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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
판결전문
지목변경신청반려의 법적 성질
Ⅰ. 사실관계 (1) 원고(이00)는 2001. 11. 28. 경기도 화성시장에게 "화성시 봉당읍 소재 토지의 지목을 田에서 대지로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신청이 반려되었다(2002. 1. 9). 화성시장이 “원고에 대하여 현재 이용현황대로 토지 분할측량 후 토지분할 및 지목변경을 신청하도록 2차에 걸쳐 보완요구를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신청반려의 이유가 되었다. (2) 원고는 2002. 1. 24. “지적현황을 점유자별로 정리하여 예상되는 분쟁을 예방하고 토지의 효용을 높이고자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하였음에도 화성시장이 위법?부당하게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경기도지사에게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3) 피고(경기도지사)는 2002. 3. 4. 원고의 위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하는 행정심판의 재결(이하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지적도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으로, 화성시장이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행정심판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다. (4) 원고는 이 사건 행정심판의 재결청인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위 "재결"의 취소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Ⅱ. 제1심법원판결(수원지법 2002. 9. 18, 2002구합2018)의 요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의하면, 취소소송은 행정청의 원처분을 대상으로 하되, 다만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이유로 하는 경우’에 한하여 행정심판의 재결도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말하는 '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란 재결청의 권한 또는 구성의 위법, 재결의 절차나 형식의 위법, 내용의 위법 등을 뜻하는데, 행정심판청구가 부적법하지 않음에도 각하한 재결은 심판청구인의 실체심리를 받을 권리를 박탈한 것으로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경우 위 재결은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Ⅲ. 항소심판결(서울고법 2003. 6. 26, 2002누17042)의 요지 (1) 원고의 행정심판청구를 각하한 이 사건 각하재결에 원처분에 없는 고유한 하자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에 일정한 사항을 등재하거나 등재된 사항을 변경하는 행위는 행정사무집행의 편의와 사실증명의 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고, 그 등재나 변경으로 인하여 당해 토지에 대한 실체상의 권리관계에 어떤 변동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어서, 소관청이 그 등재사항에 대한 변경신청을 거부한 것을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대법원 1993.6.11. 선고 93누3745 판결 등 참조), 원고의 이 사건 지목변경신청을 반려하여 거부한 화성시장의 이 사건 반려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렇다면 이 사건 각하재결 자체에 고유한 위법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위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 Ⅲ 상고심(대법원) 판결의 요지 (1) 구 지적법(2001. 1. 26. 법률 제6389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 제38조 제2항의 규정은 토지소유자에게 지목변경신청권과 지목정정신청권을 부여한 것이고, 한편 지목은 토지에 대한 공법상의 규제, 개발부담금의 부과대상, 지방세의 과세대상, 공시지가의 산정, 손실보상가액의 산정 등 토지행정의 기초로서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토지소유자는 지목을 토대로 토지의 사용?수익?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목은 토지소유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토지소유자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달리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 이하 같다)신청에 대한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81. 7. 7. 선고 80누456 판결, 1991. 2. 12. 선고 90누7005 판결, 1993. 6. 11. 선고 93누3745 판결, 1995. 12. 5. 선고 94누4295 판결 등과 지적공부 소관청이 직권으로 지목변경한 것에 대한 변경(정정)신청 반려(거부)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1. 8. 31. 선고 71누103 판결, 1972. 2. 22. 선고 71누196 판결, 1976. 5. 11. 선고 76누12 판결, 1980. 2. 26. 선고 79누439 판결, 1980. 7. 8. 선고 79누309 판결, 1985. 3. 12. 선고 84누681 판결, 1985. 5. 14. 선고 85누25 판결 등을 비롯한 같은 취지의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3) 따라서 이 사건 반려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Ⅳ. 평 석 1. 대법원 판례변경의 중요한 의미 이 사건은 대법원의 部(대법관 3인이상)에서 심판한 사건이 아니라, 대법관전원의 3분의 2이상의 合議體에서 심판한 사건이다. 대법원이 종전의 의견(판례)을 변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는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정정이나 등록전환 등 포함)신청에 대한 반려(거부) 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던 대법원이 - 종전과는 180도 다르게 - “지적공부 소관청의 지목변경신청 반려행위는 국민의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의 다수의 판례를 변경하게 되었음은 이 사건 대법원의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 대법원이 종전 판례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례변경"은 매우 드믈게 보는 현상이기에, 대법원의 이 판결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 판례변경의 동기와 효과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판례변경을 한 직접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아마도, "지목병경 또는 지목병경신청거부의 처분성"을 부인한 결과, 사람들이 행정소송(일반법원의 소관사항)이 아니라 헌법소원(헌법재판소의 소관사항)을 구제의 수단으로 택하는 것(헌재 1999. 6. 24, 97헌마315 등 참조)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3. 의문점 대법원이 판례변경을 통하여 “지목변경거부 등”에 대한 행정소송의 길을 열어 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거부의 처분성”의 문제를 - 여전히 - 행정소송법(제2조)에 명시되어 있는 처분개념, 즉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에 비추어 판단하지 아니하고 있음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에 관한 상세는 拙稿. 法律新聞 제3261호 참조).
2004-08-23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 해당 여부
Ⅰ. 대상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1989년 및 1990년에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그 부하장교에게는 알리지도 아니하고 사적으로 세 번씩이나 만나 저녁식사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손이나 어깨를 만지는 신체접촉을 한 데 이어, 몇 년에 걸쳐 사적으로 전화통화까지 하였고, 1997년경에는 회식을 빌미로 2~3차례에 걸쳐 부하장교들의 부인들과 포옹을 하고 뺨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있어서는 아니되는 행위를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서 그 사생활이 방종한 것에 해당하고 그 자체로서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는 군인사법(이하 “법”이라함) 제37조 제1항 제2호,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 제1호, 법시행규칙 제5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한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심:서울행정법원 2002.6.5.선고 2002구합2819판결). 2. 항소심 및 대법원 판결요지 1) 원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항소심에서 새로이 제기된 원고의 주장에 대해 “현역복무부적합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의 조사가 전역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원회“라 함)의 심사의 예비절차에 해당한다고 보거나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조사위원회의 조사의 재심절차에 해당한다고 볼 것으로서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심사위원회의 심사는 전체로서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에 따라 전역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는 하나의 처분절차를 구성하는 것이므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처분과정 전부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4.8.23.선고 94다7553판결 참조), 비록 앞의 처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그 뒤의 처분과정에서 보완이 되었다면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누10973판결). 2) 원심의 판시 소위가 사생활이 방종하여 근무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군의 위신을 손상하게 한 때에 해당되고, 이 사건 전역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대법원 2004.2.13.선고 2003두6696판결). - 판 결 요 지 - 부하장교였던 사람의 처를 사적으로 만나 식사하고 술을 마시고 신체접촉을 하고 회식을 빌미로 부인들과 포옴하고 입을 맞추는 등 군장교로서 아니되는 행위를 한바 이와같은 행위는 군장교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군기강을 문란케하는 행위로서 군인사법 제37조1항, 법시행령제49조11항 등 현역복무부적합전역 사유에 해당한다. - 연 구 요 지 - 직업에 있어서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처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업과는 현저히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햐여 그 신분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결이다. Ⅱ.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 1. 제도의 취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란 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와 같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하는 자를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키는 제도를 말한다(졸저,「군인사법」, 법률문화원, 2004. 550면). 이 제도는 군인의 직무를 수행할 적격을 갖추지 못한 자를 직무수행에서 배제함으로써 군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인사상의 제도로서 일반 사회질서를 해친 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군 내부에서 군율을 어긴 자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가지는 징계제도와는 그 제도적 취지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2. 현역복무부적합 사유 법시행령 제49조 제1항에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즉 ①능력의 부족으로 당해 계급에 해당하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자(제1호) ②성격상의 결함으로 현역에 복무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제2호) ③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수행을 포기하는 자(제3호) ④기타 군 발전에 저해가 되는 능력 또는 도덕상의 결함이 있는 자(제4호).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에 관하여는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법시행규칙 제56조에서는 시행령 제49조 제2항에서 위임된 사항인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아니한 자의 기준 및 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3. 법적성질 현역복무부적합 여부의 판정은 어떠한 법적성질을 가지는 것일까?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여부는 자유재량행위이다. 판례도 “현역복무부적합 여부를 판정함에 있어서는 참모총장이나 전역심사위원회 등 관계기관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 대법원 1980.9.9.선고 80누291판결). 4. 절차 현역복무부적합자로 전역을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①소속 지휘관의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법시행규칙 제58조 제1항) ②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의결 및 조사위원회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1조) ③조사위원회 설치권자의 전역심사위원회의 설치권자에 대한 보고(동 제67조) ④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⑤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되나, 예외적으로 시행규칙 제57조 제1호 내지 제5호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①소속 지휘관의 참모총장에 대한 보고 또는 참모총장의 직권탐지 ②참모총장의 전역심사위원회 회부?심사 ③임용권자의 전역명령 순으로 진행된다(김의환, “군인사법개정으로 징계처분 중 감봉이 중징계에서 경징계로 변경된 경우 …”, 대법원 판례해설(통권 제36호), 법원도서관, 2001. 590면). 각군참모총장에게 일정한 자에 대하여 조사위원회에의 회부?조사 등의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을 둔 취지는 지휘권 확립차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부적합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조사위원회의 별도의 조사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01.5.29.선고 99두9636판결). 5. 지원전역(志願轉役) 법시행규칙 제63조는「조사 또는 심사대상자는 전역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기 전에 법 제35조에 의하여 지원전역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은 전역심사위원회에서 부적합자로 판정되어 전역 당할 위험에 있는 군인에게 지원전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심사위원회의 의결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지원전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서울행정법원 2003.2.7.선고 2002구합30081판결). Ⅲ. 쟁점 1. 현역복무부적합사유 해당 여부 판례에 나타난 현역복무부적합사유를 보면 자신이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하여 부하장교의 제의에 따라 부하장교가 운전한 것으로 사고를 조작하고 상급부대에 허위보고를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부하장교들에게 폭언, 폭언, 구타행위를 하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3.1.16.선고 2002구합4198판결), 여러 차례에 걸쳐 부하 장교의 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들 몰래 애인관계로 사귀자는 등의 말을 하는 등 성희롱을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2002.1.25.선고 2001구33853판결), 비서실장인 원고가 진급을 위하여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는 진급심사 대상자들에게 마치 진급여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령관에 대한 뇌물 공여 여부나 그 액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만한 언행을 하고 나아가 사령관에게 진급청탁 명목으로 뇌물을 공여하도록 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9.3.11.선고 98구18939판결), 지휘관에게 진급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행위(서울행정법원 1998.11.26.선고 98구11266판결), 지시불이행, 명정추태, 여자관계비위 및 사생활방종(서울고등법원 1998.6.3.선고 98누1910판결), 공금을 횡령하고 민간인 물건을 절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사유없이 휘하 사병들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지휘계통을 어지럽히고 군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대전고등법원 1997.6.20.선고 96구2703판결), 부하에 대한 가혹행위, 영관장교로서의 품위손상, 종교행사방해, 명정추태, 횡령(서울고등법원 1997.6.12.선고 96구43982판결), 여자와 동거하다가 유산을 강요하고 결별한 이후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부도덕한 행위(대법원 1997.5.9.선고 97누2948판결), 사조직에 가입한 행위(서울고등법원 1996.10.9.선고 95구10299판결) 등이 있다. 위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나타난 행위는 현역복무부적합사유에 해당된다. 2. 시효제도 적용 여부 현역복무부적합전역사유에 시효제도가 적용되는가? 현역복무부적합심사제도는 국가방위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무력을 행사하는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서 현역복무부적합사유의 존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법상 기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할 수 없는 사유에 대하여도 현역부적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2.3.12.선고 2001구35422판결). 대상판결에서도 일부 행위는 1989년, 1990년, 1997년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부적합 판정의 사유로 삼고 있으므로 현역복무부적합전역제도에는 시효제도가 적용되지 않는다. Ⅳ.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지금까지 일반직 공무원이나 사법상의 근로관계에서의 직권면직에 있어서는 그 사유인정이나 적용에 관하여 비교적 엄격한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현역 군인에 대한 군인사법상의 전역처분에 대하여는 상당히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여 왔다. 특히 부적합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그 판단을 원칙적으로 군당국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군의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위반이 없는 이상 군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왔다. 대상판결은 직업군인에 있어서도 그 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생존 내지 생활의 주된 근거를 잃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 처분임이 분명하지만, 군인의 직무나 근무조건 등이 여타 직역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고려하여(법 제1조), 그 신분 유지에 대하여 임용권자에게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 종래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군 조직 및 임무수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타당한 판결로 보여진다.
2004-04-19
임용결격자 임용행위의 문제점에 관한 소고
Ⅰ. 對象判決의 要旨 1. 대법원 2003.5.16. 선고 2001다61012판결 공무원 연금법에 의한 퇴직급여 등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여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당연무효인 임용행위에 의하여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는 공무원연금법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고, 또 당연퇴직사유에 해당되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상실한 자가 그 이후 사실상 공무원으로 계속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당연퇴직 후의 사실상의 근무기간은 공무원연금법상의 재직기간에 합산될 수 없다.(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누6496 판결, 2002. 7. 26. 선고 2001두205 판결 참조) 2. 대법원 1987.4.14. 선고 86누459판결 가.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임용 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공무원 관계는 국가공무원법 제38조, 공무원임용령 제11조의 규정에 의한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니라 국가의 임용이 있는 때에 설정되는 것이므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지의 여부는 채용후보자 명부에 등록한 때가 아닌 임용당시에 시행되던 법률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임용당시 공무원임용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 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 다. 국가가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공무원으로 임용하였다가 사후에 결격사유가 있는 자임을 발견하고 공무원 임용행위를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원래의 임용행위가 당초부터 당연무효이었음을 통지하여 확인시켜 주는 행위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당초의 임용처분을 취소함에 있어서는 신의칙 내지 신뢰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고 또 그러한 의미의 취소권은 시효로 소멸하는 것도 아니다. 라.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고, 당연무효인 임용결격자에 대한 임용행위에 의하여서는 공무원의 신분을 취득하거나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므로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피임용자는 위 법률소정의 퇴직금 청구를 할 수 없다. - 판 결 요 지 - 임용당시 공무원임용결격사유가 있었다면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이며, 임용결격자가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사실상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지 못한 자로서 공무원 연금법 등에 의한 소정의 퇴직급여 등을 청구할 수 없다 - 평 석 요 지 - IMF 환란때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을 대거 해직 시키자 해당공무원은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보다는 퇴직연금청구권 불인정에 더 반발했으며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정치적 해결을 하였던 바 비록 공무원연금법이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문에 내재하는 입법취지에 따라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공무원 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돼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Ⅱ. 問題의 提起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다가, 이것이 IMF患亂때 첨예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사회 전반의 구조조정에서 공공부문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었는데, 당시 국민의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와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차원에서 전 공무원에 대한 신원조회작업을 통하여 1998. 3. 경부터 임용결격사유가 있는 공무원 2,400여명에게 임용취소통보를 하여 해직시켰다. 결격사유로 인한 당연퇴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불인정을 용납하지 못하는 해당 당사자의 반발을, 정부는 89누459판결을 효시로 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물리쳤다. 그 이후 당사자들의 물리적인 반발이 격화되어 급기야는 1999.8.31.에 ‘임용결격공무원등에대한퇴직보상금지급등에관한특례법’(법률 제6008호)의 제정을 가져 왔다. 당사자의 반발로 인한 사회문제가 특례법의 제정을 통해 일거에 해소되어 버림으로써 과연 법적 평화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는가? 특례법의 명칭에 나타난 ‘퇴직보상금’이 시사하듯이, 이는 법적 물음에 대한 정치적(정치적) 해결책일 뿐이다. 그리고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 문제는 여전히 법적 조명을 받지 못한 채, 또 다른 政變시에 불쑥 등장할 법하다. 그런데 비록 정치적 해결책일 망정 관련 법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였을까 의문스럽다. 즉, 기왕의 공무원연금법이 제64조에서 예정하고 있는 급여제한이 이 특례법의 대상자에겐 처음부터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등의 원칙에 대한 이런 단순 명백한 위반은 결코 정치적 정당성만으로 불식시킬 순 없다. 그런데 이런 체계위반적 입법의 등장까지 초래한 그 淵源이 바로 대법원의 89누459판결이다. 따라서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은 추후에 충분한 지면에서 살펴보기로 하되, 여기선 그것의 무효성 여부와 이에 따른 퇴직연금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 간략히 論究하고자 한다. Ⅲ. 公務員任用缺格者의 任用行爲의 無效性 與否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가 당연 무효라는 점이 문제발생의 연원이다. 그리하여 86누459판결에 대해서 맨먼저 김남진 교수님이 ⅰ) 사안상의 흠이 임용을 무효로 만들만큼 중대한지 의문스럽다는 점, ⅱ) 그런 임용행위의 취소에 신의칙을 전적으로 배격하는 것은 넓은 의미의 법치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면서 비판하셨는데, 동인, 공무원임용의 취소와 신의칙, 고시연구, 1987.8 및 동인/이명구, 행정법연습, 2001, 427면 이하 참조. 김성수 교수 역시ⅰ) 무효와 취소의 구별기준에 대한 법적인 부담을 행정객체에게 일방적으로 미루어 버렸다는 점, ⅱ) 임용행위 무효론에 입각하여 신뢰보호원칙의 배제는 임용처분이라는 행정행위의 존속을 신뢰한 개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무효도그마를 강하게 비판한다. 동인, 일반행정법, 2001, 310면 이하. 그런데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여부에 관한 논의의 출발점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이 되어야 한다. 동법 제33조가 일정한 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규정한 점만을 갖고서 이를 판단의 기초로 삼을 순 없고, 오히려 소정의 결격사유에 해당할 때에는 ‘공무원이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한 동법 제69조가 방향추이다. 이 점은 가령 의료법 제8조와 제52조처럼 ‘결격자의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지 않는 입법상황과 비교하면 여실하다. 따라서 1949년 8월 12일에 법률 제44호로 제정된 국가공무원법 제40조가 규정한 것에 변함이 없는 현행의 입법상황에선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는 무효로 볼 수밖에 없고, 여기에선 임용취소를 제한하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애초부터 통용될 수가 없다. 다만 국가공무원법 제33조와 제69조가 과연 과잉금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의문을 표할 순 있지만, 다른 법률상의 ‘결격사유’ 규정과의 相違함의 정당성을 특별신분관계로서의 공무원근무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이 입법자의 재량을 일탈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나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타당하게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 1990. 6. 25.선고, 89헌마220결정. Ⅳ. 公務員任用缺格者의 退職金請求權 認定 與否 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를 당연무효로 판시한 86누459판결 이래로 이런 입장은 지금까지 전혀 변함없이 고수되고 있다. 그리하여 무효인 행정행위에 하자의 치유를 인정하지 않는 일반적 논의도 여기에 통용된다. 서울행정법원 1999. 2. 2.선고 98구15275판결 그런데 공무원임용결격자의 임용행위의 무효성 인정이 그 공무원임용결격자와 관련한 모든 법적 물음에서 가늠자가 되어야 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공무원임용결격자에 대한 퇴직연금청구권의 부정이 바로 이런 논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표적 경우이다. 즉, 판례에 의하면, 공무원연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은 적법한 공무원으로서의 신분 취득 또는 근로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근무하다가 퇴직하는 경우에 지급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설정을 처음부터 용인하지 않을 경우에 그 결격자가 행한 여러 행위의 효과가 문제가 된다. 물론 국가배상책임법의 영역에선 이른바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매개하여 국가책임의 성립이 열려있다. 그리고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을 임용결격자의 법적 지위 인정에 접목시켜 그의 旣 受領給與를 대상으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부정된다고 한다. 류지태, 행정법신론, 2003, 598면; 김성수, 개별행정법, 2001, 55면. 그러나 86누459판결 등은 ‘사실상 공무원’이론이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동원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의 공무원’이론이 국가책임법상 외관주의의 지배의 산물이어서 임용결격자와 피해국민간에 발생한 법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임용결격자의 퇴직금청구권의 인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여기선 퇴직급여와 퇴직수당의 법적 성격의 규명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법 제1조상의 목적이 가늠자가 된다. 동법은 기본적으로 공무원 및 그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는 적법한 공무원관계의 성립의 전제를 다소 약화시킬 수 있는 모멘트이다. 법해석자는 법문의 상호관계, 법문에 규정된 사안과 정상 및 기타 법문의 의미 중에서 중요한 증표로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의미내용을 선택해야 한다. 金亨培, 法律의 解釋과 欠缺의 補充, 고대 법률행정논집 제15집(1977), 13면. 그리하여 역사적 사실로서 존재하는 立法者 등의 主觀的 意思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하며 경우에 따라선 벗어나는 客觀的인 規範目的에 바탕을 두고서 법률을 해석하고자 한다. 즉, 法律의 解釋에 있어서 法文에 내재하는 立法趣旨(ratio legis)를 추구한다. 따라서 목적론적 법률해석을 취함으로써 임용결격자에게도 퇴직금청구권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퇴직금청구권을 인정하면 그에 따라 공무원연금법 제64조 등이 규정한 급여제한이 당연히 통용될 수 있기에, 특례법에 의한 무차별적 보상이 제어될 수 있다.
2004-03-08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動機說의 검토
I. 판결이유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의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2. 7. 1.부터 시행된 민사집행법(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은 민사채무불이행에 대한 간접강제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재산명시신청에 성실히 응하지 아니한 채무자에 대하여 바로 형벌을 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위와 같은 형벌조항 대신에 민사집행법상의 특수한 처벌인 監置규정을 신설하여 그 법 제68조 제1항 제1호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도록 규정하였는 바, 민사집행법 부칙 등 어디에도 그 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지 아니한 이상, 위와 같은 법률의 변경은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범죄후의 법령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적용하여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판시 민사소송법위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는 免訴의 판결이 선고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은 위 범죄사실과 판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죄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 1개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II. 사실관계와 재판의 경과 피고인은 자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財産明示申請을 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산명시명령을 하고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5 제1항에 따라 재산명시기일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명시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는데, 이 경우 구 민사소송법 제524조의8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 후 2002. 7. 1.부터 민사집행법이 시행되었고, 동법 제68조 제1항 제1호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하였다. 피고인은 구 민사소송법이 시행되던 당시의 명시기일불출석으로 기소되었고, 본건 소송에서는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할 것인지 또는 형법 제1조 제1항에 의해 신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면소판결을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은 구법인 구 민사소송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02. 4. 18. 선고, 2001노1264 판결).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본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하였다. III. 문제점 대상판결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의 動機에 따라 法律理念(法的 見解)의 변화에 의한 변경의 경우엔 유리한 신법을 적용하고, 事實關係의 변화에 의한 변경이면 구법을 적용한다는 종래의 동기설적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의 형벌을 부과하던 것에서 감치에 처하는 것으로 변경된 것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가 아니라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점에 의의가 있다. 대상판결이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라고 본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종래의 동기설을 그대로 따름으로써 동기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되풀이하여 노정하고 있다. 동기설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범죄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고 규정한 형법 제1조 제2항의 “법률의 변경”의 문언을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으로 축소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해석에 있어선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으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유추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하게 된다. 그리고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벌법규의 구성요건과 가벌성에 관한 규정에 준용되는데, 위법성 및 책임의 조각사유나 소추조건 또는 처벌조각사유인 형면제사유에 관하여 그 범위를 제한적으로 유추적용하게 되면 행위자의 가벌성의 범위는 확대되어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되는 바, 이는 가능한 문언의 의미를 넘어 범죄구성요건을 유추적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파생원칙인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3. 20. 선고, 96도1167 판결)라고 판시하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과 대상판결이 취하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와 좀더 근본적으로는 원래 限時刑法의 시간적 효력과 관련하여 제시된 이론인 동기설이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원용되고 있다는 점이 논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IV. 평석 원래 動機說(Motiventheorie)은 한시형법의 효력에 관한 독일형법 제2조 제4항의 해석론에서 유래한 것이다. 동법은 행위자에게 유리한 신법의 적용을 규정한 제2조 제3항(우리 형법 제1조 제2항에 해당함)에 대한 예외규정인 제2조 제4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효력을 갖는 법률(한시형법)은 그 유효기간 중에 행해진 범죄에 대하여는 그 법률이 실효한 후에도 적용된다. 단 그 법률이 다른 규정을 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한시형법의 추급효를 전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형벌권의 확대를 줄이기 위하여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의 경우에는 추급효를 부정하여 신법을 적용하고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변경에 있어서만 구법의 추급효를 인정함으로써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형벌규정을 축소해석하는 것이 동기설의 등장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설이며, 우리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태도이다(대법원 1985. 5. 28. 선고, 81도104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한시형법의 追及效를 인정하는 규정을 따로이 두지 않고 있어 이 문제를 형법 제1조 제2항에 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형법의 해석에 있어서 제1조 제2항의 적용범위와 관련하여 동기설을 채택하게 되면 동기설은 독일형법의 해석에 있어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즉 동기설에 따른 해석은 단순한 목적론적 축소해석을 넘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을 하는 것이 되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군다나 우리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와 같이 이 동기설의 취지를 한시형법의 경우를 넘어서 형법의 변경 일반에 있어서 적용함으로써(대법원 1984. 12. 11. 선고, 84도413 판결 참조) 형법의 시간적 효력에 관한 규정과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점은 앞으로 연구가 더 요구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동기설은 법률변경의 동기가 법률이념의 변화인지 사실관계의 변화인지에 관한 명백한 구별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는 법률이념의 변천으로 종래의 규정에 따른 처벌 자체가 부당하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상황의 변화에 따른 식품접객업소의 영업시간제한 필요성의 감소와 그 위반행위의 단속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특수한 정책적인 필요 등에 대처하기 위하여 취하여진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 영업시간제한의 해제를 사실관계의 변화에 기한 것으로 취급하였는데(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도764 판결), 그러나 영업시간의 제한을 해제한 데에는 영업시간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이므로 그렇다면 이는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변경의 경우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명시기일불출석에 대한 감치의 부과가 법률이념의 변화에 따른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신법을 적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함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고 있음은 일응 다행이라고 보겠지만,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동기설의 입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되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도 동기설을 부정하는 것이 다수의 입장이다.
2004-02-05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의 죄책
I. 사실관계의 요지 피고인이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들을 정보처리장치인 현금자동인출기에 투입하고 그 단말기에 미리 알아둔 정보인 위 신용카드들의 비밀번호를 권한 없이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현금서비스를 받은 사실들에 대해 원심은 무죄를 선고. - 판 결 요 지 -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컴퓨터등사용사기 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입법자의 의도가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이를 재물죄와 이득죄로 명시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347조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입법자의 의도가 이와 달리 이를 위 죄로 처벌하고자 하는 데 있었다거나 유사한 사례와 비교하여 처벌상의 불균형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와 달리 볼 수는 없다(타인 명의로 무단발급받은 신용카드에 의한 사안에 관한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참조). - 평 석 요 지 -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컴퓨터 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는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 성립을 인정 하는 것이 타당 III. 판례평석 (1)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하고 이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47조의 2). 오늘날 은행업무를 비롯한 금전거래분야에서 자금의 관리·결제·이동 등은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고도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의해 자동처리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만약 은행의 온라인시스템의 단말기를 조작하여 허위의 입금데이터를 입력하여 예금원장파일의 잔고를 함부로 증액시킨 경우, 기존의 재산죄 구성요건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여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기 때문에 사기죄가 되지 않으며, 재물의 점유이전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절도죄도 성립할 수 없다. 또한 행위자에게 타인을 위한 사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기 때문에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개정형법은 자동화된 정보처리장치에 의한 거래형태를 악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꾀하는 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본 죄를 신설한 것이다. 이 죄는 사기죄의 보충규정이다. 따라서 만약 사무처리과정에 사람이 직접 개재하기 때문에 그를 피기망자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직접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해야 한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새로운 법익’을 창설했다기보다는 이미 형법상 사기죄가 보호하고 있는 법익(재산)에 대해 지금까지 형법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행위행태’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신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원래 개정형법은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경우만을 규정하고 있었다. 1995년의 형법개정으로 도입된 제347조의2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독일형법 제263a조에서 착상된 것인데, 이 조항의 도입과정에서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만을 규정하고 ‘진정한 정보의 무권한 사용’이나 ‘변경’이 구성요건에서 누락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 등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절도죄로 의율해야 할 것인지 또는 단순히 여신전문금융업법상의 죄로 평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법리논쟁이 벌어졌었다.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일관되게 절도죄의 입장을 고수하였고(대법원 1998.5.21, 98도321; 1995.7.28, 95도977 판결 참조), 학설은 절도죄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설, 형법상으로는 무죄라는 설 등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입법자는 근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다수 발생하였으나 기존의 법문언으로는 이러한 행태를 포괄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절도죄로 의율하기에도 법리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을 받아 들여, 형법개정법률(2001.12.29, 법률 제6543호)을 통해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는 경우를 구성요건에 추가함으로써(시행일 2002.6.30) 행위태양을 둘러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3) 그런데 개정작업에 있어서 입법자의 세심하지 못한 법문언작성으로 말미암아 이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행위객체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본 죄는 법문언상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행위객체로 하는 순이득죄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본 사건과 같이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 현금은 일반적으로 재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과연 순이득죄인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본 대상 판례는 이에 대해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역시 학설의 다수설도 입법론적으로는 행위객체에 재물을 추가할 필요는 있으나 현행법규의 해석상으로는 본 죄가 순수이득죄이기 때문에 재물인 현금의 인출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할 수 없다는 부정설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판례와 다수설의 입장에 서게되면 타인의 신용카드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현금을 먼저 자기계좌에 이체시킨 뒤 인출하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게 되나, 직접 현금을 인출하면 본 죄의 적용가능성은 부인되고 결국 절도죄나 학설에 따라서는 무죄(여신전문금융업법의 적용 가능성은 남아 있음)로 귀결되는 결과가 된다. 반면 본 죄의 행위객체에 재물도 포함되기 때문에 현금인출이 본 죄에 의해 의율될 수 있다는 견해는 소수설에 불과하다. (4) 생각건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질과 조문체계 그리고 입법자의 의사 등을 고려할 때 본 죄의 행위객체인 재산상의 이익에는 재물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즉 본 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은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금전거래분야에 있어서 컴퓨터의 사용으로 인한 새로운 행위태양의 출현으로 기존의 사기죄 규정이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사실관계들을 의율하기 위하여 사기죄의 보충규정으로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모법인 사기죄가 재산상의 이익 외에 타인의 재물을 행위객체로 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유독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서만 행위객체로서 재물을 제외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현금이나 재물은 재산범죄의 종류에 따라 폭넓게 해석될 수 있다. 예컨대 순수한 이익죄인 배임죄(제355조 제2항)에서 행위자가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고 취득한 대상이 현금일 경우, 이 때의 현금은 재물이 아니고 당연히 재산상의 이익으로 취급된다. 반면 도박죄(제246조)는 법문언상 ‘재물’로써 도박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 때 재물의 개념에는 재물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하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따라서 재물인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동산·채권은 물론 유가증권·무체재산권을 걸고 도박한 경우에도 도박죄는 당연히 성립한다. 이와 같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개념의 폭은 문언의 형식적 의미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해당 범죄의 성질과 관련조문과의 체계를 고려한 합리적 해석을 통해 신축성 있게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본 판례는 본 죄의 해석에 있어서 입법자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나, 반면 대법원은 본 죄가 개정되기 이전(즉 2002.6.30 이전)에 타인의 진실한 정보를 권한 없이 이용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례에서, 본 죄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고려하여 권한 없는 자에 의한 명령 입력행위를 ‘명령을 부정하게 입력하는 행위’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원칙에 반하는 유추해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03.1.10, 2002도2363 판결 참고). 따라서 본 죄를 해석함에 있어서 입법취지와 목적, 조문의 체계와 범죄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재물을 포함하는 일반 개념으로 해석한다고 하여 이를 금지된 유추해석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에서의 합리적 해석에 의해 입법자의 올바른 의사를 확인하는 허용된 확장해석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넷째, 만약 판례의 입장과 같이 본 사례에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의율하지 않게 되면 결국 절도죄의 적용을 고려하게 될 것인데(대법원 2002.7.12, 2002다2134; 1999.7.9, 99도857; 1998.11.10, 98도2642; 1995.7.28, 95도997 판결 참조), 판례의 절도죄설에 대하여는 현금의 점유자인 은행이 현금지급기를 설치할 때 은행의 의사는 누구든지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인출해가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진정한 권리자의 현금인출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무권한자의 현금인출이 점유자의 의사에 반한 절취라고 보기 어렵다는 강력한 이의가 제기되어 있어, 절도죄의 적용에 법리상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실상 동일한 사안에 대해 행위자가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즉석에서 현금을 인출하면 절도죄가 성립하고, 반면 먼저 계좌이체를 한 뒤 현금을 인출하면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서로 상이한 결론을 취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또한 계좌이체 후의 현금인출은 금융거래의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추적이 용이하나, 현금인출은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후자를 가벼운 절도죄로 의율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도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볼 때 본 죄를 순수한 이득죄로 바라보고,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권한 없이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재물의 취득에 해당하고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볼 수 없어 본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와 다수설의 견해는 너무나 문언의 형식적인 의미에 얽매인 것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본 죄에서 재산상 이익은 재물을 포괄하는 일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본 죄에서 현금은 재물일 뿐만 아니라 재산상의 이익에도 속하는 것이다. 참고로 독일 형법도 컴퓨터사용사기죄(제263조a)에서 행위객체를 재산상의 이익으로 규정해 놓고 있으나,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한 경우 컴퓨터사용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학설의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본 사례에서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03-10-16
채권자대위권행사시 채무자의 처분권 제한을 중심으로
Ⅰ. 주요 판시 사항 [1] 채권자대위소송에서 채무자가 대위사실을 통지받았거나 알고 있는 경우 그 피보전 권리의 처분으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甲이 乙로부터 매수한 부동산을 다시 甲으로부터 매수한 丙이 채무자인 甲, 乙에 대하여 순차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중 乙에 대한 채권자대위소송이 상고심에 계속중 甲이 乙의 매매잔대금 지급최고에 응하지 아니하여 乙로 하여금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이는 채무자인 甲이 丙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여 甲과 乙은 丙에게 그 계약해제로써 대항할 수 없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진행 과정 1. 1차 판결요지(대법원 93.4.27. 선고 92다44350 판결과 관련하여) (1) 민법 제405조에 의하면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이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자기의 채권이 채권자에 의하여 대위행사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처분을 가지고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2) 매도인인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하려고 원상회복의 방법으로 지급받은 매매대금을 공탁한 데 대하여, 매수인인 채무자가 아무런 이의 없이 공탁의 취지에 따라 공탁금을 수령함으로써 계약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행사하고 있는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장 부본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이후 채무자가 제3채무자가 공탁한 매매대금을 이의 없이 수령함으로써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효과를 발생하도록 승인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 2. 2차 판결요지(대법원 1994.11.25. 선고 94다12234 판결) (1) 각서의 내용이 갑이 소정기일까지는 틀림없이 잔존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속하며 만일 그때까지 이를 이행하지 못할 때에는 을측에서 매매계약을 해제하여도 이의 없다는 것에 불과하다면, 갑이 기한을 다시 해태하면 그 이후에는 을측에서 새로운 이행의 제공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2)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해제권을 갖는 자가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를 갖기에 이르러 그 후 새삼스럽게 이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해제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3) 해제의 의사표시가 있은 무렵을 기준으로 볼 때 무려 1년 4개월 가량 전에 발생한 해제권을 장기간 행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매매계약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제로 잔존채무의 이행을 최고함에 따라 상대방으로서는 그 해제권이 더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하였고 또 매매계약상의 매매대금 자체는 거의 전부가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와 같이 신뢰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도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 그 후 새삼스럽게 그 해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이제 와서 매매계약을 해제하기 위하여는 다시 이행제공을 하면서 최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한 사례. 3. 3차판결요지(광주고등법원 95나527호,대법원1998.10.13.선고) (1) 위 두 번째 파기 환송 사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1997.5.22. 경 “매도인은 매수인으로부터 일정금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1987.8.8.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라고 하여 채권자(전득자)의 승소판결을 하였고, (2) 3번째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두 번째 판결요지와 같은 취지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4. 4차 진행과정(본 판결, 대법원 2003년1월10일 선고 2000다27343 판결) (1) 매도인은 등기이전서류를 변호사 사무실에 맡기고 매수인에게 잔대금청구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일정기한내에 동시이행하지 않으면 별도의 해제통지없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통지하였으나 매수인은 위 통지서를 받고도 최고된 기간이 지나도록 매도인에게 위 잔존채무금을 지급하지 않자 매도인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보내어 매수인에게 도달하였다. (2) 매도인(원고,제3채무자)이 피고(대위채권자)에게는 이행제공의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매수인(채무자)에게만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필요한 서류의 이행을 제공한 다음, 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피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효력이 없다. (3)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바(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44350 판결 등 참조), 이를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매수인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매수인(채무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매도인(제3채무자)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매수인)의 채권자인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대위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Ⅲ. 처분권 제한과 관련된 사항 검토 1. 처분금지가처분과 관련된 효력의 범위에 대한 검토 가. 처분금지가처분의 효력이 미치는 인적 범위와 관련하여, 종래에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처분행위는 절대적무효설의 입장도 있었으나, 현재는 처분금지가처분에 위반하는 행위는 그 당사자 사이에서나 다른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히 유효하고 다만 가처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을 뿐이라고 하는 상대적무효설이 통설적 입장이고 판례 또한 같다. 나. 대법원은 “부동산의 전득자(채권자)가 양수인 겸 전매인(채무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양수인을 대위하여 양도인(제3채무자)을 상대로 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한 경우 그 피보전권리는 양수인의 양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일 뿐 전득자의 양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견해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채권자대위소송에 의한 소유권이전순차등기청구 소송이 진행 중일지라도 양도인은 전매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줄 수 있다고 하여 채권자대위권행사 이후에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허용됨을 명백히 하였다. 위 판례에 따르게 되면 채권자대위소송 중에도 양도인은 전매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가처분의 효력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기 때문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은 전매자(채무자)는 전득자(채권자) 이외에 제3자에게 목적물의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어 버리면 전득자(채권자)로서는 채권자대위소송의 실익을 상실하게 되어 심히 부당하다. 2. 채권의 압류, 가압류에 대한 고찰 우리 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판결에 의하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채권자의 압류나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조차도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에서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예: 부동산매매대금에 대한 채권가압류를 한 경우에 채무자(매)와 제3채무자(매수인) 사이의 매매계약)를 해제하여 부동산매매대금채권을 소멸시켜 버리게 됨으로써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3. 채권양도에 대한 고찰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채권양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 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로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한 경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이에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합의해제와 법정해제의 구분 필요성 합의해제(해제계약)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자발적인 의사표시를 통해 합의해제를 하는 경우에는 채권자를 해할 의사가 있는 처분행위가 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법정해제 사유의 발생으로 인한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행사로 인하여 제3채무자의 정당한 권리행사(해제권의 행사)를 방해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대법 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에 의하면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와 관련하여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채권가압류의 처분 제한효가 미친다고 판시한것은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즉 앞서 살펴본 판례(대법원 2000.4.11.99다51685(공보2000하,1177) 등에 의하면 가압류 또는 압류된 채권에 대하여서도 )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대법2001.6.1.98다17930(공보2001하,1482)는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를 인정하고 있음은 법정해제와 합의해제의 구별의 실익이 있음을 시사하는 듯도 하다고 하겠다. Ⅳ. 결어 민법 제405조 제2항의 권리처분 제한 규정에 의해 민법 제544조(이행지체와 해제)의 권리행사가 제한될 수는 없다고 본다. 민법제 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합의 내지는 단독적 처분 행위에 의하여 채권자의 권리침해가 되는 것을 막자는데 있다고 본다면, 제405조제2항이 전제하고 있는 처분행위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또 다른 제3자에게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인 채권관계를 처분하여 버림으로써 채권자의 대위권 행위가무위로 돌아가는 것에 한정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①대법 2000.4.11.99다51685판결처럼“채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있어도 그 발생원인인 기본적법률관계인 매매계약을 해제할수 있다”고 하여 민법 제544조의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권을허용하고 있고, ② 채권자 대위권의 행사보다도 더 깊이 본질적인 권리귀속주체의 변경을 가져오는 권리양도에서조차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게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451조 제2항), 채권자대위권을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③이러한취지가대법1991.4.12.선고90다9407 판결에서 처분금지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사건에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고 보여지며, ④ 또한 본 발표대상 판례에서채무자가 제3채무자에 대한 매매잔대금을 계속하여 지급을 하지않고, 채권자 역시 제3채무자에게 지급의무가 없다면 결국 채권자는 잔대금지급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동시이행 판결이 나게 될 채무자와 제3채무자사이의 중간경유등기에서의 동시이행의 조건성취가 어려워져결국 등기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⑤ 뿐만 아니라 본건 사안에서와 같이 사실심 변론 종결후 변호사 사무실에 소유권이전서류를보관시켜 상대방에 대한 이행지체의 책임을 물었을 경우 그 이후에도 계속 하여 이행지체에 빠져있게 된다면 판결 확정 후에“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사유를주장하면서 제3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개연성도 있다고 보이며, ⑥ 무엇보다도 채권자대위권의행사와 관련된 민법 제405조 제2항은“채무자가 전항의 통지를받은 후에는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못한다”라고 하여 통지후 권리처분 제한의 대상자를 채무자로 제한하고 있는 것을 채무자의 상대방의 정당한 권리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상대방은채무자의 채권자의 채권자대위행사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행사를제한받을 수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 판례는 채무자의 상대방의정당한 권리행사까지 불가능하다고 판시한 것은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초과한 부당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상판례와 같이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있는 경우제3채무자나 채무자의 해제권의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은민법 제405조 제2항의 해석을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점이 생기기때문에 민법 제405조 제2항의입법취지가 권리관계를 제3자에게 처분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그근본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원인채권 관계의 정상화를 도모하는 것까지 금지시킬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므로 소유권이전등기가되어있지 않는 전매자를 상대로불안정한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는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감수하여야 한다면 대상판례에서매매계약의 이행지체로 인한 상대방의 해제까지 불허하는 판례는 변경되어야 마땅하다.
2003-07-21
95년이후 발병 '고엽제 소송'
고엽제(Agent Orange)는 월남전에서 정글을 이용하여 매복기습작전을 펴서 미군들을 많이 희생시킨 베트콩들이 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된 제초제이다. 미국정부는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기하여 Dow Chemical 등 7개 업체에게 제조·공급명령을 내려 고엽제를 공급받아 종전때까지 막대한 양을 정글지역에 살포하였다. 94년 말까지 발견된 후유증만 보상하도록 한 화해안은 적법절차 위배 95년 이후 암발병한 피해자의 소송은 종전판결의 기판력에 저촉 안돼 연방 대법원서 확정...최근 발병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 고엽제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dioxin)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전용사들에게 피부암, 기형아출생, 말초신경병등 다양한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79년 1월 월남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7개 제조사와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Class Action)을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집단소송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은 ① 어느 회사가 제조한 고엽제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7개 제조사에게 시장점유율에 따른 공동책임을 인정하는 enterprise liability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② 제조사들이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정부에 경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③ 제조사들이 미연방정부 방위생산법에 기하여 명령을 받고 고엽제를 납품했기 때문에 대정부공급자항변(government contractor defense)에 기하여 면책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집단소송은 84년 5월 배심원재판 시작직전에 7개 제조사들이 1억 8천만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안이 합의됨으로써 종결되었는데, 담당판사였던 Weinstein판사는 이같은 화해안이 공평하다고 판단하면서 첫번째와 두번째 쟁점에 대하여 원고측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In re “Agent Orange” Product Liability Litigation, 597 F. Supp. 740) 그런데, 1억8천만불의 고엽제 화해기금은 94년말까지 발병된 참전용사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고 95년 이후 발병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게다가, 94년말 남은 화해기금마저도 월남참전 용사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게 배분된 후 기금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95년 이후 발병된 고엽제 후유증에 피해자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95년 이후 발병된 참전용사가 제기하는 고엽제 소송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84년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와 같은 소송이 금지된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미연방대법원은 95년이후 암이 발병된 월남전참전용사의 소송이 고엽제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Dow Chemical Co., et al. v. Daniel Raymond Stephenson et al.) 원고 Stephenson은 헬기조종사로 5년간 참전하였는데 98년에 골수암 진단을 받았고, 원고 Isaacson은 고엽제살포항공기대대에서 2년간 근무했는데 96년에 비호지킨스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원심인 연방제2항소법원은 84년 화해안이 모든 향후 클레임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94년말까지 발견된 후유증에 대하여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화해기금이 94년말 폐지되도록 허용한 것은 동 화해안에서 95년 이후 발병한 원고들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되었다(adequately represented)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due process)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원고들의 소송은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Stephenson v. Dow Chemical Co., No. 007455), 미연방대법원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95년 이후 발병 고엽제소송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판결은 최근 발병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여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003-07-17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판결연구** - 집합건물 양수인이 청구하는 대지권변경등기 - 성남지원2002년10월10일 선고 2002가단 3425 판결 **판결요지** 집합건물의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여 대지권을 취득하고도 등기가 늦어지던 중 건물부분에만 근저당이 설정되었다가 그에 기해 낙찰을 받은경우 낙찰자는 대지권도 함께 낙찰 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낙찰자는 수분양자를 대위,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대지권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이행을 청구할 수있다 **연구요지**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이 방법은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으로 이는 그동안 해오던 소유권이전등기 경료후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하던 번거로움을 해결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 Ⅰ. 判決要旨 분양대금을 모두 지급하는 등 대지권 취득의 실질적인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등기절차상의 사유 등으로 대지(지분)권 등기가 늦어지던 중, 우선 건물부분에 대하여만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가 그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집합건물을 낙찰받은 경우에, 낙찰자는 그 경매절차에서 대지권 지분도 함께 낙찰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그런 경우 낙찰자는 수분양자(전 소유자)를 대위하여 최초 분양자에게 직접 누락된 대지권 지분에 대한 경정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Ⅱ. 事件의 槪要 1. 피고(대한주택공사)는 1993년에 아파트 내 복합상가를 신축하였다. 피고는 위 상가 중 1층 105호(이하 이 사건 상가라 함)를 1995년에 A에게 분양하였다. 이 사건 상가에 대한 A 앞으로의 이전등기는 1996년에 경료되었는데, 이 당시까지도 대지에 대한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상가의 해당 대지권 지분(889.1분의49.7709)을 제외한 전유부분 건물에 관한 이전등기만 이루어졌다. 2. A는 1996년에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축협을 근저당권자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위 근저당권 설정 당시 A는 향후 대지권에 관한 등기가 이루어지면 즉시 대지권에 대하여도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여 축협에 교부하였다. 3. 그 후 지적공부정리가 완료되어 1997년부터 대지권의 등기가 가능하게 되었고 다른 수분양자들은 개별적으로 대지권등기를 하기도 하였으나, A는 대지권에 대한 등기를 신청하지 아니하여 대지권이 계속하여 미등기인 채로 남아 있게 되었다. 4. 그러다가 1999년에 축협은 위 근저당권을 실행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다. 위 경매절차에서 집행법원은 집행채권자인 축협으로 하여금 A의 분양대금 완납 사실, A가 작성한 위의 각서, 이 사건 상가에 관하여 대지권의 분리처분을 가능하게 하는 규약이 없는 점 등을 확인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입찰가격은 대지권 부분이 반영되지 아니한 건물 부분(84,000,000원)만으로 정하여졌다. 5. 위 경매절차에서 원고가 낙찰을 받았고,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 Ⅲ. 評 釋 1. 머리말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그 집합건물의 최초분양자를 상대로 직접(대위의 방법으로 함) 대지권의 설정을 목적으로 한 등기를 청구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이 사건 사안의 핵심이다. 2.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을 취득하는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는 누구나 대지 전체에 관하여 이를 이용할 권리(토지소유권의 공유 또는 지상권·임차권의 준공유)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를 대지사용권이라 한다. 집합건물과 대지는 위와 같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집합건물의소유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함)은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을 나누어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여, 그 일체를 꾀하고 있다. 즉, 구분소유자의 대지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의 처분에 따르게 하고, 원칙적으로 전유부분과 분리해서 대지권만을 처분할 수 없게 하였다. 그런데 가령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아파트 부지를 매입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분양하였을 경우에 아파트가 준공되었음에도 아직 아파트 부지에 관한 지적공부가 정리되지 않은 관계로 대지권의 등기가 없이 구분소유권의 등기만 경료된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 아파트를 매매한다든가 이 사안처럼 경매에 붙여지는 경우에 그 매수인 또는 낙찰자가 과연 대지권을 취득하게 되는가가 문제된다. 또 대지권을 취득한다고 한다면 그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어떻게 경료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다음 항목에서 다루게 된다. 구분소유권과 대지권의 관계에 관하여 대법원에서는 1995년에 주목할 만한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 1995. 8. 22. 선고 94다12722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안을 보면, 구분소유자가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하여서만 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그 설정 당시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면 대지권에 관하여도 추가로 저당권을 설정하여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이 저당권설정자는 나중에 대지권등기를 하게 되었음에도 대지권에 저당권설정등기를 하지 않던 중, 위 구분건물이 경매에 들어가게 되었다. 배당절차에서 위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관하여도 우선변제를 요구하였으나, 배당법원은 이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배당이의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대법원은 저당권자의 대지부분에 대한 우선변제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저당권의 효력이 종물에도 미친다는 규정이 저당부동산에 종된 권리에도 유추적용됨을 전제로 하면서,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만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은 대지사용권의 분리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전유부분의 소유자가 사후에라도 대지사용권을 취득함으로써 전유부분과 대지권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 대지사용권에까지 미치고 여기의 대지사용권에는 지상권 등 용익권 이외에 대지소유권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저당권자는 대지부분에 대하여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대법원은 1996년에는 위 1995년 판결의 취지에 다소 배치되는 판결(96다14661)을 선고하였으니, 그 판지를 요약하면, 최초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만을 경료한 X가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가 저당권이 실행되고(최초 수분양자는 X에게 전유부분의 이전등기를 경료한 후, 경매 전에 대지권의 대상이 되는 소유지분의 이전등기를 받았음), Y가 낙찰을 받은 후에 비로소 X는 위 대지지분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았던 바, 이런 경우에도 X는 Y에게 집합건물법 제7조에 의하여 구분소유권매도청구권을 가진다는 결론이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 Y는 대지지분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만을 가질 뿐이고 대지사용권 자체는 없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는 매우 많은 비판이 뒤따랐는데, 이 판결은 결국 뒤에서 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폐기되었다. 또, 대법원은 1997년에 이 문제와 관련된 주목할 만한 결정(97마814)을 하였는데, 그 취지를 요약하면, 앞서 본 1995년의 판례를 전제로 하여,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경매신청이 있을 경우에 집행법원은 대지사용권이 있는지에 관하여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고, 그 결과 전유부분과 불가분적인 일체로서 경매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지사용권의 존재가 밝혀진 때에는 이를 경매 목적물의 일부로서 경매평가에 포함시켜 최저입찰가격을 정하여야 함을 천명하였다. 그러다가 대법원은 2000년에 전원합의체 판결(98다45652)을 통하여 앞서 본 96다14661 판결을 폐기하면서 ‘집합건물의 건축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함께 분양의 형식으로 매수하여 그 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소유권취득의 실질적 요건은 갖추었지만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받고 대지지분에 대하여는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지 못한 자는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써 전유부분의 소유를 위하여 건물의 대지를 점유·사용할 권리가 있는바, 매수인의 지위에서 가지는 이러한 점유·사용권은 단순한 점유권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본권으로서 집합건물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구분소유자가 전유부분을 소유하기 위하여 건물의 대지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인 대지사용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수분양자로부터 전유부분과 대지지분을 다시 매수하거나 증여 등의 방법으로 양수받거나 전전 양수받은 자 역시 당초 수분양자가 가졌던 이러한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고 판단하여, 오늘 주제 중 전전양수인의 대지권 취득 여부에 관한 쟁점을 모두 해결하여 주었다. 그래서 본건 사안을 중심으로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치고(민법 제358조 본문), 집합건물 구분소유자의 대지사용권은 그가 가지는 전유부분과 분리하여 대지사용권을 처분할 수 없으므로(집합건물법 제20조), 구분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만 경료되고 대지지분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기 전에 전유부분만에 관하여 설정된 근저당권에 터잡아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전유부분에 대한 대지사용권을 분리처분할 수 있도록 정한 규약이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인은 경매목적물인 전유부분을 낙찰받음에 따라 종물 내지 종된 권리인 대지지분도 함께 취득하였다고 해석된다. 한편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22604 판결은 위와 같은 경우에 더 나아가 ‘비록 집행법원이 구분건물에 대한 입찰명령을 함에 있어 대지지분에 관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매절차를 진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등기가 경료된 후 집행법원 촉탁에 의하여 낙찰인이 대지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것을 두고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득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의 성립도 부정하고 있다. 3.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해당 대지권에 관한 등기를 경료하는 방법 대지권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한 집합건물의 낙찰자가 대지사용권을 취득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렇다면 이런 낙찰자가 어떤 방법으로 대지권에 관하여 등기를 경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먼저, 낙찰자가 대지지분에 관하여 수분양자 또는 그 전전 양수인을 대위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이 때 등기부에 기재하는 등기원인은 ‘아무 날 어떤 건물 몇 호 전유부분 취득’이라고 함), 그래서 대지지분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 스스로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신청할 수 있음은 아무 의문이 없다. 그 동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에 많은 등기를 동시에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간편한 방법을 찾다가 착안을 한 것이 낙찰자가 집합건물의 건축자를 상대로 직접 대지권을 설정하는 뜻에서 대지권변경등기를 바로 청구하는 방법이었고(1997. 1. 30.자 등기 3402-77 질의회답, 1999. 3. 18.자 등기 3402-296 질의회답 및 2002. 1. 25.자 등기 3402-65 질의회답 등의 등기선례를 보면 분명하지는 않지만 같은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등기법시행규칙 제60조의2가 그 근거조문이다. 그에 따른 대지권변경등기청구 사건이 바로 이 사건이고, 그에 대하여 인용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위 인용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고, 이에 근거하여 대지권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2003-05-26
부동산실명법상의 명의신탁과 부당이득
1. 사실개요 1. 원고 甲은 처의 계모인 丙명의로 피고 A건설회사(이하 “피고 A”)가 신축 분양하는 사건 부동산인 아파트(이하 “아파트”)를 분양받기로 하고 1992.11.3. 丙의 승낙하에 수분양자를 丙으로하여 피고 A와 아파트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분양대금을 완납하고1995.3.16. 丙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원고 甲은 아파트의 취득에 따라 丙에게 부과된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납부하였고, 그 무렵부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3. 丙이 1997.7.20. 사망하자 丙의 상속인인 피고 乙이 1997.12.13. 아파트에 관하여 상속을 원인으로 하는 피고 乙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원고 甲은 1997.8.14. 소외 丁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후 피고 乙에게 丙에 대한 명의신탁과 丁에 대한 매매경위를 설명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요구하였으나 피고 乙은 거부하였다. 5. 원고 甲은 주위적 청구로서 피고 乙은 피고 A에게 진정한 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주장하였다. 6. 또한 원고 甲은 예비적 청구로서 피고 乙은 아파트에 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고, 원고 甲이 丁에게 손해배상한 금액을 지급하라고 주장하였다. Ⅱ. 대법원 판결요지(대법원 2002.12.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법률신문 2003.2.13자, 8면)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제공한 비용을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당해 부동산에 관한 소유명의를 취득한 것이고, 명의수탁자는 부동산실명법 시행에 따라 당해 부동산에 관한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함으로써 당해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부동산실명법 제3조 및 제4조가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되는 것을 막는 취지의 규정은 아니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자신이 취득한 당해 부동산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Ⅲ. 명의신탁의 연혁적 고찰 1. 명의신탁이라 함은 일제하 조선고등법원의 판례에 의하여 생성된 관습법상의 제도로서 대내적인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신탁목적물을 관리·수익하며 처분까지 할 수 있지만, 대외적인 공부상의 소유명의는 수탁자로 하는 제도를 말한다. 판례는 명의신탁이라는 용어를 처음부터 사용한 것이 아니라 신탁행위, 신탁적 양도행위, 신탁 등의 혼란을 거쳐 명의신탁으로 정착되었다(졸고,명의신탁,고시계,1992.4,89). 이러한 판례상의 명의신탁은 처음으로 1981년 12월 31일 상속세법(법률 제3474호) 제32조의 2 제1항에서 성문법상 제도에 편입하여 증여에 해당한다고 하였고, 1990년 8월 1일(법률 제4244호)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7조에서 명의신탁금지라는 표제아래 명의신탁이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명기되었다. 2. 명의신탁은 1910년대 일제하 토지조사사업 당시 조선부동산등기령의 입법적 미비로 인하여 종중재산을 종중명의로 등기할 방법이 없게 되자 조선고등법원이 舊韓國의 법률을 빙자하여(舊韓國의 법률에 이러한 명의신탁제도가 있었는지 의문이 있고, 1910년대 조선고등법원의 판결에는 “구한국의 법률에 의하면” 또는 “조선의 관습에 의하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종원에게 등기된 종중재산의 법률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판례법상의 제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선고등법원의 명의신탁에 관한 판례는 해방이후 대법원에 의하여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이를 일반국민들보다는 식자층사회에서 조세절감(사실상 탈세), 편리성 등을 이유로 광범위하게 이용되었다. 1970년대 후반 중동진출에 따른 막대한 외화유입이 환물투기로 이어지면서 몰아닥친 부동산투기에 일반국민들까지 명의신탁수법을 이용하면서 특히 세금포탈과 관련하여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게 되었고(당시 대법원판례가 “명의신탁은 신탁법상의 신탁이라고 할 수 없고, 명의신탁은 상속세법 제32조의 2에 의한 증여라고 볼 수 없다(대판 1979.1.16,78누396 등)”고 하여 국세청이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되자 불로소득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81년 12월 31일 상속세법을 개정하여 명의신탁을 모두 증여로 의제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였다(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개정된 상속세법 제32조의 2 제1항의 증여의제 규정은 합의 또는 의사소통하에 명의신탁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일방적으로 명의신탁한 경우에는 적용이 없다고 하면서 증여의제 규정을 좁게 해석하였다(대판 1985.3.26,84누748 등). 더욱이 이러한 상속세법상 증여의제입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일부위헌결정을 내려 조세회피 또는 조세포탈의 목적이 없는 명의신탁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헌재 1989.7.21,89헌마38)고 하자, 또다시 명의신탁은 유행하게 되었다. 급기야 정부는 부동산투기대책의 하나로서 1990년 8월 1일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을 제정하였고, 이 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한 경우에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제7조 제1항, 제8조의 규정 자체에 의하더라도 명의신탁약정이 사법적 법률행위의 효력까지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대판 1993.8.13,92다42651) 위 규정을 단속규정으로 해석하였다. 이에 다시금 부동산투기가 재연되자, 정부가 강력한 입법으로 이를 규제하고자 결국 명의신탁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하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3. 일제 초기 명의신탁에 도입될 당시에 그 근거가 되었던 구한국법하의 법률 등 불명확한 부분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해방을 거치면서 명의신탁은 점차 한국 고유의 관습법, 판례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아 갔다. 그래서 법원은 명의신탁에 대한 세무당국의 증여세 부과문제에 대하여 매우 소극적으로 해석하였고, 심지어 세법 개정으로 근거법령을 신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매우 좁게 해석하여 명의신탁의 보호에 적극적이었다. 명의신탁은 1970년대 이후에는 불법적인 탈법행위로 부동산투기 수법의 하나로서 이용되어 그 제도적 성질이 많이 변질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법상의 예외사유에 속하는 경우처럼 법적으로 보장되어 존속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관습법으로서 살아있는 법(lebendes Recht)의 역할을 하고 있던 명의신탁제도를 성문법상으로 규제·금지한다고 해서 앞으로 일반시민사회의 거래계에서 완전히 없어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Ⅳ. 부동산실명법하에서의 명의신탁의 종류 1.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 약정을 금지하고(제3조 제1항) 사법적 효력도 무효로 하고 있다(제4조 제1항). 나아가 물권변동의 효력도 발생하지 아니한다(제4조 제2항). 다만 명의신탁 약정 및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제4조 제3항). 부동산실명법하에서의 명의신탁은 단순명의신탁, 중간생략명의신탁, 계약명의신탁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본 사안에서 문제가 된 명의신탁의 유형은 신탁자인 원고 甲과 수탁자인 丙이 명의신탁 약정을 한 후 아파트를 매도인인 피고 A로부터 수탁자인 丙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로서 계약명의신탁이다. Ⅴ. 계약명의신탁의 법률관계 1. 계약명의신탁의 법률관계는 크게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는 경우와 알았는 경우로 구분하고 각각 그에 대하여 수탁자와 매도인, 신탁자와 매도인,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의 법률관계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사안에서 문제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는 경우로서 신탁자와 수탁자의 관계에 한정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2.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의 관계 1)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 2) 계약명의신탁에서의 매매계약은 매도인과 수탁자가 하고, 신탁자와 수탁자는 명의신탁약정과 함께 수탁자가 부동산을 매수하여 관리하다가 신탁자의 의사에 따라 신탁자에게 이전하여 주기로 하는 위임계약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이 경우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되지만, 이 무효가 위임계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신탁자와 수탁자사이에는 본인을 밝히지 않는 간접대리의 위임관계가 존재하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위임계약은 유효하다는 견해(이은영)와 법률행위의 일부무효에 관한 법리(민법 제137조)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은 양자사이의 계약관계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또한 위 견해에 따를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명의신탁 약정 뿐 아니라 위임계약도 무효로 된다고 하는 견해(고상룡,권오창,목영준,박길성,박동진,양창수)가 있다. 생각건대 형식적으로 명의신탁약정과 위임계약이 별도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약정에는 위임계약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보통 거래계에서는 명의신탁의 무효는 위임계약에 영향을 미치는 유인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위임계약 역시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이다. 3)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기 때문에 수탁자가 명의신탁약정으로 신탁자로부터 받은 급부(예컨대 부동산매수대금)에 대하여 신탁자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이것은 명의신탁약정이 민법 제746조의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계있다. 부동산실명법의 취지는 실권리자명의의 등기를 강제하기 위한 것이지 명의신탁약정에 의한 등기가 바로 반사회적 행위라고 볼 수 없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견해(고상룡,권오창,박길성,박동진,양창수)와 부동산실명법의 금지규정은 민법 제103조의 특별규정이므로 무효인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적 법률행위로서 그들간의 반환청구는 불법원인급여라고 하는 견해(김상용,박종두,윤철홍,이은영)가 있다. 생각건대 부당이득반환을 부정하게 되면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이 훼손되고, 또한 부동산실명법상의 무효는 사회정책적인 입법필요에 따라 무효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민법 제746조의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신탁자는 수탁자에게 매매대금 등을 부당이득으로 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다. 4) 나아가 그렇다면 수탁자가 신탁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등을 이용하여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고 한다면 신탁자는 매매대금 대신에 그 부동산 자체를 현물로 반환청구 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수탁자는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에 의하여 부동산을 취득하였으므로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신탁자가 입은 손실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자신이 제공한 매매대금이라고 할 것이고, 현물반환을 긍정하려면 부동산 실명법의 입법의도가 훼손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현물반환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권오창.김상용.박길성.박동진.양창수)와 부동산실명법 제4조의 취지가 당해 부동산을 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취지는 아니라고 하면서 현물반환을 긍정한는 견해(졸고,명의신탁등기,고시계,1997.2.06)가 있다. 생각컨데 헌법상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근거로 사적자치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 부동산실명법의 기본취지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신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를 강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 또는 형사처벌토록 하면서 명의신탁을 무효로 한 것은 사회정책적 입법필요에 의한 무효이고, 일르 근거로 명의신탁약정이 바로 민법 제103조상의 반사회질서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더욱이 부동산실명법 제3조와 제4조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자에게 부동산소유권을 귀속시키고자 하는 취지는 아니다. 세금포탈로 인한 명의신탁의 부정적 측면인 부동산쿠기는 과세문제로 해결하여야 한다. 따라서 부당이득으로서 현물반환을 긍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론 원고 갑이 피고 을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하는 아파트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한 대법원의 판지를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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