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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I. 서론 지난 3월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이 된 경우에서도 변호사 아닌 소속 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의 내용은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소속 공무원을 통해 소송을 해오던 관행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결이 아직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본 판결의 의미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한 향후 대책 등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72041 판결 [대상판결1] 1. 사안 원고는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하여, 원고가 피고 소유의 도로 일부분을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였다고 주장하며 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피고 아산시는 취득시효완성 후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 아산시를 상대로 취득시효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아산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한편 원고는 피고 아산시와는 별도로 공동피고 이○○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구하였으나 이 부분은 위 청구와 전혀 별개의 청구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직권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고 하면서, 원심판결 중 피고 아산시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대전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 법원에서 피고 아산시가 소송수행자로 지정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이 피고 아산시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다. 또한 단독판사의 사물관할에 속하는 일정한 사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88조가 정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호사 아닌 사람에 의한 소송대리가 허용되지만, 그 항소심에서는 합의부가 심판하므로 당연히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다” III. 대법원 2006. 6. 9. 선고 2006두4035 판결 [대상판결2] 1. 사안 피고 인천광역시는 공익사업(중학교신설사업)을 위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쳐 원고 소유의 토지를 수용하였다. 원고는 위 수용재결에서 나타난 손실보상금이 적다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손실보상금이 증액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하여 손실보상금의 증액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법원은, 손실보상금산정에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 역시 동일한 판단으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가 상고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피고 인천광역시는 그 소속 공무원들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다(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로서 교육감이 대표자에 해당하므로, 정확히는 인천광역시 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송을 수행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이 피고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지방자치단체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같은 법률 제3조, 제7조에서 정한 바와 같은 소송수행자의 지정을 할 수 없고, 또한 민사소송법 제87조가 정하는 변호사대리의 원칙에 따라 변호사 아닌 사람의 소송대리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원심이 변호사 아닌 피고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소송수행자로서 피고의 소송대리를 하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424조 제1항 제4호가 정하는 ‘소송대리권의 수여에 흠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위법이 있는 것이다” IV.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과 소송수행자 1. 국가소송·행정소송과 소송수행자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국가를 당사자 또는 참가인으로 하는 소송)과 행정소송의 수행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국가를 대표하고(제2조), 법무부장관은 법부부의 직원, 검사, 공익법무관 또는 소관행정청의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국가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한편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하되(제5조), 소송수행에 있어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6조). 한편 국가소송에 있어서는 법무부장관이, 행정소송에 있어서는 행정청의 장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각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제3조 제4항, 제5조 제2항). 2.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 국가소송법은 국가소송·행정소송에 대하여만 규정하고 있을 뿐,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소송·행정소송과 달리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 예외적으로 민사소송법 제88조 규정에 따라 단독판사사건 중 일정 소가 이하의 사건의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상판결1 이전에도 대법원은 재판예규 제871-26호(지방자치단체의 비변호사에 대한 소송대리 위임 가부)에서, 민사합의사건 또는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그 소송목적의 값이 일정한 금액을 초과하는 사건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도)가 당사자인 경우에 그 대표자(도지사)가 변호사 아닌 자에게 소송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근거가 될 명문규정이 없어 법원은 이를 허가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소송(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의 일방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소송의 한 유형인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행정청의 長”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행정소송인 당사자소송에 있어서도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실무상 대체적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등법원 재판실무개선위원회, 행정소송실무편람 제2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03, 145면; 법원행정처, 법원실무제요-행정-, 법원행정처, 1997, 84면). 대법원 재판예규 제917-1호(사업시행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는지 여부) 역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사업시행자라 함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 자를 의미하고 이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의 행정청의 장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직원을 지정하여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석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국가소송법 제5조 제1항은 “행정청의 장은 그 행정청의 직원 또는 상급행정청의 직원을 지정하여 행정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행정소송에 관하여는 행정청의 장이 그 소속직원을 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행정청의 장이 당사자인 행정소송에서만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법 제5조는 ‘취소소송(항고소송)’에만 한정된 규정이 아니라, ‘행정소송’에 관한 규정이다. 법 제5조 제1항 “행정청의 長”은 소송수행자 지정의 권한귀속을 나타내는 것일 뿐, 행정청의 장을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 즉 취소소송에서만 수행자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법 제6조 제2항은 “법무부장관은 행정소송에 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무부의 직원, 검사 또는 공익법무관을 지정하여 그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것은 법무부장관이 피고로 되는 행정소송에 관하여 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고, 행정소송에서의 법무부장관의 보충적 수행자 지정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공공단체 등은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포함되므로(제2조의2), 개별법령에 의하여 행정권한을 위임·위탁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된 당사자소송에서 국가소송법상의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예컨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시행자로서 제85조 제2항 당사자소송의 일방이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소송법상 행정청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V. 검토 1. 문제점 결국 대상판결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민사소송 또는 당사자소송(행정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① 그 대표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을 수행하거나 ②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거나, ③ 단독판사사건 중에서 일정한 소가(현재 5,000만원) 이하의 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여 소송을 수행하는 것(민사소송법 제88조, 민사소송규칙 제15조)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직접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는 실무상 관행적으로 그 소속공무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하여 소송을 해 오고 있다. 일정 소가 이하의 단독판사사건에 대하여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방자치단체의 소속공무원을 소송대리인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소가의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항소심사건에서는 이러한 대리인허가를 할 수 없다. 2. 대책 대상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대하여, 특히 항소심사건에 대하여 사실상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 회사의 경우에는 그 직원을 상법상 지배인으로 등재한 후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고(상법 제11조 제1항), 그 밖에 공기업의 경우에도 정관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직원을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어(한국토지공사법 제8조, 대한주택공사법 제13조 등), 대표자 아닌 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수 있으며, 국가의 경우에는 국가소송법상 소송수행자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현행법상 민사소송법 제88조의 예외를 제외하면 소속직원으로 하여금 소송을 수행하게 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 공기업, 기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법률전문가로 하여금 소송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필요는 국가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송수행자지정에 대해서만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어떤 특별한 필요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단순한 법적 미비라고 생각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長은 조례 또는 규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의 일부를 보조기관 등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제95조 제1항), 그 보조기관에 지방공무원이 포함되므로(제6장 제2절 및 제102조), 지방자치단체가 당사자인 소송에 관하여 조례·규칙에서 규정을 둔다면 그 소속공무원이 소송수행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앞서본 일반 회사, 공기업 그리고 국가인 경우와의 형평 등에 비추어 이러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3. 결론 대상판결1은 현행 국가소송법 규정에 따른 당연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소송에 관한 대상판결2는 국가소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현행 국가소송법 하에서도 행정소송의 일종인 당사자소송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직원을 소송수행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아직까지 실무상 적용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지방자치법상 조례·규칙에 근거하여 소송수행자를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만 사실상의 변호사강제주의를 채택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므로, 실무상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소송법 또는 지방자치법에 명시적 규정을 두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006-07-17
목적 토지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시효취득자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
1. 사실관계 1) 원고가 피고 소유의 부동산을 점유하여 1995년 2월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 그 후 1996년 2월에 피고는 자신이 A(농업협동조합)에 대해 현재 및 장차 부담하는 채무의 담보로 위 부동산에 관하여 A 앞으로 채권최고액 6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2) A가 2000년 11월 위의 근저당권에 기하여 위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함으로써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2001년 9월에 낙찰허가결정이 있었다. 원고는 이 결정에 즉시항고하면서 A를 피공탁자로 하여 5,200여만 원을 변제공탁하였다. 그 후 원고는 다시 A에게 500여만 원을 지급했고, 그러자 A는 2002년 3월 임의경매신청을 취소하고, 나아가 근저당권등기를 말소했다. 3) 원고는 이 사건에서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위와 같이 A에 대한 피고의 채무금 합계 5,700여만 원을 대위변제했다는 이유로 그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다(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취득시효가 완성되면 그 목적물상의 근저당권 등 물적 부담도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므로 원고가 A에게 변제한 것은 피고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채무를 변제한 것이어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4) 원심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대법원도 다음과 같이 판시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2. 판결취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소유자는 점유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기까지는 소유자로서 그 토지에 관한 적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 이 경우 시효취득자로서는 원소유자의 적법한 권리행사로 인한 현상의 변경이나 제한물권의 설정 등이 이루어진 그 토지의 사실상 혹은 법률상 현상 그대로의 상태에서 등기에 의하여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따라서 시효취득자가 원소유자에 의하여 그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시효취득자가 용인하여야 할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할 것이니, 그 변제액 상당에 대하여 원소유자에게 대위변제를 이유로 구상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을 이유로 그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점선은 인용자가 생략한 부분을 가리킨다). 3. 평석 1) 결론을 미리 말한다면, 위 판결취지에 찬성할 수 없다. 시효취득자가 소유권이전등기 전에 설정된 저당권(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이 문제되나, 통상의 저당권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겠다)에 대하여 그 부담을 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물적 부담의 차원에서 그러할 뿐이다. 시효취득자 또는 소유권 취득 전의 시효완성점유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원래의 채무자를 상대로 구상할 수 있다고 함이 타당하다. 2) 취득시효(이하에서는 부동산소유권의 장기취득시효, 즉 민법 제245조 제1항에서 정하는 취득시효만을 문제 삼기로 한다)가 완성되었으나 아직 그 점유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이하에서 등기라고 하면 소유권이전등기만을 말한다)가 경료 되지 않은 상태, 즉 점유자가 아직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상태(그러한 상태의 점유자를 이하에서는 시효완성점유자라고 한다)에서,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목적물에 대한 저당권의 설정 기타 부담설정행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나중에 소유권등기를 이전받은 시효취득자는 저당권 등의 부담이 있는 상태로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수긍할 수 있다. 취득시효의 완성으로 인하여 시효취득자는 등기가 행해진 때 목적물을 취득하므로(민법 제245조 제1항), 취득시효로 인한 권리변동이 원시취득이라고 하는 통상적인 설명을 밀고 나간다면, 등기 당시에 목적물에 존재하던 부담은 모두 소멸한다고 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확고한 판례준칙에 의하면, 취득시효의 완성 전에 소유권 양도가 있었던 경우와는 달리, 취득시효 완성 후 원래의 소유자가 그 소유권을 양도하였으면 그 양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 시효완성점유자는 이제 그 적법한 양수인에 대하여 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함은 주지하는 대로이다. 그렇다면 이때 소유자가 소유권의 양도가 아니라 저당권의 설정과 같은 부담설정의 처분행위(이하에서는 저당권 설정의 경우만을 논의한다)를 했으면 어떤가? 위와 같은 판례준칙을 전제로 하는 한, 역시 “대는 소를 포함한다”는 논리에 좇아 그 저당권 설정은 유효하고, 시효취득자는 저당권의 부담이 있는 채로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미 大判 91.2.26, 90누5375(集 39-1, 특503)가 시효완성 후 국세징수법에 의한 압류가 행해진 경우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같은 취지를 밝힌 바 있고, 大判 99.7.9, 97다53632(공보 하, 1567)도 시효완성 후 목적물이 소유자에 의하여 사실적으로 변경된 경우(한편 이와 관련하여 大判 2005.3.25, 2004다23899등(공보 상, 662)이 시효완성점유자가 점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는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음은 주의를 요한다)에 대해서도 동일한 뜻으로 판시했다. 물론 민법 제247조 제1항은 취득시효로 인한 소유권 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한다고 정하지만, 이는 시효취득자의 점유가 소급하여 적법한 것이 된다는 등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고, 시효완성 후 종래의 소유자가 한 처분의 효력을 반드시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될 수 있다. 3) 그러나 이상은 어디까지나 물적인 부담에 관한 것이고, 그와 관련되는 채권적 법률관계까지 시효취득자에게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즉 시효취득자에게 소유권 취득이라는 물적 관계에 부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지울지언정, 그 피담보채무의 인적 관계까지 그에게 돌릴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저당권의 부담과 그 피담보채무가 서로 다른 사람에게 귀속하는 예를 무엇보다도 물상보증의 경우 또는 담보물의 제3취득자의 경우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종래의 소유자가 시효완성 후 등기가 넘어가기 전에 -자기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다른 제3자의 채무의 담보를 위해서건- 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경우에도, 시효취득자는 물상보증 등에서와 같이 단지 물적 부담만을 지는 것이고 그 이상은 아니다. 그러므로 시효취득자가 그 피담보채무를 변제했다면, 이는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채무자에 대하여 당연히 구상할 수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4) 대상판결도 시효취득자 또는 시효완성점유자가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채무자가 된다고는 말하지 않으며, 다만 시효취득자의 변제가 “그 토지상의 부담을 제기하여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구상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의 변제를 한 사람이 타인에게 그 출연에 관하여 구상할 권리를 가지는지 여부는 실질적인 관점에서 그 채무가 종국적으로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에 달려 있고, 그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와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타인과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하여 그 타인의 채무를 변제할 것을 위탁받은 사람이 그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 그 변제는 자신의 위임사무처리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위이다. 그럼에도 그는 위임인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다(민법 제688조). 또 연대채무자 중 1인이 변제를 하는 것은 자신의 연대채무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고, 보증인의 변제는 자신의 보증책임을 면하기 위한 것으로서, 각기 그들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경우에 그 변제로 인한 구상권이 발생함은 법에 명문으로 정하여져 있는 바이다(민법 제425조, 제441조 이하). 변제가 변제자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사무관리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사무관리가 구상권 발생의 유일한 원인은 아닌 것이다. 5) 다른 한편 “자기 소유의 물건에 존재하는 물적 부담을 제거하고 완전한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그 변제자는 구상권을 가진다. 앞의 4)에서 본 바와 같이 자신의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도 구상권이 인정되거늘, 하물며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구상권이 발생함에는 이론이 없는 바이다(물론 그 발생원인은 다양하고, 또 증여의 의사로 변제한 경우는 예외이다). 우선 민법 제341조가 질권과 관련하여 물상보증인의 구상권을 명정하고 있으며, 이 규정은 민법 제370조에 의하여 저당권에 준용된다. 나아가 담보목적물의 제3취득자가 그 담보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에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가짐에도 의문이 없다. 물론 민법 제341조가 제3취득자에게 준용되지는 않는다고 할 것이지만, 그것은 그 구상권의 내용을 同條에서 말하는 대로 “보증채무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일 뿐, 구상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시효취득자가 2)에서 본 바와 같이 저당권의 부담을 안게 된 경우를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달리 볼 이유는 없다.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채무의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그 전에 우연히 제3자에 의하여 시효취득되었고 그 피담보채무의 변제가 시효취득자에 의하여 저당권의 부담을 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해서 채무자가 구상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면 그는 아무런 出捐 없이 자신의 채무로부터 해방되는 불의의 이득을 얻게 되어 명백히 부당한 것이다. 6) 이 사건의 경우에는 아직 등기를 얻지 아니한 상태의 원고가 피고가 부담하는 채무를 변제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구상권의 문제에 관한 한 시효완성점유자가 장차 취득할 목적물에 존재하는 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변제한 경우를 시효취득자가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다. 두 경우 모두 타인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점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효취득자와 마찬가지로 시효완성점유자도 물상보증인이나 담보물의 제3취득자와 같이 “이해관계 있는 제3자”로서 타인의 채무를 그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도 변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민법 제469조 참조).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명백히 드러나는 바와 같이, 그 변제로써 저당권이라는 물적 부담, 특히 그 실행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한편 대상판결은 참조판결로 大判 91.2.26, 90누5375; 大判 95.7.11, 94다4509, 大判 99.7.9, 97다53632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 판례는 모두 시효완성점유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목적물의 소유자가 행한 법률적·사실적 처분 그 자체의 효력 유무 또는 그 처분으로 그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것이다(그들 중 大判 91.2.26.와 大判 99.7.9.에 대해서는 앞의 2)에서 살펴본 바 있다). 이들은 당사자들 사이에 존재하던 채권적 법률관계의 귀추에 대한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시효 완성된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시효취득점유자에 의하여 변제된 사안에 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제 판례는 이 사건에서 사건 해결의 결론을 좌우하는 직접적인 쟁점에 대하여 선례적 의미가 없다.
2006-07-10
국회법상의 수정안
1. 사건의 개요 정부가 2005.3.24. 政府組織法中改正法律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改正案에는 ① 財經部 등 4개 부처에 複數(2명)의 次官을 두기로 하는 내용, ② 統計廳과 氣象廳을 차관급 기구로 格上시키기로 하는 내용, ③ 國防部 소속으로 防衛産業廳을 신설하기로 하는 내용, ④ 建交部의 명칭을 변경하기로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이 의안은 즉시 소관위원회인 行自委에 回附되었고, 행자위는 이 의안과 기왕에 행자위에 제출된 관련 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한 후 委員會代案을 마련하여 본회로 넘겼다. 위원회대안이란 위원회가 본회로부터 회부받은 의안과 수정안, 관련된 의안이 있으면 그 의안과 수정안, 위원회 자체의 수정안, 의원들로부터 추가로 제출된 수정안들을 모두 종합하여 하나로 만들어 놓은 안을 말한다. 위원회종합안인 셈이다 {국회선례집 278면 이하, 김교창 표준회의진행법(법률신문사, 2005) 264면}. 이 委員會代案에는 정부가 제출한 改正案의 내용 중 ①과 ②만이 들어있다. ③과 ④는 빠졌다. 위원회가 ③과 ④는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본회에 2005년 6월 30일 위 代案이 議案으로 上程되었다. 본회에 상정된 議案은 이 代案 하나뿐이다. 본회로 보면 이 代案이 原案이다. 이 議案의 審議 중에 議員 33人(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소속임)이 ③을 修正案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議長이 이를 수정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본회에 상정하여 표결에 부치었다. 표결 결과 재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자 議長은 이 수정안과 아울러 ①과 ②가 들어 있는 의안이 가결되었다고 선포하였다. 그 후 의원 21人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憲裁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③은 의안에 대한 수정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이를 수정안으로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것은 무효라는 것이 그 청구원인이다. 憲裁는 冒頭의 判決要旨를 내세워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기각결정에는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표하였다. 판결요지에 대한 評釋을 위하여 필자는 먼저 의안과 수정안의 관련성에 관한 會議進行法(會議法이라고 줄여 말하기도 함, Rules of Order)을 알아본 후 이 事案에서 修正案으로 다루어진 것이 과연 會議法상의 修正案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위원회에서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된 의안에 관한 國會法의 규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2. 議案과 修正案 사이의 關聯性 어떤 議案에 대하여 그 내용을 關聯性(Germaneness)을 지니는 범위에서 변경하자고 提議하는 안이 修正案이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으로는 의안과의 사이에 보완적인 것, 경쟁적인 것 및 적대적인 것 등이 있다{Robert’s Rules of Order(Perseus Books, 2000, 이하 RR이라 약함) 130 - 132p, 김교창 전게 149면 이하}. 그 예는 이 사안에 관한 다음 항에서 들기로 한다. 관련성을 지니는 것만이 수정안으로 될 수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것은 수정안으로 될 수 없다. 이를 關聯性의 原則이라고 말한다. 이 원칙은 천여년에 걸쳐 英美의 議會에서 형성되었고, 會議法의 일반원칙으로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다. 관련성의 원칙은 同一한 議案 再提出禁止의 원칙(RR 325ff, 김교창 전게 57면, 107면), 一事不再議의 원칙(國會法 제92조, RR 72p, 김교창 전게 107면)과 함께 會議體가 다룰 議案의 범위를 한정하기 위한 會議法의 일반원칙이다. 이미 제출 내지 상정되거나 임시적으로 처리(회부 또는 연기)된 議案과 동일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재제출될 수 없고, 이미 최종적으로 처리(가결 또는 부결)된 의안은 동일한 會期 중에 再議할 수 없다. 상호 관련성이 있는 것이면 동일한 의안이고, 그렇지 아니한 것이며 동일한 의안이 아니다. 역으로 위 두 개의 원칙에 해당하는 여부가 관련성의 存否를 가리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RR 130-131p, 김교창 ‘修正動議에 관한 연구’ 辯護士 (35) (서울지방변호사회, 2005) 9면 이하, 김교창 전게 167면 이하}. 관련성의 원칙은 條理로서 法源으로 된다고 볼 수도 있고, 法文의 해석에 근거로 삼을 수도 있다. 3. 이 事案의 修正案이 會議法상의 修正案인 與否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법률안에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네 개의 내용이 들어있다. 이 네 개가 하나의 의안으로 倂合되어 제출되었으나, 이 네 개는 각 別個의 議案이다. 이 네 개 중 ① 또는 ②만이 제출되어 있는 때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될 수 있고, ① 또는 ②만 제출되어 가결되거나 부결된 뒤에 ③ 또는 ④가 얼마든지 제출되고 審議될 수 있다. 그리고 ③의 가결 또는 부결로 ① 또는 ②에 아무런 변경도 가하여지지 아니한다. ③과 ① 또는 ②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방위산업청의 신설과 ① 또는 ② 사이에 무슨 관련성이 있는가. 따라서 ③은 분명히 ①이나 ②에 대한 수정안이 아니다. 別個의 議案이다. 이를 수정안으로 보고 본회에 상정하여 처리한 것은 의장이 會議法을 위반한 것이다. 수정안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돕기 위하여 ①, ②에 대한 수정안을 몇 개 예로 든다. ①에 대한 수정안으로 ㈎ 複數(2명)의 次官을 두되 1명은 政務次官, 1명은 事務次官으로 정하자, ㈏ 복수의 차관을 두기로 할 바에는 2명이 아니라 3명으로 增員하여 두기로 하자, ②에 대한 수정안으로 ㈐ 統計廳과 氣象廳을 국장급 기구로 格下시키기로 하자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위 수정안들 중 ㈎는 보완적인 것이고, ㈏는 경쟁적인 것이며, ㈐는 적대적인 것이다. ①에 대한 수정안 중 가령 의장이 ㈎를 먼저 표결에 부쳐 ㈎가 가결되면 ㈏와 의안 중 ①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다. ㈎로 이 사항에 대한 본회의 의사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와 ㈏가 모두 부결되면 의장은 끝으로 의안 중 ①을 표결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제97조는 이런 회의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憲裁는 국회법에 수정안의 범위에 어떠한 제한도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冒頭의 판결요지를 내놓았다. 그 범위가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면 條理를 찾아보아야 하고, 條理도 못찾으면 그 범위를 文理的, 論理的, 歷史的, 體系的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憲裁는 이런 그의 職務를 遺棄하였다. 헌재가 내놓은 판결요지를 뒷받침할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헌재의 해석은 우리의 상식에도 벗어난다. 다행히 재판관 3人이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의견에 따라 이 판결요지가 조만간 변경되기를 바란다. 會議法에 위반되었다고 이 ③의 가결이 당연히 무효라고 필자는 말하지 아니한다. 관련성의 원칙은 회의법 중 細部規則에 속한다. 이런 세부규칙은 회의체가 그 효력을 一時停止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사안의 경우 ③을 본회가 별개의 의안으로 제출받아 심의하였다면 위 원칙에 위반되지도 아니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 원칙을 위반하고 그것이 나아가 다른 瑕疵를 이끌어내었다면 그 瑕疵의 정도에 따라 ③의 가결은 무효로 판정될 수도 있다. 다음 항에서 이 점을 살핀다. 4. 위원회가 本會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한 議案 우리 국회법은 委員會中心主義를 취하고 있다{金哲洙 憲法學槪論(博英社, 2001) 941면, 朴奉國 國會法(博英社, 2000) 283면}. 모든 의안은 제출된 뒤 위원회로 회부되고 그 심사를 마쳐야 의장이 본회에 상정할 수 있다(국회법 제81조 내지 제85조). 특히 법률안은 소관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法司委를 거치게 되어 있다(동 제86조). 위원회에 回附된 이 事案의 議案에는 위 네 개가 들어 있었다.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그 중 ①과 ②만 본회에 附議하고, ③과 ④는 본회에 附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원회가 본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안은 議長이 본회에 附議할 수 없다(국회법 제87조 제1항). 예외적으로 위원회의 그런 결정이 본회에 보고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議員 30人 이상의 요구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의장이 본회에 附議할 수 있다(동 단서). 그런 요구가 없으면 그 의안은 廢棄된다(동조 제2항). 이들 국회법에 의하여 ③은 이미 폐기되었다. ③은 같은 會期 중에 再提出될 수 없다. 국회의장은 修正案이 아닌 ③을 수정안이라고 제출받아 처리하였고, 나아가 국회법의 위 조항들을 위반하였다. 그 위반의 정도는 위원회에 관한 규정들을 묵살한 정도에 달한다. 그 조항들은 국회법의 骨格을 이루고 있는 조항들이다. 그렇다면 憲裁는 이 사안에서 국회의장의 가결선포는 무효라고 판시하였어야 한다. 憲裁의 판결요지에 반대의견을 표한다.
2006-07-06
탄핵 증거의 자격 등
1. 사실관계 (1) 피고인은 교통사고(업무상과실치상)를 낸 후 도주했다는 범죄사실로 특가법위반의 죄명으로 공소 제기됐다. (2)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개재돼 있으며 1심 공판정에서도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교통사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3) 제1심 공판기일에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와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서를 제출하자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피해자진술조서에 대해서 증거로 함에 부동의 했으며,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4) 제1심 법원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사법경찰리 작성 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 및 1심법정에서의 피해자의 증언)의 신빙성(증명력)을 배척하고 달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5) 검사는 위 무죄판결에 대해서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이유서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그 증명력이 탄핵되며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진술(경찰진술과 법정증언)에 의해서 입증되므로 제1심의 무죄판결은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이라고 주장했다. (6) 항소법원이 제1심의 무죄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으며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자 검사는 항소기각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한 후 상고이유서에서 항소심판결(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7) 상고법원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탄핵증거의 자격,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의 방식,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신청의 방식 등에 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2. 대법원판례의 요지 (1) 검사가 유죄의 자료로 제출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증거능력이 없으나 그것이 임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반대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 (3) 탄핵증거는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증거가 아니므로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으나… 법정에서 이에 대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다. (4) 탄핵증거의 제출에 있어서도 상대방에게 이에 대한 공격방어의 수단을 강구할 기회를 사전에 부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증거와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과의 관계 및 입증취지 등은 미리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것이므로 증명력을 다투고자 하는 증거의 어느 부분에 의해 진술의 어느 부분을 다투려고 한다는 것을 사전에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5) 이는 종전의 대법원판례(대법원판결 1996. 1.26, 95도1333:대법원판결 1998. 2.27, 97도1770: 대법원판결 1998. 9. 8, 98도1271)와 동일한 견해다. 3. 일반적 고찰 (1) 탄핵증거의 의의 전문법칙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 그 증거를 탄핵증거라고 한다. 탄핵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과 그 증거가 범죄사실(공소사실)의 존부(存否)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된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는 탄핵증거가 아니다. 탄핵증거제도는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하려는데 그 존재이유가 있다. (2) 탄핵증거의 허용범위 탄핵증거로 허용되는 증거의 범위에 관해서는 한정설, 비한정설, 절충설, 이원설이 대립되고 있다. 한정설은 자기모순의 진술임을 이유로 그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경우에 한해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의 제출이 허용된다는 견해이며 비한정설은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제한없이 허용된다는 견해이고 절충설은 자기모순의 진술 외에 증인의 신빙성에 관한 보조사실(예컨대 증인의 능력·성격, 증인의 피고인에 대한 편견, 증인과 피고인과의 이해관계에 관한 사항)을 입증하는 증거로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가 허용된다는 견해고 이원설은 검사 측에 대해서는 자기모순의 진술에 한정시키고 피고인을 위해서는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제한없이 탄핵증거로 허용하자는 견해다.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목적과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에 의한 부당한 심증형성의 방지라는 전문법칙의 취지를 아울러 고려할 때 한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한정설이 우리나라에서 다수설이다. (3) 탄핵증거의 자격 자기모순의 진술이라 할지라도 다음과 같은 전문증거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 임의성이 없는 피의자의 자백, 임의성이 없는 참고인의 진술, 진술자의 서명·날인이 없는 진술기재서류(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 참고인진술서)는 탄핵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통설). 공판기일에 실질적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진술기재조서(예컨대 참고인진술조서)도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진술과 조서의 기재가 불일치한 진술기재조서를 탄핵증거로 허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한다(백형구 형사소송법연습신정판 1995년 136면).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에 의해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한다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의 임의성이 없다거나 그 조서의 기재와 진술이 불일치하다는 이유로 그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가 탄핵증거로 제출된 경우 법원은 공판정에서 증거조사를 해야 하나 정식의 증거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는 통설·판례의 견해이다. (5)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증거능력이 없는 전문증거를 탄핵증거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입증취지, 즉 어떤 진술의 증명력을 다투기 위한 증거로 제출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예컨대 증인이 공판정에서의 진술(증언)과 모순되는 진술을 공판정 외에서 했다는 이유로 공판정 외에서의 진술을 들은 사람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 4. 판례평석 (1) 탄핵증거의 자격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관해 증거능력이 없으며(형소법 312조 2항)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과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은 자기모순의 진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는 사법경찰관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2항에 의해 증거능력이 없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증명력 판단의 합리성을 도모한다는 탄핵증거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탄핵증거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2) 탄핵증거와 증명력의 감쇄 대법원 판례는 「위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의 법정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으나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피고인의 법정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자백이 피고인의 법정진술(부인진술)의 증명력을 탄핵(감쇄)하는 증거로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 탄핵증거는 진술의 증명력을 감쇄(탄핵)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증거로는 허용되나 그 탄핵증거에 의해서 진술의 증명력이 감쇄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의 이론 구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3) 탄핵증거에 대한 증거조사방식 탄핵증거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탄핵증거로서의 증거조사는 필요하나 엄격한 증거조사를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관계는 타당하다. 이는 통설의 견해이다. (4) 탄핵증거의 제출과 입증취지의 명시 탄핵증거를 제출하는 경우에는 어느 증거에 의해서 어느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려고 한다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다. 공소사실의 存否를 입증하는 증거와 진술의 증명력을 탄핵하는 증거는 그 입증취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2006-07-03
도시계획변경입안 제안에 대한 거부의 처분성여부
Ⅰ. 원심판결(광주고법 2003. 1. 23. 선고 2002누1945 판결)의 요지 원심은 광주 북구 우산동 190-8번지선 13,619.5㎡(이하 '이 사건 시설부지'라 한다)가 도시계획법상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여 구 건축법(1991. 5. 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고 2000. 1. 28. 법률 제62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 구 건축법시행령(1992. 5. 30. 대통령령 제13655호로 개정되고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5조 제1항 제2호, 구 광주직할시북구건축조례(1993. 6. 1. 개정된 것) 제23조 제11호에 의하여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의 건축이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그 지상에 도시계획시설로서 자동차 및 중기운전학원을 설치하도록 한 피고의 1993. 6. 17.자 도시계획시설결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1999. 2. 27. 이 사건 시설부지의 일부를 낙찰받은 원고가 그 부분의 도시계획시설폐지 등을 포함하여 도시계획시설변경을 입안제안한 2002. 1. 4.자 신청에 대하여 피고가 2002. 1. 11.자 회신으로 그 변경입안이 불가함을 밝힌 이 사건 거부처분은 위 입안제안신청을 도시계획입안에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에 해당하여 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범위를 일탈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판결의 (처분성여부의 물음과 관련한) 요지 구 도시계획법(2000. 1. 28. 법률 제6243호로 개정되어 2002. 2. 4. 법률 제6655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도시계획의 수립 및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보장하고 공공복리를 증진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도시계획시설결정으로 인한 개인의 재산권행사의 제한을 줄이기 위하여, 도시계획시설부지의 매수청구권(제40조),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41조)에 관한 규정과 아울러 도시계획 입안권자인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이하 ‘입안권자’라 한다)로 하여금 5년마다 관할 도시계획구역 안의 도시계획에 대하여 그 타당성 여부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정비하여야 할 의무를 지우고(제28조), 도시계획입안제안과 관련하여서는 주민이 입안권자에게 ‘1. 도시계획시설의 설치·정비 또는 개량에 관한 사항 2.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지정 및 변경과 지구단위계획의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도시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를 첨부’하여 도시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고, 위 입안제안을 받은 입안권자는 그 처리결과를 제안자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제20조 제1항, 제2항) 등과 헌법상 개인의 재산권 보장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도시계획구역 내 토지 등을 소유하고 있는 주민으로서는 입안권자에게 도시계획입안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신청에 대한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원심이 원고의 신청에 대한 피고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함을 전제로 본안 판단에 나아간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변경 입안신청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Ⅲ. 問題點의 提起 대상판결과 원심판결은 본안에서의 판단이 서로 다를 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를 거부처분으로 본 기본 출발점에선 동일하다. 특히 대법원은 종래의 거부처분 인정의 공식에서 요구된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의 존재를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논증하여 이를 거부처분인정의 착안점으로 삼았다. 대상판결은 거부처분인정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심장하다. 1984년의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계획변경신청권을 부인하였고, 1999년의 대법원 1999.8.24. 선고 97누7004판결은 구「행정규제 및 민원사무기본법」(현「민원사무처리에 관한 법률」)상의 민원접수 및 통지의무가 민원인에게 실체적인 신청권을 성립시키진 않음을 들어, 민원접수(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변경신청)에 따른 불허통지를 거부처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 판례와 대상판결의 의의를 연계시켜 朴正勳 교수는, ⅰ) 84누227판결과 관련하여 20년 동안 도시계획·국토이용계획의 분쟁에 관한 행정소송을 봉쇄한 장벽이 사실상 붕괴되었다는 점, ⅱ) 97누7004판결과 관련하여 민원에 대한 통지의무와 도시계획입안제안에 대한 통지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기에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을 인정하든지 아니면 거부처분의 요건으로 신청권을 요구하는 판례 자체를 포기하여야 할 시점이 임박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동인, 행정판례 반세기의 회고-행정소송·국가배상·손실보상을 중심으로-, 한국행정판례의 성과와 발전방향(한국행정판례연구회·한국법제연구원 공동심포지움), 2005.11, 발표문 74면}. 대상판결의 취지를 쫓는다면, 도시계획변경입안의 ‘제안’에 관해 신청권이 인정되는데, 하물며 도시(관리)계획변경에 관해선 당연히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大法院 2003. 9. 23. 선고 2001두10936 判決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의 적정통보를 착안점으로 삼아 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을 例外的으로 認定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진일보하였지만,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상세는 졸고,「國土利用計劃變更申請權의 例外的 認定의 問題點에 관한 小考」, 행정판례연구Ⅹ, 2005, 21면 이하 참조). 이런 한계가 계획변경신청권의 일반적 인정을 가져올 대상판결에 의해서 극복된 셈이긴 하나, 계획변경신청권의 인정문제는 부담적 행정행위의 철회의 차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반면 대상판결으로 인해 지불해야 할 법리적 희생-가령 준비행위나 절차행위를 완료된 행정처분과 동일하게 취급함으로 인한 전면적 사법통제가능성-이 그보다 월등하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에서 소송대상은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제안의 거부’이기 때문이다. 통상의 거부처분의 경우에 신청대상행위가 행정행위(행정처분)인 점에서 사안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 등은 사안의 차이점에 대한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 채 논증하였다. 여기서 거부처분 인정과 관련한 통상의 논의와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대상판결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李宣憙, 도시계획입안 신청에 대한 도시계획 입안권자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2004.4.28. 선고 2003두1806 판결: 공2004상, 913), 대법원판례해설 제50호(2004년 상반기), 149면 이하 참조). Ⅳ. 拒否處分認定의 公式에 관한 論議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의 의의는, 계획변경신청권의 존부의 물음을 넘어서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서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 즉, ‘신청권’의 존재를 요구한 점에 있다.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서, 거부처분과 관련한 판례 는 물론 행정심판의 공식이 되고 있다(84누227판결에 대한 비판적 입장으로 李鴻薰, 「도시계획과 행정거부처분」, 행정판례연구 Ⅰ, 1992, 115면 이하 참조). 한편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신청권을 신청의 인용이라는 만족적 결과를 얻을 권리 즉, 실질적 권리(청구권)차원에서 이해하지 않기에, 기실 신청에 대한 단순한 응답요구권(이른바 형식적 신청권)만으로도 거부처분의 근거점인 신청권의 존재가 인정된다(한편 나아가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이 긍정되면, 이는 형식적 신청권 역시 긍정하는 셈이 되기에, 별도로 형식적 신청권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金南辰/金連泰, 행정법Ⅰ, 2006, 687면). 엄밀히 보자면,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은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을 그대로 전승한 판결들과는 상반된다고 판단될 정도로 기본태도에 차이가 있다. 신청권의 존부에 연계하여 거부처분여부를 판단하는 원칙적 태도상의 문제점은 대법원 1996.6.11. 선고 95누12460판결을 통해서 가실 수 있기에, 동판결의 취지가 설령 조리에 의탁하여 실현될지언정 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요망된다. Ⅴ. 拒否處分認定의 公式과 事案과의 不一致 요컨대 거부처분의 성립(인정)요건은 대상행위의 처분성과 대상행위에 관한 신청권의 존재이다. 행정처분이 아닌 행위에 대한 신청이 거부되었다고 하여 거부결과만을 갖고서 이를 처분으로서의 거부 즉, 거부처분으로 삼을 순 없다. 사안의 경우에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의 제안’에 대한 거부가 문제된다. 기왕의 공식에 비추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여야 한다.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의 법적 성격은 도시(관리)계획의 수립절차를 바탕으로 가늠될 수 있다. 이 절차의 최종 결과물인 ‘도시계획시설변경계획결정’은 분명히 행정처분이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행해진 ‘입안결정’은 아직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은 점에서 일종의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이다.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기에, 도시계획의 입안의 상황과 완료(확정)의 상황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면, 자칫 쟁송을 통해 각자의 고유한 관할이 사실상 침범당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이 거부처분의 성립요건으로 신청권의 존재에 덧붙여 ⅰ)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할 것, ⅱ)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킬 것을 요구한 이래로, 이런 양식은 패턴처럼 되었다. 일단 행정소송법상의 처분정의에 의거한 듯 한 점은 호평되어지나,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우선 ⅰ)과 ⅱ)가 독립되게 요구될 정도로 서로 본질적으로 나누어질 대상인지 의문스럽다. 신청대상행위가 ⅰ)의 요건을 충족하면, 그것의 거부는 당연히 ⅱ)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따라서 ⅰ)과 ⅱ)는 불필요하게 중복된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과연 이 판결이 현행법상의 처분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의문스럽다(후술 참조). 96누14036판결의 논증은 기본적으로 기왕의 판결과 궤를 같이 하지만(동지: 洪準亨,「평생교육시설 설치자 지위승계와 설치자변경 신청서 반려처분의 적법여부」, 행정판례연구 Ⅷ, 2003, 97면 주3), 그것의ⅰ)의 요건은 처분정의와는 분명한 間隙이 있다. 요컨대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누14036판결에 의하더라도,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이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인 이상, 여기에 거부처분인정공식을 대입할 순 없다. Ⅵ. 非處分的 行爲의 申請에 대한 拒否의 處分性 與否 독일의 경우에도 과연 직무활동의 실행과 그 거부가 동일한 법적 성질을 갖는지가 다투어진다. 특히 사실행위의 거부와 관련하여, 다수는 사실행위실행에 관한 결정은 원하는 급부와의 관계에서 단지 비독립적인 부속물에 불과하고 아무런 법적 구속력있는 규율을 가지지 않음을 근거로 처분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반대의 입장도 상당하며, 판례 또한 그 경향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이에 관해선 vgl. Stelkens/Bonk/Sachs, VwVfG Kommentar, 6.Aufl., 2001, §35 Rn.56, 87c). 우리의 경우 판례가 논증한 거부처분공식에서 신청대상행위의 처분성을 요구하거니와, 현행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1호상의 처분정의-‘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의하더라도, 거부행위가 처분성을 가지려면 신청대상행위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이어야 한다(“그 거부”). 따라서 행정행위(처분)가 아닌 사실행위나 공법계약체결의 거부는 거부처분이 될 수 없다. 다만 이런 거부행위가 처분정의상의 준처분적 부분(‘그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하여 처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될 법하다. 그러나 자칫 본행위의 법적 성질에 관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경우에도 전형적인 처분으로서의 거부처분으로 換置시켜선 아니 된다. 그런데 준비행위처럼 종국적 행위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논증마저 통용될 수 없다. Ⅶ. 맺으면서-經路依存性(path dependency)으로부터의 탈피- K. Ladeuer가 말했듯이, 행정행위는 행정법에서 생존의 명수이다. 사전결정(예비결정)이나 부분인허, 잠정적 행정행위는 전형적인 행정행위의 종국적, 본원적 성격에 견주어 다분히 목적론적으로 인정되어 제도화된 것들이다. 따라서 ‘입안’을 ‘확정된 것’에 견주는데 의견의 일치가 모아지지 않는 이상, 전자에 후자의 논의를 대입하는 것은 倒置的 論證이다. 그리고 ‘입안제안’의 거부를 신청권을 매개로 거부처분으로 等値시킨 대상판결로 인하여, 일련의 과정으로 행해질 행정활동의 경우에 자칫 매단계마다 법집행이 난맥에 처해질 수도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朴正勳 교수의 지적처럼 행정청에 대한 모든 신청에 대해 신청권이 인정될 우려가 있다. 또한 계획형성의 자유(이른바 계획재량)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요컨대 도시계획의 입안권자와 결정권자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함과 더불어, ‘도시계획시설변경입안’(‘입안된 도시계획시설변경안’)을 준비행위이자 절차행위로 정당하게 자리매김할 때, -기왕에 또는 장차에- 수립되어 결정된 도시계획을 권리구제의 목표점으로 삼아야 한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초기조건에의 민감성(senstivity to initial conditions)에서 비롯되듯이, 처분성인정의 물음에 원고적격의 물음을 혼입시키는 것이 문제의 根源이다. 이 물음에 대한 典範인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누227판결은 행정소송법의 전면개정(1984.12.15.)에 따른 “84년 체제”에 명백히 반한다. 따라서 이것과의 결별에 행정소송법의 개정이 필요하진 않다.
2006-03-27
언론·출판의 자유와 명예를 침해하는 출판물에 대한 출판 등 금지 가처분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진홍)는 2005. 8. 철우(哲宇)언론법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박용상)를 열고 2005년도 최우수판례로 대법원 2005. 1. 17.자 2003마1477결정(주심 이강국 대법관)을, 최우수논문으로 김재형 서울대 법대교수의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을, 각각 선정하였다. 2002. 6. 3. 제정된 철우언론법상은 언론법 연구의 발전과 아울러 언론환경의 여건 개선을 위하여 매년 국내외 우수한 언론법 분야 판결이나 연구논문과 저서를 선정하여 시상하여 왔다. 심사위원회는 선정이유로서, 위 대법원 결정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표현물의 발행, 판매, 배포 등 금지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설시한 대법원판결로서 의의가 크고, 그 동안 이러한 유형의 가처분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가 대부분 구체적 사안에 대한 당부만을 판단하였으나 이 결정은 처음으로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유형화하였으며, 특히 명예훼손을 이유로 표현물의 배포 등이 사전 금지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것 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글은 최우수판례로 선정된 위 대상결정에 관하여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서 그 조사와 연구 업무를 담당한 필자가 지난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념세미나(주제 “언론자유냐 사전예방이냐”)에서 위 대상결정에 관한 소개와 해설을 위하여 발표한 “헌법의 입장에서 본 명예의 침해에 의한 출판 등 금지가처분에 관한 실무상의 문제”라는 제목의 원고 중 중요한 법리부분만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Ⅰ. 사안의 개요 1. 채권자는 교인들에 의해 조직되고, 일정한 종교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표자가 정해져 있는 종교단체이고, 채무자들은 종교잡지를 발행하여 판매하거나 종교잡지를 제본한 사람이다. 채무자들이 출판, 판매하는 종교잡지에는 종교단체인 채권자를 순수한 교리적인 방법으로 비판한 내용도 있지만, 그 보다는 채권자가 그 명칭을 변경한 경위, 채권자 교회의 구성원에 관한 부분, 교주의 교리에 관한 주장, 종교단체를 이탈한 구성원에 대한 폭행사실 등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에 채권자가 채무자들을 상대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침해를 배제하고 예방한다는 이유로 종교잡지의 집행관 보관, 그 인쇄, 제본 및 판매 또는 반포의 금지 등을 구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2. 사건의 진행경과 (1)원심(서울고법 2003. 7. 29.자 2003라362 결정)은 채무자가 비판행위를 함에 있어 지엽적인 부분에 있어 다소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비판행위는 근본적으로 종교적 비판의 표현행위에 해당되어 위법성이 없고, 서적제본행위도 위법성이 없어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채권자의 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인용하면서 채권자의 항고를 기각하였다. (2)대법원은 종교단체에 관한 평가나 비판 등의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아니 되지만,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와 같은 표현행위는 그 가치가 피해자의 명예에 우월하지 아니함이 명백하고, 또 그에 대한 유효적절한 구제수단으로서 금지의 필요성도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실체적인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되고, 이러한 사전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은 그 심리절차에서 원칙적으로 변론기일 또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열어 표현내용의 진실성 등의 주장·입증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와 같은 기일을 열어 심리하면 가처분을 신청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가처분 결정을 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는 표현행위의 사전억제라고 하는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일반적인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보다 더욱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Ⅱ. 硏究 1. 문제의 소재 인격권으로서 명예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의 인격적 가치에 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말한다. 명예의 침해를 원인으로 한 민사상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는 실정법상 손해배상과 명예회복처분이 규정되어 있으나, 이는 사후적인 구제에 불과하고, 일단 저하된 사회적 평가가 완전하게 회복되는 것도 아니며, 종래의 재판실무에서 손해배상 액수가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어 실제적인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서 그와 같은 법익침해가 현재화하기 전에 이를 사전에 금지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로 되고, 이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기본적 인권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에서 헌법적 문제가 대두된다. 2.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청구권의 법적근거 민법 제751조는 신체, 자유, 명예의 침해가 권리침해로서 위법한 행위인 것을 규정하고 있고, 인격권침해가 불법행위로 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그 효과로서 손해배상과 명예회복처분이 정해져 있다(민법 750조, 764조). 그러나 생명, 신체, 명예, 프라이버시, 자유, 성명권, 초상권 등의 각종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는 가해자에 대한 금지청구권이 인정되는 여부와 그 근거에 관해 실정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고, 민법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금지청구권의 이론적인 근거와 법적성격에 관해서 각종 견해가 주장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가지는 물권 유사의 절대권 내지 지배권으로서 인격권에 기초하여 방해배제청구 내지 방해예방청구권을 근거로 하여 인정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판례는 인격권이 그 성질상 일단 침해된 후의 구제수단만으로는 그 피해를 완전히 회복시키기 어렵고 손해전보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사전(예방적) 구제수단으로 침해행위의 정지·방지 등의 금지청구권도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판시하고 있으나(대법원 1996. 4. 12. 선고 93다40614, 40621판결, 1997. 10. 24. 선고 96다17851 판결), 그 이론적인 근거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았다. 본건 결정은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은 물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배타성을 가지는 절대권 내지 지배권에 속하는 권리이므로 인격권으로서 명예권 침해에 대해서 금지청구권을 인정하면서 그 근거에 관해 통설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3.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에 의한 사전금지와 헌법 제21조 제1항에 정해진 검열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에 의한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법원의 금지명령이 헌법 제21조 제2항에 정해진 ‘허가’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서 판례는, 법원의 가처분에 의한 사전금지는 개별적인 사인 사이의 분쟁에 있어서 법원에 의해 당사자의 신청에 기초한 금지청구권 등의 사법상의 피보전권리의 존부와 보전의 필요성의 유무를 심리하여 판단·발령하는 것으로서 ‘검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바36 결정). 다만 가처분에 의한 사전금지가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검열에 가까운 기능을 가질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가처분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상당히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다. 4.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사전금지청구)의 실체적 요건 (1)헌법 제21조와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에 기초한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의 허용여부 가처분에 의한 법원의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명령이 헌법 제21조에 정해진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헌법 제21조의 취지에 비추어 그와 같은 사전억제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헌법상의 문제로서 제기될 수 있다. 민법상의 불법행위 내지 형사상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그와 같은 명예훼손행위는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지 않고,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남용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으므로 법원의 가처분절차에 의하여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표현을 사전 억제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하고, 인격권으로서 명예도 언론의 자유와 함께 헌법상의 기본적 권리에 해당하며,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보호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하에서 개인의 명예보호와 언론의 자유보장이라는 모순·저촉을 조정하는 제도로서 규정된 형법 제310조의 법리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2)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의 실체적 요건에 관하여 (가)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그 한계를 규정하면서, 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여 개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로 설정하는 헌법상의 법익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법하게 명예를 침해당한 자는 손해배상 또는 명예회복을 위한 처분을 구할 수 있는 이외에 인격권으로서 명예권에 기초하여 가해자에 대하여 현재 행해지고 있는 침해행위를 배제하거나 또는 장래에 생길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사전억제의 하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법원에 의한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이 어떠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허용되는지에 관해서 이익(비교)형량설, 고도의 위법성설, 미국판례법상의 현실의 악의설 등이 주학설로 주장되고 있으나, 판례는 손해배상청구사안에서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개의 법익이 충돌하는 경우에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적인 여러 가지의 이익을 비교해 표현의 자유로 얻어지는 이익·가치와 인격권의 보호에 의해 달성되는 이익·가치를 형량해서 규제의 폭과 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8.10.11. 선고 85다카29 판결). 반면에 공무원이나 공적인물에 관해서 이른바 “현실적 악의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를 명시적으로 배척하고 있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07 판결,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등). (나)명예훼손에 의한 민사책임 중 금지청구에 관해서 특별한 요건을 설정해야 한다면 결국 판례와 같이 이익의 비교형량에 의함이 상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이라고 하는 충돌하는 2개의 헌법상의 권리를 조정하는 원리로서 후자의 이익이 전자의 이익에 우월한 때에 한하여 금지를 허용한다고 하는 법리는 그 자체로도 합리성이 있고, 표현의 자유에 우월적 지위를 강조하는 미국의 판례와 달리 인간의 존엄성을 헌법상 최고의 이념적 가치이자 국가의 존재이유로 삼는 우리 헌법의 가치체계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익형량의 방법 중 개별적 형량보다는 비교·형량해야 할 표현을 유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에 있어서는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형법 310조)가 분명하고, 또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때에 한해서 사전금지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본건 결정은 종교단체의 종교 활동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의 표현행위라는 유형에 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사전금지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요건을 밝힌 것으로서 유형별 비교형량설의 입장에 서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출판 등 금지의 가처분이 인정되는 요건 중 피해자가 중대하고 현저하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금지청구권의 발생요건이 아니고, 보전의 필요성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건 결정은 이를 사전금지청구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으로서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이 인정된다면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4)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의 실체적 요건에 관한 소명책임 일반적인 명예훼손에 기초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는 명예를 훼손당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당해 표현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한 사실과 그 명예훼손에 의해 손해를 입은 사실을 입증하면 충분하고,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 표현내용이 진실하거나 또는 표현한 사람이 그 진실이라고 믿은데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위법성 조각사유)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보전소송의 심리에서 주장·입증책임의 분배는 원칙적으로 본안소송과 다르지 않지만, 채무자를 관여시키지 않고 채권자 일방에 대한 심문에 의한 심리에서는 채무자로부터 주장·입증이 전혀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본안소송과 다른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본건 결정은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표현내용이 진실하지 않다는 본안소송의 상대방의 항변사유에 해당하는 2가지의 요건사실을 소명할 책임을 채권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보전소송절차의 특질을 고려하면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권에 기한 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절차에서 한정적으로나마 일종의 주장·소명책임의 전환을 꾀하려고 한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더욱 보장하려는 취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출판물의 출판 등 금지가처분의 실체적 요건의 소명정도에 관하여 본건 결정은 출판물의 표현내용이 종교단체에 대한 평가나 비판 등에 관한 것인 경우에 그 출판 등의 금지가처분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인 표현행위가 진실이 아니거나 또는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실에 관해 일반적인 가처분과 같은 정도의 소명이면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입는 손해가 중대하고 현저하거나, 회복하기 곤란한 손해인지는 평가의 문제로서 사실의 존재를 소명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출판물의 출판 등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의 대상이 되는 표현의 내용에는 본건과 같이 종교단체에 대한 평가나 비판 뿐 아니라 공무원 또는 공직선거의 후보자와 같은 공적인물에 대한 평가나 비판, 그 밖의 사람의 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많은데, 그와 같은 사례에서 과연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본건의 법리가 적용될 것인지는 앞으로의 판례의 형성을 기다려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사전금지청구권행사에 관한 절차적 보장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중 출판물의 출판 등의 금지를 구하는 가처분의 절차적 보장에 관해서는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금지억제라는 관점에서 민사집행법 제304조의 명문규정이 없다고 하여도 적정절차의 관점에서 반드시 구술변론 또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을 거쳐 상대방에게 고지와 변명의 기회를 주고, 또 입증의 정도를 높게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술변론이나 채무자가 참여하는 심문을 행할 필요도 없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해 그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또한 그것이 전적으로 공익을 꾀할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또한 채권자가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곤란한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집행법 제304조 단서가 규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닌 한 구술변론 또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을 거치지 않고 금지를 명하는 가처분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변론이나 심문을 거치지 않고 가처분을 발령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민사집행법 제304조의 명문규정에도 반하며, 또한 헌법적 차원에서 법원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익형량의 폭을 줄이는 대신 입법권에 의한 법형성의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에 따라서 입법자에 의해 정해진 민사집행법 제304조의 입법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건 결정도 이러한 취지를 확인하고 있는바, 이는 표현행위의 원칙적 우월성과 예외적인 경우의 취급에 관한 절차적인 측면을 종합, 형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6. 끝으로 본건 결정은 법원이 가처분절차에 의해 명예를 침해하는 표현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실체적 요건을 설정함에 있어 종교단체의 종교 활동에 대한 평가, 비판 등의 표현행위라는 유형에 대해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하는 사전금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으면서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되는 요건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소명책임에 관하여 본안소송의 입증책임과 달리 그 전환을 인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가처분뿐만 아니라 유사한 사전금지의 가처분에 관해 그 지침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편 금지청구권이 인정되는 법적근거와 민사집행법 제304조의 단서에 정해진 예외적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행위의 사전억제라고 하는 결과의 중대성에 비추어 일반적인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보다 더욱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 점도 실무 운영상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006-01-26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Ⅰ. 序 說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에 한하여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고인의 진술과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의 기재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단서가 본문이 규정한 증거능력의 요건을 완화한 것인지 아니면 강화한 것인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즉 제312조 제1항 단서의 ‘그 피고인의 공판진술에 불구하고’의 의미가 가중요건인지 아니면 완화요건인지의 여부가 문제된다. 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한 취지라고 이해한다. 반면에 후자로 해석하는 견해는 위 규정의 문언이나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 특신정황을 전제로 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요건을 완화한 것으로 이해한다. Ⅱ. 제312조 제1항 本文과 但書의 關係(成立의 眞正과의 關係) 1. 學 說 (1) 완화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의 문언이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신문조서가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면 성립의 진정이 부정되는 경우에도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본문의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더라도’로 해석한다. (2) 가중설(제312조 제1항 단서를 본문에 대한 가중요건으로 보는 견해) 제312조 제1항을 목적론적으로 해석하여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엄격히 한 것으로 보고,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이 법정에서 그 기재내용을 부인하는 진술을 하더라도 성립의 진정과 특신상태(신용성의 정황적 보장)가 있는 경우에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따라서 단서의 ‘진술에 불구하고’를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도’(예컨대 피고인이 검찰자백을 부인하는 경우에도)라는 의미로 해석한다. 2. 判 例 대법원은 종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서명?날인의 진정을 인정한 경우에는 검찰에서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의심할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83.6.14, 83도647; 대판 1984.9.11, 84도1379; 대판 1986.9.9, 86도1177; 대판 1987.9.8, 87도1507)거나,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그 조서에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는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제2항, 제3항 소정의 절차를 거친 바 없이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없는 한 원진술자의 진술내용대로 기재된 것이라고 추정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진술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다투더라도 그 조서의 간인, 서명, 무인한 사실이 있음을 시인하여 조서의 형식적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한편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위 형사소송법 절차를 거친 바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라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원진술자의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다?(대판 1984.6.26, 84도748; 대판 1986.3.25, 86도218; 대판 1992.6.23, 92도769; 대판 1994.1.25, 93도1747; 대판 1995.5.12, 95도484; 대판 2000.7.28, 2000도2617)라고 하여 形式的 眞正이 있으면 實質的 眞正을 推定하고 있으며,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특히 임의로 되지 아니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대판 1992.2.28, 91도2337; 대판 1995.11.10, 95도2088; 대판 1996.6.14, 96도865)고 보면서, ?진술의 임의성이라는 것은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사정이 없다는 것 즉 증거의 수집과정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인데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하는 그와 같은 사정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이례에 속한다고 할 것이므로 진술의 임의성은 추정된다고 볼 것이다. ... 진술의 임의성에 관하여는 당해 조서의 형식, 내용(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진술을 녹취하고 작성완료후 그 내용을 읽어 주어 진술자가 오기나 증감?변경할 것이 없다는 확인을 한 다음 서명날인하는 등), 진술자의 신분, 사회적 지위, 학력, 지능정도, 진술자가 피고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관계 기타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자유롭게 판정하면 되고 피고인 또는 검사에게 진술의 임의성에 관한 주장, 입증책임이 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이는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 즉 특신상태에 관하여서도 동일하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조서의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實質的 眞正成立이 추정되고,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자백의 ‘任意性’이 추정되어 결국 특신상태까지도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최근 대법원은 ?검사가 피의자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 원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형식적 진정성립뿐만 아니라 실질적 진정성립까지 인정된 때에 한해 비로소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고 있는 직접심리주의 및 구두변론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원진술자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간인과 서명, 무인한 사실을 인정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거기에 기재된 내용이 자기의 진술내용과 다르게 기재되었다고 하여 그 실질적 진정성립을 다투더라도 그 간인과 서명, 무인이 형사소송법 제244조 2항과 3항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된 것이라고 볼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 한 그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것으로 본 84도748판결 등 종전 대법원견해는 변경한다?라고 판시하면서, ?(병원원장) 최모씨와 (보험회사 직원) 오모씨가 제1심 법정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들의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의 기재들은 자신들의 진술과 달리 기재됐다고 진술했고, 피고인 주씨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이들에 대한 검사의 조서들은 실질적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들 조서들에 관해 형식적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추정됨을 전제로 증거능력을 인정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판(전합) 2004.12.16, 2002도537)고 하여 후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법 제312조 본문의 의의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이른바 전문증거로서, 원칙적으로는 요증사실에 대한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나, 검사 또는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피의자신문조서)나, 피의자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참고인진술조서),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검증조서)는 그것이 위와 같은 전문증거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건아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으며, 위 단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1)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라는 점에서 피고인이 되지 아니한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서나 참고인진술조서, 검증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강화하고(성립의 진정이외에도 신빙할 수 있는 상태이어야 함), 2) 그것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라는 점에서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비하여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이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경우는, 그것이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것이라면, 성립이 진정함과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한, 피의자였던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여하에 불구하고,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헌재결 1995.6.29, 93헌바45)라고 판시하여 명시적으로 성립의 진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판례와는 달리 추정을 부정하고 있는 듯 하다. 3. 檢 討 이러한 견해의 대립은 실제문제로서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형식적 진정성립은 인정하되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는 사례가 많음에 비추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런데 완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중요성에 비추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엄격히 한 취지와 모순되며, 반면에 강화요건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곤란할 것이다. 생각건대 공판정의 조서의 증거능력을 쉽게 인정하면 공판중심주의를 형해화할 우려도 있으나, ⅰ) 피의자진술서의 경우에 형식적 진정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이 추정되며, 피의자진술서와 피의자신문조서가 공판정에 함께 제출된 경우에 전자의 경우는 제31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특신상태가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부여됨에 반하여 후자의 경우는 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인하면 특신상태의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보는 것은 동일한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차별을 두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서류 자체에 대한 허위기재여부는 신용성의 정황적 보장을 통해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며, ⅱ)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면 영미법계에서는 조서작성자인 수사기관이 공판정에 직접 나와서 진술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되는데 반하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전문진술(제316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판례가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고(대판 1974.3.12, 73도2123), ⅲ) 수사기관으로서의 검사제도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한 공판중심주심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검사들이 수사단계에서 중요한 사건 또는 다툼이 있거나 쟁점이 있는 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참고인을 몇 시간씩 수차례에 걸쳐 직접 조사하면서 혐의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법원도 가능하면 직접 공판정에서의 증언이나 진술을 통해 심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을 무조건 부인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ⅳ) 재판 실무상 재판정에서의 위증이 거의 처벌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사단계에서의 위증을 처벌하는 영미법상의 사법방해죄와 같은 규정도 없으며,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인은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성립을 항상 부정할 것이므로 수사절차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 및 피고인측의 협박 매수 등으로 위증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의 재판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판부는 미국과 달리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법관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인들이 증거가치를 잘못 판단할 것을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증거를 처음부터 재판절차에 등장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해석할 필요성이 있고, ⅴ) 제310조의2는 전문법칙에 대한 일반조항으로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지만, 제311조에서 제316조는 전문법칙의 예외로서 적극적으로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312조 제2항이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이나 변호인’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증거능력판단의 주도권을 피고인측에 주는 반면, 제312조 제1항 단서는 ‘진술에 불구하고 증거로 할 수 있다’고 하여 법원에 적극적으로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 진정을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문에 반하여 사실상 증거능력판단의 권한이 법관으로부터 피고인에게 전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ⅵ) 대법원은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에서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까지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상황에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실질적 진정을 부인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며, 증거능력을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만이 피고인의 인권보장에 충실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피해자의 권리는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절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물론 피고인의 자백과 같은 인적 증거에 의한 수사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물적 증거에 기한 과학수사의 원칙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와 관련된 사람의 진술을 듣지 아니하고는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인적 증거의 확보방법은 여전히 범죄수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적법절차의 강조와는 별도로 실체진실의 발견도 고려해야 하며, ⅶ) 종전처럼 피의자였던 피고인의 자백에 너무 쉽게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공범자간의 자백이 상호보강증거가 되어 형사정책상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공범자가 모두가 자백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의 증거능력의 인정요건인 공범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이 문제될 염려가 없으므로 그 증거능력에 특별한 제한을 가하는 법칙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공범자의 형식적 진정성립만이 인정될 경우에는 판례가 ?검사작성의 공동피고인(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공동피고인(乙)이 법정에서 성립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공동피고인(甲)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더라도 피고인 甲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판 1990.12.26, 90도2362; 대판 1991.4.23, 91도314; 대판 1991.11.8, 91도1984; 대판 1992.4.14, 92도442)고 판시하여 ‘그 공동피고인이 법정에서 성립의 진정 및 임의성을 인정한 경우에는’이라고 조건을 명확히 하여 이러한 사실상의 추정을 공동피고인의 경우까지 확대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의 추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추정법리를 공범자인 공동피고인까지 확장시킨다면 사실상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의 문제를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증명력판단의 문제로 사실상 전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 경우도 제312조 제1항 단서의 특신상태의 문제로 해결해야 하며, ⅷ) 법 해석기관인 사법부가 피고인의 인권보장이라는 합목적성만을 내세워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가 명문으로 특신상태를 고려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을 무시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법조문에 충실하게 종전 판례처럼 형식적 진정성립으로부터 실질적 진정성립을 추정하되 특신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사실상 추정설). 이렇게 해석한다면 피고인이 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한 취지에 모순될 뿐만 아니라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에 대한 거증책임을 피고인에게 부담지운다는 문제를 낳는다(조국, ?檢事作成, 被疑者訊問調書의 成立眞正과 證據能力?, 고시연구(2000.12), 159면)는 비판이 있으나, 이 견해에 따르면 피고인이 성립의 진정(실질적 진정성립)을 부정하는 경우 거증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서류(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증거조사 자체를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판례가 나오게 된 배경은 판례가 ?진술이 임의로 되지 아니하여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으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하여 그 진술 자체의 임의성의 보장만 있으면 ‘特信狀態’의 존재를 추정하는 것처럼 읽혀지거나, 아니면 임의성의 보장을 곧 특신상태로 보면서, ?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이 증거능력이 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 자백의 진실성과 신빙성, 즉 증명력까지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83.9.13, 83도713; 대판 1986.8.19, 86도1075, 대판 1986.9.9, 85도64)라거나, ?자백의 신빙성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첫째로 자백의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인 합리성을 띠고 있는가, 둘째로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셋째로 자백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판 1995.10.12, 95도1957; 대판 1983.9.13, 83도712.)고 판시하여, 임증거능력의 요건인 임의성과 증명력의 요건인 신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면서 증거능력의 또다른 요건인 ‘특신상태’를 판단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문의 특신상태하에서 ?행하여진 때?라고 함은 적극적으로 그 상태를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거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신상태는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위한 요건이므로 진술내용의 임의성과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312조의 피의자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312조의 요건뿐만 아니라 그 전제로서 피의자의 진술 자체가 ‘任意性’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Ⅲ. 結 語 결국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법원의 증거심사가 좀 더 엄격해졌다는 의미이지 피고인이 부인하면 곧바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 반할 뿐만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도 빈약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도 대법원이 ?그 진술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내용의 信用性이나 任意性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판 1995.12.26, 95도2340; 대판 1987.3.24, 87도81)고 보면서 일응의 기준으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具體的이고 外部的인 情況이 있어야 하고, 그 담보의 정도가 虛僞介入의 여지가 거의 없을 정도이어야 한다는 두가지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란 자기에게 불이익한 사실의 승인이나 자백은 재현을 기대하기 어렵고 진실성이 강하다는 데 근거를 둔 것으로서, 반드시 그같은 진술이 공소제기후 법관의 면전에서 행하여졌을 때에는 가장 믿을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은 상대적으로 신빙성, 진실성이 약한 것으로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외부와의 접촉 및 장래에 대한 걱정 등이 늘어감에 따라 그 진술이 진실로부터 멀어져가는 사례가 흔히 있는 있는 것이므로, 이른바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의 存在 및 그 强弱에 관하여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를 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대판 1983.3.8, 82도3248)라고 판시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전문법칙의 예외를 규정한 제314조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信用性의 情況的 保障’이라는 제약조건의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특히 信憑할 수 있는 狀態下’라 함은 진술내용이나 조서의 작성에 있어서 허위개입의 여지가 없고 진술내용의 신용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라고 법원의 판례가 오랜 세월을 통하여 개념짓고 있으며, 이는 진실성이나 신용성에 있어 反對訊問을 갈음할 만한 외부적 정황이라고 할 것으로, 부득이한 사유로 법관의 면전에서 진술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진술인 증거를 요증사실의 인정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제약조건으로서는 합리성이 있는 조건이라고 할 것이다?(헌재결 1994.4.28, 93헌바26)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체적이고도 엄격한 요건을 방기한 채, 무조건 증거능력을 부인한다고 보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종전 판례처럼 사실상의 추정을 인정하되 특신상태에 대한 더 엄격한 심사를 행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2005-01-10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退職金 差等制度의 禁止에서 말하는 差別의 基準
I.判決要旨 [다수의견]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는 이상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고 다만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따름이며,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 바, 기존 근로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이 종전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을 초과하는 한 기득이익의 침해가 없으므로 변경된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고, 급여체계의 변경으로 변경된 퇴직금규정 중 그 부칙의 경과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되었다고 하여 위 경과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고 그 본문에 의하여 산정한 퇴직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대의견] 다수의견과 같이 개정 퇴직금규정의 본문이나 부칙의 경과규정 모두 현행의 법규적 효력이 있는 퇴직금규정이고, 부칙의 경과규정이 기존 근로자에게 유ㆍ불리를 떠나 언제나 적용되는 것이라면, 개정 퇴직금규정은 기존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본문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와 기존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부칙의 경과규정이 규정하는 퇴직금제도를 둠으로써 결국 근로자들이 입사일자에 따라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적용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할 것이므로 개정 퇴직금규정은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이 정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바, 따라서 개정 퇴직금규정이 정한 퇴직금제도는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만이고, 부칙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기존 근로자들에 대하여도 법규적 효력을 갖는 퇴직금규정은 개정된 퇴직금규정 본문뿐이고, 부칙은 기존의 근로자들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경과규정으로서 그 한도 안에서, 즉 개정 전ㆍ후의 퇴직금규정을 비교하여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고 하여 위 규정을 유효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수의견 쪽 보충의견]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나, 퇴직금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여 새로운 퇴직금제도를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규정이 변경되기 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성이 있어서 차등퇴직금제도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판 결 요 지 - 퇴직금제도를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퇴직금 규정이 변경되기 전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 규정에 의하도록 하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 연 구 요 지 -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였고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근로자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변경시점을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 규정에 해당되지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II. 評 釋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지역농협이고, 원고는 그 직원이다. 피고 지역농협은 1981. 7. 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이 퇴직금규정이 포함된 취업규칙에 대하여 직원들의 동의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개정전에는 퇴직당시 근속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하였고(단수제 퇴직금), 개정하면서 퇴직금을 누진제로 변경하였는데, 퇴직당시의 기준급여(본봉, 직책수당, 상여금, 연월차휴가수당 등이 포함되나 평균임금보다 약간 적은 금액임)에 근속연수에 따라 누진되는 지급률을 곱하여 퇴직금을 산출하였다. 그런데 퇴직금규정을 개정하면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1981. 6. 30.까지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종전규정에 의하고, 그 다음날부터의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금은 개정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 퇴직금규정(부칙 포함)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한 결과 규정개정 후 3년 내에 퇴직하는 경우는 종전규정보다 직원들에게 불리하고, 그 이후는 직원들에게 유리하였다. 원고는 위 퇴직금규정이 개정되기 전에 입사하여 2000년에 퇴사하였다. 원고는 퇴직시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정 퇴직금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경과규정을 제외한 개정 퇴직금규정(즉 본문규정)에 따라 자신의 퇴직금을 계산하면 기수령 퇴직금보다 많으므로 그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부칙규정을 적용하게 되면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두 개의 퇴직금제도가 인정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것은 차등퇴직금제도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개정된 퇴직금규정이라고 하는 것은 부칙의 경과규정을 포함한 개념이고, 그 결과 입사시기에 따라 같은 근속연수라 하더라도 퇴금금액이 다를 수 있고, 이를 두고 차등퇴직금제도라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한 선례로서의 대법원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다33823판결이 그것이다. 이 판결은 법원공보에 실리지 않은 이른바 미공간판결이다. 그 사안은 이렇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1981. 4. 11. 퇴직금규정을 개정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였다. 그래서 농협중앙회에서는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경과규정을 부칙으로 두었는데, ‘퇴직금규정의 개정시를 기준으로 이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고, 이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개정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농협중앙회의 급여체계가 변화되면서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이 개정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된 개념임)으로 계산한 퇴직금을 상회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과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개정규정으로 계산한 퇴직금과 이미 수령한 퇴직금과의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제1심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으나 제2심에서는 근무한 시기가 다르면 동일한 근속기간에 대하여 다른 퇴직금지급기준이 적용되는 결과가 되어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이 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전체 근속기간에 대하여 개정 퇴직금규정(경과규정이 포함되지 않은 개념임)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고, 대법원은 위 제2심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원고는 위 대법원판결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였다. 결국 이 사건의 심리에서는 이 사건이 위 대법원판결과 사안에서 같은가 다른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되었는데, 이 사건 제1심 법원과 제2심 법원은 이 사건 사안이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과 다르다고 판단한데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이 두 사안이 동일함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위 99다33823 판결을 폐기하였다. III. 판례의 정리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하여 동의를 얻는다면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퇴직금규정(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차등퇴직금제도를 설정하지는 못한다. 위의 동의를 얻지 못하더라도 취업규칙의 작성권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다. 다만 이 경우에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가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는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이유로 근로관계가 포괄승계된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차등퇴직금제도가 허용될 수 있다. 포괄승계후의 새로운 퇴직금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업 내에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근로기준법이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다41659 판결). 차등퇴직금제도의 금지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국내직원과 해외기능공에 대해 상이한 퇴직금제도를 둔 것은 차등퇴직금제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다24511 판결). , 직위, 업종별 또는 성별 등 어떠한 내용 또는 이유로도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를 두어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하나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게 하고자 함에 그 입법취지가 있고, 그에 비추어 근로자의 입사일자에 따라 지급률에 차등이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하는 것도 금지된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퇴직금규정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개정하면서 기득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개정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종전 퇴직금규정과 개정 퇴직금규정 중 근로자에게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개정후에 입사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일률적으로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명문으로 둔 취업규칙에 대하여 대법원은 차등퇴직금제도라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취업규칙 중 퇴직금규정을 기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부칙의 경과규정에 의하여 변경전의 근속기간에 대하여는 종전의 퇴직금규정을 적용하고 변경후의 재직기간에 대하여는 개정 퇴직금규정을 적용한다는 취지의 경과규정을 둔 사안에서 대법원은, ‘개정 퇴직금규정의 부칙 경과규정은 경과규정에 불과할 뿐 본문과는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 법리를 괄호로 부연설명하면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것을 별개의 퇴직금제도라고 한다면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아래 퇴직금규정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종전 근무기간에 대하여는 종전규정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더라도 이것이 퇴직금차등제도금지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여야 할 것인데, 이런 결과는 부당함이 명백하다’는 취지를 보였다(대법원 1997. 7. 11. 선고 97다14934 판결). 이 판례는 그 사안에서 앞서 든 99다33823 판결과 완전히 동일하다. 그런데 정반대의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상충되는 판례를 통일할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IV.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취업규칙 등 일반규범이 있다고 할 때, 그 본문과 부칙은 효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점이다. 이것은 법해석학에서 아주 기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당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최소한 우리 판례가 위와 같은 견해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퇴직금규정의 개정과 관련하여 그것이 근로자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변경을 하든 불이익한 쪽으로 변경을 하든 개정시를 기준으로 기왕의 근속기간에 대하여 종전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기존 근로자와 새로이 입사한 근로자를 차별하는 차등퇴직금규정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2004-05-13
拒否處分取消訴訟의 올바른 判決
Ⅰ. 事件의 槪要 (1) 원고는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이라 약칭한다) 국적을 가진 여자로서 1995. 11. 1. 중국 흑룡강성에서 대한민국국적의 이00와 혼인함으로써 구 국적법(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호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는데, 그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하여 같은 법 제12조 제7호에 따라 대한민국국적을 상실하였다. (2) 원고는 2003. 3. 26. 피고(법무부장관)에게 국적회복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04. 4. 3. 원고가 불법체류자로서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국적회복허가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고의 위 신청서류를 반송하여 신청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Ⅱ. 被告의 主張 원고는 중국에서 혼인한 후 중국여권으로 체류기간 60일의 입국사증을 받아 1995. 12. 27. 대한민국에 입국하였다. 그 후 체류기간 연장을 하지 아니하여 1996. 2. 16.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다. 가사 원고가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동안의 체류를 불법이 아니라고 보더라도,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아니함으로써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1996. 5. 2.부터는 불법체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는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판 결 요 지- 한국인의 처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 한국국적을 상실하였고 적법한 체류기간이 지나 불법체류하고 있지만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지도 않아 국적법 제9조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처분은 위법하다 -연 구 요 지- 이 사건은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이다. 즉 원고가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만일 이 사건에서 법원이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 회복허가를 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세웠다고 하게 되면 원고의 소는 각하 됐을 것이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Ⅲ. 法院의 判斷(요지) (1) 국적회복허가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에게 다시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처분으로,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점을 고려하여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부여하는 귀화에 비해 현저히 그 실체적 요건이 완화되어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호(① 국가 또는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자, ②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자, ③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 ④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국적회복을 허가함이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적회복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다. (2) 위와 같은 규정은 일단 외국인이 된 자를 다시 우리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여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받아드리기 위하여는 국가 및 사회의 통합과 질서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그 입법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 중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란 단순히 범법행위를 한 자를 의미하기 보다는 성별 · 연령 · 직업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차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품성과 행동을 보이는 자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서울고등법원 2001. 6. 21.선고 2000누12913 판결).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1995. 11. 1. 대한민국 국민의 처가 되어 앞서 본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한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중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밟지 아니함으로써 1996. 5. 1.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게 되고, 방문동거를 목적으로 입국할 때의 적법한 체류기간도 그 이전에 이미 지났음으로써 1996. 5. 2. 이후 현재까지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다. (4) 그러나, 원고가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특별히 범법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불법체류자라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장차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됨에 있어 지장을 초래할 만한 자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2호 소정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국적법 제9조 제2항 각 호에 해당된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 (5) 그렇다면 원고의 위 국적회복신청은 이를 거부할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으므로 허가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위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Ⅳ. 評 釋 1. 旣存 判例와의 差異點 먼저 이 사건이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사건”임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즉, 국적법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제9조 제1항)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국적회복허가신청을 하였다가 거부당하였으므로 당해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종래 거부처분의 취소소송에 있어서, 법원은 행정청에 의한 “거부”가 “처분”의 성질을 가지는가를 심리함에 있어, “원고에게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신청권”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다음이 그 예이다. ①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신청을 받고서 한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된다고 하기 위하여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근거 없이 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대판 1995. 4. 28, 95누627). ②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을 거부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 그 거부행위가 행정처분이 되기 위하여는 우선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주택개량재개발사업계획의 변경에 관하여는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그 변경신청을 할 수 있는 법규상의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재개발사업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와 같은 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재개발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자의 재개발사업에 관한 사업계획 변경신청에 대한 불허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판 1999. 8. 24, 97누7004) ③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하려면,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만 한다](대판 2003. 9. 23, 2001두10936). 2. 行政法院 2003구합18439判決의 秀越性 만일에 이 사건에서 법원이 - 기존의 판례에서와 같이 - 거부의 처분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하여 “원고에게 국적회복허가를 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가”하는 문제를 내 세웠다고 하게 되면, 原告의 訴는 却下됬을 것이 틀림없다. 원고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사이, 거부처분취소소송에 대한 기존의 판례에 대하여 - 처분성의 문제와 원고적격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음을 이유로 - 비판적 입장을 취하여 왔다(법률신문 1999. 12. 13 등). 앞으로는 이 사건에서의 판결이 典範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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