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됐더라도 실제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계약이 성사된 것을 전제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7부(재판장 김대휘 부장판사)는 5일 서울시 지하철건설공사에 두산건설이 낙찰될 수 있도록 담합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등을 받은 현대산업개발(주)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계약체결을 전제로 14억4,000만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명령 등 취소청구소송(2006누30692)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공정거래법 제19조, 제22조, 시행령 제61조 제1항은 "입찰담합에 있어서 입찰계약이 체결된 경우에는 계약금의 5/100 이내, 입찰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10억원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상 과징금부과처분은 제재적 행정처분으로서 부과요건이나 부과기준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입찰에서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는 경우 예외없이 낙찰자결정 및 계약체결이 이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 부과기준을 확대해석할 수 없다"며 "입찰담합이 입증된 경우라도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비록 과징금이 적어진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침해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법령의 규정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처분도 행정처분으로서 처분의 위법여부는 처분시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처분 후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해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며 "두산건설이 입찰담합을 이유로 실시설계적격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했다가 소송에서 이겨 다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과징금 처분 당시에 두산건설이 단지 낙찰자의 지위에 있었고 입찰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 계약체결이 과징금 부과처분에 고려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공정위의 처분이후 발생한 피고에게 불리한 사정(계약체결)은 침해 내지 제재적인 행정처분인 공정위 처분의 적법여부를 판단하는데 고려해서는 안된다"며 "입찰계역이 체결됐음을 전제로 그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10억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것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 지하철건설공사에 입찰하면서 두산건설과 담합해 두산건설이 공사를 따낼 수 있게 해줬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