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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상적 부부 사이에서도 강간죄 인정된다"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부부 사이라도 남편이 폭행·협박을 동원해 아내가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혼을 위해 별거중이던 아내를 찾아가 성폭행한 남편에게 강간죄가 인정된 사례(2008도8601)는 있었지만, 부부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상태에서 배우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婦女)'에 아내도 포함될 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는 점에서 가정생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6일 흉기로 부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의 상고심(2012도14788)에서 징역 3년6월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란 성년·미성년, 기혼·미혼을 불문하고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며 "법률상 처(妻)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53년 제정된 구 형법은 강간죄를 제32장 '정조에 관한 죄'에 규정했지만, 1995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장의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변경됐다"면서 "이는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되고 여기에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되지만, 폭행·협박에 의한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해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의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아내의 반항을 억압하고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률상 처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한 판결"이라며 "법원이 혼인과 성에 관한 시대 변화의 조류와 보조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훈·김용덕 대법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그것이 부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데는 동의하지만 굳이 강간죄로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며 반대의견을 냈다. 2001년 결혼한 A씨는 아내 B(40)씨와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고 한집에 살아왔다. 하지만 2~3년전부터 불화를 겪었다. 특히 아내가 밤늦게 귀가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중 지난 2011년 11월 11일 밤 10시30분께 집으로 돌아온 아내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린 뒤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 찌를 듯이 위협한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A씨는 이틀 뒤 다시 흉기로 아내 B씨의 옷을 찢고 같은 방법으로 한 차례 더 간음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6년에 신상정보공개 7년, 전자발찌 부착 10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A씨가 초범인데다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냈다"면서 징역형량만 3년6월로 낮췄다.
정상적부부
부부강간죄
부녀
혼인파탄
양성평등
간음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3-05-16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대법원 '부부 강간죄' 공개 변론 "갑론을박"
동거 의무가 있는 배우자를 폭행이나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를 하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부부 강간죄의 성립 여부를 두고 대법원에서 전례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부인을 흉기로 협박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A(45)씨에 대한 상고심(2012도14788)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다가 지난해 12월 '사람'으로 개정됐을 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사실상 이혼 상태인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있지만 정상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인정한 적은 없다. 이날 대법정에서는 피고인 A씨의 변호인인 신용석(55·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와 이건리(50·16기)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다. 참고인으로는 피고인 측에서 윤용규 강원대 교수가, 검찰 측에서는 김혜정 영남대 로스쿨 교수가 나와 전문가 의견을 진술했다. ◇"부부간 동거의무에는 강제 성관계 포함 안 돼"=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2심은 형법은 강간죄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해도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날 공개변론에 출석한 이 공판송무부장도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상 동거의무를 근거로 주장되는데, 민법상 동거의무는 항거가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수인해야 할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강간죄 대상에서 처를 제외한다면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간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부부관계를 이유로 처를 강간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사회가 보호의무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 교수도 "결혼한 여성은 처 이전에 성적 결정권을 가지는 한 사람이고,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사이의 강간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의식이 정착될 필요가 있고, 강간죄의 대상에 법률상의 처를 인정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부부관계를 자유로운 선택행위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보다 가정 보호 먼저"= 하지만 신 변호사는 배우자를 강간죄 대상으로 삼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강조하며 반론을 펼쳤다. 그는 "강간죄 구성요건 중 '부녀'개념에 법률상 처가 포함되느냐의 문제는 형법 해석의 문제이지 입법 정책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부부강간이 인정된다면 대부분의 이혼사건에서 강간이 주장될 것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부강간의 특성상 남녀 진술증거만 있는 상황에서 실체적 발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형사통계에서 사기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사의 형사화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런 맥락에서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통계 수위를 강간죄가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법원이 부부간 강간죄 인정을 위해 실질적 혼인관계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의한 것인데, 60년간 법률조항 변경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부부강간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 참고인인 윤 교수는 2009년 부산지법에서 부부강간을 인정하자 자살한 피고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이 사안은 구성요건을 확장할 문제가 아니라 치료와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초기에 사건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다가 형법이 모든 걸 떠맡게 된다면 형법 이전에 사회정책을 찾는 노력없이 처벌이 강화돼 신 응보형주의라는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일영 대법관, '처벌 불균형 문제' 우려도=당사자와 참고인 진술이 끝난 후 대법관들의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면서 대법정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이 사건 주심인 신영철 대법관은 "남편으로부터 야만적인 성행위를 당한 부인이 수사기관에 신고한 다음, 자식들이나 자기 장래를 생각해 가정을 유지해야 하겠다고 생각이 바뀌어서 가정을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처벌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공판송무부장은 "가정폭력 사건을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고인을 구속하거나 가정을 해체하는 쪽으로 강간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건의 성질과 동기, 행위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이 아닌 접근제한, 친권제한, 사회봉사와 수강명령 등의 보호처분을 통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정보호사건'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훈 대법관도 "그릇이 금간 경우 새로 떼워서 쓸 것인지, 버리고 새로 사서 써야 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폭력있는 가정은 회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개별사안에서 신중히 판단할 필요는 있고, 배우자를 강간하는 가정이 실질적으로 건강한 가정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가정유지를 원한다면 보호조치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강간죄의 객체에서 배우자를 배제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은데, 국가에게는 혼인 파탄을 막아야 할 의무도 있다"며 "부부강간의 현상이 존재한다고 해서 형벌이 부부 침실에 들어가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창수 대법관이 "부부강간죄가 인정되면 형사사건을 통해 가사나 민사 사건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얘길 많이 한다"고 하자 김 교수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있다면 강간 성립 이전에 폭행·협박만으로도 이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혼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고, 위자료나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악용될 소지가 있겠지만 강간죄는 강압적인 성교에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민사상 문제가 불거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부작용이라고 보는 시각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일영 대법관은 부부강간죄를 인정할 경우 처벌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아내도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이게 침해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이 부부강간을 인정하자는 입장인데, 친족간 성폭력은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어 처를 강간하면 일반 형법조항이아닌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돼 양형상 심한 불균형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이 부분에 대해 답변을 머뭇거리자 재판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회에서 할 일을 참고인에게 물을 수는 없다"며 질의 응답 순서를 마쳤다. 양 대법원장은 공개변론을 마치며 "대법원은 오늘 나타난 여러 사정을 모두 종합해 최선의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은 가정 내 부부관계의 특수성, 부부간 성의 의미와 기능, 배우자 강간죄가 인정될 경우 부부와 가족관계에 미치게 될 변화와 영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부부강간
동거의무
특수강간
부녀
보호의무
실질적혼인관계
좌영길 기자
2013-04-22
형사일반
"죽여달라 애원" 60대 노부부의 비극
"빚쟁이들한테 시달리느니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습니다." 아내의 애원에 살인을 저지른 60대 남편이 법정에서 고개를 떨궜다.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석한 국민참여재판은 그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2년 전 만나 동거하게 된 박모(66)씨와 오모(58·여)씨는 늦은 나이였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2005년에는 정식으로 결혼도 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이들의 삶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아내 오씨가 계모임을 하다 잘못돼 사채 등 2억원의 빚을 진 사실을 남편인 박씨가 알게 된 것. 그래도 박씨는 아내를 타박하지 않고 아는 사람들에게 돈을 꿔 그 돈을 다 갚아줬다. 부부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내가 숨겨온 빚이 7억원이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던 두 사람은 살던 집을 떠나 정처없이 떠돌았다. "같이 죽자"며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난 6월 인천 집으로 가던 중 두 사람은 천안에 들러 한 여관에 투숙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화장실에 간다던 오씨가 한참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불길한 마음에 쫓아간 박씨는 오씨가 화장실 벽걸이에 목을 매고 '컥컥' 거리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죽여달라고 하는 아내의 말에 박씨는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오씨를 욕조 안에 반듯이 눕히고 베개로 얼굴을 가린 다음 칼로 아내를 찔렀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종림 부장판사)는 13일 박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2012고합380).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공판에서 7명의 배심원 중 과반수가 넘는 4명이 징역 7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2명은 징역 6년을, 1명은 징역 5년을 제시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양형 의견은 참고사항이다. 2명의 배심원은 무죄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법정형이 살인죄보다 낮은 촉탁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생명을 앗아간 피고인의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베개로 아내의 얼굴을 가리고 목 부위를 세 번이나 찌른 것도 불리한 정황"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함께 자살을 결심하고 여행하던 중 삶의 의지를 잃고 목을 매단 아내를 발견하고 범행에 이른 점, 박씨 역시 이 사건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지법은 이번 재판에 사법연수원생 2명과 종교인 2명, 교육공무원 1명, 문화해설사 1명 등 6명으로 구성된 그림자 배심원도 참석시켰다. 그림자 배심원 제도는 정식 배심원과는 별도로 구성되지만 재판 전 과정을 참고하고 나서 실제 배심원과 똑같이 유·무죄와 양형 의견을 내놓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그림자 배심원 중 3명도 징역 7년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명은 징역 5년, 1명은 징역 10년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
그림자배심원
촉탁살인죄
아내살인
빚에시달리다자살시도
온라인뉴스팀 기자
2012-11-15
형사일반
친구 살해 20대女, 항소심서 '무죄'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동거하던 여자친구 A씨의 목을 흉기로 찌르고 의식불명인 A씨가 있는 집에 불을 지른 혐의(살인미수, 현존건조물방화치사)로 기소된 20대 여성 B씨에 대한 항소심(2012노1527)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B씨는 A씨가 빚을 갚지 못해 자살시도를 하는 것을 말리는 과정에서 칼에 목을 찔리게 됐다고 주장한다"며 "B씨가 A씨의 자해를 말리는 과정에서 상처가 날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고 A씨의 상처도 B씨에 의해 지혈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칼에 찔린 후 B씨가 119에 연락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B씨를 의심할 수 있지만, A씨가 '자해로는 보험금을 탈 수 없으니 강도에게 당한 것처럼 해달라'고 부탁하자 자신이 강도범으로 오해받을 것을 걱정해 구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또 "불은 매트리스에서 났지만, A씨는 화장실에서 발견됐다"며 "B씨가 A씨의 살해에 실패하자 방화로 살인을 할 계획이었다면 피해자의 몸에 직접 신나를 뿌리고 불을 지르거나, 최소한 A씨와 가까운 위치에 불을 지르는 게 일반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흉기에 목을 찔린 채 불이 난 집 안 화장실에서 발견된 A씨는 119 구급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B씨는 A씨를 흉기로 찌르고 집에 불을 질러 죽게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살인미수
현존건조물방화치사
친구살해
항소심서살인죄무죄
정황증거부족
신소영 기자
2012-11-13
형사일반
'시신없는 살인' 정황증거 따라 엇갈린 운명
대법원이 23일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두 사건 중 한 사건의 피고인은 유죄, 다른 사건의 피고인에게는 무죄를 확정했다. 모두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피고인의 범죄가 확실하다고 볼 정황 증거 유무가 유무죄 판단을 갈랐다. ◇피고인이 자백하는 등 정황 뒷받침되면 유죄 인정=대법원 형사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이날 2000년 11월 회사 사장 강모(당시 40세)씨를 다른 직원들과 짜고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김모(58)씨의 상고심(2012도6405)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범행을 자백한 경우 진술 내용이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다른 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신빙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춰보면 김씨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에는 같이 범행을 저지른 서모씨 등 2명에게도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최동렬 부장판사)도 지난달 19일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동업자를 땅에 묻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박모(4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징역 13년을 선고했다(2012고합360).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피해자가 사라졌음에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등 행동과 정황을 고려하면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2008년 대법원이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등)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2792)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취지도 마찬가지다. 당시 A씨 부부가 살던 아파트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A씨의 아내가 실종 당일 집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고, 이틀 뒤 새벽에는 A씨가 집에서 쓰레기 봉투 5개를 들고나와 승용차에 싣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이 찍히는 등 정황증거가 인정됐다. ◇피고인 혐의 부인하고 정황증거 없으면 무죄=하지만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등 정황증거가 불충분할 때는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형사3부는 이날 동료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방글라데시인 M(37)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M씨는 2010년 5월 동료인 B(50)씨를 살해한 뒤 승용차 뒷좌석에 실어 내다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 모두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피를 흘렸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옷과 가방이 없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누군가에게 납치됐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8년 3월 대법원이 동거생활을 반대하던 동거녀의 언니를 감금하고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한모(54)씨에 대한 상고심(2007도10754)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낸 사건도 같은 입장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돼야 하고,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신없는살인
정황증거
살해동기
범행자백
혐의부인
좌영길 기자
2012-08-27
형사일반
법원, '시신 없는 살인사건' 참여재판서 13년형 선고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최동렬 부장판사)는 19일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는 동업자를 땅에 묻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박모(41)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13년을 선고했다(2012고합360). 재판부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고, 매장 장소가 밝혀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살아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이 평소 가깝게 지내는 피해자가 사라졌음에도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등 피고인의 행동과 정황을 고려하면 유죄로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며 "배심원들이 제출한 양형 의견 가운데 양형 기준에 근접한 다수의견에 따라서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씨는 일용직 중장비 기사로 일하면서 2007년 알게 된 A(36)씨에게 동업을 권유해 2008년 3~4월 사업자금으로 약 8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자금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A씨는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며 압박했고, 박씨는 친한 동생으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듣자 순간 격분해 A씨를 때려 정신을 잃게 한 뒤 구덩이에 밀어 넣고 흙을 부어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은 "박씨가 사람을 죽였다"는 박씨 동거녀의 증언과 각종 정황 증거만 있을 뿐 결국 시신을 찾지 못해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피고인 박씨는 "A씨는 죽은 것이 아니라 위조 여권을 이용해 중국으로 출국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재판이 진행됐다. 18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사흘째 재판은 오후 10시30분께 최후변론 절차가 끝났으나, 배심원들이 평의 때 자정이 넘도록 격론을 벌여 선고는 19일 새벽 이뤄졌다.
시신없는살인
국민참여재판
동업자
매장
정황증거
김승모 기자
2012-07-19
형사일반
소환장 동거인이 수령해도 본인 수감 중이면 송달 무효
법원이 보낸 공판기일 소환장을 피고인의 가족이 수령했더라도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면 송달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모(45)씨에 대한 상고심(2011도9040)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의하면 피고인이 항소심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않은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서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을 것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65조, 민사소송법 제182조에 따라 재감자에 대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교도소·구치소 등의 장에게 송달하지 않고, 수감되기 전의 종전 주·거소에 했다면 부적법해 무효"라며 "법원이 피고인의 수감 사실을 모른 채 주·거소에 송달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임씨에 대한 원심 제2회 공판기일소환장은 항소장에 기재된 주소로 송달돼 2010년 11월 임씨의 형이 동거인으로서 이를 받았고, 임씨는 소환장이 송달되기 전인 2010년 10월 다른 사건으로 체포돼 원주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며 "송달 당시 임씨가 수감돼 있었다면 송달은 무효이므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은 후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정하지 않은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물인 '바다이야기' 게임기 27대를 설치해 영업을 한 혐의로 지난 2010년 6월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공판기일소환장
원주교도소
바다이야기
이환춘 기자
2011-10-12
가사·상속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아내 강간' 항소심서 첫 인정… 대법원 판단에 관심 집중
서울고법이 항소심으로는 처음으로 '아내 강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대법원이 '부부 간에는 강간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종래 판례를 변경할 지 여부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아내 강간죄, 항소심서 첫 인정= 정모(40)씨는 지난 4월 술에 취해 귀가한 후 부인 이모(40)씨와 경제적 문제로 심하게 다투면서 이씨에게 상해를 입힌 후 한 차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검찰은 정씨를 강간치상죄로 기소했고 1심 법원은 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도 지난 22일 항소심으로는 처음으로 아내에 대한 강간을 인정해 정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법률상 아내가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아내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2009년 1월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지법 형사5부(당시 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A씨에게 강간죄를 인정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판결 직후 A씨가 자살하면서 아내 강간죄가 성립되는지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은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1월에도 1심에서 아내 강간죄가 인정된 사건의 항소심이 서울고법에서 진행됐지만 변호인이 항소 이유로 아내 강간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하지 않아 이 문제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없이 판결이 확정되고 말았다. 항소심에서 아내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한 만큼 향후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70년 '처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고 있는 남편을 상대로 간통죄 고소와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그 후 부부간에 다시 새 출발을 하기로 약정하고 간통죄 고소를 취하한 경우에는 설령 남편이 폭력으로서 강제로 처를 간음하였다 하더라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70도29)'고 판단했었다. ◇ 아내 강간죄 인정은 세계적 추세= 해외에서는 이미 '아내 강간죄'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영미법계에서는 원래 '아내강간의 면책' 법리가 확고히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1857년 매사추세츠주 법원이 "혼인 계약의 조건에는 아내는 남편이 원할 때는 언제나 성교에 응한다는 철회할 수 없는 동의가 포함된다"는 법 이론을 최초로 채택한 후 그대로 적용해왔다. 이후 1984년 뉴욕 항소법원이 "혼인증명서가 남편이 형사면책권을 갖고서 아내를 강간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파악돼서는 안 된다"며 '아내강간의 면책' 법리를 폐기하고 부부 강간죄를 인정했다. 영국도 1991년 최고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계기로 아내 강간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오고 있다. 대륙법계 국가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독일은 지난 1997년 형법개정을 통해 강간죄의 구성요건 중 '혼인 외 성교'라는 문언을 삭제함으로써 아내 강간죄를 받아들였다. 일본은 아직까지 명확한 판례는 없지만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된 경우에는 아내 강간죄를 인정하고 있다. ◇ 학자들, 국내에서도 아내 강간죄 인정해야= 국내 학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아내 강간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오영근 한양대로스쿨 원장은 "기존의 대법원 판례가 부부강간죄를 부정하는 입장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 인식도 달라진다"며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의 개념에 배우자가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형준 중앙대 로스쿨 교수도 "민법상 부부간 동거의무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폭행과 협박을 동원한 부부간의 강제 성관계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부 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최호진 단국대 교수는 "강간죄 객체에서 혼인 중의 부녀를 제외하는 것은 문리해석에 반한다"면서도 "부부간 성관계의 은밀성과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형법개정
강간죄
성관계
부녀
부부강간
아내강간
임순현 기자
2011-09-28
이혼·남녀문제
형사일반
배심원 3시간 넘는 격론 끝 ‘유죄’ 평결… 재판부서 존중
"재판장님, '술집'을 '남성바'라고 지칭하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배심원단에게 편견을 줄 수 있습니다."(검사) "'남성바'가 (호스트바 인지 여부가) 입증이 안됐다고 용어 사용에 제한을 둔다면 변론을 어떻게 하겠습니까?"(변호인) "용어 선정부터 양측이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감정이 포함될 수 있는 표현은 자제해 주시고 배심원단도 이런 점을 감안해서 들으시길 바랍니다."(재판장) 지난 20일과 21일,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인천지법 제413호 대법정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이규 부장판사)는 1년 동안 사실혼관계로 같이 살던 여성 B(36)씨를 폭행하고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A(37)씨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했다(2010고합893). 20일 오전 9시 반, '선정기일통지서'를 받은 총 41명의 배심원 후보자가 하나 둘 법정에 모였다. 재판부는 7명의 배심원과 한 명의 예비 배심원을 선정하기로 돼 있었다. 배심원 후보자들은 모두 번호표를 받고 법정으로 들어갔고 배심원 선정절차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첫 번째 추첨을 통해 선정된 배심원 후보자들에게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배심원을 찾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은 '가정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부강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은 반면, 변호인 측은 '우리나라 수사기관의 수사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세 차례의 추첨 끝에 비로소 예비배심원을 포함한 8명의 배심원단이 선정됐다. 여성이 3명이었고 남성은 5명이었다.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A씨가 동거녀인 B씨를 안구파열 등이 될 정도로 폭력을 사용했고 흉기를 이용해 피해자를 강간했다"며 총 7가지의 범죄사실을 들어 A씨를 특수강제추행·흉기휴대폭행·특수강간 등 혐의로 기소한 사실을 설명했다. 하지만 곧 변호인은 반박했다. "검찰이 얘기하는 범죄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B씨가 쓴 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B씨는 폭행을 당했다고 한 다음날에도 쇼핑을 하고 남성들이 나오는 술집에 갔습니다. 오히려 B씨는 A씨의 돈을 노리고 A씨와 함께 살았습니다."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인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 측의 반박은 강력했다. 먼저 피해자 B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법대 왼편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범행 장소로 특정된 방의 깨진 유리창과 피해자를 강간하기 위해 협박할 때 사용했던 흉기와 드라이버 등을 찍은 증거사진을 제출했다. 이후 검찰이 피해자가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됐다는 공소사실을 이야기하면서 B씨가 병원에서 찍은 당시 얼굴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B씨의 왼쪽 눈 흰자가 피로 붉어진 모습과 심하게 부은 얼굴 사진을 본 배심원단이 술렁였다. "흉기로 위협을 하며 강간을 했다고 들었는데 설명을 해주실 수 있나요?"(검사)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피해자) 피해자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제가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도록) 물어봐드릴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배심원들에게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없어요. 힘드시더라도 본인이 직접 설명하시는 게 낫습니다."(검사) 피해자가 공소사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진술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피해자 진술이 끝나자 재판부는 5분 동안 휴정한 뒤 공판을 재개해 변호인 반대신문을 진행시켰다. "증인의 학력은 어떻게 되시나요?"(변호인) "전문대를 졸업했습니다. 전공은… 전공이 이 사건과 상관이 있나요?"(피해자) "네, 있습니다."(변호인)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습니다."(피해자) "고등학교도 예고를 다녔나요?"(변호인) "네."(피해자) 변호인은 이어 피해자가 A씨의 아버지가 준 신용카드를 사용한 내역을 뽑아 증거로 제출하며 남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갔는지를 추궁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배심원들도 시간이 지나자 연필을 손에 쥐고 사건 내용을 메모하며 집중했다. 이어진 피고인 신문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등 재판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이번 사건에서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은 17명이었다. 첫째날은 A씨에게 폭행을 당해 안구가 파열되던 날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5명이 증인신문을 다 하고나니 재판은 밤 10시 반이 되어서야 일단락됐다. 이튿날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도 증인들의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양측의 공방은 팽팽했다. 이번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기로 하고 검찰과 변호인단은 지난 2월부터 이미 5번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친 상태였다. 그 과정에서 쟁점들을 정리하고 증거도 미리 제출했지만 실제 재판은 예정과 달리 길어졌다. 21일 오후 7시 예정이었던 선고는 이날 11시가 넘어서야 내려졌다. 배심원단은 저녁 7시반부터 11시까지 치열한 토론을 거친 끝에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배심원 평의는 3시간이 넘게 진행됐지만 보통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평의는 4시간이 기본이고 5~6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배심원단의 평의 결과는 7개 공소사실 중 6개에 대해서는 무죄였다. 다만, A씨가 고의로 B씨의 안구를 파열했다는 혐의(상해)에 대해서는 근소한 차이(4대3)로 유죄 의견이 나왔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의결과를 존중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과 보호관찰 2년을 선고했다. 48시간 동안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을 날카롭게 지켜보던 '국민 재판관들'의 긴 재판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국민참여재판
성폭행
사실혼
동거녀
안구파열
특수강간
특수강제추행
흉기휴대폭행
정수정 기자
2011-06-27
가사·상속
형사일반
대법원, "흉기휴대공갈죄에도 친족상도례 적용된다"
흉기휴대공갈죄에도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적용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깨진 소주병으로 장애인 조카부부를 위협해 돈을 가로챈 혐의(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박모(49)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5795)에서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 제354조, 제328조의 규정에 의하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공갈죄는 그 형을 면제해야 하고 그 외의 친족 간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며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공갈죄를 범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에 의해 가중처벌 되는 경우에도 형법상 공갈죄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고 친족상도례에 관한 형법 제354조, 제328조의 적용을 배제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으므로 형법 제354조는 폭처법 위반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흉기휴대공갈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54조, 제328조에 의해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할 수 있는 친고죄로 보고 제1심 판결선고 전에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 의사가 표시된 합의서가 제출됐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2009년 장애인인 조카 추씨부부가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급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깨진 소주병으로 추씨를 위협해 15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피의자와 피해자는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제기가 가능한데 추씨가 박씨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공소기각판결을 내렸다.
흉기휴대공갈
친족상도례
소주병
폭처법
합의서
공소기각
정수정 기자
2010-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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