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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국민청원 관리자가 허위내용 즉시 삭제 안해도 청와대 책임 불인정"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이 올라와 당사자가 즉시 삭제 요청을 했지만 청와대가 열흘 동안 삭제하지 않았어도 국가에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게시판 관리자로서는 청원글과 해명글 중 어느 것이 허위인지 즉각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2단독 반효림 판사는 W스튜디오 대표 이모씨가 국가와 배우 수지, 국민청원 게시자 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8가단226347)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하면서 청와대 게시판을 관리하는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018년 5월 17일경 유튜버 양예원씨는 'OO역 3번 출구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양씨가 언급한 장소에 있던 이씨 소유의 스튜디오가 범행장소로 지목됐지만, 해당 범죄는 이씨가 스튜디오를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에 이씨는 곧바로 스튜디오 까페 게시판에 "우리는 양예원씨 사건과는 무관한 스튜디오"라는 반박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같은달 17~18일 'W 스튜디오 불법 누드촬영'이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이씨는 즉시 청원글을 삭제해달라고 했지만 청와대는 열흘이 지난 27일이 되어서야 상호명을 모두 비실명 처리했다. 이에 이씨는 "국가가 상당한 시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반 판사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1일 평균 1000건 정도의 청원글이 게시되는데 관리자가 청원글을 직접 모니터링 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는 점을 봤을 때 이러한 게시판 관리자의 조치가 상당한 기간을 경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양씨 관련 청원글은 성범죄 피해 고백 내용을 담은 것으로 게시판 관리자로서는 청원글과 이씨의 해명글 중 어느 것이 허위인지 그 불법성을 즉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청원 게시판을 만든 취지상 이의신청이 있다고 바로 글을 삭제하게 될 경우, 오히려 국민의 청원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을 비춰봤을 때 게시판 관리자가 이 대표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4월 포털 사이트에 적용되는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손해배상책임 기준을 제시하면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게시물 삭제 등의 처리를 하지 않으면 부작위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된다"고 판시했었다(2008다53812 전합 판결). 한편 반 판사는 수지와 국민청원 게시자 2명에 대해서는 "모두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해명글
청원글
명예훼손
남가언 기자
2019-06-17
행정사건
[판결] 학생이 본인과 관련된 선도위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학생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받고도 학교가 1년 3개월 이상 공개여부에 대해 응답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나왔다. 학교는 정보공개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하므로 정보공개 여부에 대해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부적법하다는 취지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서울시에 있는 A고등학교를 상대로 B씨가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2018구합5917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고등학교에 다녔던 B씨는 지난해 1월 A학교를 상대로 자신과 관련 있는 선도위원회 회의록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A학교가 정보공개청구를 우편으로 접수한 뒤 공개 여부 결정 등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자, B씨는 같은해 3월 학교를 상대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할 권리가 있고,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A학교는 B씨에게 적극적 또는 소극적 처분을 해야할 법률상 응답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A학교는 B씨의 신청을 우편으로 접수한 이후 1년 3개월 이상이 경과한 변론 종결일 무렵까지 공개여부에 관한 아무런 결정도 하고 있지 않아, 이 같은 A학교의 부작위는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응답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공개·비공개 어떠한 결정도 응답 의무 있어” 그러면서 "(A학교가 주장하는) 공개대상 정보의 부존재 또는 신청 대상 정보에 관한 비공개 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은 (B씨의 신청에 대한) A학교의 부작위의 존재 및 그 위법성을 확인하는 이 사건에서는 고려할 것이 아니다"라며 "A학교가 B씨로부터 신청을 받은 이상 정보공개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든 비공개든 어떠한 결정이라도 해 B씨에게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A학교는 재판과정에서 "B씨가 신청한 정보 중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문의하면 명확히 알 수 있는 기록이 있어 정보공개청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보공개청구인이 어떠한 정보를 알아내는 데 있어 다른 공공기관에 문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정보공개청구권의 발생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록
고등학교
정보공개법
박미영 기자
2019-06-12
행정사건
[판결] “‘재활용쓰레기’ 대신 ‘재활용품’이라 하자” 시민이 소송냈지만
시청에 '재활용쓰레기'라는 용어를 '재활용품'으로 수정해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시민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시민이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현행법상 행정청에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요구하는 '의무이행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는 변모씨가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낸 부적절 용어 사용금지소송(2018구합3578)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변씨는 2017년 12월 서울스마트 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울시에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품' 대신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을 표기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 측은 "국립국어원에 문의한 결과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쓰레기라 정의되고 있으므로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을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 이에 변씨는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이 없고, '쓰레기'라는 낱말이 수거용기에 표기됨으로써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오인해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발생하므로 '재활용품'으로 수정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문가 검토를 거친 개방형 한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이 수록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또 다시 거절했다. 이에 변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변씨의 지적은 이유가 있다"며 "국립국어원이 간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 자체가 수록되어있지 않고 개방형 사전 '우리말샘'은 표준어 외에도 신어, 방언 등 실제로 쓰이는 낱말이 수록돼 개방형 사전에 수록됐다는 점만으로 올바른 표현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활용품'과 '쓰레기'는 의미상 서로 어울리지 않고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오인해 일반쓰레기를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버리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변씨의 제안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어 경청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각하 그러나 재판부는 "현행법상으로 행정청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명하는 이른바 의무이행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변씨는 서울시에 기존 '재활용쓰레기' 표기를 '재활용품'으로 수정할 것을 구하는데 이는 의무이행소송에 해당해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법조계에서는 행정소송에 의무이행소송 제도를 도입해 국민의 실질적인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침해당한 권리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의무이행소송은 행정청이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그 부작위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이행을 명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행정청의 거부처분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이나 부작위위법확인소송만 인정돼 법원의 취소판결이 있더라도 행정청이 이를 무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달리 판결 취지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재활용품
의무이행소송
부적절용어사용금지
재활용쓰레기
손현수 기자
2018-11-12
군사·병역
[판결] 대법원 전합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정당한 사유' 해당"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군입대를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첫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데 이어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기존 입장을 변경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공식 인정되게 됐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종교적 이유 등으로 병역을 거부한 자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지만, 14년만에 이를 바꿔 '비(非)범죄화'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6도10912).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도 병역법 제88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제88조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병역의무자가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이 병역의 이행을 감당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사정이 대다수의 다른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조건이자 민주주의 존립의 불가결한 전제로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양심은 개인의 소신에 따른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고 그 형성과 변경에 외부적 개입과 억압에 의한 강요가 있어서는 안 되는 윤리적 내심영역이며 양심에 따라 결정을 하는 내심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형성된 양심에 따른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면서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양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그 사람의 양심에 반하는 작위의무를 부과한 것에 대해 소극적으로 응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그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함으로써 의무이행을 강제하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 규정과 헌법 제39조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양심실현의 한 모습으로서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인정해야만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그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다운로드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하고,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또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데, 설령 거부자가 깊고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념과 관련한 문제에서 상황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신념은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면,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이때 병역거부자가 제시해야 할 소명자료는 적어도 검사가 그에 기초해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대체복무제 도입 문제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헌재는 지난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 조항인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재판관 4(합헌)대 4(일부위헌)대 1(각하)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는 대체복무제의 존부와 논리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며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했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병역의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1항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원 대법관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진정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같이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을 같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것이다. 이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국방의 의무는 개인의 양심의 자유보다 더 우선되는 의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의 병력 규모,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수와 현실적으로 그들을 병력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국가의 안전보장이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결정에 따라 조만간 대체복무제도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거부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있어 최소 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대체복무의 허용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우려가 없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며 "따라서 향후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면 다시 그들을 현역병 입영대상자 등으로 하는 병역처분을 하는 것도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이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대법관들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당한 사유'는 특정한 입영기일에 입영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 즉 당사자의 질병이나 재난의 발생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 한정되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대법원과 헌재는 양심의 자유를 내면적 자유와 외부적 자유로 구분하고, 내면적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호되지만 외부적 자유는 다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해 왔고 이같은 법리는 유지돼야 한다"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소극적 부작위이기는 하지만 역시 자신의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행위이므로, 국가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이 사건 처벌규정 등 제재가 갖는 규범적 타당성에 비춰볼 때 다수의견이 소극적 부작위에 의한 양심실현의 자유에 대해 형사처벌을 가하는 것 자체를 마치 위헌·위법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부합하도록 충분하고 완전한 기준이 될 수도 없으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서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상황과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관한 강력한 사회적 요청 등을 감안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에 대해서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전에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급효가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해석론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은 양심의 자유 본질의 관점에서 보호되는 경우를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1050255907_14305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양심적병역거부
병역법
종교적신념
박수연 기자
2018-11-01
행정사건
[판결] 대법원 "불기소처분 결과 통지는 행정소송 대상 아니다"
검찰의 고소인에 대한 불기소 처분 결과 통지는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모씨가 광주지검을 상대로 낸 부작위위법확인소송(2017두4746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이씨의 항소를 기각해 파기자판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258조 1항의 처분결과 통지는 불기소결정에 대한 항고기간의 기산점이 되고, 같은 법 제259조의 공소부제기이유고지 제도는 고소인 등으로 하여금 항고 등으로 불복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러한 통지 내지 고지는 불기소결정이라는 검사의 처분이 있은 후 그에 대한 불복과 관련한 절차일 뿐 그것 자체가 별도의 독립한 처분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258조 1항의 처분결과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항고기간이 진행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고, 제259조의 공소부제기이유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소인 등이 검사의 불기소결정의 이유를 알 수 없어 그에 대한 불복 여부를 결정하는데 장애를 초래할 수 있게 되므로, 고소인 등이 검찰청법 제10조 6항에 따라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하여진 기간 내에 항고를 제기하지 못하여' 그 사유가 해소된 때부터 항고기간이 진행하게 될 여지가 있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청구를 각하한 1심 판결의 결론이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 제258조 1항은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 사건에 관해 공소를 제기하거나 제기하지 않는 처분 등을 한 때에는 그 처분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서면으로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제259조는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 사건에 관해 불기소 처분을 한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7일 이내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에게 그 이유를 서면으로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이씨는 2015년 4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두고 광주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공판검사가 별건 수사 중이던 다른 피의사실을 언급하자 해당 검사 등을 피의사실공표와 공무상비밀누설,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광주지검은 이씨의 고소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죄명란에 '명예훼손'이라고만 적은 처분결과통지서를 이씨에게 보냈다. 이에 이씨는 피의사실공표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대한 처분결과통지서도 보내라고 요구했으나, 광주지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은 "비록 죄명란에 '명예훼손'만 기재해 통지했더라도 고소 사건 전부에 대해 불기소처분한다는 취지로 통지한 것이므로 광주지검은 그 의무를 모두 이행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광주지검은 명예훼손죄를 제외한 나머지 고소 사실에 대한 처분결과 통지를 누락했다"며 "이씨에게는 누락된 처분결과 통지를 구할 신청권이 있다"며 1심을 뒤집고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사
고소인
처분결과통지
형사소송법
이세현 기자
2018-10-08
국가배상
행정사건
[판결] 영덕 '原電부지 매입요구訴' 각하
정부의 脫원전 정책으로 원전부지 매입이 돌연 중단되자 건설 예상 토지 소유자들이 "땅을 매입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부적법 각하됐다. 사법상 계약인 토지매매 거래에서 상대방이 매수청구에 응하지 않는다고 행정소송을 통해 부작위 위법을 다투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조모씨 등 천지원자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주변 땅 소유주 38명이 ㈜한국수력원자력(대표이사 조석)를 상대로 낸 부작위위법확인소송(2017구합182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땅 소유주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매수청구를 받고도 토지를 매입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매매계약은 사법상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 매수청구에 대한 부작위 위법 확인청구는 현행 행정소송법상 그 위법확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부작위를 대상으로 삼았다"며 "토지 소유자는 협의취득을 둘러싼 분쟁을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한수원 측에서 보상협의회를 구성해 보상절차를 진행하게 해달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토지보상법 및 그 시행령은 토지 소유자가 지자체장 또는 사업시행자에게 보상협의회 설치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9월 정부는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 324만여㎡ 부지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고시하고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땅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일부 제한했다. 이후 한수원은 2016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원전부지 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이 시행되면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한수원도 지난해 7월경 땅 주인들에게 더 이상 토지를 매입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조씨 등 토지 소유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5년간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해놓고 돌연 매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계획고시에서 밝힌 대로 토지를 매입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수원 측이 난색을 표하자 지난해 7월 "계획대로 토지를 매입하라. 보상협의회를 만들어 보상절차를 진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자력발전소
전원개발촉진법
토지매매
사법
보상
왕성민 기자
2018-05-11
민사일반
전문직직무
[판결](단독) “학교장, ‘쌍방폭행 주장’ 학폭피해신고 무응답은 위법”
학교폭력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돼 징계를 받은 학생 측이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자신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데도 학교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학교장은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생과 보호자의 모든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심사 및 응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모 고등학교 재학생 A군과 어머니가 학교장을 상대로 낸 가해학생에 대한 심의 및 조치의무 부작위 위법 확인소송(2017구합69298)에서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에게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소집을 요청할 권리와 피해사실 확인을 위해 전담기구에 실태조사를 요구할 권리 등을 부여하고 학교장에게는 학교폭력 신고 등을 받는 경우 이를 자치위원회에 지체 없이 통보하고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으로 하여금 가해 및 피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도록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치위원회는 학교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 또는 보고 받은 경우나 학교장이 요청하는 경우 회의를 소집해야 하고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가해학생에 대해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등의 조치를 할 것을 학교장에게 요청하여야 하며, 학교장은 요청에 따라 14일 이내에 해당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라고 주장하는 A군 측은 학교장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며 "따라서 이 같은 A군 측의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장의 부작위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군은 지난해 5월 같은 학교 친구인 B군과 말다툼을 하다 싸움을 벌여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A군과 그의 어머니는 같은해 6월 "B군도 (A군의) 팔을 꺾는 등 학교폭력행위의 가해학생이므로 B군에 대해서도 적정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자치위원회에 신고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아무런 답변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A군 측은 "학교가 학교폭력 피해 신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의무
응답
보호자
학교폭력예방법
학교장
학교폭력
손현수 기자
2018-03-28
형사일반
[판결] 위치추적 장치 없이 2시간 외출… 성범죄 전력자에 징역 6개월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한 지 6일만에 위치추적장치(GPS)를 휴대하지 않은 채 2시간 동안 주거지를 이탈한 성범죄 전력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전자발찌는 발목에 차는 '부착장치'와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를 확인하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 충전기능이 있는 '재택감독장치' 등 세가지 장치로 구성돼 있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 이재환 판사는 최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모(48)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2017고단4255). 이 판사는 "전자장치가 부착된 자는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 전자장치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손상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하여서는 안된다"며 "강씨는 추적장치를 휴대하지 않고 주거지를 이탈하면서 부착장치 감응범위 이탈 경보를 발생케 해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하였다"고 밝혔다. 이어 "강씨가 과거 16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보호관찰관의 경고에도 부착 1주일여만에 준수사항을 위반했다"며 "특정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는 관련법 취지를 고려해 피고인을 무겁게 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보호관찰을 받던 강씨는 지난 6월 6일 오후 4시 26분께 인천시 계양구에서 추적장치를 휴대하지 않고 2시간 가량 주거지를 이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는 전날인 5일과 6일 오전에도 추적장치를 휴대하지 않은채 주거지를 이탈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는 2015년 강제추행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고 지난 4월 20일 출소해 5월 31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했다. 한편 대법원 형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 3월 전자발찌 부착자가 위치추적장치(GPS)를 휴대하지 않고 단거리·단시간을 이동했다 하더라도 추적장치의 전자파를 추적하지 못하게 했다면 전자장치부착법 제 38조의 '기타의 방법으로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2016도17719). 대법원은 당시 "'효용을 해하는 행위'란 전자장치를 부착토록 해 위치를 추적하도록 한 전자장치의 실질적인 효용을 해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전자장치 자체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해하는 행위뿐 아니라 전자장치의 효용이 정상적으로 발휘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도 포함되며, 부작위라고 하더라도 고의적으로 그 효용이 정상적으로 발휘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경고
성범죄 전력자
전자발찌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강한 기자
2017-08-18
민사일반
[판결](단독) 콘도 객실 일부 매수 뒤 숙박 영업 할 수 있을까
이미 관광숙박업 영업신고가 돼 있는 콘도 등 숙박시설의 객실 일부를 매수한 뒤 이 객실을 이용해 숙박업을 하겠다며 별도의 영업신고를 하더라도 행정청이 중복신고를 이유로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이같은 숙박업은 객실과 접객대, 로비시설 등을 다른 용도의 시설 등과 분리되도록 따로 갖추지 못해 해당 시설의 영업주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숙박업 수리를 거부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전모씨는 2014년 7월 강원도 속초에 있는 A콘도 객실 중 4개를 사들인 다음, 이듬해 4월 자신이 산 객실을 이용해 숙박업 영업을 하겠다며 속초시에 신고했다. 그러나 속초시는 이 콘도 자체가 이미 관광숙박업소로 영업신고가 되어 있어 중복신고에 해당한다며 반려했다. 속초시는 특히 전씨의 숙박업 영업신고는 '공중위생영업장은 독립된 장소이거나 공중위생영업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 및 설비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에 반발한 전씨는 소송을 냈다. 대법원 특별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전씨가 속초시장을 상대로 낸 숙박업 영업신고증 교부의무 부작위 위법확인소송(2017두3408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중복신고라는 이유로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전씨의 신고가 공중위생법령상의 시설 기준 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속초시가 전씨의 영업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숙박업을 하고자 하는 자가 법령이 정하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행정청에 신고를 하면, 행정청은 공중위생법령 규정에 따라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야 한다"며 "행정청이 법령이 정한 요건 이외의 사유를 들어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법령의 목적에 비춰 이를 거부해야 할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법리는 이미 다른 사람 명의로 숙박업 신고가 되어 있는 시설 등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새로 숙박업을 하고자 하는 자가 신고를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며 "기존에 다른 사람이 숙박업 신고를 한 적이 있더라도 새로 숙박업을 하려는 자가 그 시설 등의 소유권 등 정당한 사용권한을 취득해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 신고했다면, 행정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리해야 하고, 단지 해당 시설에 관한 기존의 숙박업 신고가 외관상 남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공중위생법령상 숙박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법령에 정해진 소독이나 조명기준 등이 정해진 객실·접객대·로비시설 등을 다른 용도의 시설 등과 분리되도록 갖춤으로써 그곳에 숙박하고자 하는 손님이나 위생관리 등을 감독하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해당 시설의 영업주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전씨가 이 같은 요건을 갖춰 해당 시설의 영업주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신고했다면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해야 하지만, 전씨는 단지 이 사건 객실만을 이용해 숙박업을 하겠다고 신고했을 뿐 영업주체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서 속초시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전씨가 소유하고 있는 객실이 같은 층 내에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객실과 구별할 수 있는 표지 등 관련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객실만을 위한 별도의 접객대와 로비 등의 시설 및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에, 속초시가 전씨의 신고를 '숙박업을 위한 법 소정의 시설 및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취지에서 전씨의 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은 적법하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각하했다. 전씨가 항소했지만, 2심은 전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관광숙박업
영업신고
신지민 기자
2017-06-15
헌법사건
서해5도 주민들 "영해표시 명확히 해달라"… 헌재, '각하'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백령도 등 서해 최북단 5도 주민들이 영해 표시를 명확히 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지만 각하됐다. 헌재는 인천시 옹진군에 속하는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소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민 등이 낸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2조 제2항 등 위헌확인사건(2017헌마202)을 각하했다고 31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심리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영해 및 접속수역법 및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은 당사국은 통상기선으로부터 12해리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영해의 폭을 설정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면서, 서해 5도에 관해 통상기선을 적용하고 있는 바, 서해 5도 해안의 저조선으로부터 그 바깥쪽 12해리의 선까지에 이르는 수역은 국제법적으로 보더라도 영해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서해 5도에 대해 통상의 기선을 정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영해로 선포하는 행위가 없더라도, 국내법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서해 5도 해안의 저조선으로부터 그 바깥쪽 12해리의 선까지에 이르는 수역은 영해가 된다"며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불행사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를 대상으로 하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영해 및 접속수역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영해는 기선으로부터 측정해 그 바깥쪽 12해리의 선까지에 이르는 수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조는 통상의 기선은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대축척해도에 표시된 해안의 저조선으로 하되(1항), 지리적 특수사정이 있는 수역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점을 연결하는 직선을 기선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항). 그러나 이 법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영해 및 접속수역법 시행령'은 서해 5도에 대한 기점은 설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6일 "현행법령이 영해기선을 인천 옹진군 덕적면 소령도까지만 규정하는데, 서해5도 등 인천 앞바다의 영해표시가 안 돼 우리나라 영해표시기준에 공백이 있다"면서 "정부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영토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불법조업
영해표시
영해및접속수역법
중국어선
신지민
20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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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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