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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가 과연 존재하는가?
Ⅰ. 事案의 槪要와 經過 전통 민간요법인 침·뜸행위를 온라인을 통해 교육할 목적으로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를 설립한 갑이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제2항 등에 따라 평생교육시설로 신고하였으나 관할 행정청이 교육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반려하는 처분을 한 사안이다. 원심(서울고법 2005. 8. 25. 선고 2004누13426 판결)은, 이 사건 평생교육을 통하여 교육하고 학습하게 될 침·뜸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교육의 결과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 원고와 같이 의료법 시행 전에 종전 규정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받은 자 외에는 모두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될 것이 명백한 점, 이 사건 교육과정 중에 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실습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서 처벌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 침·뜸행위는 실제 그 실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성이 큰 점, 이 사건 평생교육으로 침·뜸 관련과목을 교육받은 수강생들은 자신들이 교육받은 침·뜸행위를 실제 실행하려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원고가 각 단계별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에게 수료증까지 발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게 될 수 있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신고서에 첨부된 운영규칙에 기재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 여부, 신고에 따른 교육이 실제 이루어짐으로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이 사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신고반려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Ⅱ. 判決要旨 [1]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2조 제1항, 제2항, 제3항, 구 평생교육법 시행령(2004. 1. 29. 대통령령 제1824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학습비를 받지 아니하고 원격평생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누구든지 아무런 신고 없이 자유롭게 이를 할 수 있고, 다만 위와 같은 교육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학습비를 받고 실시하는 경우에는 이를 신고하여야 하나, 법 제22조가 신고를 요하는 제2항과 신고를 요하지 않는 제1항에서 '학습비' 수수 외에 교육 대상이나 방법 등 다른 요건을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제2항에서도 학습비 금액이나 수령 등에 관하여 아무런 제한을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행정청으로서는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형식적 요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신고대상이 된 교육이나 학습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 [2] 관할 행정청은 신고서 기재사항에 흠결이 없고 정해진 서류가 구비된 이상 신고를 수리하여야 하고 형식적 요건이 아닌 신고 내용이 공익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등 실체적 사유를 들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또한 행정청이 단지 교육과정에서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된 행위가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만으로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형식적 심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 사항을 수리거부사유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처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처분은 위법하다. Ⅲ. 問題의 提起-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인가? 여기서의 신고는 신고유형 가운데 어떤 신고에 해당하는가? 일반적으로 사인의 공법행위의 경우 의사표시의 방향성을 기준으로 일방당사자의 의사표시만으로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자기완결적 공법행위)과 쌍방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법률효과를 발생하는 것(행정요건적 공법행위)으로 나뉜다. 이에 연계하여 판례와 대부분의 문헌은 행정법상의 신고유형(자기완결적 신고=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행정요건적 신고=수리를 요하는 신고)을 정립하였다. 그리고 그 구별의 결과로 전자의 경우 수리의 비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비처분성을 논증하고, 후자의 경우 수리의 처분성을 전제로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논증한다. 그리고 신고에 대한 심사와 관련해선, 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에 국한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형식적 심사만이 아니라 실체적 심사까지도 할 수 있다고 본다(다른 입장이 있음). 기실 대상판결이 사안에서 형식적 심사만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여기서의 신고를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로 봄직한데, 과연 그 본연에 합당한가? Ⅳ. 關聯法規定 구 평생교육법(2007. 10. 17. 법률 제86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매체를 이용하여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에게 원격교육을 실시하거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학습비를 받고 이를 실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③ 제1항의 경우 전문대학 또는 대학졸업자와 동등한 학력·학위가 인정되는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폐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개정 2001.1.29> Ⅴ. 대상적격상의 問題點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관련해서, 판례의 대응은 통일적이지 않다. 일부는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한다. 적법한 요건을 갖춘 신고의 경우에는 행정청의 수리처분 등 별단의 조처를 기다릴 필요 없이 그 접수시에 신고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수리가 거부되었다고 하여 무신고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9.12.24. 선고 98다57419판결; 1998.4.24. 선고 97도3121판결; 1995.3.14. 선고 94누9962판결; 1993.7.6.자 93마635결정; 1990.2.13. 선고 89누3625판결; 1985.4.23. 선고 84도2953판결 등 참조). 반면 일부는 수리거부의 위법성을 추가하여 적극적으로 논증하거나(대법원 1999.4.27. 선고 97누6780판결), -대상판결처럼-수리거부의 위법성만을 적극적으로 논증하기도 한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누6646 판결 등). 그런데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에서 수리 및 수리거부의 무의미성을 견지하기 위해선, 법원으로선 애써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신고 그 자체로서 대상평생교육의 적법한 실시라는 형성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하여야 했으며, 또한 대상적격의 부인에 따라 각하했어야 하는데, 마치 그것이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양 수리거부의 처분성을 전제로 그것의 위법성을 적극적으로 논증하였다. 대상판결의 이런 접근은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와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별도식(수리의 비처분성⇒수리의 거부의 비처분성, 수리의 처분성⇒수리거부의 처분성)을 무색케 한다(수리거부를 금지하명으로 보면 기왕의 틀에 포획되지 않는다). Ⅵ. 行政廳의 審査의 問題點 사적 영역에 대한 행정개입의 차원에서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 이른바 수리를 요하지 않는 신고, 등록제, 허가제의 구분이 문제되는데, 특히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허가제의 구분의 문제에서, 종래 많은 문헌들이 허가제와의 구별의 상실을 우려하여 후자의 경우엔 요건에 관한 형식적 심사뿐만 아니라 실질적 심사까지 행해지는 반면에, 전자의 경우엔 형식적 심사에 그친다고 보았다(그리하여 일부 문헌은 등록제를 수리를 요하는 신고와 동일한 것으로 보기도 하였다).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를 명시적으로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로 본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을 계기로 전자의 경우에도 실질적 심사가 행해지는 것으로 본다(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김중권, 건축법 제14조상의 건축신고가 과연 수리를 요하는 신고인가?, 특별법연구 제9권(이홍훈 대법관 정년퇴임기념논문집), 2011.5.13., 273면 이하 참조). 결국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이제는 이른바 자기완결적 신고의 경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대상판결은 처음부터 형식적 심사만이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였으며, 이에 그것을 신고수리거부의 위법성에 연결시켰다. 나아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대해서도 원심과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지면관계상 여기선 허용되는 심사의 범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고제에서의 행정청의 심사와 관련해서, 종래의 논의에선 신고제에서 행정청의 심사를 원천배제한 것이 문제라면, 대법원 2011.1.20. 선고 2010두14954전원합의체판결의 경우 이른바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서 허가제와의 구별되지 않게 실질적 심사의무를 요구한 것이 문제이다. 그런데 신고제의 경우 형식적 심사는 당연히 의무사항이나 실질적 심사는 허가제와는 달리 의무사항은 아니고 일종의 선택사항(option)이자 재량사항이다(이렇게 보면,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두22631판결에 대해 -비판의 대상인- 기속재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사안에서 실질적 심사의 허용성을 부정하는 전제는 타당하지 않다. 현행 법령의 체제하에서 침·뜸의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행정청으로선 형식적 심사를 넘어 의료관련 다른 법률 등에 의거하여 그것의 처리여부를 판단하는, 실질적 심사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 실질적 심사의 가능성을 긍정하면, 관건은 수리거부의 처분사유에 관한 판단여하이다. 처분사유의 당부와 관련해선(상론은 다른 지면에서 하고자 한다), 침·뜸의 시술이 현행 법령하에선 의료행위로 평가가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제도화가 되지 않은 채, 그것이 -단순한 알림을 넘어서- 제도화를 가져다 줄 교육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법원은 "침·뜸에 대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 제공을 일률적·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후견주의적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보지만,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중요성이 더할 나위 없이 고조된 오늘날에는 안전법상의 일반법원칙인 국가의 사전대비(사전배려)원칙을 더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의심스러우면 안전에 유리하게"(In dubio pro securitate))(법원칙으로서의 안전성의 원칙에 관해선 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Ⅱ, 2009, 503면 이하 참조). Ⅶ. 맺으면서-잘못된 만남의 결과 법원의 논증이 기왕의 자기완결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틀에서 일탈하였다는 점에서 기왕의 틀 자체가 대대적인 修理를 필요로 한다. 기왕의 틀은 사인의 공법행위에 관한 논의와 典據가 의심스런 -이른바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로서의- 수리에 관한 논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다. 하루바삐 신고제가 허가제의 대체제도인 점에 착안하여 금지해제적 신고와 정보제공적 신고의 유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사안에서 다툼의 논거는 신고제에 관한 행정법도그마틱이나, 그 본질은 현행법상의 의료행위와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 의 시술행위의 충돌·간극이다. 대학·주류의 의학·약학에서 벗어난 특별한 치료과정, 예컨대 동종요법, 자연요법 또는 대체의학적 치료법을 법외적 상태에 두는 것은 국가가 여러 상이한 치료견해의 다툼에서 사실상 어떤 한 편을 든 셈이어서 재고가 요구된다. 참고로 우세한 대학(주류)의학·약학과 방법적·지식적으로 경쟁하는 특별한 치료법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 의약품법의 입법자는 유효성확인에 관한 법적·행정적 기준이 학문적 다툼과 치료방법상의 다툼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든다는 점을 나름 막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런 비주류적인 것에 대해선 유효성의 요청보다는 안전성의 요청이 더 강조된다(그리하여 그들은 특별한 치료법의 경우 그 나름의 전문가위원회(평가·승인위원회)에 맡기고, 동종요법적 의약품의 경우엔 선택적으로 단순한 등록절차를 허용하는 식으로 규정함으로써(동법 제38조), 다원성요청과 안전성요청간에 절충적 해결책을 도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과 비교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의학은 전통적인 대체요법을 융통성있게 수용·발전시켜 왔다. Vgl. Udo Di Fabio, Risikoentscheidungen im Rechtsstaat, 1994, S.172ff.).
2011-11-17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의미
Ⅰ. 事實關係 피고 한국토지공사(이하 '토지공사'라 한다)는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X지구 일대의 택지개발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의 취득 및 그 지장물의 이전을 위하여 원고들과 협의하였으나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였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는 2002. 4. 16. 이 사건 토지를 수용하고, 그 지상 건물 등 지장물을 이전하게 하는 재결을 하였으며, 2002. 6. 11. 원고들의 영업의 손실 등에 대한 영업권보상으로 영업설비 등 물건을 이전하도록 재결하고 수용시기를 2002. 7. 30.로 정하였다. 피고 토지공사는 2003. 3. 14. 경부터 2004. 1. 29.경까지 원고들에게 6차례에 걸쳐 관련보상절차가 완료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토지상의 각 건물에 대한 철거와 지장물을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계고를 하였다. 원고들이 이에 응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토지 및 공장건물 등을 계속 사용·수익하자, 피고 토지공사는 2004. 1. 30. 피고 S개발과 행정대집행철거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2004. 2. 5.부터 같은 해 2. 9. 까지 사이에 피고 乙(토지공사직원)을 행정대집행 책임자로 하여 토지공사의 직원들과 S개발에서 고용한 인부들을 지휘·감독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일심 법원에 위 대집행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판결을 받았다(의정부지방법원 2006. 2. 3, 2004가합2007). 이에 원고는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토지공사가 국가배상법 2조의 공무원에 해당하지만, 공무원 개인의 배상책임의 요건인 고의·과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서울고법 2007. 10. 4, 2006나37894) Ⅱ. 對象判決의 要旨 토지공사는 구 한국토지공사법 제2조, 제4조에 의하여 정부가 자본금의 전액을 출자하여 설립한 법인이고, 같은 법 제9조 제4호에 규정된 토지공사의 사업에 관하여는 공익사업법 제89조 제1항, 위 한국토지공사법 제22조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0조의3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본래 시·도지사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업무에 속하는 대집행권한을 토지공사에게 위탁하도록 되어 있는바, 토지공사는 이러한 법령의 위탁에 의하여 대집행을 수권받은 자로서 공무인 대집행을 실시함에 따르는 권리·의무 및 책임이 귀속되는 행정주체의 지위에 있다고 볼 것이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으로서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Ⅲ. 評釋 위 판결은 국가배상법 2조의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개념과 범위와 관련하여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박균성, 공무수탁자의 지위와 손해배상책임; 정남철, 행정대집행과 국가배상책임, 행정판례연구, ⅩⅤ-1, 2010, 151면 및 189면 이하). 2009. 10. 21. 법개정을 통하여 동 개념이 추가되기 전에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의 개념은 이른바 기능적 의미의 공무원의 개념으로서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가진 자뿐만 아니라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는 모든 자를 포함한다는 것이 학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판례 역시 이와 같은 견해에 따라 통장(大判 1991. 7. 9. 91다5570), 소집중인 향토예비군(大判 1970. 5, 26. 70다471), 교통할아버지(大判 2001. 1. 5. 98다39060) 등을 공무원의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정법률은 이와 같은 학설과 판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서 "公務를 委託받은 私人"은 강학상 의미의 "公務受託私人"을 포함하여 널리 공행정을 수행하는 사인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실무상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위를 어떻게 한계설정할 것인가는 국가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1. 公務受託私人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의 범주에는 우선적으로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강학상의 公務受託私人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公務受託私人은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을 포함한 사법상의 단체를 의미한다. 公務受託私人은 이론상으로 행정법관계의 권리·의무의 귀속주체로서 행정주체의 지위를 갖으나, 실정법은 公務受託私人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항고소송의 피고로서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며(행소법 2조 2항), 행정절차법상의 행정청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하고(행정절차법 2조 1호),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기도 한다. 향후 公務受託私人에 해당하는 공증인, 민영교도소, 토지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인 등이 행하는 공행정작용에 의하여 발생되는 손해는 국가배상책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行政補助人 행정보조인은 행정임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함이 없이 순수한 기술적인 집행만을 떠맡는 私人이라는 점에서 행정권한을 직접 대외적으로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과 구별된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은 행정주체와의 사법상 계약에 근거하여 행정청의 지시에 따라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행정보조인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견인업무를 대행하는 자동차견인업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 및 처리업자 등이다. 이러한 행정보조인이 어떤 경우에(특히 이들이 私企業의 조직을 갖는 경우에) 공무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볼 수 있는지는 다툼이 되고 있다. 독일의 판례는 私企業이 행정주체의 지시나 영향력에 예속되어 임무수행상 행정주체의 도구로 나타나는지에 여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행정주체의 임무의 성격, 이러한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활동과의 연관성의 밀접도, 공법상 의무에 대한 사기업의 기속정도에 따라 상이하게 판단된다. 임무의 권력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날수록, 행정주체의 임무와 사기업에 위탁된 업무의 연관성이 밀접할수록 사기업주체를 행정주체의 도구로 간주하여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이른바 '도구이론'에 대하여 상세히는: 鄭夏重, 民間에 의한 公行政遂行, 公法硏究, 30집 제1호, 2001. 12. 463면).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연방민사법원은 견인업체에 의한 차량견인과정에서 발생된 손해(BGH NJW 1978, 2502)에 대하여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3. 行政權限의 代行人 실정법상으로 행정청의 권한의 대행이라는 표현이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관리법 44조는 "자동차검사대행자의 지정", 고속도로법 제6조는 한국도로공사의 "권한대행", 도로교통법 제36조는 "차의 견인 및 보관업무 등의 대행"을 규정하고 있다. 일설은 이러한 행정권한의 대행인을 독자적인 公行政을 수행하는 私人의 형태로 파악하여 대행인은 피대행기관 대신에 권한을 행사하고 법적으로는 그 행위의 효과는 피대행기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나, 통상 대리권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고, 대행을 함에 있어서 피대행기관과의 관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리와 구별된다고 한다(박균성, 앞의 글, 160면). 그러나 실정법상 이러한 대행인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내용에 따라 "공무수탁사인" 또는 "행정보조인"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단지 실정법은 양자를 구별함이 없이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검사대행인은 국토해양부장관의 자동차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公務受託私人"으로 보아야 하며, 차량견인 및 보관대행인은 "행정보조인"으로 보아야 하고, 한국도로공사의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대행은 강학상의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된다고 볼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정법상의 권한 또는 업무의 대행인은 독자적인 고찰의 범주에서 벗어날 것이다. 4. 公法人 공법인도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지 특히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原審은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위탁받은 토지공사를 국가배상법상의 공무원으로 보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토지공사는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토지공사의 직원, S개발 및 그의 소속직원은 공무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고 이들에게 고의·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 및 토지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였다. 이러한 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른바 "뱀장어판결"(大判 2003. 11. 14. 2002다55304)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사건은 실뱀장어를 수출하려던 원고들이 수출추천업무를 거절한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관계법령에 의하면 수출제한품목인 뱀장어는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었고, 수산청장은 일정한 범위내에서 수산업협동조합에 이식승인권한을 위탁하고 있었다. 여기서 대법원은 피고 수산업협동조합을 민간위탁을 받은 '수탁기관'으로서 공무원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양자가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토지공사는 광의의 영조물법인으로서, 그리고 수산업협동조합은 공공조합으로서 모두 행정주체의 성격을 갖고 법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토지공사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업무에 속한 행정대집행의 권한을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 반면 수산업협동조합은 수산청장의 이식승인의 권한의 일부를 관련법령에 근거하여 수탁받은바, 이는 전형적인 행정청의 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자는 동일한 사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전체 국가행정조직 내에서의 행정권한의 위탁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私人에 대한 公務委託과 명확하게 구별된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에서 토지공사의 공무원의 성격을 부인하고 "행정주체"의 성격을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토지공사의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토지공사의 소속직원 및 S개발 및 그 고용원을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으로 본다면,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만일 이들의 공무수행에 있어서 고의·과실이 인정된다면 토지공사는 배상주체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가? 판례는 이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판례의 논리대로라면 당연히 토지공사의 배상주체성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가배상법 2조 및 5조는 배상주체로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단체소속 직원 등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개인에게 손해가 발생된 경우에는 공공단체는 국가배상법 8조에 따라 민법 750조 및 756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학설이다. 판례 역시 국가배상법 제5조와 관련하여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민법 758조에 의한 도로공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大判 2008. 3. 13. 2007다29287 : 다만 2조와 관련하여 예외적으로 대한민국과 농업기반공사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헌법 29조에서 배상주체를 "국가" 또는 "공공단체"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배상법은 1967년 3. 3. 개정이래로 배상주체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한정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급부행정이 공공단체에 의하여 수행되고 이들이 실질적으로 공행정에 해당됨을 고려할 때, 공공단체의 활동에 국가배상법을 적용하지 않고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은 체계정당성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민법 758조에 의한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일반국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배상법 5조를 적용하는 판례에 태도에 대하여 오늘날 고속도로가 국가교통행정에서 갖고 있는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어느 누구도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학설에서는 공공단체의 공행정작용에 대하여는 국가배상법 2조와 5조를 유추적용하여 국가배상을 인정하자는 견해(박균성, 앞의 글 178면) 또는 2조와 5조에 국가·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기타 공공단체도 포함되는 예시적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생각건대 비록 문언상으로 배상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 제한되고 있으나, 영조물법인이나 공공조합 등 공공단체도 넓은 의미의 국가행정조직의 일부에 해당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 또한 2조와 5조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해석만이 토지공사에 행정주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소속직원, S개발 및 그의 고용원을 2조의 공무원으로 판단한 대상판례를 설득력 있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심과 같이 토지공사를 "公務를 위탁받은 私人"으로 보아 그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바, 이는 公法人을 私人으로 보아야만 하는 법리상의 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2011-09-05
자본거래에 대한 과세방식
1. 사실관계와 과세처분 甲법인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여 어떤 보험회사에 전액인수시켰다. 甲법인의 주주 중 한 사람인 A는 원고인 乙법인의 일인주주이다. 甲법인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보험회사는 신주인수권을 분리하여 乙법인에게 양도하였다. 乙법인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행사가격을 납입하고 甲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였다. 즉 A는 甲법인에 대한 자신의 실질적 지분비율을 높이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乙법인을 이용한 것이다. A 외 甲법인의 다른 주주들과 乙법인 사이에 법인세법상 특수관계는 없다. 처분청은 乙법인이 보험회사에 신주인수권 대가로 지급한 금액은 중개수수료에 불과하므로 甲법인 보험회사 乙법인으로 이어지는 거래의 실질은 甲법인이 乙법인에게 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한 것이며, 신주인수권 가액은 신주인수권 취득당시 甲법인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한 것이라고 하여 이렇게 계산된 신주인수권 가액을 乙법인이 甲법인으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았다고 보아 乙법인에게 법인세를 과세하였다. 2. 법원의 원고패소 판결 요지 1) 제1심과 제2심 (서울행정법원 2004. 1. 30. 선고 2003구합11643 판결, 서울고등법원 2005. 10. 12. 선고 2004누4583 판결) 신주인수권을 양수한 자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고,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주에게만 발행하여야 하거나 그 신주인수권을 주주에게만 양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은 문제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타인에게서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에 해당하므로 수익금이 발생할 수 있다. 2) 대법원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두14257 판결) 甲법인이 이 사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목적과 경위, 보험회사가 甲법인 사이의 사전약정에 따라 그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였다가 곧바로 신주인수권만 분리하여 원고에게 양도한 경위, 원고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사용한 자금의 조달방법, 사채인수에 관한 거래관행과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평가액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甲법인은 보험회사를 통해 원고에게 이 사건 신주인수권의 가액 중 원고가 보험회사에 지급한 금액을 뺀 나머지 가액부분을 무상으로 증여한 것이고 이 수증익은 세법상 과세대상이다. 3. 처분청과 법원의 오류 법원과 처분청은 甲법인, 보험회사, 원고로 이어지는 거래의 형식과 무관하게 신주인수권의 발행회사인 甲법인이 원고에게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주었으며, 타인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양수하는 것은 자본의 납입이 아니라 유가증권의 취득이고 신주인수권 가액도 주식의 객관적 교환가격에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을 차감하여 계산될 수 있으므로 원고에게 법인세법시행령(1998.5.16. 대통령령 제157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 제1항 제6호 '무상으로 받은 자산의 가액'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자본거래에 대한 심각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혀 타당성이 없다. 1) 신주인수권의 이전은 자본거래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신주인수권이 이전된 것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나, 가법인과 원고의 신주인수권 거래는 자본거래이다. 신주인수권 관련 회계처리를 보면 이는 분명해진다. 먼저 신주인수권을 발행한 가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신주인수권은 행사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즉 출자할 수 있는 권리이다.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부여하는 경우 발행자는 신주인수권 발행시점에서는 회계처리를 할 필요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시 신주발행과 동일하게 회계처리하면 된다. 신주인수권이 유상인 경우에 발행자는 신주인수권대가를 기타자본잉여금으로 구분한 후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어 주식을 발행할 때 행사된 부분만큼 주식발행초과금으로 대체한다. 신주인수권 관련 모든 거래는 자본거래의 계정과목만으로 기술된다. 다음으로 신수인수권을 취득한 乙법인에 대해서 살펴보자.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 경우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면 신주인수권 취득시에는 회계처리가 없고 신주인수권 행사로 신주가 발행되는 날에 신주취득으로 회계처리한다. 취득자가 신주를 인수할 목적인데 신주인수권을 유상취득한 경우엔 신주인수권에 대한 대가는 주식취득의 부대비용으로서 신주의 취득가액에 합산된다. 사안에서 乙법인은 신주를 인수하였으므로 신주를 인수할 목적으로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乙법인에 대해서도 신주인수권의 취득을 자본거래가 아니라 볼 어떤 근거도 없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고 하여 신주인수권 거래의 실질이 변화하는 것은 아닌데 처분청과 법원은 유가증권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관련 거래를 자본거래가 아니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신주인수권을 주는 것이 어떤 자산의 이전을 수반하는가? 법원과 처분청은 유가증권인 신주인수권이 무상으로 이전되었으므로 피출자자인 발행법인으로부터 (잠재적) 출자자인 신수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어떤 자산이 이전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원과 처분청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에도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에 근거하여 출자자가 출자를 하는데 그 경우에도 어떤 자산이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된다고 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출자 즉 모든 자본거래에서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이전되는 자산이 있는지를 국세청은 검토해야 하게 된다. 그러나 자본의 납입과 관련하여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하여 줄 수는 없다. 출자는 말 그대로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이다. 도대체 출자라는 개념 자체로부터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어떤 자산을 이전하여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이 출자자에게 자산을 이전한다면 그것은 배당일 것이다. 문제된 사건은 배당과는 전혀 무관하다. 배당과 출자가 결합된 주식배당의 경우도 배당 측면에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관념적으로 이전하나, 출자 측면에서는 관념적으로 배당된 자산이 출자자로부터 피출자법인에게 이전된다. 신주인수권이라는 유가증권의 발행 여부와 무관하게 신주발행을 통해서는 피출자법인으로부터 출자자에게 자산이 이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출자법인은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여 자본이라는 실질적 자산을 출자자로부터 받게 될 뿐이다. 4. 처분청과 법원의 의문에 대한 답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처분청과 법원의 과세근거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안과 같은 경우 어떻게 과세되어야 하는가? 처분청과 법원은 이 물음에 대해 스스로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위법한 과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다면 신주인수권이 양의 시장가치를 갖게 되고 발행법인은 유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에서 가법인은 유상으로 발행할 수 있었던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乙법인에게 주었다. 이 경우 세법은 어떤 과세장치를 마련하고 있는가? 1) 출자에는 가격이 없다. 출자자가 피출자법인에 자본을 납입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상이다. 출자의 시가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추후 배당을 기대하고 출자를 하지만 배당은 기대할 수 있는 것일 뿐이고 출자의 대가는 아니다. 자본의 납입으로 피출자법인은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게 된다. 자본의 납입시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 이해의 대립은 본질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주인수권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그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신주발행시 신주의 가격이 시가보다 낮든 높든, 피출자법인과 출자자 사이에서는 과세문제가 발생하지도 않고 부당행위가 성립할 수도 없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주식의 시가보다 낮아 발행회사가 신주인수권의 취득자에게 자산을 증여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가 차이나더라도 신주발행법인으로부터 증자참여자로의 가치 이전은 도대체 발생할 수 없다. 출자는 자신의 현금 등으로 기업의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이다. 발행가를 액면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상법상의 제한만 충족하면 주식의 시가와 무관하게 발행가를 정할 수 있다. 발행가는 단순히 주식의 수를 결정하는 의미밖에 없다. 발행가를 낮추면 같은 금액의 출자에 대한 주식수가 늘어난다. 망할 회사도 내회사이면 주식시가와 무관하게 고가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회사와 주주 사이에서 문제될 것은 없다. 2) 乙법인이 얻은 이익은 누구의 손해를 원천으로 하는가? 乙법인은 행사가격이 시가보다 낮아 양의 시장가치가 있는 신주인수권을 무상으로 취득하였다. 즉 乙법인은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를 취득하였다. 출자는 본질적으로 무상이므로 피출자법인인 가법인은 손해가 있을 수 없다. 더 높은 가격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손해보는 이는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여 그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가법인의 다른 주주이다. 처분청과 법원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과세처분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거래에서 주식 등의 지분비율이 변동해야 특정주주가 다른 주주에게 일정한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법도 자본거래시 주주평등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있을 때만 과세하고 있다. 주주간 가치의 이전에 대해서는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상속세및증여세법 제39조와 제40조에 의해 증여로 의제되어 증여세가 과세되고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세법 제52조 및 법인세법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와 제8의2호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 법인세가 과세된다. 세법이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이유는 수혜자와 수손자간 직접적인 증여계약이 없기 때문이며, 수혜자가 법인인 경우 법인세법에 이러한 증여의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부당행위계산의 부인규정에 의해 특수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과세할 수 있다. 현행법은 유상증자의 결과 수혜자가 개인인 경우는 수혜자와 수손자 사이 특수관계가 없어도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과잉입법이라 볼 여지도 있다. 5. 사건의 올바른 해결 신주인수권 행사가격과 주식의 시가에 차이가 있는 경우 증자시 지분비율이 달라지면 주주간 가치의 이전이 발생한다. 법인인 주주가 수혜자인 경우 타주주로부터의 실질적 가치이전은 법인세법 제52조에 의해 부당행위계산의 부인으로서만 과세될 수 있다. 사안에서 원고인 乙법인과, 甲법인의 A 외 다른 주주들 사이엔 특수관계가 없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 원고의 특수관계자인 A가 원고에게 이전한 가치에 대해서만 과세되었어야 한다.
2011-09-01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건물의 이전과 연체지료의 승계 여부
Ⅰ. 문제의 제기 1. 지상권 제도는 건물과 토지를 별개의 부동산으로 구성하고 있는 우리 민법에 있어서, 타인 소유의 토지 위에 건물 등을 소유하고자 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불가결한 것이다. 민법은 약정지상권 외에도 민법 제366조 등에서 토지와 건물 중 그 어느 하나의 경매로 인하여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분리되는 경우에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2. 법정지상권은 법률상 성립하는 물권이므로 당사자간 약정에 의하여 그 존속기간과 범위, 지료 등이 정하여지는 약정지상권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는 경우, 우리 민법은 제366조, 제305조 단서에서 "지료"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지료를 2년 이상 연체한 때에는 지상권소멸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지료연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법정지상권이 이전된 경우,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어떠한 요건 하에서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지료를 승계한다고 볼 것인지의 문제는 법정지상권과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는 토지소유권의 합리적 조화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Ⅱ. 사실관계 1. 본래 이 사건 대지와 지상건물은 이현숙의 소유였는데, 다만 건물 중 2층 부분은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현숙은 위 대지와 지상건물 1층에만 저당권을 설정하였고,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1981. 3. 27. 경락받아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그 후 위 2층 부분에 관하여 준공검사가 나왔고, 이현숙은 1984. 9. 7. 2층 부분에 관하여 보존등기를 마치고, 1986. 5. 17. 저당권을 설정하였으며, 그 실행에 따른 경매절차에서 오운환이 1987. 2. 28. 2층 부분을 경락받아 같은 해 4. 20.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1990. 2. 1.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2. 원고는 이현숙을 상대로 위 2층 부분에 대한 명도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나 1층에 부합되지 아니한 독립된 부동산이라는 이유로 패소하였고, 한편 원고의 이현숙에 대한 지료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그러나 지료에 관한 등기에는 이르지 못하였고,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으며, 오운환 자신의 지료연체기간만 하더라도 2년이 넘는다. 3. 이에 원고가 현재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법정지상권소멸청구 및 2층 부분의 철거를 구한 것이다(조관행, "법정지상권의 취득, 양도, 소멸에 관한 몇가지 문제", 대법원판례해설 25호(1996년 상반기), 43면). Ⅲ. 판결요지 1. 지료액 또는 그 지급시기 등 지료에 관한 약정은 이를 등기하여야만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므로(부동산등기법 제136조), 지료의 등기를 하지 아니한 이상 토지소유자는 구 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2. 다만 위 오운환은 이 사건 법정지상권자로서 이를 승계취득한 이후의 지료를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나 민법 제366조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법정지상권의 경우 그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원고와 위 오운환 사이에 지료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거나 법원에 의하여 지료가 결정되었다는 아무런 입증이 없음은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바이고, 법정지상권에 관한 지료가 결정된 바 없다면 법정지상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법정지상권자가 2년 이상의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토지소유자의 지상권 소멸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 당원의 견해이다. Ⅳ. 검토의견 1. 대상판결의 사안은 이를테면 건물 2층 부분을 소유하기 위한 법정 구분지상권이 성립한 경우라 할 수 있는바, 그 요지는 지료 등기를 하지 않은 이상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사실을 들어 지상권을 이전받은 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우리의 학설 역시 대체로 대법원과 같이 이를 대항요건으로 해석하여, 지료에 관한 등기가 있는 경우에만 지상권 이전에 따라 지료지급의무도 이전되고, 지료에 관한 등기를 하여야 그 연체효과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곽윤직, 물권법[민법강의 Ⅱ], 363면 ; 이영준, 새로운 體系에 의한 한국민법론[物權編], 626면). 3. 본래 지료는 지상권의 요소가 아니므로, 지료는 임의적 기재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지상권의 존속기간, 지료 등은 그야말로 임의적 기재사항에 불과할 뿐이고, 지료 등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실체관계가 등기부 기재대로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 예컨대, 지상권자가 토지소유자와의 사이에 건물소유를 위한 지상권 설정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그 존속기간을 10년으로 기재하고 다만 등기부에는 지상권 설정의 목적과 범위만을 등기한 경우에, 지상권자가 석조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여 그 지상권의 존속기간이 30년으로 늘어난다고 할 수 없고, 이러한 이치는 지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4. 특히 지료의 경우, 당사자간 다른 사항은 등기하면서도, 지료에 대해서만은 지료가 경기변동에 따라 증감변동할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매년 정하기로 하고 일부러 이를 등기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료의 연체사실은 이를 등기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지료의 등기를 한 경우에도 실제로 지료가 연체되어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종전 지상권자의 지료연체를 지상권 양수인에게 주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판단함에 있어, 지료의 등기여부와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생각된다. 5. 채권의 경우, 그 지위의 이전이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그 권리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사이의 개별적 약정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이고, 그들 사이에서 발생한 채권 채무는 그 사람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물권은 물건에 대하여 직접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사자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이러한 이치는 대물적 행정처분의 경우, 종전 영업자의 위법사유가 승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두1611 판결). 다시 말해, 물권은 직접 물건에 대한 권리행사가 가능한 것이므로, 물권의 귀속자가 변동되었다는 사정은 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따라서 물권적 지위의 승계가 이루어진 경우 승계인은 종전 당사자 지위를 그대로 승계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민법 307조 참조). 이와 혼동하여서는 아니되는 것은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에 관한 변론종결 후의 승계인 논의이다. 이때는 원고가 소송상 구하는 청구권의 성질에 따라 승계인의 범위가 달라진다(구실체법설). 6. 토지소유자와 법정지상권자는 상호 물권자 지위에 있다. 법정지상권자는 법정지상권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타인의 토지를 이용할 수 있고, 따라서 그 토지이용권을 처분함에 있어서도 토지소유자의 승낙이나 양해를 얻어야 할 필요가 없다. 토지소유자 역시 물권자 지위에서 지상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권이 변동될 때마다 변동된 건물소유자를 일일이 확인해 가면서 그의 소유권 취득일에 맞추어 지료를 청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의무자별로 연체기간을 별도로 계산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권의 처분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 물권자는 그 물권의 범위 내에서 물권을 직접 지배하고 처분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당연한 결과로서 더욱 강화된 지위승계가 이루어진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7. 뿐만 아니라, 법정지상권 승계인이 지료를 승계하는 것은 우리 민법 제288조의 해석상 불가피하다. 동조는 "지상권이 저당권의 목적인 때 또는 그 토지에 있는 건물, 수목이 저당권의 목적이 된 때에는 전조의 청구는 저당권자에게 통지한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의 취지는 지상권자가 지료를 연체하여 지상권이 소멸될 처지에 처하게 된 경우, 지상물의 저당권자에게 그 사실을 알림으로써 저당권자가 연체 지료를 대신 변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 지상권이 소멸되지 않도록 하려 함에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민법주해[Ⅵ] 물권(3), 80면). 본래 지상물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자는 토지를 직접 지배하는 자가 아닐 뿐더러 법률상 지상권자를 대신하여 지료를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자이나, 그 저당권이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존속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상권(또는 지상물)의 소멸을 면하기 위해서는 저당권자라도 대신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정지상권의 양수인이 바로 그 지상권의 존속을 위해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연체 지료를 지급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8. 지료지급의무가 2년 이상 연체된 경우 그 결국은 지상권소멸 또는 지상물철거에 이른다는 의미에서, 건물철거의 경우 피고적격자에 관한 법리(대법원 1986. 12. 23. 선고 86다카1751 판결)가 적용되어야 한다. 건물철거소송에서 철거의무는 그 건물에 대한 종국적인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등기부상 소유자 뿐 아니라 건물에 대한 사실상 처분권을 가지는 자도 피고 적격을 갖는다. 이러한 이치는 법정지상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토지소유자는 현재 건물을 소유함으로써 토지를 사용 수익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지료를 청구할 수 있고, 이 때 건물의 승계취득자는 종전 건물의 소유자가 보유하고 있던 건물 소유를 위한 법정지상권자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일단 지료연체를 이유로 건물소유를 위한 토지사용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토지소유권에 방해상태를 야기하는 자는 그가 누구이든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그 제거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이처럼 지료지급의무 또는 철거의무는 방해배제를 구하는 토지소유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9. 이와 관련, 대법원 2001. 3. 13. 선고 99다17142 판결은 "지상권자의 지료 지급 연체가 토지소유권의 양도 전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토지양수인에 대한 연체기간이 2년이 되지 않는다면 양수인은 지상권소멸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토지소유권의 변동은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 여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토지소유권이 변동되었다 하여 종전 법정지상권자의 지료연체효과가 소멸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Ⅴ. 결론 1. 법정지상권의 지료지급의무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종전 법정지상권자와 법정지상권 양수인의 연체기간이 통산 2년을 넘게 되면 법정지상권은 소멸청구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판례이론에 따르면, 법정지상권의 지료가 등기되지 않으면 지료연체를 대항할 수 없고 법정지상권이 양도된 경우 연체효과도 승계되지 아니하므로, 법정지상권자는 지료결정을 회피하면서 지료연체가 2년에 달하기 전 법정지상권을 양도함으로써 지상권소멸청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본 사안에서 이현숙, 오운환, 피고 그 누구도 원고에게 지료를 지급한 바 없음에도 철거의무를 면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간교함을 잉태할 뿐이고, 토지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심히 부당한 것이다.
2011-08-29
전환규범을 매개로 한 행정규칙의 법규성인정의 문제점
Ⅰ. 사건의 경위 원고는 2008. 1. 7. 피고 아산시장에게 신규 건조저장시설(DSC)의 사업자인정 신청을 하였지만, 피고는 2008. 4. 21. 원고에 대하여, 농림사업실시규정(2007. 12. 28. 훈령 제1291호, 이하 '이 사건 훈령'이라 한다) 제4조에 의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이하 '이 사건지침서'라 한다)가 정한 신규 DSC 사업자 인정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아산시 미곡종합처리장(RPC)·건조저장시설(DSC) 운영협의회는, 원고가 논 면적 확보기준에 225ha 미달하였다는 아산시의 검토결과가 적합하다는 판정을 하였다. 신규 DSC 사업자로 인정되면 벼 매입 실적에 따라 매입자금을 지원 받거나 공공비축 산물 벼 매입량이 배정되는 등의 혜택이 있다. Ⅱ. 원심(대전고등법원 2009.4.30. 선고 2008누3096판결)의 판결요지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가 농림부에 의하여 공표됨으로써 신규 RPC 또는 신규 DSC 사업자로 선정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이 사건 지침에 명시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사업자로 선정되어 벼 매입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이 사건 지침에 명시되어 있지 아니한 시·군별 신규 DSC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DSC 사업자 인정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지침이 예기하고 있는 자기구속을 위반한 것이거나 자의적인 조치로서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지침과 달리 DSC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적용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요지 [1] 상급행정기관이 하급행정기관에 대하여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발하는 이른바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은 일반적으로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이 그에 위반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를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 [2] 시장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여 공표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에 명시되지 않은 '시·군별 건조저장시설 개소당 논 면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신규 건조저장시설 사업자 인정신청을 반려한 사안에서, 위 지침이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졌다거나 그 공표만으로 신청인이 보호가치 있는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없고, 쌀 시장 개방화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 등 우월한 공익상 요청에 따라 위 지침상의 요건 외에 '시·군별 건조저장시설 개소당 논 면적 1,000ha 이상' 요건을 추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어, 그 처분이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칙 및 행정규칙에 관련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 Ⅳ. 문제의 제기 법원은 시종 행정규칙의 비법규성에 바탕을 둔 전환규범적 이론구성을 수긍하지 않고, 처음부터 관련 규정의 법적 성질(법규성여부)을 가늠하고 이를 관철하여 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법령보충적 규칙의 존재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비롯 대법원 2009.3.26. 선고 2007다88828, 88835판결에 즈음하여, 자기구속의 법리,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과 같은 전환규범을 매개로 행정규칙의 대외적 구속력을 논증한 접근방식(독일의 통설적 기조)이 추가되었다. 법령보충적 규칙의 존재는 독일에서의 규범구체화규칙을 포함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행정규칙에 관한 독일식 도그마틱과 이별하게 하는 중요한 단초이다. 요컨대 이런 두 가지의 접근방식의 병존은 부자연스럽다. 이하에선 이런 문제인식을 公論化하기 위하여 관련 규정에 대한 대상판결 등의 접근이 바람직한지를, 우선 이 사건지침서의 법적 성질에 초점을 맞추어 논구하고자 한다(行政規則의 法規性 問題에서 독일식의 전환규범적 접근에 대해 필자는 극히 비판적이다.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 및 논의의 시발이 된 판례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서 상론할 예정이다). Ⅴ. 법원의 기본적 접근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농림사업실시규정 제4조에 의한 2008년도 농림사업시행지침서이다. 원심은 "양곡관리법 제22조는,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미곡의 유통구조개선·품질향상 및 가격안정을 위하여 생산자로부터의 미곡의 매입, 매입한 미곡의 건조·선별·보관·가공 및 판매 등 종합적인 미곡의 유통기능을 담당하는 미곡유통업을 육성하여야 함을 전제로(제1항), 농업협동조합 기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미곡의 유통기능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미곡종합처리장 등 미곡의 건조·보관·가공·유통·판매시설의 설치 및 미곡의 매입에 필요한 자금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 안에서 융자하거나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제2항),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융자 및 보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제3항), 위 규정의 위임을 받은 양곡관리법 시행규칙 제9조는, 양곡관리법 제22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미곡의 매입자금을 생산자인 농민과의 계약재배를 통하여 원료 벼를 확보하는 자에게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 각 규정들의 내용을 살펴보아도 양곡관리법 제22조 제3항이 일정한 사항을 행정입법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양곡관리법 및 그 시행규칙이 미곡의 건조·가공 등 미곡의 유통기능을 담당할 미곡유통업을 육성함에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장관에게 위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고 볼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위 각 규정의 내용이나 성질, 이 사건 지침서의 취지 및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지침서는 미곡종합처리장 등에 벼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목적 달성을 위한 사업대상자 선정 등에 관한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대내적으로 행정청을 기속함은 별론으로 하되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역시 이를 그대로 수긍하였다. Ⅵ. 법원의 기본적 접근의 문제점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의 始原이 된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의 건을 보면, 모법률인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의 양도차익을 계산함에 있어 실지거래가액이 적용될 경우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동법시행령(1982.12.31. 대통령령 제10977호로 개정된 것) 제170조 제4항 제2호는 양도소득세의 실지거래가액이 적용될 경우의 하나로서 국세청장으로 하여금 지역에 따라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거래 기타 부동산투기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거래를 지정할 수 있게 하였다. 이에 국세청장이 훈령으로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을 발하였고, 판례는 이것의 법규성을 인정하였다(대법원 1987.9.29. 선고 86누484판결). 여기선 대통령령이 국세청장의 지정을 언급한 반면, 위의 사안에선 농림수산식품부령이 미곡유통업의 육성과 관련하여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차이점이 해당 농림사업실시규정과 농림사업시행지침서를 단순한 업무처리지침으로서 비법규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우선 법령보충적 규칙은 본래 침익적 행정에서 문제가 된 반면, 사안에서의 양곡관리법 제22조는 개입(침해)행정이 아니라 급부행정의 문제임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입법자가 융자 및 보조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였다는 것은, 그것의 구체화를 행정에 맡긴 것이다. 사실 모법률이 구체적 권한행사를 행정청에게 수권(위임)한 이상, 그것의 구현메카니즘의 형식은 문제되지 않는다. 설령 법률이 정한 형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것의 법적 성질의 차원이 아닌 그것의 하자의 차원에서만 문제될 뿐인데, 그 문제 역시 다음과 같이 새롭게 보아야 한다. 議會立法의 原則上 위임입법의 법리(위임독트린)는 법률에서 법률하위적 명령으로 위임할 때 즉, 제1차 위임의 경우에만 의미를 갖는다. 행정부에 위임된 이상, 그 행정부안에서의 2차, 3차 위임의 경우에는 포괄위임금지와 같은 위임독트린은 별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이 점에서 재위임의 경우에도 위임독트린을 대입하는 일반적 경향은 재고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지 않은 모법률에 비난의 화살을 던지는 것이 正道이다. 요컨대 명시적인 위임수권의 存否만으로 이 사건지침서의 법적 성질을 가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Ⅶ. 맺으면서-농림사업시행지침서의 법적 성질 이 사건지침서에 따르면, 신규 RPC 사업자 인정기준과 DSC 사업자 인정기준을 명확히 구분하여 규정하면서, 신규 RPC 사업자는 시·군별 RPC 개소당 논 면적 3,000ha 이상과 원료 벼 확보가능 논 면적 2,000ha 이상을 확보하여야 하고, 신규 DSC 사업자는 시·군별 신규 DSC 개소당 원료 벼 확보가능 논 면적(RPC 및 DSC 모두 권역 내 RPC, DSC, 임도정공장 등을 종합 검토하되, 도시지역의 경우는 인접한 군의 논 면적을 포함하여 검토할 수 있음) 1,000ha 이상을 확보하도록 지역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나, 시·군별 DSC 개소당 논 면적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또한 DSC 사업자 인정기준에 있어 벼 가공시설 과잉지역 등은 신규 DSC 사업자 신청 및 선정에서 제외한다고 하면서 '선정 제외 지역은 신규 RPC 사업자 인정기준에 준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 농림사업시행지침서는, 규범이 필요한 일정한 분야에 법률적 규율이 不在할 때 발해지는 法律代位的 規則이라 하겠다. 여기서 법률적 규율의 不在란 그것이 전혀 없는 경우는 물론, 법률적 규정이 있으되 구체화규정이 요구될 정도로 개괄적인 경우도 의미한다. 재량준칙과 법률대위적 규칙이 구별되는 점은, 후자의 경우 정해진 결정규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결정규준을 처음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의 "법률대위"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을 뜻한다고 오해해선 아니 된다(김남진/김연태, 행정법Ⅰ, 2011, 173면). 본래 법률대위적 규칙은 독일의 경우 과거 자금조성과 같은 급부행정영역에서 입법의 不備狀況에서 행정이 나름의 지침에 의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데, 오늘날에는 급부행정영역에서도 법률적 규율이 대폭 증가하여 그 의의가 많이 가시었다. 그리고 본래 그것은 관계법령이 제정되기까지 나름의 행정통제규칙으로 기능할 뿐이고, 당연히 재판규범성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사안의 경우엔 이미 모법률 차원에서 授權이 존재하기에, 독일에서의 법률대위적 규칙적 이해를 아무런 수정 없이 대입해선 아니 된다(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구분에서의 실질적 기준설에 의하면, 동지침은 법규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다. 한편 법률대위적 규칙을 직접적 외부적 구속효를 갖는 법규로 보기도 한다. 홍정선, 행정법원원론(상), 2011, 254면). 독일의 경우, 행정은 立法과 司法사이에 꽉 끼인 존재이고, 명령에 대한 恐怖가 아우러져, 전환규범적 접근에 대해 엉터리라고 酷評이 가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칙의 태생적 烙印-非法規性-은 여전히 주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통령제하에서 행정에 대해 나름의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기에, 독일마냥 행정규칙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여, 그것을 카스트제하의 賤民(Paria)으로 여기기보다는 의회와 행정의 共管的 法定立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김중권, 행정법기본연구Ⅰ, 2008, 409면 이하 참조). 요컨대 농림사업시행지침서는 법령보충적 규칙이라 하겠다.
2011-08-22
국제소송에서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과 준거법
Ⅰ. 사안의 개요 한국보험회사인 피고는 윤OO과 원양통발어업용인 한국선적의 선박에 대해 선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영국 협회기간약관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위 약관은 영국법준거약관을 두고, "해상 … 또는 기타 항해 가능한 수면에서의 고유의 위험"과, "선장 … 의 과실"을 부보위험 중 하나로 규정한다(제6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당사자는 보험금 중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특약을 체결했다. 위 선박은 파퓨아 뉴기니아에 정박하다가 부산항을 향해 항해하던 중 산호초 지대에서 표류한 결과 인도네시아 부근에서 침몰했다. 원고는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Ⅱ. 소송의 경과 1. 원심판결(부산고등법원 1999.4.2. 선고 97나13696 판결) 원심법원은 사고원인은 협회기간약관 제6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하고, 선장 등이 선박 출항에 앞서 선저부분에 대한 조사·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데, 이는 선박침몰의 근인 중 하나로서 위 약관 제6조 제2항 제3호 소정의 위험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원심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을 전면 긍정하고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한다고 보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족하다고 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영국 해상보험법 및 관습에 의하면, 보험의 목적에 생긴 손해가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보험자가 부담하고, 그 증명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preponderance of evidence)로 충분하다. Ⅲ. 연구 1. 문제의 제기 영국법준거약관의 유효성과, 객관적 입증책임(또는 증명책임)이 보험계약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은 대법원판례에 의해 확립되었다. 여기에서는 첫째,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둘째, 입증의 정도(또는 증명도)의 준거법을 다룬다. 미리 밝혀둘 것은, 국제민사소송에서 증거에 관한 다양한 문제는 절차의 문제로서 법정지법에 의한다는 점이다. 즉 증명의 대상(자백의 효력 등), 증거방법(허용되는 증거방법, 증거방법에 대한 제한, 증언거부권의 종류와 범위), 증거조사와 증거의 평가(자유심증주의 여부) 등은 법정지법에 따른다. 2. 이 사건 보험계약은 국제계약인가 국제사법상 당사자는 채권계약의 준거법을 자유로이 지정할 수 있는데 이것이 '당사자자치'의 원칙이다. 문제는 순수한 국내계약에서 당사자자치의 허용 여부인데, 국제사법은 이를 허용하지만 그 경우 국내적 강행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제25조 제4항). 이는 당연히 적용되었을 강행규정을 당사자들이 합의로써 잠탈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법합의(또는 그것과 관할합의/중재합의)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다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합의해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석광현, 법률신문 제3920호 참조). 이 사건에서 보험의 목적은 한국선적의 원양어업용 선박이므로 보험계약의 국제성은 애매하다. 필자는 수입중인 적하에 대한 보험계약의 국제성과, 해외 재보험계약의 체결을 위해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할 필요성을 긍정했지만, 한국선적 선박에 대한 보험계약에서 그 소재지를 고려하여 국제성을 판단할지는 불분명하다. 필자처럼 비교적 넓게 사안의 국제성을 인정하면 몰라도, "국제사법 제1조에 비추어 … 거래 당사자의 국적·주소, 물건 소재지, 행위지, 사실발생지 등이 외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곧바로 내국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국제사법을 적용하여 그 준거법을 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는 국제사법의 규정을 적용하여 준거법을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명문 근거가 없는 '합리성의 기준'에 의해 국제사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대법원 2008.1.31. 선고 2004다26454 판결의 취지를 보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건 소재지'는 국제물권법을 상정한 것이므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기준이라는 양 요건의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했다. 3.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가. 입증의 정도에 관한 법계의 차이 민사소송법상 어떤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하려면 법관의 의심에 침묵을 명할 정도의 확신, 즉 '고도의 개연성'의 확신이 필요하다(실제로 법관들이 그에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반면에 영미 민사소송에서 요구되는 통상의 입증의 정도는 '증거의 우월' 또는 '우월한 개연성'이므로 법원은 원·피고 주장의 개연성을 형량하여 어느 것이 50%를 초과하면 이를 증명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차이의 유래는 Habscheid/호문혁(역), 서울대 법학 통권 85·86호(1991.8.), 122면 이하 참조). 나.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 문제는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이다. 독일에는 이를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lex fori)을 적용하는 절차법설과 실체로 보아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lex causae)을 적용하는 실체법설이 있다. 절차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소송에서 법관의 지위 및 확신(또는 심증)의 형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째, 독일법에서 입증의 정도는 법관의 인적(또는 내부적) 확신의 형성인데, 실체 준거법인 외국법이 다른 기준을 요구하면 독일 법관은 어려움을 겪게 되고 외국법의 내용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더욱 그렇다. 세째, 입증의 정도는 법정지법에 따르는 증거의 평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네째, 입증의 정도에 관하여 외국법을 적용하면 외국인 원고에게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게 되어 내국인 피고에게 불이익을 주고 내국인차별을 초래한다. 실체법설의 논거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입증의 정도는 입증책임처럼 실체법과 상호의존적이고 실체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책임법에서 입증의 정도를 낮추면 책임범위가 확대되고 이를 높이면 축소되므로 입증의 정도는 결국 책임을 결정한다. 둘째, 어느 당사자가 부담하나라는 경직된 구조를 취하는 입증책임과 달리 입증의 정도는 여러 단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입증책임보다도 실체법에 더 밀접하다. 독일에서는 과거 절차법설이 우세했으나 근자에는 실체법설도 유력해지고 있다. 모두 일리가 있지만,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법관의 확신의 형성과 그 정도를 다른 법에 종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고, 법관에게 입증의 정도를 준거법에 따르게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실제적 이유로 절차법설이 설득력이 있다(우성만, 판례연구 제18집(2007), 459면 동지). 증명의 개념을 법관의 내부적 확신의 형성으로 파악하는 민사소송법 원칙을 법치국가적 관념에 근거한 소송법상 원칙으로 보아 절차법설 취하기도 한다. 소송법에서 당해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너무 확대하면 국제사법이 매우 복잡하게 되어 실무로부터 외면당할 우려도 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준거법의 함의(含意)를 모르고 외국법을 지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외국법이 규율하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 대상판결이 입증의 정도의 준거법을 밝힌 것은 큰 의의가 있으나 타당성은 의문이고 ① 외국적 요소의 존재와 ② 합리성의 충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우리 법원은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이 인정되면 입증책임, 사실상의 추정과 입증의 정도가 모두 영국법에 의한다고 보는 듯하다. 대상판결도 입증의 정도의 성질결정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영국법을 적용했다. 더욱이 보험계약의 국제성이 부정되면 영국법이 준거법이더라도 입증의 정도는 한국법에 따라야 한다. 5. 관련문제: CISG와 손해 입증의 정도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UN협약'('CISG' 또는 '협약')상 계약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손해의 발생과 범위 및 손해와 계약위반간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함으로써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협약은 손해의 확실성의 정도를 명시하지 않으므로 독일 등의 유력설은 이를 손해의 입증의 정도로서 절차로 보아 법정지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협약의 기초를 이루는 일반원칙인 '합리성의 원칙'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Schwenzer도 동지). CISG AC 의견 No. 6과 UNIDROIT 국제상사계약원칙(제7.4.3조 제1항)도 같다. 아니면 협약의 목표인 규범통일이 위태롭다. 우리 판례는 민법상 기발생 손해와 장래 발생할 손해의 입증의 정도를 구별한다. 대법원 1992.4.28. 선고 91다29972 판결은 "장래의 얻을 수 있었을 이익에 관하여는 증명도를 과거사실에 대한 입증의 경우보다 경감하여 채권자가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익의 증명이 아니라 합리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이익의 증명으로 족하다"고 함으로써 채권자를 위해 일실이익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했다(매매계약의 준거법은 한국법이었던 듯하다). 법원이 협약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도 같은 구별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협약 자체로부터 합리적 확실성의 기준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이는 성질결정에 의해 좌우된다. 대상판결처럼 실체법설을 따르면 입증의 정도는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의하게 되어 법원에 부담스럽다(우리 법원이 다룬 사건에는 보충적 준거법이 중국법, 캘리포니아주법, 퀸즐랜드주법, 스페인법과 싱가포르법인 사건이 있다). 반면에 절차법설은 매매계약의 보충적 준거법에 관계없이 대법원판결의 법리를 따를 수 있으므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 준다.
2011-07-25
기업개선작업 절차에서 이루어진 출자전환행위의 의미
I. 사안의 개요 쌍용건설 주식회사(이하 甲)가 1990년대 초부터 자금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1998. 11. 12. 기업개선작업절차에 들어간 후 경영이 정상화되어 2004. 10. 18. 기업개선작업절차가 종료되었다. 이 사건 원고 우리은행(이하 乙)과 쌍용건설은 위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체결된 1999. 3. 29.자 기업개선작업약정에 따라, 원고의 쌍용건설에 대한 150억 원의 기업어음 매입채권 및 13,485,000,000원의 대출금 채권(이하 위 두 채권을 함께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원고가 쌍용건설로부터 1주당 발행가를 5,000원으로 하여 신주를 발행받고 그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상계하기로 합의하여 이 사건 대출금 등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였다. II. 평석 1. 출자전환의 의의 출자전환(debt-equity swap)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신주발행회사의 채권자가 신주발행회사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채권을 출자하여 자본으로 전환하는 절차를 말한다. 출자전환은 채무를 소멸시키는 대신, 이에 상응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는 금전 이외의 재산을 출자의 목적으로 하는 현물출자 방식을 취할 수도 있고, 이 사건에서와 같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할 채무와 기존의 채권을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현물출자 방식의 경우, 현물출자자와 신주발행회사간에 현물출자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에서는 현물출자계약서는 현물출자하는 자의 성명, 그 목적인 재산의 종류, 수량, 가액과 이에 대하여 부여할 주식의 종류와 수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이를 신주발행회사의 관점에서 보면 채무가 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 되며, 따라서 출자전환은 채무의 자본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기업개선작업(소위 '워크아웃(work-out)')에서 채권자과 채무자 회사간의 합의에 의해서 출자전환을 하면, 회사의 부채비율을 떨어지게 되므로 출자전환을 통해서, 신주발행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이후 이 회사가 흑자전환(turn-around)하는 경우 채권은행단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이익(upside potential)을 주주로서 향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부수적인 효과이기는 하지만, 부실한 기업경영으로 채무자를 재무적 위기에 이르도록 한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채권금융기관이 기업개선작업의 의사결정을 채권회수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면도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현금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의 채무조정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유가 된다. 2. 출자전환의 대상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 채무는 대차대조표상 자산의 부에 기재될 수 있는 채권이다.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어야 하며, 평가가 가능하여야 하고, 양도성이 있어야 한다. 이런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대여금 외상매입금, 선급금, 가수금, 보증채무금, 미지급금 등의 채무가 있다. 반드시 채무의 전부를 출자전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채무의 일부만을 출자전환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회사의 장·단기 차입금은 모두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신주발행회사의 외상매입금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는바, 모회사에 대한 외상매입금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가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을 할 수 있다. 상품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물품대금의 지급도 빈번하므로, 이를 외상매입금 원장 등을 통하여 확인하여 이를 출자전환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 대표이사나 대주주 등의 가수금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여금의 출자전환과 함께 실무상 흔히 발생하는 경우이다. 그 외 전환청구기간내에 전환청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만기가 지나면 만기 다음날부터 전환사채는 전환권이 소멸한 일반사채가 되며 이 일반사채도 출자전환의 대상이 된다. 3. 출자전환의 효과 (1) 채무의 소멸 현물출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권은 일시적으로 신주발행회사의 대차대조표의 자산의 부에 채권으로 계상된 후, 곧 채무와 혼동이 일어나서 소멸됨이 원칙이다. 한편 출자전환으로 현물출자의 목적물이 된 채무의 보증채무도 소멸한다. 이러한 효과는 상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출자전환시 소멸하는 채권의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채무자이며, 신주발행회사의 재무내용을 반영한 출자목적물인 채권의 평가액인 시가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시가평가설)이다. 2설은 채권의 평가에 관하여 현물출자의 목적물인 채권의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견해(=권면액설)이다. 일본에서 시가평가설이 유력하다가 검사인의 검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실용적이지 못하며, 평가결과를 신빙하기 어렵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2000년대 초 동경지방재판소에서 2설(=권면액설)을 취하였다. 한편 대법원은 신주발행 방식의 출자전환으로 기존채권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출자전환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기존채권의 가액에 관한 약정 내지 합의가 없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신주의 가액을 평가하여 그 평가액 상당의 기존채권이 변제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여, 1설(시가평가설)을 취하였다.(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다18376 판결) (2) 이 사건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 1) 상계로 보는 견해(=절대적 효력설) 이 사건의 대법원 다수의견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계약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 효과로서 각 채권은 당사자들이 그 계약에서 정한 금액만큼 소멸하며, 이러한 상계계약의 법리는 기업개선작업절차에서 채무자인 기업과 채권자인 금융기관 사이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주식을 발행하여 주고 채권자의 신주인수대금채무와 채무자의 기존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상계계약 방식에 의하여 이른바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이와 달리 주식의 시가를 평가하여 그 시가 평가액만큼만 기존의 채무가 변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면제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취했다. 다수의견은 부진정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 및 상계계약을 한 경우에도 채권은 변제, 대물변제, 또는 공탁이 행하여진 경우와 동일하게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소멸한 채무 전액에 관하여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보면서,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상계 내지 상계계약이 이루어질 당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여부에 무관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기존의 상대적 효력설을 취하였던 대법원 1989. 3. 28. 선고 88다카4994 판결 등에서 정립한 판례를 변경하였다. 상계라고 보면서도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은 이 사건 출자전환을 상계합의로 보면서도 기존의 대법원 판결과 같이 상대적 효력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아 상계의 절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견해를 취하였다. 절대적 효력설이 구상관계의 간략화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상대적 효력설이 갖는 채권자 및 피해자의 두터운 보호라는 가치보다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소수의견 1) 2) 대물변제로 보는 견해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한 신영철 대법관은 채권자 은행을 비롯한 채권 금융기관들과 채무자 乙 사이에 작성된 기업개선작업약정서에는 갑 은행의 을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乙 주식회사가 甲 은행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하여 '출자전환'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위 '출자전환'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객관적으로 반드시 명확하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甲과 乙이 위 출자전환을 함에 있어 당사자들이 달성하고자 한 목적과 의사, 일반적으로 기업개선작업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지게 되는 동기, 거래의 통념,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甲과 乙은 위 출자전환에 의하여 대출금 등 채권에 관하여 그 출자전환이 이루어질 당시 甲이 발행받는 신주의 시가 상당을 대물로 변제받고 그 나머지 금액은 면제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본다.(소수의견 2) 3) 검토 이 판결은 출자전환과 관련된 판결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판례법리였던 부진정연대채무에서의 절대적 효력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소수의견 1에 대해 다수의견에 대한 양창수, 민일영 대법관은 보충의견으로 수인의 채무자가 존재하는 경우의 채무관계에 관한 민법 규정, 민법상 손해배상 제도의 목적 등으로부터 도출되는 부진정연대채무의 기본적인 성질인 '급부의 1회성' 및 채무자 사이의 공평한 배상책임의 분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소수의견 1은 잘못된 견해라고 반박하였고, 이 보충의견에 대한 재반박이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소수의견 2의 견해는 출자전환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에서 채무면제부분은 상대적 효력만이 인정되어 분식결산에 기하여 대출금을 편취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임원인 피고에 대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 또는 상법상 임원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할 수 있도록 하려는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의미 있는 해석으로 향후 추가적인 검토의 실익이 있다고 본다. 한편 향후 실무상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상계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 채권단은 이 판결의 취지를 감안하여 상계합의를 하여야 할 것이다.
2011-07-18
음악저작물의 표절에 대한 판단 기준
1. 사안의 개요 원고들은 그룹 "ynot?(와이낫)"의 멤버로 활동하는 가수들로서 2008. 4. 26. 노래 "파랑새"를 작곡하여 발표하였고, 피고들은 그룹 'CNBLUE(씨엔블루)'의 노래 "외톨이야"를 작곡한 자들이다. 원고들이 "파랑새" 중에서 피고들에 의해 부당하게 이용(표절)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후렴구에 해당하는 25마디부터 32마디까지 8마디, 54마디부터 61마디까지의 8마디, 70마디부터 85마디까지의 16마디로서 노래 전체 86마디 중 32마디이고(이하, "이 사건 노래부분"), 그에 대응하는 피고들 작곡의 "외톨이야" 악보부분은 후렴구인 25마디부터 30마디까지, 49마디부터 54마디까지, 78마디부터 83마디까지 각 6마디씩 전체 93마디 중 18마디(이하, "이 사건 대비부분")이다."파랑새" 중에서 이 사건 노래부분과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모두 후렴구로서, 위 두 노래 모두 후렴구의 첫째 및 둘째 마디의 표현이 셋째 및 넷째 마디에 계속하여 동형진행(同形進行, Sequence)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작곡한 "외톨이야" 중에서 이 사건 대비부분은 원고들이 작곡한 "파랑새"의 해당부분을 표절하거나 일부 변형하여 사용하였고, 위 부분은 전체 곡에서 질적 및 양적으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후렴구를 포함하여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며 전체 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파랑새"는 전체의 1/2에 해당하고, 외톨이야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므로 "외톨이야"는 "파랑새"를 표절하여 원고들의 음악저작권 중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로서 위자료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본건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은 후렴구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의 각 동형진행부분로 나누어 표절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바, 우선, ① 후렴구 첫째 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이 사건 노래부분과 그 대비부분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② 후렴구 둘째 마디와 동형진행부분에 대하여도, i) 원고들이 작곡한 이 사건 노래부분 중 후렴구 둘째마디 및 이와 동형진행부분은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표현되어 널리 알려진 관용적인 표현에 해당하며, 원고들의 위 노래부분과 같은 음악적 표현이 선행저작물들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점, ii) 원고들은 대중매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위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인 점을 종합하여, 피고들이 원고들의 노래에 의거하여 이 사건 대비부분을 작곡하였다고 할 수도 어렵다고 판단함으로써, "외톨이야"가 "파랑새"의 표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상판결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음악저작물의 표절 판단에 대한 일반적 기준 음악저작물은 일반적으로 가락(melody), 리듬(rhythm), 화성(chord)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일정한 질서에 따라 선택·배열됨으로써 음악적 구조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음악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① 피고가 원고의 창작적 표현을 복제하였을 것(창작성 복제), ②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이를 이용하였을 것(의거관계), ③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실질적 유사성)의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 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나. 창작물의 복제 음악저작물에 있어서 저작권의 침해, 즉 "표절"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자가 저작자의 창작적인 표현을 부당하게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같거나 유사한 복제물을 작성하는 것을 말하며(저작권법 제2조 제1, 2호).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창작물의 기준으로는, 저작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수준이 높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가치가 있는 정도로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다46259 판결). 결국, "파랑새"의 이 사건 노래분에 창작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쟁점인바,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서로 가락이 동일하고 빠르기도 유사하나, 원고가 "파랑새"를 발표하기 이전의 선행 음악저작물로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컨츄리꼬꼬의"오!가니"(최준영 작곡 2000. 6. 발표)와 박상민의 "지중해"(유해준 작곡, 2002. 2. 발표)에도 유사한 가락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러므로, "파랑새"와 선행저작물인 "지중해"는 음계가 동일하고, 빠르기, 음조가 다르더라도 음악에 있어서 빠르기는 리듬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며 그 빠르기에 대하여 원고에게 창작적인 지위를 부여할 수도 없다는 대상판결의 창작성 부존재 판단은 일응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빠르기나 음조와 관련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음악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하여 추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의거관계 국내 유일하게 표절을 인정한 사례(수원지방법원 2006. 10. 26.선고2006가합8583판결)인 이른바, "MC몽 vs 강현민(러브홀릭)"사건(이하, "MC몽 판결")에 의하면, 원고(강현민)의 곡"It's You"(그룹 The The)는 1998년에 공표되었고 피고의 곡(MC몽 '너에게 쓰는 편지')은 2004년에 공표된 점, 원고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여 제작된 앨범이 10만장 이상 판매되어, TV, 라디오 등을 통하여 널리 방송되었으며 상업 광고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곡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홍대 인디음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고가 이 사건 표절 논란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대중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밴드였다는 점이 입증된 이상, 피고들은 '외톨이야'를 작곡할 당시 원고들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대상 판결의 판단은 설득력이 있으며, 원고의 반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실질적 유사성 각 곡을 대비하여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해당 음악저작물을 향유하는 수요자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음악저작물의 표현에 있어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형태로 표현되는 가락을 중심으로 하여 대비 부분의 리듬, 화성, 박자, 템포 등의 요소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각 대비 부분이 해당 음악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질적·양적 정도를 감안하여 실질적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위 MC몽 판결에 의하면, i) 문제된 1, 2소절은 각 음의 구성이 완전히 동일하고, 3, 4, 5, 6, 7소절은 서로 유사한 음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그 장단도 유사하여 전체적인 가락의 유사성이 인정되고, ii) 각 대비부분 8마디의 화성 진행을 대비하면 1소절, 2소절 앞부분, 3소절 뒷부분, 4소절 뒷부분, 5소절 뒷부분, 6소절 앞부분은 동일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고, 2소절 뒷부분, 5소절 앞부분, 6소절 뒷부분, 7소절 전체, 8소절 앞부분은 유사한 화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ii) 나아가 실제 가창되는 각 곡의 대비 부분의 박자, 템포, 분위기도 유사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소절은 총 8소절로 각 곡 중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각 곡의 후렴구로서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어 각 곡의 전체 연주시간에서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핵심적인 부분이 여러 차례 반복됨으로써 청중이 전체 곡을 감상할 때 그 곡으로부터 받는 전체적인 느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유로 표절을 인정하였다. 반면, 본건의 경우, i) 이 사건 노래부분과 이 사건 대비부분은 그 가락이 전혀 일치하지 아니한 사실, ii) 두 곡 전체를 화성(코드)의 측면에서 비교해 보아도 1절 24마디 중 4마디의 코드가 동일 또는 유사할 뿐이고, "파랑새"는 한 마디에 두개의 화성이 진행되고 "외톨이야"는 대부분 한 마디가 하나의 화성으로 이루어져 구성이나 진행방식이 서로 다른 사실, iii) 원고들의 "파랑새" 후렴구가 "Dm-C-Bb-C-Bb-Am-Bb-C"의 구성을 가지는데 반하여 피고들의 "외톨이야" 후렴구는 "Dm-Dm-Bb-Bb-C-C-F-A'"의 구성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 정도의 화성만 동일한 사실, iv) "파랑새"가 ♩=102, "외톨이야"는 ♩=105로서 비슷한 빠르기를 가지고 있으나, "파랑새"는 16비트의 기본 리듬을 가지는데 반하여 "외톨이야"는 24비트를 기본리듬으로 삼고 있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인 유사성의 판단에 있어, 음악에 대한 단순한 느낌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하여 표절 여부를 판단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쉽게 뒤집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 결론 음악저작물의 표절 여부는 음악의 요소인 멜로디, 화음, 리듬을 분석하여 이루어지므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렵다. 그런데, 표절을 부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당 곡을 표절로 낙인을 찍어 버리므로 그에 따른 작곡가와 가수에게 미치는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의 경우, 대중의 기호가 한정돼 있고 시대마다 유행이 있기 때문에 이에 민감한 대중음악 작곡가들의 창작에는 선택의 폭이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저작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표절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더 신중해야 하며, 법원의 판단 이전에, 음악전문가나 소비자로 구성된 중립적인 위원회, 또는 중재기관을 통하여 보편타당한 판단을 우선적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표절 시비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11-07-04
주주명부기재의 추정력과 복멸
I. 사실의 개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소외 1은 2005.4.14. 이사회 결의를 거쳐 같은 날 당시 주주명부상의 주주인 원고, 소외 1, 2, 3, 4, 5, 6에게 2005.4.29.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한 다음, 2005.4.29. 위 주주들이 참가한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여 ① 정관 제22조 제1항을 '당 회사에 이사 1명, 감사 1명 이상을 두며 이를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로 변경하고, ② 소외 1을 이사로, 소외 7을 감사로 각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피고 회사 주주명부상 피고 회사 발행주식 38,000주 중 원고가 6,000주, 소외 2가 6,400주, 소외 3이 5,100주, 소외 4가 3,800주, 소외 1이 7,900주, 소외 5가 6,000주, 소외 6이 2,800주를 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주주명부상 주주들 중 소외 1, 3, 4, 6은 모두 소외 2의 친인척이고, 소외 5는 피고 회사의 지입차주로서 모두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이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와 소외 2의 실질 주식보유비율에 관하여 주장이 엇갈리나, 위 주주들이 모두 실질주주가 아닌 형식주주라는 점에는 서로 다툼이 없다. II. 대상판결의 요지 1. 하급심의 판단(서울고등법원 2007.7.6. 선고 2007나11486 판결) (1) 원고 청구의 인용 이사선임결의무효확인의 1심인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06. 12. 21. 선고 2005가합1233 판결과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기존의 대법원의 판례가 형식주주에 불과한 자가 주주권을 행사한 경우 그러한 결의는 위법한 결의가 된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선례에 기초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사자적격의 흠결에 대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는 배척하면서 본안의 취소사유가 존재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 당사자 적격 흠결에 대한 판단 대법원은 형식주주에 불과한 경우에 불과한 경우에는 이사회결의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도 당사자 적격을 다투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명의를 대여한 형식주주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결의 취소를 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제출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판결례 중에 "기명주식의 이전은 취득자의 성명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기재하지 아니하면 회사에 대항하지 못하고 회사의 주주로부터 주주권의 양도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 양도를 회사에 대항할 수 없는 이상 그 양도인은 그 주주에 대한 채권자에 불과하여 그 양수받은 사실만 가지고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권리 또는 법적지위를 구체적으로 침해받고 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려워 회사의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확인을 구함에 있어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당해 주주총회결의에 의하여 선임된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을 신청할 적격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신청적격의 문제로 본 사례가 있다(서울지법 동부지원 1987.5.27. 선고 86카22209 제6민사부판결). 이 사건은 확정된 사건이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할 것인바,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소외 2의 처이자 자신이 형식주주에 불과한 피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은 이 사건 주주총회 소집 당시 소외 1, 3, 4, 5, 6이 형식주주임을 알았고 또 위 주주들이 형식주주임을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주주총회에서 위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거절하지 않고 이를 행사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 이 사건 결의는 그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때에 해당하므로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설령 실질주주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한 이상 이 사건 결의는 적법하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위와 같이 형식주주들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주주총회에 참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결의가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10.3.11. 선고 2007다51505 판결)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이는 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자격이 있다고 추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한편 주주명부상의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그 주식에 관한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없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에 비추어, 주주명부상의 주주는 순전히 당해 주식의 인수과정에서 명의만을 대여해 준 것일 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명부상의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권한이 주어지지 아니한 형식상의 주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 III. 대상판결의 평석 1. 주주명부의 추정력 주주명부는 주권 및 주권에 관한 사항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상법의 규정에 따라 회사가 작성·비치하는 장부이다. 주주명부에는 추정력이 존재한다(대법원 1989.7.11. 선고 89다카5345 판결). 주주명부의 기재에 대한 추정력을 부여하고 입증책임의 문제로 이를 해결하고 있었다(대법원 1985.3.26. 선고 84다카2082 판결). 대법원은 기존에 실질주주를 주주로 취급하여야 한다는 판례를 정립한 이래로 실제로 주금을 납입한 주주를 주주명부의 기재와 상관없이 주주로 취급하였다. 대법원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실질주주가 아님을 회사가 알고 있었고 이를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었는데도 위 형식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잘못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그 주주총회결의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본 사건에서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소집을 통지하고 그 주주로 하여금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을 대여한 이른바 형식주주에 불과하여도 그 의결권 행사는 적법하지만,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고 또한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에는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8.9.8. 선고 96다45818 판결).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의 거래가 비상장회사에 비하여 빈번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식을 빈번하게 거래하는 투자중개업자들은 대부분의 주권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한다. 그리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4조 제2항은 투자중개업자는 자기의 고객이 예탁한 주권을 예탁결제원에 예탁하여야 한다. 예탁결제원은 이같이 자신에게 예탁된 주권을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개서하도록 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315조 제5항 및 제316조 제1항은 그 주식의 실질주주의 명단을 발행회사에 통지하고, 발행회사는 이에 근거하여 실질주주명부를 작성하여야 한다. 이렇게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되면 주주명부에 기재된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 실질주주명부에 기재된 실질주주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비상장회사와 달리 실질주주명부에 의한 권리행사가 상법상 주주명부와 같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은 실질주주명부에 의하여 해결되고 있다. 그러므로 실질주주와 형식주주의 분리현상과 그 치유의 문제는 주로 비상장회사의 문제이다. 주주명부기재에 대하여 상장회사의 경우와 달리 비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하여 실질주주명부가 따로 관리되고 있지도 않으므로 주주명부 기재의 효력을 추정력으로 봐서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는 현행법의 태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주주명부에 추정력을 부여함으로써 증명책임을 통하여 주주명부에 의미를 분명히 하면서도 형식주주임을 입증하면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상황에서 추정복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주주총회의 결의가 문제되는 사건마다 형식주주인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였다. 이는 법원이 소송마다 실질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사실인정에 있어 적절한 자원의 배분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 따라서 실질주주임을 증명하여 추정력 복멸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의 제시가 필요하였다. 2.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을 통해 주주명부의 추정력을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주식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기존의 대법원의 태도를 확인하면서, 추정을 복멸하기 위해서는, 그 제3자와 주주명부상의 주주 사이의 내부관계, 주식 인수와 주주명부 등재에 관한 경위 및 목적, 주주명부 등재 후 주주로서의 권리행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도록 함으로써 추정력의 복멸을 어렵게 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주명부를 뒤집어 복멸하는 것을 어렵게 하려고 하였다. 법리적인 관점에서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하여 향후 주주명부의 기재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을 객관적으로 하도록 하라는 취지를 보여준 선도적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러나 여전히 증명책임의 문제로 해결하고 있어, 주주명부의 기재라는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분쟁을 일의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소송에서의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입법적인 해결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 독일주식법 제67조는 주주명부 기재(Eintragung im Aktienregister)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제67조 제2항은 "회사와의 관계에서 오로지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 만이 주주로 취급된다"고 규정하여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주주명주에 주주로서 기재된 자만이 주주로 취급되는 것으로 규정하여 주주명부의 기재의 효력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주식법의 태도는 회사법에서 주주명부의 기재를 통한 권리관계의 객관화를 통한 권리의무의 명확화에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리고 독일 주식법의 태도가 주주명부의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회사법은 단체법으로 그 권리관계를 민사법의 법리에 의하여 관계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획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단체법의 특성에 부합한다. 대법원의 기존 태도는 상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를 신빙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체법적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일 주식법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상법의 해석에 있어 금번 대법원의 판결의 기준은 단체법적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상법상의 회사들의 주주명부 관리관행을 고려함으로써 거래계의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금번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해결은 될 것이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므로, 주주명부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불필요한 분쟁발생을 방지함과 동시에 법원의 실질주주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기 위해서, 향후 독일 주식법과 같은 해결이 필요한 시점은 아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0-10-28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발생여부 판단시점
Ⅰ. 사건개요 1. 사실관계 피고 노○○는 2005. 4.1. 김○○, 김○○으로부터 화성시 서신면 용두리 757 답7,090㎡(약2,144평, 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를 매매대금 3억4,000만원에 매수하고 김○○은 2005. 4.22. 피고 노○○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4억5,000만원에 다시 매수하였고, 원고는 원고의 딸 강○○를 통하여 2005. 4.28.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중 500평을 매매대금 1억5,000만원에 매수하고 2005. 5. 4. 김○○에게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하였는데, 김○○이 원고에게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함에 있어서, 피고 김○○은 6억원이면 주변시세보다 평당 7만원 이상 싼 것이며, 이 사건 부동산 옆으로 4차선의 직선도로가 확장될 것이어서 땅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거짓말하고, 원고 딸 강○○는 이에 속아서 위와 같이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후 김○○과 피고 김○○은 2005. 5. 20.경 원고의 딸 강○○에게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하면 그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싸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전체를 매수를 권유하였고, 피고 노○○ 역시 이에 동조하여 강○○에게 자신이 김○○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의 매도를 의뢰받았는데 자신이 애써서 매매대금을 5억5,000만원에서 1,000만원 깎아서 5억4,000만원에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고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강○○로 하여금 원고가 김○○, 김○○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 전부를 매매대금 5억4,000만원에 매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부동산은 2006. 1.6. 원고 명의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는데, 계약체결일인 2005. 5.20. 당시 시가는 2억9,788만원(7,090㎡×42,000원/㎡)이었다. 한편, 원고는 피고들 및 김○○의 위와 같은 사기행위와 관련하여 2007. 3.23. 김○○으로부터 3,500만원, 2007. 5.31. 피고 노○○으로부터 3,300만원, 피고 김○○으로부터 1,500만원 합계 8,300만원을 손해배상의 일부로 지급받았고, 감정평가결과 현재 공시지가는 2배 가까이 상승한 상태이다. 2. 하급심 법원 및 대법원 각 판단 가. 수원지법 1심 재판부는 "부동산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매수인을 기망하여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하게 하였다면, 다른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이 입은 손해는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라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0. 2.26. 선고79다1746호 판결 참조),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그 시가 차액 상당액인 금 2억4,222만원(원고의 매수가격 5억4,000만원이 사건 부동산의 2005. 5.20. 당시 시가 2억9,778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인용. 나. 2심 서울고등법원은 "피고 등의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게 된 손해에 관하여, 원심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는 피고 등의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매매대금 5억4,000만원 및 그에 대한 시중금이 및 도매물가상승률 상당 가액'을 보유하고 있었을 터인데, 기망행위로 말미암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4,570제곱미터 및 나머지 부분에 대한 보상금 4억2,000만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결국 후자의 가액이 전자의 가액을 상회하는 이상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일 현재 재산상 어떠한 손해가 발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원심 취소, 원고 청구 기각. 다. 상고심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불이익, 즉 그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위법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므로 그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한다(대법원 1992. 6.23. 선고 91다33070판결, 대법원 2003. 1.10.선고 2000다34426 판결)"라고 판시하여 원고 상고 인용, 원심 판기환송. Ⅱ. 판례평석 1. 이 사건의 쟁점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에서 손해 발생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이 언제인가가 쟁점이다. 이 사건에서 기망에 의한 매매계약(불법행위)이 이루어진 당시보다 사실심 변론종결에 즈음하여 대상 부동산의 시가가 2배 이상 상승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여, 변론종결 당시 기준으로 원고가 손해를 입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으나 1심과 대법원 재판부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불법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원고가 피고들의 사기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후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어 피고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수원지법 1심 및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 가. 먼저, 원고 청구를 인용한 수원지법이 인용한 대법원 79다1746 판결의 경우 "피고가 자신이 매수한 임야가 개발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어 가격이 떨어지고 매수하려는 사람도 없어 상당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려운데도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원고에게 바로 비싼 값에 전매할 수 있다고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는 불법행위로 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가격과 매수 당시의 시가와의 차액 상당액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는 바, 이 사건 사실관계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당시까지도 위 사건 대상 임야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로서 가격변동이 없거나, 더 낮아진 경우"이다. 따라서 이 사건의 사실관계(이 사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 당시 이미 이 사건 대상 임야의 시가가 당초 매매대금 5억4,000여만원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한 10억여원으로 상승한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수원지법 하급심 인용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 또한 판결 이유에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위 대법원 79다1746호 판례를 직접적으로 따르는 판례는 그 이후 전혀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 나아가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파기하면서 손해액 산정 기준에 관하여 불법행위시라고 판시하며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대법원 2003. 1.10. 선고 2000다34426 판례는 "특정물에 대한 소유권을 침해하고 그 목적물이 현존하지 아니함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의 교환가격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해야할 것인 바, 원심이 이 사건 장외거래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를 탁○○과 이○○가 원고 최○○로부터 부당하게 주권을 인출 받아 선용자에게 교부해 버린 1995. 10.23.의 주식 시가에 의하여 산정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이 사건과 그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01. 4. 10. 선고 99다38705【손해배상(공)】 청구 사건은 "인근 공동어장에 대한 보상금을 기준으로 관행어업권의 피해액을 산출함에 있어 어장면적과 어업종사자의 수가 다른 점과 당해 어장의 일부 관행어업권자가 비교대상이 되는 인근 공동어장에서도 관행어업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인근 공동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단위면적당 평년수익액을 바로 당해 어장의 관행어업에 의한 평년수익액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한 사례로서 이 사건 쟁점인 불법행위 당시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 또한 1997. 10.28. 선고 97다26043 판결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불법행위시에 발생하고 그 이행기가 도래하는 것이므로, 장래 발생할 소극적·적극적 손해의 경우에도 불법행위시가 현가 산정의 기준시기가 되고, 이때부터 장래의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한 금액에 대하여 다시 불법 행위시부터 지연손해금을 부가하여 지급을 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불법행위시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발생할 손해를 그 시점으로부터 장래 각 손해 발생시점까지의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현가를 산정하여 지연손해금은 그 기준시점 이후로부터 구하는 것도 허용된다"라고 판시하여 본 사안과 사실관계를 전혀 달리하는 인적 손해배상청구에서의 중간이자 기산점에 관한 판시에 불과하다. 3.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판례의 타당성-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로서 손해 발생 여부 판단 시점 가.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액의 확정은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판례와 같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함이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이러한 원심 판시를 뒷받침하는 의미에서 손해의 범위 및 손해액의 산정의 기준과 관련하여, 기존 대법원 1999. 4.9. 선고 98다27623 판결은 "무효인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신뢰하여 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금원을 대출하였다가 후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 당하게 됨으로써 근저당권자가 입은 통상의 손해는, 위 채무자 명의의 이전등기가 유효하여 담보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출연한 금액 즉, 근저당목적물인 위 부동산의 가액 범위 내에서 채권최고액을 한도로 하여 채무자에게 대출한 금원 상당이며, 위에서 말하는 부동산의 가액은 근저당권이 유효하였더라면 그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고, 비슷한 취지에서 대법원 1978. 7.11. 선고 78다626 판결【손해배상】사건에서 "피담보채무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초과할 경우 위 근저당권의 불성립으로 근저당권가 입은 손해액을 산정하려면 우선 그 저당채무의 변제기 후이며 그 저당권의 실행이 예상되는 시기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으로 행사할 경우에는 그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표준'으로 하여 저당목적물의 시가를 확정해야 하고 그 시가가 위 채권최고액 이상이 될 때에 한하여 채권최고액 상당액을 그 손해액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나.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 문제 대법원 판시와 같이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기망당하여 토지를 매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의 시가는 현재 수억원이 상승하여 원고는 오히려 막대한 이득을 취하였을 뿐 손해를 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추가로 인정하는 것은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피고들은 사실심에서 원고에게 "기존에 피고들이 원고에게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8천300만원 외에 위 매매대금 5억 4,000만원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피고들에게 다시 이전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원고는 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는 바, 이는 원고도 이 사건 토지 시가가 크게 상승하였다는 것을 알기에 이 사건 토지는 그대로 보유하면서 피고들에게는 단지 위자료로 기 수령한 8,300만원 이외에 추가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여 원고에게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아무런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하여 원고 청구를 기각한 반면,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채 형식판단에만 치우쳐 원심을 파기하고 만 것이다. Ⅲ. 결론 손해배상청구의 요건 사실로서 손해발생 여부의 확정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서 원고 청구는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금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더욱이 원고는 피고들로부터 형사 합의금으로 이미 8,30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합의금에 더하여 원고 보유 사건 부동산의 시가가 상승하여 수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아니한 다른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형식 판단에만 치우쳐 원고에게 추가로 2억4,000만원의 금전을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한 것은 법적 형평성(구체적 타당성)은 물론 일반인의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판시대로라면 매매계약 과정에서 일부 기망을 당하였다고는 하나, 기망(불법)행위 당시보다 변론종결 당시에 지가가 상승한 경우에 기망당한 원고가 대상 부동산 매매계약의 유효성은 주장하면서 단지 기망행위에 대한 위자료조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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