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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채석허가에 따른 적지복구상의 산림소유자의 법적 지위
Ⅰ. 事實關係 (산림소유자인) 원고는 1986. 10.경 인천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8, 418, 418-2, 416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에 대한 채석허가명의자인 소외 김용으로부터 채석허가명의를 양도받은 후, 수 차례 연장허가를 받아 채석을 하여 오던 중, 1994. 8. 2. 채석허가 명의를 소외 창석개발주식회사로 변경하여 동 회사로 하여금 토석을 채취하게 하였다. 그 후, 원고는 위 창석개발주식회사의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자 1997. 2. 18. 피고(강화군수)로부터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토석채취 및 반출기간을 1997. 2. 18.부터 1998. 2. 28.까지로 하는 채석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원고는 1997. 2. 24. 소외 주식회사 서경산업과 이 사건 임야에 대하여 채석허가명의를 변경하여 주기로 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효신개발주식회사와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전대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위 채석허가권을 효신개발에게 양도하였다. 해서 채석수허가자 명의가 효신개발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그 후 이사건 임야에 인접한 인천 강화군 양사면 인화리 산 467-1 임야의 소유자인 소외 김평겸이 피고에게 위 채석허가지의 토석채취 작업으로 인하여 위 인하리 산 467-1 임야에 소재한 분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피고는 1997. 7. 18. 효신개발에 대하여 부분적지복구를 명하였으나, 효신개발이 이를 계속 지연하던 중 이 사건 임야에 대한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되었다. 위 채석허가기간이 만료될 경우 효신개발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의 승인을 받은 다음 적지복구공사를 시행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8. 10. 28. 복구설계서를 작성하여 효신개발에 대하여 적지복구를 명하였다. 그러나 효신개발이 다시 이를 이행하지 아니함에 따라 피고는 1999. 3. 10. 위 채석허가자 명의변경신청 당시 효신개발이 예치하여 두었던 적지복구비 금 215,326,000원을 한국보증보험주식회사로부터 인출한 다음 효신개발이 지정하는 자로 하여금 적지복구를 대행하게 하기 위하여 효신개발에 사업시행자지정을 통보하였다. 그러자, 효신개발은 서경산업에 적지복구시행자의 지정을 위임하였고, 서경산업은 1999. 5. 17. 피고에게 소외 태궁임업주식회사를 적지복구시행자로 지정하여 보고하였다. 그에 따라 피고는 위 태궁임업에게 적지복구명령을 하면서 적지복구설계서의 제출을 명하자, 태궁임업은 복구설계서를 제출하여 피고로부터 승인을 받은 다음 위 설계서에 따라 복구공사를 시행하였다. 그 후, 피고는 적지복구공사가 완료된 후 1999. 12. 17. 태궁임업으로부터 하자보증서 및 이행각서를 제출받은 후 적지복구준공통보를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02. 5.경 위 태궁임업이 제출한 복구설계서는 당초 효신개발이 적지복구명령을 받은 부분을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피고에 의하여 승인을 받았고, 복구설계서에 따른 시공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복구준공통보가 되었다며 피고에게 위 태궁임업에 대한 복구설계서의 승인 및 복구준공통보(이하 ‘복구준공통보등’이라 한다)를 취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2002. 5. 24. 이를 거부하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Ⅱ. 判決要旨 국민의 적극적 행위신청에 대한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산림법령에는 채석허가처분을 한 처분청이 산림을 복구한 자에 대하여 복구설계서승인 및 복구준공통보를 한 경우 그 취소신청과 관련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원래 행정처분을 한 처분청은 그 처분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스스로 이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그와 같이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해관계인에게 처분청에 대하여 그 취소를 요구할 신청권이 부여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처분청이 위와 같이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없이 한 이해관계인의 복구준공통보 등의 취소신청을 거부하더라도, 그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Ⅲ. 問題의 提起 사안에서 원고가 ‘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해 직접적인 취소소송을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직권취소를 구한 다음 그 거부를 소송대상으로 삼았다. 즉, 기본적으로 3극관계를 바탕으로 원고가 행정청으로 하여금 제3자(여기선 태궁임업)에 대해 일종의 행정개입(‘복구준공통보등’에 대한 직권취소)을 구한 것이다. 그 결과 사안에서 관건은 거부처분의 성립여부이다. 여기서 판례는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 이래 확고한 거부처분의 인정공식(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에 의거하여 논증을 한 즉, 신청권의 결여로 거부처분의 존재를 부인한다. 사실 법원은 거부처분취소소송에서 대상적격성의 물음과 원고적격성의 물음을 混入시켜 그 자체론 후자를 문제 삼지 않는다. 그리고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의 경우에도 양자의 물음을 구분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계시켜 논증하고 있다(참조: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두11455 판결 등). 거부처분을 신청권의 존재에 연계시킨 데 대해선, 행정법문헌상 심대한 비판이 가해진다. 그런 문제인식에서 대법원이 마련한 행정소송법개정안에선 나름의 개선방안이 강구되었다. 즉, 거부처분 및 부작위와 관련해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에로의 연계를 애써 단절하기 위해서, 거부행위를 단순한 ‘신청의 거부’에 초점을 맞추며(동개정안 제4조 제3호), 부작위의 개념정의에서도 “처분을 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하였다(동개정안 제2조 제1항 제2호). 요컨대 신청권의 존재를 거부처분인정에 연계하든 전적으로 원고적격의 물음으로 보든, 여기서의 관건은 신청권의 존부 여부이다. 왜냐하면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선 당연히 그 신청의 자격을 논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Ⅳ. 原告의 申請權의 存否에 관한 檢討 대상판결의 1심인 인천지방법원 2003.2.11. 선고 2002구합2448 판결은, “산림법의 입법목적이나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에 비추어 볼 때, 채석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 복구비용을 예치하게 하고, 채석허가에 따라 형질변경된 산림에 대하여 채석허가자나 그 대행자로 하여금 복구설계서를 제출하게 하여 이를 승인하고, 복구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채석허가에 따른 산림의 형질변경으로 인해 우려되는 낙석이나 토사유출 등 재해위험을 방지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일 뿐 산림의 소유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해나 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가사 복구설계서나 복구준공에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산림의 소유자가 그 복구설계서의 승인이나 복구준공통보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규상 또는 조리상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를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03.12.4. 선고 2003누4609 판결)과 대상판결이 그대로 따랐다. 산림복구에 관한 제반규정이 산림소유자와 같은 사인의 이익을 위한 보호규범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보호규범성의 부인을 바탕으로 신청권의 결여를 논증하였다. 이는 두 가지 측면(보호규범론과 행정개입청구권)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선, 이들 복구관련 규정 자체의 사익보호성여부의 물음과는 별도로, 산림소유자가 과연 그 보호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 채석허가는 자연생태계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문언상의 표현(허가)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예외적 승인에 가깝다. 그것의 금지지향적인 성격을 감안한 즉, 국토나 자연보전과 같은 공익은 물론 주민의 주거나 환경상의 이익과 같은 사익을 뒤로 물릴 수 있는 상황만이 그것의 발급을 정당화시킨다. 따라서 그 요건에서 주민의견의 수렴절차를 두고 있듯이(구 산림법 제90조의2 제6항 제3호),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와 관련한 제 규정이 전적으로 공익만을 보호한다는 것은 용인되기 어렵다. 즉, 인근 주민으로선 아무런 문제없이 채석허가는 물론 ‘복구준공통보등’을 다툴 수 있다(판례는 환경과 관련한 행정법규에 대해서 광범한 사익보호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두2970 판결 등). 문제는 산림소유자가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산림소유자가 채석허가명의자이자 적지복구책임자인 경우는 당연히 논외이지만, 채석허가의 양도에 따라 양자간에 분리가 일어난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구 산림법시행규칙 제95조 제1항 제3호나 현행 산지관리법시행규칙 제24조 제1항 제3호는 공히 채석허가의 신청에 “산림의 소유권 또는 사용·수익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1부”를 요구한다. 따라서 채석허가는 기본적으로 산림의 소유권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허가명의변경을 통한 양도가 허용된다. 이런 법체계에서 산림소유자로선 형질변경된 산림의 복구와 관련해선 당연히 직접적 이해를 갖는다. 즉, 복구관련 규정이 보호하는 인적 범주에 산림소유자도 포함된다. 다만 신의·성실의 원칙상 산림소유자의 경우엔 인근주민보다 권리남용의 비난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가령 모순된 행위를 한다거나(禁反言의 원칙). 보호규범의 위반이 전체적으로 미미한 정도라서 보호할 만한 그 어떤 이익도 없음이 명백한 경우( “생트집금지”(Schikaneverbot))가 그에 해당한다(상세는 졸고, 建築法上의 鎭壓的 介入手段을 통한 隣人保護에 관한 小考, 공법연구 제29집 제3호 2001.5, 361면 이하). 행정개입청구권과 관련해선 우선 개입수권의 근거가 문제되지만, 개입의 방식이 행정행위의 취소인 경우에는 그렇지 아니 하다. 왜냐하면 위법한 행정행위를 취소함에 있어서 특별한 근거가 요구되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물음은 行政行爲의 廢止(취소·철회)에 따른 (광의의) 재심사의 문제가 되어 버린다. 行政行爲의 廢止와 그에 따른 재심사는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며, 불가쟁력의 발생과도 무관하다. 오늘날 독일의 다수 경향은 주관적 공권과 그것의 요건에 관한 논의에 바탕을 두고서 (원고적격의 물음을 위한 단초로서의 의미만을 지닌) 무하자재량행사청구권의 성립을 당연히 인정하되, 주관적 공권상의 관련성을 그 요건으로 든다(Vgl. Kopp/Ramsauer, VwVfG, 8. Aufl., 2003, §48 Rn.51). 그들로선 재심사의무와 재심사청구권을 발생시키는 ‘재량영으로의 축소’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그리하여 선행 행정행위의 위법성만으론 취소·철회의무를 성립시키는 데 충분치 않고, 당초 결정의 유지가 전적으로 수인할 수 없는 경우에 그것이 인정되었다(BVerwG NVwZ1985, 265). 이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엔 취소에 관한 신청권의 부재를 이유로 초입단계에서 이미 논의가 원천봉쇄되어 버린다. 신청권에 대해 실질적 권리(청구권)인양 과잉의미를 부여하면서, 상대방 등에게 (토지형질변경행위허가의) 철회·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7.9.12. 선고 96누6219 판결도 이를 웅변한다. 명문상으로도 그 같은 신청권이 존재할 가능성이란 殆無하다. Ⅴ. 맺으면서-拔本的 自己否定을 기다리며- 일찍이 필자는 새만금판결(大法院 2006.3.16. 2006두330판결, 서울고법 2005.12.21. 2005누4412판결, 서울행법 2005.2.4. 2001구합33563판결)을 두고서, 행정개입청구권의 법리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개입수권규정에 대한 접근에서 결과적으로 기왕의 입장(대법원 1997. 9. 12. 선고 96누6219 판결; 1999. 12. 7. 선고 97누17568判決)에서 벗어났다고 호평하였다. 아울러 行政介入請求權과 行政行爲의 再審의 法理에 관한 단초가 제공되는 모멘텀이 마련됨으로써, 행정법이론의 패러다임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 예측하였다(상세는 졸고,「行政介入請求權의 認定과 관련한 法的 問題點에 관한 小考」, 저스티스 제86호, 2005.8., 216면 이하;「새만금간척사업判決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법률신문 제3338호, 2005.2.14.; ‘새만금판결’의 행정법적 의의에 관한 소고, 법률신문 제3456호, 2006.5.18.). 그러나 行政行爲의 再審 및 行政介入請求權의 法理를 원천 부정하는 셈인 96누6219 판결과 97누17568 판결을 적시하여 참조한 대상판결은, 이런 기대를 부질없게 만든다. 심지어 새만금판결조차도 법원의 용기있는 자기부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일회적인 자기일탈의 소산으로 여겨진다. 이런 난맥의 초기조건은, 바로 거부처분 및 부작위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의 원고적격의 문제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음에 있다. 설령 의무이행소송을 도입하더라도, 신청권에 관한 기왕의 이해가 拔本的으로 바뀌지 않고선, 그것을 통한 권리보호의 효과는 별반 크지 않다. 왜냐하면 어제의 법원이, 오늘의 법원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법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능성이론, 수범자이론, 보호규범이론에 관한 전향적이고 세심한 고찰을 바탕으로 한, 원고적격에 관한 새로운 이해가 절실하다.
2007-06-18
주주제안을 거부한 이사회의 위법여부 및 그에 대한 가처분
I.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피신청인 회사는 증권거래법상 주권상장법인이며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회사의 발행주식총수 중 1,000분의 10 이상인 2.56%에 해당하는 주식을 2007. 1. 30. 기준으로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보유하고 있는 피신청인 회사의 주주이다. 신청인들은 2007. 3. 16. 자 정기주주총회 6주 전인 2007. 1. 30.경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들에 대하여 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10인과 감사 1인의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하면서, 위 의안의 요령을 상법 제363조에서 정하는 통지와 공고에 기재할 것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회는 2007. 2. 22. 위 의안을 이 사건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지 아니한 채 주주총회의 소집결의를 하고 그에 따른 소집통지와 공고를 하였다. 이에 신청인들은 피신청인 회사를 상대로 위 의안을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하고, 그에 따른 소집통지와 공고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제기하였다. II. 대상 결정의 요지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에 규정된 주주제안거부사유들은 주주제안권의 명백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 규정으로서 마련된 것이므로, 그 남용의 위험이 명백하지 않는 한,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의 폭넓은 실현을 위하여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될 실익이 없거나 부적합한 사항’이라 함은 이미 이익이 실현되었거나 회사 이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항, 영업관련성이 없는 사항 또는 주식회사 본질에 적합하지 않은 사항 등으로서 형식적 판단에 의해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이 되기에 적당하지 아니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사 또는 감사의 선임을 내용으로 하는 의안이 그 자체로서 주주총회의 의결대상이 되기에 실익이 없다거나 부적합하다고 할 수 없다. III. 대상 결정의 검토 대상 결정은 이사회의 주주제안 부당거절시 법원을 통한 구제방법에 대해 중요한 선례가 될만한 결정이고, 실제 본 결정으로 인해 신청인들이 주주제안한 의안은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추가되었다. 이하 두 가지 논점에 한정하여 본 결정을 검토한다. 1. 주주제안 부당거절에 대한 가처분신청의 가부 및 그 피신청인 적격 회사가 부당하게 주주제안을 거절한 채 총회를 개최하려 하는 경우, 주주제안을 한 소수주주가 주주총회 결의 전에 사전적으로 가처분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그동안 명시적으로 이를 다룬 판결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실무상 가처분의 피신청인적격 및 신청취지를 어떻게 구성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였다. 일단 피신청인적격자와 관련하여 의안상정의무의 실체적 이행의무자를 회사로 볼 것인지에 관해 견해가 대립하였다. 상법 제363조의2,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문언상 소수주주에 대해 의안상정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이사회 또는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한 개별이사들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본 결정의 피신청인 회사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신청인의 가처분 신청은 당사자적격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또한 상법 제366조에 의하면 소수주주가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을 하여 법원의 허가를 얻는 경우 주주가 직접 총회소집을 할 수 있는 반면, 주주제안권에 관한 상법 및 증권거래법의 규정상 이와 달리 소수주주에게 직접 의안상정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주주제안권의 부당거절에 대해 의안상정 등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의안상정 및 주주총회 소집통지 공고는 여전히 회사의 이사회를 통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인의 기관에 불과한 이사회는 소송상 당사자능력이 없다고 할 것이고, 의안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한 개별이사들이 실체적 이행의무자라고 한다면 개별 이사가 주주제안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주주제안을 의안으로 상정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의사의 진술을 하였음에도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이를 의안으로 상정하도록 강제하는 의사의 진술을 명하는 형태의 가처분이 가능한지 여부가 문제될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반대의 견해가 없지는 아니하나, 민사소송법 제695조 제1항 규정상 판결 확정 전에는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을 할 수 없고, 가처분으로 의사표시를 명하여도 그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으며 의사표시가 된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가처분은 실효가 없을 것이므로 이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하는 견해가 다수설로 보인다. 이에 의하면 개별 이사들을 상대로 의안상정을 명하는 형태의 의사표시를 명하는 가처분은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의하면 주주제안을 부당거절당한 소수주주의 가처분신청을 통한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이사회가 경영정책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독점함으로 인해 생기는 폐해를 해결하고 소수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주주제안제도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주주제안 부당거절에 대하여 가처분을 통하여 소수주주를 구제하여야 할 정책적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상 결정은 가처분의 본안소송 피고적격자는 회사이므로 피신청인적격 역시 회사에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가처분의 피신청인적격을 회사에게 인정하였다. 주주총회의 효력을 다투는 본안소송의 피고적격이 회사에게 있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라 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으나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소송의 피고적격자를 회사에게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물론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소송이 이행의 소라면 이행의 소의 피고적격은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자에게 있으므로 위와 같이 의안상정을 구하는 소수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한 경우 회사에게 피고적격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나, 이와 같은 논리라면 소수주주가 개별 이사들을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한 경우 개별 이사들에게 피고적격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또한 만약 회사가 실체적 의안상정의무이행자가 아니라면 결국 회사를 피고로 한 그 본안소송은 청구기각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이사회가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하는 기관임은 분명하나, 이사회는 주주제안의 내용이 명백히 법령상 주주제안 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사회의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의해 주주제안을 거부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주주제안에 있어서 이사회의 의안상정권은 위와 같은 범위 내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주주제안이 거부당하여 그에 관한 소송이 법원에 제기되고 이에 따라 법원이 주주제안된 의안을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것을 명하는 경우 그 의안상정의무는 더 이상 이사회가 아니라 회사 자체가 부담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주주제안의 부당거절시에는 실체법적으로도 의안상정 의무자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나, 대상 결정이 의안상정을 구하는 본안 소송의 피고적격자는 개별 이사가 아닌 회사라고 설시한 것이 이러한 의미인지에 관해서는 더 자세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후속 판례 및 학설의 논의로 이 점이 좀 더 풍부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2. 주주제안거부 사유의 엄격한 해석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제3항 및 동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의 규정은은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사회는 위 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독자적인 경영판단에 의해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그러나, 상법 및 증권거래법이 정하고 있는 주주제안거부사유들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명확하여 주주제안권의 실효성을 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특히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제6호에 기재된 사유 중 하나인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실익이 없거나 부적법한 사항’은 이를 광의로 해석한다면 주주총회에 상정해 보아야 결의될 가망성이 없는 사항까지 포함되어, 결국 주주제안의 허용 여부에 관해 이사회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줌으로써 주주제안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비판되어 왔다. 본 결정은 ‘주주총회의 의안으로 상정할 실익이 없거나 부적법한 사항’이라는 사유를 주주제안거부사유의 추상적인 일반규정으로 보고, 이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차단하지 위해 더욱 엄격한 해석이 요청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 특히, 본 사안에서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회는 주주제안이 부실경영을 야기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배제된 전 대표이사가 이사 후보로 되어 있어 회사의 발전과 주주 권익을 침해할 상당한 우려가 있어 주주제안을 거부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이러한 사유는 주주제안거부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일단 주주총회에 상정하여 주주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표결을 통해 경영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 주식회사의 본질에 비추어 바람직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 보호를 위해 주주제안거부사유를 엄격히 해석하여야 함을 전제로 증권거래법 제191조의14, 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의21 제3항 각호에 규정된 제안거부사유에 명백히 해당하지 않는 한 회사는 이를 주주총회 목적사항으로 상정하여야 한다고 본 결정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입법론적으로는 주주제안권의 실효성을 저해할 수 있는 현행 상법 및 증권거래법상의 주주제안거부사유를, 주주제안권의 남용으로 인한 회사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으면서도 주주제안 제도의 긍정적 효과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로 개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인다.
2007-04-16
건물공사 중 건축주가 변경된 경우 건물 소유권의 원시취득 시기
Ⅰ. 사실관계 대상 판결에서 문제가 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8층의 아파트 및 판매시설인 소위 주상복합건물로서, 피고 주식회사 동신주택이 1992. 2.경 6층 골조공사까지 마친 후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1992. 9.경 소외 주식회사 백상주택건설이 매매대금을 건물 완공 후 아파트 일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 동산주택에게 이전해 주는 것으로 갈음하기로 하고 신축 중인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공사를 진행하다가 다시 부도가 나 위 약정기한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1994. 4. 피고 동신주택은 이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은 매매계약 해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사를 진행하다 1994. 10.경 공사를 중단하였다. 백상주택건설의 공사 중단 당시 이 사건 건물 중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은 18층까지 골조공사, 17층 일부 벽면까지 조적공사, 16층 일부까지 미장공사가 되어 있었고, 7층 구조의 우측 부분은 7층까지의 골조 및 조적공사, 지붕 및 옥상공사가 되어 있었으나, 18층 구조의 좌측 부분의 옥상 지붕공사, 17층 일부 및 18층 전체의 조적공사는 되어 있지 않았고, 건물 전체적으로 일부 배선설비 외에는 전기설비공사가 대부분 시공되지 않았고, 외장 및 실내공사, 난방, 상·하수도 배관설비공사 등은 전혀 시공되지 아니한 상태였다. 원고 주식회사 삼원주택은 1998. 8. 28. 피고 동신주택으로부터 위와 같은 상태에 있던 이 사건 건물을 양수받아 이 사건 건물 공사를 재개하여 18층 지붕공사 및 17층까지를 포함한 조적공사 및 전체 건물의 외장공사 및 실내공사 등 전체적인 잔여 공사를 시행해 이 사건 건물을 완공했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건물이 설계도상 처음부터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고 그 내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에 건축주의 사정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그와 같이 중단될 당시까지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제3자가 이러한 상태의 미완성 건물을 종전 건축주로부터 양수해 나머지 공사를 계속 진행한 결과 건물의 구조와 형태 등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는,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고, 건축허가를 받은 구조와 형태대로 축조된 전체 건물 중에서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있던 층만을 분리해 내어 이 부분만의 소유권을 종전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 또한,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Ⅲ. 미완성 건물의 완성과 소유권 귀속에 관한 종전 판례 1. 종전 판례의 일반적인 법리 건축주의 사정으로 건축공사가 중단되었던 미완성의 건물을 양도받아 나머지 공사를 마치고 완공한 경우,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대법원 1993. 4. 23. 선고 93다1527·1534 판결, 대법원 1997. 5. 9. 선고 96다54867 판결, 대법원 1998. 9. 22. 선고 98다26194 판결, 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때 사회 통념상 독립된 건물이라 하기 위하여는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53006 판결, 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판결 등 다수). 2.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 일부의 기둥·주벽·슬라브 등이 완성된 구체적 사례 종전에 대법원은 건축허가상 계획된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며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 사건 공작물은 위 경락 당시 지하 1, 2층 및 지상 1층까지의 콘크리트 골조 및 기둥, 천장(슬라브)공사가 완료되어 있고, 지상 1층의 전면(남쪽)에서 보아 좌측(서쪽) 벽과 뒷면(북쪽) 벽 그리고 내부 엘리베이터 벽체가 완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공작물은 최소한의 지붕과 기둥 그리고 주벽(主壁)이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어서 미완성 상태의 독립된 건물(원래 지상 7층 건물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상 1층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임이 분명하다)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판결) 「지하 3층 지상 12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신축 중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후 신축 건물이 경락된 경우 신축 건물이 경락대금 납부 당시 이미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기둥, 주벽 및 천장 슬라브 공사가 완료된 상태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하 1층의 일부 점포가 일반에 분양되기까지 하였다면, 비록 토지가 경락될 당시 신축 건물의 지상층 부분이 골조공사만 이루어진 채 벽이나 지붕 등이 설치된 바가 없다 하더라도, 지하층 부분만으로도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축 건물은 경락 당시 미완성 상태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건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건물이 건축허가 및 설계도상 여러 층으로 건축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을 경우에는 제3자가 미완성 건물을 양수하여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하였을 때 그 구조와 형태가 원래의 설계 및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건물 전체를 하나의 소유권의 객체로 보아 그 제3자가 그 건물 전체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여, 건물의 일부만이 기둥·주벽·지붕이 건축되었을 때 그 건물이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그 건물의 일부도 원래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위의 종전 판례들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은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것으로 건축주가 1회 변경된 사안으로 대상 판결의 경우 건축주가 2회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그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한편 대상 판결의 원심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어서 일반적인 독립건물의 경우에는 종전의 판례와 같은 결론에 이를 수 있으나, 각 구분소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집합건물에서의 ‘독립한 건물’의 개념은 1동의 건물 전체가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구분소유권의 목적인 각 세대별 구분건물 부분도 독립한 건물로 볼 수 있을 정도의 구조상·이용상의 독립성이나 개별성을 갖춘 후에야, 비로소 집합건물로서 ‘독립한 건물’의 물리적 완성도를 갖추었다고 보아야 한다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있어서는 결론적으로는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일반적인 독립건물과 집합건물의 경우를 나누지 않고 여러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인 모든 건물에 적용되는 일반론을 펼친 것이다. 또한 대상 판결은 구분소유가 성립하는 시점은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가 완성되어 당해 건물에 관한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된 시점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 등 참조), 건축공사가 중단될 당시까지 종전 건축주에 의하여 축조된 미완성 건물의 구조와 형태가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상 판결이 인용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9. 9. 17. 선고 99다1345 판결)은 집합건물의 어느 부분이 전유부분인지 공용부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에 관한 것으로 건물의 소유권의 귀속시기에 기준이 되는 판결이라 할 수 없다.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이 건축물대장에 구분건물로 등록되려면 건물이 완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대상 판결의 논리에 의하면 건물을 완벽하게 완성하여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건축주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되어 건물의 기둥, 벽, 보, 지붕 등이 완성되어 그 구조물을 토지의 부합물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는 독립한 부동산으로 보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다는 종전의 판례 이론이 성립할 여지가 없게 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은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었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었을 경우에 원시취득자에 대한 종례의 대법원 판례들과는 배치되며, 집합건물의 경우에 관한 것으로 대상 판결과 유사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3. 5. 30. 선고 2002다21592, 21608 판결을 폐지하지 않았다. 건축허가의 내용과 동일한 정도의 건물을 완성한 건축주가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공사가 중단된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을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인지는 변경된 여러 건축주들 중 누구의 보호가 아니라, 제3자, 즉 건축주의 채권자 보호에 관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대상 판결과 같이 건축허가의 내용과 사회통념상 동일하다고 인정되는 정도로 건물을 축조한 경우 건물 전체를 원시취득한다고 본다면 건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하였던 당시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제291조에 의하여 미완성인 미등기 건물을 압류 또는 가압류하여 부동산등기법 제134조에 의하여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촉탁에 의하여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되었다 하더라도, 원래의 건축주가 미완성인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제3자가 건물을 완성하였을 때 건물을 양도받아 완성한 제3자가 원시취득하게 된다. 이에 따라 원래의 건축주는 미완성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처분제한의 뜻이 기재된 소유권의 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 이런 결과는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에게 뜻하지 않은 피해를 주게 될 뿐만 아니라, 원래의 건축주가 이러한 결과를 노리고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대상 판결의 경우에 건물의 원시취득의 시기를 종전 판례와 마찬가지로 건물 공사가 중단된 때 이미 일부 층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둘레 벽이 완성되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던 부분은 그 당시의 건축주가 원시취득한 것이나, 건물 완성 당시의 건축주에게 양도된 것으로 이론 구성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완성된 건물이 소유권의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가 경료된 후 그 원시취득자인 피고가 이를 원고에게 양도한 후 위 소유권보존등기에 터잡아 소유권을 양도받은 다른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심에서의 원고의 예비적 청구원인과 같이 원래의 건축주와 피고들의 배임행위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이거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계약에 기한 등기로 민법 제108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라고 이론 구성을 하면 대상 판결과 그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론 구성을 한다면 종전의 판례의 이론과도 배치되지 않고 원래의 건축주의 일부 완성된 건물의 압류·가압류 채권자도 보호될 것이다. 또한 원래의 건축주의 채권자가 일부 완성된 건물을 압류·가압류하였다 하더라도 미완성건물을 양수받는 자는 부동산등기부에서 처분제한의 등기를 명하는 재판에 의한 소유권의 등기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건물의 매매과정에서 매매대금의 정산시 불이익을 입지 않을 것이다. 대상 판결은 사실상 종례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나, 종례의 판례를 폐지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 여러 개의 층으로 건축될 예정이던 건물의 건축주가 변경되는 사안의 경우 어느 대법원 판례를 따라야 할지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이 명확하게 이론을 정리하기를 기대한다.
2007-02-22
토지저당권에기한 방해배제와 건물신축행위의 중지청구
1. 사실관계 1) A 회사는 이 사건 토지 위에 지하 6층, 지상 20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물을 건축하여 분양할 계획을 세우고, 1996년 4월 건축허가를 받아 동년 9월 공사를 시작했다. A는 동년 12월 위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한 직후 B 은행으로부터 위 건물의 건축자금으로 180억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B를 위해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2) A 회사는 1998년 1월 지하공사도중 부도를 냈다. 그러자 위 오피스텔을 개별적으로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피고 조합을 결성하였다. 피고는 동년 2월 A로부터 위 건축사업의 시행권을 양수하고 공사를 재개하여, 아래 4)의 가처분이 있을 때까지 지하 6층부터 지하 1층에 대하여 대체로 공사를 완료하였다. 3) 원고회사(유동화전문회사)는 2000년 12월 B로부터 위 대여금채권과 근저당권을 양수하였다. 그리고 2001년 3월 그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그 경매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경매법원은 위 지하의 구축물(평가액 196억원)을 토지의 부합물이라고 잘못 보고 이것도 경매목적물에 포함시켰다. 토지와 지하구축물을 포함하여 도합 252억원에 낙찰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락허가결정이 있었으나, 위 하자로 말미암아 결국 2003년 7월에 종국적으로 취소되었다. 4) 한편 2002년 4월 원고의 신청으로 위 근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하는 공사중지가처분이 내려졌다. 그리고 동년 5월에 그 본안으로 이 사건 공사중지청구의 소가 제기되었다. 5) 제1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이를 인용하였다.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 판결요지 대법원은 우선 추상적으로 “저당권은… 저당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그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은 제3자에 의한 점유가 전제되어 있으므로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부동산을 점유하고 통상의 용법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한 저당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저당권자는 저당권 설정 이후 환가에 이르기까지 저당물의 교환가치에 대한 지배권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저당목적물의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저당목적물을 물리적으로 멸실·훼손하는 경우는 물론 그 밖의 행위로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는 등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저당권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방해행위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와 같이 “대지의 소유자가 나대지 상태에서 저당권을 설정한 다음 대지상에 건물을 신축하기 시작하였으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지 못함으로써 저당권이 실행에 이르렀거나 실행이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소유자 또는 제3자가 신축공사를 계속한다면 신축건물을 위한 법정지상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매절차에 의한 매수인으로서는 신축건물의 소유자로 하여금 이를 철거하게 하고 대지를 인도받기까지 별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므로, 저당 목적 대지상에 건물신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경매절차에서 매수희망자를 감소시키거나 매각가격을 저감시켜 결국 저당권자가 지배하는 교환가치의 실현을 방해하거나 방해할 염려가 있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서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음에도 공사를 강행한 사실” 등을 들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지었다. 3. 평석 1)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그 추상적인 법리의 점에서도, 구체적인 사건해결의 결론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이 두 측면을 엄밀히 구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여기서는 일단 전자에 한정해서 논의하기로 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바로 이 사건 건물의 신축을 위하여 제공된 대여금채권이었다는 것, 그러므로 근저당권자는 애초부터 당해 공사가 진행되어서 장차 건물이 이 사건 토지 위에 존립하리라는 것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저당권 설정 당시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그 후에도 원래의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하였을 뿐이라는 것만을 지적하여 두기로 한다(뒤의 7)도 참조). 한편 전자와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저당토지의 소유자가 그 지상에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저당권의 위법한 침해가 되는지를 논한 우리나라의 문헌(金載亨, 「抵當權에 기한 妨害排除請求權의 認定範圍」, 저스티스 85호(2005.6), 101면 이하)이 주장하는 바와 궤를 같이한다. 이 문헌에 의하면, “저당토지에 건물을 신축하면 토지에 대한 저당권의 실행이 곤란하게 된다. 저당권을 실행하는 단계에서 건물의 존재는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손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당권 침해를 이유로 공사금지청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는 저당권자의 환가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주장에 대하여는 뒤의 3)에서 보는 대로 의문이 적지 않다. 2)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은 민법 제370조(이하 민법조항은 법명의 제시없이 인용한다)에서 소유물방해배제청구권을 규정하는 제214조를 준용함으로써 명문으로 인정되는 바이다. 문제는 과연 저당권에 대한 ‘방해’를 어떠한 요건 아래서 인정할 것인가이다. 이를 생각함에 있어서 출발점이 되는 것은, 방해배제청구권을 발생시키는 바의 저당권에 대한 ‘방해’는 위법한 것, 즉 법질서 전체의 입장에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법은 소유물반환청구권에 관하여 제213조 단서에서 점유자에게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소유자가 그에 대하여 소유물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록 정면에서 규정하지는 않지만 다른 물권적 청구권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3)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설정되었으나 여기서 다루는 논점에 관한 한 양자 사이에 차이를 둘 것은 아님은 물론이다)이 설정되었더라도 그 저당목적물을 사용·수익할 권능은 저당권설정자에게 귀속된다. 그리고 저당권자도 그러한 용익을 전제로 해서 그 목적물에 저당권을 설정받는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저당목적물이 나대지인 경우에 저당권설정자가 그 위에 건물을 신축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허용하는 것은 그 용익권의 행사에 기한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다.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면 후에 행하여지는 토지저당권에 기한 경매에서 매각대금이 건물이 없는 경우보다 하락하는 것이 대부분일지 모르나, 그 신축행위가 위와 같이 위법하지 아니한 이상 저당권자가 방해배제청구권을 가질 수는 없다. 나아가 그것은 저당권자가 애초부터 예기하였거나 적어도 예기할 수 있었던 바의 사정이기도 하다. 또 그것만을 이유로 방해배제청구를 인정한다면, 이는 저당토지소유자의 법적 지위를 부당하게 약화시키는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이상은 저당권을 양수한 사람에 있어서도 다를 바 없다. 4) 나대지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토지 위에 건물이 신축된 경우에는 민법 제366조에서 정하는 법정지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그 경우 건물의 신축으로 생길 수 있는 저당권자의 불이익에 대처하기 위하여 민법은 제365조에서 일괄경매청구권을 구정하고 있다. 그 법문은 “토지를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그 토지에 건물을 축조한 때”를 그 요건으로 규정한다(한편 토지저당권 설정 후에 건물이 축조되었으면 그 축조자가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2004년 개정 후의 일본민법 제389조에 대하여는 梁彰洙, 「最近 日本의 擔保物權法 改正」, 同, 民法硏究, 제8권(2005), 192면 이하, 특히 198면 이하 참조). 그런데 위 규정의 취지에 대하여 大決 94.1.24, 93마1736(공보 788); 大決 99.4.20, 99마146(공보 하, 1235); 大決 2001.6.13, 2001마1632(공보 하, 1678); 大判 2003.4.11, 2003다3850(공보 상, 1178) 등은, 한편으로 저당권자에게 저당토지상의 건물의 존재로 인하여 생기게 되는 경매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 다른 한편으로 “후에 저당권의 실행으로 토지가 제3자에게 경락될 경우에 건물을 철거하여야 한다면 사회경제적으로 현저한 불이익이 생기게 되어 이를 방지할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위하여 대법원은 일괄경매청구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위 규정을 해석하여 왔다. 예를 들어 大決 98.4.28, 97마2935(공보 상, 1481)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이들에 대하여 공동저당권을 설정한 후 건물을 철거하고 그 토지 상에 새로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건물이 없는 나대지 상에 저당권을 설정한 후 그 설정자가 건물을 축조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당권자는 민법 제365조에 의하여 그 토지와 신축 건물의 일괄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고, 大判 2003.4. 11, 2003다3850(공보 상, 1178)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토지에 대한 용익권을 설정받은 자가 건물을 축조하였어도 그 후 저당권설정자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것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후자의 판결에 비추어 보면, 저당권설정자 자신뿐만 아니라 저당토지의 제3취득자, 나아가 저당권설정자로부터 저당 토지의 용익권능을 취득한 사람이 건물을 축조하여 소유하는 경우에도 일괄경매를 인정하는 것은 그리 먼 걸음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앞서 본 개정이 있기 전 일본민법 제389조의 해석에 있어서 그 요건은 크게 완화되어, 토지저당권 실행 당시 건물이 저당토지상에 존재하는 것 및 저당토지에 대한 임의경매로 토지를 경락받은 사람에 대항할 수 있는 당해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이용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의 두 요건이 충족되면 토지저당권자는 일괄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고 이해되고 있다(우선 新版 注釋民法(9)(1998), 595면 이하(生熊長幸 집필) 및 동소 인용의 문헌 참조). 우리나라에서도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의 사이에 특수한 관계가 있어서 양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서는 제3자가 건물한 건물에 대하여도 일괄경매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경매신청시에 토지·건물이 동일한 소유자에 속하고 있어야 한다는 요건 등을 완화하여 해석함으로써 일괄경매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으로 그 요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유력하게 주장되고 있다(李均龍, 司法論集 32집(2001), 41면 이하 참조). 돌이켜 이 사건의 사안은 여기서 말하는 ‘저당권설정자와 건물신축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토지저당권자는 저당토지와 그 지상의 건물에 대하여 일괄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건물의 존재로 인한 저당권 실행상의 불이익을 회피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5) 한편 우리나라의 금융실무에서 나대지를 담보로 취득할 때에 저당권 외에 지상권도 설정받는 일이 흔히 행한 것은 후에 나대지 위에 건물이 신축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대법원도 大決 2004.3.29, 2003마1753(공보 상, 781)에서 “토지에 관하여 저당권을 취득함과 아울러 그 저당권의 담보가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취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 6) 그러나 저당권설정자에게 객관적으로 저당목적물의 용익권이 있다고 하여도 예를 들어 그 권능이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사된다면 이를 쉽사리 허용할 것은 아니다. 이는 가령 제3자의 채권침해의 문제와 관련하여 害意 의 유무 등 주관적 비난가능성의 정도에 좇아 채권침해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과 같은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이 나오기 전에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문제를 추상적 법리의 차원에서 다룬 大判 2005.4.29, 2005다3243(공보 상, 837)이 그 요건에 관하여 “저당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저당부동산의 본래의 용법에 따른 사용·수익의 범위를 초과하여 그 교환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점유자에게 저당권의 실현을 방해하기 위하여 점유를 개시하였다는 점이 인정되는 등, 그 점유로 인하여 정상적인 점유가 있는 경우의 경락가격과 비교하여 그 가격이 하락하거나 경매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등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의 침해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시한 것은 그나마 수긍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비록 위의 뒷부분에서 객관적으로 ‘저당권의 실현이 곤란하게 될 사정이 있는 경우’만을 그 기준으로 내세운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본의 最判 2005(平 17).3.10(民集 59-2, 356)도, 소유자로부터 점유권원을 설정받아 저당부동산을 점유하는 사람이라도 “그 점유권원의 설정이 저당권설정등기 후에 이루어진 것이고, 그 설정에 저당권의 실행으로서의 경매절차를 방해할 목적이 인정되며, 그 점유에 의하여 저당부동산의 교환가치의 실현이 저해되어 저당권자의 우선변제청구권의 행사가 곤란하게 되는 상태가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가 인정된다고 판시한 것도 이러한 입장에 선 것이라고 하겠다(구체적으로는 그 사안에서 그러한 목적을 인정하여 방해배제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7) 한편 원심판결은 일단 경매목적물에 대한 압류가 이루어지면 처분행위가 금지되는데 경매목적물의 가격을 감소시키는 사실적 처분행위에 대하여는 저당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써 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채무자 또는 경매목적물의 점유자로서는 경매의 목적에 위반되거나 경매목적물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사실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는 일종의 부작위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채무자나 부동산의 점유자가 그러한 의무를 무시하고 위반행위를 하게 되면 저당권자로서는 저당권에 근거한 방해배제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민사집행법은 “압류는 부동산에 대한 채무자의 관리·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제83조 제2항. 이 규정에 상응하는 일본의 민사집행법 제46조 제2항에 대한 설명으로 中野貞一郞, 民事執行法, 新訂四版(2000), 363면 이하 및 378면 註 8 참조. 예를 들면 임차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는 목적물에 대하여 우리 민법 제639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등에서와 같이 갱신거절이 제한을 받는 경우에는 압류 후라도 법정갱신을 포함하여 계약갱신이 허용된다고 한다). 이 사건에서는 압류시는 물론이고 그 저당권 설정 전부터 이미 문제의 건축이 행하여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압류 전후로 그 건축공사의 내용이 변경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물론 경매개시결정 후에 경매법원은 「침해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민사집행법 제83조 제3항)」나 「부동산의 가격을 현저히 감소시키거나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의 금지조치(민사집행규칙 제44조 제1항)」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압류 전부터 행하여지고 있던 위와 같은 「채무자의 관리·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2006-08-07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I. 서론 지난 3월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이 된 경우에서도 변호사 아닌 소속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통해 소송을 해오던 관행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이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본 판결의 의미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72041 판결 [대상판결1] 1. 사안 원고는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하여, 원고가 피고 소유의 도로 일부분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였다고 주장하며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 아산시는 취득시효완성 후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아산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한편 원고는 피고 아산시와는 별도로 공동피고 이○○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구하였으나 이 부분은 위 청구와 전혀 별개의 청구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 아산시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 법원에서 피고 아산시가 소송수행자로 지정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이 피고 아산시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다. 또한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에 속하는 일정한 사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8조가 정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호사 아닌 사람에 의한 소송대리가 허용되지만, 그 항소심에서는 합의부가 심판하므로 당연히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 III.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6두4035 판결 [대상판결2] 1. 사안 피고 인천광역시는 공익사업(중학교신설사업)을 위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쳐 원고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였다. 원고는 위 수용재결에서 나타난 손실보상금이 적다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손실보상금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하여 손실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손실보상금산정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인천광역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로서 교육감이 대표자에 해당하므로, 정확히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이 피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률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고, 또한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원심이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피고의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 것이다” IV.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소송수행자 1. 국가소송·행정소송과 소송수행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고(제2조), 법무부장관은 법부부의 직원, 검사, 공익법무관 또는 소관행정청의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한편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하되(제5조), 소송수행에 있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6조). 한편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각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제4항, 제5조 제2항). 2.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행정소송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소송·행정소송과 달리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88조 규정에 따라 단독판사사건 중 일정 소가 이하의 사건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상판결1 이전에도 대법원은 재판예규 제871-26호(지방자치단체의 비변호사에 대한 소송대리 위임 가부)에서, 민사합의사건 또는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그 소송목적의 값이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사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도)가 당사자인 경우에 그 대표자(도지사)가 변호사 아닌 자에게 소송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근거가 될 명문규정이 없어 법원은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소송의 한 유형인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행정청의 長”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에 있어서도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대체적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재판실무개선위원회, 행정소송실무편람 제2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3, 145면; 법원행정처, 법원실무제요-행정-, 법원행정처, 1997, 84면). 대법원 재판예규 제917-1호(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사업시행자라 함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를 의미하고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의 행정청의 장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직원을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은 “행정청의 장은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행정소송에 관하여는 행정청의 장이 그 소속직원을 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행정청의 장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에서만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법 제5조는 ‘취소소송(항고소송)’에만 한정된 규정이 아니라, ‘행정소송’에 관한 규정이다. 법 제5조 제1항 “행정청의 長”은 소송수행자 지정의 권한귀속을 나타내는 것일 뿐, 행정청의 장을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 즉 취소소송에서만 수행자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법 제6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것은 법무부장관이 피고로 되는 행정소송에 관하여 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행정소송에서의 법무부장관의 보충적 수행자 지정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공공단체 등은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포함되므로(제2조의2), 개별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당사자소송에서 국가소송법상의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예컨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시행자로서 제85조 제2항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V. 검토 1. 문제점 결국 대상판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 또는 당사자소송(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②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③ 단독판사사건 중에서 일정한 소가(현재 5,0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민사소송법 제88조, 민사소송규칙 제15조)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실무상 관행적으로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해 오고 있다. 일정 소가 이하의 단독판사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의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소가의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소심사건에서는 이러한 대리인허가를 할 수 없다. 2. 대책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하여, 특히 항소심사건에 대하여 사실상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그 직원을 상법상 지배인으로 등재한 후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고(상법 제11조 제1항), 그 밖에 공기업의 경우에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직원을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어(한국토지공사법 제8조, 대한주택공사법 제13조 등), 대표자 아닌 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국가의 경우에는 국가소송법상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현행법상 민사소송법 제88조의 예외를 제외하면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 공기업, 기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필요는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수행자지정에 대해서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어떤 특별한 필요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한 법적 미비라고 생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長은 조례 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등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95조 제1항), 그 보조기관에 지방공무원이 포함되므로(제6장 제2절 및 제102조),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관하여 조례·규칙에서 규정을 둔다면 그 소속공무원이 소송수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앞서본 일반 회사, 공기업 그리고 국가인 경우와의 형평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3. 결론 대상판결1은 현행 국가소송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소송에 관한 대상판결2는 국가소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현행 국가소송법 하에서도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아직까지 실무상 적용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지방자치법상 조례·규칙에 근거하여 소송수행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소송법 또는 지방자치법에 명시적 규정을 두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06-07-17
국회법상의 수정안
1. 사건의 개요 정부가 2005.3.24. 政府組織法中改正法律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改正案에는 ① 財經部 등 4개 부처에 複數(2명)의 次官을 두기로 하는 내용, ② 統計廳과 氣象廳을 차관급 기구로 格上시키기로 하는 내용, ③ 國防部 소속으로 防衛産業廳을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 ④ 建交部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 의안은 즉시 소관위원회인 行自委에 回附되었고, 행자위는 이 의안과 기왕에 행자위에 제출된 관련 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한 후 委員會代案을 마련하여 본회로 넘겼다. 위원회대안이란 위원회가 본회로부터 회부받은 의안과 수정안, 관련된 의안이 있으면 그 의안과 수정안, 위원회 자체의 수정안, 의원들로부터 추가로 제출된 수정안들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안을 말한다. 위원회종합안인 셈이다 {국회선례집 278면 이하, 김교창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2005) 264면}. 이 委員會代案에는 정부가 제출한 改正案의 내용 중 ①과 ②만이 들어있다. ③과 ④는 빠졌다. 위원회가 ③과 ④는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회에 2005년 6월 30일 위 代案이 議案으로 上程되었다. 본회에 상정된 議案은 이 代案 하나뿐이다. 본회로 보면 이 代案이 原案이다. 이 議案의 審議 중에 議員 33人(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③을 修正案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議長이 이를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본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부치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자 議長은 이 수정안과 아울러 ①과 ②가 들어 있는 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 의원 21人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③은 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를 수정안으로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그 청구원인이다. 憲裁는 冒頭의 判決要旨를 내세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기각결정에는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판결요지에 대한 評釋을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의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관한 會議進行法(會議法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Rules of Order)을 알아본 후 이 事案에서 修正案으로 다루어진 것이 과연 會議法상의 修正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된 의안에 관한 國會法의 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2. 議案과 修正案 사이의 關聯性 어떤 議案에 대하여 그 내용을 關聯性(Germaneness)을 지니는 범위에서 변경하자고 提議하는 안이 修正案이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는 의안과의 사이에 보완적인 것, 경쟁적인 것 및 적대적인 것 등이 있다{Robert’s Rules of Order(Perseus Books, 2000, 이하 RR이라 약함) 130 - 132p, 김교창 전게 149면 이하}. 그 예는 이 사안에 관한 다음 항에서 들기로 한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만이 수정안으로 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수정안으로 될 수 없다. 이를 關聯性의 原則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천여년에 걸쳐 英美의 議會에서 형성되었고, 會議法의 일반원칙으로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관련성의 원칙은 同一한 議案 再提出禁止의 원칙(RR 325ff, 김교창 전게 57면, 107면), 一事不再議의 원칙(國會法 제92조, RR 72p, 김교창 전게 107면)과 함께 會議體가 다룰 議案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會議法의 일반원칙이다. 이미 제출 내지 상정되거나 임시적으로 처리(회부 또는 연기)된 議案과 동일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재제출될 수 없고, 이미 최종적으로 처리(가결 또는 부결)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再議할 수 없다.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이면 동일한 의안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며 동일한 의안이 아니다. 역으로 위 두 개의 원칙에 해당하는 여부가 관련성의 存否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RR 130-131p, 김교창 ‘修正動議에 관한 연구’ 辯護士 (35)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9면 이하, 김교창 전게 167면 이하}. 관련성의 원칙은 條理로서 法源으로 된다고 볼 수도 있고, 法文의 해석에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3. 이 事案의 修正案이 會議法상의 修正案인 與否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 개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네 개가 하나의 의안으로 倂合되어 제출되었으나, 이 네 개는 각 別個의 議案이다. 이 네 개 중 ① 또는 ②만이 제출되어 있는 때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될 수 있고, ① 또는 ②만 제출되어 가결되거나 부결된 뒤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되고 審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가결 또는 부결로 ① 또는 ②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여지지 아니한다. ③과 ① 또는 ②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방위산업청의 신설과 ① 또는 ②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따라서 ③은 분명히 ①이나 ②에 대한 수정안이 아니다. 別個의 議案이다. 이를 수정안으로 보고 본회에 상정하여 처리한 것은 의장이 會議法을 위반한 것이다. 수정안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①, ②에 대한 수정안을 몇 개 예로 든다. ①에 대한 수정안으로 ㈎ 複數(2명)의 次官을 두되 1명은 政務次官, 1명은 事務次官으로 정하자, ㈏ 복수의 차관을 두기로 할 바에는 2명이 아니라 3명으로 增員하여 두기로 하자, ②에 대한 수정안으로 ㈐ 統計廳과 氣象廳을 국장급 기구로 格下시키기로 하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위 수정안들 중 ㈎는 보완적인 것이고, ㈏는 경쟁적인 것이며, ㈐는 적대적인 것이다. ①에 대한 수정안 중 가령 의장이 ㈎를 먼저 표결에 부쳐 ㈎가 가결되면 ㈏와 의안 중 ①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다. ㈎로 이 사항에 대한 본회의 의사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와 ㈏가 모두 부결되면 의장은 끝으로 의안 중 ①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97조는 이런 회의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憲裁는 국회법에 수정안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冒頭의 판결요지를 내놓았다. 그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條理를 찾아보아야 하고, 條理도 못찾으면 그 범위를 文理的, 論理的, 歷史的, 體系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憲裁는 이런 그의 職務를 遺棄하였다. 헌재가 내놓은 판결요지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재의 해석은 우리의 상식에도 벗어난다. 다행히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에 따라 이 판결요지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바란다. 會議法에 위반되었다고 이 ③의 가결이 당연히 무효라고 필자는 말하지 아니한다. 관련성의 원칙은 회의법 중 細部規則에 속한다. 이런 세부규칙은 회의체가 그 효력을 一時停止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 ③을 본회가 별개의 의안으로 제출받아 심의하였다면 위 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위반하고 그것이 나아가 다른 瑕疵를 이끌어내었다면 그 瑕疵의 정도에 따라 ③의 가결은 무효로 판정될 수도 있다. 다음 항에서 이 점을 살핀다. 4. 위원회가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議案 우리 국회법은 委員會中心主義를 취하고 있다{金哲洙 憲法學槪論(博英社, 2001) 941면, 朴奉國 國會法(博英社, 2000) 283면}. 모든 의안은 제출된 뒤 위원회로 회부되고 그 심사를 마쳐야 의장이 본회에 상정할 수 있다(국회법 제81조 내지 제85조). 특히 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法司委를 거치게 되어 있다(동 제86조). 위원회에 回附된 이 事案의 議案에는 위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그 중 ①과 ②만 본회에 附議하고, ③과 ④는 본회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원회가 본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안은 議長이 본회에 附議할 수 없다(국회법 제87조 제1항). 예외적으로 위원회의 그런 결정이 본회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議員 30人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의장이 본회에 附議할 수 있다(동 단서). 그런 요구가 없으면 그 의안은 廢棄된다(동조 제2항). 이들 국회법에 의하여 ③은 이미 폐기되었다. ③은 같은 會期 중에 再提出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修正案이 아닌 ③을 수정안이라고 제출받아 처리하였고, 나아가 국회법의 위 조항들을 위반하였다. 그 위반의 정도는 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을 묵살한 정도에 달한다. 그 조항들은 국회법의 骨格을 이루고 있는 조항들이다. 그렇다면 憲裁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어야 한다. 憲裁의 판결요지에 반대의견을 표한다.
2006-07-06
재소자의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1. 사실관계 수원구치소에 미결수용 중이던 피고인은 2005. 12. 28 대법원의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송달받고 상고이유서를 2006. 1. 16 수원구치소 교도관에게 제출했으나 우편으로 발송된 위 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서의 제출기간 20일이 경과한 후인 같은 달 20일에 대법원에 접수됐다. 2. 대법원판례의 요지 (1)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대법원판례)은 다음과 같다. 「… 그런데 피고인으로서는 적법한 상소이유서 제출에 의해 비로소 자신이 주장하는 상소이유에 대해 심판받을 수 있으므로 상소이유서는 상소장과 함께 상소심 심판을 받기 위해 반드시 제출이 요구되는 것이고 그 기간의 장단에 차이가 있을 뿐 상소이유서 제출의 방법에 있어서는 상소장과 그 사정이 전혀 다를 바 없다. 한편 제출기간 내에 교도소장 등에게 상소이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도과 후에 법원에 전달됐다는 이유만으로 상소가 기각된다면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자에게 조차 상소심의 심판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발견을 통해 형벌권을 행사한다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훼손하며 인권유린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이 자기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를 하지 못한 자에게 상소권회복의 청구를 인정하며 (형사소송법 제345조) 그 상소권회복청구의 제기기간에 대해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을 준용하는 것도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소권이 박탈돼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표현한 것이라 볼 것이다. 그렇다면 형사소송법 제355조에서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이 준용되는 경우 중에 상소이유서 제출의 경우를 빠뜨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제344조 제1항의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의 취지와 그 준용을 규정한 제355조의 법리에 비추어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서도 위 재소자에 대한 특칙규정이 준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제출기간에 관해서도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준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판례(다수의견)의 견해이다. 이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재소자가 상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관리에게 제출하면 그 상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상소법원에 접수된 경우에도 그 상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 내에 상소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간주된다. (2) 전원합의체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 형사소송법 제344조의 규정이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반대의견)이 있다. 소수의견(반대의견)의 이론구성은 다음과 같다. 「… 형사소송절차에 있어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는 법원에 도달해야 제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므로 문서의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각종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도 당연히 당해 문서가 법원에 도달한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 것이고 다만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예외적으로 재소자인 피고인이 상소장을 제출하는 경우에 대해 특칙을 두는 한편 이 특칙규정을 같은 법 제355조가 상소권회복의 청구와 상소의 포기, 취하의 경우에, 같은 법 제430조가 재심의 청구와 그 취하의 경우에, 같은 법 제490조 제2항이 소송비용집행면제의 신청과 그 취하 등의 경우에 각 준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준용규정이 없는 상소이유서는 원칙에 따라 상소법원에 도달해야 제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명문의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다. 소송절차의 명확성이라는 요청에서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기간의 준수 여부는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판단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점, 상소장제출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인 반면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은 그보다 훨씬 장기어서 긴급성 등의 측면에서 재소자에 대한 편의를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같지 않은 점, 형사소송법은 같은 법 제344조 제1항의 특칙규정을 같은 법 제355조, 제430조, 제490조 제2항 등 필요한 곳마다 개별적인 규정을 두어 이를 준용하고 있으면서도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서는 아무 준용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입법자는 상소이유서 제출의 경우는 … 의도적으로 이를 위 특칙규정의 준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지 다수의견의 견해처럼 이를 ‘빠뜨린’ 것이 아니라고 볼 근거가 충분하다…」. 소수의견은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같은 법 제344조를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제출기간에 준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 다수의견은 해석론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3. 종전의 대법원판례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판례의 확립된 견해다. 특히 67모24 사건에 관한 1967. 5. 20자 대법원결정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피고인이 항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소직원에게 제출하였으나 교도소직원이 그 항소이유서를 대법원으로 잘못 발송함으로써 항소이유서가 그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항소법원에 도달된 경우는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이 경과된 후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종전 대법원판례는 이번 전원합의체판결에 의해서 변경됐다. 4. 학 설 (1)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백형구 강의 837면 ; 이재상 형소 676면 ; 신동운 형소 1124면 ; 백형구, 차용석 등 주석 4권 213면(백형구) ; 진계호 형소 746면 ; 임동규 형소 715면 ; 신양균 형소 970면 ; 정웅석 형소 1109면 ; 백형구 알기 쉬운 형소 248면 ; 백형구 조해형사소송법 909면). (2) 이러한 통설에 대해서는 반대설이 있다. 백형구 변호사는 1985년 5월 27일자 법률신문 12면에 실린 “재소자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라는 제목의 판례평석(대법원결정 1984.10.11.84모57)에서 재소자의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유추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을 했다. 백형구 변호사는 그 논거로 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 또는 유추해석이 허용되지 않으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는 확대해석 또는 유추해석이 허용된다는 점 ② 상소이유서의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점 ③ 교도소에 구속돼 있는 피고인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됨으로 인해 항소이유서 또는 상고이유서를 직접 상소 법원에 제출할 수 없다는 점 ④ 교도관리의 실수 내지 직무태만으로 인해 피고인이 상소기각이라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 ⑤ 상소이유서의 제출은 상소제기에 당연히 수반되는 소송행위라는 점, 따라서 상소장의 제출에는 상소이유서의 제출이 포함된다는 확대해석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점 ⑥ 상소권회복의 청구 또는 상소의 포기, 취하에 관해서도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는 점 (형소법 제355조)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백형구 변호사는 그 후 교과서와 주석서에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통설)를 지지했다. 5. 판례평석 (1)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은 “재소자에 대한 특칙”이라는 제목 하에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장을 교도소장 또는 구치소장 또는 그 직무를 대리하는 자에게 제출한 때에는 상소의 제기기간 내에 상소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55조는 “재소자에 대한 특칙”이라는 제목으로 “제344조의 규정은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있는 피고인이 상소권회복의 청구 또는 상소의 포기나 취하를 하는 경우에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과 제355조의 문리해석이라는 관점에서는 재소자의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에 형사소송법 제344조 제1항이 준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준용하지 않은 것은 항소 또는 상고의 제기기간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의 단기간이나 항소이유서 또는 상고이유서의 제출기간은 피고인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는 날로부터 20일 이내라는 점에 (형소법 361조의 3 제1항 379조 제1항) 그 입법이유가 있다. (2) 그러나 ① 재소자가 상소이유서를 그 제출기간 내에 교도관리에게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리의 실수 내지 직무태만으로 인해 그 상소이유서가 상소이유서의 제출기간 내에 상소법원에 도달(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상소기각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심히 불합리하다는 점 ② 공범자의 자백이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0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하고 범인이 범죄의 예비판례에서 실행의 착수를 자의로 중지한 경우에는 형법 제26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피고인에게 이익되는 방향으로는 유추해석이 허용된다는 점 ③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는 점 ④ 형사소송법 제355조가 재소자의 상소권회복청구에 관해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기간에 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44조를 유추 적용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3) 따라서 재소자의 상소이유서 제출에 관해 재소자 특칙에 관한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44조가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는 대법원판례(전원합의체판결)는 타당하다고 본다.
2006-04-17
도시계획변경입안 제안에 대한 거부의 처분성여부
Ⅰ. 원심판결(광주고법 2003. 1. 23. 선고 2002누1945 판결)의 요지 원심은 광주 북구 우산동 190-8번지선 13,619.5㎡(이하 '이 사건 시설부지'라 한다)가 도시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고 2000. 1. 28. 법률 제62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구 건축법시행령(1992. 5. 30. 대통령령 제13655호로 개정되고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1항 제2호, 구 광주직할시북구건축조례(1993. 6. 1. 개정된 것) 제23조 제11호에 의하여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의 건축이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그 지상에 도시계획시설로서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을 설치하도록 한 피고의 1993. 6. 17.자 도시계획시설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1999. 2. 27. 이 사건 시설부지의 일부를 낙찰받은 원고가 그 부분의 도시계획시설폐지 등을 포함하여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입안제안한 2002. 1. 4.자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02. 1. 11.자 회신으로 그 변경입안이 불가함을 밝힌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 입안제안신청을 도시계획입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에 해당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처분성여부의 물음과 관련한) 요지 구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되어 2002. 2. 4. 법률 제6655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도시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제한을 줄이기 위하여, 도시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0조),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1조)에 관한 규정과 아울러 도시계획 입안권자인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이하 ‘입안권자’라 한다)로 하여금 5년마다 관할 도시계획구역 안의 도시계획에 대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제28조), 도시계획입안제안과 관련하여서는 주민이 입안권자에게 ‘1. 도시계획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 2.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및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도시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첨부’하여 도시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고, 위 입안제안을 받은 입안권자는 그 처리결과를 제안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20조 제1항, 제2항) 등과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으로서는 입안권자에게 도시계획입안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원고의 신청에 대한 피고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간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변경 입안신청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問題點의 提起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은 본안에서의 판단이 서로 다를 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기본 출발점에선 동일하다. 특히 대법원은 종래의 거부처분 인정의 공식에서 요구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논증하여 이를 거부처분인정의 착안점으로 삼았다. 대상판결은 거부처분인정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심장하다. 1984년의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계획변경신청권을 부인하였고, 1999년의 대법원 1999.8.24. 선고 97누7004판결은 구「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현「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상의 민원접수 및 통지의무가 민원인에게 실체적인 신청권을 성립시키진 않음을 들어, 민원접수(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변경신청)에 따른 불허통지를 거부처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판례와 대상판결의 의의를 연계시켜 朴正勳 교수는, ⅰ) 84누227판결과 관련하여 20년 동안 도시계획·국토이용계획의 분쟁에 관한 행정소송을 봉쇄한 장벽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 ⅱ) 97누7004판결과 관련하여 민원에 대한 통지의무와 도시계획입안제안에 대한 통지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에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거부처분의 요건으로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 자체를 포기하여야 할 시점이 임박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동인, 행정판례 반세기의 회고-행정소송·국가배상·손실보상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판례의 성과와 발전방향(한국행정판례연구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심포지움), 2005.11, 발표문 74면}. 대상판결의 취지를 쫓는다면, 도시계획변경입안의 ‘제안’에 관해 신청권이 인정되는데, 하물며 도시(관리)계획변경에 관해선 당연히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大法院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判決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착안점으로 삼아 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을 例外的으로 認定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진일보하였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상세는 졸고,「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의 例外的 認定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Ⅹ, 2005, 21면 이하 참조). 이런 한계가 계획변경신청권의 일반적 인정을 가져올 대상판결에 의해서 극복된 셈이긴 하나, 계획변경신청권의 인정문제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반면 대상판결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법리적 희생-가령 준비행위나 절차행위를 완료된 행정처분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 인한 전면적 사법통제가능성-이 그보다 월등하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에서 소송대상은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이기 때문이다. 통상의 거부처분의 경우에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행정처분)인 점에서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 등은 사안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논증하였다. 여기서 거부처분 인정과 관련한 통상의 논의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대상판결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李宣憙, 도시계획입안 신청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권자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2004.4.28. 선고 2003두1806 판결: 공2004상, 913), 대법원판례해설 제50호(2004년 상반기), 149면 이하 참조). Ⅳ. 拒否處分認定의 公式에 관한 論議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의 의의는, 계획변경신청권의 존부의 물음을 넘어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 즉, ‘신청권’의 존재를 요구한 점에 있다.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거부처분과 관련한 판례 는 물론 행정심판의 공식이 되고 있다(84누227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李鴻薰, 「도시계획과 행정거부처분」, 행정판례연구 Ⅰ, 1992, 115면 이하 참조). 한편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신청권을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 즉, 실질적 권리(청구권)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기에, 기실 신청에 대한 단순한 응답요구권(이른바 형식적 신청권)만으로도 거부처분의 근거점인 신청권의 존재가 인정된다(한편 나아가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이 긍정되면, 이는 형식적 신청권 역시 긍정하는 셈이 되기에, 별도로 형식적 신청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金南辰/金連泰, 행정법Ⅰ, 2006, 687면). 엄밀히 보자면,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을 그대로 전승한 판결들과는 상반된다고 판단될 정도로 기본태도에 차이가 있다. 신청권의 존부에 연계하여 거부처분여부를 판단하는 원칙적 태도상의 문제점은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을 통해서 가실 수 있기에, 동판결의 취지가 설령 조리에 의탁하여 실현될지언정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요망된다. Ⅴ. 拒否處分認定의 公式과 事案과의 不一致 요컨대 거부처분의 성립(인정)요건은 대상행위의 처분성과 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이다. 행정처분이 아닌 행위에 대한 신청이 거부되었다고 하여 거부결과만을 갖고서 이를 처분으로서의 거부 즉, 거부처분으로 삼을 순 없다. 사안의 경우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의 제안’에 대한 거부가 문제된다. 기왕의 공식에 비추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여야 한다.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의 법적 성격은 도시(관리)계획의 수립절차를 바탕으로 가늠될 수 있다. 이 절차의 최종 결과물인 ‘도시계획시설변경계획결정’은 분명히 행정처분이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행해진 ‘입안결정’은 아직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은 점에서 일종의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이다.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기에, 도시계획의 입안의 상황과 완료(확정)의 상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 자칫 쟁송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관할이 사실상 침범당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이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 신청권의 존재에 덧붙여 ⅰ)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할 것, ⅱ)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킬 것을 요구한 이래로, 이런 양식은 패턴처럼 되었다. 일단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정의에 의거한 듯 한 점은 호평되어지나,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우선 ⅰ)과 ⅱ)가 독립되게 요구될 정도로 서로 본질적으로 나누어질 대상인지 의문스럽다. 신청대상행위가 ⅰ)의 요건을 충족하면, 그것의 거부는 당연히 ⅱ)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ⅰ)과 ⅱ)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이 판결이 현행법상의 처분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의문스럽다(후술 참조). 96누14036판결의 논증은 기본적으로 기왕의 판결과 궤를 같이 하지만(동지: 洪準亨,「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행정판례연구 Ⅷ, 2003, 97면 주3), 그것의ⅰ)의 요건은 처분정의와는 분명한 間隙이 있다. 요컨대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에 의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인 이상, 여기에 거부처분인정공식을 대입할 순 없다. Ⅵ. 非處分的 行爲의 申請에 대한 拒否의 處分性 與否 독일의 경우에도 과연 직무활동의 실행과 그 거부가 동일한 법적 성질을 갖는지가 다투어진다. 특히 사실행위의 거부와 관련하여, 다수는 사실행위실행에 관한 결정은 원하는 급부와의 관계에서 단지 비독립적인 부속물에 불과하고 아무런 법적 구속력있는 규율을 가지지 않음을 근거로 처분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도 상당하며, 판례 또한 그 경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이에 관해선 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Aufl., 2001, §35 Rn.56, 87c). 우리의 경우 판례가 논증한 거부처분공식에서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을 요구하거니와,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1호상의 처분정의-‘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의하더라도, 거부행위가 처분성을 가지려면 신청대상행위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이어야 한다(“그 거부”). 따라서 행정행위(처분)가 아닌 사실행위나 공법계약체결의 거부는 거부처분이 될 수 없다. 다만 이런 거부행위가 처분정의상의 준처분적 부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여 처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될 법하다. 그러나 자칫 본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경우에도 전형적인 처분으로서의 거부처분으로 換置시켜선 아니 된다. 그런데 준비행위처럼 종국적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논증마저 통용될 수 없다. Ⅶ. 맺으면서-經路依存性(path dependency)으로부터의 탈피- K. Ladeuer가 말했듯이, 행정행위는 행정법에서 생존의 명수이다. 사전결정(예비결정)이나 부분인허, 잠정적 행정행위는 전형적인 행정행위의 종국적, 본원적 성격에 견주어 다분히 목적론적으로 인정되어 제도화된 것들이다. 따라서 ‘입안’을 ‘확정된 것’에 견주는데 의견의 일치가 모아지지 않는 이상, 전자에 후자의 논의를 대입하는 것은 倒置的 論證이다. 그리고 ‘입안제안’의 거부를 신청권을 매개로 거부처분으로 等値시킨 대상판결로 인하여, 일련의 과정으로 행해질 행정활동의 경우에 자칫 매단계마다 법집행이 난맥에 처해질 수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朴正勳 교수의 지적처럼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이 인정될 우려가 있다. 또한 계획형성의 자유(이른바 계획재량)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요컨대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함과 더불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을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때, -기왕에 또는 장차에- 수립되어 결정된 도시계획을 권리구제의 목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초기조건에의 민감성(senstivity to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듯이, 처분성인정의 물음에 원고적격의 물음을 혼입시키는 것이 문제의 根源이다. 이 물음에 대한 典範인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행정소송법의 전면개정(1984.12.15.)에 따른 “84년 체제”에 명백히 반한다. 따라서 이것과의 결별에 행정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진 않다.
2006-03-27
함정수사 허용한계와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공소제기효과
I. 사실관계 및 판결요지 : 대법원 제3부 2005.10.28선고 2005도1247판결 원심은 피고인 甲, 乙을 히로뽕 수수 및 밀반입 사실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사전에 히로뽕 매수, 밀반입 의사가 없었으나, 甲의 애인 A가 ‘서울지검 마약반 정보원 B가 다른 정보원의 배신으로 구속되어, 마약반에서 B의 공적을 만들어 빼내려 한다. 이에 필요한 히로뽕을 구해 달라. 검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하고 구입자금까지 교부, 甲에게 부탁, 甲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乙에게 사정을 설명, 히로뽕 매입을 의뢰하여 乙이 히로뽕을 구입, 甲에게 교부, 범행에 이른 것으로 위법한 함정수사를 주장, 상고하였다. 상고심(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은 위 주장의 가능성을 인정, 함정수사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단정한 원심에 심리미진,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 파기 환송하였다. 환송 후 원심(서울고법2005.1.28선고 2004노1222판결)은 사전에 범의를 갖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 범의를 유발, 범행에 이르게 하여, 공소제기 함은 적법한 공소제기로 볼 수 없어, 공소제기절차가 법률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다. 상고심은「범의를 가진 자에 대하여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한 수사방법이 경우에 따라 허용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케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함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함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고 하여 상고 기각하였다. II. 대상판례의 검토 1. 함정수사의 의의와 적법성 판단 함정수사(陷穽搜査)란 수사기관 또는 그 협력자가 범행을 유발하여 그 실행을 기다려 이를 체포하는 등의 수사방법으로 구체적인 형태에 따라 영미에서는 sting operation, undercover investigation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통상 뇌물수수, 매춘, 도박, 약물범죄 등 범행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외부포착이 어려운 유형의 범죄행위 검거에 활용되는데, 조직범죄나 테러 등에 대한 수사기법으로서도 활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다만 수사의 상당성 및 신뢰원칙에 따라,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국민의 사법적 신뢰(judicial integrity)에 위배될 수 있어, 허용한계와 함께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법적효과가 주로 논의되어 왔다. 2. 함정수사의 허용한계 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 함정수사의 허용한계와 관련, 한국 및 일본의 학설, 판례에서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견해(일본하급심판례 중, 함정수사는「국가가 일면에서는 범인을 제조하고 타면에서 이를 체포하는 극단의 모순적 조치로 도저히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예가 있다. 木黃浜地判昭和26·6·19裁判所時報87·3頁; 木黃浜地判昭和26·7·17高刑集4卷14·2083頁)나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견해(다만,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타인의 유혹에 의하여 범의를 발생되거나 강화된 자가 범죄를 실행한 경우, 일본형사법 상 그 유혹자가 경우에 따라서는… 교사범 또는 종범으로 죄책을 부담함은 별론 으로, 그 타인인 유혹자가 일반사인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점만으로 그 범행 행위자의 범죄구성요건해당성 또는 책임성이나 위법성을 조각하거나 공소제기절차규정에 위반 또는 공소권이 소멸된 것이라 할 수 없음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最決昭和28·3·5刑集7卷3號482頁; 最判昭和29·8·20刑集8卷8號1239頁; 最決昭和29·9·24裁判集刑事98號739頁; 最決昭和36·8·1裁判集刑事139號1頁)는 찾아보기 어렵고, 통설은 기회제공형 및 범의유발형으로 구분하여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한 유형으로 판단하고 있다(이재상, 형사소송법 제6판, 서울 : 박영사, 176면 이하; 福井厚, 刑事訴訟法講義 第2版, 東京 : 法律文化社, 2003, 82-83頁; 대법원1963.9.12.선고 63도190판결; 대법원 1982.6.8.선고 82도884판결; 대법원1983.4.12.선고 82도2433판결; 대법원1992.10.27.선고 92도1377판결; 대법원2004. 5. 14.선고 2004도1066판결. 특히 대법원은 기회제공형을 함정수사의 범주에서도 제외한다.; 일본하급심판례로, 東京高判昭和26·11·26高刑集4卷13號1933頁; 東京高判昭和60·10·18刑月17卷10·92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號248頁). 앞서와 같이 종래 일본최고재판소는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의 구별 없이 함정수사를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는데, ① 수사절차의 위법이 곧바로 공소제기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東京高判昭和26·12·11高刑集4卷14·2074頁), ②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이 위법하다면, 이를 교사, 종범으로 처벌하거나 ③ 정상사유로의 참작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배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관련판례의 사실관계가 대부분 기회제공형에 해당하고, 최고재판소도 마약거래와 관련 수사정보원을 활용한 사안(最決平成16·7·12刑集58卷5號333頁)에서「직접적 피해자가 없는 약물범죄 등의 수사에서 통상적 수사방법만으로 당해 범죄의 적발이 곤란한 경우, 기회가 있다면 범죄를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함정수사를 행함은 형소법 제197조 1항의 임의수사로서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적법한 함정수사 요건으로 첫째, 약물범죄 등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와 같은 대상범죄에 제한,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둘째, 통상적 수사기법에 의한 증거수집, 검거가능성이 극히 제한적인 경우, 셋째, 사전에 범행의사가 있다고 의심되는 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기존 한국, 일본의 관련판례에서 기회제공형이 대부분으로, 위법한 함정수사의 주장이 피고인의 방어방법으로 과연 어느 정도 유용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나. 미국의 entrapment defense ; subjective test 및 objective test 범의유발형, 기회제공형 함정수사의 구분은 미국의 entrapment defense의 영향이라 하겠다. 미국에서 함정수사의 한계에 관한 논의는 1870년대 후반 주 법원 판례 등에서 확인되는데, 1900년대 초까지 미 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진행, 가담에 주목,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대해서는 착안하지 않았다(People v. Mills, 178 N.Y. 274, 70 N.E. 786(1904)). 그러나 1932년 Sorrells v. United States(287 U.S. 435, 53 S.Ct. 210, 77 L.Ed. 413(1932))에서 미연방대법원이 후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 이래, 연방하급심 및 주법원에서 이를 원용하기 시작하였다. entrapment defense의 판단요소로 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행위(inducement), ② 함정설정 전 대상자가 갖는 심리적 상태로서의 범행의사(predisposition)를 드는데, 위 판단요소 중, 중점대상에 따라 주관적 기준(subjective test, Sherman-Sorrells doctrine), 객관적 기준(objective test, hypothetical person approach), 절충적 기준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다수설인 주관적 기준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도 불구, 피고인이 이미 범행의사를 갖는 경우(ready and willing by the time), 당해 함정수사는 적법하다는 입장으로 실체형벌법규의 입법자는 수사기관에 의하여 창출된 범죄행위까지 처벌할 것을 상정하지 않은 점을 논거로 한다(실체법적 접근). 이에 따르면, 피고인이 우월적 증명(preponderance of evidence)으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설정을 입증하면, 검찰 측이 합리적 의심이 해소될 정도로(beyond reasonable doubts)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를 입증하는 공방(攻防)구조를 뛴다. 문제는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 입증에 과거 범죄경력, 악성격, 평판, 취향 등 부당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성격·유사사실증거 등이 원용되며, 피고인의 심리적 상태라는 모호한 기준에 의존하는 점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반면, 객관적 기준은 entrapment defense는 위법한 수사의 제어를 목적으로, 위법한 수사관행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승인할 수 없는 점에서(절차법적 접근), 평균적 일반인을 상정, 수사기관의 구체적 함정설정행위를 고려, 범행의사를 갖지 않은 자가 범행에 이를 정도의 실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의 여부를 기준으로 한다(Model Penal Code §2.13). 객관적 기준에 의하면 주관적 기준의 문제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실질적 위험역시 모호한 기준이며, 상습적 범죄자에 대한 대처, 범행의사여부를 전적으로 무시하고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에 실질적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는 예와 같이 오히려 부당하게 함정수사가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대폭 확장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이 지적된다. 한편, 우편에 의한 아동포르노물의 유통과 관련(Jacobson v. United States503 U.S. 540, 112 S.Ct. 1535, 118 L.Ed.2d 174(1992)), 미연방대법원은 종전 주관적 기준과 달리, 피고인의 사전 범행의사판단에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정, 범행에 개입형태 및 기간 등을 고려하여 객관적 기준을 일부 수용하여 소위 절충적 기준을 취한 바 있다. 3. 위법한 함정수사에 대한 구제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의 구제와 관련, 실체법적 접근에서 ① 가벌적 또는 실질적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신양균, 형사소송법, 서울 : 법문사, 2000, 70면), 절차법적 접근에서 ② 위법한 수사방법으로 국가가 처벌적격을 상실하여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 ③ 위법한 수사에 의한 공소제기로 공소기각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견해(백형구, 형사소송법강의 제8정판, 서울 : 박영사, 2001, 365면), ④ 위법한 함정수사에 의한 증거를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는데, ④의 입장(可罰說. 이재상, 전게서, 179면; 石神千織, 搜査節次におけるおとり搜査, 警察學論集 第58卷 9號, 2005, 164-165頁)은 ①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라도 범죄성립요건이 갖추어진 이상, 무죄판단은 곤란하고, ②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함정수사가 명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③설에 대하여는 위법한 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시, 공소기각판결을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고, 수사, 공판절차는 독립성을 갖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에 그대로 인계되지 않는 점(종래 한국 및 일본의 판례 역시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시키는 입장을 일관하였다. 대법원 1992.4.24. 선고 92도256 판결 등; 最判昭和41·7·21刑集20卷6號6767頁, 大阪高判昭和63·4·22判タ680·248頁 등) 등을 논거로 비판한다. 그러나 수사, 공판절차가 전혀 무관계한 것은 아니고, 적정절차원칙, 피의자·피고인의 기본권보호라는 점에서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효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적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고, 정책적 필요성면에서도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과 별도로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게재된 때는 이에 따른 공소제기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형소법 제327조 2호)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福井厚, 前揭書, 228-229頁). 참고로, 일본 하급심판례 중에 적정절차위반의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판시한 예도 있다(東京高判昭和57·10 ·15判時1095號155頁). 4. 대상판례의 의의 방어방법으로 함정수사의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① 기존 관련판례가 수사기관의 함정설정측면보다는 피고인의 범행의사라는 심리적 상태에 주안을 두어, 대부분 사례가 기회제공형으로 판단되었고, ② 통상 함정수사의 원용 시, 피고인의 유죄인정이 논리적 전제가 되는 점 등에 주로 기인한다.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범행의사 고려 시, 범행자금 및 구체적 범행방법제시 및 대가제공 등 수사기관이 범행의 전 과정에 적극 개입한 점을 고려, 위법한 함정수사(범의유발형) 가능성을 지적하여 종래(주관적 기준)와 달리 수사기관에 의한 범행유발의 실질적 위험성을 고려(객관적 기준), 대법원이 판단한 최초의 위법한 함정수사사례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절충적 기준). 아울러, 위법한 함정수사에 따른 공소제기 효과와 관련,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배되어 공소기각판결을 한 원심을 지지하여, 수사절차의 위법과 공소제기효과를 분리하던 기존시각에 변화를 추측케 한다. 장래 판례축적과 함께, 함정수사의 한계에서 수사기관의 함정설정과 관련한 구체적 판단기준과 함께 어떠한 경우에 수사절차의 위법이 공소제기의 효과에 연계될 수 있는지, 추가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2006-01-16
근거규정의 성질과 처분성여부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고
Ⅰ. 事案의 槪要 원고는 1999. 3. 12.부터 2002. 3. 30.까지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외환신용카드 주식회사(이하 ‘외환카드’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피고(금융감독원장)는 2002. 2. 27.부터 같은 해 3. 15.까지 외환카드를 비롯한 8개 전업신용카드사와 17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뒤, 같은 해 3. 26. 아래와 같은 이유로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에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도록 건의함과 동시에(그 건의에 따라 금감위는 같은 해 3. 26. 외환카드에 대하여 업무일부정지 1.5월을 명하였다), 금감위 규정인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18조 제1항 제3호, 제2항에 의거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문책경고처분을 하였다. Ⅱ. 대법원 2005. 2. 17. 선고 2003두14765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지난 2.17.에 금융기관의 임원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와 관련하여 매우 의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원심판결(서울고법 2003.11.7. 선고 2002누20192판결) 및 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02.11.29, 2002구합21872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1. 금융기관검사및제재에관한규정(이하 ‘제재규정’이라 한다) 제22조는 금융기관의 임원이 문책경고를 받은 경우에는 금융업 관련 법 및 당해 금융기관의 감독 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임원선임의 자격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은행법 제18조 제3항의 위임에 기한 구 은행업감독규정(2002. 9. 23. 금융감독위원회공고 제2002-5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2호 (다)목, 제18조 제1호는 제재규정에 따라 문책경고를 받은 자로서 문책경고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은행장, 상근감사위원, 상임이사, 외국은행지점 대표자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문책경고는 그 상대방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의 경우 적어도 그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한 한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감독기구설치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호, 제3호, 제37조 제1호, 제2호의 각 규정은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라 한다) 또는 금융감독원의 직무범위를 규정한 조직규범에 불과하여 이들이 당연히 법률유보원칙에서 말하는 법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감독기구설치법 제42조에서 피고에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건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여 당연히 문책경고의 권한까지 함께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53조, 제53조의2는 금감위 또는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행하는 감독 또는 검사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각 규정도 문책경고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고, 증권거래법 제53조 제5항 제2호, 증권거래법시행령 제36조의5 제3호, 보험업법 제20조 제1항 제1호, 상호저축은행법 제24조 제1항 제1호, 신용협동조합법 제84조 제1항 제3호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이 아니므로, 적어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위 각 법률규정이 문책경고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임원인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문책경고는 아무런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Ⅲ. 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판결의 요지 1.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2.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다는 이유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Ⅳ. 2001두3532판결의 意義와 問題點 통상 행정소송법을 비롯한 관련법상의 처분개념에 표현된 ‘법집행으로서’와 관련하여, 여기서의 ‘법’이란 ‘법률의 법규창조력’에 바탕을 둔 ‘법규(범)’을 의미하고 따라서 행정행위의 법효과발생의 준거점이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개별토지가격결정의 처분성을 논증하기 위하여 법원은 그것의 근거규정인 국무총리훈령으로서의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을 ‘지가공시및토지등의평가에관한법률’ 제10조의 시행을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보충적 구실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대법원 1994.2.8. 선고 93누111.) 2001두3532판결의 원심(부산고법 2001.3.30. 2000누3634판결) 역시 처분성을 부인함에 있어서,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치의 근거규정의 법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으리라 짐작한다. 반면 2001두3532판결은 근거규정 및 관련규정-‘함양군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경상남도지방공무원징계양정에관한규칙’, ‘지방공무원인사기록및인사사무처리규칙’, ‘지방공무원징계등기록말소제도시행지침’, ‘정부포상 및 장관ㆍ도지사표창지침’-이 행정규칙임에 불구하고(?), 법효과발생의 가능성 즉, 행정처분의 존재가능성을 열어 준 점에선 호평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바람직스런 착안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존재의 문제이다. 비록 대통령령인 경우엔 변화를 주었지만, 다수 문헌과는 배치되게 판례는 그 밖의 법규명령에 대해선 搖之不動이다. (가령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판결.) 그리하여 이제껏 행정규칙으로부터는 사실상의 불이익이 생겨날 뿐 쟁송가능한 법률상 이익은 생겨나지 않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보아온 기왕의 입장을 고려한 즉, 2001두3532판결은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을 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행정처분의 개념적 징표인 법효과의 발생이 해당 근거규정(행정규칙?)에서 직접 비롯된다고 보는 듯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그것의 원심판결과 기조를 같이 함을 보여줄 뿐 더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상세는 졸고, “不問警告措置’의 法的 性質과 관련한 問題點에 관한 小考”, 『인권과 정의』 2004.8, 336호, 125면 이하 참조. ) Ⅴ. 2003두14765판결의 意義와 期待 일부에선 2001두3532판결에 대해 국민의 실효적인 권리구제의 지평을 넓힌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하며(가령 김의환, “행정규칙에 의한 징계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인지 여부”, 『대법원판례해설』 2002년 하반기(통권 제43호), 254면. ), 2003두14765판결의 1심판결 역시 이를 논거로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의 처분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논거는 요령부득의 상황에서 나름의 노력의 소산이다. 사실 실질에 경도된 기왕의 판례의 입장을 다수 문헌의 지적처럼 형식중시적 입장으로 선회하면, 이 물음은 손쉽게 해소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향선회와는 별개로 그 같이 논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과 처분성의 인정을 연계시킨 데서 빚어진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떤 행위의 법적 성질을 행정행위로 여기느냐의 물음에서, 행정행위를 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수권) 존재하는지 여부는 전혀 관계가 없다. (Kopp/Ramsauer, VwVfG Kommentar, 8.Aufl. 2003,, §35 Rn..9; BVerwG NVwZ1985, 264.) 행정행위를 비롯한 어떤 행정작용이 법률상의 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는 법률유보의 물음이다. 요구되는 법적 근거의 부재는 행정행위를 위법하게 만들 뿐이지, 그것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진 않는다. 요건데 법률상의 근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떤 행위가 직접적인 근거규정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에 의거해서 행정행위의 개개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하고 있는지가 요체이다. 따라서 2003두14765판결의 논증방식은 그동안 취해온 것과는 다소 그러나 근본적으로 다르다. 즉, 처분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근거규정의 법적 성질에서 출발하였던 태도에서 벗어나, 관련 (법)규정에 의거하여 처분성을 논증한 다음에, 그것의 근거규정의 법규성 요구인 법률유보의 물음으로 이행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논증상의 난맥을 일소한 2003두14765판결의 意義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재적 행정처분과 관련한 리딩판결인, 대법원 1995.10.17, 94누14148전원합의체판결의 도식(부령인 제재처분기준⇒행정규칙⇒사실상 불이익의 인정)으로부터 도그마틱적 왜곡(가령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 없이도 벗어날 단초가 마련되었다. 대상판결의 획기적인 논증방식은 불원간 기왕의 토대(가령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문제)에 균열을 가져올 前兆로 여겨진다.
200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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