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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인터넷상 음란정보 '전시'의 개념
I. 사실관계 및 재판의 경과 : 피고인은 1998. 5. 8.경부터 1998. 6. 23.경까지 사이에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아이뉴스(Inews)상에 개설한 인터넷 신문인 ‘팬티신문’에, 음란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甲, 乙의 홈페이지 및 丙이 미국 인터넷 서비스업체 지오시티스(geocities)상에 개설한 홈페이지에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음란사진과 음란소설을 게재하고 있는 이들 사이트에 바로 접속되도록 하여 위 ‘팬티신문’에 접속한 불특정 다수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영상 및 문언을 공연히 전시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원심인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는 음란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는 것까지 음란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처벌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법 2001. 2. 15. 선고 99노4573 판결). 검사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 판 결 요 지 - 인터넷사이트에 링크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이를 이용하여 별다른 제한없이 음란한 부호 등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 를 조성한 경우 그러한 행위는 전기통신 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 II. 판결요지 구 전기통신기본법 48조의2(2001. 1. 16. 법률 제6360호 부칙 5조 1항에 의하여 삭제되기 전의 규정이며,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제65조 제2항 제2호에 해당한다)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반포·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인터넷상의 링크란 하나의 웹페이지 내의 여러 문서와 파일들을 상호 연결하거나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웹페이지들을 상호 연결해 주면서 인터넷 이용자가 마우스클릭이라는 간단한 방법만으로 다른 문서나 웹페이지에 손쉽게 접근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그 마우스 클릭행위에 의하여 다른 웹사이트로부터 전송되어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로서는 자신이 클릭함에 의하여 접하게 되는 정보가 링크를 설정해 놓은 웹페이지가 아니라 다른 웹사이트로부터 전송되는 것임을 인식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링크를 이용하여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한 부호 등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조성되었다면, 그러한 행위는 전체적으로 보아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다는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평 석 요 지 - 음란정보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특히 전시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며 더구나 초기화면 링크행위를 처벌할지 여부는 법관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III. 판례평석 1. 대상판결의 의의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에는 성풍속을 해하는 죄 중에서는 음란서적, 음란필름, 음란한 물건, 음란한 행위 등과 같이 그 자체로서 사람의 오관에 직접 작용하는 것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하여 형법 제243조 이하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 및 음란한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음란한 필름은 그 자체로는 사람의 오관에 직접 작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영사기를 통해 오관에 작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음란서적이나 음란물 보다는 음란정보나 동영상 등이 이전의 음란물을 대체하게 되었다. 따라서 음란물에 대한 규제대책도 인터넷의 음란정보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터넷상의 정보들이나 인터넷상의 행위들은 기존의 개념들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의 개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행위유형들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란한 정보나 영상들은 디스켓이나 CD 등에 담기기도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컴퓨터화면을 통해 직접 감상하거나 전달, 배포,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서 음란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인터넷상의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도 형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되었다. 판례는 “음란한 영상화면을 수록한 컴퓨터 프로그램파일을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방법으로 판매한 행위에 대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의2의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 제243조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9. 2. 24. 선고 98도3140 판결). 이 판결이 명백하게 밝히고 있지 않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에 포함시키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즉, 형법 제243조 이하에서 규정된 문서, 도화, 필름, 물건 등은 사람의 오관에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서 컴퓨터 프로그램등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것은 형법해석의 엄격성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전의 ‘전시(展示)’라는 개념을 넓게 해석하여, 그 자체에서 음란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음란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링크해주는 행위를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종전의 개념을 넓게 해석해서라도 인터넷상에 범람하는 음란정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 대상판결의 문제점 (1) 개념확장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전시(展示)라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개념을 확장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간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안에 있다면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문제는 생기지 않고, 합리적 해석 여부의 문제만이 생긴다. 따라서 대상판결에 대한 평가는 전시(展示)라는 문언에 인터넷 링크방식이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좌우가 될 것이다. (2) 원심의 판결이유 수원지법은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이른바 ‘링크(link)’의 방식에는, 다른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링크하는 방식과 다른 웹사이트에 속하는 개개의 문서나 파일에 링크하는 방식이 있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신문에다가 음란한 부호 등이 게재되거나 음란한 부호 등이 수록된 파일들이 존재하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을 링크하여 두었을 뿐이므로, 이는 위 웹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거나 알려준 것에 불과하여, 이를 들어… 음란한 부호 등을 공연히 전시한 것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음란한 부호 등이 게재되거나 음란한 부호 등이 수록된 파일들이 존재하는 웹사이트의 주소를 전시하는 것까지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하는 것으로 본다면,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음란한 부호 등이 위치하고 있는 주소를 전시하는 것도 처벌하게 되는 결과 그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하였다(수원지법 2001. 2. 15. 선고 99노4573 판결). 이는 음란 웹사이트의 음란정보나 영상 등에 바로 접속하는 방식의 링크는 전시라고 할 수 있으나, 음란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접속하게 하는 방식은 전시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보인다. (3) 대법원의 판결이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음란 웹사이트에 링크된 경우 마우스 클릭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의해 음란 웹사이트의 음란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접근 시간이 짧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전시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미 음란한 부호 등이 불특정?다수인에 의하여 인식될 수 있는 상태에 놓여 있는 다른 웹사이트를 링크의 수법으로 사실상 지배·이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전시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이 링크기술의 활용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제도를 전제로 하여 신설된 위 처벌규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 근거의 한 예로, 이용자가 피고인이 만들어 놓은 사이트에서 ‘free photo’ 표지를 클릭하면 곧바로 ‘persiankitty’라는 외국의 웹사이트 초기화면이 나오고, 그 초기화면에는 서양여성의 음부가 드러난 음란영상과 함께 일부의 음란영상을 무료로 더 볼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든다. 3. 대상판결의 평가 오늘날 전체 인터넷 사이트의 3분의 2 이상이 음란사이트라고 할만큼 음란범죄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정보는 그 양과 질에서 이전 어느때보다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형법해석의 범위를 넓혀서라도 음란범죄를 규제하려고 하는 대상판결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음란사이트에 링크시킨 것만으로 음란 부호를 전시하였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대상판결이 밝히고 있듯이 음란사이트에 링크하도록 한 것으로는 형식적으로 전시에 해당한다고 어려운 점이 있다. 대상판결은 실질적 의미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전시의 개념을 넓히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형법에서는 보장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보다는 형식적 확실성을 중요시한다. ‘실질적’이라는 개념이 구체적 타당성있는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형법해석에서는 이와 같이 신축적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만약 오프라인 세계에서 서점주인이 ‘음란 잡지를 원하는 사람은 주인에게 문의하시오’ 혹은 ‘음란서적은 서랍안에 있습니다’라고 팻말을 써붙인 경우 이를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행위도 형식적으로는 전시라고 할 수 없어도 실질적으로는 전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란 사이트의 음란정보나 영상에 바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링크한 경우에는 실질적 의미의 전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화면에 링크되도록 한 경우에는 형식적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전시라는 개념에 포함되기는 매우 어렵다. 대상판결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상판결이 음란 사이트의 초기화면에 연결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시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면, 동 사이트의 초기화면이 아니라 동 사이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음란정보나 영상 등을 문제삼았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persiankitty라는 사이트를 문제삼으면서 그 사이트에 있는 음란정보나 영상보다는 초기화면에 서양여성의 음부가 드러난 음란영상과 함께 일부의 음란영상을 무료로 더 볼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는 것을 든다. 이는 비록 초기화면에 링크하도록 되어 있지만 초기화면에도 음란영상이 있기 때문에 바로 음란정보나 영상에 링크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함으로써, 초기화면에 링크하도록 하는 것을 전시행위라고 파악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감소시키려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persinakitty의 초기화면에 있는 영상들을 음란영상이라고 본다면 거의 모든 성인사이트들은 음란영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음란범죄는 특별히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므로 그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고 특히 전시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한다. 음란물이나 음란정보를 전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의 보호법익은 선량한 성풍속과 청소년의 보호라고 할 수 있다. 즉, 청소년의 건전육성을 위해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이고, 성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음란정보에 노출되지 않도록’하기 위해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의 경우 일반 사이트에서 링크된 경우 뿐만 아니라 음란정보 사이트에서라도 음란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사에 따른 클릭을 해야 하고 그것도 대부분 여러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음란정보에 노출되는 경우’란 그리 많지 않고, 특히 다른 사이트의 초기화면을 링크시킨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초기화면에 링크시킨 행위를 처벌해야 할 것인가는 법관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국회를 통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더라도 전시행위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당해 법률에 ‘전시’ 이외에 ‘링크’(혹은 적절한 번역어)라는 행위유형을 추가하여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에는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따라서 음란정보에 관한 한 ‘음란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인터넷의 특성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음란정보의 연못’ 정도에서 사용하던 방법은 ‘음란정보의 바다’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2003-10-23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의 죄책
I.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이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들을 정보처리장치인 현금자동인출기에 투입하고 그 단말기에 미리 알아둔 정보인 위 신용카드들의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실들에 대해 원심은 무죄를 선고. - 판 결 요 지 -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컴퓨터등사용사기 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입법자의 의도가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입법자의 의도가 이와 달리 이를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달리 볼 수는 없다(타인 명의로 무단발급받은 신용카드에 의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참조). - 평 석 요 지 -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컴퓨터 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는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성립을 인정 하는 것이 타당 III. 판례평석 (1)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하고 이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의 2). 오늘날 은행업무를 비롯한 금전거래분야에서 자금의 관리·결제·이동 등은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해 자동처리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만약 은행의 온라인시스템의 단말기를 조작하여 허위의 입금데이터를 입력하여 예금원장파일의 잔고를 함부로 증액시킨 경우, 기존의 재산죄 구성요건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되지 않으며, 재물의 점유이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도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행위자에게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기 때문에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개정형법은 자동화된 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거래형태를 악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꾀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본 죄를 신설한 것이다. 이 죄는 사기죄의 보충규정이다. 따라서 만약 사무처리과정에 사람이 직접 개재하기 때문에 그를 피기망자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직접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새로운 법익’을 창설했다기보다는 이미 형법상 사기죄가 보호하고 있는 법익(재산)에 대해 지금까지 형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위행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신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원래 개정형법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1995년의 형법개정으로 도입된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독일형법 제263a조에서 착상된 것인데, 이 조항의 도입과정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 사용’이나 ‘변경’이 구성요건에서 누락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 등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절도죄로 의율해야 할 것인지 또는 단순히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죄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졌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절도죄의 입장을 고수하였고(대법원 1998.5.21, 98도321; 1995.7.28, 95도977 판결 참조), 학설은 절도죄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설, 형법상으로는 무죄라는 설 등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입법자는 근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였으나 기존의 법문언으로는 이러한 행태를 포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도죄로 의율하기에도 법리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형법개정법률(2001.12.29, 법률 제6543호)을 통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는 경우를 구성요건에 추가함으로써(시행일 2002.6.30) 행위태양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3) 그런데 개정작업에 있어서 입법자의 세심하지 못한 법문언작성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행위객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본 죄는 법문언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행위객체로 하는 순이득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현금은 일반적으로 재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과연 순이득죄인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 대상 판례는 이에 대해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역시 학설의 다수설도 입법론적으로는 행위객체에 재물을 추가할 필요는 있으나 현행법규의 해석상으로는 본 죄가 순수이득죄이기 때문에 재물인 현금의 인출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부정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판례와 다수설의 입장에 서게되면 타인의 신용카드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현금을 먼저 자기계좌에 이체시킨 뒤 인출하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게 되나, 직접 현금을 인출하면 본 죄의 적용가능성은 부인되고 결국 절도죄나 학설에 따라서는 무죄(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 가능성은 남아 있음)로 귀결되는 결과가 된다. 반면 본 죄의 행위객체에 재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인출이 본 죄에 의해 의율될 수 있다는 견해는 소수설에 불과하다. (4) 생각건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질과 조문체계 그리고 입법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본 죄의 행위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에는 재물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본 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은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금전거래분야에 있어서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한 새로운 행위태양의 출현으로 기존의 사기죄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들을 의율하기 위하여 사기죄의 보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모법인 사기죄가 재산상의 이익 외에 타인의 재물을 행위객체로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유독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만 행위객체로서 재물을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현금이나 재물은 재산범죄의 종류에 따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순수한 이익죄인 배임죄(제355조 제2항)에서 행위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취득한 대상이 현금일 경우, 이 때의 현금은 재물이 아니고 당연히 재산상의 이익으로 취급된다. 반면 도박죄(제246조)는 법문언상 ‘재물’로써 도박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때 재물의 개념에는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따라서 재물인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동산·채권은 물론 유가증권·무체재산권을 걸고 도박한 경우에도 도박죄는 당연히 성립한다. 이와 같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개념의 폭은 문언의 형식적 의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해당 범죄의 성질과 관련조문과의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신축성 있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본 판례는 본 죄의 해석에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반면 대법원은 본 죄가 개정되기 이전(즉 2002.6.30 이전)에 타인의 진실한 정보를 권한 없이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례에서, 본 죄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명령 입력행위를 ‘명령을 부정하게 입력하는 행위’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원칙에 반하는 유추해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03.1.10, 2002도2363 판결 참고). 따라서 본 죄를 해석함에 있어서 입법취지와 목적, 조문의 체계와 범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금지된 유추해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의 합리적 해석에 의해 입법자의 올바른 의사를 확인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만약 판례의 입장과 같이 본 사례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하지 않게 되면 결국 절도죄의 적용을 고려하게 될 것인데(대법원 2002.7.12, 2002다2134; 1999.7.9, 99도857; 1998.11.10, 98도2642; 1995.7.28, 95도997 판결 참조), 판례의 절도죄설에 대하여는 현금의 점유자인 은행이 현금지급기를 설치할 때 은행의 의사는 누구든지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인출해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진정한 권리자의 현금인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권한자의 현금인출이 점유자의 의사에 반한 절취라고 보기 어렵다는 강력한 이의가 제기되어 있어, 절도죄의 적용에 법리상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행위자가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즉석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절도죄가 성립하고, 반면 먼저 계좌이체를 한 뒤 현금을 인출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서로 상이한 결론을 취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또한 계좌이체 후의 현금인출은 금융거래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추적이 용이하나, 현금인출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후자를 가벼운 절도죄로 의율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본 죄를 순수한 이득죄로 바라보고,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권한 없이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본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와 다수설의 견해는 너무나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본 죄에서 재산상 이익은 재물을 포괄하는 일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본 죄에서 현금은 재물일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에도 속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 형법도 컴퓨터사용사기죄(제263조a)에서 행위객체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경우 컴퓨터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학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 사례에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03-10-16
하자보수보증금의 성질
[사실관계] 피고(건설사)는 원고(양산시)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정에 따라 하자보수보증금으로 금 1억6천만원을 원고에게 교부하였는데, 공사도급계약일반조건에는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기간중 도급인으로부터 하자보수요구를 받고 불응한 경우에는 하자보수보증금을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 후 피고가 시공한 부분에 하자가 발생하였으나 피고가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원고는 이를 전액 몰취하였다. 그리고 별도로 피고의 하자보수의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한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이미 지급받은 하자보수보증금은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하자보수보증금은 위약벌 내지 제재금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하자보수보증금은 원고에게 위약벌 내재 제재금으로 귀속되어 이를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의 판단] 공사도급계약서 또는 그 계약내용에 편입된 약관에 수급인이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 도급인으로부터 하자보수요구를 받고 이에 불응한 경우 하자보수보증금은 도급인에게 귀속한다는 조항이 있을 때 이 하자보수보증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이고, 다만 하자보수보증금의 특성상 실손해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명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은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자보수보증금의 몰취 외에 그 실손해액을 입증하여 수급인으로부터 그 초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는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봄이 상당하다.(同旨의 판결로 선고일이 같은 대법원 2002. 7. 12 선고 99다68652 판결이 있다) I. 문제의 제기 하자보수보증금이란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완성물에 추후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 보수를 담보할 목적으로 도급인에게 지급하는 금원을 말한다. 대개 수급인이 발주공사를 완공하고 공사대금을 받으면서 대금의 일정비율을 하자보수보증금으로 도급인에게 지급한다. 만일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거나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신속히 보수한 경우에는 담보책임기간의 만료시 하자보수보증금을 반환받게된다. 그런데 하자담보책임 기간 중에 하자가 발생하고 이를 보수치 않은 경우에 도급인은 이 보증금을 몰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안에서 원심은 하자보수보증금을 위약벌로 보았는데 비해 대법원은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았다. 즉 판례의 입장은 하자보수보증금은 다른 일반적인 계약이행보증금과 마찬가지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어야 하며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 예컨대 보증금의 몰취외에 별도의 손해배상규정을 둔다거나 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보증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된다고 하는 것은 소극적으로 몰취된 보증금에 손해전보기능이 인정되고 따라서 도급인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어 보증금이 손해의 배상에 충당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액수만큼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여야 할 것이라는 결론은 일응 타당하다. 그러나 그 전제로서 보증금의 몰취와는 별개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가 가능한 것인가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 판결요지■ 하자보수보증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볼 것이 고, 실손해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의 손해배상을 구할수 있다는 명시규정이 없다 해도 도급인은 하자보증금의 몰취 외에 실 손해액을 입증, 수급인으로부터 초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II. ‘특수한’ 損害賠償額의 豫定으로서 瑕疵補修保證金 그런데 하자보수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경우에는 다른 이론적 문제가 등장한다. 즉 수급인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도급인이 보증금을 몰취하고 그로써 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배상에 갈음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안처럼 도급인이 별도로 보수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제390조, 제393조에 근거하여 청구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법리와의 충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실손해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약정을 몰취약정에 부가한 경우에는 약정에 따라 도급인이 초과손해액을 입증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하자보수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는 것은 이론상 어려움이 있다. 더 문제되는 것은 사안처럼 군더더기 없이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증금은 도급인에게 귀속된다”라고 약정한 경우이다. 법원은 「하자보수보증금의 특성상 실손해가 하자보수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명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급인은 수급인의 하자보수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하자보수보증금의 몰취 외에 그 실손해액을 입증하여 수급인으로부터 그 초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있는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봄이 상당하다」라는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 평석요지 ■ 하자담보보증금의 현실적 특성을 반영하여 도급인의 초과손해배상의 청 구 또는 수급인의 추가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자 하는 실제적 필요성은 인정한다 해도 이를 위하여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모호한 개 념을 사용하는 것이 법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 법리의 요점은 단순귀속조항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은 실손해액이 더 큰 경우에 보증금의 몰취로 전보되지 않는 초과부분의 손해를 입증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하자보수보증금을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석은 하자보수보증금의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특수성’이란 무엇을 내포하는 개념인가? 그 핵심은 약정의 유무에 불구하고 초과손해의 배상이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증금의 수령자 즉 도급인 측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약정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실손해가 보증금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반환의무가 없고 실손해가 넘치는 경우에는 초과손해의 배상을 청구함으로써 항상 실손해 전부를 전보받을 수 있는 것이 보장되는 것이다. 굳이 도급인이 지는 위험이라고 하면 초과손해의 배상청구에 대해 수급인이 무자력일 경우에 실제로 배상을 얻지 못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하자보수보증금은 보수의무의 불이행시 도급인이 얻을 수 있는 배상액의 최소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본래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법리를 수정하면서까지 초과손해배상을 정당화하여야 할 하자보수보증금의 특성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인 채무이행의 경우와 달리 하자보수의무는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의무의 발생여부가 장기간의 하자보수기간을 지나면서 지켜보아야 하고 따라서 보수에 드는 비용이나 하자로 인한 손해를 미리 예측하기가 어렵고 또한 본계약은 이미 끝난 상태에서 마무리역할을 하는 특수한 계약이라는 점 등을 지적할 수 있겠다. III. 法理的 評價 하자보수보증금의 현실적 특성을 반영하여 도급인의 초과손해배상의 청구 또는 수급인의 추가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자 하는 실제적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여도 이를 위하여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법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이미 판례는 초과손해배상약정을 덧붙인 계약이행보증금에 대하여 그 법적 성질을 이렇게 판시한 바 있다. 「하도급계약에서 하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될 경우 그로 인하여 하도급인이 입은 손해 중 계약보증금 범위 내의 손해는 계약보증금의 몰취로써 그 배상에 갈음하고 이를 초과하는 손해가 있으면 그에 대하여 하수급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약정이 있는 경우, 계약보증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되, 다만 하수급인이 배상할 손해액이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단순한 손해담보’로서의 성질을 갖는다」(大判 2001.1.19, 2000다42632; 大判 1999.8.20, 98다28886) 즉 판례는 계약보증금의 법적 성질은 미리 결정될 수 없고 실손해액이 보증금의 범위내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되어 이를 몰취함으로서 종료되지만 만일 실손해가 보증금을 넘는 경우에는 초과약정에 따라 추가로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경우의 보증금은 ‘단순한 손해담보’라는 것이다. 이 때 ‘단순한 손해담보’의 뜻은 실손해액의 예정기능은 전혀 없이, 발생할지도 모를 손해액의 배상능력에 대한 담보로 사전에 일정 금원을 채권자에게 예치하였다는 뜻일 것이다. 사안에서 하자보수보증금에 대하여 판례는 한걸음 더 나가서 실손해의 하자보수보증금 초과시 그 초과액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명시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보수보증금의 몰취외에 그 실손해액을 입증하여 초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특수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부르는데 그 실질은 위 판례의 ‘단순한 손해담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판례의 궁색한 논리는 손해배상에 대한 보증금의 성격으로 사전에 일정한 금원이 교부된 경우에는 이 금원의 처리를 위약금의 법리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보증금의 要物的 성격은 위약금의 법리와는 다른 독자적인 법리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계에서 당사자들은 보증금의 수수시 이로써 손해배상액을 예정한다는 관념보다는 수령자에게 채무불이행시 최소한 보증금의 몰취를 인정함으로써 수령자를 안심시켜 계약체결로 유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수령자는 예상밖으로 실손해가 보증금을 넘는 경우에는 그 초과분에 대하여 추가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계약체결시 일방이 상대방에게 보증금을 교부한다는 것은 일종의 현금담보물(Bardepot)을 예치하는 것과 같다. 금전채무의 불이행시 채권자가 담보물권을 실행하듯이, 교부자의 채무불이행시 수령자는 현금담보물인 보증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이제 무담보의 손해배상채권으로 남는 것이다. 다만 실손해를 제하고 보증금에서 남더라도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점은 물적담보의 실행시 청산의 법리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03-08-28
채권자대위권행사시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을 중심으로
Ⅰ. 주요 판시 사항 [1]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 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인 甲이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진행 과정 1. 1차 판결요지(대법원 93.4.27. 선고 92다44350 판결과 관련하여) (1) 민법 제405조에 의하면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하여 대위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2. 2차 판결요지(대법원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1)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3)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3. 3차판결요지(광주고등법원 95나527호,대법원1998.10.13.선고) (1) 위 두 번째 파기 환송 사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1997.5.22. 경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일정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8.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라고 하여 채권자(전득자)의 승소판결을 하였고, (2) 3번째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두 번째 판결요지와 같은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4. 4차 진행과정(본 판결, 대법원 2003년1월10일 선고 2000다27343 판결) (1) 매도인은 등기이전서류를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잔대금청구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일정기한내에 동시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지없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매수인은 위 통지서를 받고도 최고된 기간이 지나도록 매도인에게 위 잔존채무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내어 매수인에게 도달하였다. (2) 매도인(원고,제3채무자)이 피고(대위채권자)에게는 이행제공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매수인(채무자)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이행을 제공한 다음,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효력이 없다. (3)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 참조), 이를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매수인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매수인(채무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제3채무자)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매수인)의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위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처분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 검토 1. 처분금지가처분과 관련된 효력의 범위에 대한 검토 가.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종래에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처분행위는 절대적무효설의 입장도 있었으나, 현재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당사자 사이에서나 다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다만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적무효설이 통설적 입장이고 판례 또한 같다. 나. 대법원은 “부동산의 전득자(채권자)가 양수인 겸 전매인(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양수인을 대위하여 양도인(제3채무자)을 상대로 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 그 피보전권리는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 전득자의 양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소유권이전순차등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일지라도 양도인은 전매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행사 이후에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허용됨을 명백히 하였다. 위 판례에 따르게 되면 채권자대위소송 중에도 양도인은 전매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가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전매자(채무자)는 전득자(채권자) 이외에 제3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버리면 전득자(채권자)로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실익을 상실하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2. 채권의 압류, 가압류에 대한 고찰 우리 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판결에 의하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서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예: 부동산매매대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한 경우에 채무자(매)와 제3채무자(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를 해제하여 부동산매매대금채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됨으로써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3. 채권양도에 대한 고찰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 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에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분 필요성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통해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법정해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한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대법 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에 의하면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채권가압류의 처분 제한효가 미친다고 판시한것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판례(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 등에 의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서도 )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법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는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법정해제와 합의해제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고 하겠다. Ⅳ. 결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권리처분 제한 규정에 의해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의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본다. 민법제 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합의 내지는 단독적 처분 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데 있다고 본다면, 제405조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처분행위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인 채권관계를 처분하여 버림으로써 채권자의 대위권 행위가무위로 돌아가는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대법 2000.4.11.99다51685판결처럼“채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있어도 그 발생원인인 기본적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을 해제할수 있다”고 하여 민법 제544조의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권을허용하고 있고, ② 채권자 대위권의 행사보다도 더 깊이 본질적인 권리귀속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권리양도에서조차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자대위권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③이러한취지가대법1991.4.12.선고90다9407 판결에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사건에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고 보여지며, ④ 또한 본 발표대상 판례에서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잔대금을 계속하여 지급을 하지않고, 채권자 역시 제3채무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면 결국 채권자는 잔대금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동시이행 판결이 나게 될 채무자와 제3채무자사이의 중간경유등기에서의 동시이행의 조건성취가 어려워져결국 등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⑤ 뿐만 아니라 본건 사안에서와 같이 사실심 변론 종결후 변호사 사무실에 소유권이전서류를보관시켜 상대방에 대한 이행지체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하여 이행지체에 빠져있게 된다면 판결 확정 후에“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사유를주장하면서 제3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고 보이며, ⑥ 무엇보다도 채권자대위권의행사와 관련된 민법 제405조 제2항은“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못한다”라고 하여 통지후 권리처분 제한의 대상자를 채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채무자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상대방은채무자의 채권자의 채권자대위행사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행사를제한받을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 판례는 채무자의 상대방의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초과한 부당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상판례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있는 경우제3채무자나 채무자의 해제권의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민법 제405조 제2항의 해석을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때문에 민법 제405조 제2항의입법취지가 권리관계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근본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원인채권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가되어있지 않는 전매자를 상대로불안정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면 대상판례에서매매계약의 이행지체로 인한 상대방의 해제까지 불허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2003-07-21
95년이후 발병 '고엽제 소송'
고엽제(Agent Orange)는 월남전에서 정글을 이용하여 매복기습작전을 펴서 미군들을 많이 희생시킨 베트콩들이 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된 제초제이다. 미국정부는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기하여 Dow Chemical 등 7개 업체에게 제조·공급명령을 내려 고엽제를 공급받아 종전때까지 막대한 양을 정글지역에 살포하였다. 94년 말까지 발견된 후유증만 보상하도록 한 화해안은 적법절차 위배 95년 이후 암발병한 피해자의 소송은 종전판결의 기판력에 저촉 안돼 연방 대법원서 확정...최근 발병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 고엽제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dioxin)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전용사들에게 피부암, 기형아출생, 말초신경병등 다양한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79년 1월 월남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7개 제조사와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Class Action)을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집단소송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은 ① 어느 회사가 제조한 고엽제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7개 제조사에게 시장점유율에 따른 공동책임을 인정하는 enterprise liability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② 제조사들이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정부에 경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③ 제조사들이 미연방정부 방위생산법에 기하여 명령을 받고 고엽제를 납품했기 때문에 대정부공급자항변(government contractor defense)에 기하여 면책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집단소송은 84년 5월 배심원재판 시작직전에 7개 제조사들이 1억 8천만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안이 합의됨으로써 종결되었는데, 담당판사였던 Weinstein판사는 이같은 화해안이 공평하다고 판단하면서 첫번째와 두번째 쟁점에 대하여 원고측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In re “Agent Orange” Product Liability Litigation, 597 F. Supp. 740) 그런데, 1억8천만불의 고엽제 화해기금은 94년말까지 발병된 참전용사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고 95년 이후 발병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게다가, 94년말 남은 화해기금마저도 월남참전 용사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게 배분된 후 기금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95년 이후 발병된 고엽제 후유증에 피해자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95년 이후 발병된 참전용사가 제기하는 고엽제 소송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84년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와 같은 소송이 금지된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미연방대법원은 95년이후 암이 발병된 월남전참전용사의 소송이 고엽제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Dow Chemical Co., et al. v. Daniel Raymond Stephenson et al.) 원고 Stephenson은 헬기조종사로 5년간 참전하였는데 98년에 골수암 진단을 받았고, 원고 Isaacson은 고엽제살포항공기대대에서 2년간 근무했는데 96년에 비호지킨스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원심인 연방제2항소법원은 84년 화해안이 모든 향후 클레임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94년말까지 발견된 후유증에 대하여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화해기금이 94년말 폐지되도록 허용한 것은 동 화해안에서 95년 이후 발병한 원고들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되었다(adequately represented)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due process)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원고들의 소송은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Stephenson v. Dow Chemical Co., No. 007455), 미연방대법원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95년 이후 발병 고엽제소송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판결은 최근 발병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여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003-07-17
Toxic mold소송
얼마전 TV 뉴스시간에 무너져 내린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천정속에 곰팡이가 가득 슬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벽, 천정, 환기Duct 등에 생긴 곰팡이를 Mold라고 한다. 집안 곰팡이 때문에 질병 ... 보험사에게 3천2백만불 배상 평결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mold제거지침 제정.. Mold는 10만여종이 있는데 이중 Stachybotrys라는 곰팡이의 포자는 myc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뿜어내서 이를 흡입한 사람에게 발열, 두통, 복통, 피부병, 천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폐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까지 한다. 이와 같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Stachybotrys와 Memnoniell라는 곰팡이를 Toxic Mol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아픈 경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집안에 Mold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하며, 환자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당장 이사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같이 Toxic Mold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은 Toxic Mold 때문에 질병을 얻게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유명한 Toxic Mold 소송은 75만불 상당의 저택 소유자가 Fire Insurance Exchange보험사를 상대로 주택보험증권상 수리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주택소유자인 Ballard부부는 동파된 파이프에 의한 누수 피해로 여러차례 집을 수리하고 주택손해배상에 기하여 보상청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중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실내공기질컨설턴트(indoor air quality consultant)인 Holder씨로부터 주택에 Mold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공기샘플을 취하여 세균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이를 실시한 결과 Stachbotry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Holder씨는 Ballard부부에게 즉시 이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Ballard부부는 세간을 몽땅 그대로 놔둔채 집을 나와 새로이 임대한 집으로 이사한 후 소송을 제기 하였다. 2001. 5. 7. 배심원들은 주택교체비용 등 실제손해배상으로 620만불, 위자료로 500만불,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200만불, 변호사 비용으로 890만불을 평결하였다. (Ballard v. Fire Insurance Exchange, No.99-05252 Travis Co., Texas, Dist. Ct.) 이에 FIE보험사는 항소하였고 텍사스주 항소법원은 실제손해액 400만불정도만을 인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과 위자료는 파기하였다.(Ronald Allison/Fire Insurance Exchange v. Fire Insurance Exchange/Mary Melinda Ballard and Ronald Allison, 98S.W.3d 227) 판결액이 3,200만불에 달하는 위 Ballard평결이후 거의 만여건에 달하는 Toxic Mold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상당수의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Delaware주 대법원은 아파트 임차인이 누수 및 Mold로 인하여 천식 등 질병을 얻게 된 경우에 내려진 104만불 손해배상판결을 확정하였고(New Haverford Partnership v. Stroot, 772 A.2d 792), 미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동부지원은 Mold로 인한 피해를 수리해 주지 않은 보험회사에 대하여 1,800만불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을 감액하여 300만불을 선고하였다.(Anderson v. Allstate Insurance Co., 2000 U.S. Dist. Lexis 22171, 20848) 화해사례로는 쟈니카슨쇼의 공동진행자였던 Ed McMahon이 파이프 파열수리를 게을리한 보험사로부터 700만불의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최근 공개되었다.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건물의 Mold제거지침(Mold Remediation in Schools and Commercial Buildings)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환풍Duct를 청소하도록 권고하는 지침(Should You Have The Air Ducts in Your Home Cleaned)을 배포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를 본받아 속히 Toxic Mold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기질 검사와 Mold제거공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높여주기 바란다.
2003-06-05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판결연구** -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 성남지원2002년10월10일 선고 2002가단 3425 판결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대지권을 취득하고도 등기가 늦어지던 중 건물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되었다가 그에 기해 낙찰을 받은경우 낙찰자는 대지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낙찰자는 수분양자를 대위,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대지권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이행을 청구할 수있다 **연구요지**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이 방법은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으로 이는 그동안 해오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후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하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Ⅰ. 判決要旨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대지권 취득의 실질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등기절차상의 사유 등으로 대지(지분)권 등기가 늦어지던 중, 우선 건물부분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경우에, 낙찰자는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권 지분도 함께 낙찰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런 경우 낙찰자는 수분양자(전 소유자)를 대위하여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누락된 대지권 지분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Ⅱ. 事件의 槪要 1. 피고(대한주택공사)는 1993년에 아파트 내 복합상가를 신축하였다. 피고는 위 상가 중 1층 105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함)를 1995년에 A에게 분양하였다. 이 사건 상가에 대한 A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1996년에 경료되었는데, 이 당시까지도 대지에 대한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가의 해당 대지권 지분(889.1분의49.7709)을 제외한 전유부분 건물에 관한 이전등기만 이루어졌다. 2. A는 1996년에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축협을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 A는 향후 대지권에 관한 등기가 이루어지면 즉시 대지권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축협에 교부하였다. 3. 그 후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어 1997년부터 대지권의 등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다른 수분양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는 대지권에 대한 등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계속하여 미등기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4. 그러다가 1999년에 축협은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은 집행채권자인 축협으로 하여금 A의 분양대금 완납 사실, A가 작성한 위의 각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대지권의 분리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 없는 점 등을 확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입찰가격은 대지권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한 건물 부분(84,000,000원)만으로 정하여졌다. 5.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Ⅲ. 評 釋 1. 머리말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그 집합건물의 최초분양자를 상대로 직접(대위의 방법으로 함) 대지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사건 사안의 핵심이다. 2.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을 취득하는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누구나 대지 전체에 관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토지소유권의 공유 또는 지상권·임차권의 준공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대지사용권이라 한다. 집합건물과 대지는 위와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은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을 나누어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여, 그 일체를 꾀하고 있다. 즉, 구분소유자의 대지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하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대지권만을 처분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가령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였을 경우에 아파트가 준공되었음에도 아직 아파트 부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대지권의 등기가 없이 구분소유권의 등기만 경료된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 아파트를 매매한다든가 이 사안처럼 경매에 붙여지는 경우에 그 매수인 또는 낙찰자가 과연 대지권을 취득하게 되는가가 문제된다. 또 대지권을 취득한다고 한다면 그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어떻게 경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된다.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1995년에 주목할 만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12722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안을 보면, 구분소유자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하여서만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설정 당시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면 대지권에 관하여도 추가로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었음에도 대지권에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던 중, 위 구분건물이 경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당절차에서 위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관하여도 우선변제를 요구하였으나, 배당법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배당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대지부분에 대한 우선변제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저당권의 효력이 종물에도 미친다는 규정이 저당부동산에 종된 권리에도 유추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만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사후에라도 대지사용권을 취득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권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 대지사용권에까지 미치고 여기의 대지사용권에는 지상권 등 용익권 이외에 대지소유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대하여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1996년에는 위 1995년 판결의 취지에 다소 배치되는 판결(96다14661)을 선고하였으니, 그 판지를 요약하면,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만을 경료한 X가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저당권이 실행되고(최초 수분양자는 X에게 전유부분의 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경매 전에 대지권의 대상이 되는 소유지분의 이전등기를 받았음), Y가 낙찰을 받은 후에 비로소 X는 위 대지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던 바, 이런 경우에도 X는 Y에게 집합건물법 제7조에 의하여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가진다는 결론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Y는 대지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질 뿐이고 대지사용권 자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이 판결은 결국 뒤에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또, 대법원은 1997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결정(97마814)을 하였는데, 그 취지를 요약하면, 앞서 본 1995년의 판례를 전제로 하여,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경우에 집행법원은 대지사용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00년에 전원합의체 판결(98다45652)을 통하여 앞서 본 96다14661 판결을 폐기하면서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받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다시 매수하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양수받거나 전전 양수받은 자 역시 당초 수분양자가 가졌던 이러한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오늘 주제 중 전전양수인의 대지권 취득 여부에 관한 쟁점을 모두 해결하여 주었다. 그래서 본건 사안을 중심으로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치고(민법 제358조 본문),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에 터잡아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하였다고 해석된다. 한편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22604 판결은 위와 같은 경우에 더 나아가 ‘비록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등기가 경료된 후 집행법원 촉탁에 의하여 낙찰인이 대지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을 두고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의 성립도 부정하고 있다. 3.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런 낙찰자가 어떤 방법으로 대지권에 관하여 등기를 경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낙찰자가 대지지분에 관하여 수분양자 또는 그 전전 양수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이 때 등기부에 기재하는 등기원인은 ‘아무 날 어떤 건물 몇 호 전유부분 취득’이라고 함), 그래서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스스로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음은 아무 의문이 없다. 그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에 많은 등기를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다가 착안을 한 것이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방법이었고(1997. 1. 30.자 등기 3402-77 질의회답, 1999. 3. 18.자 등기 3402-296 질의회답 및 2002. 1. 25.자 등기 3402-65 질의회답 등의 등기선례를 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이다. 그에 따른 대지권변경등기청구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고, 그에 대하여 인용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인용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대지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2003-05-26
피의사실 공표를 중심으로한 명예훼손
<판결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야 할것이다. <연구요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판지에 찬동하나 간첩죄인 이 건에 있어 피의자에 대한 명예 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5백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촉 상향 조정돼야 한다. 1. 사건의 개요. 가. 부산지방경찰청과 안기부 부산지부(이하 ‘부산지방경찰청 등’ 이라 한다)가 1996. 6. 이후부터 약 1년 이상의 내사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하였다. 원고 지은주는 대학재학시 일시 학생운동을 한 적이 있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재학중인 후배들을 만나고, 원고 지은주가 근무하는 일본어학원에서 1997. 3. 일본 오사카로 팩스를 보낸 사실이 있는데 그 상대방이 조총련 관련 인물이었다.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위와 같은 점 등에 비추어 원고 지은주가 조총련의 지시를 받아 학생운동을 배후 조정한 것으로 함부로 단정하고,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이하 ‘원고 서봉만 등 5명’이라 한다)에 대한 간첩 혐의 부분의 수사를 개시하였다. 그리하여, 부산지방경찰청은 위 서봉만 등 5명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여, 1997. 9. 28. 부산지방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청구 받아, 본격적으로 조사하였으나, 위 각 원고들로부터 각 그들을 기소하기에 필요한 이렇다 할 증거가 나오지 않게 되자 초조한 나머지 검찰 송치 시점까지의 조사 과정에서 그들의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에게 폭행·협박 등을 행사하였다. 그 결과 위 서봉만 등 5명은 부산지방경찰청 등에서 결국 혐의 사실을 전부 시인하자, 1997. 9. 30.경 각 국가보안법 등의 죄명을 붙여 각 기소의견으로 부산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하였다. 나. 한편, 부산지방경찰청 등은 원고 서봉만, 같은 엄주영, 같은 지은주, 같은 배윤주, 같은 도경훈의 검찰 송치를 전후한 1997. 9. 29.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 부분에 관한 수사발표를 같은 날 13:00에 할 예정으로 그 발표문을 연합통신 부산지부에 주었는데 그 주요내용은, 간첩인 원고 배윤주, 같은 지은주가 동아대학교에 재학시 자주대오에서 활동하다가 졸업후 도일하여 조총련에 포섭되어 노동당에 가입하고 조총련으로부터 경남지역 학생운동권을 포섭하고, 정치·노동운동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지시를 받고 활동자금을 교부받아 국내에 잠입한 후 후배들인 서봉만, 엄주영, 도경훈 등을 포섭하여 노동당에 가입하게 하고 그들을 통해 학생운동의 동향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조총련에 보고하였으며, 자주대오의 배후를 조종하였다는 등의 내용이었고, 연합통신 부산지부 기자 신정훈은 같은날 12:15 위 발표문을 토대로 연합통신기사 기재와 같은 기사 내용을 본사에 송고하였고, 그후 국내 주요 일간신문사들이 위 연합통신의 기사를 토대로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혐의사실을 그 발행신문들에 일제히 기사화하였다. 다. (1) 그후 원고들은 위와 같이 기소되어, 부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음에 있어 간첩부분은 일관하여 부인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1998. 2. 16. 위 원고들에 대한 간첩부분을 포함한 공소 사실 전부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위 원고들은 위 1심 판결에 간첩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을 이유로 불복 항소하여 부산고등법원 98노 156호의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음에 있어 특히 간첩부분에 관하여 1심 때와 마찬가지로 극력 부인하였던 바, 같은 법원은 1998. 7. 2. 판결을 선고함에 있어서 위 원고들의 간첩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적법한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위 원고들의 위 항소논지를 받아들여 나머지 항소이유를 판단하지 아니한 채, 위 원고들에 대한 1심 판결을 전부파기한 후 간첩죄에 대하여는 각 무죄를 선고함으로서 위 원고들이 전부 석방되었고, 이에 대하여 검찰이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1999. 1. 26. 대법원 98도 2320호로 모두 기각됨으로서 위 항소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2) 그러자, 위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은 1999. 6.경 자신들이 원고가 되어, 대한민국을 피고로 하여, 부산지방법원에 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로 피고인들 자신에게는 각 금 3,000만원, 가족들에게는 각 금 1,000만원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2000. 9. 19. 위 법원 99가합 9571호로 피고인들에게 각 금 500만원, 가족들에게 각 금 100만원을 인용하는 판결을 각 선고 받았다. 그후, 쌍방이 각 항소하였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00나 12570호로 각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건 상고에 이른 것이다. 2. 판시 내용의 분석. 가. 첫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내사 결과 확인한 사실은 겨우 위 원고 지은주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것 등 지엽적인 문제점이 있을 뿐인데,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 함부로 수사를 개시한 것은 결국, 위 서봉만 등 5명으로부터 우격다짐으로 자백을 받아내고 그 진실여부를 가려내겠다는 숨겨진 의도를 갖고 행하여진 것으로, 그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한 것인지 여부. 둘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수사개시후 그 수사과정에서 위 서봉만 등 5명에 대하여 폭행·협박 및 부당한 회유 등을 하여 간첩혐의 부분에 대한 자백을 받아 내었는 바, 이는 형사소송법 제309조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이다. 그 결과, 그것이 임의성없는 자백이었음이 판결에 의하여 드러난 이상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그 자백의 취득과정에서 폭행·협박 등 구체적 위법 행위를 저지른 이상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셋째,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위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을 검찰송치를 전후하여 언론기관에 유출시켜 보도되게 함으로써 위 형법 제126조를 위반하였다. 그리고, 그 후 법원의 확정 판결에 의하여,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간첩 혐의 사실이 진실하지 않다고 판시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원고 서봉만 등 5명의 명예가 심히 훼손되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하여 그들의 부모들인 해당 원고들도 적지 아니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위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피고(대한민국)는 그 산하 부산지방경찰청 등이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저지른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나머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는지 여부. 나.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02. 9. 24. 선고, 2001다 49692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첫째, 형사소송법 제195조에 의하면, “검사는 범죄의 혐의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 사실과 증거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수사는 수사기관의 주관적 혐의에 의하여 얼마든지 개시할 수 있으나 다만,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정도의 제한만을 받는다. 그런데, 부산지방경찰청 등의 원고 서봉만 등 5명에 대한 간첩 부분 수사는 판시와 같이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두었고, 그에 관하여 1심의 유죄판결까지 받았던 이상 그 개시 자체가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와 반대 되는 나머지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둘째, 수사기관이 피의자들을 수사하면서 유력증거로 취득한 해당 피의자들의 자백이 임의성이 없는 것이더라도 그 취득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구체적 위법행위를 발견할 수 없는 이상 그것만으로 자백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서 해당 수사기관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셋째,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 및 그 위법성 조각여부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과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공표된 피의 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공표의 절차와 형식, 그 표현 방법, 피의 사실의 공표로 인하여 생기는 피침해이익의 성질,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판시내용 중 본고에서는 편의상 세 번째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3. 피의사실 공표와 불법행위. 가.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하여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되므로, 익명 등을 사용함이 바람직하고 국민적 관심이 있는 사건에 관하여도 함부로 유죄로 오인될 수 있는 그 어떤 발표도 기소되기까지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3. 11. 26. 선고, 93다 18389호 판결은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이 제시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또 피고인이 그 적시 사실이 진실이라고 확신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이 있는 것이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이 있음에 대한 증거가 없는 본건에 있어서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진실성을 오신한데 대하여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객관적 상황에 대한 입증이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면책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6. 5. 28. 선고, 94다 33828호 판결 역시 신문 등 언론매체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그 기사 등 보도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거나 그 입증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성의 오신의 판단 기준인 상당성은 진실성의 공공성에서와 같이 보도의 신속성 및 객관적 진실 파악의 곤란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6. 5. 28. 94다 33828호는 일간신문사가 다른 언론매체의 보도내용을 마치 직접 취재한 것처럼 기사를 작성하면서, 그 기사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피해자 및 관련자와 접촉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방법이 부적절하였거나, 그 노력을 다하지 못하여 실패하자 더 이상의 사실 확인 노력도 하지 아니한 채 다른 근거 없이 만연히 기사를 작성한 경우, 일간신문이 신속성을 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언론매체에게 그 기사의 취재과정에서 그 기사의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나. 한편, 오늘날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이 가장 문제로 되는 것은 신문·텔레비젼·라디오 등 대중보도매체, 즉 매스컴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이다. 위와 같은 보도기관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할 의무가 있고, 이와 관련하여 사실의 진실성을 충분히 확인할 사이도 없이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보도할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게 된다. 또, 이러한 매체들은 영리적인 입장에서 타인의 구속 사유에 관한 것을 영장청구 단계에서부터 즐겨 보도하는 경향이 늘어가고 있어, 이러한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보도는 보도기관의 발달로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게 된다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은 경우, 즉 구속영장을 발부 받기 위한 목적으로 기소된 범죄 사실보다 훨씬 무거운 범죄 사실을 기재하여 언론에 보도되는 경우가 실무상 자주 있는 바, 지금까지는 대부분 그 불법성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영장청구 범죄 사실이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죄사실이 언론기관에 의하여 보도된 경우에는 그 불법성을 오히려 더욱 크게 문제 삼아야 한다. 다. 명예훼손죄와의 관계 참고로, 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의 결과 피의자의 명예가 훼손되는 동시에 발생되는 것으로 형법상 위 두가지 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는 학설·판례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의 주된 보호법익이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억제하는데 있다고 봄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위법성 조각과 관련하여, 예컨대 피의자가 도주 피신하여 수사에 곤란을 겪고 있을 때에 시민의 협조를 구하기 위하여 라디오·텔레비젼·신문 등을 통하여 광고하는 경우라든가, 포악한 범인이 도주하여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경우에 매스컴을 이용하여 경고하는 경우 등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행하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수사활동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의사실의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어 본죄의 성립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설은 피의사실의 공표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표의 이익에 관한 때에도 위법성이 조각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이건 판시 내용에 직접 언급은 없으나, 피의사실 공표가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 판례는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4. 결 어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의 경우, 종전과 달리 그와 관련된 언론 보도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 당하였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차츰 증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간첩죄인 이건의 경우, 피의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치명적이었음이 경험칙상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배상액이 금 500만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대폭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경우에서부터 기소하지 않을 범죄사실을 함부로 부풀려 기재하여 언론기관에 의해 보도되지 않도록 인권옹호에 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언론기관은 보도 경쟁이나 독자의 흥미를 끌어 내어 그 발행 부수를 확장 시키려는 목적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피의자의 신원 등을 알 수 있도록 실명을 게재 하거나, 피의자의 변명이나 견해를 보도하지 아니하여 유죄임을 함부로 단정될 수 있도록 함부로 보도하는 사례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특히, 스포츠 기사의 경우(장관이나 국회의원의 경우 K장관 R의원 등으로 표현하면서) 선수의 이름만 막바로 적시하여, “믿었던 000가 부진하여 패배 또는 000의 결정적 실책으로 결승점 헌납” 등으로 특정 선수의 명예를 함부로 마구 훼손하는 현재의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건 판결은 수사기관의 피의 사실 공표가 어떤 경우에 위법성을 갖는지에 관하여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판지에 찬동한다.
2003-05-19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정액보험방식의 상해보험에 있어서 약관에 의한 보험김 감액의 허부
Ⅰ. 사안의 개요 1. 갑은 을(보험회사)과 사이에 갑을 피보험자로 하여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운행중의 교통승용구에 탑승하고 있을 때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그 상해의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180일 내에 사망하였을 경우에 약관에 정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운전자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2. 甲은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던 중 뒤에서 진행해 오던 화물차에 추돌 당하여 가슴과 배 부위를 운전대에 부딪혔고, 이 사건 사고 후 4시간 여만에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하였다. 3. 한편 부검결과 갑에게는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심장에 고도의 관상동맥경화 등의 기왕증이 있었고, 갑이 을과 체결한 보험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약관에 정한 상해를 입은 경우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및 질병의 영향으로 또는 약관에 정한 상해를 입은 후에 그 원인이 된 사고와 관계없이 새로이 발생한 상해나 질병의 영향으로 약관에 정한 상해가 중하게 된 경우 회사는 그 영향이 없었던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4. 갑의 상속인인 병은 을을 상대로 위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을은 위 교통사고로 인한 손상이 甲의 사망에 대한 관여도는 30%에 불과하므로 사망보험금 중 30%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5. 이에 대하여 원심(서울지법 2001. 12. 13. 선고 2001나36831 판결)은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법 제727조에서 정하는 정액보험의 일종인 생명보험으로서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자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위 교통사고로 인한 상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그 선행원인인 기왕증 기여부분을 구분하여 이를 참작할 필요 없이 위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乙의 주장을 배척하였고,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파기·환송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애 또는 질병의 영향으로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있는 경우에는 그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감액하여 지급할 수 있다. 이 사건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인지의 여부는 위 약관규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다. Ⅲ. 평 석 1. 위 대상판결이 있기 이전에는 「상해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에 위배하여 중대한 병력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이유로 보험자가 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상해보험약관에서 계약체결 전에 이미 존재한 신체장해 또는 질병의 영향에 따라 상해가 중하게 된 때에는 보험자가 그 영향이 없었을 때에 상당하는 금액을 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약관이 따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체질 또는 소인 등이 보험사고로 인한 후유장해에 기여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보험금의 지급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8752, 18769 판결; 대법원 1999. 8. 20. 선고 98다40763, 40770 판결 참조). 따라서 위 판례에 의하면 약관에 의한 상해보험금의 감액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었고, 위 대상판결은 이를 실제 사례에 적용시킨 첫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위 대상판결은 정액보험에 관한 판결로서 정액보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2. 정액보험계약이라 함은 보험자가 사람의 생사·상해·질병 등에 관하여 손해의 유무 또는 그 액수에 관계없이 계약에서 정한 금액을 일시에 또는 연금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보험계약자가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보험계약을 말한다(坂口光男, 「保險法」, 文眞堂, 1991, 284면; 田·康平, 新版 「現代保險法」, 文眞堂, 1995, 231면 참조). 인보험은 대체로 정액보험이지만 손해보험적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즉 인보험 중 생명보험은 모두 정액보험이지만, 상해보험은 상해로 인한 사망의 경우와 같이 정액보험으로 운영되는 것도 있고, 치료비 등 실손해를 전보해 주는 손해보험적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정액보험계약은 인보험에 있어서만 성립할 수 있다. 인보험에 있어서의 보험사고는 사람의 생명·신체에 관하여 생겨나는 것이고,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하여는 금전적인 평가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라는 관념은 인정될 수 없으며, 손해보험과는 달리 피보험이익이나 보험가액의 관념은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초과보험·중복보험 또는 일부보험 등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이기수, 「보험법·해상법학」 제5판, 박영사, 2000, 270면; 坂口光男, 前揭書, 285면; 田·康平, 前揭書, 234면 각 참조). 3. 또한 정액보험계약은 조건부 김전급부계약이다〔이기수, 전게서, 270면; 坂口光男, 前揭書, 285면; 田·康平, 前揭書, 232~233면 참조〕. 따라서 상해보험 중 정액보험의 경우에는 상해와 사망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또한 당해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보험사고에 해당되는 이상 그 선행원인인 기왕증 기여부분이 어느 정도인가를 구분하여 이를 보험사고에서 제외하여야 한다고는 볼 수 없고, 또한 보험자는 기왕증이 기여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게 된다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5. 25. 선고 99다14723, 14730 판결 참조). 왜냐하면 이러한 보험은 피보험자의 실손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손해보험과는 달리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부산고법 2000. 9. 29. 선고 99나6661, 6678 판결(확정); 울산지법 1998. 7. 15. 선고 97가합11061 판결(확정); 춘천지법 2001. 8. 17. 선고 2000나3099 판결(확정); 서울지법 2002. 3. 6. 선고 2001가단192761 판결(확정) 참조〕. 4. 만약 대상판결과 같이 기왕증이 보험사고로 인한 결과에 미친 기여도에 따라 보험금액을 감액한다면 이는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정액보험을 손해보험화하는 것이 되고, 보험사고시 손해의 유무 및 손해액에 관계없이 약정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조건부 금전급부계약인 정액보험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할 필요가 없고, 동일원인을 근거로 한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도 무관하다. 따라서 생명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손해액으로부터 공제할 것이 아니고(곽윤직, 「채권각론」, 박영사, 1993, 748면 ; 김증한, 「채권각론」, 박영사, 1989, 530면), 정액보험방식의 상해보험 역시 손해를 전보하는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어서 손해액으로부터 공제되지 아니한다(日本 最高裁判所 平成 7·1·30 판결). 또한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보험자대위의 대상으로 되지도 아니하고(상법 제729조), 설령 약관에 대위 조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위는 허용되지 아니한다(김성태, 「보험법강론」, 법문사, 2001, 810면 참조). 위와 같이 정액보험은 손해의 전보와는 무관한 것이어서 손해보험과 달리 특별 취급되는 것이므로 설령 정액보험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기왕증에 따른 감액약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 감액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만약 대상판결대로 된다면 앞으로 보험자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이나를 가릴 것 없이 모든 인보험의 경우에 기왕증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을 둘 것이고, 또한 보험사고에 대한 피보험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 신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 보험사고시 피보험자에게 기왕증 내지 과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기왕증이나 과실이 보험사고로 인한 결과에 미친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관하여 다툼이 계속될 뿐만 아니라, 인보험에 관한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자로서는 일단 보험금 지급을 보류한 채 기왕증 내지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보험금 지급을 유보할 것이기 때문에 보험자는 보험사고발생의 통지를 받은 후 지체 없이 지급할 보험금액을 정하고 그 정하여진 날부터 10일 내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상법 제658조는 사문화될 것이다(생명보험과 같은 정액보험의 경우에는 지급할 보험금이 이미 정해져 있어 손해액 사정에 의한 보상금액의 결정절차가 필요 없는 것이므로 면책사유가 없는 한 보험금은 즉시 지급되어야 한다. 손주찬, 「상법(하)」 제10정증보판, 박영사, 2002, 543면 ; 정동윤, 「상법(하), 법문사, 2000, 516면 참조). 5. 보험자는 보험계약체결시 피보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험인수여부를 심사한다. 또한 보험자는 그 후에라도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에 위배하여 중대한 병력을 숨기고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상법 제651조).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보험인수를 결정한 이상, 고지의무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제도를 통하여 나중에라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위 제도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지 보험사고가 발생한 후에 기왕증이 보험사고의 결과에 미친 정도를 가려 보험금액을 감액할 수는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Ⅳ. 결 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해보험약관에 기왕증에 따른 보험금 감액조항이 없는 경우에는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 감액이 허용되지 아니하는데, 대상판결이 약관에 보험금 감액조항이 있으면 그 상해보험이 정액보험인지의 여부는 그 약관규정의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판시한 것은 납득하기 곤란하다. 이 사건 상해보험금이 감액될 수 없는 이유는 이 사건 상해보험이 실손해를 전보하는 손해보험이 아닌 실손해와는 무관하게 약정된 보험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정액보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상판결의 원심의 결론이 옳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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