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아닌 결정·명령에 대한 항고는 당사자가 법원으로부터 결과를 고지받기 전에도 항고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으로는 법원의 가처분·가압류 결정, 보석, 집행정지명령 등의 사건에서 당사자가 결과를 고지받지 못하더라도 바로 항고가 가능하게 됐다.
판결과 달리 선고가 필요하지 않은 결정·명령과 같은 재판은 당사자에게 고지돼야 효력이 발생한다. 기존 대법원 결정은 당사자가 고지를 받기 이전에 한 항고는 적법한 신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은 결정·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성립하기만 해도 당사자의 항고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8일 최모씨가 손모씨를 상대로 낸 주식압류명령 가처분신청 상고심(2014마667)에서 기각결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일단 결정이 성립하면 당사자가 법원으로부터 결정서를 송달받는 등의 방법으로 결정을 직접 고지받지 못한 경우라도 결정을 고지받은 다른 당사자로부터 전해 듣거나 다른 방법에 의해 결론을 아는 것이 가능하다"며 "본인에 대해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 불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성립한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즉시항고가 항고인에 대한 결정의 고지 전에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부적법하다고 한다면, 항고인에게 결정의 고지 후에 동일한 즉시항고를 다시 제기하도록 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 된다"며 "이미 즉시항고를 한 당사자는 그 후 법원으로부터 결정서를 송달받아도 다시 항고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다시 즉시항고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는 이미 즉시항고 기간이 경과하여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과 달리 선고가 필요하지 않은 결정이나 명령은 원본이 법원사무관 등에게 교부되었을 때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하고, 일단 성립한 결정은 결정법원이라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없다"며 "결정법원은 즉시항고가 제기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일단 성립한 결정을 당사자에게 고지해야 하고, 재판기록이 항고심으로 송부된 이후에는 항고심에서의 고지도 가능하므로 결정의 고지에 의한 효력 발생이 당연히 예정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희대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민사소송법 제444조1항은 즉시항고는 재판이 고지된 날부터 1주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사집행법 제15조2항은 항고인은 재판을 고지받은 날부터 1주 내에 항고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하도록 했다"며 "이 규정은 즉시항고 기간이 끝나는 것뿐만 아니라 시작하는 기간도 규정한 것으로 새겨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효력이 없는 재판을 다툰다는 것은 상고제도의 본질에 반하고, 소송절차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민사소송제도 전반의 효율적인 운용을 방해하게 될 것이므로, 결정이 송달돼 효력이 발생한 후에만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2011년 10월 손씨가 소유한 주식 3만주에 대해 압류 명령을 신청했다. 1심은 2012년 7월 12일 최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식압류결정을 했다. 손씨는 같은 달 24일 즉시항고를 제기했는데, 이 때는 아직 손씨에게 법원의 결정이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다.
즉시항고를 맡은 항소심은 "결정은 당사자에게 고지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데, 아직 손씨에게 결정이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항고권도 발생하지 않는다"며 즉시항고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