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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의 치료감호처분과 화학적 거세
1. 사건의 개요 및 원심 판단 피고인은 1992. 6.경 12세의 여아를 강간하고 상해를 가하여 강간치상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2003. 4.경부터 2003. 8.경까지 4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11세의 여아 3명, 12세의 여아 1명, 18세의 여자 청소년 1명을 상대로 반복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 등 치상)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4. 5.경 판결이 확정되어 교도소에서 형 집행 중으로 2013. 11.경 출소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는데, 2003. 7.경 14세 여자 어린이를 넥타이로 양손을 묶고 강간한 사실, 2003. 9.경 11세 여자 어린이를 비슷한 수법으로 강간한 사실이 뒤늦게 증명되어 검찰은 피고인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강간 등)으로 기소하면서 전자발찌 부착명령, 치료감호, 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였다. 이에 1심, 2심 법원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을 선고(2심은 징역 5년으로 감형)하면서 동시에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치료감호처분과 함께 5년간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은 피청구자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는 점, 치료감호는 법에 따른 수용기간을 한도로 피치료감호자가 치유되어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없을 때 종료되는 것이 원칙인 점,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된 경우에는 치료감호의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이 집행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치료감호와 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경우에는,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여전히 약물치료가 필요할 만큼 피청구자에게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고 피청구자의 동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상당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치료감호와 함께 치료명령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심으로서는 치료감호의 요건으로서의 재범의 위험성과는 별도로 치료감호를 통한 치료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령의 집행시점에도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필요한 객관적인 자료를 추가로 확보하고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후에 신중하게 치료명령청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이러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치료명령 판결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치료명령부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3. 성충동 약물치료 및 논란 가. 성충동 약물치료제도 성충동 약물치료는 재범위험성이 있는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하는데, 검사가 공소제기시 또는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성폭력범죄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하여[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충동약물치료법이라고 함) 제4조] 법원이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제8조). 치료명령의 집행은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보호관찰관이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치료명령을 집행한다(제14조 제3항). 나. 성충동 억제 약물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법무부장관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로서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Medroxyprogesterone acetate),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 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 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Triptorelin acetate),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로서 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Cyproteron acetate)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법무부고시 제2014-393호). 이러한 약물들은 피치료자의 성충동이나 성기능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투여 받는 기간 동안 성적 욕구 내지 성충동을 약화 또는 정상화 시키는 작용을 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약물투여 전 상태로 회복되므로 이른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보다는 '성충동 억제약물 투여'라는 용어가 더 정확하다. 위 약물 중에 실제로 사용된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 고세렐린 아세테이트 두 가지 약물은 현재 전립선암, 유방암 등에 호르몬요법 치료제로 현재 병원에서도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지각착오, 척수압박, 심부전, 혈압변동, 다한증, 발진, 여성형유방,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 찬반 논란과 위헌법률심판 제청 성충동 약물치료를 도입할 초반에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에 따른 오해 내지 거부감으로 제도의 정확한 취지가 왜곡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제도에 대한 찬반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바,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의 재발을 방지하여 성폭력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높은 실정이고, 실제로 성충동 약물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은 전립선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이며 영구적인 성기능 장해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를 중단하면 성기능이 회복되고 성충동 약물치료가 재범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여러 통계결과가 있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대전지방법원은 2013. 2.경, 피고인이 5세, 6세 여아를 강제추행 한 범죄사실로 기소되면서 치료감호,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청구된 사건에서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는데,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에서의 통계를 판결에 의해 약물치료가 강제되는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기 어렵고 강제 약물치료로 피치료자의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성충동 약물치료를 중단할 경우 피치료자의 성기능이 회복되므로 재범방지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점, 사용되는 약물도 전립선암 치료제로 임상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는 점, 약물치료명령의 선고와 실제 집행에는 시차 간극이 크므로 장기간의 수형, 치료감호 후 약물치료 집행시에도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불필요한 약물치료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을 위헌의 근거로 제시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의의 성충동 약물치료의 실효성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 속에 현재 성충동 약물치료가 본인의 동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피청구자의 신체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되므로 약물치료명령을 하더라도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성폭력범죄를 반복적으로 범하고 재범위험성이 있다면 비교적 장기간의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고 치료감호, 약물치료명령이 함께 선고되면 그 선고시기와 약물치료명령의 집행시기와는 상당한 시간적 간극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 대법원의 지적은 타당하고 현재 검찰은 치료감호와 약물치료명령을 함께 청구하는 경우에는 변론종결당시를 기준으로 가장 최근의 재범가능성, 치료감호로 예상되는 효과 등 여러 평가자료를 제출하여 판결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검사의 약물치료명령 청구는 공소제기 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 된 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시까지만 가능하므로 이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미래의 약물치료명령 집행시기에 있어서까지 재범위험성이 계속되고 있는지, 치료감호를 통해 약물치료의 필요성이나 기간이 얼마나 감소될 것인지 등에 관하여 변론종결 이전에 미리 예측하여 평가함에는 오류가 발생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이 세상 어떤 약물도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단 하나도 없으므로 성충동 약물치료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부작용 부분에 대해 지나친 우려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나(성충동약물치료법 시행령 제11조에 일정한 약물부작용 발생시 치료를 일시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치료자의 기본권침해를 줄이기 위해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음에 본인의 동의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판결 선고 후 일정 기간 이상 경과하여 약물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집행 전에 다시 성도착 증상의 유무, 정도, 재범위험성 등에 대한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5-02-16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의 위헌성
Ⅰ. 사실관계 및 대상결정 요지 청구인들은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각 유죄판결을 받아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2010. 4. 15. 법률 제10258호로 제정되고, 2012. 12. 18. 법률제11556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폭력특례법'이라 한다) 제32조 제1항에 의하여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었는데, 신상정보 등록의 근거인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거나, 신상정보의 제출의무를 부과한 같은 법 제33조가 청구인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부분은 구 성폭력특례법 제32조 제1항 중 '제2조 제1항 제3호 가운데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로 보고 위헌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구체적으로 다수의견(7인)은 해당 규정이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고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며, 소수의견(2인)은 해당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해당 규정의 적법절차원칙 위배여부에 관해 "성폭력특례법은 법원이 등록대상 성폭력범죄로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등록대상자라는 사실과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등록대상자에게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고(제32조 제2항), 신상정보 등록대상자의 범위, 신상정보 제출의무의 내용 및 신상정보의 등록·보존·관리는 모두 법률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Ⅱ. 대상결정에 대한 평석 1.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위헌성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에 의하면, 신상정보등록제도가 보안처분이라고 보면서도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기에 적법절차원칙에 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헌법재판소는 구 사회보호법상 제5조 보호감호처분에 대한 위헌심판사건에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제1항은 전과나 감호처분을 선고받을 사실 등 법정의 요건에 해당되면 재범의 위험성 유무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그에 정한 보호감호를 선고하여야 할 의무를 법관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7조 제2항 및 제27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하여 위헌결정을 한 바가 있다(헌법재판소 1989. 7. 14. 88헌가5, 8, 89헌가44(병합)). 또한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행위자에 재범의 위험성은 보안처분의 핵심이며, 헌법 제12조 제1항이 규정한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서 구현된 죄형법정주의의 보안처분적 요청은 '재범의 위험성이 없으면 보안처분은 없다'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시하였다. 즉,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보안처분은 그 부과에 있어서 재판의 형식에 의하든, 법률 자체에서 정하고 있든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의 적법절차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일률적인 장기간의 보안처분 및 가종료 규정 부재로 인한 위헌성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부과될 수 있기에 재판단계에서 미리 재범의 위험성 및 그 소멸시기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성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들은 아래 표와 같이 재범의 위험성을 주요요건으로 부과되며 재판상 부과시점에서 보안처분 기간을 정하도록 하거나 사후 집행과정에서 심사를 통한 종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구 성폭력특례법상 신상정보등록은 법률 자체에서 10년으로 일률적으로 등록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사후 불복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심사를 통한 종료가능성 자체가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는 적법절차원리에 반하여 위헌성이 있다. 3. 현행 성폭력특례법의 위헌성 가중 및 개선입법 제언 2012년 12월18일자로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현행 성폭력특례법(법률 제11556호)에서는 신상정보등록대상자를 기존 제외되었던 경미한 성폭력범죄(가령,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중화장실 등 성적 목적을 위한 공공장소 침입행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전면 확대하였으며, 기존 10년이던 등록기간도 20년으로 연장하여 위헌성이 더욱 가중되었다. 특히 부칙에서 과거 신상정보공개 ·고지명령 대상자가 아니었던 자들에 대해서도 소급적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사후 공개·고지명령이 부과된 경우 그 시점부터 20년간 신상정보등록대상자로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부칙규정은 법원의 심사를 통한 향후 재범의 위험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나 소급적용으로 새로이 20년간이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도록 한 측면에서 위헌소지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위와 같이 성폭력특례법을 개정하면서 각종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도 폐지를 하였기에 초범으로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처벌 자체를 피하기 힘들며 형벌을 압도할 20년간의 신상정보등록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되었는지 검찰에서는 초범으로서 사안이 경미한 성범죄에 대해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확대 적용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고유예를 선고하면서 신상정보등록에 대해서는 선고유예가 실효되는 경우에 한해 등록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이유에서 판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선고유예 실효조건부 신상정보등록의무부과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대법원 2014. 11. 14. 선고 2014도3564 판결)은 신상정보등록의무가 선고유예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며, 다만 선고유예 후 2년이 경과하여 면소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때부터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면한다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 자체의 과도한 위헌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상결정 중 다수의견도 '입법자에 대한 권고'라는 항을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과 대상자의 연령·직업·재범의 위험성 등 행위자의 특성, 당해 범행의 종류·동기·범행과정·결과 및 죄의 경중 등 범행의 특성, 신상정보 등록으로 인하여 대상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 효과 및 성폭력범죄로부터의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상정보를 반드시 등록할 필요가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이정되는 경우가 예외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입법자로서는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면서도 성폭력범죄의 예방이라는 입법목적에 맞는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서, 예컨대 법원이 산상정보 등록을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미 마쳐진 신상정보 등록에 관하여도 당사자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등의 입법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긴 하였으나, 보안처분의 본질인 재범의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신상정보등록제도의 위헌성 자체를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입법론을 제언하자면, 부과단계에서 신상정보등록의 요건과 기간을 신상공개·고지명령과 동일하게 규정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긴 하나, 신상정보등록의 독자적인 재범방지 등 효과를 감안한다면 일률적으로 20년의 신상정보등록의무를 부과하더라도 성범죄자에 대한 다른 보안처분과 같이 보호관찰심사위원회와 같은 기관에서 등록의무 가종료심사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지 않나 싶다.
2015-01-15
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과 그 법적 효과
1. 사실관계 및 사건의 경과 갑은 소위 선거기획 전문가이고, 을과 병은 각각 P정당 M, N지역구 공천후보자이다. 을이 갑에게 금품을 제공하였다는 혐의로 갑의 주거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이 발부되었다. 수사기관은 갑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였고, 휴대전화에서 갑과 병 사이의 금품제공요구 및 약속에 관한 ㉠녹음파일을 발견하였다. 검사는 갑을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공판절차에서 검사는 ㉠녹음파일을 제시하면서 갑을 신문하였고, 갑은 녹음파일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 제1심을 거친 후, 항소심법원은 갑의 ㉡법정진술을 증거의 하나로 채택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갑은 불복 상고하였다. 2. 대법원 판결요지 (1) (전략) 결국 이 사건 영장에 기재된 '피의자'인 피고인 을이 이 사건 녹음파일에 의하여 의심되는 '갑과 병의 혐의사실'과 무관한 이상, 수사기관이 별도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압수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기관의 압수에 준용되는… 제10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피고사건' 내지 같은 법 제21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압수에는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제3항 본문이 규정하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따라서 이 사건 녹음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이를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와 같은 절차적 위법은 헌법상 규정된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는 이상 예외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3) 법원이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할 때에는 먼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중략) 물론, 나아가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하여 다시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4) 위 피고인들의 제1심 법정진술의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할 이 사건 녹음파일을 제시받거나 그 대화 내용을 전제로 한 신문에 답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진술과 이 사건 녹음파일 수집 과정에서의 절차적 위법과의 사이에는 여전히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어, 원심이 이 부분 진술까지 그 증거능력이 있다고 단정한 데에는 부적절한 점이 없지 아니하다. 3. 판례 평석 2011년 7월18일 개정되어 2012년 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압수ㆍ수색의 요건을 강화한 점에 특징이 있다. 즉 2012년 개정 형소법 제106조 제1항은 공판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압수·수색에 대해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압수·수색의 요건을 강화하였는데, 이는 형소법 제219조에 의하여 수사단계에서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개정 형소법은 또한 제215조에서 수사절차에서의 압수·수색 요건을 규정하면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동일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고사건 내지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ㆍ수색이 허용된다는 제한을 가리켜서 관련성 요건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압수·수색에 관한 관련성 요건은 우리 입법자가 최근에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 논란이 있었다. 본 판례는 대법원이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그 판단기준과 법적 효과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먼저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대해 피고인(피의자)라는 주관적 표지와 범죄사실(피의사실)이라는 객관적 표지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본 판례에서 수사기관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혐의사실로 압수ㆍ수색영장을 집행하면서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혐의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공직선거와 관련한 금품제공요구와 이에 따른 금품의 제공은 사실관계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을의 갑에 대한 금품제공 피의사실은 갑의 병에 대한 금품제공요구 피의사실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ㆍ수색의 1차적 결과물을 놓고 그 법적 효과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가)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압수에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나) 압수ㆍ수색의 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차적 결과물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서 형소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다) 그 위법은 영장주의 내지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에 해당하여 예외적으로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본 판례의 사실관계에 문제된 1차적 증거, 즉 ㉠녹음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 그러나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후에 수집된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은 별도로 따져보아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본 판례에서 종전의 판단기준을 재확인한다. 그 기준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은 물론 2차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살펴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 판례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검사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신문하여 얻어낸 피고인의 ㉡법정진술은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파일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들어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법정진술까지 유죄의 증거에 넣어 판단한 항소심판결은 잘못된 점이 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법정진술을 제외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 가지고도 갑의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갑의 상고를 기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2차적 증거 가운데 법정에서 이루어진 진술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대법원이 2차적 증거와 관련하여 내린 판례들을 보면, 위법수사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법정진술의 경우에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이유로 법정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2009. 3. 12. 선고 2008도11437, 2013. 3. 28. 선고 2012도13607). 그러나 본 판례는 법정진술의 형태로 이루어진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 판례와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본 판례는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면서 2차적 증거를 획득하려는 검사의 법정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위법하게 수집된 1차적 증거를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게 되면 그 이후의 법정진술이 증거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형사법정의 변론에서 검사와 피고인ㆍ변호인 모두 유념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2015-01-08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 위헌 결정에 대한 소고
1. 들어가며 헌법재판소는 최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으로 위헌 결정을 하면서, 위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과거 결정(헌재 1995. 4. 20.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하였다. 위 2011헌바2 결정(이하 '대상결정'이라 한다)은 그 판단의 근거로, 불과 4년 전인 2010년 4월 29일 합헌이라고 판단한 특가법 제9조 제2항('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해당 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을 올려 가중처벌하는 법률조항) 위헌소원 사건(2008헌바170)에서 위헌의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을 제시함으로써, 헌법재판소가 형사특별법의 정당성에 관한 기존의 판단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2.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이 사건 마약법조항과 똑같은 내용의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 법정형의 하한만 5년에서 10년으로 올려놓았다.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검사는 심판대상조항을 적용하여 기소하는 것이 특별법 우선의 법리에 부합할 것이나, 이 사건 마약법조항으로 기소할 수도 있는데, 어느 법률조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집행유예의 가능성이 달라지는 등 심각한 형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일반법에 대비되는 특별법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한 경우를 뜻하므로, 심판대상조항 역시 이 사건 마약법조항의 구성요건 이외에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 표지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그러한 표지 없이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기고 있어 법집행기관 스스로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귀결되며 수사과정에서 악용될 소지도 있다. 결국 심판대상조항은 형사특별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3. 평석 (1) 대상결정의 의의 대상결정은 단순히 특가법 마약조항에 대한 위헌 선언으로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형사특별법이 정당한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처음으로 천명한 데 그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 조건이란 "개념적으로 일반법의 모든 구성요건을 포함하면서 그 밖의 특별한 표지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가 적절히 지적하듯이 "만일 구성요건 표지의 추가 없이 법정형만을 가중하려고 한다면 일반법의 법정형을 올리면 되지 따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기준은 기존 헌재 논리와는 전면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즉 헌재는 2010. 4. 29. 2008헌바170 결정에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에서 가중처벌하는 '차량사용 산림산물 절도죄'의 법정형을 더 중하게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의 법정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이 사건 산림자원법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이와 다른 특별한 가중 사유 없이 별도로 재차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한 입법방식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위와 같은 입법방식 자체가 곧바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당시 헌재의 다수의견(5인)은 ①오히려 가중처벌 할 특정범죄를 특가법 등 단일 법률에 일괄하여 규정함으로써 가중처벌 하는 범죄와 형벌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이에 따른 범죄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고, ②검사가 산림자원법 조항과 특가법 법률조항 중 어느 특별 구성요건을 적용하여 기소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달라지는 문제는 검사의 기소재량에 의한 결과일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반면 반대의견(4인)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림자원법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법정형이 매우 무거운 특가법 법률조항을 적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법집행기관의 재량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으므로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적용을 허용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추가사유 없이 동일한 행위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조항은 책임원칙에 반한 과중한 형벌을 부과하여 위헌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대상결정에서 헌재는 위 반대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①단순히 법정형만의 가중하는 입법 형식은 정당한 형사특별법으로 평가받을 수 없으며, ②특가법 조항과 그와 구성요건이 똑같은 마약법 조항 중 법적용을 오로지 검사의 기소재량에만 맡김으로써 법집행기관 스스로도 법적용에 대한 혼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법집행기관이 피의자나 피고인으로부터 자백을 유도하거나 상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4인의 반대의견이 4년 만에 헌재의 공식 입장이 된 것이다. (2) 대상결정의 파장 - 잇따르는 위헌제청 결정 대상결정이 위 2008헌바170 결정의 반대의견을 전면적으로 수용함으로써 2008헌바170결정이 심판대상으로 삼은 특가법 제9조 제2항도 위헌이라고 판단될 것이 명백하다고 볼 때, 현행 특가법 중 특별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하는 조항으로 남아 있는 것은 제5조의4(상습 강·절도죄 등의 가중처벌) 제1항, 제3항 및 제4항, 제10조(통화위조의 가중처벌)뿐이다. 대상결정 이후 법조계에서는 특별한 가중사유 없이 법정형만 가중한 특가법 법률조항에 관하여 위헌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논란을 반영하듯 일선법원에서 특가법상 단순 가중처벌조항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을 하여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대상결정을 주요 논거로 삼아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 중 제329조 부분 및 제329조의 미수죄 부분에 관하여 수원지방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는데, 위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8월 22일자 및 2014년 9월 24일자로 각 위헌제청 결정을 하였다(2014초기2057 및 2014초기2197). 부산고등법원은 특가법 제10조(통화 위조의 가중처벌)가 형법의 통화위조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해당 사건 피고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위 조항에 관하여 위헌제청을 결정(2014초기17)하였다고 한다(법률신문 2014. 8. 21.자 보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상습 장물취득의 가중처벌)이 형법 제363조의 죄와 똑같은 구성요건을 규정하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은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을 하였다(중앙일보 2014. 10. 23.자 보도). (3) 주목되는 헌재의 판단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에 관하여는 과거 합헌 결정(헌법재판소 1995. 3. 23. 93헌바59 결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헌재가 대상 결정에서 기존의 91헌바11 결정을 변경한 바 있어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가법 제10조 및 특가법 제5조의4 제4항에 관하여는 과거 결정례가 없지만, 마찬가지로 대상 결정에서 밝힌 정당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비추어보면 특가법 제10조에 대하여도 위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4. 나오며 실무에서는 그동안, 일반법의 구성요건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법정형만 올려놓는 가중처벌 법률조항이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재량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대상결정은 그러한 비판의 입장에서 형사특별법이 갖추어야 한 정당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본다. 최근 일선 법원이 문제성 단순 가중처벌 법률에 관하여 잇따라 위헌제청 결정을 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미 대상결정의 파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위헌제청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2014-12-04
게임산업법상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의 의미 및 그 적용범위
1. 들어가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의 의미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오는 것이 과연 속칭 '똑딱이'를 사용하는 것을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사용한 것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똑딱이'는 게임물의 버튼 위에 올려놓고 자체 전원 스위치를 켜면 이용자의 손을 대신해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을 하는 게임물과 별개의 외장기기로서 게임물 이용자의 조작 없이도 아케이드 게임물을 대신 진행해 주는 '자동진행장치'인바, 줄곧 게임을 자동으로 조작해 경품 및 아이템 카드 등을 손쉽게 획득하거나 목표점수를 달성할 수 있게 하여 사행성을 조정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이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 10인으로부터 '똑딱이'의 이용을 금하는 게임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이 '똑딱이'의 이용을 규제하려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검찰은 이미 '똑딱이'의 사용을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의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이라고 하여 이를 제공한 게임장 업자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5조 제4호, 제3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기소해 왔다.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이 위와 같은 검찰의 게임산업법 적용 및 기소에 제동을 거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는바, 아래에서 이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관계 피고인은 한 게임장의 운영자로서 게임장에 '전설의 고향' 게임기 30대를 설치하여 손님들에게 게임을 하게 하면서 '똑딱이'를 사용하여 손님들이 게임기를 조작하지 않고도 게임이 실행되도록 개·변조된 내용의 게임을 제공함으로써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되었다. 이에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5조 제4호, 제3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판결의 요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게임산업법이 규정하는 등급분류의 대상은 게임물이나 프로그램 소스 자체가 아닌 게임물의 내용, 즉 등급분류신청서나 그에 첨부된 게임물내용설명서의 기재내용인바, ①이 사건 게임물의 등급분류신청서에 첨부된 게임물내용설명에 의하면 이 사건 게임물은 게임물 이용자의 순수 실력에 의해 진행되고 단순조작 또는 외부 장치 등을 이용하여서는 절대 게임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버튼을 누르지 않거나 버튼을 누르고만 있는 경우에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되지 아니한다고 설명하고 있는 점, ②피고인들은 손님들에게 이 사건 게임물을 제공하면서 버튼자동누름장치인 '똑딱이'를 이 사건 게임물에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였는데, 위 '똑딱이'는 이 사건 게임물과 별개의 외장기기로서 위 게임물 기기의 버튼 위에 올려놓고 자체 전원스위치를 켜면 손님들의 손을 대신하여 단순·반복적으로 게임물 기기의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을 할 뿐, 게임물의 진행방식 자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져오지는 아니하고, 위 버튼 자체의 구조·기능상의 변경 없이 손님들에 의해 언제든지 쉽게 설치·제거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인 점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똑딱이'는 이 사건 게임물의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게임물 기기의 버튼조작을 보조하는 별개의 외장기기일 뿐이므로, 이 사건 게임물에 위와 같은 '똑딱이'를 설치·사용하게 한 것만으로는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5조 제4호, 제3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3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은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에 '똑딱이' 즉,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물 이용을 보조할 뿐 게임물의 내용에 변경을 가져오지 않는 별개의 외장기기를 제공하는 행위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의 의미 게임산업법에서는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게임산업법 제2조 제1호), 등급분류의 대상인 '게임물의 내용'에 대하여는 별도의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게임산업법 상의 등급분류제도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가 게임물을 게임법상 이용자의 연령등급에 맞게 제작되었는지 확인하고 분류하는 제도로서, 그 목적은 해당 게임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등급에 맞지 않는 게임물의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인바 게임물의 등급분류 대상은 '게임물의 내용'이다(게임산업법 제21조). 게임산업법령(게임산업법 시행규칙 제8조 제2항)에 따라 제정된 하위규정인 게관위 등급분류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게임물을 등급분류함에 있어 등급분류의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는바, 첫 번째 원칙으로 "컨텐츠 중심성-컨텐츠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위와 같은 게임법상의 게임물에 대한 정의규정과 등급분류에 관한 규정들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게임산업법이 규정하는 등급분류의 대상은 게임물이나 프로그램 소스 자체가 아닌 게임물의 내용, 즉 등급분류신청서나 그에 첨부된 게임물내용설명서의 기재내용이므로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하는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에는, 등급분류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신청서나 그에 첨부된 설명서의 내용을 변경하는 행위는 물론 위 신청서나 설명서에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중요기능을 부가하는 행위는 포함되지만(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7467 판결 등 참조), 게임물 이용자의 게임물 이용을 보조할 뿐 게임물의 내용에 변경을 가져올 여지가 전혀 없는 별개의 외장기기를 제공하는 행위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법문언에 따른 엄격한 해석을 하였다. 이는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는바,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11도7725 판결 참조)는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에 '똑딱이' 를 제공하는 행위가 포함되는지 여부 이 사건 게임물의 등급분류신청서에 첨부된 게임물내용설명에 의하면 이 사건 게임물은 좌우방향조작 버튼과 총알발사 버튼을 눌러 화면 속의 석궁을 든 캐릭터가 화살을 발사하여 좌우로 출현하는 몬스터를 잡아 점수를 획득하고 게임결과에 따라 아이템카드가 배출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게임물 이용자의 민첩성과 몬스터의 진행속도와 진행방향 등을 고려하여 게임물 이용자의 순수 실력에 의해 진행되고 단순조작 또는 외부 장치 등을 이용하여서는 절대 게임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며, 버튼을 누르지 않거나 버튼을 누르고만 있는 경우에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앞서 본 대법원의 판단에 따를 때 '똑딱이'는 이 사건 게임물의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게임물 기기의 버튼조작을 보조하는 별개의 외장기기일 뿐 게임물의 내용에 변경을 가져올 여지가 전혀 없으므로, 이 사건 게임물에 위와 같은 '똑딱이'를 설치·사용하게 한 것만으로는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이 사건 이전에도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의 의미에 대하여 줄곧 엄격하게 해석하여 지나친 확장해석 또는 유추해석에 제동을 걸어 왔다. 피고인이 트럼프 카드를 반으로 자른 것을 줄에 연결하여 오락기 외부에 달아 오락기의 시작 버튼을 고정시키고 손님들은 이를 이용하여 메달만 계속 투입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하도록 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이 게임기의 소프트웨어나 기계장치에 대하여는 아무런 변경을 가하지 않고, 게임기 외부에 줄에 매단 트럼프 카드를 달아 놓은 것만으로는 게임기의 소프트웨어를 개조하거나 게임기의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게임물의 내용을 변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도6629 판결 참조)한 바 있다. 또한 게임물이 '똑딱이'의 설치·사용으로 인하여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게임기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게임물로 개·변조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5조 제4호, 제32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에 대하여, 대법원은 위 '똑딱이'는 이 사건 게임물과는 별개의 외장기기로서 위 게임물 기기의 버튼 위에 올려놓고 자체 전원스위치를 켜면 게임물 이용자들이 손을 대신하여 단순·반복적으로 게임물 기기의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을 할 뿐, 게임물의 진행방식 자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게임물에 '똑딱이'를 설치·사용하게 한 것만으로는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2014. 6. 12. 선고 2013도5410 판결)한 판결은 이 사건과 동지의 판결로서 기존 대법원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하였다. 4. 결론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게임산업법 상 죄책을 질지 여부가 문제되므로,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문언에 비추어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게임물의 내용을 변경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게임물 기기의 버튼조작을 보조하는 별개의 외장기기일 뿐 게임물의 내용에 변경을 가져올 여지가 전혀 없는 '똑딱이'를 설치·사용하게 한 것만으로는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가벌성의 범위를 제한한 대법원의 이 사건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인지 여부가 쟁점이 된 다른 사건으로서 피고인이 게임물을 운영함에 있어 등급분류 받은 충전한도를 위배하여 불상의 사용자들이 선물하기 기능 또는 CPA를 통하여 무제한으로 캐시 및 게임머니를 취득할 수 있게 해 주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건이 있다. 이에 대하여 1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12. 12. 28. 선고 2012고정1809 판결)은 월 구매한도는 '캐시 충전한도'를 말하는 것으로서, 월 구매한도는 "금전 등 재화의 투입(이른바 '베팅' 혹은 'input')과 이에 따른 우연성에 기초한 게임결과의 영상적 구현, 그리고 그 결과물의 배출(이른바 '보상' 혹은 'output')및 그 영상물과 직접 관련된 운영방식"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게임물의 내용에는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월 구매한도 내지는 충전한도를 초과할 수 있게 게임물 운영방식을 유지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원래 등급분류 받은 게임물과 다른 게임물을 이용제공 하였다고 볼 수 없고, 위와 같은 월 구매한도가 게임물의 내용으로 포섭되어 이를 처벌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검사가 항소를 하였으나 동일한 이유로 기각 판결(동일법원 2013. 7. 24. 선고 2013노88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아직 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1심과 항소심의 태도,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2호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엄격하게 해석해 왔던 대법원의 태도를 종합해 볼 때, 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또한 1심과 항소심의 태도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기대된다. 전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지칭하고 있고, 게임산업을 진흥하게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만 전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게임산업법을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다. 게임산업의 '진흥'을 위하여 제정된 법률임에도, 정작 그 법률명에 무색하게도 현재 이 법은 마치 게임산업의 '규제'를 위한 법인 양 이를 근거로 게임산업의 진흥보다는 '규제'에 그 초점을 두고 통제하여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물을 규제하기 위한 검찰의 게임산업법에 대한 과도한 확대해석과 무리한 기소에 대하여 앞서 본 대법원 2005도6629 판결, 이 사건 2014도12 판결, 이와 동지의 판결인 2013도5410 판결, 그리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2013노88 판결은 게임산업법의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을 통한 가벌성 확장을 막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제동을 걸어 게임산업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판결들이다.
2014-11-06
형사재판의 구속력(기판력)
I. 사실관계 피고인은 여러 건의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뒤,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교통사고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심각한 교통사고 부상을 입게되었다. 피고인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들이 사망 또는 부상을 입게되었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여 일부 수령하였다. 피고인은 살인미수, 사기 및 사기미수혐의로 기소되어 제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피고인은 공소사실 가운데 2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하여 이미 확정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 공소사실이 동일함을 이유로 고의로 유발된 사고를 전제로 기소된 사기 및 사기미수사건이 일사부재리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상고하였다. II. 판결요지(상고기각) 「형사재판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면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할 수 없고(헌법 제13조 제1항),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과 동일사건에 대하여 공소의 제기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피고인에 대한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에 미치는 것인지의 여부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가의 여부는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 전법률적인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고, 그 자연적, 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 것인가 외에 그 규범적 요소도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피건대,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행위 태양은 과실로 교통사고를 발생시켰다는 점인데 반하여,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청구하여 수령하거나 미수에 그쳤다는 것으로서 서로 행위 태양이 전혀 다르고,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피해자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나,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의 피해자는 피고인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들로서 역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위 각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와 이 사건 사기 및 사기미수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전자에 관한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후자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III. 검토 1. 구속력과 일사부재리효 재판이 통상의 불복방식을 통해서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때를 형식적 확정이라 하고 이에 의하여 재판의 효력(확정력)이 발생한다. 확정력 가운데 판단내용에 근거한 내용적 효력(내용적 확정력)에는 집행력과 재판을 한 법원은 물론 여타 법원도 확정된 재판내용과 모순하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구속력(기판력)이 포함된다. 구속력은 형식, 실체재판을 불문하고 발생하는데, 그 본질(발생근거)에 대하여 실체법률관계를 형성하거나 변경하는 효력(실체법설), 추상적 규범인 실체법이 구체적 법률관계로 형성된 것(구체적 규범설)이라는 견해 등이 있었지만, 실체법률관계와 무관하게 법적 안정성에 기초한 확정재판의 후소에 대한 영향력에 불과하다는 소송법설이 현재의 주류적 견해다. 한편, 일사부재리효(non bis in idem, ne bis in idem)는 재판을 통해 일단 결론이 도출된 사안을 재차 반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한 효력으로, 모순판단의 방지를 위한 구속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일사부재리효의 발생근거를 실체재판의 구속력 즉, 기판력에서 찾는 견해(일치설, 실체적 확정력설)에 의하면, 실체재판에서 일사부재리효 외에 별도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높지 않아, 구속력은 주로 형식재판에서 문제되어 왔다. 대상판례는 외형 상, 피고인이 유죄확정 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과실에 의한 교통사고)과 이후 기소된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의 동일성을 근거로 일사부재리원칙 위반함을 주장하여 상고한 사안이지만, 일사부재리원칙 보다는 실체재판의 구속력이 더욱 문제되는 사안이다. 2. 구속력의 범위 일사부재리효의 (객관적) 범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의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결정될 수 있지만, 구속력은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구속력에 의하여 재판내용에 오류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는 한, 후소 법원은 전소 법원이 판단한 내용에 구속되어 이에 모순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된다. 형식재판의 경우, 피고인의 사망을 이유로 공소기각결정이 확정된 후, 피고인의 생존이 확인되어 재차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생존한 점을 증명하는 신증거가 제출되더라도 이를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을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등과 별개로 공소기각 된 전소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상판례와 같이 실체재판의 경우, 과실을 가장하여 교통사고를 야기하고, 보험금편취목적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행위는 각기 시간, 장소적 배경이나 구체적 행위내용 등이 상이하여 기본적 사실관계를 다르기 때문에 일사부재리효는 문제되지 않지만, 후소의 사실관계는 고의로 야기된 교통사고를 전제하는 점에서 확정된 전소와 모순하고 전, 후소 간에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어서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이 있다. 그러나 보험금편취목적으로 고의의 교통사고에 의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음에도, 확정된 전소에 구속되어 피고인의 처벌이 배제되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만일 전소가 오판인 경우, 그 효과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 사건에까지 미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에서, 실체재판의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도 있다(종래 일본의 통설, 田宮裕, 刑事訴訟法新版(東京: 有斐閣, 2001) 442頁). 반면, 피고인이 허위증거 제출하여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는 등의 경우, 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하여 예외적으로 구속력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구속력의 근거를 재판의 법적 안정성 보다 당사자 특히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禁反言) 원칙에서 찾는 시각으로, 확정재판의 확정력을 당해 소송을 넘어서 후행 별소까지 미치는 것이 적당한지, 일종의 정책적 고려 하에 구속력이 미치는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고려는 후소에서 실체적 진실주의와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 간의 비교형량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장이 더욱 중요하다면 구속력이 인정되고, 검사에게 모순행위의 금지가 요구된다. 대상판례와 같이 피고인이 허위증거를 제출하는 등으로 법원의 판단을 오도하였다면, 피고인은 금반언의 원칙(구속력)을 주장할 자격을 상실되어 구속력이 배제되어 재기소가 가능하다(田口守一, 刑事訴訟法 第4版補正版(東京 : 弘文堂, 2006), 445-450頁; 光藤景皎, 口述刑事訴訟法 中 補正版(東京 : 成文堂, 2005), 293-296頁). 그러나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을 동일사건에 한정하는 견해는 그 논거가 불분명하고, 소위 구속력의 범위를 소추 측의 모순행위 금지원칙에서 이해하는 견해는 재판의 효력을 당사자주의적 시각에서 이해하여 일응 메리트가 있어 보이나, 오히려 실체적 진실주의에 치우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마치 불이익 재심을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어 지지하기 어렵다(白取祐司, 刑事訴訟法 第5版(東京 : 日本評論社, 2008), 423-427頁). 3. 관련 비교판례 대법원은 상습절도의 유죄판결 확정 후, 보호감호사건에서 절도범행이나 그 상습성을 다툴 수 없는 것으로 판시하였지만(대법원 1986.9.23. 선고 86감도152 판결), 이는 동일사건으로 일사부재리효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편, 일본판례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사건에서 진범으로 가장하여 유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이후 범인은닉죄로 기소된 사안에서, 전소인 업무상과실치상사건의 유죄확정판결이 후행 범인은닉죄 기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여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바 있다(東京高判昭和40·7·8高刑集18卷5491頁). 4. 의의 대상판례를 통해 대법원은 실체재판에서 구속력의 범위를 동일사건에 한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동일사건이라면 일사부재리원칙이 적용되어 사실 구속력을 언급할 실익은 없다. 사안에서 먼저 확정된 전소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사실을 재심을 통해 무죄로 하고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보험사기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2014-10-02
의식없는 음주운전자로부터 채혈한 혈액 감정서의 증거능력
Ⅰ. 사실관계 (1) 피고인은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가다가 앞 차량의 뒷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 의식을 잃은 채 119구급차량에 의해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고, 사고 발생 후 약 1시간 뒤 응급실로 출동한 경찰관은 법원 영장 없이 피고인의 아들의 동의를 받고 간호사로 하여금 의식이 없는 피고인으로부터 채혈을 하도록 하고, 이를 임의 제출받았다(혈중알코올농도 0.211%). 검사는 위 채혈에 따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의뢰회보 등을 증거로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하였으나, 1심은 사전·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강제채혈은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으로 볼 것이고, 이러한 채혈에 기초하여 얻어진 감정의뢰회보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취지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검사는 상고하였다. Ⅱ. 판결요지(상고기각) (1) 피의자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사전 압수영장 또는 감정처분허가장 없이 채혈하고 사후영장도 발부받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혈액 중 알코올농도에 관한 감정의뢰회보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하거나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증거로,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동의가 있더라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2) 음주교통사고를 야기하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는 피의자에 대한 긴급 강제채혈은 ① 호흡측정과 채혈 동의가 불가능하고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영장 등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의 경우에, ② 주취 등 증적이 현저하고 범행 직후에 후송되어 응급실이 준범행장소로 인정되는 등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충족되고, ③ 의료인에 의한 의학적 방법을 통한 최소한의 채혈이 있을 때 가능하며, ④ 이때에도 사후 영장은 반드시 '지체 없이' 발부받아야 한다. Ⅲ. 판례평석 1. 채혈행위의 성질 채혈의 성질에 관하여 종래 검증설, 검증·감정설, 압수수색 및 감정설, 압수수색설 등으로 나뉘었다. 판례는 채혈을 감정을 위한 하나의 처분으로 보아 감정처분허가장을 받아 행해도 되고, 압수의 집행을 위한 처분으로 보아 압수수색영장을 받아 행해도 된다고 한다. 실무에서는 먼저, 감정인을 위촉해야 하는 감정절차보다는 압수수색절차가 더 편리하고 효율적이어서 압수수색영장을 받는 실무가 일반적이다. 2. 긴급 강제채혈의 요건 (1) 실무상 문제 의식 없는 음주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고 희석되기 때문에 사전영장 없이 긴급행위로서 채혈을 할 필요성이 있는데 법에 규정된 긴급강제처분 중 어느 규정을 통해서 가능한지 문제되었다. 실무에서는 그간 ①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의 체포현장에서의 긴급 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② 제216조 제3항에 규정한 범죄 장소에서의 긴급 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③ 증거인멸의 염려를 이유로 긴급체포를 하고 제217조 제1항의 긴급압수수색에 의한 방법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중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방법은 교통사고 발생 시와 채혈 시까지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현행범 등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있었다. 제216조 제3항에 따른 사후 압수영장에 대하여도 병원 응급실은 문언상 범죄장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 한편 긴급체포 후의 압수수색 방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음주전과가 2회 이상이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0.2퍼센트 이상인 경우만 법정형이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로 긴급체포 대상이고, 그 이외에는 법정형이 장기 3년 미만이어서 긴급체포 대상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다. (2) 대상판결의 의의 본 판례는 사전영장 없이 이루어지는 긴급채혈을 허용하고, 법적 근거가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3항에 의한 범죄장소에서의 긴급압수수색임을 밝히면서, 그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다. (3) 검토 그런데 본 판례의 기준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가 어느 정도인지, 범죄장소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소가 예로 들어진 병원 응급실 이외에도 인정될 수 있는지 등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에 대한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제216조 제3항의 포섭범위를 너무 좁히는 해석은 긴급 채혈을 하지 못하는 실무상 공백을 초래하므로 그 적용범위를 합리적으로 확장하여 긴급한 증거수집의 목적을 달성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법은 긴급압수수색에 대해 압수물이 있는 경우 사후에 법관의 영장을 받도록 하여 사법적 통제가 가능하므로 범행직후의 범죄장소에 준하는 상황의 범위를 비교적 넓게 인정하여도 될 것으로 본다. 3. 영장주의 위반의 문제 (1) 사전 영장주의 위반 의식 없는 음주운전자가 사고 현장으로부터 원거리 병원으로 장시간 후송되는 경우에는 긴급성 요건이나 준현행범 및 범죄장소에 준하는 상황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채혈을 하여야 함에도,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지 않고 긴급을 요하지 않는 강제채혈을 한 때에는 영장주의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채혈에 기초한 감정의뢰회보는 독수의 과실로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 (2) 사후 영장주의 위반 제216조 제3항의 '범행직후의 범죄장소'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술냄새 등 범죄의 증적이 현저하고 범행 직후에 후송된 응급실이 준범행장소로 인정되는 등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므로, 체포현장은 아니지만 현행범체포에 준하는 정도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을 요구하고 하고 있다. 따라서 제216조 제3항의 헌법적 근거는 헌법 제12조 제3항 단서로서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영장주의의 예외에 해당하여, 긴급행위로 사전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하되, 압수물이 있는 경우 계속 압수를 위해서는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채혈임에도, 법원으로부터 사후적 허가장의 성질을 갖는 사후 영장이 기각되어 발부받지 못했다고 해서, 그 혈액채취가 소급하여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즉, 수사기관이 대상 판결에 따라 긴급채혈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채혈한 다음 사후 압수영장을 청구하였으나, 긴급성·현행범성 등 요건 충족에 대한 견해차이, 특히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에 대한 해석상 차이로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기각되어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못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긴급채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영장이 기각된 때에는 채혈 자체가 위법이나, 그 요건을 갖춘 적법한 긴급채혈에 대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한 경우에는 채혈 자체가 소급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사후영장의 부당 기각에 대한 해결책 (1) 먼저, 본질적으로 적법한 긴급채혈에 대한 법원의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검사는 압수한 혈액을 영장기각 후에도 계속 보관하고 있는 형식적 불법상태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하여 법원으로부터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에게 혈액을 반환하면서 사전 영장에 의하여 그 혈액을 다시 압수하거나, 임의제출 형식(피의자의 의식 회복시)으로 재압수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적법하게 취득한 증거물이 산일(散逸)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사후영장이 기각되어 채취한 혈액을 즉시 반환(법 제217조 제3항 참조)해야 할 때 이미 혈액 감정이 완료된 경우에는, 감정을 하고 남은 혈액을 계속 보관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에 즉시 반환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혈액을 기초로 하여 취득한 감정의뢰회보의 증거능력이 문제되는데, 기소 후 공판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의하여 압수·수색 방법의 적법성이 다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공판에서 긴급채혈 자체의 적법성 여부를 '채혈시'를 기준으로 실질적으로 심사하여 그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적법한 긴급채혈이어서 사후영장 기각이 부당하였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채혈 자체는 적법하므로 위법수집 증거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혈액 감정서는 적법한 채혈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독수독과(毒樹毒果)에 해당하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2014-03-17
의료법 제17조 제1항 '직접 진찰'의 의미
I. 사실관계 및 하급심의 판단 1. 사실관계 피고인 A는 약사이고, 피고인 B는 산부인과 전문의이다. 2006년 1월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의 기간 중 피고인 B는 자신에게 과거에 1회 이상 진료를 받고 푸링 정제약 등 '살 빼는 약'을 처방받은 환자를 전화로 진료한 다음 처방전을 발행하고 피고인 A에게 전달하면, 피고인 A는 처방전에 따라 조제한 약을 환자들에게 배송하였다. 피고인들은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처방전 발급비용 상당과 수납 업무상의 편익 및 노무를 제공하는 담합행위를 하였고(약사법 제24조 제2항 제2호), 피고인 B는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아니하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의료법 제17조 제1항)는 이유로 2008년 기소되었다. 2. 하급심의 판단 제1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와 피고인 B가 직접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했다는 부분 모두에 대해서 유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제2심은 피고인들의 담합행위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전화 진료는 진단방법 중 '문진'만이 가능하고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도 커지는 점, 의료법 제34조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수준의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에 '전화 또는 이와 유사한 정도의 통신매체'만에 의한 진찰은 포함될 수 없어 피고인 B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II. 대법원 판결의 요지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기 전의 의료법 제18조 제1항이 '자신이 진찰한 의사'만이 처방전 등을 발급할 수 있다고 한 것은 처방전 등의 발급주체를 제한한 규정이지 진찰방식의 한계나 범위를 규정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고, '자신이' 진찰하였다는 문언을 두고 그 중 대면진찰을 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는 등 진찰의 내용이나 진찰 방법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2007. 4. 11. 법률 제8366호 전부 개정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한 의사'의 의미 역시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동조 제2, 3, 4항, 동법 제34조 제3항 및 개정 전 조항과의 법률체계적 연관성에 따라 해석해 볼 때 개정 전 의료법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은 개정 전후의 이 사건 조항을 구분하지도 않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형벌법규의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III. 평석 1.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종래의 판례 A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甲이 乙의 B병원에서 진료한 후 乙의 이름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자신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하고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판결). 또한 의사가 진단서에 상해일로 기재된 날에는 환자를 진찰한 바 없고 진단서 작성일자에 그 환자를 직접 진찰하고 환자가 말하는 상해년월일과 그 상해년월일을 기준으로 한 향후치료기간을 기재한 진단서를 교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현행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진단서 등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직접 진찰한 의사 등만이 이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판시하며 위 사실관계의 경우 구 의료법 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배된 의사 자신이 진찰하지 않고 진단서를 교부한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1996. 6. 28. 선고 96도1013판결). 위 판례들은 모두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처방전 등의 발급 주체를 규정한다는 점은 판시하고 있으나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을 직접적으로 문제된 사안이 아니어서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직접 진찰'의 의미와 관련하여 그 진찰의 방법 내지 태양에 관해서까지 판단을 내렸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직접 진찰'의 의미에 관한 견해 대립 대상판결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대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대상 대법원 판결의 원심, 대상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및 반대의견을 종합해 보면 의료법 제17조 제1항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견해가 있다. 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의료인의 대면진료 의무와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 양자를 모두 규율하고 있다는 견해 이는 대상판결의 원심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이 취한 의견으로써 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채 전화 진찰만을 한 후 처방전을 발급하면 '직접 진찰'에 해당하지 않아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된다는 견해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도 유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문진을 실시하고 처방하는 것은 법위반에 해당한다는 같은 견해를 취하였다. 이 견해는 ① '직접'의 사전적 의미는 중간에 제3자나 매개물이 없이 바로 연결되는 관계를 의미하므로 '직접 진찰한'은 '대면하여 진료한'을 의미하고, ② 전화 진찰은 문진 이외에는 다른 진단방법을 사용할 수 없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른 의사의 진료의무가 소홀해질 우려가 크고, ③ 전화 진찰을 할 경우 상대방 확인이 어려워 약물의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④ 의료법 제34조는 의료인 상호간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좁은 의미의 원격의료'를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다가 직접 진찰과 유사한 진찰을 담보할 수 있는 장비가 갖추어진 경우 예외적으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개정되면서 종전의 '자신이 진찰한'을 '직접 진찰한'으로 대체한 것은 대면진료가 아닌 형태의 진료를 명백히 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2. 3. 29. 자 2010헌바83결정). 나.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진단서 등의 발급주체만을 한정한 것이라는 견해 이는 대상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판결의 반대의견의 입장으로써 전화 진찰 후 처방전을 발급한 것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 위반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이 견해는 ① 의료법 제17조 제1항 단서 및, 동조 제2, 3, 4항 규정을 종합적으로 해석해 보면 '직접' 진찰은 '자신이' 진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②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직접 진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반하여 동법 제34조 제3항은 '직접 대면 진찰'을 구별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의료법 제17조 제1항은 스스로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 대면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3. 검토의견: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 대상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법문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고 첨단 기술의 발전 등으로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전화 진찰을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다른 진찰이나 검사 등을 생략한 채 간단한 문진만으로 장기간 전문의약품의 처방이 가능해지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살빼는 약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심혈관계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이므로 처방 및 복용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의사들에게 전화 진찰을 통한 처방전 발급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고, 고령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은 만성질환의 특성상 의사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이 의료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면서(제33조 제1항), 원격의료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면서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으며(제34조), 나아가 의료법상 의사는 환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점(제24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상판결은 의료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의 보호 및 증진에 관해서는 충분히 그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 물론 대법원이 전화 진찰을 허용하더라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운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대법원은 2013. 4. 26. 선고 2011도 10797 판결에서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돼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전화 또는 다른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명확히 규정하는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2013. 5. 1. 대통령의 주재 하에 개최된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였는바, 대상판결과 관련하여 귀추가 주목되는 사항이 아닐 수 없다.
2013-05-20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 납부한 자와 기판력
Ⅰ. 문제의 제기 기초질서단속경찰관으로부터 범칙금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기초질서위반자가 그 후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고 하자. 단속당시에는 가벼운 기초질서위반행위로 판단되어 단속경찰관이 범칙금통고처분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위반자의 위반행위가 정식기소 조치가 필요한 중대범죄(형사범죄)임이 드러나면 검사는 위반자를 정식기소하게 된다. 이 경우 범칙금 납부자는 경범죄 처벌법과 도로교통법의 '범칙금납부 통고를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 받지 아니한다'(경범죄 처벌법 제7조 제3항, 도로교통법 제119조 제3항)는 조항을 근거로 면소판결(형소법 제326조 제1호)을 기대한다. 정식기소를 접수한 수소법원이 면소판결을 선고하여야 하는지(이하 '면소판결설'로 약칭함) 아니면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무죄판결을 하여야 하는지(이하 '실체판결설'로 약칭함)가 문제된다. 결국 문제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 혹은 기판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하급법원과 대법원은 198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면소판결설을 취한 판결과 함께 실체판결설을 취한 판결이 공존하다가 1994년 전원합의체 판결(동일성 판정에 순수한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는 93도2080 전합판결)을 계기로 조금씩 실체판결설로 이동하고 있다. 필자는 2011년 판결(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을 목격하고 이 판결이 대법원의 확정적인 입장인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비슷한 취지의 2012년 판결을 목격하고 이제 대법원의 입장은 실체판결설의 입장으로 굳어진 것(기판력이 미치는 객관적 범위의 '신축적 조절'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이런 입장에서 1986년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분석하여 보자. Ⅱ.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의 사안과 판지 1986년 판결은"경범죄처벌법 제7조 제2항에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받고 범칙금을 납부한 경우에는 그 범칙행위에 대하여 다시 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은 위 범칙금의 납부에 확정재판의 효력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이므로 이에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면소판결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여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것[박길성, 신호준수의무를 불이행한 사실로 범칙금을 납부한 자에 대하여 신호위반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상을 범죄사실로 공소를 제기한 경우(=유죄), 대법원판례해설 70號 (2007 상반기) (2007.12) 694-741]과 대조를 보였다. 그런데 [대법원 2011.4.28. 선고 2009도12249 판결]은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후소)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1986년 판결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법원은 명시적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을 납부하고, 사후에 형사범죄로 기소된 경우 양자 간의 동일성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판결이 선고되었다. Ⅲ. 2012년 판결의 사안과 판지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소재 쌍용 사거리 노상에서 '음주소란등'의 범칙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같은 날 관할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5만 원을 납부할 것을 통고(경범죄처벌법 제1조 제25호 위반 혐의)받고 다음 날 이를 납부한 사실이 있다. 그 후 D는 "2010. 9. 26. 18:00경 광주 남구 봉선동 484-8 소재 할리스 커피숍 주차장에서, D와 다투던 V가 바닥에 넘어져 '사람 살려라'고 고함을 치자, 이에 격분하여 O(D의 처)가 운영하는 인근의 같은 동 (이하 생략)에서 위험한 물건인 과도(칼날길이 10㎝, 너비 2㎝)를 손에 들고 나와 V를 쫓아가며 '죽여 버린다'고 소리쳐 V의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듯한 태도를 보여 협박"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휴대협박행위) 혐의]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은 실체심리를 진행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D는 항소심판결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판결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 D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면서, ⓒ 규범적 요소 또한 아울러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 등의 통고처분에 의하여 일정액의 범칙금을 납부하는 기회를 부여하여 그 범칙금을 납부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기소를 하지 아니하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이라는 점에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 및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효력이 인정되는 범위는 범칙금 통고의 이유에 기재된 당해 범칙행위 자체 및 그 범칙행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칙행위에 한정된다. 따라서 범칙행위와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범칙행위의 동일성을 벗어난 형사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범칙금의 납부에 따라 확정판결에 준하는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2. 11. 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도12249 판결 등 참조). 위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D가 범칙금의 통고처분을 받게 된 범칙행위인 음주소란과 이 사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공소사실인 흉기휴대협박행위는 범행 장소와 일시가 근접하고 모두 D와 V의 시비에서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점에서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중략)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그 행위의 수단 및 태양이 매우 다르고, 각 행위에 따른 피해법익이 전혀 다르며,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고, 나아가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서로 별개의 행위로서 양립할 수 있는 관계에 있고, 따라서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위와 같은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위 범칙행위와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였다. Ⅳ. 분석과 논평 '1986년 판결의 사안'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사안'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지만(완전히 동일한 사안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사안패턴'(fact pattern)이 대단히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6년 판결과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의 결론이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까? 1986년 판결에서는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그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가를 판정하는데 무게중심이 놓여졌었다면(종래의 순수한 기본적 사실동일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에서는 그보다는 '기본적 사실 외에 규범적 요소를 아울러 고려'하는 측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도로교통법상의 기초질서위반을 이유로 하는 범칙금 납부에 기판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대법원은 3번에 걸쳐 부정설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1983.7.12. 선고 83도1296 판결; 대법원 2002.11.22. 선고 2001도849 판결; 대법원 2007.4.16. 선고 2006도4322 판결).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이 있어, 분석가들은 "종래의 판례는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지만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에는 기판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분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대법원의 입장에 대한 분석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을 계기로 향후 '교통범칙행위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사이의 질적인 차이를 인정하는 발상은 점차 소멸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11년 판결·2012년 판결은 1986년 판결[대법원 1986.2.25. 선고 85도2664 판결] 을 명시적으로 폐기하지 아니하였다. 또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범칙금납부사안'이 아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인한 즉결심판확정사안'에 대하여도 형사범죄행위에 대한 기판력을 부정할 것인지 여부[대법원 1984.10.10. 선고 83도1790 판결; 대법원 1990.3.9. 선고 89도1046 판결; 대법원 1996. 6. 28. 선고 95도1270 판결]의 문제도 미정으로 남아 있다. 미약하지만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판정하는 기준에 대한 불안정한 법상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12-12-27
경마게임장 운영은 게임산업법상 처벌대상인가
1. 대상판결의 개요 가. 사실 관계 피고인은 관광진흥법의 규정에 의한 관광사업의 규율대상이 되는 기타 유원시설업의 경우에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게임장을 유원시설로 위장하여 신고한 후 경마와 유사한 방식의 게임이 진행되는 '레이싱나이트'게임기를 설치하여 게임을 하도록 하고, 손님들이 획득한 점수를 적립하여 주거나, 경품을 지급하거나 점수를 티켓으로 바꾸어 주어 게임장 내 외부 환전상들로부터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 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하여 주었다. 원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등급 받지 아니한 게임물 이용 제공의 점에 대하여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 제32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고, 게임물 이용 사행행위의 점에 대하여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 제28조 2호를, 사행성 유기기구 이용 사행행위 영업의 점에 대하여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이하 '사행행위법') 제30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나. 판결의 요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 사건 게임물은 경마를 모사한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사행성 게임물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지만 게임산업법이 경마를 모사한 게임물을 사행성게임물로 정의하면서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산업법 상의 '게임물'에서 제외하고 있는 점,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 대상이 되는 자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로 한정되는데, 게임산업법 제2조 제9호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를 '제4호 내지 제8호의 영업을 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6호는 '게임제공업'을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사행성게임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영업은 동호의 '게임제공업'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하여 손님들로 하여금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사행성게임물을 이용하는 손님들에게 게임의 결과에 따라 경품 등을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평석 가. 본 사안의 쟁점 본 사건은 '사행성게임물'을 공중의 이용에 제공한 경우,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사행성게임물을 제공한 것이 동법 제32조 제1항 제1호의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나. 사행성게임물이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게임산업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산업의 진흥 및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이다. 기존의 사행행위 또는 도박에 대하여는 도박 내지 사행행위를 규제하는 차원에서의 규제만이 있었다가 이 법을 통하여 사행행위나 도박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산업법에 따른 규제만을 받도록 하였다. 게임산업법은 건전한 게임문화의 확립에 저해되는 게임물, 예컨대 '게임물'을 이용한 도박이나 사행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의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도박의 경우 형법상의 도박죄, 사행행위에 대하여는 사행행위법의 형사처벌 규정이 있었기에 이 법들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었다.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는 동법 제28조 제2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방치한 자'에 대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8조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서는 '게임물을 이용하여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아니할 것'을 그 준수 사항 중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즉,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 구성요건은 제28조에서 정하고 있고, 제44조 제1항 제1호와 제28조 제2호의 요건을 종합하면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작위 또는 부작위일 것', '게임물을 이용할 것',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를 하게 하거나 이를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위 요건만 보면 게임물을 이용하여 사행행위를 하게 하면 그 자체로 위 규정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여러 사건들에서는 경마 등을 모사하거나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을 담은 아케이드 기기에 대하여 위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 기소가 이루어졌다.그런데, 게임산업법은 앞서 살펴본 법의 제정 취지 상 '게임물을 이용할 것'이라는 요건과 관련하여 '게임물'의 범위를 별도로 정하면서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법 제2조 제1호). 즉 게임산업법 제2조 제1의 2호에서 정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물'의 범위에 해당하게 되면, 그 자체로 '게임물'의 범위에서는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사행성 게임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게임물을 이용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게임산업법이 사행성 게임물을 게임물에서 배제하고 사행행위법으로 규율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올곧이 반영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법조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위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 제2조 제9호에서 '게임물 관련 사업자'는 '제4호 내지 8호의 영업을 하는 자'를 의미한다고 하여 그 의미를 명확하게 기재하고 있고, 동조 제6호에서는 '게임제공업'의 의미에 대하여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를 제공하는 영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를 종합하면, 결국 사행성 게임물의 영업에 사용한 자는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되는 것이다.이러한 해석은 얼핏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에 대하여 대상 판결은 게임산업법이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에서 제외한 취지는 '사행성 게임물'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도록 하여 '사행성게임물'을 근절함과 동시에 게임산업을 진흥시켜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취지에 비춰어 볼 때 '사행성게임물'은 게임산업법에서 유통 및 이용이 허용되는 '게임물'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즉, 사행성 게임물의 경우에는 사행행위법에 따라서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고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사행성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결정할 수 있으며, 등급분류가 거부되면 공중에 유통될 수 없는바(게임산업법 제22조 등),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게임산업법을 적용하지만, 사행성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산업법이 아닌 사행행위법을 적용함으로써 사행행위의 방지와 게임산업 진흥이라는 목적 사이에 균형을 잡겠다는 취지가 변영된 것이다. 다. 사행성게임물이 게임산업법 제32조의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게임산업법의 규율 대상이 되는 '게임물'에는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 기기 및 장치가 해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므로 사행성게임물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게임산업법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이 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그런데 게임산업법 제32조는 불법게임물 등의 유통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금지되는 '불법게임물'의 범위에는 '사행성게임물'이 포함되는지 여부도 논란이 되어 왔다. 이에 대하여 만약, 금지되는 '불법게임물'의 범위에 '사행성게임물'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게 되면 게임산업법 제32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에는 사행성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의 환전행위도 포함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금지 행위에 대하여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그 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법리는 게임산업법의 기본적인 적용 대상인 '게임물'의 의미와 동법 제32조에서 정하고 있는 '불법게임물'의 의미를 달리 보겠다는 것으로, 그에 따르면 '불법게임물'은 단순한 게임산업법 상의 게임물 중 위 법을 위반한 것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게임물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행성 게임물도 그 적용범위로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법리는 소위 '바다이야기'에 관한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2650 판결을 통하여 이미 확인된 바 있다(이 사건의 원심은 게임물의 적용 대상과 불법게임물의 적용 대상을 동일 선상에서 보아 게임물에 사행성게임물이 포함되지 않는 이상 불법게임물의 범위에도 사행성게임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으나, 대법원은 이러한 입장에 반대하고 있고, 사행성 게임물로서 그 제공자가 게임물관련사업자가 아니라도 사행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상 판결에서는 이 판결의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는 등급분류를 받지 아니한 사행성게임물을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3. 결론 2007. 1. 19. 법률 제8247호로 개정된 게임산업법은 사행성게임물을 게임물의 범위에서 제외하였고, 그에 따라 게임물을 이용한 사행행위에 대한 처벌과 관련하여 사행성게임물의 경우에는 게임산업법 제44조 제1항 제1호의 적용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취지의 판시는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11666 판결을 비롯하여 다수의 판결에서 선고된 바 있다. 대상 판결 역시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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