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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전문
제조물책임법상 설계상의 결함
[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제조물을 만들어 판매하는 자는 제조물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재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 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하여야 하고, 이러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그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와 같은 결함 중 주로 제조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 즉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 제조업자 등은 표시상의 결함(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이 인정될 수 있고, 그와 같은 결함이 존재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제조물의 특성, 통상 사용되는 사용형태,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의 내용, 예상되는 위험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및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의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1. 사실관계 주식회사 대한항공 소속 헬기의 조종사들이 시계가 불량한 관계로 시계비행방식을 포기하고 계기비행방식으로 전환하여 기온이 영하 8°C 까지 내려가는 고도 6,000피트 상공을 비행할 때 피토트 튜브(pitot/static tube, 動靜壓管)의 결빙을 방지하기 위한 피토트 히트(pitot heat)를 작동시키지 아니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피토트 튜브가 얼어 헬기의 실제 속도와 달리 속도계에 나타나는 속도가 감소하고, 또한 속도계와 연동하여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태빌레이터(stabilator)의 뒷전이 내려가면서 헬기의 자세도 앞쪽으로 기울어졌으나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속도계상 헬기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속도를 증가시키려고 출력을 높임으로써 헬기가 급강하하게 되었으며, 조종사들이 뒤늦게 헬기의 자세를 회복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헬기의 주회전날개 중 하나가 후방 동체에 부딪혀 헬기가 추락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대한항공(주)에 대하여 제조물에 대한 설계상의 결함 등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주요쟁점은 제조물의 결함 존재 여부였고, 원심은 설계상의 결함 존재에 대한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에서도 판결요지에서 보는 이유로 설계상의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하였다. - 판 결 요 지 - 제조물의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장단점 등 여러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 - 평 석 요 지 -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 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제조물책임법 제정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 '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2. 제조물책임과 결함 제조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엄격책임으로서의 제조물책임은 불법행위법의 특별법으로서 제조물책임법(2000.1.12. 법률 제6109)의 제정으로 새로이 도입되었고 같은 법 부칙 규정에 의하여 2002.7.1. 이후 공급된 제조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 사건 헬기에는 적용될 여지는 없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의 시행 후의 판단이기 때문에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에 대해 염두에 두고 판단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같은 법에서는 결함의 종류로 제조상의 결함과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을 규정하고, 결함이란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사건에서 문제된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이다. 설계상의 결함에 대하여 제조물책임법 제2조 제2호 나목은 ‘제조업자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채용하였더라면 피해나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설계를 채용하지 아니하여 당해 제조물이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할 때는 어떤 면에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고 평가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거의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체설계에도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합리적인 대체설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결함이 부정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 또는 과실 유무와는 관계없이 제조물의 결함만 존재하면 제조업자는 무과실책임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제조물에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하여 피해(확대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해당 제조물의 제조업자는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2조에서 결함을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이어서 제조상의 결함, 설계상의 결함, 지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해 각각 정의하고 있는데 결함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3. 결함의 판단기준 제품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표준일탈기준, 소비자기대수준, 위험효용기준, 바커기준(Barker test) 등이 있다. 소비자기대기준은 소비자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에 결함의 존재를 인정한다. 누가 통상적인 소비자인가가 문제되는데, 그 사회의 통상적인 지식을 구비한 자를 말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소비자가 제조물의 위험한 상태를 예견하고 그로부터 발생가능성 있는 사고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경우에 부당하게 위험한 제조물이 되지 않게 된다. 예컨대 예리한 칼과 같이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는 판단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기대수준은 그 기준이 애매하고 주관적이어서 결함판단기준으로서나 책임의 근거로서 그 가치가 점점 감소되고 있으며, 제조자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한 제조상의 결함에 적용되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기대수준은 현재 독자적인 기준은 되지 않고 위험효용기준의 한 요소로서 이용되고 있다. EC지침은 소비자기대기준을 채택하고 있다(EC지침 제6조). 결함의 판단기준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설계상의 결함과 경고상의 결함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 위험·효용기준은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용성을 비교하여 위험성이 효용성을 능가할 때 그 제품이 결함이 있다고 한다. 위험?효용기준은 결함판단기준으로서 현재 미국 법원의 압도적 견해이다. 바커기준은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이 1978년 바커사건에서 엄격책임에 있어서의 ‘부당한 위험’이라는 요건을 배제하면서 새로운 ‘결함의 판단기준’을 보인 것에서 유래한 기준이다. 동법원은 ① 의도된 방법 또는 합리적으로 예상 가능한 방법에 의한 제품사용에 관하여 그 제품이 소비자가 기대하는 통상의 안전성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 ② 제품의 설계가 손해의 원인임을 원고가 입증, ③ 현재의 설계에 의해 초래되는 위험의 중대성 및 개연성, ④ 안전한 대체설계의 기술적 가능성, ⑤ 개선설계에 소요되는 비용, ⑥ 대체설계에 의해 제품 및 소비자에게 생기는 악영향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것을 고려한 후 현재 사용 중인 설계에 의한 이익이 그 설계에 본래 따르는 위험을 상회한다는 사실을 피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설계상의 결함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바커기준은 1차적으로는 소비자기대기준을 고려하고, 이러한 소비자기대기준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위험·효용기준을 채택한 것이다. 4. 제조물책임의 결함에 대한 종전 판례의 태도 종전 우리나라의 판례는 제조물책임과 관련하여 과실 책임에 근거한 불법행위의 범위를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견지해왔고, 결함의 개념이나 유형, 결함의 판단기준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다만 결함에 대하여 대법원은 1992년 변압변류기 폭발사건에서 “제품의 구조, 품질, 성능 등에 있어서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 또는 하자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제조업자는 계약상의 배상의무와 별개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1992.11.24, 92다18139). 또한 1995년의 TV 폭발사건(속초지방법원 1995.3.24, 94가합131)에서는 “현대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라고 하여, 결함판단기준에 관하여 표면상으로 소비자기대수준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고 그에 관한 소송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직까지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된 판례도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판결이 향후 제조물책임에서 설계상의 결함에 대한 하나의 잣대 역할을 하리라 본다. 5. 대상판결의 검토 대상판결은 설계상 결함여부는 제품의 특성 및 용도, 제조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내용, 예상되는 위험 내용, 위험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 사용자에 의한 위험회피 가능성, 대체설계의 가능성 및 경제적 비용, 채택된 설계와 대체설계의 상대적 장단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의 제조물은 제조물책임법 이전에 공급된 것이어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결함으로 인한 책임은 제조자의 기대가능성을 전제로 한 과실 책임의 일환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제조물책임법 제정 이후 설계상의 결함으로서「합리적 대체설계」의 판단기준과 표시·경고상의 결함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제조물책임법은 2002.7.1. 이후 공급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동법 제4조 제2항)가 동법 시행 이전에 판매된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가 검토되어야 한다. 제조물 계속 감시의무는 제조자가 부담하는 안전에 대한 기본의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시행 전에 판매된 제품에 관하여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합리적’이라는 용어 속에는 합리적 인간의 행동관점에서 대체설계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또한 합리적인 대체설계라는 것은 결국 위험과 효용을 비교형량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기준에 의한 설계상의 결함을 판단함에는 몇 가지의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체설계의 효용성의 문제로서 효용성이 우수하다면 해당제조물에 다소의 결함이 있다고 하여도 이를 결함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지시·경고상의 결함의 문제가 된다. 둘째, 개발위험의 항변과 관련하여 대체설계는 당시의 최고수준의 기술적 가능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대체설계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술적으로 대체설계의 채용이 가능하다고하여도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넷째, 대체설계에 따른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도 평가하여야 한다. 다섯째, 해당 제품에 부착된 지시 및 경고의 정도도 고려하여야 한다. 설계상의 위험에 대한 결정 여부는 제조물의 위험성과 효율성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는 위험·효용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결함 있는 제품을 공급한 제조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개발, 설계과정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거래의무에 대한 위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효용기준에 관해 제품의 효용이 위험을 상회하는데 따른 입증책임은 제조자 측에서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설계상의 결함은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별도의 이익과 불이익의 평가가 요구되고, 이는 과실에 근거한 책임과 동일한 일반적인 목표를 성취한다고 설명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4-02-09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고의 의미
Ⅰ. 사안 및 판결의 검토 1. 사안의 요약 원고는 보험회사로서 오토바이 소유자인 소외 J와 그 오토바이에 대하여 자동차책임보험(대인보험 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8. 초순경 J는 오토바이를 자신의 주거지 앞 골목길 맞은편 건물 담벼락에 세워 놓은 뒤 더 이상 운행을 하지 아니하였고 그러던 중 오토바이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 바람이 빠졌고 J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방치하였다. 한편 위 골목길은 승용차 한대가 빠져나갈 정도의 좁은 길이었다. 같은 달 19. 저녁 위 골목길에서 놀던 세살된 여자아이 H가 위 오토바이에 올라타다가 오토바이가 넘어지면서 이에 깔려 H가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함).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사고는 자동차책임보험에서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자동차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므로 보험금지급채무가 없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하여 H의 아버지인 피고는 반소로서 원고에게 책임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2. 제1심 및 항소심의 판단 본 사안에 대하여 제1심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운행’의 의미는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동차 고유의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할 것이고, 자동차가 반드시 주행상태에 있지 아니하더라도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하여 자동차에 의하여 작출된 위험성이 종료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에 해당된다고 보아 이를 자동차의 운행이라 볼 수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가 터진 상태로 지면에 거의 수직으로 주차되어 있어서 작은 충격에도 넘어질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주택가로서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곳이므로 주차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등의 경우에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이 있는 곳이므로 위와 같이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은 것은 오토바이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과 관련한 위험이 종료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어서 운행에 해당된다”라고 판시하면서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J가 오토바이를 주택가 골목길에 열흘 이상 주차하여 두었다고 하여 H가 주차중인 오토바이에 올라가려다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다치게 된 이 사건 사고를 오토바이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원고의 책임보험 약관에 의하면 원고는 피보험자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조에서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조 제2호에서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에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J가 위 오토바이의 앞·뒤 바퀴에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외발이 받침대에 비하여 오토바이의 차체가 상대적으로 낮아져서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탓으로 오토바이가 쓰러질 위험성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매일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어주기만 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는 J가 오토바이를 소유, 사용, 관리함에 있어서 주차시킬 때에 지켜야 할 주의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원고가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이 사건 오토바이의 소유, 사용, 관리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Ⅱ. ‘운행’이란 개념의 해석 1. 운행의 개념에 관한 학설 등에 관하여 자동차의 ‘운행’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 네 가지 학설이 있는 데 ① 당해장치인 원동기에 의하여 육상을 이동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원동기설 ② 당해장치를 반드시 원동기에 한하지 아니하고 조향, 제동, 기관, 기타 주행과 관련된 주행장치를 포함한다는 주행장치설 ③ 당해장치를 고정장치로 보는 것으로 원동기 및 주행장치 이외에 자동차의 고정장치인 문이나 화물자동차의 적재함의 측문 혹은 후문, 크레인차의 크레인 등을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도 운행이라고 보는 고유장치설 ④ 주·정차라 하더라도 자동차가 차고를 출발하여 다시 차고에 들어갈 때까지의 일련의 운전행위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차고출입설 등이 있다. 위 학설중 ④번으로 갈수록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학설 모두 차량의 외부적·객관적 상황을 중시한 것은 사실이나 이와 함께 차량운행자의 주관적 운행의사 또한 운행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참작하고 있다. 2. 운행과 관련한 대법원의 판결검토 먼저 운행과 관련된 대법원의 입장은 대체적으로 ③번 고유장치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대법원은 “운행이라 함은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바 당해 장치란 운전자나 동승자의 화물과는 구별되는 당해 자동차 고유의 장치를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각종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1988. 9. 27. 선고 86다카2270판결, 1980. 8. 12. 선고 80다904 판결 등 다수)라는 취지로 해석하면서 “화물하차작업 중 화물고정용 밧줄에 오토바이가 걸려 넘어져 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물고정용 밧줄은 물건을 운송할 때 일반적·계속적으로 사용되는 장치가 아니고 적재함과 일체가 되어 설비된 고유장치라고도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31. 선고 95다19232 판결), “트레일러로 견인되는 적재함에 부착되어 있는 쇠파이프를 철거하는 수리작업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자동차의 운행중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359 판결), “인부가 통나무를 화물차량에 내려놓는 충격으로 지면과 적재함 후미 사이에 걸쳐 설치된 발판이 떨어지는 바람에 발판을 딛고 적재함으로 올라가던 다른 인부가 땅에 떨어져 입은 상해를 입은 경우 위 발판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가 아니다”(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8101호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였는데 이러한 판례들은 대법원의 기본적 시각이 고유장치설에 의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부 판결에서는 차고출입설에 입각한 듯한 판결도 보이는데 “자동차는 운전사가 이를 교통에 쓰기 위하여 도로에 두어 그것에 의하여 작출되는 위험한 상태가 계속되는 한 운행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도로로부터 끌어내어 차고 내지는 도로 이외의 장소에 둘 때 비로서 운행은 차단된다고 하여야 할 것인 바…레미콘트럭으로 시멘트를 운반하다가 이를 일시 도로변에 주차하였고 위 트럭의 주차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도 이는 트럭의 운행 중에 생긴 사고로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84. 5. 16. 선고 83가합4449 판결)이라는 취지는 차고출입설에 의하여 설명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주차와 관련된 사례에 있어서는 “트럭이 미등 및 차폭등을 켜지 않은 채 도로가에 주차하여 둠으로써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트럭운전사의 트럭운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것”(대법원 1993. 2. 9. 92다31101 판결)이라고 판시함으로써 차량이 일반의 교통에 제공되는 도로에 주차된 경우에는 대체로 운행상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Ⅲ. 본 사안에 있어 ‘운행’의 해당여부 앞에서 살핀 이 사건 사고가 자동차의 ‘운행’ 중 사고에 해당하는 지에 대하여는 위 학설 및 판례 외에 오토바이의 특성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들이 추가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1. 일시적 주차, 차량의 방기 또는 차고지 해당여부 먼저 이 사건 사고에 있어서 위 오토바이가 운행상태에 있었는지 아니면 운행을 종료한 상태인지가 의문이다. J는 오토바이를 차량통행이 적은 골목길의 건물 맞은 편에 세워 놓은 뒤 보름가까이 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일상적인 차량관리를 하지 아니하여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방치하였다. 그렇다면 비록 J가 정기적으로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위 오토바이는 운행을 종료한 상태가 아닌지 또 추후 운행할 의사도 없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나아가 위 오토바이가 차고지에 입고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도 있다. 오토바이의 속성상 특별한 차고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므로 오토바이는 자신의 집안에 여유가 있다면 집안에 또는 집 주변의 공터에 오토바이를 주차하여 놓으면 결국 차고지에 입고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J의 주거지를 좀 더 정밀히 조사하여 오토바이를 세워 놓은 곳을 일응 차고지로 볼 수 있다면 자동차의 운행은 종료한 것으로 보았어야 할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든다. 2. 정상적인 운행가능여부와 운행의사의 존재여부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오토바이는 차량의 앞·뒤 바퀴가 모두 터져서 정상적인 운행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즉 J가 오토바이를 다시 운행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를 자체적으로 수리하거나 근처의 오토바이 수리업자에게 끌고 가거나 수리업자를 불러 위 오토바이의 양 바퀴의 구멍난 곳을 모두 때우고 바람을 채운 후에야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에는 J의 주관적 의사나 객관적인 상황 모두 오토바이의 정상적인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결론-사고에 대한 가치평가 본 사안에 있어 위 오토바이는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행이 종료되었고 또한 장래 정상적인 운행도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사고는 마치 골목길에 세운 가구나 전자제품이 쓰러져서 근처에 있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한 사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는 책임보험에서 예정하고 있는 자동차로 인한 고유의 위험에서 발생하는 보험사고로 볼 수는 없고 결국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003-12-22
의약품 소송
올해초 Newsweek지는 어린이 정신병에 관한 특집을 실었다. 두 자녀가 심한 정신병에 시달리는 한 가정을 기자가 밀착 취재했는데, 비록 이 아이들이 가끔 심한 발작을해서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지만, 아침식사를 아버지의 기도로써 시작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는 정상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기사는 이와 같은 정상생활이 가능하게된 것은 정신병의 원인을 제어하는 신약덕분이라고 전하면서, 정신병은 귀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병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개발되어 정신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신약의 부작용 알고도 사용자에 경고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 책임 인정 다이어트 약으로 인한 심장판막손상 환자들 집단소송 25억불에 화해 이처럼 약은 우리를 질병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너무나 고마운 것이지만, 약도 하나의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회사가 부작용에 대해서 충분한 독성시험 및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이를 판매하거나, 판매후에 신약의 부작용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정하는 조치나 판매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또는 부작용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위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강렬한 경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조물책임이 인정되고 있다. 의약품은 우리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화학품 등과 함께 PL소송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품목이다. 근래 문제되었던 대규모 의약품 PL소송으로는 「Fen-Phen 집단소송」을 꼽을 수 있다. 이 집단소송은 「Pondimin」과 「Redux」라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심장판막손상 등 부작용에 시달리는 환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소송이다. 「Pondimin」의 주성분은 Fenflura-mine 인데, 이는 위액분비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serotonin의 혈중농도를 조절하여 식욕을 감퇴시킨다. Fenfluramine의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중화제가 Phentermine인데, 1992년 Weintraub 박사가 Fenfluramine과 Phentermine을 동시에 복용하는 “Fen-Phen” 요법을 소개하면서 Pondimin의 판매는 급증하여 95년 1월부터 97년 9월까지 4백만명이나 이를 복용했다. 「Redux」는 Fenfluramine의 4촌쯤 되는 Dexfenfluramine이 주성분인데 혈중 serotonin 농도를 조절하는 Pondimin과는 달리 뇌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serotonin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의 흡수를 저해함으로써 식욕을 감퇴시키는 약으로서 96년 6월부터 97년 9월까지 2백만명이 이를 복용했다. 1997년 Mayo Clinic이 24명의 여환자에게서 Pondimin, Redux와 특정형태의 심장판막질환 간의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역학분석결과를 공개하면서, FDA가 이들 약품의 리콜을 권고하고 제조사인AHP(American Home Product)사가 이를 받아들여 판매가 중단되었다. 이후 이들 약품을 복용한 수만명이 연방 및 주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AHP사에 의한 6백만건의 문서제출 및 100명의 AHP직원들에 대한 변론전 증인신문이 실시되었고, 그 결과 AHP사가 심장판막손상으로 인한 혈액역류 부작용에 대하여 임상결과보고서나 부작용보고서(Adverse Event Report) 등에 의해 알았으면서도 이와 같은 부작용에 대하여 경고를 하지 않고 판매를 계속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AHP사는 99년 여름 배심원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소송에 패소하게 되면 이미지에 손상을 입어 다른 약품의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을 염려하여 원고들과 25억불에 화해하였다.(Brown et. al v. American Home Products Corp Diet Drugs, No.99-20593, E.D. Pa.) (jasonha@lawdw.com)
2003-09-25
95년이후 발병 '고엽제 소송'
고엽제(Agent Orange)는 월남전에서 정글을 이용하여 매복기습작전을 펴서 미군들을 많이 희생시킨 베트콩들이 숨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사용된 제초제이다. 미국정부는 방위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기하여 Dow Chemical 등 7개 업체에게 제조·공급명령을 내려 고엽제를 공급받아 종전때까지 막대한 양을 정글지역에 살포하였다. 94년 말까지 발견된 후유증만 보상하도록 한 화해안은 적법절차 위배 95년 이후 암발병한 피해자의 소송은 종전판결의 기판력에 저촉 안돼 연방 대법원서 확정...최근 발병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 고엽제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dioxin)이 포함되어 있어서, 참전용사들에게 피부암, 기형아출생, 말초신경병등 다양한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그리하여 79년 1월 월남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7개 제조사와 미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Class Action)을 뉴욕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이 집단소송에서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은 ① 어느 회사가 제조한 고엽제에 의하여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7개 제조사에게 시장점유율에 따른 공동책임을 인정하는 enterprise liability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지, ② 제조사들이 다이옥신의 위험성에 대하여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정부에 경고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③ 제조사들이 미연방정부 방위생산법에 기하여 명령을 받고 고엽제를 납품했기 때문에 대정부공급자항변(government contractor defense)에 기하여 면책받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이 집단소송은 84년 5월 배심원재판 시작직전에 7개 제조사들이 1억 8천만불을 지급하기로 하는 화해안이 합의됨으로써 종결되었는데, 담당판사였던 Weinstein판사는 이같은 화해안이 공평하다고 판단하면서 첫번째와 두번째 쟁점에 대하여 원고측에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In re “Agent Orange” Product Liability Litigation, 597 F. Supp. 740) 그런데, 1억8천만불의 고엽제 화해기금은 94년말까지 발병된 참전용사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고 95년 이후 발병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은 결여되어 있었다. 게다가, 94년말 남은 화해기금마저도 월남참전 용사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게 배분된 후 기금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이와 같이 95년 이후 발병된 고엽제 후유증에 피해자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95년 이후 발병된 참전용사가 제기하는 고엽제 소송을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84년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의하여 그와 같은 소송이 금지된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기 시작하였다. 최근 미연방대법원은 95년이후 암이 발병된 월남전참전용사의 소송이 고엽제 집단소송화해안승인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Dow Chemical Co., et al. v. Daniel Raymond Stephenson et al.) 원고 Stephenson은 헬기조종사로 5년간 참전하였는데 98년에 골수암 진단을 받았고, 원고 Isaacson은 고엽제살포항공기대대에서 2년간 근무했는데 96년에 비호지킨스씨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원심인 연방제2항소법원은 84년 화해안이 모든 향후 클레임을 해결하려고 하면서 94년말까지 발견된 후유증에 대하여만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화해기금이 94년말 폐지되도록 허용한 것은 동 화해안에서 95년 이후 발병한 원고들의 이익이 적절히 대변되었다(adequately represented)고 볼 수 없어 적법절차(due process)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원고들의 소송은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Stephenson v. Dow Chemical Co., No. 007455), 미연방대법원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95년 이후 발병 고엽제소송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판결은 최근 발병된 우리나라 참전용사들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여져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2003-07-17
Toxic mold소송
얼마전 TV 뉴스시간에 무너져 내린 오래된 초등학교 교실천정속에 곰팡이가 가득 슬어져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된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벽, 천정, 환기Duct 등에 생긴 곰팡이를 Mold라고 한다. 집안 곰팡이 때문에 질병 ... 보험사에게 3천2백만불 배상 평결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 건물에 대한 mold제거지침 제정.. Mold는 10만여종이 있는데 이중 Stachybotrys라는 곰팡이의 포자는 mycotoxin이라는 독성물질을 뿜어내서 이를 흡입한 사람에게 발열, 두통, 복통, 피부병, 천식, 만성피로 등을 일으키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폐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까지 한다. 이와 같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Stachybotrys와 Memnoniell라는 곰팡이를 Toxic Mold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별한 원인 없이 시름시름 아픈 경우에 의사들은 환자에게 집안에 Mold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확인해보라고 하며, 환자가 노인이나 면역력이 약한 경우에는 당장 이사하라고 권고한다. 이와 같이 Toxic Mold의 위험성에 대하여 미국민의 인식이 높아지게 된 것은 Toxic Mold 때문에 질병을 얻게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이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유명한 Toxic Mold 소송은 75만불 상당의 저택 소유자가 Fire Insurance Exchange보험사를 상대로 주택보험증권상 수리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다. 주택소유자인 Ballard부부는 동파된 파이프에 의한 누수 피해로 여러차례 집을 수리하고 주택손해배상에 기하여 보상청구를 하고 있었는데 여행중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실내공기질컨설턴트(indoor air quality consultant)인 Holder씨로부터 주택에 Mold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공기샘플을 취하여 세균검사를 받도록 권유받고 이를 실시한 결과 Stachbotrys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Holder씨는 Ballard부부에게 즉시 이사할 것을 권고하였고 이에 Ballard부부는 세간을 몽땅 그대로 놔둔채 집을 나와 새로이 임대한 집으로 이사한 후 소송을 제기 하였다. 2001. 5. 7. 배심원들은 주택교체비용 등 실제손해배상으로 620만불, 위자료로 500만불,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1,200만불, 변호사 비용으로 890만불을 평결하였다. (Ballard v. Fire Insurance Exchange, No.99-05252 Travis Co., Texas, Dist. Ct.) 이에 FIE보험사는 항소하였고 텍사스주 항소법원은 실제손해액 400만불정도만을 인정하고 징벌적손해배상과 위자료는 파기하였다.(Ronald Allison/Fire Insurance Exchange v. Fire Insurance Exchange/Mary Melinda Ballard and Ronald Allison, 98S.W.3d 227) 판결액이 3,200만불에 달하는 위 Ballard평결이후 거의 만여건에 달하는 Toxic Mold 소송이 제기되었는데, 상당수의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고 있다. Delaware주 대법원은 아파트 임차인이 누수 및 Mold로 인하여 천식 등 질병을 얻게 된 경우에 내려진 104만불 손해배상판결을 확정하였고(New Haverford Partnership v. Stroot, 772 A.2d 792), 미연방지방법원 캘리포니아주 동부지원은 Mold로 인한 피해를 수리해 주지 않은 보험회사에 대하여 1,800만불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을 감액하여 300만불을 선고하였다.(Anderson v. Allstate Insurance Co., 2000 U.S. Dist. Lexis 22171, 20848) 화해사례로는 쟈니카슨쇼의 공동진행자였던 Ed McMahon이 파이프 파열수리를 게을리한 보험사로부터 700만불의 보상금을 받은 사실이 최근 공개되었다. 미 환경청은 학교 및 상업용건물의 Mold제거지침(Mold Remediation in Schools and Commercial Buildings)을 제정하였고, 나아가 환풍Duct를 청소하도록 권고하는 지침(Should You Have The Air Ducts in Your Home Cleaned)을 배포하고 있다. 우리정부도 이를 본받아 속히 Toxic Mold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공기질 검사와 Mold제거공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높여주기 바란다.
2003-06-05
강남구청과 대통령간의 권한쟁의
I. 事件의 槪要와 審判의 對象 1. 사건의 개요 (1) 피청구인(대통령)은 2001. 1.29. 대통령령 제17113호로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라는 내용의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을 신설, 제정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강남구)은 그 소속 지방공무원들의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을 정함에 있어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내에서 이를 하여야 하는 제약을 받게 되었다. (2) 청구인은 헌법 제117조, 제118조 및 지방자치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지방자치단체로서 자치입법권, 인적고권 및 재정고권의 헌법상의 지방자치권한을 가지며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1호 마목 및 사목에 의하여 청구인 소속 지방공무원의 수당에 관한 지급기준, 절차, 방법 등을 구체화하는 규칙의 제정 및 시행에 관한 권한과 이에 관련된 예산의 편성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가지는데,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규정을 제정하여 청구인의 이 권한들을 침해하였다고 청구인은 주장하면서 그 침해의 확인과 위 규정의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하였다. 2. 심판의 대상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제4항(이하 ‘문제조항’이라 한다)이 위헌이어서 이를 제정한 행위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 및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규정조항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는 것인지 여부이다. 문제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공무원수당등에관한규정 제15조 ① 근무명령에 의하여 규정된 근무시간외에 근무한 자에 대하여는 예산의 범위안에서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비전임계약직공무원에 대하여는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② 시간외근무수당은 매 시간에 대하여 당해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기준호봉의 봉급액의 7할(계약직공무원의 경우에는 당해 공무원의 연봉월액의 60퍼센트 해당금액의 5할을 말하며, 이하 “봉급기준액”이라 한다)의 192분의 1의 15할을 지급한다. ③ (생략) ④ 시간외근무수당의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한다. Ⅱ. 決定理由의 要旨 헌재공보는 이 사건의 결정이유 요지로 8가지를 제시하고 있으나, 본고에서는 그 핵심적 내용인 다음의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에 법률 이외에 헌법 제75조 및 제95조 등에 의거한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헌법재판소가 “법령의 직접적인 위임에 따라 수임행정기관이 그 법령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면, 그 제정형식은 비록 법규명령이 아닌 고시, 훈령, 예규 등과 같은 행정규칙이더라도, 그것이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상위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헌재 1992.6.26, 91헌마25)한 바에 따라,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 (2) 문제조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문제조항은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한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다. (3) 문제조항은 시간외근무수당의 대강을 스스로 정하면서 단지 그 지급기준·지급방법 등의 범위만을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므로 청구인은 그 한계내에서 자신의 자치입법권을 행사하여 시간외근무수당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자신의 규칙으로 직접 제정하고 이를 위하여 스스로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또 이를 토대로 하여 관련된 인사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게 되는 ‘범위’라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구체적인 결정권 행사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는 획일적인 기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므로, 문제조항은 그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결코 지방자치단체장의 규칙제정권, 인사권, 재정권 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헌법상 자치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4) 헌법 제117조 제1항은 법령의 규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에 우선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거니와 여기서 말하는 ‘법령’ 가운데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되는 것이므로 문제조항이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청구인의 법률상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라면, 그 제한이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한, 이는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문제조항에서 말하는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라는 것은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고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되므로 문제조항은 법규명령에 의한 자치권의 제한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의 “법률상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 Ⅲ. 評 釋 1. 헌법 제117조 제1항 소정의 ‘법령’의 의미 헌법 제11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은 법률 이외에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과 같은 법규명령이 당연히 포함된다. 다만, 행정규칙의 형식을 취하지만 그것이 법규적 성질을 갖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바, 이러한 이른바 ‘법규적 성질(내용)을 갖는 행정규칙’ 또는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도 위 법령에 포함될 것인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대판 1987.9.29, 86누484; 1994.3.8, 92누1728; 2002.9.27, 2000두7933)와 헌법재판소의 판시(헌재 1992.6.26, 91헌마25)는 이를 긍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고 한 헌법재판소의 판시는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2. 문제조항 중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문제조항 소정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본다. ① 먼저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는 그 형식이 부령이 아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점은 헌법재판소가 이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으로 본 것과도 일치한다. 입법기술상 법규명령인 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한다” 또는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범위”로 정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도시개발법 제63조 제8항(“건설교통부령으로 정한다”)에 따라 동법시행규칙 제33조를 두고 있는 반면에(유사형식으로 동법 제70조 제4항과 시행규칙 제34조 제2항, 법 제72조 제2항과 규칙 제33조 제1항, 법 제38조 제2항과 규칙 제22조 등), 문제조항과 같은 형식을 취하는 동법 제5조 제4항 및 제57조 제1항(“건설교통부장관이 정한다”)은 부령인 시행규칙의 어디에도 관련규정이 없다. 뿐만 아니라 동법시행령 제25조 제2항, 제28조 제3항, 제32조 제1항 및 제4항, 제46조 제6항, 제47조 제2항, 제48조, 제62조 제3항, 제63조 제4항에서도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장관이 정한다”) 부령인 시행규칙에는 아무런 관련규정이 없다. 같은 규정형식을 취한 동법시행령 제65조 제4항 하나만이 시행규칙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이는 곧 문제조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가 행정규칙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② 그러나 백번 양보하여 이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에 포함되지 않는 “법규명령이 아닌 ‘단순한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것”과의 관계에서 볼 때 위 문제조항의 관련 부분을 헌법재판소와 같이 해석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한정합헌 유사적 판단으로 보인다. 즉, 어떠한 경우에 전자 또는 후자에 속할 것인지의 판단이 불명확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따르게 되면 매 사안마다 법원에 의하여 해석기준의 불명확성에 따른 무원칙적 판단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 문제조항은 그 불명확성의 정도가 과도하여 위헌·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할 것이다. ③ 다만, 문제조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의하여 정하여지는 범위”로 극히 예외적으로 이해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결론과 같이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청구인의 헌법상 자치권한에 대한 본질적 침해인지 여부 결정이유요지 (3)에서 밝힌 헌법재판소의 판시내용은 그 자체로서는 전혀 틀리다고 할 수 없으【15면에서 계속】 나,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구체적인 결정권 행사를 하는 경우에 있어 법원으로서는 매 사안별로 헌법상의 자치권한이 본질적으로 침해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어 어려움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4. 문제조항과 청구인의 입법권한의 충돌-권한쟁의 사유 결정이유 요지 (4)의 전반부와 같이, 헌법 제117조 제1항에 의하여 법령의 규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에 우선하고, 위 ‘법령’에는 법규명령으로서 기능하는 행정규칙이 포함된다. 그런데 문제조항이 (위 2. ③에서 보듯이 비록 극히 예외적이긴 하나)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에 해당되고 또 그에 의하여 청구인의 법률상의 권한을 제한하도록 한 것인 때에는, 문제조항인 국가입법(대통령령)과 청구인의 자치입법권 사이에는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한 다툼이 존재하게 되므로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권한쟁의의 사안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단순히 ‘법규명령으로 기능하는 행정규칙’ 개념의 적용을 통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것으로서, 이미 결정해 둔 소극적 결론에 대입시키고자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5. 결어 본 사안의 결론은 ‘법규적 성질을 갖는 행정규칙’임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바, 이 점은 문제조항인 당해 조문(제4항)의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를 이에 해당한다고 만연히 판단하고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작 요구되는, 당해 조항에 근거하여 행정자치부장관이 행정규칙으로 정한 범위가 실질적으로 법규적 성질을 갖는 행정규칙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원에 의한 구체적인 평가절차가 있어야 함에도 이를 결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 사건 판례의 취지대로라면 이같은 형식의 규정에 따른 다른 유사사례의 해결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다. 즉, 매 사안의 판단시 당해 사건 담당 법원이 문제조항의 형식에 따른 행정규칙에 대하여 만연히 법규적 성질을 갖는 것으로 간주한 후 쉽게 원하는 결론을 내리게 될 우려가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첨언하건대, 본고는 대통령령이 정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범위’의 의미를 여하히 판단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것이므로, 본안에 관한 사항인 권한의 침해 여부에 대한 것은 여기서 상세히 다루지 않았음을 밝힌다.
2003-05-22
채권자대위에 의한 처분금지효가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는 것에도
Ⅰ. 事實關係 대법원판결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관계를 이 평석에 필요한 한도에서 간단하게 보면 다음과 같다. 원고가 1987년 8월에 甲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였는데, 甲은 대금을 다 지급하기 전에 이를 피고에게 매도하였다. 피고는 1989년 1월에 갑에 대하여, 그리고 甲을 대위해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이 두 차례나 파기환송되는 곡절을 겪으면서, 1998년 10월에야 상고기각으로 종결되었다(원고에 대한 대위청구부분에 대하여는 “원고는 甲으로부터 매매잔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甲에게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그 소송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계속 중이던 1997년 7월에, 즉 사실심에서의 변론종결 후에, 원고는 甲에게 기간을 지정하면서 잔금의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이 도과하면 매매계약은 해제된다는 내용의 서면을 보냈다. 甲이 그 기간을 도과하자 피고는 동년 8월에 甲에게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뜻의 서면을 다시 보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건명이 「채무부존재확인」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가 위와 같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으므로 피고가 前訴에서 대위행사하였던 甲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제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을 청구한 것으로 추측된다. 원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 이유는 요컨대 원고가 대위채권자인 피고를 관여시킴이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이를 피고에게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심판결에서과 같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Ⅱ. 判決趣旨 “채권자가 채권자대위권에 기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 그 사실을 채무자에게 통지하였거나 채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때에는 채무자가 그 권리를 처분하여도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것인데… 원고가 피고의 채권자대위권 행사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종전 소송의 재파기환송 후 그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여 그 사건이 상고심에 계속되어 있던 중에, 채무자인 甲에게 반대의무의 이행을 최고하였으나 甲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채무자인 甲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처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채권자인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그 결과 제3채무자인 원고 또한 그 계약해제로써 피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 Ⅲ. 評釋 1. 序 민법 제405조 제2항은 채권자대위의 목적인 채무자의 권리를 채무자가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피대위권리가 매매계약에 기하여 발생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인 경우에 그 상대방(즉 매도인. 이하 피대위권리의 상대방을 제3채무자라고 부르기로 한다)이 채무자(즉 매수인)의 매매대금지급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催告要件을 준수하여 당해 契約을 解除하는 것도 위와 같이 제한되는 「처분」에 해당됨을 정면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見解에는 찬성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가, 가령 원고의 주장이 원심판단과 같이 신의칙에 위반되는가는 검토하지 아니하고, 단지 이 추상적 견해 그 자체의 當否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역시 여러 관점에서 행하여질 수 있겠지만, 민법 제405조 제2항의 연혁이나 입법례에 비추어 본 문제점, 그 규정에 대한 입법론적 비판 등에 관하여는 지면관계로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對象判決이 그 효력을 제한하고 있는 언필칭 「처분」이 있은 것은 채권자대위소송의 사실심변론종결 후이다. 그리하여 대상판결은 채권자대위로 인한 채무자의 처분제한은 언제까지 그 효력이 미치는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그것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고 있는 동안에 한정되는가? 아니면 만일 채권자대위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事實審의 변론이 종결된 후에도, 나아가 그 소송이 모두 종결된 후에도, 채무자는 여전히 자신의 권리를 처분하지 못하는가? 그러나 이 점 대하여도 역시 논하지 않기로 한다. 2. 다른 處分制限制度와의 均衡 (1) 아마도 채권에 대한 처분제한의 전형적인 사유는 채권의 押留 또는 假押留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大判 82.10.16, 82다카508(集 30-3, 179) 이래 근자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판례는 일관하여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는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법원실무제요, 민사집행[Ⅲ], 305면:[Ⅳ], 208면도 참조). 그리하여 大判 2000.4.11, 99다51685(공보 2000하, 1177)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가압류나 압류가 행하여지면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에게 등기이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와 같은 행위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할 것이나, 가압류나 압류에 의하여 그 채권의 발생원인인 법률관계에 대한 채무자와 제3채무자의 처분까지도 구속되는 것은 아니므로 기본적 계약관계인 매매계약 자체를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만일 對象判決과 같이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된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것을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채권자가 집행권원에 기하여 正式의 강제집행절차를 통하여 채무자의 채권을 압류하는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효력을 채권자대위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과연 누가 이것을 타당한 처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2) 특히 채권압류의 경우에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자신의 채무를 이행할 수 없고 채무자가 이를 수령할 수 없음은 물론이며(民執 제227조 제1항 등 참조), 이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압류된 경우라고 하여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채권자대위에서는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무를 변제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이를 유효하게 수령할 수 있다고 한다(우선 民法注解[IX], 795면(金能煥 집필) 참조). 특히 大判 91.4.12, 90다9407(공보 1991, 1366)은, 對象判決의 사안에서와 같이 부동산이 甲으로부터 乙, 乙로부터 丙으로 전전 매도된 후에 丙이 乙의 甲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한 후에 乙이 丙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은 事案에 대하여, 타당하게도 “채무자의 변제수령은 처분행위라 할 수 없고, 같은 이치에서 채무자가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것 역시 처분행위라고 할 수 없으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대위행사 후에도 채무자는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채권자대위에서는 일반적으로 채권압류에서보다 채무자가 행할 수 있는 「處分」의 범위가 넓은 것이다(물론 변제의 수령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처분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로 인하여 채권이 소멸된다는 점에서 이 맥락에서는 통 상 처분에 준하여 처리된다). 그런데 하필 피대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기본적 계약관계의 해제에 관하여 채무자의 「처분」을 더욱 제한하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3. 債權者代位에서 第3債務者의 地位 원래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된 권리의 상대방, 가령 피대위권리가 채권이면 그 상대방이 되는 제3 채무자는 채권자대위권이 행사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법적 지위에 기본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채권자는 단지 채무자에 대위해서 채무자의 채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므로,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 자신이 그의 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비교해서 불이익한 지위에 놓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권의 귀속 자체가 변경되는 債權讓渡(즉 처분의 「제한」을 문제삼기 전에 이미 채권, 나아가 그 처분권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는 제도)에 있어서도 채무자는 양도통지의 도달시까지 양도인에 대하여 생긴 사유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민법 제451조 제2항). 그리하여 양도통지가 있은 후 양도인이 채무자에 대한 계약상 반대채무를 불이행함으로써 채무자가 피양도채권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해제한 경우(예를 들어 매도인이 매매대금채권을 양도하였는데 그 후 그가 자신의 소유권이전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매수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그 해제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일치하여 해석되고 있다(우선 民法注解[X], 592면(李尙勳 집필) 참조. 일본의 학설로, 我妻榮, 525면; 奧田昌道, 442면; 林良平 등(補訂版), 503면 등 참조). 그렇다면 권리의 귀속 자체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 채권자대위권의 경우에 제3채무자는 대위채권자에의 대항사유라는 점에서 채권양도의 경우 이상으로, 아니면 적어도 동등하게 보호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4. 合意解除와 法定解除를 구별할 必要 (1) 對象判決에 대하여는 혹 다음과 같은 설명이 가능할는지 모른다. 즉 大判 93.4.27, 92다44350(공보 1993, 1551)(이 사건의 제1차 환송판결이다); 大判 96.4.12, 95다54167(공보 1996상, 1516) 등 종전의 재판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채무자의 처분제한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대위행사의 목적이 된 권리의 발생원인이 되는 계약을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제하는 것에도 미친다는 태도를 취하여 왔다. 대상판결은 그 취지를 법정해제의 경우에 연장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먼저 종전 재판례의 태도가 타당한지가 문제이다. 그것은 일단 앞의 2.(1)에서 본 채권압류의 효력이 기본적 법률관계에 미치지 않는다는 판례의 태도와 수미일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 필자는 채권압류의 경우에도 合意解除(약정해제권이 행사된 경우가 아니라, 解除契約이 체결된 경우를 말한다)에 대하여는 채권압류의 처분금지효가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제계약에 동의하는 채무자의 의사표시에는 채권압류로저지하려는 「채권 자체의 처분」이 성질상 당연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이에 대하여는 梁彰洙, “債權假押留 후 債務者와 第3債務者 간의 契約關係消滅에 관한 合意의 效力”, 同, 民法硏究, 제5권, 429면 이하=저스티스, 31권 2호, 122면 이하 참조). (2) 그러나 채무불이행책임의 한 내용으로서의 법정해제의 경우는 달리 보아야 한다. 물론 해제계약이 채무자의 채무불이행문제를 처리하는 일환으로 행하여진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그러한 의미에서 최근의 大判 2001.6.1, 98다17930(공보 2001하, 1482)가 채권가압류의 처분제한효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채권의 소멸만을 목적으로 계약관계를 합의해제한다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합의해제에도 미친다는 뜻으로 종전에 없는 판시를 한 것은, 새로운 법전개의 端緖라는 면에서 흥미롭다), 법정해제와 해제계약은 혹 그 법률효과에서는 서로 유사할지 모르나(그래도 판례는 해제로 인한 금전반환의무에 관한 민법 제548조 제2항이 해제계약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성립원인이나 법적 성질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특히 채권자대위나 채권압류의 효력으로서의 「처분제한」에서와 같이 집행채권자 또는 대위채권자의 권리만족 내지 실행확보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와 채무자의 자유를 보호·신장할 원래적 필요의 조화가 문제되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거칠게 말하면, 법정해제는 채무자의 객관적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3채무자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고, 해제계약은 채무자의 의사행위를 하나의 요소로 하여 채권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이다. (3) 이와 관련하여 對象判決은 “채무자 甲이 제3채무자인 피고의 매매대금 이행최고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채무자의 피대위채권에 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의미에서도 處分이라는 법개념의 부당한 확장일 뿐만 아니라, 앞의 2.(2)에서 본 대로 채권소멸을 가져오는 변제의 수령도 여기서의 處分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이 이제 와서 돌연 이러한 무리를 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5. 實際的 問題 對象判決과 같은 입장은 실제적으로도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채무자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제3채무자가 매매계약상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동안에는, 제3채무자로서는 채무자의 매매대금 지급과 相換으로만 소유권이전등기를 할 것을 대위채권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다. 그리하여 前訴에서의 확정판결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한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더라도, 제3채무자로서는 어쨌거나 그 후 매매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그 확정판결 후에도 채무자가 종내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그러면 제3채무자로서는 그 때 이행최고를 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은 물론일 것이다. 만일 그가 이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는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기 위하여 “변론이 종결된 뒤”에 생긴 그 사유를 주장하여 채권자를 상대로 請求異議의 訴(民執 제44조)를 제기하여야 할 것이다. 제3채무자에게 이와 같이 迂遠한 방도를 취하게 강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채무자가 그의 채무를 불이행하고 있는 이상에는,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제3채무자로 하여금 원래대로 해제를 허용하고 이로써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을 간명하게 처리하는 길이다. 6. 結論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對象判決의 판결취지는, 채권자대위에서의 제3채무자의 법적 지위의 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처분제한의 경우나 기타의 제도와의 균형이라는 점에서도, 「처분」이라는 법개념의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실제적 문제해결의 타당성이라는 점에서도 찬성할 수 없다. 혹 문제의 근원은 채권자대위에서 채무자의 처분제한을 별다른 제한 없이 인정하는 듯이 표현되어 있는 민법 제405조 제2항의 문언 자체에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의 論考에서 다루기로 한다.
2003-04-07
교통사고 일실수익 계산방법
Ⅰ. 차액설과 평가설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거나 장해가 남았을 때의 일실수익손해를 어떻게 계산할 것이냐에 대하여는 사고 이전과 비교하여 소득의 감소가 생기면 그것을 배상해줘야 하고 사고 이전이나 이후나 소득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일 때는 손해가 없다고 보아 일실수입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차액설(差額說)과 사고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여 소득이 줄어들었느냐로 따지지 않고 노동력상실이 있을 경우 그만큼 손해를 인정하는 평가설(評價說)이 있다. Ⅱ. 대법원 판결의 태도 1. 대법원 1990.11.23.선고 90다카21022 판결 “이 사건 사고 당시 8급 국가공무원이었던 원고는 사고 후에도 휴직 또는 면직처분 등을 받음이 없이 원심변론종결시까지 2년 이상 계속 같은 부서에 근무하면서 종전에 받던 보수와 동일한 보수를 지급받고 있지만…원고가 이 사건 사고 후에도 종전직장에 계속 근무하면서 종전과 다름없는 보수를 지급받고 있는 것은 원고의 공무원으로서의 업무수행능력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원고가 사고를 당한 후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 퇴근하면서 연장근무를 하는 등 노동능력 감퇴로 인한 직무수행능력의 감퇴를 극복하기 위해 원고 자신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건강상태가 지속된다면 권고사직 내지는 직권면직 등의 불이익한 처분을 받을 염려가 있으나 아직까지 그와 같은 불이익처분을 받지 않는 것은 동료직원들이 원고가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분야를 대신 처리하여 주고 원고는 가벼운 단순업무를 처리하는데 그치는 등 동료직원들 및 상사의 배려에 힘입은 것으로서 장래에 승진, 승급 기타 급여 등에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없지 않다는 것인바, (중략) 한편 원심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부상 및 후유증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의 32퍼센트를 상실하였다는 것이니 그렇다면 원고는 그가 종사하고 있는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고…원고가 후유장애에도 불구하고 종전과 같은 직장에서 종전과 다름없는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신체훼손으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 1995. 12. 22.선고 95다31539 판결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이후에도 계속하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고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에도 후유장해로 인하여 가득수입의 감소를 가져올 개연성은 없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일실수입 손해는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신체기능의 장해가 생긴 것이 인정될 경우에는 달리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장해정도에 상응한 수입상실의 재산적 손해도 발생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사고 이후 현실적인 수입금액의 감소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이는 신체장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피해자가 더욱 노력한 결과일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 이후 원고의 현실적 수입금액에 감소가 없었다 하여 위 인정과 같은 신체기능의 장해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아무런 일실수입이 없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아니한다”라고 한 서울고등법원 1995.5.26. 94나39781호 판결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Ⅲ. 최근의 재판실무 경향 1. 서울지방법원의 손해배상전담부를 비롯하여 전국의 대부분 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태도에 따라 후유장해가 남았을 때의 노동력상실에 대하여는 사고 이후 소득이 줄었느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평가설에 의해 노동력상실률만큼 일실이익 손해를 인정하는 것이 굳어져 왔다고 볼 수 있다. 2. 그러나 입원기간에 대한 휴업손해에 대하여는 서울지방법원의 손해배상 전담부에서는 2000년까지는 입원기간 동안은 노동력상실률 100%로 보아 휴업손해 100% 다 인정하는 것이 관행이었고 지방의 일부 판사들은 입원기간 중에 월급을 받았다면 소득의 감소가 없으니 손해도 없지 않느냐는 보험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원기간 중 못받은 월급만큼만 휴업손해 인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다. 3. 그러나 2001년부터 서울지방법원 손해배상전담부 판사중 일부가 차액설의 입장을 따르는 듯 하더니 2002년에 들어서서는 어떤 판사는 과거의 경향대로 평가설에 입각하여 입원기간중 월급을 받았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휴업손해 100%를 다 인정해주고, 어떤 판사는 차액설에 따라 입원기간에 월급을 받았으면 손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장해률만큼의 일실이익만 인정하겠다고 하고, 어떤 판사는 두 가지 견해의 중간을 택해 입원기간 중 절반 정도만 휴업손해 100%를 인정하는 식으로 나눠진 것으로 여겨진다. 4. 이에 대하여 교통사고 피해자들은 “입원기간 중에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을 안 하고 월급받는 사람은 회사에 미안하여 마음의 짐을 지게 되고, 연월차 휴가를 모두 다 당겨 쓰기에 나중에 실질적으로 연월차휴가비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되며, 연월차 휴가기간을 초과하여 입원기간이 길어지면 그로 인해 인사고가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해 승진이나 호봉승급에서 다른 직원들에게 뒤쳐지게 되고, 나중에 퇴원하여 직장에 복귀하게 되면 그 동안 밀린 일을 커버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뿐 아니라, 입원기간 동안의 공백을 다른 동료직원들이 대신 해준 것에 대하여 밥이나 술을 대접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빚을 갚아야 하는 등 심리적 부담감이 막대하므로 월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손해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직간접적인 손해를 평가하여 일실이익손해를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강변함과 아울러 나아가 “회사로부터 월급을 못받았으면 휴업손해를 다 인정받을 수 있는데 반하여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았을 경우에는 그만큼의 휴업손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직원이 입원해 있기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월급을 준 회사가 손해를 보고, 그 반면에 보험회사에서는 휴업손해를 배상해줘야 함에도 차액설에 따라 손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보험회사의 부당이득이 된다. 결국 법원에서 입원기간중 월급 받은 피해자에 대하여 차액설에 따라 휴업손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보험회사에는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피해자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월급이 나왔느냐 아니냐 하는 우연한 결과에 따라 손해액이 달라져서는 아니되고 보험회사는 피해자의 입원기간에 대하여는 당연히 휴업손해 100%를 인정하고 피해자가 휴업손해 배상을 받은 후 그 돈을 회사에 반납하든지 말든지 하는 것은 회사와 피해자의 내부적 문제일 뿐이다(어떤 회사는 피해자가 반납하겠다는 월급을 받는 곳도 있을 것이고 어떤 회사는 “그 동안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충성한 것에 대한 특별상여금으로 생각하고 그냥 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입원기간 중에 월급을 받았다는 이유로 휴업손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해 왔다. Ⅳ.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80778 판결 1. 대법원 판결의 내용 중 입원기간 중 노동력상실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 입원기간 중 월급을 받았을 때의 휴업손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1)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생긴 경우에 그 피해자는 그 신체장애 정도에 상응하는 가동능력을 상실했다고 봄이 경험칙에 합치되고, 피해자가 종전과 같은 직종에 종사하면서 종전과 다름없는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해 직장이 피해자의 잔존 가동능력의 정상적 한계에 알맞은 것이었다는 사정까지 나타나지 않는 한, 피해자의 신체훼손에도 불구하고 바로 피해자가 재산상 아무런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대법원 1996. 4. 26. 선고 96다1078 판결 참조), 2) 노동능력상실률을 적용하는 방법에 의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 그 노동능력상실률은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애률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교육 정도, 종전 직업의 성질과 직업경력, 기능숙련 정도, 신체기능장애 정도 및 유사직종이나 타직종의 전업가능성과 그 확률 기타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모두 참작하여 경험칙에 따라 정한 수익상실률로서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것이어야 하고, 노동능력상실률을 정하기 위한 보조자료의 하나인 의학적 신체기능장애률에 대한 감정인의 감정결과는 사실인정에 관하여 특별한 지식과 경험을 요하는 경우에 법관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데 불과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앞서 열거한 피해자의 제조건과 경험칙에 비추어 규범적으로 결정되어질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 39320 판결 참조). 3) 원심은, 원고 이○○의 입원기간 동안의 노동능력상실률을 100%로 평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입원기간 동안 직장에서 받은 급여가 공제되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위 판결이유를 다시 정리한다면 1) 교통사고로 다친 피해자에게 신체장애가 생긴 경우에는 그 장해에 상응하는 만큼 노동능력상실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상실률만큼은 재산상 손해(일실이익손해)를 입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2) 노동력상실률을 적용하여 일실이익을 산정할 경우는 단순한 의학적 신체기능장해률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참작하여 규범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기에 입원기간 중의 신체장해률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장해률은 나중에 신체감정서에서 기재된 %만큼이 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입원기간 중에는 병실에서 치료받고 있었던 기간이기에 직장에서 일을 하지 못하였기에 실질적으로는 사고 당시에 근무하던 직종에서는 100% 노동력상실상태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따라서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노동력상실률을 100%로 평가하여 입원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을 계산하고 입원기간 동안 직장에서 월급을 받았더라도 (평가설에 따라) 월급 받은 것을 휴업손해에서 공제시키지 않음이 옳다. Ⅴ. 맺음말 (1) 입원기간 동안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이후에는 장해률만큼을 제외한 나머지만큼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평가설의 입장이다. 입원기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장해률에 관계없이(나중에 장해가 남지 않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원기간에는 노동력상실 100%라고 해야 하고 입원기간은 물론이고 퇴원한 이후에도 일관되게 평가설에 따르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기에 입원기간에 월급을 받았느냐 아니냐에 관계없이 노동력이 상실된 100%에 대한 휴업손해를 모두 다 인정해야 하고, 퇴원 이후에는 신체감정결과 인정되는 장해률만큼의 일실이익손해를 인정함이 타당한 것이다. (2) 위 대법원 판결은 수십년간 논쟁이 이어져 온 차액설과 평가설의 대립의 계속에서 드디어 입원기간에 대하여도 100% 노동력상실을 인정함과 아울러 평가설에 따라 월급을 받았느냐 못받았느냐를 따지지 않고 휴업손해 100%를 다 인정한 중요한 판결이다. (3) 물론 입원기간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간이어야 한다. 충분히 (물론 불편하긴 하겠지만 본인이 노력할 경우) 직장에 복귀하여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무작정 병원에 눌러앉아 입원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난 경우에는 입원기간 중 일부는 노동력상실률 100% 기간이라고 인정되지 못할 것이고 장해률 %만큼만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부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입원하는 것이 적당하고 어떤 경우를 불필요한 입원이라고 볼 것이냐에 대한 분쟁이 꼬리를 이어나갈 것 같다.
2002-11-28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취지의 해석을 전제로 한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
1. 글머리에 헌법재판소는 2002. 7. 18.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여부에 관한 2002헌바57 헌법소원사건에서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 주문은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인데, 위 결정이 갖는 특징은 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4514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의미에 관하여 같은 취지의 해석이 이미 내려진 상태에서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서 제1항의 규정과 달리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라든가 ‘재직중의 사유로’라는 표현을 빠뜨리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제1항의 기본 규정에서 말하는 위 요건을 당연히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새겨야 할 것이므로, 같은 법 제64조 제3항은 공무원이 재직중 그에 열거된 죄를 범하고 그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으로서 퇴직 후 그와 같은 죄를 범한 경우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확정된다 하더라도 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한정위헌결정을 하더라도 대상 법률조항의 해석에 대한 대법원의 선례가 있는 경우, 그 해석을 전제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이미 내린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한 적은 없다(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합헌이라고 한 예는 헌법재판소 1995. 5. 25. 91헌바20 결정, 2001. 1. 18. 99헌바63 결정, 2001. 12. 20. 2001헌가6 결정 등, 대법원의 해석을 전제로 그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한 예는 1994. 12. 29. 93헌바21 결정). 한정위헌이라는 결정형식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는 대법원 판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하여만 검토하기로 한다. 2. 관련 법률조항 공무원연금법 제64조 ①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의 일부를 감액하여 지급한다. 이 경우 퇴직급여액은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이하로 감액할 수 없다. 1. 재직중의 사유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때 2. 탄핵 또는 징계에 의하여 파면된 때 ② (생략) ③ 형법 제2편 제1장(내란의 죄), 제2장(외환의 죄), 군형법 제2편 제1장(반란의 죄), 제2장(이적의 죄), 국가보안법(제10조를 제외한다)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이미 납부한 기여금의 총액에 민법의 규정에 의한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반환하되 급여는 지급하지 아니한다. 3. 사건의 경과 헌법소원 청구인은 공무원으로 재직하였다가 퇴직하여 퇴직연금과 퇴직수당을 지급받았는데, 퇴직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청구인에 대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과 동법 제31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기지급된 퇴직급여금에서 청구인에게 반환할 기여금(청구인으로부터 납부받은 기여금 및 이에 대한 민법 소정의 이율에 의한 이자)을 공제한 금원을 납부(반납)하라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퇴직급여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되었고,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한편, 서울고등법원은 당해사건에 대한 청구인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청구인이 상고를 하지 않아 그 판결은 확정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4. 검토 (1)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이란 어느 법률규정이 한편에서는 위헌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합헌적인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 그 법률규정을 위헌적인 상태대로 해석·적용하여서는 아니되고 합헌적이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도 아니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모든 법률해석·적용자가 따라야 할 일반원칙으로서, 대법원은 “어떤 법률이 한 가지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다른 해석방법에 의하면 헌법에 합치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때에는 헌법에 합치하는 해석방법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고(대법원 1992. 5. 8.자 91부8 결정), 헌법재판소도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원칙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1. 4. 1. 89헌마160 결정 등).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퇴직 후의 사유를 적용하여 공무원연금법상의 급여를 제한하는 범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함으로써, 대법원이 퇴직 후 소정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동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이 대법원이 어떤 법률규정에 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원칙에 따라 합헌적 해석을 하였음에도 헌법재판소가 그와 다른 해석, 즉 헌법불합치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규정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합헌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된다. 위와 같은 한정위헌결정은 당해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인 해석이 무엇인지를 다시 확인하고 합헌적 해석을 강조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합치적 해석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을 위헌결정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므로 이러한 입장에 서는 한 위와 같은 반론은 타당하지 않다.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과 같은 취지를 나타내는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면, 법원 또는 행정기관이 합헌적으로 해석·적용을 하고 있는 법률규정에 대하여도 그와 다른 해석을 전제로 하여 한정위헌결정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고, 이는 합헌적인 해석·적용을 통하여 위헌의 소지가 제거된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부당하다. 이 사건에서는 당해사건의 1심, 2심에서 모두 위헌적인 해석을 하였고, 그후 대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동일 쟁점에 관하여 헌법합치적 해석을 한 것이어서 해당 법률규정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확립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대법원의 해석과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법령의 해석통일을 위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을 최종적이고 확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뿐만 아니라 단지 하급심의 잘못된 헌법판단을 바로잡기 위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또다른 문제점들을 야기하게 되므로 위와 같은 주장을 수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이 야기하는 문제점 ① 헌법재판소의 기능변화 공무원연금법 제64조 제3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한, 위 조항에는 아무런 위헌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합헌선언을 할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함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굳이 한정위헌결정을 한 이유는, 당해사건이 이미 확정된 상태여서 합헌결정을 하면 청구인이 구제받을 길이 없게 되자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재심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주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은 위헌법률을 심사하게 되는 계기만 다를 뿐 위헌법률심판과 동일한 성질의 것이고, 위헌법률심판이나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의 본래의 목적은 모두 위헌법률을 제거하는 규범통제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하급심의 해석에 따라 권리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대법원의 합헌적 해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이 구체적 권리구제를 위하여 기능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위헌법률심사를 통하여 규범통제의 기능을 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구체적 권리구제기관으로 변화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② 한정위헌결정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한정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고 하여 재심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확정된 당해사건의 결과를 번복하기 위하여서는 재심을 통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한정위헌결정을 재심사유로 보지 않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는 것은 당사자에게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시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양 기관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이 사건 한정위헌결정은 실질적으로 특정 하급심에 의한 법률해석의 잘못을 지적하고 청구인의 권리가 보호되었어야 함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렇게 개별적인 재판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한정위헌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반면 그밖의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생각된다. ③ 심급제도에 대한 혼란 대법원에 의한 합헌적 해석의 선례가 있음에도 하급심에서 그 해석을 달리하여 위헌적 해석·적용을 한 경우에,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선례와 동일한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당사자는 불복에 의하여 교정을 받을 수 있는 하급심의 법률판단에 대하여 상소에 의하지 아니하고 막바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어 헌법재판이 통상의 소송절차(상소절차)를 대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헌법재판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던 경우에는 당사자가 통상의 불복절차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은 규범적 판단으로서, 당사자의 의도나 당해사건의 확정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는 없으므로, 헌법소원 결정 시점에서 대법원의 합헌적 선례가 있다면 이를 전제로 위헌 여부에 대한 논리적·규범적인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지 구체적 사건에서의 당사자의 구제 여부를 먼저 생각할 것은 아니다. 이 사건 결정의 논리를 그대로 연장하면, 당사자는 법률해석이 쟁점이 된 사건에서 위헌제청신청을 하고 그것이 기각되면 1심만을 마친 다음 (심지어 그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상소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1심판결을 확정시킨 후 막바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될 것인데, 이는 현행 심급제도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사법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결과가 될 것이다. ④ 재판소원 금지규정의 잠탈 헌법재판소가 행하는 법률에 대한 규범통제란 일차적으로 입법자에 대한 통제를 의미하는 것인데, 대법원에서 대상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을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러한 해석을 받아들이는 입장임에도, 그와 다른 입장에 선 하급심 법원의 해석이 잘못이라고 다투면서 그러한 해석에 의하는 한 동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받아들이는 것은 재판에 대한 불복과 다름없고, 이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금지규정을 피하여 우회적으로 특정 재판의 당부를 다투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사건에서 당해사건에 대한 하급심 판결 당시 대법원의 선례가 없었지만, 합헌적 법률해석이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청구인은 상고를 통하여 구제를 받았어야 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더라도 그와 별도로 불복절차를 밟아 해석을 통한 구제의 길을 열어 놓았어야만 했다.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원칙적으로 최종심까지 불복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그러한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불이익은 당사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BVerfGE 63, 45), 이 사건에서도 상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청구인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맺음말 어떠한 법률에 대한 헌법합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러한 합헌적 해석을 전제로 당해 법률이 합헌임을 선언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이러한 기본원칙을 무너뜨리면 합헌적 법률에 대한 위헌선언(일부 위헌선언도 포함)도 가능한 것이 되어 법률에 대한 합헌판단과 위헌판단의 경계가 불명확해지고 헌법재판권과 일반재판권을 준별한 우리의 사법체계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 물론 당해사건에서의 하급심이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당사자의 보호에 미흡하였던 것이 사실이고, 하급심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헌법합치적 관점에서 사건을 처리하여야 한다는 반성의 계기가 되어야 겠지만, 하급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대법원에 의하여 교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기회를 놓친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바로 잡기 위하여 헌법재판의 기본틀에 어긋나는 한정위헌결정을 내릴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2002-08-26
건축물의 무단 용도변경과 개정건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원심판결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1995년 8월경 근린생활시설의 일부를 관리사무실로 용도를 무단 변경하여 사용한 행위는 구 건축법(1997. 12. 13. 법률 제54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8조 제1항, 제8조 제1항, 제14조에 의하면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어 형사소송법 제250조, 제249조 제1항 제5호, 형법 제50조에 의하여 공소시효가 3년임을 알 수 있고, 건축법상의 허가 없이 용도변경하는 죄는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시점에서 범죄가 성립, 완성되는 卽時犯으로서 공소시효도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 공소가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3년이 이미 경과한 2000. 5. 31. 제기되었음이 명백하여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때에 해당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판결요지] 건축법상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는 건축물의 용도변경행위(1999. 2. 8. 법률 제5895호로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건축물의 용도변경에 관하여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었다)는 유형적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하며, 이와 같이 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채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는 繼續犯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어서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계속 사용하는 한 가벌적 위법상태는 계속 존재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용도변경행위에 대하여는 공소시효가 진행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繼續犯의 경우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법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나, 법률이 개정되면서 그 부칙에서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 전의 법을,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을 각각 적용하여야 한다. 繼續犯의 성질을 갖는 건축법상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의 공소사실을, 그 행위기간 사이의 건축법에 대한 위헌결정 및 건축법 개정에 기인한 처벌규정의 효력상실과 경과규정 등으로 인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하여 적용 법률을 특정하고 그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을 달리하여야 한다고 본 사례. I. 논 점 이 사안의 논점은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어느 시점에 종료되었다고 볼 것인가와 실행행위 도중에 법률이 변경된 경우에, 변경된 법률의 부칙에 개정된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다면 구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체로 세 가지 정도의 견해가 대립될 수 있다. 우선 이 판결 원심의 입장으로서, ①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을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하는 행위이고 그 시점에서 범죄가 성립되고 완성되는 卽時犯으로 본다면 행위시법인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한다. 공소시효도 용도변경행위를 한 바로 그 시점부터 진행한다. 특히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개정법 시행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처벌의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서 ② 건축물을 허가 또는 신고 없이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고 있는 한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보면, 즉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본다면 실행행위의 종료시점에 유효한 법률인 신법(행위시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가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계속되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고, 공소시효도 이 때부터 진행된다. 또한 이 판결에서의 대법원의 입장처럼 ③ 무단 용도변경죄를 繼續犯으로 보면서 계속적 범죄행위의 도중에 법령이 변경되고(예컨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 종전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 전후의 행위를 분리하여 변경 전의 행위에 대해서는 구법을 적용하고 변경 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신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 및 사용행위의 성격을 卽時犯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繼續犯으로 볼 것인지와 繼續犯으로 보더라도 繼續犯의 행위도중에 법이 변경되고 종전의 행위에 대한 구법적용의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 包括一罪인 繼續犯의 행위를 법개정 전후의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분리하여 법적용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가 있더라도 繼續犯의 행위종료시에 유효한 신법을 적용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II. 건축법상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의 성격: 계속범 여부 용도변경 행위에는 건축법시행령에 정하여진 용도에서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예컨대 무단 용도변경된 건물을 인수하여 아무런 변경 없이 변경된 용도대로 사용하는 경우)까지도 포함되는 것이고 그 변경에 반드시 유형적인 변경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무형적 변경도 무방하다(大判 1995.12.22, 94도2148; 1995.8.25, 95도1351). 건축법상 용도변경행위는 용도변경과 변경된 용도로의 사용을 의미하기 때문에 계속범의 성격을 갖는다. 계속범이란 가벌적인 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위법한 상태의 지속이 행위자의 의사에 달려있는 범죄유형을 말하며, 위법상태의 유지를 위하여 위법행위가 어느 정도 끊임없이 새로이 행해져야 한다. 계속범은 포괄일죄로서 행위 자체는 수개지만 犯意의 단일성, 침해방법과 침해법익의 동일성, 범행사이의 시간적 연속성 등 행위단일성이 인정되어 실체법상 一罪로 평가된다. 계속범의 행위종료시점은 최후의 행위 종료시이다. 따라서 실행행위 도중에 형의 변경이 있을 때에는 신·구법의 법정형에 대한 경중을 비교할 필요도 없이 범죄 실행종료시의 법인 신법을 적용하여 포괄일죄로 처단하여야 한다(大判 1986.7.22, 86도1012; 1998.2.24, 97도183). 계속범과 즉시범의 구별실익은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 공소시효의 기산점, 공범의 성립여부 등에 있다. 이 사안에서 논란이 되는 형법의 시간적 적용범위에 관해서 계속범의 경우에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법익침해가 회복되는 시점에 유효한 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1조 제2항의 의미의 신법이 아니라 형법 제1조 제1항의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III. 건축법개정 전의 무단 용도변경행위에 대한 신법의 적용여부1. 무단 용도변경을 계속범으로 보는 입장: 신법적용설 무단 용도변경죄는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한 용도변경행위가 계속되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범죄행위는 위법한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종료되거나 원래 용도로 원상회복시키는 시점에 종료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유효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위법상태를 유지하는 행위가 계속되는 도중에 법이 변경되었더라도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변경된 신법에 신법시행전의 벌칙적용에는 구법에 의한다는 경과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계속범은 실체법상 一罪이기 때문에 행위가 신법시행 전후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행위시법인 신법이 적용된다. 이에 의하면 이 평석대상 판결의 사안에서 원심판결 선고 시까지 무단 용도변경사용의 실행행위가 계속되었으므로 개정 전이나 개정 후의 행위에 대해서만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하더라도 공소제기의 효력은 계속범인 一罪의 전부에 미치며 구법적용의 부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행위종료시의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2.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유무에 따라 구별하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더라도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의 취지를 고려하여 구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법령이 변경되어 형이 폐지되었다고 하더라도 행위 당시 구법에 따라 범죄가 성립될 뿐만 아니라 가벌적이었고, 또 법령변경 전에 기소되었다면 마땅히 처벌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처벌불균형을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의 필요성이 경과규정에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경과규정에 따라 신법의 시행 전에 대한 벌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이다. 3. 무단 용도변경을 즉시범으로 보는 입장 무단 용도변경죄를 즉시범으로 보아 구건축법에 따른 무단 용도변경죄가 성립하지만 형법 제1조 제2항의 범죄 후의 법률의 변경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있다면 개정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건축법의 부칙에 구법적용의 벌칙에 대한 경과규정이 있으므로 구건축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 평석대상 사안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다. IV. 결 론 개정건축법 부칙 제14조의 “이 법 시행 전의 행위에 대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에서 ‘이 법’은 개정된 신법을 말하고 ‘종전의 규정’은 구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위한 요건의 하나는 행위시법(구법)과 재판시법(신법)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단 용도변경죄는 계속범이기 때문에 행위시법과 재판시법은 동일하게 신법이다. 왜냐하면 피고인이 허가 또는 신고 없이 건축물을 다른 용도로 변경·사용하기 시작할 시점부터 법률이 변경되고 시행된 시점을 거쳐 원심판결시점까지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인 다른 용도로의 사용이 계속되었고 원심판결시점(또는 원상 회복된 시점)에 비로소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단 용도변경죄를 계속범으로 보면 개정건축법 부칙의 경과조치는 적용될 수 없다(예컨대 수질오염배출행위에 대해 구법적용의 경과조치에 관계없이 행위종료시법인 신법을 적용한 大判 1992.12.8, 92도407 참조). 계속범은 실체법 및 소송법상으로 一罪로 인정되는 포괄일죄이다. 따라서 可分的이지 않기 때문에 일부기소가 가능하지 않고,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한 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형사소송법 제247조에 그 공소의 효력은 범죄사실의 전부에 미치기 때문에 법원의 심판범위는 무단 용도변경죄의 실행행위가 종료되는 시점까지의 행위에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이 판결에서 계속범의 행위를 개정 전후로 분리하여 시기별로 각각의 독립된 행위로 평가한 대법원 판결은 계속범의 성격을 오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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