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엘 l Return To The Forest
logo
2024년 5월 13일(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전체
(주)청구
검색한 결과
101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민사일반
[판례해설] 시·청각 장애인의 영화 관람에 있어서의 차별구제
1. 판시 내용 이 사건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2. 7. 선고 2016가합508596 판결)은,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차별 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구제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면서 영화상영관 시설을 보유하고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인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서, 피고들이 제작업자 또는 배급업자 등으로부터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받은 영화에 관하여 시·청각 장애인인 원고들에게 영화 관람에 필요한 화면해설·자막·점자자료·통역 등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상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관한 구제조치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다. 2.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제1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직접 차별, 장애인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실질적 불리함으로 안겨주는 간접 차별, 편의시설에서 장애인에게 서비스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 등이다(제4조 제1항). 구체적으로 이 사건 사안에서, ①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이,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 FM 보청기기 등의 수단 및 편의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② 피고들은 영화를 상영함에 있어 화면해설, 자막, FM 보청기기를 제공하지 아니하였고, 장애인인 원고들이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영화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축하지 않았으며, 영화상영관에서 원고들에게 점자자료,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 한국수어 통역을 제공하지도 않았는바,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이 제공하고 있는 영화관람 서비스 및 영화 관련 정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도 판시한 바와 같이, 자막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수단이고,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비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하며, 화면해설 및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1조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2호에서 정하는 “이에 상응하는 수단”이자 화면해설을 재생할 수 있는 장비, FM 보청기는 같은 법 제24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제2항에서 정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장비 및 기기”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위 판시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3.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의 정당한 사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및 차별행위가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3항). 그리고 이 사건 판결은, ① 부산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에서 배리어 프리 영화를 상영하면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위 영화의 화면해설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자막을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이 유통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영화상영관 좌석 뒤에 화면을 설치하여 자막을 제공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할 수 있고, ② 위와 같은 장비나 기기는 영화상영관 별로 소수의 장비나 기기 설치로도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③ 나아가 피고들은 2014년 기준 국내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각 948개, 698개, 452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사업자이므로, 피고들의 국내 스크린 점유율, 보유하고 있는 영화상영관 규모 등에 비추어 장비나 기기 설치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힐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에, 피고들에게 차별을 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에 대해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해 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피고들이 소송 진행 중 그렇게 하는 경우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해 영화제작업자나 배급업자로부터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 위와 같은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청구를 최종적으로 변경했던 것으로서, 피고들이 이처럼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받은 경우에도 이를 제공하는 것에 과도한 부담이 있다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제공하도록 위 판시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4. 법원이 명할 수 있는 구제조치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제2항은 ‘법원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적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맞게 구제조치의 내용과 그 범위 등을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피고들에게,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① 화면해설 또는 자막 파일을 제공하는 영화에 관하여 시각장애인인 원고들에게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 FM 보청기를, 청각·언어장애인인 원고에게 자막을 제공할 것, ② 원고들이 영화 및 영화관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통하여 원고들에게 화면해설 또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와 영화 관련 정보(상영관, 상영시간) 및 그 밖에 장애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편의의 내용을 제공하고, 영화사영관에서 시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점자 자료 또는 큰 활자로 확대된 문서를, 청각장애인인 원고, 청각·언어장애인에게 한국수어 통역 또는 문자에 의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명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치들은 장애인인 원고들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 접근·이용하기 위하여 필수적이고 적정한 조치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구제조치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5. 결론 이 사건 판결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삽입된 채 제작된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에 대해 편의 제공이 이루어져 장애인이 영화 관람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장애인차별금지법
간접차별
영화관
장애인
영화
기문주 변호사 (법무법인(유) 로고스)
2018-01-05
소비자·제조물
정보통신
[판례해설] 인터넷 쇼핑몰 결제시스템 해킹에 따른 쇼핑몰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손해배상 책임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1. 6. 선고 2016가단5146446 손해배상(기) 판결 이 사건은 인터넷 쇼핑몰 가맹점주가 해당 인터넷 쇼핑몰 구축·관리업체를 상대로 결제정보 해킹의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은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를 포함한 5명의 가맹점주는 2012.경 홈페이지 제작업체인 피고와 인터넷 쇼핑몰 구축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시스템 구축 비용 1,000만원 및 시스템 운영을 위한 서버 호스팅과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매월 60만원을 지급하고 쇼핑몰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6. 3. 29. A가 이 사건 쇼핑몰 사이트에서 원고가 판매하는 3,170만원 상당의 고가의 시계 3점을 주문결제하면서 한국사이버결제에 전달되는 주문서 페이지에 표시되는 결제금액을 실제와 다르게 19,100원으로 변조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결제금액 해킹을 눈치 채지 못한 원고는 위 주문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오인하고 그 다음날 A에게 위 물품들을 배송하였다. 참고로 이 인터넷 쇼핑몰의 물품대금 결제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고객이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결제 관련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주문결제를 하면 쇼핑몰은 결제 대행사(PG)인 한국사이버결제에 결제승인 요청을 하고, 한국사이버결제는 이 정보를 받아 다시 카드사에 결제승인 요청을 한다. 이러한 결제승인 요청이 이루어지면 위 과정의 역순으로 카드사는 한국사이버결제에 거래승인 응답을 하게 되고 한국사이버결제가 이 정보를 받아 다시 인터넷 쇼핑몰에 거래승인 응답을 전송하면 인터넷 쇼핑몰은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한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위와 같은 과정으로 결제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A는 이 사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한국사이버결제로 보내는 결제 인증값을 가로챈 뒤 가격을 임의로 고쳐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해킹한 것이다. 이에 원고는 피고와 체결한 계약에 정해진 구축범위에는 물건 주문과 관련하여 ‘장바구니, 주문결제, 주문완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고는 위 해킹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결제시스템을 이 사건 사이트에 구축할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 피고가 채무이행을 게을리하여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의 채무는 이 사건 사이트를 구축해 주는 것일 뿐이지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고 위 사고는 제3자의 해킹으로 발생한 보안사고이므로 피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다투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면서도 원고 측의 과실을 50% 인정하였다. 그 판단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사이버결제는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의 주문서 페이지 결제금액이 해킹되는 위·변조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2012년 4월부터 서비스 이용자들이 상품가격 정보를 제공해주면 실제 상품가격과 결제금액을 비교해 서로 다를 경우 결제 요청을 거절하는 기능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이 사건 사이트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의무가 있는 피고는 인터넷을 이용한 결제시스템 작동 방식과 취약점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변조 방지기능이 쇼핑몰 사이트 운영에 필요하고 중요한 기능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사이트를 제작할 당시 이미 한국사이버결제가 제공하고 있던 위·변조 방지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피고가 이행해야 할 채무의 범위에 해당한다. 원고는 위 시계 3점을 2850만원에 구입한 후 이에 이익을 붙여 3170만원에 판매하려 하였고 원고가 입은 손해는 위 구입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는 28,480,900원(28,500,000원 -19,100원)이다. 다만 이 사건 사이트를 관리하였던 B(피고 직원이 아니고 오히려 원고 측 인물로 보임)가 한국사이버결제로부터 위·변조 방지 기능에 대하여 전자우편을 통해 안내를 받았으나 위와 같은 기능을 이 사건 사이트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원고는 피고가 제공하는 관리시스템에 접속하여 결제와 관련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결제된 금액을 확인하지 않고 위 물품들을 배송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원고 측의 과실은 손해발생에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으므로 피고의 배상액을 50%로 제한한다. 이 사건에서 A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반죄로 처벌되고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점은 명백하지만 변제자력이 없어서인지 이 사건에서 원고는 A를 피고로 하지 않았다. 피고의 경우 원고 외 5인과 체결한 계약 내용에는 직접적으로 결제 시스템에 위·변조 방지기술을 적용한다고 명시하지는 않았더라도 피고의 지위와 계약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원활한 사이트 운영을 위하여 위·변조 방지기능을 적용하는 것은 주된 급부의무의 내용으로 보여진다. A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와 피고의 채무불이행(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서로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나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채무로서 서로 중첩되는 부분에 관하여는 일방의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 또한 위와 같은 부진정연대채무의 관계에 있는 복수의 책임주체 내부관계에 있어서는 형평의 원칙상 일정한 부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 부담 부분은 각자의 고의 및 과실의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것으로서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기의 부담 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게 하였을 때에는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그 부담 부분의 비율에 따라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과실상계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는 이유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공평하게 분담시키고자 함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피해자의 과실에는 피해자 본인의 과실 뿐 아니라 그와 신분상 내지 생활관계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자의 과실도 피해자 측의 과실로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왔다. 판결문에 B가 원·피고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과실상계를 적용함에 있어 채택한 두 가지 논거 중의 하나로 이 사건 사이트를 관리한 B의 과실을 원고 측의 과실로 문제 삼고 있다. 도규삼 변호사
인터넷쇼핑몰
사이버결제
명품
해킹
도규삼 변호사
2017-11-28
행정사건
헌법사건
[판례해설] "청원경찰 노동3권 일률적 전면제한은 헌법에 어긋나"
헌재 2017. 9. 28. 2015헌마 653 결정 1.사건개요 및 청구요지 청구인들은 민간 기업의 직원으로 소속된 자들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자들이다. 청구인들은 일반기업에서 근무하는 청원경찰로 원칙적으로 사용자인 청원주와의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자로서, 대부분의 근로조건이 당해 사업장의 취업규칙에 따라 정해지며, 청원주가 청원경찰의 배치를 폐지하거나 인원을 감축할 경우 당연 퇴직하게 되는 등 공무원과 같은 신분보장을 받지 못하므로, 청원경찰의 업무가 강한 공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청원경찰법 제5조가 일반기업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의 근로3권을 전부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근로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국가중요시설의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경비원은 단체행동권만 제한되는 반면, 청원경찰은 근로3권 전부가 제한되고 있는바, 이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은 사용자인 청원주와의 고용계약에 의한 근로자일 뿐,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며 그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이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공무원이 아니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3권이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 헌법 제33조 제2항의 공무원으로 볼 수는 없는 이상, 일반근로자인 청원경찰에게는 기본적으로 헌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근로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에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근로3권이 제한될 수 있지만 이러한 제한은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청원경찰은 경찰 등과 달리 청원주의 감독을 받으면서 제한된 구역만의 경비를 목적으로 필요한 범위에서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할 뿐이며 그 권한 역시 경비구역의 경비에 필요한 범위로 엄격하게 한정되며 보수 등에 있어서 법적 보장정도가 공무원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고, 청원주는 청원경찰이 배치된 시설이 폐쇄 또는 축소되는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청원경찰의 배치를 폐지하거나 인원을 감축할 수 있고 이로써 청원경찰은 당연히 퇴직하게 되는 등 청원경찰의 신분보장은 공무원에 비해 취약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청원경찰 업무의 공공성을 이유로 하여 일반근로자인 청원경찰의 근로3권 전부를 쉽사리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의 업무의 내용과 성격을 고려할 때, 청원경찰에 대하여 직접행동을 수반하지 않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더라도 경비하는 시설의 안전 유지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반드시 지장이 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교원과 일부 공무원에게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인정되기에 이른 상황에서 일반근로자인 청원경찰의 근로3권을 모두 제한하는 것은 사회의 변화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모든 청원경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일괄적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청원경찰법 제5조 제4항 중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가운데 ‘노동운동’ 부분을 준용하는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며, 위 법률조항은 2018년말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3. 결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청원경찰에 대하여 그 직무와 처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공무원인 경찰의 그것과 동일한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처한 청원경찰을 헌법상의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는지, 이와 별도로 이러한 청원경찰의 업무와 처우를 기준으로 근로3권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살펴본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근로3권이 제한되는 공무원의 범위를 엄격하게 봄으로써 실질적으로 개개 국민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판단은 국가나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청원경찰의 사례에서와 같이 자신들의 업무를 민간기업에 과도하게 하청을 주어 자신들의 업무부담은 경감시키는 대신에 공적인 업무에 종사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권리주장을 제한하였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를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헌법
헌법소원
청원경찰
청구
국가공무원법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11-28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인가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 아니고, 등록상표인 ‘올래’를 침해한 것이라는1심 판결 및 특허법원의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이하 통칭하여 ‘대상판결’). 원고는 ‘OLLE 올래’(지정상품 제33류 소주 등 주류), ‘한라산물 순한소주! 한라산 올래 olle SINCE 1950(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 ‘한라산 올래 한라산물 순한소주! Olle(그림 포함)’(지정상품 제33류 소주, 쌀로 빚은 술)의 상표권자로서, 피고의 ‘제주올레 곱들락’, ‘제주올레 산도롱’, ‘제주올레소주’라는 표장(이하 ‘제주올레 표장’)에 대한 상표권침해금지를 청구하였다(기타 표장에 대한 원·피고의 주장 및 법원 판단에 관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고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는 문자부분인 “올레”이고, “올레”는 ‘올래’로 호칭될 것이므로, ‘올래’로 호칭되는 원고 등록상표의 표장과 대비하여 표장이 유사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각 ‘제주올레 표장’에서 ‘제주올레’는 제주도의 올레길이라는 도보여행 코스 또는 관광지를 일컫는 명칭으로서 새로운 관념이 형성되었거나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므로 “올레”만을 상표의 요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동일한 취지로 ‘제주올레’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로 된 상표에 해당하여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였다. 상표권의 침해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성립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유사상표의 사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실정을 바탕으로 상표의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여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16522판결 등). 다만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 거래상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는 유사상표의 사용행위로 보지 않는다.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에서의 관찰방법은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라고 하더라도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 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상표구성 중 인상적인 부분, 즉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인 “요부”가 존재할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그 요부를 대비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표의 구성 부분이 “요부”인지 여부는 그 부분이 주지·저명하거나 일반 수요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부분인지, 전체 상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지 등의 요소를 따져 보되, 다른 구성 부분과 비교한 상대적인 식별력 수준이나 그와의 결합상태와 정도, 지정상품과의 관계, 거래실정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다만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그 부분만으로는 요부가 될 수 없고, 그 부분이 다른 문자 등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후1175 판결 등 참조). ‘상품’의 유사여부는 상품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2386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모두 원고의 상표권과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을 요부인 ‘올레’를 기준으로 대비하면 호칭이 매우 유사하고, 수요자로 하여금 그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어 양 표장들은 서로 유사하여(각 지정상품 또는 사용제품이 소주로서 동일하다), 피고가 소주에 각 ‘제주올레 표장’을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은 도형, 색채, 문자부분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이다. 도형은 붉은색의 작은 소주잔 모양을 하고 있으며 ‘소주’라는 작은 글자를 품고 있는데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없다. 도형 옆의 ‘제주올레’라는 문자 중 ‘제주’는 평이한 글자체로 되어 있는 반면, ‘올레’는 상당히 크고 모양 자체가 도안화되어 소비자들의 눈에 뛴다. ‘제주’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임에 반해 ‘올레’는 그 자체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고 두 글자가 단순히 조합된 것에 불과한데 ‘올레’가 소주와 관련해서 식별력이 적거나 미약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원고가 피고의 ‘올레’가 들어간 표장이 원고의 ‘OLLE 올래’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2014당2008호)을 청구하여 이것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2심 법원의 감정결과인 소비자조사결과(이하 ‘소비자조사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31.8%가 피고 제품을 ‘올레’소주로 칭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올레’는 피고의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평가될 수 있고, 앞서의 대상판결의 판단은 기존 판례들의 상표권 침해판단의 기준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에서 ‘제주올레’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또는 그 약어인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이것은 상표의 유사여부 판단시 ‘올레’를 각 ‘제주올레 표장’의 요부로 볼 것인지 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구 상표법 제51조 제1항 제3호(현행 상표법 제90조 제1항 4호)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상표권의 효력이 각 ‘제주올레 표장’에까지 미치는지에 공통되는 것이다. 1심 판결은 이에 대해 구분해서 판단하지 않았으나, 2심 판결은 상표의 유사여부 및 상표권의 효력제한에 관한 판단에서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현저한 지리적 명칭’은 특정상품과 관련하여 수요자들에게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할 수 있는 표장으로, 단순히 지리적, 지역적 명칭을 말하는 것 일뿐 특정상품과 지리적 명칭을 연관하여 그 지방의 특산물의 산지표시로서의 지리적 명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1997. 8. 22. 선고 96후1682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1후958 판결 등 참조). 소비자조사결과 ‘제주올레’를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된 도보여행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 중 49.2% 정도이고, 나머지 응답자들은 주로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여행하는 도보여행 방법 또는 도보여행 상품’으로 인식하거나 ‘제주도에 있는 작은 골목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과반수가 ‘제주올레’를 도보여행 방법이나 제주도에 있는 골목길 정도로 인식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올레와 결합된 명칭이 증가하고 있기에, 대상판결이 ‘제주올레’가 즉각적인 지리적 감각을 전달하는 단순한 지리적, 지역적 명칭으로 수요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이해된다. 다만 원고의 상표권이 ‘올래’만으로 구성되거나 ‘올래’를 포함한 문장이라는 점, 피고는 ‘올레’가 아닌 ‘제주올레’를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주장하는데 상당수 응답자가 ‘제주올레’를 제주지방에 있는 도보여행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급심에서 판단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상표권
소주
제주도
제주소주
한라산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11-15
선거·정치
헌법사건
[판례해설] “이미 끝난 지방의회 방청은 헌법소원 권리보호 이익소멸”
헌재 2017. 7. 27. 2016헌마53 결정 1.사건개요 및 청구요지 청구인들은 부산 기장군 주민들이고 피청구인은 부산광역시 기장군의회 운영행정위원장이다. 청구인들은 2015. 10.경 두차례에 걸쳐 운영행정위원회 임시회에 대한 방청을 신청하였으나 기장군의회 운영행정위는 ‘출석의원 2/3이상이 찬성한 경우 또는 의장이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65조 제1항 단서규정에 의거하여 출석의원의 의결을 거쳐 청구인들의 방청신청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조치는 지방자치법 제65조 제1항의 단서규정상의 회의비공개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청구인들의 방청신청을 불허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 결정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방청불허행위에서 문제되는 기장군의회 운영행정위원회 임시회는 이미 그 회의가 종료되었으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되었고 다른 회의에서도 언제나 방청을 불허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동일한 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설령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지방자치법상의 방청불허의 적법성 요건에 관한 것으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경우가 아니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3. 3인의 반대의견 가. 심판청구의 이익에 대하여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지방차치법상의 방청불허에 대한 규정에는 그 요건이나 내용에 대하여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으며, 기장군의회는 청구인들의 방청신청에 대하여 불허를 한 이유에 대하여는 설명없이 출석의원2/3 동의를 얻어 방청을 불허한다는 통보만을 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반대의견은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인들의 청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없는 경우 이러한 형태의 방청불허행위는 법률이 정한 내용에 따른 공권력 행사로서 적법한 행위라는 인식하에 계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이 높다고 판단하였고, 따라서 헌법재판소에서 그 방청을 불허하는 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헌법적 한계를 확정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 본안판단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지방의회도 국회와 마찬가지로 회의의 의사과정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불허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경우 피청구인은 청구인들에게 방청불허행위에 대하여 절차적 내용 외에 어떠한 사유로 방청을 불허하는 것인지 전혀 언급이 없는 바 이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을 상실하였으며, 그 회의내용 역시 기장군의 예산이나 주민세율 등 국가안보와 관련 없는 공적사안에 관한 것이고 의회 질서유지에 장애가 될 사유도 보이지 않는 바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나며 사후에 회의록을 공개하였다고 하여 하자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4. 결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되었고, 헌법적으로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정족수 의결만으로 아무런 이유를 소명하지 않은 채 방청불허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대하여 헌법소원은 각하되었으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역시 권리보호이익이 소멸되었으므로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설령 각하되지 않고 본안판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반대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해당 지방자치법에 불허가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에 대한 내용이 불명확한 바 이는 의회의 재량사항으로 간주되어 그 사유에 상관없이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높다. 그렇게 될 경우 행정소송의 결과가 오히려 지방의회의 자의적으로 회의의 비공개를 합법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유감스럽다. 하지만 반대의견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모두 지적되었는 바 향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바뀔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아울러 근본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법상의 회의 비공개에 관한 요건규정을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지방차치
지방의회
방청
조성호 변호사 (법무법인 강남)
2017-10-17
지식재산권
[판례해설] 상업적 이용허락의 범위를 넘은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9. 20. 선고 2016가합569676 손해배상(기) 판결 이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모델업에 종사하는 원고들(2명)은 소외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고 디지털 이미지에 사용될 사진을 촬영하였다. A회사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업로드하여 회원들의 이용에 제공하였다. 그 이용약관에는, 인물 콘텐츠는 사회의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없고 비뇨기과/성형외과/산부인과광고 등에서 모델의 명예나 품위,인격권을 훼손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초상권의 잘못된 사용은 초상권 침해로 간주되어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성형외과,산부인과,비뇨기과 등에서 인물 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는 검색결과의 콘텐츠만 사용해야 하고 그 경우에도 Before &After에의 사용은 제외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성형외과 운영자들(5명)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위 이용약관을 위반하여 ‘의료뷰티’로 검색하여 나오지 않는 원고들의 콘텐츠를 게재하여 해당 성형수술이나 시술 광고에 활용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들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 및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위 약관규정에 위반하여 원고들의 인물 콘텐츠를 자신들의 성형외과 광고를 위한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사용한 행위는 원고들이 촬영 당시에 허용한 공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원고들의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고, 광고의 내용도 원고들이 해당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위자료청구를 일부인용(500만원 ∽1,000만원)하였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초상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에 근거하는 일반적 인격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도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되거나 공표되지 아니하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초상권은 우리 헌법 제10조 제1문에 의하여 헌법적으로도 보장되고 있는 권리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4다16280 판결 등) 초상권은 사람의 얼굴이나 용모 또는 신체적인 특징 등 개인의 동일성을 파악할 수 있게끔 하는 모든 가시적인 개성들에 대해 그 개인이 가지는 일체의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함부로 얼굴을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인 촬영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과 촬영된 초상 사진, 작성된 초상의 이용거절권으로서의 초상권이 인정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그러나 초상의 이용에 대하여 초상 본인이 가지는 재산적 이익, 즉 헌법 제23조가 규정하는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소위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는 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는 없다. 학설이나 일부 하급심 판례에서 인정된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사람이 그가 가진 성명, 초상이나 기타의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말하며 일신전속적인 인격권과 달리 이 권리는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A회사와 초상권사용허락계약을 체결하면서 A회사가 원고들의 사진을 사용하여 디지털 이미지를 제작한 후 판매하는 대가로 소정의 반대급부를 받았다. 이는 위 계약을 체결할 때 원고들은 자신들의 초상권을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거래했음을 의미한다. 대법원이 재산권으로서의 초상권을 인정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거래계에서는 이미 무체재산권으로 관념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초상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초상을 영업에 이용할 경우 현재 대법원은 인격권 침해의 측면에서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나아가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직접적으로 심리의 대상이 된 적은 없다 한편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A회사와 체결한 계약 내용에 원고들의 디지털 이미지 판매시에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음란한 방법 등으로 유통되게 해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둔 점은 초상권의 인격권적 측면(이용거절권능)을 드러낸 것이다. 즉 원고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이미지를 재산권으로 인식하고 A회사에 양도했더라도 그 이용 여부와 범위를 결정할 수 있는 포기,양도불가능한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은 여전히 원고들이 보유하는 점에서 일반 상품 거래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판결은 초상권자가 자신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도록 허락했더라도 그 이용 범위를 초과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인격권으로서의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의미있는 판결이다. 도규삼 변호사
허위사실
성형외과
광고
홍보
디지털이미지
모델
초상권
도규삼 변호사
2017-10-17
기업법무
노동·근로
[판례해설]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바라본 통상임금 사건의 법적 쟁점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8. 31. 선고 2011가합105381 등 판결- 1.들어가며 2011년도부터 7년여동안 상호 치열한 공방을 계속한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이 2017. 8. 31. 선고되었다. 이 사건은 2만 7천여명의 원고들이 약 1조 926억 원을 청구한 사건으로서 그 자체로서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회사들은 사측과 노동조합 측이 기아자동차와 유사한 임금협상을 수년간에 걸쳐 진행해 왔고, 현재 시점에 있어서의 경영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각 산업계의 근로자들은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왔는바, 이번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 1심 판결의 태도를 살펴 봄을 계기로, 그간의 통상임금 사건의 쟁점들을 다시 한번 검토 해보고, 이후 법원을 통하여 정리되어야 하는 쟁점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2.이 사건의 개요 및 판결의 요지 통상임금 사건은 크게 2가지 쟁점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이고, 둘째는 회사 측의 “신의칙 항변” 인정 여부인바, 이 사건 또한 위 2가지 쟁점에 관한 상호 공방이 이루어졌다. 원고들은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상여금, 중식대, 일비(이하 “상여금 등”이라 한다)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08. 8.부터 2011. 10.까지 사이의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각 미지급분의 지급을 구하였고, 기아자동차는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해당하더라도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다투었다. 법원은 (1)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와 관련하여, 상여금 및 중식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통상임금성을 긍정한 반면, 일비는 영업활동수행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취되어야 지급되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다. 한편, (2) 기아자동차의 신의칙 항변과 관련하여서는, 기아자동차의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 가능성을 인정한 반면, 원고들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없고, 기아자동차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 또는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해당성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소정 근로의 대가’ 및 ‘정기성·일률성·고정성’에 대한 하급심의 어느 정도의 일관된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의칙 항변과 관련하여서는, 하급심마다 그 결과를 달리하고 있어 각 기업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이하에서는 근래의 대표적인 사건들에 있어서 법원의 신의칙 항변에 대한 판단을 정리해보고, 이 사건에 있어서의 1심 법원의 판단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통상임금 사건에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대법원에서 정리되어야 하는 추가 쟁점들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3.근래의 대표적인 사건들에 있어서 법원의 신의칙 항변 판단 기본적으로 신의칙 항변의 쟁점은 각 기업 마다의 노사 합의 내용, 재정상태 등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일률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표적으로 법원이 신의칙 항변을 인정한 금호타이어 사건 및 현대중공업 사건, 그리고 신의칙 항변을 부정한 현대자동차 사건에서 주되게 고려한 요소들을 정리함으로써, 이 사건에 있어서의 1심 법원의 판단을 검토하고 이후 사건들을 예상해 보는데 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사건의 경우, 2009년도에 부채비율이 자본총액 대비 약 3,636%에 이르렀고 당기순손실이 약 7,761억 원(당기순이익율 -41%)이 발생되었으며,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2010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었고, 위 워크아웃이 2014년도에 종료된 점, 2016년 6월말을 기준으로 그 부채가 3조 9,436억 원에 달하여 자본총액 대비 약 147%에 이르렀고, 2015년에는 674억 원의, 2016년에는 6월까지 228억 원의 각 당기순손실을 입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 들였다(광주고등법원 2017. 8. 18. 선고 2016나10826 사건 판결, 상고심 계류 중). 그리고, 현대중공업 사건의 경우, 2014년 말 기준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220.8%로서, 이는 2014년에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구조조정 차원에서 주채권은행과 사이에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신규로 체결한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인 237.7%에 다가서고 있고, 추가부담액을 일시 지급할 경우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위 237.7%에 더욱 근접하거나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 들였다(부산고등법원 2016. 1. 13. 선고 2015나1888 판결, 상고심 계류 중). 한편, 현대자동차 사건의 경우, 매출액이 2010년 36조 원, 2011년 42조 원, 2012년 43조 원 상당이고, 당기순이익이 2010년 5조 원, 2011년 4조 원, 2012년 5조 원 상당이며, 2014년 현금성 보유 자산은 17조 원, 사내유보금은 53조 원에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나2009033 사건, 대법원 계류 중). 위와 같이 대표적인 3개 사건을 보았을 때, 신의칙 항변의 인용 여부는 회사가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거나 구조조정 절차가 개시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었다는 점이 외관상 명백한지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도, 기아자동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두어 왔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으며, 같은 기간 동안 매년 약 1조에서 16조 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였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69%에서 63%로 낮아지는 등 재정, 경영상태 및 매출실적이 나쁘지 아니하다는 점,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지급한 경영성과급의 합계액이 청구금액을 훨씬 초과하고, 인용금액 자체로 보았을 때도 한 해 경영성과급 지급액보다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측의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들이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새롭게 정리되어야 하는 추가 쟁점들 그 밖에, 이 사건에서 그리고 통상임금 사건들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추가 쟁점들을 살펴 보면, (1) 추가 법정수당을 계산함에 있어서 중간 휴게시간을 제외해야 하는 지 여부, (2) 당초 소 제기 당시 주장하지 않았던 임금 항목을 이후에서야 추가하는 경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를 소 제기 당시로 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추가한 시점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가 소송물 이론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3) 사측의 신의칙 항변에 대한 시적한계와 관련하여, 2013년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 이후 또는 그 다음 임금교섭 시점 이후 또는 근로자 측에서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한 시점 이후 등 노사간에 있어서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신뢰가 깨진 시점 이후부터는 사측이 신의칙 항변을 하지 못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위와 같은 추가 쟁점들에 있어서도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바, 이후 대법원 판단에 따른 법리적 정리가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이정우 변호사 (법무법인(유) 화우)
임금
노조
기아자동차
이정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09-20
산재·연금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의 전향적 검토
1. 판결의 요지 가. 제1심 및 항소심의 판결 원고는 2002. 11. 삼성전자에 입사해 천안 LCD공장에서 LCD패널 검사작업을 담당하다 2007. 2. 퇴사했고, 2008. 6.경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자, 2010. 7.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주장하며 요양승인신청을 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역학조사를 의뢰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경 공장을 방문한 후 ‘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충분히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의 역학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2011. 2. 위 역학조사결과를 기초로 원고의 요양승인신청에 대하여 불승인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당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는 불규칙한 교대근무와 잦은 연장근무 등 업무상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의 누적, 햇빛을 받지 못하는 근무환경으로 인한 비타민D 합성장애, 유기용제 사용, 전자파 노출 등이 원인이 되어 다발성 경화증을 발병되거나 악화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 및 원심 법원은 원고가 전자파나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업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 하면서도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단하였다. 다발성 경화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악화된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제대로 규명된 병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한 유해물질 노출 등 여러 요인들이 발병·악화요인이 된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도 부족하며, 원고가 자신이 주장한 발병·악화요인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었는지도 불분명한데다, 오히려 원고가 해온 흡연과 다발성 경화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나. 대법원 상고심의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긍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① 첨단산업분야의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고, ②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현재 의학수준에서는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으며, ③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거부 등으로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될 수 있고, ④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가 원고 근무시점으로부터 수년 후에 이루어진 한계가 있고 근로자의 유해화학물질 노출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점, 사업주가 작업장에서 사용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아 원고의 입증곤란을 야기한 점, 원고가 주장한 여러 발병·악화요인들이 다수 중첩되어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점, 입사 전 병력·가족력도 없던 원고가 입사 후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점 등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유리한 사정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2. 판례해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은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 가목에서 업무상 질병의 하나로 “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을 들고 있다. 판례는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고 줄곧 판시해왔다(대법원 2012. 5. 9. 선고 2011두30427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은 여기에 ①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산업 종사자군 또는 특정 사업장의 발병율이 평균에 비해 높다는 점, 사업주의 협조거부나 관할 행정청의 조사거부·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점 등 특별한 사정을 상당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하였고, ②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의 인정 가능성을 넓혔다. 판례가 채택하고 있는 상당인과관계론은 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보통 인정되는 관계를 말하고, 많은 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지만 법률상 인과관계에 관하여 특별한 대안이 없어 현재까지 실무의 지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일단 불승인처분이 나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서 명문으로 규정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상고심인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가뭄에 콩 나듯이 선별적으로 인정되고, 하급심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단적으로 대상판결의 하급심인 제1심은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주치의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과 작업환경은 관련성이 없다는 의견,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원인이 과로와 스트레스라고 밝혀진 연구는 드물다는 의견, 연세대학교 산업의학과가 제시한 다발성 경화증은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의 수준상 단일요인을 찾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종합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고, 항소심 역시 위 의학적 견해에 기초하여 청구를 기각하였다. 언제까지 업무상의 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하급심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올라가야 상당인과관계 존재라는 혜택을 입어 몇몇만 구제 받는 현실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와 시간, 인내가 있는 사람은 선별적으로 구제 받겠지만, 하급심에서 패소한 뒤 평생을 낙담하며 억울함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다수의 약자들은 누가 보듬어 줄 것인가? 하급심 재판부는 피고 공단이 내세우는 여러 의학적 견해를 무시하고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라는 판단을 내렸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의학적 견해라는 외투에 들어가 과잉 자기보호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그 목적과 기능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당인과관계의 인정이 하급심에서도 일반 민사소송보다 획기적, 전향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준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동시에,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업주의 가입의사와 무관하게 상시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법 제6조),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는 사업주의 보험관계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여부와 무관하게 사업개시일에 자동으로 발생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 외에는 구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없고(법 제87조),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 등 급여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다(법 제84조). 업무상 질병으로 급여가 필요한 사람이 억울하게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급심 재판부는 상당인과관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되, 잘못된 판단은 상급심에서 선별적으로 파기함이 옳은 방향이다. 기존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하급심의 좁은 해석론은 사회보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산업재해를 당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보다는 피고 공단의 재원 누수를 걱정하는 데 치우친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하급심 재판부가 지금까지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상당인과관계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오히려 상고심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받지 못한 것이 기사가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근로자
삼성
LCD
공장
다발성경화증
산업재해
윤동욱 변호사 (법률사무소 서희)
2017-09-15
인터넷
[판례해설]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 서울고등법원 2017. 6. 13. 선고 2017노23 판결 - - 서울고등법원 2017. 7. 5. 선고 2017노146 판결 - 최근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이라는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른 결론의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는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사건에도 유사한 쟁점이 거론되는 등 IT법이나 증거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두 판결의 관련 내용을 분석ㆍ검토하고자 한다. 두 판결의 사실관계는 복잡하고 쟁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해외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 쟁점의 사실관계에 한정하여 2017노23 판결을 근거로 살펴본다. 국가정보원 수사관은 피고인 차량에서 압수수색한 USB 안에 들어 있던 안티포렌식 처리가 된 파일을 복호화하였고, 그 결과 중국 내 서버가 있는 시나닷컴(sina.com)의 피고인의 이메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취득하였다. 이후 수사기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위 ‘시나닷컴 이메일 계정 내 편지함 등에 송ㆍ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는 내용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사무실 내 PC’를 수색할 장소로 특정하여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의 압수수색 참여 기회 부여를 조건으로 하여 영장을 발부하였다. 수사기관은 한국인터넷진흥원 직원의 참여로 피고인 이메일 계정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로그인한 후 이메일 15건을 추출하여 출력ㆍ저장하는 방법으로 압수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a) 시나닷컴 서버는 대한민국의 형사재판관할권이 미치지 않아 영장의 효력이 미치지 않기에 수사관의 접속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정당한 권한 없는 접근에 해당하고, b) 수사기관은 효력 없는 영장을 근거로 피고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였는바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행위이며, c) 외국계 이메일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가져오기 위하여 외국계 이메일 서버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고인의 계정 및 비밀번호를 입력한 것은 법질서 전체의 체계에 비추어 위법한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외국계 이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은 위법하고, 이를 통하여 취득한 이메일 내용은 위법성이 중대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2017노23 판결의 내용] 2017노23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이메일서비스이용자의 이메일 계정에 대하여 접근수단(아이디, 비밀번호)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그 디지털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제3자의 장소인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서버에 대하여 압수수색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대물적 강제처분인 압수수색의 효력을 아무런 근거 없이 확장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 근거로서 ① 수사기관이 외국 이메일서비스이용자로부터 이메일 계정에 관한 접근수단을 확보하였음을 기화로 해당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여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상정하고 있는 압수수색의 방법은 아닌 점, ② 전기통신의 경우에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해당 전기통신에 대하여 이루어질 것을 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107조의 규정에 저촉하는 점, ③ 본건과 같은 압수수색을 허용한다면 압수수색이 피고인 등의 주거지 외에서 이루어질 경우 해당 주거주 등이 참여하도록 정하고 있는 제123조의 규정을 실질적으로 회피하는 점, ④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수집된 증거의 원본성이나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는 점, ⑤ 제120조 제1항에서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하는 장소 또는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경우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2017노146 판결의 내용] 2017노146 판결에서는 적법하게 알아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법관의 영장에 기하여 취득한 외국계 서버 저장 이메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였다. 그 근거로, ① 피고인이 외국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한 후 이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바, 수사기관이 피고인을 갈음하여 해외 서버에 접속ㆍ취득하여 압수수색하는 것은 적법한 점, ② 실제 영장의 집행 과정에서 영장에 기재된 국내의 수색장소에서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였는바,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알아낸 피고인들의 아이디 등을 입력하는 것은 제120조 제1항의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고, 적법하게 취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의 ‘압수ㆍ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점, ④ 이메일 계정의 이용자가 임의로 제3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 주어 해당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고 그것이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운 점, ⑤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취득한 이메일 등의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판례해설] 미국에서도 영장의 역외 적용에 대하여 상반되는 판결이 존재한다. MS 사건의 경우 2016년 7월 제2 순회 항소법원은 미국 정부가 아일랜드 소재 서버에 저장된 고객 이메일 정보를 MS에게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지만, 2017년 2월에 있었던 구글 사건의 경우 펜실버니아 동부 주법원은 구글에게 해외 서버에 있는 고객의 이메일에 대한 미국 연방수사국의 압수수색영장에 응하라고 판단하였다. 구글의 경우 이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정기적으로 이용자의 데이터를 해외의 한 데이터센터에서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기고 있으며, 이런 이동은 고객의 접근권이나 소유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MS 사건과 다른 결론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본건은 미국의 사안과 비교하여, 압수수색대상인 이메일이 해외 서버에 존재한다는 점은 유사하나, 미국 사안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통하여 이메일을 압수수색하고자 한 반면 본 사안은 이미 파악한 이용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압수수색하는 점이 상이하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의 두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여러 조문이나 원칙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첫째, 본건의 직접적인 적용 조문인 제107조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는 해당 전기통신을 소지 또는 보관하고 있는 기관 등을 상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바, 본건과 같이 이메일서비스제공자를 상대로 하지 않은 압수는 위법하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피고인이 스스로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여 임의로 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건과 같이 수사기관이 전문가 참여 하에 아이디 등을 입력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도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보았다. 둘째, 외국 사법권 침해나 국제 관할위반 등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압수수색은 대물적 강제처분인바, 압수대상인 이메일이 해외의 서버에 존재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온라인을 통해 해당 해외 서버에 접속하여 이메일 등을 취득하는 등 전 과정이 국내의 수색 장소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외국 사법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셋째,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이메일을 취득하는 것이 제120조 제1항의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건정을 열거나 개봉하여 압수수색 하는 장소 내지 대상물이 해외에 존재하여 대한민국의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해외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해외 서버에 대하여까지 영장의 효력이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영장 집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조치로서 그 수단과 목적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므로 제120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넷째, 증거의 원본성ㆍ무결성 담보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이메일서비스제공자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이루어졌는바 원본성과 무결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본 반면, 2017노146 판결은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 및 전문가 등의 참여 하에 봉인, 암호 설정, 해시값 산출 및 확인 등의 방법을 통해 동일성과 무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섯째, 개인정보보호법 또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대하여, 2017노23 판결은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2017노146 판결은 임의로 제3자에게 이메일 아이디 등을 알려 주어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서비스제공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라고 보기도 어려운바 영장을 통해 정당한 접근 권한을 부여받은 제3자인 수사기관이 서버에 접속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017노23 판결은 제107조 등의 조문에 보다 충실한 법해석을 했지만, 2017노146 판결이 IT 현실에는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107조는 압수 처분의 상대방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압수물을 규정한 것이고, 압수 처분의 상대방은 IT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해석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향후 클라우드 환경 등이 일반화될 것을 고려하면, 본 쟁점은 IT법적으로나 형사소송법적으로 매우 중요한바, 이번 고등법원의 상이한 두 판결을 기반으로 하여, 보다 합리적인 결론이 대법원에서 도출되기를 바란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서버
증거
국가정보원
김경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2017-09-12
기업법무
민사일반
엔터테인먼트
[판례해설] ‘SUM’ 브랜드의 타사 상표권 침해
SM엔터테인먼트의 종합브랜드 ‘SUM’이 LG생활건강 ‘SU:M’의 상표권 및 서비스표권(이하 통칭하여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SU:M’(지정상품 제03류 화장품 등, 이하 ‘제1상표’), ‘ ’(지정서비스 제35류 화장품소매업 등, 이하 ‘제2상표’), ‘ ’(지정상품 제30류 및 제32류 음료, 과자 등, 이하 ‘제3상표’),(지정상품 제29류 가공식품 등, 이하 ‘제4상표’)의 상표권자로서, 피고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SUM’ 표장 사용에 대해 상표권침해금지 및 부정경쟁행위금지를 각 청구하였다. 피고는 ‘SUM’ 표장과 원고의 각 상표의 외관·호칭·관념이 다르다는 점, 주요 수요자 층과 주력 상품이 다르고, 피고 독자적인 노력에 따른 인지도를 얻는 등 상품에 대한 출처의 오인·혼동 우려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피고의 ‘SUM’ 표장이 원고의 각 상표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며 부정경쟁행위도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상표권의 침해는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 성립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유사상표의 사용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두 상표가 해당 상품에 관한 거래실정을 바탕으로 상표의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여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가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지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4다216522판결 등). 다만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 거래상 상품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는 때는 유사상표의 사용행위로 보지 않는다. 상표의 유사여부의 관찰방법은 전체적, 객관적, 이격적 관찰을 원칙으로 하되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의 경우 상표구성 중 인상적인 부분, 즉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인 “요부”가 존재할 때 이를 대비하여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대법원 2017. 2. 9. 선고 2015후1690 판결 등 참조). 다만 상표의 구성 중 식별력이 없거나 미약한 부분은 그 부분만으로는 요부가 될 수 없고, 그 부분이 다른 문자 등과 결합되어 있는 경우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후1175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에서 별도로 설시하지 않았으나 상품의 유사여부는 상품의 속성인 품질, 형상, 용도와 생산 부문, 판매 부문,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의 실정 등을 고려하여 일반 거래의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2386 판결 등). 대상판결은 이러한 판단기준에 따라, 원고의 각 상표에서 문장부호에 불과하여 독립하여 식별력이 없으나 알파벳 사이에 놓인 콜론을 포함한 ‘SU:M’(동그라미 모양 콜론), ‘SU:M’(네모 모양 콜론), ‘SU:M’(삼각 모양 콜론), 'SU:M’(한글 ‘숨’을 뺌, 동그라미 모양 콜론)이라는 각 표장(숫자나 한글 제외)을 피고의 ‘SUM’ 표장과 비교하여 외관·호칭 및 관념의 유사여부를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의 각 상표와 피고의 ‘SUM’ 표장은 문자의 외관이 유사하고, 일부 모음이 달리 발음될 수는 있으나 그 호칭이 유사하며, 관념도 유사하다(콜론의 존부로 관념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려움)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원고와 피고의 제품 및 영업 영역이 유사한 점, 원고의 제4상표의 경우 지속적인 광고 및 판매 등으로 국내에서 상당히 높은 인지도를 취득한 상표로 보이는 점, 주된 고객층이 10대 팬을 포함한 일반인 수요자외에 관광객으로 서로 겹칠 여지가 있는 점, 피고 ‘SUM’ 표장이 국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은 주지의 표장으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가 그 표장을 사용한 시기인 2015년 당시 원고의 각 상표는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알려진 상표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SUM’ 표장은 거래상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그 서비스업 등의 출처에 대하여 오인·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상표권 침해를 인정한 이상 선택적 청구인 부정경쟁행위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상표권의 침해판단에 관한 기준을 충실히 따른 사례로 생각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피고는 ‘SUM’ 표장과 원고의 각 상표의 외관·호칭·관념이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문장부호에 불과하여 독립하여 식별력이 없는 콜론을 제외한 ‘S’ ‘U’ ‘M’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원고의 각 상표와 피고의 ‘SUM’ 표장은 그 외관·호칭·관념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대상판결은 상품의 유사성에 대해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원고와 피고 모두 표장이 사용되는 개별상품이 화장품 또는 화장품 소매업, 음료 및 과자, 가공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피고는 원고와 피고간에는 주요 수요자 층과 주력 상품이 달라 오인·혼동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오인·혼동 가능성은 추상적인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여성을 위주로 한 수요층이 겹치고 개별 상품과 그 상품이 판매되는 매장 등 그 판매방식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이상 그 주장의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다만 엔터테인먼트 선두 기업으로서 피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위상과 그 소속 개별 한류 스타들의 인기 등을 고려할 때 비록 2년의 짧은 기간이지만 피고가 충분히 독자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품의 출처에 대한 오인·혼동 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LG생활건강
SM엔터테인먼트
SUM
상표권침해금지소송
이근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2017-08-25
1
2
3
4
5
banner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대법원 "일용근로자 월 근로일수, 22일 아닌 20일"
판결기사
2024-04-25 11:44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을 할 때 납부하는 등록면허세의 과세표준 및 이와 관련한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창규 변호사(김창규 법률사무소)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