟁점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 인정 여부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결정적인 원인은 원심 선고 이후에 있었던 중재판정이다. 원고와 개발공사는 이 사건 협약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고, 2012. 12. 17. 이 사건 협약의 효력에 대한 중재판정을 받았다. 원고와 개발공사 사이에 2012년도 구매계획물량이 정해지지 않아 이 사건 협약은 2012. 12. 14. 종료되었다는 판정이 났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 대해 무효확인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판매사업자의 지위를 회복한다고 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2012. 10. 31. 원심 변론이 종결되고 같은 해 12. 12. 판결이 선고된 이후, 2012. 12. 17. 내려진 중재판정으로 새로운 사실관계가 창출된 것은 아니다. 2012년 10월 말까지 구매물량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음으로써 이 사건 협약은 이미 더 이상 연장되기 어렵게 되었다. 중재판정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원고가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에서 규율하는 '종전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상실한 이상, 위 부칙의 효력을 다툴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행정처분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에서, 행정처분이 위법하여 무효확인 또는 취소 판결을 받더라도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원상회복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더라도 그 무효확인 또는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5001 판결 등). 이 사건에서 기존 먹는 샘물 사업자의 지위를 잃은 원고에게는, 개정 조례 부칙 제2조의 무효를 확인받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는 다른 권리나 이익이 남아있지 않았다. 원고가 소를 제기해 다투면서부터 구매계획물량에 대한 합의가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점은 예견되었을 것이다. 원고로서는 개정 조례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동시에 협약이 자동 연장될 수 있는 조치를 함께 취할 필요가 있었다.
제주삼다수
조례
지방공기업
2016-08-08
행정사건
판례해설 -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 주무관청의 허가에 관한 검토
- 서울행정법원 2016. 6. 24. 선고 2015구합69447 판결 - 1.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은 민법 제32조에서 비영리법인의 설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주무관청의 허가 요건에 관한 해석이 쟁점이 되었다. 2. 사안 및 대상판결의 판단 가. 사안의 경과 (1) 원고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비온뒤무지개재단(이하 '이 사건 단체'라 한다)을 설립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피고)에게 사단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였다. (2) 법무부장관은 '원고가 설립하려는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법인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정관 등에 기재된 이 사건 단체의 설립목적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인권옹호 활동과 연구를 지원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가 숨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4) 법무부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인권옹호단체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고 있다. (5) 이 사건 소송에서 피고는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인권옹호단체의 설립허가에 관한 사무를 주관할 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어디인지 밝히지 아니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이 사건 단체의 주무관청이라는 답변을 하지 아니하고 있다. 나. 대상 판결의 요지 서울행정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민법 제32조 소정의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피고는 인권옹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있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이러한 차별로 침해받는 개인의 권리에 관한 문제로서 인권옹호와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단체는 인권옹호단체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며, 피고는 적어도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의 하나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단체의 설립허가를 담당할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5구합69447 판결). 3. 검토 가. 비영리법인의 설립요건으로서의 주무관청의 허가 (1) 민법 제32조는 주무관청의 허가를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민법은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하여 허가주의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사단이 법인으로서의 실질을 갖추었더라도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법인성립이 좌절된다. 대법원은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할 것인지 여부는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주무관청의 판단 고정에 일응의 합리성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허가처분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6. 9. 10. 선고 95누18437 판결). (2) 주무관청이란 법인의 목적사업을 주관하는 행정관청을 의미한다. 어떤 단체가 법인설립허가신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관청에다가 허가신청을 해야 하는가는 법인정관에 기재된 목적에 따라 판단된다. 그런데 법인의 목적이 두 개 이상의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인 때에는 해당 행정관청으로부터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그 중 하나의 행정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복수설과 단수설의 대립이 있다. 사견으로는 복수설은 법인설립에 관한 지나친 규제라고 할 것이므로 복수의 사업목적이 있을 경우에 주된 사업목적을 관장하는 행정관청을 주무관청으로 보아 그 관청의 설립허가로 법인설립에서 요구되는 허가요건은 충족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나.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을 시정하고 인권증진과 사회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법무부의 인권옹호 관장사무에 포함됨을 분명히 하였고, 이 사건 단체의 목적이 법무부 이외의 다른 행정관청의 소관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주무관청 중의 하나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충분하다는 견해를 전제함으로써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 입법론적 검토 한편,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한 허가주의를 표명하고 있는 민법 제32조는 설립자의 단체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오랜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리하여 19대 국회에 제출된 민법개정안에서는 설립행위가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면, 주무관청은 이를 인가해야 하는 인가주의로의 전환이 제안되었으나, 국회의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헌법 제21조 제1항의 결사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법률로 미리 규정해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당연히 법인격을 취득하게 하는 준칙주의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하다.
비영리법인
주무관청
설립허가
2016-07-11
전문직직무
행정사건
판례해설 - 변호사법상 법무부징계위원회의 심사대상
변호사법(법)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장(변협회장)이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징계위원회(변협징계위)에 징계개시청구를 함으로써 징계절차가 개시되고(제97조), 변협징계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징계사건을 심의하여(제95조) 징계에 관한 결정(제98조의 4)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징계개시청구권과 징계심의의결권을 분리하고 있다. 다만, 법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권 행사를 통제하기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방변호사회의 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윤리위원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청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제89조의4 제4항), 변협회장이 징계개시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징계개시 신청인은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여 변협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 없이 징계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제97조의 5). 한편, 법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법무부징계위원회(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100조), 이 규정을 근거로 법무부징계위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직접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할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2015구합77714)은, 검사장이 변협회장에게 징계개시신청을 하였다가 기각결정을 받고 이에 이의하였으나 변협징계위가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하자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하고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개시결정을 한 사안에서, 아래와 같이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심의대상으로 삼을 수 없어 위와 같은 결정은 모두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① 법 제100조는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라는 표제 하에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여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제1항)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무부징계위의 심의결정 대상은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으로 보아야 하고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은 포함되지 않는다. ② 구 변호사법이 2007. 1. 26. 개정되면서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불복절차가 마련되었는데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을 규정한 제100조가 문언의 개정 없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에 대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도 불복할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③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취소하고 징계절차를 개시하여 징계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징계혐의자로서는 변협회장의 징계개시청구나 변협징계위의 징계개시신청 인용에 따라 징계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종래 법상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청구권이 검찰총장과 변협회장에게 나뉘어져 있었고 지방회장에게는 징계개시 신청권만 있던 것이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하여 1995. 12. 29. 검찰총장의 징계개시 청구권을 삭제하여 징계개시 청구권을 변협회장에게 전속하게 하는 법개정이 이루어진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2. 11. 29. 2010헌바454 참조). 변협의 자율성 강화를 위해 징계절차에서 징계개시청구권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고 위와 같은 법개정이 이루어진 취지를 고려하면 변협징계위(판사2명, 검사2명, 변호사 3명 등으로 구성)가 아니라 법무부징계위(위원장 법무부장관, 검사2명, 변호사 1명 등으로 구성)가 징계절차개시 부분까지 직접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므로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법문의 해석상으로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① 법 제100조의 표제가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이기는 하나 제1항은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불복하는 징계혐의자 및 징계개시 신청인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97조의4 제3항은 '징계개시 신청인'을 징계개시를 신청한 윤리협의회 위원장이나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97조의5는 '징계개시 신청인'은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는 등의 경우 변협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100조의 문언의 해석상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신청은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의 당부를 판단한 변협징계위의 기각결정에 대한 이의로 해석된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은 징계결정에 대해서만 취소와 기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형식을 취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서울행정법원은 제1항이 '징계결정'에 대한 것만 규정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석한다면 징계혐의자의 이의는 징계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의 이의는 무징계에 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오히려 변협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국 위 제1항은 징계혐의자가 징계결정에 대해,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회장의 징계개시 청구권 불행사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② 2007. 1. 26. 개정 전 징계개시 신청권자는 검사장과 지방회장이었다(구법 제97조 제2, 3항). 하지만 제100조 제1항은 징계개시신청을 한 지방검찰청검사장만이 법무부징계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고 위 규정은 오히려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범위를 더욱 명확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07년 개정법에서 제89조의4 제4항 윤리협의회 위원장의 징계개시신청에 대한 규정이 신설되었고 그 때문에 ①과 같이 윤리협의회 위원장과 검사장을 '징계개시 신청인'으로 묶어 위 제100조 제1항에서는 '징계개시 신청인'이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해 이의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100조 제1항은 개정전후 모두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 기각결정을 다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므로 법개정 문제는 법무부징계위의 심의대상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보인다. ③ 위와 같은 이유에서 법상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법 제96조는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0조도 변협징계위의 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해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가 전혀 징계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징계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보인다. 즉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함으로써 변협징계위는 제97조의5 제2항에 준하여 변협회장의 징계청구가 없더라도 징계절차를 개시하여야 하고 법무부징계위는 변협징계위의 징계결정에 대한 불복에 대한 심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함으로써 징계혐의자에게 절차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고 변협징계위가 먼저 징계여부를 결정함으로써 변협의 자율성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변협징계위가 징계개시로 나아갈 혐의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징계개시 신청을 기각하였다면 비록 법무부징계위가 변협징계위의 이의신청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하더라도 징계심의결과 징계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나아가 검사장 등은 변협징계위가 무징계를 결정하였다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협징계위
징계절차
2016-06-21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환경미화원에 대한 교섭단위분리신청
- 서울행정법원 2016. 5. 19. 선고 2015구합12007 판결 - 1. 들어가며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도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허용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허용하는 결정은 있었으나 법원에서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한 판단을 많지 않았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환경미화원의 교섭단위분리신청을 허용하는 판결을 선고한 반면, 플랜트건설 현장의 교섭단위분리 신청에 대해서는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바, 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도록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제주시에는 공무직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총 5개가 있고,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전국공무직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선정되었다. 제주시 소속 환경미화원이 소속된 노동조합들(서귀포시청 환경미화원노동조합, 제주시청 환경미화원노동조합)은 환경미화원과 다른 공무직 근로자 사이에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등이 있다는 이유로 제주시 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하였다. 제주시 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기각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나.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근거로,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재심결정을 취소하였다. ①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존재(환경미화원들의 경우 호봉제, 다른 공무직 근로자의 경우 등급제로 임금체계가 다르고, 그 결과 환경미화원들의 임금이 다른 공무직보다 상당히 높은 점, 환경미화원의 근무시간은 5시-14시로 다른 공무직 근로자의 근무시간과 다른 점), ② 고용형태의 차이(환경미화원 중 퇴직금 누진제를 적용받는 환경미화원의 정년은 58세로 퇴직금 단수제를 적용받는 환경미화원과 다른 직종의 공무직근로자의 정년인 60세와 차이가 있는 점, 환경미화원은 다른 직종과 달리 채용시 필기시험이 아닌 실기시험과 면접시험을 치르는 점, 환경미화원과 다른 직종 간에 인사교류가 없는 점, ③ 교섭관행(과거 1996년, 2011년부터 개별적으로 단체교섭을 해 온 점,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도 개별교섭을 진행한 점, 공영버스운전원으로 구성된 노조와도 개별교섭을 해 온 점)과 ④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유지와 교섭단위 분리의 이익형량을 통해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3. 검토 노동조합법상 교섭단위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i)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ii)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에 비추어, (iii)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3가지 조건이 있어야 가능하다(제29조의3 제2항). 노동위원회는 2015년 5월까지 670여건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 중 460여건에 대해 분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과 사업장에 따라 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가 있는 건설, 플랜트 업종 과 용역사업에 집중되었다. 반면 직종에 따른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해서는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일반직과 기능직 근로자, 생산직과 사무직 사이에 있어서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없고 노사관계의 본질적 기초를 달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립대학교 내에 조리직 근로자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이 다른 직종과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신청하였으나, 노동위원회는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의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즉, 직종 차이로 인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양 직종 간에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등이 있어야 한다. 항공회사의 항공기조종사와 일반직원 간에는 직군간 교류도 전혀 없을 뿐 아니라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으므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는 대표적인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은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통해 정해진 교섭대표노조에게 공정대표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소수노조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 즉, 교섭단위분리 제도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의 예외로 허용되는 것이므로, 교섭단위 분리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할 경우 복수노조를 허용하면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통일적인 근로조건의 결정을 하도록 하는 취지가 몰각될 수 있고, 반면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어서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노사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대상판결의 경우 환경미화원과 다른 공무직 근로자들간의 근로조건이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다(호봉제와 등급제는 근무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증가하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고, 근무시간의 차이가 '현격'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환경미화원의 채용시 다른 공무직과 달리 실기시험이 있다는 점과 정년에서 2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할 만큼의 고용형태의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물론 과거 제주시는 환경미화원과는 별도로 개별교섭을 진행해 온 관행이 있었지만, 교섭창구단일화절차가 시행된 이후에는 2013년 1월에 교섭창구단일화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인 전국공무직노조와 단체협약과 임금협약을 체결했으므로, 교섭단위분리를 신청한 2015년 현재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시행 전인 과거의 노동관행을 이유로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대상판결 외에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최근 하급심 판례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대상판결 선고일로부터 일주일 후인 2016. 5. 27. 노동위원회의 플랜트건설 현장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건설현장별로 근로조건의 차이가 인정되고, 지역별 교섭관행 외에 현장별 교섭관행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사용자가 제기한 건설현장별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인정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노동위원회와달리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과거 플랜트 업종에 대한 교섭단위분리를 폭넓게 허용하는 노동위원회의 경향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시가 대상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였으므로, 서울고등법원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미화원
노동조합
교섭단위분리
2016-06-21
노동·근로
행정사건
판례해설 - 법관 명예퇴직금, 재임용 만료일 기준 산정은 적법
대상판례 : 대법원 2016. 5. 24. 선고 2013두14863 판결 우리나라 공무원들에게는 근속경력이 길어질수록 호봉이 올라가 급여도 많아지는 연공서열의 급여체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정년까지 신분, 바꾸어 말하면 고용을 보장하는 종신고용제와 더불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조직의 성격을 크게 결정짓고 있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고용관계나 임금체계는 장기간의 근속을 거쳐 형성되는 근로자의 숙련된 지식과 기술, 경험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체계일 수 있으나, 기존의 산업구조의 틀을 깨는 급속한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년 이전의 퇴직으로 인한 수입의 상실을 일정 부분 보상하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정년 이전의 퇴직을 유도하여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와 지방공무원법 제66조의2에서는 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여 20년 이상 근속한 공무원이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그 지급대상범위, 지급액, 지급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정>이나 대법원규칙인 <법관 및 법원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규칙> 등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 대법원규칙에서는 명예퇴직수당액을 퇴직 당시 월 봉급액의 1/2에 10년(법관의 경우에는 7년) 범위 내에서 정년잔여월수를 곱한 금액으로 하되, 정년잔여월수가 60개월을 초과한 경우에는 그 초과월수 중 1/2만 인정하고, 법관의 경우 정년잔여기간의 계산은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5항,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헌법 제105조에 의하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하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연임할 수 있고(제3항), 법관의 정년은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제4항). 이에 따라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의 정년을 65세로 정하고(제45조 제4항), 임기가 끝난 판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의 연임발령으로 연임하며(제45조의2 제1항), 대법원장은 ① 신체상 또는 정신상의 장해로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②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③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는 판사에 대하여는 연임발령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의2 제2항). 한편, 헌법 제106조 제1항에 의하면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다. 일반직 공무원들과 달리 법관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서 임기와 정년을 분리하여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명예퇴직수당액의 산정시 정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법관의 경우 정년과는 별개로 10년의 임기제가 적용되므로 정년 이전에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에는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 잔여월수'를 말 그대로 정년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 아니면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 점에 관하여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헌법상 법관의 임기제가 법관의 독립을 위하여 특별히 고도로 신분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임기 중에 파면되지 않고, 임기가 만료된 후에도 연임제한의 사유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임이 반복되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기대권 내지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아 명예퇴직수당액 산정시 정년잔여월수를 임기 만료일까지의 잔여월수로 규정한 이 사건 조항은 정년잔여월수가 비슷한 퇴직법관들 사이에 군복무기간의 합산 등에서 오는 잔여임기의 장단으로 인하여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액에서 합리적인 근거 없는 차별을 초래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예퇴직수당의 제도적 취지에 비추어 입법자에게 국가공무원법상 그 구체적인 지급요건, 방법, 액수 등을 형성함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폭넓은 재량이 허용되고, 이와 같은 폭넓은 재량은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에 따른 대법원규칙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정되어 20년 이상 근속한 법관이라 하더라도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또는 16호봉 이상의 법관은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임기 기준을 제외하더라도 사법연수원 동기 법관들 사이에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차이가 발생함은 불가피하고, 법관 스스로 퇴직시기를 연임 이후로 정하여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잔여임기의 장단에 따른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의 차이가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규칙은 이 사건 조항 이외에도 정무직 공무원에 상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나 16호봉 이상의 법관을 지급대상범위에서 제외하고(제3조 제1항),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10년까지 인정되는 정년잔여기간을 법관에게는 7년까지만 인정하며(제3조 제5항 단서), 13호봉을 초과하는 법관의 경우 월봉급액을 13호봉인 법관과 동일하게 보는 등(제4조 별표1)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법관에게는 불리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법관에게는 재직시 일반직 공무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가 지급되고, 거의 대부분의 법관들이 정년퇴직일에 훨씬 앞서 (명예)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여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현실과 한정된 명예퇴직수당 예산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에서 정년을 기준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액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음에도 연임제한사유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법관에 대하여 정년퇴직일 전에 임기만료일이 먼저 도래하는 경우에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조항은 충분히 논란의 소지의 있다. 무엇보다도 임기만료일을 정년퇴직일로 본다는 것은 법관은 임기만료일이 곧 정년이라는 논리와 직결되고, 결국 일반직 공무원들도 보장되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법관의 신분보장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원심 법원은 이를 정년이 동일하거나 비슷한 법관들 사이의 평등 문제로만 다루었지만, 대법원규칙이 모법인 국가공무원법의 위임의 한계를 벗어났는지도 문제될 수 있고, 일반직 공무원과의 평등 문제 등도 제기될 수 있다. 대법원이 근 3년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에서 상당히 고민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평생법관제를 지향하는 대법원으로서는 법관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제도를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반면, 과거와 달리 대부분 정년까지 근무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는 명예퇴직제도를 확대 운용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는 데서 오는 정책적인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제정한 법규를 스스로 위헌이라고 선언하는 데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닐까도 싶다. 한편, 원고는 추가지급 거부의 통지를 한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명예퇴직수당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원심 법원은 이를 인용하였다. 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정한 명예퇴직수당은 그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언제라도 신청하여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명예퇴직수당은 정년에 이르지 아니한 공무원이 스스로의 결정으로 명예퇴직을 할 경우 퇴직금과는 별도로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에 비례하여 일시불로 지급되는 퇴직수당인 관계로 무엇보다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에는 이를 지급할 수 없다. 이에 국가공무원법에서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이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대법원규칙에서도 예산상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지급대상범위를 제한할 수 있으며, 지급대상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예산 등을 고려하여 심사를 거쳐 지급대상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급할 수당액은 대법원규칙에 구체적인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으므로 심사를 거쳐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경우에는 별도의 결정이나 처분이 없더라도 소정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구체적인 권리를 갖게 되고, 따라서 명예퇴직자가 이에 미달하는 금액만 지급받았다고 주장하며 그 차액의 지급을 신청하였더라도 그 거부의 통지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으며, 명예퇴직자는 국가를 상대로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권리로서 그 지급을 구하는 당사자소송을 제기하여야지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행정청을 상대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부분은 타당한 결론이다.
명예퇴직수당
법관
정년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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