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律新聞
1956호
법률신문사
어음僞造의 立證責任
일자:1987.7.7
번호:86다카2154
鄭燦亨
警察大法學科副敎授 法學博士
============ 15면 ============
【事實關係】
Y(피고)는 A·B·C·D로부터 각각 약속어음을 발행받아 소지하고 있던 중, 同약속어음은 모두 受取人인 Y의 背書가 위조되어 A·B가 발행한 어음은 E(김명중)→F(조흥은행)→X(원고)의 순으로 背書讓渡되고, C가 발행한 어음은 G(주식회사 천수)→F(조흥은행)→X(원고)의 순으로 배서양도되고 D가 발행한 어음은 H(한국이오니카공업주식회사)→F(조흥은행)→X(원고)의 순으로 배서양도되어 X가 同어음의 모두에 대하여 所持人이 되었다.
X는 위 어음의 각각의 만기에 각 발행인에 대하여 어음金支給請求를 하였으나 지급거절되어, 同어음의 第1背書人인 Y에 대하여 溯求權을 행사하였다.
그런데 Y는 그의 背書가 위조되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대하여 原審인 대구지방법원은 Y의 각배서부분에 대한 眞正成立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하여 X의 어음金請求를 배척하였다. 이에 X는 大法院에 다시 上告하게 된 것이다.
【判決要旨】
약속어음의 배서가 형식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면 그 소지인은 정당한 權利者로 推定되고(어음法 제16조1항, 제77조) 背書가 위조된 경우에도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위조사실 및 소지인이 善意取得을 하지 아니한 事實을 입증하여야 한다(當院 1974년 9월 24일 선고, 74다902 判決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原審은 Y의 背書部分에 대하여 眞正成立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하여 X의 請求를 기각하였으니 이러한 조치는 背書連續에 관한 法理를 오해하고 立證責任을 전도한 違法이 있다 할 것이다.
【評 釋】
1. 序 言
위의 事實關係에서 볼 때 Y는 위 어음을 소지하고 있던 중 분실 또는 도난당하고 同어음을 습득 또 절취한 者가 Y名義로 背書를 위조하여 동어음을 유통시켜 X가 최종소지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① 먼저 X는 어음上의 權利는 취득하는가의 문제가 있겠고(善意取得) ② Y는 X에 대하여 어음債務를 부담하는가의 문제가 있겠고(被僞造者의 僞造의 抗辯) ③ 被僞造者가 어음債務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위조의 立證責任을 누가 부담하는가의 문제(僞造의 立證責任)가 있겠다(被僞造者가 表見責任 또는 使用者 賠償責任의 法理등에 의하여 어음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는 위조여부에 불문하고 그 결과가 같으므로 위조의 立證責任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임).
①의 문제는 특히 X에게 어음을 양도한 者(F)가 無權利者인 경우에 X가 어음상의 權利를 선의취득하는지 여부가 문제되겠는데, F는 銀行이므로 일반적으로는 습득자 또는 절취자와 같은 무권리자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X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F가 無權利者로부터 위 어음을 讓受하고 또 이를 알고 있는 경우등) F로부터 어음상의 권리를 承繼取得할 것이므로 X가 어음상의 권리를 善意取得하는지 여부는 거의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背書의 연속중에 僞造背書가 있는 경우에도 배서의 資格授與的 效力을 인정받고, 따라서 선의취득이 인정되는 것이 統一法系(프랑스만 제외)의 通說·判例이므로 이점에서도 X가 어음상의 權利를 취득하는 점에 대하여는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英美法의 경우와 구별되는 점).
②의 문제는 僞造의 효과로서 被僞造者의 어음상의 責任에 관한 문제인데, 被僞造者는 원칙적으로 어음상의 責任을 부담하지 않고 僞造의 抗辯을 物的抗辯으로 누구에게나 대항할 수 있다.
本 判決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③의 문제이므로 ①, ②의 문제는 論外로 하고 ③의 문제에 대하여만 評釋하기로 한다. 本判決에 대하여는 이미 찬성하는 취지의 評釋(李基秀, 法律新聞 제1889호, 89년 11월 13일 11면)과 반대하는 취지의 評釋(鄭東潤, 法律新聞 제1883호 89년 10월 23일, 11면)이 나온바가 있다.
2. 어음僞造의 立證責任에 관한 學說
어음僞造의 立證責任이 어음所持人(원고)에게 있느냐 또는 僞造를 주장하는 者인 被僞造者(피고)에게 있느냐에 대하여, 어음法上의 규정은 없고 學說은 나뉘어 있다.
(1) 被僞造者에게 立證責任이 있다는 見解(少數說): 이 見解에서는 어음위조에 대하여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一般原則에 따라 僞造를 주장하는 측(被僞造者)이 立證責任을 부담한다고 한다(徐燉珏, 「第三全訂商法講義(下)」法文社, 1985, 83면: 李範燦, 「改訂商法講義」국민서관, 1985, 283면). 또한 이 견해에서 僞造의 입증책임은 어음밖의 사실관계이므로 僞造있음을 주장하는 被僞造者가 부담하고, 피위조자는 그 어음이 위조되었음을 증명하여야 비로소 위조의 物的抗辯을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李基秀, 前揭法律新聞, 11면).
(2) 어음소지인에게 立證責任이 있다는 見解(通說): 이 견해에서는 소송의 일반원칙상 立證責任은 원고에게 있기 때문에 어음소지인이 그 記名捺印이 진정한 것을 입증할 책임이 있으며 피위조자는 위조의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없다고 한다(孫珠瓚, 「全訂增補版 商法(下)」 博英社, 1985, 68면: 鄭東潤, 「어음手票法 (三訂版)」, 法文社, 1989, 166면: 崔基元 「어음·手票法」 博英社, 1987년 159면: 徐廷甲외, 「學說判例 註釋어음·手票法」 韓國司法行政學會 1973년 177면: 姜渭斗, 「商法講義」 營雪出版社, 1985년 539면: 鄭茂東, 「商法講義 (下)」 博英社, 1985년 340면외).
이 견해에서 어음위조의 경우에 위조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어음所持人이 부담한다고 보면서, 다만 背書僞造의 경우에는 本判決과 같이 그 입증책임은 被僞造者가 부담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鄭熙喆, 「商法學 (下)」, 博英社, 1990년 98면).
(3) 私見: 民事訴訟에서 立證責任의 분배에 관한 원칙상 권리를 주장하는 자가 그에게 유리한 권리근거 규범에 해당하는 要件事實(권리근거사실)을 입증하여야 한다는 점(通說·判例인 규범설의 입장에서), 被僞造者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면 어음채무의 발생에 전혀 관여하지도 않았고 또 歸責事由도 없는 자에게 立證責任을 부담시키는 것이 되어 그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점등에서 볼 때, 입증책임을 어음所持人(원고)에게 부담시키는 通說이 타당하다고 본다(拙著 「事例硏究 어음·手票法」 法文社, 1987년 114면: 拙稿, 『어음·手票의 僞造―美國法과 비교를 中心으로』 「論文集」(경찰대) 제5집, 387면).
따라서 피위조자에게 立證責任이 있다는 見解(少數說) 및 僞造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어음所持人이 부담한다고 보면서 다만 背書僞造의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전도되어 被僞造者가 부담한다는 見解등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어음위조의 입증책임은 어음소지인이 부담한다는 通說의 입장이면서 「被僞造者는 위조의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견해가 있는데 (徐廷甲 외, 前揭註釋, 177면: 姜渭斗, 前揭書, 539면), 이의 의미는 위조의 입증이 아니라 民事訴訟法上 否認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이에 관하여는 後述함).
어음所持人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견해는 우리와 같은 統一法系 國家인 日本에서도 通說·判例이기도 하다(石井照久·鴻常夫, 「手形法·小切手法」 勁草書房, 1983년, 108면: 大隔健一郞, 河本一郞「註釋手形法·小切手法」有斐閣, 1983년, 58면: 蓮井良憲, 『手形の僞造』 「手形法·小切手法講座」 第1卷, 有斐閣, 1966년, 238면 註4外: 日大判 1930년 6월 16일(民集9권8호, 586면),
日本의 학설중에는 어음所持人이 원칙적으로 立證責任을 부담하나, 어음면상의 印影이 어음債務者(피위조자)가 통상 사용하는 印影과 일치하는 한 일응 진정한 기명날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때에는 피위조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나(田中誠二, 「新版手形·小切手法(三全訂版)」, 千倉書房, 1980년, 94면), 印影의 형태에 따라 立證責任을 전환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어음소지인이 僞造의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점은 美國의 統一商法典에서도 동일하게 해석되고 있다(Official Comment 1 to U.C.C.§3-307)(이에 관한 상세는 拙著, 前揭書, 137∼140면 참조).
3. 어음僞造의 立證責任과 다른 制度(規定)과의 關係
(1) 僞造의 抗辯과의 關係: 위조된 어음의 所持人은 먼저 被僞造者에게 어음상의 權利를 행사할 것이고, 이때에 被僞造者는 同어음상의 기명날인은 위조된 것으로서(즉 자기가 그의 意思에 기하여 기명날인을 한 것이 아니므로) 어음채무를 누구에 대하여도 (즉 善意의 어음소지인에 대하여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物的抗辯).
피위조자의 이러한 僞造의 抗辯은 위조임을 입증하여 주장하는 抗辯이 아니라 民事訴訟法上 否認이라고 볼 수 있다(同旨: 姜溶鉉, 『어음·手票金請求訴訟에 있어서 抗辯과 그 立證』, 「어음·手票法에 관한 諸問題(下)」 裁判資料 제31집, 法院行政處 1986년, 524면).
즉 어음法에서 사용하는 어음위조의 抗辯은 그 名稱에 있어서는 「抗辯」이나 民事訴訟法上은 抗辯이 아니고(抗辯인 경우에는 立證責任을 부담함) 請求原因事實에 대한 「否認」(이중에서도 상대방이 주장하는 사실과 兩立할 수 없는 별개의 사실을 주장하여 부정하는 적극부인)에 해당하는 것이다(同旨: 鄭東潤, 前揭書, 166면: 姜溶鉉, 前揭論文, 471면).
따라서 피위조자는 그 어음이 위조되었음을 立證하여야 비로소 위조의 物的抗辯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否認으로서 충분하고 僞造의 입증책임은 여전히 어음所持人이 부담하는 것이다(民事訴訟法上 否認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立證責任을 부담하나, 抗辯의 경우에는 이를 주장하는 者가 스스로 立證責任을 부담한다―鄭東潤, 「民事訴訟法」 法文社, 1988년, 353면 참조).
(2) 어음法 제16조1항과의 關係: 本判決은 어음法 제16조1항에 의하여 背書가 형식적으로 連續되어 있는 어음所持人은 (가사 僞造背書가 있는 경우에도) 정당한 權利者로 추정된다는 점을 들어 그 被僞造者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判示하나,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어음法 제16조1항은 어음채무의 존재(범위)에 관한 추정규정이 아니라 어음상의 權利의 歸屬에 관한 추정규정이다.
즉 어음法 제16조1항은 事實推定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權利推定에 관한 규정으로서, 이러한 權利推定에 있어서는 이를 번복하는 직접적인 立證의 대상은 없고 이를 초래하게한 原因事實(承繼取得 및 原始取得 「善意取得」)의 不存在를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다(姜溶鉉, 前揭論文, 473면∼476면).
이렇게 보면 어음소지인의 어음상의 權利의 승계취득 및 원시취득의 不存在를 抗辯(民事訴訟法上 立證責任을 부담하는 抗辯)으로서 주장할 수 있는 者는 어음債務를 정당하게 부담하는 者(本件에서 發行人)이지 어음債務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다투는 者(本件에서 背書의 被僞造者)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어음法 제16조1항은 어음債務를 정당하게 부담하는 者와 어음所持人간의 관계에서 어음소지인의 資格授與的 效力을 인정하여 이의 결과 선의취득(어음법 제16조 2항) 및 支給人의 免責(어음법 제40조3항)을 인정하는 것이지, 어음債務의 존재(범위)를 다투는 자와의 관계에서 立證責任의 전환을 초래하는 규정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다(同旨: 鄭東潤, 前揭書, 166면).
本 判決에서 참조판례로 인용하고 있는 大判 1974년 9월 24일, 74다902(大集 22③ 民24)은 僞造背書있는 약속어음에서 발행인과 어음소지인과의 관계에서 어음法 제16조1항에 의하여 발행인이 어음소지인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즉 선의취득을 하지 못하였음을) 立證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으로서 本事件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本判決이 이를 참조판례로 인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3) 民事訴訟法 제329조와의 관계: 民事訴訟法 제329조는 「私文書는 本人 또는 그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推定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규정에 의하여 배서의 위조가 있는 경우에도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피위조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런데 民事訴訟法 제329조는 要件事實에 관한 입증책임을 정한 추정규정이 아니고 법정증거법칙일 뿐이므로 이를 번복시키기 위하여는 입증책임을 정한 추정규정을 번복하기 위하여 필요한 「反對事實의 證明」을 요하지는 아니하고 추정되는 간접사실에 대한 法院의 확신을 흔들리게 하는 정도의 反證으로서 족하다고 볼 수 있다(즉, 이는 立證責任의 문제가 아니라 立證의 필요성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한다)(同旨: 姜溶鉉, 前揭論文, 522면). 日本의 판례에서도 어음상의 印影이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의 印章에 의하여 나타난 사실이 확정된 경우에는 반증이 없는 한 그 印影은 본인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하여 진정하게 성립되었다는 사실상의 추정이 있게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日最高判 1964년 5월 12일, 「民集18―4, 597」: 同 1968년 6월 21일 「판시 526, 55」).
美國의 統一商法典도 署名은 진정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그의 입증책임을 어음소지인에게 부담시켜(UCC§3―607(1)) 立證責任을 전환시키는 추정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피위조자는 그 서명이 위조된 것임을 주장을 하고,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어음소지인이 그 署名이 진정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한다(Official Comment 1 to U.C.C.§3―307).
이렇게 보면 民事訴訟法 제329조에 의하여 立證責任이 다시 被僞造者에게 전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同旨: 李楨漢, 『判例를 中心으로 본 어음의 僞造에 관한 硏究』「법학박사학위논문」(연세대) 1978년 2월, 6∼7면, 反對: 鄭東潤, 前揭民訴法, 467면).
4. 結 語
어음僞造의 경우에 僞造의 立證責任은 언제나 어음소지인이 부담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判旨에 반대한다.
또한 本判決이 인용하고 있는 어음法 제16조1항은 어음上의 權利의 歸屬에 관한 推定規定으로 정당한 어음債務者와의 관계에서만 적용될 수 있을뿐, 어음債務의 존재를 다투는 被僞造者와의 관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