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판매상에게 차를 넘겼는데 '대포차'가 돼 여전히 자신 앞으로 범칙금 딱지가 날라오는데도 현재 소유주를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원은 "실제 차량의 행방이나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중고차에 새로 보험을 든 사람을 차의 새 주인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05년 2월, 조씨는 3년 전 사들이 무쏘 차량을 팔기 위해 중고차 판매상에게 이전등록에 필요한 서류와 차량을 넘겼다. 거래가 잘 됐다고 생각했던 조씨는 그러나 얼마 뒤 집으로 날라온 범칙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이름이 아직도 소유주로 등록돼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세금도 여전히 조씨에게 청구됐다. 차를 팔았던 중고차 판매상에게 사정을 알아보려고 해도 연락이 닿지 않아 속수무책이었다. 조씨는 수소문 끝에 김모씨가 조씨 차량에 자동차보험을 계약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김씨에게 "차 명의를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김씨는 "난 차량의 주인이 아니다"며 "직장 동료가 부탁해 보험에만 가입했을 뿐, 차는 구경도 못했다"고 발뺌했다. 원심은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울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문춘언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조씨가 김씨를 상대로 낸 자동차소유권이전등록절차인수의 항소심(2012나6448)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무쏘 차량의 보험 계약을 체결한 이상 자동차를 양수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소유권이전등록절차를 인수할 의무가 있다"며 "자신이 피보험자로 된 무쏘 차량 보험계약이 끝난 뒤 연달아 자신의 누나를 피보험자로 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한 것 등을 살펴보면 김씨가 단순히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보험을 대신 들어줬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뿐 무쏘 차량을 양수하거나 운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를 양수한 자는 누구한테 양수했는지, 현재 점유·운행하고 있는지에 관계없이 소유권 이전등록절차를 인수할 의무가 있다"며 "아는 사람의 부탁으로 자동차보험을 체결한 점에 대해 이해할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단순히 보험계약만 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주영 울산지법 공보판사는 "흔히 말하는 '대포차'가 이런 식으로 거래된다"며 "중개인이 개입해 차를 넘겼지만 명의는 이전해 가지 않아 누군가 차를 실제로 타고 다녀도 법적 책임은 물론, 누가 타고 다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로 범죄에 이용되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