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중구 운남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이하 운남지구)이 재개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심 법원이 중구청장이 인가한 운남지구 환지계획은 무효라고 판단함에 따라 환지계획인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등의 표류위기에 처했던 운남지구 사업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위법한 처분이지만 지금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으므로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면 운남지구는 다시 절차를 밟아 환지예정지를 지정하지 않고 그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정장오 부장판사)는 1일 소유토지가 환지예정지로 지정된 김모(61)씨 등 2명이 “인천시의 인가를 받지 않고 중구청장이 인가한 환지계획인가 등은 무효이므로 환지예정지지정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운남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환지예정지지정처분 취소청구소송 항소심(2007누18927)에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천광역시장은 건설교통부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환지계획인가권한을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에 근거해 중구청장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라 인천광역시 사무위임조례에 의해 중구청장에게 재위임했으므로, 이는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벗어난 국가사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무효”라며 “이에 기해 행해진 환지계획인가처분은 결과적으로 권한없는 자에 의해 행해진 것과 마찬가지가 돼 위법하고, 한편 환지예정지지정처분도 일련의 절차로 연속해 행해지는 것으로서 지정처분도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운남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은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인천도시계획사업으로서 487,600m²를 사업지구로하고, 계획인구는 7,217인에 달하는 사실, 토목공사가 80% 이상 진행됐고 이미 아파트가 신축되고 있어 2006년말경 분양이 거의 끝난 점, 처분을 취소하고 새로 환지예정지를 지정할 경우 다수의 다른 이해관계인들에 대한 처분까지도 변경돼 새로운 사실관계가 형성돼 혼란이 생길수 있다”며 “반면 이번 위법한 처분으로 원고들은 이렇다 할 손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손해를 입었더라도 청산금보상 등으로 전보될 수 있는 점에 비추어보면 환지계획인가처분에 그 권한위임과정상의 하자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여 사정판결을 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