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교 측의 징계 내용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이를 취소할 수 있을 뿐이고 직권으로 징계 처분을 특정 내용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예컨대 해임 처분이 부당하면 처분 자체를 취소하면 되는 것이지, 정직 1개월 등으로 직접 징계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징계를 취소할 경우 학교 측의 재량권이 다시 남용될 소지가 있는 경우에만 직접 징계내용을 변경할 수 있을 뿐 다시 심사하더라도 학교 측의 재량권이 남용될 소지가 없다면 변경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유진현 부장판사)는 건국대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결정취소소송(2016구합78516)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건국대 교수로 일하던 문모씨는 2015년 1월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고, 학생들이 학과 발전을 위해 낸 기금을 개인 명의로 소득공제를 받아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등으로 학교에서 파면 처분을 받았다. 그는 소청위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건국대는 동일한 사유로 해임 처분을 내렸다. 문씨는 이에 반발해 다시 소청위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소청위는 "징계가 과하다"며 해임을 '정직 1개월'로 변경하는 결정을 내렸다. 건국대는 "징계가 과하지 않은데도 해임을 정직 1개월로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과하다는 소청위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해임 처분을 정직 1개월로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에게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떤 처분을 할지는 징계권자인 학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립학교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어 소청위가 변경결정을 할 때에는, 취소 결정을 할 경우 학교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다시 발생할 위험성을 제거하는 범위 내에서 처분 변경 권한이 행사돼야 하는 내적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청위가 직접 변경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학교의 재량권 행사 기회를 박탈하는 등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 이런 소청위의 권한 행사는 그 자체로 내적 한계를 일탈해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씨의 해임이 취소될 경우 학교 측이 선택할 수 있는 징계의 종류로는 정직, 감봉, 견책밖에 없고 그 중 가장 무거운 정직을 선택하더라도 3개월을 초과하는 징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측이 어떤 징계를 선택하더라도 문씨의 비위행위 정도에 비춰 균형을 잃은 과중한 것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소청위가 해임을 정직 1개월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해 학교 측이 정직 1개월에서 3개월 사이를 선택하는 등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학교 측이 소청위의 취소 결정에 따라 다른 징계 종류를 정하더라도 재량권 일탈의 위법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학교 측의 새로운 징계절차를 존중해 징계처분을 변경하지 말고 취소하라는 취지"라며 "사립학교의 징계 재량권을 넓게 인정한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