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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헌법사건
만취 여성 동의 없이 차에 태워 운행… '감금죄' 해당
헌법재판소가 감금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을 검찰이 불기소한 것은 피해여성의 재판절차진술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불기소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최근 여성 A씨가 검사의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으로 행복추구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2021헌마78)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50대 남성인 B씨는 2020년 9월 오전 4시 30분께 대구의 한 식당 앞을 차량으로 이동하다 만취 상태인 A씨를 발견, 그를 부축해 조수석에 태우고 출발했다. B씨는 이후 A씨가 차에서 내리려하자 A씨의 상체를 눌러 앉혀 나가지 못하게 했다. B씨는 차를 멈춘 후 A씨의 얼굴을 잡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 이후 같은 날 오전 4시 50분께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가 도착하자 A씨는 울면서 차에서 뛰쳐나와 "도와주세요, 이 사람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소리쳤다. B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검찰은 B씨가 A씨를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B씨의 감금 혐의를 부정하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B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고소를 하지 않은 범죄피해자는 고소인이 아니어서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검찰청법상의 항고, 재항고 또는 형사소송법상 재정신청 절차 등에 의한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는 "B씨는 A씨가 만취해 걸어갈 때부터 차량을 도로에 정차해 한참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A씨가 쭈그려 앉자 다가가 말을 건넨 후 뒤에서 겨드랑이에 양 손을 넣어 일으킨 뒤 차로 데려갔다"면서 "B씨가 A씨를 부축해 가는 동안 A씨의 몸이 뒤로 넘어가 있는 등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고, B씨는 A씨를 조수석에 탑승시킨 후 상당 시간 A씨의 자세를 정돈하고 밖으로 나와 있는 다리를 들어 차 안으로 넣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A씨의 동의 없이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킨 것이 인정되며, 만취한 A씨를 의사에 반해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검사는 B씨가 A씨를 차량에 탑승시킬 때 물리적인 강제력의 행사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감금죄의 성립을 부정했지만 이는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수단과 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 감금죄의 법리를 오해한 데에서 기인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취해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는 여성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목적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차량에 태워 운행하는 것이 당사자의 동의를 기대할 수 있는 행위라거나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A씨의 귀가를 도우려 했다는 등으로 변명하며 감금의 고의를 부정하는 B씨의 진술은 사건 전후 정황에 부합하지 않으며 경험칙에 반해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 관계자는 "감금의 수단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반드시 물리적인 강제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만취한 사람을 그 의사에 반해 차량에 탑승시켜 운행한 행위는 감금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감금
재판절차진술권
만취
행복추구권
박수연 기자
2021-12-03
형사일반
[판결] 제3자가 임의제출한 피의자 휴대폰서 다른 단서 발견됐더라도
불법촬영 피해자가 임의제출한 피의자의 휴대폰에서 원래 수사 대상과 다른 범행의 단서가 발견됐더라도 법원으로부터 해당 범행에 대한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8일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대학교수 A씨에게 벌금 300만원 등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그대로 확정했다(2016도348). 재판부는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피해자 등 제3자가 제출한 경우 저장된 전자정보의 제출범위에 관한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으면 전자정보의 제출 의사를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 자체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로 제한해야 한다"며 "정보저장매체 탐색·복제·출력 시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의제출자의 의사에 따른 전자정보 압수의 대상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에 한해 압수의 대상이 된다"며 "피의자가 소유·관리하는 정보저장매체를 피의자 아닌 피해자 등 제3자가 임의제출하는 경우에는 임의제출과 그에 따른 수사기관의 압수가 적법하더라도 임의제출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해 압수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등 제3자가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임의제출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 수사기관 임의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하므로 허용될 수 없고, 만약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했다면 수사기관은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법원으로부터 별도의 범죄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되는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전자정보에 대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압수수색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고,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다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했다고 해서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2013년 범행에 관한 동영상은 임의제출에 따른 압수의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2014년 범행)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 있는 전자정보로 보기 어렵다"며 "A씨의 2013년 범죄에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죄는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4년 12월 제자 B씨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던 사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B씨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 발각됐다. B씨는 현장에서 A씨의 휴대전화를 뺏아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경찰은 휴대전화에서 B씨에 대한 범행 관련 사진 등을 확보한 후 A씨의 참여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 A씨가 2013년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도 같은 방식의 범죄를 저지른 것을 확인하고 사진으로 출력해 증거로 삼았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2013년과 2014년 범행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범죄 재범예방 수강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2014년 범행 증거 확보를 위한 탐색 과정에서 이와 무관한 2013년 범행 증거를 발견했다면 그 즉시 탐색을 중단한 다음 영장을 발부받고 A씨의 참여권을 보장했어야 한다"며 2013년 동영상의 증거능력을 부인해 무죄를 선고하고 2014년 범행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 2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자 검사는 무죄 부분에, A씨는 유죄 부분에 불복해 각각 상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준강제추행
불법촬영
휴대폰
압수수색
박수연 기자
2021-11-18
민사일반
[판결]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법원에 해당조항 위헌여부 쟁점으로 소송 중이었다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다면 당해 사건 뿐만 아니라 헌재 결정 당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쟁점으로 법원에서 소송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법리가 민사사건에 적용된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다259445)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2013년 12월 철도노조 민영화 반대 파업 당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에 입주해 있던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진입해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 작전을 벌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피의자 체포·구속시 영장 없이 압수수색할 수 있는 근거규정인 형사소송법 제216조는 시간적으로 피의자를 현실적으로 체포·구속하는 경우에 한한다"며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를 찾기 위해 타인의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는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행위가 아니기에 별도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아야 하고, 장소적으로 '타인의 주거 내에서' 수색을 하는 행위에 '타인의 주거 밖에서 잠금장치를 해제·제거하면서까지 강제로 들어가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경찰들이 영장 없이 민주노총이 있는 건물에 강제 진입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2014년 3월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은 또 "경찰이 직권을 남용해 조합원들의 사무실 출입을 방해하고,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사무실에 불법침입해 집기 등을 훼손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조합원들을 연행해 불법체포·감금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구 형소법 216조 1항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 반영 1,2심은 체포 작전은 경찰의 적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심 접수(2017년 9월) 이후인 2018년 4월 헌재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1항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결정 취지를 반영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는 경우, 당해 사건 또는 결정 당시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쟁점으로 법원에서 계속중이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는 법리를 민사사건에도 적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민주노총이 경찰 직무집행의 근거가 된 형소법 제216조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은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으로서 현행 형사소송법의 관련 조항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국가상대 민노총 손배청구소송 원고패소 원심파기 이어 "헌재는 2018년 4월 구 형소법 제216조 1항 1호 중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에 관한 부분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소명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나는 것으로서 영장주의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면서 헌법불합치를 선언하며 구법 조항은 2020년 3월 31까지 적용된다고 결정했다(2015헌바370)"며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구법 조항에 근거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므로, 구법 조항 중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여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없는 경우' 부분은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개선입법 시행 전까지 적용중지 상태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개정된 형소법은 제216조 1항 1호 중 '피의자 수사'를 '피의자 수색'으로 개정하면서 단서에 '제200조의2 또는 제201조에 따라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의 피의자 수색은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한정한다'라는 부분을 추가했지만, 부칙은 소급적용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며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입법자에게 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긴 이상 개선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린 것이지만, 구법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의 구체적 규범통제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과 헌법불합치 결정 당시에 구법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치기에 형소법 부칙에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고 있지 않더라도 이들 사건에 대해 구법 조항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고, 위헌성이 제거된 형소법의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2018도13458 참고)"고 판시했다. 구 형사소송법 제216조 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영장에 의한 체포)·제200조의3(긴급체포)·제201조(구속) 또는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의 규정에 의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를 규정하고 있었다.
소급효
민사사건
헌법불합치
박수연
2021-09-27
형사일반
[판결] 대법원 "피의자가 비번 알려주지 않은 클라우드 파일, 증거능력 없다"
피의자가 경찰에 스마트폰을 임의제출하면서 스마트폰과 연결된 클라우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등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해당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4654). A씨는 채팅으로 알게 된 청소년들을 협박해 성적학대 모습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파일로 보내게 했다. 경찰은 A씨가 사용한 SNS 계정을 통해 접속 IP(인터넷 접속 주소)를 추적했고, IP 주소에 거주하는 A씨의 동생 B씨를 피의자로 특정해 B씨 이름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았다. 주민등록표상 A씨는 이 주소 거주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찰은 주민등록과 달리 B씨의 집에서 A씨가 함께 거주한다는 사실과 함께 A씨가 이 사건의 피의자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경찰은 B씨 이름으로 된 영장으로 A씨의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이후 경찰은 A씨의 직장을 찾아 A씨가 사용하는 또 다른 스마트폰을 임의제출 받았고, 이 스마트폰과 연결된 클라우드 서버들에서 A씨의 범행을 입증할 파일들을 확보했다. 이후 A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하지만, A씨 측은 B씨 이름의 영장으로 확보된 스마트폰은 증거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임의제출한 것은 스마트폰이지 클라우드에 저장된 파일은 임의제출한 것이 아니라며 위법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2심은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우선 A씨 동생 이름으로 영장을 청구해 압수한 스마트폰에서 나온 파일들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사용하려면 별도로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야 했는데, 별도 발부 없이 스마트폰에서 발견된 파일을 탐색한 것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압수·수색으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또 클라우드 파일들의 경우에는 A씨가 스마트폰을 제출하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임의로 제공한 클라우드 속 파일들만 유효한 증거로 봤다. A씨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다른 클라우드 속 파일들은 위법한 증거로 봤다. 그러면서 위법하다고 판단한 증거들과 관련된 공소사실들은 무죄로 판단해 A씨에게 1심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여앤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증거능력
클라우드
성적학대
박수연 기자
2021-08-17
민사일반
[판결] "영장심사 때 포토라인 세우면 초상권 침해"
'검사 스폰서'로 알려진 사업가가 구속영장 집행 과정에서 "검찰이 강제로 포토라인에 서게 해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검찰이 공인이 아닌 사업가에 대해 초상권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5부(이숙연·서삼희·양시훈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 및 주임검사와 수사관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나2011542)에서 최근 "국가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패소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지난 2016년 고교 동창인 부장검사에게 금전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이른바 '검사 스폰서'로 알려진 A씨는 같은 해 9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서부지법에 인치됐다. A씨는 호송차량 안에서 검찰수사관들에게 "도착하면 포토라인에 서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 이를 거부했고, "얼굴과 수갑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공받지 못했다. A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수건으로 수갑만 가린 채 호송차량에서 내렸고, 얼굴이 노출된 채 취재에 응하는 모습 등이 촬영됐다. 이후 언론에 보도된 일부 사진들은 A씨의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가 대략 식별됐다. 당시 법무부훈령인 '인권보호수사준칙'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수사과정의 촬영 등을 금지하고, 사건관계인에 대한 초상권 보호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A씨는 2019년 2월 "검찰수사관 등 국가공무원들이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얼굴이 노출된 상태에서 수갑을 찬 채 호송되는 모습을 촬영·보도하게 해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범죄사실' 자체가 아닌 그 범죄를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 즉 '피의자' 개인에 관한 부분은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할 공공성을 지닌다고 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예외는 피의자가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경우, 특정강력 범죄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을 위한 경우 등에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어떠한 의미에서도 '공인' 또는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고,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돼 공개수배 및 검거를 위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아니기 때문에 신원공개가 허용되는 예외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신원과 초상 공개를 정당화할 사유가 없으므로 A씨는 사진과 동영상 촬영으로 위법하게 초상권을 침해당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수사상황 공개금지 등의 규정을 적극적으로 위반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A씨에 대한 차폐의무가 형식적 의미의 법령이나 법무부 훈령 등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이를 용이하게 인지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비춰 중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씨가 언론사 기자에게 검찰과의 유착관계를 폭로해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했고, 호송차량에서 내린 후 바로 인치장소로 진입하지 않고 기자들 앞에 서서 다수의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며 "당시 수건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릴 수도 있었음에도 개호구를 가린 점 등에 비춰 보면, A씨가 초상의 촬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수사관들이 명백하게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검사스폰서
초상권
초상권침해
이용경 기자
2021-07-27
헌법사건
마트 포장대서 실수로 가져온 남의 사과 1개
헌법재판소가 절도의 고의 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최근 절도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 받았다며 낸 헌법소원(2020헌마157)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A씨는 2019년 10월 서울의 한 마트에서 자율 포장대 위에 놓인 사과 1봉지를 가져가 절취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형식상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로 보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헌재는 "A씨가 사건 당일 마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영수증을 살펴보면 A씨 역시 이 사건 사과봉지와 같은 사과를 구입했음을 알 수 있다"며 "A씨가 사건 당시 노령이고 후두암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과 신체가 몹시 불편했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A씨가 자율 포장대에서 식료품을 포장하면서 순간적으로 이 사건 사과봉지를 자신이 구입한 사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신문조서를 제외할 경우 A씨에게 절도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는 CCTV 영상 캡처 사진이 있으나, 사진을 보더라도 A씨가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거나, 이 사건 사과봉지를 유심히 살펴보거나, 자신이 구입한 사과와 비교해 보는 등 A씨에게 미필적으로라도 절도의 고의를 인정할 사정은 찾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검찰은 A씨가 '순간적인 욕심'에 따라 범행을 일으켰다고 판단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이는 경찰의 수사기록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탓에 청구인의 내심의 의사를 막연히 확장 해석한 결과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복추구권
절도
기소유예
마트절도
절취
박미영 기자
2021-07-05
형사일반
[판결] '고려대 NH회 사건' 마지막 피해자, 재심서 무죄
유신정권 첫 대학 공안 조작 사건인 '고려대 NH회'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고 억울한 수감 생활을 했던 70대 피해자에게 약 48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24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던 양모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2020재고합15). 양씨는 지난 1973년 고려대 NH회에 가입해 활동한 혐의로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반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양씨는 "당시 중앙정보부의 불법체포 및 구금이 있었고, 중정 수사관들의 가혹행위와 강요에 의해 허위 진술을 하게 됐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에서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며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내용 중에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받으면서 작성한 진술임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증거를 아무리 살펴 봐도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중앙정보부는 유신 시절이던 1973년 당시 고려대 학생들이 'NH회'라는 지하 조직을 만들어 민중 봉기를 일으키고,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양씨를 비롯한 10여명을 불법 체포 및 구금했다. 앞서 고려대 NH회 사건에 연루된 다른 피해자 10명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 받았는데, 양씨에 대한 이번 재심 판결로 고려대 NH회 사건 피해자 11명 모두가 누명을 벗게 됐다.
반공법
공안조작사건
유신정권
수감생활
이용경 기자
2021-06-24
형사일반
[판결](단독) 발부된 지 만 3일 지난 후 집행된 구속영장
현행범으로 체포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만 3일 지난 뒤 집행된 것은 위법하지만 이로 인해 방어권이나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다면 상고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공연음란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20도16438). A씨는 2020년 2월 6일 자신이 거주하는 고시텔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뒤 고시텔 내에서 다른 거주자의 출입을 방해하고 큰소리를 쳐 소란을 일으킨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이튿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토요일인 2월 8일 법원 영장심사가 실시돼 당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구속영장 유효기간은 2월 14일까지였다. 검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곧바로 경찰에 구속영장 집행지휘를 했다. 그런데 경찰은 영장이 발부된 지 3일이 지난 2월 11일에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하고 수사를 한 다음 A씨를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A씨를 마약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2심에서 A씨는 구속영장의 집행이 늦어졌다며 구속절차가 위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은 "유효한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유효기간 내에 집행됐다"면서 "구속영장의 집행이 통상의 경우보다 다소 늦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구속절차가 위법하다거나 A씨에 대한 구속이 불법구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경찰의 구속영장 늑장집행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정한 적법절차와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하면 법관이 검사의 청구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의 구금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는 지체 없이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집행해야 한다"며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의 제시와 집행이 그 발부 시로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시간이 지체돼 이뤄졌다면 구속영장이 그 유효기간 내에 집행됐다고 하더라도 위 기간 동안의 체포 내지 구금 상태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해당 사건의 수사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같은날 검찰청에 반환돼 검사의 집행지휘가 있었는데도 사법경찰리는 그로부터 만 3일 가까이 경과해 구속영장을 집행했으므로 사법경찰리의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은 지체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고기각 원심 확정 또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경위에 대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주말인 토요일에 법원에서 발부돼 송치담당자가 월요일 일과 시간 중 검찰에서 이를 찾아왔는데, A씨 사건 담당자가 그날 외근 수사 중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화요일에 구속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이는 구속영장 집행절차 지연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정당한 사유없이 지체된 기간 동안의 A씨에 대한 체포 내지 구금 상태는 위법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A씨의 신병확보를 위한 구금 등의 처분에 관한 절차가 법령에 위반된 경우에는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그 구금 등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만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어 독립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구속영장
외근
업무방해
공연음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박미영 기자
2021-06-24
민사일반
[판결] '간첩조작 사건'으로 복역 중 사망… "국가, 13억여원 배상하라"
50년 전 간첩 혐의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중 교도소에서 숨진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국가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재판장 한정석 부장판사)는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복역 중 사망한 A씨의 유족들과 B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합601959)에서 최근 "국가는 13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970년 12월 간첩사건에 연루된 A씨와 B씨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검거돼 이듬해 1월 각각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에 영장 없이 연행된 간첩 피의자 C씨가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진술서와 피의자신문 조서 등을 증거로 삼아 이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는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B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A씨는 항소심에서도 1심과 동일한 형이 유지됐고, B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이후 B씨는 1971년 9월 석방됐지만,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된 A씨는 교도소에서 복역 중 1977년 2월 고문 후유증 등으로 사망했다. 이후 A씨의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5월 "A씨에 대한 검거 및 구속영장 발부는 불법구금된 C씨의 수사기관 진술에 기초해 이뤄진 사실 등을 고려해 형사소송법 제420조의 재심사유가 있다"며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2020년 5월 "A씨에 대해 고문 등 자백강요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A씨와 C씨의 경찰 및 검찰 자백은 고문 등으로 임의성 없는 심리 상태로 이뤄져 증거능력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8재고합8). B씨도 재심을 청구해 같은 해 8월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2018재노48). 이후 A씨와 B씨의 유족들은 같은 해 11월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의 확정 판결까지 받았으나 재심절차에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의 '피고 사건이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유죄 판결에 의한 복역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C씨를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A씨와 B씨를 체포·구속한 뒤 수사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해 임의성 없는 자백 등을 바탕으로 기소 및 유죄판결이 선고되도록 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A씨와 B씨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의 가족들은 재심 판결이 확정된 2020년 6월까지 약 50년 가까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정신적 고통 등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B씨의 형제자매들도 사회적 편견 등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는 A씨와 B씨의 유족들에게 지급된 형사보상금을 공제한 위자료 총 13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국가보안법
간첩
교도소
국가배상금
이용경 기자
2021-06-21
민사일반
[판결]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재심 무죄 확정일 기준
군사정부 시절 공안조작 사건 가운데 하나인 1987년 재일동포 간첩 사건에 연루된 남편 때문에 수사기관에 불법구금돼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불법행위인 구금이 해소된 때로 보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소멸시효 기산점을 남편이 재심 판결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때로 봐야 한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장의균씨 부부와 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다206564)에서 최근 원고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장씨는 일본에서 유학하면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소속인 북한 출신 조선인들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1987년 7월 구속기소돼 1988년 8월 징역 8년과 자격정지 8년형이 확정됐다. 1995년 8월까지 복역하고 만기출소했다. 당시 장씨는 국가안전기획부 등에 영장 없이 불법 연행돼 감금된 상태에서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의 부인 윤모씨와 민주동우회 간사였던 한씨 역시 영장 없이 임의동행 형식으로 강제연행돼 구금 상태에서 조사 받았다. 윤씨는 입건되지 않았고, 한씨는 불고지죄로 검찰에 송치됐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장씨의 재판에서 윤씨와 한씨의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됐다. 장씨는 이후 재심을 청구해 2017년 12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2018년 5월 장씨는 윤씨, 한씨와 함께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윤씨는 장씨의 배우자로서 받은 정신적 고통 등에 대해서도 함께 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국가는 장씨에게 8억원을, 윤씨에게 2억원을, 한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윤씨와 한씨는 불법구금 상태가 해소된 1987년 7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인식할 수 있었다"며 "윤씨와 한씨의 피해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으로 인한 것으로서 이들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와 장씨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는 별개인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청구권은 이로부터 3년이 지나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씨와 한씨가 국가의 불법구금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배상을 청구한 부분은 기각했다. 다만 윤씨에 대해서는 윤씨가 장씨의 배우자로서 위자료를 청구한 부분만 인용해 "국가는 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장씨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시 장씨 등에 대한 불법적인 수사 목적의 동일성, 이들 사이의 인적 연관성 및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장씨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이 취소된 이후에야 이들이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형사 재심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한 이상 윤씨와 한씨의 청구에 관해 단기소멸시효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윤씨와 한씨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심을 통해 장씨에 대한 유죄 확정 판결을 취소하는 법원의 공권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윤씨와 한씨가 수사 당시의 불법구금이나 가혹행위를 주장하면서 독자적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장씨에 대한 불법행위와 마찬가지로 윤씨와 한씨에 대한 단기소멸시효도 장씨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기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윤씨와 한씨의 원심 패소 부분을 파기했다.
재일동포간첩사건
가혹행위
국가배상
간첩
박미영 기자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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